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정은 위원장, '확연한 상승세..총적 전진동력 장성'..10차 당전원회의 결론

기자명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7.02 10:38
  •  
  •  수정 2024.07.02 15:29
  •  
  •  댓글 1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진행한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1일 당 정치국회의가 확정해 제출한 3건의 결정서 초안을 전원일치로 채택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진행한 조선로동당 전원회의가 마지막 날인 1일 당 정치국회의가 확정해 제출한 3건의 결정서 초안을 전원일치로 채택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진행한 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1일 당 정치국회의가 확정해 제출한 3건의 결정서 초안을 전원일치로 채택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발표했다.

전원회의에서는 △2024년도 주요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중간총화와 대책에 대하여 △일군들의 사업방법과 작풍을 개선할데 대하여 △중요부문의 사업규률을 강화할데 대하여 △사법제도의 공고발전을 위한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 △조직문제 등 5개의 '의정'(안건)을 다룬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예상했던 북러조약 체결 후 이를 뒷받침할 주요 결정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영토조항의 헌법 반영문제 등에 대한 후속대책 등은 별도로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결론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하도록 하고 '군대와 전체 공화국무장력의 군사정치활동방향'에 대해 밝혔다고만 언급했다.

통신은 보도에서 올해 상반기 당 및 국가정책에 대한 평가와 하반기 대책을 다룬 첫번째 안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론을 중심으로 각 안건에 대한 결정사항을 알렸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결론에서 "명백히 확신하게 되는 것은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발전에로 향한 총적인 전진동력과 가속력이 보다 증대되고 장성하고있다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결론에서 "명백히 확신하게 되는 것은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발전에로 향한 총적인 전진동력과 가속력이 보다 증대되고 장성하고있다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한 8차 당대회(2021.1) 이후 4년차에 접어든 2024년 상반기 당과 국가사업에 대한 결론을 하면서 "명백히 확신하게 되는 것은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발전에로 향한 총적인 전진동력과 가속력이 보다 증대되고 장성하고있다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또 올해 상반기 경제상황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확연한 상승세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하면서 "지난해에는 년초부터 전반적인 인민경제계획규률이 문란하여 당중앙전원회의에서 긴급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였지만 올해에는 상반년기간 12개 중요고지에 속한 금속,화학,전력을 비롯한 중요공업부문들이 계획을 월별, 분기별로 큰 편파없이 완수하였다"고 말했다.

올해 초 향후 10년간 중요 국책사업으로 발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올해 착공한 각지 지방공업공장들의 골조공사가 결속되고 설비제작도 추진되고 있는데 년말이면 20개 시,군들에서 현대적인 새 생산기지들의 준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5개년 계획에 추가해 건국이래 초유의 지방발전계획을 본격 추진하는데 따른 어려움도 있지만 "전국 인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한 력사적인 당결정의 무게와 진가를 증빙하는 한편 나라의 각 지역을 다같이 새시대에로 떠올릴만큼 우리의 주체적힘, 정치경제적 잠재력이 비약적으로 강력해지고 있음을 실증"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 조직지도부와 내각, 지방발전20×10비상설추진위원회 등에서는 설비보장과 원료, 자재준비를 철저히 하고 내년에 공사를 진행할 시,군들을 선정할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김덕훈 내각총리와 이야기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덕훈 내각총리와 이야기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농업과 건설을 비롯한 각 산업부문의 상반기 성과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농사형편은 괜찮다고 하면서 "전국적범위에서 올해의 방대한 관개공사과제가 제때에 결속되고 비료,농약,연유를 비롯한 영농자재도 공급되였으며 온 나라 농업근로자들의 비등된 대중적열의에 의하여 밀,보리수확고도 작년보다 증가하고 모내기도 적기에 완료되였다"며, 이상기후에 의한 피해를 최소할 것을 주문했다.

건설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되고 있으며, '당과 정부가 제1순위로 내세우는 학생들을 위한 사회주의적 시책'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있다고 하면서 "분명한 변화이고 자랑스럽고 긍지스러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국토관리, 도시경영, 교육, 보건, 체육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도 정책과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며 당결정 집행과 사회적 안정을 위한 법기관의 역할도 현저히 제고되었다고 하면서 이를 "그 어떤 난관도 딛고 이겨내는 우리의 잠재성과 자기식대로 일떠서는 특유의 발전력이 다면적으로, 다중으로 더 급속히 자라나고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결론에서 경제전반에 대한 내각의 책임을 강조하며 △경제관리개선을 주도할 수 있는 실행력 강화를 위한 명확한 노정도 설계 △단계별 계획 수립 △그에 따른 책략적 사업 추진 △현장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실정에 부합하는 경제관리 해결책을 찾는 경제관리 개선 및 경제실무적 대책 강구 등을 주문했다.

내각에 대해서는 특히 "국가경제전반에 대한 통일적지휘를 강화하는데 선차성을 부여하면서 인민경제계획규률을 철저히 수립하는데 주되는 힘을 넣으며 경제사업에 내재하는 결점과 난관들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생산장성과 기술발전을 적극 추동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하반기에는 기간공업부문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전력공업부문-단천발전소 1단계건설 연내 완료, 전 사회적 전기절약사업 강화 △기계공업부문-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대화 강력 추진 △철도부문-열차운행 안정성 제고, 철길과 구조물 수명 유지 및 보강 대책 △건설부문-모든 건설단위의 시공역량 질량적 강화, 건재품 개발생산 확대 등 부문별 중요 목표를 제시했다.

6월 30일 열린 전원회의 각 부문 분과협의회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6월 30일 열린 전원회의 각 부문 분과협의회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1일 소집된 당 정치국회의에서 결정서 초안을 최종 확정해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1일 소집된 당 정치국회의에서 결정서 초안을 최종 확정해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첫번째 안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론에 이어 △일꾼들의 사업방법과 작풍 개선에 대한 토의에서는 '일부 일꾼들속에서 나타난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사업태도와 형식주의, 겉치레식 일본새, 주관과 독단, 세도와 관료주의를 비롯한 그릇된 사업작풍'이 신랄하게 비판되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요부문 사업규율 강화 안건 토의에서는 '경제와 과학기술을 전망적, 실제적으로 발전시키는 지향'을 견지하지 못한 중요 부문 사업체계의 불합리성과 일련의 편향에 대한 대책이 제기되었으며, △사법제도의 혁신적 보강, 완비를 위한 연구 결과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도록 제출됐다.

새로 선출, 임명된 당정 간부. 왼쪽부터 김정순 당 근로단체부장, 정명수 내각부총리, 리명국 재정상, 전향순 여맹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새로 선출, 임명된 당정 간부. 왼쪽부터 김정순 당 근로단체부장, 정명수 내각부총리, 리명국 재정상, 전향순 여맹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당 조직문제에 대한 토의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김충성, 승정규, 김정순(후보위원에서 보선), 리영식(직접 보선)을,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12명을 소환하고 △정명수, 리명국, 전향순, 조석호, 최혁철, 오명철, 김성철, 주현웅, 김철, 최영일, 리용협, 리성봉을 보선했다.

당 전문부서 부장인 리두성을 해임하고 당 중앙위원으로 승진한 김정순을 당 근로단체부장으로 새로 임명했다.

이밖에 내각부총리에 정명수, 재정상에 리명국,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에 전향순을 임명했다.

한편, 지난 6월 28일 소집된 당 제8기 제10차전원회의는 30일 각 부문 분과협의회를 진행해 결정서 초안을 작성한 뒤 1일 당 정치국회의가 최종 확정한 결정서 초안을 전원회의에 제출, 3건의 결정서를 전원일치로 채택한 뒤 4일간의 회의를 마쳤다.

전원회의에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참가했으며, 당 해당 부서 일꾼들과 성, 중앙기관, 도급 지도적 기관의 책임일꾼들, 시,군당책임비서들, 중요공장과 기업소 당, 행정책임일꾼들이 방청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평생 죽도록 일했지만, 지인 부의금 보내기도 어려웠다"

[연금개혁이 말하지 않는 연금약자 ②] 지금 여기의 빈곤 노인

최용락 기자/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07.03. 04:55:09

올해 66살이 된 이명옥 씨. 젊은 시절의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의회에서 의정 보좌관을 하기도 했다. 기자 일도, 보험설계사 일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며 아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길러냈다.

그런 명옥 씨에게도 노년은 찾아왔다. '다양한 직업'의 다른 말은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이었다. 평생 부지런히 일했지만 명옥 씨가 국민연금에 직장가입자로 당연가입할 수 있었던 기간은 4년여에 불과했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명옥 씨에게는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년의 명옥 씨는 여전히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싶어 특수치료 심리상담사, 장애인 직업삼당사, 이주과정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만 8개를 땄다. 간혹 잡지나 언론에 글도 쓴다. 하지만 노인이 된 그를 고용하겠다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편도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명옥 씨의 기본적인 생활자금은 기초연금이다. 부부라는 이유로 20% 감액돼 50만 원 정도가 가계통장에 들어온다. 여기에 기고를 통해 얻는 작은 수익과 아들이 부쳐주는 생활비를 합해 겨우 빈곤선 수준의 돈을 마련한다.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갈 돈은 많다. 공과금만 합쳐도 20~30만 원은 훅 나간다. 생활이 빠듯하니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인의 장례식에 부의금을 내기도 어렵다. 얼마 전에도 자존심을 누르고 '부의금 나갈 데가 갑자기 생겼네'라며 아들에게 돈을 부쳐달라 부탁했다.

명옥 씨는 "노인들 상태가 이렇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며 "최소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품위유지비는 벌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 이명옥 씨(오른쪽)가 친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명옥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이하…1분위 건강수명 65.6세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적절한 소득이 없다면,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공적 연금이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약자는 지금 빈곤한 노인이다. 연금제도의 핵심 기능이 그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상 40.4%였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50%인 144만 원 이하의 돈으로 한 달 생계를 꾸린다는 뜻이다. 같은 해 OECD의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였다.

공적 연금은 노인빈곤 문제 해소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22년 공적 연금 월 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 22만 1000원에 국민연금 36만 9000원을 합쳐 59만 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여기에 12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빈곤선과의 차액은 73만 원이다.

따로 쌓아둔 자산이나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벼랑 끝에 선 노인들이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일을 계속하는 것뿐이다. 2021년 한국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을뿐더러 가난한 사람의 몸이 빨리 닳는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기대수명은 83.5세였지만, 건강기대수명은 70.9세였다.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 소득자의 건강기대수명은 65.6세로 5분위 73.9세와 8.3년 차이를 보였다.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 빈곤 노인에게 더 많이 줘야" vs "별도 소득보장이 효과적"

지금 빈곤한 노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은 공적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는 조세가 재원인 기초연금(현행 수급범위 소득 하위 70%, 최대 수급액 33만 4810원)의 개혁 뿐이다. '소득 비례, 가입자 기여'가 원칙인 국민연금의 개혁으로는 이미 보험료 납부가 끝난 빈곤 노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

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4월 '연금개혁 500인 공론화 회의'에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 교수는 "기초연금 제도의 단점은 정말 빈곤한 분들한테 급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소득 하위 70% 지급 범위를 고수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간 소득 정도로 지급 기준을 변경하고 더 빈곤한 분들한테 많은 급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적연금 제도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공공부조 등 다른 복지제도를 활용할 여지는 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야만적인 노인 빈곤 상황에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빈곤 노인에 대한 주거수당이나 보충적 소득보장제도 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부분 노인이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60만 원 이하"라며 제도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그 이상으로 기초연금을 올리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양쪽 방안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논의의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해결책을 찾는 일을 제1과제로 삼아 고민하는 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이에도 시간이 흐르며 명옥 씨와 같은 빈곤 노인들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③편에서 계속)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상혁 기자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수출 역대최대?...물가상승률 고려하면 형편없는 수준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6년 전과 비슷...현상 유지 머물러

23년 수출 축소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뻥튀기

수출은 느는데 수입은 감소...불황형 흑자

내수 지표 15년만에 최저점...수출실적 왜 부풀리나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상반기 수출입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48억 달러, 수입은 6.5% 감소한 3117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4.07.01. ⓒ뉴시스

올해 상반기 수출이 3348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 호조를 예견하는 분석들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분석은 물가상승률과 기저효과, 수입감소 등을 감안하지 않은 일면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상반기 수출 2번째 기록? 실상은...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3067억 달러) 대비 9.1% 증가한 3348억 달러로 역대 상반기 수출액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율로는 반도체(657억4000만 달러), 자동차(370억달러), 석유제품(264억7000만 달러), 석유화학(241억5000만 달러) 순이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도 2018년(311억 달러) 이후 최대치인 231억 달러 흑자에 달했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올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6년 전과 비슷...현상 유지 머물러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물가상승률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6년 전 2018년에 비해 12.1% 상승해왔음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수출 액면가이다.

