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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민의힘 #우원식 #원구성 김준 기자 jkim1036@gmail.com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20 09:34
  • 수정일
    2024/06/20 09: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추 원내대표 "법사·운영위 1년씩 맡자"

법사위 앞두고 타협안, 대통령실 방탄?

우 의장 "이번 주말까지 원구성 종료"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법사위를 앞두고 여당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정부 부처 인사들의 법사위 증인 출석을 앞두고 ‘대통령실 방탄’ 역할을 방기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년씩 나눠서 맡자고 공개 제안했다. 추 원내대표는 19일 “앞의 1년은 민주당이 맡고, 1년 뒤 2년 차에는 국민의힘으로 돌려달라, 순차적으로 맡자는 안을 다시 공개 제안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첫 1년을 법사위·운영위를 맡아 운영하고 국민의힘이 다음 해 넘겨받는 방식이다.

여당이 유화책을 내놓는 배경에는 21일 열릴 법사위 때문이란 분석이 따른다. 해당 법사위가 야당 출석만으로 진행되면 대통령실 방탄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 부처 인사가 상임위에 출석하면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해주는 그림을 연출해왔다.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한 여당은 정부 부처 인사들의 우군인 셈이다.

예정된 법사위에서는 채 해병 특검 법안이 다뤄질 예정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증인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채택했다.

증인이 불출석하려면 3일 전에는 사유서를 내야 한다. 법사위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까지 아무도 사유서를 내지 않은 상황이라, 이들의 출석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만약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출석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채 해병 특검법은 대통령실을 향한 수사로도 확대될 수 있다. 대통령실 방탄에 앞장서왔던 여당이기에 상임위 출석을 거부하기엔 부담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당의 제안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토해 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협상의 안을 던졌을 때 논의해 볼 수는 있지만 (법사위와 운영위는 사수한다는) 원칙을 물러서거나 변경한 적 없다. 원내대표단이 갖고 있는 국회 운영의 기조라고 보면 되겠다”고 선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전에 상임위 배분을 이르면 이번 주 내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SNS를 통해 “이번 6월 임시회의 회기는 7월 4일까지”라며 “양 교섭단체 대표에게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고 최종 통지했다”고 밝혔다.

24일부터 대정부질문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시기에는 법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는 열지 않는 것이 관례다. 우 의장은 이를 고려해 “회기 내에 국회법이 정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마치려면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며 “시한을 정해 마지막 협상을 이어가게끔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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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해야 하는가?

[임수강의 진보금융 찾기] 단순한 정책금리 인하 요구를 넘어서야

임수강 금융평론가 | 기사입력 2024.06.20. 05:45:50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본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려 나가던 2022년 9월에 연준의 파월 의장은 보수적인 카토 연구소와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미국경제는 고용시장에서 노동수요가 매우 강하고 높은 임금의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는 불균형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연준은 정책개입을 통해 상당 기간 추세 이하의 성장을 유지함으로써 노동시장을 균형수준으로 되돌리고 임금상승률도 2% 물가목표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월은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의 목적이 성장률을 낮게 유지하여 실업률을 높이고 임금 상승률을 떨어트리는 데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연준 홈페이지에서는 연준의 목표가 고용의 최대화와 물가의 안정을 달성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파월의 인터뷰는 연준 정책이 겉으로 내세우는 목표와는 달리 고용의 최대화가 아니라 오히려 고용의 축소를 목표로 전개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준은 고용 수준이 높아 기업들이 노동조합과 협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할 때는 항상 금리의 인상을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윈 디킨스(Edwin Dickens)는 연준에서 금리 결정을 담당하는 공개시장위원회의 1950년대 회의록을 분석하여 연준의 금리정책이 노동자들의 순응성을 키우고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데에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1979)>를 쓴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아들인 경제학자인 제임스 갈브레이스는 연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응의 결과인지 낮은 실업률에 대한 반응의 결과인지를 조사했는데, 인플레이션보다 완전고용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이 연준의 정책을 결정하는 우선적인 기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이클 패럴먼(Michael A. Perelman)은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2014)>라는 저서에서 미국 연준의 1979년 고금리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공표된 목표 외에도 노동조합 세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Paul Volcker)는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몹시 경계했고 이를 정책 금리 결정에 참고했다. 그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 수준과 협상 상황, 그리고 노사 합의 내용까지 일일이 체크했다. 곧, 볼커는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에 연준의 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것이다.

연준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어느 정도의 실업률을 유지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주도하는 사회에서 실업의 공포가 사라진 경영 환경은 자본가로서는 끔찍할 수밖에 없다. 파월의 발언은 최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결정의 과정도 물가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임금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물가 상승이 에너지와 식량 부족,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파손에서 생긴 것이고 따라서 정책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러한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노동자들의 실업률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또 그것이 가계의 금리부담, 투자와 소비의 위축, 나아가 사회 전체의 고통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은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해야 할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진보 성향의 여러 연구자들은 정책금리의 인하를 주장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스티글리츠는 '과도한 수요'를 줄이겠다는 최근의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경제 수축으로 이어져서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타격을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에서 언급한 제임스 갈브레이스는 금리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무거운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저금리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 마르크스주의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진정으로 노리는 바는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것이라면서 역시 금리 인하를 주장한다.

더욱이 일부 보수적인 연구자들의 금리 인상 주장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금리 인하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보수적인 오스트리아학파의 전통에 서 있는 에드워드 챈슬러(Edward Chancellor)는 최근 펴낸 <금리의 역습(2023)>이라는 저서에서 저금리가 가져올 수 있는 나쁜 결과를 이야기한다. 그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는 경제에는 '자연 이자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시장 이자율이 그보다 낮으면 여러 '잘못된 투자'가 이뤄지고 특히 투자의 많은 부분이 생산적인 부문에서 금융자산으로 옮겨가서 거품을 일으킨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동안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시장 이자율이 자연 이자율보다 더 낮은 상태가 이어졌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 결과 생긴 잘못된 투자는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을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런데 자산시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좀 어리둥절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들려오는 금리 인하 목소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금리 인하를 가장 바라는 쪽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용 상태까지 챙기면서 거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연준이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참조하는 중요 지표가 실업률이기 때문이다. 자산 계층은 실업률이 올라가면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판단하며, 실제로 그 판단이 적중하면 자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 계층은 정책금리의 인하를 요구하며 이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경제 신문들은 그 필요성을 드러내놓고 제기한다.

노동자와 자산 계층 모두 금리 인하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금리 인하 요구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금리가 오히려 자산 계층에게 유리하게 된 사정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대표 저서인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의 마지막 장은 이 저서가 지향하는 사회철학에 대해 다룬다. 거기에서 케인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 사회의 결함으로 실업과 불평등 문제를 들면서 미래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들도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의 양은 상대적으로 풍부해지는 데 비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감소에 비례해서 자본의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자율이 떨어지리라는 것을 함의한다. 케인스는, 이자율이 떨어지면 이자를 받아서 생활하는 계급은 그 수입이 줄어들어 결국 ‘안락사’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자본이 더는 희소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 금융의 힘은 약해지고 금융 불로소득은 사라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본의 급증과 이자율 수준의 지속적인 하락이 특징인 신자유주의 시대에 금융 불로소득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오늘날 이자(임대료) 소득자들은 안락사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더 굳건하게 다지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증가한 자본의 양에 비해 그 수요가 줄어들어 이자율이 떨어지고 그 결과 금융 불로소득자들이 안락사할 것이라는 케인스의 예상은 빗나간 것처럼 보인다. 자산 계층에게 저금리 상황이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 된 이 수수께끼 같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브렛 크리스토퍼스가 쓴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2024)>는 그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에 따르면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금융 불로소득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자율 하락을 메울 만큼 또는 메우고도 남을 만큼 대출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케인스는 경제 사회가 발전할수록 자본의 수요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자본의 절대량이 늘어날수록 투자를 해야 할 곳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따라서 자본의 한계 효율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인스에게는 곤혹스럽게도 자본의 수요는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기업, 가계, 정부의 자본에 대한 수요는 케인스가 예상했던 것을 크게 넘어섰다. 은행은 신용창조를 통해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대출 증가, 부채 증가로 나타났다.

다른 하나는 금융 규제완화의 덕을 본 자본화의 발전이다. 자본화란 정기적인 소득 흐름을 낳는 어떤 것을 자본처럼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채는 정기적으로 이자 소득을 낳는다는 점에서 이의 보유자에게는 자본처럼 기능한다. 이 국채는 자본으로서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며 그저 이자를 지급 받을 권리를 나타낸 청구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자 지급 청구권은 마치 실체를 가진 자본처럼 간주되어 가격으로 표시된 다음 시장에서 거래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채권,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배당을 자본화한 주식, 나아가 임대료를 자본화한 부동산을 가공자본으로 묘사했다.

자본화 가운데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대출의 증권화이다. 대출의 증권화란 어떤 경제 주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을 증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대출에서 생기는 정기적인 이자를 증권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대출의 증권화는 자본화이기도 하다. 대출의 증권화를 통해 금융기관들은 만기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든 중간에 대출을 다른 누군가에게 팔아넘길 수 있게 되었다. 대출의 증권화가 발전하면서 금융기관들은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자동차 할부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 온갖 대출을 증권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정기적인 여러 공공 임대료 수입까지 자본화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의 진보적인 지리학자인 레이션&쓰리프트(Andrew Leyshon&Nigel Thrift)는 이를 '거의 모든 것의 자본화'라고 표현한 바 있다.

대출의 증권화는 금융자산이 크게 증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대출을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면 금융자산은 두 배로 증가한다. 이 증권이 신탁회사들의 펀드에 편입되어 수익증권 형태로 발행되면 금융자산은 또다시 증가한다. 1980년대 이후 금융기관 대출이 증가한 데다 이를 바탕으로 삼은 2차, 3차 증권이 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금융자산이 급팽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이 1980년에서 2000년까지 20여 년 사이에 거의 네 배가 증가했다. 금융자산이 증가하면서 이제 금융부문에서는 이자 수입에 비해 자본 이득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금융자산의 가격은 미래에 생산되는 부가가치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금융자산의 가격은 미래에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부가가치, 그 가운데 금융 부문으로 흘러가는 몫, 그리고 실제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금융의 영향력에 의존한다. 그리고 그 정도는 이윤율과 이자율의 '전망'으로 표현된다. 미래에 이자율이 오르고 금융자산의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금융자산의 상대적인 가격은 떨어진다. 어제 시장 금리가 5%일 때 발행된 10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해보자. 내일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이 시장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 어제 발행된 채권의 상대적인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기존의 증권 가격은 하락하고 거꾸로 시장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에상되면 금융자산의 가격은 상승한다.

