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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버스 청년주택” 제안에 조선일보 “청년들 분노에 불 질러”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일보 “민주당, 청년 위하는 진심 부족”

갈등 치닫는 민주당 전대, 한겨레 “분열 후유증 감당 어려워”

축구협회 ‘성접대’ 사과했지만… 경향신문 “분노를 넘어 참담함”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6.08.10 07:26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서울 양천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보트하우스가 즐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도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로 활용해볼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 원으로 잡아도 1만 세대를 공급하는 데 총 5000억 원 수준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의원님부터 들어가서 사시라” “의원님 자식부터 살게 해봐라” “자신은 아파트에 살면서” 등 온라인상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또 생성형 AI를 통해 폐버스 주택 이미지가 만들어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10일자 한겨레 만평.

논란이 커지자 황희 의원은 게시물을 올린 지 2시간30분 만에 삭제하고 “버스 하우스 개념은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해프닝으로 봐달라”며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힌 상황이다. 그 부분은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 민주당은 청년이 처한 주택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0일자 아침신문들은 “민주당, 2030 세대 처한 현실 공감 못하는 감수성의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한국일보), “청년들 분노에 불 질러”(조선일보),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중앙일보), “공급대책 빈곤에 허덕이는 정부·여당의 딱한 처지와 무능 단적으로 드러내”(세계일보) 등 비판을 사설을 통해 내놨다.

“폐버스 주택” 발언에 조선일보 “청년들 분노에 불 질러” 한국일보 “민주당 2030 감수성”

한국일보는 <“폐버스로 청년주택”, 이게 민주당 2030 감수성> 사설에서 “버려진 버스를 청년주택으로 활용하자는 여당 의원의 제안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2030 세대가 처한 현실에 공감하지 못하는 감수성의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이러고도 왜 2030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는지 모르니 답답하다”라고 비판했다.

헌국일보는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이후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 사실을 언급하며 “해답은 누구나 알았다. 민주당이 기득권이면서도 이를 부정하고, 일자리·주거를 비롯해 청년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현안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라면서 “청년에게 외면받는 실책을 차곡차곡 쌓아만 가는 정당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청년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공감능력이 절실해 보인다”라고 당부했다.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주식·부동산 이어 ‘폐버스 주택’, 청년층 분노 두렵지 않나> 사설에서 “청년에 대한 집권 여당의 무감각은 심각할 정도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지난 주말 청년을 위해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청년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라며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는 현 집권 세력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선거 때만 청년 문제를 걱정하는 척하다 선거가 끝나면 오히려 청년에 불리한 정책을 쏟아내면 청년층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도 <하다 하다 ‘폐버스 주택’이라니… 파격 공급 없이는 백약이 무효> 사설에서 “황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발을 뺐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라고 했다.

이어 “올 상반기 수도권의 주택착공은 연 목표치(26만9000호)의 24.2%에 그쳤고 서울의 입주물량(1만2251호)도 1년 전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 툭하면 ‘닥치고 공급’이라고 공언한 속도전이 빈말에 그친 셈이다. 그 사이 매매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한 뒤 “이번에도 누구나 원하는 주택을 제때 공급한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주지 못한다면 과거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10일자 세계일보 사설.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닥공’한다더니…뭐 하다 버스하우스까지 나오나> 사설을 통해 “심각한 주택 공급 절벽 속에서 수요 억제와 세금 강화 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최근 여권의 상황을 보면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뒤 “여권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 잘못된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하고, 현실적인 공급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라고 했다.

갈등 치닫는 민주당 전대… 한겨레 “분열 후유증 감당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순회경선 일정이 지난 1일 충청권(대전, 세종, 충남, 충북)을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 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까지 끝났다. 이제 호남(15일)과 경기·서울(16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호남과 경기·서울 두 지역 권리당원 비율이 전체의 70%에 이르러 이번 주가 당권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될 예정이다.

