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를 탄핵하라! 조작달인 SBS 박살내자!’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2,4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112명의 국회의원이 조희대 탄핵안 발의에 서명했고 이제 본회의에 상정한 다음 표결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서 “속도를 더 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 방송은 모든 기득권이 총동원된 공작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라면서 “누가 언론에 가짜 뉴스로 사람의 존엄과 명예를 함부로 짓밟을 권력을 주었나”라면서 구호를 외쳤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조작달인 뻔뻔극치 SBS 박살내자!”
“틈을 주면 살아난다! 보완수사권 박탈하라!”
“침략전쟁 파병강요 트럼프는 지구를 떠나라!”
한서진 경기촛불행동 신임 공동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가 코앞이다. 하지만 아직 탄핵소추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수가 되지는 않았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당론 채택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우려 때문이라지만, 사법부 개혁, 검찰개혁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된 사실이 있다. 민심의 뜻대로 개혁을 밀어붙이면 국민은 박수를 쳐 준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폭 연루설을 방송했던 (SBS) PD가 이 방송 제작 후, 다른 부서로 옮긴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면서 “언론, 국힘당, 법원, 검찰까지 다 동원되었는데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끝까지 추적해야 하지 않겠나!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은 며칠 전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득우 조선일보폐간 시민실천단장을 위원장에 위촉했다.
이득우 위원장은 “2023년 5월, 내란 수괴 윤석열의 ‘건폭몰이’에 분신으로 항거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왜곡한 악마 같은 보도와 관련”해서 “지난 3월 18일에 조선일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라고 소개하며 “이 사건은 수세에 몰린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언론과 검찰을 동원한 대표적인 검언유착 조작 사건”이라면서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윤석열과 조선일보, 검찰을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SBS나 조선일보처럼 조작 보도, 공작 보도를 일삼는 사회적 흉기들은 언론계에서 퇴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특히 12.3계엄 당시 KBS의 내란 동조 방송 의혹”과 “「대법원, 비상계엄 관련 긴급 심야 간부회의 진행」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보도 경위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숙 서울자주연합 준비위원장은 “트럼프는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파병을 강요하고 있다. 군함을 파견하면 어떻게 되겠나? 이란의 표적이 돼서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우리의 민생은 더 악화할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침략전쟁의 가담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는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 바로 자주와 균형의 외교”라면서 “한국은 이란과의 외교적 협력을 강화해서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의 유조선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사적 개입이 아니라 외교적 협상으로 우리의 주권과 안보, 경제와 에너지를 지켜야 한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군사적 충돌 속에서도 외교 채널을 통해 자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승진 배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보도의 시정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X’(옛 트위터)에 <다주택 5급 이상 공무원…靑 “승진 배제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정부가 특별관계에 있는 다주택 공직자들을 승진배제하며 사실상 주택 매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 보도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 신뢰도를 심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동아는 해당 기사에서 청와대가 27일 “관계 부처와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다주택 등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며, “부동산 보유 조사 결과물을 5급 이상 공무원의 핵심 인사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보유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라인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공직사회 전반으로 다주택 처분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청와대는 다주택 공직자에게 집을 팔아라 말아라 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세제, 금융, 규제 권한 행사만으로도 충분히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5급 이상 공직자라도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며 다주택을 유지하겠다면 그것은 그의 자유이고 그 결과인 손실은 그의 책임일 뿐”이라며 “청와대가 다주택 미해소를 이유로 승진배제 불이익을 주며 사실상 매각을 강요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주택보유 자체는 재산증식 수단이 못될 것을 알려주어 그들에게 손실을 피할 기회를 주는 것은 몰라도, 공직자들에게 매도 압박을 가한다는 것은 주택안정 정책의 효과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종전에 ‘매각 권유는 할지언정 매각 압박을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경위로 취재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5급 이상 승진배제를 검토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없다”며 “정치적 고려나 사적이익 개입이 없다면 치밀하고 일관된 정책만으로도 집값은 분명히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아일보의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이후 동아일보는 <靑, ‘다주택 5급 승진 배제’ 추진 않기로…李 “손실은 본인 책임”>이라는 제목의 후속 기사를 내고 “청와대가 5급 사무관 이상 공직자 가운데 다주택·비거주 고가주택·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승진, 임용 등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아는 “청와대 내부에선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한 뒤 5급 이상 공무원 인사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대통령에겐 불이익을 주고 다주택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내 취지에 반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2025년 10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왕권 반대"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왕관 그림에 X 표시가 된 "왕권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025.10.18.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이 과제(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과소평가했고, 약 2주 전쯤 이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본다. 실제로 이란 정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한 회복력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이미 (‘12일 전쟁’이 벌어진) 지난해 6월부터 무기를 분산 배치하고 무기 사용 권한을 (각 지역 책임자들에게) 위임하는 등 현명한 결정을 내렸고, 이는 그들에게 추가적인 회복력을 제공했다. 그들은 해협을 통해 분쟁을 국제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globalised not internationalised)했다. 그들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상당히 잘 대처해 왔다.”
가디언이 27일 전한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 국장 알렉스 영거의 얘기다. 이 신문은 이어서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이스라엘 담당 선임 분석가인 마이라브 존스자인의 다음과 같은 말도 인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의 가장 큰 전략적 실패 중의 하나이며, (중동)지역 지정학과 세계 경제에 가장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이 뼈아프게도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존스자인은 미국이 원래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새로운 문제만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나는 절박함과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국이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에 반박하면서 절박한 쪽은 이란이라고 주장했다. 왼쪽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오른쪽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이터 가디언 3월 27일
최후통첩 두 번 연기했으나 수용 가능성 없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 이란의 에너지·발전시설을 초토화하겠다던 최후통첩을 지난 23일 5일간 연기한 데 이어 26일 그 시한을 4월 6일 오후 6시(한국시각 7일 오전 9시)까지로 10일을 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란이 미국의 15개 항목의 정전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7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담 뒤 “앞으로 몇 주안에 이란에 대한 공격이 끝나면 그들은 최근 역사상 가장 약해진 상태일 것”이라며 “몇 달이 아닌 몇 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인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군사작전이 예정보다 훨씬 앞서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협상을 간청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이란”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수정된 15개항 계획에 담긴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들을 재차 강조했다. 우라늄 농축 및 비축 금지, 농축 우라늄 반출 금지, 미사일 능력 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27일간의 맹공격 이후 이란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강력한 징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5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란 정권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가디언 3월 27일
이란은 미국 주장 계속 부인
하지만 이란은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면서 “햡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부인하고 협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 3척을 되돌려 보냈다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적대세력의 동맹국 및 지지국가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은 통행이 금지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이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다며 이란이 선박 몇 척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얘기한 것을 반박하기 위한 조치다.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공격은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 시민을 겨냥한 무기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추가 목표물과 지역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이란 담당관 출신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추가 10일 시한이 만료될 때까지 이란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15개 항의 협상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도 포기하지 않고 이스라엘과 걸프 연안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택지는 3개···확전, 철수, 이란 요구 수용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 확대(확전 escalation)나 철수(retreat), 또는 이란이 제안한 것에 가까운 협상안 등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며, 무력 사용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유엔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고, 유럽도 G7도 거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썼다. 이란은 전쟁 중단과 재발방지 약속, 미국-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셥 통제권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협 통행세 징수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란이 통행세를 징수할 경우 그 액수는 매년 8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도 나와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1980-1988)을 제외하고 유사 이래 막힌 적 없었던 호르무즈 해협은 트럼프 정권의 이란 공갹으로 막혔고, 미국-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과 발전시설 공격에 대한 최후통첩에도 열릴 기미가 없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현재 해협 통행을 막는 유일한 요인은 이란의 선박 포격”이라 주장했으나, 최근 몇 주 동안 이란이 공격한 선박 수는 많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을 막고 있는 것은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공격 위협에 떨고 있는 선사와 유조선 소유주, 보험사들의 불안이다.
그 결과 세계 원유 수송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가 사실상 봉쇄돼 평시 선박 통행의 95%가 차단되면서 매일 1000만~1300만 배럴의 석유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그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유가는 이란의 세계경제 교란 전략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높은 가격이지만, 문제는 석유만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화학물질과 헬륨, 금속, 비료 등의 운송통로이기도 하다. 비료값이 오르면 식품값도 오르고, 식품포장용 플라스틱 재료값도 오른다. 자동차 부품값, 의약품 재료비도 오른다.
한국도 통행 가능한 이란의 우호국가?
이란 의회는 지금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으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인도와 일본, 파키스탄, 중국과 함께 한국도 이란에 비적대적인 우호 국가들(favoured non-hostile nations such as India, Japan, Pakistan, South Korea and China)에 포함돼 소속 유조선들 통행이 허용되거나 더 싼 통행료를 내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27일 보도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테라 위성의 MODIS 위성이 2025년 2월 5일에 촬영한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 2026년 3월 25일,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평화안을 전달하며 거의 한 달간 지속된 전쟁 종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고, 테헤란은 "비적대적"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약 4주간의 전쟁 이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유가는 급락했고, 아시아 증시는 상승했다.
이란 보유 미사일과 드론의 3분의 1만 파괴
호르무즈 봉쇄로 미국-이란 전쟁을 ‘세계화’하는 데 성공한 이란 전략의 성공과 패배는 유가와 미사일 발사대 보유량에 따라 갈릴 것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이미 넘어선 유가는 미국이 호르무즈 봉쇄를 무력으로 풀려고 할 경우 더 높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발사대 보유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보당국 사정에 밝흔 소식통 5명의 말을 인용해, 이란의 미사일 전력 중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것은 약 3분의 1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으며, 드론 또한 3분의 1 정도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거의 다 또는 사실상 완전히 파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란은 지금도 이스라엘 등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하루 10~20차례씩 이어가고 있다. 이 정도의 소규모 공격은 미사일과 드론 보유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요격 전력을 고갈시키면서 결정적인 대규모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들이 많다.