화폐 자산만을 보유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 이를 누군가에게 대출해주어야 한다면 그 사람은 금리가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금융자산(부동산을 포함하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언제든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은 금리가 떨어지기를 바랄 텐데, 그 국면에서 오히려 자본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금융자산의 축적이 증가하면 금리 인하에서 생기는 단기적인 이익은 클 것이고 그럴수록 금리 인하에 목매는 세력도 증가한다.

 

1980년대 이후 금융 세력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기에 호응하면서 저금리 편향적인 금융정책을 편 배경에는 이 시기에 금융자산이 크게 팽창했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자산이 거대하게 축적된 현실에서 금리 인하는 금융세력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많은 부분이 금융부문으로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은 계급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연합뉴스

중앙은행 정책금리 결정 과정의 계급성

이 대목에서 우리는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책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다시 말해서 자본의 이익에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서는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자본의 이익으로 기운 주류 이론가들은 정책금리 결정이 전문가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금융 전문가가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중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케인지언 전통을 따르는 여러 연구자들은 정책금리 결정을 다원주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자본과 노동,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한 국민자본과 다른 국민자본 등 여러 계급계층의 이해 대립 속에서 정책금리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대체로 금융자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금리가 결정된다고 본다.

그런데 케인지언 전통의 연구자들도 금융화 국면에서는 금융세력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금리 결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대체로 인정한다. 그런 면에서 금융화 국면에서는 마르크스주의자와 케인지언들 사이에서 정책금리 결정 방식에 대한 견해의 수렴이 발생한 셈이다. 물론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정책금리가 시장 이자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적인 지점이 있다.

금융화 국면에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결정 과정은 대체로 금융 세력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을 따른다. 그리고 금융자산, 토지와 건축물 자산이 대규모로 집적된 시기에 금융 세력은 자주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금융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금융 이익을 억누르면서까지 전체 산업의 장기 이익을 위해 정책금리를 결정하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히 노동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책 금리를 활용하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특정 자본분파의 이해가 전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무시되는 국면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주류 이론가들은 미래에 더 높은 지속 가능한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오늘의 성장을 늦추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책금리 인상을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정책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올릴 수 있을까?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점진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0.1% 수준에 머물던 정책금리(실효금리 기준)가 2023년 8월에서는 5.3%까지 오른 다음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022년 3월의 2% 수준에서 2023년 10월에는 4.9%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4%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재의 국면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노동을 길들이려는 전체 자본의 요구와 금리 인상 때문에 생기는 자본 손실의 하락을 금융세력이 어느 정도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의 정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정책금리의 최고치가 결정될 것이다.

한편 시장 이자율은 산업자본가와 화폐자본가가 같은 원천에서 나오는 가치를 나눠 갖는 관계에서 성립한다. 그러므로 한 쪽이 많이 차지하면 다른 쪽은 적게 차지해야 한다. 결국 시장 이자율은 일차적으로는 이윤을 생산하는 산업자본에, 그리고 2차적으로는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에 의존하는데, 두 관계 모두 갈등을 내포한다. 이자율 결정 과정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이자율 수준은 어떤 법칙을 따르기보다 세력들 사이의 갈등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라는 수단을 통해 시장 이자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류 이론가들은 자연 이자율이라는 개념을 들여오는데, 중립 이자율이라고도 하는 이 이자율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금리 수준으로 정의된다. 이 개념은 중앙은행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형이상학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자연 이자율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계산을 해서 찾아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이자율을 형이상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나 케인스는 자연 이자율 개념을 부정한다. 특히 마르크스는 자연 이자율 개념을 심하게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이 개념이 이자의 원천이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에 있다는 사실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요점은 정책 금리든 시장 금리든 그것이 여려 세력들의 이해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조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요구는?

아담 스미스는 저금리를 사회의 진보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았다. 발전한 사회일수록 금리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저금리가 이자(임대료) 생활자의 안락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자(임대료) 생활자를 사회의 불필요한 존재로 보았다는 점에서 케인스 역시 이들의 안락사를 가져올 저금리를 사회 진보의 중요한 측면으로 간주했다. 마르크스는 산업자본이 고금리와 싸우기 위해 신용제도를 발전해낸 과정을 설명한다. 그는 근대의 은행제도가 산업자본이 고리대 자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르크스도 대체로 저금리가 사회의 더 진보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이처럼 여러 대가들은 저금리를 사회경제 진보의 지표로 해석했다.

실제로도 금리의 하락은 당장은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노동자들은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부채보다 예금이 많은 노동자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처럼 여유 있는 노동자 가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금리가 하락하면 거시경제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늘고 그러면 실업률이 낮아져서 노동조합의 힘이 증가하고 임금협상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곧, 노동조합의 금리 인하 요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낮은 시장 이자율을 유도하려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 항상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임대료가 올라간다. 집이나 상가를 임대해서 사용해야 하는 계층에게는 저금리가 오히려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 저금리로 주식가격이 올라가면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증대함에 따라 기업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연장, 노동강도 강화, 임금인하를 더 거세게 압박할 수 있다. 만약 어떤 나라가 자산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하여 주요 나라들에 비해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 그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가 떨어져서 환율이 오를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그 나라는 수입품에 대해 더 많은 화폐를 지급해야 할 텐데, 그 수입품이 내수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결국 그 부담을 소비자(그 가운데 다수가 노동자)가 져야 한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의 상승은 실질 임금을 대폭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금리 인하 요구는 노동조합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상황별로 금리 인하가 노동자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만약 중앙은행이 실업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고금리 정책을 활용하려고 한다면 그때는 노동조합은 그러한 시도를 좌절시켜야 할 것이다. 양적완화처럼 순전히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에 목적이 있는 저금리 정책에 대해서라면 노동조합은 다른 판단을 해야 한다. 금리 수준에 따른 유불리가 상황별로 다르다는 점은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저금리만을 주장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조합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단계부터 참여하여 상황별로 요구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노동조합은 무조건 저금리를 외치기보다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 자기의 목소리를 대변할 위원을 보내는 데 먼저 힘을 쏟아야 한다.

<도움받은 자료>

마이클 패럴먼, 김영배 옮김(2014),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 어바웃어북.

브렛 크리스토퍼스, 이병천 외 옮김(2024),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 여문책.

에드워드 챈슬러, 임상훈 옮김(2023), <금리의 역습>, 위즈덤하우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주명 옮김(2010),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필맥.

임수강 금융평론가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해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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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조·러는 동맹 관계” 선언

푸틴 대통령, “조선과의 군사기술 협력 배제 않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6.19 21:02
  •  
  •  수정 2024.06.20 08:02
  •  
  •  댓글 2
 
19일 오후 평양에서 공동 언론발표에 나선 북.러 정상. [사진 출처-러시아 대통령실]
19일 오후 평양에서 공동 언론발표에 나선 북.러 정상. [사진 출처-러시아 대통령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선언했다. 

키르기스스탄 [AKIpress]에 따르면, 이날 오후 평양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방금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아래 조선)과 러시아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러 관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의 탄생” 이유에 대해서는 “시대는 달라졌고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이 차지하는 지위는 의심할 바 없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9월 러시아연방의 보스토치니 우주 발사장에서 진행된 푸틴 대통령 동지와의 상봉에서 새 국가 간 조약 문제를 토의한 후 불과 9개월 만에 변화된 현 국제 정세와 새 시대의 조러 관계의 전략적 성격에 걸맞는 위대한 국가 간 조약을 체결하게 된 것을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조·러 동맹관계는 오늘 이 자리에서 비로소 역사의 닻을 올리며 자기의 장엄한 출항을 알렸다”면서 “조선 정부는 러시아연방과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한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자기의 조약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 조약은 다름 아닌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의 근본 이익을 증진시키고 수호하기 위한 매우 건설적이고 전망적이며 철저히 평화애호적이고 방위적인 조약으로서 지배와 예속, 패권과 강권이 없는 다극화된 새 세계 창설을 가속화하는 추동력으로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는 그 어떤 나라의 침략이 발생할 때 상호 군사 원조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공개했다. 냉전 시절 ‘자동군사개입’ 조항으로 불렸던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1961) 제1조를 떠올리게 한다. 

F-16 등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서방 나라들을 비난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오늘 「러·조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따라서 러시아연방은 조선과의 사이에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달리 새 조약에 기초한 두 나라 관계를 ‘동맹’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거나 “지금 조선반도에서 긴장격화에 대한 책임을 조선에 전가하려는 서방국들의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평양 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낮 12시부터 김일성광장에서 공식환영식에 이어 금수산태양궁전에서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 회담, 조약 서명, 공동 언론발표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밖에 해방탑에 화환을 진정하고 러시아정교회 사원을 방문했으며, 공연 관람과 환영연회 참석 후 베트남으로 떠난다.  

<역대 북·러 조약 내용 비교>

0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한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1961.7.6.) 제1조

0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 -「조·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2000.2.9.) 제2조 

0 오늘 서명된 조약은 체약 일방에 대한 침략이 있을 경우 ‘상호 군사 원조’(mutual military assistance)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조·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2024.6.19.) 제4조에 대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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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산유국? MB 자원외교와 비슷"

자원·에너지 전문가인 박현숙 선임비서관(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는 '탐사 자원량이 약 8억 배럴'이라고 밝혔는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17배 가량 뻥튀기된 겁니다."

10년 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아래 산자위) 소속 의원 보좌진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를 파고들었던 박현숙 선임비서관(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그때 하베스트 사업 인수와 지금 동해 (포항 영일만) 시추 계획은 닮았다"라고 꼬집었다.

박 선임비서관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 탐사 시추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며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명박·윤석열 정부) 둘 다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고, 자문사와의 검은 거래 의혹이 불거졌으며, 대통령 해외 순방의 발판으로 삼고 있죠. 기본 지표를 부풀렸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더해 두 사업 모두 대통령이 발표했다 보니 정부 입장에선 무조건 사업을 시작해야만 하죠.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모두 윤석열 정부의 칼춤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국회 내 에너지·자원 전문가로서 소셜미디어에도 적극 비판하는 글을 올려온 박 선임비서관은 "(윤 대통령을) 제지할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부, 한국석유공사(아래 석유공사) 등이 절차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탐사 시추 계획이 해외자원개발법과 해저광물자원개발법 등 관련 법을 준수하며 수립된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법을 위반했다면 탐사 시추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 선임비서관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대국민 사기극 블랙코미디 보는 느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국정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24.6.3

ⓒ 연합뉴스

-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르는 석유와 가스가 동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표했다.