▲10일자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5면 <김민석, 박빙 1위로 역전… 이번 주말 호남서 승부 갈린다> 기사에서 “김 후보와 정 후보가 여전히 1.48%포인트 차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세 후보 모두 전체 권리당원의 33%를 차지하는 호남을 향해 집중 구애를 펼쳐온 만큼 아직까진 승패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호남 순회경선 결과가 ‘대세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각 후보는 막판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5면 <김민석, 3086표차 ‘박빙 우위’…‘슈퍼 위크’서 결판난다> 기사에서 “이제 후보들의 시선은 ‘슈퍼 위크’라 이르는 이번 주말로 향하고 있다. 15일 결과가 발표되는 호남은 전체 권리당원 중 33%가, 16일 발표되는 서울·경기는 38%의 당원이 밀집해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는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줄곧 이어갔다. 반명과 친명, 친노무현이 아니라는 배신자 등의 프레임과 신천지 개입 의혹 제기, 당 대표가 되면 서로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10일자 한겨레 5면.

한겨레는 5면 <청와대도 민주당도 전대 이후 후유증 우려>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 간 공방이 격해지면서 청와대와 여당 안팎에서 전당대회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임 국무총리와 전임 당대표가 치르는 당권 경쟁이 계파 간 충돌을 넘어, 정부 정책 논쟁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한겨레에 “전대 이후 분열된 상황을 잘 봉합해서 하나로 가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수도권 다선 의원은 한겨레에 “(갈등 봉합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후보자들이 곧장 승복하더라도 지지층 간 분열과 갈등이 워낙 깊어 우려된다”고 했다.

▲10일자 경향신문 만평.

▲10일자 한겨레 5면.

이어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여당 대표 경선 이제 종반전, 비전 경쟁할 마지막 기회> “이번 8·17 민주당 전당대회는 ‘적통’과 ‘파묘’ 논란으로 시작해 상호 낙인찍기와 비방전으로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민석·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정청래 후보를 반명·분열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번 전대를 친명 대 반명 구도로 끌어가려 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 후보를 겨냥한 ‘신천지 개입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친명 대 반명이 아니라 친석(친김민석)과 친청(친정청래)이 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김 후보의 과거 탈당 이력을 거론하며 ‘배신자’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다”라며 “분명한 근거도 대지 못하는 외부 세력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24년 전 탈당 이력을 들춰내는 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나. 또 전당대회 이후에도 함께 당을 꾸려가야 할 처지에 서로를 반명, 배신자로 낙인찍어서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10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대로 민주당 당권 경쟁이 끝난다면, 누가 당대표가 된들 분열과 갈등 증폭의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다. 여권에 대한 국민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한주만은 집권여당에 걸맞은 당권 경쟁의 전범을 세워 보여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축구협회 ‘성접대’ 사과했지만… 경향신문 “분노를 넘어 참담함”

JTBC ‘뉴스룸’은 지난 6일 2011~2012년 축구협회가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에게 성접대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자 지난 8일 축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국회 청문회에 있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 현재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국민 참담하게 한 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 사설에서 “감사 내용을 보면,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월드컵·올림픽 예선 3경기와 평가전 4경기를 담당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명에게 성접대가 이뤄졌다. 한국 축구는 이들 경기에서 ‘5승2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성접대가 한국에 유리한 판정으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노력을 모욕하고 나라 망신까지 시킨 것이라 지탄을 피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10일자 경향신문 사설.

그러면서 “축구협회 감사 보고서에서 드러난 행태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2012년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 심판 2명의 접대를 위해 서울 강남구 안마시술소에서 협회가 50만원을 결제했고, 2011년 9월 열린 런던 올림픽 예선전의 심판 4명 접대에도 경남 창원의 안마시술소에서 76만원이 사용됐다. 2011년 3월 한국·온두라스전 친선경기 때도 참가 심판들이 안마시술소에서 접대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를 축구협회가 승인해왔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협회는 관행이었다고 둘러대지만,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심판 접대 행위 자체만으로도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경향신문은 “감사에서 적발되고도 당시 왜 공개되지 않았는지는 물론 무혐의로 처분한 검찰의 부실 수사 정황에 대해 재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축구협회는 해체 수준의 고강도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 수도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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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부족? 해결책은 현장에 있어요

[안진이의 일자리 심층대담] 고현종·이은복·조인숙

안진이 독립연구자∙활동가 | 기사입력 2026.08.10. 06:14:32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돌봄 노동의 최전선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어봤다.

1. 요양보호사의 하루 일과는 대략 어떤가요?

