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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보당 윤종오 “민주당에 할 말 하면서, 진보의 유능함도 보여줄 것”

윤종오 진보당 울산 북구 당선인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윤종오 국회의원 당선자는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울산북구에서 1998년 구의원으로 시작해 시의원, 구청장을 거쳐 국회의원을 했다. 울산광역시장을 제외하고 다 해봤다는 그가 이번 총선에서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그가 걸어온 진보정치 역정 속에 정치 환경도, 진보정당의 입지도 크게 바뀌었다. 윤 당선자는 “진보정치 통합도 당연히 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협력도 역시 중요하다”며 “진보정당도 성과를 만들어내며 유능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4.10 총선에서 울산북구에서 55.12%를 득표해 42.88%를 얻은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를 12.24%p 차이로 누르고 완승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윤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윤석열 정권 심판선거였다”고 돌아봤다. 선거기간 내내 “윤 대통령 보기 싫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그러나 유례없는 집권당 참패 결과가 나온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은 뚜렷이 달라진 게 없다. 윤 당선자는 “안타깝다. 총선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질적인 반성의 결과를 보여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면서 영수회담도 “윤 대통령의 시간 끌기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채상병 특검 떳떳하면 못 받을 이유가 있습니까? 김건희 여사 문제도 어차피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거 물어보면 답하기 궁색하니까 대통령이 기자회견도 못 여는 거 아닙니까?”

진보당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인이 23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예방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4.24 ⓒ민중의소리

압도적인 정권심판과 야권의 큰 승리
22대 국회 야당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기도


압도적인 정권심판과 야권의 큰 승리는 22대 국회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이어진다. 이는 야당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는 “국회가 더 진보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겪지 않아 함부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21대 국회는 생산적이지 못 한 것으로 보였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이른바 ‘개혁 의장론’을 적극 지지했다.

“국회에서 자꾸 싸운다고 나무라는 국민들이 있지만, 국회는 사실 싸우는 곳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싸우지 않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는 “국회가 개혁입법 과제는 물론이고 이제는 쟁점으로 잘 조명되지도 않는 국가보안법 문제나 한반도평화 문제까지 주도해야 한다”면서 “개혁적 의장도 필요하고, 발목 잡기나 하는 법사위도 당연히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야당에 압승을 안겨준 만큼 국회는 결과물로 답해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19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시작으로 노조 활동에 앞장섰던 윤 당선자는 지난해 말에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뼛속까지 노동자였다. 인터뷰가 정부의 노동정책에 이르자 질타가 쏟아졌다.


“지지율 올리기 수단으로 활용했지 자기들이 말하는 노동개혁이 뭔지 뚜렷한 청사진 하나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3대 개혁이 전부 그렇습니다.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것에서 나아가 진보적 노동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산업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는 것에 맞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정부가 내놨다가 여론의 철퇴를 맞은 이른바 ‘69시간 정책’과 정확히 대각을 이룬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4일제로 가야 한다면서, 정부와 사용자 측의 부정적 입장에 대해 “주 44시간과 40시간으로 개혁할 때도 ‘나라 망한다’고 난리 쳤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윤 당선자는 노동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와 협력이 전혀 없음을 지적했다. 날로 악화하는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수만 명이 넘는 의사집단에게 공권력을 앞세워 무릎 꿇으라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의 목표는 국민통합인데 오히려 ‘국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념으로 가르고, 남녀로 가르고, 의사와 환자를 가르고, 온 나라를 갈라치고 있다. 내 편 아니면 배제하다 보니 지지율 23%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정치 통해 정권심판 선거 가능했다
민주당도 득을 보고 진보당도 원내 교도부 확보“


진보당은 이번 선거로 비례 2명, 지역구 1명 등 3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냈다. 윤 당선자는 유일한 재선이자 지역구 의원이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과 비례연합을 하고, 지역구도 대부분 단일화해서 이뤄냈다.(지역구 현역인 이상헌 의원이 탈당해 윤 당선자는 별도로 단일화경선을 치렀다.)

“윤석열 정부가 워낙 폭압적으로 하니까 이걸 멈추기 위해서 전술적 수단으로 연합정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이 ‘민주당도 보수다, 양당패권정치 끝장내자’고 선거를 치렀으면 정권심판 선거는 안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습니까. 결국 국민들이 야당에 압도적 의석을 주셨습니다.”

여야 간의 엄청난 의석수 차이를 가져온 수도권의 경우, 각 지역구의 표차는 크지 않다.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이기는 것으로 예측된 몇 곳의 개표 결과가 뒤집히기도 했다. 수도권에 출마한 진보당 후보들이 완주를 했을 경우 더 많은 곳의 선거 결과가 바뀌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윤 당선자는 “최소 10석 이상 당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연대연합으로 정권심판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득을 봤고, 진보당은 원내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윤종오 진보당 울산 북구 당선인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은 지난해 보궐선거로 얻은 1석에서 3석으로 국회 의석이 늘었으나 녹색정의당이 원외정당이 되면서 진보 전체의 몫은 줄었다. 민주노동당 이전부터 진보정치를 시작해 한길을 걸어온 윤 당선자는 “우리가 힘이 많았다면 굳이 연합을 할 이유가 있겠냐”면서, 진보운동 일부의 연합에 대한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의 분열, 특히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 시기의 분열에 대해 아프게 성찰했다.

“촛불혁명 당시 진보정치가 똘똘 뭉쳐 있었다면, 극우세력을 몰아내고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구도로 정치구조를 새롭게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 분열에 대해 반성하면서 진보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대안정치세력으로 튼튼히 자리매김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진보정치 통합과 민주당과의 협력을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로 짚었다. 즉 “진보당 3명으로는 당장 법안 발의도 안 된다. 국회에서 필요한 진보적 입법을 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든 조국혁신당이든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는 것. 이른바 ‘2중대’ 우려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할 말 확실히 하고, 진보당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갈 것은 역할을 하겠다”면서 “민주당과의 협력과 진보당의 독자성, 주도성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혁명 당시 진보 분열 반성해야
조합원들 진보 통합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협력도 요구
지금은 진보정당도 성과로 유능함 보여줄 때”


윤 당선자는 진보정당도 이제 유능함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무상급식과 부유세 등 민주노동당의 선도적 의제가 점차 상식과 현실이 될 때 그도 구청장으로서 지역에서 여러 성과를 거두었다. 주민들이 이번에 그를 믿어준 것은 정권심판 구호가 옳아서만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구체적 성과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진보정당의 가치와 주장이 옳다는 것에서 나아가 입법과 실천의 성과로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그는 진단했다. 윤 당선자는 진보당이 전국에서 펼친 주민대회를 좋은 사례로 꼽았다.

“예전에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면 찍어준다고 할 때가 좋을 때였어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 조합원들은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민주당과 협력을 잘하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현재 진보정당만으로는 집권 등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반증이죠. 진보정당의 독자적 힘을 키우는 것과 현실에서 성과를 만들어 믿을 만한 대안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은 동시에 풀 숙제입니다.”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자 윤종오, 김종훈 의원이 백남기 농민 사망과 최순실 의혹 관련 손피켓을 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국회 개원이 다가올수록 3명밖에 없는 의원에게 노동자, 농민, 그리고 많은 진보적 과제가 요구가 쏠린다. 상임위 배치도 중요하지만, 추가로 여러 의제를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지역구도 챙겨야 할 그의 어깨가 무겁다. 인터뷰 말미에 윤 당선자는 하고 싶은 말로 자신을 당선시켜 준 주민, 당원, 노동자들에게 “은혜를 갚는 길”에 대해 말했다. “노동자, 서민을 위해 약자의 편, 정의의 편에서 한결같이 뛰는 국회의원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이것이 26년 진보정치 활동의 결론일 수 있겠다.

이날 진보당사에서는 현재 2기 지도부의 마지막 당무위원회가 열렸고, 3명의 당선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총선 후 윤희숙 대표의 첫 메시지에도 나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진보정치’라는 글귀가 당사에 걸려 있는데, 윤 당선자의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졌다. 옳은 말을 세게 하는 진보정당에서 진화해 국회와 지역, 민중생활의 현장에서 성과를 만드는 진보정당으로. 국회 300석 중 1%인 3석의 진보당이 넘어야 할 커다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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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통제권 없었는데... 임성근 사단장 '직권남용' 입증 문서 나왔다

▲ 실종된 해병장병 찾는 전우들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채 상병 사망 당시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본인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음에도 명령을 내리는 등 직권을 남용한 정황을 뒷받침할 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해병1사단 포병여단은 당초 부여됐던 '호우피해 복구작전' 임무가 '실종자 수색작전'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내성천에 투입됐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지금까지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지휘권이 없었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부대를 통제한 적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세상에 나온 '해병1사단 단편명령'... '지휘권 없었음' 임성근 주장 반박

 

해병1사단 단편명령. 해병1사단 단편명령은 관련 근거로 합참 단편명령과 제2작전사령부 단편명령을 제시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김경호 변호사 제공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문서는 '해병대 제1사단' 명의로 작성된 단편명령으로, 제목은 '단편명령 제23-19호(호우피해 복구작전 투입) 지시'이다. 단편명령이란 부대의 임무 또는 전술 상황의 변경을 알리는 데 사용하는 간략한 작전 명령이다. 여기에는 해병1사단 작전과장, 작전참모, 참모장, 작전부사단장, 사단장이 서명했다.

이 단편명령이 해병신속기동부대 등 예하부대에 시달된 시점은 7월 17일 오후 9시 55분으로, 이미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을 육군50사단장에게 넘긴 후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 해병대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해병1사단 제2신속기동부대의 작전통제권은 합동참모본부→육군 제2작전사령부→육군 50사단 순으로 전환됐다.

 

해병대사령부 작전처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전통제권은 7월 17일 오전 10시부로 해병1사단에서 육군50사단으로 이양됐다.

ⓒ 박주민 의원실 제공

해병1사단이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에 따라 육군 50사단으로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시점은 7월 17일 오전 10시였다. 명령대로라면 이 시각 이후 작전과 관련된 모든 명령은 육군50사단장이 내렸어야 한다. 작전통제권이 넘어간 뒤라 임 전 사단장이 합참의 단편명령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포7대대장 이아무개 중령을 변호하는 김경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예하부대 과업을 지시한 해병1사단의 단편명령은 육군50사단으로부터 작전통제를 받도록 규정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 자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합참 단편명령으로 육군50사단장이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를 작전통제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므로, 호우피해 복구작전과 관련해서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에게 명령권한이 없고, 육군50사단장에게 명령권이 설정된 상황에서 해병1사단장이 이를 위반해 작전통제권을 임의로 행사해 직권을 남용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은 '구체적인 작전의 임무와 과업은 작전통제권을 가진 부대(육군50사단)에서 지시했으며 실종자 수색작전과 관련한 안전 책임 역시 50사단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원칙적으로 특정 작전 임무와 과업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는 작전통제부대장인 육군 50사단장과 현장부대장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임성근 전 사단장 '단편명령' 내용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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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하부대 과업을 명시한 해병1사단 단편명령은 최초 포병여단의 과업으로 '호우피해 복구작전 시행'으로 적시하고 있다(빨간색 네모).