미국이 수 천명의 해병대와 공수부대원들을 중동에 추가 파병한 가운데 하르그 섬등 이란 영토를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돌고 있으나, 이란의 부통령 가운데 한 명인 에스마엘 사갑 에스파하니는 미군이 지상전을 감행할 경우 사우디 서쪽 홍해 항구 얀부와 동부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 석유단지를 공격할 것이라 위협하면서 ”(미군이) 이란 땅에 발은 딛는 순간 유가는 최저 150달러로 치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하루 전쟁비용 300억~400억 달러
원래 나흘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전쟁이 4주를 넘어가고 있고, 미국은 하루 약 300억~400억 달러, 이스라엘은 하루 3억 달러의 전쟁비용을 지출하면서 연일 이란을 공격하고 있으나, MI6 국장 알렉스 영거와 ICG의 분석가 마이라브 존스자인 등이 지적했듯이, 이 전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는 논평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전 부통령 재임 시절 외교정책 고문을 지낸 필립 고든도 ”이란이 트럼프의 요구에 동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미국이 요구조건 수락을 고집하며 길게 끌고 갈수록 모두가 더 큰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내 정치상황도 트럼프에 불리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보수주의 단체인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커트 밀스 사무총장은 “이란 전쟁은 트럼프의 업적을 좌우할 것” 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의 두 번째 임기는 이란 전쟁으로만 기억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이라크 침공을 강행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그렇게 해서 실패한 대통령의 한 전형으로 거론했다.
반면에 이란 정권 내부에서는 전쟁 초기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트럼프가 선호하는 지도자로 알려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미군이 자신들의 장군들이 망쳐놓은 것을 바로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2차 평화행동’
“종전 협상 기만, 지상군 투입 명백한 침략”
희생자 추모와 연대의 물결 청와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2차 평화행동’ ⓒ 진보당
미국의 침략 전쟁을 규탄하고 한국군의 파병을 저지하려는 민중의 거대한 함성이 울렸다. 시민들은 종전을 빙자한 미국의 기만적 전술과 이에 동조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지적했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보당을 비롯한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2차 평화행동’을 개최하고,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종전 협상은 기만, 지상군 투입은 명백한 침략”
이날 평화행동의 포문을 연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미국의 이중적 행태를 지적했다. 정 의원은 “겉으로는 종전 협상을 운운하면서도 뒤로는 지상군 투입을 강행하며 전쟁의 불길을 키우는 미국의 행태는 천인공노할 기만극”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특히 현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정조준했다. 정 의원은 “‘평화가 민생’이고 ‘평화가 안보’라며 평화정부를 자임하는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구를 염두에 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한미동맹이라는 허울 아래 침략전쟁의 돌격대가 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즉각 중단하고, 주권국가로서 ‘파병 불가’ 원칙을 대내외에 확실히 천명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2차 평화행동’ ⓒ 진보당
“우리 군인은 미국의 소모품이 아니다”
청년들의 목소리도 광장에 울려 퍼졌다. 홍희진 청년 진보당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파병 요구를 규탄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제멋대로 터뜨린 전쟁이 수습되지 않으니, 우리 청년들을 데려다 뒤처리를 시키겠다는 꼴”이라며, 이는 우리 군인들을 침략전쟁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이기 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국민”임을 역설하며,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단호히 파병 거부를 표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희생자 추모와 연대의 물결, 청와대로
현장에서는 전쟁으로 희생된 이란의 학생들과 교사들을 기리는 숙연한 추모 의식도 진행됐다. 무대 위에는 주인 없는 책가방과 촛불이 놓였고, 침략전쟁이 평범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줬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파병 반대’, ‘침략 규탄’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을 앞세워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도로를 가득 메운 행진 대열은 시민들에게 전쟁의 위험성을 알렸다.
진보당은 지난 23일 6.3 선거 후보자 300명의 결의 어린 기자회견에 이어,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도 ‘파병을 반대합니다’ 챌린지를 전개하며 투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평화행동 측은 “침략전쟁의 불길이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삼키지 못하도록, 평화의 보루를 쌓는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요 정당의 ‘대선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중량급 인사들이 광역단체장 선거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6선의 중진으로 차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되던 추미애 전 법사위원장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뛰어들었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미 단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도 대구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충남도지사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박주민 의원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역시 당선될 경우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군에 본격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예비경선 성격까지 띠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들(왼쪽부터 추미애 한준호 김동연) 2026.3.26.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열어 제친 새로운 대권 가도
과거에 광역자치단체장은 대선 레이스에서 밀려나거나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지 못한 중진들의 마지막 정류장과 같았다. 광역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활동 영역이 지방 행정으로 제한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멀어지게 돼, 재선이나 3선을 거친 후 정계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다.
그러나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중량급 인사들의 광역단체장 러시는 한국 정치의 대권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 서사가 자리 잡고 있다. 광역단체장 자리가 유력한 대권 코스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궤적은 기존 대권 주자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명문대 출신 법조인이나 중앙 정치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전형적인 거물 정치인과 달리, 그는 성남시와 경기도라는 ‘변방’에서 지방 행정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그는 시장 집무실에서 나와 민생 현장을 누볐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행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취임 직후 호화 논란이 일었던 시장 집무실을 북카페로 바꿔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더 좁은 공간으로 시장실을 옮기는 것으로 첫걸음을 뗐다. 이후 성남시 전역에 복지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섰다. 관료 조직의 벽에 수없이 부딪혔지만, “공무원이 시민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시청에서 도청으로, 대통령실로 이어진 현장 중심 행정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쳤다. 그는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 소득과 나이에 관계없이 도민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며 민생 안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또한 경기도청에 코로나19 통합방역상황실을 설치하고, 신천지 종교 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종교시설 행정명령,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확대,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 조치를 잇달아 시행했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선제적 의사결정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얻은 이 대응은 이후 ‘이재명식 위기관리’의 대표 사례로 회자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20년 2월 28일 경기도청에서 도내 신천지 신도 3만 3582명의 코로나 19 감염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8.2.28 연합뉴스
이러한 행정 DNA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취임 직후 전임 정부 장관들을 모두 소집해 3시간 40분에 걸친 국무회의를 열고 각 부처 현안을 일문일답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국무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국민에게 정부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실험도 단행했다. 전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어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은 경기도지사 시절 체득한 현장 중심 행정의 연장선이다. 그 결과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65%~70%를 상회하고 있다. 행정 경험이 단순한 이력이 아닌 국정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작은 주의 성과를 전국화 하겠다“ 주지사 출신 미국 대통령들
자치단체장 출신이 지방 행정 경험을 발판으로 대권을 거머쥔 사례는 미국 정치사에서도 흔하다. 역대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17명이 주지사 출신이다. 주지사 경력이 대통령직으로 가는 가장 유력한 경로 중 하나였음을 숫자가 분명히 말해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지사 시절 인종차별 철폐와 행정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하며 ‘청렴한 개혁가’ 이미지를 구축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주 정부 내 흑인 인사 발탁을 주저하지 않았고, 행정 시스템의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 이러한 개혁 이미지는 워터게이트 이후 도덕성 회복을 갈망하던 미국 사회의 시대정신과 정확히 맞물리며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뉴욕 주지사 시절 대공황에 맞서 공공사업과 실업 구제 정책을 과감히 시행하며 ‘뉴딜’의 초기 모델을 실험했다. 주지사 시절의 정책은 대선 공약으로 발전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토대가 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칸소 주지사로서 교육 개혁과 친기업적 경제 정책으로 ‘신민주당(New Democrat)’ 이미지를 만들었고, “작은 주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이제 전국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성공 보다 실패 많은 한국의 단체장 출신들 대선 가도
그러나 광역단체장 경력이 대권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결코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이명박·이재명이라는 두 성공 사례 뒤에는 수많은 좌절의 역사가 존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환승 체계 구축 등 가시적 성과로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광역단체장 성공 모델’의 원형이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 역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용산 국제업무센터, 한강버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시대 흐름과 어긋나는 대형 토목 사업에 매몰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리는 처지가 됐다.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한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범죄로 구속되는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조순 전 서울시장, 이인제·손학규·남경필 등 경기지사 출신들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한때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으나 퇴임 후 정치적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 역시 행정 경험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그는 성남시장이라는 ‘지방 정치의 변방’에 있었다. 그러나 청계천 광장 규탄집회에 직접 나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사자후를 외치며 정치적 격동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그의 주장은 촛불 집회가 대규모 탄핵 시위로 번지는 도화선이 됐고, 이재명은 단숨에 대선 주자 대열에 합류했다. 행정 역량에 시대를 읽는 정치적 감각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그의 서사가 완성된 것이다.
조직력과 계파 정치 대체한 후보의 실제 역량과 정책 성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은 한국 정치의 대권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조직력과 계파 정치가 승패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후보의 실제 역량과 정책 성과에 대한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가 더욱 강력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 변화는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민 중심의 구청 행정’으로 성동구 주민 9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한 그는, 화려한 슬로건보다 구체적 성과를 앞세우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중량급 인사들은 당선 후 각자의 방식으로 이재명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임기 중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늘어난 중도 성향의 ‘뉴이재명’ 지지층은 정책 성과를 최우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광역단체장들은 취임 첫날부터 ‘성과 시계’를 돌려야 하는 압박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러시는 향후 정치 일정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30년 3월, 지방선거는 같은 해 6월이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돼 이재명 대통령처럼 뚜렷한 성과를 쌓는다면, 자연스럽게 대권 경쟁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총리, 송영길 전 대표, 조국 혁신당 대표 등까지 가세할 태세여서, 범여권 대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최종 성공 여부는 당선 자체 아닌 당선 후의 성과에 달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더라도 진짜 시험은 그 이후부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을 석권했음에도 4년 뒤 참패를 자초했던 아픈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당시 참패는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폭등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대선에서 패배한 데 기인한 바 크지만, 압승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당·중앙정부 간 유기적 협력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지역 주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따라서 6·3 지방선거 이후 승리에 도취해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은 수동적 행정에 안주하지 말고 중앙당 및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입체적인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중앙당만 의식한 채 낙후된 지역 활성화에 소홀했던 탓에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도가 하락했던 사례를 교훈 삼아 각 지역에 특화된 발전 대책의 수립과 집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이번 광역단체장 러시는 단순히 중량급 인사들의 대선 포석이 아니다. 한국 정치가 중앙 권력 중심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 현장의 행정 경험과 정책 성과가 권력의 진정한 원천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조직과 계파 정치의 구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각 지역의 핵심 과제를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하고, 그 성과로 민심을 얻는 후보가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요 정당의 ‘대선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중량급 인사들이 광역단체장 선거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6선의 중진으로 차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되던 추미애 전 법사위원장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뛰어들었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미 단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도 대구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충남도지사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박주민 의원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역시 당선될 경우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군에 본격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예비경선 성격까지 띠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들(왼쪽부터 추미애 한준호 김동연) 2026.3.26.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열어 제친 새로운 대권 가도
과거에 광역자치단체장은 대선 레이스에서 밀려나거나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지 못한 중진들의 마지막 정류장과 같았다. 광역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활동 영역이 지방 행정으로 제한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멀어지게 돼, 재선이나 3선을 거친 후 정계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다.
