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與 “국힘 장외투쟁, ‘윤어게인’ 향한 비겁한 꼬리 흔들기”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3.03 11:38

  • 댓글 0

한병도 “국익 내팽개치고 극우 품으로…공당 자격 없어”

국민의힘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3법’에 반대하며 3일 장외 여론전에 돌입한다. 국회의사당을 출발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대국민 호소 도보행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대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파괴’ 운운하는 장외투쟁은 ‘윤어게인’을 향한 비겁한 꼬리 흔들기”라며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힘을 향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과거의 내란과 폭거에 맞서 단 한 번이라도 광장에 나간 본 적이 있느냐”며 “사법독립과 헌정수호라는 거창한 구호는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진은 사법 정의를 위한 실천이 아니라 ‘윤어게인’을 외치는 아스팔트 극우 세력에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것, 내부 논란 수습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원내대표는 “국익을 내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킨 채 극우의 품으로 달려가는 야당은 더 이상 공당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며 “민심을 아스팔트가 아니라 민생 현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또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장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으로 수출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며 “지금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가장 큰 리스크는 국민의힘의 갈지자 행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대미투자특별법과 아무 관련 없는 사안을 빌미로 특위를 파행시키고 걸핏하면 상임위 보이콧에 필리버스터를 일삼더니 오늘부터는 장외 투쟁을 한다고 한다”며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특별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미 투자 특위는 내일인 4일부터 실질적인 법안소위를 가동해 3월 9일 전체 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하겠다고 이미 합의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강조하며 “여야가 합의한 만큼 차질 없는 조속한 심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김성태 "이재명에게 돈 안줘…검찰 장난쳐" 녹취 나와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watchdog@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쌍방울 전 회장 접견록 확보

법무부 문건에 이재명 기소 전제로 수사 정황

"이재명에게 돈 준 게 있어야 줬다고 하지"

"검사들 수법 똑같네, XX들 정직하지 못해"

"박상용이 시켜서 검사실서 배상윤과 통화"

"높은 놈, 결국 이재명 기소하려는 게 목표"

쌍방울 다른 임원도 "우리는 검찰의 먹잇감"

검찰 회유에 "이재명 모른다"→"대북 송금"

이화영 전 부지사 옥중 비망록 기록과도 일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1.8. 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측근에게 "(쌍방울이) 이재명에게 돈 준 사실 없다"며 "이재명이 말도 안되는 것들에 엮였다"고 직접 털어놓는 녹취 내용을 법무부가 '대북송금 수사 감찰' 과정에서 확보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측근에게 "검찰이 조사실에서 (나와) 배상윤을 통화시켰다"고 인정하고, "우리는 검찰의 먹잇감" "검찰 마음대로 기소권 갖고 장난친다"고 털어놓은 사실 등도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공소취소를 주장하는 가운데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이재명에게 돈 준 게 있어야 줬다고 하지"

4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확보한 1600여 쪽 분량의 법무부 특별점검팀 문건을 보면,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쌍방울 비상임 이사)에게 "진짜로 XX, 이재명이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거짓말 아니고. X까고. 열받아 가지고"라며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XXX들이 정직하지 못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23년 12월 기록한 옥중 비망록에 "2023년 3월부터 김성태, 방용철이 '대북송금은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해서 했으며, 나하고 늘 상의하였다'고 허위진술을 시작했다"고 쓴 바 있다. 이 전 부지사 옥중 기록대로 김 전 회장은 2023년 1월 태국에서 국내로 압송되었을 때 "이재명을 잘 모른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이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2023년 3월 이전과 이후 김 전 회장의 태도가 180도 바뀐 이유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검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전 부지사의 주장과 일치하는 정황이 녹취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은 김 전 회장이 수원구치소에 수용돼 있을 때인 2023년 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의 접견 196건의 녹음 파일을 전수 분석했다. 녹음 파일에는 검찰의 전략이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서 대북송금 사건으로 옮겨가는 것을 눈치 챈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사건 조작 의도를 인식하면서도 수사에 협조해주며 돌파구를 찾아가려 한 정황과 이 대통령 기소를 전제로 수사를 한 정황들이 곳곳에 담겼다.

 

 

SBS와 인터뷰하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모습. 2025.6.27. SBS 보도 갈무리

"박상용 검사가 시켜서 검사실서 배상윤과 통화"

김 전 회장은 2023년 3월20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에게 "북한 그것(대북송금 사건 지칭)이 워낙 방대하니까 조사가 하루 종일 10시간을 해도, 내가 보기에는 오늘도 10시간은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 다음 날인 21일 "몇 달 만에 검사실(수원지검 1313호실)에서 검사가 배상윤 회장한테 전화해보라고 해서 통화했거든. 어제 병원에 입원했더만. 당뇨가 500까지 올라가 가지고"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배 배 배 (회장), 통화했어요. 검사실에서. 통화했다고 XX들을 하는 거야. 이 XX들(교도관 지칭)이. 어제 엄청 스트레스 받아서 잠을 못잤네"라고 덧붙였다.

배상윤 케이에에치(KH)그룹 회장은 대북송금 조작 수사 의혹을 풀 열쇠를 쥔 또다른 인물이다. 배 회장은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돈을 주는데 경기도가 어떻게 끼겠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 회장의 또다른 측근인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도 지난해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 나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2023년 4월 28일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 정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김 전 회장은 구치소로 찾아온 또다른 측근에게 "오후에 (검찰 출정) 가면은 다음주나 미스터 리(이화영 암시) 수사할 거 같애. 그렇게 되면 아마 기소할 것 같애. 그쪽으로 태풍 싹 물러가버리는 거지 뭐. (중략) 이화영 아니고 이재명 (구속)한대. 이재명. 거의 5월달 되면 6월달, 7월달에 저 XX가. 그게 제일 크지. 사실은. 나중에 세상은 난리나 버리지. 내가 볼 때는 그게 될려나 의심스럽더라고. (검사가) 된다고 하더라고. 또 북한놈들이 없어도 정황이 나오면 된다고 그러는데"라고 말했다.

"검찰 징그러워…이재명 말도 안되는 것들에 엮여"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5월부터 거의 매일 검찰의 출정 요구에 시달렸다"며 "김성태 회장으로부터 직접 설득을 받았다"고 옥중 비망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또 "김성태가 (검찰 조사실) 면담에서 '형님! 평생 징역살 수도 있어요. 이재명은 어차피 끝났어요. 검찰 말 듣고 협조해서 빨리 나갑시다' 라고 말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런 옥중 기록과 일치하는 내용의 김 전 회장 녹취도 법무부 감찰 과정에서 새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을 위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3.9.12.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2023년 5월 3일 구치소에 면회온 측근에게 "징그럽네. 징그러워. XX. 더러운 거 걸려가지고. 이재명이 괜히 거 말도 안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에 엮여가지고"라고 말했고, 2023년 5월 9일엔 "그게 북한에 돈 준 것이 어떻게 될란가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지. 그걸 듣도 못헌 얘기를 해버리고. 그걸 제3자 뇌물이라고 해 버리고. 북한 놈들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또 2023년 5월 6일엔 "이달 말쯤에는 매스컴 많이 나갈 것 같애. 미스터 리(이화영) 결국에는 진술할 것 같애. 거시기 북한 돈 준거. 제3자 뇌물. 그렇게 하려고 지금 폼 잡고 있는 것 같애. 차라리 그걸로 가버리는 게 낫지. 그 새끼도. 6월 초까지면 끝날 것 같애. 그 놈 있잖아. 이 높은 놈 말여. 성남시장. 그 사람 결국에는 기소할려고 하는 것 같애. 목표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쌍방울 다른 임원도 "우리는 검찰의 먹잇감"

법무부는 김성태 전 회장 외에도 김 전 회장과 같은 시기 수원구치소에 수용돼 있던 다른 쌍방울 임원들의 접견 녹취도 확인했다. 녹취에는 쌍방울 임원들이 받았던 압박수사 정황들이 곳곳에 담겼다.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도 워치독과 인터뷰에서 "김성태 회장이 박상용 검사를 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할 정도로 괴로워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은 2023년 5월 26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에게 "그 XX들(수원지검 지칭) 어차피 가. 박상용이가 카바를 칠 수 있게 키가 있어야 되는데. 이화영이가 그걸 안들어줘버리니까. 우리만 지금 여기 당하지 저기 당하지 계속 (수원지검) 왔다갔다 왔다갔다 당하고 있다니까" 라고 말하거나 2023년 5월 30일 "어제(2023년 5월 29일,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도 늦게까지 (검사실에) 있는데 이거만 할려고 하면 (이화영이) 딴 얘기하고. 다 인상을 쓰고 있잖아. 자기도 씩씩 거리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끼리 막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눈치 봐야 하잖아. 전달 존X 좋다가 다음날 와 갖고 이 XXX가 해 갖고 밥먹을 때까지 눈치보면서 있다가 갔다가 저녁밥 먹고 (중략)"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23년 6월 26일엔 "내일은 검찰 조사 받으러 가야 해. 우리는 그냥 먹잇감이야.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그냥 자기네들(수원지검) 마음 꽂히는 대로 하는 거야. (중략) 그냥 지들이 카드 가지고 압박하는 거야. 쟈(김성태 지칭)만 조용히 있으면 돼. 지가 다 정치를 밖에까지 다 정치를 할려고 하니까. (중략) 희망고문하는 거야. 안에 있는 사람 또.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2025.10.14. 연합뉴스