ⓒ 김경호 변호사 제공

해병1사단은 예하 2개 여단이 번갈아가며 유사시 신속대응부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제1신속기동부대와 재난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제2신속기동부대로 나뉜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집중호우는 자연재해였으므로 피해 현장에 출동한 해병1사단 예하부대는 제2신속기동부대로 편제됐다.

25일 김경호 변호사의 공개로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해병1사단의 단편명령 중 '예하부대 과업'에 따르면 채 상병이 속한 포병여단의 과업은 '실종자 수색작전'이 아닌 '호우피해 복구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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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해병대 안전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채 상병 순직사고 전후 부대 배치 현황. 임무가 최초 '호우피해복구작업'에서 '실종자 수색 정찰'로 변경됐다.

ⓒ 박주민 의원실 제공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2023년 7월 17일 오후 경북 예천에 도착한 포병여단은 다음날 7월 18일 오전부터 피해복구가 아닌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해병대 안전단이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채 상병 순직사건 하루 전인 7월 18일 '실종자 수색 정찰'에는 71대대(보병)을 비롯한 10개 부대가 배치됐다. 당초 호우피해 복구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었던 포병여단도 수색에 투입됐다. 내성천을 따라 포3대대가 상류, 포7대대(채 상병 소속부대)는 중류, 포11대대는 하류에서 수색을 진행했다. 채 상병이 목숨을 잃은 7월 19일에도 71대대 등 10개 부대가 '실종자 수색 정찰'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대 배치는 최초 '호우피해 복구작전'을 포병여단의 과업으로 규정했던 해병1사단 단편명령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포7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포병여단이 경북 예천에 도착한 7월 17일 저녁 무렵부터 다음날 새벽 3시 사이 '호우피해복구작전'이 '실종자수색작전'으로 변경됐다고 진술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휘관의 욕심으로 채 해병이 의무가 없는 일을 하다가 순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임성근 전 사단장은 더 이상 발뺌하지 말고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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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채상병, #해병1사단, #단편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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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한계, 촛불로 극복하자"

이형구 | 기사입력 2024/04/27 [08:30]

 

국민주권당이 27일 영수회담 추진 과정을 분석하며 이재명 대표에 대해 “냉정하게 보면 고구마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국민주권당은 “이재명 대표를 추종하는 걸로는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펼쳐진 지옥을 끝낼 수 없다. 이재명 대표도 잘못하면 비판하고 압박해서 견인해야 한다는 태도를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주권당은 “촛불이 중요하다. 촛불을 들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한다. 지지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는 견인되지 않는다. 국민의 명령을 들으라고 압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국민주권당이 발표한 글의 전문이다.

 

[정세 분석] 이재명의 한계, 촛불로 극복하자

- 영수회담 전망과 과제 해설 -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한다. 그런데 추진 과정을 보면 영수회담의 전망이 밝지 않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향후 행보에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1. 영수회담 전망

 

이재명 대표가 총선 후 처음으로 한 행보는 영수회담 제안이었다. 4월 12일 현충원 참배 후 “정치라고 하는 게 근본적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 “응당 존중하고 대화하고 또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타협해야 되는 것이 맞다”, “윤 대통령께서도 야당의 협조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영수회담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재명 대표가 물러섰다.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것이 민심이고 총선에서 크게 이겼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왜 이러는 것인가. 왜 저자세로 영수회담에 매달리고 양보하며 물러서나? 대체 무엇이 아쉬워서 민심에 역행해서 이러는 것인가?

 

영수회담의 전망은 밝지 않다. 사전 의제 조율에서도 합의가 안 됐는데 즉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나 특검 수용 같은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대화하자며 ‘협치’ 분위기를 내면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은 국민이 바란 것이 아니다. 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다. 총선에서 강렬하게 표출된 윤석열 응징 민심이 분노로 폭발할 것이다.

 

민심의 분노에 난감해진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추진된 특검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넘어서기 위해선 국힘당의 반란표가 필요하다. 국힘당 의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적폐세력들이 내세운 조건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특검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

 

여야가 1명씩 특검을 추천하고 마지막에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다거나, 대한변협 같은 곳의 보수적인 인사를 특검으로 추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힘당도 언론을 동원하여 이재명 대표 압박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적 압박은 물론이고, 어차피 이재명 대표가 3년 후 차기 대통령이 되는 건 안정적이라고 구슬리며 물밑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

 

2. 이재명 대표 행보 전망

 

영수회담 후에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국면이 좋은 길로 갈 수도 있다. 정국에 미치는 변수는 이재명 대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센 반윤석열 민심, 촛불국민들의 적극적인 행동 등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복잡한 정세에서 이재명 대표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 냉정하게 보면 고구마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할 것을 공개 선언하라고 압박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을 더 궁지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협력하고 타협하자며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영수회담 준비 과정도 그렇다. 이재명 대표는 애초에 영수회담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가, 국민들의 반발이 나오자 ‘3+1’ (▲대국민 사과 ▲채상병 특검 ▲거부권 자제 ▲추경 13조 원)을 요구했다.

 

실무회담 결렬 후 이재명 대표가 의제 없이 회담하겠다고 선언하자 대통령실과 국힘당의 대환영을 받았다. 이재명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다 접어두겠다’고 발표하는 걸 보고 환호하는 촛불국민은 없었다. 이래서야 총선에서 승리한 게 누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대체 이게 뭔가. 참담하다. 보수언론들은 이재명 대표가 양보해서 주도권을 선점했다며 입에 발린 말을 하지만, 실상은 주도권을 이미 잃었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에도 고구마 행보를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가 된 후에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내세우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사회주의라고 공격하자 몸을 사린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2021년 “제가 사실 공약으로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하고 싶었는데 왜 못 했냐면, 분명히 조선일보가 ‘시장개입이다. 민간의 자유 침해다. 여기가 사회주의국가냐?’ 공격할 것 같아서 안 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도 그렇다. 이재명 대표는 김건희 특검을 밀어붙이지 않고 구속될 위기 등 어려움에 부딪힐 때 방어용으로 활용하곤 했다. 예컨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당론으로 결정한 건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조사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할 때다. 민주당은 당론 채택 후 4개월이 지난 2023년 1월 10일에서야 김건희 특검 추진팀(TF)을 출범시켰는데 이때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조사받으러 간 날이다.

 

민주당은 2017년 정권을 잡은 뒤 국회 의석이 모자라 개혁을 못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2020년 총선에서 압승시켜주었다. 그러자 소위 ‘수박’ 때문에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고 탓을 하였다. 국민은 2024년 총선에서 그들이 말하는 ‘수박’들을 퇴출시켜 주었다. ‘수박’이 퇴출된 지금도 또 제대로 싸우지 못하면 이제는 누구 탓인가.

 

3. 믿을 것은 주권자 국민이다

 

촛불이 중요하다. 촛불을 들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한다. 지지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는 견인되지 않는다. 국민의 명령을 들으라고 압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때 열렬한 추종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를 추종하는 걸로는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펼쳐진 지옥을 끝낼 수 없다. 이재명 대표도 잘못하면 비판하고 압박해서 견인해야 한다는 태도를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

 

총선 이후 보름이 넘는 시간을 허송세월하며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어가고 있다.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응징하려는 민심이 거세다는 것을 확인한 마당에, 국민이 침묵하고 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나서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 몰아치면 윤석열 정권을 끝낼 수 있다. 윤석열 탄핵 촛불 광장으로 모이자!

 

2024년 4월 27일

국민주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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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후보’라는 영광.. 그리고 ‘농업을 살리는 정치’



 

[인플러스]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농민회장

“강원도부터 제주까지, 온 농촌 지역을 다니며 갈 곳 없는 농민들의 표를 모을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죠….”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몫인 국민후보 4인 중 여성2번으로 추천됐던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구례군농민회장.

그는 “여당의 치졸한 정치공세에 종북몰이의 빌미로 쓰여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감추는 핑곗거리가 되지 않겠다”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단 한 명의 농민 국회의원을 바라왔던 농민들의 아쉬움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쉬워만 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농사는 때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

본지가 구례를 방문한 날에도, 그는 종이상자에 정성스레 나물을 포장하며 “언니네 텃밭(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에서 들어온 주문이에요. 전여농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죠”라며 택배 발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 남편과 함께 매실 농사를 짓고 있는 정영이 구례군농민회장. ⓒ본인제공

부모 농사를 돕던 아이

정영이 회장은 전남 구례에서 농사를 지은 지 28년 차에 접어든 여성농민이다. 1만 5천 평의 산에서 고사리, 취나물, 쑥부쟁이, 두릅, 엉게 등 나물 농사를 짓는다. 나물이 한창인 4~5월이 지나면 7월까지 매실 농사로 바쁘다. 가을엔 밤농사를 지어야 한다.

전남 영광의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농사일들 도운 그였다. 부모님은 누에를 키웠고, 딸기 농사, 양파 농사에, 오이 하우스까지…. 어린 시절이었지만 정 회장은 경험해 보지 않은 농사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이렇게 농민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광주에 나와 살았어요. 대학도 광주에서 다녔고. 그러면서 ‘내 남은 인생은 계속 광주에서 살게 되겠지’라고 생각했었죠.”

결혼 후에도 쭉 광주에 살던 그는 1996년, 남편의 고향인 구례에 내려왔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 다시 광주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는 지금 구례군 농민회장을 하고 있다.

 

여성농민과 어린이날

그를 농민의 삶으로 접어들게 한 첫 시작은 ‘영농 발대식 포스터’였다. 당시 5살, 3살 아이들이 다닐 유치원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 농민회에서 주관하고 농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 그곳에서 자신의 조직이 될 농민회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여성농민회를 조직했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보고 자라면서도 ‘농사가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나는 농사는 안 지을 거야’라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다만 원망스러움이 있었다고 할까요… 엄마가 그 많은 농사일을 감당하는 걸 봤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면사무소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대신해 농사일에 힘쓰던 어머니를 보며 여성농민의 고된 삶을 느꼈던 때였다. 그 역시 농민으로 살면서 여성농민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돌봄 기능이 전혀 없던 시절, 농촌의 어린이날은 여느 도시의 풍경과 달랐다.

“한창 바쁜 농번기 5월, 부모들은 동트기 전부터 들판으로 나가서 일을 하고, 어린이들을 더 외로울 수밖에 없는 날이에요. 농민 회원들이 의기투합해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했어요. 단골 가게들을 찾아가 후원을 받고, 옆 마을 청년회를 찾아가 텐트를 빌리고, 목수 일을 할 수 있는 농민 회원들은 행사 무대를 쌓고….” 농촌의 아이들을 위한 맞춤 행사에 구례군내 600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구례에 여성농민회를 조직하자’는 결의가 모였다.

방학이 되면 갈 곳 없는 농촌의 아이들을 전남지역 대학생들과 연계해 ‘참교육 배움터’를 열고, 도내 대학을 탐방하는 ‘미리 가본 대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여성농민들은 농사일을 병행하며, 밤잠을 줄여가며 농촌지역의 양육 문제, 교육 문제 해결에 힘썼다. 그러면서 1999년 구례군 여성농민회가 출범했다.

이렇게 자란 자녀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다. 농촌에서 자란 정 회장의 딸 역시 강원도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청년 여성농민이다.

