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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창업주 이원만 일가의 친일 혼맥, 정일권·이효상과 사돈

만주군 헌병 정일권, 신라 천년 발언 이효상과 잇따라 혼인

이원만, 일본 오사카에서 광고모자 하루 4만개 생산

장녀 이경숙은 지역감정 원조 이효상의 삼남과 혼인

동생 이원천의 아들은 정일권 전 국무총리 딸과 결혼

2026-07-25 01:10:01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1904~1994)의 본관은 여강 이씨다. 조선 500년 동안 문묘와 종묘에 함께 이름을 올린 '6대 국반' 가운데 하나로, 회재 이언적을 배출한 집안이다. 이원만은 이언적의 15대손이다. 뉴탐사 역사탐사는 이 집안이 해방 이후 어떤 사람들과 사돈을 맺으며 자리를 굳혔는지 추적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름이 이효상 전 국회의장과 정일권 전 국무총리다. 한 사람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감정을 대놓고 부추긴 인물이고, 다른 한 사람은 만주군 장교 출신이다.

 

일본에서 모자를 팔아 번 돈

 

이원만은 경상북도 영일군, 지금의 포항에서 태어났다. 1935년 일본 오사카에 아사히공예주식회사를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동생 이원천을 오사카로 불러 함께 일했고, 1937년에는 장남 이동찬까지 데려갔다. 이 회사를 키운 상품이 이른바 광고모자다. 모자 앞면에 회사 이름이나 상표를 새겨 넣는 방식이었다. 요즘의 브랜드 개념과 비슷하다. 이 모자가 일본에서 크게 팔리면서 한때 하루 4만개를 찍어냈다.

 

이원만은 일본에서 모은 자본을 해방 뒤 한국으로 들여왔다. 1957년 한국나이롱주식회사가 만들어졌고, 1975년 한국나이롱과 한국폴리에스터를 합쳐 코오롱이 됐다. 코오롱이라는 이름은 '코리아 나이롱'에서 나왔다. 1977년 장남 이동찬이 회장을 물려받았고, 1990년대 중반 손자 이웅열이 뒤를 이었다. 이원만은 5·6·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했다.

 

백이성 역사독립군은 이 대목을 이렇게 정리했다. "코오롱이라고 하는 기업은 스스로는 나는 친일 행위를 한 적도 없고 그냥 일본에서 모자를 열심히 만들어 팔았을 뿐이다라고 얘기하실지 모르겠는데,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가지고 저 엄청난 혼맥을 맺었던 걸 보면 정말 기업가이기 이전에 조선의 노블레스로서의 자긍심이라는 건 과연 찾아볼 수 없었는가."

 

"신라 천년" 이효상, 만주군 정일권

 

이동찬의 장녀 이경숙은 1969년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셋째 아들 이문조 영남대 교수와 결혼했다. 이효상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신라 천년 만에 나타난 박정희 후보를 뽑아 경상도 정권을 세우자"고 유세한 인물이다. 현직 국회의장 신분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감정을 선거에 끌어들인 효시로 꼽힌다.

 

이효상의 이력은 그 앞에도 있다. 일제강점기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같은 친일 단체에서 활동했고,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공로자명감에 조선인 공로자로 실렸다. 대구 교남학교가 5년제 대륜학교로 인가받는 과정에서는 친일 인사 서병조가 학교를 인수하도록 이효상이 설득했다는 기록이 대륜학교 동창회 자료에 남아 있다.

 

또 하나의 사돈은 정일권이다. 이원만의 동생 이원천의 아들이 정일권 전 국무총리의 딸과 결혼했다. 정일권은 봉천군관학교를 5기로 졸업하고 일본육군사관학교에 편입해 1940년 졸업했다. 만주군 장교로 복무했고, 고등군사학교를 나와 만주군 총사령부 고급부관을 지냈다. 박정희보다 앞선 기수였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 군 부문에 이름이 올라 있다. 백이성 역사독립군은 방송에서 이 대목을 두고 "여강 이씨의 후손이 이효상하고 사돈을 맺고 정일권하고 사돈을 맺고 저러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일권은 국립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에 안장돼 있다.

 

정인숙 사건과 요정 정치

 

정일권은 1970년 3월 17일 밤 벌어진 사건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부근 강변3로에 서 있던 검은색 코로나 승용차에서 20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고급 요정 선운각에서 일하던 정인숙이다. 함께 있던 넷째 오빠 정종욱은 넓적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

민간인의 권총 소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던 시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권총 살인이었다. 정인숙의 집에서는 여러 차례 출국할 수 있는 복수여권이 나왔다. 여권 한 장 받기도 어렵던 때에 미국과 일본을 오간 기록이 남아 있었다. 소지품에서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명함이 쏟아졌다. 검찰은 일주일 만에 오빠 정종욱을 범인으로 발표했다. 정종욱은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오랜 복역 끝에 가석방됐다. 그는 자신이 쏘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정인숙이 낳은 아들의 아버지를 두고 당시 소문이 무성했다. 야당은 정부 고위층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해 국회에서는 신민당 조윤형 의원이 대정부 질문 도중, 대학가에 떠도는 노래라며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개사해 직접 불렀다. 아이 아버지를 청와대의 '미스터 정'으로 지목하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전모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정일권은 그해 12월 국무총리에서 물러났다.

 

장영자, 코오롱건설 매각 직전에 연행

 

코오롱과 권력의 접점은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장영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의 처제였다. 부부는 1981년 2월부터 1982년 4월까지 7111억원 규모의 어음을 받아냈다.

 

당시 이동찬 코오롱 회장은 계열사인 코오롱건설을 장영자에게 매각하려 했다. 골동품 수집이 취미였던 이 회장에게 장영자가 골동품을 매개로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는 것이 알려진 경위다. 매각 도장을 찍기 직전 장영자가 검찰에 연행되면서 거래는 무산됐다. 이 회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동찬은 1987년 중앙대 강연에서 후손에게 풍요로운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남기는 것이 기업가의 사명이라고 말했고, 이 문구는 지금도 코오롱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백이성 역사독립군은 "일제강점기에 적극적으로 친일에 나선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일본에 가서 사업에 성공해 한국으로 가져온 사람도 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자기 사업의 안녕을 위해 친일파, 군사정권 인사 가릴 것 없이 혼맥을 맺은 이원만과 이동찬 회장은 꼭 짚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청래, 호남일보 특강에 첫 해명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23일 광주에서 호남일보TV 특강 논란에 처음 입을 열었다. 신천지와는 상관없는 행사였고, 호남일보 회장은 그날 만났으며, 호남일보에 신천지 관련 의혹이 있는지 몰랐고, 개국 1주년 초청 강연으로 알고 갔다는 취지다.

 

해명은 의혹을 줄이기보다 키웠다. 특강 당시 호남일보TV 구독자는 132명이었다. 뉴탐사 보도 이후 12일이 지난 현재는 166명이다. 34명 늘었다. 사실상 호남 출정식을 구독자 132명짜리 채널에 맡겼다는 뜻이 된다. 취재 결과 정 후보는 그날 개국 1주년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들어온 김덕천 호남일보 회장을 맞을 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자기 옆자리를 두드렸다. 호남일보 대표이사는 취재 과정에서 자신은 그 행사에 가지 않았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앞서 신천지 관련 의혹 제기에 "저하고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피우는데, 걸리면 족족 제가 다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천지 측은 교인이 개인적으로 권리당원에 가입했을 수는 있으나 조직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호남일보는 뉴탐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정 후보 쪽에서도 고발이 예고된 상태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는 23일 나왔다. 당대표 후보는 김민석·정청래·송영길 3인으로 압축됐고, 고민정·김보미 후보는 탈락했다. 최고위원 본선 진출자는 박선원 이성윤 김용 한민수 서미화 최민희 김영호 임미애 8명이다. 이 가운데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한민수·이성윤 세 명이 모두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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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동 관세’ 꺼내든 미국… 301조 앞세워 새로운 압박 시작하나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6.07.24 18:15
  •  
  •  댓글 0
 
 

‘강제노동’ 명분으로 60개국 관세
상호관세 제동 이후 꺼내든 ‘301조 카드’
공급망 전쟁… 미국 중심 통상전략의 확대

미국이 ‘강제노동’을 명분으로 한국을 비롯한 60개 교역국에 무역법 301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60개국이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법·제도, 집행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국제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최고 수준인 12.5%의 추가 관세 대상이 됐다. 한국을 강제노동이 있는 나라로 지정한 것일까? 아니다. 한국 정부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2025.09.02.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2025.09.02. ⓒ뉴시스

‘강제노동’ 명분으로 60개국 관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국제 공급망을 거쳐 미국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미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이를 제대로 막지 않았고,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과도하게 낮은 단가를 형성해(원가 절감), 그 상품들이 국제시장으로 유통돼 결국 미국 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과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관세 대상에 포함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중국 등 제3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태양광 패널 관련 제품과 면화 등 부품·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데, 이를 차단하는 수입 통제 체제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시행하고 있다.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은 강제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기업이 이에 반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수입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번 조치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강제노동 근절이라는 명분과 달리, 통상정책의 성격이 더 짙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미국은 중국 위구르 자치구라는 특정 지역의 문제를 근거로 수십 개 국가의 수출품에 일괄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취했다. 거의 미국의 모든 주요 교역국(60개국)에 해당하며, 해당국은 미국 전체 교역의 약 99.4%를 차지한다.

