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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남발, 군사독재정권이냐"... 한파 뚫은 '윤석열 거부' 함성

[현장] 광화문에서 거부권 규탄 시국대회 ... "쌍특검도 거부? 국민적 저항 직면할 것"

23.12.16 16:21l최종 업데이트 23.12.16 19:08l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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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부터 간호법, 최근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이르기까지, 거부권을 반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사회의 저항에 직면했다.

전국민중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82개 단체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앞에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졌지만, 도로를 메운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민생에 대한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헌법 유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힘껏 외쳤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해당 법안들은 8일 국회에서 재의됐지만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관련 기사: [오마이포토] "거부권 남발하는 대통령 거부" 시국선언 https://omn.kr/26qaj).

비상행동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로 발의된 법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윤 정부의 행태에 대해 국민의 63.4%가 잘못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후에도 시국대회를 이어 윤 정권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전국적인 저항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군사독재 버금가는 윤석열 정부, 국민 저항 직면할 것"
 
발언하는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  발언하는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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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언자로 나선 송성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파기됐고 이후에도 쌍특검(김건희특검법, 대장동50억클럽특검법), 이태원참사 진상규명특별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군사독재 정권 버금가는 윤 정부의 거부권 남발 행태는 반드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근 전국비상시국회의 목사도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공정을 구현하겠다'고 했는데 국회가 법을 의결할 때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다. 공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권력은 반드시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윤 정부가 의료 노동자를 기만하고 있고, 노동 3권을 부정하며 언론을 장악해서 국민의 귀를 막으려고 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을 기만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부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시국대회를 열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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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대회 참가자들은 이들 발언이 끝날 때마다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 '헌법 유린 민주파괴 막아내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대회를 마친 오후 2시 40분부터는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정권 거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종각과 을지로를 거쳐 한국은행 방향으로 행진했다.
 

태그:#윤석열, #거부권, #방송법, #노동법, #재의요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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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원전 ‘SMR’ 선두주자 뉴스케일 사업 중단의 의미

WNISR “상업적으로 실패할 기술에 각국정부가 계속 투자하는 이유는 수수께끼”

한국경제 5월 5일 1면 ⓒ한국경제
「울진에 국내 첫 소형원전 들어선다」

올해 5월 5일 한국경제신문 1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경북 울진군에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Corp)가 개발 중인 소형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가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번 한·미 SMR 동맹은 2035년 6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SMR 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이 외에도 △ 울진군-GS에너지 의기투합 “국내 최초 SMR 건설하자” (매일경제) △ 울진군-GS에너지, 울진에 소형모듈원자로 도입 추진 (동아일보) △ 뉴스케일 SMR, 韓 기업이 만들고 울진에 도입 추진 (전기신문) 등 다수의 언론이 이 소식을 주요뉴스로 다뤘다.

뉴스케일은 원전 관련 언론보도에 틈만 나면 등장하는 SMR 개발 선도 기업이다. 뉴스케일의 SMR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20년 설계인증을 받았다. 미국 NRC로부터 설계인증을 받은 SMR은 뉴스케일이 유일하다. 자사 홈페이지에 당당히 “SMR 기술의 리더, 우리 소형모듈원자로는 모든 수준에서 경쟁사를 능가합니다”라고 써놓을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6월 ‘SMR 주요국 현황과 한국의 과제’ 보고서를 내면서 가장 먼저 소개한 사례도 뉴스케일의 SMR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뉴스케일은 자국에서도 SMR을 단 1개도 짓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뉴스케일이 공들인 미국의 첫 SMR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집단 손해배상소송 원고인단 모집과 주가 폭락 등이 이어지고 있다.

SMR이 무엇이기에, 자국에도 짓지 못한 것을 우리나라에 먼저 지으려는 것일까?

 

 

 

2023년 12월 14일 오후 4시 기준 ⓒ네이버페이 증권

 

미국과 소련 핵잠수함에 쓰던 기술
원전이 커진 이유...“경제성 때문”
“발전소 크기 키웠더니 12~13% 비용절감”
뉴스케일 사업 중단된 이유도 경제성


원자력산업계에서 SMR을 석탄화력을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라고 홍보한다. 이 때문에 기존 원전과 다른 새로운 기술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SMR은 신기술이 아니다.

SMR은 말 그대로 소형원전을 뜻한다. 현대건설 뉴스룸이 SMR 홍보 목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전문가 칼럼을 보면, SMR은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의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에 쓰던 기술”이다. 기존 원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듈’ 형태로 조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등을 모듈 형태로 작게 만든 후 조립하여 완성한다는 개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MR을 “기존 원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MW 이하 소형원전”, “구성 요소를 공장에서 조립하여 설치 장소로 운반할 수 있는 모듈형”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모듈’도 신개념은 아니다. 전 세계 원전의 절반을 지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할 당시 짓던 원전도 모듈형 원전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모듈형 원전을 짓다가 예상보다 너무 많은 초과비용이 발생하면서 2017년 파산했다.

반면, 전 세계 표준 원전은 1000MW급 대형원전이다.

“지금의 (1000MW급) 상용원자로 나오기 전 원전은 소형원전이었다. 처음부터 1000MW 원전을 한 게 아니다. 처음에는 10MW, 100MW 규모의 원전을 개발했다. 그런데 경제성이 떨어지니까, (계속 용량을 키우다가) 1000MW 원전을 짓게 된 것이다.” -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12월 12일 전화통화

1000MW급 대형원전이 표준이 된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OECD 원자력에너지청(NEA)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크기가 크면 클수록 경제성이 좋다. 특히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발전소 규모를 키운 결과 약 12~13%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경제성이 좋다고 무한정 원전을 키울 수 없었던 이유는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즉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의 크기를 계속 키우다가, 물리적 한계를 고려한 가장 적절한 크기가 1000MW급이 된 것이다. (▶NEA 보고서)

뉴스케일이 아이다호에 SMR을 건설하는 미국의 첫 SMR 프로젝트, ‘무탄소 발전소 프로젝트’(CFPP)가 실패한 배경도 이 경제성 문제였다.

뉴스케일은 원전 설계용량을 처음에는 50MW로 설계했다가 경제성 문제로 60MW로, 77MW로 두 차례에 걸쳐 변경했다. 그런데도 예상발전비용이 당초 뉴스케일이 홍보했던 것보다 53% 급등(MW당 58달러 → 89달러)하면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지자체가 대거 탈퇴했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뉴스케일 사업에 대한 불신으로 사업을 탈퇴한 지자체들은 SMR보다 훨씬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대거 이동했다. 이에, 뉴스케일은 결국 지난달 CFPP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케일의 사업실패를 예고했던 에너지전환포럼은 “뉴스케일의 전신인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지난 2000년 ‘다목적 소형원전 개발사업’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독점적으로 지원혜택을 받아온 결과물이기에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케일파워 홈페이지 ⓒ뉴스케일파워

 

우리나라, 1997년부터 수천억 투자
SMR 개발했으나 주문은 0건?
그런데도 장밋빛 미래 그리는 업계·정부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상용할 수 있는 SMR을 개발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투입했다.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일체모듈형원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한국형 SMR이다. 2012년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SMART 원자로에 대한 주문은 전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SMR 'SMART100 계통도' ⓒ한국전력


세계 각국의 SMR 개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매해 보고서를 내고 있는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WNISR)는 2023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100MW 설계에서 170MW 설계로, 롤스로이스가 470MW 설계를 제안하는 등 SMR 설계자들이 더 큰 출력 설계로 이동하는 추세는 ‘규모의 경제’가 계속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그러나 출력을 높인 후에도 SMR은 여전히 경제성이 떨어진다. 상업적으로 실패할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기술에 (각국) 정부가 계속 투자하는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WNISR2023)

그런데도, 정부나 언론은 SMR에 관한 장밋빛 미래만 그리며 투자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6일 한 경제매체 기고 글에서 SMR에 대해 “수많은 분야의 ‘게임 체인저’를 탄생케 하는, 그 근본이자 대지인, 에너지의 신(新)생태계가 되어줄 것”이라고 했고, 지난 5월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울진군에 미국 뉴스케일의 SMR을 건설하기 위한 업무협약’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앞으로 이 시장에서 경제성 있고 안전한 SMR을 만드는 데 아마 전 세계가 경주해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앞으로 우리도 기술개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수출산업으로도 아주 유망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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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빼고 다 바꾸라" 했더니, 정말 부인과 본인만 빼고 다 바꾸는 대통령?

[박세열 칼럼] '퍼펙트 스톰' 앞에 선 尹대통령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2.16. 06:05:11 최종수정 2023.12.16. 08:28:00

 

대통령이 외통수에 빠졌다. 김기현 대표의 SNS 사퇴는 최악이었다. 그 배경에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가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제원 의원이 그 뒤를 따르길 바란 모양이다. 김 대표에게는 특히 '당대표는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김 대표가 우물쭈물한 사이 장 의원이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구 반대편에 있던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게 스토리의 전말이다. 그 '격노'에 대한 화답은 김 대표의 'SNS 대표직 사퇴 통보'였다.

 

모든 게 꼬였다. 김기현 대표는 윤심(尹心)을 오독한 것이 아니라, 윤심에 저항한 것이다. 김 대표가 출마를 할지, 불출마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지만, 이젠 중요하진 않다. 메시지는 발산됐고, 감당은 윤 대통령 몫이 됐다.

 

김 대표가 얼마나 윤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보자.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물갈이'와 '물갈이'의 안정적 관리였다. 그 첫번째 스텝이 김 대표와 장 의원의 총선 불출마였다. 원래 인요한 혁신위의 미션이었다. 인요한의 공천관리위원장 요구를 "수고했다"는 말로 단칼에 자른 김 대표에게, 윤 대통령은 '인요한 혁신안의 완성'을 요구한 셈이다. '중진 불출마'를 '신핵관'으로 바꿔치기하기 위해선 김 대표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퍼펙트 스톰' 앞에서 국민의힘호(號)의 조타실을 먼저 탈출한다. 

