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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차 촛불 “강인한 의지, 굳건한 정신으로 윤석열을 탄핵하자!”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6/29 [19:22]

 

“강인한 의지, 굳건한 정신으로 윤석열을 탄핵하자!”

“조일권 정신으로 윤석열을 탄핵하자!”

“조일권 선생님의 뜻을 이어 100만 촛불 만들어내자!”

 

29일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96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4천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함께했다.

 

© 이인선 기자

 

이날 집회는 촛불행동 자원봉사단원(촛불자봉단)으로 활동하며 헌신한 고 조일권 선생의 뜻을 기리는 ‘조일권 추모 문화제’로 진행됐다. 조일권 선생은 말기 암 투병 중 지난해 6월 28일 운명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자봉단이 합창하는 「조일권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촛불의 힘으로 윤석열 탄핵을 이룰 것을 다짐했다.

 

▲ 촛불자봉단. © 이인선 기자

촛불행동은 격문 「우리의 목표는 윤석열 즉각 탄핵이다!」에서 “우리의 목표는 윤석열 탄핵이다. 5만 청원이 아니라, 100만의 압박이 아니라, 500만, 천만 국민과 함께 우리는 저 도적을 즉각 탄핵한다!”라고 결심을 밝혔다.

 

또 “이것이 마지막 순간까지 검찰독재 암 덩어리와 싸우고 오늘도 촛불을 지키고 있는 조일권의 호소다. 제2, 제3의 조일권이여, 승리가 보인다. 민심의 대폭발이다. 주권자 국민의 승리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 격문 낭독. © 이인선 기자

 

이날 본대회장 전광판에서는 촛불행동이 국민 동의 청원 제도를 통해 제안한 ‘윤석열 탄핵 소추 즉각 발의안(아래 윤석열 탄핵 청원)’의 참가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본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윤석열 탄핵 청원 동참 인원이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인지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참가자들의 기세가 ‘폭발적’이었다.

 

집회 중간에도 윤석열 탄핵 청원 동참 수가 시시각각 올라가더니 61만 명을 돌파했다. 이를 기뻐하는 시민들의 환희가 촛불 광장에 울려 퍼졌다.

 

© 이인선 기자

 

‘윤석열 탄핵 청원인’인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국민 청원 운동을 통해 탄핵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직접 실시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이 거대한 탄핵의 물결이 너무 감격스럽다”라며 “온라인에서 이미 윤석열 탄핵 범국민항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은 윤석열 탄핵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전에 돌입했고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언론이 움직이고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청원 참가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된다”라며 참가자들에게 윤석열 탄핵 3대 운동을 제안했다.

 

윤석열 탄핵 3대 운동의 내용은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10만 명, 100만 명으로 늘리자 ▲윤석열 탄핵 국민 청원 참가자 수를 500만, 1,000만 명으로 늘리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10% 이하, 한 자릿수로 내려가게 하자 등이다.

 

이를 위해 권 공동대표는 참가자들에게 가방에 윤석열 탄핵 구호가 적힌 몸 자보 달기, 여론조사 적극 참여,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 윤석열 탄핵 청원 공유와 댓글 달기 등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 © 이인선 기자

 

권오민 강북촛불행동 대표는 국회 법사위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다가 22대 국회에 지각 등원한 국힘당이 법사위 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논의를 방해하며 “(국회를) 깽판, 난장판, 진흙탕으로 만들었다”라고 분개했다.

 

또 국힘당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 뜻을 왜곡 무시하고 윤석열 방탄에만 골몰하면서 미꾸라지처럼 자신들이 빠져나가기 위한 물타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윤석열 방탄에만 매달리며, 국회에서 난동을 부리는 수준 이하의 인간말종들을 싹 다 쓸어버리자”라고 외쳤다.

 

김은희 용산촛불행동 대표는 “남에서 북으로 대북 전단이 날아가고 북에서 남으로 오물 풍선이 날아오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은 풍선이지만 언제 총탄으로, 미사일로 바뀔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과 일본의 종노릇을 하는 사대 매국노 윤석열”의 대북 정책 ▲극우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 전단 살포 ▲나경원과 홍준표 등 국힘당 중진들의 핵무기 무장론 망언으로 한반도가 유례없는 전쟁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권오민, 김은희 대표. © 이인선 기자

 

본대회를 마친 촛불대열은 청계천과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정리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역 2번 출구 방향으로 행진했다.

 

장순원 씨는 정리집회 발언에서 “오늘은 6.29선언 37년을 맞는 날”이라면서 6.29선언 이후의 상황을 짚었다.

 

장 씨는 “윤석열 정권이 재기 불가능한 풍전등화(바람 앞의 등불)” 상황이라며 윤석열 탄핵이 가까워졌음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6.29선언 이후 야권의 분열로 전두환 신군부의 이인자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때처럼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없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본대회를 앞두고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진행하는 현장인터뷰도 있었다.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의정부에서 온 남성 김 씨는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능하고 초현실적인 윤석열이 대통령이라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려야 할 것 같아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집회에 나오도록 설득했다는 ㄱ 씨는 “(윤석열 탄핵을 위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친구를 데리고 나왔다”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나와서 같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참가자들에게 윤석열 탄핵 청원이 끝나는 7월 20일까지 몇 명이나 동참할지 물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20대 남성 대학생 김 씨는 “일주일 만에 60만 명이 참여했으니 150만 명을 돌파할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40대 남성 오 씨는 “임계점이 넘었다. 윤석열 탄핵 민심이 솟구치고 있다. 200~300만 명은 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경기도에 사는 70대 여성 ㄴ 씨는 “일단 100만 명이 목표고 200만 명도 갈 수 있겠다”라고 전망했다.

 

70대 남성 강 씨는 “110만 명”이 동참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일권 선생 1주기를 맞아 참가자들의 다짐과 결심도 물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20대 남성 대학생 김 씨는 “암 투병 중에도 윤석열 탄핵 촛불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셨던 조일권 선생을 따라 배우고 실천하겠다”라면서 “더 많은 20대, 대학생들과 함께 촛불을 들며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겠다”라고 다짐했다.

 

30대 여성 남영아 자봉단장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남 단장은 “오늘 자봉단 전체 모임에서 봉사단원들과 조일권 선생과의 추억도 나누고 폭발하는 윤석열 탄핵 민심을 마주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있다”라면서 “(조일권 선생이 생전에 그랬듯) 촛불 현장에 더 일찍 나오고 더 늦게 들어가겠다. 자봉단원들과 함께 더 열심히 하겠다. 헌신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홍상선 촛불합창단 단원은 이날 촛불행동이 공개한 영상 대담에서 “(조일권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신 게 아니다. 조일권 선생은 우리 촛불에선 역사 같은 분이기 때문에 그 혼이 촛불과 항상 함께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이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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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하는 촛불대열. © 이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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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을 지나는 촛불대열. © 이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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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집회가 열린 광화문역 근처에 도착한 촛불대열. © 이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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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집회에서 발언하는 장순원 씨. © 이인선 기자

 

▲ 노래하는 가수 문진오 씨. © 이인선 기자

 

▲ 노래하는 가수 송희태 씨. © 이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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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 백혈병, 신생아사망…후쿠시마오염수 방류는 '반문명 범죄'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4.06.30. 05:01:45 최종수정 2024.06.30. 06:53:51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6월 28일 올 들어 3번째 오염수 해양투기를 시작해 7월 16일까지 7800t을 방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후쿠시마제1원전에서는 지금까지 탱크 47기분에 해당하는 약 4만7000t의 처리수가 희석돼 바다로 방출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7월부터는 부지 내의 탱크의 해체 준비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한다. 2024년도는 2023년의 1.75배에 해당하는 5만4600t을 7차례에 걸쳐 바다에 방출할 계획이다(후지테레비, 2024년 6월 23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방출로 비워진 탱크의 해체를 내년 1월에도 시작하기로 했다. 빈 부지에는 원자로 내에서 향후 꺼내는 핵연료(데브리)의 보관 등에 사용하는 시설의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28일에는 통산 7번째가 되는 처리수의 해양방출을 시작했다.

원전부지 내에는 처리수 등을 저장하는 탱크가 약 1000기 있어, 폐로작업의 장벽이 되어 왔다. 도쿄전력은 비워지는 21기를 내년 1월부터 26년 3월에 걸쳐 해체할 방침으로, 향후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실시계획을 신청한다. 해체로 약 2400㎡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요미우리신문, 2024년 6월 28일).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서는 도쿄전력의 해양방류나 탱크 해체 작업 일정 외에는 언론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을 보면 마치 일본 군국주의시대처럼 국가지상주의에 매몰돼 스스로 관제언론이 돼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렵사리 나온 기사로 검색되는 것이 도쿄신문(2024년 4월 24일)의 '처리수의 해양방출 정지 요구 서명 18만명분, 시민단체가 정부에 제출, 처분 방법 재검토 호소'가 그나마 눈에 띈다.

후쿠시마제1원전 처리수의 해양방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지난 4월 24일, 방출 정지를 요구하며 기시다 수상 앞으로 18만4712명분의 서명지를 경제산업성에 제출했다는 기사이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미래의 바다 프로젝트'에 동의하는 후쿠시마현 평화포럼, 원자력자료정보실,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 3개 단체가 서명을 호소했다. 정지를 요구하는 이유로는 방출하는 처리수에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포함돼 주민의 반대나 염려가 해소되지 않은 것 등을 들었다.