이는 UFLPA와 같은 미국 국내법 상의 기준을 사실상 국제무역의 기준으로 만들면서 미국 기준에 맞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통상압박을 가하고, 광범위한 보호무역을 이어가려는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즉, 미국의 정책은 결국 노동권 보호 등 국제노동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기보다 자국의 통상질서를 확대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상호관세 제동 이후 꺼내든 ‘301조 카드’

이번 조치가 발표된 시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상호관세 정책이 법원의 판단으로 제동이 걸린 이후 새로운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기존 상호관세 대부분을 무효로 하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0일 동안 적용되는 임시 10%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10% 보편관세가 종료되는 시점에 즉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새 관세를 적용해 글로벌 관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노동·인권 문제를 미국의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각국 언론에서도 이번 관세 조치가 기존 관세 정책을 대체하는 수단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찾기 위해 강제노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명백히 보호무역을 위한 구실”이라고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기존 관세가 무효화된 이후 미국이 새로운 법적 틀을 통해 관세 장벽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전쟁… 미국 중심 통상전략의 확대

여기에 더해, 미국이 위구르 문제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견제를 위한 통상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문제를 인권 의제로 제기하면서 이를 태양광을 비롯한 전략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연계해 추진해 왔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경제안보 정책은 인권, 공급망, 산업경쟁력, 대중국 견제를 상호 연계해 추진해 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이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고, UFLPA를 발의한 의원들도 당시 “미국 기업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UFLPA와 이번 301조 ‘강제노동 관세’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UFLPA를 통해 중국 견제에 활용됐던 미국의 규범이 이젠 한국, 일본, EU,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교역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미국 중심의 통상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인권 보호를 내세웠지만, ‘강제노동 관세’의 실상은 결국 미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 그리고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통상압박 수단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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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꿈'을, 이재명은 이룰 수 있을까?

[박세열 칼럼] 양당제 고착화 속, '리버럴 세력'의 노선 투쟁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7.25. 00:10:18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론'을 들으면서, 그래도 집권 여당이 노선을 두고 토론을 한 적이 언제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권 민주당'의 역사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에서 시작한다. 단군 이래 최초의 정권 교체라 불렸지만 기쁨은 잠시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IMF 구제금융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그는 국민에 호소했다. 신자유주의식 개혁의 시작이었다.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구 선진국은 '역사의 종말'을 외치며 신자유주의 개혁을 가속화했다.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으로 시작된 이 트렌드는 체제 경쟁 세력의 패배를 확인한 후 날개를 달고 전 세계의 국경을 누비며 영미식 자유주의를 전 세계에 이식했다. 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과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는 사실상 이 시스템을 계승했고, 이제 막 민주주의의 체제에 들어선 한국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시장과 규범을 재편했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국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요체로 했다. 민영화, 금융 자유화, 노동 유연화, 규제 완화, 기업 구조 조정 등을 통해 한국은 글로벌 경제 무대 입장료로 막대한 유무형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리고 마침 중국의 WTO 가입으로 시작된 글로벌 분업 체계에 성공적으로 편입했다.

이 개혁은 한국의 좌파 진영을 분열시켰다. 2001년 전농 의장 강기갑은 김대중 대통령의 농민 간담회에서 손을 번쩍 들고 "농사꾼으로서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들려' 나갔다. 신자유주의 개혁의 최대 피해자들인 농민과 노동자는 좌파 정당인 민주노동당을 만들었고, 리버럴 세력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라졌다. 그런 맥락 속에서 집권한 민주당 2기 집권기, 노무현 정부는 진보적 의제를 내세우며 등장했지만, 신자유주의 개혁의 후속 작업을 위해 집권 후 진보적 공약들을 다수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놓지 않은 '개혁'은 이념적 잔재 청산이었다. 이른바 4대 개혁, 교육, 언론, 과거사 진상규명,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이때 집권 민주당 안에서 처음으로 노선 투쟁이 발생한다. 그 결과 온건파는 '사쿠라'로 몰려 밀려났고, 강경파는 개혁이 안될바에야 차라리 판을 깨는 걸 택했다. (이후 우리는 2026년에도 '국가보안법'이란 유물을 여전히 안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동안 민주당은 강경파와 온건파가 뒤섞인채 분열과 반목을 거듭했다. 강경파는 노무현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규정했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물론 나는 이것이 '역사의 퇴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언젠가 겪어야 했을, 민주주의의 비용이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당 내에서 벌어진 노선 투쟁을 기억한다. 총선에서 대패한 후 의석수 80석대로 쪼그라든 정세균 대표 체제 하에서 민주당은 '중도 확장'을 주장해 온 온건파를 중심으로 '뉴민주당 플랜'을 내놓았다. 집권 가능한 정당을 구축하기 위해 당의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강경파는 이를 '민주당 정체성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신자유주의 개혁을 수행한 김대중 정부와 한미 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의 후예들은 '충분히 진보적이지 못해서 정권을 내 줬다'고 생각했고, 결국 '뉴민주당 플랜'은 흐지부지됐다.

이 노선 투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이라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집권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른바 '조금박해'로 알려진 당내 온건파 그룹은 끊임없이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강경파에 의해 번번히 좌절당했다. 그리고 윤석열에게 정권을 내 줬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노선 투쟁' 대신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뭉쳤다. 하지만 윤석열이 스스로 자폭하는 바람에 민주당은 노선 투쟁 없이 두 번째로 '국가 비상사태'에서 집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민주당과 한국 정치 역사를 장황하게 나열한 이유는, 우리가 민주당과 민주당 계열이라 부르는 정당들 안에서 언제나 '중도 확장론'은 소수파였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단 한번도 중도 확장론은 민주당 내부의 노선 투쟁에서 주류였던 적이 없었다. 민주화 이후 네 번의 집권 경험 중 두 번이 보수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 비상사태' 하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어떤 노선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검증할 기회도 갖지 못한채 지금껏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민주당 내 '중도 확장파'가 헤게모니 싸움에서 중심을 잡고 다수파가 된 일이다. 유시민의 '이재명 정부 필패론'이나 '증축론을 벗어난 재건축론'에 대한 비판은 이제 당내 '강경파'가 소수가 됐음을 시사한다.

유시민 작가나 정청래 대표와 같은 이들이 주장하는 이념적 선명성(혹은 개혁의 선명성)은 '뉴이재명'들 입장에선 '쿨'하지 못한 낡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게 이익이 되는 정책에 따라 이리저리 지지 정당을 바꾸는 '스윙보터'는 이제 시대의 '미덕'으로 변하고 있다. 게다가 유시민이든 정청래든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통 민주당의 가치와 이념을 중시하는 핵심 지지층'(이른바 A그룹)을 자처하기에 좀 부끄러운 역사들이 많은 인물들이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입장을 이리저리 바꿔온 세월이 켜켜히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시민, 정청래 뿐 아니라 송영길, 김민석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의 '입장 바꿈'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아전인수로 해석하곤 하는 '민주당의 전통과 가치, 이념'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당 내에 '합의'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유시민 작가 말대로 A그룹과, B그룹과, C그룹이 각각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런 게 있긴 있는 것인가? 권력 투쟁의 외피 속에서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이 시대에 맞는 '비전'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고, 민주당 내 세력들은 그 비전을 자신있게 말하고,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리버럴 세력' 안에서 두 그룹이 본격적으로 집권을 위한 노선 투쟁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이재명 대통령이 '재건축'을 기획하고 있다면 오히려 흥미로운 일이다. (유시민 작가는 '분당'이나 '정계개편'을 얘기했지만, 사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리버럴 세력 안에서 다수를 점한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자신의 카드를 내 놓았다. 국가 비전으로는 차세대 국가 기반 산업으로 'AI 강국'을 내세웠고, 정치적으로는 '구조적 다수론'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한 '중도 확장론'이 정권 재창출에 유리할지, 그 길은 필패의 길이라며 개혁의 선명성을 주장하며 이른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확실히 붙잡아 두자는 유시민·정청래의 노선이 유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여기에서 안타까운 건 진보 정당의 부재다.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서구 선진국의 시스템 속에 안착하면서 '지표상'의 경제적 풍요를 달성했다. 한국 유권자는 그래서 더이상 '체제 경쟁'에 매달리지 않는다. 이제 한국은 서구 선진국들이 겪어온 '정체성 혁명'을 맞이했고, 역시 서구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극우주의의 부상을 체험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정당간 선거 경쟁이 완전히 확립되면(즉, 무장투쟁 같은 게 사라지면), 체제 자체를 둘러싼 투쟁보다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경쟁하게 된다. 전통적 의미의 좌파는 힘을 잃고 리버럴 세력과 보수 정당의 '양자 대립(양당제)'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의제는 주류화되지 않았을지언정 민주당에 거의 다 흡수된 상태다. 당분간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하기 어려워졌다. 정의당과 같은 포퓰리즘을 차용한 진보정당도 '정체성 정치'에 매몰되며 한계를 보이고 스스로 소멸해 버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미국처럼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이 의미 있는 세력을 이루는 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전제 조건이라는 게 트럼프라는 사실은 끔찍하다.) 지금은 유권자들에게 진보정당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 시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양당제의 시대, 민주당의 역할은 더 막중해졌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노무현 정부가 소환된다. 노무현은 당내 강경파의 비토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보수정당에 '대연정'을 제안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구조적 다수'를 이루고자 한 정치 실험에서 실패했다. 그의 '대연정 제안'은 권력을 일부 이양하는 방식이었다. 그 실패의 위험성을 이재명이 모를리 없을 것이다. 이재명은 아직 임기 초반이고, 노무현에 비하면 당내 우군이 꽤 탄탄한 편이다. 그는 노무현보다 실용적이고, 노무현보다 유연하다. 판도 다르다. 노무현은 신자유주의 개혁의 격동기 속에서 실패를 맛 봤지만, 지금은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고착화된 시대다.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체념이 주류가 되어 버린 시대에서 개혁을 수행해야 하는 이재명은, 노무현이 이루고자 한 '구조적 다수'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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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복지국가는 사회 전체가 함께 설계하는 제도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국제법 및 과학기술혁신(STI), 공공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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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7.24 07:50

  • 수정 2026.07.24 07:51

  • 댓글 0

[AI 대전환 복지의 미래 ⑤ 끝] 공공 AI 거버넌스

누가 AI를 통제할 것인가, "정부만" 답 안 돼

정부는 법과 제도 마련해 국민의 권리 보호를

지자체는 지역의 특성과 수요 반영해 AI 운영

기업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

학계는 알고리즘의 정확성과 공정성 검증해야

시민사회는 권리 침해 감시, 국민 목소리 반영

경기복지재단은 지난 4월 8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재단 교육장에서 'AI 기술 기반 돌봄서비스'를 주제로 AI 복지 거버넌스 제2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6.4.8 경기복지재단 제공

인공지능(AI) 복지는 정부만의 힘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럴 수 없다. AI는 행정기관만으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AI는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인프라, 보안, 윤리, 법제도, 그리고 시민의 신뢰가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복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AI가 복지를 결정해도 되는지, 국가는 국민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알고리즘이 사회적 약자를 낙인찍지는 않는지, 그리고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누가 AI를 통제할 것인가. 답은 정부만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 AI 거버넌스(Public AI Governance)가 필요하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하나의 기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공공영역에서 AI는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복지 AI는 민간기업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연구기관의 검증과 시민사회의 감시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어느 한 주체만으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만약 정부가 기술을 독점한다면 투명성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AI를 주도한다면 공공성보다 효율성과 수익성이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문가의 검증과 시민의 참여가 부족하다면 AI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AI 시대 복지는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설계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공공 AI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공공 AI 거버넌스는 단순히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AI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운영하고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책임체계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과 복지 수요를 반영하여 AI를 운영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학계는 알고리즘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AI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바로 공공 AI 거버넌스다.