법무부가 확보한 김 전 회장 등의 녹취록은 이 전 부지사가 그간 해왔던 주장, 조경식 전 부회장의 증언 등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김 전 회장 스스로조차 지난해 7월 수원지법 형사 11부(송병훈 재판장)에서 열린 '대북송금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800만불 대북송금은 이화영과만 공범 관계를 인정할 뿐 이재명과의 공모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이 측근들과 나눈 녹취내용을 입증하는 접견기록, 교도관 복수의 진술 등을 함께 확보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해 검찰이 스스로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김성진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김시몬 뉴탐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뷰] 이해영 교수 “12.3내란, 미국이 몰랐다? 기술적으로 불가능”... 윤석열과 미국의 그림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3/04 09:17
  • 수정일
    2026/03/04 09: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6.03.04 07:05
  •  
  •  댓글 0
 
   
 

“SBS 인터뷰 통편집... 12.3과 미국 관계는 반드시 응답해야 할 주제”
“NSA 감청망, 한국 안보실 도청은 드러난 ‘스모킹 건’일 뿐”
“미 대사가 자고 있었다? 소가 웃을 일”
“미국에 중요했던 것은 민주주의 가치가 아니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해영 교수와 ‘윤석열 쿠데타를 미국이 과연 몰랐을까’라는 주제로 2시간 가까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두 컷 남짓만이 방영되었을 뿐, 나머지 발언은 모두 ‘통편집’되었다. 이에 본지는 방송되지 못한, 그러나 우리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미 정보기관의 실체와 12.3 쿠데타의 이면을 이해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했다. [편집자]

“SBS 인터뷰 통편집... 12.3과 미국 관계는 반드시 응답해야 할 주제”

이해영 교수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방송 편집에 대한 아쉬움과 의무감을 토로했다. “SBS 측에서 먼저 제안해 장시간 인터뷰를 했지만, 속사정은 알 길 없이 대부분 편집됐다”며, “하지만 이 주제는 언젠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주제이기에 그 골자라도 기록해 둬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몰랐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NSA 감청망, 한국 안보실 도청은 드러난 ‘스모킹 건’일 뿐”

이 교수는 윤석열의 쿠데타 과정을 3단계(전조-결심-실행)로 구분하며, 미 정보기관의 개입 여부를 설명했다.

1단계 '전조' (2022년 하반기~): 이 단계에서는 NSA(미 국가안보국)의 감청(SIGINT)이 주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군, 정치인, 행정부 핵심 관료 등 주요 인물의 모든 통화 내역은 그냥 다 감청한다고 보면 된다”며, 과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드러난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문건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그 문서는 NSA가 도청해서 작성한 것이며, 동일한 표기 방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2단계 '결심' (2023년 9월~):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인사이동을 통해 쿠데타가 구체화되던 시기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 국가 요직에는 CIA의 휴민트(HUMINT, 인적 정보)가 작동하고 있다”며, 이 단계에서 이미 이상 징후가 미 NSC(국가안보회의)까지 보고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단계 '실행' (2024년 12월 3일): 이 교수는 “실행 직전 미국이 포착한 것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당시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방금 보고받았다”고 말한 것은 정식 보고 절차일 뿐, 이미 국방·국무장관급까지는 정보가 공유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미 대사가 자고 있었다? 소가 웃을 일”

이 교수는 필립 골드버그 미 대사의 행보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볼리비아에서 쿠데타 시도에 연루되어 추방당한 전력이 있고, 필리핀에서도 쿠데타 시도설이 있는 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미국의 정보력을 과거 사례와 비교하며 현재의 ‘모른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10.26 당시 박정희 사망 시간 20분 만에 미 8군 지하 벙커에서 비상회의가 소집됐고, 5.16 때는 실행 45일 전에 이미 미국이 파악하고 있었다”며, “지금 미국의 정보자산은 그때와는 비교 불가 수준인데 몰랐다는 것은 파렴치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미국에 중요했던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침묵했는가. 이 교수는 그 답을 ‘국익’에서 찾는다.

“미국에게 중요했던 것은 바이든이 표방한 가치외교가 아니라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동맹)이라는 실체적 국익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후에도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하며, “민주니 인권이니 하는 것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미숙한 음모가들이 감당할 수 없었던 한국 사회의 진화”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번 친위쿠데타의 실패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는 촛불 시민의 저력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진화 수준과 복잡성”이 쿠데타를 좌초시켰다고 보았다.

“이번 사태는 군부, 행정부, 동맹국 그 어디로부터도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소수 음모가 중심의 쿠데타였다”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를 감당하기엔 그들이 너무나 미숙했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결국 한국의 주권이 미국의 정보망 아래 완전히 포획되어 있음이 역설적으로 드러났다”며, “한 20년이 지나 정보공개를 통해 관련 문서들이 공개되어야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문 일답 요약본]

Q: 교수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가 거의 통편집되었습니다. 당시 가장 강조하셨던 ‘미국의 인지’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해영 교수: 질문 자체가 우문입니다. 우리가 추적해야 할 본질은 ‘미국이 알았나 몰랐나’가 아니라, ‘미국의 누가, 어느 기관이 인지했고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가’입니다. 미국이 몰랐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Q: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평택 미 8군 501 정보여단 같은 자산이 윤석열의 움직임을 놓칠 리 없다는 말씀인가요?

이해영 교수: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의 정보 자산은 5.16이나 10.26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입니다. NSA(미 국가안보국)는 한국의 군, 정치인, 행정부 핵심 관료 등 주요 인물의 모든 통화 내역을 그냥 다 감청한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평택 미 8군 501 정보여단에 파견된 NSA 인력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합니다. 과거 안보실 도청 사건이 그 명백한 ‘스모킹 건’입니다.

Q: 쿠데타 징후를 단계별로 나누어 본다면, 미국은 어느 시점에 개입했습니까?

이해영 교수: 사건은 3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 전조(2022년 하반기~) 단계에선 이미 NSA의 감청망에 걸려들었습니다. 2단계 결심(2023년 9~10월~) 단계에선 CIA의 휴민트(인적 정보)가 작동했습니다. 한국 권력 핵심부와 주요 부처 곳곳에 뻗어 있는 미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미 NSC(국가안보회의)까지 보고했을 것입니다.

Q: 실행 당일, 골드버그 미 대사는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해영 교수: 지나가던 소가 웃을 소리입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과거 볼리비아에서 쿠데타 연루로 추방당했고, 필리핀에서도 쿠데타 시도설이 있었던 인물입니다. 그런 자가 실행 직전 바이든에게까지 보고된 긴박한 상황에서 자고 있었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당시 대사관 공식 트윗이 상황을 ‘유동적’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입니다.

Q: 45일 전에도 쿠데타를 알았던 미국이 왜 이번에는 ‘몰랐다’고 강변하며 파렴치한 태도를 보일까요? 무엇을 숨기려는 것입니까?

이해영 교수: 결국 ‘미국의 국익’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국익은 민주주의나 주권이 아니라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이었습니다. 미국은 쿠데타 실패 이후에도 집요하게 이 군사협력을 확인하고 관철시켰습니다. 민주나 인권은 그들에게 언제나 후순위입니다.

Q: 이번 사태가 한국 주권이 미국에 완전히 포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해영 교수: 이번 사태로 우리 안보 체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친위쿠데타는 한국 사회의 진화 수준과 복잡한 경제적 토대를 감당하지 못한 미숙한 소수 음모가들의 자멸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의존적인 안보 체제를 극복하고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실체는 언제쯤 명확히 드러날까요?

이해영 교수: 5.18 관련 ‘체로키 파일’처럼 한 20년쯤 지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문서들이 공개되어야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 우문을 멈추지 말고 본질을 캐물어야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트럼프가 불 지르고 국민은 '각자도생'? 자국민에게 '대피'하라는 美정부, 방법은 '알아서'

미국 대사관 공격 받은 이후 쿠웨이트 대사관도 폐쇄…개인이 대피 방법 찾기 어려워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3.04. 05:11:21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미 대사관이 공격 받은 이후 미국은 중동 지역 대사관을 연이어 폐쇄하고 미국인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항공편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 대피가 어려운 가운데,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대사관이 대피를 도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3일(이하 현지시간)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관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은 후 모든 영사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사우디 국방부 역시 공격 사실을 확인하면서 "소규모 화재와 경미한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현재까지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사관은 이번 공격으로 인해 "모든 정기 및 긴급 서비스 예약이 취소됐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내 모든 공관에서 영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대사관 방문을 삼가 달라"며 "모든 미국 시민은 개인 안전 계획을 세울 것을 권고한다"라고 당부했다. 대사관의 입장문에는 피해나 사상자 등에 대한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관도 폐쇄됐다. 방송은 대사관이 이날 전쟁으로 인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방송은 앞서 1일과 2일 주쿠웨이트 미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은 정부 직원들에게 출국을 명령했다. 미 정부는 이라크 여행 경보를 갱신하면서 "안보상의 이유"로 비상 상황이 아닌 미국 정부 직원들은 출국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바그다드에 있는 미 정부 직원들의 경우 보안 위험을 이유로 바그다드 국제공항 이용이 금지된다고 밝혀 실제 출국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국무부는 "심각한 안전 위험"을 이유로 미국 시민들에게 중동 지역을 떠날 것을 촉구했는데 바레인, 이집트,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예멘 등에서 "이용 가능한 상업 항공편을 이용해" 출국할 것을 당부했다.

문제는 이용 가능한 항공편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방송은 항공편 정보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를 인용해 3일 오전 현재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이스라엘,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 상공은 거의 운행하는 항공편이 없을 정도로 비어 있었다.