조인숙(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구립한남요양원분회 분회장, 이하 이은복(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시립중계요양원분회 분회장, 이후 '이') - 제가 있는 요양원은 오전, 오후, 나이트로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해요. 오전조가 출근하려면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하죠. 7시 출근하자마자 어르신들 아침식사를 챙깁니다. 그러고 나서 체조, 물리치료, 프로그램 이동을 위해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워야 해요. 저희 요양보호사들은 아침식사도 못하고 빈속으로 고강도 업무를 수행해야 하니, 이때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입니다.

이후 청소와 기저귀 케어를 하고 나서 어르신들 점심식사를 도와드립니다. 그러고는 30분의 짧은 식사시간이 있는데, 이때 비로소 편히 앉아서 땀을 닦습니다. 오후 1시에 오후조가 출근하면 기저귀 케어와 목욕이 이어집니다. 어르신 한 분당 주 2회 목욕을 시켜드려야 하니 하루 8~12명이 목욕을 하거든요. 기저귀 케어에서 시작해서 목욕 서비스까지가 요양보호사가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시간입니다. 목욕이 끝나면 오후 근무자가 어르신들에게 간식을 드리고 유닛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시간대별로 물리치료, 외출, 면회를 위해 휠체어 승하차를 수시로 합니다. 야간 근무도 8시간이고요.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잡아요.

'조') - 근무 시간대가 데이, 미드, 이브, 나이트로 나뉘어 있어요. 스케줄에 맞춰 돌아가면서 출근하고요. 가장 핵심인 데이 근무 위주로 말씀드리면 아침 7시 출근, 4시 퇴근인데 제일 먼저 하는 게 청소죠. 청소 후에 어르신들 식사 준비를 위해서 일으켜 드리고, 식사와 약 복용 도와드리고, 기저귀 케어와 목욕을 해요. 프로그램 가시는 분들 보내드리고, 간식 드리고 나면 또 식사 준비로 이어져요. 중간중간에 세탁실에서 빨래가 올라오면 개서 집어넣고, 또 대변 실수를 처리하죠.

고현종(종로시니어클럽 관장, 이하 '고') - 시설 근무가 아니라 재가 방식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경우 패턴이 조금 다릅니다. 재가는 방문 요양이니까, 보통 아침에 출근하면 빨래와 청소부터 시작합니다. 요실금이나 변실금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음으로 어르신 식사를 챙겨드리죠. 보통 재가요양보호사는 가구당 3시간 근무하거든요. 9시에 도착해서 간단한 아침을 챙겨드렸다면 중간에 세탁과 청소를 하고, 다시 12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집니다.

2. 임금 실태는 어떤가요?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어요. 기본급 외에는 야간수당이나 연차수당 등이 있는데, 각종 수당은 시설별로 차이가 있고 시기별 변동도 있어요.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조금 낫죠. 제가 있는 곳은 시립요양원이고 노조가 있는데도 약간의 근속수당 외에 경력에 따른 보상은 거의 없어요. 일반 요양원도 똑같거나, 더 심하겠죠.

– 제가 일하는 구립 요양원은 매년 1월에 기본급을 2% 정도 인상해요. 최저임금도 매년 2% 정도씩 올라가니까 그러면 (우리 임금이) 최저임금을 약간 웃돌게 되거든요. 그렇게 기본급을 미리 올려놓고, 임금협상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주고 있다'고 이야기하죠. 재작년에는 설날 명절수당이 너무 적어서 싸웠는데, (사측에서는)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니까 대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곳에도 장기근속장려금만 있고, 경력에 따른 보상은 따로 없어요. 전 원장 때는 약간의 차등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 요양보호사 중에서도 민간업체에 소속되어 방문 요양 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이동시간이 있잖아요.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서 한 집에 가서 3시간 하고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치면, 그 1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교통비도 스스로 부담해야 해요. 그리고 가정에서 갑자기 '오늘 사정이 생겼으니 오지 마세요'라고 해도 노동시간 인정을 못 받아요. 그래서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은 대기시간, 이동시간 같은 것을 더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요. 그리고 휴게시간도 없으니, 그런 점에서는 처우가 더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쪽 다 처우 개선이 필요하고요, 호봉 체계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요양보호사로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고, 그 경력에 맞는 임금을 적용받도록 하는 거죠.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조인숙, 이은복, 고현종. ⓒ안진이

3. 노동 강도가 높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에서 고강도 노동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시설 근무의 경우 요양보호사 한 명이 어르신 8명에서 10명을 담당합니다.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24명, 이런 식으로 관리하고요. 숨 돌릴 틈이 없어요.