"140억 배럴이라는 수치에 깜짝 놀랐다. 지난 2020년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성과보고서에는 탐사 자원량(석유나 가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양)이 약 8억 배럴로 적시돼 있다. 호주 최대 석유회사인 우드사이드와 공동으로 진행한 물리탐사 결과다. 그런데 어떻게 4년도 안 돼 자원량이 17.5배나 늘어난 140억 배럴이 될 수 있나. 참고로 MB 정부가 추진한 사업들에서도 탐사 자원량이 늘어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특히 브리핑 이후 언론이 일제히 '산유국', '포항 앞바다 석유매장량', '30조 경제효과' 등을 거론하는 것을 보며 황당했다. 수치가 부풀려진 것은 물론이고, 경제성이 있을 때 쓰는 '매장량'이라는 용어가 잘못된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마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올바른 용어는 '매장량'이 아니라 '탐사 자원량'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이었는데, 대통령이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이 되는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탐사 자원량이 17.5배나 늘어난 것에 대한 해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는데.

"해외자원개발법 제5조와 해저광물자원개발법 제12·14조에 따르면 석유, 가스, 광물의 주인은 국가이고 영토 내에서 탐사나 채취를 하려는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은 반드시 산업부에 구체적인 계획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탐사할 면적은 어느 정도인지, 그곳에 자원은 얼마나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등을 신고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탐사 내용에 변경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산업부에 보고하고 검증을 거치게 돼 있다. 즉 법에 따르면, 동해 심해 탐사 자원량이 8억 배럴에서 140억 배럴로 변경됐다는 건 산업부가 이 같은 변경 사항을 심의하고 검증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불거진 논란들을 보면 제대로 된 심의를 거친 건지 의문이다."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 Geo)사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 회견 장면을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 지난 7일 동해 심해 탐사 분석을 수행한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진행한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해당 기자회견은 석유공사가 주최하고 아브레우가 발언한 현장이었다. 석유공사가 판을 짜고 아브레우가 호응한 비상식적인 기자회견으로 봤다. 당시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액트지오를 둘러싼 각종 의혹 해명'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최대 140억 배럴 발표'였다.

아브레우는 지질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다. 지금껏 쌓아온 권위가 이렇게까지 훼손된다면 석유공사와 손절한 뒤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는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궁색한 변명만을 이어갔다.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린 거다.

또 아브레우는 기자회견에서 전문용어를 잔뜩 사용하며 140억 배럴의 유전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자랑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그의 말을 이해하기 쉬웠을까? 전문가들이 어려운 말을 쓰면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학계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는다. 진짜 전문가는 어려운 용어를 보통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 회견에서 국민들은 '산유국', '가능성 높다'라는 내용 정도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게 석유공사와 아브레우가 합작한 속임수 전략이라고 본다."

- 세금 체납, 주소지 문제, 석유공사 동해탐사팀장 학연 논란 등 액트지오 관련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계약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하는 사업이 정말 유망하고 사업성이 있다면 석유공사가 '의혹투성이인 액트지오와의 계약을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취소하겠다'라고 말한 뒤 다른 업체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석유공사가 왜 액트지오와의 계약을 지켜나가려고 하겠나. 석유공사와 개발 사업을 진행할 다른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업체가 억지로 거짓 자문을 해주겠나.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상황에서 개발 사업은 계속 이어가야 하니 학연이 얽힌 액트지오를 선택한 것 같다. (제대로 된 회사를 택하지 않으니) 액트지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 수밖에 없다."

"액트지오 계약 해지하고 산업부 장관·석유공사 사장 책임져야"

 

자원·에너지 전문가인 박현숙 선임비서관(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석유공사의 문제점은 MB(이명박) 정부 때도 불거졌는데.

"석유공사는 MB 정부의 하베스트 인수 사업 실패 이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특히 2022년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가 19조 7951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가스공사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과 통합하려면 약 8조 원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8조 원을 써야 한다는 뜻인데 어떤 정부가 8조를 더 주고 공기업을 망하게 하겠는가. 그래서 MB 정부 이후 들어선 그 어떤 정부도 쉽사리 공사 통합이나 매각을 진행하지 못했다.

공사 통합이 어렵다면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들은 새로운 주특기를 개발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가령 석유공사의 경우 탄소 포집 기술(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식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급변해 쉽지 않았다. MB 정부는 자원외교를 독려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그 실패를 뒷수습하느라 아예 논의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탈원전 등으로 정치 논쟁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에너지 정책의 정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는 철학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 정부가 유일하게 외치는 것이 '원전 생태계 복원'인데 그건 철학이라고 볼 수 없다. 하나의 산업일 뿐이다. 이처럼 역대 정부는 석유공사를 정리하지도 변화를 이끌지도 못했다. 계속해서 석유공사라는 폭탄을 돌린 꼴이다."

-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비교한다면.

"크게 다섯 가지가 비슷하다. 첫째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점이다. 하베스트 사업 인수 당시에도 '바가지 쓰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과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서둘러 매입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상존했다. 당시 석유공사 이사회는 후자를 택했고 4조 2000억 원을 주고 하베스트를 샀다. 그러나 2023년 말 기준 회수할 수 없는 금액(손상차손)이 6조 원에 달했다. 이번 계획도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둘째, 자문사와의 검은 거래가 비슷하다. 당시 하베스트 관련 컨설팅을 '메릴린치'라는 회사가 했다. 수백억 원이 자문료로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메릴린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도 위기 직전 회사였다. 결국 나중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합병 당했다. 대통령 측근과 메릴린치가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현재 액트지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셋째, 정권이 사업을 홍보해 해외 순방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MB는 당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를 이야기하며 해외 순방을 다녔다. 실제로 그의 저서 <대통령의 시간>을 보면 '임기 중 내가 해외 순방을 하면서 맺은 양해각서(MOU) 중 자원 사업과 관련된 양해각서가 30건'이라고 밝혔다. 그 MOU를 맺은 사업은 지금 알게, 모르게 다 사라졌다. 사라지기만 했으면 다행인데, 몇몇은 악성 자산이 되어 공기업들을 절벽으로 밀고 있다. 이번 계획도 마찬가지다. '산유국'이라는 표현으로 홍보를 하고 이번에 윤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에 자원외교 순방을 하러 갔다.

넷째, 자원량 가치를 결정하는 기본 지표를 부풀렸다는 점이다. 하베스트를 2009년 1월에 인수할 당시 MB 정부는 '매장량 가치가 2억 1990만 배럴'이라고 과대 홍보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사업을 해보니 실제로 확인된 매장량은 1억 9500만 배럴이었다. 이번에 동해의 경우 8억 배럴을 140억 배럴이라고 뻥튀기했으니 이쪽이 더 심각해 보인다.

추가로, 두 사업 모두 대통령이 발표했다.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이 발표하게 되면 정부에서는 사업을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면 어쨌든 성과를 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수치를 부풀리거나 조작할 우려도 있다. 하베스트의 경우 깡통 유전 판명이 난 뒤에도 사 가려는 기업이 없어 철수도 못 한 채 계속 투자 중이다. 동해 시추도 향후 깡통 판정이 나면 복구비를 투자해야 한다. "

- 정부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의혹투성이의 개발은 성공하지 못할뿐더러 소모적인 정치 논쟁의 시작이 된다. 깨끗하게 의혹을 해명할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액트지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또 산업부 장관, 석유공사 사장 등은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정권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석유공사 사업에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 탄소 포집,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예산을 더 배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 일단 윤석열 정부는 오는 12월 첫 시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석유 시추라는 미친 무당의 칼춤에 정치권과 언론도 합류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제지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계획이 해외자원개발법과 해저광물자원개발법 등 관련 법을 준수하며 수립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법을 위반했다면 탐사 시추를 제지할 수 있다.

또한 액트지오와 진행한 물리 탐사 결과 어떻게 140억 배럴로 탐사 자원량이 급증했는지 살펴야 한다.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거나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그 결과 혐의가 분명하게 확인된다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한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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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현숙, #동해시추, #포항영일만, #자원외교, #액트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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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전략적 동반자’ 격상, 한겨레 “尹 정부 편향외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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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4.06.19 07:42

▲ 푸틴 대통령. 사진=pixabay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에 나선다. 북·러가 ‘준(準) 동맹’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9일 주요 일간지는 일제히 1면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편향 외교’가 북-러 관계 발전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협정을 맺는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북한 도착에 앞서 18일 오전 북한 노동신문 1면에 실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일보 사진 갈무리.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특히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미·일 3각 동맹에 ‘올인’하며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력을 지닌 중·러와 갈등해 왔다”며 “이런 ‘편향 외교’가 결과적으로 북-러 관계 발전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동안 소원했던 북·러가 관계를 급속히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한국의 외교 실책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 러시아 외교부는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러시아는 한국 대신 북한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한국이 균형을 잡고 동북아 진영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한국 정부는 북·러 회동 후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원칙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악순환을 부를 과도한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북·러 결속 빌미를 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무조건반사’식으로 동참하진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북-러 관계 격상을 두고 동아일보는 “‘깡패국가들’ 간의 상호 생존 의탁”이라고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웃 국가의 주권을 짓밟고 침략전쟁을 벌인 러시아나 유엔 제재를 위반하며 불법 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불량국가”라며 “그런 왕따 처지에서 절실한 무기와 물자를 주고받으며 생존을 의탁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깡패국가 간 불순한 결합이 오래갈 수는 없다”며 “정부로서는 당장 러시아가 북핵 고도화를 위한 첨단기술 제공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도록 단단히 경고하는 한편 향후 한-러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둔 정교한 관리 외교에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민일보도 “러시아가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확실히 설정해 요구하고 치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는 ‘조선칼럼’에서 북·러 군사 협력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대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원자력잠수함, 정찰위성 기술 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며 “한미 양국은 러·북 간 ‘치명적 거래’를 가정해 전략적 ‘추가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한·러 관계를 의식해 푸틴의 방북 의미를 축소하고 대충 넘어가면 상황 관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가 잘못할 때는 중국과, 중국이 잘못할 때는 러시아와 협조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한·러 관계가 한국의 안보보다 우선할 수 없고, 러시아의 불법행위가 중국의 역내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푸틴-김정은 간의 ‘치명적 거래’와 그 이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타협 모르고 ‘끝까지 가보자’는 의정 치킨게임 진저리”