그러나 2018년 상반기 수출액 2967억 달러에 지난 6년간의 물가상승률 12.1%를 곱하면 3326달러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 3348억 달러와 견주면 고작 22억 달러 규모의 편차다.

즉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2018년 수출 규모가 유지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다.

수출 호조세를 점치는 것이 성급한 이유다.

23년 수출 축소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뻥튀기

주요 언론들은 분기별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서 수출호조를 점친다. 이 수치가 지난해 4분기 5.7%를 나타낸 이후 올해 1분기 8.1%, 2분기 10%로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2023년 수출이 과도하게 움츠러든 데서 오는 기저효과에 가깝다.

수출호조의 근거로 제시되는 올해 1, 2분기 수출실적은 각각 1634억 달러, 1714억 달러로, 2023년 1, 2분기(1511억/1556억 달러) 대비 상당 폭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해 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기준을 1년 전이 아니라 2년 전 2022년 상반기로 잡으면 이는 확실해진다. 2022년 상반기 수출은 1, 2분기가 각각 1734억 달러, 1771억 달러로, 이를 올해 1, 2분기와 비교하면 외려 수출은 –5.77%, -3.22% 감소한 셈이다.

수출은 느는데 수입은 감소...불황형 흑자

여기 더해 수출 증가 현상이 수입 감소 추세와 더불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통상적인 무역수지 흑자 상황이라면 수출과 동시에 수입 역시 증가하기 마련이다. 해외에 물건을 많이 팔아낸 만큼 국내 시장 수요에 대한 기대치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수출 증가는 정반대다. 밖으로 물건을 팔아낸 규모는 커지는데도, 그에 상당한 수입은 커지기 보다 외려 극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액은 3330억 달러. 반면 올해 상반기 수입액은 3115억 달러다. 이는 215억 달러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약 6.46%의 감소폭이다.

올해 상반기 231억 달러 상당의 무역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 지표 15년만에 최저점...수출실적 왜 부풀리나

여타 경제지표들도 상반기 수출실적을 무색하게 하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 동기에 비해 2.3% 감소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3.1%가 감소했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민간이 금융위기 국면에 버금갈 만큼 재화 소비를 줄였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도소매업도 작년 4월 이후 2개월을 제외하면 12개월간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5-12월 내리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2월부터 4달째 감소 추세다.

상반기 수출실적을 과대해석하는 논의들을 미심쩍게 봐야 할 이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9명 목숨 앗아간 ‘시청역 참사’ 역주행 미스터리

경찰, 사고 정황 질문에 “수사 중” 신중…급발진 여부 미지수

조선 웨스틴 호텔 앞 세종대로 18번길이 끝나는 지점.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이 달려 있다. ⓒ민중의소리


서울 도심에서 역주행 차량이 인도로 돌진했다. 9명이 역주행 차에 치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음주와 마약 복용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는 68세 버스 운전기사 출신으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라 보기 힘든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급발진 가능성은 이번 참사에도 제기된다.

2일, 참사 현장을 돌아보며, 역주행의 원인을 살펴봤다. 

시청역 차량 역주행 사고 상황 ⓒ뉴시스


“참사 도로 역주행 진입, 종종 있었다 증언

이번 사고는 차량이 역주행하면서 벌어졌다. 전날 오후 9시 26분경 A 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시청 인근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후 차량 2대와 충돌하고 교차로를 지나 서서히 멈췄다. 인도에 있던 시민 9명이 사망하고, 운전자 등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은 일방통행 도로다.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시작해, 조선 웨스틴 호텔 정문 앞 맞은편에서 끝난다. 도로 거리는 약 200미터다.

A 씨는 조선 웨스틴 호텔 정문에 위치한 지하주차장 출구로 빠져나와,세종대로18길에 역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호텔 앞은 오거리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면, 3시, 1시, 9시, 7시 방향으로 도로가 갈린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차량이 갈 수 있는 방향은 하나다. 곧장 우회전해 3시 방향으로 나와야 한다. 바닥엔 좌회전 금지 표시가 있다. 세종대로18길은 1시 방향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세종대로18길을 바라보면 도로 왼편에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이 달려 있다.

A 씨는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대로18길은 4차선이 모두 일방통행이다. 운전자는 으레 양방향으로 생각하기 쉽다. 조선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올 때 주의하지 않으면 ‘진입금지’ 표지판을 놓칠 수 있다. 인근 상인들은 “종종 역주행하는 차량을 본다”고 전했다.

A 씨가 세종대로18길로 들어설 때 정면의 모든 또는 일부 차선에 차량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청역 교차로에서 정방향으로 세종대로18길에 진입한 차량이 조선 호텔 앞 오거리에서 모두 빠져나가면, 세종대로18길이 끝나는 조선 호텔 앞에는 일시적으로 차량이 사라진다.

오거리 인근 한 상인은 “시청역 교차로에서 들어온 차량이 조선 호텔 앞에서 신호를 받아 일제히 좌우로 빠지면 도로가 잠시 한가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로 잘못 들어갈 때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이 있었으면 피해 가든지 우회하든지 했을 텐데, 차량이 없다 보니 도로 안까지 쑥 들어오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세종대로18길을 역방향으로 지나다 보면 오른편에 골목이 두 개 있다. 역방향으로 잘못 들어온 차량이 해당 골목으로 들어가, 차를 돌리는 걸 여러 번 본 적 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A 씨가 실수로 일방통행 도로에 잘못 진입했다고 해도,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인도로 뛰어든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한 지점은 사고 차량이 세종대로18길로 진입한 지점에서 약 150미터 떨어진 곳이다.

사고 차량이 급가속한 지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직후 급발진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3시 방향으로 급격하게 핸들을 틀기 어려워, 1시 방향의 일방통행 도로로 진입했을 수 있다.

일방통행 도로에 들어선 이후 급발진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사고 발생 전 급발진이 발생했다면,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는 과정에서 인도로 돌진했을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사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할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차량에 제동이 전혀 걸리지 않은 모습이다. 인도와 도로 경계에 있던 가드레일이 힘없이 허물어진다. 인도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는 튕겨 나간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고 정황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정 과장은 사고 발생 전 사고 차량 동선과 차량이 가속한 시점 등을 묻는 말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운전자 A(68) 씨의 과거 사고 이력과 직업, 거주지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A 씨는 경기도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면서도, 소리가 녹음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사고 당시 녹음된 소리는 급발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A 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급발진을 주장했다. 다만, 정 과장은 “운전자가 경찰 측에 직접 급발진을 주장하는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운전자는 갈비뼈 골절이 있어 정식으로 진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사 소견에 따라 회복 상태를 보고 출장 조사를 하든 경찰서에서 하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사고 당시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 작동 여부가 기록되는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걸린다고 정 과장은 전했다.

A 씨는 사고 당시 음주와 마약 복용을 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진행한 채혈 검사에서 음주 흔적이 검출되지 않았고,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정 과장은 “사고 원인을 추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원인 규명 이후에나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피의자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전날 발생한 시청역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7.02. ⓒ뉴시스

“ 조한무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울 시청역 교차로서 차량 역주행 돌진...9명 사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7/02 11:32
  • 수정일
    2024/07/02 11: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 전날 밤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24.07.02. ⓒ뉴시스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9명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밤 9시 27분경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했다. 이 차량은 도로에 있던 차량 두 대를 들이받고,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를 덮쳤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인도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인명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후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3명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사망자의 시신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국립중앙의료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각각 안치됐다. 사망자에는 서울시청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A(68)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A씨가 진술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하는 대로 관련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 김도희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의 믿기 힘든 말... 예수도 한국 오면 탄핵 촛불 든다"

[제주 사름이 사는 법]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24.07.02 07:05최종 업데이트 24.07.02 07:05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최근 <예수운동 역사와 신학>을 펴낸 김근수 소장은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칼럼을 통해 집권세력의 불의와 이에 침묵하는 종교인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 황의봉

 

대한민국은 현재 총체적 불신 사회다. 대통령이 산유국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호언해도 불과 며칠 만에 절반을 훨씬 넘는 국민이 이를 믿지 않는다[1]. 국회 청문회장에 나온 장·차관과 장군은 증인 선서를 거부해 대놓고 거짓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개혁의 최우선 대상으로 꼽혀온 검찰은 물론 사법부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무소불위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고, 최고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은 뉴스 신뢰도 꼴찌를 기록했고, 국민의 방송이라던 KBS도 신뢰도가 급전직하 중[2]이다. '진리의 전당' 대학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대통령 부인의 논문표절 심사를 2년이 넘도록 질질 끌며 결과 발표를 뭉개 온 대학의 총장은 교수와 학생들의 거부로 연임이 좌절됐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진실을 말하고 불의를 꾸짖을 '신뢰와 권위'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마지막 희망으로 종교와 성직자를 쳐다본다. 유신독재 시절 김수환 추기경과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 시민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종교 지배층은 있을지언정 진정한 종교 지도층은 없습니다."

제주의 해방신학자 김근수는 단언했다. 이 나라 종교계를 이끄는 성직자마저도 기대할 게 없다는 말이다.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의 칼럼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윤석열 정권과 종교계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온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을 만나 대통령 언행의 본질과 불의에 침묵하는 성직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해방신학을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6월 말 제주 한라수목원에서 만난 그에게 우선 해방신학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를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예수가 지금 한국에 온다면 탄핵 촛불집회 나갈 것"

 

스승 소브리노 신부와의 재회 2018년 10월 로마교황청 바오로홀에서 거행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시성식 때 해방신학의 대가인 스승 소브리노 신부를 만났다. ⓒ 황의봉

 

"해방신학은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같은 그런 신학이 아닙니다. 원래 예수가 하던 신학인데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2000년을 외면당하다가 1960년대 들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메데인 주교회의(1968년 제2차 남미 주교회의)를 계기로 부활한 것입니다. 남미의 신학자들이 예수운동과 정치·경제적 상황을 연결해 예수를 관찰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거예요. 해방신학의 요점은 교회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 교회의 중심은 목사나 신부가 아니고 가난한 신도다, 개인의 죄보다는 사회악이 더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으로, 이런 기초에서 출발해 예수와 예수운동을 새롭게 보는 신학입니다.

해방신학은 남미의 현실과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가톨릭 선교사들이 남미에 진출해 토착종교를 없애고 대륙 전체를 가톨릭화 했어요. 이후 남미는 정치적으로는 왕정 혹은 독재 정부, 종교적으로는 가톨릭이 500년 이상을 지속해 온 것입니다. 남미의 가톨릭은 군사독재 정부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로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독재정권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정신교육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남미의 일부 주교와 신부, 신학자들 사이에서 가톨릭이 백성을 위로하고 고통에서 해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억압하는 데 협조하고 있다는 각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해방신학은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을 겪는 세계 각 지역으로 전파돼 새로운 신학 흐름을 형성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필리핀·인도·남아프리카·미국 등지에서 그 문화와 시대에 맞게 해방신학의 아이디어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생겨나 흑인 해방신학이나 여성 해방신학이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민중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태동했습니다."

해방신학이 억눌린 사람들의 편에 서서 새로운 신학 운동으로 세계 각지에 퍼져갔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신학적 근거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해방신학이 예수의 삶에서 크게 발견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수가 억압받는 가난한 사람을 위로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는 사실과, 또 하나는 억압하는 세력에 예수가 저항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신학자들은 사랑·평화·화해·용서와 같은 단어를 많이 썼는데, 해방신학에서는 저항이란 단어를 부각했어요. 이는 없던 걸 만든 게 아닙니다.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성전 항쟁을 하고, 당시 유다 사회의 지배층인 율법학자나 바리사이에 맞서 논쟁하고 다툰 것에서 권력층에 저항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지요.

예수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세력에 맞서 싸웠고, 이로 인해 정치범으로 처형됐다는 점에서 오늘날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의 정당성이라든가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예수가 지금 한국에 온다면 당장 탄핵 촛불집회에 나가서 마이크 잡고 대한민국의 목사 신부들 다 나와라, 40명이나 되는 주교들 나와라, 나와 함께 불의한 윤석열 정권과 싸우자, 하면서 선두에 설 것으로 저는 상상해 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현실로 이어졌다. 김근수 소장은 촛불집회에 예수를 떠올렸다. 그만큼 현 시국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해방신학자의 눈으로 본 윤석열 정권의 본질과 성격이 어떻길래 예수가 앞장서서 싸워야 할 대상으로 꼽았을까.

