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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위기 탈출하려면... '5년' 그 너머를 보자

[소셜 코리아] 지방선거 이후 급변한 민심... 일관된 목표와 장기적 설계로 위기 돌파해야

26.09.18 07:26ㅣ최종 업데이트 26.09.18 07:27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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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탄핵당한 직전 정부와 비교하면, 현 정부는 속도감 있게 국정을 밀어붙였다. 이런 상대평가 속에서 국민의 지지는 올해 6월 초까지 계속 올랐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코스피 지수가 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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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 동안 정치적으로는 2024년 12·3 비상계엄(이른바 '12·3 내란') 사태의 종식과 사법개혁이 주요 주제였다. 정책적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5극 3특'(수도권·충청권·동남권·대경권·호남권 5개 초광역권과 강원·전북·제주 3개 특별자치도를 축으로 하는 균형발전 전략)이 화두였다. 전 세계적인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열풍에 따른 AI 경제 활성화도 있었다.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와 주식시장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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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흔들리는 국정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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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국민은 이제 현 정부를 절대평가로 바라본다. 정치적으로는 '공소 취소' 논란과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치안 불안이 거론된다. 정책적으로는 부동산 세금, 청년 주거 문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기초자산 가격 변동을 2배 등으로 증폭해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와 주가 하락이 화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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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당시 야당 대표였던 현 대통령은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생을 챙기는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 말이었다. 그 결과 먹사니즘, 민생, 실용은 현 정부의 국정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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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현금 지급을 이어갔다. 지역화폐도 국고 지원을 받아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경제와 서민 경제가 살아난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사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민생을 챙기지 않는 정부는 없다. 정책에 실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정부도 없다. 실용은 성과를 내기 위한 태도일 뿐이다. 문제는 정책의 목표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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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9385까지 치솟던 코스피 지수가 이후 하락하면서 9월 초 6500선을 나타내고 있다. 급락의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꼽히면서,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네이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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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사니즘'과 국정과제 123개, 국민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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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정부의 국정철학이 무엇인지 아무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 아무도 제대로 답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는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다. 5년마다 '무슨무슨 정부'라 부르며, 지난 정부와는 다른 새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약 2개월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비전, 목표, 전략, 국정과제를 준비한다. 정부는 이 과제들을 5년 동안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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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 다음 날 곧바로 취임했다. 정부의 비전과 국정 과제를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대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꾸렸다. 이 위원회는 약 두 달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국정 과제를 마련한 뒤에는 해산했다. 그 이후 국정 과제 관리는 상설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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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광복절 전후까지 약 두 달간 '국정기획위원회'를 운영했다. 이 위원회는 국가 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그 아래 3대 국정 원칙과 5대 국정 목표를 두었다. 다시 그 아래 23개 추진 전략과 123개 국정 과제를 제시한 뒤 활동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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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 성과'라는 국정 원칙, '기본이 튼튼한 사회'라는 국정 목표는 먹사니즘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소득·주거·의료·돌봄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하고 존중받는 사회, 그 안에서 각자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사회. 이것이 '기본이 튼튼한 사회'의 목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국민행복 보장을 위한 기본사회 기본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문제는 국민이 이런 사정을 거의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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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그리고 지금 추진 중인 정책들이 국정 기획 차원의 전략·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국가 비전 달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설득되지 않는다. 상황 논리, 정치적 이해관계, 추진 가능성 등 이른바 '그때그때 논리'가 앞선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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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도 그렇다. 처음엔 소위 오른쪽 인사를 기용하며 '국민 통합'을 내세웠다. 지금은 지지 세력을 넓혀 '구조적 다수'를 구축하려 한다. 국민의 눈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과반수가 같은 정당이다. 우호 세력까지 합치면 국회의원 약 5분의 3이 범여권이다. 하지만 '국민 통합'이든 '구조적 다수'든, 이는 직업 정치인들 사이의 정치공학적 연합을 말하는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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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정책', '표지갈이 정책'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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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는 말 그대로 기본이 튼튼하고, 먹고사는 데 어려움을 없애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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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혼란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예탁금 상향 등 투자 조건이 강화됐다. 보유 주택 규모 중심에서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꾸려던 부동산 세제 개편은 후퇴했다. 기초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상자를 줄이고 저소득 수급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방식)형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국 기존 수급 대상(하위 70%)은 그대로 유지하고, 저소득층 급여만 소폭 올리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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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민의를 반영한 빠른 정책 전환이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형적인 '그때그때 정책추진'의 사례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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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 청년세대를 위한 지원 정책도 살펴보자. 출생 때부터 부모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새로 제시됐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기존 출산 양육 지원을 재구성한 것에 가깝다. 이른바 '표지갈이 정책'이다. 자산 형성 종잣돈 마련과 취업 지원은 좋은 정책이다. 다만 기존 정책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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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취업 지원을 넘어 고용 창출, 즉 청년이 취업할 일자리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적극적 일자리 창출 정책 논의는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정원을 늘리는 등 청년 채용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 바 있다. 민간 기업의 청년 채용을 독려하는 방안도 있었다. 지금은 이런 논의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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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 지원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목돈이 없는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다른 부작용도 있다. 무주택 4050 중장년 세대의 허탈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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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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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정부부처·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어떨까. 이는 지난 20여 년간 추진돼 온 지역균형발전과 같은 방향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최근 109개 공공기관 통폐합(전체 관리 대상 524개 중 109개를 줄여 415개로 정비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이것이 그동안 반복돼 온 '분리·신설 후 다시 통폐합'의 되풀이가 아니라는 근거 제시와 설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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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0개 지방국립대학의 신입생 등록금 전액 무료(2027학년도부터 단계적 적용) 정책도 논란이다. 당사자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미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고 있다. 대학 경쟁력과 무관하게 국립대라는 이유만으로 세금 특혜를 주는 셈이다. 교육, 지역 균형, 지역 경제 여러 차원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득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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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기가 떠오른다. 그때도 선의와 대의명분을 앞세웠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중장기 효과 검토가 부족한 채로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을 각각 10% 이상 올렸다. 탈원전 정책도 비슷했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력 공급 중장기 계획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시행도 제대로 못 하고 논란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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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슷한 걱정이 든다. 호남·영남·충청에 수백조 원 규모의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된다. 100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조성된다. 반도체·AI·데이터센터 호황에 발맞춘 미래지향적 투자 전략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산업들은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오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지금의 계획이 호황기의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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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정부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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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 6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8월 이후에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나고 있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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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대통령제에는 숙명이 있다. 효과가 2~3년 뒤에나 나타나는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오래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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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때 시작한 저출산 고령 사회 대응정책은 중장기 정책 추진의 좋은 예다.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며 확대됐다. 아동 분야는 임신·출산 지원, 양육·아동 수당, 유치원·보육시설 통합, 초등학교 늘봄교실, 지역아동센터로 넓어졌다. 노인 분야는 노인 일자리 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 맞춤형돌봄, 통합 돌봄, 기초연금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국가 정책 기조로 자리 잡았다. 다음 정부의 정책 추진까지 고려한 중장기 설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5년 단임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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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이 대표적 사례다.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의 모수개혁이었다.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3%로 올랐다. 몇 년간 논의한 개혁안을 합의해 입법했다.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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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개혁은 다르다. 지난 1년, 야당의 반대에도 정치적 결단으로 추진됐다. 이제는 정책 효과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수정하고 보완하며,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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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년 단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성공은 다음 정부에서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협상했다. 그다음 정부가 이를 체결했다. 다음 정부가 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고 이어갈 때, 지금 정부의 정책은 제대로 효과를 낸다. 반대로 다음 정부가 정책을 본질적으로 뒤집으면, 효과는 단편적으로만 확인될 뿐이다.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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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까지 정책을 이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같은 정당 출신 정치인의 재집권, 이른바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그런 사례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입법화하고, 시행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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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노무현 정부에서 입법되고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됐다. 최근 사례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포괄적 시범사업이 시작된 돌봄통합지원사업은 지난 정부(윤석열정부)에서 대상자를 노인 중심으로 좁혀 시범사업을 이어갔다. 이후 입법을 거쳐, 현 정부 들어 올해 3월 27일 통합돌봄지원사업으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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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이든 마찬가지다. 구조적 다수라는 직업 정치인 간 정치공학적 관계 설정으로는 안 된다. 국민의 요구를 수렴한 민생 정책 설계가 먼저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정부까지 과제를 이어줄 국민통합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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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문제 해결은 5년 안에 끝나지 않는다. 여러 정부에 걸쳐 시도되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공학보다 미래전략과 로드맵이 필요하다. 짧은 호흡이 아니라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제시한 국정비전과 전략, 국정 과제에 기반한 단계별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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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갑 재능대학교 초빙교수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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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이용갑은 건강보험연구원과 인천연구원을 거쳐 현재 재능대학교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연구해 왔으며, 광역지자체의 다양한 사회복지정책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의 공공보건의료 구축협력사업과 통합돌봄, 노인주거 등 보건과 복지가 만나는 영역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대통령직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위원과 인천광역시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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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민생 #기본사회위원회 #대통령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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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 해치는 주범...오늘이라도 폐지해야"

국가보안법 폐지 월요시위 300회, 폐지 법안 발의 300일에 다지는 123개 단체의 다짐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6.09.18 01:21
  • 수정 2026.09.18 01:26
  • 댓글 1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을 비롯한 123개 시민사회단체가 국가보안법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을 비롯한 123개 시민사회단체가 국가보안법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지난 2020년 4월 27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처음 시작해 단 한주도 빠지지 않고 국회 앞으로 장소를 바꿔어 진행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월요 1인 피케팅 시위가 9월 14일 꼬박 300회를 맞이했다.

지난해 12월 2일 제22대 국회에서 민형배·김준형·윤종오 의원 등 야당 의원 32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공동발의한 지 300일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을 비롯한 123개 시민사회단체가 국가보안법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시민연대'을 결성해 국회 앞 월요시위를 주도해 온 박미자 대표는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동료 교사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파면당하고 연금을 박탈당한 국가보안법 피해자로서 "지금 이 땅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정직한 삶과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 투쟁하기로 결의한 지 벌써 7년이 됐다"는 감회를 피력했다.

이어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한 잔인한 시간들을 기억하며 "내란청산의 과정에서 반드시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시민연대' 대표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시민연대' 대표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강원도 인제에서 매주 월요일이면 빠짐없이 국회 앞 피케팅 시위에 참석해 온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은 "국가보안법 폐지하고 국민주권 확립하자"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은 반공, 분단, 냉전 체제 속에서 형성된 안보 국가의 전쟁정치와 통치체제를 민주화, 인권과 평화를 핵심 가치로 실현되는 국민주권 통치체제로 전환하는 운동"이라고 대표발언을 시작했다.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해 평화공존 시대의 새로운 민주적 평화안보체제를 구축하자는 것.

사상과 표현을 처벌하는 안보를 구체적 위협과 범죄협의를 규율하는 안보로, 생각을 처벌하는 국가에서 행위를 책임지는 국가로 전환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은 법률 폐지 청원운동과 함께 피해자의 진실과 조작 구조를 규명하고 사회적 기억을 축적하며, 이를 헌법과 국제인권문제, 시민사회 공동의 핵심의제로 만들면서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평화 운동과 강력하게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대표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대표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국가보안법은 국민을 식민지 노예의식으로 물들이려는 법이고 입바른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라며,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여론이 무르익을때까지 폐지를 기다리다가는 천년, 만년이 가도 이 땅에서 국가보안법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인 류순권 목사는 "인간의 존엄은 국가가 허락하거나 통제해서 생기는 게 아니며, 그 누구라도 국가의 필요나 이념의 이름으로 함부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피해자들에게 또 기다리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미향 김복동의희망 공동대표는 "일제 식민지 독립운동가들을 치안유지법으로 잡아 가두던 그 법이 아직도 이 긴 세월 동안 통일과 민주 인사들에게 탄압과 억압의 총칼로 변장하여 생각조차 분단의 벽을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답하라고 요구했다.

강욱천 한국민족예술총연합 사무총장과 전승혁 전국교직원협동조합 부위원장은 생각하고 말하며,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문제되고 있는 역사왜곡, 혐오·차별 발언의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당일 오전에 벌어진 국가보안법 피해자 이정훈 씨와 8명 시민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손정목 통일시대연구원장은 이날 발언자로 나서기로 한 이정훈 씨가 경찰 안보수사대의 압수수색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 사정을 설명하고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 촉구했다.

국가보안법 규탄발언을 하는 장민호 씨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 규탄발언을 하는 장민호 씨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지난 2013년 이른바 일심회사건으로 7년을 복역한 뒤 13년간 미국으로 추방되어 최근 어머니의 임종을 끝내 보지못하고 간신히 귀국해 뒤늦은 장례를 치른 장민호 씨는 정부가 귀국 조건으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범죄경력증명서를 요구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이는 천륜을 다하려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태도로서도 온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주권과 관련해 납득할 수 없는 조처라고 규탄했다.

40년 넘게 군 생활을 한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는 주범 중 하나"라고 하면서 "민주주의와 주권을 지키려는 군대의 정신이 필요한데, 오직 적개심으로만 군사 작전을 하겠다고 하니 수준높은 국방이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오늘이라도 국가보안법이 폐기되어야 국가안보가 제대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석되어 2년 9개월간 수사와 재판을 받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신동훈 제주세월호기억관 운영위원장은 11개월 동안 수사관들에게 지급된 5천여 만원의 포상금을 환수하라는 항의를 했지만 결국 국정원은 대한적십자사 기부로 끝냈다고 하면서 국가보안법 제21조(상금)의 허점을 지적했다.

죄를 범한 자를 인지, 체포한 수사기관과 정보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은 법원 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과잉수사, 조작수사를 부추기는 유혹의 장치이기도 하지만, 무죄 확정판결이 나와도 상금을 환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십자사 기부라는 해괴한 마무리로 끝났다는 것. 당장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도승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 봉준희 진보대학생넷 이화여대지회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 △국회는 300일간 표류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즉시 논의하고 처리할 것 △국가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정의롭고 평화로운 민주사회를 위해 책임있는 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민주권 회복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연대하고 단결하여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문 (전문)

- 월요피켓팅 300회, 폐지법안 발의 300일을 맞아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님께 호소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두 개의 '300'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월요일, 9월 14일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그리고 국회 앞에서 이어온 국가보안법 폐지 월요피켓팅이 꼬박 300회를 맞이한 날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7년의 세월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걸음입니다. 그리고 오늘, 22대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이 발의된 지 3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300일 동안 이 법안은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국회 서랍 속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300번의 월요일과 300일의 침묵. 우리는 오늘 국가보안법 위에 놓인 ‘300’이라는 숫자를 주시하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국민주권을 보장해 주십시오."