▲ 정영이 회장은 현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도 맡고 있다.

죽정마을 첫 여성 이장

그가 산나물 농사, 밤농사를 짓고 있는 산은 시부모님이 평생 남의 산을 빌려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 넷을 키운 터전이었다. 구례로 이사 오며 형제들이 어깨보증(신원보증)을 서줘 산을 매입했다. 그곳에서 여느 농민과 다를 바 없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정 회장이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산을 오르내린다. “오늘 고사리를 뜯지 않으면 피어버리니까 제 때에 하려고 하니 늘 몸이 바쁘죠. 비가 오면 산에 갈 수 없으니, 다음 날은 더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가요. 회의에 가야 하는 날이면 일정을 먼저 확인하고, 그 전날 두 배로 일을 몰아쳐 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그가 농사일만큼이나 혼신을 다하는 게 있다. 바로 농민조직 일이다. 2009년, 그는 구례 용방면 죽정마을에서 첫 여성 마을 이장이 되었다.

“농사를 지으며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남편의 추천이 있었어요. 이장 선출하는 자리에 갔는데 거기서 엄마들을 보는 순간 또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해 보자’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그가 마을 이장을 하는 동안 90% 이상 매실 농사를 짓던 죽정마을 전체가 ‘친환경 매실 마을’이 되었다. 모든 매실 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 직거래 장터를 열어 하루에 버스 10대가 마을을 들락날락하는 등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 ‘여성농민 8대 요구’를 내걸고 열었던 ‘2018 전국여성농민대회’에서 정영이 당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농민운동의 기쁨과 분노

마을 이장부터 구례군 여성농민회 회장, 전국단체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사무총장까지 거치면서 농민운동의 희로애락을 겪기도 했다.

가장 기뻤던 일은 ‘박근혜 탄핵’이다. ‘탄핵’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여성농민들의 힘으로 ‘변화’를 만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전여농 사무총장이 되기 전이었어요. 백남기 농민 투쟁본부를 꾸리고, 구례에서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촛불을 들었죠. 그리곤 박근혜 퇴진 구례운동본부를 조직했어요. 탄핵이 인용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잖아요? 농식품부 안에 ‘여성농민 전담 부서’ 설치를 요구했어요. 30년 동안 여성농민들의 요구였는데, 그걸 쟁취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는 현재 구례군 농민회장 회장이다. 여성이 농민회장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1990년대 중반, 당시 농민회는 모든 농촌 지역에서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대표 조직이었다. 농촌지역인 구례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라고 했다. 코로나 시국을 전후해 농민회를 더 튼튼히 꾸려야 할 요구가 높을 때 맡은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있을 때 국민후보 출마 제안을 받았다. 역시 막중한 책임감으로 후보를 결심했다. 그 후 농민운동을 하면서 가장 분노스러운 일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그는 국민후보 사퇴 과정을 떠올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폄훼당할 때, 민중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되려 운동 조직을 폄훼할 때 화가 난다”고 했다.

 

‘국민후보’라는 영광

“진보정당 분당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보대통합’, 그게 저의 주장이었고 지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연합정치를 위해 시민사회진영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걸 쭉 지켜봤어요.”

그러나 한 켠에 아쉬움이 자리했다. 농민을 대표하는 비례후보 한 명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제안이 나에게 올 것이라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전여농 사무총장 당시의 마음을 떠올렸다. “민중총궐기를 겪으면서 그리고, 백남기 농민 투쟁, 박근혜 퇴진 운동을 하면서 ‘전선운동’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연대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구나’, ‘연대의 힘이 승리를 만드는 힘이구나’를 느꼈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농민운동만 해왔던 제가 중앙단체 사무총장을 하면서 빈민, 장애, 여성, 청년운동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당시 전선운동을 이끄는 ‘한국진보연대’의 힘이 무엇인지도 느꼈다는 정 회장. 사무총장을 하면서 느낀 전선운동의 힘, 연대운동의 힘을 알고 있기에 국민후보에 나설 결심을 했다.

“진보연대에 더해 시국회의, 촛불행동 등 윤석열을 심판하는 단체들이 연대해서 국민후보를 선출한다는데, 거기에 제가 제안되었다니 제 평생에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제안이 있을까”라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의 옆에서 국민오디션을 준비했던 동지, 현재 암 투병 중인 박미정 전여농 사무총장과 약속했다. “농민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 농민들의 한을 풀어주자”고.

▲ 지난해 8월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열린 ‘전국민중행동 2기 통일선봉대 전체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통일선봉대 ⓒ한국농정신문

“온 구례가 정영이를 응원했다”

“온 구례가 정영이를 응원했다. 구례를 대표하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응원과 지지를 받았던 인물은 없었다”라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 국민오디션을 치른 결과, 여성2번으로 추천되었지만, 그는 뜻하지 않게 후보를 사퇴해야 했다.

보수세력들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문제 삼았다. “성주 소성리엔 임순분 회장님이라고 전여농 전직 중앙회장님이 살고 계세요. 마을의 끝 지점, 가장 평화로운 마을을 전쟁터로 만드는 상황인데, 농촌이 파괴되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상황을 어떻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나요?” 그는 당시 전여농 사무총장이자 자주통일위원장이기도 했다.

반평생 여성농민과 더불어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국민의 40%가 공감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사드 투쟁을 꼬투리 잡는 건 가벼운 것이었다.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지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시민사회 후보가 되는 건 당연하지’라며 “그런 사람으로 언급되는 것조차 영광”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다음은 미 대사관 앞에서 열린 ‘트럼프 방한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한 걸 걸고넘어졌다. 저들은 “종북 세력을 국회에 입성시키려고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윤석열 심판’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목표로 힘을 모았는데, ‘종북 프레임’에 의해 이 연합정치가 훼손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결국 사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농업을 살리는 정치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은 천박하기 그지없어요. 독불장군에, 안하무인이죠.” 그래서 농민 국회의원이 필요했다.

“농민 수는 줄어가고, 농업 생산량도 줄어들어 먹거리가 위협받고, 농촌은 고령화되고 소멸해 가는데, 농업이 피폐해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 하나 없어요.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농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농민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죠. 죽어가는 한국 농업에 인공호흡기를 댈 수 있는 건 농민밖에 없습니다.”

우리 농업을 살리는 게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길임을 정 회장은 확신한다. 그는 후보에 나서며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법제화 ▲농민 3법(양곡관리법·농민기본법·필수농자재지원법) 제정 ▲수입중심 먹거리 정책 폐기 등을 공약하며 ‘식량주권 지키는 국회의원’,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다.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농업 관련 법안들이 수없이 발의됐어요. 10개, 100개를 발휘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5월이 되면 폐기되는 것들이 많잖아요. 꼭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고, 법 제정을 관철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했을지 모른다. “강원도부터 제주까지, 온 농촌 지역을 다니면서 갈 곳 없는 농민들의 표를 모을 수 있었는데…. 제가 비례 17번을 받았더라도 농민들이 ‘당선’ 혁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봉준 트랙터까지 몰았던 농민들이잖아요.” 그러면서 “이제 남은 과제 역시 우리 농민의 몫, 활동가들의 몫”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여성농민 관련 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영이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여성농민 운동가의 꿈

그는 국민후보 출마의 시간이 “농민운동가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다 누린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 그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이제 단 한 순간도 더 허투루 살면 안 될 것 같아요. 또 다른 큰 소명을 얻었다고 할까요? 내 역할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어디든 가야죠. 아니, 저 스스로 먼저 역할을 찾아나갈 것 같아요.”

온몸의 촉수를 뻗쳐 더 일사분란하게 살아갈 참이다. 심을 때 심고, 거둘 때 거둬야 하는 농사일뿐만 아니라 생산자 교육에, 농민조직 회의에, 언니네 텃밭 활성화에, 그는 매일 매일이 농번기다.

그는 “통일농업을 실현하는 농민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개성의 봉동마을과 연계한 통일쌀 공동경작단 사업을 하고 있는 구례군농민회. 그는 “먹거리 문제는 민족의 문제”라며 “남과 북의 농민들이 통일된 세상에서 함께 머리 맞대고 농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날”을 꿈꾼다.

농민운동만이 아니다. 구례군농민회장이면서 구례민주단체연합 대표인 그는 구례군 민주 진보 단체들과 전선운동, 연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퇴진 투쟁을 이끄는 전국민중행동을 더 유심하게 보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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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조국, 첫 회동서 고량주 한 병씩…“자주 만나 대화할 것”

기자고한솔
  • 수정 2024-04-26 09:28
  • 등록 2024-04-25 22:3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겸 비공개 회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겸 비공개 회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만찬 회동을 하고 수시로 만나 야권 공조를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사람이 정식 회동을 한 것은 4·10 총선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중식당에서 저녁 6시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식사를 겸한 비공개 회담을 했다고 양당이 발표했다. 양당은 회동 뒤 “두 사람이 수시로 의제와 관계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다”며 “공동의 법안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과 처리 순서 등은 양당 정무실장 간의 채널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양당은 “이 대표가 조 대표에게 ‘우리 사회의 개혁에 조국혁신당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한다’고 말했고, 조 대표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양당이 추진하는 특검법, 특별법에 관해서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두 당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이나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에 관해 이견이 없는 상태다. 검찰개혁 관련 논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 △검사 직접 수사 폐지 △검찰청의 ‘기소청’ 전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선에서 민주당은 175석을, 조국혁신당은 12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나 본회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중단 등에는 180석이 필요해 조국혁신당의 협력이 필요하다. 회동에서는 교섭단체 구성 기준(20석) 완화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표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이날 회동은 이 대표가 제안해 성사됐다. 이 대표는 만남 전 취재진에 “제가 먼저 (조 대표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며 “인연도 길고 이번 선거도 사실 역할을 나눠 치렀기 때문에 앞으로 정국 상황에 대해 교감할 것도 있어서 한번 대화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동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두 사람이 과거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각 한 병씩 고량주를 비웠다”며 “이 대표 단식 때 조 대표가 찾아온 일화 등이 화제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총선 전인 지난달 5일 만나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끝내는 국민적 과제에 함께하길 기대한다”(이 대표), “망치선이 앞장서고 본진이 적진을 포위하는 학익진처럼 승리하자”(조 대표)고 대화한 바 있다.

앞서 조국 대표는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 전 범야권연석회의를 열자’고 이 대표에게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이날 회동은 ‘윤-이 회담’과는 관계없다고 전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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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채 상병 사건 외압’ 핵심 피의자 국방부 법무관리관 첫 소환 조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4/26 09:40
  • 수정일
    2024/04/26 09: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공수처, ‘채 상병 사건 외압’ 핵심 피의자 국방부 법무관리관 첫 소환 조사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2023.8.21 ⓒ뉴스1


해병대 고 채 상병 순직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6일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 조사한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한 수사 내용에서 ‘죄명과 혐의 대상자 등을 제외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사건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서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 간부에게 전화해 사건기록 회수를 논의했고, 사건기록을 다시 가져온 그날 오후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서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종섭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사건기록 회수는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뒤 알게 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소환조사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에 대한 공수처의 첫 소환 조사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유재은 법무관리관 외에도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박경훈 전 직무대리는 군 검찰이 회수한 사건기록을 넘겨받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초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재이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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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25만원 주면 물가 오른다? 서민 위협하는 '미신'에 불과해



[임수강의 진보금융 찾기] 돈 푼다고 예외 없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임수강 금융평론가 | 기사입력 2024.04.26. 05:02:01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은 민주당이 제안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을 반대하는 주요한 논거이다. 가계가 지원금을 받더라도 그만큼 물가가 올라버리면 실질소득에는 변함이 없을 텐데 그런 정책을 펼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이 주장은 얼핏 들으면 가치 중립적이고 타당한 명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럴듯한 이 주장은 참이 아니며 가치 중립적이지도 않다. 자본가 계급은 예부터 이 주장을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공격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무기로 활용해 왔다.