"윤석열 정권이 민주주의 이념에, 그리고 예수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건 너무 증거가 많습니다. 윤석열 개인은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예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무속이나 미신에 빠졌다는 풍문도 많지만, 그걸 떠나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주는 여러 행동에서 천주교 신앙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이태원 참사 후 현장에 들른 윤석열이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며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남의 일처럼 말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혔잖아요. 또 최근 발간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는 이태원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는 도저히 믿기 힘든 말을 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윤석열 정권이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은 외면하고 부자들을 위한 선심만 쓰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나 참사를 당한 유가족을 무시하고 소수의 권력 주변만 챙기고 있어요. 굳이 예수의 가르침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민주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반인륜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아주 가혹한 심판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촛불집회 참석 2024년 2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가운데 빨간 모자 쓴 이가 김근수 소장. ⓒ 김근수

 

지난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전국 순회 시국미사를 통해 윤석열 탄핵을 거론했고, 불교 스님들도 야단법석 시국법회를 열어 탄핵을 요구했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도한 행태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돼주었던 김수환 추기경이나 지학순 주교 같은 종교 지도자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종교 지도자가 권위도, 존재감도 사라진 현실은 어디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까. '종교 지배층'이 있을 뿐이라고 개탄하는 김근수 소장의 진단을 들어보자.

"저는 한국의 종교 지배층을 지도층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사실 이분들에게 지도를 기다리는 국민들도 잘 안 보이잖아요. 그들이 각 종교에서 권력을 장악했지만, 신도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 종교 지배층은 부처님이나 예수님 말씀을 깊이 새기고 깨달은 분들 같지 않아요.

만약에 부처님이 한국에 오시면 조계종 종회의원들이나 본사 주지들을 모아 놓고 '내가 너희들에게 언제 그렇게 가르쳤느냐'고 야단치실 것 같아요. 예수님도 한국에 오신다면 주교 신부 목사들을 향해 '너희들은 신자들에게 십자가를 지라고 가르치면서 왜 몸소 십자가를 지지는 않느냐'고 따져 물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근수 소장은 한 기고문에서 '부드러운 예수, 사랑의 예수만 강조하고, 억압하는 강자들에 맞선 위험한 예수, 저항하는 예수는 언급을 회피하는 목사 신부들의 설교와 강론'을 비판한 적이 있다. 성직자들이 불의에 침묵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신부나 목사가 권력의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정치적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고, 예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가 세 번씩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배신했잖아요. 불의한 정권의 패악질을 보고도 모르는 체 침묵하거나 구경만 하거나 아니면 혼자 조용히 있거나 하는 것은 죄악이나 다를 바 없는 거예요.

예수도 그러셨잖아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라고. 지금 한국의 종교 지배층이나 직업 종교인들이 우리 사회의 양심이요, 진실의 최후의 보루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분들의 말과 삶이 국민과 신자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는 그런 삶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김근수 소장은 종교와 더불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에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표한 언론의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47개 조사대상국 중 40위, 아시아태평양 11개 주요국 가운데서는 꼴찌로 나타났다.

"수단의 성자 고 이태석 신부가 현지의 열악한 현실을 보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가 지금 세상에 오신다면 교회 성당보다 먼저 학교를 지을 것이다'. 저는 만일 예수가 지금 한국에 오신다면 학교보다 언론기관을 먼저 세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나 <뉴스타파>, <시민언론 민들레>나 <뉴탐사>와 같은 시민언론·독립언론을 세워 진실을 말하고 불의한 거짓을 까발리는 작업부터 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언론이 진실을 말하면 백성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언론이 거짓을 말하면 어둠 속에서 살 것'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기자나 언론인들이 애완견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양심의 보루라는 말을 듣도록 예수는 언론기관부터 바로 세우지 않을까 합니다. 권력에 영합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기득권 언론들의 행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습니다."

"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교황의 스승인 스칸노네 신부와 함께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승인 후앙 카를로스 스칸노네 신부와 기념촬영을 했다. 2014년 6월. ⓒ 김근수

 

김근수 소장은 얼마 전 그의 열 번째 저서 <예수운동 역사와 신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신학 인문서로는 이례적으로 2주 만에 재판을 찍었다. 예수 등장부터 요한복음이 나오기까지 예수운동 1세기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그리스도 2천 년 역사에서 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평등이 실천된 시기는 예수운동 1세기였다"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예수 등장으로부터 2천 년이 흐른 오늘날 기독교가 이른바 '초대교회'의 정신에서 크게 멀어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근수 소장은 한국 그리스도교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는 오늘의 한국 그리스도교와 성직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요즘 한국의 교회나 성당에서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즉, 예수운동의 원형을 되살려보자는 것이죠. 이런 움직임에 학문적 근거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1세기 예수운동의 특징은 첫째, 다양성입니다. 예수를 바라보는 여러 신학적 흐름이 이때 쓰인 신약성서에 온전히 담겨 있어요. 둘째, 일치입니다. 의견이 달라도 서로 싸우거나 배척하지 않고 같은 공동체에 있으려고 많이 애썼다는 겁니다.

그리고 평등입니다. 1세기 예수운동 공동체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지식인과 평민, 남성과 여성, 주인과 노예의 사회적 차별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지중해 지역의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평등이 실현된 공동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늘날 가톨릭이나 개신교는 어떨까요. 직업 종교인과 신도,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크게는 부자가 위세를 떨치고 가난한 사람은 외면당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2천 년 전 예수운동의 모습과 오늘의 그리스도교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방신학자 김근수는 또 자신의 책에서 "이웃사랑과 원수사랑이라는 아름답고 고귀한 산상수훈 말씀보다 '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누가복음 16,13)라는 말이 예수와 성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라고 강조한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만한 대목인 것 같다.

"원수사랑 이웃사랑을 말한 예수가 왜 정치범으로 죽었을까요. 그건 분명히 예수가 정치범으로 처형될 만한 어떤 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우리가 복음서를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가난한 사람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예수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어요. 또 부자를 비판하고 혼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을 비판하거나 혼내는 대목은 한 번도 안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웃사랑 원수사랑은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인 것이에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제외하고 이웃사랑이나 원수사랑은 말하지 않았거든요. 결국 가난한 사람에 대한 예수의 사랑이 당시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명목의 정치범으로 처형당하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예수의 원래 메시지가 뒤로 물러나고 대신 죄의 용서나 화해의 이야기들이 전면에 등장해 버린 것입니다. 현대의 해방신학은 바로 이 부분을 다시 찾아내 가난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느님을 제대로 섬긴다면 돈을 버는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거나 이용할 수가 없고, 돈을 번 이후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내 맘대로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라고 거짓말하며 예수를 배신하고 팔아먹는 종교인도 있습니다. '돈 먼저, 하느님 그다음'을 다짐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리스도교 자체가 하느님보다 돈을 더 섬겨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는, 복음서의 이 부분에 저는 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김근수 소장은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 저명한 해방신학자 '혼 소브리노' 신부의 직접 가르침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인 제자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해방신학을 공부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제가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신부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진로였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철학과로 진학했습니다. 곧바로 신학대학으로 가는 것보다는 철학을 공부한 다음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철학과에선 서양철학, 그중에서도 독일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군대를 갔다 와서 1986년 광주가톨릭대에 들어갔습니다. 전주교구 소속 신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신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된 것이지요. 이때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고, 2학년 때는 6월항쟁이 벌어졌습니다. 정치적 감각이 한창 예민했던 시기에 이같은 역사적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제가 신학을 공부하면서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에 관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광주가톨릭대를 2년 다닌 후 '신학 공부를 더 깊이 할 기회가 닿아' 독일로 유학을 떠나게 됐습니다.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신학과에서 신약성서를 전공했는데, 독일의 성서신학은 가난한 사람에 관해서는 잘 다루지 않는 반면, 성서를 문학 연구의 텍스트로 보는 건 매우 발달했어요. 그래서 독일에서 성서신학을 공부하는 게 학문적 연구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성서에 많이 나오는 가난한 사람을 연구하는 데는 그렇게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신부가 아닌 신학자의 길을 택한 이유

 

엘살바도르 유학시절 1997년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 로메로 대주교 동상을 배경으로 스승 소브리노 신부(왼쪽)와 기념촬영을 했다. ⓒ 김근수

 

독일 유학 시기에 김근수 소장은 신부의 길이 아닌 신학자의 길로 진로를 바꾼다. 그리고 해방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가난한 사람들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대변자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살았던 중남미 엘살바도르로 향한다.

"한국에서는 신학교에서 기숙사 생활하고 수업도 받고 하지만, 독일은 좀 달라요. 수업은 주립대학의 신학과로 가서 받고, 기숙사로 돌아와 사제 양성에 필요한 기도, 영성, 사제로서의 소양 훈련을 따로 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독일 유학 중에 가톨릭 성직자가 되기에는 능력과 자격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사제 독신제를 지킨다든가, 사제로서 신자들과 교류하는 친화력이나 인간적 능력, 품성에서 많이 모자란다는 걸 느끼게 된 것입니다.

독일에서 8년을 공부하고 나서 사제의 길 대신 본격적으로 신학자의 길을 걷기 위해 남미로 갔습니다. 독일에서 공부한 신약성서에다가 남미의 해방신학 관점을 연결하고 싶었어요. 어디로 갈까 알아보던 중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에서 해방신학을 가르치던 '혼 소브리노' 신부님을 찾아낸 것이지요. 현재 86세인 이분은 스페인 태생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와 미국에서 공부하셨는데, 해방신학의 대가입니다. 특히 예수가 누구인가에 관한 연구로 가장 존중받는 학자로 유명합니다. 저는 이분에게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예수를 보는 방법론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선 십자가를 진다고 하면 문학적 표현 내지는 정신적인 결심 정도로 받아들입니다만, 남미에 가서 보니까 신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진짜 살해당할 수도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해방신학을 지지해서 활동하다가 군사독재정권이나 갱단에 의해 살해된 신부와 주교만 해도 200명이 넘습니다. 영화로도 알려진 '로메로' 대주교가 살해당한 때가 광주 5·18 2달 전이었습니다."

김근수 소장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알현하고 자신의 저서를 증정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세월호 관련 자료를 교황께 전달하는 과정에서 극적인 순간을 겪기도 했다. 아직은 자세한 내막을 밝힐 시기가 아니라며 간단히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6월 제가 로마 바티칸을 찾았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2달이 지난 때였지요. 그때 교황님께 드릴 여러 가지 자료와 동영상을 담은 USB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정말 천신만고 끝에 교황님이 머무시는 마르타 게스트 하우스 201호 책상 앞에 그 자료들이 놓일 수 있었습니다.

그 자세한 내막은 아직 한국이나 로마 교황청에 관련되는 분들이 생존해 계시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자료 전달 2달 후 한국에 오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당시 박근혜 정권 때였는데, 교황님이 청와대를 방문해 연설한 내용 중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도 있고, 또 교황님의 외교적 언사와는 거리가 먼 충격적인 발언입니다. 이런 말씀을 하게 된 배경에는 제가 전달한 자료도 일부 역할을 했을 거라는 정도만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2014년 8월 18일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저서 <교황과 나>를 헌정했다. ⓒ 김근수

 

해방신학자 김근수는 지금까지 10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 <가난한 예수> 등 그의 전공분야인 신약성서와 해방신학 관련 해설서다. 집필에만 몰두하던 그가 최근엔 대사회적 발언을 활발히 하고 있다. 시국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언론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 중이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 가운데 제 가슴을 찌르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굶어 죽어가는데 한가하게 커피 마시며 신학 토론만 해서야 되겠느냐는 겁니다. 제가 성서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그런 작은 몸짓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예수의 삶과 역사를 전파하는 작업과 함께 우리 사회의 진실을 전하는 언론운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뉴탐사>에 글과 말을 보태고 있고, 또 촛불행동 집행위원회에도 참여해 가능한 한 집회에 함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예수의 삶을 전파하는 일로는 양희삼tv '찍먹신약'에 고정출연해서 지금 마가복음을 해설하고 있고, 또 제가 만든 유튜브 '김근수 해방신약'에서는 마태복음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2천 년 전 예수의 죽음, 제주 4·3에서 다시 반복된 것"

 

김근수 소장이 펴낸 책들 최근 10번 째 저서를 출간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신약성서를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연구, 해설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김근수

 