국제사회는 왜 거버넌스를 강조하는가? 국제사회는 AI 기술의 발전보다 거버넌스 구축을 더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원칙은 AI의 혁신과 함께 포용적 성장, 인간 중심 가치, 투명성, 책임성, 책무성(Accountability)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고」 역시 AI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뿐 아니라 기업, 연구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중 이해관계자(Multi-stakeholder) 접근을 강조한다. 이는 AI가 특정 조직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복지 분야일수록 이런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복지는 국민의 삶과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구축했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AI 기반 위기가구 발굴 등 디지털 복지행정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거버넌스를 완성하는 일이다.

첫째, 복지 AI의 개발과 운영 과정에 독립적인 윤리·인권 검토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알고리즘의 성능뿐 아니라 공정성과 차별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알고리즘 영향평가(Algorithmic Impact Assessment, AIA)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민이 AI의 활용 현황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참여 절차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정책을 논의하는 상설 공공 AI 거버넌스 협의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AI는 기술이지만, 신뢰는 제도에서 만들어진다. 좋은 AI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서 완성된다. AI는 앞으로 복지국가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이 신뢰하는 복지는 가장 똑똑한 AI를 가진 복지가 아니라, 가장 책임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복지다.

공공 AI 거버넌스는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국민의 신뢰 속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기반이다. AI 대전환 시대의 복지국가는 정부 혼자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이 함께 설계하는 나라다. 기술은 혼자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람 중심 디지털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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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1심 유죄에 조선일보 “정황 근거로 시장직 박탈 의문” 주장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한겨레 “정부 태도 높이 살 만해” 조선일보 “‘요식 행위’ 우려 기우 아냐”

조선일보 “공급 어렵다며 증세만 고집, 집값 잡을 수 있겠나”

투표율 허위입력 정황에 압수수색, 중앙일보 “선관위 불법의 끝 어딘가”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6.07.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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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정부가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세제·공급·금융 전반에 걸쳐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들었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과세형평성 제고와 규제·세제 정비, 공급 대책 보완의 필요성 등을 짚었다. 이번 토론회가 이르면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대책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실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한겨레 “정부 태도 높이 살 만해” 조선일보 “‘요식 행위’ 우려 기우 아냐”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토론회는 예정 시간인 100분을 훌쩍 넘겨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 부처 장관들을 포함한 정부 측과 학계, 유관기관 전문가, 언론인, 유명 유튜버, 부동산·맘카페 운영진 등 총 140명이 참석했다. 부동산 정책으로 주제를 한정해 대통령이 주재하고 시민이 참여한 토론회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에서는 부동산 세제, 주택 공급, 금융 문제 등 부동산 정책 관련 다양한 의견이 공유됐다.

▲ 24일 경향신문 3면.

24일 신문들은 사설에서 토론회 개최의 의미를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급·세제·금융 등 부동산 정책 전반에 걸쳐 문제점과 해법을 토론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고 긍정 평가했다. 한겨레 역시 “전문가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는 정부의 태도는 높이 살 만하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번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정부가 결론을 정해 놓고 여론 수렴이라는 명분을 갖추기 위해 요식 행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면서 “실제 토론회는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호소에 답하기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만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한겨레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과세형평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주요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공감대가 넓어진 것은 의미가 크다. 1주택 실거주자는 우대하되 초고가 주택에는 부담을 늘려야 한다”며 “‘똘똘한 한채’ 쏠림을 부추긴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공제 금액에 한도를 둬, 양도차익이 클수록 혜택이 큰 역진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조세 저항을 의식해 과세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정책 실효성이 약화될 것”이라며 “매물 잠김, 세입자 전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단계적 시행 방안과 세입자 보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 24일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반복된 ‘땜질 처방’으로 누더기가 된 규제와 세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투기 목적의 대출을 솎아내고 청년 신혼부부 등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와 상환 능력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주택 취득, 보유, 양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 총량을 고려해 투기를 막고 거래는 활성화하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세제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 공급에 대해선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문제는 단기에 풀기 어려운 주택 공급”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한 팀이 돼 국민이 믿고 기다릴 만한 주택 공급 로드맵과 이행 방안을 내놔야 한다. 누적된 부동산 정책의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대출-세금-공급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토론회에서 정작 공급 대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다”고 지적한 뒤 “공급은 단기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 대책이기에 당장 속 시원한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공급 부지가 부족하다며 “수도권을 헬기 타고 돌아볼 생각”이라고 한 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 중앙일보는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위해선 중앙정부가 서울시 등 지방정부와 머리를 맞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공급 부지 조성도, 재개발·재건축 확대도 지방정부와의 협력 없이는 속도를 내기 힘들다. 헬기 타고 땅 찾는 것보다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먼저”라고 했다.

▲ 2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역시 “더 큰 문제는 공급 확대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정부가 집중할 대책은 실패가 검증된 증세가 아니라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며 “세금 인상에는 폭동까지 거론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정작 공급 확대에는 난관부터 열거하는 태도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증세에 쏟는 결기와 에너지를 공급 확대에 돌리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없다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실수요자를 옥죄지 않는 맞춤형 세제·금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서민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집을 얻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급 방안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주택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투표율 허위입력 정황에 압수수색… 중앙일보 “선관위 불법의 끝 어딘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기도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 당일 실시간 투표율을 허위로 입력한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합수본은 중앙·경기도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수를 잘못 입력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봤다. 합수본은 조작을 모의한 정황이 담긴 내부 메신저 기록도 확보했다. 오류를 발견하고도 “(투표자 수) 총합계만 맞추면 된다”는 취지로 모의한 정황이다.

▲ 24일 중앙일보 1면.

신문들은 사설에서 선관위의 행태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데이터 숫자를 조작한 것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범죄”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도대체 얼마나 저질러진 것인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이번엔 선거 통계까지 임의로 수정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아무리 선관위가 감시 사각지대에서 부패와 무능에 빠져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24일 중앙일보 사설.

신문들은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선관위가 자신들의 잘못을 조사해 자진 공개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검경 합수본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선관위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그동안 드러난 선관위 관련 비리를 나열한 뒤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율 은폐 조작이 과연 처음이었는지, 다른 곳은 없었는지 강한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낱낱이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선관위 개혁을 위한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미 당내 특위를 통해 선관위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상임화와 상임위원 수 확대, 선관위 내부 감사위원회의 독립 기구화 등 서로 뜻이 다르지 않은 것부터 입법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안을 부정선거론의 빌미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이런 행태들이 하나둘이 아니니 선관위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퍼지고, 이를 토양으로 삼아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은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율 임의 수정을 문제 삼아 부정선거론을 들고 나올 기세다. 하지만 득표수를 조작했다는 징후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부정선거론의 증거로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선관위가 전체 투표자 수나 후보자별 득표수에 손댄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번 사안을 부정선거론 재점화의 빌미로 삼아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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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황만을 근거로 시장직 박탈 판결 내릴 수 있는지 의문”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공직상실형인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정황만을 근거로 서울 시민들이 불과 한 달 여전 투표로 선택한 시장직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 2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오세훈 시장 당선 49일 만에 나온 당선무효형 판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누구든 불법행위를 하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선 오 시장과 명씨 간에 조사 의뢰와 대납 논의가 오갔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후원자 김씨는 줄곧 명씨에게 보낸 돈이 오 시장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오 시장이 판결 직후 항소한 만큼 2·3심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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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란 핵은 안 되고 사우디는 핵물질 농축 허용?…이란 핵협상 더 꼬일 듯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7/24 09:14
  • 수정일
    2026/07/24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제한적 사찰 가능성도 보도…NYT "이란, 동일 조건 요구 가능성"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7.23. 20:32:41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핵물질 농축·재처리 가능성을 열어 놓은 원자력 협정을 맺었다고 알려지며 중동 지역이 핵확산 경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이란 핵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에너지부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사우디가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 일명 '123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협정이 미 원자력 기술 수출 확대, 미 고임금 일자리 창출 및 장기적 경제 성장, 미 에너지·국가 안보 태세 강화, 전세계 비확산 기준 보강, 미·사우디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협정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123 협정은 미국이 핵물질과 관련 장비 수출 때 1954년 원자력법 123조에 근거한 협정을 필요로 해 붙은 별칭이다. 미국은 한국 포함 24개국 정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27개국) 등 51곳 정부 및 기구와 123 협정을 맺고 있다. 123 협정은 협정 대상국에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수용, 농축·재처리 때 미국 동의 및 핵물질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요구한다.

외신 "사우디에 농축·재처리 길…제한적 사찰 가능성도"

복수의 외신은 이번 협정이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 길을 열어줬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정의 핵심 조항 중 하나가 미국과 사우디의 2년간 합동 연구 결과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미 기업들이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농축 시설 건설 땐 핵심 기술은 이전하지 않는 '블랙 박스' 방식이 도입된다는 보도다. 신문은 연구 결과 미국이 농축 시설 건설에 반대하게 될 경우 사우디는 향후 10년간 단독으로 혹은 다른 외국 파트너들과 농축 공정을 시행할 수 없다는 내용도 협정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사우디에 실시될 핵사찰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보도다. 미 CNN 방송은 한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에 국제원자력기구의 강도 높은 핵사찰을 수용하도록 하는 표준 협정인 '추가 의정서' 서명 의무가 없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이 의정서 준수 땐 이론적으로 왕궁이나 이슬람 성지 메카 등에 대한 사찰관 출입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로 서명을 꺼려 왔다. 미 당국자는 CNN에 추가 의정서와 유사하지만 사우디가 반발했던 부분은 빠진 양자 안전조치 합의가 이번 협정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지난 2009년 사우디의 이웃국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원자력 협정엔 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 수용과 자체 농축 및 재처리 금지,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됐는데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엔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해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여러 국가는 연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한다.