하나, 국가보안법은 생각과 말을 검열하는 시대착오적 악법입니다

"누구도 생각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문명국가의 상식이자 세계 보편의 법 원칙입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이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국민의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선택적으로 처벌해온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된 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이른바 ‘K-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강점을 깡그리 상쇄시키는 이 법의 존재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과연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부끄러운 법을 유지해야 합니까! 

둘,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에 군림하며 민주화의 역사를 짓밟았습니다.

이 법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잔인하게 탄압했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계승한 법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의 비명과 피눈물, 죽음을 낳게 한 악명높은 치안유지법은 해방과 함께 당연하게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1948년 12월 1일, 제주 4·3의 진압 명령을 거부한 양심적인 군인과 시민들을 처벌하기 위해 치안유지법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부활했습니다. 이후 여순항쟁과 4·3을 말하는 것조차 죄가 되었고, 독재에 맞선 저항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마저 이 법의 이름으로 짓밟혔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평화교육을 실천하려 했던 교육자들을 교단에서 파면시킨 도구였습니다. 우리는 이 역사를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셋, 300번의 월요일 - 교육자들의 7년, 멈추지 않은 실천입니다

국가보안법폐지 월요 피켓팅은 국가보안법으로 교단을 떠나야 했던 동료 교사들을 지켜본 교육단체, 시민단체들이 시작한 실천입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작해 지금은 국회 앞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 300번의 월요일은, 민주화의 역사를 가르치고 다음 세대에게 반전과 평화를 말하는 것조차 탄압받아온 우리 교육 현장의 증언입니다. 6·15공동선언 이후 합법적인 남북교류와 평화교육에 나섰던 수많은 교육자들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교단에서 쫓겨났던 그 아픔을, 우리는 300번의 월요일로 기억해왔습니다. 사계절이 일곱 바퀴를 돌고, 눈비와 폭염, 혹한을 마다하지 않고 천금같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이 자리를 자원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는다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부는 명확하게 ‘직무 유기’를 하는 것입니다. 

넷, 300일 - 내란 청산의 마지막 퍼즐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을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 세력이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전 국민을 겁박했던 그 순간을 말입니다. 내란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야말로 내란 청산의 핵심 과제'라는 데 뜻을 모은 31명의 국회의원이 2025년 12월 2일 폐지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78년간 존속하며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대부분 조항이 이미 형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 대체·규율될 수 있다는, 명확한 근거와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등 국제기구들도 반복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300일이 지나도록 이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300일 동안에도 조작된 국가보안법 사건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습니다. 촛불과 빛으로 나라를 구한 민주시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악법의 그늘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 통탄스럽니다. 

다섯, AI시대,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은 생각과 표현의 자유 위에서만 자랄 수 있습니다. 정보가 국경 없이 흐르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에, 국민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을 옥죄는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스스로 채운 족쇄입니다. 경제와 기술이 아무리 도약해도, 국민의 생각과 말이 검열당하는 나라에서 미래세대는 결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또한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적으로 극복해야만 진정한 세계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전에 같은 나라의 시민이자 동포로서 사회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경계하는 상황은 우리 학생들에게 ‘평화와 공존’을 제대로 교육하기 어렵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민주와 평화를 논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섯, 혐오문화의 뿌리에는 국가보안법이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세대간, 성별간, 지역간 갈등이 무성한 혐오의 정글을 만들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입장이 다른 상대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과 유무형의 폭력은 대화와 토론의 자리를 아픔과 슬픔, 분노의 비명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이치를 대하는 우리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혐오, 차별, 배제, 폭력이 난무한 무지성(無知性)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다름'을 '적'으로 규정하고 처벌해온 국가보안법의 논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혐오와 배제의 문화와 그 뿌리를 같이합니다. 내란을 청산하고 혐오를 넘어서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결의합니다.


 ⃝  우리의 요구

하나, 이재명 대통령님은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폐지를 향한 정치적 결단을 보여주십시오.

하나, 국회는 300일간 표류해온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즉각 논의하고 처리하십시오.

하나,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데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십시오.


 ⃝  우리의 결의
 
우리는 국민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날까지 연대하고 단결하여 투쟁할 것입니다.    


2026년 9월 17일 
국가보안법폐지 기자회견 및 촉구대회 참가자 일동

공동주최(9/17.현재123단체)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국가보안법7조부테폐지시민연대, 국가보안법폐지부산행동,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AOK한국, (사)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정훈무죄석방대책위, 통일시대연구원, 자주통일평화연대, 자주연합, 여순항쟁서울유족회, 김복동의희망, 민중민주당 인권위원회, 석권호석방대책위, 평화통일교육전국네트워크, (사)한반도평화경제회의, 한국진보연대,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고려대민주동우회, 통일TV, 예수살기, 노동사회과학연구소, 평화어머니회, 전국시국회의자주통일평화위원회, 미주양심수후원회,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위한 기독교대책위, 윤석열내란청산국가보안법피해자공동대책위,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통일광장,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병진옥중서신출판의원회, 전북하연호석방대책위원회,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통일의길, 함께만드는통일세상,평화이음, 청미래재단 지구마을대학원, 통일중매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평화주권행동평화너머, 예술과 마음, 통일공방,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6.15경기중부평화연대, 좋은세상연구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서울대민주동문회, 전대협동우회, (사)평화의길, 시민모임독립,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씨알순례단, 서울진보연대, 한국외대민주동문회, (사)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고난받는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김련희송환추진위원회, K-평화통일연대, 한민족유럽연대, 도봉촛불행동, 전국농민회총연맹,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서울참교육동지회, 김재규장군명예회복추진위, 사월혁명회, 산청진보연합, 유신청산민주연대, 촛불행동, 전국참교육동지회, 광진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야단법석, 우리학교시민모임, 전북5월동지회, 전북환경운동연합, 국민주권당, 시민모임즐거운교육상상, 동학실천시민연대, 인천퇴직교육자협의회, 6.15시민합창단, (사)5.18민족통일학교, 퇴직공무원협의회, 구속노동자후원회, 파란고양이, (사)민족일보기념사업회, 반민특위기념사업회, 통일나무, 경기참교육동지회, 몽양여운형계승사업회, 자민통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전국여성연대,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평화통일실천연대, 다른내일, 한국교회인권센터, 경기평화교육센터, 동학천도교보국안민실천연대, 자주통일평화번영운동연대, 서울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동부교육시민모임, 한반도춤연구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우리누리평화운동, 진보대학생넷, 제주통일청년회, (사)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향린교회, (사)희망래일, 대안교육연대,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장민호귀국대책위. 국가보안법폐지경남행동,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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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 밝히는 예산, 그냥 '퍼주기' 아닌가

 

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 관악뉴스(지역언론사) 조태희의 관악을 담소 칼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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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야장' 시범상권 6곳에 최대 20억원씩 지원

민선 9기 핵심 전략 '야간경제 활성화' 목표

보행로 고치고 가로등 세우고 화장실 만들고

시의회 상임위에서 선심성 예산이라며 삭감

사흘 뒤 본회의 복원 "자영업 폐업 최대" 이유

사당역 로터리 경계 두 군데 선정, 이상하잖나

강남구 세로수길은 공실률 45.2%나 되는데···

상인과 주민 이해관계 엇갈려 갈등도 불가피

골목 가치 올라가면 건물주는 임대료 어부지리

누굴 위한 정책·어떤 결과 바라는지 설명 부족

해가 지고 난 뒤에야 동네의 표정이 달라지는 날이 있다. 낮에는 셔터와 간판 사이에 웅크리고 있던 골목이 불을 켜고, 사람들은 그제야 이 동네에 아직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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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그 시간을 정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는 14일 '서울 달빛야장' 시범 상권 여섯 곳을 발표했다. 강남구 세로수길, 관악구 사당오락달빛야장,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도봉구 창동역 상점가, 동작구 사당1동먹자골목, 중랑구 상봉먹자골목이다. 15개 자치구에서 19개 상권이 신청했고, 서류심사로 열 곳이 추려졌으며, 전문가 평가위원 5명과 시민평가단 50명이 최종 선정에 참여했다. 당초 다섯 곳을 뽑을 계획이었는데 한 곳을 더했다. 선정된 상권에는 2028년까지 최대 20억 원씩 들어간다. 시는 같은 해까지 달빛야장을 25곳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2026 서울 달빛야장 조성사업 시민참여평가단의 모습. (사진출처 : 서울시)

나쁜 일이 아니다. 보행로를 고치고 가로등을 세우고 CCTV를 달고 화장실과 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든다니, 달빛야장이 아니었더라도 우리 동네 골목에 이미 필요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목록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몇 가지가 눈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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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구 경계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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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에서 뽑힌 곳은 '사당오락달빛야장'으로, 남현동, 사당역 일대다. 관악의 밤이라고 하면 대개 신림역 주변의 신사리 상권, 신림동 골목이나 봉천 먹자골목,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상권을 먼저 떠올린다. 정작 뽑힌 것은 관악의 동쪽 끝, 생활권으로 치면 이미 '사당'이라 불리는 자리다. 2·4호선과 경기 남부지역 곳곳으로 떠나는 광역버스가 모이고 관악산과 예술인마을과 부추삼겹살골목이 붙어 있으니, 좋은 후보이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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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동작구 사당1동먹자골목도 함께 뽑혔다. 같은 사당역 로터리를 사이에 두고 야장 두 개가 각각 최대 20억 원을 받는다. 사업의 단위가 상권이 아니라 자치구여서 생기는 일이다. 밤에 사당역에 내려 한잔 하러 가는 사람은 자기가 지금 관악의 밤에 있는지 동작의 밤에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달빛은 구 경계를 모른다. 하지만 예산은 안다.

 

박준희(가운데) 서울 관악구청장이 지난 13일 ‘서울 달빛야장’ 1기 상권으로 관악구의 ‘사당오락 달빛야장’ 선정을 직원들과 미리 축하하고 있다. (사진출처 : 관악구)

'골목상권까지'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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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의 첫 줄은 강남구 세로수길이다. 흔히 알려진 가로수길 옆, 젊은 감각의 음식점이 밀집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는 그 거리다. 골목상권이 맞나 싶지만, 골목은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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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울시장은 발표 자리에서 "오늘 선정된 관악, 동작, 광진, 중랑의 골목상권까지" 돈이 흐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여섯 곳 중 네 곳만 호명됐다. 강남과 도봉은 빠졌다. 말이 길어져 줄였을 것이다. 그런데 줄일 때 빠지는 이름이 그 사업의 서사를 말해준다. '골목상권까지'라고 할 때, 그 '까지'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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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표가 있기 사흘 전인 1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야간경제 관련 예산이 되살아났다. 상임위 예비심사 단계에서는 상품권 발행비 10억 5700만 원을 비롯해 관련 사업 예산이 줄줄이 전액 삭감됐다. 깎은 쪽의 논리는 구체적 계획 없이 밀어붙인 선심성·전시성 예산이라는 것이었고, 되살린 쪽의 논리는 자영업 폐업이 역대 최대라는 것이었다. 결국 17억 9700만 원 가운데 16억 9200만 원이 복원됐다. 그리고 14일 여섯 곳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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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말이 둘 다 맞다. 그래서 문제다. 폐업이 역대 최대인 것도 사실이고, 이 사업의 최종 성과 지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밤을 켜는 데 드는 돈은 정해졌는데, 그 밤이 성공했는지 판정할 기준은 아직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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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협약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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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상인과 주민이 상생협약을 맺고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소음·악취·쓰레기·보행 불편을 상시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 협약에는 영업구역과 종료시간, 청결 유지 같은 운영수칙을 담고, 어기면 단계별로 자체 제재를 한다. 주거지와 붙어 있거나 민원이 잦은 곳은 구청장이 도로점용을 제한하거나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옥외영업장 도로점용 가이드라인은 선정 발표 당일부터 시행됐고, 식품접객업 옥외영업 조례안도 행정예고를 거쳐 자치구에 곧 배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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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는 예산과 브랜드와 상품권을 준다. 구청장은 허가와 민원을 받는다. 상인과 주민은 협약을 맺고 서로를 단속한다. 밤을 여는 결정은 위에서 내려오고, 그 밤을 감당하는 일은 아래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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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의체라는 말은 공평하게 들린다. 그런데 상인은 조직되어 있고 주민은 대개 조직되어 있지 않다. 골목 2층, 3층, 그 뒤 원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회장도 총회도 회칙도 없다. 협약 테이블에 앉을 자리가 있는 사람과, 창문을 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사람은 같은 조건에 놓여 있지 않다. 상권의 이해관계자 명단에 '상권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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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야장이 끝난 뒤에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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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저 참 예쁜 달빛야장 사업 지원은 오는 2028년까지다. 간판을 바꾸고 조명을 달고 로고를 만들고 상품권을 푸는 동안에는 사람이 온다. 사람이 오는 것과 돈이 남는 것은 다르다. 매출이 오르는 것과 임대료가 오르는 것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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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다시 목록의 첫 줄을 본다. 세로수길은 가로수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이다. 가로수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가로수길 공실률은 45.2%였다. 같은 보고서에서 서울 주요 가두상권의 평균 공실률은 13.8%였다. 세 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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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을 가로수길로 만든 가게들은 이제 대부분 그 거리에 없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성수동으로, 압구정 로데오로 옮겨 갔다. 그리고 같은 보고서에서 공실률이 가장 낮은 상권은 2.5%의 성수동이었다. 45.2%와 2.5%. 같은 도시, 같은 분기다. 세로수길은 그때 한 블록 안쪽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만든 골목이다. 이제 그 골목에 야간경제 예산이 들어간다. 골목이 잘되는 것이 나쁜 일일 리 없다. 다만 골목이 잘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서울은 이미 보았다. 바로 한 블록 옆에서 말이다.

