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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비밀접촉' 관여한 유완영 회장

 

“남북관계,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
'싱가포르 비밀접촉' 관여한 유완영 회장 (수정)
 
 
2013년 03월 18일 (월) 15:38:02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통전부장 직접 협상은 분단 역사상 처음”

   
▲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이 13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통일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백운종 객원기자]
“이명박 정부의 대북 협의 중에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협상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다. 통전부장이 직접 협상을 했다는 것은 분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9년 10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간의 이른바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은 지난 13일 오후 2시 여의도 사무실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북측이 통전부장을 내세웠을 때는 그만큼 중요한 관계개선을 생각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처음으로 ‘싱가포르 비밀접촉’ 관련 인터뷰에 응했다는 유완영 회장은 “그때까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과 협상해본 적이 없지 않느냐”며 “중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면할 수 있는 위치의 고위급 협상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임태희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20일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접촉한건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하고 “북측이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한 ‘인도적 조치’를 하면, 우린 그에 상응하는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기본원칙을 갖고 북측을 설득했다”면서 “말하자면 한국판 ‘프라이카우프’였던 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라이카우프’(Freikauf)는 서독이 동독에게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정치범을 데려오던 방식으로 ‘자유를 산다’는 뜻이며, 이명박 정부는 비밀접촉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식량지원을 하는 방안을 제시해 북측에서도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태희 전 실장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추진한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협상은 11월 통일부와 통전부 간의 이른바 ‘통-통 라인’의 협상으로 이어졌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유완영 회장은 “언론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국군로포.납북자 문제를 명문화 했다는 것은 분단사상 처음으로 금기시되는 대목까지 서로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을 데려오느냐 적게 데려오느냐 차이 가지고 논란은 있었지만, 그 행위를 처음 명문화 했었더라면 역사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랜 남북경협 경험을 토대로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간접 관여했던 유 회장은 임태희 전 실장이 비밀접촉에 나서게 된 계기를 “언론에도 보도됐듯이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조문단이 왔을 때 임태희 전 실장이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임태희 전 실장은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협의가 통일부로 넘겨져 남측 통일부와 북측 통전부의 이른바 ‘통-통 라인’으로 전환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대통령 입장은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해야 된다는 인식이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며 “정치인 임태희였다면 아마 달랐을 수도 있지만 노동부 장관인데 주무 부서가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특히 ‘통-통 라인’ 접촉에서 합의가 파탄난데 대해 “김태효 비서관도 예전에 계속 이야기했지만, ‘한 1년만 끌면 북이 무너진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지금 본다면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하고 “결국 통치하는 사람의 철학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나는 (협상이) 깨진 것이 아니라 미완성이라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의 북측과의 접촉에서 있었던 많은 얘기들이 북측으로부터 공개됐지만 결국 임 전 실장과 협의했던 내용에 대해서는 북측이 아직까지 어떤 말도 없었다는 것은 그쪽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당시 협상 내용에 근거해 다시 추진해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

   
▲ 유완영 회장은 남북관계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백운종 객원기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서 남북관계는 상당히 변화할 수도 있고 후퇴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 우리가 특사를 보내서 설명한 적도 없고 그 얘기를 해준 적도 없다”며 “그러니까 북측 입장에서는 ‘비핵.개방.3000’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이러이러하게 남북관계를 가겠다. 너희도 여기에 우리랑 맞춰라. 그러면 뭔가 다른 면이 있을 것이다’ 이런 진지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며 “남녀가 연애할 때처럼 서로의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신뢰를 기반으로 해서 간다면 성공확률이 높다고 본다”면서 “매번 협상을 하거나 할 때마다 변하는 것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정해지면 끝까지 가야한다. 설령 진행하다가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지금 핵문제로 인해 시끄럽기 때문에 그 잠복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핵확산 억지력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우리는 핵 자체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므로 이 차이를 한미 간에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금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가 나왔는데 바로 북한은 또 핵실험을 한다든지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것”이라며 “북미 간에 극단상황까지 가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그런 시점을 본다면 10월까지는 이런 상황이 가지 않겠나”라고 진단하고 “그 기간 동안 우리 안보라인이 흔들리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북쪽을 설득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때 가서 이렇게 하고 저때 가서 저렇게 바뀌는 것은 지난 5년을 풀어 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것이며, “오늘은 제재하고 내일은 대화하고, 이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의 대북접촉 시도와 최대석 대통령직 인수위원 낙마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받지 않고 움직였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과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도 임명되지 않아 대북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았는데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남북관계 개선돼도 레버리지 상당히 떨어져”

   
▲ 유완영 회장은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물류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백운종 객원기자]
실제로 평양에 모니터 조립공장 등을 운영했던 유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중요하다 보니까 내륙에 들어가서 고생한 기업들에 대한 문제점이나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다”며 “왕래가 없다 보니까 관리를 할 수 없는 입장이 돼 버렸고, 관리를 못하니까 투자해놓고 거의 벌거벗고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리스크가 컸지만 또 돌아올 수 있는 게 컸다라고 생각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갔던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통일부 가면 맨날 돈이나 달라 하는데, 나는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 정부는 어떨지 몰라도 북측의 변화는 경협인들이 손실을 본 것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도와줘야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최근에 달라진 부분 중에 하나”라며 “공식석상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북측) 관계자들이 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지난 5년을 거쳐 북측도 남북관계가 풀려야지 먹고 산다는 개념은 많이 떠났다”며 “북측도 일단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학습효과를 가졌고, 남북 거래했던 부분들이 전부 중국과 직접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레버리지(지렛대)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경제논리로 지금 거래하고 있는데 남측이 온다고 해서 더 비싸게 사주지 않는 한 우리한테 뭘 주겠냐”고 반문했다. “일반 기업하는 입장에서 거래처 하나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냐”는 것이다.

유 회장은 “5.24조치가 풀어지지 않는 한 남북 민간교류는 갈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경협업자들의 방북을 허가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도 “지금은 핵문제에 또 걸려 있다 보니까 그 자체도 풀 수 있는 해법이 상당히 적어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유 회장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물류분야에 진출해보고 싶다며 “철도.도로 연결이라든지, 라진선봉 화물운송 부분에 관심이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수정,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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