사우디 왕세자, 2018년 인터뷰서 "이란이 핵폭탄 개발한다면 뒤따를 것"

핵물질 농축과 재처리 모두 이론적으로 핵무기 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데다 핵사찰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보도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내 핵확산 및 군비 경쟁 우려가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공동책임자 제임스 액턴은 이번 협정이 "놀라울 정도로 근시안적"이라며 "이는 핵확산을 진정으로 원하는 나라에 통로를 제공하는 걸로 보인다. 사우디가 이 시설을 국유화해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란 및 튀르키예(터키), 이스라엘과 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018년 미 CBS 방송에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우리도 가능한 빨리 뒤따를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 미 비영리단체 비확산정책교육센터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사우디가 가는 길로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이집트도 갈 것이다. 이 사태가 행복한 결말로 끝날 거라는 생각은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123 협정을 맺은 다른 국가들이 비슷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아랍에미리트와의 협정엔 인접국이 더 유리한 조건을 얻게 될 경우 미국과 "협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며 협정 내용 공개 땐 다른 국가들도 동일한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협정을 의회가 검토할 예정인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가 나왔다.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회는 이 협정이 아랍에미리트와의 협정에서와 같은 골드 스탠다드 안전 장치를 갖춘 경우에만 승인해야 한다"며 "중동 지역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통령이 미국 기업 이익만을 위해 확산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을 피하기 위해선 3분의 2 이상 의원이 협정에 반대해야 하는데 공화당 다수인 양원에서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란, 핵협상서 사우디와 동일 조건 요구 가능성

사우디 내 농축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이번 협정은 미·이란 핵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협상 재개 때 "이란은 사우디에 대한 양보를 놓치지 않고 똑같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핵개발 길로 나아가는 걸 막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무기 개발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핵문제 프로젝트 책임자 헤더 윌리엄스는 "당장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을 막으려면 사찰, 비축분 처리, 곡괭이산을 포함해 핵시설 현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력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실패한다면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 제조 능력 확보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핵확산 연쇄 반응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합의로 미 원자력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미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원자로 공급으로 협정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가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돈독한 파트너십을 강조하게 된 상황도 외교적으로 나쁠 것이 없다는 평가다. 미 워싱턴 소재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선임연구원 크리스틴 디완은 협정이 "상업적·지정학적 측면에서 미국에 큰 승리로, 미국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사우디와 미국을 더 긴밀하게 묶을 것"이지만 "국제 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피해는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미국의 이란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모습이 보인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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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권과 역사정의가 진정한 국익’

[인터뷰]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 준비하는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의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7.23 11:21
  •  
  •  수정 2026.07.23 11:57
  •  
  •  댓글 0
 

8.15 해방 81주년을 맞는 오는 8월 1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이 진행된다.

'자주와 평화'를 시대정신으로 읽고, 당면한 과제와 핵심 요구를 담아 결정한 대회의 공식 명칭은 「전쟁동맹·전쟁기지화 반대! 전시작전권 즉각 환수! 미국의 경제약탈· 내정간섭 저지! 역사정의 실현!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이다.

빛의 혁명으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급변하는 평화위기의 다극화시대에 윤석열의 대미·대일 종속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답습할 뿐만 아니라 나토와 방산수출협력, 일본과 군사협력을 가속화하며 오히려 '평화공존'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비정상적인 경제수탈이 진행되고, 전쟁 위기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지금 8.15를 맞이하는 민중의 요구는 △대미굴종 대외정책 철회 △한일군사협력 중단과 역사정의 실현 △전쟁종식, 대조선적대정책 폐기, 평화체제 구축으로 집약된다.

△미국의 대중국 전쟁기지화 저지 △전시작전권 즉각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 △미국의 내정간섭 규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아웃(OUT) △미국의 경제약탈 저지와 민생 회복 △침략역사 왜곡, 군국주의 재무장, 독도영유권 침해 일본정부 규탄 △한미일 군사동맹-킬 웹 구축 저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등 나열하기 숨가쁠 지경이다.

몇차례 준비회의를 거쳐 '8.15 대회 추진기획단'이 정리한 핵심 요구이다.

[통일뉴스]는 21일 오전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수운회관 평화연대 사무실에서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를 만나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의 의미와 계획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었다.

[통일뉴스]는 21일 오전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수운회관 평화연대 사무실에서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를 만나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의 의미와 계획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뉴스]는 21일 오전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수운회관 평화연대 사무실에서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를 만나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의 의미와 계획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통일뉴스] : '교전상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북의 선언 이후 최근 몇 년간은 분단이 극복되는 과정이기보다는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고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듯한 느낌입니다. 먼저 8.15를 맞아 역사적 의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홍정 의장 : 1945년은 세계사적으로 대전환이 이뤄진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식민 제국주의가 종언을 고했죠. 곧 냉전시대로 편입되긴 했지만 비동맹세력들에게는 냉전시대의 역학 관계를 잘 이용하면서 민족국가 수립이라든가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 더 확장해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반대하는 운동을 비롯해 '자주를 통해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들이 활기차게 일어났던 시대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이후 냉전시대가 끝나고 세계화와 세계화 이후 시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일극패권 체제가 다극화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 속에 우리는 지금 81주년 미완의 해방, 광복 8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봅니다.

세계의 여러 다른 나라들이 소위 탈식민주의 시대 해방 운동에 몰입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냉전시대의 적대적 구조가 그대로 투영되어 분단체제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는 19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1953년 정전체제인 판문점 체제가 상호 연동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냉전적 패권전략이 그대로 관통하는 지역이 되었고, 지정학적 숙명처럼 한미동맹의 덫에 걸린 채 8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판문점 체제가 성립되면서 끊임없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양자동맹 체제를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했지만, 한일 사이에 역사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일은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윤석열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정의를 미루고 한미일 삼각협력체제가 가속화되기 시작한 거죠. 특별히 그 연장선상에서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른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미국에 의해 한미동맹현대화가 강요되고, 한반도는 소위 전쟁동맹의 사명을 수행하는 전쟁기지가 되는 암울한 역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최근 시민사회에서는 '전작권 환수'를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는 것 같습니다. 대내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올해 8.15대회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떤 문제에 집중할 계획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는 역대 정권들이 마치 자주를 실현하는 과제인 것처럼 언급은 했지만 계속 그 종속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재명 정부도 전작권 환수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만 그 진행 과정이 한미일 3각동맹이라든가 또 한미동맹현대화와 연동되면서 오히려 종속을 연장하고 심화하는 '전작권 환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미국으로부터 다양한 전략 자산들을 수입하기 위해 국방비 예산을 대폭 증가하며, 미국의 대외 전략에 동조하면서 역외 작전 수행에도 동원되는 조건들을 수용하면서 환수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더 큰 대미종속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전작권 환수가 조건 없이 온전하게 즉각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어떤 전략적 차원의 고려나 경제와 연관된 안보 문제 이전에 국민주권의 문제이고 민주적이며 헌법적인 주권국가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은 끊임없이 안보를 미끼로 경제수탈정책을 압박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관철하기 위한 내정 간섭 역시 더 촘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이 보낸 신임 주미대사의 성향이나 이재명 정부 내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행태를 보면, 앞으로 대미정책에서 종속성을 극복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깊은 우려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8.15대회는 미국의 경제 약탈과 내정 간섭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다고 봐야겠죠. 더불어 역사정의실현은 대한민국의 평화주권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더 이상 안보를 빌미로 역사정의를 뒷전으로 미루는 태도는 진정한 국익도 실용도 아니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나토에 방산수출을 추진하는 일도 그렇습니다만, 중국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해 매우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켜야 할 한국이 일본과 밀착하는데 대해 불편하게 여기는 듯 합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별도로 주변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우리에게 일방적인 한미일 진영동맹 가속화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 최근에 자주통일평화연대와 관련된 단체, 전문가들이 모여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연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한미일 3각동맹은 조중러 혈맹관계를 다시 강화시켜내고 있고, 그 과정 에서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억제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최종적으로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미일 중심의 외교 정책과 진영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자살골을 넣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볼 수 있죠. 중국과 관련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반도를 통해서 관철되는 현실을 중국이 환영할 리도 없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나토 사이의 군사 협력을 러시아가 즐거워할 리도 없습니다.

특별히 한미일 3각동맹을 통해서 대북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 교전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조선(북)이 반가워할 리가 없죠.

분단 냉전체제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데, 한미일 군사동맹을 여하히 해체하고 이것을 다자안보 평화체제로 가져가느냐 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입니다만, 결국은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가 주도권을 쥐고 동북아시아의 한미일, 조중러 6개 나라를 중심으로 또 주변 관련국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안보 평화체제' 구축을 시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리 시민사회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저항의 메시지를 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대안적으로 한반도의 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심력적 구조인 '동북아 다자안보 평화체제 구축'에 힘을 모으는 것 역시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인 움직임이나 흐름 같은 게 있나요?

■ 예,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연대를 만들기로 결의 한 이후에 지난 5·18 즈음에 광주에서 한일 시민사회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모였고, 오는 8월 12일부터 13일까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한국에서 열리게 됩니다.