 

지난 9월 12일에 열린 신사 세로수길 K뷰티 비어 페스타 (사진출처 : 강남구)

그러고 나면 상생협약의 당사자 목록이 달리 보인다. 협약을 맺는 쪽은 상인과 주민이다. 어디에도 건물주는 없다. 공공이 20억 원을 들여 보행로를 깔고 조명을 달고 상품권을 풀어 골목의 값을 올려놓으면, 그 오른 값은 결국 임대료라는 형태로 정산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를 한 번에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막아 두었지만, 서울에서는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금액이 9억 원을 넘는 가게에 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800만 원이면 딱 9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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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뜨면 그 선을 넘는 가게가 생긴다. 공공이 20억 원을 들여 골목의 값을 올리고, 그 값을 누가 가져갈지는 시장에 맡겨 두는 구조다. 결국 법이 보장하는 10년은 가게가 밀려나는 시점을 늦춰 줄 뿐, 임대료가 오르는 것 자체를 막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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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달빛야장 사업의 성적표는 방문객 수가 아니어야 한다. 20억 원 가운데 얼마가 조명과 로고로 가고 얼마가 화장실과 보행로로 갔는지, 늘어난 매출이 목 좋은 몇 곳에 몰렸는지 골목 전체에 고루 갔는지, 그 골목의 임대료가 사업 전후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무엇을 세어야 하는지는 이미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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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점이다. 지표는 사업이 끝난 뒤에 만들면 늦는다. 비교할 출발선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재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잴 수 없다. 시의회가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지적한 대목은 정치 공방 이전에 지극히 행정의 기본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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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구의 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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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장 여섯 곳이 발표된 다음 날, 서울시는 '야간경제총괄특보'를 임명했다. 시장 직속 보좌기관이다. 맡은 일은 야간경제 비전과 전략 수립, 4대 야간 랜드마크 육성, '서울의 밤' 브랜드 구축이다. 새로 온 특보는 '서울마이소울'과 '해치' 캐릭터 등 서울의 브랜드 사업을 여러 차례 기획해 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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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만들려던 자리는 이것이 아니었다. 서울시장은 지난 6월 '나이트 메이어' 도입 계획을 밝혔다. 그러다 최근 "연구가 깊어지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임명을 미뤘다. 대신 브랜드와 랜드마크를 총괄하는 특보 자리가 채워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20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야간경제 활성화 기자설명회를 열고 있다. (사진출처 : 서울시)

암스테르담이 2000년대에 나이트 메이어를 둔 이유는 브랜드 때문이 아니었다. 밤이 길어질수록 상권과 주민이 부딪히는데, 그 사이에 앉아 조정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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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도 2016년 같은 취지로 '나이트 차르'를 두었다. 그 자리는 2024년 가을부터 비어 있고, 이듬해 꾸려진 나이트라이프 태스크포스는 직책을 되살리는 대신 독립 위원회를 두라고 권고했다. 서울시장이 별도 직책 없이 운영하는 도시의 예로 든 그 런던이다. 다만 그 권고안에는 도시 전역에 적용할 영업허가 기준과, 소음 민원이 몇 건 쌓여야 영업방해 조사에 들어가는지를 정한 규칙이 함께 담겨 있었다. 직책을 접는 대신 규칙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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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밤을 파는 자리를 만들었고, 밤을 조정하는 자리는 만들지 않았다. 직책도 규칙도 아닌 협약이 골목으로 내려갔다. 상인과 주민이 서로를 단속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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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켜는 일은 예산으로 되지만, 밤을 견디는 일은 예산으로 되지 않는다. 골목상권은 행사가 아니라 생활권이다. 그 골목에는 손님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산다. 관악을 비롯한 여섯 골목상권의 밤이 밝아지는 것은 반갑다. 다만 그 밤이 누구의 밤인지는 20억원이 아니라, 그 돈을 다 쓰고 난 뒤의 새벽이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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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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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AI 고전' 제작진이 말하는 현명한 AI 사용법 "결국 어디서 멈출 것인가"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오정호 AI지식콘텐츠부장, 임시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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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EBS가 지난 3월 말 AI 기술을 활용한 인문교양 대기획 프로젝트<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강연 바로가기)을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은 철학·경제·정치·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인류 지성사의 핵심 고전 100권을 AI 기술과 결합한 강의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진은 인류의 이정표가 된 고전 100선을 선정하여 현대적 시각에서 그 가치를 재조명, 과거의 텍스트가 아닌 ‘오늘의 질문’을 사유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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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의 첫 포문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 (10부작)로 열었다. 그런데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열풍이 프로그램 속 ‘오뒷세이아’ 시청으로 이어지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제작되고 있는지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EBS 사옥에서 오정호 AI지식콘텐츠부장과 임시진 PD를 만났다. 다음은 두 제작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BS 인문교양 대기획 프로젝트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3월 말부터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방송하고 있는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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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진 PD(이하 임): "어느새 6개월이 다 돼가네요. 처음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PD로서 촬영·편집을 직접 하던 것과 달리 전 과정을 AI로 제작하다 보니까요. 저 자신도 AI 영상에 거부감이 좀 있어서 시청자 반발도 걱정했는데, 의외로 '고전을 재미있게 봤다', '고맙다'는 반응이 많아서 앞으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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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호 부장(이하 오): "AI와 고전은 굉장히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점이잖아요. 고전은 예전부터 가까이 하고 싶어 했던 대상이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AI로 텍스트화·번역·영상화가 되면서 접하기 좋은 환경이 열린 거예요. 저희도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요. 교과서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제작하다 보니 오류가 있으면 안 돼서 부담도 있지만, 엄마와 자녀가 함께 보고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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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고전 강독 프로그램과 차이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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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가장 큰 차이는 '누가 말하느냐'입니다. 일반적인 강독 프로그램은 그 책을 연구한 전문가나 교수님이 나와 해설해 주시는 방식이잖아요. 저희 <AI 고전>은 그 책을 직접 쓴 저자가 말합니다.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AI로 복원해서요. 그분이 살았던 환경과 남긴 텍스트에 최대한 근거해서, 저자 본인의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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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영상이에요. 일반 강독 프로그램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장면들,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공간이나 역사적 장면들을 AI 영상으로 구현합니다. 중간에 해설자를 두지 않고, 저자를 되살려 시청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이 <AI 고전>만의 차별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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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복원된 저자가 설명해 주는 콘셉트일 뿐, 진짜 저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의 생각이나 해석이 들어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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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기획 단계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저희는 원고를 작가나 PD의 언어로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부론>이라면, 저작권이 만료된 원전 영문 텍스트를 가져와서 그 안에 있는 내용으로만 원고를 작성해요. 없는 해석을 추가하거나 저희 시각을 끼워 넣지 않고, 원문을 일반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내는 거죠. 그리고 그 원고를 전문 교수님들께 감수받아서, 틀린 내용이나 임의로 추가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에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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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서 추가로 설명드릴게요. 저 원고를 AI가 그냥 뽑아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작가가 책을 다섯 번 정도는 읽어요. 그다음에 뭘 얘기할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다시 사람이 개입하고요. AI 콘텐츠라고 하면 AI가 직접 산출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AI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치열한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AI에서 바로 나오는 문장을 저희가 그대로 쓸 수는 없거든요.”

오정호 EBS AI지식콘텐츠부장(왼쪽), 임시진 PD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은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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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2024년과 2025년에 EBS가 실험적으로 AI 콘텐츠를 제작했었어요. 제가 그 제작진과 얘기하다가 짧은 호흡의 AI 콘텐츠보다는 ‘EBS적인 학습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고전 100책'을 AI 콘텐츠로 만드는 기본 아이디어는 김유열 사장님에게서 나왔습니다. 어느 날 사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셨고, 저도 바로 그 순간 혹시 이것 아니냐고 말씀드렸어요. 둘의 생각이 우연히 일치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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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면 2023년에 EBS에서 [역사를 바꾼 100책]이라는 도서를 선정했었어요. 최재천 교수님이 위원장을 맡으신 EBS 독서진흥자문위원회에 국내 저명한 석학들이 참여했고요. 당시 사장님이 작품 한 편 한 편을 50분짜리 다큐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좋은 제안을 하셨어요. 그러면 50분짜리 다큐 100편이 생기는 거잖아요. 다만 제작비 얘기는 없으셔서, 그때는 그냥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났죠. 그런데 2년이 지나 AI가 사장님과 제 앞에 나타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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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전엔 AI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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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작년 초만 해도 저는 AI에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기술이 안정화되지 않아 할루시네이션(허위 생성)도 많았고, 작년 6월까지만 해도 AI 캐릭터가 땅 위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7월부터 12월 사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활용 가능성이 크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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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계기는 허사비스의 노벨화학상 수상이었어요. AI에 생각보다 훨씬 밝은 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콘텐츠 제작에 접목하면 공진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자료 탐색, 팩트체크는 물론 촬영 없이도 이미지·오디오를 만들 수 있으니 제작 전 단계에서 AI가 접목될 가능성이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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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AI를 100% 신봉하진 않아요.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여전히 확인하고 있고요. 움베르토 에코가 '거짓말에 쓰일 수 없는 건 진실을 말하는 데도 쓰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인간의 말처럼 AI에도 진실과 거짓이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EBS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오뒷세이아’(좌), ‘자유론’(우) 스틸 모음

AI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잖아요.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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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풀 AI 제작을 고집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를 말씀드리면, 영화 <오디세이> 개봉에 맞춰 우리 프로그램의 ‘오뒷세이아’ 1~10강을 AI 우리말 음성으로 재더빙 해서 유튜브에 전체 몰아보기 영상을 올렸거든요. 그런데 ‘음성이 어색하다’, ‘음성만이라도 성우를 썼으면 어땠을까’라는 지적이 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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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사람의 손길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말 더빙 같은 경우는 특히 그렇고요. 풀 AI를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이지만, 모든 걸 AI가 하기엔 아직 이른 부분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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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기획 이후엔 어떤 작업을 먼저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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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AI 콘텐츠를 10분짜리 한 편 만드는 것과 매일 나가는 것, 이 두 개는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 결국 양산의 문제였던 거죠. 그래서 기존 방송 제작 시스템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일 먼저 한 건 원문 탐색, 구성, 윤문, 번역, 검증, SRT(자막파일) 작업까지 이어지는 원고 작업을 탄탄하게 세우는 거였어요. 이걸 맡을 기존 방송작가들을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변모시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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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모으고(collect), 연결하고(connect), 구성하고(construct), 검증하는(correct) 이 네 가지 과정을 위한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먼저였어요. 제미나이, 클로드, 챗GPT, Ebook, DeepL, 구글 드라이브 등을 공통으로 구독했고, 한글 소프트웨어나 이메일은 쓰지 않습니다. 전체가 함께 볼 수 있는 AI 인프라를 만든 거죠. 이런 창작 인프라가 없으면 공동작업 자체가 안 되거든요. 이게 기초 공사였고, 이미지 제작은 그 위에 올라간 겁니다."

EBS 인문교양 대기획 프로젝트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고전이란 무엇일까요? 옛날에 나온 책이라고 다 고전은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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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고전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저희가 기준으로 삼은 건 '역사를 바꿨는가'예요. 과학이든 철학이든 문학이든, 역사의 전환점이 된 책들을 교수님들이 선정해 주셨고 저희는 그걸 따르고 있어요. 그래서 저작권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책도 포함돼 있을 정도이고, 무조건 수백 년 전 책이어야 고전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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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보면 서양 고전이 많은데 동양 고전도 방송할 예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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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이미 작업 중인 것들이 있어요. 노자의 <도덕경>이 곧 방송될 예정이고,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지금 원고 작업 중입니다. 선정된 100권 중 서양 책이 더 많은 건 사실인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자체가 서양 문명의 틀 위에 세워진 부분이 크다 보니 그 영향력이 고전 분포에도 반영된 거라고 봐요. 다만 저희도 그 안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어요. 동양 고전은 물론이고 철학·사회학에만 치우치지 않고 문학, 심리, 예술 분야까지 골고루 다루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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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마다 10강으로 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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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책마다 두께도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거든요. 어떤 책은 내용이 10강을 채우기엔 얇고, 또 어떤 책은 10강으로 도저히 다 담을 수 없기도 해요. 그럼에도 10강으로 잡은 건 시청자와 제작진 양쪽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한 권으로 한 달 넘게 방송하면 시청자 이탈이 생기고, 반대로 매일 다른 책을 다루면 깊이가 너무 얕아지거든요. 그 사이 지점이 10강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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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많은 책은 1부를 먼저 방송하고 다른 책들을 사이에 끼운 뒤 2부로 돌아오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어요. 10강을 기본 단위로 삼되, 책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려고 합니다."

EBS 인문교양 대기획 프로젝트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러닝타임이 13분으로 짧은 편인데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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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이유가 하나는 아닌데요. 편성 전략과 시청 패턴을 함께 고려한 결과예요. 지금은 월화수목금 매일 15분씩 나가는 구조인데, 이렇게 하면 하루에 한 번씩 시청자와 만날 수 있거든요. 반대로 한 번에 60~70분으로 묶어버리면 그 시간을 놓친 시청자는 아예 못 보게 되는 거잖아요. 자주, 다양한 시간대에 노출해서 '어, 이런 프로그램이 있네' 하고 발견하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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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긴 편성의 장점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흐름을 끊기지 않고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일요일에는 그 주 방송분을 몰아볼 수 있도록 편성해두고 있거든요. 짧게 매일 보고 싶은 시청자, 한 번에 몰아서 보고 싶은 시청자 모두를 고려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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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나오잖아요. 외국인인 저자가 한국어로 하는 건 무리일 수 있어도 1강은 저자에 대한 소개라서 한국어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다 영어로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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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고전이 그리스어, 독일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존재하는데, 저작권 문제가 없는 퍼블릭 도메인 텍스트가 영어로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시학>이나 <고백록>도 원래는 영어가 아닌 언어로 쓰였고, 단테의 <신곡>도 당시엔 롬바르디아어, 그러니까 이탈리아어에 가까운 언어였죠. 하지만 그 작품들이 영어로 잘 번역돼 있었기 때문에 그 텍스트를 활용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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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AI로 복원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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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미지의 일관성을 지키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래요. 지금은 기술이 많이 좋아졌지만, 저희가 초반에 제작할 때는 인물 얼굴이 많이 바뀌었어요. 호메로스는 원래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인데, 계속 눈을 뜨려고 하는 식으로요. AI 크리처를 100% 통제하기가 어려웠거든요. 지금은 그 부분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EBS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군주론’ 스틸 모음

강의 형태가 저자마다 다른 거 같아요. 애덤 스미스의 경우 대학 강의 콘셉트고 마키아벨리의 경우는 서재 같은 데서 이야기하는 콘셉트인데, 왜 이렇게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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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저자가 살았던 환경과 책의 성격에 맞게 공간을 설계한 거예요. 애덤 스미스는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였으니까 대학 강의실이 자연스러웠고, 마키아벨리는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실각한 뒤 유배지 서재에서 <군주론>을 썼잖아요. 청중도 없이 홀로 글을 써 내려간 사람이니까, 고독한 서재 분위기가 그 책의 날 선 통찰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저자들도 마찬가지로 살아온 배경과 일했던 환경을 최대한 살려서 강의 장면을 구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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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AI를 활용했을 때 장단점이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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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장점은 빨리 나온다는 거예요. 기존 방송 제작 과정은 기획, 원고, 촬영, 편집, 후반 작업으로 이어지는 직렬 구조잖아요. 각 단계마다 전문가가 있고 순서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전 단계가 끝나길 기다려야 해요. 반면 AI는 아주 소수, 심지어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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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혼자 작업하다 보니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입니다. 내용적인 측면도 그렇고, 저작권 문제도 있고, 여러 사람이 상호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는 거죠.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영상 툴인 시댄스(Seedance)만 봐도 버전이 올라갈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있어요. 2.5버전, 4K 기준으로 5초당 11달러 가까이, 우리 돈으로 1만 6~7천 원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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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작년 AI 구독료는 버스 요금 수준이었는데, 타고 가면서 졸다 깨어보니 모범택시 요금으로 올라가 있는 셈이에요. 이제는 AI 제작이 경제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가격 결정권은 결국 외부 AI 업체에 있고, 한번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단점입니다."

