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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전자파 측정, 과연 ‘적법하고 믿을만한’ 측정이었나

 
김동현 기자 abc@vop.co.kr
발행 2017-08-13 17:27:38
수정 2017-08-14 07: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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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부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기지에서 환경부와 국방부 조사단이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12일 경부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기지에서 환경부와 국방부 조사단이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주한미군 제공
 

경북 성주의 ‘사드 레이더’ 전자파와 소음이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국방부의 발표를 놓고 주민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전자파와 소음 측정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는 별도로 주민 설득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발사대 4기를 추가 임시 배치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합의에 의한 배치’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국방부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과 공동으로 사드배치 부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관련 전자파∙소음을 측정한 결과 각각 ‘기준치 이하’, ‘거의 영향 없음’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사드 레이더로부터 100m 거리에서 6분 연속으로 측정한 평균값이 ㎡당 0.01659 W(와트)였다. 100m 지점에서 사드 레이더를 껐을 때는 ㎡당 0.001893W로 나타났다. 켰을 때와 껐을 때는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현행 전파법에서 정한 인체보호 기준 10W/㎡의 637분의 1수준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날 전자파∙소음 측정은 기지 내에서 이뤄졌다. 애초 김천 율곡동 혁신도시 내 한국도로공사, 한국법률구조공단 등 2곳에서도 전자파 측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됐다.

12일 경부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기지에서 환경부와 국방부 조사단이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12일 경부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기지에서 환경부와 국방부 조사단이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주한미군 제공

국방부 전자파∙소음 측정 결과 공개…“어떤 출력에서 측정했는가”는 공개 안 돼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측정된 전자파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전파법상 인체 노출 허용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휴대전화가 기지국을 찾을 때 나오는 전자파보다 작을 정도로 미비한 수준이다.”

그동안 한국은 물론 괌이나 일본에서 논란이 됐던 기기라고 보기엔 놀라운 결과였다.

강현욱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상당히 높은 전력이 필요한 전자기기인데다 고주파 기기로 알려져 있다”면서 “100미터 앞에서 쟀는데 도심에서의 전자파보다 낮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측정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강 대변인은 “모든 전자기기에는 출력이 있는데 어떤 출력에서 이 수치가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적어도 최소 출력에서는 얼마의 전자파가 나오고 최대 출력에서는 얼마가 나오는지 정도는 공개돼야 믿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레이더의 정확한 출력은 알려주는 것이 제한돼 있다”면서 “사드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출력값을 공개하면 ‘적국’에 유용한 정보가 되기 때문에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측정을 일시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 전자파 감지장치를 설치해 상시감시 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발사대와 함께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 모습
사드 발사대와 함께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 모습ⓒ레이시온사 공개 사진

강 대변인은 “그렇게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기라면 왜 기기의 100미터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선 안 되고 3.5km 안에는 허가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미육군의 교범은 왜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소음의 경우 레이더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에서 나는 소리로, 100m 지점에서 50데시벨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화할 때 나오는 소리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소음 측정은 다른 환경영향평가에서 진행했던 소음 측정과정을 봤을 때 선뜻 납득하기는 어렵다. 통상 소음 측정은 낮과 밤, 지역, 계절별로 측정해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는데, 단순히 기기 주변에서 측정한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에 갈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6분간 측정한 것으로 어떻게 문제없다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면서 “이렇게 측정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를 대동하고 측정계획을 세우고 측정하자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측정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증 일환,
환경영향평가 범위와 계획부터 다시 수립해야 ‘적법’

이번 전자파와 소음 측정은 국방부가 제출해 환경부가 검토하기로 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검증 일환이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측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어 적법한 측정이 아니었다는 것.

국방부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추진된 것으로, 사드 부지 쪼개기 논란과 맥이 닿아있다.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제공하는 부지 중 일부를 쪼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던 것이다. 전체 부지를 대상으로 할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일반 환경영향평가’나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부지를 나눴던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이 문제와 관련해 TF를 구성하고 논의한 결과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하기로 했다. 한 사업에 대해 두가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김천·성주 주민들과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은 10일 오전 9시 성주 소성리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합법화 하려는 환경부의 현장조사 확인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천·성주 주민들과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은 10일 오전 9시 성주 소성리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합법화 하려는 환경부의 현장조사 확인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제공

강 대변인은 “국방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라고 지적했던대로 불법이고 적폐였다면 마땅히 취소했어야 했다”면서 “오히려 정지시키기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인정하는 것은 지난 정부의 적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전략 환경영향평가’의 차이도 있지만 이들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앞선 두 환경영향평가 방식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환경부가 개입하게 돼 있고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계획을 확정하게 돼 있다. 즉, 전자파나 소음을 측정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국방부가 진행하고 환경부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강 대변인은 “이번 전자파∙소음 측정 일정을 3일 전에 통보받았다”면서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섭외할 시간 조차 부족했다”고 전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나 ‘전략 환경영향평가’였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였어도 국방부가 주민들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서주석 차관과 대화했을 때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주민 추천 전문가와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런 식이면 전혀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전자파·소음 측정 결과를 갖고 주민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며 “주민이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주민 참관하에 측정을 다시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오는 17일 주민공청회를 겸한 토론회를 주민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주민들이 오히려 토론회를 제안했었다”면서 “대신 국회에서 사드 특위가 주관해서 진행하고, 방송사들이 생중계하는 공개된 토론회를 하자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제안에 대한 답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하는 것은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아예 없다고 생각해 국방부의 토론회 제안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성주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성주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드 임시배치 여부는 또다른 쟁점이다. 국방부는 ‘임시 배치’가 환경영향평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주민 설득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발사대 4기를 반입한다는 계획이다. 즉 지난 4월처럼 새벽에 기습적으로 배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임시배치’는 과연 적법한 것인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고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기지의 공사는 허락될 수 있는 것인지, 그에 앞서 ‘전략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은 아닌지 성주 사드 기지를 둘러싸고 해명돼야 할 ‘의문’들이 많지만 국방부는 주민들과의 ‘협의’없이 ‘사드배치’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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