심포지엄을 계기로 <동북아 평화체제 국제연대> 창립을 선언하고 앞으로 정기적인 동북아시아 평화 포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구체적으로 민관 협력을 유도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다양한 기제들을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는 각 정부를 설득해서 동북아시아의 정례적인 정상회의, 외교·국방장관 회의, 안보 회의와 같은 것들을 정례화하여 역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핵 억제 문제부터 시작해서 군축에 대한 장기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경제와 안보 영역에서 공동의 위험을 서로 상쇄하면서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자는 구상입니다.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동북아에 형성된 신냉전적 대결 구도의 핵심 고리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북 관계도 평화 공존의 관계로 이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 포스터 [사진-자주통일평화연대]
2026년 8.15자주평화대행진 포스터 [사진-자주통일평화연대]

□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미·대일 정책에서 윤석열 정부를 극복하기 보다는 그대로 답습하거나 더 심화발전시키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굳건한'이라는 수식어까지 사용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빛의혁명의 성과로 탄생했을 때 적어도 대외관계에 있어서 대미 종속성은 어느 정도 극복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미일 삼각동맹이라든,가 한미동맹현대화는 무산될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더 촘촘하게 한미일 삼각동맹과 한미동맹현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맹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대미종속이 연장되는 것이고 더욱 더 심화되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란을 공습하며 벌어진 전쟁에서 보듯이 만약 중국과 전쟁을 방불한 갈등이 벌어지면 주한미군기지가 주둔하는 한반도는 일차적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깊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 평화 지향의 시민사회 내에서도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나 대응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지난 '빛의혁명'을 통해 사회 정치적 차원에서 '국민주권'의 지평은 확실하게 확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외교·안보 영역에서 국민주권은 여전히 선출된 권력에 위탁되었다고 봅니다. 특별히 분단체제 하에서 대미종속성과 정치적 연관을 갖는 정권이 계속 나오다보니 그같은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거죠.

비록 내란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권이 수립되었습니다만, 그 정권이 권력을 확장하고 또 재창출하기 위한 과정 속에 대미 종속성은 상수처럼 간직하고 가야 되는, 다시 말하면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해서는 권력의 토대를 확장하고 또 권력을 재창출할 수 없다는, 종속적인 정치심리구조가 정권 안에 깊이 내재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근한 예로 한미동맹현대화 과정에서, 또 경제와 안보를 통합한 관세전쟁의 외피를 쓰고 경제적 수탈과 내정간섭이 자행되는 강한 종속적 압박이 벌어질 때 이재명 정부가 얼마나 자주적으로, 또 한반도 평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대응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많은 변동성이 있지만 실용과 국익을 앞세워 주식시장의 성장, 심지어 방산 수출까지 늘어나는 성과 아닌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민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항시적인 전쟁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분단체제 아래 한반도에서는 평화주권을 실현하고 식민청산을 위한 역사정의의 실현, 이 두 가지가 국익과 실용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제쳐둔 채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방산수출이나, 경제적 불평등을 구조화하는 주식자본주의의 성장, 안보 영역의 종속성을 가속화하는 모습은 국민주권의 입장에서 기대했던 바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진보 진영은 외교·안보 영역에서 국민주권을 신장하는 일에 더욱 강력하게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런 흐름이 계속돼서는 이재명 정부가 대미종속적인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변경할 여지가 전혀 생길 수 없을텐데요. 윤석열이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우악스럽게 강행한 한미 동맹현대화나 한미일 군사협력의 가속화 흐름에 제동이 걸리기는 커녕 빛의혁명의 지지를 받는 이재명 정부가 그와 같은 흐름을 더 심화시키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는데...이해하기 어렵네요.

■ 그렇습니다. 먼저 작년 8.15 80주년을 생각해보면 범시민대회가 어우선하게 마무리가 되어 버린 것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로 탄생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임명식을 한다고 하면서 그 광장의 전통을 자신들 쪽으로 회수해 가는 일이 있었죠.

적어도 우리가 기대했던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광복 80년이라고 하는 역사적 계기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주권과 역사정의 실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하면서 오히려 광장을 더 크게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를 대통령에 대한 국민 임명식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명분으로 수렴해 버리고는,  자주평화대회에 참여해 행진을 하는 시민사회 세력들을 경찰 차단벽으로 가로막고 몸싸움을 벌이는,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아무런 응답도 없는 이재명 정부에 대해 '아, 이것이 어쩌면 분단 정권의 하나인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한계이면서 분단 권력의 속성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평화주권과 역사정의는 분단정권, 대미 종속정권의 대통령과 그들의 내각, 장군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다는 역사적 교훈을 주권자 시민이 빨리 각성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한미일 삼각동맹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를 구성 하고, 또 한미동맹 현대화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그 하부구조에 일종의 전위부대로 전락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고정된 항공모함이라느니 ,중국 대륙의 심장을 겨냥한 단검이니 하는 생생한 비유로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죠. 지금이야말로 외교·안보 영역에서 국민주권이 실현되어야하는 그런 시기가 왔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지금 한미일 3각동맹, 또 한미동맹현대화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수행을 위한 전쟁동맹, 또 그러한 구조를 통해 한반도나 대한민국이 전쟁기지화되고 핵전쟁을 불사하는 대리전장으로 전락하는 일은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단절의 시간이 너무 깁니다. 올해 8.15 계기에 북측, 그리고 우리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으실텐데요.

■ 2023년 말에 남북관계를 '교전상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했죠. 그전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좌절되고 특별히 하노이 조미정상회의가 노딜로 끝나면서, 상호 신뢰에 큰 상처를 입은 조선이 결국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평화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실효적이지 않다'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소위 동족 개념의 시간대를 벗어나서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남북 관계를 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로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현실을 직면한 것이고, 그 일을 계기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가 해소되고 각각 새로운 조직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자주통일평화연대로 조직 전환을 했고, 해외측 위원회들도 각국 나름의 조직 전환을 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직면하면서 우선 대한민국의 위정자들과 또 자주통일 진영의 시민사회에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조선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이해해 달라는 것입니다.

조선이 저렇게 완고한 마음을 갖게 만든 기제들이 우리 안에 무엇이었는지를 반성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선제적인 평화조치를 취하겠다고 말은 많이 하는데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참수 작전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을 강행하고, 또 한미일 3각 동맹을 추진하고, 한미동맹 현대화를 추진하는, 이런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또 평화공존을 얘기하면서도 적대적 법률 조항들을 끊임없이 나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이런 것들을 함께 성찰해야 조선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조선 역시 이런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선제적인 평화조치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 정치환경을 구성하려는 노력을 가볍게 외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결국은 국민주권을 통해서 외교·안보 영역에서 평화 지대가 넓혀지는 일은 조선이 함께 반응을 보이면서 연동할 때 성사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다시 한번 열어두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사진-자주통일평화연대]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사진-자주통일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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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미, 60개 나라·경제권에 새 관세…한국산엔 총 12.5%



김원철기자

  • 수정 2026-07-24 07:17

10∼12.5% 수준…미국 전체 교역의 약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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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9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의 화물 터미널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강제노동 문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입품에 10∼12.5% 수준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다. 지난 2월 미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한시적으로 시행해온 10% 보편관세가 종료되는 즉시 새 관세를 적용해 사실상 글로벌 관세 체제를 이어가려는 조처다. 한국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를 포함해 총 12.5%가 적용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각)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과 경제권 60곳에 무역법 301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경제권들은 미국 전체 교역의 약 99.4%를 차지한다.

 

새 관세는 기존의 한시적 10% 보편관세가 만료되는 미 동부시각 24일 오전 0시1분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기존 글로벌 관세 대부분을 무효로 하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0일 동안 적용되는 임시 1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조처에 대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어떤 국가가 취한 것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국제 노동권 보호 조치”라며 “무역 상대국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근절하는 데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는 보도자료에서 “미국은 거의 한 세기 동안 강제노동 상품의 수입 금지를 엄격하게 집행해왔으며, 이제 무역 상대국들도 이에 동참해야 할 때”라며 “이번 조처는 인권 유린이자 시장을 왜곡하는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노동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했거나 미국과 관련 제도의 도입·집행을 약속한 국가에는 10%가 부과된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인도, 멕시코, 영국 등 17개 경제권이 여기에 포함됐다. 나머지 국가에는 원칙적으로 12.5%가 적용된다.

 

한국산 비면제 제품에 적용되는 이번 관세의 목표 세율은 12.5%다. 연방관보 고시에 따르면 해당 제품에 실제로 적용되는 기존 관세가 12.5%보다 낮으면 기존 관세와 무역법 301조 추가관세의 합계가 12.5%가 되도록 차액을 부과하고, 기존 관세가 이미 12.5% 이상이면 301조 추가관세는 부과하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특혜관세를 정상적으로 적용받는 한국산 제품은 해당 특혜세율을 기준으로 추가관세가 계산된다. 예컨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기존 관세가 0%인 제품에는 12.5%포인트, 5%인 제품에는 7.5%포인트의 추가관세가 부과돼 최종 관세율이 12.5%가 된다. 일본과 스위스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존 관세를 포함해 총 12.5%가 적용된다. 유럽연합(EU)과 대만은 기존 관세와 이번 추가관세의 합계가 10%가 되도록 차액을 부과받는다.

 

물가 충격과 산업계 혼란을 막기 위한 광범위한 면제 조항도 포함됐다.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기존 국가안보 관세인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에는 이번 관세가 중복 부과되지 않는다. 일부 식품과 농산물, 비료,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제품과 미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없는 원자재도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요건을 충족한 상품도 대체로 이번 관세 적용에서 제외된다.