EBS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모비 딕’ 스틸 모음

보통 촬영해서 편집하는데 AI로 하면 촬영 과정이 없잖아요. 어색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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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촬영 과정이 없다는 게 처음엔 굉장히 생소했어요. 영상 제작에서 촬영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업이었으니까요. AI가 그 역할을 맡아주는 건 분명 장점인데,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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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찍는 거였다면 스스로 선을 그었을 장면을 AI로는 그냥 만들게 되는 거예요. 마키아벨리 고문 장면이 그랬어요. 딸깍딸깍 만들다 보니 너무 사실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이거 진짜 같다, 써야겠다' 싶었는데, 심의실에서 '꼭 필요한 장면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서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직접 촬영했다면 애초에 찍지 않았을 장면이었죠. AI를 현명하게 쓴다는 건 결국 어디서 멈출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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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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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미있는 걸 한번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AI 고전>은 지금까지 6개월 정도 어려운 고전 텍스트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왔잖아요. 그런데 10월에는 이 고전을 들고 학교로 갈 거예요. 학생들과 함께 소리 내서 읽는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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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100책 리스트는 이미 있으니까 계속해서 책마다 10강씩 제작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새로운 시도도 해보려고 해요. 단순 강의 형식이 아니라 문학 작품의 경우 영화처럼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포맷 자체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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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3년여 만에 기준금리 0.25%P 인상…연내 추가인상 가능성

케빈 워시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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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3년 2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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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표결권이 주어진 12명의 FOMC 위원(연준 이사 및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모두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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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제지표 전망 자료를 보면 19명의 FOMC 위원 중 18명의 연말 금리 예상치 중간값 평균이 4.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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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연준은 2024년 9·11월·12월 그리고 지난해 9·10·12월 각각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올해 들어선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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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금리 인상은 물가 불안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지속하고 있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그는 “신규 채용, 민간 부문 소득, 기업 설비 투자 등 이러한 지표들은 최근 몇 달간 개선됐으며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그러나 5년 넘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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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워시 의장의 취임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조정이 인하가 아닌 인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워시 의장은 이에 관한 질문에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따로 밝힐 말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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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여겨왔다. 미 국채금리는 이런 관측을 이미 반영해 최근 급등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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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북, 대북 적대 지속하는 한미 향해 ‘국가 핵무력법 발동’ “엄중 경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9/17 08:51
  • 수정일
    2026/09/17 08: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한 국방성 대변인 입장문 발표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9/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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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대북 적대 공조를 지속하는 한미 양국에 ‘핵무력 맞대응’ 가능성을 언급하는 입장문을 16일 발표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이 입장문 전문을 보도했다.

 

대변인은 “10일 미군과 한국의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대량살육무기[대량살상무기] 대응위원회 회의라는 것을 벌여놓고 이른바 ‘조선의 잠재적인 대량살육무기 공격’에 대처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대응 능력을 제고하며 연합 대응 훈련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하였다”라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과 한국이 그 누구의 ‘대량살육무기 위협’을 전면에 내걸고 대조선[대북] 군사력 사용을 전제로 하는 연합 방위 태세의 강화에 대해 떠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조선반도[한반도] 유사시 우리 국가에 대한 핵 및 생화학 무기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실행을 위한 실전 준비를 가속화하려는 노골적인 대결 선언이며 지역에서의 대량살육무기 사용 위험을 극대화하는 엄중한 정세 격화 책동”이라고 규정했다.

 

또 “모든 상황은 미국이 강변하는 그 누구의 ‘대량살육무기 위협설’이 저들의 대량살육무기 개발과 전파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악의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우리 국가를 겨냥한 적들의 이 같은 대량살육무기 공격과 사용 위협은 국가 핵무력 정책 법령의 해당 조항의 발동을 요구하는 중대 안보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면서 “해당 조항의 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해석하고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위 경고는 북한이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채택한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핵무력법)에 나오는 선제 핵무기 사용 조건에 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무력법 6조 1항에는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대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한미 국방 당국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대량살상무기 대응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이다.

※ 원문의 일부만으로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편향적으로 이해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기에 전문을 게재합니다. 전문 출처는 미국의 엔케이뉴스(NKnews.org)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대변인 립장발표

 

10일 미군과 한국의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대량살육무기 대응위원회 회의라는 것을 벌여놓고 이른바 《조선의 잠재적인 대량살육무기 공격》에 대처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대응 능력을 제고하며 연합 대응 훈련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하였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과 한국이 그 누구의 《대량살육무기 위협》을 전면에 내걸고 대조선 군사력 사용을 전제로 하는 연합 방위 태세의 강화에 대해 떠든 것이다.

이는 조선반도 유사시 우리 국가에 대한 핵 및 생화학 무기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실행을 위한 실전 준비를 가속화하려는 노골적인 대결 선언이며 지역에서의 대량살육무기 사용 위험을 극대화하는 엄중한 정세 격화 책동이다.

최근 미한이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프리덤 실드》 기간 《대량살육무기 대응》 각본을 숙달하고 이번에 또다시 핵 및 생화학 무기 훈련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적들의 대량살육무기 사용 기도가 극히 무모한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미국이 지난 시기 발표한 《대량살육무기 대응 전략》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권국가들의 《위협》을 구실로 핵 및 생화학 무기 사용 환경에서 전투 가능한 합동 무력을 창설하고 대량살육무기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일 것을 명기한 사실은 그들이 추구하는 대결적 기도와 최종목표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된다.

최근년간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30개의 생물 무기 연구소망을 형성하고 주한미군기지들에 생물 실험실들을 전개한 것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지역의 200여 개 대상들에서 군사 생물 활동과 생화학 무기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2026 회계연도 국가 방위 권한법》에 생화학 무기의 개발과 시험, 관리 유지 및 작전 운용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지출할 것을 규제하였다.

모든 상황은 미국이 강변하는 그 누구의 《대량살육무기 위협설》이 저들의 대량살육무기 개발과 전파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악의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우리 국가를 겨냥한 적들의 이 같은 대량살육무기 공격과 사용 위협은 국가 핵무력 정책 법령의 해당 조항의 발동을 요구하는 중대 안보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해당 조항의 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해석하고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은 미국과 그 동맹세력들의 새로운 군사적 기도를 국가 안전에 대한 정례적인 위협 평가와의 연관 속에 항시 주시 장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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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승원 반대가 2배, 임명하면 대통령 회견 아무 의미 없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대통령 내일 기자회견

역대 대통령 대국민 소통 사례 살펴본 경향·중앙

중앙 “김승원 자진사퇴·지명 철회 등 과감 조치 필요”

낙태죄 위헌 7년 만에 ‘임신중지약’ 내년초 도입

한겨레 “여성 선택권·접근성 확대, 후속 입법 마무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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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6.09.17 07:29

  • 수정 2026.09.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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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오는 18일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을 연다. 17일 주요 신문들은 연임 개헌과 공소취소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철회 등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문들은 대통령의 메시지 못지않게 이를 전하는 태도와 진정성이 이번 회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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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소통 사례 살펴본 경향·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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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일부 신문은 역대 대통령들의 대국민 소통 사례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설득·포기로 ‘통’하거나 변명·강행으로 ‘불통’하거나>에서 “과거 위기 때 국정 기조 전환을 약속하거나 직접 사과하고 국민을 설득해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가 있는 반면, 대통령의 메시지와 태도가 오히려 논란을 키운 경우도 있었다”며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를 분석했다.

▲ 17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역대 대통령 중 위기 국면에서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5월10일 ‘국민과의 대화’를 꼽았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고통 분담을 호소했던 사례인데, 6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한 사례는 반면교사로 꼽혔다. 박 전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해체 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참사의 본질을 벗어난 땜질식 처방”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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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현안에 대한 메시지 못지않게 이를 전달하는 태도와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국민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우려하는지에 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취임 1년3개월여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이번 회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검법 관련해서도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 17일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도 5면 기사 <회견 정치… MB, 확실한 사과·쇄신하자 지지율 올랐다>에서 윤석열·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비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로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이 커지며 지지율이 10%대로 주저앉자 2024년 11월7일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지지율 반등에 실패했고 끝내 12·3 비상계엄을 저지른 뒤 탄핵됐다.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지지율이 급락했으나 2008년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을 계기로 서서히 반등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이후 청와대 핵심 참모진을 교체하고 국정 기조 전환을 선언하며 집권 3년차 지지율은 줄곧 40%대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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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높지만, 하락의 원인이 여러 논란이 겹친 ‘복합 위기’라는 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당장 이번 회견에서 밝혀야 할 쟁점으로 거론되는 것만 △인사 실패 △연임 개헌 △공소취소 △진영 내 갈등 △검찰 문제 등 여럿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파병과 대미 투자 협상 같은 외교 사안과 부동산 정책, 레버리지 ETF 등 정책 사안도 일일이 답해야 한다”면서, 역시 대통령의 ‘내용’보다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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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승원 반대가 2배, 임명하면 대통령 회견 아무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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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인사 논란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 기사 <김승원 딜레마… 李, 선택의 시간>에서 인사 청문회가 마무리되면서 김 후보자 등을 둘러싼 임명 찬반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2기 내각 인선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관계자가 임명 방침에 무게를 뒀다면서도 “보수 야권은 물론이고 일부 시민단체들도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면서 임명 강행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17일 동아일보 1면.

역시 김 후보자 관련 논란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조선일보는 <반대가 2배인 장관 임명하면 대통령 회견 아무 의미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만 남았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은 집권 후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60%대는 유지했던 지지율이 취임 1년 3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며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며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 섣부른 증시 부양책은 시장만 교란시켰다. 친이재명계가 군불을 땐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연임 개헌론은 진영을 막론하고 국정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호르무즈 파병을 놓고는 여권 내부가 찬반으로 갈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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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18일 기자회견 때 배경에는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다고 한다”면서 “김 후보자 임명 반대가 찬성의 2배라는 것이 국민의 뜻인데, 그 뜻을 거스르면서 가지는 대국민 설득 회견이 무슨 소용이 있나.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 17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사안으로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 논란을 꼽았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본인의 신상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공소취소 추진 포기와 어떠한 경우에도 연임이 없다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 논란을 끝내야 한다”며 “사법·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아집과 독선을 거둬내는 것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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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와 보완책 제시, 인사 실패에 대한 결단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특히 부적절한 청탁으로 물의를 빚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부터 자진 사퇴시키거나 지명을 철회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행여 ‘맹탕 청문회’를 근거로 임명을 강행하려 드는 것은 민심 이반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지금 국민들은 잘못된 국정 기조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확실한 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강렬하게 보내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딴소리를 할 거라면 회견은 하나 마나”라고 했다.

▲ 17일 중앙일보 사설.

한겨레 역시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불안과 주식 시작 변동성 같은 민생 과제들은 민간 주체, 각종 시장 변수 등이 얽혀 있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조세형평성 제고, 부동산값 안정화라는 큰 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설명을 통해 국민 이해를 구하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같은 정책 실수, 부동산 세제 개편 과정에서 보인 혼선 등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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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한겨레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한 일에 관해서도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불거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의 적임자인지 다시 한번 따져보고, 그래도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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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7년 만에… ‘임신중지약’ 내년초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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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 국내 도입을 결정했다. 임신 9주(63일) 이내 여성을 대상으로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안에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처방과 조제를 통해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 17일 중앙일보 1면.

경향신문·한겨레·중앙일보는 1면에서 임신중지 약물 국내 도입 결정 소식을 다뤘다. 국내 도입이 추진되는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지미소정’(미프진·현대약품)은 임신 63일 이내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품목 허가·심사가 진행 중이다. 처음 2년 동안은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안정성 문제나 부작용이 없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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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적으로 유통됐던 약물이 국가 의료체계를 통해 관리되며 여성의 건강권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도입 초기 안정성에 무게를 둬 임신중지 허용 대상이나 복용 방식 등을 엄격하게 정해뒀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에서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는 지역에 사는 여성이나 신원 노출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추가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접근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 17일 한겨레 6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여성의 선택권과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겨레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신 12주까지 사용을 허용한 약물을 ‘9주 이내’로 제한한 근거가 부족하다. 정부 발표대로 미프진 구성 약물 두 가지(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를 순차적으로 처방받아 병원에서만 복용하도록 하면, 병원을 최소 3번 방문하게 돼 약물 도입 의미가 옅어진다”며 “표준의료지침에서 처방 자격을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한다면 의료 낙후 지역에선 처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밖에 가격, 건강보험 적용, 배우자 및 미성년자 보호자 동의, 환자 등록(임신중지 기록), 의료인의 진료선택권(처방 거부권) 인정 등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이용 편의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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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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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정부가 향후 2년간 의사의 처방·조제만 허용하고 약사를 배제한 것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 탓이다. 임신 당사자와 의사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어서, 약사는 형법상 처벌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2년 이내에 형법과 모자보건법 후속 입법을 마무리함으로써,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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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도 사설에서 “미프진이 허가돼도 건강보험 적용이나 사후관리, 지원책 등 구체적 방안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임신중지약이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후속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임신중지 관련 입법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지적한 뒤 “임신중지약 도입을 계기로 국회도 모자보건법과 형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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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정부 곳간 넘쳐도... 2027년 예산안의 참담한 실상