서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 데 이어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일부 동네 병의원들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19일 아침신문엔 휴진 소식을 모른 채 병원을 찾았다 허탕을 친 환자들을 인터뷰한 현장 르포 기사들이 많았다.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이날 의협은 서울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총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증원 재논의 등 의사들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집단 휴진에 나선 의사들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등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사설을 내고 “타협을 모르고 ‘끝까지 가보자’는 의·정 치킨게임에 진저리가 난다”며 의사들은 당장 휴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대 증원 재논의’ 주장을 여전히 붙들고 병원을 비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정부·의료계는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사태 수습을 위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들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진영 칼럼’에서 비윤리적 의사 파업을 지적함과 동시에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금의 의사 파업은 불법 여부를 떠나 윤리적이라 보기 어렵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정부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어 정부 권한이 막강하다. 그만큼 망가진 의료 체계에 대한 정부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소아과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는 정부가 환자를 볼수록 손해 보는 구조를 방치한 결과다. 의사들은 미용 의료, 환자들은 빅5 병원으로 쏠리면서 필수 의료, 지방 의료 다 죽는다는 소리가 커지자 근본적 수술 대신 의대 증원이라는 대증 요법으로 막아보려다 이 사달이 났다”며 “생업에 바쁘고 전문 의료 정책이 어려운 국민을 대신해 의정 갈등을 중재하며 국민의 이익을 지켜내야 할 책임은 국회에 있다. 이번 국회엔 의사 출신 의원이 8명이나 되는데도 골치 아픈 의정 간 다툼에 끼어들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만배·신학림 구속영장 청구에 한겨레 “하명수사 자인” 비판

한겨레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7일 청구한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에 ‘별건’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윗선의 지시로 반드시 구속해야 하는 ‘하명수사’”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출신 신학림씨(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재 및 증재, 청탁금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갈 등 총 5개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겨레는 “공갈 혐의는 신 전 위원장이 자신이 쓴 책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는 전혀 무관하고, 대장동 사건 수사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그런데도 영장에 이 혐의를 넣은 것은 ‘본안’인 명예훼손과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갈 혐의로라도 영장이 발부되길 노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언론인을 어떡해서든지 구속하려는 모양새가 참으로 치졸해 보인다”며 “이러니 검찰이 ‘대통령 심기 경호처’라는 비아냥을 듣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은 지난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주된 근거로 사용됐다. 검찰은 김씨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씨에게 2021년 이뤄진 허위 인터뷰를 보도해달라고 청탁하면서 그 대가로 약 1억6500만 원을 보냈고, 이를 책값으로 위장했다고 보고 있다.

한겨레는 뉴스타파의 기사 내용은 다른 언론들도 지난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보도한 내용이라며 “유독 뉴스타파의 보도로 대장동 사건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애초 민주당을 ‘배후’로 의심하고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했지만, 이번 영장에는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만들면서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무색할 지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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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식주 물가, 주요국 1.6배…통화정책으로 대응 불가"

한은 "고물가 배경에 구조적 문제 있어" 지적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4.06.18. 21:58:44

한국은행이 한국의 높은 물가 수준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한국의 물가 수준을 나눠 보면 의식주 물가는 주요국 평균의 1.6배에 달하지만 공공요금은 주요국의 70퍼센트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18일 한은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해당 자료에서 한은은 한국의 현 물가 수준을 우선 평가한 후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논했다.

한은은 우선 한국의 전체 물가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평균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195개국 민간소비지출 자료(2021년 기준)를 바탕으로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다만 품목별로 개별 가격을 비교해 보면,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수준이 현저히 높거나 반대로 현저히 낮은 품목이 많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더 구체적으로 품목별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00)을 기준으로 지수화할 때 이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18일 한은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서 OECD 평균(100) 대비 한국의 의류·신발은 150이 훌쩍 넘었고 식료품도 150이 넘었다고 밝혔다. 즉 OECD 평균의 1.5배를 넘을 정도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 ⓒ한국은

한은의 연구 결과를 보면, OECD 평균(100) 대비 한국의 의류·신발은 150이 훌쩍 넘었고 식료품도 150이 넘었다. 즉 OECD 평균의 1.5배를 넘을 정도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

 

가전제품과 주거비도 100을 넘겨 OECD 평균보다 비싼 편이었다. 특히 한은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세계 생활비 비교 데이터베이스인 넘베오(Numbeo)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PIR은 상하이, 호치민, 마닐라, 베이징, 방콕, 홍콩 다음으로 높았다.

더 구체적으로 세부품목의 OECD 평균 대비 가격수준을 보면, 사과는 3배 가까이 비쌌고 돼지고기와 감자는 두 배를 넘었다. 티셔츠, 남자정장 가격, 골프장이용료 역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쇠고기, 오렌지, 오이, 원피스 가격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반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의약품, 대중교통요금, 통신비, 외식비도 OECD 평균 이하였다.

한은은 "이러한 가격격차가 과거에 비해 더 확대했다"며 "식료품·의류가격 수준은 1990년대 이후 더 상승하였으며 공공요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식료품가격은 1990년 OECD평균의 1.2배 수준에서 작년 현재 1.5배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공공요금의 경우 1990년 OECD평균의 0.9배 수준에서 최근 0.7배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세부품목의 OECD 평균 대비 가격수준을 보면, 사과는 3배 가까이 비쌌고 돼지고기와 감자는 두 배를 넘었다. 티셔츠, 남자정장 가격, 골프장이용료 역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쇠고기, 오렌지, 오이, 원피스 가격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한국은행

한은은 이처럼 개별 품목에 따라 OECD 평균과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로 생산성과 개방도의 차이, 거래비용, 정책 지원 유무 등을 꼽았다.

우선 한은은 국내 식료품 가격 급등세를 견인하는 과일과 채소가격이 비싼 원인으로 생산성 저하를 꼽았다. 인구당 경작지가 매우 작고 영농규모도 영세해 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에서 27위에 머무를 정도로 하위권이라는 설명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 수입이 어렵고 운송비가 높아 수입을 통한 과일과 채소 공급이 어렵다는 점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생산농가는 영세한데 반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는 시장지배력이 강해 이들로 인한 유통비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농수산 도소매업의 일부 기업 독과점은 실제 식료품비를 끌어올리는 최근의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돼 왔다.

 

의류가격이 비싼 주요 이유로는 고비용 유통구조에 더해 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도 꼽혔다.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가격차별화를 취하는 점 등이 해당 사례로 제시됐다.

반면 공공요금은 정부의 물가정책 영향으로 인해 주요국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이처럼 한국 물가 수준을 결정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며 한은의 통화 정책만으로 이에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더욱이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충격에는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완화시키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생산성 제고, 공급채널 다양화와 같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농산물의 경우 영농 규모화를 추진하는 한편 수입선을 확보하는 등 공급채널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구조를 효율화하고 가격투명성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도 한은은 지적했다.

공공요금의 경우 단계적인 정상화, 즉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은은 전했다. 다만 그로 인해 부담이 커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선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한은은 조언했다.

▲한국의 식료품 가격 수준은 세계 주요국의 1.5배를 넘는다. 지난 14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시민이 여름철 대표 과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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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결국 미국에 토사구팽당하나?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6/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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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최근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에 힘을 실었다. 이에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계속하려는 네타냐후 총리가 토사구팽 위기에 내몰렸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17일(현지 시각)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이스라엘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과 직접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 내각’을 해체한 것에 관해 문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고 4일 뒤인 지난해 10월 11일 전시 내각을 설치했다. 전시 내각의 구성원은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6명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을 포함해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장관, 야당 인사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에게 전쟁 관련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의결권을 줬다. 

 

하지만 의결권을 가진 3명이 팔-이 전쟁의 방향성을 두고 충돌하면서 혼란이 벌어졌다. 갈란트 장관은 집단학살을 밀어붙이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반발해 왔다. 지난 9일에는 간츠 대표가 즉각 휴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전시 내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지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1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가 국방 담당 비서를 통해 이스라엘군에 “(전투 중단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전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이 이스라엘군의 전투 중단을 승인했다. 전시 내각 인사들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이스라엘군이 총리에게 항명하는 하극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밀러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투 중단 조치에 “매우 환영하는 조치”,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섬멸’을 완료할 때까지 전쟁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미국도 이런 네타냐후 총리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안팎에서 하마스 섬멸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지지·옹호해 온 미국의 입지도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좁아져 갔다. 

 

게다가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네타냐후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촉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이를 볼 때 미국은 팔-이 전쟁에서 발을 빼고자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압박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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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거부권에 폐기된 노란봉투법, 더 강력해져 돌아왔다

“고용형태 다변화 반영 위해 ‘근로자 정의’도 개정”

이용우(앞줄 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신장식(오른쪽 두 번째부터)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야당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 의원, 신 의원, 윤 의원. 2024.06.18. ⓒ뉴시스


지난 제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으로 폐기된 ‘노란봉투법’이 다시 발의됐다. 이번 법안 발의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3명이 공동대표로 발의했으며, 야6당 총 87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용우·신장식·윤종오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민주노총·한국노총, 그리고 141개 노동시민사회가 결집한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더 강력해져 돌아온 노란봉투법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법”, “손배 폭탄 방지법”
노동자 정의 및 손배 제한 추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골자로 구성됐다. 박석운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대표는 노란봉투법을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법’과 ‘손배 폭탄 방지법’으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법’은 간접고용직 등의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진짜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청 사용자는 간접고용직의 임금 등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핑계로 교섭을 회피해 왔다. 이런 이유로, 간접고용직은 아무 권한 없는 하청업체 사용자와의 무의미한 교섭만 반복해야 했다. 이에 법안에는 사용자를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아, 간접고용직도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고자 했다. 또 ‘손배 폭탄 방지법’은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다. 법안에는, 사용자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는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됐던 것에 비해 일부 강화된 내용이 포함됐다.