 

새 관세의 법적 근거는 1974년 무역법 301조다. 외국 정부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정책이 미국의 교역을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등 대응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번 관세는 별도 종료 시한 없이 유지될 수 있고 대통령이 세율을 조정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대법원 판결을 의식해 사법 심사를 견딜 가능성이 더 큰 무역법 조항을 동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역법 전문 로펌 와일리 레인의 팀 브라이트빌 변호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일부 비판론자들이 이번 조사가 과거 무역법 301조 조사보다 충분히 철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면서도, 무역법은 관세 산정에 “수학적 정밀함”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율이 기존 임시 보편관세와 비슷해 당장의 경제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제조업 분야의 구조적 과잉생산과 과잉설비에 관한 별도의 무역법 301조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산 일부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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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해지는 바다, 해녀는 살갗으로 안다

최연하 시민기자

altcurator@naver.com

최연하: 에코아카이브&아트센터 총감독,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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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사진작가 유용예 '두 번째 살갗, 303.8ha'

가파도 해녀들 초상 보고 증언 듣는 소중한 전시

사라지는 건 어장이 아닌, 바다 생명체 생태그물

'몸으로 앎'과 '좌표로 앎'을 의도적으로 나란히

측정 불가능한 재난 감각 가능한 사건으로 번역

잠김과 참여로서의 앎이 참된 생태적 지각 방식

데이터 풍부한데 세계를 점점 덜 느끼는 곤란함

숫자 이전의 바다, 바다의 증인들, 해녀작가의 방

 

2019년의 나진옥 해녀(1935.5.1) ©유용예

해녀는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잠수복을 입는다. 몸에 밀착되어 차가운 물과 살 사이로 얇게 끼어드는 이 검은 피부는, 인간이 바다라는 다른 세계로 건너가기 위해 덧입는 두 번째 살갗이다. 제주 가파도에서 십수 년을 물질해 온 유용예 작가에게 두 번째 피부는 한 벌의 장비에 그치지 않는다. 거듭된 잠수 속에서 그의 몸 전체가 바다와 맞닿는 하나의 감각막(膜)이 되었다. 물의 온도와 염도, 조류의 방향과 수압, 그리고 해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바다의 기척을 살갗으로 읽어 내는 몸. 그 몸이야말로 이 전시가 주목하는 두 번째 피부다.

 

유용예 작가의 방, 작가가 기록한 '해녀여지도'

유용예 작가의 방, 작가가 기록한 '해녀여지도'

303.8헥타르(㏊)는 가파도 하동마을 공동어장의 면적이다. 행정과 측량의 언어로 쓰인 이 숫자는 위성사진 위 하나의 폐곡선으로, 지적도 위 하나의 단위로 바다를 환원한다. 전시의 제목은 이 두 개의 척도를 의도적으로 나란히 세운다. ‘살갗’으로 바다를 아는 몸과 바다의 면적을 측량한 숫자이다. 전자는 피부의 앎이고 후자는 좌표의 앎이다. '두 번째 살갗, 303.8ha'는 이 두 앎이 같은 바다를 가리키면서도 끝내 닿을 수 없는 자리에서 출발한다.

 

하늘에서 본 가파도 사진의 오른쪽, 알록달록한 지붕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 가파도 어촌계와 마을회관이 있는 하동마을이다. 사진의 왼쪽 위는 가파도 선착장이 있는 상동마을, 상동마을에서 하동마을까지 가로질러 걸으면 25분, 섬 둘레길은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정도 걸린다.

생태학적으로 볼 때, 피부는 안과 밖을 가르는 벽이 아니라 둘이 끊임없이 넘나드는 막이다. 바다는 해녀의 두 번째 피부를 통과해 몸 안으로 흘러든다. 차가움과 짠기, 압력, 그리고 근래에는 마땅히 차가워야 할 물의 미지근함까지.

기후위기는 흔히 지구 평균기온이나 해수면 같은 거대한 수치로, 너무 광대하고 너무 느려 한 사람의 감각으로는 결코 붙잡을 수 없는 규모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유용예 작가의 작업에서 그 거대한 변화는 가장 작고 친밀한 자리, 곧 피부에서 먼저 감지된다. 수온계가 가리키기 전에 살갗이 미지근함을 알고, 통계가 잡아내기 전에 작년에 있던 것이 올해 사라졌음을 몸이 안다. ‘두 번째 살갗’은 측정 불가능한 재난을 감각 가능한 사건으로 번역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정직한 생태적 기관이다.

이 전시의 생태학적 가치는 여기에 있다. 추상으로 떠돌던 기후위기를 다시 몸으로, 살갗의 사건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이다.

 

물질 중인 유용예 작가(오른쪽, 작가 제공)

이 몸의 앎은 바깥에서 풍경을 관조하는 근대적 시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녀는 해안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물속으로 내려가 전복과 해조류와 물고기 사이의 한 몸으로, 바다라는 세계의 내부에 참여한다. 303.8헥타르라는 숫자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관리의 시선, 바다를 대상화하고 소유하는 측량의 시선을 대표한다면, 두 번째 피부는 그 안에 잠겨 함께 호흡하는 참여의 감각을 대표한다. 이 전시가 제안하는 것은 바다를 더 정확히 ‘보는’ 법이 아니라 바다 안에 ‘있는’ 법이다. 인간과 비인간이 같은 물에 잠겨 서로를 감각하는, 관계로서의 생태. 거리를 둔 관찰이 아니라 잠김과 참여로서의 앎이야말로, 이 전시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생태적 지각 방식이다.

 

2918년의 강나미 해녀(1964.5.30) ©유용예 가파도 강나미 해녀는 이렇게 증언한다. “바다는 점점 달라지고 있어. 처음에는 모자반이 안 나더니, 그다음에는 미역이 사라지고, 또 톳이 없어졌어. 벌써 칠팔 년은 된 것 같아. 먼바다도 마찬가지야. 재작년 여름이 지나고 바다에 나가 보니 처음 보는 시커먼 풀들이 자라고 있었어. 그런데 감태는 다 없어졌더라. 해녀들이 농담처럼 말해. 감태 한 개만 볼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 그만큼 바다가 텅 비었어. 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며 아직 소라와 전복은 잡지만, 해초가 없어지면 우리도 함께 살아가기 어려워. 어제도 할망당에 가서 한참 앉아 빌었어. 미역도 다시 나게 해 주십시오. 톳도 다시 나게 해 주십시오. 감태도 다시 나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바다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작가가 흔들리는 감각을 다시 붙들기 위해 데이터로 돌아섰을 때 마주한 역설은 단지 한 개인의 곤경이 아니다. 수온 그래프와 어획량 통계, 해양 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볼수록 바다는 손에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졌다. 정밀해질수록 도달은 더 어려워졌다. 이는 데이터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데도 세계를 점점 덜 느끼게 된 우리 시대 전체의 곤경이다. 두 번째 피부는 그 어떤 데이터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가 잃어버린 생태적 지각 기관의 이름이며, 이 전시는 그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작가 노트의 타이틀이 ‘도달하지 못한 바다’를 가리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살갗, 303.8ha] 전시 장면(최연하 촬영)

[두 번째 살갗, 303.8ha] 전시 장면(최연하 촬영)

[두 번째 살갗, 303.8ha] 전시 장면(최연하 촬영)

이 전시는 바다를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사진과 영상, 지도와 오브제, 아카이브는 바다 그 자체가 아니라, 바다에 도달하려다 끝내 닿지 못한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이다. 전시는 숫자 이전의 바다에서 출발한다(The Sea Before Numbers). 면적으로 환원되기 이전, 몸의 감각으로 읽히던 세계가 첫 장면에 놓인다.

유용예 작가는 전시작 '해녀여지도'(海女輿地圖)에서 303.8㏊에 깃든 바당밭의 기억을 펼쳐 보인다. 객관적 측량이 아니라 몸으로 축적된 경험과 기억으로 구축된 해녀들의 심상 지형은, 행정의 지도와 나란히 놓이는 또 하나의 지도학이자 몸이 그린 생태 지도다. 또한 ‘바다의 증인들’인 가파도 해녀들의 초상과 증언을 통해 바다 생태계 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해녀의 몸은, 그 자체로 생태 붕괴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사라진 풍경’과 ‘기억의 좌표’에서는 고수온 속에 자취를 감춘 바다와 한때 그곳에 있던 기억이 나란히 놓이고, 해녀 공동체의 경험적 지식과 현대 사회의 데이터가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난다. 마지막 ‘작가의 방’은 변화하는 바다를 온전히 기록하려 했으나, 끝내 완결될 수 없는 기록의 과정을 증언한다. 매끈한 결과물 대신 관찰과 반복, 실패와 축적의 흔적이 그대로 제시되고, 그 한가운데 놓인 잠수 장비-바로 그 ‘두 번째 피부'- 와 채집된 표본들이 도달에 실패한 시도들의 정직한 목록을 이룬다.

 

지난 11일 전시회 개막식에서 양영부 가파도 해녀 회장과 함께 한 유용예 작가(오른쪽, 최연하 촬영)

이 전시가 애도하는 것은 한 어장의 쇠퇴나 어획 자원의 감소가 아니다. 사라지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오랜 시간 서로에게 기대어 엮어 온 하나의 세계, 전복과 해조류와 물고기와 해녀가 함께 이루어 온 친족의 그물이다. 건져 올린 표본들은 전리품이 아니라 그 세계에서 먼저 떠난 존재들이며, 작가의 기록은 그들을 향한 더딘 애도다. 그리고 두 번째 피부조차 바다에 온전히 닿지는 못한다. 가장 깊이 잠긴 몸에도 끝내 도달되지 않는 잔여가 남는다. 그러나 어쩌면 바로 그 도달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생태적 윤리가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세계를 남김없이 측량하고 소유하려는 욕망(303.8㏊) 대신, 끝내 다 알 수 없는 타자로서의 바다 앞에 머무는 겸손. 유용예의 작업이 위기를 소리 높여 고발하는 대신 끝내 도달하지 못했음을 조용히 고백하는 쪽을 택할 때, 그 정직한 실패는 사라져 가는 세계를 향해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성실한 기록이 된다. 바다는 지금도 미지근해지고 있다. 우리가 이 전시장에 서 있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두 번째 피부 위로.

 

전시 공식 포스터

유용예는 제주 가파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다. 해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며 몸을 통해 축적된 감각과 경험을 작업의 방법론으로 삼는다. 참여자이자 기록자의 위치에서 사진, 영상, 설치, 아카이브를 매개로 인간과 바다, 공동체와 생태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며, 해녀의 체화된 지식과 과학적 데이터 사이의 간극, 그리고 기후변화가 감각과 기억에 남기는 흔적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주요 전시로《물벗》(제주, 2019), 《섬섬》(가파도, 제주, 2018),《할망바다》(갤러리 브레송, 서울, 2018),《할망바다》(가파도, 제주, 2017),《할망바다》(제8회 전주국제사진전, 2015)이 있다. 『검은새』( i Libri del Merlo, 이탈리아, 2024),『노랑굴 검은굴 이야기』(제주전통옹기마을 기록 도감, 2020),『노랑굴 검은굴』(제주전통옹기 기록집, 2019),『할망바다』(사진집, 눈빛출판사, 2017)가 있다.