그는 2002년 제주로 이주한 이래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신학 연구를 하고 있다. 제주에서의 삶은 그의 신학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성서를 연구하다 보니 제주도 면적이 예수가 살던 갈릴래아보다 10% 정도 크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도는 저에게 제2의 갈릴래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3년에 걸친 엘살바도르 내전으로 8만 명이 숨진 그 현장을 지켜봤는데, 제주에 와서는 4·3을 통해 수만 명이 희생된 아픔의 역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 군사정권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는 거대한 공동묘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기간에 엄청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았습니까. 그중에서도 4·3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겪어야 했던 제주도에서 신학을 연구하다 보면 종교와 정치의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는 저에게 신학적 영감을 주는 그런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수난을 겪으면서 쉽게 아물 수 없는 상처를 받아온 섬이다. 제주의 아픔을 씻어주는 데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신학자의 조언을 들어본다.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제주 4·3이 남긴 상처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가 서북청년단과 관련된 개신교이고 영락교회이고 한경직 목사 아닙니까. 그래서 좁게는 영락교회, 넓게는 한국 개신교가 제주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사죄의 표시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광주에 '남동 5·18 기념 성당'이 있듯이 제주에도 4·3 기념 성당이나 4·3 기념 교회가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꼭 새로 짓지 않더라도 기존의 교회나 성당에 4·3 이름을 붙여서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거점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제주에서 일하는 목사나 신부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의사표시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4·3 희생자들과 예수는 바로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천 년 전 예수의 죽음이 제주 4·3에서 다시 반복된 것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독일이나 남미 같은 곳을 가보면 큰 공항이나 역과 같은 공공시설에 자그마한 교회나 성당 기도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공항은 평소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고, 폭설이 내리면 승객들의 발이 묶이기도 하는데, 이곳에 공간을 임대하거나 해서 일정한 시간에 미사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합니다. 제주를 찾는 분들에게 제주의 아픈 역사를 알리고, 대화하고, 위로를 나누는 현실적인 계기를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덧붙이는 글 [1]"동해유전 발표 못 믿어" 60%... 야당 "석유게이트 점입가경" https://omn.kr/291v8

[2]'MBC 1위, 조선 꼴찌'... 세계적 보고서, 한글로 볼 수 없는 이유 https://omn.kr/294j2

#김근수 #해방신학 #예수운동 #제주43 #윤석열탄핵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교섭권 뺏으려 ‘어용노조’ 만드는데…현재 “‘교섭창구 단일화’ 합헌”

"소수 노조의 절차적 참여권 보장돼야" 일부 위헌의견

기자오연서
  • 수정 2024-07-02 10:37
  • 등록 2024-07-02 10:32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6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한 뒤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6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한 뒤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노조가 있더라도 교섭은 과반수 이상인 노조 등의 방식으로 창구를 단일화할 것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노동조합법 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이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및 행동권을 침해한다며 민주노총 등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난달 27일 기각 5명, 인용 4명의 재판관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2일 밝혔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 대표노동조합을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전면 시행되면서 생긴 조항으로, 효율적인 교섭을 한다는 취지로 생겼다.

    • 그러나 일부 사용자 쪽에선 이른바 ‘어용노조’를 만들어 회사의 입장과 반대되는 노조를 무력화하는 데 이 조항을 악용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에스피씨(SPC그룹)이 지난 2017년 7월 불법파견을 문제 삼는 민주노조가 설립되자 그해 12월 사쪽이 협조적 인물을 중심으로 사쪽 노조를 설립하고 지원해 세를 불린 사례가 꼽힌다. 허영인 에스피씨 그룹 회장은 현재 이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단일화된 교섭창구로 획득한 협상의 결과를 소속 노동조합에 관계없이 조합원들이 동일하게 누림으로써 근로조건을 통일해 얻는 공익은 큰 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제한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그 지위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에 한정되는 잠정적인 것”이라며 이 조항 헌법에 부합한다고 봤다.

    • 또한 헌재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교섭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이 어디든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또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면 효율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고 통일된 근로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정당성과 적합성이 인정된다”고도 했다.

      반면 이은애·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소수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해서만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을 뿐”이라며 “독자적인 단체교섭권 행사가 금지되는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주도하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소수 노동조합의 절차적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위헌 의견을 냈다.

    • 이들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독자적인 단체교섭권 행사를 전면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2012년에도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같은 결정(합헌)을 내린 바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살아남지 못한 '나홀로' 사장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누구인가

[경제뉴스N시선] 정확한 통계부터 확인해야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기사입력 2024.07.02. 04:03:20 최종수정 2024.07.02. 04:09:55

[사설] 소상공인 98% "최저임금 인하‧동결"…'과속 인상 역설' 되새겨야(24.06.12 서울경제)

[사설] 실업자 증가 쇼크, 기업 활력 높여 일자리 안정 찾아야(24.06.13 서울경제)

<서울경제>가 이틀 연속으로 사설에서 최저임금을 다뤘다. 12일 사설에서는 "최저임금은 이미 기업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최저임금 인하‧동결을 요구하는 소상공인 절대다수의 호소를 끝내 외면한다면 "자영업자 폐업, 청년 일자리 쇼크 등 부작용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저성장 장기화로 흔들리는 우리 경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3일 사설은 "취업자 4명 중 1명이 종사하는 자영업‧소상공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그리고 "과도한 임금 인상이 일자리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영업자 폐업, 쇼크, 일자리 참사, 치명상 같은 표현들이 무시무시하다.

두 편의 사설에서 거론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것과 일치한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으니,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돈을 쓰지 못한다.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자영업자의 48%는 현재도 이미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수십만 개 줄어든다'는 식의 협박성 주장은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 중 눈에 띄는 것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영업 연체율이 높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2.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낮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3. 숙박‧음식점업 등 특정 업종이 힘드니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한다.

4.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가 많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5.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했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6.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했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1번과 2번은 거의 같은 이야기고, 3번은 2번의 변종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지불 능력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최저임금의 취지라고 최저임금법에 명시되어 있다. 4번은 광범위한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이니 바로잡아야 할 일이지 최저임금 억제의 근거가 못 된다. 5번과 6번은… 이상하다.

우선 지난 18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개최한 '2025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의 회견문 첫머리를 보자.

"최저임금은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50%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 사이 소상공인의 현실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2017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8만 명에서 2023년 141만 명으로 17만 명 줄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15만 명에서 437만 명으로 22만 명이나 늘었습니다. 늘어나는 인건비와 하락하는 매출을 견디는 방법으로 '1인사업장'을 택할 만큼 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를 언급했다. 왜 5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닌 7년 동안의 변화를 이야기했을까? 2017년과 2018년에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좋다. 7년을 가지고 논의를 해볼 수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 7년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415만 명에서 437만 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리고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이라도 '구분 적용'을 시행하자고 촉구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노동 쪽 입장에서 반론할 거리는 너무 많다. 첫째,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았다. 둘째, 문재인 정부 시기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악을 통해 각종 수당을 단계적으로 산입하게 되었으므로 실제 임금인상 효과는 그보다 작았다. 셋째,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율로 따지면 50%가 넘을지 몰라도 액수로는 7년간 3390원 오른 것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10년 전 박근혜 정부가 공약했던 1만 원에도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넷째, 2017년~2023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7만 명 줄었다는 것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날을 세우고 공방을 벌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일단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22만 명이나 늘어났다'는 소상공인협회의 주장을 기억하자.

살아남지 못한 '나홀로 사장님'…1년새 11만여명 줄었다[생존위기 소상공인①](24.06.22 뉴시스)

늘어나는 '나홀로 자영업자'…커지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목소리(24.06.19 아시아경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를 최저임금과 연결한 언론 보도를 찾아봤다. <뉴시스>는 소상공인의 위기에 관한 연속 기사에서 '나홀로 사장님'이 살아남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세 명의 사장님이 등장한다. 수원 권선구의 미용실에서 혼자 주6일, 12시간씩 일하는 신모씨, 서울 종로구에서 홀로 고깃집을 운영하는 문모씨,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하루 12시간씩 남편과 교대로 일하는 이모씨.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상공인이다. 고깃집 사장님 문모씨는 "코로나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지,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이분들이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나홀로 사장'으로 영업하거나 가족을 동원한다는 것은 분명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런데 <뉴시스>는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424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4000명(-2.6%)이 감소했다면서 "나홀로 사장들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결과"라는 해석을 달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분명히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났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진실은 이렇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21년과 2022년에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인다. 그런데 올해도 월별로 비교하면 달라진다. 올해 5월까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전달 대비 조금씩 증가했다. 그래서 <아시아경제>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했다면서 '나홀로 자영업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의 증가를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과 연결했다.

그러니까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는 단체 또는 언론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증가했다. 아니, 올해는 감소했다. 아니, 이번 달에는 지난 달보다 증가했다. 헷갈리지만 증가든 감소든 모두 인건비 부담 탓이라고 한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도, 감소한 것도 모두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이유라고 한다. 답을 미리 정해놓고 통계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발생한다. 그러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와 최저임금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확인할 수 없다"가 답이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누구인지부터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얼마나 늘어났고 줄어들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는 전체 취업자를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나눈다. 그리고 비임금근로자를 다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로 구분한다. 비임금근로자에서 무급가족종사자를 뺀 나머지를 자영업자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택배 기사, 화물차 기사, 학습지 강사,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헬스 트레이너….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명목상 사업자로 일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하청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하나는 저소득 일용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둔갑시킨 경우, 이른바 '가짜 3.3 노동'이다. 4대보험, 야근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피하려고 멀쩡한 직원을 '사업자'로 위장해 등록한다. 사업장의 노동자가 실제로는 5명 이상인데 서류상 근로기준법 미적용 기준인 '5인 미만'을 만들기 위해 가짜 3.3 계약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달 20일 플랫폼희망찾기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의 일부. ⓒ플랫폼노동희망찾기

6월 20일 '플랫폼노동희망찾기'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자 약 847만 명 가운데 '기타 자영업'(국세청 업종코드 940909)으로 신고된 사람 수가 약 455만 명이다. 사업소득이 신고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기타 자영업에 종사하는 셈이다. 그럼 기타 자영업이란 무엇이며 이 455만 명은 누굴까?

원래는 협회 고문, 프로스포츠 선수, 1인미디어콘텐츠창작자(즉 유튜버) 등 물적 기반 없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분류하기 위한 범주가 기타 자영업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업주들이 고용에 따르는 의무를 피해 가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 아니 악용되고 있다. 그래서 455만 명의 기타 자영업자 중에는 진짜 유튜버도 있겠지만 여러 직종의 단시간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가능성을 검증하려면 더 정밀한 통계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한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려면 최소한 연령별, 업종별, 연도별로 마이크로데이터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배달 라이더 급증···운수창고업 '나홀로 자영업자', 도소매업 추월(24.01.18 경향신문)

'고령 택시기사' 급증에…60세 이상 자영업자 200만명 돌파(24.02.15 조선일보)

언론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을까? 관련 보도가 아예 없지는 않다. 지난 1월에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운데 운수창고업 종사자 수가 69만5000명(2023년 10월 기준)에 달해 도소매업(68만70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배달 라이더 수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또 지난 2월에는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전년 대비 7만5000명 늘어났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는 고령자들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택시, 화물차, 택배운송 등의 일자리를 얻거나 돌봄 노동에 뛰어든 결과였다. 띄엄띄엄 나오는 이런 기사들은 자영업자 통계와 관련된 단편적인 진실만을 알려준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2022-05, '자영업자의 노동시장 위험과 고용안전망'에 수록된 표. ⓒ한국노동연구원

위 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자영업자의 취업형태별 구성'(2021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노동패널에서는 무급가족종사자를 따로 분류하고, '자영업자'는 크게 둘로 나눴다. 고용원이 있거나 사업을 위해 임대료 또는 부동산 비용을 부담한 적이 있는 자영업자를 '독립 자영업자'로, 임대료 또는 부동산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는 1인 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노무제공자'로 정의했다. 이 표에서 '노동패널'을 보면 '독립 자영업자'는 116만4000명(고용주)과 168만6000명(1인 자영업자)을 합쳐 285만 명이다. 그리고 '노무제공자'는 132만 명. 한국노동패널 기준으로는 자영업자의 약 32%가 노무제공자라는 것이다. 노동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를 고려하면 2024년 현재 이 비율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32%는 최저임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장님'이 아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일 수도 있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사업자일 수도 있고, 건당 수당을 받지만 순수입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보다 낮게 나오는 노동자일 수도 있다. 이들을 위한다면 오히려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저임금 논의는 '을과 을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을과 을이 싸워봤자 어느 쪽도 처지가 나아질 수 없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던 탓에 노동자는 고물가에 실질임금 감소로 허덕이다가 이제 점심값마저 줄이고 있다. 자영업자는 이자 비용, 임대료, 로열티, 공공요금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그나마 조절가능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갈아 넣으며 일했다. 양쪽 다 어렵다. 그러나 자영업자 통계를 근거로 어느 한쪽 '을'의 어려움을 강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서류상 자영업자지만 실질은 노동자인 사람이 수백만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왜곡된 통계를 바로잡고 노동시장의 실태부터 이해해야 제대로 된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할 수가 있다.