일본 정부는 해양투기를 하면서 '일본 정부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기에 안전하다' '희석해서 배수하기에 안전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봐도 무시할 수 있다'고 거짓홍보를 하고 있다. 과연 희석해서 저농도이면 방사성물질은 장기적으로 아무런 영향이나 건강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일본 홋카이도암센터원장이던 니시오 마사미치(西尾正道)는 '방사선 건강장애의 진실'(2012)이라는 책에서 '저선량피폭에 의한 건강피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방사선치료의 임상에서 만발(晩發)장애는 조사선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찍 출현하고 선량이 적으면 적을수록 늦게 출현한다. 이 때문에 20년 이상 경과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과거 윗잇몸 부위에 생기는 상악암(上顎癌)에 대해 방사선치료를 받던 환자들의 건강한 눈의 백내장 발생률과 발생까지의 기간을 선량과의 관계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발암까지 잠복기간의 장단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유전자이상은 계속돼 몇 대 후손에 이상을 끼칠 가능성도 논리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지만 역학적인 데이터로 정리하기란 매우 곤란하다. 그러나 체르노빌이나 이라크의 현상을 분석한 결과 발암만이 아니라 유전적 영향도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 뉴욕과학아카데미가 간행한 '체르노빌대참사가 사람들과 환경에 미친 영향(Chernobyl: Consequences of the catastrophe for people amd the environment)' 편집에 관여한 미국 원자력위원회 근무 경력이 있는 자네트 샤스먼(Janet Chasman) 박사가 후후시마사고 직전인 2011년 3월 5일 인터넷 상의 인터뷰를 통해 체르노빌사고 후의 충격적인 건강피해의 실태를 밝혔다. 샤스먼 박사는 요오드에 기인한 갑상선암의 다발 이외에도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에 의해 심질환, 순환기계의 장애, 선천장애가 다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 의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1986~2004년 조사시기에 주변 여러 나라를 포함하면 98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는 체르노빌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4000명이라고 보고하고 있는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것은 ①정확한 선량을 은폐하고 있고, ②저선량에서도 영향이 크며, ③내부피폭을 계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처럼 건강피해를 파악하는데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내부피폭의 경시가 최대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저선량에서도 피해가 크다는 사실이 은폐되고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후쿠시마제1원전사고 다음날 미국은 미국인에 대해 사고원전 반경 80km권내에서 피난명령을 내렸는데 그것이 저선량피폭이 미치는 피해의 진실의 모습을 파악해 대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니시오 원장은 이러한 사실에서 앞으로는 적은 선량이라도 부단히 방사선과 접촉하는 환경 아래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 방류되는 후쿠시마오염수. ⓒ로이터=연합뉴스

와타나베 에츠지(渡辺悦司)・엔도 준코(遠藤順子)・야마다 고사쿠(山田耕作) 공저의 '방사선피폭의 쟁점-후쿠시마원전사고의 건강피해는 없는가'(2016)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삼중수소의 경우 미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거짓이며,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소평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에 의한 세포손상은 이중의 파괴를 받는 것으로 돼 있다. 하나는 DNA에 녹아난 삼중수소로부터 나온 β(베타)선에 의한 DNA손상, 또 하나는 β붕괴한 뒤에 삼중수소가 헬륨(He)으로 변화하기 위해 원래의 DNA분자구조가 붕괴되는데 따른 원소변환효과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여러 실험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가 감소한 '인체 내 방사능의 제거기술'(1996)에는 '증기 또는 액체 삼중수소, 요오드 등은 예외적으로 정상 피부로부터 빠르게 체내로 침입한다'고 기재돼 있다. 또 2014년 3월에 개최된 삼중수소연구회(주최 일본원자력학회)에서 삼중수소의 내부피폭은 흡입피폭(피부・폐)와 경구피폭으로 분류돼 '흡입피폭의 경우 삼중수소수 증기 가운데 2/3가 폐로부터 1/3이 피부로부터 체내로 흡수된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1951~52년에 미국 워싱턴주 리치랜드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 및 로스아라모스(Los Alamos)연구소에서 14명을 대상으로 삼중수소수 수증기로 오른팔 또는 복부를 조사(照射)하는 인체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인체에서는 쥐의 4배 속도로 삼중수소를 (피부로부터) 흡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삼중수소는 그 형태가 삼중수소수든지 유기결합형 삼중수소든지 특히 수증기라고 해도 생물 체내에 흡수돼 어느 일정한 비율로 체내조직의 수소로 치환되면서 인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저농도의 삼중수소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로 1974년부터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 연구진에 의해 '매우 저농도인 삼중수소라도 인간의 임파구에 염색체이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보고돼 왔다. 구체적으로는 '삼중수소수와 유기결합형 삼중수소의 농도를 바꿔 인체의 임파구에 염색체이상을 일으키는 비율을 조사한 바 삼중수소수는 0.001μci/㎖(마이크로큐리/밀리리터) 이상의 농도에서는 염색체이상 발생확률이 높아지고 유기결합형 삼중수소는 삼중수소수에 비교해 염색체이상 유발효과가 약 100배 높다. 또 0.005μci/㎖의 유기결합형 삼중수소에서 임파구 10개에 1개꼴로 염색체절단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여기서 0.001μci은 37Bq이다.

 

덧붙이자면 현재 원전에 있어서 삼중수소의 배수중 농도한도는 삼중수소수로서는 60,000Bq/ℓ=60Bq/㎤≒0.0016μci/㎖이며, 유기결합형 삼중수소로서는 40,000Bq/ℓ=40Bq/㎤≒0.0011μci/㎖가 된다. 이렇게 보면 지금 후쿠시마 앞바다에는 인간의 임파구에서 염색체이상의 증가가 확인되고 있는 농도를 넘는 농도의 삼중수소가 바다에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논문 중에 '삼중수소에 의해 유발되는 염색체이상은 그 대부분이 염색체분체형의 절단이었다'라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다운증후군은 21번째 염색체가 통상보다 1개 많은 3개 있는 염색체이상에 의한 질환이며, 또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는 다양한 염색체이상이 확인되고, 급성임파성백혈병에서도 약 4명에게 1명꼴로 필라델피아염색체라고 하는 염색체이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라델피아염색체라는 것은 9번째 염색체와 22번째 염색체가 바뀌어 연결된 것이라고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부근 피커링(Pickering)원전 주변 도시에서는 통상의 1.85배의 다운증의 증가가 확인되고 신생아사망률과 삼중수소방출의 상관관계가 보였고 또한 백혈병사망률 증가 경향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삼중수소에 의한 염색체절단에 의해 이들 질환이 나타났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재처리공장 주변이나 원전 주변에 흐르고 있는 삼중수소에 의해 다운증이나 백혈병 등이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

'방사선피폭의 쟁점-후쿠시마원전사고의 건강피해는 없는가'는 각국의 실제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세계 각지의 원전 주변, 재처리공장 주변은 놀라울 정도의 건강피해가 지금까지 다수 보고돼 왔으나 그 건강피해 결과의 대부분이 '원인불명'으로 돼 피폭의 영향은 무시돼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가미사와 지히로(上澤千尋)의 '후쿠시마원전의 삼중수소오염수'('과학(科学)', 2013년 5월)에 따르면 캐나다의 피커링원전이나 블루스(Blues)원전과 같이 CANDU로(캐나다형 중수로)가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는 지역 주변에 아이들에게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시민단체에 의해 밝혀졌다. CANDU로는 중수에 중성자가 부딪히면 삼중수소가 발생하기 에 삼중수소 발생량이 많다. 캐나다 원자력규제위원회(AECB)가 정리한 AECB 보고에도 '데이터로서는 유전장애, 신생아사망, 소아백혈병의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고 가미사와 박사는 보고하고 있다.

또한 저선량방사선의 건강영향 전문가인 로자리 버텔(Rosalie Bertell) 박사는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이 원전 주변의 건강피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첫째, 1978~1985년 간 피커링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방출량과 주변지역에 있어 그후 선천결손증에 의한 사산(死産)수 및 신생아사망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보인다. 둘째, 피커링지역에서는 1973~1988년 조사기간에 태어난 아동의 다운증 발생률 증가가 1.8배, 조금 떨어진 에이자크스에서는 1.46배인데, 이는 높은 삼중수소 방출량과 신생아의 중추신경계이상(異常)과의 관련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실시한 각국의 원자력노동자 조사에서는 캐나다 노동자의 피폭관련암 발생률은 동일선량을 피폭한 다른 여러 나라 노동자보다 높고 캐나다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사실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넷째, AECB 보고에 있어서도 소아백혈병 사망수는 블루스원전이 가동된 이래 1.4배 증가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원전 폐로전과 폐로후의 주위 유아사망률의 변화 조사 사례가 있다. 면역학이나 환경문제 등이 전문인 의사, 교수 등으로 조직된 '피폭공중보건프로젝트(RPHP)'가 1987년부터 97년까지 원자로를 폐쇄한 전미(全美) 9개소의 원자력발전소를 대상으로 반경 80km 이내 거주 1세 이하 유아사망률을 조사한 바 '원자력 폐쇄 전에 비해 폐쇄 후 2년 뒤 유아사망률은 격감했다'고 하는 결과가 있다(도쿄신문, 2000년 4월 27일).

미국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조사결과가 있다. 제이 M. 굴드(Jay M. Gould) 박사 등에 의한 유방암사망 리스크의 조사이다. 이 조사에서는 '1950년 이래 공식자료를 사용해 100마일(160km) 이내에 핵시설이 있는 기초지자체와 없는 지자체에서 연령조정 유방암사망률을 비교해보니 핵시설이 있는 지자체에서 유의하게 유암사망률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조사결과는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굴드 박사의 '저선량 내부피폭의 위협'(2011)에 소개된 '유방암사망률이 높은 지역분포'가 '미국 핵시설의 분포'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2011년 12월 28일 일본 NHK의 '추적! 진상파일: 저선량피폭 흔들리는 국제기준'이라는 프로가 방송됐다. 이 중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원전 주변에서 아동들의 암 또는 백혈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소아과의사인 조셉 소여(Joseph Sawyer)의 보고에 의하면 시카고 부근 블레이드우드원전과 드레스덴원전 주변에서는 1997년부터 2006년 10년간 백혈병이나 뇌종양이 그 이전 10년간에 비해 1.3배 증가하고 소아암은 2배 늘었다고 한다. 그 뒤 이들 원전이 2006년까지 10년 이상에 걸쳐 수백만 gallon(갤런)(1gallon은 약 3.75ℓ)의 삼중수소를 누설해왔다는 문서가 당국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시카고 트리뷴, 2009년 3월 8일).