 

1년 반 재임한 대통령 임기 중에 당대표가 두 번 날라갔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세 번째 들어서게 생겼다. 내년 4월 총선까지 비대위로 가게 될 경우 대통령 취임 23개월 중 11개월동안 비상 운영되는 정당이 집권 여당의 현 주소다.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쫓아냈던 바로 그 행태가 1년 여만에 총선을 앞두고 재현됐다. 공교롭게도 '이준석 체제'를 무너뜨렸던 주호영,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장제원과 김기현처럼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 비정한 정치판이다.

 

대통령이라는 유일 권력이 여당을 이리저리 조합해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하는 말이 "(비대위원회 구성은) 대통령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한오섭 정무수석)"란다. 이건 사실 민주적 외피를 쓴 5공 시대다. 전두환이 노태우를 민정당 대표로 지명하고 임명한 것처럼. 그래도 대통령이 당대표를 날리진 않았다. 박근혜도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공격했지만, 실제 그를 원내대표직에서 날린 건 초재선 '친박 돌격대' 몫이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직접 불출마를 종용하고, 그 여파로 당대표가 사표를 쓴 건 처음 보는 일이다. 내용상으로 대통령의 구상이 완벽히 관철된 것도 아니다. 장제원은 인요한 혁신위를 무력화한 후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기현은 대통령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대표직을 던졌다. 

 

그런데도 이 일련의 과정들은 대통령을 '제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쫓아냈다고 믿게 만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을, '권력 견제' 프레임을 오히려 강화키고 있다. 대통령은 힘이 빠지고 있지만,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거대 야당에 막힌 대통령은 여전히 당대표를 갈아치울 정도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인식된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쇄신을 한다? 정치인이 피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시도를 두 번 반복하는 것이다. 새로움은 클리셰가 되고 반복은 진부함이 된다. 23개월 중에 11개월이 비상이면, 비상이 일상이다. '윤심' 비대위원장이 들어서서 '인요한 혁신위'를 계승하자고 중진들에게 칼을 휘두르면, 그걸 유권자들이 '혁신'으로 봐줄까? 비상의 남발이고 혁신의 남용이며 쇄신은 피로해졌다. 김기현 사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뿐이다. 

 

복합 위기의 동시 진행, 퍼펙트 스톰이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큰 위기의 이면에는 작고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300여 번의 위기들이 중첩돼 있다. 1991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퍼펙트 스톰>에서 만선의 꿈을 품은 선원들은 허리케인 소식을 듣고도 '작은 허리케인'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배를 타고 어장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작은 태풍은, 다른 자연 현상들과 맞물리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여기에 사사로워보이는 사고들이 중첩되며 선원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완벽한 재앙'에 갇히게 된다.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다.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말했지만, 그가 타고 있는 배는 지금 '퍼펙트 스톰'을 향해 돌진 중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막시마 왕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퍼펙트 스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할 일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향후 윤 대통령 앞길에 놓인 정치 일정은 비정하기 짝이 없다. 당장 28일 처리가 확실시되는 '김건희 특검법' 정국이 있다.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일각에선 재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표의 이탈을 우려하지만, 친윤이든, 반윤이든 총선을 앞두고 특검이 가동되면 다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 것이기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문제는 제 2의 '김건희 특검법', 제 3의 '김건희 특검법'이다. 당장 야당은 꽃놀이패다. 김건희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이번 특검 법안에 집어 넣으려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 비대위원장을 위시한 여당이 재의결을 막아도, '디올 백 특검'은 총선 이후 새로 만들면 된다. 지금 <서울의 소리>가 검찰에 고발한 '디올 백 사건'은 형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검찰 수사를 지켜 본 후 특검을 새로 발의해도 늦지 않다. 야당 탓 하기는 애매하다. 영부인 본인이 자처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있다. 배를 돌리는 것이다. 지금 모든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 예외주의'에 있다. 이걸 벗어나면 된다. 당장 국정 기조를 변화시키고 협치에 나서야 한다. 기준은 있다. 보수 가치를 해하지 안되, 야당의 입장을 고려해 줄 수 있을만한 일들은 양보하는 게 먼저다. 

 

첫째, 인사 문제. 당장 검사 출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거둬들이고, 이념 과잉 '뉴라이트' 장관들을 교체해야 한다. 언론 장악 논란, 홍범도 흉상 논란 등 '이념 전쟁'의 싹을 자르고 모든 걸 원위치 해야 한다. 둘째, 야당과 공감을 나누는 정책 우선 추진을 천명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한다. 이를테면 연금 개혁, 의대 정원 개혁 이슈는 극한 대립 속에서도 충분히 야당과 대화할 만한 과제가 아닌가. 셋째, 당무 개입을 중단하고 총선 엄정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 '김태우 공천'과 같은 어이없는 정무 판단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천권을 당에 돌려주는 게 맞다. 넷째,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위해 영부인은 성실하게 '명품 백 의혹'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주가 조작 특검 처리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할 만한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이 네가지 외의 것은 국민의힘이 가진 '보수의 가치'에 기반해 야당과 치열하게 논쟁하면 된다. 재정 문제(감세 문제), 교육 개혁, 노동 개혁 문제에선 얼마든지 야당과 각을 세우며 '보수 정부'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답안지는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바뀌었다는 신호를 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퍼펙트 스톰 이전으로 돌아가, 그간 뭘 잘못했는지, 사사로이 보이는 것들까지도 짚어내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명언 하나는 남겼다. 의도치 않았지만, 텍스트는 발화되는 순간 해석하는 자들의 것이 된다.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된다." 

 

지금 대통령은 이 격언을 엉뚱한 방식으로 완전히 오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서호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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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벌총수들 병풍으로도 부족해 술상무로 썼나"

연일 쏟아지는 논란에 민주당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 "국힘 협조 않으면 18일 단독 개의"

23.12.15 18:17l최종 업데이트 23.12.15 19:46l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2023.11.25
▲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2023.11.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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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추가되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외압 정황, 네덜란드 순방 관련 과도한 의전 요구 논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총수들과의 술자리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대통령실 관련 의혹·논란들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오는 18일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운영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 안 돼... 국민의힘 현안 질의 협조해야"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에 국회 운영위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 회의 개회를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는 그 이유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사건 회수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 드러났고, 오늘은 대통령 순방 관련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네덜란드 측이 한국 대사를 직접 불러 불만을 표한 것이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서 리투아니아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논란에 대통령실이 호객 행위에 당했다고 해명해 논란을 일으키는 등, 대통령실 외교 의전에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및 예측 실패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재벌 총수 파리 술자리 만찬 논란 등에 대해서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사안들"이라고 지목했다.

박 수석부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운영위 전체 회의 개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수석부대표는 "월요일(12월 18일) 오전까지 지켜보고 응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18일) 오후에는 (야당 단독으로) 개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여당을 향해선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계속 의혹만 쌓여가는 상황인데, 협조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한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운영위는 지난 6일 열렸지만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불참하면서 30분 만에 산회한 바 있다.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박 수석부대표가 지적한 이유다.

"대통령, 재벌총수들 술상무로 썼나"
 
12월 6일 부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이 소집을 요구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당 간사 자격으로 참석해 있다.
▲  12월 6일 부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이 소집을 요구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당 간사 자격으로 참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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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 등 야당은 운영위 소집 요구와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과 관련해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한 비판 논평들도 쏟아냈다. 특히 이날 뒤늦게 알려진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총수들과의 술자리 논란이 주된 타깃이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을 병풍으로 쓰는 것도 부족해 술상무로 썼나"라면서 "윤 대통령은 성과 없는 해외 순방에 수백 억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들을 해외까지 데리고 가서 술자리를 벌인 것에 대해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정의당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하나씩 드러나는 엑스포 유치 전후 상황을 보면 한 표 얻는데 198억씩 쏟아부은 유치 실패 외교 참사는 인재였고 필연이었다"면서 "문제점을 분명히 짚고 잘못을 바로잡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통령의 만찬은 노고 감사 위한 것"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적극 감싸고 나섰다. 무엇보다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총수와의 술자리 논란에 대해서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재벌총수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저녁 식사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대통령실은 관련 언론보도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순방을 두고 무조건 폄하하기에만 여념 없는 민주당의 비난이 참담하기만 하다"면서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만찬은) 부산 박람회 유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유치위원회 위원 등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자리였음에도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상식적인 정당이라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순방 외교 성과가 어땠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와 기업의 국익을 위한 노력도 민주당엔 그저 비난하고 깎아내릴 대상이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 엑스포 유치전 중 파리에서 술자리 https://omn.kr/26rqa
- "사령관이 분명히 말했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https://omn.kr/26o91
한국대사 초치 논란에 외교부, 네덜란드 메시지까지 공개 https://omn.kr/26rlg
'부산 엑스포 실패' 물어야 하는데..."정쟁" 프레임에 막힌 운영위 https://omn.kr/26npi
 
태그:#대통령실#재벌#윤석열#대통령#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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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 강화 -> 북·러 밀착-한·중 냉랭

[2023 송년특집 ①] 한반도 주변 관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2.15 18:13
  •  
  •  수정 2023.12.16 08:24
  •  
  •  댓글 0
 

2023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몇 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꿈쩍도 하지 않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답답함에 아쉬움을 보내면서, [2023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임계점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미·중 전략경쟁’, 2년 가까이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존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이 속한 ‘인도-태평양’(미·일) 또는 ‘동아시아’(중국) 지역 정세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역대급 미사일 발사와 한·미(·일)의 전례 없는 연합군사훈련이 불러온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됐다.   