방송은 "2일 늦은 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몇몇 항공편이 출발했지만, 인도에서 두바이로 향하려던 최소 한 편의 항공편은 회항해야 했다"며 중동 지역의 항공편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스라엘에 있는 미국인들이 출국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미국 대사관은 "현재로서는 미국인들의 대피를 돕거나 직접 출국을 지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휘통제시설, 방공 시설,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비행장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으나 실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1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 터미널이 비어있다. ⓒ AFP=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다주택 소유는 무주택자 권리 침해하는 '늑대의 자유'

김현철 변호사

parao_moon@naver.com

다른 기사 보기

  • 경제

  • 입력 2026.03.03 08:15

  • 수정 2026.03.03 08:22

  • 댓글 0

무주택자의 주택 소유 기회 방해하는 약탈 행위

나의 자유가 남의 부자유가 되는 '기본권 충돌'

다주택 규제는 헌법에 근거한 기본권 제한 조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청년 세대가 감당 못할 금액

유주택자가 추가 매수 통해 집값 상승 초래한 탓

주택보급률 100%에 국민 절반이 무주택 상황도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연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9일로 종료한다는 입장을 확인하며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하라는 메시지를 내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26.2.3. 연합뉴스

2026년 2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주택 6채 보유 기사를 공유하면서 “장 대표께 여쭙겠다.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되고, 이들을 보호하며 기존의 금융 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장 대표가 이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장동혁 “다주택자 마귀로 몰아…李대통령 SNS 선동 애처롭다”>(2026년 2월 19일자 조선일보)

“(다주택자를) 마귀로 몰아세우며 숫자놀음으로 국민의 배 아픔을 자극하는 행태는 하수 정치”라고 반박하고서, “다주택자를 무조건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SNS 선동에 매진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기도 하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할 때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다면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할 자유’가 헌법상 보장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이 없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것일까요? 장동혁 대표의 말처럼 무능한 무주택자들이 능력 있는 사람들에 대해 배 아파하는 것인가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이 규정한 ‘경제상의 자유’를 무시하고 다주택자를 근거 없이 마귀로 몰아세우는 것인가요?

KB부동산 기준 서울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025년 7월 14억 572만 원에서 12월 기준 15억 810만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5개로 나눈 분위별 값은 2025년 8월 기준 1분위 평균 4억 9298만 원, 5분위 평균 32억 6250만 원으로 6.6배에 이릅니다. 3분위 평균값 11억 4000만 원은 실수령액 10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 10년 동안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불가능한 돈입니다. 세후 10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사람을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고 폄하할 수 있을까요? 결국 지금의 시장은 근로소득자가 주택을 매수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설사 집이 없는 장년 세대는 무능력하다고 치더라도, 지금 사회에 진입한 청년 세대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턱 없이 높은 집값을 감당해야 할까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주택가격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주택자의 추가매수가 ‘집값 폭등’의 주범

2026년 2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기조에 대해 “시장 본질과 반하는 정책”이라며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오세훈 “정부 다주택자 규제, 시장 본질과 반하는 정책”>(2026년 2월 10일자 조선비즈)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기조에 대해 "시장 본질과 반하는 정책"이라며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집값 안정에 의미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 시장은 "정부에서 내놨던 이런 식의 대책은 보통 2~3개월 정도 효력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시장의 본질과는 반하는 정책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 다주택 소유자와 임대 사업자는 구분을 해야 된다는 게 평소 제 지론이다. 부동산도 하나의 재화임은 분명하다"며 "어떤 재화든 공급을 충실히 충분히 해야 되는데 공급을 오히려 억제하고 위축시키는 정책은 길게 보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주택을 짓는 사업자도 중요하지만 그걸 공급하는 과정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분명히 있다"며 "이런 기업들의 이윤 추구 동기를 충분히 자극하고 오히려 유인해 내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조성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정책이고,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했다.

위 주장은 지금까지 전 세계 보수당 정부의 기본적인 주택정책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주택 역시 ‘하나의 재화’이며, 이윤 동기를 자극해서 가격을 높여야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주택을 다른 재화와 동등하게 보는 보수당의 시각은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주택은 절대적으로 공급이 한정된 토지에 부착하여 건축되는 것으로, 공장에서 막 찍어낼 수 있는 다른 재화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주택을 왜 더 공급하는 건가요? 단지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주택을 더 공급하는 것이라면, 추가 공급되는 주택은 실질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이상한 현상이 있습니다. 주택보급률 100%를 넘는 공급과잉의 상태에서 어떻게 집값이 폭등할 수 있었을까요?

신규 주택이 공급되어 무주택 가구가 줄어들면, 주택에 관한 잠재적 수요가 줄어들어 주택가격은 경향적으로 하락해야만 하며, 이것이 일반적인 수요-공급법칙에 따른 가격결정 과정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택의 용도는 ‘자연인의 거주’이므로, 1가구가 주택을 매수하면 1개의 주택으로 그 사용 가치는 충족되고, 잉여 주택은 더 이상 사용 가치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택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무주택 가구이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주택에 관한 수요량은 무주택 가구수에 비례하지 않고 실제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 다시 말해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요, 즉 유효수요로써 결정됩니다. 그런데 신규 주택이 5년 단위로 대략 150만 호 이상이 공급되었음에도 무주택 가구는 계속 늘어나고 집값은 폭등했고, 오히려 3주택 이상 소유자가 더 늘어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미 주택을 소유한 자들이 추가매수를 함으로써 주택시장의 유효수요를 증대시켜 집값 상승을 초래한 것입니다. 국민 절반에 가까운 무주택 가구의 존재는 ‘부동산 불패 신화’의 중대한 재료가 되었고, 다주택자의 탐욕은 가격 하락의 공포를 압도하며 추가매수를 감행케 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손쉽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구매력의 근간이 종전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었기 때문입니다. 보수당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담보대출로 주택을 추가 매수할 수 있도록 LTV(Loan to Value ratio : 담보인정비율)는 높이고 DTI(Debt to Income : 총부채상환비율)는 완화하는 정책을 취하였습니다. 이로써 분양시장의 활황을 유도하여, 건설회사의 이익을 보장함과 동시에 손쉽게 가시적인 경기부양을 획책했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부동산정책, 다주택자 ‘7배’ 더 양산했다”…아파트 3채 이상 소유자 4년간 73.2% 급증>(2018년 10월 10일자 뉴데일리경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아파트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증가속도가 아파트 1채 소유자 증가 속도보다 7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주택자보다 다주택자에게 유리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를 3채 이상 소유한 사람은 2012년 6만6587명에서 2016년 11만5332명으로 4만8745명(73.2%) 늘었다. 아파트 1채 소유자는 같은 기간 689만9653명에서 764만9048명으로 10.9% 증가해 7배의 차이를 보였다. 아파트 5채 이상 소유자 역시 1만7350명에서 2만4789명으로 42.9% 늘어 1주택자의 4배 가량 높은 증가율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은 성공했지만 집 가진 자가 집을 더 가지는 '아파트 독식화' 현상을 심화시켰다"며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경기하는 '정글의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최대 60%에서 70%로,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서울 지역 50%에서 60%로 완화했다. 기준 금리 역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총 4차례 인하해 2.25%에서 1.25%로 낮아졌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국민들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이용해 집을 사기 시작했다. 주담대 증가율은 2013년 3.4%에서 2014년 10.2%로 증가한 후 2016년 11.2%의 증가율을 보였다. 금액 또한 2012년 404조원에서 2016년 546조원으로 141조원이나 늘었다.

먼저 주택을 선점한 소수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독점을 확대하여 가격을 상승시키고, 주택 자체가 토지에 부착되어 비탄력적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가격을 다시 또 상승시켰던 것입니다. 이러한 독점적 매수 행위를 결코 헌법 제119조 제1항이 규정한 ‘경제적 창의’에 의한 ‘경제상의 자유’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산적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부를 약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겼음에도 국민 절반 가까이가 무주택 상태여서, 정부와 기업으로 하여금 신규 주택을 계속 건설하게 하고, 이로써 자원의 추가적인 낭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무주택 가구와 1주택 가구를 합친 비율이 전체 가구의 85.38%입니다. 그리고 2주택은 248만 1515가구로 11.13%, 3주택 이상자는 77만 8060가구로 3.5%입니다. 그런데 전체 가구의 3.5%에 불과한 3주택 이상자가 전체 주택 수의 37%에 해당하는 855만 2246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잉여 주택이 1103만 3761호입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주택소유지분별 주택소유 가구수]라는 항목을 2015년도부터 작성한 탓에 2015년 이전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아파트 3채 이상 소유자가 박근혜 정부에서 73.2% 증가”했다는 2018년 10월 10일자 뉴데일리 기사로 미루어 보건대, 2010년경 3주택 이상자가 소유한 주택은 대략 400만 호 정도로 추정됩니다. 위 통계치가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사실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증가한 주택 수 338만 700호 중에서, 2주택 소유 주택이 90만 5,800호 증가했고, 3주택 이상 소유 주택이 107만 4,962호가 증가하여, 다주택자에게 10년 동안 약 300만 호가 귀속되었다는 점입니다.