ⓒ셜록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livetogether.substack.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상품 전시회, 러시아에서 열려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7/01 [19:10]

 

▲ ‘2024년 조선상품축전’.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2024년 조선상품축전’이 6월 26~30일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됐다.

 

연해주 정부는 지난 19일 “‘2024년 조선상품축전’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으로 개최된다. 수백 개의 북한 기업소가 최근 몇 년 동안 국가 발전에서 달성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확언했다.

 

전시회에서는 부스 60개가 운영되었고 식품, 화장품, 의류, 건축 자재, 장난감, 가정용품, 가구, 기념품, 그릇, 악기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선 대북 제재로 인해 일부 상품들은 전시만 했고 식품, 기념품 등만 판매했다. 입장료는 무료였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전시회 개막에 앞서 25일 김철규 북한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전시회, 인도주의적 관계 발전, 연해주와 북한 도시 간 교통 접근성 등을 이야기했다.

 

코제먀코 주지사는 북한 대표단이 연해주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연해주와의 협력 발전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내일부터 진행될 전시회는 더욱 심도 있는 협력을 위한 또 다른 단계”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연해주 주민들에게 북한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기회를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만들어져 이미 운영 중”이라고 밝히며 연해주 제조업체들이 올해 11월 초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상품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김철규 북한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회담했다. © 연해주 정부

 

© 연해주 정부

 

© 연해주 정부

 

26일에는 개막식이 진행됐다.

 

코제먀코 주지사는 전시회 개막식에서 “(이 전시회는) 연해주와 북한 간의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행사”라며 “우리 지도자는 역사적인 평양 방문을 통해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양국 협력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 안착, 안녕 보장에 대한 전망이 폭넓어졌다. 물론 우리는 스포츠 및 문화 교류를 이미 발전시켜 왔지만 조약 체결로써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7월에 블라디보스토크-라선 직통 열차를 개통할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 승객과 관광객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승차해 바로 북한으로 오는 것이 매우 편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해주 예술대학 민요중창단 ‘야리차’가 개막식에 참석해 공연했다. 이들은 26일 이 소식을 전하며 “‘2024년 조선상품축전’과 같이 중요한 행사에 참여한 것은 두 나라 사이의 문화 교류와 친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사는 국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각국의 문화유산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 ‘페데랄프레스’는 26일 자 보도에서 “전시회장 문턱을 넘기 전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축제를 주최하는 사람들은 모두 통일된 복장 규정을 지키고 있었다. 남성은 비즈니스 정장, 여성은 민족 복장(한복)을 입고 있었다”라며 “북한 사람들은 항상 미소 짓고 친절하며 통역사를 통해 상품 관련 질문에 기꺼이 대답해 준다. 물론 때때로 방문객의 요청이 너무 많아서 통역이 가능한 통역사가 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은행 송금 대기 줄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지참하는 것이 가장 좋다”라며 “주스, 차, 잼, 커피, 라면, 다양한 과자 등 세계에서 가장 신비한 나라 중 하나에서 연해주로 가져온 일부 식품을 맘껏 구경할 수 있다”라고 했다.

 

러시아 언론 ‘베스티프리모리예’는 27일 자 보도에서 “연해주에서 흔하지 않은 과일은 이미 현지 기업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라며 식료품점 사장인 안드레이 레오노프 씨를 인용해 “약 7년 전에 사과를 먹어본 적이 있다. 북한 사과는 매우 품질이 좋고 맛도 좋다. 먹으면 과즙이 바로 흘러나온다”라고 전했다.

 

또 예카테리나 실랴노바 기자는 “옷, 식품, 심지어 일부 의료 제품까지 수십 가지의 상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젊은 여성인 나는 가방에 더 매료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가방이 있었고 가방은 진짜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북한 상품에 큰 수요가 있었다. 연해주 주민들은 이미 초콜릿을 적극적으로 시식하고 있었다”라며 한 관람객에게 초콜릿이 맛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관람객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천연 초콜릿이고 매우 맛있고 부드럽다”라고 답했다.

 

옥사나 우소바 씨는 27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북한의 그림과 옷 등을 보며 “아주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우소바 씨는 인삼차, 산사차 등을 구매했다고 한다.

 

러시아 사진작가인 류드밀라 씨는 28일 자신의 SNS에 “상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라며 “배지 판매대에서 나는 온라인 번역기를 이용해 판매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내게 질문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배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 ‘2024년 조선상품축전’이 6월 26~30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됐다.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2024년 조선상품축전’ 행사장 내부.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김철규 북한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이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촬영하는 북한 주민.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북한 주민들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개막식 모습.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연해주 예술대학 민요중창단 ‘야리차’가 개막식에 참석해 공연했다.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민요중창단의 공연을 촬영하고 있다.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을 본뜬 대형 튜브.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 블라디보스토크 포털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80만 넘은 ‘윤 대통령 탄핵발의’ 요청…민주당은 거리두기

기자고한솔
  • 수정 2024-07-01 18:20
  • 등록 2024-07-01 18:20
    •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갈무리.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가 1일 80만명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며 공세를 폈지만, 이런 여론을 실제로 수용하는 데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동의는 82만명을 넘겼다. 지난 20일 권아무개씨가 올린 이 청원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는데, 동의 기간(30일)이 아직 남아 이후에도 동의자가 계속 늘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말했다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내용이 지난 27일 공개된 뒤 ‘동의’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접속자가 폭주해 누리집 접속이 계속 지연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0일 서버 증설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께 대기 인원은 5만2천명, 예상 대기 시간은 3시간40분이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청원이 100만명을 돌파해 200만명, 300만명으로 이어질 기세”라며 “국민과 정권의 한판 싸움에서 반드시 국민이 이길 것이다. 그날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청원을 심사할 법사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 하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탄핵 청원은 대여 압박 수단일 뿐 실제 탄핵안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헌법·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확인되고 탄핵 동력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등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오히려 (탄핵소추를 바라는 당원들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탄핵 청원은 동의 기간인 20일까지 참여자 동의를 얻은 뒤, 법사위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법사위의 한 민주당 의원은 “사실확인 조사, 청문회 등 법률상 가능한 수단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다자세계 추구 두 핵강국의 안보동맹..위험해진 건 美패권질서

겨레하나 긴급토론회 '조-러 정상회담 어떻게 볼 것인가'..'주권기반 다극 평화질서' 지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7.01 12:19
  •  
  •  수정 2024.07.01 12:20
  •  
  •  댓글 1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변학문)는 지난 6월 2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조-러 정상회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변학문)는 지난 6월 2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조-러 정상회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6월 19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연방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Treaty, 북러조약)에 서명, 발표했다.

두 나라는 총 23조로 작성된 조약에서 양국 협력의 지향은 '일극 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며...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바야흐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대한 도전은 다극화를 지향하는 명백한 실체에 의해 현실적 힘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일극 패권을 유지·강화하려는 미국과 그 대척점에서 적대하거나 경쟁하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미국에 편승하는 한국과 일본, 러·중과 협력하며 생존과 발전의 조건을 확대하는 북한 등 관련 당사국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일변도의 편향외교,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 북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을 사실상 적대하는 한국 외교에 대한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변학문)는 지난 6월 2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조-러 정상회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북러조약의 핵심의미는 무엇인가?/ 나토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중러 조약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북러조약 체결 배경, 전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 북한, 중국의 셈법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더 높아지나? 등등
 
북러조약을 둘러싼 여러 쟁점과 의미에 대해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와 김희교 광운대 교수,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이 열띤 발표와 상호토론을 진행하고 온·오프라인 참석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먼저 북러조약의 성격과 내용에 관한 이해 문제이다.

이해영 교수는 "엄밀히 이번 조약은 안보에 국한된 방위조약이 아니라 북러 양국관계와 그 미래까지를 일련의 개념과 이론적 관점으로 구성하는 일종의 기본조약"이라고 짚었다.  

전체 23개조로 작성된 조약의 제1~8조에 새로운 국제질서와 안보 및 군사협력을 다루고 제9~20조까지 △식량 및 에너지 △정보통신기술분야 △기후변화, 보건, 공급망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분야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등 과학기술분야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환경보호 및 자연재해 방지 등 국가관계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가 언급되어 있다는 것.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번 북러조약을 푸틴 대통령의 지론인 '유라시아 안보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전날 러시아 외무부 내부 세미나에서 현재 서방의 글로벌 안보모델인 '유럽-대서양 안보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든 나라에 개방된 미래의 안보기구 창설을 위해 나토 국가는 물론 상하이협력기구(SCO), 독립국가연합(CIS),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브릭스(BRICS) 회원국들도 참여할 수 있는 '유라시아 안보체계'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나토의 경우 조약 범위를 일탈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기도 한 동진을 감행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로 범위를 확대해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 전 [노동신문]기고에서도 양국간 협력과제 중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 건설'을 언급한 바 있다.

신문은 '불가분리적'이라는 표현을 'indivisible'로 번역했는데, 각국의 안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인 '안보불가분의 원칙'으로 옮기기도 한다.

두 나라가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이번 북러조약의 기본성격을 '방어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보불가분의 원칙에 기반한 유라시아 공동안보시스템'으로 바꿔 쓴다면, 북러조약 제7조와 8조에서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 가입에 협조'하거나 '공동조치를 취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도 위 기구 즉, 브릭스나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이 해당될 것인지는 주목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북의 입장에서는 안보는 물론 외교와 경제영역에서 대전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는 나라별 물가지수를 반영해 작성하는 1인당 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으로 G7을 추월했고 가입신청국도 40개국을 넘어선 상황. 북이 가입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

올해 10월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러시아가 북의 가입신청을 받아들일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북러조약은 지난 5월 중러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보다 더 나아간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 부를만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유사시 자동개입조항'에 대해서는 "적어도 논리적으로 무조건적인 '자동개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과 2024년 북러조약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제3조를 구성한 것인데, '전쟁 전단계인 직접위협' 상황에서 '양국이 쌍무협상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제3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단계가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전쟁상태에 처하게 된 체약국을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의무조항을 둔 것은 제3조에 의거해 협의를 해야 하는 시간적 순서를 정해 둔 것으로 짚었다.

북러간 군사기술협력은 향후 미국과 나토의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되는 규모와 범위에 정비례해서 고도화될 것이며, 이번 북러조약으로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고 보았다.

특히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이 군사동맹 가능성을 내포하는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유사시 핵사용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증대되고 있으며, 한반도 분쟁도 즉시 핵전쟁으로 비화되는 핵보유국간 전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의 3대 단층선이라 일컫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란-이스라엘, 중국-대만과 달리 모두 핵보유국인 미·러·중·북이 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주의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전쟁 위기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는 마치 전면전 일보직전에서 일단 '보류'된 이란-이스라엘 분쟁의 결과 75년만에 '서아시아(중동) 신질서'가 형성된 것과 유사한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 동아시아에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으로서는 러시아와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비로소 보유 핵탄두에서 미국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열세인 장기에서 비기는 수인 '빅장'을 둘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해 미국은 계속 '더블 다운'(카지노 포커게임에서 배팅을 두배로 한 뒤 카드 한장을 더 받는 규칙)을 부를 것이라고 비유했다.

미국으로서는 관둘 수도 없고 전면전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이중봉쇄를 계속 해야 하기도 하지만 바이든의 최대 업적인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국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붙들어 놓아야 하는 현실적 필요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세는 가파르게 긴장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희교 광운대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중국 전문가인 김희교 교수는 북러조약 체결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지금까지 '노코멘트'(不作評論)라고 하면서 "지금 중국은 이 사안이 갖는 양면적 성격 때문에 굉장히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고 미국을 상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북한으로 인해 근접한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고 틀림없이 한미일 3각동맹부터 나토 동진까지 본격 추진할 계기가 될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으로서는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것.

"북러의 군사적 결속은 당연히 불만이고 북의 핵무기 고도화는 동북아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것도 중국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확대해서 동아시아로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시도해볼만한 도박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는 사태가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러가지 이유로 북한이나 러시아와 더 이상 나쁜 관계로 전환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불만과 짜증, 그리고 친구로서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이 모두 겹쳐 있는 형국"이라고 중국의 입장을 소개했다.

중국은 북러조약 체결 이후 6월 24일 러시아와 적대적인 앙숙관계에 있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하고 26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도 회담을 진행했으며, 북러조약 체결 전날인 18일에는 한국과 2+2안보대화도 수용했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했다. 