뇌 중량의 약 60%는 지방이다. 마우스 실험대로 삼중수소는 지방조직에 녹아들기 쉽기에 소아뇌종양 증가는 뇌의 지방조직에 삼중수소의 흡수에 의해 생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2002년 3월 26일 '영국 세라필드재처리공장의 남성노동자의 피폭과 그 자녀들에백혈병 및 악성림프종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 간에 강한 관련성이 있다'는 논문이 『국제암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지에 게재됐다. 이 연구의 결론은 '세라필드재처리공장이 있는 캠브리아지방의 백혈병 및 악성림프종 발병률에 비해 재처리노동자 중 시스케일지역 외에 거주하는 노동자 자녀들의 발병리스크는 2배이며, 특히 공장 부근인 시스케일지역에서 1950~1991년 사이에 태어난 7세 이하 아동의 리스크는 15배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이들 저자는 핵시설 주변에서의 암・백혈병・선천이상 증가를 다른 방사성물질(가령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우라늄 등)에 의한 영향도 있을 것이기에 삼중수소만에 의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처음부터 삼중수소라는 원인을 배제해온 것도 이러한 것들이 '원인불명'이 돼 온 하나의 요인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삼중수소와 다른 방사성물질이나 화학물질과의 복합적인 효과도 포함해 연구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럼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 원전의 경우 통상 운전시에 어느 정도 삼중수소가 나오는가 보자. 가압수로형(PWR) 원전의 경우 삼중수소수만 연간 20~90조Bq이 바다에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앞의 니시오 마사미치 홋카이도암센터 명예원장이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와 함께 쓴 '피폭 열도(列島) 방사선치료와 원자로'(2014)를 보면 홋카이도청 관할 홋카이도건강만들기재단이 집계한 홋카이도 내의 시정촌별 연령조정 암사망률 데이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집계에 의하면 도마리(泊)원전 주변 지역의 암사망률은 홋카이도 평균의 14배 정도이며, 도마리지역만이 아니라 인근 이와우치0(岩內)정이나 샤코단(積丹)정도 암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니시오 원장은 이 데이터와 관련해 '삼중수소가 관계돼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겐카이(玄海)원전이 있는 사가현 겐카이정의 백혈병 사망자수는 전국 평균의 6배 이상이고 사가현의 평균 4배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 참조). 여기서 확실히 평상운전시에도 겐카이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방출량은 연평균 83조Bq, 적산하면 826조Bq로 일본 원전 가운데서도 단연코 많은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선피폭의 쟁점-후쿠시마원전사고의 건강피해는 없는가'에서는 더욱 놀라운 사실로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배수의 농도한도는 있지만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에는 삼중수소 배수(排水)의 농도기준이 없고 '관리목표'라는 것을 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관리목표가 1년간 1경8000조Bq이라는 엄청난 수치이다. 아오모리현의 롯카쇼재처리공장은 아직 본격가동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본격가동하면 이 엄청난 양이 바다에 방출되게 된다. 재처리에 있어서는 사용후핵연료봉을 세밀하게 절단해 화학처리할 때 연료봉 가운데 있는 삼중수소가 거의 모두 누출되기 때문에 재처리공장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방출은 자릿수가 달리 크게 된다고 한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이 현재까지 액티브시험에서 최대 삼중수소수를 방출한 것이 2007년 10월이지만 1개월에 520조Bq의 삼중수소를 방출했다. 일반 원전 의 일상적 방출의 10년간 분량 정도가 1개월에 방출된 것이다.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에 의하면 '전암(全癌) 75세 미만 연령조정 사망률'에 있어 아오모리현은 2004년 이래 계속 전국 1위이다. 연속 11년간 전국 최악의 1위인 것이다. 그 이후 아오모리현 동쪽 태평양에는 삼중수소가 대량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마이니치신문, 2015년 10월 18일).

이들은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삼중수소가 방출돼 원전 핵연료시설 주변 주민에게 건강피해가 나오고 있는 사실이 있지만 각국 정부와 원자력산업계는 무시하든지 원인불명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바이러스탓이라거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붙여서 '방사능 탓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특히 삼중수소는 있어도 무해한 것처럼 다루어 계속 피폭영향을 과소평가해왔다는 것이다.

원래하면 연기에 연기를 해온 롯카쇼재처리공장은 올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작전상 가동을 계속 연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후쿠시마원전의 억지 해양투기는 향후 롯카쇼재처리공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물질의 해양투기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후쿠시마사고 오염수 해양투기 이전부터 이 지구상에는 엄청난 삼중수소가 대기 중에 방출돼 바다로 흘러 들어간 상태이다. 거기에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바다에 고의적으로 대량의 방사성물질을 투기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반인류 반문명적 범죄'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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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 탄핵 임박…서둘러 전원회의 소집, 방송장악 시나리오 의결

방통위, 방송사 임원 선임 절차 의결

사실상 방송장악 시나리오 계획표

민주당, 방통위 방문했으나 문전박대

MBC,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계획

관건은 법원 판단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민원실에서 5인 합의체 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 운영의 위법성을 강조하며 김홍일 방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스스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던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이 계속된다. 김홍일, 이상인 두 위원은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방송공사, 방송문화진흥회, 한국교육방송공사 임원 선임 절차 의결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앞서 김홍일 위원장의 탄핵을 예고했다. 이에 대응 차원에서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해, 사실상 방송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은 거다.

방통위는 관례적으로 매주 수요일 전체회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27일 오후 늦게, 갑자기 28일 전체회의 소집을 공지했다. 다음 주 민주당이 김 위원장의 탄핵을 예고해 긴급하게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만 바뀐 방통위, 방송장악 시도 일관

김 위원장은 이동관 전 위원장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직전 사임했다. 그러면서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상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탄핵안 통과로 위원장의 업무가 중단되면 1인 체제로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꼼수를 부린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동관 전 위원장에서 김홍일 위원장으로 위원장만 바뀌었지, 방통위가 방송사를 친정부 성향으로 바꾸려 시도는 계속된다.

방송 경험이 전무한 김홍일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YTN 민영화가 졸속 강행됐다. 대주주가 바뀐 YTN은 친정부 성향 보도를 이어갔다. ‘김건희 여사 소환 관측’이란 기사 제목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이 삭제되고 기사 내용이 대폭 수정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명품백 수수 의혹 보도에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시가 내려지는 등 보도 통제가 이뤄지는 정황이 드러난 거다.

민주당은 이 같은 방통위의 폭주를 막고, 공영방송 이사진이 교체되는 8월 안에 방송 4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 3법에 더해,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총 5인 중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탄핵 직전 또 사임한다면, 친 정부 성향 후임자가 오늘 의결된 임원 선임 절차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MBC,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계획

MBC는 곧바로 임원 선임 계획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다. 방통위 소집공지에 방통위를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당한 민주당도 집행 정지 가처분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홍일 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원장의 면담 요청을 비서를 통해 거절했다”며 “이 불법적인 과정을 누가 지시했고 또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반드시 밝혀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관건은 법원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원 후임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은 방통위 설치법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2인 체제로 의결된 ‘임원 선임 계획’이 위법으로 판결 난다면 방통위의 방송장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갈 길도 멀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예상되는 방송 4법이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을 거친다면 정족수 200석에 모자란 8석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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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음모론에 “나도 그 대화 기록 남아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단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녹색정의당, 비례연합정당 불참 결정’과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2.18.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28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의 만남에서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윤 대통령의 말을 기록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를 생생히 전해 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 들어 메모한 대로 옮기면, ‘이태원은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지인의 부녀도 그런 기사를 보고 뒤늦게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상민 장관을 사퇴시키면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극우 성향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며 “무고한 159인의 죽음 앞에서 국민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는데 대통령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을 거라고는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김 전 의장이 평소 입이 매우 무겁고 없는 말을 지어낼 분이 결코 아니라는 점은 의정활동을 같이 해본 사람은 다 알기에 제 메모를 확신해왔다”며 “그러다가 사회적 논란이나 법적 책임 때문에 수차례 사실관계를 검증했을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실린 내용을 이번에 다시 확인하니 이젠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최근 공개된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지난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계기 윤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 “자신(윤 대통령)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썼다.

이에 대통령실은 27일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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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알까? "대통령 수사하자"는 집권당 전당대회가 갖는 의미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29 08:26
  • 수정일
    2024/06/29 08: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칼럼] 윤석열의 '비겁함'과 한동훈의 '승부수'가 만났을 때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29. 05:06:18

박근혜 탄핵이 성공한 결정적인 이유는 '야당 단독 탄핵'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범 보수 세력이 탄핵에 동참하면서 극렬 보수, 즉 '탄핵 반대파'를 고립시키고 '여야 공동 탄핵'의 모양새를 이끌어내 명분을 갖췄기 때문에 뒤탈이나 후유증이 없었다.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사실 핵심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국회 측 소추 위원장을 맡아 헌법적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해 낸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다. 정파 이익을 초월한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최소한 이 역할에서만큼은 제대로 역사에서 다뤄줄 필요가 있다.

간혹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0석을 넘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혹은, '민주당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200석을 못 넘겼다." 같은 상황에서 이 말은 국민의힘 쪽에서 '100석 이하로 떨어질 걸 108석으로 막아냈다'는 버전으로 돌아다닌다. 물론 둘 다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200석을 넘겼다면 어땠을까. 아마 야당 강성 지지자들의 '탄핵 요구'가 분출했을 것이고, 당장 정치적 효능감을 내놓으라 추궁당했을 것이다. 탄핵 가능 의석을 확보한 200석 공룡 야당은 '단독 탄핵'의 유혹에 휩싸이며 앞으로도, 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극심한 내분을 겪게 됐을지 모른다. 아이러니하지만 '200석의 저주'다. 하지만 야당 단독 탄핵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탄핵 명분을 급조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우린 알고 있다. 2003년 노무현 탄핵은 비록 민주당 분열이라는 요인이 있었지만 '숫자'만 믿고 밀어붙인 사실상 '야권'의 단독 탄핵이었다. 민심에 어긋난 탄핵이란 건 이듬해 '노무현당(열린우리당)'의 국회 과반 확보로 증명됐다.

가정이지만 이번 총선에 민주당이 200석을 얻었더라도 단독 탄핵은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만약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 총선 결과는 '200석의 저주'를 피해 간 민심의 절묘한 의석 배분으로 보는 게 맞다.

탄핵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지금 여당의 전당대회 분위기가 아무래도 묘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지금 여당 전당대회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징후를 내포한 채 진행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 헌정사 이래로 집권당이 중간 선거에서 108석으로 쪼그라든 건 전례없는 신기록이다. 8석만 이탈해도 거부권이 무력화되고 탄핵은 물론 개헌이 가능해진 정치 지형을 겪어 본 적이 없다. 여당에서 단 한 석의 이탈 여부조차 주목받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 한때 검사 중 '조선 제일검'이라고 불렸던 한동훈이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에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여당 당대표 경선이라고는 눈 뜨고도 믿을 수 없는 구도가 확립된다. 전당대회 핵심 이슈가 집권당 소속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가려내는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로 귀결된 것이다. 자당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두고 여당내 정치 노선이 분화하고 세력이 재편되고 있다. 반복하지만 이런 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본 적이 없다.

한동훈은 27일자 대구 유력지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공동체를 위해 복무 중 젊은 군인이 돌아가신 사건에 대해 집권여당을 대표했던 한 사람으로서 먼저 깊이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대통령도 이 정도 수위의 사과를 해 본 적이 없다. 한동훈은 "특검법의 목적은 진실규명이다. 공정성이 담보되는 제3자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면 불필요한 시비를 없앨 수 있다"며 특검법 자체의 당위성을 선명하게 내세웠다. 단순하게 풀어보면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집권 여당 전직 법무부장관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 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인 논쟁들이다. 이를테면 한동훈은 "민주당의 특검법은 반대한다.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불공정한 법안이고, 특검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말하지만 논리적 모순이다. 특검법엔 복수의 특검 후보를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법무부장관 시절 한동훈은 '대장동 특검법'에 대해 "수사받는 당사자가 쇼핑하듯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적어도 민주국가 중에는 없다"고 했다. 이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 범죄 혐의자 윤 대통령은 쇼핑하듯 특검 검사를 골라선 안된다.