이 흐름을 반영하는 세 가지 사건을 꼽는다면, 미국 워싱턴 DC 교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8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 무산(11월)이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 :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2023년 상반기 북·중이 ‘코로나 봉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각각 발목 잡힌 가운데, 한·미·일이 먼저 치고 나갔다. 

올해 1월 11일 외교·국방부 새해 업무보고 때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국내 보수층 일각의 핵무장 요구에 기반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4월 하순 ‘한미동맹 70주년 계기 미국 방문’ 내내 최우선 관심사였고, 결국 「워싱턴선언」으로 봉합됐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를 서약했다. 대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협의그룹(NCG) 설치’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별도 채택된 「한미동맹 70주년 공동성명」(이하 ‘한·미 공동성명’)에는 북한을 넘어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내용들이 빼곡하게 들어갔다.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체계 구축, 대잠수함 및 해상미사일방어 등 3국 훈련 재개, △대만 해협 평화·안정 유지와 남중국해 등에서 항행·비행의 자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연대 동참-우크라이나에 정치·안보·인도·경제 지원 제공 등이다. 

한·미 공동성명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하였고, 지역 및 경제 안보에 관한 3국 협력 심화로 이어지는 한일 간 협력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하였다”고 명시했다. ‘강제징용해법’ 발표(3.6)와 방일(3.16~17) 등 윤석열정부의 대일 유화조치들이 방미 선물이었음을 의미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5.7~8),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5.19~21) 참관이 이어지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를 묵인하는 지경까지 나아갔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 후 회견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 후 회견하는 한미일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이라는 세 가지 문서(이하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채택했다.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공통 인식에 기반하여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다짐하고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3자 차원의 신속한 협의”를 공약했다. 

한·미·일 3자가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체’가 지역 내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북·러 밀착하고 한·중 멀어지고       

새해 첫날 북한은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한미일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가 (...)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었다”고 알렸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미 연합군사연습 등 계기에 북한은 어김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발사했다. 한·미·일이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가져가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는 모양새도 되풀이됐다.    

7월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7월 27일 평양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올해 7월 27일 저녁 평양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열병식’은 ‘북·중·러 연대’가 극적으로 부각된 행사였다. 주석단에 나란히 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부총리급),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전파됐기 때문이다. 

이 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파견한 대표단의 면면은 이후 북·러, 북·중 협력이 각각 군사적, 비군사적 방향으로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타스통신]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났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사용할 포탄이 절박한 러시아와 정찰위성 등 첨단군사기술 등이 필요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방문지가 중국이 아닌 러시아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승 70돌’ 계기 중국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대러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 지렛대를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선택도 흥미롭다. 북한과 밀착하지 않고, 한국과의 멀어짐을 감수하는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11월 APEC 회의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를 각각 만났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윤 대통령을 패싱한 게 그 증거다.

중국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2030 엑스포 참패’와 마찬가지로 ‘한·중 정상회담 무산’도 윤석열정부의 소망적 사고가 빚은 “예고된 외교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APEC 회의 때 중국의 선택지에 한중 정상회담은 없었다”고 전했다. “리창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내년 초 개최도 난망하다”면서 “4월 총선 이후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알렸다. 

중국이 흑연에 이어 요소 수출통제에 나선 것도 한·중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4년 한반도 주변은 어떻게 움직일까?

내년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규정할 중요한 변수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1월 대만 총통선거, 3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도 내년에 치러진다.       

낮은 지지율로 신음 중인 한·미·일 정상들에게는 악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올해 한·미·일 정상이 쌓아올린 나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중·러 진영’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실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시선 분산 등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득표율이 문제이지 당선 자체에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2024년은 ‘신(新) 중국 75주년’이자 ‘북·중 수교 75주년’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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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통해 알게 된 '인간 방패'의 진실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14 16:47
  •  
  •  댓글 0
 

 

하마스는 ‘인간 방패’를 사용하는가

나토 보고서, 근거 부족한 주장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 차고 넘친다

‘인간 방패’, 이스라엘이 사용했다

하마스가 자국민 즉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방패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미국은 하마스가 ‘인간 방패’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U 역시 11월 13일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 언론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구글에서 ‘하마스 인간 방패’를 검색하면 10월 7일 이후로 표시되는 106개의 뉴스를 볼 수 있다.

 

하마스는 ‘인간 방패’를 사용하는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논란은 2013년 7월 20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촉발했다. 네타냐후의 주장은 2015년 나토(NATO)가 작성한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Hamas’ use of human shields in Gaza)이라는 보고서로 설득력이 강화되었다.

이쯤 되면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이와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2014년 7월 25일 발간한 “이스라엘/가자지구 분쟁: Q&A”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의 주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앰네스티는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부터 특정 장소나 군인, 장비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이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7월 25일 홈페이지에 "이스라엘/가자 분쟁" 에 대한 Q&A를 게재했다.

앰네스티는 아래와 같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 분쟁에서 국제앰네스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가자지구 주거지역에서 로켓포를 발사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재 하마스는 모든 민간인은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무시할 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촉구하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민간인에게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현재 하마스가 분쟁 중에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무시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이런 조치는 혼란과 이주를 최소화하려는 욕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하마스의 그런 조치는 특정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요약하면 하마스 등이 국제법을 위반하여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로켓포를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민간인을 대피시키지 않는 하마스의 행위는 특정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것이다.

 

나토 보고서, 근거 부족한 주장

앰네스티의 결론과 이스라엘(그리고 미국, EU, 나토)의 주장은 상반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세우는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는 무엇인가. 2015년의 나토 보고서는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나토 보고서는 3장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한다.

첫 번째 사진은 아이들이 박격포 발사를 지켜보는 장면이다.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하마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인간 방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하마스’가 공격받는 사진이 아니라 ‘발사하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두 번째 사진은 이스라엘방위군(IDF) 공식 트위터를 캡쳐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이 예고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와 있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아이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왔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사진도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아이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온 것은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방위군도 지적했다시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세 번째 사진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주변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몰려있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이 떠나라고 경고했음에도 이들은 남아 있었고, 그 결과 2명의 성인과 6명의 어린이가 죽었다”라는 설명이 실려있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하마스로 특정할 만한 무장 병력은 보이지 않는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근거 아닌 근거’를 제시하는 나토의 능력은 우리 언론에서도 발견된다. 한국경제는 2023년 10월 10일 “나체여성 트럭에 싣고 달렸다...무차별 하마스 납치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마스의 ‘인간 방패’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부제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20여명의 군중이 지나가는 트럭(형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을 환호하며 뒤쫓아가는 2초 가량의 영상이 삽입되어 있을 뿐이었다. 기사 하단엔 무장한 사람들과 함께 차로 이동하는 여성 노인의 사진이 걸렸다.

​▲ 한국경제가 올린 동영상은 기사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다.

 

▲ 한국경제가 올린 사진은 기사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다.

관련 정황은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보다는 “아직은 관련 증거가 없다”라는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 차고 넘친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2014년 팔레스타인 사람의 계정으로 보이는 트위트 계정에 아래와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023년 11월 10일, Issa Amro라는 이름의 계정에 18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억류자를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팔레스타인 사람이 눈이 가려진 채 바닥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이스라엘 군인이 서 있다.

물론 이 사진들 역시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되지 못한다. 사진 속의 무장 병력이 이스라엘 군인인지, 사진 속의 억류자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인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는 단지 사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이스라엘 군사 법원은 9세의 팔레스타인 어린이에게 부비트랩 확인을 강요하여 ‘인간 방패’로 사용한 군인 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08~2009년 이스라엘-가자 전쟁에서 발생했다.

▲ BBC의 2010년 보도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2004년 4월 29일 13세의 팔레스타인 소년이 ‘인간 방패’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4월 22일 발생했는데, 13세 소년은 이스라엘 군인에게 체포된 후 지프차 유리창에 묶여 ‘인간 방패’로 사용되었다. 이는 당시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 소년의 왼쪽 팔은 차량에 묶여 있다.(흰 동그라미)

2022년 5월 19일 국제아동보호국(Defense for Children International)은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소녀를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폭로에 따르면 5월 13일 오전 8시 경 이스라엘 군인은 16세의 팔레스타인 소녀를 군 차량 앞에 서도록 강요하고, 2시간 동안 차량 밖에 서 있으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군이 그 소녀의 오빠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그 소녀를 ‘인간 방패’로 내세운 것이다. 그 소녀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너는 테러리스트이다. 네 오빠와 작별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어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 국제아동기구의 2022년 5월 19일자 폭로

국제아동보호국의 폭로는 2023년에도 이어졌다. 2월 22일 이스라엘 군인은 자신들의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운영하던 빵집 위 계단에 16세 소년을 세워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3월 1일 오전 11시경엔 이스라엘 군인이 난민 캠프의 한 가족의 집을 포위하고 수색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4명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 국제아동기구의 2023년 5월 18일자 폭로