[소셜 코리아] 세수는 50% 늘지만 복지 증가율은 9.4%뿐

26.09.16 07:23ㅣ최종 업데이트 26.09.16 07:23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2027년은 대한민국 재정사에 남을 해다. 국세수입이 2026년 390조 원에서 2027년 584조 원으로 늘어난다(본예산 기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은 법인세 급증이 주된 요인이다. 불과 한 해 만에 50%가 증가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반도체 업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큰 호황 국면을 가리키는 말) 덕분이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를 넘고, 물가 상승분까지 포함한 명목성장률은 15%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성장도 좋고 세수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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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역대 최고 수준의 불평등에도 방치되고 있는 빈곤문제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기초법바로세우기 등 시민단체주도로 열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세수는 크게 늘지만 복지로 가지 않아 소득불평등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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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넘치는데, 지갑은 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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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은 체감하지 못한다. 언론은 이를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한가한 소리다.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청년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8월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 3천 명 줄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46개월째, 청년 고용률 하락은 2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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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상대적 박탈감'과 '포모'(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기회를 놓칠까 봐 느끼는 불안감)도 이야기한다. 역시 한가한 소리다. 상대적 박탈감은 나는 10만 원 벌었는데 옆 사람은 1억 원 벌었다는 이야기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근로소득은 올해 1분기 -1.7%, 2분기 -2.1%로 두 분기 연속 줄었다. 빚을 감당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3년 새 56% 늘었고, 2026년 상반기에만 벌써 9만 7천 명을 넘어섰다. 절대적 박탈이다. 2026년은 훗날 반도체로 인한 새로운 소득불평등 원년으로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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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시기에 국가 곳간은 넘친다. 소득불균형을 해소할 돈도 있다. 그래서 2027년 예산안을 복지 분야 중심으로 뜯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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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돈은 복지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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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총지출은 821조 원으로 12.8% 늘었지만, 총수입은 881조 원으로 30%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정부의 모든 수입에서 지출을 뺀 지표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의 흑자까지 포함해 계산한다)는 올해 본예산 기준 52.7조 원 적자에서 내년 59.9조 원 흑자로, 오랜만에 큰 폭으로 흑자 전환한다.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 대비 국가가 진 빚의 비율)도 당초 정부 계획상 2027년 53.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예산안에서는 오히려 48.3%로 낮아졌다. 총지출을 12.8%나 늘려도 재정여력은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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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분야는 244조 원에서 267조 원으로 23조 원, 9.4% 늘었다. 16개 분야 가운데 하위권이며, 총지출 증가율 12.8%에도 못 미친다. 복지지출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법으로 정해진 급여(법정급여) 때문에 저절로 늘어나는 부분이 커서 보통 총지출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 그런데 세수가 50% 늘어난 해에 복지는 9.4% 늘어났다. 늘어난 돈이 복지로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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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년 분야별 총지출 증감액 및 증감률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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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복지예산 23조 원,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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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예산 증가분 23조 원을 뜯어보자. 핵심은 인구구조와 법률 때문에 자동으로 늘어난 돈과, 정부가 정책적으로 새로 선택한 돈을 구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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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6.4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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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늘었다. 국민연금 5조 원, 공무원연금 1.3조 원이다. 현 정부의 정책 의지와는 무관하다. 관련 법에 따라 저절로 늘어나는 돈이라 정부의 재량적 선택이 개입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 노인이 늘고 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이니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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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2.5조 원(노인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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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노인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설명이 끝난다. 다만 지급 방식이 바뀌었다. 올해는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약 35만 원을 일률 지급했다. 2027년에는 70% 이하 수급자를 상·중·하로 나눈다. 상위는 올해와 같은 약 35만 원, 중간은 물가상승률만 반영한 36만 원, 하위는 그보다 조금 더 오른 38만 원이다. 소득이 높은 어르신 몫을 소득이 낮은 어르신에게 더 준다니 얼핏 합리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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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장 가난한 노인이다. 지난해 기초연금과 생계급여(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 급여로,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인 가구에 최저 생계비를 지원한다)를 동시에 받은 노인이 78만 명을 넘는다. 이 가운데 99.8%는 기초연금을 받은 만큼 생계급여가 깎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 등 다른 소득을 합산해 부족분만 메워주는 방식(보충급여 원리)이라, 기초연금이 오르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구조다. 그래서 이들에게 기초연금을 3만 원 더 줘도 실제 가처분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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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위 소득자 기초연금은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질 삭감됐다. '상박(上薄)'은 확실하고, '하후(下厚)'는 제한적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사이에 끼어 있는 애매한 제도라 원래 양쪽과 조금씩 겹친다. 이번 개편으로 기초생활보장과 겹치는 부분이 더 커졌다. 중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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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년 사회복지 분야, 부문별 증감액 및 증감률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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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4.8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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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조 원에서 28.8조 원으로 19.9% 늘었다. 정부의 자랑과 실제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부문이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국민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정부가 고시하는 값. 실제 중위소득과는 산정 방식이 달라 별도로 '기준'이라는 말이 붙는다)을 6.7% 올린 덕이라고 자랑한다.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초생활보장을 크게 강화했다는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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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생계급여 기준이 32%에 묶였다. 기초생활보장은 소득이 중위소득에서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진 사람에게 국민 최저선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만약 중위소득이 월 300만 원이면 중위소득의 50%는 150만 원이고, 보통 그 아래를 빈곤층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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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초생활보장의 핵심인 생계급여를 빈곤층, 즉 중위소득 50% 이하 전체에게 주지 않는다.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에게만 준다. 2026년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약 256만 원이다. 35%라고 해도 90만 원도 안 되는 빈곤층이다. 그런데 생계급여 자격은 32% 이하, 소득 약 82만 원 이하에만 생긴다. 모든 국민의 최저선을 지키자고 만든 제도에서, 소득이 83만 원만 돼도 소득이 너무 많다고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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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당시 30%였던 생계급여 기준을 32%, 33%, 3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국정과제로 발표했고, 실제로 32%까지 올렸다. 이재명 정부라면 최소한 그 로드맵보다는 더 올리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전 정부가 2026년까지 하겠다고 했던 35%를 현 정부는 2030년까지 하겠다고 늦췄다. 그러고도 2027년에도 32%다. 소득양극화 원년에, 국세수입이 50% 증가하는 해에, 전 정부 로드맵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했다고 자랑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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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준중위소득은 실제 중위소득이 아니다. 빈곤층이 홍길동도 아닌데 중위소득을 중위소득이라 부르지 못하고 앞에 '기준' 자를 붙였다. 실제보다 낮은 행정적 기준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실제 중위소득과의 격차를 6년에 걸쳐 줄이는 산식을 도입했다. 그 방식은 2026년 종료됐고, 2027년부터 적용되는 새 산식에는 격차를 언제까지 해소한다는 목표가 없다. 더구나 올해는 명목성장률이 15%를 넘길 수도 있는 해다. 실제 중위소득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런 해에 기준중위소득을 6.7%만 올리면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벌어질 수 있다. 초성장기에 가만히 있으면 빈곤선은 뒤로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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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4.8조 원 증가에는 의료급여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수급자를 부양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간주돼, 그 소득·재산이 수급 자격 심사에 반영되는 가족) 기준 폐지,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인상 같은 긍정적 조치의 몫도 있다. 그러나 제한적인 기준중위소득 인상 그리고 물가와 수급자 자연증가로 더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최소한 생계급여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결정의 흔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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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5.6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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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늘어 공적연금 다음으로 증가액이 크다. 대부분 건설임대주택 증대분이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은 임대하는 게 아니라 구매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구입 지원 예산은 크게 늘리고 임대 지출은 반토막 냈다. 임대주택 지출을 다시 늘린 것은 긍정적이다. 23조 원 가운데 정책 의지가 분명히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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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0.8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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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부문은 25조 원에서 25.7조 원으로 7800억 원, 3.1%만 늘었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다. 정부는 조기재취업수당 등 비효율적인 실업급여 지출을 개혁하면서 금액이 줄었다고 설명한다. 그런 구조조정이 필요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비효율을 정리하는 일과 아낀 돈을 다른 고용대책에 쓰는 일은 별개다. 이 숫자 하나가 2027년 예산안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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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빈곤사회연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한 거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폭 강화했다고 하지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비판한다.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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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존 로드맵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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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곳간은 넉넉하다. 미래대응기금(반도체 호황으로 예년 추세를 웃돈 초과 세수를 별도로 적립하는 정부 기금)은 무려 162조 원이다. 이 가운데 당장 사업에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쌓아두는 돈만 100조 원이 넘는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이 꺾일 2028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생계급여 32%를 35%로 올리는 데 필요한 돈은 이 기금의 규모와 대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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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100조 원이 넘는 돈을 미래를 위해 쌓아두면서, 다른 쪽에서는 생계급여의 문턱을 32%에 묶어두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9.4조 원, 30% 늘었다. 에너지·자원개발이 5조 원으로 95%, 산업혁신지원이 2.9조 원으로 34.5% 늘었다. 반도체와 에너지로 돈이 쏟아졌다. 정부가 힘을 실은 곳은 복지보다 산업과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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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절대적 박탈의 시기다. 소득이 줄고 빚이 느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국세는 한 해 194조 원 늘었다. 능력도 있고 돈도 있다. 100조 원을 기금에 저축할 여유가 있는 정부가 생계급여 기준을 32%에서 35%로 올릴 돈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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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이미 나와 있다. 전 정부가 세운 생계급여 35% 로드맵을 앞당기고, 전전 정부가 세운 기준중위소득 현실화 로드맵을 다시 꺼내면 된다. 실업급여 구조조정으로 아낀 돈은 고용보험 밖 청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못 찾은 청년에게 돌리면 된다. 새 아이디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있는 로드맵을 따를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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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584조 원의 해에 복지 증가율 9.4%는 숫자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 선택을 바꾸는 일은 이제 국회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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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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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서를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이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일을 합니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덕업일치 타이핑 노동자입니다. 주요 저서로 <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가 있고 공저로 <한국의 신복지체제의 재정전략>, <지방의정백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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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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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김학의 출금 기소 어떤 역할 했나' 규명이 핵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9/16 09:44
  • 수정일
    2026/09/16 09:4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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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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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6.09.16 07:50

  • 수정 2026.09.16 08:05

  • 댓글 0

이 대통령, 프랑스 방문 중 "중수청장 재검증"

추미애 지사 등 여권 강경파 지적 이전에 지시

기소됐던 이광철 변호사 '비상식적 공소장' 공개

"김지용, 기소 지휘권 있는 대검 형사부장" 지적

"김 후보자가 김학의 출금 기소 이의제기 했어야"

본인은 "최고결정권자 위치 아니어서 아쉽다"

채널A 한동훈 독직 폭행 드잡이에도 간여

"일관되게 정진웅 처벌하지 말자고 했는데"

중대범죄 수사 지휘하는 중수청장 부적합 여론

윤대진(법무부 검찰국장)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전화하여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 시도를 하려다가 공항에서 제지되었다고 합니다. 법무부 차원에서 출국금지를 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사단 검사의 신청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빨리 이광철에게 연락해주세요”라고 말하였고, 조국은 즉시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출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가 하는 말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측에서 출국금지 요청을 하면 법무부 측에서 이를 받아서 바로 출국금지를 해주겠다고 하니 빨리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고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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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청장 후보자의 검증을 다시 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때 억울하게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학정된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15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당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한 대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최욱의 매불쇼' 화면 갈무리

김지용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3월 수원지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이 비서관 등을 기소했을 때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지휘 라인에 있었다. 위의 검찰 공소장을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결정을 내린 윤대진 검찰국장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대검 조사단 검사에게 연락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움직인 실행자들은 기소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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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의형제라고 얘기할 정도로 가까웠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동생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맥이었다. 이 비서관 등이 기소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출국금지 조치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백보 양보해 받아들이더라도 실무 일을 했던 검사들만 기소되고 그 결정을 내린 윤 검찰국장은 멀쩡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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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형사부장은 수원지검의 기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위치인데 김지용 부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인선 재검증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함께 출연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조심스럽게 그런 뜻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주기자 라이브'에 출연해 당시 사건에 윤우진 당시 검찰국장이 연루돼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JTBC 화면 갈무리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뇌물을 받고 강간 및 마약 피해 여성들의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심을 산 그가 2019년 3월 22일 밤 10시쯤에 타이베이로 출국하려다 제지를 받으며 시작됐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얼굴과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앞세워 카메라에 잡히게 하고 자신은 뒤에 숨어 출국하려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세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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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이규원 검사였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와 출국금지 사후 승인요청서에 허위로 내사 사건 번호를 기재했고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수사이고 법적 도덕적으로 인권유린이라고 몰아붙였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광철 비서관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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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공익신고한 장준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문제 많은 김 전 차관은 별개로 치더라도 검찰의 기득권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수사하라고 용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지만 윤석열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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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당연하게도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세 사람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해 9월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당시 대검 차장검사였던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두 달 전 봉 수석,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성상헌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모해위증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부서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그 뒤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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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을 돌아보면 검찰이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제식구를 향해서도 얼마나 왜곡된 칼날을 휘두르고 진실을 곡해할 수 있는지 압축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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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검사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로 근무하던 당시 윤중천에 대해 허위 면담보고서를 작성한 점과 출국금지 사건 때의 사소한 실수를 징계 사유로 들어 해임했다. 그는 불복해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윤중천 면담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 사건에서는 지난 6월 대법원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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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당시 ▲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를 청구했을 때 이에 반발한 전국 검사장 성명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것 ▲ 같은 해 채널A 검언 유착 실상이 드러났을 때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던 정진웅 검사가 독직 폭행으로 내몰려 기소됐을 때 몸싸움에 가담한 경위 ▲ 2022년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를 공개 반대한 경위 등도 재검증에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6.9.14 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당은 지난 7일 제청 발표 직후 검찰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중수청에 안정적으로 옮기고 새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환영했다. 반면 당내 검찰개혁 강경파는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전력 등을 들어 공개적으로 인선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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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4일 김 후보자를 향해 윤석열 전 총장 징계 반대 성명과 정진웅 검사 기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등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인선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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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지사도 지난 12일 김 후보자 지명을 비판했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를 “한동훈과 한 배를 탔던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초대 중수청장 인선이 검찰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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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직접 해명에 나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며 검사 시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한 것은 범죄 피해자 보호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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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검사’라는 평가에도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 인사에서 좌천됐고 특정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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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또 "정진웅 부장검사의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몸싸움 부분은 제가 서울고검 차장검사 시절 관여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저의 의견을 분명하게 일관되게 밝혔지만, 제 의견이 관철되지 못해 지금도 아쉽게 생각한다"며 기소에 반대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사건도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생각이 있었고 일관된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그때도 제가 최종 결정권자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제 의견을 일관해서 분명하게 전했지만, 관철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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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한결 선명하게 새로운 인선을 촉구하고 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15일 의원총회에서 “지명된 후보자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검증이 아니라 잘못된 인사 지명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검찰개혁 취지를 이해하고 검찰 중심 수사 문화를 바꿀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을 새 후보자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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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 인선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중수청의 성격과 초대 중수청장의 무게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으로 보인다. 새 조직을 빠르게 안착시키려면 검찰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검찰개혁의 상징인 초대 중수청장부터 기존 검찰 조직·문화와 명확히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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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직제와 인력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은 기존 검찰 인력과 기능이 새 형사사법 체계에 상당 부분 남을 경우 수사·기소를 조직상 분리하고도 사실상 기존 검찰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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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후보자 자신이 과거 문제되는 행동들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자신의 위치와 당시 행동에 대해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과거의 신념과 지금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과 중수청의 운영 방향과 철학을 얼마나 설득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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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 출신 김지용 후보자의 중수청장 후보 지명에 반발하는 추 지사를 비롯한 여권 강경파의 비판을 달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했다는 해석도 있었는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실제로는 추 지사 등의 문제제기가 있기 전에 이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도중 일찌감치 김 후보자 재검증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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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장관 18일 워싱턴서 회담…파병 등 현안 논의 주목

한-미 외교장관 18일 워싱턴서 회담…파병 등 현안 논의 주목

박민희기자

조현 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을 비롯한 한-미 현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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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조 장관이 오는 17∼19일 워싱턴을 방문하며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이 18일 열린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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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미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이슈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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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양자회담은 올해 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두 장관은 지난달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 대면해 현안을 논의하자고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의 대미투자, 우라늄 농축·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등 안보 협의, 북-미 대화 추진 상황과 한국의 역할 등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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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으로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를 두고 국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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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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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기자

국제뉴스와 외교에 대해 오랫 동안 취재하고 쓰고 있습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고 한반도와 세계의 변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고 중국에 대한 책들을 쓰고 번역했습니다. 어지러운 시대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여러분과 함께 토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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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마라톤협상 '극적타결'‥버스 정상 운행

입력 2026-09-16 06:04 | 수정 2026-09-16 06:28

 
 
 
 
 
 
앵커

오늘 예고됐던 시내버스 파업이, 노사의 새벽 막판 합의로 철회됐습니다.
 
