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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고 누락’ 파문]정의용 “4기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 한민구 “그런 게 있습니까?”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입력 : 2017.05.31 18:09:00 수정 : 2017.05.31 23:04:25

ㆍ청와대가 밝힌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전말
ㆍ정보공유 비협조 일관…대통령이 직접 전화하자 ‘확인’
ㆍ김관진·한민구 조사 후 비위 드러나면 고발 조치할 수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연합뉴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발표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20일이 되도록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드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청와대가 처음 사드 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 26일 국방부 위승호 정책실장의 업무보고 때였다. 당시 국방부 업무보고서에는 사드 1개 포대의 구성요소인 발사대 6기의 소재 등 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다. 6기 중 2기는 4월26일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것이 확인됐지만 나머지 4기는 국내에 들어왔다는 언론 보도만 있을 뿐이었다.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은 참석자들 중 한 명을 따로 불러 캐물은 뒤에야 발사대 4기가 성주골프장 인근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28일 한민구 장관과 오찬을 하며 발사대 4기의 반입을 물었지만 한 장관은 확인해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틀 뒤 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했고 그제서야 한 장관의 입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드 ‘보고 누락’ 파문]정의용 “4기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 한민구 “그런 게 있습니까?”

한 장관은 이날 국방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보고 누락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정 실장이 “뉘앙스 차이”가 있는 자신의 발언을 오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 장관이 반어적으로 대답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반응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보고 누락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은 물론 정 실장에게조차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방부의 태도를 군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참석, 17일 국방부·합참 방문, 26일 국무위원 오찬간담회 등을 계기로 군에 대한 신뢰와 전임 정부 각료들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며 자신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방부로부터 돌아온 것은 사드에 대한 정보 공유 비협조였던 셈이다. 

문 대통령이 왜 먼저 김관진 전 실장이나 한 장관에게 사드 보고를 지시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기다리셨겠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실장이 온 지 얼마 안된 시점이고, 이전에 (한민구) 국방장관, 전 NSC 실장(김관진)도 계셨는데 보고가 안된 것이 의아하다고 보신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국방부의 보고 과정에 누가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문구를 삭제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관진 전 실장과 한민구 장관을 직접 조사하기로 하고 이를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보고 누락의 핵심 인물로 두 사람을 콕 찍은 것이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을 주도했으면서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정 실장과 김 전 실장의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 사드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이 주도하고 국가안보실이 지원하는 조사 과정에 비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조치도 뒤따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보고 누락의 경우뿐만 아니라 국방부의 업무 처리 전반이 불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돼 왔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보고 누락 사건 조사가 마무리되면, 결과에 따라 인적쇄신은 물론 방산비리를 비롯해 군내 구조를 바꾸는 강도높은 국방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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