이같은 견해에 대해서는 중국도 공동의 적인 미국을 앞에두고 뭉칠 수 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간과한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분명한 건 중국 대외정책의 기본적인 기조는 러시아와 가급적 군사적 관계는 절대 피한다는 것.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발전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러시아든, 북이든 정상적인 무역은 하지만 미국과 서방이 극구 경계하는 군사적 관계는 최대한 절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공산당 군사위원회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언급하고 호르무즈 해엽에서 중러와 이란이 연합군사훈련을 한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조약'의 틀로 격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푸틴 방북 중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했지만, 중국은 북러와 하나의 진영으로 보이는 군사훈련은 절대 피한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두만강 개발권'을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의 훈춘, 북의 나선 지구가 마주 보고 있는 두만강 지역을 개발하면 러시아는 에너지와 곡물 수출 항구를, 중국은 낙후한 지역개발과 더불어 막힌 바다길을 개척해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제3 교통로인 북극항로를 열 수 있는 잇점을 얻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작년 북러 교역 규모가 2,800만 달러(북 총무역액의 5%미만)에 불과한 반면 대부분의 무역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북러 공동의 국가간 결제통화는 위엔화이고 러시아 가스의 가장 큰 고객, 북 노동자 최대 파견국도 모두 중국이라고 언급했다.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센터 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센터 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창준 연구위원은 미국이 체결한 동맹조약 중 가장 강력한 나토조약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북러조약은 그것에 준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에서 합의되었다고 평가했다.

북러조약의 쟁점 중 하나인 '자동개입조항'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자동개입 조항이 반영되어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설령 매우 강력한 자동 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문장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행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또 미국이 한국·일본과 맺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미일신조약 등을 북러조약과 비교해 분명히 드러나는 각 조약의 특징을 밝혔다.

나토조약, 북러조약, 한미조약, 미일신조약 주요 내용 비교

나토조약 4조 '당사국들은 조약국(들)의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혹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어느 국가라도 의견을 내면 공동으로 협의한다.' (will consult)

나토조약 5조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각국은 유엔헌장 51조에 따라 무력사용을 포함하여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조치를 개별적으로 혹은 조약체결국과 공동으로 지원할 것을(will assist) 동의한다."

북러조약 3조 '력침략받을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협조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협상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시킨다.' (shall immediately activate)

북러조약 4조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shall immediately provide)

한미상호방위조약(1953) '무력공격이 일어날 경우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would act)것을 선언한다.'

미일신조약(1960) '무력공격이 일어날 경우 헌법상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통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행동할 (would act)것을 선언한다.'

(정리-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센터 연구위원)

나토조약이 영문 표기에서 규범력에 큰 차이가 없는 'will'과 최소한 지원의 의미로 읽을 수 있는 'assist'를, 북러조약이 무조건적 강행규범을 뜻하는 'shall'을 사용한 것을 보면 문헌만으로는 사실상 자동개입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내용상 서로 큰 차이는 없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미일신조약에서는 지원의 의미도 빠진 중립적인 표현인 'would act'로 표기함으로써 공동으로 지원한다는 나토조약과 달리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필요할 경우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한 것으로 보았다.

그렇지만 조약은 문구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운용되는 과정에서 제도화와 군사훈련 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펴보아야 그 성격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러조약의 '방어적 성격'과 한미동맹의 '공격적 성격'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짚었다.

조사결과, 작년 한해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42차례 이상, 한미일 군사훈련 10차례 이상, 전략자산은 20차례 이상 전개됐고, 올해들어 지난 3월까지 79일동안 한미(일) 군사훈련이 29차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위협에 대한 '정례적 방어훈련'이라는 한미 주장에 따르더라도 매주 한번꼴로, 올초 3개월간은 11일을 제외하고 매일 훈련을 한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상대측은 매주 공격연습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봄직하다.

북러조약의 제도화 과정과 군사훈련 전개 과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문제이지만, 제8조에 '전쟁 방지와 평화, 안전 보장을 위한 방위능력 강화 목적으로 공동조치를 취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고 하여 조약의 방어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의 경우 조약내용과는 별도로 공격적 성격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러와 한미, 미-나토는 조약내용에서도 동맹간 대등한 관계 정도를 볼 수 있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러조약이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주권평등)을 명시하고 공인된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에 충실하며 주권에 대한 상호 존중, 영토 불가침, 내전 불간섭, 평등의 원칙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나토조약에는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대해 표현은 하는데 조약 가입과 탈퇴를 미국이 결정하도록 해 미국 주도성이 상당히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미일신조약에도 있는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 조항이 한미조약에는 주권평등의 '원칙'은 빠지고 유엔헌장 목적만 명시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다.

한미조약에서 더 심각한 건 주한미군을 배치할 권리를 '대한민국이 허여(許與, 허용)하고 미국이 이를 수락'한다는 '주병권'(駐兵權) 조항. 주둔권한이 사실상 미국에 있는 유일한 조약이다.
    
종합하면, 이번 북러조약은 미국을 비롯한 집단서방(collective west)이 러시아와 북한의 안전보장을 거부한데 따른 두 나라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러시아는 탈냉전 이후 나토의 지속적 동진과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우크라이나 핵폐기와 안전보장 교환) 폐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본토 공격 승인 등 집단서방의 약속 위반을 경험했고, 북한은 핵개발 단계(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와 핵보유초기단계(2005년 9.19공동성명)에 이어 핵 완성단계(2018년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 이르기까지 3차례의 비핵화 협상이 모두 무산되면서 미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불신을 갖게 되었다는 것.

가장 강력한 핵독트린을 가진 두 국가로 하여금 '주권 평등'이라는 국제법 기반 위에 두 나라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 패권정책에 맞서 '억지'와 '방어'를 위한 동맹을 체결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과 집단서방의 지속적인 대러, 대북 외교 실패가 북러조약 체결의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위험해 진 것은 미국의 패권정책이라는 결론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반접근 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 Denial) 전략 기조를 유지해온 중국으로서는 더군다나 2022년 이후 안전보장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북러와 협력하는 것은 적극성과 속도의 문제가 있을 뿐 필연적이라고 보았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경고해 온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손잡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여기에 '조선'이 협력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4국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중국은 북러조약 발표 이후 '북러조약을 환영한다'는 짧은 외교적 입장은 피력했다.

결론적으로 다극질서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북러조약은 '주권기반 안전보장동맹'의 성격을 기본으로 중국의 협력이 보태지는 흐름을 갖는 반면, 한미일은 미국 일극패권 유지를 목표로 '미국중심의 패권추구동맹'이라는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 두개의 커다란 힘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적 차원에서 충돌하는 가운데 북러중은 '권위주의(독재)', 한미일은 '자유민주'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어 한국사회에서 다극질서로의 전환은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주권기반의 다극 평화질서'를 미래 지향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단절하는 '절미'(絶美), 결별과 이탈을 준비하는 '결미'(訣美) 또는 '탈미'(脫美) 모두 유효한 선택지로 고민이 필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종섭에 전화 건 ‘02-800-7070’, 야당 추궁에 정진석 “대통령실 번호는 국가 기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7/01 18:16
  • 수정일
    2024/07/01 18: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 대통령 격노설’ 연신 방어...김태효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하신 적 없어”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2024.07.01. ⓒ뉴스1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1일 22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첫 출석해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으로 작용한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 의혹을 연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 관련 혐의자에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포함됐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대통령실 유선전화 ’02-800-7070’ 사용 주체를 찾는 질의도 이어졌다. 야당의 추궁이 계속됐지만, 대통령실은 “국가 기밀”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운영위는 이날 대통령실 대상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운영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첫 회의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운영위 출석을 거부해 온 대통령실도 이날은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김태효 차장은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이 격노했나’라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의에 “그날을 정확히 적시해서 기억은 못 하지만 보통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하신 적은 없다”며 “저희 앞에서 화를 내신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 의원이 “회의가 끝난 바로 직후 시간대에 대통령실로부터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 온 전화로 인해 (해병대 수사단 사건기록의 회수 등)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 진행된다. 이상하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김 차장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궁금한 게 생기면 어떤 실무자에게든 수시로 전화하신다”며 “평소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면 물어보시는 건데, 그날 일과 이 사건이 서로 연관된다고는 제 지식에서는 연관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 의원은 “7월 31일 그 회의 이후, 02-800-7070 전화 이후 국방부 장관이 움직였다. 누가 전화했길래 장관이 움직였을까”라며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에게 해당 번호를 사용하냐고 물었다. 장 실장은 “제 번호는 아니”라며 “제가 알기로 저희는 ‘4’자로 시작한다”고 답했다.

정진석 실장은 같은 질문에 “처음 듣는다”고 했다. 고 의원이 ‘모든 번호는 기자들에게도 다 있다. 명함에 적혀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정 실장은 “지금 말한 그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기밀상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재순 총무비서관도 ‘안보실장 라인도, 비서실장 방도 02-800-7070 번호를 안 쓴다면 대통령실 집무실인가 의심을 갖고 있다. 회선 관리는 어떻게 하나’라는 고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실 보안관리에 관한 사항”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이어 “전화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은 적이 있나”라고 묻자 윤 비서관은 “그것도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은 수시로 인원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 그때마다 전화기가 설치되기도 하고, 철거되기도 한다”며 “그 행위 자체를 무슨 증거인멸이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02-800-7070’ 번호의 사용자를 찾는 물음이 이어졌지만, 대통령실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전화 수신자의 전화기에 그대로 번호가 출력돼 뜨는데, 02-800-7070은 기밀 사항인가’라고 거듭 묻자, 정 실장은 “대통령실의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 사항”이라고 역설했다. 정 실장은 “지금 이 (운영위) 회의는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아마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를 외부에 유출하는 일은 과거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번호가 대통령실에 설치된 전화기의 번호가 맞냐는 물음에도 정 실장은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는 외부의 확인이 불가한 기밀 보안 사항”이라고 고집했다.

윤 대통령의 격노를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유지됐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격노설’에 관한 보도가 꾸준히 나오는데, 관련 언론보도가 거짓이면 왜 항의하지 않았냐고 곽 의원이 지적하자 “보통 너무 어이가 없을 때는 대답을 안 한다”고 말했다.
 

“ 김도희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다시 발의된 노란봉투법, 법리적 쟁점은?

[국회 다니는 변호사] 노란봉투법

박지웅 변호사 | 기사입력 2024.07.01. 14:05:16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 다룰 내용은 뜨거운 감자인 바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입니다. 지난달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고, 법안 논의가 한참 진행중입니다.

원래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1월 9일 위원회 대안으로 처리돼 단일안으로 만들어졌었던 법안입니다. 본회의에서도 압도적으로 가결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같은해 12월 8일 본회의 재의결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었죠. 이 부결된 법안을 지금 다시 논의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22대 국회 들어 다시 논의되고 있는 노란봉투법의 의미는 노동법규와 노동법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가 있어야 그 맥락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3조 1항에서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근로조건이라는 것은 결국,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관계에서의 노무제공에 대한 반대급부입니다. 예컨대 특정 근로자에게 '임금 300만 원을 지급하고, 하루 8시간을 근무해야 하고, 점심값을 제공한다' 이런 모든 조건이 바로 근로조건(working condition)이고, 이 조건을 보고 노무제공 여부를 개별 근로자들이 결정하는 것이죠. 근로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을 제공할 필요성은 없겠죠.

하지만 근·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또 사측은 압도적인 설비와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개별 근로자가 이러한 설비나 자본력에 대응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긴 어렵죠. 게다가 근로조건은 사회변동에 취약합니다. 물가 상승, 기업 간 경쟁, 전쟁…. 각종 국내외 여러 경제적 변동의 하위조건에 놓이게 되고, 근로조건을 경제·사회적 변동에 맞게 수준을 높이지 못하면 품위있는 삶을 누릴 수 없겠죠.

근로조건을 교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시려면, 영국 산업혁명 초기 시절 탄광 노동자의 삶을 보여준 조지 오웰의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르포르타주를 추천드립니다. 석탄광에서 일하는 광부가 일당 14시간 가까운 노동시간을 감내하는데도, 이들은 본인의 근로조건에 대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오로지 탄광과 비좁은 하숙집을 오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죠.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근로자가 어떻게 뭉쳐 사측에 '근로조건'의 입장을 전하고, 그에 관해 협상을 하고,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쟁의행위(파업, Strike)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곧 자본주의의 최소한의 도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핵심입니다.

근로조건에도 많은 하위 개념들이 뒤따릅니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노조의 교섭권한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만일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배상을 허용할 것인지 등등 많은 법적인 쟁점이 따릅니다.