한동훈은 또 "민주당이 내 특검법 제안을 받지 않을 것을 천명했지만 정성호 의원 등이 이를 수용하자 하는 등 내부 분란이 생기고 있다"며 '묘수'인 것처럼 말하지만, 나이브한 생각이다. 야당은 오히려 '한동훈조 대통령을 수사하자고 한다'는 명분에 주목하고 벌써 '개혁신당 특검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이런 나이브한 정국 전망에서 한동훈 정치의 아마추어리즘은 드러나고 만다.

집권당 대표 경선 최대 이슈를 '대통령 수사'로 만든 것은 한동훈이다. 심지어 한동훈은 당원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5~27일 1002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1.8%. 국민의힘 지지층 308명 대상으로 한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5.6%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동훈 선호도는 55%로 나타났다. 압도적이다. 원희룡(19%), 나경원(14%), 윤상현(3%) 다 합해도 과반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 '대통령이 원희룡을 밀고 있다'는 게 이미 비밀이 아닌데도, 그렇다. 대통령의 힘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한동훈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할 순 있다지만, 물론 그것을 한동훈의 패착이라고까진 볼 수 없다. 당내 역학구도를 떠나, 채상병 특검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 그 자체로 한동훈은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진정성'을 대중에게 어필하려 노력하고 있는 셈이니까. 문제는 지금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 속에서 한때 쥐락펴락하던 국민의힘 내부의 미래 권력간 벌어지는 극한 투쟁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곳곳에 권력 누수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다음 주에라도 채상병 특검법을 수정해 의결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 선출도 하기 전에 '거부권' 정국에 내몰린다. 이미 한동훈이 '채상병 특검의 당위성'을 여권 내 핵심 이슈로 띄워 놓은 상황에서 당장 재부의안 부결을 위해 '8명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한동훈계'가 30명이라느니, 17명이라느니 하는 마당인데, 대통령은 집권당이 '대통령 수사'에 찬성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지난해 7월과 8월,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모든 통화 기록과 정황 증거가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채상병 사건으로 본인의 부하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나가 줄줄이 깨지고 있는데, 사건의 진상을 밝힐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한결같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의 '비겁함'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는 중이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의원 연찬회에 가서 술잔을 돌리거나, "똘똘 뭉치자",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식의 공허한 말들 뿐이다.

앞서 장황하게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대통령의 범죄 혐의나 실정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만큼이나, '그 이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은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 즉 '집권 진영'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 여부다. 대통령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후배가 이제 대통령을 수사하자며 당권에 도전한 것은 보수 진영이 '윤석열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 같은 것이다.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통령의 '미래'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재보궐선거부터, 지난 4월 총선을 지나오며,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전부 걷어차 버린 후과는 생각보다 클 것이다. 야권의 결집과 여권의 분열, 격동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 승선해 비행 갑판을 시찰하고 있다. 루즈벨트함은 한국·미국·일본의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여를 위해 지난 2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앞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라네브 미8군 사령관, 최병옥 국방비서관, 윤 대통령,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로즈 드레닝 11항모 비행단장, 미 해군 제9항모강습단장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준장.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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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민족위 논평

[전문] 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민족위 논평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6/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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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가 논평 ‘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발표하였다.

 

논평은 한·미·일이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언급한 뒤 “‘프리덤 에지’라는 이름은 한·미 훈련 ‘프리덤 가디언’, 미·일 훈련 ‘킨 에지’에서 한 단어씩 따온 것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상징한다”라면서 “기존에 없던 더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논평은 “이런 훈련을 벌이는 것은 민족의 숙적 일본과 한편이 되어 한반도를 자위대의 대륙 진출 기지로 내주며, 같은 민족인 북한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민족적, 몰역사적 작태”라고 하였다.

 

논평은 또한 미국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혼자 힘으로 북·중·러를 상대하기 어려우니 윤석열과 일본의 기시다를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 전쟁동맹을 결성하고 전쟁으로 돌진”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래는 논평 전문이다. 

 

[논평] 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한·미·일이 27일부터 29일까지의 사흘 일정으로 연합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진행 중이다. 

‘프리덤 에지’라는 이름은 한·미 훈련 ‘프리덤 가디언’, 미·일 훈련 ‘킨 에지’에서 한 단어씩 따온 것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상징한다. 그리고 ‘프리덤 에지’는 한·미·일이 기존에 훈련을 진행하던 해상, 공중에서 지상 및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까지 훈련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기존에 없던 더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전쟁 연습인 것이다.

이런 훈련을 벌이는 것은 민족의 숙적 일본과 한편이 되어 한반도를 자위대의 대륙 진출 기지로 내주며, 같은 민족인 북한과 싸우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민족적, 몰역사적 작태이다.

한국 합참은 이번 훈련을 진행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유를 수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훈련”이라고 했는데,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결국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부하는 나라들과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전쟁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난 데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쫓겨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젤렌스키를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끝에 패전을 앞두고 있다. 병력과 포탄이 모자라 더는 전쟁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지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은 결정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자기가 지원한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도 된다고 허가했다. 확전을 각오하고라도 전쟁을 끌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은 두 해 전에 이미 미국이 ‘자기가 지배하지 못하는 세계는 필요 없다며 지구를 깨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새로운 전쟁을 도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벌일 전장으로 한반도나 대만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6월 9일 한미가 핵 협의그룹 3차 회의를 진행한 것, 8월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핵 공격 훈련을 포함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가 예정된 것, 그리고 지금의 ‘프리덤 에지’ 훈련까지. 모두 미국이 동북아에서 새로운 전쟁, 핵전쟁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처럼 혼자 힘으로 북·중·러를 상대하기 어려우니 윤석열과 일본의 기시다를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 전쟁동맹을 결성하고 전쟁으로 돌진하고 있다. 윤석열이 이대로 미국을 따라가게 두면 핵전쟁, 3차 세계대전이다.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 탄핵이 평화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2024년 6월 28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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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사 필요하다’는 한동훈

‘김건희 명품백 수사 필요하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2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은 어떻게 보나’는 질문에 “가방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가 대부분 드러나 있고, 법리적 판단만 남은 것인데 특검을 해서 나올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찰이 ‘법 앞의 평등’을 유념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해 빠르게 결론 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영상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사법기관을 통한 법리적 판단만 이뤄지면 된다는 취지다. 사건의 성격이 단순하기 때문에 특검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김건희 여사 수사’에 관해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다만 해당 인터뷰 질문에는 주가조작 의혹이나 명품백 수수 건 중 어느 한쪽을 특정해서 언급되지 않았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는데, 당 대표가 되더라도 같은 잣대로 대할 것이냐’는 ‘동아일보’ 질문에 “모든 정치인은 언제 어디에서 질문을 받더라도 국민 눈높이와 민심을 따르겠다고 답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냐’는 이어진 질문에 한 전 위원장은 “소환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의와 공정을 기치로 선택받은 정부”라며 “검찰이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그런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하고,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수사를 회피해서도 안 되고, 검찰 역시 수사 범위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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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의 증가, 청년이 고립과 운둔으로 숨어버린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부, 기업의 사회적 책무 수수방관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 기사입력 2024.06.28. 05:03:03

청년 고용지표의 지속 악화 추세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약 38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3000여 명이 줄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부터 19개월째 연속으로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 수치로 최근 10년 동안 최장기간 감소 기록을 갱신했다. 물론 청년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청년층 취업자의 수 또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청년 인구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0.7%p 하락했고, 실업률은 0.9%p 상승했다.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청년층 고용의 질 또한 낮아졌다.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만 5000여 명이 줄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고 2021, 2022년의 청년층 상용근로자 수는 증가했지만 작년부터는 다시 감소세를 보이더니 올해 거의 2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상용근로자의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 아닌가 질문한다면, 60대 이상은 오히려 늘었고, 40대의 감소폭은 청년층의 절반 수준이니 청년층의 상용근로 감소세는 눈에 띄게 큰 폭의 감소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문제는 '쉬었음' 청년의 증가 추세다. 청년의 연령구간을 15~39세까지 확대해서 살펴보면, 쉬었음 청년 인구는 약 7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만 7000명이 늘어 19.9%p 증가했다. 괜찮은 일자리가 거의 없고,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면서 청년들은 구직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경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또 정규 일자리 감소, 청년층의 공공부문 선호 저하 등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청년층의 쉬었음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가능성이 낮아지거나 낮아질 것을 우려하게 된다. 또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청년은 사회로 나오기 보다는 고립과 은둔 상태로 숨어버릴 우려도 있다. 바로 '쉬었음' 청년의 증가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경기도 광명시 소재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통령실

공채의 종말 예고, 청년에게 득일까 실일까

청년 고용의 악화에 대한 원인 진단은 구직 과정, 재직- 이직 과정, 구직 단념 과정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구직 단계에서 짚어 볼 원인은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다. 최근 국내 기업은 기존 대규모 정기공개채용 방식, 즉 공채 방식의 채용을 줄이고 있다. 그 동안 기업의 공채는 신입사원의 등용문으로 기능해 왔다. 또 매년 일자리 규모와 채용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 청년들은 공개채용 시기에 맞춰 구직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에서 공개채용보다 수시채용 방식을 선호하면서 청년구직자의 구직준비 영역은 각 기업의 채용 시기와 규모 예측까지 더 넓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는 신입직원 등용문 자체를 좁히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어디에선가 경력을 쌓기 위한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또 해당 직무에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많은 방식이다. 그러나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의 입장에서 수시채용 방식의 확대는 구직 정보를 찾고 직무에 따른 역량을 키우는 일, 게다가 해당 기업이 원하는 직무의 경력을 알아서 쌓아둬야 하는 난이도 높은 과정을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기업에서 자사에 필요한 인력을 뽑고, 해당 직무에 맞는 역량 교육과 훈련 등 인력개발 투자를 고스란히 청년 개인 몫으로 떠 넘겼으니 청년의 고용촉진을 위해서는 사회 또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이상준 외, 2023)에서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의 공채 시스템의 종말을 예고했다. 공채 방식에도 장단점이 있지만, 수시채용 방식은 인력에 대한 교육은 OJT(on-the-job)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일하면서 배우기를 기대해 결국 기업의 책무를 더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들은 인력관리 비용 절감 차원에서 노동자들을 단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채용 규모도 줄이고, 수시채용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대졸 청년 재직자 4명 중 1명이 이직을 원한다고 하니 일자리의 안정성과 미래 전망은 재직자라고 충족하는 조건은 아니다. 수시채용의 증가는 이직의 유연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경력자 선호 기업 문화는 경력을 쌓기 위해 청년 스스로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데 경력이 없어서 일을 구하지 못하고, 일을 할 수 없어서 경력을 쌓지 못하는 뫼비우스 띠에 놓이는 모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보니 공채에 비해 수시채용은 학교, 지역, 성별의 다양성이 더 낮아 채용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시채용은 기업 채용 방식의 주류로 진입하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의 40% 이상은 국내외 민간 기업으로 취업하길 희망한다. 공채의 종말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될까? 아마 대부분의 청년들에게는 기회보다는 진입 장벽이 되지 않겠는가.