‘다주택 소유’는 ‘무주택자의 권리’를 빼앗는 약탈적 행위

경제학에서 ‘트레이드-오프(trade-off)’는 ‘희소한 자원 때문에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선택지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라고 정의됩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경제주체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선택의 상충관계’로 설명되는데, 예를 들어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고 가정할 때, 포기하는 행위 자체가 트레이드-오프, 포기한 것의 가치가 기회비용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2001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그의 저작 <자유의길 : 경제학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에서 복수의 경제주체 사이의 상충관계를 ‘트레이드-오프’의 또 다른 사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한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해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옥스퍼드 대학교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말은 이 문제를 잘 보여 준다. “늑대를 위한 자유는 흔히 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10).…한 사람의 자유가 종종 다른 사람의 부자유가 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종종 다른 사람의 자유가 희생된다는 것이다(30).…자유롭고 고삐 풀린(unfettered) 시장은 ‘선택할 권리’보다 ‘착취할 권리’에 가깝다. 착취는 피착취자의 희생으로 착취자를 풍요롭게 만든다(41).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은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설명한 트레이드-오프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좁은 국토로 인해 그 공급이 절대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소수가 선제적으로 주택을 독점하여 그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폭등시키고, 이로써 나머지 무주택자들로 하여금 주택구매를 불가능하게 만든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토지와 주택을 다량으로 모으는 행위는 봉건시대 귀족이 무력으로 장원을 선취한 것과 경제적으로 유사하며, 그래서 그로 인한 이득은 지대(rent)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첫째 다주택 소유는 무주택자가 집 1채를 소유할 기회를 방해함으로써 무주택자의 권리를 침해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비정상적인 경로로 집값은 폭등하는 데에 반하여 무주택자의 전세금 가치는 인플레이션과 동반하여 하락함으로써 ‘부의 상대적 전이’, 즉 약탈행위가 진행되었습니다. 다주택 소유는 위와 같은 두 측면에서 ‘무주택자의 권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해하였습니다.

시야를 돌려 35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 1채를 소유한 A와 6억 원짜리 아파트 5채, 합계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B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어떤 이는 B씨가 A씨보다 더 비난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1가구가 1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이고, A로 인해 무주택 가구가 주택소유 기회를 잃은 것도 아니어서 A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단지 A씨 소유의 주택가격 자체도 앞서 본 것같이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상승한 것이므로, A씨가 주택을 매각할 때 세법에 따른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문제는 B씨입니다. 그가 잉여 주택 4채를 소유함으로써 무주택 네 가구가 주택매수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무주택 가구는 자산가치 상승에 반비례하는 전세금 가치 하락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기본권 충돌과 기본권 제한

한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부자유가 되는 ‘경제학에서의 트레이드-오프 현상’을 헌법학에서는 ‘기본권 충돌 사례’라고 부릅니다. ‘기본권 충돌’이란 서로 다른 기본권이 동시에 주장되면서, 한쪽 기본권을 완전히 보장하면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러한 기본권 충돌이 발생한 경우, 헌법은 침해하는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이를 조정합니다.

좁은 국토로 인해 주택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제한되는 우리의 경우, 무주택 상황이 보편적으로 해소되기 전까지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할 자유’는 불가피하게 ‘무주택자가 최소한 집 한 채를 소유할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최근 20년 사이에 정부가 유주택자에게 유리한 대출 정책을 시행하여 유주택자의 주택 추가매수가 이루어지고, 이로써 집값이 더욱 폭등했다는 점에서 ‘다주택을 소유할 자유’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국민 과반에 육박하는 무주택 가구가 존속하는 상태가 가져올 사회적 불안과 갈등비용을 비교할 때, 다주택 소유를 보장해야 할 경제적 가치는 없습니다. 즉 1가구 1주택이 보편적으로 확립되기 전까지, ‘다주택을 소유할 자유’는 이사야 벌린이 말한 ‘늑대를 위한 자유’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발생한 수익을 세금으로 환원시키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 및 보유세 강화는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제2항 및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기본권 제한 조치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제119조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2026년 3월 1일 “집을 팔고 사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나 손실이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할 수 있다”고 밝힌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은 지극히 합헌적인 주장입니다.

<장동혁 겨냥?...李대통령 “다주택, 팔기 싫으면 둬라. 정부정책 불신 선택, 이익 없게 할 것”>(2026년 3월 1일자 헤럴드경제)

이재명 대통령은 “집을 사 모으거나 팔지 않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세금, 금융, 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투기는 투기한 사람이 아니라 투기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든 정치인, 정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세금, 금융, 규제 등 국가 제도를 운용함에 있어 부동산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집을 많이 가지거나 살지도 않을 집을 보유하고 초고가 주택에 사는 것이 경제적 이익을 낳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부작용에 상응하는 부담이 되게 했다면 부동산투기는 일어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다주택이나 투자용 비거주 주택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정부의 실패 또는 방임을 믿으며 이익을 취해 온 그들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지 않고 피해를 회피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세금, 금융, 규제를 철저히 설계할 것이고 그 어떤 부당한 저항과 비방에도 흔들림 없이 시행할 것이라 새로운 합리적 선택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객관적으로 올바른 정책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정책 수혜자인 국민 다수의 입장에 서서 그 이익에 부합하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지금까지 극단적 소수가 누렸던 ‘다주택을 소유할 자유’를 제한하고, 나머지 대다수가 원했던 ‘최소한 집 한 채를 소유할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늑대를 위한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나머지 대다수 사람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조치이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길’입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국 강한 바람 ‘광고판 등 낙하물 주의’…강원 산지엔 많은 눈

김규원기자

  • 수정 2026-03-03 08:26등록 2026-03-03 08:14

지난 2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한 도로에서 한 시민이 높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3일 화요일은 낮까지 강원 산지에 많은 눈이 내리고, 영남 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날 기상청은 “오늘 낮까지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또 오늘까지 영남 해안을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그밖의 전국에도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내일까지 남해와 제주해, 동해에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매우 높게 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날 아침 9시까지 경기 북동부에, 오전까지 강원 중 · 북부 내륙과 경북 내륙, 부산 · 경남에, 오후 6시까지 경북 북동 산지 · 동해안, 울산, 제주 에, 밤까지 강원 동해안 ·산지에 비나 눈이 내릴 전망이다. 또 오늘 아침까지 그 밖의 경기 내륙과 강원 남부 내륙, 충청, 전북에 이보다 적은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적설량은 경기 북동부 1㎝ 미만, 강원 산지 5~20㎝, 강원 중·북부 내륙 1~5㎝, 강원 북부 동해안 1㎝ 미만, 경북 북동 산지 1~3㎝로 예상된다. 오늘 낮까지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습하고 무거운 눈이 내리니 눈으로 인한 피해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강수량은 경기 북동부 1㎜ 안팎, 강원 동해안·산지 5~20㎜, 강원 중·북부 내륙 5㎜ 미만, 경북 동해안, 경북 북동 산지 5~10㎜, 울릉도·독도 5㎜ 안팎, 부산·울산·경남 5㎜ 미만, 경북 내륙 1㎜ 안팎, 제주 5㎜ 안팎으로 예상된다.

하늘은 전국이 흐리다 수도권과 충청, 호남, 영남 서부는 저녁부터 차차 맑아질 전망이다. 낮 최고 기온은 5~16도로 당분간 평년보다 높을 전망이다. 주요 도시별로는 서울 12도, 인천 11도, 백령도 6도, 춘천 9도, 강릉 5도, 청주 13도, 대전 13도, 세종 13도, 전주 13도, 광주 16도, 제주 11도, 대구 12도, 울릉도 6도, 부산 12도, 울산 9도로 예상된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쟁 끝내겠다”던 트럼프…임기 1년 만에 10여 개 전선 무력개입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3.02 10:41
  •  
  •  댓글 0
 
   

“끝없는 전쟁을 멈추겠다”던 공약은 사라졌다. 트럼프 2기 집권 1년, 현실은 전 세계로 확산된 군사개입과 반복된 침략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공습 이후 8개월 만에 이란을 상대로 다시 전면 공세에 나섰다. 스스로 “대규모 전투 작전”이라고 규정한 이번 공격은 핵 협상이 진행되던 국면에서 단행됐다. 외교적 해법을 배제한 채 군사력을 앞세운 노골적인 침략전쟁이다.

이란 적십자사에 따르면 28일 미·이스라엘 합동 공격으로 최소 201명이 사망했다. 앞서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공격에서도 600명 이상이 숨졌다. 협상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감행된 공습은 중동 정세를 다시 전쟁의 문턱으로 밀어 넣었다.

군사적 개입은 이란에만 그치지 않았다.

2026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폭격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했다.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군·보안 인력과 민간인을 포함해 8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를 마약 카르텔에 대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한 국가의 수도를 폭격하고 현직 대통령을 납치한 사건은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중남미와 카리브해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선박 공습이 이어졌다. 감시단체 에어워즈에 따르면 2025년 9월 이후 최소 45차례의 공습으로 151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 측은 마약 밀매를 미국에 대한 무장 공격과 동일시하며 외국 범죄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유엔 관계자들과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를 무력 충돌과 범죄 단속을 혼동한 초법적 살해라고 비판했다.

아프리카에서도 군사적 개입은 확대됐다. 2025년 12월 나이지리아에서는 ISIL 계열 조직을 겨냥한 공습이 이뤄졌다. 그러나 공격 목표가 실제 ISIL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내 복잡한 내전을 반기독교 박해로 단순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말리아에서는 공습이 급증했다. 뉴 아메리카 재단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최소 111건의 공습이 이뤄졌다. 이는 이전 여러 행정부의 공습 횟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는 평가다.