'근로자'부터 살펴볼까요. 근로자는 당연히 임금, 급료 등의 명목을 통해 사용자로부터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을 말하겠죠. 문제는 근로계약의 유형이 과거와 다르게 너무나 다양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보험설계사나 골프장 캐디는 보험회사의 보험계약체결을 위해, 골프장의 경기보조를 위해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보험회사나 골프장은 직접적으로 이들과 일정시간을 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노무를 제공하고 그 노무에서 일정한 수수료 또는 노임 대가를 가져갑니다.(노무도급 내지는 사무위임). 그렇다면 이 분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배달산업 종사자(라이더)들의 경우도 동일하죠. 과거는 중국집 배달원이 중국집에 소속된 직원이었다면, 지금은 다릅니다. 개별 배달원들은 배달 앱(쿠○, 배달의○○ 등) 회사들과 개별적인 노무제공 계약을 맺는 사업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노무 제공은 이 회사들의 존재가 없이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고용직 형태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더라도,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인지 여부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2015. 6. 26.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해석해야 한다는 데는 판례나 해석관행이 어느 정도 일치해, 일부 반대의견은 있지만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의 경우는 쉽게 말해 사업주를 뜻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하청 수급관계에 놓인 근로자의 경우라면, 도급인 또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하청사업자가 하청근로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란,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임금배분 역할에 불과한 거죠. 실질적인 노무제공의 혜택은 원청사업자에게 돌아갑니다. 결국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그 노무에 따른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보유하고, 이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 이를 사업주로 보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측의 교섭범위가 넓어지게 되고, 내어주어야 할 것이 많이 생기는 것이므로 기업들·사측 단체에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양자간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이나, 문제는 다음 3가지의 핵심 쟁점입니다. 쟁의행위의 범위, 파업시 손해배상, 개별적 손해배상청구.

우선 현행법상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만 허용합니다.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까지를 근로조건의 결정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체불임금을 청산하라'거나, '과거 해고자를 복직하라'는 요구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포함될까요? 내지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쟁의행위를 하거나 사측의 정리해고나 구고조정을 반대한다기 위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될까요?

다수 학자들이나 법원은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는 이미 사실적으로 벌어진 권리-의무 관계에서 비롯한 것을 다투기 위한 것이고, '근로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는 거죠. 다수의 노동조합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해고자 복직 문제입니다.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 쟁의행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 자체의 문제로 폭넓게 보자는 것이죠. 근로자 자신의 미래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당연한 것이고, 과거의 권리분쟁이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형성하는데 느슨하게 기여한 것이 있다고 본다면 폭넓게 이 역시 근로조건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측 단체에서는 이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입니다. 쟁의행위를 하면, 조업일수 축소에 따라 회사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합니다. 쟁의행위가 과격해져, 기계를 파괴하거나, 내지는 공장을 점거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면 사측에 손해가 발생하게 되죠. 지금까지 사측에서 이러한 경우 노조의 파업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이에 수반해 가압류를 하고, 나아가 개별 조합원에 대해서 연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오는 사례가 많았죠.

이러다 보니,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조합원이 목숨을 끊는 일도 상당히 있었습니다. 노조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게 되죠.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러한 근로자의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제한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폭력·손괴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라거나(김태선), 헌법·노동조합관계법에서 정한 목적을 넘어서는 쟁의행위까지만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자는 것(이용우·신장식·윤종오)이죠. 참고로 UN OHCHR(인권이사회)이나 ILO(국제노동기구)는 이러한 손해배상소송이 단순한 권리행사를 넘어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가 있었습니다.

또한 파업행위에는 개별 조합원의 공동 파업 참여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조합과 별개로 이러한 개별 조합원에 대해서 공동불법행위책임(민법 제760조)을 묻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 역시 민법의 예외로 보아, 노동조합의 결정에 의한 행위를 개인에게 소구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노동쟁의시 신원보증인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는 노조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 소송에 대한 상한액을 최소한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개별적으로 위법한 쟁의를 주도한 노조 간부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유사한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610판결)

유럽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러한 파업참여와 손해배상의 제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한국의 사측 단체·기업에서는 이를 찬성할 수가 없는 사안으로 봅니다. 사용자 측의 재산권을 제한하며, 민법상 불법행위 원칙에 반한다거나, '불법행위 조장법이'라고 하고 있죠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노란봉투법은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정부·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현 정부 하에서 최종 발효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의석구조가 21대 국회와 크게 바뀌지 않은 이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본회의에서는 가결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큰 정치적 상황변동이 없는 이상)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견으로는 노사관계법의 역사 자체가 사측의 재산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제한하는 사회관계법으로 발전해온 이상 이 법의 향방 역시 이러한 경로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됩니다. 결국 국민들의 여론, 해외입법례 등을 수렴해 가면서 최종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노조법·방송법 즉각 공포 및 거부권 저지 총파업대회' ⓒ연합뉴스

박지웅 변호사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개벽예감 592] 바다로 내리친 붉은 번개 세 줄기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7/01 [07:49]

 

<차례>

1. 개별기동 전투부 개발하는 미사일강국

2. 동해에 형성된 반경 170~200km의 탄착 구역

3. 개별기동 전투부가 하늘에 남긴 비행운

4. 나선형으로 비행하다가 공중에서 폭발한 집속체

5. 미 제국의 생사존망 좌우할 조선의 붉은 번개

 

 

1. 개별기동 전투부 개발하는 미사일강국

 

2024년 6월 26일 조선의 미사일 개발사에 또 하나 굵은 획을 그은 중요기술시험이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내가 지금으로부터 11년에 겪은 특별한 체험이 기억 속에 되살아난다. 2013년 6월 5일 나는 평양 만경대구역 청춘거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했다. 연건축 면적이 50,000㎢에 이르는 전시관이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각종 무장 장비 중에는 ‘화성’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여러 종의 탄도미사일들도 있었다. 개발 시점으로부터 세월이 멀리 흐른 지금 그 탄도미사일들은 전선을 떠나 전시물로 남았지만, 전시물들에는 조선이 50년 전부터 난관을 뚫고 개척해온 미사일 개발 50년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 글을 집필하던 중에 나는 11년 전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을 참관하면서 수첩에 적어놓은 기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1972년 소련제 미사일 모방해 화성-1 지상 대 지상 전술로케트 개발”이라고 적혀 있었다.

 

1972년에 소련제 전술미사일을 모방해 화성-1을 만들었던 조선은 50년 만에 미 제국, 로씨야,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 4대 미사일강국으로 올라섰다. 다음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은 조선이 세계 4대 미사일강국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영국은 사거리가 12,000km인 미 제국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수입했고, 프랑스는 사거리가 10,000km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2종을 보유했는데, 조선은 사거리가 10,000km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1종, 사거리가 12,000km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1종, 사거리가 13,000km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1종, 사거리가 15,000km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2종을 보유했다. 또한 영국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사거리가 560km인 전략 순항미사일을 보유했고,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사거리가 1,000km인 전략 순항미사일을 보유했는데, 조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사거리가 2,000km인 전략 순항미사일을 보유했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갖지 못했고, 미 제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아직 개발하는 중인데, 조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2종이나 보유했다.

 

조선은 사거리가 550km인 화성-5 탄도미사일을 1984년에 만들었고, 사거리가 1,000km인 화성-7 탄도미사일을 1990년에 만들었다. 2024년 현재 조선은 사거리가 각각 15,000km인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화성포-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었고, 그 미사일들에 탑재할 개별유도식 재돌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와 후추진체(post-boost vehicle)를 개발하는 중이다. 조선에서는 개별유도식 재돌입체와 후추진체를 합해 개별기동 전투부[탄두]라고 부른다.

 

개별기동 전투부가 어떤 것인지 좀 더 알아보자.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전투부에는 덮개(fairing)가 씌워졌다. 덮개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재돌입체와 후추진체가 결합된 기동 전투부다. 재돌입체 안에는 핵탄두가 있고, 후추진체에는 추력을 내는 소형 발동기(motor)가 달렸다. 여러 개의 기동 전투부를 하나로 집속시킨 것이 개별기동 전투부다.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하고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비행 단계를 살펴보자. 지상에서 발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상승비행을 계속해 정점고도에 이르면, 덮개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그다음에 모체 전투부(bus)에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동시에 분리된다.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은 타격 대상들을 향해 극초음속으로 유도 비행을 한다.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유도 비행을 하면서 가속도가 붙으면,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는 마하 22의 고극초음속(high-hypersonic speed)으로 돌진 낙하 비행을 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각개 표적들을 향해 날아가 핵탄두로 날려버린다.

 

그런 개별기동 전투부를 만들려면, 모체 전투부에서 개별기동 전투부들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분리시키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각기 정해진 타격 대상을 향해 날아가는 유도 비행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2024년 6월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이 진행한 중요기술시험은 개별기동 전투부들을 모체 전투부에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분리시키는 시험, 그리고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각기 정해진 타격 대상을 향해 날아가는 유도 비행 시험이었다. 이번에 조선에서 중요기술시험이 진행된 것은 미사일총국가 추진해오는 개별기동 전투부 개발사업이 거의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사일총국은 언제부터 개별기동 전투부를 개발하기 시작했을까?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에서 최우선적으로 수행할 5대 과업을 제시하면서, “국방과학 연구 부문에서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화성포-14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제1차 시험발사가 2017년 7월 5일에 진행되었으므로, 그 미사일에 탑재될 개별기동 전투부를 개발하는 연구사업은 2017년경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은 다음과 같다.

 

1) 각종 전술핵탄두 및 초강력 열핵탄두 증산

2)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완성

3)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 개발

4)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 배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5) 신형 핵잠수함 건조 및 잠수함 발사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위에 열거한 5대 과업 중에서 2024년 6월 현재 아직 완수하지 못한 과업은 다탄두 개별 유도 기술(개별기동 전투부 제작 기술)을 완성하는 과업과 신형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업이다. 그래서 지금 조선은 개별기동 전투부 개발사업과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에 전력하고 있다. 완성 목표 시한은 1년 6개월 남았다.

 

2. 동해에 형성된 반경 170~200km의 탄착 구역

 

미사일총국이 이번 중요기술시험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살펴보자.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사일총국은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계단 발동기를 이용하여” 중요기술시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조선의 미사일 분류법에 의하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미사일총국이 중요기술시험에서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단계 발동기(대형 엔진)를 이용했다는 말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에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해 쏘아 올렸다는 뜻이다. 조선이 보유한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화성포-18형이고, 다른 대륙간 탄도미사일들은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미사일총국이 화성포-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에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해 쏘아 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중요기술시험 현장을 촬영한 사진 3장을 보도했는데, 그중에서 첫 번째 사진이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화성포-18형 1단 추진체가 발사되는 장면이다. 그 사진을 보면,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추진체에서 분사된 화염과 연기가 밑으로 넓게 퍼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화염과 연기를 치마 모양으로 넓게 분사하는 것은 고체연료 추진체이고, 화염과 연기를 촛불 모양으로 좁게 분사하는 것은 액체연료 추진체다.

 

 

2024년 6월 26일 오전 5시 30분경 평양 인근에서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추진체가 발사되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조선에서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추진체가 발사되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조선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된 것으로 오인했다. 그런 오인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추진체가 극초음속 미사일만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매우 강한 추력을 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를 발사했으니 극초음속 미사일만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간 것은 당연하다.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추진체는 얼마나 멀리 날아갔을까?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소식통은 조선이 쏘아 올린 발사체가 동해 상공으로 약 250km 날아갔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조선이 쏘아 올린 발사체가 최고 고도 약 100km까지 상승했고, 200km 이상 날아갔다고 밝혔다. 미사일총국이 평양 인근에서 쏘아 올린 추진체가 동해 상공으로 약 250km 날아갔다면, 강원도 원산에서 동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동해 상공까지 날아간 것이다.

 

그런데 미사일총국이 발표한 내용은 전혀 다르다. 미사일총국은 이번 중요기술시험이 “170~200km 반경 범위 내에서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반경 범위’라는 낯선 용어에 시선이 멎는다. 왜냐하면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경우 ‘반경 범위’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비행거리 또는 사거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비행거리는 발사점에서 탄착점까지 거리를 가리키는 용어이고, 사거리는 미사일이 비행하는 최장 거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와 달리, 반경 범위는 탄착점들이 여기저기 형성된 일정한 구역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번에 미사일총국이 반경 범위라는 용어를 쓴 것은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반경 170~200km의 범위 안에 여기저기 떨어지면서 동해 해상에 넓은 탄착 구역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추진체는 평양 인근에서 발사되어 동해 상공으로 약 250km를 날아갔고, 모체 전투부에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분리되었고,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각기 정해진 방향으로 날아가 동해 해상 170~200km의 범위 안에 여기저기 떨어져 탄착 구역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반경 170~200km는 직경 340~400km이므로, 개별기동 전투부들은 200~300km의 거리를 두고 서로 이격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조선 미사일총국이 쏘아 올린 추진체가 약 250km를 날아간 항적만 포착했을 뿐, 모체 전투부에서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여러 항적은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추진체가 약 250km를 날아간 항적은 이번 중요기술시험에서 주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번 중요기술시험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약 250km를 날아간 추진체에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동시에 분리된 것, 그리고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반경 170~200km의 구역 안에 탄착하기까지 진행된 각개 유도 비행이다.