힘 못 쓰는 정부 대책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청년들의 구직 준비 유형에 따른 단계별 대응방안으로 청년층 고용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재학, 재직, 구직, 취약청년 등 청년의 취업 단계와 특성에 맞는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재학 중인 청년은 학교에서 노동시장 이행 단계에서 고교생 맞춤 고용서비스를 확대하고, 거점형 대학일자리플러스 센터를 통해 진로상담과 경력개발 경로를 마련하고자 했다. 별도의 일경험 대책을 통해 일경험 플랫폼을 올해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재직자 청년을 대상으로 직장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일생활 균형 인프라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카페 등을 통한 자조모임과 상담 프로그램 지원과 청년도전지원사업 확대, 니트 특화형 일경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립은둔 상태, 가족돌봄, 자립준비 등 취약청년 대상으로 사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물론 정부의 대책이 아직 시행 중으로 정책 효과가 즉자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청년 고용의 악화 양상은 정책 효과를 기다릴만큼 느긋하지 않은 게 문제다.

정부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놓고, 일자리에서 탈락한 뒤에 청년들만 사회안전망으로 일부 보호하겠다는 입장은 아닌가?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구직 과정에서의 어려움, 재직과 이직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중첩된 결과다. 그렇다면 정책의 개입 또한 구직 과정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 그리고 재직과 이직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기업은 공채를 줄이고 수시채용으로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내려놓고 있는데, 일자리는 기업의 몫이라고 정부는 그저 방관하고만 있지 않은가.

상용직 임금 일자리에 진입하는 청년이 줄고, 'N잡러'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청년 뿐만 아니라 불안정 노동에 놓은 시민들이 의지할 최소한의 안전망인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 추진 계획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청년의 일경험과 일자리의 최저선을 부양하던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폭 줄였다. 정부가 믿고 있는 민간 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더욱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재안은 찾기 어렵다. 정부의 대책이 아직 힘을 못 쓰고 있는 원인은 문제 진단은 해 놓고, 적합한 개입 전략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청년 고용지표의 해석을 두고, 계절노동 특성이나 공휴일이 많은 5월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더라도 기업 채용 환경의 변화, 청년 구직자와 이직자들이 겪고 있는 경쟁 압박 부담의 심화, 청년의 구직 단념 원인과 구직 단념 기간의 장기화 등의 현실은 단시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청년 고용 경고등을 직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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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정욱식의 진짜안보] 서해 사격훈련, 왜 하필 지금인가

 

24.06.28 06:59최종 업데이트 24.06.28 06:59

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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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도서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된 26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K-9 자주포가 화염을 내뿜고 있다. ⓒ 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또다시 무언가가 떨어졌다. 26일 해병대가 실시한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대단히 예민한 지역이다. 이 수역과 인근에서 세 차례의 해상 교전 및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남북은 서해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했었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완충지대를 설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과 윤석열 정부는 이 합의를 경쟁적으로 파기해 버렸고, 급기야 한국군은 7년 만에 서해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예민하고 의아한 시기에 왜?

 

시기적으로도 예민하고 의아하다. 예민한 이유는 최근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는 점도 있지만 조선의 예고된 일정도 있다. 조선은 곧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고, 뒤이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관건 가운데 하나는 이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에 언급한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지의 여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조선의 정책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아한 이유도 있다. 조선은 1월 초에 해상 완충구역을 향해 해상사격 훈련을 한 이후에는 서해 접경 지역에서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보이지 않아왔다. 해병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라고 했는데,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석연치 않은 처리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부와 해병대 일부 지휘관의 처지와 만나고 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의 임성근 구하기, 도이치 이OO 때문이었나https://omn.kr/2973w)

 

공교롭게도 '대통령 격노설'의 복판에 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번 훈련을 주관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사령관도 겸직하고 있다. '또다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드는 까닭이다.

 

권한과 책임성의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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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다. ⓒ 권우성

 

오늘날 한반도 주민의 가장 큰 불행은 남북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가장 적대적이라는 데에 있다. 남북의 지도자가 싸우면서 닮아가고 있고, 한반도 주민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그 권한을 너무 무책임하고 위험하게 행사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여 호소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에 나선 청년에게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군인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되새겨야 할 책무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적이 무력도발을 해오면 단호하게 응징하라'는 지시는 무력충돌을 최대한 방지해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적이 도발하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즉각, 강력히, 끝까지(즉·강·끝) 응징하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이러한 지시가 실행되면 우리 군인과 민간인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다 보면 위기 예방과 관리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윤 정부는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의 본격적인 재개를 공언한다.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거기서 그럴 때가 아니다. 최소한 조선이 먼저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 한, 사격 훈련을 자제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다.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을 김정은 정권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방적인 해상 국경선 선포는 '주권의 수호'가 아니라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에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한 얘기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북방한계선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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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국회청원 30만 돌파···하루 만에 10만 명 늘어

 

윤석열 탄핵 국회청원 30만 돌파···하루 만에 10만 명 늘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6/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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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8시 20분 기준.  © 김영란 기자

 

윤석열 탄핵 국회청원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7일 오후 8시경 청원에 동의한 시민이 30만 명을 넘었다. 오후 8시 20분 기준으로 307,624명이다.

 

바로 어제 오후 4시경 20만 명을 넘었는데 하루 만에 10만 명이 동의한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다음 주에는 백만 명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국회청원에 동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빠르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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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훈련에 쏟아진 일침...“이 땅은 미군 전쟁기지 아냐”

“7.27 국제평화행동으로 전국 미군기지 포위할 것”

유엔사 사령관,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 없어”

유엔사 실체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

“‘내 주먹 세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평화 못 지켜”

▲ 자주통일평화연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전 71년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한국과 미국, 일본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벌이는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실시되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하고 있다.

훈련은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여기에는 해상 미사일방어, 대잠수함전, 방공전, 수색구조, 해양차단, 사이버방어 등이 포함된다.

이번 훈련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다영역 훈련 시행에 합의하면서 성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해 접경지역 전역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훈련은 전쟁위협을 더 키우는 것이라는 비판이 인다.

이에 시민사회는 전쟁을 조장하는 모든 적대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7.27 국제평화행동으로 전국 미군기지 포위할 것”

27일 오전, 한국전쟁 정전 71주기를 맞아 시민사회가 국제평화행동을 선포했다.

정전협정 71년이 되는 오는 7월 27일, 평택 미군기지를 비롯해 전국각지의 미군기지에서 평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

이날 회견을 주최한 자주통일평화연대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원회는 “한반도 전쟁 체제가 이어져 온 것은 역대 정부가 평화협정 체결을 외면한 채 대북적대와 압박으로 일관해 온 탓이 크다”며 “여기에는 자국 패권을 위해 한반도를 냉전대결의 최전선으로 만들려 했던 미국의 전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땅 곳곳에는 미국에 의한 세균전 실험실, 사드 발사대, 최대규모의 미군기지, 전쟁훈련장이 운용되고 있다”며 “미국이 나서서 화해협력으로 향하던 남북 관계에 제동을 걸고 합의 이행을 가로막은 게 다반사일뿐더러 패권갈등에 휘말려 주변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라 밝혔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 목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은 3개월 내 평화협정을 도모하고 외국군 철수를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한국의 분단냉전정권과 미제국의 패권 전략이 결합하며 지켜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분단냉전체제인 판문점체제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토대로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발전하여 미 제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요소가 됐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최근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한미일 신냉전군사동맹에 대한 대응전략”이라며 “전쟁과 반평화적 수단으로 세계 일극 패권을 유지해온 미 제국이 대북·대중국 적대정책에 근거해 주한미군을 통해 펼치는 억제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거짓 평화”라고 덧붙였다.

▲이홍정 목사가 발언중이다. 자주통일평화연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전 71년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유엔사 사령관,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 없어”

유엔사 실체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한국-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유엔군사령부(UNC; 유엔사)를 부활시키려는 미국의 공작 역시 도마에 올랐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지휘하에 일방적으로 결성된 반공 군사 플랫폼이며 유엔(UN)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유엔은 유엔사에 유엔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으며, 유엔사의 입장은 유엔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유엔사’는 미국이 한반도를 비롯한 중·러 등 대륙국가에 개입하기 위해 유엔이 표상하는 ‘국제사회’의 이미지를 도용한 결과인 셈이다.

이에 평화통일시민회의 고은광순 공동대표는 “유엔사, 한미연합사, 주한미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폴 러캐머라 스스로가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없고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라 밝힌 바 있다”며 “이에 대한민국 국방부, 대통령실, 언론들은 일언반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가 유엔과 관련없는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한국정부가 70년간 국민을 속여온 이유는 전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따라왔더니 전쟁밖에 없고, 우방인 줄 알았더니 적인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하고 이 땅에서 나가라고 요구해야할 시점”이라 밝혔다.

▲자주통일평화연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전 71년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내 주먹 세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평화 못 지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 역시 이어졌다.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공동대표는 “7.27 평화행동은 미군에 대한 투쟁이자 그 앞잡이인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이라며 “무모한 정권으로 인해 동해, 남해, 서해, 휴전선, 바다, 땅, 하늘, 사이버 공간 전체서 전쟁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민생의 모든 문제가 전쟁 앞에서 다 사라진다는 것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증명한다”며 “평화를 위해 모여서 이 땅은 전쟁기지가 아니라고 외치자”고 독려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주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지원을 재검토하겠다며 대 러시아 외교 무능을 가리기 위해 위험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짚었다.

김 상임대표는 “이미 국제사회는 한반도를 동아시아 전쟁의 화약고로 보고 있다”며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 땅을 지키는 건 ‘내 주먹 더 세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이 땅의 민중들이란 걸 알리자”고 말했다.

7.27 국제평화행동은 전국 단위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평택 미군기지, 동두천 미군기지, 전북 군산 미군기지, 경남 진해 미군기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제주 시청 앞, 대전 시내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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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님, 국민의 마음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 정신건강정책 혁신위 1차 회의 국민의례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대통령실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26일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질문으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시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챙기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먼저 저의 마음부터 얘기하자면, 안녕하지 못합니다. 어제 밤에 아내와 다툰 일 때문에 마음 한 구석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지만,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보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저뿐만 아닐 것입니다.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아직도 '안전 제일'은 구호일뿐,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터로 향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다시 한 번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입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런 현장과 관련이 없는 많은 시민들도 이번 참사에 가슴 아파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각자의 가정이나 직장, 학교 등에서 일어나는 일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 자신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정신적 고통을 받습니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일을 생각하면 이해되실 겁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맡은 사람들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할 때에도 사회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님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하고 처리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한 일이 많은 이들의 조롱을 받았습니다.