단순한 이 주장 속의 여러 함의는 노동자·서민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이 주장 가운데 정부 지원금이 가리키는 것은 맥락상 사회경제적 목적을 가진 공공 지출에 한정된다.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위한 공적자금, 대자본을 도와주는 여러 보조금은 여기에서 말하는 정부 지원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목적을 가진 대표적인 공공 지출은 복지 지출이다. 곧,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은 결국 복지 지출을 줄이자는 얘기이다. 이는 국가의 재분배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돈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은 돈을 풀 필요가 없다는 것, 곧,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정부는 세금을 걷어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세금으로도 부족할 때는 국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공 지출을 줄이자는 주장은 세금을 덜 걷자는 것을 함의한다. 누진세를 채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세금을 줄이는 것은 부자 감세일 수밖에 없다. 공공 지출을 줄이자는 주장은 국채의 발행을 억제하자는 것도 함의한다.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서 빚을 내서까지 나라 살림을 꾸리지는 말자는 얘기인데, 이는 이른바 건전 재정 논리이다.

셋째,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은 돈의 움직임과 실물경제의 움직임이 전혀 별개라는 사실을 함의한다. 돈을 풀면 그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으로 흡수되어 버리고 생산, 고용, 소득과 같은 실물 경제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화폐는 그저 계산단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늘어난다고 해도 실질소득을 높이거나 실업률을 줄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가 재정을 통해 실업을 줄이거나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는 여러 정책을 펴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이 주장은 물가가 오르면 그 해법을 풀린 돈을 회수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므로 거꾸로 물가가 오르면 돈을 회수해서 물가를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의 여러 중앙은행들은 대체로 돈 풀면 물가 오른다는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하여 물가가 오르면 그 이유를 따지기에 앞서 기계적으로 정책 금리를 올려서 돈의 규모를 축소하는 정책을 편다. 중앙은행들은 금리 수준과 화폐량의 조절을 고용 규모나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 연준의 금융정책에서 그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연준의 파월 의장은 언젠가 카토 연구소와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국경제는 고용시장에서 노동수요가 매우 강하고 높은 임금의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는 불균형에 놓여 있다." 여기에서 보듯 파월 의장은 높은 임금의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는 상황을 불균형으로 인식한다. 파월은 "연준은 정책개입을 통해 상당 기간 추세 이하의 성장을 유지함으로써 노동시장을 균형 수준으로 되돌리고 임금상승률도 2% 물가 목표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성장률을 떨어트리기 위해 정책개입을 한다는 얘기다. 파월은 연준의 정책개입 곧 금리 인상의 목적이 화폐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실업률을 높이고 임금을 떨어트리는 데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돈 풀면 물가 오른다는 논리는 예부터 기득권층이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공격하는 논리로 사용되어 왔다. 돈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논리를 세련된 형태로 가다듬은 것이 화폐수량설이다. 이 화폐수량설은 이른바 보수적인 통화주의 이념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 역할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25만 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주의 이념을 떠받치는 기능

영어의 머니터리즘을 번역한 통화주의는, 사실 화폐주의라고 번역해야 맞을 듯한데,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좌표 역할을 하고 있다. 통화주의의 특징은 화폐자본가(금융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논리로서 기능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통화주의의 바탕에는 돈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화폐수량설이 놓여 있다. 물론 통화주의의 화폐수량설은 고전적인 화폐수량설을 약간 수정한 것이기는 하다. 이 통화주의는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경제학자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밀턴 프리드먼이 어떤 사람인지를 간단히 살펴보는 것이 통화주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리드먼은 197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가 노벨상은 받는다는 소식에 스톡홀름의 시상식장 주변에는 엄청난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그의 노벨상 수상을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시위대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지원한 프리드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시위대는 그를 "독재를 지지한 자유주의 돈키호테"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는 프리드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여러 명의 옛 노벨상 수상자들도 피노체트 정권을 지원한 프리드먼의 수상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노벨위원회에 보냈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는 직접 프리드먼에게 편지를 보내 그를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이처럼 프리드먼의 이름은 독재자 피노체트와 깊게 얽혀있다. 칠레는 1970년에 인민연합의 아옌데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선거 과정에 닉슨 정부와 CIA가 아옌데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은밀하게 공작을 폈던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미국은 아옌데 정권의 국유화 정책, 특히 구리 산업의 국유화를 걱정했다. 미국 CIA의 지원을 받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은 1973년 9월에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결국 아옌데 정권을 무너트렸다. 프리드먼은 이 쿠데타를 지지했고 1974년에는 칠레를 직접 방문하여 여러 차례 강연회와 세미나를 열었다. 프리드먼은 따로 피노체트를 만나 '충격요법'이라 불리는 통화주의 정책의 실험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화폐량의 큰 폭 축소, 6개월 안에 공공 지출의 25% 삭감, 공무원 대량 해고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프리드먼과 피노체트의 관계는 미국의 전략적인 틀 속에서 형성되었다. 미국은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국국제개발국을 통해 칠레를 포함한 남아메리카 출신의 학생들이 보수적인 시카고대학 경제학부에서 공부하도록 했다. 미국이 이렇게 한 데에는 라울 프레비쉬라는 경제학자 탓이 컸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레비쉬는 국제연합 라틴아메리카 경제위원회(ECLA) 초대 사무국장이었다. 그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과 달리 자유시장이 저개발과 빈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서 보호무역, 자본통제, 유치산업 보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레비쉬의 주장은 1950년대와 60년대에 걸쳐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저개발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얻어 구조주의 경제학파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프레비쉬의 주장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포드 재단과 록펠러 재단의 자금 지원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항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갔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시카고대학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겼다.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시카고대학에 프리드먼과 같은 보수적인 경제학자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대학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시카고 보이스'라는 세력을 형성했다. 이들은 자국에서 통화주의 이념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프리드먼이 주장하는 통화주의는 정부의 개입주의, 곧 정부가 돈을 풀어 뭔가를 하려고 하는 온갖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프리드먼이 반대하는 개입주의에는 저개발국의 구조주의 이론이나 선진국의 케인스주의가 모두 포함된다. 프리드먼은 현실적 시장을 이념적 시장으로 간주한다. 다시 얘기해서 현실적인 시장은 비인격적인 힘을 통해 이념적인 상태, 곧 균형상태로 이끌려 간다는 것이다. 그의 의견으로는 어떤 형태의 정부개입이든 그것은 경제를 불균형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프리드먼은 사회정책이나 소득재분배 정책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완화하려는 재정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돈을 풀어서 고용을 늘리려는 정책은 끝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고용은 현재의 생산자원, 기술, 노동생산성을 반영하는 자연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 만약 그러한 수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화폐량의 조절이나 재정을 통해서 정책적으로 실업률을 낮출 수 없게 된다. 이는 오직 임금을 낮추는 것만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정의하면서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생산량에 비해서 화폐가 과잉 발행됨으로써 발생하는 화폐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화폐의 과잉발행이란, 프리드먼이 보기에는, 재분배정책이나 고용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재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화폐량의 발행을 일정 비율로 제한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프리드먼이 정부 지출은 반대하지만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화폐량을 늘리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화폐의 공급을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마치 돈이 모든 사람의 주머니에 골고루 돌아간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 물론 화폐가 은행을 통해 공급되면 돈은 담보력이 크고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양이 우선적으로 돌아가서 그들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다.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대략 1950년대에 탄생했지만 자본주의 지배계층이 그것을 곧바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도 그들은 통화주의가 제시하는 권고, 곧, 사회적인 목적의 공공 지출 삭감, 감세, 국채 발행의 축소, 화폐량 증가율의 엄격한 규제와 같은 것들을 현실 정책에 적용하는 데에 망설였다. 그 이유는 통화주의의 실행이 가져올 사회적인 결과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국면에서 케인스주의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통화주의 주장이 호소력을 얻기 시작했다. 자본가 계급은 통화주의 주장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 투쟁을 공격할 수 있는 그럴듯한 구실을 찾아냈다. 이후 통화주의는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시기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발전해 간다.

통화주의의 본질은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예컨대 불황, 실업, 물가 상승과 같은 것들을 노동계급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통화주의는 가치 중립적이라기보다는 계급 편향적이다. 통화주의가 권고하는 정책들, 곧 사회적인 성격의 공공지출 삭감, 감세, 건전 재정 등은 노동자·서민의 희생과 협상력 약화를 내용으로 삼는다. 프리드먼이 줄곧 강조하는 ‘자유’라는 것도 자본이 노동자를 마음대로 착취할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통화주의는 미국 편향적이다. 미국은 국제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축적해두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화폐량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그것이 여라 나라들의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이 세계시장에 인플레이션을 전가시킨 것인데 통화주의는 거기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공격하는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토대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복지 지출의 축소, 부자 감세, 건전 재정, 규제 완화와 같은 통화주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통화주의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신자유주의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이 제창한 여러 개념은 실제와 맞지 않을 뿐더러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종사한다는 비판을 오랜 기간 받아왔다. ⓒ시카고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화폐수량설

통화주의는 돈 풀면 물가 오른다는 논리에 바탕을 둔다. 돈 풀면 물가 오른다는 명제를 이론적으로 조금 더 가다듬은 것이 화폐수량설이다. 화폐수량설이란 화폐량과 물가가 깊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화폐수량설의 역사는 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기원전 7세기에 쓰인 <관자>에 화폐수량설의 관점이 나타난다. <관자> “국축” 편에서는 화폐량의 증감과 상품 가격의 높낮이를 직접적으로 대응시켜서 설명하는 곳이 나온다.

근대의 화폐수량설은 중금주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중금주의란 금과 은, 곧 화폐를 유일한 부(富)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유럽에서 17세기 전반에 나타난 중금주의는 귀금속 화폐를 부로 간주하고 외국무역에 의해 그 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금주의자들은 상품의 단순한 유통 관점에서 "좀도 녹도 슬지 않는 영원한 보화를 형성하는 것을 부르주아 사회의 소명"이라고 올바르게 표명했다. 마르크스는 이들을 근대 세계의 최초의 대변자라고 이름 붙였다. 중금주의자들의 정책은 자본의 초기 축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화폐수량설은 화폐가 부라는 관점에 대립하면서 발전했다. 존 로크는 17세기에 화폐명목론을 주장했는데, 이는 화폐가 부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한다. 화폐명목론의 관점에 선 화폐수량설은 따라서 화폐를 유일한 부로 보는 중금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갖는다. 화폐수량설의 함의는 중상주의에 따른 화폐의 국내 유입이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점, 따라서 보호무역 정책이나 무역 통제가 무의미 하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중상주의(중금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갖는다는 점에서 화폐수량설은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진보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화폐를 순전히 환상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화폐가 부의 측면을 가진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은 화폐수량설의 약점이었다.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상품 가격은 화폐량에 의해 결정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품은 가격이 매겨지지 않은 상태로 유통에 들어가고 화폐도 가치를 가지지 않은 채 유통에 들어가서 교환 과정에서 상품량과 화폐량에 비례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화폐는 부가 아니라는 관점에 따라 화폐수량설에서는 화폐가 축장되지 않고 유통에 머물면서 유통수단 기능만을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화폐는 원활한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실물 부문의 생산이나 고용, 그리고 소득수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폐의 흐름은 가격 형성 기능을 갖지만 경제 활동을 형성하는 기능은 하지 않는다.

