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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민영화 반대해온 김현미 내정이 '파격'인 이유

 
[분석] 김현미, 공공부문 민영화저지 특별위원회 위원 맡기도
2017.05.30 17:41:54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다. 국토부에서 끊임없이 추진해 왔던 철도 민영화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왔던 인사이기 때문이다. 철도 뿐 아니다. 인천공항공사 등 각종 공공 서비스 관련 기관의 민영화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았던 전력이 있다.   
 
"서비스 질이 높아지면 손님이 늘 것이라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코레일 이사회 보고 문건을 감안하면 (SR 설립으로 인해 코레일에서는)141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안 되는 집안에서 단 하나 잘 되는 사업(고속철도)을 분리해 빚 갚고 잘 산다는 게 납득할 수 없다."  
 
지난 2013년 12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김 후보자가 철도민영화 여부를 두고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던진 질문이다.  
 
앞서 현 장관은 "공공부문이 운영하기 부족한 경우에 민간이 들어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철도 민영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줄기차게 철도민영화 반대해온 김 내정자 
 
김 후보자는 2012년 7월 지방의회, 야당 의원들과 함께 KTX 민영화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며 "19대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진행한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의 폐해를 점검하고 잃어버린 공공성을 되찾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지방의회와 야당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국회가 재벌기업의 특혜인 KTX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이 공공철도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철도 관련법과 제도의 전면적인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야당 의원들과 함께 'KTX 민영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10월 출범한 민주당 공공부문 민영화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이었다.
 
그는 2014년 4월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과 함께 3월 5일부터 12일까지 독일과 영국을 시찰한 결과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영국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그루지야, 볼리비아, 크로아티아 등 철도민영화를 시도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서비스 질 향상과 요금 하락 효과를 얻지 못한 채 재국유화로 돌아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2012년 철도 민영화 철회 촉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철도노조

철도민영화 중단할까 
 
국토부는 지난 십수년간 철도 부문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피력해 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상하 분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철도 민영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민주정부 3기에 철도 민영화 반대론자인 김현미 후보자가 국토부장관에 내정된 것은 '파격'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철도 민영화 정책은 급물살을 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기업을 끌어들여 KTX 노선을 일부 넘기려는 정황이 포착됐고, 민자 철도 도입의 핵심 고리인 코레일의 철도 관제권을 정부가 환수하려 시도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른바 '우회 민영화'를 시도했다. 코레일의 알짜 사업인 KTX 운영사를 쪼갠다는 방침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수서발KTX(주식회사 SR)다. 하나의 노선에 출발역만 달리한 두 회사(심지어 모회사와 자회사)의 KTX가 달리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또한 현재 SR 이승호 사장은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출신이다. 이는 '국토부 낙하산 논란'을 초래했다. 만약 SR 주식이 민간에 넘어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민영 KTX'가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013년의 철도 파업 과정에서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확인됐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SR 설립을 밀어붙였다.  
 
철도민영화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온 김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도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까? 아직 관측은 조심스럽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그간 김 후보자가 보여 온 행보는 기존 국토부의 민영화 방향을 틀어보려는 의지가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 위원은 "설사 그런 의지가 있더라도 국토부 관료들에게 휘둘리면 철도민영화 반대 의지는 희석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철도 민영화 반대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는 것과 동시에 정부에서도 철도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내정 소식이 전해진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면서 철도 민영화 지적이 나왔는데, 정책 기조에 대한 재검토를 고민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하고 "공공부문의 어려운 문제를 살펴볼 기회 많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그런 문제 의식(공공 서비스 강화)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철도 민영화 재검토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 후보자는 "그러나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철학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모든 부처 간의 여러 그런 것(이견 등)이 있다. 종합적으로 조율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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