– 근무시간 동안 어르신 한 명당 세 번에서 네 번씩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다시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게 가장 힘들어요. 오전, 오후 해서 프로그램이 2개면 2번 보내드려야 하고, 기저귀 케어하려면 침상으로 다시 모셔야 하고요. 그렇게 왕복 4번이라면 총 8번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상태가 다 다르잖아요. 어떤 분은 힘이 하나도 없이 축 늘어져 계시거든요. 그런 분은 3명이 같이 들어도 힘들어요. 또 어떤 분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힘들고요. 또 온몸에 골다공증이 너무 심해서 살짝만 부딪혀도 뼈가 부러지는 분도 있어요. 그런 분을 옮길 때는 진짜로 긴장하죠.

근무자가 많으면 일을 분담할 수 있으니 그래도 괜찮아요. 만약 그날 데이 근무자가 2명에 9시~6시 근무하는 미드가 1명밖에 없다고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죠. 제정신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어떤 때는 어르신들이 불러서 뭘 물어보는데 대답도 못할 정도로 바빠요. 그런데 중간중간 대변 보시는 분들이 벨 누르면 또 가야 하고요. 세탁물이 두 번 올라오는데, 두 번 다 세탁물 정리해서 어르신들 방에 놓거나 사물함에 넣거나 해야 하거든요. 중간에 외출 나가시는 분, 외박 다녀오시는 분, 면회 일정도 다 관리해야 하니 커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없어요. 일요일이면 외박 갔다 들어오시는 분이 보통 둘 정도 있고, 면회가 오전과 오후 각각 두 타임인데 어떤 때는 그걸 제가 있는 층에서 다 처리해요. 면회 있어도 어르신을 침대에서 내려서 이동하니까요. 요양보호사 2~3명이 그걸 다 하려면 얼마나 바쁘겠어요.

어제만 해도 우리 시설의 신입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넋이 나간 얼굴이었어요. 제가 '많이 힘드셨어요?'라고 물었는데 대답도 못 하시더라고요. 그날그날 근무 인원 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4. 현장의 재해 위험을 평가하신다면요?

- 근골격계 질환이 제일 많아요. 요양보호사님들 중에 어깨, 허리, 무릎 수술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온몸의 힘을 짜내서 힘을 쓰다 보니 쇠약해져서 눈길에 넘어지거나 하면 골절도 많아요. 골절을 당해도 다른 근무자들한테 미안해서 충분히 못 쉬고 다시 일하러 나와요. 그러면 원래 3년은 더 일할 수 있었던 분이 1년 더 일하고 퇴사해 버립니다. 출퇴근길에 다치는 경우 산재 신청을 안 하고 그냥 병가로 최소 날짜만 쉬고 다시 나오시기도 해요. 산재든 병가든 누가 다치면 대체 인력이 들어와 줘야 하는데, 회사에서 그걸 안 해주니까 선생님들이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못 쉬는 거죠.

- 우리 조합원들 중 1년에 7명 정도가 허리 시술을 하시는 것 같아요. 수술은 회복 기간이 긴데 시술을 하면 그래도 빠르게 출근할 수 있으니까 일단 시술로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 나중에 재발해서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은 허리 아파도 다 참고 일하는 거죠. 휠체어 이동이 제일 힘들죠. 또 공단 지침에 따라서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해드려야 하니, 2시간마다 같은 근육을 계속 쓰거든요. 여기저기 안 아픈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어르신들 목욕시킬 때 땀이 엄청 많이 납니다. 그 땀이 눈으로 들어가서 쓰라리고, 눈이 빨리 나빠지더라고요. 야간 근무 때는 밤을 꼬박 새우니까 면역기피증 같은 질환도 생기고, 유방암도 많이 발생해요. 최저임금하고 비슷하게 받으면서도 병원비가 엄청나게 들어요.