20세기에 들어서 어빙 피셔라는 학자는 화폐수량설을 교환방정식이라는 형식으로 명료하게 표현했다. 그는 화폐수량설을 MV=PT라는 간단한 수식으로 설명했는데, 이 수식은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된다. 여기에서 M은 화폐량, V는 화폐 유통속도, P는 평균적인 상품가격 수준, T는 상품 거래량을 나타낸다. 화폐수량설에서는 화폐유통속도와 상품의 거래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그러한 조건에서 화폐량 M의 증가는 평균적인 상품가격 수준 P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MV=PT라는 공식에는 많은 논쟁점이 있다. 먼저 화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 문제이다. 화폐에는 국가지폐와 신용화폐가 있는데 각각은 전혀 다른 질적인 특정을 갖는다. 국가지폐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발행되는 데 비해 신용화폐는 생산자들의 필요에 의해 발행된다. 두 종류의 화폐 유통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화폐를 정의할 때 이 두 종류의 화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예금화폐의 경우 만기에 따라 화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등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화폐의 정의는 너무 다양해서 사실은 화폐수량설의 주장자들마저 엄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을 포기할 정도이다.

화폐의 공급 주체인 중앙은행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도 쟁점이다. 중앙은행을 정부기구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민간기구 성격을 띠는 기구로 볼 것인가? 화폐수량설에서는 화폐공급량이 평균적인 상품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를 거꾸로 볼 수는 없는가? 곧, 평균적인 상품 가격 수준이 화폐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가? 상품에 일반 제조상품과 서비스만을 포함시킬 것인가 금융상품, 부동산까지 포함시킬 것인가? 상품의 유통속도는 정말 안정적인가? 등의 논쟁점이 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은 화폐수량설과는 달리 평균적인 상품 가격 수준이 화폐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본다.

이처럼 화폐수량설에는 많은 쟁점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프리드먼은 화폐수량설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화폐량의 변화는 장기적으로는 실질소득에 무시할 정도의 영향밖에 안 준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든 화폐적 현상이고 그것은 산출량에 대한 화폐량의 상대적인 증가를 동반한다. 셋째, 단기(5~10년)에는 화폐량의 변화가 산출량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화폐량의 변화는 명목소득과 실질 활동수준의 단기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다. 다섯째, 화폐량의 증가는 단기에는 이자율을 하락시키지만 시간의 경과하면 이자율을 다시 상승시킨다. 따라서 이자율은 금융정책의 지표가 되지 못한다. 여섯째, 중앙은행은 국가 기구로 간주된다. 화폐는 국가기구인 중앙은행이 생산의 필요와 관련 없이 외생적으로 공급한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의 화폐 공급은 규제되어야 한다.

화폐수량설은 추상적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본질은 정부가 돈을 풀어서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의 무용성을 보이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화폐수량설은 정부의 재분배, 고용 확대, 노동자 보호 정책에 적대적이고 구매력 유지, 물가 억제 정책에는 우호적이다. 화폐수량설은 노동자 계급의 이익에는 대립적이지만 금융자본가 계급의 이익에는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돈을 풀면 실제로 물가가 오를까?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화폐의 가치 하락이 상품 가격의 상승으로 표시될 수 있다.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으로 여러 상품들의 생산조건이나 수요 상황의 변화, 그리고 수입 상품의 가격 변화에 따라 상품의 가격 수준이 오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가격 상승으로 표시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자의 눈금이 달라져서 길이가 늘어난 것과 실제로 재려고 하는 대상이 변해서 길이가 늘어난 것은 전혀 다르다. 두 경우 모두 현상적으로는 길이의 증가로 나타나지만 변한 것이 무엇인가는 전혀 다르다. 자의 눈금이 달라진 것을 인플레이션으로, 대상이 달라진 것을 물가상승으로 구분하여 개념 정의하기도 한다.

현실의 물가 상승은 위 두 경우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상품의 공급 조건이 유리하게 변하면 그 상대적인 변화의 정도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그리고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화폐가치가 오르는 상황에서 상품의 공급 조건이 불리하게 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곧, 물가의 상승은 화폐량의 변화와 상품의 생산 조건 변화에 근거를 둔 많은 요인들의 결합된 영향을 받는다.

화폐수량설의 관점은 돈을 풀면 곧바로 자의 눈금이 바뀌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폐량의 변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온전히 가격 변화로 흡수될 때 뿐이다. 만약 화폐량의 증가가 실물부문에 영향을 준다면, 그리하여 고용, 생산, 소득에 영향을 준다면 화폐량의 증가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물가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화폐량의 증가가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여 생산이 증가함으로써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량이 증가하면 상품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물론 상품거래에 필요한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화폐량의 증가는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 세대 이상 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의 상품 가격 안정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들이 세계시장에 상품 공급을 늘린 덕이 컸다. 이 시기의 특징은 화폐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도 물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화폐수량설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른바 ‘일본 현상’이 나타났다. 1986년에서 90년까지 화폐량은 연평균 10.2%가 증가했다. 그에 비해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1.5%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2~3년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인 물가 상승은 화폐량이 늘어서라기보다는 미중 갈등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체인이 부서진 탓이 크다.

정리하면, 정부가 돈을 푼다고 해서 그것이 예외 없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예외적이다. 정부가 돈을 풀 때 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그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곧, 금융자산의 가격과 이자율에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하고, 투자나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며, 무엇보다 저축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한 여러 조건이 들어맞을 때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여러 조건이 들어맞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돈 풀면 물가가 오르리라는 생각은 차라리 미신에 가깝다.

 

<도움받은 자료>

관중(管仲) 지음, 장승구 외 옮김(2015), <관자(管子)>, 소나무.

니컬러스 웝숏 지음, 이가영 옮김(2022),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부키.

칼 마르크스, 김호균 옮김(2017),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중원문화.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박수철 옮김(2011), <시카고학파>, 에버리치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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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강 금융평론가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해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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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 근로자 진출...두만강 북쪽 국경에 불빛이 켜진 까닭은?

북중 접경 탐방 ② 두만강 북중 국경 풍경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4.25 10:21
  •  
  •  수정 2024.04.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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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접경 중심 지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두만강 접경 중심 지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연길 도심을 벗어난  택시는 대단히 안정적인 속도로 고속도로를 주행했다.

16년전 쯤이던가. 연길공항에서 훈춘까지, 마치 차체가 부서질 듯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면서도 바로 옆이 두만강이라고 태연하게 안내하던 한족 총알택시 기사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제한속도를 알리는 경고판도 있지만 촘촘히 설치된 CCTV를 통해 구간별 통과시간을 즉시 계산해 과속 벌과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이 도입된 후로는 누구도 과속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안전운행이 정착됐으니 다행이다.

이 안쪽 8~10km 더 들어간 계곡에 봉오동전투 격전지가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 안쪽 8~10km 더 들어간 계곡에 봉오동전투 격전지가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시간 남짓 걸렸을까. 100여년 전 홍범도 장군이 일본 정규군인 월강추격대대와 교전한 봉오동전투격전지라며 차가 멈춘다.

도문시에서 북으로 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전형적인 조선족 집거촌인 이곳의 현재 지명은 도문시 석현진 수남촌이다. 

이곳에서 계곡을 따라 8~10km 떨어진 곳에 격전지와 촌락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뒤편에 '봉오저수지'를 만들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전 국립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된 최진동이 봉오동전투 당시 살았던 마을이다.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 건너편으로는 북측 근로자 2,000~3,000명이 근무하고 있는 도문경제개발구가 들어서 있다.

당초 중국의 '창지투(장춘-길림-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에 따라 2011년부터 북한 전용공업단지로 개발이 시작된 곳이지만 지금은 아예 그런 표현 자체가 사라졌다. 봉제공장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우리 식당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먹태'부터 주요 자동차 부품까지 업종도 다양하게 변화한 모양이다.

현지 사정에 두루 밝은 관계자는 훈춘에 4,000~5,000여명, 도문에 2,000~3,000여명, 연길에 1,000여명 등 총 1만명 안팎의 북측 근로자가 상주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안내문에는 672명의 촌민이 거주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 등에 자식들을 보낸 조선족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수남촌에 사는 조선족 노인들은 도문경제개발구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주말이면 마을에 놀러와 토닭도 삶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남촌에 사는 조선족 노인들은 도문경제개발구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주말이면 마을에 놀러와 토닭도 삶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주민들은 평소 건너편 도문경제개발구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주말이면 북측 근로자들이 마을로 건너와 '토닭'(토종닭)을 삶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 마을은 현재 전국 중소학교 연구학습 실천교육기지, 연변대학 미술학원과 마르크스주의 학원의 실천교육기지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8km쯤 내려가면 북중국경을 이루는 두만강변이다. 

도문시 동쪽 두만강변의 강변공원에서 한눈에 보이는 강 건너가 북측 남양노동자구이다. 동북 방향으로 7.4km만 가면 한반도 최북단 지역인 함경북도 온성군 세선리가 있다. 

강 양쪽 기슭에 선착장이 있어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이 두만강을 조망하고, 바로 옆 도문대교를 통해 물자가 오고가는 곳이다.

두만강 건너 북측 남양노동자구 전경. 강변 국경을 따라 밝은 불빛이 켜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두만강 건너 북측 남양노동자구 전경. 강변 국경을 따라 밝은 불빛이 켜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양노동자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양노동자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낮에 수남촌을 거쳐 훈춘, 방천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 어둑해서야 도착한 두만강 강변공원 전망대에서는 남양노동자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만강 국경선을 따라 세선리까지 약 5km의 강변을 따라 20여미터 간격으로 수백개의 밝은 전등이 켜져 있는 것이 이채롭다.

현지 관계자도 처음보는 광경이라고 했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북에서 강변 국경에 저렇게 많은 불을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4월 15일 이후에도 계속 불을 밝히고 있다는 전언이 있는 것을 보면 '태양절'(김일성 주석 탄생일) 축하를 위한 목적도 아닌 것 같다. 탈북 방지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그 역시 추정일 뿐이다.

한 밤중 강 건너 마을에서 '컹컹' 개짖는 소리가 한 마을인 듯 들리고, 집집마다 작은 창가에는 하루의 노동을 끝낸 휴식의 불빛이 눈앞에 있는듯 새어 나온다. 