예멘에서는 2025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후티 반군을 겨냥한 해상·공중 공격이 수십 차례 단행됐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호데이다의 라스 이사 항구 공습으로 8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전쟁 범죄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국은 2025년 12월 시리아 팔미라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미군 병사 2명과 통역사 1명이 사망한 이후, 시리아 내 ISIL 목표물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이라크 안바르 주에서도 공습을 감행해 ISIL 고위 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대규모 무기·정보 지원을 통해 전쟁의 지속을 뒷받침했고,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외교적 방패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은 병력이 참전하지 않았을 뿐, 두 전선 모두에서 교전 당사자나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행위를 “힘을 통한 평화”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든, 명분을 어떻게 꾸미든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침략 행위가 보여주듯 군사력을 앞세운 제국주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러 외교, “공공연히 주권국가 지도자 살해 용납 못해”

1일 전화 통화서 미·이스라엘 규탄...“군사행동 즉각 중단해야”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3.02 15:27
  •  
  •  수정 2026.03.02 15:43
  •  
  •  댓글 0
 
1일 전화 통화한 중.러 외교장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사진-러 외교부]
1일 전화 통화한 중.러 외교장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사진-러 외교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1일(현지시간) “이란 영토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규탄했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이러한 침략 행위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고 지역 전체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특히 “합법적으로 선출된 주권 국가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정책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장관은 “적대행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걸프 국가들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비롯한 이란 관련 모든 사안을 당장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중·러의 제안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양국의 입장이 일치했음을 확인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유엔헌장수호우호국그룹(GFDC) 내 협력을 강화하여 상황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저녁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중국은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 준수를 일관되게 옹호하며 국제관계에서 무력사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란 협상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주권국가 지도자를 공공연히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선동한 행위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왕 부장은 “이번 분쟁은 페르시아만 전체로 확대되었고 중동 정세가 위험한 심연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군사행동 즉각 중단이 전쟁의 확산과 여파를 막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악화를 방지하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은 걸프만 국가들의 안보를 중시하고 그들의 자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한 “신속하게 대화와 협상으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모든 당사국들은 마땅히 평화를 권하고 전쟁을 막아야 하며 당사국들이 신속하게 대화와 협상의 길로 돌아오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일방적 행위를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주권국가를 공격한 건 제2차 대전 이후 확립된 평화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퇴보하는 데 분명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촌 질서를 좌우하는 ‘3강’ 중 두 나라가 공동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귀를 기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전략 경쟁국이고, 러시아는 4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국가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오징어게임' VIP 파티보다 더하다, 미국서 벌어지는 섬뜩한 일들

[세계의 극우] 테크노그라트와 미국 정치... 좌와 우가 아닌, 위와 아래의 싸움이다

26.03.03 06:49최종 업데이트 26.03.03 06:49

바야흐로 '극우의 시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배타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대화하며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었고,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을 몰아내려는 정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남미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선 극우 지도자가 선출되는 모습도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극우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한국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의 극우> 기획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평화적 질서를 무너트리는 극우의 모습을 추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2020년 1월 6일 남부연합기를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인준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중 상원회의장 밖에서 찍힌 모습. EPA/연합뉴스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 러닝을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요란한 컨트리 음악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소리 나는 쪽을 두리번거리는데 요란한 국기가 펄럭이는 중형 트럭 하나가 다가오고 있다. 성조기, 파란 X가 박힌 남부연합기와 더불어 붉은 글씨로 'TRUMP 2026'을 인쇄한 깃발이 가장 앞에서 펄럭인다.

뭔가를 더 얘기하고 싶어 안달인 낡은 트럭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백인 남자 둘이 가운뎃손가락을 쳐들고는 클랙슨을 울리며 지나간다. 방금 내가 본 게 뭐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곤 공포가 엄습했다. 세상이 험악해지면 가장 먼저 총을 들고 설칠 이들이 방금 내 앞을 지나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는 나라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지는 영웅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그는 미국의 위대한 영웅이자 순교자였습니다."

2025년 9월 21일, 7만여 명의 관중이 들어찬 애리조나 글린데일 스테이츠팜 스타디움에선 국장급 규모의 장례식이 펼쳐졌다. 시신은 미 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 투로 운구됐고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 행정부 고위인사들과 유명 보수 언론인들이 추도 연설자로 나섰다. 5시간에 걸친 장례 행사는 미 전역에 생방송 됐다.

십 여일 전, 유타주 밸리 대학 교내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 탕 소리와 함께 모여있던 3천여 명의 학생들 앞에 연설하던 남자가 고꾸라졌다. 나이 서른 하나의 찰스 제임스 커크(찰리 커크)는 130m 거리에서 쏜 스물두 살 청년의 총에 급소를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는 보수주의 단체 터닝 포인트 USA를 설립·운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가장 저명한 인사 중 한 명이자, 극우 성향에 가까운 보수주의 정치의 대표 격인 인물이었다.

대선 캠프 내내 긴밀히 협력하며 선거 운동과 메시지 확산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젊은 인플루언서의 죽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고 자유를 위한 전사였다고. 죽은 커크에겐 대통령이 주는 자유 훈장이 수여됐고 미 전역엔 조기가 게양됐다. 사흘 동안 미 곳곳의 관공서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와 주민 시설들에서도 찰리 커크의 조기가 펄럭였다. '위대하고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세상을 떠났다는 대통령의 트윗처럼, 극우 보수 인사였던 서른한 살 남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순교자'가 되었다.

우익단체 창립자 찰리 커크의 2025년 1월 연설 모습AFP/연합뉴스

찰리 커크는 18살에 자유주의 성향의 미국 대학가에, 보수적 가치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터닝 포인트 USA를 만들었고, 수백 곳의 대학에 지부를 두는 성과를 거두었다. 나아가 트랜스젠더 정체성이나 기후 변화에 대한 반감 등 오랜 세월 미국이 일궈온 인문학적, 과학적 성찰에 반기를 들어, MAGA 운동의 풀뿌리 지지층 확장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후, '찰리 커크'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은 피살 직전 380만 명이던 구독자가, 현재는 570만 명으로 더 늘어났다. 현재 미 보수 정치 유튜버 중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그의 아내가 단체와 계정 운영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미 연방 검찰은 사건 발생 이틀 후 체포된 범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반년이 넘은 지금까지 암살 동기조차 찾지 못한 상태이다.

극우들의 해방구, ICE

미국 매체 <슬레이트>의 로라 제디드 기자는 텍사스에서 열린 ICE(미국이민세관국) 채용박람회에 참석했다. 트럼프 정부에 반대하는 기사를 써왔고, 이와 관련된 SNS 글도 수없이 올렸기에 떨어질 게 분명했다. 굳이 제대로 된 이력서를 작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빈칸을 그대로 둔 허술한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확히 6분 후, 그는 합격 메일을 받는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ICE 형사사법 전문가 직무에 최종 선발 되었습니다."

첨부된 문서에는 서류에 사인을 하면 바로 1만 불의 입사 축하 보너스를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가 ICE 요원들을 어떻게 모집하고 관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월 8월, 세 아이의 엄마인 미국 시민권자 르네 니콜 굿이 실랑이하던 ICE 요원에게 건넨 마지막 말은 "난 괜찮아요. 당신 때문에 화나지 않았어요"였다. 하지만 차를 빼고 돌아가려던 이 여성에게 총을 쏴 살해한 요원의 대시캠에 기록된 말은 "빌어먹을 년"이었다.

ICE 요원에게 밀침을 당해 넘어진 여성을 도우며 알렉스 프레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Are you okay?(괜찮아요?)" 그런 프레티를 끌어내 얼굴에 최루가스를 뿌리며 바닥에 제압한 5명의 요원들은 몸수색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10발의 총을 발사해 그를 사망케 한다. ICE 주변에서 핸드폰을 들고 활동 상황을 찍고 있었을 뿐이었던 37살의 알렉스 프리티는, 보훈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였다.

지난 1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들이 한 남성을 체포하려다 여러 차례 총격을 가한 후,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연방 요원들이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지난 1월 4일 <가디언>은 2025년 한 해 동안 ICE에 의해 구금 중 사망한 이가 32명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조치와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구금 작전이 벌어지며 발생한 결과였다. 그중 '호세 카스트로 리베라'라는 25살 청년은 홈디포(집수리 관련한 물건을 파는 대형 마켓) 매장에 들이닥친 단속원들을 피해 도망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미국 이민 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에 따르면 2월 11일 기준 올해에만 벌써 6명이 ICE에 의한 구금 중 사망했다. 르네 굿이나 알렉스 프리티처럼 대중이 지켜보는 장소가 아닌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상황이다.

현재 ICE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이민 단속 인원을 대규모 충원 중이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ICE 신규 지원자가 20만 명을 돌파했다며 대대적인 혜택을 자랑했다. 최대 5만 달러의 채용 축하금, 학자금 대출 상황을 비롯해 근무 가산 수당의 경우 기본급의 25%가 추가 지급된다. 더불어 지원 연령 제한도 18세 이상으로 완화한다. 혜택에 비해 자격 요건은 허술하다. ICE가 극우 보수 청년들에게 최고의 스펙이 되고 있는 이유다.

민주주의를 혐오하는 억만장자들

지난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발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 관료'라 순화해 부르는 이들은 '과학자, 엔지니어, 경제학자 등 기술 전문가로서, 고위 행정직이나 정부직을 맡아 정치적 고려보다는 데이터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미리엄-웹스터 사전 정의).

선거제도와 우편투표에 대한 부정을 주장하며 '깨어있는 엘리트'에 대한 비판과 '민주주의 제도를 조작하는 엘리트'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일론 머스크는 2024년 트럼프 당선에 누구보다 앞장선 인물이다. 현 시스템이 민주주의 본질에서 벗어나 관료주의적 폭정으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트럼프 정부 시작과 함께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수장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무리한 인력 감축으로 정부 역할의 급격한 저하라는 비판과 함께, 테슬라 주가와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했지만 그는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파워맨 중 하나였고 그 영향력은 지금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만든 팔란티어 공통 창업자 피터 틸.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가 인기 없던 2016년부터 일찌감치 트럼프를 지지한 인물이다.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호환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

2009년 에세이를 통해 민주주의에 흥미를 잃었다는 발언을 하던 그는, 머스크와 함께 현 정부의 군사 계약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정부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 등 서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은 지금까지 겨우 2%가 공개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속 VIP 파티는 장난으로 보일 일들이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커넥션의 정점에서 법과 규율과 도덕 위에 군림하는 이들이, 미국 정부가 소유한 정보·기술·자금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야만 하는 시점에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25년 3월 21일 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컬럼비아 법대 교수인 팀 우의 칼럼 '일론 머스크는 정부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부패시킨다'는 제목부터 섬뜩하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미국 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우려해야 할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위를 올려다보지 말고, 서로 싸워라"

한국이 내란의 내홍을 겪고 있을 무렵, 도서관에서 빌려 온 영화 하나를 보고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다. 1시간 49분 상영 시간 내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몇 번이나 숨을 골라야 했던 '공포' 영화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제작사 A24가 만든 <시빌 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치 뉴스나 진지한 토크쇼에서 왜 이 저예산 로드무비 영화가 이렇게까지 큰 화제였는지, 보는 내내 고통스럽게 실감했다.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어느 쪽 미국인이냐?")