권익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300만 원 상당의 우리 전통 엿을 선물 드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문의드립니다"라는 글은 문의가 아니라 조롱입니다. 조롱이지만 권익위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에서 일어난 울분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은 더욱 울화를 치밀게 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국민권익위가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김건희)대통령 부부 명품수수 면죄부 준 국민권익위 규탄 긴급기자회견’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참여연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과 국민적 정신 고통

이보다 앞서서 작년 8월부터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괴롭혀 온 문제가 있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일과 이같은 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조사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이 갑자기 항명 혐의를 받게 된 일입니다.

조사결과의 경찰이첩을 국방부장관이 결재까지 했는데, 발표가 갑자기 미뤄지고 그 이유가 대통령님의 '격노'였다는 설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 넘기려고 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의원선거에서 참패한 뒤인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 대통령님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저는 늘 군이나 경찰이나 소방관들에게도 어떠한 공무 수행 중에도 먼저 자신들의 안전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우리, 당시에는 채 일병이었죠. 아직 추서가 되기 전이니까.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 장관에게 이렇게 좀 질책을 했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며칠 전에 다녀왔지만, 어떤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그 시신을 수습하는 그런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또 앞으로 이제 여름이 남아 있고, 또 홍수나 태풍이나 이런 것들이 계속 올 수 있는데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이렇게 좀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라면,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것은, 더 철저하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혐의 대상을 8명에서 2명으로 줄었습니다. 국방부가 대통령님의 질책과는 반대되게 처리한 것 아닙니까?

해병대수사단의 사건기록이 이첩됐다가 회수된 2023년 8월 2일의 전화통화 기록도 보았습니다. 대통령님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간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과 통화를 여러 번 하고,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신범철 당시 국방부차관과도 통화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사유에 대해 소명한 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옆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신범철 전 차관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회수 관련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잘못 말했다면서 "장관의 통화를 말한 것"이라고 주워 담았습니다. 그러나 26일 신 전 차관은 채상병 사건 회수날 2차례 더 대통령 개인번호로 전화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임기훈 비서관이 전화해 '경북경찰청에서 사건 회수 관련 전화가 올 것'이라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님이 직접 전화해 사건기록 회수를 지휘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한 정황입니다.

관련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람들이 일제히 대통령님의 의중을 거꾸로 이해했을 가능성은 적지요. 이쯤 되면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무리한 수색작전을 질책했다'고 한 대통령님의 발언이 거짓이었다고 이해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박정훈 대령은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채 상병 유가족의 고통이 가장 클 것입니다. 박 대령을 포함한 해병대수사단 구성원들,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하고 있는 경찰들은 물론 사건기록 회수에 관여한 이들도 현재 상황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주변 상황이 급변해 자기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사람도 처벌을 각오했을 때가 오히려 마음이 더 편했을 것입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후보에게 투표를 했는데, 이런 불공정과 몰상식의 상황을 만든 이가 대통령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유권자들도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국민의 마음을 돌보는 문제를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정신건강을 위한 이런 저런 정책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채 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취소된 뒤부터 펼쳐진 '지옥도'를 보십시오. 대통령님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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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신건강, #참사, #퇴행,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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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대든다? 교권 무너뜨린 주범 '학생인권조례', 맞는 말일까"

[인터뷰] 학생인권조례 제정 앞장섰던 청소년 인권 운동 활동가 공현·난다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4.06.27. 09:58:25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2년 만에 결국 폐지됐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7개 지자체 가운데 충청남도는 이미 폐지됐다가 대법원이 잠시 기사회생시켰고, 경기도‧광주도 위태롭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지됐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충남과 같이 대법원으로부터 폐지안의 법령 위반성에 대해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10여 년 동안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을 무너뜨려 온 주범으로 낙인 찍혀왔다. 지난해 발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은 이같은 낙인에 쐐기를 박았다.

과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공현'과 '난다'는 일찍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운명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서이초 사건에 앞서 지난 몇 년 사이 능력주의 사회 풍토가 교육 현장에서 스며드는 것을 보며 갈등할 필요가 없는 교사와 학생이 대치하는 상황을 이들은 우려해왔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설령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청소년 인권 운동의 실패로 귀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로 청소년‧학생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청소년 인권 운동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준비에 마음이 분주해 보였다.

지금은 청소년 인권 '운동가'이지만, 이들도 한때는 청소년이었다. 이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겪었던 부조리들은 15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버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복을 벗고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이들이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유, 그리고 온갖 비판에도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소년이 살기 좋은 사회가 모든 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 아닐까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눈앞에 둔 지난 20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인 공현과 난다를 만나 학생인권조례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상관관계, 청소년 인권 운동의 과거와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공현, 난다. ⓒ프레시안(서어리)

'자퇴'에 보인 담임 선생님의 반응 "배추 장사나 한다", "시집 못 간다"

프레시안 : 청소년 인권 운동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청소년기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학창 시절을 소개해달라.

 

난다 :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면서 학교 생활에 일찍이 답답함을 느꼈다. 시험을 보다가도 창밖의 화창한 날씨와 예쁘게 핀 꽃을 보면서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집안 형편상 학원을 다닐 수 없었는데, 수학 시간에는 이미 선행학습이 돼 있는 걸 전제로 진도가 나갔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 떨어진 점수만큼 매를 맞는데 나는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 많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 마치는 종은 울렸지만 수업이 다 끝나지는 않은 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이따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받자마자 껐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휴대전화기를 압수하셨다. 나는 종이 쳤으니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선생님이 '규칙은 지켜야지'라고 하셨다. 내가 계속 항의하니 "구제불능"라면서 졸업할 때까지 휴대전화기를 안 돌려준다고 했다. 그래서 홧김에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 이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를 모셔 오라고 해서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아무것도 모르고 깜깜한 터널 속을 걷고 있다', '이러고 나가면 배추 장사나 한다'고 했다. 어머니한테는 '따님 이러면 나중에 시집 못 간다'고도 했다. 어머니가 상담이 끝나고 '너희 담임 선생님 이상하다'고 하셨다. 그길로 학교를 나왔다.

프레시안 : 어떻게 '청소년 인권 운동'의 길에 접어들게 됐나.

난다 : 마침 자퇴 직후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가 열려서 집회에 열심히 참가했다. 그 이후 알게 된 인권·시민단체분들의 권유를 받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원지부를 만들었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측 요청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약과 관련해 자문을 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당시에 이미 학내 체벌이랑 집회 권리를 두고 논란이 뜨거워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패널 구성을 일단 교사와 학부모, 학생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각각 찬·반을 나눴다. 다른 분들은 괜찮은데 학생 측 반대 논리가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주장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차례로 학생 측 반대 토론 순서가 됐는데 그 학생이 '나는 사실 선생님이 그냥 나와보라고 해서 왔고 막연히 학생인권조례가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찬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찬성 입장이 됐다' 이렇게 소신 발언을 한 것이었다.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됐다. 그래서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열심히 활동하게 된 것 같다.

프레시안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국내 최초의 학생인권조례인데, 이에 큰 역할을 했으니 뿌듯했을 것 같다.

난다 : 그때 조례안 통과될 때 도의회 본회의 방청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금방 통과돼서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당연히 기뻤다. 가장 논란이 됐던 두발 자유화와 체벌 금지를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통과된 조례안은 사실은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운 'B'안이었다. 집회의 자유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웠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순 없었으니 통과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프레시안 : 공현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현 : 전북 전주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에 다녔는데, 그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가위 들고 다니며 두발 단속을 하고 야자도 강제로 시켰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제 옛날 블로그를 보니 뒤져보니 2004년에 이미 학생 인권에 대한 생각을 써놨더라. 그땐 딱히 운동이라는 인식은 없고 그냥 학교와 선생님들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생각들이었다. '유엔이 청소년한테 이러이러한 권리가 있다고 하는데 학교는 왜 안 지키나' 류의 글들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에 내신등급제 반대 촛불집회, 두발 자유화 집회가 있다는 걸 언론 보도로 접하고 그 단체 이름들을 찾아서 광주까지 갔다. 학교 안에서도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아서 비공식으로 '전북청소년인권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프레시안 : 대학 시절 자퇴 사실이 크게 보도됐다. 자퇴는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관련기사 : "학벌 기득권 정점, 서울대를 떠납니다")

공현 : 고등학교 때도 자퇴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만 해도 '자퇴는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대학을 가긴 했지만, 흔쾌히 간 것은 아니었다. 입학해서도 별로 내가 그 학교 학생이라는 인식, 소속감 같은 것을 별로 못 느끼고 지냈다. 그나마 서울로 대학을 오니 인권 단체들도 많고, 2005년 두발자유 집회를 하면서 만났던 아수나로 분들이 있어 좋다는 정도였다. 대학 밖에서는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대학 안에서는 평화운동 동아리에 가입해서 병역 거부도 고민하고 그러다 결국 대학 생활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자퇴에 이르렀다.

▲25일 서울시의회 앞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규탄 기자회견.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서열화 교육 반대하던 교사들, 지금은 길이 갈렸다"

프레시안 : 여러분이 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 운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난다 : 청소년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받는 여러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사회구조‧문화 등 다방면으로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조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난다 : 대다수가 학교 생활을 하는데, 그 생활 공간이 비민주적이고, 입시 경쟁을 이유로 여러 자유가 억눌린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약간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사실 학생인권조례든 법이든 그런 제도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법‧제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있다고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현 : 지금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생이 무슨 인권이냐'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에게는 머리카락을 자르든. 매질을 하든 200번을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일이 허용되고 그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통의 인간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에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학생인권조례 역할이 있다고 본다.

법‧제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난다의 말에 공감한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인데, 학생인권조례나 법 자체가 목표의 전부가 아니다. 법‧제도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다만 문화라는 것도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그간 정부가 노력을 안 했기 때문에 조례에나마 명시를 해야 했던 것이다.

프레시안 : 첫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4년 만에 학생인권조례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놓였다. 어쩌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폐지 바람이 불게 됐을까. 그간 위기의 조짐이 있었나.

공현 : 사실 학생인권조례는 단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다. 처음 제정됐을 때부터 교육부가 소송 걸고 시행령 제정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 위반이라 무효라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들이 있었고 그런 시도들은 계속돼 왔다. 그런 와중에 2022년 지방선거 이후로 서울시의회 같은 경우 국민의힘이 다수가 되면서 폐지안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언제 통과될까 싶었는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급속도로 힘을 받게 됐다.

난다 : 꽤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쇠퇴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5년 전쯤 능력주의 바람이 불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서로 우열을 비교하고 능력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건 차별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고, 교사들 집단에도 침투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안에서도 기간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 '파이 깎아 먹는 것'이라는 내부 반발이 나왔다고 본다.