‘인간 방패’, 이스라엘이 사용했다

하마스가 자국민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이를 받아 미국, 유럽연합, 나토 등이 ‘근거 아닌 근거’를 내세워 되풀이할 뿐이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법원뿐 아니라많은 국제기구에서도 인정했다.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은 숨길 수 없는 팩트이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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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보인 푸틴 "경제성장 3.5%, 실업 3%"…미국과도 "관계 개선 의지 있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장시간 기자회견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3.12.15. 06:58:22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의 대화 '올해의 결과' 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3.5%로 예상되고 실업률은 역사상 최저치인 3%를 기록하는 등 경제 성과를 언급했다고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제 생각에 오늘 우리는 이 목표를 성취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러시아는 달러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서방은 달러와 유로화 결제에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그들(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또 다시 발등을 찍고 있다. 왜 그들은 달러와 유로화의 세계 기축 통화로서 가능성을 줄이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환이익 규제에 관한 법령이 제 역할을 했다"며 "루블화는 현재 일시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외 무역에서 루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월 최대 40%, 위안화 비중은 33%인 반면 달러와 유로화 비중은 24%로 줄었다고 결론지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의 가스를 수입하지 않는 제재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유럽이 충분한 가스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럽의 문제"라고 말해 유럽 스스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일부 국가들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산 가스를 수입하지 않는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기존보다 에너지 투입에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주권을 잃었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그들은 스스로 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유럽과 관계 개선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프랑스와 접촉을 회피하지 않지만 파리 쪽에서 의지가 없다"며 "유럽 국가들, 특히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렵지만,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미국과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조건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세계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나라라고 믿지만, 미국의 절대적인 제국주의적인 정책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 그 자체를 괴롭히고 있다"며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날 필요가 있고 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편입 시도가 현재와 같은 전쟁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편입시키기 위해 (러시아) 국경에 더 가까이 다가오고자 하는 욕망이 이 비극을 초래했다. 이 모든 것이 돈바스에서 8년간의 유혈사태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하나의 민족"이라며 "지금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내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수십 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왔지만, 2014년 사건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크림반도를 병합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나토가 활동 반경을 아시아로 넓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분명히 이 기구의 법적 목표인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시아에서 무엇을 하나"라며 "그들은 그곳에서 도발하고, 상황을 과열시키고, 다른 구도의 새로운 군사 정치 블록(Bloc)을 만든다"고 비판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블록을 만들지 않고 양국의 협력은 제3국을 향하지 않는다"며 "중국과 관계는 전례 없이 좋은 상태이며 올해 무역은 2000억 달러가 넘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군사화, 중립적 지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의미하는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의 목표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적은 대규모 반격을 발표했지만 어디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자국민을 몰살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다른 나라에 가서 자금을 구걸하고 반격의 '성공'을 보여주려 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국가 유지와 군사 부품, 장비, 탄약에 대한 추가적인 돈을 구걸하기 위한 여행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군사 충돌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상황 해결을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이에 대한 양국의 입장도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당연히 재앙이다.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 작전과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이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장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61만 7000명의 러시아군 병력이 작전 지역에 배치돼 있고, 전선의 길이는 2000km가 넘는다면서 "거의 모든 전선을 따라 러시아군의 위치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동원령에서 48만 6000명이 자원입대를 지원했다면서 병력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을 겸한 국민과 대화 행사는 2001년 이후 거의 매년 열렸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던 지난해는 열리지 않았는데, 침공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해외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자신감을 갖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내년 3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황, 경제 상황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보여줘야 할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점도 이날 행사가 개최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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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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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하던 걸? 윤 대통령과 용산의 네덜란드 순방 성과 부풀리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이른바 ‘엑스포 참사’ 직후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나선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네덜란드 순방 성과 홍보를 쏟아내고 있다. 다소 과장된 내용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협력에 관한 내용들이다. 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와 이른바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를 격상시켰다고 하면서, “반도체 동맹은 초격차를 유지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과학 기술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에 관한 관계가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고 하면, 이번에 저의 방문을 계기로 협력 관계를 동맹 관계로 끌어올렸다. 동맹은 중요한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 관계였는데,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협력 관계와 윤 대통령이 말하는 ‘동맹’이 내용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맺는 것 자체가 현재의 국제질서나 미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공급망 재편 구도에서 어떤 의미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과 네덜란드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칩4 동맹 구상에 강하게 종속돼 있는 국가다. 한국은 칩4 동맹 구상의 직접 당사국이고, EUV 노광장비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인 네덜란드는 미국 칩4 동맹 구상의 핵심 수단이다. 결국 동맹 질서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고, 그 구상에 따라 한국과 네덜란드는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주도 동맹 구상에 종속돼 있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맺는 동맹이 독자성 및 실효성을 지니는 건 비현실적이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4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은 경제안보 논리상 미국이 이익을 가져가는 의미에서의 동맹인데, 네덜란드도 한국과 비슷하게 지금 미국이 만들어놓은 중국 디커플링의 망 속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리적으로 양국 관계의 위상이 ‘반도체 동맹’이라는 것을 매개로 변화된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양국이 ‘반도체 동맹’을 명목으로 새롭게 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들이 기존에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까?

현실에서 이미 삼성전자는 ASML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전자는 11년 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개발을 위해 ASML 지분 3%를 매입하는 등 오래 전부터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작년에도 ASML을 찾아 EUV 장비 수급 및 기술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우리가 나서서 네덜란드 정부를 움직여 ASML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확보한다는 식의 대통령실의 성과 홍보가 매우 부자연스러운 배경이다.

더구나 ASML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성과 홍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공급망 재편 추진에 따라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ASML의 EUV 노광장비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최근엔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역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품목에 새롭게 포함됐다. ASML로서는 최대 거래처인 중국 수출길이 차단돼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와 같은 파운드리 강세 기업들을 타깃으로 장비를 팔아 매출을 보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우리의 성과 홍보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김준형 전 원장은 “반도체 장비 시장은 셀러스 마켓이 아니라 바이어스 마켓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몇 년간 갑이 되는 관계인데 오히려 우리가 구하는 모습을 하고 우리가 저쪽을 띄워주는 모습을 하니,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이미 ASML과 5년짜리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다.

‘반도체 동맹’의 근거로 포장되고 있는 3건의 MOU(양해각서) 역시 내용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정상 임석 하에 체결된 반도체 관련 MOU는 ▲삼성전자- ASML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 건립 ▲SK하이닉스-ASML의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한국 산업부-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부 간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이렇게 3건이다.

일단 MOU가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R&D 센터나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의 경우 아웃풋이 확실한 생산과 직결되는 시설이 아닌 데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실익 측면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김 전 원장은 “ASML이 아시아에 투자하는 게 우리한테는 R&D인데, 생산과 관련해서는 대만의 TSMC 쪽이다. 대규모 생산공장을 그쪽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대만에 넘어갈 걸 R&D와 더불어 우리가 끌어왔다는 정도는 되어야 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장비 기술밖에 없으니 합작 연구를 하면 오히려 자기들이 가져갈 게 많다”고 했다.

또한 반도체 관련 교육을 위한 아카데미와 같은 사업은 이미 ASML이 한국에서 하고 있다. ASML은 2010년 한국에 자사 장비 설치 및 업그레이드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의 역량 개발과 숙련된 엔지니어 배출을 위한 교육 시설인 ‘핸즈 온 아카데미’를 개소했고, ASML 코리아는 2018년 동탄 본사에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를 개소했다. 올해 5월에는 용인에 새 트레이딩 센터를 또 열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인재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박 수석의 말대로면 한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2010년부터 ‘반도체 동맹’이었던 것일까.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빌럼(왼쪽 두번째)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클린룸을 시찰하며 크리스토프 푸케(왼쪽 세번째)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12. ⓒ뉴시스

윤 대통령이 ASML ‘클린룸’을 방문한 세계 유일한 정상이라는 사전·사후 홍보 역시 다소 궁색하다.

윤 대통령의 클린룸 방문이 마치 보안 수준이 높은 구역에 가는 것인 양 ASML이 특별 대우해주는 일인 것처럼 홍보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순방 1일차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차세대 EUV 장비를 생산하는 ASML 클린룸을 시찰한다. 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처음으로 대외 공개하는 것이며, ASML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깊은 신뢰 관계와 전략적 협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SML은 자사 공식 유튜브 계정에 클린룸 내부를 세세하게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엔지니어가 클린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클린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이재용 회장도 이미 작년 6월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직접 클린룸을 살펴봤다. ASML이 클린룸을 처음으로 대외 공개한다는 박 수석의 말은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동맹’이라는 의미 부여가 최소한 인정을 받으려면 상호 같은 표현을 쓰며 비슷하게 의미부여를 해야 할 텐데, 정작 네덜란드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동맹’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뤼터 총리가 모두발언에서 반도체를 언급한 부분은 “어제 ASML을 방문하셨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마이크로칩을 위한 기계를 이 회사에서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 양국은 이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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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압도하는 힘'으론 평화관리 안돼...더욱 절실한 '안보딜레마'해결 방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15 09:50
  • 수정일
    2023/12/15 09: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통일연구원 2024 한반도정세전망.."한미일 강화, 북중러 약화로 국면전환시켜야"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2.13 23:59
  •  
  •  수정 2023.12.14 03:56
  •  
  •  댓글 0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핵 능력 고도화와 확장억제 강화 전략이 정면 충돌하는 2023년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흔히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한다.

역사적 사례로 확인되는 안보딜레마의 결말은 안보불안을 느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행위가 상대국을 자극해 더 큰 군사력 증강행위로 순환, 강화되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안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북 경색과 북미 교착을 타개하지 못한 한반도는 미국 일극 패권에 대한 격렬한 도전이 터져 나오는 세계정세의 흐름속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적 진영 구조에 편입되어 더욱 심각한 위기로 치닫는 안보딜레마의 태풍속으로 쓸려들어가고 있다.
 
불신에 기초한 안보딜레마는 불안을 키우고, 그렇게 커져만 가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자 안보협력이 구조화되고 진영간 대립으로 확대되는 악화의 순환을 타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북 비핵화 및 대화재개 가능성(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미국·중국의 전략경쟁(민태은 연구위원) △북·중·러 연대 전망(현승수·이재영 연구위원) △북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내외 전략 및 경제 상황 평가(홍민·김진하 선임연구위원, 최지영 연구위원, 정은미 북한연구실장)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조한범 선임연구위원)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발표되었다.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내년 한반도 정세는 시작부터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각 3국협력을 강화하는 국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적으로 안보딜레마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다. 정 실장은 어느 한 진영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같은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북미간 대화를 중재해 온 중국과 한국이 지금은 대척하는 양 진영에 있고, 지금은 대화 중재 역할을 대체할 행위자도 없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 자체를 거둬들인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핵능력 고도화 목표를 달성한 뒤 미국과 대등한 군축 협상을 통해 안보 목표를 일거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대화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구조적 요인과 함께 북한이 대화 재개를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비관적이라는데는 발표자 대부분 이견이 없었다.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한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통일 문제나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와 관계에서 유리한 국면이 열리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관계에 있어 헤어질 결심을 확실히 한 것 같다"고 짚었다.