앵커

하지만 노사 간 핵심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은, 이번 합의에서 빠져, 불씨를 남기게 됐습니다.

정상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오늘 새벽 타결됐습니다.

노조 측은 어젯밤 10시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예고했지만 막판 추가 협상 끝에 조정안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버스노조는 오늘 4시 첫차부터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하고 전 노선 정상 운행에 나섰습니다.

노사 양측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여 2026년도 임금을 3.2%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박점곤/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물론 만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천만 시민을 위해서 합의를 이뤘다는 것 자체가 그래도 잘됐다라고 생각하고요."

 

당초 쟁점이 됐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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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시간이 적게 인정될수록 시간당 통상임금이 높아져 노동자에게 유리해집니다.

노조 측은 기준 시간을 작년 동아운수 소송 등의 판결 취지에 따라 월 176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측과 서울시는 다른 소송들도 진행 중인만큼 월 209시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왔습니다.

노사는 기준 시간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연말 대법원의 관련 판결이 나오면 이에 따라 산정 기준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김정환/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아쉽게도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을 못 했습니다. 결국, 우리 사측이나 노측이나 계속 큰 부담이 될 겁니다."

당장 파업은 면했지만, 양측이 강하게 대립하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대한 합의를 미루면서 이후 불씨를 남기게 됐습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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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 개편...48시간 긴급행동 개시 (전문)

원로들 "파병논의 자체 중지하는 것이 대한국민이 살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6.09.15 18:39
  • 댓글 0
미국의 파병압박 거부! 한국군 파병 반대 전국대표자들의 기자회견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됏다. [사진-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 제공]
미국의 파병압박 거부! 한국군 파병 반대 전국대표자들의 기자회견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됏다. [사진-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 제공]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사회가 기존 '침략전쟁규탄 파병반대 평화행동'에서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파병반대 긴급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인 파병반대 행동에 돌입했다.

15일 향린교회에서 전국대표자회의를 열어 이같은 결정을 한 대표자들은 회의를 마친 후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재명 정부가 침략전쟁에 대한 미국의 파병 압박을 거부하고 어떤 형태로든 파병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요구를 담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17일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앞두고 광장 일대에서 집중 피케팅과 행진 등 48시간 긴급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파견된 국방부 현지 실사조사단의 결과 보고가 이루어질 NSC에서 파병과 관련해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파병반대를 외쳐 온 시민사회가  15일 기존 '침략전쟁규탄 파병반대 평화행동'에서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파병반대 긴급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결정(17일)을 앞두고 이날부터 48시간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파병반대를 외쳐 온 시민사회가  15일 기존 '침략전쟁규탄 파병반대 평화행동'에서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파병반대 긴급행동)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결정(17일)을 앞두고 이날부터 48시간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들은 '미국은 침략전쟁 중단하라! 한국군 파병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미국이 핵협상 중이던 이란을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민간시설과 교육시설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숱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가들에 전쟁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불의한 침략전쟁에 파병할 것을 압박하는데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미국정부가 해야 할 일은 타국에 파병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침략전쟁을  중단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실질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범죄"라며,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파병 검토가 아니라 종전을 위한 협상과 대화의 장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평범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정당성없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과 똑같은 죄를 짓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정부의 일체의 전쟁지원 및 파병을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스님,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진영종 한반도평화행동 공동대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이정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대표, 김전승 흥사단 이사장, 이병하 경남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상임대표, 최정민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김종훈 진보당 대표, 김윤기 정의당 사무총장,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가 파병반대 연설을 이어갔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15일 오전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침략전장 중단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 중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파병압력을 당당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사회 원로들이 15일 오전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침략전장 중단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 중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파병압력을 당당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오전에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침략전장 중단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 중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파병압력을 당당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남의 나라 전쟁터에 파병이 웬말입니까. 호르무즈 파병 논의 당장 중지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원로들은 "파병압력을 받고 파병을 검토한다고 하는 이 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사악한 전쟁, 침략전쟁'이라고 하면서 "전투니, 비전투니, 기술지원이니, 해외에 나가있는 부대의 임무를 바꾼다느니 하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온갖 꼼수를 버리고 파병 논의 자체를 당장 중지하라"고 하면서 "그것만이 대한국민이 살 길이요, 헌법정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함세웅 원로신부는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건 나와서는 안될 의견이고 표현이며, 파병반대는 설명하거나 해명할 필요도 없이 명확한 진리"라고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들의 모든 뜻을 잘 수렴해서 본인이 지향했던 뜻과 함께 호르무즈 파ㅕㅇ은 결단코 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전쟁은 종교분쟁, 고문과 더불어 인류가 저지르는 3대 범죄 중 가장 큰 죄악이며, 그중에서도 불의의 전쟁, 정의롭지 못한 전쟁은 절대 반대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진 않겠지만, 결코 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호르무즈에 한국군을 파병하느냐 않느냐는 건 미국의 강압적 요구에 굴복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며, 트럼프의 깡패짓에 무릎을 꿇는 것은 우리의 자주를 포기하는 것임은 물론 한국인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이라며, "우리가 나아갈 길은 부도덕한 전쟁에 참여하는 길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길이다. 아무리 험난하고 멀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자회견문에는 권영길, 김상근, 문정현, 박석무, 송기인, 신필균, 신홍범, 안재웅, 이만열, 이삼열, 이현배 , 장임원, 지선, 천영세, 청화, 함세웅, 현기영(이상 존칭 생략) 등 원로들이 연서명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미국은 침략전쟁 중단하라! 한국군 파병 용납할 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략한지 얼마 안 된 지난 3월 18일, 우리는 각계 공동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불법부당한 침략전쟁을 강하게 규탄하고 한국 정부에 가해진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쟁 발발 반년이 지나도록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불법전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며 세계시민의 한 구성원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미국이 벌이는 이번 침략전쟁을 중단시키고 한국 정부가 어떠한 군사적 기여나 지원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며 이 자리에 섰다. 

미국은 불법적 침략전쟁과 파병압박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 

우리는 미국이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에 대한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전쟁 개시 첫날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를 폭격해 175명 희생자를 낸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 남부를 공격하면서 한 결혼식장을 폭격해 7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도로와 교량, 대학 등 민간시설과 교육시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처럼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것은 미군이 이란 민간인들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가 반대하고 있는 이 명분없는 전쟁에 뻔뻔하게도 군대를 파병하라며 타국을 서슴지 않고 압박하는 미국에 분개한다. 

불의한 침략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가들에게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하여 전쟁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침략전쟁에 우리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지금 미국정부가 해야 할 일은 타국에 파병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침략전쟁을  중단하는 것 뿐이다.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검토를 중단하라!

이재명 정부는 최근 미국의 압박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실질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범죄이다.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적 기여’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참전이고 침략이며 전쟁범죄 지원이다.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미사일과 기뢰, 드론 공격이 오가는 전장이다. 우리 군과 교민들을 포탄 앞으로 내몰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래 꾸준히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으로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말하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침략전쟁에 참전을 검토한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우리 정부가 중동의 안정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정의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파병 검토가 아니라 종전을 위한 협상과 대화의 장에 기여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어떠한 형태의 전쟁지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면서도 주권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미국측의 구체적인 파병 요구에 현장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파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일체의 전쟁지원 및 파병을 반대한다. 평범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정당성없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과 똑같은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원해야 할 것은 전쟁이 아니라, 종전 및 평화 합의이다. 정부는 헌법 정신에 따라 침략전쟁에 파병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입장을 밝혀라.
                                                 


2026년 9월 15일 

미국의 파병압박 거부! 한국군 파병 반대  전국대표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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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인재 선순환하나, '자리'만 순환하나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 연구교수다. 국제법·과학기술혁신(STI) 전문가로 ITU Expert,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 최연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을 맡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 자문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인재상, 대통령표창, 법제처장표창, 과기정통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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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지자체

  • 입력 2026.09.15 07:30

  • 수정 2026.09.1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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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당, ‘사람의 정치’에서 ‘시민의 정치’로 가야

공천과 인사 권한 가진 자의 일방적 선택 안돼

민의의 선택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과정이어야

"공천기구 구성을 특정 인사들이 사전 논의" 파문

재탕으로 선거는 이겨도,미래를 만들 순 없어

컷오프, 경선 잡음, 인사 논란으로 드러난 문제

오래 된 정치, 부산을 위해 이제는 바뀌어야

정당은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서로 다른 정책과 인재를 경쟁시키며,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공동체를 공동의 좋은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이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는 누가 권력을 갖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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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단순한 다수결에 두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고, 시민이 공적 문제에 참여하며, 더 나은 판단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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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정치철학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공자가 강조한 것은 사적 관계보다 공적 기준을 앞세우는 정치였고, 법가가 던진 문제의식은 더 냉정했다. 좋은 사람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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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앞서 언급한 기준에서 지금 시민들 앞에서 떳떳한 정당인가? 아니면 누가 누구와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공천과 인사의 문을 관리하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 사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유동철 컷오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수영구를 찾은 4일 오후 선거운동원들이 유동철 후보와 무소속 장예찬 후보의 홍보 피켓을 나란히 들고 있다. 2024.4.4.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영입한 유동철 당시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부산시당위원장에서 경선조차 못해보고 억울하게 컷오프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공천에는 당연히 심사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기준을 당원과 후보자들이 신뢰할 수 있었느냐다. 다시말해 “내가 경쟁에서 진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경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 순간 공천은 정치적 갈등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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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더 무겁게 보는 이유가 있다. 2022년 민주당 부산시당은 연이은 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시 유동철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민주당 부산시당이 내놓은 진단은 지금 들어도 낯설지 않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민생 의제가 소외됐다. 청년과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당원 참여가 부족했다. 그래서 정치신인 발굴 시스템, 시민참여 공천, 당원 중심 민주주의 등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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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26년에도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가 부족하다.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당원들이 공천을 신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문제의 진단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혁신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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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영도구청장 공천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지 않았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당초 김철훈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그런데 이의제기와 재심을 거쳐 다시 경선으로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김철훈·박성윤·신기삼 등이 경쟁하는 경선 구조로 변경됐다. 이후 최종 후보는 김철훈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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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후보가 됐느냐만이 아니다. 왜 단수였고, 왜 다시 경선이 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왜 후보자 간 갈등이 커졌는가. 왜 공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로 번졌는가. 민주당 부산시당이 스스로 내세운 2026년 공천 원칙은 ‘4무’였다. 부적격 후보자 제로,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불공정 심사 제로. 그렇다면 바로 물어야 한다. 그 원칙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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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미 당시 중·영도 지역위원장은 부산 민주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했고, 이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된 역할을 맡았다. 혁신을 말하는 정치인에게는 혁신의 결과를 물어야 한다. 당신이 참여했던 정치적 구조에서 새로운 인재가 얼마나 들어왔는가. 후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는가. 영도와 부산의 정책 경쟁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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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인끼리 갈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천이라는 제도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제거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천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시민에게 선택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경쟁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책토론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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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여론으로 평가하면 된다. 도덕성을 검증하면 된다. 정책을 검증하면 된다. 경선을 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공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정당은 신뢰를 잃는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묻는다. 이런 일이 영도만의 일이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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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공천은 ‘재탕에 재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부산 민주당은 2026년에도 과거 인물을 대거 다시 호출했다. 연합뉴스는 당시 민주당 내부의 40대 정치인 발언을 통해 같은 인물들이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현상을 당의 인재육성 시스템 문제와 연결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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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직 구청장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행정을 했던 사람이 다시 출마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문제는 정당이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도 충분한 경쟁기회를 제공했는가다. 8년 동안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왜 후보군은 이렇게 익숙한가. 정당이 인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지도가 있는 사람을 재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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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대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젊은 사람을 더 넣자”로 끝내면 안 된다. 그것도 또 다른 구호정치다. 젊다고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낡은 정치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정책·공공성·실행력이다. 정당이 정말 혁신하려면 ‘청년’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2차 인재영입식에서 엔씨소프트 임원 출신 이재성 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14.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서 이재성이 중요하다.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이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이재성을 영입인재 2호로 영입했다. 그는 IT·게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 전문가이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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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이 말하는 ‘새로운 인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당은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런데 전문가를 영입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그 전문성을 정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과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진영이나 관계가 아니라 정책과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영입인재를 데려와 놓고 결국 기존 정치문화에 적응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재영입이 아니다. 인재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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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시장의 부산시장 당선은 분명한 성과다. 민주당은 8년 만에 부산시장직을 되찾았다. 그러나 동시에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권력을 주지 않았다. 부산시민은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원을 서로 다르게 선택했다. 이것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다. 부산시민은 정당보다 사람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재수 시장 역시 승자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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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경쟁했던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자신과 정치적 색깔이 다른 사람에게도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정치에서 경쟁자는 제거할 대상이 아니다. 경쟁자는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승자의 품격은 ‘내 사람’을 얼마나 챙겼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에서 가장 쉬운 일은 자신에게 충성한 사람을 챙기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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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 자신과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 선거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사람.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사람. 그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통합이다. 자신에게 줄 선 사람만 모아놓고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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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인재 시스템은 선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인사가 시작된다. 누가 정부로 가는가. 누가 공공기관으로 가는가. 누가 산하기관장을 맡는가. 누가 다시 정치할 수 있는 발판을 얻는가. 그래서 공천과 인사는 사실 하나의 문제다. 공천이 정치적 관계로 작동하고, 인사도 정치적 관계로 작동한다면, 결국 같은 사람들이 계속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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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 민주당의 낙선 정치인들이 부산시 정무라인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는 흐름을 두고 정치적 재기의 발판 아니냐는 지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물론 특정 인사의 임명이 정치적 보은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렇게 의심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인사제도를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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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험이 공공정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은 하나다. 왜 이 사람인가. 그리고 그 기관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민주당이 과거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다면 더 엄격해야 한다. 우리가 권력을 잡았을 때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치적 개혁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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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부산시는 공석이었던 산하 출연기관 가운데 7개 기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부산시는 이번 인사를 ‘전문성·현장 경험·젊은 리더십’에 방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기관장에게 필요한 것은 직무 적합성이다. 그러나, 글로벌도시, 여성·평생교육, 문화 부문에선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 가운데,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에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김윤규 교수가 임명됐다. 그의 예술 분야 경력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부산시민이라면 물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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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는가. 부산에는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기획자, 연구자, 대학, 공연단체가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문화기관을 이끌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부산 내부의 인재들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공모 과정에서 몇 명이 지원했고, 어떤 평가기준을 적용했고, 후보들은 어떤 사람들이 공모를 했으며, 점수 차이는 어느정도인지 왜 최종적으로 그 사람이 선택됐는가. 이것을 공개하면 된다. 출신지역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선정과정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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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정말 젊은 리더십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좋다. 그러나 이름표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면 된다. 기관장 취임과 동시에 3대 핵심목표, 5대 성과지표, 2년 뒤 평가기준을 공개하자. 그러면 시민들은 판단할 수 있다. 젊어서 잘했는지, 전문성이 있어서 잘했는지, 아니면 그냥 정치적으로 임명됐는지. 성과가 모든 논란을 잠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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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도 연구자, 기업인, 문화예술인, 해양 전문가가 널려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정치에 들어와도 기존 정치의 관계망을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은 정치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정치에 남는 사람은 점점 비슷해진다. 그것이 정당의 가장 큰 위기다.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회의실에서 열린 '부·울·경 광역이음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김상욱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을 하나의 일자리 생활권으로 연결하기 위한 공동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9.8. 연합뉴스