3선에 성공한 독재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위해 워싱턴 D.C.로 향하던 주인공 기자 일행은 시신을 집단 매립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장 군인들과 마주친다. 두 손을 올리고 자신들은 미국인이라고 말하지만 빨간 고글을 쓴 AR-15 반자동 소총을 든 남자는 태연히 묻는다. "어느 쪽 미국인?"

출신 지역을 묻는 거라 짐작하고 하나씩 답하는 기자들. 콜로라도, 미주리... 홍콩 출신인 토니에서 대답은 막히고 떨고 있는 이 아시안 기자를 향해 남자는 가차 없이 자동 소총을 난사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긴장되고 경악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어느 후미진 공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보였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치열했던 선거의 승리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억만장자 계급은 시간당 30달러를 버는 사람들에게 시간당 20불 버는 사람이 적이라고 믿게 만들려고 합니다."

텍사스주 하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가 지난 26일 텍사스주 리처드슨 소재 텍사스대학교 댈러스 캠퍼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검열로 자신이 출연한 CBS 심야 토크쇼가 방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소속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상원의원 후보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를 돕고 소외된 자를 사랑하라 했지, 교실 벽에 십계명을 붙이고 이교도를 차별하라 하지 않았다"라고.

우리를 정당별로, 인종별로, 성별로, 종교별로 갈라놓는 이들이 있다. 그래야 학교 예산을 깎고 건강보험을 파괴하며, 자신과 부유한 이들의 세금을 감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분할 통치' 아닌가라고.

이렇게 영화처럼 어느 편인지 묻고 있는 미국인들의 싸움에 탈라리코는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분열은 좌와 우의 대결이 아닙니다. 위와 아래의 대결입니다... 억만장자들은 우리가 위를 쳐다보는 대신, 좌우로 서로를 쳐다보며 싸우길 원합니다."

왜 지금 미국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서로 혐오하며 죽이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다.

#ICE #TECHNOCRAT #탈라리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논평] 미국의 이란 공습, 주권 유린한 명백한 전쟁범죄... 양비론은 공범

  • 기자명 데스크
  •  
  •  승인 2026.03.01 12:53
  •  
  •  댓글 0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보도와 ‘장대한 분노’ 작전의 실체
침략의 현장: 화염에 휩싸인 테헤란, 여자초등학교 공습
협상은 기만이었다... “장식물에 불과한 외교”
47년 제국주의 파괴 공작의 정점
누가 진짜 압제자인가
침략전쟁에 양비론은 공범... 이란과 함께 서야 한다

2월2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의 한 여자초등학교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받았다고 이란 당국이 밝힌 가운데 구조대원들과 주민들이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2월2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의 한 여자초등학교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받았다고 이란 당국이 밝힌 가운데 구조대원들과 주민들이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보도와 ‘장대한 분노’ 작전의 실체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현지 시각) 이란을 향해 대규모 군사 침략을 감행했다.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라는 작전명 아래 자행된 이번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국주의 침략 세력의 무도한 폭격이 이란의 주권을 유린한 가운데, 중동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침략의 현장: 화염에 휩싸인 테헤란, 여자초등학교 공습

이란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미·이스라엘 연합군은 28일 낮 기습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테헤란에 위치한 최고지도자 집무실을 비롯해 타브리즈, 콤, 카라지, 코람아바드, 케르만샤, 일람 등 이란 전역의 주요 도시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란 남부의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의 한 여자초등학교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받았다.

이란 국영 ‘이란의 소리’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정보부 고위 관리 4명과 알리 샴카니 최고지도자 고문, 그리고 다수의 혁명수비대(IRGC) 지휘관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이 정밀 타격이라고 주장하지만, 주권 국가의 지도부를 겨냥한 명백한 참수 작전이자 테러 행위다.

이란 역시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텔아비브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군 기지와 이라크, 시리아 내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국제공항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시설 일부가 파괴되고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전쟁의 불길은 국경을 넘어 번지고 있다.

협상은 기만이었다... 진보당 “장식물에 불과한 외교”

이번 사태에서 가장 분노를 자아내는 지점은 미국의 비열한 기만술이다. 미국은 지난 6월에 이어 또다시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진보당 신미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협상’은 군사행동을 위한 장식물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란은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으로서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행사해 왔고, 우라늄 농축도를 20% 이하로 희석하겠다는 타협안까지 제시하며 대화에 임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요구한 것은 양보가 아닌 ‘일방적 굴복’이었다.

국제법과 외교적 절차를 무시하고 협상 테이블 밑에서 칼을 갈아온 미국의 행태는 국제 사회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범죄다. 신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명백히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으며, 이들이 자행한 선제공격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47년 제국주의 파괴 공작의 정점

 

미국의 이란 침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을 파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1980년대 이라크를 대리인으로 세워 100만 명을 살해한 전쟁, 1988년 이란 민간 여객기를 격추해 290명을 살해하고도 “결코 사과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조지 H.W. 부시의 오만함이 오늘날 트럼프의 ‘이란 침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은 물리적 폭격에 앞서 경제적 살인을 먼저 저질렀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자백했듯, 미국은 의도적으로 달러 부족을 야기해 이란 경제를 파괴하고 민중의 고통을 정권 교체의 도구로 이용했다. CIA와 NED는 스타링크와 소셜 미디어를 동원해 이란 내부의 혼란을 부채질했다. 이번 공습은 이러한 장기적인 파괴 공작의 종착역이자, 제국주의 질서를 강요하기 위한 악랄한 발악이다.

누가 진짜 압제자인가

서방 언론은 이란의 인권을 들먹이며 이번 침략을 미화하려 하지만, 정작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가두고, 이주민 아이들을 철창에 가두며,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원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제국주의는 주권 국가가 스스로 어떤 체제에서 살 것인지 결정할 권리, 즉 ‘자결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미국에 복종하는 ‘사대 정권’이거나,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매판 정권’일 뿐이다.

침략전쟁에 양비론은 공범... 이란과 함께 서야 한다

미국 제국주의의 본질은 침략과 파괴이며, 이들에게 평화적 협상은 침략을 위한 기만 전술에 불과하다. 침략자가 지른 불길은 이란 국경 안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보도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차기 지도자 선출을 서두르며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침략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든 군사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양비론’을 읊조리는 기회주의를 거부한다.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리는 이란 민중과 함께 서는 것만이 제국주의의 광기를 멈추는 유일한 길이다. 침략자의 폭탄은 이란의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언정, 자주를 향한 민중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국제사회는 전범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강력히 규탄하고, 주권 수호를 위한 연대의 길에 나서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교장 선생님, 입학식 복종 서약은 받지 말아주세요

민주시민, 민주시민 교육과는 거리가 먼 교칙(생활규정)을 중심으로 학생자치의 실태,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 문화 등을 두루 살피며 학생과 학교를 짚어보려고 한다.

곧 3월이요, 개학이다. 봄꽃 피듯 일제히 모든 초중고교에서 입학식을 '거행'할 것이다. 새로운 학교 구성원을 맞이하는 환대식이자, 통과의례의 입문 의식이 입학식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 학교는 신입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구성원을 '환대'할까.

안타깝지만 학교 입학식에서 환대는 없다. 교문이나 입학식장에서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거나 '입학을 축하합니다' 혹은 학교 이름을 붙여 'ㅇㅇ인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등과 같은 현수막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입학식은 '식순'에 따라 진행된다. '개회사-국민의례-애국가 제창-내빈소개-입학허가선언-신입생 선서-학교장 축사-담임소개-교가제창-폐회' 등의 차례이다. 일장기 대신 태극기, 기미가요 대신 애국가로 바뀐 것 말고는 식순이 일제강점기와 같다. 졸업식도 마찬가지다. 일제 잔재는 건재하다.

입학식 식순은 전국 모든 초·중·고교가 거의 비슷하다.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일본 학교들 역시 이와 동일한 식순으로 입학식과 졸업식을 하고 있다). 심지어 종교 기반으로 설립했다는 사립학교들은 입학식을 종교 의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신앙이 없거나 다른 신앙을 지닌 신입생들에게는 날벼락일 수 있지만 학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아주 사나운 방식의 환대다.

어느 고교의 신입생 선서 장면. 신입생 모두는 오른손을 들고 '선서'로서 교장에게 다짐과 맹세를 바쳐야 한다. ⓒ 임정훈

[장면 1] '학교장 입학 허가 선언' 안 하면 입학 취소되나요?

AD

국·공·사립, 초·중·고교를 가리지 않고 모든 학교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식순은 따로 있다. 첫 번째가 '학교장 입학 허가 선언'.