- 어르신들끼리 싸움도 나고, 낙상 사고도 일어나요. 또 갑자기 호흡이 불안정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다가 맞아도 회사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겁니다. 보호자한테 고지도 잘 안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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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자가 다른 입소자를 때리거나 싸움이 나면 큰일이에요. 퇴소하게 되죠. 그런데 입소자가 요양보호사한테 폭력을 쓰면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는 거예요. 특히 성추행이 심해요. 남자 입소자들이 여자 요양보호사에게 성추행을 하는 거죠. 저는 장기요양기관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교육밖에 답이 없어요. 보호자들도 시설에 부모를 맡기고 돈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되고 어떤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 성추행이든 폭력이든 시설보다 재가 쪽이 조금 더 많습니다. 보호자 갑질도 있고요. 특히 여자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남자 어르신 집에 가면 밀폐된 공간이라 위험도가 굉장히 높아요.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특히 민간업체들은 한 명이라도 대상자를 더 확보하려고 하니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대상자를) 끝까지 안고 가려고 하죠.

어르신이 치매가 있는 경우 실제로는 그게 아닌데도 요양보호사가 뭘 훔쳐갔다, 나를 때렸다라고 자기 보호자에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보호자는 부모의 말만 듣고 항의를 하게 되죠. 그러면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안 그랬어도 증명할 길이 없잖아요. 그 요양보호사를 파견한 센터에 클레임이 들어가고, 인사상 불이익도 있을 수 있으니 대처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가정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할 수도 없고요.

5. 일하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 목욕을 시원하게 시켜드리면 어르신들이 '고맙다', '자식보다 낫다' 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또 정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간식을 드려도 같이 먹자고 해요.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끼죠.

치매 어르신들도 (우리가) 본인을 알뜰살뜰하게 잘 보살펴준다는 걸 아시거든요. 기억이 없는 거지 그 순간의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기저귀 케어하러 왔다고 말씀드리기만 해도 웃으면서 반겨주시고, 팔을 잡으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해요.

- 평상시에 말이 거의 없는 어르신인데, 식사 가져다 드리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기저귀 케어해 주면 '고생했다'고 하시고 또 기분 좋으실 때는 '땡큐'도 하시거든요. ‘땡큐’가 한 번 나오면 계속되는데, 그런 말을 듣는 순간 힘들었던 게 싹 없어져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고맙다는 인삿말을 꼭 듣거든요. 보호자들도 면회나 외출 때문에 오실 때 고맙다고 하시는데 진심이 느껴지는 분들이 있고요.

6.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도 현장에 인력이 부족하고, 앞으로는 수십만 명이 부족할 거라고도 하는데, 계속 이렇게 가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 큰 혼란이 오겠죠. 시설이든 재가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없으면 가족이 돌봐야 하잖아요. 가족 중 한 명이 (자기 생활을) 거의 다 포기하게 되죠.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어려워질 수 있어요.

- 집집마다 누군가가 집에 묶여 있으면서 어르신을 돌봐야 하겠죠. 그 사람이 밖에 나가서 돈을 벌지 못하니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해입니다. 그리고 어르신을 돌보느라 경제활동을 못 해서 그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아무리 자기 부모라도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요? 잘 안 되죠. 그냥 미움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요. 사실 어르신들에 대한 노인 학대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 가정이거든요. 그게 점점 늘어나고 학대의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정책을 잘 준비하지 않으면 5년 후, 10년 후에 어떤 혼란이 올지 상상도 못하겠어요.

- 그리고 요양보호사 수가 더 줄어들면 우리가 1인당 담당하는 어르신들의 수가 더 많아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악순환이 일어나요. 요양보호사들이 그 부담을 못 견디고 나가버리는 거죠. 지금도 280만명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왜 요양보호사 일을 안 할까요? 노동의 가치에 비해 임금 저평가가 심하고 또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격증 취득자만 늘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고 지금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잘 묶어두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도 자꾸 사람을 떠나보내고 있어요.