"남북관계 교착국면은 남북한의 입장 차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사태 등 국제정세의 영향이 반영된 복합적 요인의 결과라는 점에서 단기적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며, "북한은 향후에도 핵 능력 고도화와 대남 강경책 지속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거듭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진하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대외·대남전략에 대한 발표에서 △신냉전 대결구도에 편승하는 '진영외교' 및 '반미' 국제연대 강화(대외전략)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전략적 무시...한국 사회 침투와 공작강도 높여(대남전략) △위기고조 전략으로 한반도 열전화 기도...중·러의 한반도 정세 연루 유인할 듯(2024 전망) 등의 제목으로 극히 비관적인 남북관계 전망을 내놓았다.
 
안보딜레마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 실장은 "안보딜레마가 강력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대화 재개 자체만을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 북한에 과잉 양보를 하거나 북한의 의도를 과소평가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서 "2024년은 비핵화 대화 재개 자체보다 올바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바람직한 전략 환경 구축에 전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가급적 한미일 협력은 강화되고 북중러 연대는 약화되는 국면으로 정세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 세가지 전략적 노력, 즉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여 중러의 전략적 이해를 자극하고 △한일 안보협력이 양국 내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훼손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중국이 러북 협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여 북중러 연대 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차단함으로써 우호적인 북한 비핵화 대화재개의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조야 일각에서 '선 북핵능력 확대 차단 후 단계적 비핵화 추진' 취지의 군비통제(arms control) 해결책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북한의 전술적 책략에 악용되어 결과적으로 '완전한 북 비핵화' 실패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간 협력이 강화되는 국면이 계속되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평화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결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여건을 활용해 부족한 핵능력을 고도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안정적인 핵능력을 확보하면 미국과 군축 협상을 벌이려 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은 중러와의 협력 공간을 궁극적 목표인 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하는데도 외교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북에는 유리하고 한국에는 불리한 이런 환경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북중러 연대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 그 점을 간과한 채 한미일 협력은 강화하면서 북중러 연대는 약화하는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영논리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로지 '상대를 압도하는 힘'으로 안보딜레마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발상 자체가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더구나 중러의 협력관계, 대립하는 미러, 미중의 심화되는 전략경쟁, 북러의 밀착과 북중러 협력에는 거리를 두는 중북 관계 등은 2024년 11월 미국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치며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철저한 친미를 전략적 선택으로 강조해 온 한국이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해 대담한 전략적 방향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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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어떤 희생할 수 있을지 윤석열 대통령 답할 차례”

  • 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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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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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용산 이중대에서 벗어나야’ 지적 이어져

민주당 비주류, 이재명 대표 사퇴 공식 요구

합계출산율 0.65명…50년 뒤 한국 인구 노인이 절반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 사퇴에 따라 당 지도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에도 ‘용산 이중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게 변화의 핵심이지만, 정작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친윤석열계 일색이라는 비판이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15일 아침신문에선 김 전 대표 사퇴 여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대표 사이에 입장 차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대표직은 유지하더라도 불출마 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표직은 포기해도 지역구는 지킨다’로 해석하고 싶었던 결과”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총선 물갈이로 자기 사람을 심고 싶어하는 윤 대통령과 공천을 받아 재선하려는 친윤석열 의원들의 이해관계 상충이 알력다툼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당 안팎에선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다수 신문은 한 장관과 원 장관이 최우선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 장관이 1순위로 검토되고 있다며 “보수층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장관을 의원들와 당원들이 가장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겨레는 “한 장관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윤석열 정부 황태자’로 불리는 윤 대통령 최측근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지 의문이 붙는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 장관 관련 조선일보는 “여권 인사 중 대선 지지율 1위인 한 장관은 ‘기존에 보지 못한 정치인상’으로 당원과 지지자, 국민적 인기가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면서도 “검사 출신으로 ‘또 검사냐’란 피로감이 있고, 정치 무대에서 전혀 검증된 적이 없어 총선 체제를 지휘해야 할 비대위원장 직책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및 청문회 부담이 생기는 데다 민주당이 원하는 ‘반 검찰 총선’이란 프레임에 갇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원희룡 장관을 두고 한겨레는 “지난 대선때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을 맡는 등 공신으로 꼽힌다”며 “정치인 출신인 그는 당과 정치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이 단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두고 조선일보는 “민주당 계열 정치인 출신인 김 위원장의 경우 정통 보수 인사는 아니지만 민주당의 강성 이미지가 없어 국민의힘을 개혁할 외부 인사로 적절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며 “동시에 민주당 대표 출신이어서 여권 내에선 이질감이 있고, 국민의힘 영남 출신 의원들을 비롯해 당내 거부 정서가 크다는 점은 한계”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심’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한겨레 “‘윤심 비대위’는 ‘제2의 김기현’ 초래할 뿐”

김 전 대표 사퇴의 원인이 됐던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게 변화의 핵심이지만, 정작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에서 “위기의 근본 원인인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수직적 당정 관계 청산은 커녕 여전히 ‘용산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 대표의 선출에서부터 사퇴, 그리고 그 이후까지 모두 여전히 ‘윤심’에 의해 좌우되는 모양새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이 참여한 ‘윤심 비대위’는 ‘제2의 김기현’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비대위인 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보다 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집행한 대통령으로부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며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하고 김기현 대표가 물러났지만 사람들이 미진하다고 느끼는 것은 문제의 핵심인 대통령의 입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희생하고 있는데 정작 윤 대통령 본인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희생을 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답할 차례”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을 통해 “집권 1년 7개월 만에 당대표 두 명이 중도 하차하고 세 차례나 비대위 체제로 내몰린 걸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비정상의 여당 뒤에는 항상 대통령실이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을 포함해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과 당정 관계를 되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비대위가 또 다른 용산 직할조직이 안 되려면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직언하며 총선을 이끌 적임자가 비대위원장에 발탁돼야 맞다”고 했다.

 

민주당 비주류, 이재명 대표 사퇴 공식 요구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사퇴론이 공식 제기됐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참여하는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선당후사의 길, 민주적 통합의 길,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자”며 “이재명 대표께 간곡하게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 한발만 물러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이재명 대표 사퇴 요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나왔다. 한겨레는 “민주당 내부적으론 국회의원 선거제도 논란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행보로 내홍을 겪는데다, 이탄희·홍성국 등 초선 의원들이 지난 13일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에 경고음을 낸 터다. 당 밖에선 국민의힘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진하고 재정비에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에도 위기감을 넣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 문제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의원총회에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제 개혁을 공약한 게 이 대표 자신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당내 이견이 커지자 입을 닫고 있다”며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신의 약속과 원칙에 입각해 선거제 개혁과 당 쇄신 방도를 분명히 밝히고 당당히 국민의 평가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더 큰 쇄신 대상은 오만한 거야 민주당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법리스크에 갇힌 야당 대표는 방탄 국회와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으로 의회 기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강성 지지층과 막말에 기댄 팬덤 정치의 노예가 되면서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무너뜨렸다. 여권의 쇄신도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민주당도 뼈를 깎는 성찰과 쇄신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며 “침대축구식 꼼수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직시하라”고 했다.

 

합계출산율 0.65명…50년 뒤 한국 인구 노인이 절반

내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로, 역대 최저치 숫자다. 향후 50년간 노인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를 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대다수 아침신문은 1면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다.

▲ 1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2~2072년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국내 전체 인구수는 지난해 5167만명, 올해 5171만명을 기록하고 2072년 3622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앞으로 50년간 인구가 약 30%(1545만명) 감소한다. 한겨레는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과 비교되고 ‘집단 자살 사회’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초저출산·초고령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라고 진단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함에도 정부 대응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에 “정부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구 구조 변화가 예상되는데도 교육, 국방, 도시 정책 등 인구 성장기에 맞춰져 있는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을 내고 “도저히 지속 가능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과도한 경쟁과 일자리 불안,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등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해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일자리, 부동산,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강지원 한국일보 이슈365팀장은 ‘뉴스룸에서’를 통해 “2014년 4ㆍ16 세월호 참사(사망ㆍ실종 304명)와 지난해 10ㆍ29 이태원 참사(사망 159명) 등 숱한 대형 참사들로 수많은 부모들은 이상을 찾아 헤매는 투사가 됐다”며 “억만금의 저출생 예산을 퍼붓는데도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태어날 아이는 없다. 합계출산율 0.7명보다 무서운 건 아이를 낳으려면 투사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라고 했다.

 

윤유경 기자602@mediatoday.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저출생#합계출산율#윤석열#김기현#국민의힘#비대위#원희룡#한동훈#인요한#이재명#더불어민주당#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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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수도권 '필패' 국민의힘, 35석 더 얻을 수 있는 방법 있다

[기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의힘의 121명 수도권 당협위원장에게 드리는 호소문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3.12.14. 05:01:50

 
 

 

최근 국민의힘 내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49개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가능한 곳은 6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출마자들이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따로 선출하는 과거의 병립형 선거제도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돌아가고 2024년 4월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의사가 최근의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국민의힘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수도권의 121개 지역구 가운데 17개를 얻은 것과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선거제도를 병립형이 아니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다면, 내년 총선에서 2020년과 유사한 지지를 받더라도 수도권에서 기존 17석에 더해 추가로 35석을 더 얻을 수 있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가능한 것인지 아래 표를 이용해 살펴보겠다. 

 

▲ 표 1. 2020년 제21대 총선의 수도권 지역구 선거결과.