내용은 아주 짧고 간명하다. 단상에 오른 학교장이 신입생들을 향해 "○○○○학년도 신입생 △△△외 00명의 □□□학교 입학을 허가합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입학식에서 학교장이 입학 허가 선언을 하지 않으면, 신입생들의 입학은 불법이거나 불가능할까. 신입생들은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혹은 시험에 합격해 해당 학교에 배정받거나 구성원으로서 자격과 권리를 갖췄다. 더욱이 의무교육 과정은 헌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학교장은 입학식이 돼서야 생뚱맞게도 이들의 입학을 '허가'한다고 '선언'까지 하는 것일까. 학교장은 헌법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가.

[장면 2] 충성과 복종 강제하는 서약 '신입생 선서'

'학교장 입학 허가 선언'에 바로 이어지는 다음 차례가 '신입생 선서'다. 새로운 학교의 구성원이 돼 처음으로 하는 공식 행위다. 학교장이 입학을 허가했으니 신입생 모두는 오른손을 들고 '선서'로서 교장에게 다짐과 맹세를 바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신입생-새로운 구성원'으로서 공식 지위와 자격을 부여받는다.

'신입생 선서'의 내용도 학교 급별을 가리지 않고 전국이 대체로 비슷하다. 실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선서! 저희 ○○중학교 신입생 00명은 교칙을 준수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정직하고 슬기로운 사람이 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0000년 0월 0일 신입생 대표 000."

"선서! 오늘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입학을 허가받은 저희들은 00대학교 부설 000학교 학생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교칙을 준수하며 선생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0000년 0월 0일 00대학교 부설 000학교 신입생 대표 000."

이 밖에도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00인이 되겠"다거나 "열심히 공부하여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는 등의 내용을 더한 학교도 있다. "본교 3년 과정을 마치기 전에 2개 이상의 국가기능자격증을 취득하여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며 1960~1970년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마이스터고도 있다.

모두 '교칙 준수'와 '학생 본분을 지켜 성실히 학교생활 하겠다'라는 내용이 '신입생 선서'의 핵심 내용이다. 학교가 정한 규칙에 따라 학교와 국가의 명예를 위해 성실히 공부하겠다는 복종 서약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양심의 자유, 신입생 개인에 대한 존엄이나 주체성, 개인의 권리 등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기이하게도 이 선서문은 신입생 대표는 물론 신입생 어느 누구도 직접 쓴 게 아니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학교 측에서 미리 준비한 것을 시키는 대로 식순에 따라 낭독할 뿐이다. 입학식에서 거행하는 '민주시민 교육'의 실상이기도 하다.

대학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지난 2025년 서울대학교 입학식에서도 신입생 대표 학생이 '우리의 다짐'이라는 제목의 글을 낭독했다고 한다. '진리 탐구와 지적 성장, 융합적 사고, 사회적 책임과 공감, 미래를 향한 용기' 등의 포부를 밝히며 이를 신입생 모두 함께 다짐하고 약속하는 집단의식이다. 아마도 입학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자신들이 이런 내용의 다짐과 약속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들이 왜 똑같은 다짐과 약속의 집단의식을 거행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은 이들도 있지 않았을까.

입학식 선서는 물론 동일한 내용의 종이 서약서 제출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요하는 학교들도 있다. '서약서' 혹은 '입학 등록 서약서' 같은 이름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서명해 제출하도록 강제한다. 이 역시 일본 학교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서약서는 '입학을 허가받았으므로 학교 규칙을 굳게 지킬 것을 맹세한다'라는 내용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서약(서)을 받는 행위는 일제 강점기 보통학교 때부터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를 통제하고 식민통치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통제장치로 기능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학교에서 이를 왜 해야 하는가?

어느 학교의 신입생 선서문. '교칙 준수'와 '학생 본분을 지켜 성실히 학교생활 하겠다'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학교가 정한 규칙에 따라 학교와 국가의 명예를 위해 성실히 공부하겠다는 복종 서약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 임정훈

민주시민교육의 지향점 : 부적절하고 부당한 학교 권위 삭제

입학식에서 거행하는 '학교장 입학 허가 선언'과 '신입생 선서'는 식민 교육 통치 방식을 비판적 검토 없이 받아들인 결과다. 일제강점기 이래 한국 학교가 성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시민 교육의 가치와 지향에 대해 학교가 여전히 무지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때는 교육부가 앞장서서 "민주시민 의식을 함양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이라면서 '서약식'을 하라고 공문을 시행하기도 했으니 이제라도 반성하고 돌이켜야 한다. 부적절하고 부당한 학교의 권위를 삭제해야 한다. 민주시민 교육의 지향점이다.

계엄과 내란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교육 당국과 전국의 학교장에게 바란다. 당장 3월 입학식부터 '학교장 입학 허가 선언'과 '신입생 선서'라도 하지 말자. 서약 강요하지 말자. 신입생을 규칙 준수와 복종의 대상이 아닌 양심과 환대의 주체로 인정하자. 결코 어려운 일 아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 내용 중 일부는 필자가 쓴 책 <학생자치 민주시민 교육의 마중물>을 인용했습니다.

#민주시민#민주시민교육#학생자치#입학식#서약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탄핵 불참’ 국힘 의원들 얼굴 박제… 파격적인 신문 1면

[미오레터 : 이주의 미오픽] 신문 주목하게 만드는 1면 편집

기자명금준경 기자

  • 입력 2026.03.02 07:20

▲ 가판대 신문.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이 미디어 전문 뉴스레터 미오레터를 시작합니다. 수요일에는 한 주간 미디어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면 기사 몰아보기 콘텐츠를, 금요일에는 주제별 리포트 '이주의 미오픽'을 제공합니다. ‘이주의 미오픽’은 뉴스레터를 통해 우선 공개됩니다. https://media.stibee.com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신문 지면을 거의 안 보는 시대입니다. 한국제지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신문 용지 내수 생산 규모는 2016년 60만3411톤에서 2025년 29만4460톤으로 절반 가량 급감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2016년 20.9%에서 지난해 8.4%를 기록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문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파격적인 편집을 선보일 때인데요. 응당 채워야 할 공간을 비우고, 빼곡해야 할 기사 대신 광고카피 같은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넣고, 때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면에 심기도 합니다. 이번 미오레터에서는 파격적인 편집으로 신문의 생명력이 불어넣어지는 순간에 주목합니다.

영남일보의 검은 1면

가장 최근 사례입니다. 지난 24일 TK통합법 법사위 처리 불발에 대구·경북 언론인 영남일보가 1면을 기사 내용이 아닌 검은색으로 채우고 비판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野(야)는 막았고 與(여)는 눈감고 또 누군가는 딴지 걸었다. 캄캄한 미래 우린 묻는다. TK 통합법 불발 책임을”이라고만 썼습니다.

▲ 지난달 25일 영남일보 1면

영남일보는 이날 설명기사를 통해 “일부 정치인들이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시·도민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협상과 양보의 자세를 견지 못하고 한편의 정치 막장극을 보는 듯 했다”며 “이에 영남일보는 파격을 택했다. 기사에는 담기 어려운 지역의 절망감과 암담함을 강렬한 편집을 통해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TK언론 1면에 “캄캄한 미래” 쓰고 검정색 지면 발행한 이유는?]

매일신문의 백지 1면

영남일보가 검은 1면을 냈다면 같은 TK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사실상 백지화됐던 2019년 신문을 백지로 발행한 적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이날 1면에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작은 글씨의 문장만 남기고 1면 기사와 광고 모두 비운 채 백지로 내보냈습니다.

▲ 2019년 매일신문 1면.

매일신문은 백지 발행 이유를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 “신공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대한 시도민의 강력한 항의·규탄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 1월1일에 백지 낸 한국일보

신문이 메시지를 담기 위해 역설적으로 1면을 비우는 편집은 여러차례 있었는데요. 2000년 1월1일 한국일보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00년 1월 1일”이라는 제목만을 내보낸 채 백지상태로 편집했습니다.

▲ 2000년 1월1일 한국일보 1면.

이 아이디어를 냈던 편집부 이주엽 차장은 ‘기자수첩’을 통해 “한달 가량 고민하다 어떤 제목과 어떤 사진이 천년의 무게를 떠받칠 수 있을까. 차라리 비우고 그 가능성의 공간을 독자들에게 바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파격적 편집은 논쟁적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일보에서 찬반격론이 있었다고 하고요. 초판에는 정상적으로 일출 사진을 실었다가 배달판에서 ‘작전’을 전격단행했다고 합니다. 가판에서부터 ‘백지 1면’을 내보낼 경우 사방에서 문의와 항의전화를 받아 편집국의 확신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한국 신년호 1면 ‘백지’낸 사연]

함께 1면 광고를 백지로 채운 신문들, 왜?

신문들이 같은 날 함께 광고를 비운 적도 있습니다. 2011년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는 날 한겨레, 경향신문,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이 1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한국일보는 2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정부가 보수신문에게만 신방 겸영을 허용한 결과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던 날입니다. 이들 신문은 항의의 의미로 백지광고를 냈습니다.

▲ 2011년 한겨레 1면.

[관련기사: 종편 대재앙 경향·한겨레 백지광고 내며 반발]

국회의원들 박제 1면

종종 쓰이는 방식으로 정착한 1면 파격 편집도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 직후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신문 1면에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 105명의 얼굴과 이름을 담았습니다. 과거 한미FTA 비준안 처리 때 경향신문이 선보였던 편집입니다.

오관철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대통령이 내란죄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올라와 표결이 이뤄진 게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고, 집단적으로 투표를 거부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 2024년 12월9일 한겨레 1면.