87명의 야6당 의원이 참여한 노란봉투법 ⓒ민중의소리


이용우 의원은 “고용형태의 다변화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 또한 개정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기존보다 넓게 정의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또 이 의원은 “소위 말하는 노란봉투법 운동은 과도한 사용자의 손배, 부당한 사용자의 손배를 제한하기 위해 처음 제기됐다. 손배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손배 제한을 일부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 중인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보인) 노란봉투법에 대한 태도는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직무유기였다”라며 “우선 논의 테이블에 나와서 입장을 밝히고 충분히 토론하면서, 의견을 모아가면서,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다. 이런 최소한의 임무조차 방기하는 정부·여당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의원은 “지금도 일부 재계와 일부 사측 편향 언론은 노조법 2·3조 개정이 산업현장 혼란과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면서 “그러나 저와 조국혁신당은 확신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아 노사관계를 대등하게 하고, 불공평한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여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양극화를 완화하는데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안 발의에는 이용우 등 69명의 민주당 의원, 신장식 등 12명의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등 3명의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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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구애한다고 감세 카드 꺼낸 '나쁜 정부'

[이충재의 인사이트] 보수 지지율 하락 만회 위한 '꼼수'... 세수 부족 심각한데 감세로 재정위기 초래

24.06.18 06:15최종 업데이트 24.06.18 07:23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꺼낸 '종부세·상속세 완화' 방침이 중산층 보다는 등돌린 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상속세나 종부세는 중산층의 세부담 줄인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부자감세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세금이 모두 부자들이 많이 내는 세금으로 그동안 재계와 보수층에서 줄곧 요구해온 것이어서 목적은 보수지지층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더구나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꺼낸 감세 카드는 스스로 재정위기를 키운다는 점에서 '나쁜 정부'의 대표적인 예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상속세는 역대 보수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부의 대물림을 줄이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순기능이 컸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간 법인세 완화에 무게를 뒀을뿐 상속세에는 거리를 둬왔습니다. 이번에 상속세 완화 방침을 밝힌 성 실장만 해도 올해 초 "상속세는 국민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완화 방침을 시사해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진화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대통령실의 방침이 급선회한 배경에는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특히 보수층을 중심으로 급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초부자층의 결속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깁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에서 야당에 정책주도권을 뺏겨선 안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달 종부세 완화와 상속세법 개정 검토가 거론되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정작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상속세 완화에 난감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세제당국은 그간 일반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반영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당정협의도 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실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특히 성 실장이 상속세 인하율을 50%에서 30%로 인하한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데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상속세 개편 논의는) 전체적 공감대가 제일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감세 카드가 무리수인 이유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감세 카드는 무리수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올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 4000억원 덜 걷혔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세수펑크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지난해 5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생겨 재정정책이 파행을 겪었는데, 올해도 세수펑크로 인한 재정위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제개편이 현실화하면 세수에 직격탄이 될 것이 명확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귀속상속세수는 19조에 달하고, 종부세도 7조원 가량 됩니다. 특히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지방으로 갈 4조원 가량의 재원이 줄어들어 지방재정이 파탄날 거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자감세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 양극화 우려입니다. 올해 1분기 실질소득은 7년만에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로 서민생활은 피폐해지고, 내수부진으로 경제성장은 위축돼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감세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전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조세와 부동산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충재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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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북한과 서방 통제 받지 않는 상호결제체계 발전시킬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18~19일 북한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북한 노동신문에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년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 “우리는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이와 함께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나갈 것이며, 우리는 물론, 우리 나라들 사이 인도주의적인 협조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세우게 될 것이며, 이것은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 호혜적이고 동등한 협조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자주권을 강화하며, 경제무역관계를 심화시키고, 인도주의 분야에서의 연계를 발전시키며, 결과적으로는 두 국가 공민들의 복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굳게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등과 호상존중, 신뢰 원칙에 기초한 (양국의) 친선과 선린의 관계는 70년이 넘었으며 영광스러운 역사적 전통으로 수놓아져 있다”며 과거 양국 관계를 평가하고, “오늘날 다방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적극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을 굳건히 지지하고 주요 국제 문제들에 대해 우리와 연대성을 표시하며 유엔 무대에서 공동 노선과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지도부는 자주와 독립에 대한 응당하고 합법적 지향을 저들의 세계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2014년 키이우에서의 무장정변과 이후 돈바스 지역에서의 전쟁을 지지·조작함으로써 자기들이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을 지연시키고 더욱 격화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들은 매번 평화적인 사태 조정을 위한 우리의 모든 시도들을 거부했다”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가장 복잡한 모든 문제들에 대해 평등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양국은 여러 문서에 서명하게 될 것이며, 문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1961년 양국 동맹조약과 2000년 푸틴 대통령 첫 방북 때 체결된 공동선언, 2001년 모스크바선언을 언급하면서, “새 조약은 1961년, 2000년, 2001년 문서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 문서는 향후 양국 협력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최근 몇 년간 국제정치, 경제, 안보 문제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영역에서 국가 간 발생한 상황을 고려해 서명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서가 체결되면 현재의 세계 지정학적 상황과 양자 관계 수준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연히 국제법의 모든 기본 원칙을 따르고 어떠한 도발적 성격도 없으며, 어느 국가를 직접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더 큰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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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급속한 핵고도화와 한국이 봉착한 위기의 본질

​​​​​​​사멸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량 생산을 시작한 ICBM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

미국 정부가 수립한 대한민국

‘하우스 니거’와 괴뢰 대통령

윤석열은 미국이 뽑은 대통령

조선의 핵전력 강화에 정비례하는 대한민국의 위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의 기고를 싣는다. '조선반도'는 '한반도'로 바꿨고 ‘조선’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두었다. 대한민국을 괴뢰(傀儡 꼭두각시)로 표현한 대목 일부는 그대로 두었다. [편집자]

사멸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5월 27일에 발표한 담회에서 명백히 지적했듯 조선의 비핵화라는 것은 미국과 대한민국이 아무리 떠들어도 실현될 수 없는 허황한 망상임이 분명하다.

조선의 핵무장과 질량적인 강화는 사회주의제도를 뒤집어엎고 대한민국의 통치를 북반부지역에까지 넓혀보려는 미국의 적대 정책을 불가능케 하는 강력한 힘이며, 대한민국의 생사존망과 직결된 중대사안이다.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대남정책의 근본전환은 한반도에서 민족적인 지주독립국가와 미국의 괴뢰국가가 병존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정책전환이다. 일부에서 조선과 한국의 평화공존을 운운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현실을 외면한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내놓고 말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형성과 성격으로 보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파탄나는 것과 동시에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확장억제를 애걸복걸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비핵화”를 외치는 것은 조선의 핵고도화가 촉진되는 데 따라 어쩔 수 없이 심화되는 존립의 위기를 직감한 자들의 발악적 소동이다.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북의 체제를 확실하게 붕괴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 친미극우세력이 갖는 미국에 대한 불만이다. ‘비핵화’가 물건너가고 조선의 핵전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존립 위기가 심화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대량생산을 시작한 ICBM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5월 17일 중요국방공업기업소의 생산활동을 지도했다. 로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기업소가 고체연료를 쓰는 ICBM인 ‘화성포-18’의 발사대차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사진에 약 20대의 발사대차를 확인할 수가 있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전 배치된 ‘화성포-18’이 이미 양산체제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에서 2023년부터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기본중심방향(조선로동당 제8기 제6차전원회의 확대회의)으로 제시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방향에 따라 각종 최첨단급 단거리 미사일, 600미리 초대형방사포, 전략 및 전술 순항미사일, SLBM등과 함께 ICBM, 극초음속미사일도 대량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조선의 ICBM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기로만 개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꾸 “미국의 몇 개 도시 희생”을 운운하는데 조선의 의지는 이 수준에 멈추지 않는다.

김정은 총비서의 5월 17일 현지지도를 보도한 로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2025년도까지의 전망목표로 시달한 군수 생산 계획이 수행되면 우리의 핵무력은 매우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비상히 증대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라고 보도하였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는 국방과학원 축하 방문(5월28일)시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자주권을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우리 혁명 위업의 종국적 목표는 세계최강의 전략적 힘, 세기에 전무한 절대적 힘을 틀어쥐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얼마 전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핵 공격이 감지된 순간 러시아 하늘에는 100기의 ICBM이 동시에 뜰 것이며 이 공격으로부터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의 핵 고도화는 핵 몽둥이를 휘들고 세계 재패 야망에 미쳐 날뛰며 한반도의 분열을 강요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침략야망을 끝내 실현해 보려는 미국을 질량적으로 압도하고 굴복시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핵무력정책을 법제화(2022년)한 데 이어 2023년 9월 27, 28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제4장 58조에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하여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명기할 데 대하여 만장일치로 채택하여 국가의 기본법으로 영구화하였다.

이 사태에 당황한 미국은 최고인민회의 직후인 2023년 10월 4일에 조선의 핵무력 건설문제를 다루는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청문회를 소집하였다. 이 자리에서 소위원회 위원장이란 사람은 미국의 ‘조선반도 비핵화정책’은 ‘실패’했으며 조선의 핵 고도화에 대처하기 위한 새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중구난방으로 의견이 엇갈릴 뿐 신통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만 대신할 정책도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안보리 결의 위반’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 처한 현실이다.

조선의 핵억지력 건설을 불법화하는 안보리 결의는 자위권과 주권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비법적 결의로서 조선이 인정한 바 없으며 구애되지도 안고 있다.

국제적인 비확산 체제도 ‘비핵화’의 명분으로 될 수 없다.

최근 구미 식민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다그치는 말리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는 사헬연합을 결성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말리에서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과 함께 핵무기 개발이 원자력발전소의 최종목적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서방나라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의 다른 나라가 같은 힘을 갖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하여 자기들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우위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라고 비난해 나서고 있다.

세기를 이어 구미 식민세력의 노예화와 식민화, 약탈에 신음하여 온 그들에게 있어서 핵비확산론은 아무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며 식민정책의 영구화를 위한 설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핵 곤봉을 휘두르는 제국주의를 그대로 두고 비확산을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우위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비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답으로 될 수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미국정부가 수립한 대한민국

미국의 군사잡지 Military Watch Magazin은 “북 지도부, 미국 주도의 모의 공습에 대항한 대규모 포격 훈련을 감독”이라는 글(2024.3.11)에서 “미국은 이전에 이북을 침략하여 정부를 해체하고 미국 정부가 수립한 이남 정부의 지배하에 국민을 둘 것을 시도 하였다”고 지적했다.

주의 깊게 읽어보면 짤막한 이 문장에는 새겨볼 중대한 사실이 밝혀져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은 미국 정부가 수립한 정부’이며, ‘6.25전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해체하고 대한민국의 지배하에 두는 것을 목적으로 감행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국 정부가 수립한 이남 정부’라는 것은 미국에서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 글이 발표되고 얼마 있다가 “미국 정부가 수립한 이남 정부”라는 표현을 “워싱턴이 권력을 쥔 남한 정부”로 바꾸어 놓았다. 대한민국이 미국이 수립한 괴뢰정부라는 알려지지 말아야 할 불편한 진실을 덮어두기 위한 언론통제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미군정하에서 독립군에게 총을 겨눈 친일매국노들을 골간으로 김구 선생이나 여운영 선생, 통일독립국가의 건설을 애타게 바라던 수 많은 인민들의 피바다 위에 세워진 괴뢰국가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군정하에서 자주독립을 염원하는 인사들과 인민들을 배제하여 세워진 나라를 자주독립국가라고 강변하는 것은 매국노들뿐이다. 한반도 남부지역은 지배자가 일제로부터 미제로 바뀌었을 뿐 해방되지 않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렇게 세워진 대한민국은 미국의 지배권을 이북 지역에까지 확대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6.25전쟁 당시 미국은 조선인민군을 7만 명으로 보고 2배인 14만 명의 한국군을 무장시켜 일거에 북침, 지배할 것을 기도하였다. 이 사실은 미국의 비밀문서고에 기록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6.25전쟁 전야에 대한민국 국방장관 신성모가 “아침은 해주에서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고 호언장담한 배경이다. 현 국방장관 신원식의 ‘즉,강,끝’ 등등의 허세성 발언은 미국을 등에 업은 앞잡이의 호언장담이란 점에서 신성모의 그것과 똑같다.