그러나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중량급 인사들의 광역단체장 러시는 한국 정치의 대권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 서사가 자리 잡고 있다. 광역단체장 자리가 유력한 대권 코스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궤적은 기존 대권 주자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명문대 출신 법조인이나 중앙 정치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전형적인 거물 정치인과 달리, 그는 성남시와 경기도라는 ‘변방’에서 지방 행정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그는 시장 집무실에서 나와 민생 현장을 누볐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행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취임 직후 호화 논란이 일었던 시장 집무실을 북카페로 바꿔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더 좁은 공간으로 시장실을 옮기는 것으로 첫걸음을 뗐다. 이후 성남시 전역에 복지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섰다. 관료 조직의 벽에 수없이 부딪혔지만, “공무원이 시민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시청에서 도청으로, 대통령실로 이어진 현장 중심 행정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쳤다. 그는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 소득과 나이에 관계없이 도민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며 민생 안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또한 경기도청에 코로나19 통합방역상황실을 설치하고, 신천지 종교 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종교시설 행정명령,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확대,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 조치를 잇달아 시행했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선제적 의사결정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얻은 이 대응은 이후 ‘이재명식 위기관리’의 대표 사례로 회자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20년 2월 28일 경기도청에서 도내 신천지 신도 3만 3582명의 코로나 19 감염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8.2.28 연합뉴스
이러한 행정 DNA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취임 직후 전임 정부 장관들을 모두 소집해 3시간 40분에 걸친 국무회의를 열고 각 부처 현안을 일문일답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국무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국민에게 정부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실험도 단행했다. 전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어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은 경기도지사 시절 체득한 현장 중심 행정의 연장선이다. 그 결과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65%~70%를 상회하고 있다. 행정 경험이 단순한 이력이 아닌 국정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작은 주의 성과를 전국화 하겠다“ 주지사 출신 미국 대통령들
자치단체장 출신이 지방 행정 경험을 발판으로 대권을 거머쥔 사례는 미국 정치사에서도 흔하다. 역대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17명이 주지사 출신이다. 주지사 경력이 대통령직으로 가는 가장 유력한 경로 중 하나였음을 숫자가 분명히 말해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지사 시절 인종차별 철폐와 행정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하며 ‘청렴한 개혁가’ 이미지를 구축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주 정부 내 흑인 인사 발탁을 주저하지 않았고, 행정 시스템의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 이러한 개혁 이미지는 워터게이트 이후 도덕성 회복을 갈망하던 미국 사회의 시대정신과 정확히 맞물리며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뉴욕 주지사 시절 대공황에 맞서 공공사업과 실업 구제 정책을 과감히 시행하며 ‘뉴딜’의 초기 모델을 실험했다. 주지사 시절의 정책은 대선 공약으로 발전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토대가 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칸소 주지사로서 교육 개혁과 친기업적 경제 정책으로 ‘신민주당(New Democrat)’ 이미지를 만들었고, “작은 주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이제 전국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성공 보다 실패 많은 한국의 단체장 출신들 대선 가도
그러나 광역단체장 경력이 대권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결코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이명박·이재명이라는 두 성공 사례 뒤에는 수많은 좌절의 역사가 존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환승 체계 구축 등 가시적 성과로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광역단체장 성공 모델’의 원형이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 역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용산 국제업무센터, 한강버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시대 흐름과 어긋나는 대형 토목 사업에 매몰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리는 처지가 됐다.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한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범죄로 구속되는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조순 전 서울시장, 이인제·손학규·남경필 등 경기지사 출신들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한때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으나 퇴임 후 정치적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 역시 행정 경험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그는 성남시장이라는 ‘지방 정치의 변방’에 있었다. 그러나 청계천 광장 규탄집회에 직접 나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사자후를 외치며 정치적 격동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그의 주장은 촛불 집회가 대규모 탄핵 시위로 번지는 도화선이 됐고, 이재명은 단숨에 대선 주자 대열에 합류했다. 행정 역량에 시대를 읽는 정치적 감각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그의 서사가 완성된 것이다.
조직력과 계파 정치 대체한 후보의 실제 역량과 정책 성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은 한국 정치의 대권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조직력과 계파 정치가 승패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후보의 실제 역량과 정책 성과에 대한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가 더욱 강력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 변화는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민 중심의 구청 행정’으로 성동구 주민 9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한 그는, 화려한 슬로건보다 구체적 성과를 앞세우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중량급 인사들은 당선 후 각자의 방식으로 이재명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임기 중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늘어난 중도 성향의 ‘뉴이재명’ 지지층은 정책 성과를 최우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광역단체장들은 취임 첫날부터 ‘성과 시계’를 돌려야 하는 압박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러시는 향후 정치 일정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30년 3월, 지방선거는 같은 해 6월이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돼 이재명 대통령처럼 뚜렷한 성과를 쌓는다면, 자연스럽게 대권 경쟁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총리, 송영길 전 대표, 조국 혁신당 대표 등까지 가세할 태세여서, 범여권 대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최종 성공 여부는 당선 자체 아닌 당선 후의 성과에 달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더라도 진짜 시험은 그 이후부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을 석권했음에도 4년 뒤 참패를 자초했던 아픈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당시 참패는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폭등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대선에서 패배한 데 기인한 바 크지만, 압승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당·중앙정부 간 유기적 협력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지역 주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따라서 6·3 지방선거 이후 승리에 도취해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은 수동적 행정에 안주하지 말고 중앙당 및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입체적인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중앙당만 의식한 채 낙후된 지역 활성화에 소홀했던 탓에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도가 하락했던 사례를 교훈 삼아 각 지역에 특화된 발전 대책의 수립과 집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이번 광역단체장 러시는 단순히 중량급 인사들의 대선 포석이 아니다. 한국 정치가 중앙 권력 중심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 현장의 행정 경험과 정책 성과가 권력의 진정한 원천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조직과 계파 정치의 구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각 지역의 핵심 과제를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하고, 그 성과로 민심을 얻는 후보가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통일뉴스]는 안 의사 순국 116주기인 26일 고마츠 모토코(小松元吾, 필명 방외생) 기자의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1910년 9월 10일자 '안중근의 묘' 기사를 최초 공개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무엇일까?
이 사료를 처음 국내에 소개한 이규수 전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교수는 고마츠 기자가 남겼을 또 다른 기사를 비롯해 새로운 사료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정투쟁을 삽화로 남기고 사형 집행 약 5개월 후 매장지에 대한 르포기사를 쓸만큼 안 의사를 경외한 고마츠 기자가 이렇게 짧은 글(공백 제외한 글자수 1,583자, 200자 원고지 기준 9.3매)로만 기사를 마무리했을리 없다는 것이 첫번째 착안점이다.
두번째 주목한 점은 이번 사료 발굴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1910년 3월 26일 안 의사 순국일 이전에만 집중해 온 사료 연구, 조사 과정의 허술함이다.
이 교수는 고마츠 기자의 기사를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4월 15일 일본에서 확보했다고 말했다. 기존 정부기관과 연구소 등에서 발행한 관련 자료집에 누락된 자료임을 확인했고, 이는 사료조사를 순국일 전후의 좁은 기간으로만 제한한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론은 앞으로 정부와 연구자들이 일본은 물론 중국 정부의 비협조로 사료발굴이 어렵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민간 사료에 대한 연구와 조사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
특히 고마츠 기자가 남겼을 가능성이 높은 다른 기록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으로 구체적 사료연구에 집중해야
여기서 고마츠 모토코 기자의 신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31살의 청년 안중근이 뤼순 관동도독부 법원에서 재판받는 과정을 직접 취재한 고마츠 기자는 1875년 일본 고치현(高知県) 우사기다(兎田) 출생으로,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안 의사보다 네살 위이다.
화가의 꿈을 안고 19살에 상경했다가 1898년 미국으로 건너가 1902년까지 5년을 살다 돌아 온 방랑객, 낭만적 예술가의 면모도 있다.
러일전쟁 이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다롄 [요동신보(遼東新報)] 기자로 활동했으며, 1910년 2월 당시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특파원으로 뤼순에 머물며 이토 히로부미 처단 사건에 대한 안 의사의 재판 과정을 취재하면서 법정 스케치와 공판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사를 남겼다. 일부 남아있는 기록에는 고향인 고치현의 지역 일간지인 [도요신문사(土陽新聞社)] 통신원으로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중국 뤼순 법정에 취재진으로 파견된 일본인이었으나, 법정에서 안 의사의 당당한 기개와 논리 정연한 '동양평화론', 그리고 적국 일본의 천황이나 민중을 증오하기보다 동양의 진정한 평화를 역설하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1924년 중국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으로 귀국해 고치현 아사히(旭)에서 생활하다가 1956년 82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고치현은 뤼순 관동도독부 법원 재판 당시 재판 절차의 불법성에 반발하며 안 의사에 우호적이었던 일본측 검사인 미조부치 다카오(溝淵孝雄)·야스오카 세이시로(安岡靜四郞), 관선 변호인인 미즈노 기치타로(水野吉太郞)·카마타 세이지(鎌田誠二) 등의 고향이기도 하다.
50대에 접어들어 고향에 돌아 온 고마츠 기자가 이들과 교유하며, 젊은 시절 그들의 인생에 잊지 못할 흔적을 남긴 안 의사에 대한 기록을 다듬어 남기지 않았을까?
사형집행 후 약 5개월이 지나 작성한 '안중근의 묘' 기사를 다시 읽어보자.
앞머리에 "나는 감회에 젖어 다롄에서 뤼순으로 와 고인을 애도(이토 히로부미를 의미함-이규수)하는 마음으로 안중근의 묘를 찾고, 동시에 당시 공범이었던 세 수인(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이규수)의 현황을 살피고자 뤼순감옥을 방문하였다"는 취재 의도와 배경, 심경을 적었다.