그래서 민주당과 전재수 시장은 공천과 추천 과정과 경로 등을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평가항목. 배점. 심사위원. 이해충돌. 재심. 이의제기. 결과. 이것을 모두 투명하게 기록하고 필요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그게 투명성의 원칙이다. 또한, 누구도 공천기구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지역위원장이 공천기구를 장악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특정 계파가 지역위원장의 참여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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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하정우 수석을 영입하는 등 AI정책에 공을 들인만큼 공천 심사 과정에 AI를 도입해 공천 감사·검증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등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후보자 비교분석, 공약의 실현가능성 분석, 기존 공약과 중복성 분석, 지역 현안과 공약의 연계성 분석, 심사위원 이해충돌 탐지, 평가점수 이상치 탐지, 특정 후보에게 유난히 높은·낮은 점수가 반복되는지 분석, 재심 과정에서 기준 변경 여부 기록 등에 적용하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결정하되 데이터가 감시하는 공천제도다. 이 정도는 되어야 민주당과 부산에서 AI와 혁신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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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인은 지역조직과 인지도, 당직 경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신인에게 가산점 몇 퍼센트를 주는 것으로 구조적 격차를 없애기 어렵다. 그래서 신인에게 ‘경쟁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책토론. 공개검증. 당원평가. 주민평가. 본경선. 이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젊어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데 기존 조직 때문에 기회를 못 얻는 사람에게 경기장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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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당은 실패한 사람도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중요하다. 한 번 선거에서 졌다고 정치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사람이라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 번 출마했다고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낙선자는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 공공기관에 간다면 전문성을 검증받고, 당직을 맡는다면 정책성과를 보여주고, 다시 공천을 받는다면 시민 앞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 정치적 재활용이 아니라 정치적 재검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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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사적인 관계보다 공적인 의를 강조했다. 법가는 사람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를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공동체의 목적을 공동선에서 찾았다. 밀은 다양한 의견과 참여를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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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전통이 결국 만나는 곳이 있다. 정치는 사적인 이익을 공적인 권력으로 포장하는 기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정치는 좋은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고 나쁜 정치가 제어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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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은 정치인의 사적 권리가 아니다. 정당의 공적 권한이다. 그리고 그 공천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시민이다. 그러므로 공천의 모든 과정은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사람인가.” “왜 저 사람은 아닌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누가 결정했는가.” “이의제기가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지도부가 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에서 손을 잡고 있다. 2026.8.19.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2026년 부산시당은 공천에서 ‘4무 원칙’을 제시했다. 부적격 후보자 제로.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불법·불공정 심사 제로. 그리고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천 프로세스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들이 물을 차례다. 그 약속은 지켜졌는가. 유동철 지역위원장 컷오프를 둘러싼 논란에서는 어땠는가. 영도에서는 어땠는가. 사상에서는 어땠는가. 비례대표에서는 어땠는가. 그리고 공천기구 구성 자체를 둘러싼 이번 뉴탐사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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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026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정치적 성과다. 그러나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다. 이것은 부산시민이 정당보다 후보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정당 내부는 여전히 사람을 정당보다 먼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산 정치의 미래는 ‘줄서기’가 아니라 ‘실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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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이제 변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발탁해서도 안 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앉혀서도 안 된다.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으로 나와 가깝다고 해서 좋은 사람도 아니다. 나와 멀다고 해서 나쁜 사람도 아니다. 정치의 기준은 능력과 공공성이다. 이것이야말로 부산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새로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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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키우는 정당은 공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은 내부에서 더 좋은 사람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정당의 현역 정치인은 자신보다 유능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정당의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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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천기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특정 인물의 진입을 막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짠다면 그 정당은 이미 미래보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문제는 ‘인재의 선순환’과 ‘자리의 순환’ 중 무엇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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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한다. 경쟁시킨다. 선택한다. 검증한다. 성공하면 키운다. 실패하면 다시 검증한다. 다음 세대에게 넘긴다. 이것이 인재의 선순환이다. 그러나 다른 방식도 있다. 공천한다. 낙선한다. 당직을 준다. 공공기관으로 보낸다. 다시 공천한다. 또 다른 사람과 자리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같은 사람들이 돌아온다. 이것은 자리의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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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혁신위원회가 이미 문제를 진단했다. 그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유동철은 2025년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2026년에는 공천기구 구성과 관련해 특정 인사들이 사전에 논의했다는 녹취 보도가 나왔다. 영도에서는 단수공천이 재경선으로 바뀌었다. 사상에서는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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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인 영입인재는 기존 정치의 구조 안에서 경쟁해야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정치인과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자리의 순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모두 우연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부산 정치의 구조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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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한 조직이지만, 권력을 얻은 뒤에는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겼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 승리가 부산시민에게 백지수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시장과 구청장과 시의원을 다르게 선택했다. 그것은 시민들이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 정당도 시민의 수준을 따라가야 한다. “우리 당이니까”가 아니라 “우리 후보가 왜 더 나은가”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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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이 이미 정해진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당직이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고, 공공기관이 정치적 재기의 통로처럼 보인다면 누가 정치에 들어오겠는가. 결국 정당은 점점 비슷한 사람들만 남는다. 그리고 정당의 미래는 점점 좁아진다. 당직 경력만 보지 말자. 정책 포트폴리오를 보자.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본 경험을 보자.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 전문가가 실제 정책결정권을 갖게 하자. 낙선자를 무조건 배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낙선자를 무조건 보호할 이유도 없다. 다시 능력으로 검증받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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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경쟁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것이다. 혁신은 나와 다른 사람도 능력만 있으면 함께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혁신은 자리를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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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수준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유동철이 불편하면 정책으로 경쟁하면 된다. 이재성이 기존 정치인과 다르면 그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된다. 경쟁했던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다시 쓰면 된다. 박영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토론하면 된다. 영도에서 공천에 이의를 제기한 후보가 있다면 기준을 설명하면 된다. 공천을 문제 삼는 당원이 있다면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사람을 없애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논쟁을 제도 안에서 끝까지 하는 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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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정치인가. 미래의 정치인가. 사람을 줄 세우는 정치인가. 사람을 경쟁시키는 정치인가. 내 사람을 만드는 정치인가. 부산의 사람을 만드는 정치인가. 자리를 나누는 정치인가. 기회를 나누는 정치인가. 필자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6일 부산시 확대간부회의 모습 2026.7.6 부산시 유튜브 갈무리 연합뉴스

부산은 더 이상 ‘누가 누구와 친한가’를 놓고 싸울 여유가 없다.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이 떠나고 있다. 산업이 변하고 있다. AI와 해양산업이 결합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이라는 거대한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은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이 여전히 공천과 자리 배분을 둘러싼 내부 권력게임에 머물러 있다면, 시민들이 왜 그 정당을 신뢰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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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당도 강해야 하고 야당도 강해야 한다. 전재수 시장이 성공해야 부산도 성공한다.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 성장해야 부산 정치의 경쟁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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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정당은 사람을 통제하는 정당이 아니다. 강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다. 강한 정당은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강한 정당은 내부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강한 정당은 공천기구를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싸우지 않는다. 누가 부산을 더 잘 바꿀 수 있느냐를 놓고 싸운다. 그래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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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왜 존재하는가. 사람을 위한 것인가. 자리를 위한 것인가. 권력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시민을 위한 것인가. 답은 너무 당연하다.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천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 인사도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 정책도 시민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뽑을 때는 “내 사람인가”가 아니라 “유능한사람인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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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철에게 필요한 것은 당직 하나가 아니다. 그의 정책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싱크탱크다. 이재성에게 필요한 것은 ‘영입인재 2호’라는 명찰이 아니다. 그의 산업·AI 전문성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정치적 공간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이라는 이름이 아니다.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낙선자에게 필요한 것도 자동으로 돌아오는 자리가 아니다. 다시 시민 앞에서 검증받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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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에게 필요한 것도 ‘젊은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다. 그 기관을 실제로 발전시킬 전문성과 성과다. 그리고 민주당 부산시당에 필요한 것도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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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혁신을 진단했으면 이제 실행해야 한다. 2025년에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으면 이제 증명해야 한다. 2026년에 공천 논란이 반복됐다면 이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번 뉴탐사의 녹취 보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정당은 피하지 말고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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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라면 책임져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자료를 공개해 명확하게 반박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정당이 언론보다 먼저 투명해야 한다. 정당이 시민보다 먼저 자신의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재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정당이 인재를 키우지 않고 자리를 돌려 쓰기 시작하는 순간, ‘인재의 선순환’은 ‘자리의 순환’으로 바뀐다. 그리고 자리의 순환이 계속되면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도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도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정당은 과거의 사람과 과거의 성공방식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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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있다. 그러나 재탕으로 부산의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이제 부산 민주당이 증명해야 한다. 사람을 줄 세우는 정당인지, 사람을 키우는 정당인지. 자리를 돌려 쓰는 정당인지, 기회를 돌려주는 정당인지. 내 사람을 만드는 정당인지, 부산의 사람을 만드는 정당인지. 그 답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과 다음 인사에서부터 드러날 것이다. 그 답을 부산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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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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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리더십, 절차와 정당성 간의 긴장?