도문대교의 북쪽 방면에서 '땡땡땡땡' 소리가 나더니 차단기가 내려오고 남양역에 열차가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쑥쑥 뻗어올라간 북방의 나무 사이로 눈썹같은 초승달이 걸려있는 이국의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두만강과 건너 마을은 안녕한 듯 보이는데, 1925년 식민지 조선의 함경북도에서 두만강을 건너던 '국경의 밤'을 떠올리는 심경이 공연히 복잡하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豆滿江)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사(巡査)가
왔다-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김동환 시, 국경의 밤 1장 일부)

"봄이 와도 꽃 한 폭 필 줄 모르는
간 건너 산천으로서는
바람에 눈보라가 쏠려서
강 한판에
진시왕릉 같은 무덤을 쌓아놓고는
이내 안압지를 파고 달아난다,
하늘땅 모두 회명(晦暝)한 속에 백금 같은 달빛만이
백설로 오백 리, 월광으로 삼천 리,
두만강의 겨울밤은 춥고도 고요하더라."
(국경의 밤 7장)

권하해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하해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훈춘으로 접어들면 국경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로 넓어진다.

두만강쪽 북중 주요 관문인 권하해관(圈河口岸, 세관)의 확장 신축공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신축 세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축 세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현재 운영중인 세관 앞에서 차를 세워두고 지켜보니 한 두대의 트럭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옆에는 기존 세관의 서너배는 될만한 규모의 신축 세관이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채 우뚝 서 있다. 토목공사를 하다 중단한 흔적이 남아있는 넓은 들판도 강변까지 잇닿아있다.

여기서 50여 km 떨어진 북측 라선경제구의 라진항을 출발한 화물차는 세관 뒤편 신두만강다리를 건너 중국으로 대게를 비롯한 수산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 북중러 세 나라의 국경을 이루는 두만강 하구 방천(防川)으로 가는 길은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다.

호랑이 출몰 출입금지 경고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호랑이 출몰 출입금지 경고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훈춘 시내에서 약 70km 떨어져 있는 방천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하다보면 검문소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군사훈련 중이니 외국인은 들어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난감한 상황을 겪었지만 요령있는 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별탈없이 통과했다. 

방천에 조상묘가 있다는 기사는 여기 저기 수소문하더니 20분쯤 후에 다시 시도해보자며 차를 돌려 시야에서 벗어난 곳으로 이동한 뒤 담배나 한대 피자고 한다.  

차를 세우고 도로 옆 숲길로 들어서는데 '시베리아 호랑이'가 출몰하는 지역이니 출입을 자제하라는 안내문과 육중한 나무 차단봉이 내려져 있다. 무서운(?) 호랑이 사진까지 붙여놨지만 분명 백두산 호랑이의 일족일터이니 한번 만나보자고 짙은 숲속으로 겁없이 몇발자욱 들어갔다가는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다행히 이번엔 검문소를 무사통과해 방천으로 직행. 한참을 달리다보니 사구(沙丘, 모래언덕)가 형성된 도로 주변은 중국 땅이고 왼쪽은 러시아, 오른쪽으로는 두만강을 끼고 북측 라선시 원정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끝자락, 방천이다.

지난해부터 새로 만들어졌다는 국경철책은 강변을 따라 3m는 족히 넘어 보일 높이로 늘어서 있다. 두어 발자국 강쪽으로 설치된 옛날 철책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세운 새 철책은 짙은 녹색 페인트가 선명하다. 한번 걸리기라도 하면 살점을 뜯어낼만한 날카롭고 완강한 철조망이 위 아래로 촘촘하다. 누가 봐도 월경 방지 목적이다.

철책앞에는 "조선쪽을 향해 사진촬영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엄금한다"는 경고판이 엄중하게 서 있다. 

반면, 러시아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쪽의 철책 기둥은 발로 걷어차면 그냥 쓰러져 버릴 것만 같은 낡은 콘크리트 그대로이다. 

두만강철교. 왼쪽이 러시아, 오른쪽이 라진으로 이어지는 두만강역 방향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두만강철교. 왼쪽이 러시아, 오른쪽이 라진으로 이어지는 두만강역 방향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돈 1만원 정도를 내고 11층 높이의 전망대(용호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더욱 분명하게 한눈에 세 나라를 볼 수 있다.

러시아 하산역에서 두만강철교를 건너면 바로 북이다. 철길은 두만강을 따라 온성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자전거를 탄 주민들의 이동 모습이 간간히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지척이다. 철교를 지나면 바로 역사로 보이는 건물이 보이는데, 방천풍경구의 안내지도에는 북측 산 넘어 두만강역이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물길과 바람의 힘은 두만강의 경계를 바꾸었다. 이순신 장군이 수비대장으로 근무했던 하중도인 '녹둔도'(鹿屯島)는 아쉽게도 시간의 흐름속에 러시아쪽으로 붙어버렸다. 

퇴적 모래로 인해 동해까지 선박이 이동할 수 없게 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중국은 북측 라진항 네개의 부두 중 1부두를 임차하는 것으로 동해진출의 방향을 정했으나 현재 사용은 못하고 있다. 라진항과 하산역을 잇는 남북러 협력사업도 대북제재를 비롯한 여러 사정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동북아 경제활력의 요충지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으나 두만강 하구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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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 유종의 미, 민생법안 처리에 달려



 

21대 국회, 남은 임기 책임 다 해야

‘2일 본회의, 5개 쟁점 법안 통과될 듯’

거부권 행사하면 28일 법안 재표결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첫 출근일을 맞은 2020년 6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21대 국회 임기 동안 외면당한 민생법안이 산적 해있다. 그러나 22대 국회가 개원되면 상임위 구성부터 많은 시간이 허비된다. 이에 남은 한 달여 임기 동안이라도 이들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산적한 민생법안들을 모두 법제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대 대선과 21대 총선에서 연달아 승리한 민주당은 민생과제를 외면했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뒤늦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민생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는 한 달여 남짓 남았지만, 22대 총선에서 민심은 정권 심판론에 힘을 보탰다. 이제 대통령도 섣불리 거부권을 행사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22대 국회가 들어선다면 상임위 구성부터 또 많은 시간이 허비된다. 민주당은 남은 임기 동안 최대한 민심을 수용해 이제라도 역할을 다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대 국회, 남은 임기 책임 다 해야

22대 총선은 끝났지만, 21대 국회는 아직 한 달이 넘는 임기가 남았다. 총선 압승으로 민심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이를 원동력으로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촉박한 시간이지만 21대 국회의 마지막인 28일 처리해야 할 법안은 아직 산적해 있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상임위원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후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 법안 5개(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채 해병 특검법, 민주유공자법, 양곡관리법)와 더불어 ‘포괄임금제 금지법’과 ‘초단기계약방지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두 법안은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지만,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양경규 의원이 발의한 ‘초단기계약방지법’은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 종료일 이전에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갱신청구권)를 법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는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일을 요구받아도 거절할 수 없다.

고용주가 계약 연장을 볼모로 갑질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대표적이다. 입주민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면 ‘근무 태만’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다.

‘포괄임금제 금지법’의 경우 박주민, 류호정 의원이 발의했지만, 아직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포괄임금제는 매월 일정 금액의 제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한다. 정해진 노동시간을 초과할 시간을 미리 산정해 기본급에 포함하고 추가 노동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거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수당을 최대한 줄이려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왔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포괄임금제 금지법’을 ‘공짜노동금지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2일 본회의, 5개 쟁점 법안 통과될 듯’

21대 국회의 임기는 5월 29일, 민주당은 우선 채 해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 사기 특별법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5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더해, 민주유공자법과 가맹사업법이 본회의에 직회부 됐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1호였던 양곡관리법도 18일 본회의로 넘어간 상태다.

여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직권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요쟁점 법안이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채 해병 특검법과 함께 민주유공자법과 양곡관리법도 2일 본회의 벽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8일에도 본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채 해병 특검법이나, 전세사기 특별법이 또다시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힌다면 이날 재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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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달라진 ‘거야’...개혁 색채 키우는 민주당

조정식·추미애·정성호, 국회의장 후보군 앞다퉈 선명성 경쟁 “기계적 중립 말고 민심”,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4.24. ⓒ뉴스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선명성 부각에 열중이다. 차기 원내대표, 국회의장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혁 적임자를 자임한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권심판론’을 확인한 민주당은 그동안 여야 협상, 정부 설득 등을 이유로 주춤했던 개혁법안 처리에 지체없이 주도권을 잡겠다며 벼르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즉시 범야권 192석의 ‘입법 효능감’을 높이겠다는 태세다.

일찍이 선명성 경쟁을 시작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군은 24일 또 한 번 “개혁 국회를 이끌겠다”고 천명했다.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조정식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성호 의원 등은 입법부의 정부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총선으로 6선에 오른 조정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차기 국회의장의 주요 덕목으로 “개혁 국회를 만드는 것”과 “용산 권력에 맞서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을 지목했다. 조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남발에 대해서 엄중 경고하고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을 겨눈 “정치검찰, 검찰 독재의 무차별 압수수색”을 비판하며 “야당 당선자들을 탄압하고 총선 민심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우려들이 있다. 만약 (22대 국회에서) 이런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고, 제가 국회의장이 되면 저를 밟고 넘어가야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한 민생이나 긴급한 현안들이 있을 때 여야 합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쭉 정쟁화되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제가 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한을 통첩하고 여야 합의를 최대한 유도하되, 합의를 이룰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게 조 의원의 생각이다.

또 다른 6선 당선인 추미애 전 장관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기계적 중립, 협치가 아니라 민심을 보고 국민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며 “혁신 의장” 출사표를 던졌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2년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국민의힘의 의견을 반영해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사례를 언급, “검찰개혁의 힘을 빼고 주저앉혔다”고 짚었다. 그는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확 넣고 멈춰서, 죽도 밥도 아닌 정말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우를 범한 전례”라고 말했다.

5선 고지를 밟은 정성호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국회의 위상과 권위를 침해하는 행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꾸짖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거당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민복을 위해서 국회의장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결국 성과로 나타나야 된다. 아무런 입법의 성과가 없다면 국민들로부터 국회 자체가 비판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다수당에 속한 국회의장은 ‘당적 보유금지’ 국회법에 따라, 당선 뒤 소속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며 쟁점 사안마다 중립을 지키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박병석·김진표 국회의장 체제를 겪으며 당내 호응이 높았던 쟁점 법안의 통과를 실기하거나, 지연한 경우가 잦았다. 특히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노란봉투법 논의에 있어 여야 합의를 중시한 김 의장의 ‘중재안 요구’는 법안 통과를 촉구한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빗발쳤던 부분이다.
 
왼쪽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병철 야당 간사, 김도읍 위원장, 정점식 여당 간사 (자료사진) ⓒ뉴시스

‘법사위원장 사수’ 나설 새 원내대표, 대여 투쟁력 강조

다음 달 3일 선출을 앞둔 원내대표 후보들 역시 대여 투쟁력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 주도권에 필수적인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을 모두 사수해야 한다는 요구는 당내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첫 과제로 제시된다.