'이토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그 먼길을 자청해 안 의사의 묘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의 공신'이자 제국의 기초를 확립한 '일본 근대화의 지도자'가 암살된 사건을 계기로 한일합방에 속도를 내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토를 애도하는 마음'이란 그저 명분으로 삼기 위한 핑계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기사 중 안 의사의 매장지를 확인하는 순간 '광한(狂漢, 미친 사내) 안중근'이라고 쓴 것도 일본 매체에 게재되는 현실적 제약속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그는 필명을 쓸 필요가 없는 특파원이었으나 굳이 '방외생(方外生)'이라는 필명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속세를 떠나 세상 일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어인 '방외생'도 의미심장하다.
고마츠 기자는 '안중근의 유해는 실은 감옥 묘지에 매장되지 않았다거나, 일단 매장되었으나 지금은 그곳에 없다'는 등의 항간의 소문을 언급하고는 "나는 내심 정말로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그 진상을 알고자 하였다. 게다가 돌이켜보건대, 가령 그 진상을 탐구한다해도 경솔하게 이를 발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지나쳐 왔으나, 이제야 말로 탐구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되었다"고 썼다. 안 의사의 주검을 찾는 일에 일종의 사명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각과 더 정성스러운 접근법으로 사료를 찾으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가 언급한 고마츠 기자의 '별도 상세 기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는 일, 뤼순감옥 사망자 유해매장을 전담했던 용역업체인 '대륙공사'(大陸公司)의 사망자 명부와 묘지 배치도를 비롯한 1차사료를 추적하는 일을 비롯해 해야 할일은 아직도 많다.
남북 합의는 피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돼
국가보훈부와 통일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민관협력단'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지방보훈부에서 발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만약 안 의사 유해 발굴과 관련해 매장지 확정을 위한 좀 더 자세하고 새로운 사료를 찾아낸다면, 우리는 그 사료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 볼 수 있을까?
지난 19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민관협력단' 발족식에서 나온 정부측 설명으로는 '쉽지 않다'.
그에 따르면,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원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북측의 사전 동의 또는 남북공동조사 발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뤼순감옥 서쪽 '위안바오'산(元寶山, 원보산)지역을 발굴할 당시에는 북측이 판문점연락관을 통해 남측의 단독 발굴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전달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현재 남북관계 상황으로는 논의 자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중국 정부는 매장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 제시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가 어떤 자료를 가져가도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알려달라며 번번히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이 뤼순감옥 관련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중국내 주요 문서보관소인 '당안관' 등에 대한 자료조사에 대해서는 비협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현재 접근조차 쉽지 않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북측의 사전동의 △구체적 자료제시 요구를 견지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공식적으로 유해발굴 협조를 요청했을때에도 중국은 같은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다 지난 2005년 남북이 '안중근열사 유해 공동 발굴 사업 추진'을 합의하고 2007년 4월 실무접촉을 통해 위안바오산을 우선 발굴대상지로 확정 발표한 이후 발굴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지난 2008년 3~4월 남북 합의 아래 한국과 중국이 합동으로 위안바오산 지역을 처음 발굴했고, 그해 10월에는 중국측이 단독으로 뤼순감옥에서 서쪽으로 200여 미터 떨어진 '사오파오타이'산(小炮台山, 소포대산) 지역에 대한 단독 발굴을 실시했으나 두 곳 모두 1910~1920년 감옥 증축시 흙을 파낸 흔적과 쓰레기 매립층이 발견되는 등 지형이 크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인골이나 묘지로 추정할 수 있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두 차례의 발굴은 뤼순감옥 소장인 구리하라 사다키치의 딸인 이마이 후소코의 관련 증언과 사형집행 후 추모제가 열린 사진의 배경을 토대로 이뤄졌다.
그보다 훨씬 전인 1970년대와 1986년에 북한은 조사단을 파견해 '둥산포' 묘지 등을 조사했으나 지형변화로 인해 유해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 여순감옥묘지 '둥산포'가 유력 매장지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출처-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민간협력단 발족식 국가보훈부 발표자료. 촬영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현재까지 연구결과가 가리키는 유력 매장지는 고마츠 기자의 기사가 설명한 뤼순감옥 묘지인 '둥산포'(東山坡)이다.
중국 다롄시정부가 뤼순감옥에서 사형 집행된 중국인 항일열사들이 안장되었다는 이유로 2001년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한 곳이고 반경 3km에 해군부대 등 군사시설이 다수 있어 발굴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무튼 중국측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여러 난관을 뚫고 유해 발굴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도 매장지를 특정할 수 있을만한 사료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제 1의 과제가 되고 있다.
또 하나 피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일이 안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공동조사와 발굴에 대한 남북의 합의이다.
유해 발굴을 위해 필수적인 중국의 협조를 위해서도, 국권회복과 동양평화에 대한 안 의사의 사상을 현재에 되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동양의 평화는 꿈꾸었으나 민족의 분단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안 의사의 부활은 분단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지를 각성하게 하는 분명한 상징이다.
안 의사는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싸운, 남과 북 민족 전체가 공유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유해 발굴 뒤 남북 공동 '안중근 동아시아 평화기념관'을 건립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주 에이팩 계기 한중정상회담과 지난 1월 중국 국빈 방문시 시진핑 주석과 안 의사 유해발굴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18일 '범정부 차원의 협업체계 구축'과 '민간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민관협력단'을 16년 만에 다시 발족하고 '둥산포' 발굴 방향을 제시한 것은 그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16년을 넘기고도 유해조차 찾지 못한 안 의사에 대한 도덕적, 역사적 책임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면 바로 이어지는 문제는 고국으로 봉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북한은 안 의사의 고향인 해주와 27살까지 살았던 신천군, 의병활동을 위해 연해주로 떠나기 전 2년간 교육활동을 벌인 평안도 용강군 진남포(현재의 남포시)를 중심으로 생애를 설명하고 있다.
남포시에 사는 안중근 의사의 후손들. 안 의사의 동생인 안공근의 장남, 안우생의 자손들이다. [사진 출처-통일부]
안 의사 서거 100주년을 앞두고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학술조사단을 구성해 2009년 9월초와 11월 상순 두 차례에 걸쳐 생애 조사한 결과가 『력사과학』 2010년 1호에 발표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안 의사는 1879년 9월 2일(음력 7월 16일) 지금의 황해남도 해주시 석천동에서 안태훈의 맏아들로 태어나 6~7살이던 1885년 부친이 일가 친척 70~80명과 함께 신천군 청계동(현재 황해남도 신천군 석교리)으로 이사하면서 해주를 떠나 이곳에서 16살(1895년)에 김아려와 결혼하여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고 27살까지 지냈다.
1905년 을사5조약 체결에 격분하여 부친과 함께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기로 하고 먼저 시찰을 떠났으나 식솔을 이끌고 청계동을 떠난 부친이 노상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1906년 3월 온 일가와 함께 '평안도 룡강군 진남포 비석동'(현재의 남포시)으로 세번째 거주지를 옮겼다.
남포에서 양옥집 한 채를 세우고 생활을 안정시킨 다음 가산을 털어 남포시내 산 중턱위에 삼흥학교를,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또 한 곳에 돈의학교를 세워 27살의 젊은 교육자가 되었다.
삼흥학교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후 일제가 파괴하고 일본인학교를 세웠다.
"선생은 1879년 9월 황해남도 해주에서 탄생하였다. 애국사상이 강하였던 선생은 반일단체인 향군회를 조직하고 1906년 이곳에 삼흥학교를 창설하였으며 직접 교단에 서서 청년들을 반일애국사상으로 교양하였다. 1907년부터는 반일의병투쟁에 참가하였으며 1909년 10월 26일 할빈에서 일제 조선강점의 원흉인 이등박문을 처단함으로써 민족적 기개를 과시하였다. 선생은 1910년 3월 26일 장렬한 최후를 마치였다.-1965년 3월 26일 건립-"
북한이 안 의사 55주기인 지난 1965년 3월 26일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옛 삼흥학교 터에 세운 '애국렬사 안중근선생기념비'의 내용이다. 비석은 현재 남포시 해방공원에 원래의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안 의사의 유해가 발굴되면, 유언에 따라 '고국으로 반장(返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 옆에는 안중근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세운 '안중근 동아시아 평화기념관'을 남과 북이 함께 건립하여 동북아시아의 영원한 평화를 다짐하는 큰 마당이 되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곧 민생이고, 평화가 최고의 안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싸워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우리 국민과 영토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동시에 전쟁과 적대의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서해 수호 영웅들이 우리에게 남긴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제2연평해전(2002년 6월29일)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26일)·연평도 포격전(2010년 11월23일) 등에서 서해를 지키다 숨진 ‘서해 55 영웅’을 기리는 행사다.
이 대통령은 “포화와 혼돈 속에서도 주저함이 없던 그대들의 눈동자는 조국의 밤하늘을 밝히는 ‘호국의 별’이 됐다”며 “고귀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55인의 서해 수호 영웅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경의와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는 여러분을 결코 외롭게 두지 않겠다”며 “반드시 기억하고, 기록하고, 합당하게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자랑스러운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이 거친 파도를 헤치며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고 있다”며 “최전방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서해5도 주민들, 어선들의 뱃길을 안전하게 밝혀주는 등대의 공직자들, 깨끗한 서해를 위해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들까지, 모두가 서해를 수호하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영웅들이 피땀으로 지켜낸 넓은 바다 위에,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이 미래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번영의 그 밑바탕에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희생이 자리 잡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희생된 영웅들과 유가족, 현직 장병 등에 대한 예우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해 5월부터, 생활이 어려운 참전유공자 배우자에게 매달 생계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며 “2030년까지 보훈 위탁 의료기관을 전국 2,000곳으로 확대하여 국가유공자들이 가까운 병원에서 언제든지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공공부문에서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산정할 때, 근무 경력에 반드시 의무복무기간을 포함하도록 했다”며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에 합당한 대우로 보답하면 할수록 우리의 안보는 더욱 튼튼해지고,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한 걸음씩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의 책임은 분명하다”며 “그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바다를 더 이상 ‘분쟁과 갈등의 경계’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터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결과 긴장이 감돌던 서해의 과거를 끝내고, 공동 성장과 공동 번영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6일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내역을 보면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는 1억2072만원을 신고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5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분실했다고 신고하거나 대체불가토큰(NFT), 고급 스포츠카를 보유한 의원들의 재산변동 내역도 눈에 띄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국회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박 의원 재산은 지난해에 5550만3000원에서 올해 33억8387만8000원으로 약 60배 급증했다.