사실 전교조는 과거에 저희와 연대도 많이 했던 단체다. 전교조가 해직 교사들 복직 농성할 때 저희도 같이 농성 참여하고 일제고사 반대를 함께 외쳤다. 그때 우리의 요구는 분명했다. 경쟁 시스템 속에서는 모두 행복하지 않다, 서열화 교육에 반대한다는 것을 공유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길이 갈린 느낌이다. 전교조 내부에서 학생 인권 운동가들과 연대 활동하는 데 대해 '전교조가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나도 충격을 좀 받고 다른 활동가들도 울고 그랬다. 어떻게 전교조가 이럴 수 있냐면서. '학생 인권에 대한 지지가 이제 안 모이는구나'를 느꼈다. 능력주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지금 많은 교사들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을 마치 과중한 업무인 것처럼,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학생 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직업상 의무다. 대등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개 훈련사를 예로 들어보자. 개 훈련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개에 대해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 동물이 도시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가르칠 때의 훈련 방식이 예전과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때리거나 전기충격을 가하는 극단적인 훈련 방식도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훈련 방식이 진화했다. 인간 교육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이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긍정적 돌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25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2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교권이 아니라 '교사의 노동권'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은 마치 '교권'의 대립항으로 여겨진다. 이런 인식을 공고화한 계기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인 것 같다. 교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할까.

공현 : 우선, 교권이란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오남용된다는 생각이 있다. 우리는 교권이란 말 대신 '교사의 노동권' 등으로 풀어쓰는 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난다가 말했듯 학생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직업상 의무다. 교사가 그 의무에 대해 '우리에게 부여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교사에게 '독박 교실' 책임을 지우게 하지 말고 인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정부가 지원금을 줄이면서 생긴 문제다. 정부 지원이 멈춘 상태에서 단순히 '아이들 때리지 말라'고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어쩌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난다 : 서이초 이후에 학대 관련 기본법이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잘못된 해결 방향이다.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교사 집단 내부에서 논의를 너무 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 시스템, 독박 돌봄 부담 등 전반적인 교육제도 등 문제는 두고 아동 학대의 정당성만 찾으려는 것인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프레시안 : 최근 초등학생이 교감의 뺨을 때렸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알려질 때마다 더욱 학생인권조례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난다 : 그런 사례를 접할 때 '학생 인권 침해 사례가 더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 이상에게 학교 체벌은 사실상 국민 중에 안 겪어본 사람이 없는 집단 트라우마 아닌가. 아동‧청소년이 가지는 사회적 지위와 어른의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극명한데 이거를 쉽게 까먹는 것 같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현실 인식이 왜곡돼있다는 느낌이다.

공현 : 누군가 모욕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너무 보장돼서 악용한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두고 '악용된다. 그래서 학생이 대든다'고 하는 게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싶다.

프레시안 : 학생 인권과 교권이 배치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왜 일반 시민들에게는 설득이 되지 않는 걸까.

공현 : 교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이기도 하고, 과연 교육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교육을 '학생을 통제하는 것'. 또는 '벌을 주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벌을 안 주니 이렇게 대들고 무질서한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학생은 잠자코 배워야 한다는 그 생각을 깨뜨리는 게 중요하다.

난다 : 서열화된 교육 탓이라고 본다. 교육을 잘할 자신이 있고 좋아해서 교사가 된 이들보다, 단순히 공부를 비교적 잘해서, 시험 성적이 돼서 교사가 된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런 대우를 받아야지' 하는 풍토는 오래 전부터 퍼져있었다. 모든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풍토에서 자라나서 교사가 된 이들은 물질적인 보상에 비해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드니 '내가 생각한 게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교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현 : 민원인과 사회복지사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홈리스들이 생계비 수급 신청을 하다 보면 생기는 갈등이 있는데, 종종 홈리스가 갑질을 한 것처럼 둔갑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사회복지사들이 욕받이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것은 국가가 시스템 안에서 보호해 줘야 할 문제다. 단순히 민원인만 악마화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14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더라도 대법원 판단은 남는다. 만일 최종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사라진다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변할까.

공현 :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갑자기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학교에서는 양말‧속옷 등 복장 규제가 이어져 왔다. 심지어 마스크 색깔도 규제하는 곳도 있었다. 이런 시도들이 호시탐탐 있었기 때문에 방어막이었던 조례마저 없어지면 1~2년이 지나면서 복장 규제 등을 도입하는 학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례로 지자체마다 달리할 것이 아니라 아예 국회에서 학생인권법을 만들어 통과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법 제정에 의지가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나.

공현 : 교사단체는 조례안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안 된다면서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조례는 법적 구속력이 약한데, 만약 학생인권법이 만들어지면 신고당해서 형사처벌 당할 것처럼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 중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극소수 몇몇에 불과해 갈길이 멀다.

프레시안 : 만일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그 후 청소년 인권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난다 : 지금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침체기라 할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엔 지금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08 촛불 시기에 단체 회원 수가 제일 많았다. 요즈음에도 청소년들의 관심이 느껴진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다시 운동이 살아날 수도 있다고 본다.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청소년의 살기 좋은 사회가 모든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청소년이 아닌 내가 계속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이유다. 지치지 않고 계속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끝)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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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계좌 관리’ 도이치모터스 공범과 임성근 사단장 커넥션 의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6/27 11:09
  • 수정일
    2024/06/27 11: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 전 1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 했다. 2024.6.21. ⓒ뉴스1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핵심 인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투자사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윗선의 구명 대상으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커넥션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JTBC ‘뉴스룸’ 25일 밤 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 3일 해병대 출신 이 전 대표와 법조인, 공무원 등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및 만찬 모임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모임을 제안한 사람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출신 A씨였다. 해당 대화방에는 현직 경찰 B씨와 변호사 C씨 등이 있었으며, 이 전 대표가 가장 기수가 높았다.

대화방에서 A씨는 해병대 1사단에서 초대를 한다고 하며, 사단장 및 참모들과 1박 2일 골프 및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 2일 오후 1시에 임성근 사단장을 방문하고, 2시부터 골프를 친 뒤에 저녁에 사단장 및 참모들과 회식을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다. 이에 이 전 대표가 답변을 하고, 일정을 확인해보겠다는 말도 했다. 다만, 이후 이 전 대표가 참석이 어렵다고 해서 모임은 최종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작년 2월 법원은 해당 사건 1심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2개가 이 전 대표의 블랙펄인베스트에 일임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의 또 다른 계좌 1개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혹은 블랙펄 이종호 전 대표에게 일임됐거나 이들의 적극적인 관여로 운용된 계좌일 수 있다고 봤다. 블랙펄은 김건희 여사의 거래역을 정리한 이른바 ‘김건희 파일’을 확보하고 있던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6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JTBC는 “이들과 모임을 했던 변호사 C씨는 이 전 대표가 당시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자주 언급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임 전 사단장과의 커넥션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된 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렸던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자리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민간인 이종호를 모르냐”고 물었고, 임 전 사단장은 “모른다”고 했다. 박 의원이 이어서 “해병대 출신이고 본인과 골프모임도 자주 한다고 들었는데 모르냐”고 물었으나, 임 전 사단장은 “한 번도 (골프를) 친 적 없고, 전혀 모른다”고 거듭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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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러 조약,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다

1.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나?

2.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배경

3. 2024년, 조-러 신조약의 주요 특징

4.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몇 가지 구체적 내용

5. 조-러 신조약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평양을 방문일정을 마친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송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4.06.20.

1.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또 한 번 변했다. 6월 19일 합의한 조선(북한)과 러시아의 새로운 조약 합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이 엄청난 변화를 당장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주류 언론이 자기 나라 관련 뉴스조차 CNN, BBC 관점을 베껴 외국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남의 일처럼 보도하는 얼빠진 행태 때문이다. 이번 조약은 한국 국민이 그 충격적 파장을 머지않아 체감할 것이 분명하다. 이 조약은 한-중 수교, 한-러 수교, 6.15공동선언 보다 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충격적 사건이다.

이 조약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반응은 각기 상반되지만,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내외 언론이 유사하다. 서방과 한국 언론이 이 조약 내용에 거의 경악하는 것은 그동안 조-러 간에 추진된 일련의 내밀한 변화에 대해 그만큼 헛다리를 짚고 보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9월 푸틴-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대변화이다. 한국진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이 조약이 예상하던 수준보다 훨씬 더 높고, 다루는 범위와 차원도 양국 간 관계와 국제관계 전 분야를 포괄하는 전례 없는 수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조선이 ‘조-러 관계의 새로운 전성기’라고 하는 말의 의미가 실감된다. 한마디로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는 과거 소련-조선의 관계보다 더 진정성이 강하고 내밀한 동맹관계로 격상되었다. 아니 혈맹의 100년 대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조약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외교형식으로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준 동맹수준이 아니라 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동맹을 명시한 조약이다. 조-러 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상호 ‘동지적 지원’을 약속하는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와 이렇게 수준 높은 내용을 조약으로 합의하지 못한다. 중국은 현재 좌고우면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방식으로 중-러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조선은 무조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더 강력한 조-러 조약으로 양국이 제국주의와 미국 일극 패권주의를 반대하며 새로운 다극화시대를 창조하는 전략국가 간 군사동맹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는 미국의 반대를 배척하면서, 조선을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 전략국가로 인정하는 차원의 조약을 처음으로 맺었다.

이 조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합의로 조선과 러시아의 전쟁억제력이 최고의 높이에서 전례 없이 비상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이제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나라는 두 나라, 러시아와 조선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같아졌다. 마찬가지로 이제 조선과 전쟁하려는 나라는 조선,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과 같다. 이미 조선과 중국이 군사동맹 관계이므로 조선과 전쟁하려는 나라는 조선, 러시아, 중국을 동시에 대적하는 것과 같다. 알다시피 러시아, 중국, 조선은 모두 핵 전략국가이며 최대 군사강국들이다.

즉 미국이나 어떤 나라도 조선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한 모험적 전면전쟁은 곧 핵전쟁을 감수한 연합대전을 의미한다. 이제 나토의 러시아 내륙 공격도 조선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이는 유럽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초유의 ‘유라시아 차원의 세계 3차 대전’을 의미한다.

