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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 이탈자 수로 북한붕괴론을 신봉한다?

<기고> 김광수 부산가톨릭대 외래교수
김광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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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7  23: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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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박사·『수령국가』저자·現부산가톨릭대 외래교수·前민주공원 관장


작금의 상황-최순실 게이트 의혹사건만으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전여옥의 회고록 「i 전여옥」에서 언급되어진 바와 같이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이다.
 
성인이면 그 무엇이 옳든 그르든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그것도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할 자기의 언어, 사고, 신념, 체계가 전혀 없다. 오직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최순실의 첨삭지도에 의해 발언이 가능한 앵무새일 뿐이었고, 그런 대통령이 지금의-이순신의 임란극복, 임정의 일제강점기 극복, 4䞏와 87년 6월 민주화항쟁으로 이어진 대한민국 선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나쁜’대통령이자 ‘어린아이’대통령이 이 ‘위대한’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이 지금 북한붕괴론을 얘기한다. 그것도 최순실의 첨삭지도를 받아가면서 어린아이의 맹목적 수준으로 말이다. 조금만 인문학적 상상력과 국제정치사의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고려한다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즉 체제이탈자 수에 의해 한 국가의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대통령식의 그런 논리대로라면 쿠바는 열 백번 더 카스트로체제가 붕괴하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쿠바인의 체제이탈자 수는 무려 2백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쿠바체제가 붕괴하고 있단 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반면, 이에 반해 북한인의 체제이탈자 수는 남한에 정착한 수가 현재까지 약 3만 명이다(이중에서서도 사망자, 사회부적응자 등을 빼고 나면 2만5천 명 정도이다.). 확률적으로는 북한인의 체제이탈자 수가 쿠바보다 1/66에 불과하다. 66배나 더 높은 쿠바체제도 붕괴되지 않는데, 어떻게 북한체제가 붕괴된단 말인가?
 
백번 더 양보해 현재 취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제 등이 먹혀 경제가 어렵고 먹고사는 문제가 최악이라서 북한체제가 붕괴한다는 시나리오도 성립가능한가? 라는 가설을 성립시키고 싶어도 결론은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이유는 그런 논리대로라면 북한보다 더 가난한 미얀마,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도 국가체제가 붕괴되어야 하는데, 그런 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려오지 않는다.
 
더 양보해보자. 설령 북한체제가 붕괴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주도의 흡수통합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 이유 첫째, 국제법상 북한체제가 붕괴하면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 중국이 그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거나, 그것도 아니면 UN이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현재 조성된 동북아시아 정치질서 상 만약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붕괴한다면 미국의 묵인(?)하에 중국이 북한을 접수할 가능성이 쾌 크다. 셋째, 북한체제가 붕괴되더라도 지금의 남-북관계(역대 여느 정권보다 최고의 적대적 관계)로 볼 때 북한의 정치엘리트는 대한민국과 손잡는 대신, 중국과 손잡고 북한체제를 수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넷째, 대한민국이 흡수통합을 감당할 국가적 능력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우선은 (흡수통합에 대해) 대국민적 수용태세가 확립되어 있느냐? 라는 질문과, 다음으로는 동-서독의 통합에서 확인받듯이 국가의 재정능력이 가능한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 이 모든 이유로 흡수통합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로부터 시작된 북한붕괴론이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넘어가면서 거의 확신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통수권이 ‘직접적으로’미치지 못하는 북한에 대놓고 체제붕괴를 선동하고 있는 양상은 참으로 민족적 불행과 가깝다. 
 
대통령의 발언-사실은 최순실의 생각이겠지만-들이 그것들을 증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 증거야 수없이 많겠지만, 대표적인 몇 개만 예시하더라도, 지난 8䞋경축사와 10월 11일 국무회의 발언 등이 그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워딩으로는 8䞋경축사에서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했고, 국무회의에서는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는 언급과 함께, 이들의 성공적 안착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실현시키는 의미와 더불어 폭정에 신음하는 많은 북한 주민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 나갈 것”을 지시한 것이다.
 