오는 30일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도 ‘선명한 야당’에 있어 각 후보의 추진력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 21일 가장 먼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최고위원의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 재추진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확보 ▲검찰·언론개혁 속도 등이다. 박 최고위원은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 행동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법사위원장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분위기는 180석을 거머쥔 4년 전 21대 총선 직후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민주당은 지도부 지침에 따라 선거 승리에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선례 등을 이유로 법사위원장직도 결국 국민의힘과 임기를 나누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중후반기 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며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거부권 정치’와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법사위 파행이 거듭됐다. 민주당에서 ‘국회 위상 복원’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직결된다.

영수회담 앞둔 이재명, ‘국정기조 전환’ 의제 신경전

민주당은 남은 21대 국회 임기 동안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이를 22대 국회 개원 뒤 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조다. 지난 18일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한 차례 폐기된 양곡관리법을, 전날은 여당의 반대가 거센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을 각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결,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추진,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재추진 등도 시기를 엿보고 있다.

5월 두 차례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민주당은 연일 국민의힘의 협조를 압박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전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거나 본회의에 직회부된 주요 민생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준비하며 채상병 특검법 수용, 거부권 정치 사과, 민생회복지원금(국민 1인당 25만 원)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 정부의 국정 기조 전환을 강조한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 통과시켜 반드시 진상 규명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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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공영방송 이사진 임기 만료···22대로 넘어간 '방송3법'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4/25 09:02
  • 수정일
    2024/04/25 09: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방송3법에 이어 국정조사까지"

올 8월 공영방송 이사진 임기 끝

"22대 국회, 방송3법 재입법 할 것"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단과 참석 의원 등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입틀막 거부! 언론장악 저지! 제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방송심의기구를 무기로 노골적인 방송탄압을 가한다. 올 8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가 다가온 가운데, 언론노조를 비롯한 9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방송3법 재추진을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도 참석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추친하겠다고 다짐했다.

MBC와 YTN의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YTN의 ‘YTN 민영화 심사와 김백 사장 내정 사실 비판’, MBC ‘바이든 날리면’, MBC의 ‘윤석열 장모 최은순 가석방 추진 논란’. MBC와 CBS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모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주의, 경고, 과징금 처분, 관계자 징계 등의 법정제재를 가한 보도들이다. 지금까지 MBC에만 내려진 법정 제재는 20여 개가 넘었다. 그 내용도 정부·여당 비판 보도들이다.

선방위는 계속해서 윤석열, 김건희에 대한 비판 보도에 수많은 법정 제재를 가하고 있다. 23일에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다룬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주의’를 의결했다. 같은 날 YTN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YTN 뉴스N이슈’ 보도에도 ‘주의’를 의결했다.

선방위가 이토록 자의적으로 골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이유는 방송 심의 규정 9조, 공정성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선방위는 기계적 중립을 잣대로 들이댔다. 문제는 이 ‘공정성’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매번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무리한 징계의 근본 원인인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설상가상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다가 실패한 이사진 교체도 곧 가능해진다. 유독 MBC에 제재가 집중된 이유는 정부가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사들의 임기는 8월까지. 이후 방통위가 새로운 이사진을 여당 성향 인사로 교체하면 MBC도 KBS나 YTN처럼 다수의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진행자가 대폭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단과 참석 의원 등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입틀막 거부! 언론장악 저지! 제22대 국회 1호 입법 다짐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진보당

방송3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힌 현재로선 22대 국회가 중요해졌다. 이에 언론노조를 비롯한 90개 시민사회 단체와 야당은 정부의 언론 입틀막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1호 입법 다짐 대회를 개최했다.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방송3법 개정’ 재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22대에 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진보당 윤희숙 대표는 “언론에 대한 위협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며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대통령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언론장악을 할 수 없도록 방송3법을 제정하고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의 진상을 파헤칠 국정조사도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방송3법 재입법은 각 당의 당리당략을 제쳐놓고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뤄야하는 법안”이라고 소개하며 “윤 정부가 또다시 거부권을 통해 입법을 막는다면 지금까지와는 질이 다른 싸움으로 윤 정권을 상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는 여당 소속이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도 참석해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이 당선인은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앞으로 언론장악을 시도하는 세력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언론 때문에 윤 정부가 국민의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며 “언론장악 시도를 거두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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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김건희 특검 수용 대통령 ‘결단’ 촉구한 까닭



[아침신문솎아보기]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무책임 비판, 영수회담 앞두고 신경전 가열

이철규 의원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주장 놓고 갑론을박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4.25 07:34

  • 수정 2024.04.2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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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던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부의 성급함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직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자신을 포함해 비대위 지도부 4명이 다음 달 1일 병원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방 위원장은 “(민법에 따라) 개별 교수 사직서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부는 하지만 실제 병원을 떠나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대나 사립대 총장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사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병원 떠나겠다는 의대 교수

동아일보는 1면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사직… 정부 “대거 이탈 없을 것”>에서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는 전국적으로 3000∼4000명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항의한다’는 취지로 사직서를 냈을 뿐 실제로 병원을 떠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들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주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된 의대 교수 사직서는 80건 이내”라며 “지난달 25, 26일 접수돼 주중에 한 달이 경과하는 사직서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가 “의사 정원에 대한 과학적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 의사 수 추계에 대한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의대 입학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추계 연구 결과가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의대 증원 내년엔 재논의할 수 있다”>에서 “정부는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의료계가 증원 백지화를 고집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통일된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의대 증원 인원을 다시 연구·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생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해, 5년간 총 1만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5년간 1만명 증원’ 방침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연이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면서도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 재논의의 관건은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통일된 증원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다”라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무책임’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하고 진료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 <사직·휴진 앞장선 서울대병원, 공공성 책무는 잊었나>에서 “필수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며 “두달 넘게 전공의들이 이탈한 자리를 채우느라 의대 교수들의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의대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으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게다가 비대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연구 논문을 공모하자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간 의대 증원을 중단하자는 데 무게가 실린 제안”이라면서 “이제 와서 ‘원점 재논의’를 하자는 것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뿐더러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경향신문도 사설 <교수 셧다운·정부 무대책,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부디 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한 환자들의 눈물 섞인 애원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며 “이대로라면 5월부터 의료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간다. 의료계는 기어이 파국을 보려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사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대화 전환이 없다면, 의사면허 정지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의사들을 보는 여론이 곱지 않을 것임을 의료계는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가 의료시스템 붕괴 시 관리 능력이 있는지도 우려스럽다”며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를 참여시키는 노력도 포기해선 안 된다. 사회적 대화에서 향후 적절한 증원 규모·로드맵을 짜길 권하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으로 쐐기박을 필요는 없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영수회담 앞두고 신경전 치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수회담을 앞두고 민주당 등 7개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방송 3법 재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방송3법을 영수회담 의제로 추가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방송3법 의제 추가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5면 <野 “방송3법-양곡법-연금개혁도 의제” 대통령실 “여론전 의도”> 단독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의제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올리기로 했다”면서 “방송 3법이 영수회담 의제로 떠오른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와 인터뷰에서 “방송 3법이나 양곡관리법 등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은 다들 거부할 사유가 충분히 있었다”며 “야당이 여론전을 벌이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5면.

국정운영 사과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겨레는 4면 <회담 앞 ‘국정 사과’ 꺼낸 민주…“국정 옳다” 용산 불쾌감>에서 “민주당은 민생 문제는 기본이며 여기에 그간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여러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면서도 민주당의 요구가 과하다며 불쾌한 기색이다”고 보도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생을 살리고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것 두 가지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다”라며 “그간 국정기조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가감 없이 얘기를 해왔는데,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사과하고 시작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회담 의제를 놓고 갈등을 벌인 것을 비판하면서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 대통령·李 대표 만나는데 의제 정할 필요 있나>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과 해병대 상병 특검법 수용, 야권 추진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엔 통과돼선 안 될 법안도 많은데 어떻게 대국민 사과를 하나”고 했다. 사실상 국정운영 사과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실 입장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이 신문은 채 상병 사건 특검 요구 주장을 전하면서 “이런 식으로 의제 싸움에 갇히면 영수 회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영수 회담은 의제보다는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다. 영수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구체적인 의제를 올려 조율해야 한다는 여론의 흐름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칼럼.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채 상병 사건 특검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개입 여부 특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을 ‘결단’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채·김 특검 수용 결단’은 몽상인가> 칼럼에서 “만약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표(대통령 거부권 행사 뒤 재의결 이탈표)가 여럿 나와 특검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어쩌면 총선 참패보다 더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이 나오지 않아 특검이 무산되면 정권 전체가 깊은 내상을 입게 된다. 국민은 ‘진실’이 강제로 묻혔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결국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위기에 빠지는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양상훈 주필은 “이 딜레마를 벗어날 방법이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이 결정적 순간에 두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결단하면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 상병 사건의 쟁점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인데 현직 대통령에 대해선 기소를 할 수 없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여부도 문재인 정부 시절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양 주필은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어쩌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면 ‘약점’이 ‘강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규 의원 원내대표 선출 주장 어떻게 볼 것인가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철규 의원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이후 변화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이 의원에 대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으나 4·10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 등을 맡으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여러차례 비판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윤계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출 적임자라고 여긴다”며 “그러나 당 안에서는 ‘또 친윤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철규 의원을 사실상 비토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는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잘 통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간 갈등 국면에선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한 전 위원장과 대립하기도 했다. 그런 이가 원내 사령탑을 맡는 국민의힘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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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사설.

이 신문은 특히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있다곤 하지만 그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사실상 ‘용산의 여의도출장소’ 역할을 했던 국민의힘의 책임이 적을 리 없다”며 “그런데도 자성과 변화의 노력은커녕 다시 친윤 원내대표를 통해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놨다. 5면 <與 차기 원내대표 이철규 출마설에 당내부 시끌시끌>에서 “현재 이 의원 말고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인사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차기 원내대표가 ‘독이 든 성배가 아니라, 그냥 독배’라는 당내의 평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압도적인 의석수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고, ‘채 상병 특검법’ 등에서 이탈표를 방지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 의원은 조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거란 비관론이 팽배하다”며 “그렇다면 당 안으로는 수직적 당정 관계에 짓눌리고, 당 밖으로는 거야의 벽에 내동댕이쳐지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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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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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이재명은 이낙연의 모습에서 교훈 찾아야”

황선 “이재명은 이낙연의 모습에서 교훈 찾아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4/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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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평화이음 이사가 국민의 외면을 받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의 모습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이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이재명과 이낙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은 이낙연 대표가) ‘완전한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의 명령과 시대적 사명을 받들 수 없는 머슴이라 판단한 것”이라며 “그 후로 이낙연 지지율은 추락했고 이재명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구경꾼이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은 실로 무거운 의미”라면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명령은 윤석열 탄핵이고, 검찰독재 완전 청산”이라고 강조했다.

 

황 이사는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공공연한 목표보다 더 압도적으로 나온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개인에 대한 지지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를 자신들에 대한 불변의 지지로 오해하고 ‘기름장어’나 ‘고구마’ 노릇을 하면서 저들(윤석열세력)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고 공생하려 든다면, 이낙연처럼 하루아침에 낙엽 신세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황 이사 글 전문이다. 

 

이재명과 이낙연

 

영수회담 추진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비 보전도 다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이낙연을 보자. 믿기지 않겠지만, 멀지 않은 과거에 이낙연은 국민의 기대와 호응을 꽤 받는 인물이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라 불리던 이낙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차기 대통령은 이낙연, 차차기가 이재명이 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랬던 이낙연이 ‘엄중이’, ‘사면바리’, ‘기름장어’ 등 비호감 별명으로 불리고, 호남에서조차 외면받게 된 것이다. 