1986년생인 박 의원의 재산 증가 사유는 혼인이었다. 박 의원 배우자는 이더리움 7.1353252개 등을 비롯한 1억2072만원의 가상자산과 함께 아파트와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도 재산으로 신고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정헌 의원의 배우자와 장남이 총 8600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독특한 재산변동 내역도 있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소유 1억5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분실했다고 신고했다. 이 의원 배우자는 45억7700만원의 예술품 보유도 신고했다. 보유 작품 중에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 5점도 있는데, 이 중 새로 신고된 12억원인 작품 1점과 각 8000만원인 작품 2점은 채무자로부터 예술품으로 반환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를 지낸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1억원 상당의 훈민정음해례본NFT 1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1억9097만원짜리 2021년식 페라리를 배우자와 공동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인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관리위원장의 소유의 한우 가격을 사육두수 감소에 따른 변동으로 지난해보다 3000만원 감소한 1억2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비상장주식인 300만원 상당의 매일노동뉴스 6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하피스트인 배우자가 총 1억3000만원 상당의 하프 3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금을 보유한 의원들은 금값 상승 등 시세변동에 따른 재산 변동을 신고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24k 금 150g 가격을 지난해보다 1178만원 상승한 3286만원으로 신고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24k 금 130g이 971만3000원 상승한 2680만5000원으로 신고했다.
오는 3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꽤나 묵직한 기자회견이 열린다. 주인공은 『반헌법행위자열전』(모두 12권), 10여 년간 수백 명의 연구자와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빚은 역사의 공소장이다.
상임공동대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책임편집인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이끄는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가 2015년 출범한 이래 햇수로 꼬박 12년 만에 첫 결실을 내놓는 것이다.
출간 장소를 백범기념관으로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임시정부를 잇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생을 조국 독립에 바친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 해방 후 암살당한 사건 자체가, 친일 청산의 좌절과 민간인 학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편찬위는 바로 그 상징적인 공간에서, 그 비극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312명의 이름을 역사 앞에 불러낸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기자회견 포스터
"정부수립 후 45년, 대통령 5명이 모두 1권에 들어갔습니다"
1차 출간분인 1~4권에는 전직 대통령, 정치판사, 정치검사 등 81명이 수록된다. 이 중 36명이 2026년 3월 현재 생존해 있다.
1권 〈대통령 편〉에 이름을 올린 다섯 명을 보자.
이승만(1875~1965). 초대~3대 대통령. 민간인 학살, 내란, 고문조작, 부정선거, 언론탄압, 다섯 분야 전부 해당. 말하자면 반헌법행위의 '완전체'다.
박정희(1917~1979). 5대~9대 대통령. 민간인 학살만 빼고 네 개 분야. 그래도 충분히 넘치고도 남는다.
최규하(1919~2006). 10대 대통령. 신군부 쿠데타를 방조·방기함으로써 5·18 광주 학살에 책임을 지는 네 분야. '최 주사'라는 별명처럼 실권도, 의지도, 역사적 결단도 없었다는 평가는 이제 역사가 공식 기록한 셈이다.
전두환(1931~2021). 11·12대 대통령. 내란, 민간인 학살, 고문조작, 언론탄압 네 분야. 부정선거만 없는데, 애초에 직접선거를 안 했으니 부정선거를 저지를 기회조차 없었던 덕분이다.
노태우(1932~2021). 13대 대통령. 전두환과 똑같이 네 분야.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하고 대통령이 된 다섯 명이 모조리 1권에 실렸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을 이보다 더 압축해 보여주는 통계가 있을까. 마치 어느 부도덕 기업의 임원 명단처럼, 정부 수립 후 45년치 대통령 명단이 통째로 '반헌법행위자' 항목에 올라간 것이다.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실린 반헌법행위자들
사법의 보루는 어디 있었나, 판검사들의 이름을 부른다
2권 〈법원 편〉에는 대법원장 세 명이 포함된 정치판사 27명이, 3·4권 〈법무·검찰 편〉에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들을 포함한 정치검사 49명이 수록된다.
2권의 대표 선수들을 보자.
민복기(1913~2007). 5·6대 대법원장으로 역대 최장수 10년 2개월 재임.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에서 상고를 기각, 8명의 사형을 확정했다. 판결 이튿날 새벽, 형이 집행됐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의 역할은 그날 아침 사라졌다.
유태흥(1919~2005). 8대 대법원장. 1985년 소신 있는 판사를 좌천시켜 2차 사법파동을 일으킨 장본인. 2005년 마포대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마지막 걸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양승태(1948~ ). 15대 대법원장. '사법농단'으로 재판 거래, 판사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2019년 구속기소됐다. 아직 살아 있으니, 스스로 해명할 기회는 남아 있다.
흔히 "사법부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열전에 이름이 오른 판·검사들은 그 보루를 제 손으로 허물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저지른 고문조작·간첩조작 사건 대부분이 이후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과 재심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그 누구도 단 한 마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사의 법정이 뒤늦게라도 이름을 불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실린 반헌법행위자들
10년, 회의 540차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편찬위가 2015년 출범하여 2017년 2월 집중검토 대상 405명을 처음 발표하고, 그 중 312명을 최종 선별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박사급 연구자들이 주도한 조사위원회 회의만 2026년 3월까지 540여 차례에 달한다. 매주 한 번씩 10년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 방대한 작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 오직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 달에 5000원, 만 원씩 묵묵히 보내온 수많은 시민편찬위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이미 그 제작 방식 자체가 '시민이 판단의 주체'라는 편찬위의 철학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실린 반헌법행위자들
역사의 공소시효는 없다,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편찬위 기자회견문은 이렇게 묻는다.
"군대가 동원된 내란을 어떻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진압할 수 있었을까요?"
2024년 12월 3일 새벽, 현직 대통령 윤석열(1960~)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의원들이 계엄군의 봉쇄를 몸으로 막으며 의사당 담을 넘었고, 시민들이 장갑차 앞에 섰다. 그리고 계엄은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 윤석열은 현재 내란 혐의로 수감 중이다.
편찬위는 이 장면을 이렇게 해석한다.
"지난겨울 우리는 과거로부터, 죽은 이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았습니다."
1948년, 1950년, 1960년, 1980년에 그 숱한 골짜기와 광장에서 쓰러진 이들의 희생이 2024년 겨울의 시민들을 지탱한 힘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반헌법행위자열전』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이 책은 단순히 나쁜 사람들의 명단을 모아놓은 고발장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예방서다. 권력은 늘 법복을 입고, 헌법을 입에 올리며, 국가안보를 외치면서 인권을 짓밟아왔다. 그 패턴을 낱낱이 기록해 두지 않으면,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그것도 더 교묘하게.
열전 수록 312명 중 44명은 친일 경력이 확인된다. 일제 강점기에 권력에 복무하다가 해방 후에도 그대로 대한민국 권력기관에 흘러들어와 다시 국민을 짓밟았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예시다.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실린 반헌법행위자들
봉헌과 애도의 공동체
기자회견 말미에 편찬위 대표들은 백범 김구 선생 좌상 앞으로 이동해 책을 봉헌한다. 고유문을 낭독하는 이는 시인 이산하(본명 이상백), 1987년 제주 4·3 연작시 「한라산」을 발표했다가 국가폭력의 피해를 당한 바로 그 시인이다.
어떤 나라가 건강한 나라인가. 가해자의 이름을 기록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애도하며, 그 위에서 미래를 쌓아 올리는 나라다. 편찬위의 말처럼,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는 너무 늦었지만,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81명 중 36명은 지금도 살아 있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역사의 법정은 그 시간보다 오래 간다.
문의: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02-735-5812
블로그: https://blog.naver.com/unconstitutionaldeed
편찬위는 1-4권 수록자의 개인별 반헌법행위 내용을 웹사이트(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블로그 https://blog.naver.com/unconstitutionaldeed와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https://peacemuseum.or.kr)에 게시하여 당사자나 가족·유가족들의 사실확인을 거쳐 소명 또는 반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4월 10일까지 의견서를 작성해 소명자료와 함께 이메일 unconstitutionaldeeds@gmail.com로 보내면 원고에 반영할 것입니다. 지난 2017년 집중검토 대상 발표 당시에도 4개월여에 걸쳐 이의신청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특별기획 '1980 사북, 늦은 메아리'는 박봉남 감독의 영화 <1980 사북> 전국 상영을 계기로 공론화한 사북 사건을 단지 과거사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국가의 대응, 공동체와 시민 사회의 변화 과정을 추적 기록해 국가 폭력의 기억과 치유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기자말]
짓눌린 두 얼굴, 완전히 다른 두 결말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거리에서 검은 얼굴의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는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 당하고 있었다. 그는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경찰들은 그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했다. 백인 경찰들의 인종차별적 폭력에 분노한 시민들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것은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1980년 4월, 한국 강원도 사북의 좁은 언덕길에서 검은 얼굴의 광부 원일오는 경찰 지프차 바퀴에 짓눌려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마치 죽은 듯 보였지만, 지프차에 탄 순경들은 바퀴가 사람 몸통을 완전히 타 넘은 것을 알고도 그냥 도망쳐 버렸다. 경찰 지프차의 만행에 분노한 수백 명의 광부들은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치며 시내로 몰려가 사북지서를 파괴했고, 이것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북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두 사건은 여러 면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검은 색으로 상징 되는 사회적 약자들이었고, 그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도를 넘는 공권력의 폭압이 발생했으며, 피해자의 고통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그로 인해 집단적 분노가 대규모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의 경로는 두 사건이 완전히 달랐다.
2020년 미니애폴리스의 경찰 폭력 사건은 당시 체포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이름은 부당하게 핍박 받는 약자들의 상징이 되었고, 결국 가해자인 경찰 데릭 쇼빈(Derek Chauvin)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세워졌다.
그러나 1980년 사북의 경찰 폭주 사건은 지금까지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아 피해자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그 일로 이름이 밝혀진 경찰 중 그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았다.
이 차이는 단순한 사법적 결과를 넘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와 연결된다. 사북에서는 사건의 원인이었던 경찰 폭력 대신, 그로 인해 촉발된 광부들의 폭력성이 부각되었다.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가 숨죽이던 시절, 난데없이 전해진 인질난동극, 파괴된 지서, 박살난 광업소 등 온갖 파괴적 이미지로 인해 원일오와 광부들은 '피해자'이기는커녕 '폭도'로 낙인 찍혔다.