▲ 2024년 12월9일 경향신문 1면.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일단 기록으로 남겨두자, 어떤 사람들이 실제로 국회의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라며 “시민들의 상처를 돌아보기보다 자신들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들의 보수 정당을 지키기 위해 표를 던지지 않은 행태를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尹탄핵안 불참 국힘 의원 얼굴 1면… 경향·한겨레 국장 “기록으로 남긴다”]

신문에 뭐가 묻었나? 경향신문의 파격 1면

2016년 10월 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신문 활자 위에 컵라면과 삼각김밥 이미지를 배치했습니다. 라면 국물이 튄 상황까지 묘사됐습니다. 기사 하단에는 ‘오늘 알바 일당은 4만9000원... 김영란 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라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청년의 시각에서 신문을 디자인한 것이죠. 온라인상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1면 편집으로 기억합니다.

▲ 2016년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창간특집 1면 제작노트’를 통해 “신문은 일상이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원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하다”며 “1면 기사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는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디자인은 ‘광고 천재’로 불리우는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제작했습니다.

[관련기사: “1면 톱은 가장 중요한 사건? 생각할거리를 던져야”]

투표 당일 간결하지만 선명했던 1면

2012년 선거 당일 경향신문은 1면을 텅 비운 채 투표용지에 찍는 마크를 지면 중앙배치했습니다. 1면에는 아무런 기사도 없었습니다. 투표 마크 아래 단지 선거가 세상을 바꿔놓은 역대 사례만 적어뒀습니다. 반드시 투표를 하라는 메시지를 담지 않고도 투표를 독려한 것이죠.

▲ 2012년 경향신문 1면.

[관련기사: 어? 신문 1면이 비었네?" 경향 선거날 파격 편집”]

1200명의 이름 띄운 경향신문

2019년 경향신문은 노동자 1200명 이름을 쓴 파격적인 1면을 냈습니다.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문구와 함께였습니다. 그들은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 주요 5대 원인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입니다.

▲ 2019년 경향신문 1면.

[관련기사: 사망 노동자 1200명 이름으로 채운 경향 1면]

관련기사

서울신문의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2020년엔 서울신문이 1면을 부고기사로 채웠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라는 이 름의 이 기사는148건의 야간노동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부고 기사였습니다.서울신문은 “산재 야간노동자 148명 (사고, 과로, 질병 등)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 부고 기사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위험성 등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 2020년 서울신문 1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대통령 "안중근 '동양평화론'이 세계 평화에 초석"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청와대

  • 입력 2026.03.01 11:40

  • 수정 2026.03.01 11:56

  • 댓글 0

[3·1절 107주년 기념사] "선열들 바랐던 평화, 한반도부터"

"남북 신뢰 회복…무인기 재발 제도적 방지"

"북미 대화 재개 위해 '페이스 메이커' 역할"

"엄혹한 정세 속 협력…일본과 셔틀외교 지속"

"동북아 3국 평화를 세계 평화로 이어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1절 107주년인 1일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면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또 "엄혹한 국제정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며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이란을 공습하고 관세 전쟁으로 세계의 긴장이 극에 달한 현실 속에서, 3·1혁명의 평화 정신을 통해 한반도와 역내에 평화·공존을 강조하고, 동시에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세계 5위 군사력을 달성한 대한민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열들 바랐셨던 평화와 공존, 한반도에서부터"

"남북 신뢰회복 노력…무인기 재발 방지 제도화"

"북미 대화 조속한 재개 위해 '페이스 메이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107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3·1혁명이 일어났던 한 세기 전의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격변의 시대였다"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세계는 또다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확립됐던 국제 규범은 힘의 논리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면서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3.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한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영향력 7위에 달하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 평화를 확산하며 선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먼저 "그동안 수차례 밝힌 것처럼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 행위도 어떠한 흡수 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왔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정부의 뜻과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작년 무인기 침투 사건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범죄 행위이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측과의 대화 재개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 '페이스 메이커'로서 북미 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충실하게 소통하겠다"며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주변국 협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측을 향해서도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해 나가는 만큼 조속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 헨리 닷지 아펜젤러의 유족인 증손녀 로라 아펜젤러 스가릴리아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6.3.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과거 직시하며 현재 과제 함께 푸는 실용외교"

"엄혹한 정세 속 협력…일본과 셔틀외교 지속"

"동북아 3국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갈 것"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실용외교를 통해 엄혹한 국제정세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셔틀 외교' 의지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굴곡진 역사를 함께 해 왔다.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고통받는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이 계신다"면서도 "엄혹한 국제 정세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외교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들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양국이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기 위해 호응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찍이 안중근 의사께서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의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며 "동북아 평화와 화합의 의의를 되새기며 저는 올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여 한중일 3국이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가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대로 화합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6.3.1.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끝으로 "선열들께서는 작은 차이를 넘어 하나로 통합하여 독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졌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위대한 대한국민들께서 함께 힘을 모아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하게 발휘한다면 선열들께서 꿈꾸던 평화로운 세상을 현실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께서 목숨을 바쳐가며 바라셨던 선진 민주 모범국가,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문화가 꽃피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나아가자. 3·1혁명의 정신으로 평화와 민주, 상생과 공영의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점점 ‘선 넘는’ 트럼프의 군사력 동원…언제까지 ‘치고 빠질’ 수 있을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3/02 07:54
  • 수정일
    2026/03/02 07: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수정 2026.03.01 16:11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미국의 이란 공격 당시 상황을 함께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걸고 재선에 성공했다. 1기 행정부 시절 단 한 건의 전쟁도 발발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내세운 가장 큰 치적 중 하나였다.

하지만 2기 행정부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1년여 만에 소말리아·이란·예멘·시리아·이라크·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 등 무려 7개 국가에 공습을 감행했다. 그중에서도 이번 이란 공격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내건 이란 전역 공습이었다는 점에서, 가장 전쟁에 가까워진 선택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사작전을 거듭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막강한 화력에 점점 더 도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하면서 공개한 8분짜리 연설 동영상에서 “이란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초래해 선제공격에 나서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나 동맹국을 공격할 것이란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영상에서 ‘임박한 위협’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앤디 김 상원의원(민주·뉴욕)은 “만약 그토록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면 왜 그동안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와 제러드 쿠슈너의 몇 차례 회담 외에 아무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라며 “협상 후 며칠 만에 의회 승인도 없이 공습을 감행해선 안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참히 학살하자 지난 1월 26일부터 중동에 항공모함을 집결시키는 한편,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8개월 만에 핵 협상을 재개하는 냉온 양면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핵 협상을 이끈 윗코프와 쿠슈너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평화협상까지 맡고 있어서, 미국이 과연 이란과 진지하게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같은 의구심은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하지 않자, 3차 협상만에 공격을 감행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에 오열하는 이란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미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RF) 전 회장인 리처드 하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시점을 지금으로 택한 것은 공격할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공격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임박한 위협’이 있어서라기보단,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들을 한꺼번에 사살할 수 있는 타이밍이 포착되자 공격을 감행한 것이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수뇌부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회의 3건이 포착됐고, 오래 기다려온 끝에 잡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해 대낮에 공습 작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하메이니 뿐만 아니라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인 알리 샴카니 전 최고국방회의 사무총장 등이 숨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이란 공격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리한 단속에 이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이란 공격을 통해 ‘강한 미국’을 과시할 경우 단기적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힘을 통한 평화’에 도취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선을 넘을 것인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 핵시설 폭격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이 예상과 달리 큰 후폭풍 없이 마무리되자 자신감을 얻고 이번엔 아예 이란 전면 공습으로 그 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선 이란 핵시설 폭격과 마두로 대통령 생포는 ‘치고 빠지는’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과 차이가 있다. 만약 이란의 반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이란 정권 교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 하에 공격을 장기화할 경우 공화당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내에 큰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마가 유명인사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우파 논객이자 전 폭스 뉴스 앵커인 터커 칼슨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란 공격에 대해 “정말 역겹고 악랄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극우 인플루언서인 잭 포소비액도 “젊은 미국인들은 국내 정책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속보] 트럼프 “하메네이 사살 성공…이란 국민, 조국 되찾아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3/01 09:51
  • 수정일
    2026/03/01 09:5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수정 2026.03.01 07:54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아야톨라 하메네이 소셜미디어 계정에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 시아파 종교적 상징을 담은 이미지가 게시됐다. 엑스 계정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악랄한 인물 중 하나인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며 “이는 이란 국민뿐 아니라 하메네이와 그의 피에 굶주린 폭력배 집단에 의해 살해되거나 불구가 된 위대한 미국인들, 그리고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위한 정의”라고 밝혔다.

그는 하메네이가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력한 우리의 정보 역량과 고도로 정교한 추적 시스템을 피할 수 없었다”며 “다른 이란 지도자들 역시 속수무책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이란 국민이 자신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며 “우리는 이란혁명수비대, 이란군, 그리고 기타 안보·경찰조직과 더 이상 싸우길 원치 않는다”고 회유했다. 이어 “그들 역시 면책을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지금 (투항하면) 면책받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죽음뿐이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이란혁명수비대와 경찰은 평화적으로 이란의 애국 세력과 합류해 하나의 단위로 협력하며, 그 나라가 마땅히 누려야 할 위대함을 되찾는 데 함께하라”고 강조했다.

이상한 과학의 나라 ACE

그는 “(우리의 공격으로) 하메네이의 사망뿐 아니라 단 하루만에 이 나라는 크게 파괴됐고, 초토화됐다”며 “중동 전역,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달성한다는 우리의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강력하고 정밀한 폭격은 이번 주 내내, 필요하다면 그 이상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하메네이의 공식 엑스 계정에는 시아파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이미지가 게시됐다. 이 이미지에는 불타는 칼을 든 성직자의 형상과 이맘 알리의 칭호인 ‘하이데르’(Hyder)가 쓰여 있는데, 이는 시아파 무슬림들이 전쟁 때 외치는 전투 구호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