유용예 작가의 개인전, [두 번째 살갗, 303.8ha] 는 공·간·풀'숲'에서 지난 11일 막을 올려 오는 31일(금)까지 열린다. 공·간·풀'숲'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3가길 8-4에 위치해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하며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오는 25일(토) 오후 4시에 유용예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최연하 시민기자 altcura

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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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벌려다 피눈물" 레버리지ETF '역복리'의 진실! 부동산 양도세를 취득세라 우기는 이유는?

[월간 프레시안]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6.07.23. 10:28:30

"1만원 짜리 주식이 10% 오르면 1만1000원이 되는데, 여기서 10% 떨어지면 9900원이 됩니다. 100원 손해를 보는 거죠. 그런데 2배 레버리지 상품은 등락 폭이 두 배로 반영돼 200원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주가가 오르기만 하는 시장은 없습니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시장에서는 복리의 마법이 거꾸로 작동해, 손실은 두 배 이상 커지지만 이익은 오히려 원주식보다 작아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역복리'의 구조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배팅에 성공하면 두 배로 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근 출시돼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21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2배 레버리지 상품이 많이 팔리면 그만큼 실제 본 주식을 사야 하고, 마이너스 레버리지 상품이 많이 팔리면 반대로 본 주식을 팔아야 한다"며 "거래량이 커지면 이 파생상품 때문에 오히려 원주식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보완책으로 내놓은 기본 예탁금 3000만 원 상향 조치에 대해서는 "너무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장 폐지는 현실적으론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3000만 원이면 일반인들 중에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금액이라서 오히려 더 큰 금액을 레버리지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최소한 예탁금을 1억 원 이상으로 대폭 올려 사실상 전문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라 소득세"

이 연구위원은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인 부동산 국민대토론회와 관련해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자는 것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수준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보유세를 주택 가격의 1% 수준으로 높게 유지하는 이유는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믿음이 한정된 재원을 부동산에 묶어두게 만드는데, 보유세를 높이면 이런 '버티기'가 어려워져 자원 배분이 효율화된다는 논리다.

그는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추는 국민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면서도, 상당수 언론이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로 오인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양도할 때 내는 세금은 없다. 양도차익, 즉 소득이 발생했을 때 그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 양도소득세"라며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는 양도세가 아니라 취득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세부담에 대해서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 원 이하 양도차익에는 세금이 전혀 없고, 이를 다소 초과하더라도 세액이 크지 않다"면서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법적 형식이나 경제적 실질 모두 거래세가 아니라 소득세인 만큼, 소득이 발생한 곳에 과세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부펀드보다 기금이 맞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 논의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재정경제부의 국부펀드 방식보다 기획예산처의 기금 조성 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채 발행 금리가 연 4.2%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이 돈을 펀드에 넣어 그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면 수익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어 오히려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금은 국가재정 내부에 존재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고 초과 세수만큼 장부상 숫자를 옮겨두었다가, 필요할 때 미래 투자에 사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훨씬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금의 구체적 용처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에너지 인프라 투자. 그는 "AI 전환(AX)과 탄소중립 전환(GX)을 관통하는 인프라가 에너지"라며 "이는 투자 원금 이상의 절감 효과가 확실한 사업으로 '실패할 수 없는 투자'"라고 말했다.

둘째, 기초생활보장제도, 채용장려지원금, 돌봄 등 기존 복지제도의 확충. 그는 "올해는 고용이 줄어드는 '초성장'이 예상되는 심각한 소득 불균형의 원년이 예상된다"며 이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치인들은 생색나지 않는 기존 제도 강화보다 새 제도 신설을 선호하지만, 새 제도는 필연적으로 중복과 배제를 낳는다"고 지적하며 기존 제도를 두텁게 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국민들에게 10만원씩 예산 배분권 부여 후 국민 투표하자"

"국민배분 투표란 14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자기가 원하는 국가 재정 사업에 10만원씩을 배분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14세 이상 인구가 약 4700만명이니 총 4조7000억원 규모다. 차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 국회 심의 전까지, 각자 배정받은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증액하는 투표를 한다. 한 사업에 10만원을 ‘몰빵’할 수도 있고, 아니면 10개 사업에 1만원씩 배분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 7월 15일, 이상민, "예산 분배 투표를 제안한다")

이 연구원이 최근 칼럼에서 14세 이상 국민에게 10만 원씩 예산 배분권을 부여해 총 4조7천억 원의 쓰임새를 국민이 직접 정하도록 하자는 '국민배분투표'를 제안했다. 그는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고 정당 관계자와도 만나기로 하는 등 정치권의 관심은 높은 반면, 일반 국민의 관심은 아직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가 이 제도를 제안한 이유는 "세수 증대분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쓰자는 원칙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합의를 만드는 방법론이 부재했다"는 문제의식이다. 부수적인 효과로 "정책 시장의 장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치 뉴스는 계파 다툼이나 말 실수 같은 비생산적 논쟁에 매몰돼 있다"며 "어느 당을 지지했는지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건 어렵지만 예산 문제는 어디에 투표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어렵지 않다. 서로 설득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정치인, 언론, 유튜버, 연예인까지 가세하는 생산적 정책 논쟁의 장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포퓰리즘 우려에 대해서는 "세부 사업이 아니라 장애인복지, 소방관 복지처럼 사업을 묶은 '항' 단위, 이른바 탑다운 예산제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지도록 하면 된다"며 "국민은 큰 방향에만 투표하고, 구체적 세부 사업은 전문 관료와 국회가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포퓰리즘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연령을 18세가 아닌 14세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이 만 14세인 만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나이라면 국가 예산에 대한 의견을 낼 권리와 의무도 함께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오르면 2배? 천만에요" 삼성·SK 레버리지, '역복리'의 진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대토론회로 안정화 가능할까? 보유세 올리고 취득세 낮춰야~ ① l 이상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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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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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첫 조사서 진술 거부... 특검이 밝혀야 할 다섯 가지

6월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의 매관매직 의혹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생중계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 유성호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22일 김건희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월 25일 특검이 출범한 지 147일 만의 첫 대면조사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특검의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특검이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특검은 김씨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가까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수주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의류와 장신구 등 고가 물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측은 혐의를 부인한다. 김씨 변호인들은 이날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관저 공사 수주에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특검은 관련자 진술과 통화기록, 메시지, 계약·예산 문서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김씨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대통령실과 정부기관이 누구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는지를 밝혀야 한다.

① 21그램, 누가 관저 공사 업체로 선택했나

첫 번째로 특검이 확인해야 할 것은 21그램의 선정 과정이다. 21그램은 김씨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했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의 설계와 시공도 맡은 업체다. 21그램 대표의 배우자와 김씨가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관저는 1급 보안시설이다. 그런데 당시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었다. 이런 업체가 별도의 경쟁입찰 없이 대통령 관저 이전과 증축 공사를 맡았다. 업체 선정 과정이 정상적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검은 21그램을 처음 관저 공사 업체로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김씨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21그램을 직접 소개했는지, 또는 제3자를 통해 업체를 추천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었던 김오진 전 비서관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중요하다. 김 전 비서관이 자체적으로 21그램을 선택했는지, 대통령실 상급자의 지시를 받았는지, 김씨의 요구나 의중을 전달받았는지를 가려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이나 비교·검토 없이 처음부터 21그램에 공사를 맡기는 것을 전제로 절차를 진행했는지가 핵심이다.

② 1000만 원 상당 금품, 공사 수주·공사비 지급 대가인가

2024년 10월 8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사무실. ⓒ 권우성

두 번째는 김씨가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0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관저 공사 사이의 관계다.

특검은 김씨가 21그램 측으로부터 디올 의류 등 688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른바 '디올 명품 3종'으로 불린 의류와 장신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21그램 대표의 배우자가 차액 324만원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보고 금품 수수액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금액을 합하면 특검이 특정한 수수 금액은 약 1000만 원이다.

종합특검은 김씨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조사했다. 유 전 행정관이 물품의 보관과 전달, 가방 교환 과정에 관여했는지가 조사 대상이었다.

다만 김씨가 물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알선수재 혐의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금품 제공과 관저 공사 수주 또는 공사비 지급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특검은 특히 물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2022년 5월 중순 관저 이전 공사가 예산 부족 문제로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된 정황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에 배정된 예산은 14억 원대였지만, 21그램 측이 요구한 공사비는 약 41억 원에 달했다. 특검은 21그램 측이 김씨에게 물품을 제공한 직후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한 예산 전용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품이 단순히 공사 수주에 대한 사례였는지, 아니면 이미 공사를 맡은 21그램이 증액된 공사비를 신속히 지급받기 위해 김씨에게 청탁하면서 건넨 것인지도 확인돼야 한다.

③ 14억 원 공사, 왜 41억 원으로 늘었나

세 번째는 관저 공사비 증가와 예산 전용 과정이다. 당초 관저 내부 인테리어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은 14억 4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21그램이 제시한 견적은 약 41억 원이었다. 애초 편성된 예산의 세 배에 가까운 차이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21그램이 요구한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대통령비서실이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십억원 규모의 행정안전부 예산을 관저 공사에 사용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미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을 구속 기소했고,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이들이 정부청사관리본부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예산 전용을 밀어붙였다고 보고 있다. 관련 기관이 스스로 예산을 전용한 것처럼 외형을 만들고, 예산 전용에 반대한 담당 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김씨가 공사비 증가와 공사 중단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다. 특검은 김씨가 관저 내부 설계와 공사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그 과정에서 공사비가 당초 예산을 크게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김씨가 공사비 지급 상황을 보고받았거나 예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면, 업체 선정뿐 아니라 예산 전용 과정에도 직접 관여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④ 감사원 감사는 왜 축소됐나

▲유병호 감사위원 영장실질심사 출석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유병호 감사위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네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감사원 감사 축소 의혹에 김씨와 대통령실이 관여했는지다.