 

<표 1>은 수도권의 지역구 선거결과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결과가 103석 대 17석으로 압도적 격차를 보인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의사도 의석수만큼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렇치 않다. 

 

아래 표2, 3, 4에서 보듯이 거대양당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의석수는 과도하게 차이가 난다. 유권자의 지지와 의석수 사이에 괴리가 큰 것이다. 

 

▲ 표 2.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서울시 의석결과.

 

<표 2>의 서울시 정당득표수는 지난 2020년 총선의 결과이다. 배정의석이 58석인 이유는 지역구 49석에 비례대표 9석을 더한 것이다. 비례대표 9석은 전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서울시 유권자 비율만큼 곱한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에서 유권자의 지지만큼 받을 의석은 21석인데, 지역구에서 8석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 13석은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얻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병립형과 달리 지역구 후보가 해당 권역의 비례대표가 된다. 그래서 49개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서울시 권역의 비례대표 후보가 된다. (비례대표 순번은 서울시당위원장이 제시하고, 서울시 당원의 비밀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꾸게 되면, 국민의힘 서울시 당협위원장 가운데 최소 13명은 지역구에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를 통해 당선될 수 있다. 

 

▲ 표 3.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경기도 의석결과.

 

<표 3>의 경기도 정당득표수도 지난 2020년 총선의 결과이다. 배정의석이 71석인 이유는 지역구 59석에 비례대표 12석을 더한 것이다. 비례대표 12석은 전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경기도 유권자 비율만큼 곱한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도에서 유권자의 지지만큼 받을 의석은 25석인데, 지역구에서 7석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 18석은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얻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역구 후보가 해당 권역의 비례대표가 된다. 그래서 59개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경기도 권역의 비례대표 후보가 된다. (비례대표 순번은 경기도당위원장이 제시하고, 경기도 당원의 비밀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꾸게 되면, 국민의힘 경기도 당협위원장 가운데 최소 18명은 비록 지역구에 근소한 차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를 통해 당선될 수 있다. 

 

▲ 표 4.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인천시 의석결과.

 

<표 4>의 인천시 정당득표수는 지난 2020년 총선의 결과이다. 배정의석이 16석인 이유는 지역구 13석에 비례대표 3석을 더한 것이다. 비례대표 3석은 전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이천시 유권자 비율만큼 곱한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인천시에서 유권자의 지지만큼 받을 의석은 6석인데, 지역구에서 2석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 4석은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얻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병립형과 달리 지역구 후보가 해당 권역의 비례대표가 된다. 그래서 13개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인천시 권역의 비례대표 후보가 된다. (비례대표 순번은 인천시당위원장이 제시하고, 인천시 당원의 비밀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꾸게 되면, 국민의힘 인천시 당협위원장 가운데 최소 4명은 지역구에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를 통해 당선될 수 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면 모든 정당은 유권자의 지지만큼 의석수를 얻게 된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런 기본원칙이 기존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자신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보다 훨씬 부족한 의석을 얻고도 왜 이를 방치했던 것일까? 그것은 다음 총선에서 바람이 반대로 불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얻었던 횡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대양당은 매번 자신들이 승자독식의 행운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기존의 불공정하고 왜곡된 선거제도를 방치해 왔다. 그에 따라 군소정당은 선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의석을 얻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에게 호소한다. 선거제도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고 또다시 그대로 방치한다면, 안타깝게도 최근의 내부 조사 결과대로 내년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세한 차이로 지역구에서 패배하면 그대로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충을 영남지역의 의원들은 절대 느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도입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한다면, 위의 표에서 보듯이 현재와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최소 35명의 추가 당선자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꾸도록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정치개혁의 큰 명분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공학적으로, 또 현실적으로도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복

조성복 교수는 1986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7년 30대 중반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000~2007년까지 쾰른 및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2007년 쾰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베를린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후 2010년에 귀국하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국회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냈습니다. 저서로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독일 사회, 우리의 대안> <독일 연방제와 지방자치>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등이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조교수의 사치'를 통해 우리 사회현상과 정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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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사정광풍’ 이어 ‘예산 반토막’ 낸 윤 정부

지원금·융자 사업 내년도 예산 대폭 감액…태양광 업계 “줄도산 우려”

전라남도 보성 녹차 연구소에 설치된 차밭 영농형 태양광. 녹차는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도 생산수확량 감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 제공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에너지전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그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을 가한 터라 산업 생태계는 이미 위기에 몰려있다. 업계에서는 줄도산 우려가 나온다.

13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내년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때 지원금을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사업 예산이 올해 2,470억원에서 1,595억원으로 삭감됐다.

해당 사업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비용의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형식이다.

주민,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각 단위에서 진행되는 태양광 설비 구축이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관련 예산을 깎으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크게 둔화될 수 있다. 지원금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2022년과 2021년 각각 95.4%, 99.9%에 달했다. 저리 융자 사업의 2022년 예산 집행률도 90%가 넘는다. 이들 사업은 연초에 공고를 내 신청을 접수한다. 신청이 몰려 예산이 부족하게 되면 선착순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도중에 진행을 포기하는 프로젝트가 발생해 예산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공고를 낸다. 100%에 근접한 예산 집행률은 지원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예산안대로 지원 대상이 축소되면 연초 신청 경쟁 속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게 된다. 총 사업비용에서 정부 지원금과 융자로 충당하는 비중이 커, 지원이 막히면 사실상 프로젝트 진행이 불가능하다. 내년도 단독주택 태양광 지원금 예산을 보면, 건당 비용을 510만원으로 잡고, 그중 44%인 224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산출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마을 단위 프로젝트는 건당 비용 15억 8천만원에 지원금 7억 4,260만원(47%)이다. 추가 공고를 노려볼 수도 있지만, 애초에 규모가 작아 하늘의 별 따기다. 내년 초 공고까지 미루는 것 외에는 마땅한 수가 없게 된다.
정부는 건당 지원금을 최대한 유지하는 가운데, 지원 대상을 대폭 줄였다. 가령 단독주택 소유자가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올해는 한 가구당 평균 240만원을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224만원으로 16만원이 줄어든다. 반면 지원 대상은 1만 3천건에서 5,794건으로 절반가량을 잘라낸다. 상가나 공장 등 건물에 대한 건당 지원금은 3,581만원에서 3,766만원으로 소폭 증가하지만, 지원 대상은 791건에서 230건으로 줄어든다. 마을 단위 프로젝트 지원도 동일한 방식으로 예산이 감액됐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3,952억원에서 내년 2,389억원으로 축소된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는 융자를 지원한다. 협동조합과 중견기업에는 각각 총사업비의 최대 90%, 70%를 저리로 대출해 준다. RE100 추진 대기업이나, 해당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려는 발전사업자는 50%이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분기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데, 올해 4분기에는 2.50%가 적용된다. 정부는 1MW당 설치 단가를 올해 14억 7천만원에서 내년 13억 6천만원으로 낮추고, 평균 융자율을 81%에서 72%로 내려 잡았다. 목표량은 330MW에서 244MW로 하향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기반 무너진다

정부의 과도한 예산 삭감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산업은 아직 정부 지원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단계다. 지금 당장 전기차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산업 전반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존에는 250만원으로 설치할 수 있던 걸, 지원 축소로 500만원에 세워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면 지원을 줄여도 버틸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 삭감이 큰 타격으로 작용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 사업은 주민들이 태양광 설치에 좀 더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며 “정부 지원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국산 태양광 제품을 많이 사용했는데, 주민 참여 기회가 봉쇄되면서 국산 제품이 사용될 통로도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태양광 설치 단가가 낮아지는 추세라, 건당 지원금을 줄여도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원 수요가 많다는 건 지원을 줄여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설치 비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정부 지원을 충당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 상근부회장 설명이다. 그는 “아직은 단가 하락 폭이 효능감을 느낄 정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태양광 모듈 가격이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등으로 2021년 대비 10% 정도 떨어졌다”면서도 “총 설치 단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태양광 설치 비용이 500만원일 때 모듈 비중은 약 30%, 150만원 정도다. 총 설치 비용에서 15만원(3%)이 빠지는 셈이다. 태양광 설치에는 모듈뿐 아니라 한국전력에 지불하는 계통연계비, 대출 원리금 상환비, 인허가를 위한 간접비 등이 들어간다.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자료사진. ⓒ한화큐셀

사정광풍에 대기업도 공장 멈춘다

태양광 산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된 재생에너지 축소 정책으로 이미 위기 상황에 몰려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를 낮췄을 뿐 아니라, 발전사업자의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도 완화했다.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는 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가 적용된다. 당초 2026년까지 RPS 의무비율을 25%까지 높일 계획이었으나, 2030년으로 늦췄다. 올해 의무비율도 14.5%에서 13%로 하향했다. 한전 자회사를 비롯한 발전사업자가 태양광 설비를 구축해야 할 유인이 약해진 것이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에 대한 지원 정책도 없앴다. 100kW 이하 소형 태양광 전기를 한전 자회사가 경쟁 입찰 평균가 중 가장 높은 가격에 사주는 한국형 FIT(발전차액지원제도)를 지난 7월 폐지했다. 지원받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100kW 단위로 나누어 설치하는 ‘쪼개기’ 등 부정 사례가 드러났다는 게 이유였다. 정 상근부회장은 “소규모 발전사업자 대부분이 농민들인데, 정부의 의무 구매 지원을 받기 위해 200kW 설비를 두 개로 쪼갠 걸 두고 범죄자로 몰아가고 제도를 폐지하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탈태양광’은 ‘사정광풍’으로 시작됐다. 신호탄은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의 태양광 비리 적발 발표였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을 둘러싼 위법·부적정 대출 등 총 2,267건(2,616억원)을 적발했다는 것이었다. 이틀 뒤 윤 대통령은 태양광 비리를 겨냥해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돼 개탄스럽다”며 “사법 시스템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문재인 지우기’라는 정치적 의도로 해석됐다. 당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정책을 불법으로 못 박아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려는 것”이라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를 펴고, 일부 사안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돈줄도 조여들어 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태양광 부실 대출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조사 결과에서 태양광 관련 대출 연체율이 높지 않다고 발표하면서도, “보다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권 대출이 막히기 시작했다.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정부 지원 외 자금 일부는 은행에서 빌려 사업을 진행하기 마련이다. 정 상근부회장은 “금감원이 문제 제기하면서 들여다보는데, 어느 금융권이 태양광에 대출을 해주겠느냐”며 “주요 기관 사정광풍으로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의 공장 가동 중단은 태양광 산업의 현재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은 오는 17일부로 음성 공장을 멈춘다. 또한, 음성·진천 공장 생산직 노동자 1,8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음성 공장 생산 능력은 3.5GW로, 한화큐셀의 국내 총 생산 능력 6.2GW 중 60%를 맡고 있다. 한화큐셀은 “국내 모듈 수요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생산 설비를 늘린다. 미국 조지아주에 3조 2천억원을 투입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현재 1.7GW인 현지 모듈 생산 능력을 총 8.4GW로 확대한다. 미국은 3,69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