[기고] '법이 침묵하는 자리'에선 관행의 무게를 느껴야

오현철 전북대 교수 | 기사입력 2026.09.15. 07: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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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다고 시간을 끌지 마세요." 고속철도 통합 보고를 받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10년을 끌던 KTX와 SRT의 통합은 그로부터 1년 뒤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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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미 관세 협상이 1차 타결 이후 석 달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때, 그가 외신에 한 말이다. 협상 결과는 연간 투자액 상한 200억 달러와 현금 비중 축소였다. 같은 사람이 절차와 시간을 두고 정반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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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달 그는 1958년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국회로 보내지 않은 대통령이 됐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임으로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을 거부하고 이우익을 역제청했으나, 법관회의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4개월 만에 굴복해 재제청된 조용순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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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장면 사이에는 모순이 없다. 한 리더십의 서로 다른 얼굴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절차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변수로 다룬다. 사안에 따라 어떤 절차는 앞당기고, 어떤 절차는 늦추며, 어떤 절차는 우회한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 가운데 하나에만 능하다. 밀어붙이는 사람은 계속 밀어붙이고, 신중한 사람은 계속 신중하다. 이 대통령은 사안에 따라 속도와 방향을 바꾼다. 그것이 그의 강점이자, 지금 그가 놓인 곤경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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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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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앞당기기의 대상은 관성이다. 절차적 관성이란 제도가 결정을 내리지 않아 기존 관행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누군가가 막아서가 아니라,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 않아서 관성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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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SRT의 분리는 10년간 통합과 존치 사이를 오갔고, 그동안 승객은 두 개의 앱을 깔아야 했다. 의대 정원은 증원과 갈등 사이에서 표류했다. 이런 상태에는 뚜렷한 수혜자가 있지만 뚜렷한 책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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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지 않는다. 선거로 위임받은 권력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관성을 깨는 것은 민주주의의 요구에 부응한다. 유권자가 정부를 교체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결정되지 않은 것을 결정하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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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을 세 차례 고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전임 정부가 14퍼센트 넘게 깎았던 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되돌리고, 지역의사제를 포함해 의대 증원을 입법으로 마무리한 것은 그 주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형식적 절차로 시간 끌지 말라"는 지시가 통했던 영역이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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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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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속도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그는 늦추는 데도 능하다. 관세 협상이 그렇다. 지난해 7월 말 1차 타결 이후 3,500억 달러 투자의 성격을 두고 한미가 맞서면서 협상은 석 달을 끌었다. 그사이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연이 교착이 아니라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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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경주 회담에서 나온 결과는 연간 투자액 상한 200억 달러,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한정, 자동차·부품 관세 15퍼센트였다. 국내 외환시장이 감당할 수 없다는 제약을 협상 지렛대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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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쟁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에 맞서면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고, 미국은 반도체 표적 관세까지 꺼내며 압박했다. 정부는 어느 쪽으로도 입장을 확정하지 않은 채, 국익과 국민 공감대에 기반해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선택지를 살려두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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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기는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고, 그사이 시행령 정비와 현장 준비가 이루어졌다. 재계 반발이 가장 컸던 사안에서 정부는 속도보다 예측 가능성을 택했다. 취임 당일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두고 국가 간 합의는 지켜지는 것이 좋고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지지층을 거스르는 비용이 따랐지만, 야당 대표 시절 스스로 강하게 비판했던 합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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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기는 앞당기기보다 어렵다. 성과가 나기 전까지는 무능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정부의 대외 성과가 국내에서 저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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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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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 번째다. 지난달 청와대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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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여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그 적용과 집행 방식에 따라 대통령이 관련된 다수의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 법조계에서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최고권력자의 사법 리스크를 정리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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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달 지명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추진한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아온 인물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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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안은 별개로 보이지만 하나로 묶인다. 대통령 관련 재판을 없앨 수 있는 일, 그 재판을 최종적으로 심리할 법관을 고르는 일, 그리고 그 공소취소를 집행할 수 있는 장관을 고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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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논리에도 근거가 없지는 않다. 대법관 제청은 오랫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비공개로 후보를 조율해 온 사안이고, 이번처럼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된 것은 그 관행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다툴 만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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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행 이탈에 대한 헌법적 대응은 이미 마련돼 있다.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있고, 국회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며, 권한 다툼은 헌법재판소가 가린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후보 반려권도 재제청 요구권도 부여하지 않았다.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 84명이 성명을 낸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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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말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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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그 행위를 금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헌법은 그러한 경우를 모두 열거하지 않는다. 지금 다투어지는 것은 대부분 조문이 아니라 그 빈칸을 채워온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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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가 그 전형이다. 장관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은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만든 이유는 임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결격 사유를 공개된 자리에서 드러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지고서야 임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법적 의무 대신 정치적 부담을 부과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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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애초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을 맡겠다고 밝히며,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비례의원직 사퇴라는 관례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자리 나눠 먹기로 인식돼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관례를 존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야당 의원의 입각이 드문 일이어서 기존 관례로 재단하기 어렵다는 그의 반론에도 일리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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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관례에 무게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여당에서도 인사청문회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자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으로는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사퇴가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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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취소도 다르지 않다. 검사가 1심 판결 전에 공소를 거둘 수 있게 한 제도는 증거가 무너졌거나 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할 때 활용하라는 뜻이지, 피고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쓰라는 것이 아니다. 조문에 그렇게 쓰여 있지 않을 뿐이다. 대통령이 관련된 여러 건의 기소를 사건별 증거가 아니라 피고인을 기준으로 한꺼번에 정리하는 설계는 그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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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정치적 부담을 무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법적 의무가 없다고 말하면 된다. 이 방법은 위법이 아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법조문이 침묵하는 자리마다 헌정의 관행이 하나씩 사라진다. 절차를 우회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행동이 아니지만, 법이 말하지 않는 곳에서 관행과 취지가 지녀온 무게를 없는 것처럼 취급한다. 위법이 아니므로 법정에서 다투기도 어렵다. 그것이 이 방식이 지닌 효율성이자 위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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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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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한 것은 업무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어느 한 사람도 사법부의 구성을 혼자 결정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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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편의상 '정당성 절차'라 부르겠다. 이는 행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권력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헌법적 장치다. 이런 절차는 결정을 지연시키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결정을 제한하려고 만든 것이다. 이승만 사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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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절차를 지키는 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생산한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대법관 후보를 그대로 국회로 보내는 것,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행위가 곧 헌법을 작동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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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를 형식이라 부르는 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형사소송법을 생각해 보면 된다. 무죄추정과 방어권은 선언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구속영장 없이 사람을 가둘 수 없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며, 증거를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 이러한 절차를 걷어내면 권리도 함께 사라진다. 절차는 가치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가치가 존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헌법이 정한 임명 절차도 다르지 않다. 사법부 독립은 그 절차 바깥 어딘가에 따로 놓여 있지 않다. 임명 절차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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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문에 적히지 않은 입법 취지가 무게를 갖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입법 취지란 그 절차가 지키려는 가치를 가리키는 말이고, 가치를 덜어내면 남는 것은 빈 형식뿐이다. 그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항변은 답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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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두 절차를 구별하는 기준은 간명하다. 그 절차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관성은 결정 회피의 결과물이고, '정당성 절차'는 자의적 결정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앞의 것은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 그러나 뒤의 것은 다르다. 번거롭고 느리다는 이유로 건너뛸 수 없다. 빠르게 할 수도 느리게 할 수도 없고, 그냥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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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를 변수로 다루는 데 탁월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정당성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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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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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민주주의는 두 개의 회로로 작동한다. 하나는 수직적 회로다.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서 나오고, 임기가 끝나면 국민의 심판으로 돌아간다. 다른 하나는 수평적 회로다. 임기 중의 권력은 다른 제도로부터 견제받는다. 의회가 묻고 법원이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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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오도넬은 선거만 제대로 치러지고 이 두 번째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 체제를 '위임 민주주의'라 불렀다.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 동안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통치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여기고, 자신을 견제하는 기구들을 성가신 장애물로 취급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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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기되는 우려는 두 회로가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을 향한 사법 판단이 제거되면 수평적 회로가 끊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유권자가 다음 선거에서 쓸 재료이기도 하므로, 수직적 회로도 함께 약화된다. 국민은 심판할 근거를 잃는다. 남는 것은 권력이 스스로를 심판하는 닫힌 구조다. 어떤 개혁의 명분도 이 닫힌 구조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명분이 좋을수록 위험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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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은 어디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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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가 놓치고 있는 역설이 여기에 있다. 상법 개정이 정당한 이유는 그것이 옳은 정책이어서가 아니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통합이 정당한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만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와 법정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관세협상의 성과가 평가받는 이유는 유리한 조건을 얻어서만이 아니라 그 조건이 공개되고 검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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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기기와 늦추기로 얻은 모든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치르고 획득한 것이다. 그 정당성을 다른 곳에서 훼손하면, 이미 얻은 성과의 근거까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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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정부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헌법 파괴의 경험 위에서 출범했다. 그 존립 근거는 헌법 절차를 지키는 쪽에 섰다는 사실이었다. 헌법 절차의 수호자로 등장한 권력이 헌법 절차를 우회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정치적 실책이 아니라 자기 존립 근거를 침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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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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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문제는 미래의 비용으로도 돌아온다. 지난 6월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임기 안에 끝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기업의 투자와 지자체의 인프라와 국회의 뒷받침이 정권을 하나 이상 건너 이어져야 한다. 다음 정부가 이 사업을 이어받게 만드는 것은 발표된 투자 규모가 아니라, 그 결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사회적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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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임기에 필요한 것은 속도를 줄이는 일도, 높이는 것도 아니다. 절차를 구분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관성은 얼마든지 깨야 하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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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이 침묵하는 자리에서 관행이 지녀온 무게 앞에서는, 그리고 자기 사건과 관련된 사법 절차에서는 대통령이 먼저 물러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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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양보가 아니라 교환이다. 내려놓는 것은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고, 얻는 것은 자신의 정책을 다음 정부도 수용하게 하는 정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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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인공지능에 산업의 미래를 맡긴 판단이 옳았는지는 10년쯤 지나야 드러난다. 그 10년을 버티게 하는 힘은 투자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헌법이 정한 대로 대법관을 임명하고 자신의 재판을 법원에 맡기는 일, 그리고 그렇게 지킨 정당성 위에서 사업을 완주하는 일. 지금 대통령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현철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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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재활용 안 할 거야? 자본주의적 쓰레기 처리법

[2026 공동리포트 - 세계의 쓰레기] 쓰레기 수출하던 호주의 반전

26.09.15 07:25ㅣ최종 업데이트 26.09.15 07:25

세계 주요 도시의 쓰레기 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을 취재하여 각국의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와 시민 부담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과 시사점을 모색한다.[편집자말]

한국의 쓰레기 배출 현장은 정교함과 시민 노동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시민들은 지자체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페트병 라벨을 떼어내며, 플라스틱·캔·유리·종이·비닐류 등을 분리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전용 수거함이나 종량제 봉투로 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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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주에는 도덕적 의무나 정밀한 시민 노동이 없다. 종량제 봉투도, 번거로운 재활용품 분류도 필요 없다. 지방정부별로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 모든 쓰레기는 한꺼번에 빨간색 아니면 노란색 쓰레기통에 쏟아붓고, 청소차 운전기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계 팔로 그 쓰레기통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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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충 막 버려도 정말 괜찮은 거야?" 싶을 정도로 쓰레기 버리기에 무심한 호주,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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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택가에서 수거를 기다리는 휠리빈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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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택가 골목에는 집집마다 2~3개씩 늘어선 바퀴 달린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통, 일명 '휠리빈'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 폐기물 행정은 종량제 봉투 판매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지방세에 '폐기물 처리 부과금'을 포함하는 정액형 모델이다. 주택 소유자는 연간 약 300~600호주달러(29~59만 원) 수준의 폐기물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지자체로부터 120L 또는 240L 규격의 표준 휠리빈을 무상 대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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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활용 배출의 핵심은 '단일 투입 혼합 수거' 체계다. 시민들은 플라스틱, 캔, 유리, 종이를 별도로 분류하거나 묶지 않고 하나의 통에 한꺼번에 던져 넣는다. 비닐봉지에 담아 묶지 않고 낱개로 넣는 규칙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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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 과정 역시 고임금 구조에 맞춤화된 1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 운전기사 한 명이 탑승한 트럭은 차내 조이스틱을 조작해 로봇 팔로 휠리빈을 들어 올려 트럭 적재함에 비운 후 원위치에 내려놓는다. 수거 인력의 차상 작업과 직접 상차를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 및 자상 사고를 크게 줄이고 수거 속도와 인건비 효율을 극대화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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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환경국의 숨겨진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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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뚜껑이 달린 쓰레기통에는 나뭇가지, 잔디 깎은 풀, 낙엽, 주방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간다.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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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면 기계 팔이 빠르게 수거해 가지만, 이 편리한 시스템의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모순이 숨겨져 있다. 배출 단계에서 혼합 수거된 폐기물은 수거 차량의 압축과 하차 과정에서 유리병이 깨져 미세 파편이 종이와 플라스틱 표면에 박히고, 용기 내 잔여 음식물이 침투하면서 오염도가 5~15%에 달한다. 선별장으로 반입된 폐기물 중 최대 20~30%는 재활용하지 못하고 잔재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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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호주가 '깨끗한 청정국'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비용이 소요되는 정밀 선별과 세척 공정 대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처리 공정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2018년 이전까지 호주는 연간 약 125만 톤 이상의 폐플라스틱, 폐지, 혼합 폐기물을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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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년 호주의 취약한 쓰레기 처리 모델이 한순간에 붕괴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오염도 0.5%를 초과하는 비가공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셔널 소드' 정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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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도가 5~15%에 달한 호주산 재활용품이 중국 항만에서 반송되었다. 수출 판로가 차단되자 호주 전역의 물류 창고와 적환장은 쓰레기 더미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갈 곳을 잃은 재활용품 수십만 톤이 일반 매립지로 직행했다. 2019년에는 빅토리아주의 대형 폐기물 선별 기업이 막대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수십 개 지자체의 재활용 처리 체계가 마비돼 사상 초유의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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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직면한 호주 정부는 2020년 '재활용 및 폐기물 감축법'을 제정하여 미처리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혼합 폐지의 해외 수출을 단계적으로 법적 금지했다. 미처리 폐기물을 해외에 떠넘기지 않고 국내 처리 역량을 확대한다는 국가적 원칙이 강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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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관련 산업계와 공동으로 약 10억 호주 달러(9900억 원) 규모의 재생 현대화 기금을 조성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혁신에 착수했다. 근적외선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반 다중 광학 선별기를 도입해 플라스틱 재질(PET, HDPE, PP)에 따라 분리하고, 2차 유리 파쇄 라인을 구축하여 파쇄 유리를 도로포장용 골재나 건설 자재로 전환하는 등 선별 시설의 첨단 자동화를 가속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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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포화 위기와 소각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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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회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 통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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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길이 차단되고 국내 폐기물 처리가 의무화되면서 호주는 심각한 매립지 포화 위기에 직면했다.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대도시권은 인구 밀집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인해 추가 매립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는 전통적인 단순 매립 방식을 폐기하고 가격 통제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자원순환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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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립장 반입 폐기물에 대해 일부 대도시권에서는 톤당 170호주달러(16만 8000원)를 웃도는 높은 매립세를 부과했다. 매립 비용을 재활용 선별 비용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함으로써, 민간 업체들이 매립을 피하고 자원 회수 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시장 상황을 강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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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묻기만 하던 관행을 탈피해 서호주를 시작으로 유럽식 첨단 폐기물 에너지화 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잔재 폐기물을 고온 소각해 전력과 산업용 증기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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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매립지 부피를 차지하던 건설·철거 폐기물과 파쇄 유리 처리를 위해 공공 도로 공사 입찰자가 재생·재사용 자재 사용을 최적화할 방안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무거운 폐자재가 매립지로만 유입되지 않고 토목 원자재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수요 생태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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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에 위치한 크위나나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연간 약 40만~46만 톤의 잔재 폐기물을 고온 소각하여 약 5만 5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ACCI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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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만의 자원순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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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길이 막힌 후 뒤늦게 자원순환 개혁에 뛰어든 호주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독창적이다. 시민의 도덕적 양심이나 무보수 분리 노동에 호소하는 대신, 철저한 '금전적 보상 체계'와 '민간 기술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순환 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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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캔이나 페트병을 회수기에 넣으면 개당 10센트를 돌려주는 용기 보증금제가 있다. 이는 노란색 혼합 휠리빈의 한계를 극복한 핵심 장치로, 재활용 센터로 수거되는 캔이나 페트병 중 이물질 혼입 없는 단일 재질 용기 비율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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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음식물 쓰레기는 생분해성 봉투에 담아 유기물 수거통에 배출하면 고온 발효 과정을 거쳐 친환경 퇴비로 자원화하기도 한다.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가전제품(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은 대형 쓰레기는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무료 수거하여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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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회사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담기 위해 사용하는 생분해성 규격 봉투이대원

1인당 연간 약 27kg의 섬유류를 소비하고 이 중 약 23kg을 폐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패션 소비국인 호주는 패션 분야에도 혁신적인 재활용 기술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헌 옷이 매립지로 향했으나, 최근에는 디지털 역물류 및 첨단 재활용 스타트업들과 결합해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폐섬유를 이용해 방음 패널, 단열재, 포장 완충재를 만들기도 하고, 폴리에스터 원료를 추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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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호주는 쓰레기 처리에 있어 철저히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기술'의 힘에 기댄다. 매립지엔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 재활용을 안 할 수 없게 만들고 그 돈으로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해 기계가 알아서 척척 분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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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차가운 자본주의와 뜨거운 기술이 결합한 호주의 순환 경제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쓰레기 외주화라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구축한 호주의 치밀한 생존 전략이 과연 어떤 결실을 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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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쓰레기 #재활용

프리미엄 2026 공동리포트 - 세계의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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