지워진 출발점
▲영화 <1980 사북> 스틸컷. 광부들이 광업소 언덕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경찰 측 지프차들.엣나인필름
1980년 사북사건은 광부들의 이유 없는 난동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적어도 1년 가까이 누적된 노조 파행과 이로 인한 광부들의 좌절감이 있었다. 1979년 노조지부장 선거에 대한 무효 결정 이후 재선거 지연 사태, 광부 2568명의 노조직선제 청원, 정보기관의 개입과 직선제 무산, 1980년 3월 노조지부장 직무대리와 회사 간 임금협상 일방 합의 등 광부들의 불만을 키운 여러 일들이 있었다(광산노조, <사북사태 발생에 대한 진상>, 1980, 23쪽).
그러나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1980년의 사북이 광부 항쟁의 필연적인 무대가 되어야 할 것은 아니었다. 노조직선제를 위한 사북 광부들의 운동이 폭발적인 항쟁으로 전화된 데는 사태를 악화시킨 공권력의 결정적인 폭압 장면이 있었다.
1980. 4. 21. 14:00경 사북지서장과 노조지부장 이재기가 약속했던 노조집회가 계엄당국에 의해 불허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노조원들은 노조사무실에 몰려가 노조부지부장 홍금종에게 항의하였다. 이때 현장에서 사진 채증을 하던 정선경찰서 소속 사복 경찰관이 광부들에 의해 발각되었다. 사복 경찰관이 노조사무실 1층 창문을 넘어 노조사무실 앞마당에 대기 중이던 경찰차량을 타고 달아나려 하자 주위의 광부들이 경찰차량을 가로막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2008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03. 진실화해위원회 제5차 보고서>, 151쪽)
경찰들은 광부들을 향해 그대로 지프차를 몰았고 이때 노조원 원일오 등 서너 명이 차량에 치어 나뒹굴었다. 진술과 의료 기록을 종합하면 경찰 지프차의 바퀴는 광부 원일오의 허리와 골반을 타고 넘어가 방광 탈구 등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다. 그런데도 경찰차는 멈추지 않았고 그대로 달아났다. 사람들은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치며 경찰 지프를 뒤따라 사북지서로 몰려갔다. 사북항쟁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신군부는 경찰이 관여된 최초의 폭력 사건을 감추는 대신, 그것이 촉발한 광부들의 집단 폭력을 확대해 사건의 서사를 바꾸고 책임의 소재를 이동시켰다. 그 때부터 광부들은 누군가의 조종을 받아 난동을 저지른 통제 불능의 폭도로 재현 되었다. 그 바람에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서 공권력의 1차적인 책임과 그 이후의 잔혹한 국가 폭력마저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사북사건'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광업소 파괴나 노조지부장 부인 폭행과 같은 광부들의 폭력적 대응을 떠올린다. 물론 그것들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군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이다. 사북사건에 대한 기억은 시작부터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뒤틀렸다.
기억 조작에 희생된 또 다른 피해자들
전두환 신군부는 사태를 촉발한 공권력의 책임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이후 벌어진 광부들의 폭력성을 더 크게 부각했다. 특히 성난 광부들에게 붙들린 채 공포에 질려 있는 노조지부장 부인의 모습을 이 사건 전체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내세우고 자극적으로 소비하게 만들었다. 사북 광부 전체를 폭도로, 사북항쟁 전체를 난동으로 몰아가기 위한 신군부의 치밀한 시나리오 안에 마치 사건의 주역 마냥 부각된 이들과 그 가족들이 평생 동안 겪을 치욕에 대한 고려는 애당초 없었다.
특히, 노조지부장의 부인과 자식들은 폭력의 피해자로서 보호받기는 커녕 그 치욕스러운 장면을 박제 당함으로써 또 다른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노조지부장의 아내와 그 가족을 위한 국가의 조치를 별도로 권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가는 김○○와 그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관련자들 사이의 화해를 이루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2008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03. 진실화해위원회 제5차 보고서>, 217쪽)
마치 남편의 죄를 대속하는 희생양인 듯 아내에게 전가한 고통의 책임은 그 못된 일을 저지르고 비겁하게 숨어버린 자들에게 있지만, 그 이후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노출된 어머니의 사진으로 인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겪게 된 평생의 굴욕에는 언론과 국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교통사고'로 포장된 국가 폭력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군부가 의도한 이런 기억의 조작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북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 규정한 보고서조차도 이 사건을 "교통사고"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진화위가 발행한 조사보고서는 사북 사건의 발생 및 전개 과정을 설명하면서 "1980.4.21. 교통사고와 사태의 확대 과정"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1980. 4. 21. 14:00 노조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부터 광부들이 삼삼오오 노조사무실로 모여들었다. 당시 경찰 측 상황일지에 의하면, 정선경찰서 소속 정 사복 경찰(지휘부 2명, 경찰 66명)이 오전부터 노조사무실 2층과 정문 등에 배치되었다. (중략) 같은 날 15:00경 노조사무실 내에서 광부들 수십 명과 노조 부지부장 홍금종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고, 그 주위에서 정선경찰서 소속 사복경찰 김성한, 이운선, 최흥식 등이 사진 채증하다가 (중략) 광부들이 "저놈 잡아라"며 외치자 이운선은 위급함을 느껴 노조사무실 1층 창문을 넘어 건물 앞마당에 세워 둔 경찰 지프차(운전수 장인택 순경)에 올라탔고, 앞마당에 모여 있던 광부들이 경찰 차량을 에워싸고 진로를 막자 운전수 장인택 순경이 그대로 군중 사이를 경찰차로 밀고 나가면서 광부 원일오 등을 치어 중상을 입히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2008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03. 진실화해위원회 제5차 보고서> 159-160쪽)
인권을 다루는 20년 전의 문제 의식이 낮아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에 나온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도 사북항쟁을 촉발시킨 경찰 폭압 사건을 또다시 "교통사고"로 적은 걸 보면 이 문제는 자못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1980. 4. 18. 노조 지부장 이재기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에게 이재기와 사북지서장 어윤철 경위는 4.21. 노조 집회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4.21. 노조 집회가 계엄사에 의해 불허되었고, 집결한 노조원들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 간의 충돌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경찰 차량이 광부들을 치고 달아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2024년 하반기 조사보고서>, 제20권, 581쪽)
이 문장 뒤에는 "교통사고 직후 경찰이 구호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도주하자 광부들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하면서 주민들이 가세"했다는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교통사고 처리에 대한 불만이 수천 명의 광부와 주민이 합세한 대규모 폭력 사태로 전화되었다는 설명은 인과 관계에 대한 해명 치고는 터무니없다. 결국 2024년판 국가 기관의 보고서도 신군부가 만들어낸 기억의 조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사북의 원일오를 기억하지 못하는가
▲경찰 지프차에 치여 중상을 입고 동원보건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원일오 광부.정선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신군부의 기억 조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집회 불허로 웅성거리던 노조사무실, 사복 경찰의 사찰 채증과 발각, 광부 무리를 향해 그대로 돌진한 경찰 지프, 바퀴에 깔리고 튕겨나간 광부들, 초죽음이 된 광부들을 버려두고 달아난 경찰들, 그 뒤를 쫓아 사북 지서로 몰려갔던 수백 명의 광부들. 이것은 절대로 '교통사고'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국가폭력의 가학적인 장면이자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그런데 이것이 교통사고로 기록되는 순간, 광부 원일오에 대한 기억과 사건의 운명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2020년 미니애폴리스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과 가해자 데릭 쇼빈의 이름이 함께 기록되었지만, 1980년 사북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이름도, 가해자 경찰의 이름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왜 어떤 사회에서는 공권력이 저지른 폭압을 분명히 단죄하고 희생자의 이름을 기록하는데, 왜 우리는 공권력의 폭압과 비열한 도주 행위를 '교통사고'로 취급하며 아무도 단죄하지 않는가?
1980년 4월 21일 사북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해 신군부는 많은 진실을 감추어 왔다. 그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첫 장면이자 아직 복원되지 않은 진실 중 하나는, 바로 경찰 지프차에 깔려 초죽음에 몰린 광부 원일오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첫 장면을 온전히 복원하지 않는 한, 사북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여전히 신군부가 조작해 낸 허상 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사북사태"만이 신군부의 언어가 아니다. 사북사건을 설명하면서 계속 등장하는 "교통사고", "역상사고"라는 말도 결국은 신군부의 언어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희생당한 검은 약자 조지 플로이드를 기억하는 당신이, 경찰 지프차에 깔려 시름시름 앓다 죽어간 사북의 검은 광부 원일오는 왜 기억하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결국 아픈 질문으로 이렇게 돌아온다.
"우리는 무엇을 잊도록 길들여졌는가?"
많은 사람들이 사북 사건의 첫 장면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과거사 조사관들에게 그 장면이 여전히 교통사고의 순간으로 남아 있는 한, 이 사건은 진실이 규명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왜곡된 역사는 언제든 진실을 짓누를 것이며, 기억되지 않은 폭력은 언젠가 더 잔혹한 형태로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3월23일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자신의 대구시장 후보자 컷오프(공천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 차출설에 “저는 경기도지사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조선일보 유튜브에 출연해 ‘경기지사 후보로 차출해야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두고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차라리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라고 했으면 얘기가 되죠. 저 서울에서도 좀 살았으니까. 서울시장, 대구시장은 맞지만 경기지사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이어 “인지도를 가지고 경기 지사할래?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고 이거 역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능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는 경기지사 차출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진숙 위원장님이 딱 저기 그 ‘그래 내가 대구를 떠나서 경기도에서 한번 해보겠다’ 이렇게 하신다면 저는 굉장히 그 의미 있는”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유튜버 고성국씨는 자신의 유튜브채널에서 “(이 전 위원장이)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출마를 하면 해볼 만하지 않냐는 주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이진숙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내세워질 거라는 소식에 27일자 경기도 지역 신문들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국힘의 이진숙 경기지사 차출론, 경기일보 “경기도민 모욕”
경기일보는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 사설에서 “가정을 해 보자. 경기도에서 몇 달을 선거운동했다. 경기도지사가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데 그제 컷오프됐다. 그러더니 오늘 대구시장 후보로 차출돼 뛰어들었다. 대구 유권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겠나”라며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전국 최대 1천400만 경기도지사다. 31개 시·군을 두고 있는 거대 광역이다. 이 자리가 대구시장 컷오프 사흘 만에 대체될 수 있는 자리인가. 성사 여부를 떠나 보기에 불편하다. 이런 일을 듣는 것도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27일자 경기일보 4면.