- 내년 되면 더 모자라고 내후년 되면 더 모자랄 겁니다. 지금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나이가 들어서 더는 일할 수 없게 되거든요. 인력을 충원해서 일을 분산시키면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요양보호사 임금을 최저임금에 묶어놓지 않고 호봉제처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 맞습니다. 자격증 취득자만 늘리기보다는, 현재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자격증을 이미 가진 분들이 나오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자격증을 가진 분들 중 일부는 부모를 돌보기 위해서나 나중에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공부하신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 외에 생계를 위해 일을 하려는 분들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고민을 해봐야죠.

저는 돌봄도 꼭 고령층 일자리라기보다 고령층, 중장년층, 청년층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노동조건이라든가 돌봄 일에 부여하는 의미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의사들이 인체를 돌본다면 요양보호사들은 더 넓게 인생 전반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잖아요. 요양보호사란 '인생을 돌보는 사람' '인생을 재설계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더 명확하게 일의 의미를 정의하면 30대나 40대 젊은 층도 요양보호사로 유입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 비수도권 대책도 필요합니다. 지방은 요양보호사 구인난이 훨씬 더 심각해요. 그러니까 업체들을 지방에 만들지 못하고 서울에 몰려 있는 거예요. 서울만 그렇고, 의정부만 가도 구인난이 심해서 70세 넘은 요양보호사들이 계속 일하고 있어요.

- 지방에서 시설을 운영하려면 요양보호사 구하기도 어렵지만 입소 대상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춘천에 있는 구립 요양원은 구립인데도 대상자를 못 구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시설 운영 자체가 어려우니까 요양보호사 채용도 적고요. 국가 차원에서 지방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어렵죠.

7. 돌봄 일자리에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잘 안 되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생기면서 몇 년 사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붐이 일었는데, 대부분 자기 가족을 돌보겠다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일단 취득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족 돌봄을 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닌 거죠. 재가 요양보호사들이 와서 돌봐주실 때 이야기를 나눠봐도 너무 힘들겠다 싶은 거죠.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이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의 가치가 많이 평가절하되어 있어요. 이것저것 하다가 맨 마지막에 하는 일이라는 관념이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은 더 안 하려고 하죠.

- 한국 장기요양보험이 처음에는 일본의 개호보험을 많이 따라했어요. 일본은 개호 종사자가 대부분 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젊은 편이에요. 한국에서도 전문 학교를 설립해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올리면 그 학과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당연히 올 거라고 봐요. 사회적 인식도 바뀔 수 있고요. 치매, 임종, 재활 이런 식으로 전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을 유입시키려면 당연히 임금과 처우가 좋아야겠죠. 청년들은 당장의 임금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자기 미래까지 생각하는 거니까요.

- 그래서 요양보호사 호봉제나 직급제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열심히 일하면 월급도 점점 올라가고 시설 내에서 직급도 올라간다는 그런 미래가 보여야 젊은 사람들이 오겠죠.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지 않고 값싼 노동력 취급만 하면 청년이 어떻게 오겠어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거랑 시급이 똑같으면 누가 오겠어요?

–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가 아닌 생활임금 이상의 월급을 보장해야 합니다. 전일제와 월급제 일자리를 늘리고, 경력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 또는 표준임금표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 요양보호에 치매, 재활, 임종, 의료적 돌봄 등 전문분야를 만들고 추가 교육과 자격이 임금으로 연결되게 해야 합니다. 팀장, 교육자, 사례관리자 등 승진 경로도 당연히 필요하고요.

8. 로봇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서 문제(인력 부족)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휠체어 승하차를 로봇에게 맡긴다면서, 사람을 들어올리는 리프트 로봇을 도입했거든요. 그런데 (들어올리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우리가 그걸 못 써요. 도 닦아야 되는 수준이에요. 비싼 돈을 주고 그걸 사서 그냥 세워놓고 있어요. 또 대변 보조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걸 기다리다가는 너무 늦어요. 그렇다고 근무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아니니고요.

- 로봇이 요양보호사 일을 대신한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현장에 와서 단 하루라도 우리 스케줄대로 일해 봐야 합니다.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대책은 와닿지 않거든요. 우리가 계속 이야기했지만, 기존에 있는 인력이라도 빠져나가지 않게 방어를 해줘야죠. 방법은 간단해요. 요양보호사들이 소모품이 아니거든요.