그렇다. 적어도 속내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이렇게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의사, 체제 붕괴 의사, 즉 ‘북한붕괴론’을 역설하는 경우는 다른 것이다. 역대 그 어느 정부에서도-하물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입이 아닌, 국가정보원장 등 각료들의 입에서만 나왔다는 사실들이 그 엄중함을 증거하고 있지 않는가. 즉, 그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평화적 분단관리와 통일지향 임무수행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역대 여느 정부가 해내지 못했던 그 금기를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그 논리도 아주 빈약하게 말이다. 위 워딩에서의 확인은 그 유일한 증거가 북한체제 이탈자가 최근 조금 늘어났다는 사실관계만 있을 뿐이다. 물론 조금 늘어나기는 늘어났다. 최근 1천명 조금 상회하던 체제이탈자가 올해 들어 5백여 명 더 늘어날 것 같은, 이것도 늘어났다면 늘어났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진개진으로 말이다. (참고로 해마다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는 쿠바인들은 대략 2만-3만 명이고,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북한인들은 대략 1천-1천5백 명이다.)
 
어쨌든 북한체제 이탈자가 조금이라도 늘어났기 때문에 북한체제가 붕괴한다? 참으로 순진한 망상이다. 아니, 일국의 대통령이 어찌 이런 사고와 판단기준을 갖고 있을지가 심히 의심스럽다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다.(하기야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최근 JTBC 보도의 최순실 의혹게이트를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정책으로 무(無)뇌아와 다름없음이 확인되었기 때문)

 
하여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앞으로 그런 조롱과 희화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2백만 명 대 3만 명’의 숫자를 반드시 기억하셔야 한다. 왜냐하면 2백만 명의 쿠바체제 이탈자가 있어도 카스트로의 쿠바체제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연장선상에서 꼴랑 3만 명의 북한체제 이탈자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하여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증적으로도 같은 민족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 최종 결정권자라 자부하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반대체제인 사회주의국가의 쿠바가 턱밑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을 인정할 수가 없는 사실관계였다. 이후 미국은 최근까지도 쿠바의 카스트로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차례의 체제전복을 꾀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사건은 바로 1961년 미국의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가 CIA의 도움을 받는 쿠바 망명자들로 하여금 피그스 만 침공(1961년 4월)을 감행하도록 지원하였으나 군인들이 모두 생포 및 사살되어 미국의 침공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은 체면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쿠바의 체제전복을 포기하고 2015년 국교정상화를 선언, 양국은 상호간의 수도(首都)에 상주(常住)하던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시켜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성립시켰다.
 
반면,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과 북한은 분단체제 성립이후 끊임없는 이념과 체제대결을 주선으로 하면서도 적대적 공존체제, 화해와 협력체제, 교류와 대화를 반복하면서 두 국가체제가 존립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붕괴론은 수없이 많이 언급되었으나, 현실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김일성 사망(1994)과 김정일 사망(2011) 당시 그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북한은 우리의 희망 섞인(?) 기대와는 달리 ‘비겁한 자야 갈 테면 가라!’, ‘붉은기 사상’, ‘선군이데올로기’로 버텨왔고, 이견의 소지는 있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현재는 경제는 약간의 성장했다는 점과 김정은 정권은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하여야 하는 것일 게다. 우선은 흡수통합을 전제로 한 북한체제 붕괴전략(적극적인 전략)이든 인내전략(소극적인 전략)이든, 이 전략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 공생·공리·공존전략으로 그 출구전략을 새롭게 리셋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경제성장(대권의 유력한 야권주자인 어느 분은 최근 ‘국민성장’론을 들고 나오고 있는데, 이 지향점에도 ‘평화경제’의 확장인 ‘한반도경제론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꼭 당부 드린다.)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별의별 짓-심지어 저임금 생산구조인 동남아까지 진출하는 등 모든 것을 다해봤지만, 결국에는 돌고 돌아 한반도경제론만으로 그 탈출구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유무상통, 남북경협으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불편하지만, 동북아시아 정치질서를 인정하여 북핵 해결 올인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즉,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남북한이 풀어야할 민족적 과제가 있다는 국정좌표로 말이다. 대표적으로 북핵문제는 우리에게는 ’불편하지만‘미국과 북한사이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고(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당사자국가로서의 지렛대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통일의 주된 이해당사자로서 남북한은 통일을 위한 실질적 준비, 즉 북한에 대한 호혜적 접근(남한에 대한 호혜적 접근), 민족동질성 회복, 6䞋와 10ܪ선언에 따른 후속조치의 실질적 진전 등에 전력해야 한다.
 
남은 임기동안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통일정책, 남북관계 확립을 위해 -작금의 최순실 의혹게이트는 그런 희망이 무망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대북정책이 U턴되길 희망하고, 정말 그 희망실현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면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꼭 위 3방향에서 대북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해 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본인도 그러한 노력을 할 것이고, 국민들도 불필요한 정쟁과 왜곡-북한 들여다보기에서 벗어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화답한다. 정말 오랫동안 특정 정권을 위해 지배 당해온 반공-반북(=종북)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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