▲27일자 경기일보 사설.
이어 “(국민의힘에) 쉽지 않은 선거가 예상된다. 그러자 유력 후보군이 모조리 백기를 들었다. 선두권인 김은혜·안철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당 밖의 유승민 전 의원도 선을 그었다. 실제로 경선에 나선 주자는 2명이다. 중량감, 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이라며 “그러더니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이다.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경기일보는 “자질이 웬만해야 한다. 상황이 어느 정도여야 한다. 엊그제까지 다른 지역 발전 공약 외우던 사람이다. 고향에서 지역구까지 모든 게 무관한 사람이다. 불출마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경기도지사감이라며 계측을 하고 있다. 직접 내놓기 미안한지 빙빙 둘러서 내놓는다. 이제는 도민도 다 안다. 그래서 자존심에 상처받고 화내기 시작했다”라며 “이제라도 겸손하고 진지해라. 그리고 상식적으로 풀어가라. 그게 작은 불씨나마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경인일보도 <전국 자중지란 벌인 국민의힘의 경기지시 전략공천> 사설에서 “전국선거판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공관위원장이 이제서야 경기도에 관심을 갖더니 일성이 전략공천이다. 전략공천만 잘하면 선거를 뒤집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양, 함 두 예비후보는 졸지에 2등급 후보가 됐다. 그런데 전략공천 대상이 10개월 전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출마의지가 없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까지 들먹인다”라고 비판했다.
▲27일자 경인일보 사설.
이어 “국민의힘이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뒤집을 생각이었다면, 당력을 총동원했어도 부족했을 선거판세다. 민주당의 김동연-추미애-한준호 경선구도의 중량감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이를 외면하고 전국적인 자중지란으로 여론을 잔뜩 악화시킨 채 경기지사 전략공천을 거론하니, 민심과 격리된 국민의힘의 현실만 더욱 또렷해졌다”라며 “전략공천의 초라한 실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의 ‘선거판을 뒤집을 경기지사 공천’ 발언이 허언으로 들린다. 전략공천이 성사돼도 후유증으로 판을 뒤집을 판세 형성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전략공천이 좌절될 경우엔 공관위원장이 2등급 후보로 격하한 예비후보 자원으로 본선을 치러야 한다. 또 한번의 자충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한조관계 발언, 한국일보 “한조관계, 조한관계라는 말은 해괴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적대의 종식과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학술회의 개회식에서 “한국-조선관계, 한조관계이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서 남과 북이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해 나가길 강력히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측에도 북측에도,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의 공식 국호고,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한조관계라는 명칭을 쓰자는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조관계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남북관계가 ‘한조관계’라니... 통일장관의 아집 지나치다> 사설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정 장관이 공식 자리에서 북한이 호명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 건 처음이다. 심지어 남북관계는 ‘한조관계’라고 했다. 우리 정부 입장도 아니고 국민 다수의 공감대도 없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호칭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북한을 상대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조율된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아집에 사로잡히는 건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27일자 한국일보 사설.
이어 “북한은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칭하지만 우리가 북한으로 부르는 건 헌법에 근거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3조)이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4조).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특수한 관계다. 그래서 한조관계가 아니라 남북관계다. 통일부라는 특별한 부처가 존속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과 국가관계라면 외교부가 대북정책을 도맡으면 될 일이다. 정 장관은 헌법을 무시하고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우리를 한국으로 부르니 우리도 저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는 정 장관의 발상은 터무니없다. 북한과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은 평가받아야 하지만 한조관계, 조한관계라는 말은 해괴하다. 16년 전 오늘 천안함 46용사가 북한의 어뢰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정 장관 주장대로 북한 국호를 인정하려면 갈 길이 멀다”라고 했다.
10월 검찰청 폐지, 중앙일보 “전국 10개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검사 정원 절반 수준”
조선일보도 “천안지청 검사 1인당 미제 500건 배당, 피해 국민이 입을 것”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둔 가운데, 지방 형사사법 기능을 책임지는 전국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의 검사 인력이 정원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 분석 기사가 나왔다. 현재 3특검, 상설특검, 2차 종합특검 등 5개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67명에 달해 많은 검사 인력이 차출됐고, 올해 사직 검사만 최소 60명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전년도에 배당이 200건이었는데, 500건으로 늘어나 마비 상태라 그 피해를 국민이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7일자 중앙일보 3면.
중앙일보는 2면 <절반은 텅 빈 검사실…“이미 파산지청 됐다” 눈물> 기사에서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0개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안산·성남·고양·부천·천안·대구서부·안양·부산동부·부산서부·순천지청의 실제 근무 검사 수는 파견과 휴직자를 제외하고 총 213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정원(383명)의 55%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차치지청은 지검이 직접 관할하기 힘든 다수의 지방 도시 사법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다. 예컨대 순천지청은 순천뿐 아니라 여수·광양·보성·구례·고흥 등 전남 동부권 전체를 관할한다. 검사 14명이 남게 될 천안지청은 인구 110만 명 규모의 천안·아산시를, 정원 절반만 근무하는 안양지청은 안양·군포·과천·의왕시(약 105만 명)를 책임진다. 인구 100만 명 규모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기소 여부 판단, 경찰 신청 영장 청구 검토, 공소유지 등 업무를 10여 명이 감당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과거에는 정원에서 5~6명의 결원만 생겨도 비상이 걸렸는데, 지금처럼 절반 가까이 빠지면 정상적인 청 운영이 불가능하다. 지방 지청의 붕괴는 단순히 검찰 조직의 허리가 무너지는 것을 넘어, 지방 의료 붕괴처럼 지역 사법 시스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미현 천안지청 검사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천안지청은 수사검사 8명, 공판검사 4명인데 이 중 초임 검사가 7명”이라며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은 이미 500건을 넘겼다.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기 위안을 하다가도, 두통과 호흡곤란이 오고 침대에 누우면 저절로 눈물이 났다”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최악의 인력난을 부른 핵심 원인으로는 이른바 ‘특검 블랙홀’이 꼽힌다. 현재 3특검, 상설특검, 2차 종합특검 등 5개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67명에 달한다. 정경유착 합동수사본부 파견 인력까지 합치면 약 80명의 핵심 연차 검사들이 현장을 떠났다”고 한 뒤 “검사들의 줄사직은 인력난을 가중하는 또 다른 악재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수리된 사직서만 58건으로 집계됐다. 사직이 임박한 천안지청 검사들을 포함하면 이미 60명 이상이 현장을 떠난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다 사직 규모(175명)를 올해 가뿐히 넘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도 <폐지 예정 검찰 이미 ‘파산’, 범죄자들 좋은 세상 될 판> 사설에서 “대전지검 천안지청 소속 검사의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을 넘었다고 한다. 1인당 200건 수준이던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이 만든 각종 특검과 합동수사본부가 검사들을 대거 차출한 탓이 크다. 실제 정원 30명인 천안지청 평검사 인원은 현재 12명으로 줄었는데 그나마 남은 검사 중 7명은 초임 검사라고 한다. 사건 처리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와중에 검사 2명은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곧 검찰 폐지로 희망이 없으니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천안지청은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다. 사실상 ‘파산’”이라고 했다.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부산지검과 수원지검 등 대형 검찰청 상황도 비슷하다. 두 곳에서 지금 근무하는 평검사도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실제 검찰이 3개월 넘게 결론 내지 못한 장기 미제 사건이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2024년 1만8198건에서 지난해 3만7421건으로 늘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사들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됐고 검사들은 의욕을 잃었다. 의무감 책임감도 없어졌다. 수사기관이 파산하고 식물기관으로 전락하면 득을 보는 것은 범죄자들 뿐이다.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라며 “중수청이 설립되면 검찰은 맡고 있던 사건을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공소시효가 임박해 계속 담당할 수밖에 없는 사건도 90일 이내에 처리하거나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미제 사건이 급증한 상태에서 중수청이 들어서면 수사에 앞서 산더미 같은 사건 처리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 여당은 검찰을 흔들지만 말고 남은 6개월이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어린이 167명 희생... "미·이스라엘 만행 세계가 봐야"
"한국은 비적대국... 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호르무즈 해협 '새 원칙' 예고... "파병은 또 다른 위험"
"트럼프 휴전 제안은 기만... 지상군 투입 시 미군 위험"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습 첫날인 2월 28일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긴 피 묻은 교실과 아이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부모들의 장면이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규탄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트럼프의 휴전 제안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주한 이란대사관에 전시중인 사진전
어린이 167명 희생... "미·이스라엘 만행 세계가 봐야"
이날 회견은 전쟁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이란 남부 미나브시 학교 공습 현장 수습 장면이 담겼으며, 영상 속 현장 시민은 “이 장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 수 있도록 세계 모든 사람이 봐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생존 학생은 희생된 친구들을 떠올리며 “얘들아 아직 선생님이 숙제를 확인하지도 않았잖아”, “아직 수학 시험도 안 봤잖아”라고 울부짖었다.
이란 측에 따르면 이번 학교 공습으로 7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 167명을 포함해 총 180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쿠제치 대사는 “남녀 학생이 포함된 단일 학교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학살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은 비적대국... 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쿠제치 대사는 질의응답에서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규정하며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요구에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타국이 전쟁에 연루돼 피해를 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과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선박 정보를 요청하는 등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현재까지 한국 선원과 교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한국 대기업이 과거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새 원칙' 예고... "파병은 또 다른 위험"
해협 통행과 관련해 그는 “전쟁 이후 상황은 이전과 다를 것이며 새로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통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는 이란군과의 사전 협의와 허락하에 안전 항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의 파병 요청에 동조하는 행위에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뢰 제거함 파견은 상식 밖의 일이며, 선박 호위함 파병도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란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미국 관련 기업의 경제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한 자위적 권리”라고 말했다.
"트럼프 휴전 제안은 기만... 지상군 투입 시 미군 위험"
트럼프 행정부의 휴전 제안에 대해서는 “다시 공격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기만 행위”라며 “이란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과 관련해 “단적으로 핵 활동 포기 요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한 평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군 투입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외부세력이 지원을 한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견딘 경험과 저력, 국민적 단합이 있는 한 누구도 이란을 굴복시킬 수 없다”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질의응답]
Q1. 이란은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보는가?