미국이 조미평화협정을 완강하게 거부, 정전이란 이름의 전쟁상태를 70여년에 걸쳐 유지하며 대한민국이 일관하게 흡수통일야망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기회만 있으면 이북을 삼켜보려는 미국과 대한민국의 변함없는 기도의 표현이다.

‘하우스 니거’와 괴뢰 대통령

대한민국의 괴뢰적 성격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역대 대통령이 한두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미국이 뽑아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승만은 미국이 데려다가 앉힌 친미괴뢰였으며,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 출신의 친일매국노였다. 전두환은 박정희가 용도 폐기된 이후 미국의 비호 밑에 광주학살 만행을 감행하고 대통령자리에 앉았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이 "한국인들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그를 따를 것이다"며 "한국인에게 민주주의는 적합한 체제가 아니다"라고 하는 모욕적 망발을 서슴치 않았다.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자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조작해 노태우를 당선시켜 국가보안법 체제하의 보수양당제를 통해 지배권을 유지, 오늘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흑인해방운동을 하다가 암살당한 말콤 엑스는 주인 편에 서서 다른 노예들을 감시, 통제하는 노예 두목을 두고 ‘하우스 니거’(house nigger)라고 명명하였었다. ‘하우스 니거’는 노예주 집에서 기거하며 노예주가 먹다가 남은 음식을 얻어먹으면서 충성하였다.

존 위컴의 망발이 보여주듯 미국은 한국 대통령을 ‘하우스 니거’로 키워 괴뢰국가를 마음대로 통치해온 것이다.

윤석열은 미국이 뽑은 대통령

박근혜 탄핵으로 집권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대립했었다. 한국과 일본을 묶어 세워 쇠진해가는 저들의 힘의 공백을 메꾸어보려는 미국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불편한 존재였음은 명백하다. 미국에게는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는 친일정부가 절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태내에서 자란 독버섯이다.

평검사에 불과했던 윤석열은 두 번의 이해하기 힘든 벼락출세로 검찰총장에 올랐으며, 당시의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올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누가 뭐래도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최대의 인사 수혜자였다. 모든 인사 관행을 깨고, 규정을 바꿔가면서 고검 검사 윤석열을 일약 국내 최대의 중앙지검 검사장으로 발탁하고, 2년 만에 무려 5기수를 뛰어넘어 장관급인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은 전례가 없는 파격 인사였다."굿모닝충청 (2022.02.11)

문재인이 청와대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리고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사임시켜서까지 윤석열을 벼락출세시키고 끝까지 비호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은 대통령은커녕 국민의힘의 후보로도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에 의하여 검찰총장으로 벼락출세한 윤석열을 당시의 야당 국민의힘의 지도자로 내세운 것은 미국이었다. 2019년 9월 24일 돌연히 한국을 방문한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윤석열을 만났다.(☞관련 기사 )

20년만의 일이었다고 하는 FBI 국장의 방한 효과는 참으로 컸으며 윤석열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사실 홍준표나 나경원은 박근혜 정부의 패장들로서 그들을 가지고서 선거승리는 기대할 수 없었다. FBI 국장의 방한은 뿔뿔이 흩어진 박근혜 세력과 친미극우세력에 보내는 미국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대선 후보 선출에서 국민의힘의 패장들이 입을 다물고 윤석열이 쉽게 후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을 FBI 국장의 방한과 떼여놓고 생각할 수 없다.

대선을 향한 미국의 공개행동은 2019년 10월의 CIA 국장의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으로 끝나고 미국이 의도한 데로 선거는 윤석열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윤석열을 벼락출세시켜 정권교체의 길을 열어준 문재인의 불가사의한 행동의 막 뒤에 미국의 그림자를 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적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앞으로 20년은 저들이 집권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동안 미국은 수년간에 걸치는 물밑에서의 준비 끝에 국민의힘 집권을 실현시킨 것이다.

조선의 핵전력 강화에 정비례하는 대한민국의 위기

자주독립을 향한 민족의 염원을 하나로 모아 수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한반도를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로, 식민지로 삼키기 위한 도구로 미국이 수립한 대한민국은 영원히 병존할 수 없다는 것은 불보 듯 명백하다.

필자는 지난 2022년 9월 26일에 민플러스에 기고한 ‘확장억제, 한‧미의 동상이몽’이란 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직후 조갑제 닷컴에 실린 ‘미국에게 한국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매력적 존재가 아니다’는 글을 소개한 바가 있다.

내용은 조미 사이에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날이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날이 되고 “모든것이 끝난다”고 위기감을 표시하였다. 당시 이 글은 발표되자마자 일본어로 번역되고 Yahoo! JAPAN 뉴스를 통해 널리 보급되었다. 아베 일본 총리가 현직에 있었을 때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문제가 논의된 것을 보고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일본의 방위선이 현재의 군사분계선에서 쓰시마 해협으로 내려온다고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극구 반대하였다. 대한민국의 극우 친미세력의 위기감이 실린 글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퍼뜨린 자들이 바로 아베를 내세운 일본의 친미 극우세력이다.

미국의 버림을 받지 않을가 위기감을 표시하면서 미국에 아부 굴종하고 인본의 극우세력과 소통하면서 정권탈환에 필사적으로 나선 자들이 바로 윤석열 일당이다.

2018년의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발표된 6.12공동성명은 미국의 배신으로 실현되지 않았으나 대한민국의 친미 극우세력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되풀이 되지말아야 할 공포의 체험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배경에 “화성포-15‘가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의 전략적 힘의 증대, 핵전력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존망과 직결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위기는 조선의 핵전력 강화와 정비례하여 커질 수밖에 없으며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이 봉착한 위기의 본질이 있다.

이라크에 대량파괴살상무기가 있다고 유엔에서 연설, 세계를 기만하여 이라크침략의 길을 열어놓은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수석보좌관을 지내다가 현재는 한 대학의 강사로 있는 로렌스 윌커슨이라는 사람은 일본 잡지 “데일리 신조“의 우크라이나 및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에 대한 인터뷰에 응하여 “일본이나 한국의 동맹국은 미국의 가치관이 현저하게 변질하고 있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2월12일)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상대를 때려눕힐 강력한 사상 이념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에서는 민주주의 이념을 파괴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대량학살을 지지하는 미국을 중오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는 영토가 아니라 안전보장을 위해 싸우는데 비해 미국은 돈만 벌면 그만이다고 하는 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은 미국이 내세우는 이념이며 이 이념을 추켜들고 세계 재패 야망을 실현시켜보려고 미쳐날뛰어 왔다.

그러니 만큼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유, 민주주의, 인권의 이념이 변질되고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만하다.

군사력의 쇠퇴와 흔들리는 달러 지배, 국내에서의 정치, 경제적 혼란도 초대국 조락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어쩌면 사상 이념의 변질, 파괴가 미국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되고있는 지 모른다.

미국이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서서히 침몰해가는 미국이라는 배에 탄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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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뭐길래…노소영 ‘비자금 자백’ 이어 최태원도 ‘편법증여’ 시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6/18 08:54
  • 수정일
    2024/06/18 08: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입장 발표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오류를 지적하면서 내놓은 논리가 사실상 ‘편법 증여’ 자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최태원 회장 측 변호·회계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총수가 아니라, 승계상속형 총수”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이라면 현재 4조원에 육박하는 그의 재산이 부인 노소영 관장과 함께 모은 공동재산으로 간주되고 공동재산 절반은 노 관장에게 분할해야 한다. 반대로, 승계상속형(선대 회장의 재산을 증여·상속받아 형성된 재산)이라면 그만큼은 공동 재산에서 빼고, 나머지 재산만 분할하면 된다.

최 회장 측이 ‘나는 자수성가형이 아니라 승계상속형 총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내가 뛰어난 경영자라 그룹이 성장했고 그 성과로 재산이 늘어났다’고 자화자찬하면 재산을 빼앗기고,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 재산이 내 재산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면 재산은 빼앗기지 않는 대신 자신의 경영 성과를 부정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날 최 회장 측은 재판부의 재산 형성 비중 계산 식의 오류를 지적했다. 최 회장은 그간 자신의 재산 형성 근간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천만원이고, 그 돈으로 1994년 11월 매입한 대한텔레콤 지분 70%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 70%가 지금의 4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이니, ‘자수성가형이 아니라 승계상속형’이라는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과정에서 계산을 실수했다. 증여가 있었던 1994년, 1998년 선대 회장 별세, 2009년 해당 주식 상장 등 세 시기로 나눠 각각의 기여율을 계산했는데, 재판부 계산대로라면 특정 기간, 선대 회장 기여율은 12배, 최 회장 355배가 된다. 최 회장 기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니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잘못된 계산을 바로잡으면 선대 회장 125배, 최 회장 35배로 결과가 뒤집힌다. 최 회장 측은 이를 근거로 항소심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고, SK 지적이 나오자 재판부는 잘못된 수식을 바로잡으며 실수를 인정했다.