비단 미국뿐 아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시장이 줄어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한화큐셀의 공장 가동 중단도 정부 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를 1년 내내 하고 금융권에서는 대출 중단 조치를 동시에 취하면서 업계 전반에 충격이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태양광 설치량은 2020년과 2021년 4GW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3GW로 떨어졌다. 수출입은행은 연초 올해 예측치를 3GW로 봤으나, 2.5GW로 낮춰 잡았다.

정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이 공장을 멈추고 희망퇴직까지 들어갔으면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며 “태양광 설비 제조 기업 전체로 보면 30~40%가 도산·파산·폐업·매각·법정관리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 예산안대로 신규 공급 물량은 더 줄어들고 위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 ⓒ뉴스1

국제무대서 재생에너지 3배 약속한 정부의 모순

원전을 늘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올해 1조 1,092억원에서 내년 6,330억원으로 43%가량 쪼그라든 반면, 원전 관련 예산은 총 1,332억원으로 올해 대비 15배 증액됐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낮아져, 관련 예산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기존 30.6%에서 21.6%로 하향 조정했다.

원전에 힘을 주는 정부이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국제적인 추세를 전적으로 거부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막을 내린 제28차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현재의 3배인 1만 1천GW로 확대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선연문에는 “다양한 출발점과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최소 3배 늘리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인도 등 123개국이 참여했다. 협약을 이행하려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높이고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따라 예산을 줄었다는 명분은 사라지게 됐다”고 짚었다.

각국에 의무가 부여되는 협약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약속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 국가 신뢰 문제 차원을 넘어, 제대로 된 후속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석 전문위원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 하더라도, 불이행 시 어떤 방식으로든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공동의 이행 메커니즘에 따라 서명국 간 협력·지원하는 데 한국만 빠지게 되면 조치가 따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낮춘 한국 정부는 협약과 모순되는 입장임에도 국제 공조에서 배제되는 데 따른 부담이 있으니 참여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재생에너지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사업을 정부안 159,5억원에서 3,214억으로,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을 3,389억원에서 5,691억원으로 증액했다. 다만, 민주당 수정안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는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당 원내대표와 예산결산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이른바 ‘2+2 협의체’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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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솎아보기] ‘화석연료 퇴출’ 결국 빠진 COP28 합의에 “오염산업 억만장자가 각국 대표”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12.14 07:42
  •  
  •  수정 2023.12.14 09:29
  •  
  •  댓글 0

 

[아침신문솎아보기]‘화석연료 퇴출’ 합의 못한 데 신문들 지적

‘탄소포집’ 눈속임 지적한 한겨레

‘서울의봄 학교관람 막으며 유튜브 장사’ 한국일보등 사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대신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약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문들은 논조와 무관하게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공동의 움직임에 처음 합의했다면서도 ‘퇴출’을 명시적으로 담지 못해 초안보다 후퇴했다고 평했다.

당사국 총회는 13일 사상 처음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의로 막을 내렸다. 합의문은 “2050년까지 전세계가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 0)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결정적인 시기인 10년(2021~2030년) 안에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그 방식이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14일 한겨레

 

▲14일 아침신문

신문들은 기후위기 주범인 ‘화석연료’가 당사국총회 합의문에 등장한 건 199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당사국총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술탄 자비르 당사국총회 의장은 이번 합의가 “역사적”이라고 했다.

폐막일을 하루 넘겨 연장전 끝에 합의됐는데, 지난 11일 공개된 초안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가 없이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인다’는 문구만 들어가 반발이 거세져서다. 이에 폐막식을 미룬 끝에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transitioning away)’을 10년 이내 개시해야 한다고 밝히는데 합의하고 명시적 문구는 빠졌다.

▲14일 경향신문

다수 신문이 이를 주요 지면에 실었다. 신문들은 ‘28년 만에 화석연료 감축을 공식 기재한 역사적 합의’라면서도 ‘퇴출’ 문구를 뺀 미진한 합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당초 100개국 이상이 요구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표현은 빠졌다”고 했고, 조선일보도 “산유국들의 반대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는 빠졌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퇴출을 명시하는 대신 ‘감축’에 그쳤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14일 세계일보

▲14일 조선일보

▲14일 한겨레

세계일보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엔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며 “COP28개막 전부터 기후변화 최대 피해국인 39개 도서국과 국제기후환경단체들은 이번에야말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합의문에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특히 기후 재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작은 섬나라들이 결성한 군소 도서국 연합은 이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군소 도서국 연합은 연합에 속한 39개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은 데 합의를 통과시킨 점을 지적했다. 또 “당사국들이 2025년까지 최대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과학을 말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바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은 빠져 있다”고 했다.

▲14일 중앙일보

경향신문은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조건도 완화됐다. ‘재생에너지 3배 증가, 에너지 효율 2배 증가’ 목표에도 구체적 기준 시점과 목표 수치가 모두 빠졌다”며 “초안에 포함됐던 ‘저감 조치 없는 신규 석탄 발전 허가 제한’ 내용도 사라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군소 도서국 연합이 “당사국들이 2025년까지 최대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과학을 말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바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은 빠져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했다.

한겨레는 “‘단계적 퇴출’에 결사반대 입장을 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성공’이라고 평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한겨레 “UAE 석유공사 포집하겠단 탄소 1천만톤, 배출은 34억톤”

한겨레는 총회 의장국이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주요 의제로 만들려 한 ‘탄소 포집’의 실체를 다뤘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는 칼럼 ‘유레카’에서 “탄소 포집은 화석연료에서 대기로 배출된 탄소를 다시 잡아내 땅속이나 해저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당장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에 적용할 실험적 기술인데, 갈수록 이 기술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리라 착각하는 이가 많아진다”고 했다.

박 기자는 “이 기술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의 전환 노력을 소홀히 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매우 비싸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술 자체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 효과도 그만큼 적다. 고체(석탄)나 액체(석유)를 태워 기체(온실가스)로 만드는 일이 쉬울까, 그 반대가 쉬울까”라고 썼다.

박 기자는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기업인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늘리겠다고 한 탄소 포집 설비 용량은 연간 1천만톤 규모”라며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계산한,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배출할 이산화탄소 추정치는 34억2천만톤”이라고 꼬집었다.

▲14일 한겨레

 

경향신문 “각국 대표 억만장자 4명 중 1명이 탄소배출기업”

경향신문은 “당사국총회(COP28)에 각국 대표로 등록된 억만장자 4명 중 1명은 석유화학, 광업, 축산업 등 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산업으로 부를 얻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가디언 신문 보도를 전했다. 가디언은 옥스팜이 COP28에 등록된 억만장자 34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했다.

옥스팜은 ‘기후 악당’ 억만장자 중 4명은 각국 대표단 회의와 주요 토론이 진행되는 블루존에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고, 11명은 UAE로부터 직접 초청받은 인물이었다고 지적했다. 협상을 주관한 술탄 자비르 COP28 의장부터 화석연료 기업 대표다. 자비르 의장은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면서 국영 석유회사인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다.

한겨레는 당사국총회 폐막일인 오늘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으로 보건대, 탄소 배출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길로 능동적으로 나아가지 않는 국가는 장차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샛길로 가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음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서울의 봄’ 학교 관람 막으려 중계한 ‘막장 극우’

보수 단체와 극우 유튜브 채널 관계자 10여명이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학교 학생들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관람하는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이를 두고 ‘막장 극우’이자 ‘학교 앞 협박’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사설을 내 우려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영화 단체관람을 계획한 학교들을 비난·공격하는 글을 올려 취소를 종용한 뒤 급기야 학교 현장에 들이닥쳤다. 14일에는 송파구의 중학교를 찾는다고 했다. 이들은 ‘주입식 좌파 교육의 전형’인 단체관람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14일 경향신문

▲14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1979년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자행한 12·12 군사반란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역사적 판단과 사법적 처벌이 이미 내려졌고,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무엇이 편향이고 왜곡이란 말인가. 영화에 색깔론을 덧씌운 이들의 역사 인식이야말로 극심한 편향과 왜곡”이라고 했다.

학교 앞 시위 현장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경향신문은 “유튜브 채널은 후원 계좌를 중계 내내 화면에 게시했다. 자신들의 시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시선 끌기와 돈벌이가 우선인 사이버 렉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런 행태는 군사반란 향수에 젖어 있는 게 아니라면 유튜브 수익을 올리려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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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찾은 시민사회, “충돌 부르는 적대행동 당장 멈춰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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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2/14 10:10
  • 수정일
    2023/12/14 10: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2.13 18:09
  •  
  •  수정 2023.12.13 18:15
  •  
  •  댓글 0
 
[사진출처-참여연대]
[사진출처-참여연대]

“날로 확대되는 연합군사훈련, 대북전단살포에 이어, 정찰기, 전투기, 무인기, 기구 등의 진입, 확성기 설치와 재가동, 철거되었던 GP의 복원과 재무장은 접경지역의 충돌 위기를 더욱 극단적으로 고조시킬 것이 자명하다.”