A. 우리는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그런 정책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선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도 우리 외무장관이 한국 측과 통화하면서 선박 정보를 요청하는 등 협력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
Q2. 트럼프의 휴전 제안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만의 중재로 두 차례 미국과 소통했고, 작년 6월에는 다섯 번째 회의 이후 여섯 번째 회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공격을 받았다.
올해 2월에도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고, 빈에서 기술적 합의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그 직전에 공습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지난 2년간 미국과의 관계는 배신과 기만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휴전 제안 역시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공격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
Q3. 미국의 평화안(15개안)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트럼프가 제시한 15개 안을 불법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본다. 이는 모험주의적 작전이 실패한 이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핵활동 포기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우리의 핵활동은 평화적이며, IAEA 회원국으로서 정당한 권리다. 실제로 IAEA 보고에서도 군사적 활동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우리의 핵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우리는 현재 미국과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있으며, 백악관의 요구를 고려할 상황도 아니다.
Q4.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현재 전쟁 상황에 있다. 전쟁 첫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미나브 지역이 공습을 받았고, 학교가 공격당해 180명의 어린 학생이 희생됐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 이익에 동조하는 세력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다.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우리의 자위권이다.
우리 국민은 공장, 민간시설, 의료시설, 주거지 등에서 잔혹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관련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그대로 두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Q5. 해협 통과 요금 부과 및 관련 법안은?
A. 우리는 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압박과 제재를 받았지만, 그동안 해협 통과는 자유롭게 협조해왔다.
현재 이란 의회에서 통과 요금과 관련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험적인 군사 행동을 시작한 이상, 전쟁 이후에는 해협 관리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Q6. 해협 통과에 관한 한국과의 소통 상황은?
A. 우리는 해협을 봉쇄하지 않았다. 26일간의 전쟁 상황에서도 많은 선박이 통과했다.
우리 군은 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는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고 있으며, 우리와의 합의 하에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한국과도 외교장관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한 이란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선박 정보를 요청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습이 지속되는 한 현재 상황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Q7. 통행 허용, 불허 국가 명단 존재 여부 및 비용 부과설은 사실인가?
A. 우리는 그러한 명단을 들어본 적도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통과 비용 부과 역시 사실이 아니다.
해협 관련 조치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다.
우리는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다만 일부 한국 대기업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점은 유감스럽다.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이러한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Q8.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미군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이란 국민들은 단결하여 정부와 군을 지지하고 있으며, 계속된 공습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이를 보여주고 있다.
Q9. 기뢰제거함·호위함 파견에 대한 입장은?
A. 현재 해협에는 기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뢰제거함 파견은 명분이 없다. 또한 선박 호위함 파견 역시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Q10. 전쟁 이후 해협 관리 구상은?
A. 우리는 전쟁 이후 상황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약 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국민들은 이번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Q11.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의 원천은?
A. 우리의 저력은 역사적 경험과 국민의 단결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라크와 8년간 전쟁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외부 지원과 화학무기까지 동원된 상황을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현재도 국민들은 정부와 군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애초 계획과 달리 내부 혼란이나 반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Q12. 추가 메시지 (한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입장)
A. 우리는 한국 언론과 국민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란이 겪고 있는 피해와 긴장 상황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가짜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 휴전을 명분으로 다시 공격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평화는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다. 이스라엘의 팽창 정책이 통제되지 않는 한 전쟁과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신뢰하지 말고,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은 민간인의 피해에 관심이 없으며, 다른 국가들이 전쟁에 연루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번 사태는 세계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동맹국의 이익조차 무시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 고운사의 지난해 3월26일(왼쪽) 화재 당시 모습과 지난 17일(오른쪽) 자연복원이 진행된 모습. 성동훈·백경열 기자
어제(25일)는 산불 피해에 대처하는, 고운사의 ‘무심한’ 실험이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실험이란 불에 탄 숲의 복원을 자연에 맡기는 건데요. 환경단체들은 이곳에서 자연의 탁월한 회복력이 관찰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직 ‘인공조림보다 낫다’고 단언하긴 이르지만 주목할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1년 동안 경북 의성군 고운사 숲에서 벌어진 일들과 그 의미,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사찰림 98% 탔다
지난해 3월25일 고운사 서남쪽 16㎞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천년고찰’로 널리 알려진 고운사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절과 주변 숲이 송두리째 타버린 겁니다.
이 산불로 연수전·가운루 등 보물뿐 아니라 고운사의 자랑이던 사찰림의 97.6%(243㏊)가 타버렸는데요. 국내 사찰림 산불 피해 중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당시 고운사 스님은 “열기가 있어 새싹이 못 자란다”며 기약할 수 없는 복원에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3월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들이 불타고 있다. 경북도 제공
1년 뒤, 불에 탄 나무에서 싹이 텄다
그런데 1년 만인 지난 17일 고운사 사찰림에는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무들이 솟아 있었습니다. 검게 변한 나무에는 수십개의 흰구름버섯류(곰팡이)가 점처럼 박혀 있었고요. 현장을 둘러본 이규송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불에 탔지만 완전히 죽지 않은 나무가 살아남은 조직에서 싹을 틔우려고 시도하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숲의 회복을 지켜본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도 “산 능선을 따라 나무가 되살아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연구진에 따르면 고운사 사찰림 면적의 약 4분의 3(76.6%)에서 높은 자연 회복력이 관찰됐습니다. 빠른 회복에 비례해 토양침식 위험도도 크게 감소했고요.
“자연에 맡기는 것이 지혜”
이런 변화는 고운사가 숲 복원을 자연에 맡긴 결과입니다. 등운스님은 지난해 7월 경향신문과 만나 “이렇게 땅과 산이 다 타버린 열악한 환경에서는 자연에 맡기는 게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며 자연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도록 기다리겠다고 말했는데요. 그것이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합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뜻 도교의 ‘무위자연’도 떠오르지만 철학적인 개념만은 아닙니다. 최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인공조림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거든요. 인공조림은 침엽수를 주로 심는데,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할 뿐 아니라 조림 시 산불 피해목과 뿌리를 제거하기 때문에 산사태 등 추가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자연복원은 비용이 적게 들고, 탄소 저장량·수종 다양성 측면에서 인공조림보다 낫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고요.
지난해 9월 고운사 인근 야산에 불에 탄 나무 사이로 풀이 자라나 있다. 이규송 교수 제공
회복 속도 빠른 ‘자연복원’, 동물도 돌아왔다
실제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뒤 인공조림(52%)과 자연복원(48%)으로 비교하는 실험이 진행된 바 있는데요. 2020년 중간 점검 당시 자연복원지의 숲이 더 촘촘한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초반 회복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평가됐고요.
원래 숲으로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침엽수림이었던 고운사 사찰림은 활엽수림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산불 전 침엽수림 면적이 235.8㏊에 달했지만 이후 3.4㏊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활엽수림은 25.3㏊에서 363.5㏊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뛰어난 회복력 덕분에 고운사에서는 멸종위기종 등 야생 생물의 관찰 빈도도 크게 늘었습니다. 삵은 고운사 경내에서, 수달·담비는 숲에서 관찰됐는데요. 지금까지 포유류 17종과 조류 35종 등이 확인됐습니다. 향후 조류는 70~80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연복원도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환경생태학자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산림은 마을이나 농경지와 가까운 곳이 많아 산사태 등의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자연복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는데요. 자연복원만 기다리다 인명·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척박한 토양에서는 소나무 위주의 인공조림이 낫다는 주장도 있고요.
지난해 8월22일 경북 의성 고운사 인근 숲에서 오소리 한 마리가 풀 밭에서 배설을 한 뒤 지나가고 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제공
“고운사 사례 참고해 자연복원 과정 만들자”
전문가들은 고운사 사찰림의 자연복원 조사를 계기로 인공조림 일변도였던 국내 산림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산불 피해지역에 자연복원을 기본으로 하고 식생의 회복력을 진단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복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이규송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숲의 대부분은 자연복원에 의해 회복된 것”이라며 “고운사의 사례를 참고해서 자연복원 과정을 만들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영남산불 피해지의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최소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요. 그런 규모라면 변화에 적응하는 해법은 자연만이 알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일단 고운사 자연복원 프로젝트는 오는 5월까지 이어집니다. 연구진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직접 변화를 확인하고 싶은 분께는 고운사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산불에도 살아남은 일주문 기둥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운사에 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어 “미국의 침략 전쟁은 제국주의적인 수탈의 면모를 분명히 보인다”며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빼앗기 위해 대통령 부부를 납치하고 그린란드의 자원을 강탈하기 위해 영토를 탐하더니만 석유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탐욕이 이란과 중동을 불바다로 몰아넣고 있다”고 규탄했다.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파병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국민의힘 의원들을 질타했다. 안철수, 조정훈,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지적하면서 “특히 조정훈 의원은 교육위원회 간사임에도 청년을 보내야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고 따졌다.
이어 “우리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정의롭고 평화로워야 한다는 명제를 가르치는데, 이번 비극은 많은 교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피눈물나게 했다”고 지적하며 “이 모든 비극을 종식시킬 유일한 길은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병으로 아들이 군 복무 중이라 밝힌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파병 논의 자체가 큰 불안”이라며 부모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이 동맹을 강조하며 파병을 이야기 할 때 아직도 내란세력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뭘 하고 있냐” 따지며 “전쟁광 트럼프 전쟁에 반대한다는 말을 왜 못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반년 동안 계엄을 넘고 광장에서 새로운 정부를 만든 이유는 안전한 세상이었다”며 “국민의힘으로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넘어온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연대 발언에 나선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이 성주에 있던 사드를 반출한 것을 두고 “미군 기지는 우리나라 안보와 평화가 아닌, 미국 침략 전쟁의 병참기지였단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침략 전쟁을 위한 미군이 침략 무기를 비충하는 곳간임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대한민국도 총체적 위기에 빠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자 민중들과 각계각층 국민들은 지난 더 추웠던 겨울 여의도 한남동, 광화문과 안국동에서 세월 윤석열 퇴진 투쟁의 길을 연 민주노총 여러분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 때 길을 열었던 것처럼 미국의 침략 전쟁을 규탄하고 파병 반대 투쟁에 민주노총이 길을 열고 이 집회를 한 것을 항상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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