딜레마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선대 회장 역할이 컸다’고 주장하면 할수록 ‘편법 증여’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1994년 허울뿐이던 대한텔레콤은 최 회장과 그 일가가 주식을 매입하면서 급성장한다. SK그룹은 대한텔레콤이 제시한 금액대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장비구매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용역 비용은 부풀려졌고, 대한텔레콤은 부풀려진 용역비를 착복한 뒤, 절반 금액에 재하청을 줬다. 당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텔레콤은 이 시기 당기순이익률이 4.34%를 기록했다. 동종업계 이익률 0.3%의 11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 덩치를 키운 대한텔레콤은 SK컴퓨터와 합병하면서 SK C&C가 됐고, SK C&C는 이후 그룹 지주사로 성장한다. 결국, 최 회장 측은 재판부 오류를 바로잡자고 그룹 성장의 치부를 강조한 셈이 된 것이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없던 시기 발생했던 SK그룹 편법증여·승계 과정을 스스로 자백하면서 자기 재산을 지키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소영 관장은 재산분할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및 사용을 스스로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당시 선경)의 증권사 인수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자금 300억원의 용처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태평양증권 인수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재판부는 계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재산 분할 금액 등은 바꾸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최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 받았다는 2억 8천만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대 회장이 해당 금액을 최 회장에게 증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증여 금액이 정확히 대한텔레콤 주식 매입에 사용됐다고는 보지 않았다. 때문에, 단순 계산 실수는 있었지만 재산 형성 과정에 선대 회장이 아닌 최 회장의 경영이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이 시기 부부 관계를 유지했던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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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18~19일 북한 방문

크렘린궁, ‘조·러친선조약 대체하는 새 조약 체결’ 내비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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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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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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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저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의 초청에 따라 로씨야 련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 동지가 6월 18일-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가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지난해 9월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북.러 정상.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답방 의미도 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8일 저녁 평양에 도착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등 주요 일정은 19일 예정되어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정상이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 지역 관계, 안보 이슈, 국제무대에서 협력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몇 가지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몇 가지 문서들이 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관한 말”이라며 “서명된다면 이 문서가 1961년, 2000년, 2001년에 체결된 기본문서를 대체하게 된다”고 알렸다. 

냉전시기 두 나라 관계를 규정한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1961. 7. 6)은 소련 붕괴 이후 「조·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조·러친선조약, 2000. 2. 9)으로 대체됐다.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때 「조·러 공동선언」, 200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러 때 「모스크바 공동선언」이 채택됐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아직 작업 중이며 서명 관련 최종 결정은 1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는 “더 심화된 협력 전망”을 담을 것이며 “최근 몇 년간 국가들 사이와 국제 정치, 경제와 안보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소통 영역에서 일어난 일을 자연스럽게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조·러친선조약 4조는 “쌍방은 지속적인 국제 긴장요인이 되고 있는 한반도 분단 상황의 조속한 종식, 그리고 독자성, 평화통일, 민족결속 원칙에 따른 한반도의 통일이 전체 한반도 국민들의 국민적 이해관계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물론 (...) 확인한다”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다고 밝힌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충돌한다. 

아울러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고 규정한 조·러친선조약 2조 개정 여부도 관심사다.  

한편, [타스통신]은 별도 기사를 통해 “응 우옌 푸쫑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에 따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2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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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16년 새 4배…인구 빠져나간 지방에 ‘새로운 이웃’으로

[한겨레 창간기획] 우리안의 세계화 - 이주민
225만8248명, 어디에 얼만큼 모여사나

 
기자이지혜
  • 수정 2024-06-17 07:54
  • 등록 2024-06-17 06:00
 
지난 2009년 5월5일 서울숲공원에서 열린 ‘제7회 이주민 자녀와 함께하는 무지개축제’에서 어린이들이 유엔 아동 권리협약을 담은 깃발을 흔들며 풍물패와 길놀이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009년 5월5일 서울숲공원에서 열린 ‘제7회 이주민 자녀와 함께하는 무지개축제’에서 어린이들이 유엔 아동 권리협약을 담은 깃발을 흔들며 풍물패와 길놀이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은 2022년 11월 기준 225만8248명이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국적동포, 귀화자, 이주민 자녀 등을 포함한 숫자다. 충청남도(219만3천명) 인구를 넘어서는, 적지 않은 수다. 외국인주민 통계가 처음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53만6627명에서 4배 이상 늘어 증가 폭도 크다. 다만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은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에 한참 못 미친다. 몇가지 열쇳말로 다문화사회 초입에 들어선 우리 사회 세계화 양상의 특성을 살폈다.

동네마다 큰 편차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살피느냐에 따라 이주민 밀집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 분포가 고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민들은 대개 일자리가 많거나 출신 나라별로 네트워크가 형성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산다.

행정안전부 ‘202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통계를 보면, 경기 안산 단원구가 주민 5명 중 1명(20.3%·7만1천명)으로 이주민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이주민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이주민 수가 1만명 이상이거나 그 비율이 5% 이상인 ‘외국인주민 집중거주지역’(행안부 분류)은 2006년 8곳에서 2014년 57곳, 2022년 97곳으로 늘었다.

비수도권에서 약진

외국인 밀집지역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2006년 기준 이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용산(6.4%)이었고, 경기 화성(5%)·포천(4.6%)·양주(4.5%)·김포(3.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8년 뒤인 2014년에도 이주민들의 주된 터전은 수도권이었다. 이주민 인구 비율이 10%를 넘은 경기 안산 단원(18.3%), 서울 영등포(15.2%)·금천(11.6%)·구로(10.6%) 4곳 모두 수도권이었다.

2022년 현재 이주민 비율 1위는 여전히 안산 단원(20.3%)이지만, 충북 음성(15.9%), 전남 영암(14.2%), 충북 진천(12.5%)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주민 비율이 크게 늘었다. 지역소멸과 인구절벽으로 인한 일손 부족 때문이다. 인구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사이, 이주민이 그 빈자리를 채운 셈이다. 실제 이주민의 수도권 거주 비율은 2006년 65.6%→2014년 63.1%→2022년 59.4%로 낮아졌다.

지역 따른 특화도 

같은 지방이라도 특성에 따라 이주민 구성도 다르다. 충북 음성, 전남 영암, 경기 포천은 이주민 가운데 노동자 비율이 36∼41%로 대표적인 ‘노동자 밀집형’ 지역이다. 안산 단원, 서울 영등포·구로·금천, 경기 수원 팔달은 ‘동포 밀집형’(34∼41%)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주민 비율이 7%인 서울 동대문구는 그 절반 가까이(47%)가 유학생인 ‘학생 밀집형’이다.

이주민 자녀 급증

이주민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18살 이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도 늘고 있다. 2006년 2만5천명이던 이주민 자녀(귀화자의 자녀 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자녀)는 2014년 20만4천명, 2022년 29만9천명으로 급증했다. 이들 중 94.2%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한국인이거나 귀화자여서 태어나자마자 한국 국적을 얻었다. 부모의 출신은 △베트남(10만3천명) △중국(5만3천명) △중국동포(4만명) △필리핀(2만4천명) △캄보디아(1만2천명) △미국(1만1천명) 순이다. 행안부 통계인 ‘이주민 자녀’에는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가 빠져 있어 한국에서 자라나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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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나?

 

[개벽예감 590] 누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나?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6/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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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오물 공중살포 기구 포착하지 못하는 한국군

2. 갑자기 월선 남하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

3. 심리전 확성기 방송은 왜 2시간 만에 중단되었나?

4. 한국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중단시킨 막강한 권력의 실체

  

1. 오물 공중살포 기구 포착하지 못하는 한국군

 

2024년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조선인민군이 네 차례 한국으로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778개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제1차 살포에서는 78개 지점에서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발견되었고, 제2차 살포에서는 354개 지점에서 발견되었고, 제3차와 제4차 살포에서는 346개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서울, 경기도, 인천을 포괄하는 수도권 각지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까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서울 시내 각처에 우수수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2024년 6월 9일 새벽은 북풍(북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부는 시간대가 아닌데도 조선인민군은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다량으로 날려 보냈고,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탈 수 없는 기상 조건이었는데도 서울 상공으로 속속 날아들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해명하기 힘든 기이한 현상이다. 기이한 현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4년 6월 9일 0시부터 6월 10일 오전 5시까지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들이 서울 시내 89개 지점에 우수수 떨어졌다. 이런 정황은 한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여단이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에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서울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 서울 시내 각처에 떨어졌는데도 한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여단은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비행금지구역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를 중심으로 반경 3.7km에 이르는 상공에 설정되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용산구는 물론이고, 중구, 종로구, 성동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계속 날아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상공을 지키는 방공여단의 반항공 레이더가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지름이 2~3m밖에 되지 않는 풍선 형태의 비행체이므로, 레이더 전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는다. 레이더가 발사한 전파가 멀리 떨어진 비행체에 맞고 반사 전파로 되돌아오면, 그 반사 전파로 감시 표적을 포착하게 되는데,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레이더 전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으므로 한국군 방공여단의 반항공 레이더는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도권 상공을 지키는 방공여단이 운용하는 반항공 레이더는 원래 전투기나 미사일 같은 커다란 비행체를 포착하기에 적합한 것이므로, 지름이 2~3m밖에 되지 않는 오물 공중살포 기구에서 반사되는 전파는 부분적으로만 포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군 방공여단이 부분적으로 포착한 반사 전파는 구름이나 새 같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반사 전파와 구분되지 않는다.

 

한국군 방공여단이 반항공 레이더를 가동해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포착하려면, 레이더의 출력을 10,000분의 1로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레이더의 출력을 그렇게 대폭 낮추면 탐지거리가 너무 줄어 무용지물로 되기 때문에 레이더의 출력을 감소할 수도 없다. 

 

한국군 방공여단의 반항공 레이더망에 그런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조선인민군은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레이더 전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는 작은 크기로 만들어 날려 보냈다. 그러했으니 한국군 방공여단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은 한국군의 반항공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었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허탈감을 느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사건은 2024년 6월 9일 새벽에 일어났다. 그날 새벽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으로 날아간 공중살포 오물 뭉치 1개가 대통령실에서 약 800m 떨어진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에 떨어진 것이다. 대통령실 인근에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떨어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된 시각은 2024년 6월 9일 오전 5시 8분경이었다. 이런 정황은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6월 9일 오전 3시부터 5시 사이에 대통령실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정황은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대통령 집무실 옥상이나 대통령 관저 옥상에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예고했다. 만일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대통령 집무실 옥상이나 대통령 관저 옥상에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의 국가안보는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차단할 비상 대책을 당장 세우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그렇게 되어 2024년 6월 9일 오전 10시 30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긴급히 소집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당일 오후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리는 회의를 마친 직후 취재기자들에게 “지금은 오물 풍선이지만, 이를 그냥 둘 경우 다음엔 무엇을 넣어 보낼지 모른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정한 기준선을 이미 넘어섰으므로, 행동으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2. 갑자기 월선 남하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는 결정을 내린 시각으로부터 30~4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2024년 6월 9일 오후 12시 30분경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연천군 북쪽 최전방에서 조선인민군 전투원 20~30명이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약 50m 남하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 있던 한국군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에게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돌아가라는 경고방송을 하더니, 경기관총을 허공에 대고 몇 발 쏘는 경고사격을 했다. 총성이 울리자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은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돌아갔다.