 

그런데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반경 170~200km의 탄착 구역 안에서 날아간 유도 비행 항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래놓고 한국군 합참본부 대변인은 조선 미사일총국이 진행한 중요기술시험이 실패했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한국군 탐지레이더가 개별기동 전투부들의 유도 비행 항적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탐지레이더 성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 미사일총국이 쏘아 올린 추진체의 비행거리가 약 250km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원래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짧은 거리를 비행하지 않기 때문에 미사일총국이 이번에 진행한 시험은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이 아니라는 식으로 우겨댔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강변에 따르면, 조선 미사일총국은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한 화성포-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약 6,500km의 고도까지 상승시키고, 발사점으로부터 1,000km 밖의 동해 해상에 탄착시켰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2023년 12월 18일 조선 미사일총국 산하 제2붉은기 중대가 진행한 발사훈련에서 화성포-18형은 고도 6,518.2km까지 상승했고 1,002.3km를 비행했다. 당시 미사일총국이 화성포-18형의 정점고도와 비행거리를 소수점 이하까지 정확히 파악한 것은, 화성포-18형의 전투부에 장착된 원격측정장치(telemetry)가 비행 중에 계속 발신하는 전파신호를 지상 통제기지에서 수신해 전투부의 비행고도와 비행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사일총국이 이번에 진행한 중요기술시험은 전투부의 비행고도와 비행거리를 원격측정장치로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었다. 이번 중요기술시험의 목적은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모체 전투부에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분리되는지를 관측하는 시험이었고,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유도 비행을 하는지를 관측하는 시험이었다. 그래서 미사일총국은 이번 중요기술시험에 “반항공목표 발견 탐지기들을 동원했다”라고 밝혔다. “반항공목표 발견 탐지기들을 동원했다”라는 말은 여러 종류의 탐지기들이 동원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원산 해안지대에 배치된 탐지레이더가 가동되었고, 동해 해상에 배치된 관측 선박에서 영상 촬영 장비를 사용한 것이다. 중요기술시험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 기사에 실린 3장의 현장 사진 중에서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이 바로 관측 선박에서 영상 촬영 장비로 찍은 것이다.

 

미사일총국이 이번에 중요기술시험을 진행할 때 해안지대에 배치된 탐지레이더만 동원하지 않고, 영상 촬영 장비를 탑재한 관측 선박까지 동원한 까닭은, 탐지레이더 화면에 개별기동 전투부와 기만체(decoy)가 똑같은 빛점(point of light)으로 나타나 뭐가 뭔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만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동해 해상에 배치된 관측 선박에서 영상촬영장비를 사용해 개별기동 전투부들이 분리되는 장면과 유도 비행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려면, 개별기동 전투부가 탑재된 추진체를 500km 이상 멀리 쏘아 올려서는 안 되고, 관측 선박에서 촬영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쏘아 올려야 한다. 그래서 미사일총국은 추진체의 비행거리를 약 250km로 한정시켰고, 추진체에서 분리된 개별기동 전투부의 탄착 구역을 반경 170~200km로 한정시켰던 것이다. 이번 중요기술시험이 “개별기동 전투부의 비행 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km 반경 범위 내에서 진행되였다”라는 미사일총국의 발표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3. 개별기동 전투부가 하늘에 남긴 비행운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은 로씨야가 운용하는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토폴(Topol)-M과 유사하다. 미 제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과학, 기술, 국가안보정책 명예교수 시어도어 포스톨(Theodore A. Postol)은 2023년 7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 기자와 대담하는 중에 화성포-18형과 토폴-M의 외형을 비교하면서 그 두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추진체 1단, 2단, 3단 비율이 거의 같고, 모체 전투부(bus) 외형도 유사하고, 추진체의 길이와 지름도 거의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폴-M의 모체 전투부에 3개의 탄두(개별기동 전투부)와 많은 기만체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포스톨 교수는 토폴-M의 모체 전투부에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거기에 얼마나 많은 기만체가 함께 들어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토폴-M의 모체 전투부에는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와 10개의 기만체가 함께 들어있다.

 

토폴-M과 화성포-18형의 외형적 유사성은 그 두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개별기동 전투부 개수와 기만체 개수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 미사일총국은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이 설정된 3개의 목표 좌표점들로 정확히 유도되었다”라고 발표했고,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의 효과성도 (중략) 검증하였다”라고 발표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번 중요기술시험은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와 10개의 기만체를 각각 분리시킨 시험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미사일총국은 이번 중요기술시험에서 개별기동 전투부가 분리되는 장면, 그리고 기만체가 분리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을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공개했다. 그 두 장의 사진을 분석해보자.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 3장 중에서 두 번째 사진은 모체 전투부에서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가 분리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에 세 줄기의 비행운이 나타났다. 개별기동 전투부가 매우 가늘고 희미한 흰색 연기를 내뿜으며 매우 먼 거리에서 날아간 비행운이 보이고, 다른 개별기동 전투부 한 개가 그보다 좀 더 굵고 선명한 흰색 연기를 내뿜으며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간 비행운이 보이고, 또 다른 개별기동 전투부가 매우 굵고 아주 선명한 흰색 연기를 내뿜으며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간 비행운이 보인다. 이 3개의 비행운은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가 동시에 분리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멀리 날아가면서 하늘에 남겨놓은 비행운이다. 만일 모체 전투부에서 분리된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고 한 군데에 탄착했다면, 비슷하게 생긴 3개의 비행운이 나타났을 것이고, 그 사진이 보여주는 것처럼 서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3개의 비행운은 나타날 수 없다.

 

모체 전투부에서 분리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는 평범한 비행을 한 것이 아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는 미사일총국이 미리 설정해놓은 “3개의 목표 좌표점들로 정확히 유도”되는 특별한 유도비행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3개의 개별기동 전투부는 유도비행으로 반경 170~200km의 탄착구역에 날아간 것이다. 그래서 미사일총국은 개별기동 전투부를 분리하는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4. 나선형으로 비행하다가 공중에서 폭발한 집속체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 3장 중에서 세 번째 사진은 모체 전투부에서 분리된 기만체가 비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그 사진에 ‘기만체 분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은 모체 전투부에서 분리된 기만체 10개가 날아가는 장면이 아니라 모체 전투부에서 분리된 기만체 한 개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기만체가 모체 전투부에서 10개 분리되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단 한 개만 분리되었다. 그 사진은 기술적 결함에 의한 오작동이 발생하여 10개의 기만체가 들어있는 집속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만체들이 분리되지 않은 집속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갔으니, 정상적으로 비행할 수 없다.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은 집속체가 일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달팽이 모양처럼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돌면서 날아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정상적으로 분리되었다면, 10개의 기만체가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사진에 나타나야 한다.

 

백령도, 서울 북부, 인천, 수원 등지에서 몇몇 주민들은 집속체가 나선형 비행운을 하늘에 남기며 날아가는 장면을 육안으로 목격했다. 이런 정황은 추진체가 상승비행을 하는 중에 오작동이 일어나 집속체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추진체가 약 250km를 날아갔을 때, 기만체와 개별기동 전투부가 동해 상공에서 동시에 분리되었어야 정상이다.

 

2024년 6월 28일 한국군 합참본부는 한국군 부대 감시병이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했다는 흑백 영상자료를 공개했는데, 그 영상자료는 집속체가 공중에서 폭발해 10여 개의 잔해로 흩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나선형으로 비정상 비행을 하던 집촉체에서 공중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 합동참모본부

 

이번 중요기술시험의 결과를 종합하면,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는 성공했지만, 기만체 분리는 실패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사일총국은 기만체들이 성공적으로 분리되었다고 발표하지 않고, “분리된 기만체의 효과성을 (중량) 검증했다”라고 발표했다. 중요기술시험을 참관한 지도간부들은 “기만체의 효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 언급”했는데, 이것은 기만체 분리 시험에서 실패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 기만체 분리 기술을 완성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 미사일총국이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 시험에서 실패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면서 중요기술시험 전반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미사일총국은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 기술을 더욱 완성하고, 기만체 분리에서 드러난 기술적 결함을 퇴치해 제2차 중요기술시험을 머지않아 실시할 것이다.

 

5. 미 제국의 생사존망 좌우할 조선의 붉은 번개

 

개별기동 전투부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엄청나다. 왜냐하면 조선에서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 기술이 완성되어 화성포-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하면, 미사일총국 산하 붉은기 중대들이 미 제국 본토 각지에 있는 타격 대상들을 단 한 차례의 핵타격으로 전부 제거할 수 있는 고도의 핵전투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상황을 오판한 미 제국이 조선을 공격하는 경우, 붉은기 중대들은 즉각 핵반격에 나서게 된다. 조선 미사일총국은 워싱턴 DC를 위시하여 미 제국 본토에 있는 주요 공군기지 8개, 주요 해군기지 5개, 주요 육군기지 4개를 포함하는 총 18개를 제1차 타격 대상으로 선정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화성포-18형 한 발에 개별기동 전투부가 3개씩 탑재되므로, 붉은기 중대들이 화성포-18형 6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핵반격을 가하면 미 제국 본토에 있는 18개 주요 타격 대상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

 

핵반격에 나선 붉은기 중대들이 화성포-18형 6발을 동시에 발사하면, 18개의 핵탄두와 60개의 기만체가 미 제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반격은 78개의 붉은 번개가 미 제국 본토 각지에 내리치는 핵작전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 제국은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Fort Greely) 미사일방어 기지에서 요격체(kill vehicle)를 황급히 발사해 붉은 번개들이 미 제국 본토 상공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해야 한다. 포트 그릴리에 배치된 ‘지상기반 중간경로 방어’(Ground-Based Midcourse Defense)’라는 명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미 제국이 조선의 붉은 번개를 외기권(exosphere)에서 요격해 본토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미사일방어체계다.

 

미 제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조선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정황을 인지하려면 약 4분 걸리고, 식별정보가 미 제국 대통령에게 전해지는 시간은 약 5분이고, 미 제국 대통령이 부통령, 국무부장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국가정보실장,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긴급히 연락해 요격 문제를 상의, 결정하는 시간은 약 10분이고, 요격체 발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약 1분이다. 이런 다급한 사정은 미 제국이 조선의 붉은 번개를 요격하기까지 약 20분 걸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조선의 붉은 번개는 발사 시각으로부터 약 25분 만에 중간경로(midcourse)에 도달한다. 조선의 붉은 번개가 중간경로를 벗어나 종말단계로 진입하면, 미 제국은 붉은 번개를 요격할 수 없다. 미 제국에 주어진 최후의 요격공간은 중간경로이고, 미 제국에 주어진 최후의 요격 시간은 약 5분이다. 미 제국의 생사존망은 바로 그 5분 사이에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의 붉은 번개는 중간경로를 비행할 때 18개의 개별기동 전투부(핵탄두)와 60개의 기만체로 분리된다. 충격적인 것은, 미 제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자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78개의 붉은 번개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핵탄두이고 어떤 것이 가짜 기만체인지 도통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포트 그릴리 미사일방어 기지에 배치된 요격체가 44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붉은 번개는 78개로 분리되어 날아오는데, 그것을 막아야 할 요격체는 44발밖에 되지 않는 현실은 미 제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조선의 붉은 번개를 막지 못하는 절망적 상황을 보여준다.

 

미 제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조선의 붉은 번개를 막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두말할 나위도 없이, 미 제국 본토에 있는 18개 주요 전략거점은 붉은기 중대의 핵타격을 받고 지도 위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 제국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겠지만 삼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고, 미 제국이 세계 곳곳에서 전횡과 폭거를 자행해온 제국주의 지배체제는 여지없이 붕괴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사일총국이 화성포-18형에 개별기동 전투부를 탑재하는 것이야말로 미 제국에 파멸적 재앙으로 된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미 제국이 파멸적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일한 방도는 미 제국이 그 어떤 경우에도 조선을 공격하지 않고 자숙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이 미 제국의 공격력을 원천적으로, 완전히 봉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전쟁억제력이 100% 완벽한 상태로 증강되는 것이다.

 

조선이 완벽한 전쟁억제력으로 미 제국의 공격력을 봉쇄하면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될까?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 발화점으로 되어 발생한 우발적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때, 조선인민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한국을 ‘정벌’해도, 미 제국은 조선을 공격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다시 말해서, 미 제국은 한국 방어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의 개별기동 전투부 개발을 두려워해야 할 당사자가 미 제국과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의 다른기사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정은 배지’ 공식 석상에 최초 등장…‘단독 우상화’ 가속화

기자박민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