이 조약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는 물거품이 되었다. 미국이 조선에 쓰던 경제제재의 협상카드도, 철 지난 레코드 같은 비핵화 논리도 파산했다. 미국을 보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 번 조약은 어떤 배경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지구촌 차원의 전략적 의미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배경

서방 언론은 러시아가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라 보도하지만, 알고 보면 현실은 정반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정책의 양상이 매우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다. 미국이 이전보다 더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세는 무리에서 젊은 사자의 도전을 받는 늙은 우두머리 사자의 신세와 같다. 늙은 사자를 두고 자기 살길을 찾아 배신하거나 마지못해 따르는 유럽의 처지도 가련하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이 지배하던 일극 패권의 지구촌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극화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의 일극 패권에 맞서 국제적 반제 반미 연대전선을 호소하며 전쟁을 각오하고 저항한 나라는 지구상에 조선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한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의 배경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말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에 굴욕을 감수하며 기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는 자기 나라의 추락을 추스르기도 힘겨웠으며, 조선과 맺는 과거 조-소 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조선은 변함없이 러시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러시아 국내 사정으로 당시 동맹 수준의 조-러 조약을 복원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으며 러시아가 반북(반조선) 정책으로 돌아서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상황이었다. 그러던 러시아가 2000년 푸틴의 등장 이후 푸틴의 개혁정책과 함께 재건되며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 2001년 푸틴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조로공동선언’과 ‘모스크바선언’은 오늘날 조러 관계 전성기를 낳은 초석으로 볼 수 있다. 푸틴의 조-러 관계에 대한 구상은 이미 이때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여전히 러시아는 미국의 대외정책 테두리 안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조선과의 협력을 두려워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당시 ‘6자 회담’의 틀로 조선 비핵화와 경제봉쇄로 압박했고, 러시아와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대 조선 전략에 사실상 동조했다.

러시아가 푸틴의 강대국 러시아 부흥을 위한 정치개혁 성공으로 국가분열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적 정비를 마치는 시기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의 축출을 위한 정변 문제에 개입하는 시기는 겹친다. 이후 미국은 돈바스 주민학살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시도를 통해 러시아를 코앞에서 본격적으로 자극한다. 러시아의 대미전략이 더욱 강경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러시아는 특별 군사작전이란 이름으로 미국이 유도한 우크라이나 대리전에 응한다. 이후 러시아는 반서방 반제 반패권 기조를 확고히 정립한다. 이것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푸틴의 러시아의 명운을 건 결단이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리전쟁 유도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말 그대로 근본적이며 전략적이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유럽 중심 전략과 결별하고 중국과 광대한 아시아와 손잡는 동방정책, 유라시아 극동 부흥전략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러한 결심이 일시적 위기 타개책이 아니라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세기적 결단이며 일대 전환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푸틴은 초기부터 유럽의 일원이길 원했으나, 러시아를 버린 미국과 유럽이 초래한 결과가 오늘의 조-러 관계를 맺는 데 크게 일조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신냉전 전략의 목표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수명이 다해 무너져가는 미 제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무슨 큰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후 ‘발악적이다’는 표현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래서 그 잔꾀와 호전성의 이중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잔인하고 도발적이지만 직접 나서지도 못하는 대리전을 선호한다.

미국은 지역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이이제이’(以夷伐夷) 전략을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는 얕은 수를 자주 쓴다. 미국의 도발적인 신냉전 정책의 결과가 러-우 전쟁이며,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와 대만이 이 신냉전 전쟁 위기에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대리전에 젤렌스키가 있다면 동아시아 대리전의 돌격대는 윤석열 정부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있다.

조-러 신조약의 대담성과 진정성은 현재 이 조약이 러-우 전쟁 중 맺어진 것에 있으며, 더 나이가 한반도 전쟁위기, 나토와 러시아의 전운이 감도는 정황에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국제정세를 보면 미국의 호전적인 신냉전 정책에 맞서는 당면한 조-러 양국의 긴급한 국가적 관심사는 전쟁 억제력이며 안보문제이다. 현대전에서 전쟁 억제력은 정치적 의도를 의미할 뿐, 억제력이 동시에 공격력을 의미한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력한다면, 조선은 한 참호에서 전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며 싸우는 전우의 관점에서 이를 대하고 있다.

“현 시기 조로 인민은 자주와 국제적 정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준엄한 투쟁의 한 전호에 서있다.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깊어지는 친선과 동지적 관계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건설을 다그치는데서 믿음직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되고 있다. (로동신문이 6월18일, 사설 “로씨야 련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뿌찐 동지를 열렬히 환영한다.”)

3. 2024년, 조-러 신조약의 주요 특징

2000년 2월에 맺은 과거의 조-러 조약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과 비교하면 이 번 조약의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1) 구 조약은 소련 붕괴 후, 양국 모두 어려운 국내 사정으로, 조약의 범주가 양국 현안에 주로 맞추어져 있었다.

2) 구 조약은 양국 관계 악화금지에 기초해서, 미래지향적 선린우호의 기본 관계 재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그 내용이 기본적이며 간단하다.

3) 이번 신조약은 전략 국가로 부상한 두 국가 간 지위와 역할에 기초하여 전개되고 있으며, 양국이 강력한 군사동맹에 기초해 각 지역의 전쟁억제력을 비상히 높이고, 양국이 미국 일극 패권에 반대하며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4) 신조약은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조선을 전략 국가 지위로 인정하는 것에 기초한 조약이다.

5) 신조약에는 종래 언급되던 러시아의 남북통일 지지 관련 조항이 사라졌다.

이는 신조-러 조약이 양국 간 맺은 최고의 안보 동맹조약이며, 양국의 전면적 경제, 기술, 문화발전 부흥전략이며,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수립을 위해 전략국가 간 긴밀한 국제공조를 도모하는 조약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조약이다. 조선이 주변 대국과 이러한 전략적 지위로 대외관계 조약을 맺는 것은 처음이다. 조약유효 기간도 5년 또는 10년 주기로 갱신하는 관례를 넘어 무기한이다. 조선이 푸틴대통령에게 조선 최고의 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하고 푸틴이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인 것의 의미도 상징적이다. 조약이라는 법을 넘어 양국 정상간 신뢰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권주의적기도와 일극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며 국가들 사이의 성실한 협조, 호상 리익 존중, 국제 문제들의 집체적 해결, 문화 및 문명의 다양성, 국제 관계에서의 국제법 우위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며 공동의 노력으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임의의 도전들에 대처해나가려는 지향을 확인하면서,” (조약 서문)

“쌍방은 최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쌍무관계 문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국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국제무대들에서 공동보조와 협력을 강화한다. 쌍방은 전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하며 호상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한다.” (제2조)

4.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몇 가지 구체적 내용

1) 쌍방의 안보 관련 조항

이 조항은 어떤 타국이 조선이나 러시아가에 대해 침략위협을 조성하는 경우, 즉각 공동대처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내용이다. 동시에 조선이나 러시아에 대한 침략이 개시될 경우, 즉각 정치, 군사적 물적 지원과 참전(파병)을 위한 조항이다.

“쌍방은 공고한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 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 (제3조)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 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제4조)

위 문구를 양국의 안보 문제에 관해 ‘협의 의무’를 명시했었던, 2000년 조-러 공동선언과 이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또 이 조약과 한미방위조약과도 비교해보자.

"조선 또는 러시아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2000년 조-러 공동선언)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정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

한국 국민은 한미방위조약이 철통같다고 맹신하는데 착각이다. 미국은 전쟁이 발생해도 자동 개입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한국과 협의 할 뿐, 개입은 미국의 정치적 선택 사항이다.

새 조약에서 특이한 것은 8조이다. ‘제도’가 의미하는 군사제도이며 이것은 양국 간 공동 군사훈련과 연합 군사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 (제8조)

2) 양국 관련 국제적 협력 조항

“매 일방은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영토의 불가침,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와 타방의 기타 핵심 리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동들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 (제5조)

제5조는 사실 일반적 조항인데 남북관계가 올해부터 조선-한국 간의 적대적 국가관계로 변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즉 한국이 조선의 통일 상대가 아니라, 조선과 적대적 제3국 지위로 전환된 조건에서 러시아는 이제부터 한국을 제3국 범주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기존의 남한과 맺는 협약 중 조선의 핵심이익을 침해하거나 적대하는 협약이나 정책을 폐기해야한다.

“쌍방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유엔과 그 전문기관들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테두리 내에서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도전으로 될 수 있는 세계와 지역의 발전문제들에서 호상 협의하고 협조한다.” (제7조)

현재 조선은 조선의 자주권을 가장 침해하는 나라를 미국으로 보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적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두둔하거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며, UN에서도 반대한다는 선언이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은 러시아다. 조선이 올해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으며 머지않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이른바 기존의 ‘남북 등거리 외교’를 포기한다는 뜻이며, 한국의 30여 년 북방정책의 파산을 의미한다.

3) 양국 간 다방면 협력 관련 조항

양국 간 기타 분야의 협력 조항은 전 방면에 걸쳐 구체적이다. 조약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평양방문 직전 로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밝힌 것을 보자. 기고문에는 “국제관계를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하며 이를 위하여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한다.” 는 문장이 있다. 이는 양국 간 달러를 통한 결재를 중지하고, 조-러 간에 자국통화 혹은 현재 브릭스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국제통화(유닛UNIT)을 통한 새로운 무역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미로 보인다.

“쌍방은 식량 및 에네르기 안전,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의 안전, 기후변화, 보건, 공급 망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들에서 증대되고 있는 도전과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제9조). 쌍방은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분야들에서의 협조의 확대발전을 추동한다. (제10조) 쌍방은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강화하며 환경보호, 자연재해방지 및 후과제거분야에서 호상 협력한다. (제12조)

이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집요한 수십 년 대조선 경제제재 둑의 한축을 무너뜨렸으며 미국의 대조선 경제제재가 물거품으로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도 러시아를 뒤따르며, 미루어 둔 중국의 동북3성 개발,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 개발, 동북아 조,러,중 공동합작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광대한 토지, 풍부한 광물과 가스 전력, 넘치는 에너지로 이 지역의 고도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5. 조-러 신조약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세상이 설마 정말 이렇게 돌아가는 것일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 지 좀 되었다. 필자는 오히려 이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뿐이며 실상은 더욱 속도가 빠르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이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의 신냉전 전략 편승해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한반도 전쟁 발생 시 한국은 필연적으로 조선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싸워야한다. 한국의 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조만간 한미 연합군사 훈련처럼 조-러 공동 군사연습을 보게 될 것 같다. 소련붕괴 후 30여년 만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포위환은 뚫리고 한국이 주변대국에 포위되는 양상으로 역전되고 있다.

한국은 남과 북이 협력하면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이익을 완전히 놓쳤다. 남북 합의를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 번영 전략은 완전히 파산했다. 반세기 이상 미루어두었던 동북아시아 조,중,러 공동 개발번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무모함을 탓하는 것이 더는 무망한 일이지만, 민주당도 지나간 버스를 잡으려고만 하고 국제정세를 무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국가 안보전략과 국가 운영전략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지금 위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한 여러 국가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지금 국가전략을 중지시키고 수정하지 않으면 국가 존망이 위태로운 수준의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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