감사원은 대통령 관저 이전과 관련한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 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감사원은 21그램의 공사 수주와 관련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특검은 이 감사가 축소되거나 왜곡됐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병호 감사위원이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21그램에 대한 조사를 축소한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 20일 밤 유 위원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21그램 대표를 대면조사하지 말고 서면조사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과정에서 21그램 대표의 진술이 실제와 다르게 보고서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1그램 측은 하도급 업체에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공사 현장에서 이미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에는 감사 과정에서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취지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씨가 감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씨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21그램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했거나, 감사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을 요청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감사원에 조사 방식 변경을 요청했다면 누가 처음 지시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관리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스스로 움직였는지, 대통령 또는 배우자의 요구를 전달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⑤ 윤석열은 무엇을 알고 있었나

마지막으로 특검은 윤석열씨의 역할도 확인해야 한다. 관저 이전은 대통령실의 주요 국정 업무였다. 예산과 보안, 계약 문제가 얽힌 주요 현안인 만큼 윤씨에게 어느 수준까지 보고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씨가 업체를 추천하거나 공사 내용에 관여했다면 윤씨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공사 예산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기관이 움직였다면 대통령에게 아무런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씨가 21그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윤씨가 알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윤씨가 물품 수수 사실이나 가방 교환 비용 대납을 인지했는지, 이후 반환이나 비용 지급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 감사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면 그 과정에서 윤씨가 이를 승인하거나 묵인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날 특검은 김씨 조사를 위해 A4 용지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씨 변호인단은 김씨가 저혈압 증세로 장시간 조사가 어렵다는 점도 특검에 전달한 상황이다.

결국 김씨가 첫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만큼 특검 수사의 성패는 21그램 선정과 금품 전달, 공사비 증액과 예산 전용, 감사 축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를 객관적 증거로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김건희#종합특검#윤석열#유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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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대납’ 오세훈, 시장직 상실형…法 “죄질 안 좋아”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7.22 16:40

  • 댓글 0

박주민 “더 이상 지연 안 돼…신속 재판으로 거짓 시장 끝내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명의 여론조사를 실현하려는 목적과 결부돼 죄질이 좋지 않다”며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역임해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잘 알면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 이뤄졌고, 이후 오 시장이 명 씨와 직접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벌금 1천만 원은 죄의 무게에 비해 가볍다”며 “항소심은 더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를 향해 “1심은 이미 법정 기한을 넘겼다”며 “특검법이 정한 재판 기일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 이상의 지연은 용납될 수 없다. 신속한 재판으로 거짓 시장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오세훈 시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그는 “열 개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가운데 재판부가 다섯 개를 유죄로 인정했다”며 “전부 무죄가 나오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하의 거짓말쟁이인 명태균 씨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추론을 통해 명 씨의 진술이 맞는 것 같다는 전제 아래 선고가 이뤄졌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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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합수본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중앙선관위 압수수색

김지은기자

  • 수정 2026-07-23 09:48

송파·강남·서초 선거관리위 등 강제수사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송파·강남·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합수본은 이날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발견하고, 공전자기록위작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상자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합수본은 앞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숫자를 잘못 입력한 실수를 감추기 위해 전산상 수치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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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닉스 된다고 떠들 때 안 사서 다행”···‘포모’에서 ‘조모’로 돌아선 개미들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만스피’를 바라보던 코스피 지수가 한 달 만에 ‘6000대’까지 급격히 떨어지자 투자자 사이에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대신 ‘조모’(JOMO·Joy of Missing Out)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때 ‘나만 못 샀다’는 조바심이 팽배했다가 이제는 ‘안 사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릴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를 키우며 증시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지 주목하고 있다.

21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포모 대신 조모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300만닉스 된다고 사라고 떠들 때 안 샀는데 천만다행이다’ ‘안 산 사람이 승자’ ‘조모를 즐겨라’는 등의 안도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모는 혼자만 뒤처지고 기회를 놓칠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뜻한다면 조모는 혼자만 빠진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의미한다. 코스피 급등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을 사지 못해 불안해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31.68포인트(3.56%) 오른 6747.95에 마감했지만 한달 사이 25%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세계 주요 지수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미국 S&P500 지수는 지난 한달간 0.39%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고점 대비 31%, SK하이닉스도 38% 떨어진 수준이다.

1000선을 웃돌았던 코스닥도 이날 0.49% 오른 753.34에 그쳤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인 지난해 6월4일 종가(750.21)에 머무는 수준이다.

국내 증시 약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은 여러 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34조52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51조8113억원)와 비교해 33% 급감한 것이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도 금융투자협회 전날 기준 112조5290억원으로 130조원에 육박했던 지난달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난 10일에는 105조5758억원으로 지난 2월20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장’을 떠나 ‘미장’ 등 해외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 24억4378만달러의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 6월 한달 동안 6억3296만달러를 순매수한 것과 비교해 4배 가량 순매수량이 증가한 것이다.

코스피의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과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가능성에 따른 반도체 업황 우려가 증시 하락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 전망치도 높지 않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피크아웃 및 중국발 AI 모델 관련 우려,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감 등이 중첩적으로 나타난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하단이 6000포인트”라고 말했다.

증시 변곡점은 오는 22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을 시작으로 이달 말 이어지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국내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9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30일에는 아마존과 애플이 실적을 내놓는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29일, 삼성전자가 30일 각각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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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과 미국의 신종 지배 전략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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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7.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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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부정선거론을 퍼트린 목적은?
단지 트럼프의 돌출 행동일까?
제국주의 수명 연장을 위한 ‘부정선거론’
대한민국에 뻗은 트럼프 마가의 마수
미셸 박, 부정선거론에 기름
‘표현의 자유’ 선언한 트럼프의 음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밤 9시 황금시간대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부정선거론’을 설파했다. 트럼프는 정보기관의 기밀문서까지 제시하며 전자 투표기 취약성과 중국의 선거 개입, 대규모 유권자 등록 사기를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기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이례적인 연설의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직면한 마가(MAGA) 세력의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는 선거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흔들어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 나아가 향후 선거 결과에 불복할 명분을 미리 쌓아두겠다는 속셈이다.

아울러 미국 마가(MAGA) 세력과 결탁한 세계 도처의 극우 세력에 던지는 메시지 성격도 있다. 마가를 상징하는 트럼프가 직접 부정선거를 언급함으로써 극우 세력의 선거 무효 주장에 힘을 싣는 한편, 친미 정권 수립의 명분을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이 사태를 단지 트럼프의 돌출 행동으로 볼 것인가?

미국 내부의 해묵은 정쟁이나 한 정치인의 개인적 기행으로 본다면 본질을 빗겨가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는 주기적인 투표를 통해 노동자 서민에게 주권을 쥐여주는 척 기만하면서 독점자본의 지배를 합법화하는 대의민주제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자본주의 내부의 경제적 모순이 임계점에 달하고, 합법적인 선거만으로 더는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지배 계급은 자신들이 찬양하던 대의민주제를 스스로 부수기 시작했다. 오늘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부정선거 프레임의 본질은 자본주의 지배체제의 누수와 파시즘화에 있다.

제국주의 수명 연장을 위한 ‘부정선거론’

자본주의의 최고 형태는 제국주의다. 미국은 이미 노후한 제국주의 국가다. 미 제국주의가 수명 연장을 위해 창안한 신종 수법이 바로 ‘부정선거론’이다. 부정선거가 있는 것처럼 퍼트려 선거제도 자체를 무력화하고, 급기야 정권 찬탈의 명분으로 이용한다. 이런 방법으로 친미 정권을 유지한다는 계산이다.

과거 미 제국주의는 막대한 자금력과 독점 언론을 이용한 여론 조작으로 식민지·예속국의 선거를 주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민중의 자주 의식이 성장하면서 친미 대리 정권의 합법적 집권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미국은 주권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부정선거론을 발명했다. 합법적인 선거로 이길 수 없으니 선거 자체를 마비시켜 정권을 가로채겠다는 흉악한 공작이다.

대한민국에 뻗은 트럼프 마가의 마수

 

이러한 미 제국주의의 지배 전략은 대한민국 친미극우 세력에게 고스란히 이식되어 수직 하청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친미극우는 해방 직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부역 세력에 뿌리를 두고 반공주의와 식민지 근대화론을 명줄로 삼아온 자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마가(MAGA) 세력이 음모론 서사를 개발하면 이를 그대로 수입해 유포한다. 왜곡된 국내 이슈를 미국 극우 매체에 전달해 인용 보도하게 만든 뒤, 이를 다시 국내로 들여와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둔갑시키는 여론 조작 순환 체계까지 가동 중이다.

미국 마가와 친미극우 세력이 결탁해 지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로 둔갑시켰다. 당시 투표용지가 바닥난 행정 부실에 대해 친미극우 세력은 고의적인 개표 조작이라며 선거무효를 주장한다. 개표소를 봉쇄한 이들의 불법행위는 트럼프 진영의 선거 불복 운동인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을 그대로 베꼈다.

미셸 박, 부정선거론에 기름

특히 과거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극우 마가 진영의 부정선거론을 주창 해온 미셸 박 스틸이 신임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다. 미국 선거 시스템 자체를 부정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 공식 외교 직책을 맡아 부임하는 현실은 국내 선거 불복 세력에게 강력한 명분을 제공한다. 주한미대사라는 지위가 헌정 질서 교란 세력의 든든한 뒷배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표적인 친미 극우 단체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후원해온 ‘자유와 희망’은 벌써부터 미셸 박 대사의 초청 강연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사 부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부정선거 몰이를 예고한 것이다. 부정선거론자들이 50일이 넘도록 올림픽경기장 개표소 봉쇄를 풀지 않는 이유도 미셸 박을 초청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표현의 자유’ 선언한 트럼프의 음모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 선언을 추진할 예정이다. 선언문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허위 정보 또는 혐오 발언이 직접 폭력을 선동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선거론을 퍼트려 헌정질서를 어지럽혀도 정부가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부정선거론이 미국의 새로운 지배전략으로 등장한 시점에 이를 극대화하려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부정선거론을 퍼트려 주권국가의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마가 세력을 대사로 임명해 국정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우리 사회가 부정선거론과 미셸 박 부임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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