  

한국군 합참본부 공보실장이 취재진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그날 조선인민군 전투원 20~30명은 군사분계선(국경선) 일대에 “길도 없는 곳에서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움직이고 있었다”는데, 일부는 무장을 했고, 일부는 도끼와 곡괭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한다.

  

전투원 20~30명이라면, 1개 소대 병력이므로,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월선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이 경고사격을 가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길을 잃고 실수로 군사분계선(국경선)을 약 50m 넘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아무리 수풀이 우거졌어도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서 근무하면서 인근의 지형지물을 손바닥처럼 꿰뚫어 보는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길을 잃고 실수로 군사분계선(국경선)을 약 50m나 넘어간 것을 실수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사건 발생 당일은 조선인민군이 최전방에서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전개하고, 한국군은 최전방에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매우 긴장된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한국군 감시초소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간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은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군사분계선(국경선) 일대에 우거진 수풀을 제거해 시계를 확보하기 위한 벌목작업에 동원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런 추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수풀을 제거하려면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톱과 낫을 들고 나타났어야 하는데, 그날 그들은 삽과 곡괭이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삽과 곡괭이는 수풀을 제거하는 도구가 아니라 땅을 파는 도구다.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은 그날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비무장지대 안에서 땅을 파는 작업을 하기 위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땅을 파는 작업은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근 조선인민군은 2024년 4월부터 접경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군사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지뢰매설작업을 하기 위해 비무장지대에 들어갔다고 보는 추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군 감시병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이고 있는 판에 조선인민군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지뢰를 매설하려면, 야간에 4~5명이 은밀히 침투해 지뢰매설작업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사건 당일에는 야간이 아니라 오후 12시 30분경 대낮에, 그것도 4~5명이 아니라 20~30명이 수풀을 헤치며 우르르 돌아다녔다. 명백하게도, 그런 행동은 은밀히 진행해야 할 지뢰매설작업이 아니었다.  

 

대낮에 20~30명이 비무장지대에 나타나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우르르 돌아다닌 이상한 행동은 자기들의 이동 정황을 고의적으로 한국군 감시초소에 노출한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사건 당일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은 한국군이 무력 충돌위험이 고조된 상황에 대처하는 경계 태세를 어느 정도 갖추었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완전히 폐기된 9.19남북군사합의에 의하면, 상대측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경우라도 우발적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제1차 경고 방송과 제2차 경고 방송을 먼저 하고, 그런데도 상대측이 물러가지 않으면 제1차 경고사격과 제2차 경고사격을 하고, 그런데도 상대측이 물러가지 않으면 마지막에 조준사격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이동 정황을 고의적으로 노출하면서 군사분계선(국경선)을 약 50m 넘어간 사건 당일은 우발적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9.19남북군사합의가 전혀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 때였으므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한국군 전투원들은 위에 열거한 다섯 단계를 거치지 않고 즉각 조준사격을 할 수 있었다. 만일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이 기관총을 조준 사격해 조선인민군 측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더라면 우발적 무력 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은 기관총 조준사격을 하지 않고,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3. 심리전 확성기 방송은 왜 2시간 만에 중단되었나?

 

2024년 6월 9일 오후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심리전단에 하달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약 50m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이 그에 대처해 경고사격을 가한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긴급 보고를 받고서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국군심리전단에 내린 것이다. 

 

당시 국군심리전단은 창고에 들어있던 심리전 확성기를 꺼내 이미 야외에 설치해놓고 이제나저제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받자마자 당일 오후 5시경부터 최전방에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군 수뇌부의 상황 오판에 의해 시작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앞으로 어떤 재앙적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024년 6월 9일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 의하면, 원래 조선인민군은 2024년 6월 9일 오전에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종료하고 더 이상 계속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오판한 한국군이 그날 오후 5시경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중지하려고 했던 계획을 바꿔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6월 10일까지 계속 진행했다고 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4년 6월 9일 담화에서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한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고 지적하고,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위기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 

 

2024년 6월 13일 데일리 NK 보도는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6월 9일 저녁 조선 접경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주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직후 강원도 접경지역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는 “적 방송을 듣지 말고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라. 전쟁도 해야 한다는 각오로 전투 근무를 수행하라. 병사들은 외출을 금지하라. 부대 지휘관들은 퇴근을 금지하라. 외부인의 부대 출입을 금지하라”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았고, 병사들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에 대처하는 긴급 계급교양을 취침 직전에 받았는데, 그날 이후로 매일 계급교양 시간이 10분 더 늘었으며, 무기와 전투기술기재 관리 및 취급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위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직후 강원도 접경지대 거주지 인민반들에는 “적들의 방송내용은 왜곡된 정보다. 방송내용에 관해 이야기조차 나누지 말라. 유언비어 유포자는 법적으로 처벌한다”라는 보위부와 동사무소의 협동 포치가 내려왔고, 주민들이 비상용품 검열, 비상소집훈련,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라는 지침도 내려왔으며, 지침에 따라 비상소집훈련과 대피훈련이 불시에 또는 주 2회 진행된다고 한다.

 

2024년 6월 9일 오후 12시 30분경 경기도 연천군 북쪽 군사분계선(국경선)에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약 50m 월선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에서 그들의 월선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가한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한국군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강행했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으로 “새로운 위기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 담화를 발표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6월 9일 경고 담화가 이전에 발표된 경고 담화에 비해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면서, 이번에는 아무 일 없이 넘어갈 것처럼 안이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오판이다. 경고 담화에서 절제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한 비난 담화보다 더 강력한 공격 의지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에 서술한 일련의 전개 과정을 보면, 2024년 6월 9일을 기해 무력 충돌위험이 증폭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24년 6월 9일 오후 5시경에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한국군은 방송을 2시간 동안 하다가 갑자기 오후 7시에 중단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군은 이튿날인 2024년 6월 10일에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한국군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2024년 6월 9일 한국 정부 소식통은 취재기자들에게 “이번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침을 결정하면서 단계적이고 세부적인 시행방침을 정했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일단 시작되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은 시작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갑자기 중단되고 말았다.

 

커다란 의문이 떠오른다. 세부적인 시행방침까지 정해놓고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한국군은 왜 2시간만 방송하고 갑자기 중단했을까? 이런 이상한 행동에 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군 합참본부 공보실장은 “우리 군은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즉답을 피하고 말았다.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2시간 만에 갑자기 중지한 것이 “융통성 있는 작전”이라는 공보실장의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가 어불성설로 답변을 회피한 것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명령한 신원식 국방부장관보다 더 높은 ‘상부’의 긴급 지시에 의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2시간 만에 갑자기 중단되었음을 말해준다. 

  

4. 한국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중단시킨 막강한 권력의 실체

 

한국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중단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의 실체는 주한미국군 사령부밖에 없다.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2024년 6월 9일에 일어난 엄중한 사태가 우발적 무력 충돌을 촉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여기서 말하는 엄중한 사태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약 50m를 월선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에서 그들의 월선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가한 위험천만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강행했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새로운 위기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명한 경고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위와 같이 엄중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무력 충돌위험을 고조시킨 상황에서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중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다른 이유는 없다.   

 

한(조선)반도에서 무력 충돌위험이 증폭되었다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상황 보고는 2024년 6월 10일 미 제국 국방부장관과 미 제국군 합참의장을 거쳐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2024년 6월 11일 화요일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가 매주 화요일마다 정기회의를 하는 날이다. 그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는 한(조선)반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주요 의제들 가운데 하나로 토의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가 한(조선)반도에서 발생한 위험천만한 사태에 대처하는 방도를 토의하였던 바로 그날 2024년 6월 11일 공교롭게도 미 제국 태평양함대는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6월 4일부터 괌(Guam) 근해와 팔라우(Palau) 근해에서 시작한, 중국 침공을 상정한 대규모 해상전투훈련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고, 그런 엄중한 사태에 대처해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은 최신형 구축함 4척을 남중국해에 급파해 미 제국 태평양함대의 공격을 저지, 파탄시킬 해전 시나리오를 한창 연습하고 있었다.

 

이처럼 중국인민해방군과 미 제국군이 무력 대결에 진입한 것과 때를 맞춰 조선인민군과 한국군 사이에서도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었으니, 미 제국으로서는 자기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2개 전쟁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미 제국은 이 위험천만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조치를 당장 취해야 했다.

 

그래서 이튿날인 2024년 6월 12일 오후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서울 용산 국방부장관실에 나타나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미 2024년 5월 30일에 국방부장관실에서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공개 회담을 한 차례 진행했던 러캐머라는 불과 13일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 나타나 이번에는 공개 회담이 아니라 비밀회동을 진행했다.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매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래 비밀회동은 회동 자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법인데, 용케도 비밀회동의 ‘냄새’를 맡은 한국 언론매체가 취재에 성공하는 바람에 비밀회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2024년 6월 13일 한국 언론매체 채널A 뉴스 단독 보도에 의하면, 6월 12일 비밀회동에서 러캐머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에게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과정에 관해 질의했다고 한다. 러캐머라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 재개 과정에 관해 질의한 것은, 그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어떤 절차를 거쳐 재개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러캐머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었다.

 

비무장지대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관할하는 지역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유엔 사령관의 명의로 직접 관할하는 지역이다. 그러므로 한국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면, 한국 국방부장관이 사전에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2016년 11월 한국 국방부장관은 유엔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심리전 확성기 설치계획을 보고했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이 확성기들을 설치할 위치를 점검하고, 확성기 방송내용이 도발적이거나 공격적인지를 검토하고 나서 확성기 방송을 승인해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제국주의 군대에 예속된 한국군의 굴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원식은 러캐머라에게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보고도 하지 않고, 승인도 받지 않았는데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국군심리전단에 하달했다. 이런 해괴한 정황은 상부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러캐머라는 자기를 따돌리고 중대 사안을 독단으로 처리해 무력 충돌위험을 증폭시킨 신원식의 경솔한 행동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2024년 6월 13일 한국 언론매체 채널A 뉴스 단독 보도에 의하면, 6월 12일 비밀회동에서 러캐머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보도기사는 러캐머라가 신원식에게 “우려했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러캐머라는 신원식에게 자기 승인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더 이상 계속하지 말라는 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 분명하다. 

 

러캐머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권까지 발동하면서 사건을 엄중히 다루었다. 2024년 6월 13일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주한유엔 사령부 명의로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러캐머라가 자기 승인을 받지 않고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독단적으로 강행한 신원식의 행동을 조사하라고 주한유엔 사령부에 지시하였음을 말해준다. 상부의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중대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무력충돌 위험을 증폭시키고 러캐머라의 미움을 산 신원식은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방부장관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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