203개 단체가 모인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우려하면서 “군사충돌 부르는 적대행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무력화되고 오히려 접경지역의 군사충돌을 유발하는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신원식 국방장관은 충돌시 ‘즉각적인 응징’을 주문하며,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확전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충돌을 부추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이미 접경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훈련은 올해 더욱 빈번해졌고, 날로 그 규모를 확대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으며 “9.19군사합의 효력 정지 이후 서해 5도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중국 어선들이 철수하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 다가오는 2-3월, 대규모 전단살포와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고되고 있다”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군사충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것부터 우선 멈춰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또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상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고 완전한 평화가 실현된 한반도를 원한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

<기자회견문> 군사충돌을 부르는 적대행동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지난 11월 21일 북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정부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9.19군사합의)> 제1조 제3항,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합의의 효력을 정지하였고, 북도 군사합의 무효화를 선언하였다. 접경지역의 군사충돌을 방지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로 나아가고자 했던 평화의 안전핀이 사라지고 있다.

2018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약속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끝에 모든 남북, 북미대화가 단절되었고, 한반도 군사 긴장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제 급기야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무력화되고 오히려 접경지역의 군사충돌을 유발하는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날로 확대되는 연합군사훈련, 대북전단살포에 이어, 정찰기, 전투기, 무인기, 기구 등의 진입, 확성기 설치와 재가동, 철거되었던 GP의 복원과 재무장은 접경지역의 충돌 위기를 더욱 극단적으로 고조시킬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신원식 국방장관은 충돌시 ‘즉각적인 응징’을 주문하며,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통제하기 보다 오히려 확전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최 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충돌을 부추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남과 북은 지난 70여년간 쌍방 2km씩의 비무장지대, 너무나 좁은 완충지대를 사이에 두고 군사적 대치를 이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군사력 밀집 지역인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국지적, 우발적 충돌로 전쟁 직전의 위기까지 치달았던 경험도 적지 않다. 남북 접경지역의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긴장과 적대를 완화하는 것은 평화를 실현할 첫걸음이다.

이미 접경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군사훈련은 올해 더욱 빈번해졌고, 날로 그 규모를 확대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9.19군사합의 효력 정지 이후 서해 5도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중국 어선들이 철수하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2-3월, 대규모 전단살포와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고되고 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군사충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것부터 우선 멈춰야 한다.

나아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군사 합의서 1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과 북은 9.19군사합의를 비롯한 남북, 북미 합의 정신에 기초하여 군사적 적대 행동을 중단하고, 무력 충돌 예방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 채널 복원에 힘써야 한다.

또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상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고 완전한 평화가 실현된 한반도를 원한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

우리 접경지역 주민들과 종교, 시민사회는 군사분계선 일대의 충돌 위기를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대하여 활동해 나갈 것이다.

2023년 12월 13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사)광개토대제기념사업회, (사)겨레하나, (사)경기민예총,(사)경기민예총 과천지부, (사)경기민예총 남양주지부, (사)경기민예총 부천지부, (사)경기민예총 성남지부, (사)경기민예총 수원지부, (사)경기민예총 시흥지부, (사)경기민예총안산지부, (사)경기민예총 안산지부, (사)경기민예총 양평지부, (사)경기민예총 여주지부, (사)경기민예총 용인지부, (사)경기민예총 음악위원회, (사)경기민예총 의정부지부, (사)경기민예총 이천지부 , (사)경기민예총 평택지부, (사)경기민예총 하남지부, (사)경기민예총 화성지부, (사)경기민족굿연합, (사)양심수후원회, (사)인천여성회, (사)제주다크투어, (사)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사)평화어머니회, (사)평화철도, (사)평화통일시민연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강원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경기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경기중부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경남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광주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구로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대구경북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대전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부산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서울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수원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안산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여성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용산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인천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전남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전북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제주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청년학생본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충남본부, AOK한국, 가톨릭농민회, 강동연대회의, 겨레의길 민족광장, 겨레하나 파주지회,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경기민족미술인협회,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경기여성연대, 경기주권연대, 경기진보연대, 경남진보연합, 고양시민회, 광주진보연대, 국경선평화학교, 국민주권연대, 기독교대한감리회 수유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평화통일위원회, 김포농민회, 남북교육연구소, 노동자교육기관, 노동희망발전소, 대경진보연대, 동학실천시민행동, 동학천도교보국안민실천연대, 미군세균실험실 추방과 미군기지문제 해결 부산대책위, 민들레,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노련 서부지역,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민주당 서울시당, 범민련 서울연합, 벽을 문으로! 평화통일시민회의, 부산민중연대,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생명평화포럼, 서울겨레하나,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서울주권연대, 서울진보연대, 서울통일의길,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수원지역목회자연대, 안성농민회, 양구군농민회, 양구군여성농민회, 여주농민회, 연천군농민회, 연천농민회, 연천희망네트워크, 영토문화관 독도, 예수살기,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울산진보연대, 원주시군농민회, 이천농민회, 인천겨레하나, 인천노사모,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인천자주평화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자주통일평화번영운동연대,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중행동,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원연합, 전국여성연대, 전남진보연대,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정선군농민회, 정의당, 정의당 강원도당, 정의당 경기도당, 정의당 서울시당, 정의당 인천시당, 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진보당, 진보당 강원도당, 진보당 경기도당, 진보당 김포시지역위원회, 진보당 동두천연천위원회, 진보당 서울시당, 진보당 양주동두천지역위원회, 진보당 인천시당, 진보당 인천시당 강화분회, 진보당 파주시지역위원회, 진보당 포천가평(양주)지역위원회, 진보대학생넷 서울지부, 진보대학생넷, 참살이문학, 참여연대 , 천도교청년회, 철원군농민회, 춘천농민회, 코리아국제평화포럼, 통일광장, 통일나무(고양), 통일로, 통일로가는평화의소녀상(파주), 통일맞이, 통일시대연구원, 통일염원시민회의, 통일의길, 평택농민회, 평택평화센터,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연방시민회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이음, 평화재향군인회, 평화통일교육센터, 평화통일박람회, 평화통일센터 하나, 평화통일시민연대, 평화통일시민행동, 평화협정운동 인천본부, 포천농민회, 포천시민사회연대, 한강하구평화센터, 한국DMZ평화생명동산,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 홍천군농민회, 홍천군여성농민회, 횡성군여성농민회 (203개 단체)

강현희, 권용근, 김금성, 김승균, 김윤수, 김융희, 문영미, 민병무, 박승렬, 박홍섭, 송병일, 안재웅, 오은미, 유용균, 윤용식, 이근준, 이덕규, 이문상, 이삼열, 이용수, 이용위, 이홍정, 임구호, 장회숙, 전덕용, 정동익, 정만기, 정세일, 정혜열, 조영건, 조찬형, 채수근, 최병남, 한기양, 한찬욱, 황진도(36명)

(자료출처-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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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스펙 개각, 국정운영은 무관심

  • 김준 기자
  •  
  •  승인 2023.12.13 19:19
  •  
  •  댓글 0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한 내각

추가 개각, 한동훈 총선 등판?

후임자 자격논란 끊이지 않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직 사퇴

정부 개각에 논란이 계속된다. 장·차관이 총선을 앞두고 직을 내려놔 ‘스펙 쌓기용’이냔 비난이 이는 가운데, 후임자들의 자격 논란도 끊이지 않자 ‘법무부는 인사 관리를 하긴 하냐’는 비판이다.

취임 3개월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권유받는 한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오영주 외교부 2차관도 임명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역시 전문성 없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목되자 돌려막기 인사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석 원내부대표는 “국정 운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 자리를 깃털보다 가볍게 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은 3년 동안 국가의 안정과 국정 운영이 얼마나 악화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구 달성 지역구 출마를 선언해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다.

그러나, 네덜란드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오면 추가 개각을 할 거란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정보원장으로 조태용 현 국가안보실장이 거론되고,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총선에 등판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애초 지난달 TV조선은 “한동훈 장관의 후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라며 여권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한 바 있다.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거취를 고심하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13일 SNS를 통해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사퇴 선언 직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던 이준석 전 대표가 한동훈 장관과 총선의 전면에 나설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명하는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뉴시스

계속된 인사 참사···책임도, 개선도 없는 법무부

이번 개각을 두고도 ‘인사 참사’라는 말이 여전하다. 1988년 이후 35년 만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도망가는 초유의 사태가 이번 정부 안에서 벌어졌다. 민정수석실의 고위공직자 인사시스템을 가져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번 개각 후보를 두고 책임도, 개선도 없다는 혹평이 인다.

가장 문제는 되는 후보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다. 강 후보는 지명되자마자 음주운전과 폭력 전과가 확인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13일에는 위장전입 논란까지 불거져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후보는 음주운전과 폭력 전과에 대해 “청문회에서 판단 받겠다”는 짧은 입장을 전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후보 또한, 배우자의 최근 5년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사용액을 0원으로 신고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공식 재산만 35억인 후보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소비 행태를 보였다”며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혀낼 것”이라 밝혔다.

계속된 후보자 자격 논란에 임오경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법무부를 향해 “대체 검증을 하기는 하는 것이냐”며 “앉아서 월급만 챙기는 월급 루팡들을 위해 만든 자리냐”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내정된 후보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다.

송미령 후보는 18일, 최상목, 강도형 후보는 19일, 박상우 후보는 20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다. 그 외 후보들의 인사청문회는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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