이재명은 여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정치의 기준으로 삼고 그에 따라 처신하지 않고, 자신의 입신양명에 어떤 행보가 도움이 될까를 좌고우면하면, 주권자 국민은 그것을 대번에 알아본다. 

이낙연이 이명박, 박근혜 사면을 말하자, 그 즉시 국민은 기대를 접었다. ‘완전한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의 명령과 시대적 사명을 받들 수 없는 머슴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 후로 이낙연 지지율은 추락했고 이재명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민은 국민의 요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당시 국민은 이낙연 대신 이재명을 등판시켰다, 완전한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라고.

국민은 구경꾼이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은 실로 무거운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명령은 윤석열 탄핵이고, 검찰독재 완전 청산이다. 

국민은 역사상 유례없는 압도적 의석을 민주·진보세력에게 몰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공공연한 목표보다 더 압도적으로 나온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개인에 대한 지지 때문이 아니다. 

국민은 윤석열과 검찰독재가 지긋지긋하다는 것이다. 한시도 더는 저 무도하고 무능한 무리를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자신들에 대한 불변의 지지로 오해하고 ‘기름장어’나 ‘고구마’ 노릇을 하면서 저들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고 공생하려 든다면, 이낙연처럼 하루아침에 낙엽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명심하자, 국민에겐 새로 등판시킬 선수들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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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한 민주당이 새겨야 할 6가지 교훈은?



[박해성의 여의대교] 이제는 민주당의 시간, 22대 국회에 바란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4.04.25. 05:02:02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고 곧바로 쟁점 입법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기세를 보이자 국회의 긴장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변수입니다. 총선 패배에도 꿈쩍 않던 대통령이 지지율 급락에 '식물 대통령' 처지에 놓이게 되자 비로소 거대 야당의 수장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협치를 통해 국정 운영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당분간이나마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참에 새로 구성될 국회에 대한 저의 몇 가지 희망사항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 국회법 제20조의2(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먼저 새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조정을 통해 성과를 내는 인물이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들이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선명성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중립성이라는 대원칙과 상식으로 보자면 놀랄 만한 일입니다.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초당적 국회 운영의 의지나 정치적 균형감마저 없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당적을 가지지 못하게 한 규정의 취지를 멋대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를 상징하는 대표성,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높은 위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교 업무 등에 합당한 지성과 품격을 갖춘 국회의장을 기대합니다. 국민과 여야 의원들이 국회의 대표자로서 존중할 수 있는 정치인이기를 희망합니다.

 

"왜 사람들은 다수에 복종하는가? 더 많은 도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더 많은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블레즈 파스칼 <팡세>

 

다수의 힘을 좋은 정치, 유능한 국회를 만드는 데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총득표율은 민주당 50.5%, 국민의힘 45.1%입니다. 5.4%포인트 차이로 민주당은 71석을 더 얻었습니다. 한 표라도 많으면 승리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인한 결과입니다. 패배한 쪽을 선택한 표는 사표(死票)가 되었지만, 그들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결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가 아닌, 하나의 의사결정 방법입니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 언제나 더 현명한 건 아닐 겁니다. 많이 대화하고 토론하고 충분한 타협의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는 성숙한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선출된 고위 관료입니다. 그는 왕도 신도 아닙니다. 그는 공복(公僕)입니다" 호세 무히카(José Alberto Mujica Cordano), BBC 뉴스 인터뷰, 2012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길 바랍니다.

선거 과정에서 의원특권 폐지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만큼 많이 거론된 공약도 없을 겁니다. 의원정수 축소, 불체포특권 폐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실시, 돈 정치 청산, 세비 삭감 등 크고 작은 방안들이 나왔습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해서 듣던 이야기입니다. 그간 선거가 끝나면 모두 흐지부지되었다는 뜻이겠죠.

 

호세 무히카는 '페페(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국민의 사랑을 받은 우루과이의 제40대 대통령입니다. 봉급 90%를 기부하고,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개방하고, 자신은 전부터 살던 집에서 계속 살면서, 작고 오래된 구형 폭스바겐 비틀을 직접 몰고 다녔습니다. 그는 집권 기간(2010년~2015년) 우루과이의 경제성장률과 교육 수준을 높이고 부패, 문맹, 극빈층을 줄이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제22대 국회의 초선의원은 132명으로 44%에 이릅니다. 이 분들이 나서서 작은 것부터 특권을 없애나갔으면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호세 무히카 대통령처럼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선거 내내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듯이 공직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의무감만은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어떤 정당이든지 현실적으로 자기 지지층을 결집해서 어떻게든지 한 표라도 이기려고 하는 정치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게 극한 대립을 만든다." 김진표 국회의장, 선거제 개편 '2+2' 협의체 발족식, 2023

 

임기가 시작되면 바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늘 소선거구제의 한계가 지적됩니다. 선거구 획정은 어김없이 시한을 넘겨 선거 직전에야 마무리됩니다. 2020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때부터 문제가 되었던 제도의 악용은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양당 독점 구조는 더 공고해지고,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거제도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여 남은 국회가 이 숙제까지 마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공이 새 국회로 넘어간다면 지체하지 말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후 위기는 단지 북극곰이나 먼 미래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관한 것입니다." - 캐서린 헤이호 박사(Dr. Katharine Hayhoe, 기후 과학자), TED Talk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는 이미 일상에 널리 침투했습니다. 우리는 폭염, 물 부족, 대기 오염처럼 건강, 웰빙,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열 관련 질병, 대기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문제, 매개체 매개 질병의 확산, 농업 생산 피해로 인한 식량 불안 등이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복지, 경제적 이익, 환경적 가치, 건강, 안전, 세대 간 책임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기후 위기를 핵심적인 정치적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22대 국회가 민생 국회를 표방한다면, 당연히 기후 위기에 관한 토론과 정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 출신 여야 의원들이 중심에 서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영국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 달래고 조정해서 타협시키는 것’이라고 봤다. 미국 정치학자 스콧 아들러와 존 윌커슨은 정치의 역할이 사회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의 역할을 갈등의 조정과 문제의 해결이라고 한다면, 지금 한국에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이관후 건국대 교수. <경향신문> 칼럼

 

소위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 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 등의 대정부 쟁점들이야 누가 하라 말라 할 것도 없이 민주당의 우선 과제가 될 것입니다. 다만 국회 스스로 개혁하고 민생을 챙기고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에 대처하는 일들을 마냥 뒷전으로 밀어둔 채 싸움에만 몰두하지 말아달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민주당의 시간입니다. 주도권을 가진 만큼 책임도 무겁습니다. 나라를 생각하고 시민의 삶을 보살피는 현명한 결정들을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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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가로 번지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난감해진 바이든



경찰, 시위대 체포하며 대응하고 있지만…MIT, 미시간, 터프츠 등으로 시위 확산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4.23. 19:58:17 최종수정 2024.04.23. 19:58:18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면서 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교내에 있던 시위대들을 체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2일(이하 현지시각) <AP> 통신은 "지난주 컬럼비아대학교 잔디 캠퍼스에서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이던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체포됐다. 학교는 대면 수업을 취소했다"며 "뉴욕대와 예일대에서도 수십 명의 시위자들이 체포됐으며, 하버드 야드로 통하는 문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학교들이 캠퍼스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된다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 사이에서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뉴욕대에서는 22일 하루 종일 학생들이 텐트를 설치하며 만들어진 야영지에 수백 명의 시위대로 넘쳐났다"며 "학교 측은 이들에게 떠나라고 경고한 뒤 현장이 무질서해지자 경찰을 불러들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후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30분 시위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뉴욕대 법학과 학생은 통신에 "경찰이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터무니없는 대학의 탄압"이라며 "반유대주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지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많은 유대인 친구들이 있다"고 말해 반유대주의를 이유로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뉴욕대학교 시위대는 다른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기 제조업체와 이스라엘의 점령에 관심을 두는 회사의 자금과 기부금'을 공개하고 이를 처분할 것을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일대학교에서도 시위가 열려 45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이들 모두 이후 법정에 출두하겠다고 약속한 뒤 석방됐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은 예일대에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방위산업체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통신은 "피터 샐로비 예일대학교 총장은 이날 커뮤니티에 게재한 성명에서 대학 관계자들이 학생 시위대에게 연설, 캠퍼스 공간 접근 허용 등 학교의 정책과 지침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교는 22일 하버드 야드에 학생이나 교직원 등 학교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또 텐트와 테이블 등은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며, 이를 위반한 학생은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표지판 안내가 있었다.

이와 함께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위원회는 학교 측이 단체의 활동을 정지시켰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이 단체가 19일 시위에서 학교 정책을 위반했으며, 이전에 보호관찰을 받은 후 필수 교육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BC는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하며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시위는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미시간 대학교, 에머슨 칼리지, 터프츠대에서도 시위 캠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번 시위를 두고 '반유대주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일부 유대인 학생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많은 부분이 반유대주의로 변질됐고 그들을 불안하게 느끼게 만들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에서 두 블록 떨어진 유대인 신학교 건물에 살고 있는 유대인 신입생이 "지난 주말 시위대는 하마스에게 텔아비브와 이스라엘을 날려버릴 것을 요구했다"라며 반유대주의적인 발언을 하는 일부 시위대는 학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노슈 샤픽 컬럼비아대 총장이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욕의 엘리스 스테파닉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여러 명의 의원들은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테러 행위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선동가들의 폭도를 종식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샤픽 총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캐시 매닝‧조쉬 고트하이머‧댄 골드만 연방 하원의원과 공화당의 제러드 모스코위츠 연방 하원의원 등도 여기에 동조했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컬럼비아대학교가 유대인 학생들이 대학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하는데 실패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프로 풋볼 리그(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구단주인 로버트 크래프트는 시위가 중단되고 관련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22일(현지시각)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집단학살에 지원금을 중단하라"는 피켓과 함께 다수의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컬럼비아대학교의 일부 교직원들은 학교 측이 시위를 처리하는 방식, 경찰을 부른 대처 등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나이트 수정헌법 1조 연구소'는 BBC에 보낸 성명에서 학교 규정을 근거로 "외부 당국은 '개인, 재산 또는 대학의 어떤 부서의 실질적인 기능에 대한 명백하고 현재적인 위험'이 있을 때에만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비록 시위대와 (텐트를 친) 야영이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실제 얼마나 위험을 초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날 오후 예일대학교 졸업생과 학부생, 학부모 등 약 1500명 정도가 시위를 지지하는 서한에 서명해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수백 명의 학생과 지역사회의 구성원들도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대학을 중심으로 시위가 퍼져나가면서 비백인과 20~30대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시위가 격화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밝혔다.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면서도 "또 팔레스타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규탄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지난 3월 27일 미국 의회전문 매체인 <더힐>은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50%에서 14% 포인트 떨어진 수치인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이번 조사에서 55%로 집계돼, 지난해 11월 45%에서 10% 포인트 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00만 명 이상의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라파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 당국을 인용,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날까지 3만 4183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7만 7143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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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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