회사에 충성을 요구하려면 월급을 올려줘야죠. 최저시급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생활임금에서 출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바뀌는 게 있어야죠. 그리고 경력이 인정되어야 하고요. 그런 것부터 바꾸면 좋겠어요.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데려와서 교육시키는 데도 돈이 들잖아요. 한국말도 서툴 수밖에 없고요. 사람만 데려다 채워 넣으면 되는 게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와야 합니다.

- 로봇이 아직은 비싸기만 하고 실제 활용도가 낮아요.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AI라든가 기계의 도움을 받는 사회로 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치매 노인분들 집에 있을 때 AI가 모닝콜이나 안부전화를 하거든요. 예전에는 사람이 다 했던 일이죠. 돌봄 영역에서도 일정 부분은 기계가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도와주게 되겠죠. 그러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서 벗어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공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외국인 돌봄 노동자들을 데려와서 최저임금 이하의 값싼 임금을 주겠다는 것에는 한국 노동자들도 같이 반대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돌봄 노동시장 자체가 외국인들이 싼값에 일하는 시장이 되어버리면 청년들은 아예 안 들어오게 됩니다. 돌봄 노동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급여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 청년이 들어올 수도 있고, 반대로 청년은 없고 외국인 노동자나 고령자들의 저임금 일자리로 채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9. 요양보호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실제로 보호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분들이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 돌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어요. 또 기관에서는 지금 장기요양 수가가 낮아서 운영이 잘 안 된다고 하고 있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떻겠어요? 사람이 계속 빠져나가는 실정이죠. 이렇게 각자가 다 불만인 상태입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값싼 노동력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는 정부 방침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영방송 등 미디어에서도 요양보호사 한두 사람의 학대 정황 같은 것만 내보내지 말고, 요앙보호사 처우가 얼마나 안 좋은지도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시민들도 알게 되고 인식도 많이 바뀔 것 같아요.

그리고 노년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옵니다. 우리도 '내일의 나를 돌본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솔직히 지금 '내가 나중에 노인이 된다'는 생각을 안 할 거예요. 저도 안 했거든요.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는 걸 생각해서 요양보호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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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독립연구자∙활동가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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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지난 5일 엑스(X)에 정영훈 변호사의 <오마이뉴스> 기고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성범죄 밝힌 건 검찰 보완수사 아니었다’를 공유하며 쓴 글. ⓒ 엑스(X)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두고 여권 주도로 폐지된 검찰 보완수사권(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주장들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해당 사건 가해자의 성범죄를 밝힌 게 검찰 보완수사가 아니라는 한 변호사 기고가 <오마이뉴스>에 실리자,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보완수사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면서 반박한 것이다.

왜 이런 논쟁이 발생했을까? 돌려차기 사건과 보완수사권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오마이뉴스>가 기고 당사자 변호사와 피해자 국가배상 대리 변호사에게 물었다.

돌려차기 사건과 보완수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간담회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와 함께 말한다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에 참석한 피해자 김진주씨가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논쟁의 발단은 경찰수사개혁위원회 위원인 정영훈 변호사의 글이었다. 정 변호사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에 사견을 전제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성범죄 밝힌 건 검찰 보완수사 아니었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올렸다. 해당 사건 가해자에게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었던 건 검찰 보완수사가 아니라 '공판 과정 추가 증거 조사'가 있었기 때문이란 게 글의 요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부산 서면 한 오피스텔로 귀가하던 여성이 공동현관 앞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돌려차기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가해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성범죄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피해자 김진주(가명)씨의 문제 제기와 추가 DNA 감정을 통해 가해자는 대법원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김씨는 그동안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본인 사건에서 검찰 보완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처음 적용된 혐의대로) 중상해죄로 끝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죄명을 바꿨고, 이후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가해자 DNA를 다시 확인해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해당 기고글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성범죄 목적이 어떻게 밝혀졌는지, 이 사건이 요구하는 개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항소심 검사가 증거 재감정과 공소장 변경에 관여한 건 분명하나, 이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직접 다시 수사해 새로운 범죄를 밝혀낸 보완수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소를 유지하는 검사가 재판부에 증거 조사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채택해 재감정과 검증 등 필요한 증거 조사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한 것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가 아니라 '공판 절차에서 이뤄진 추가 증거 조사'다. 따라서 이 사건을 근거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성범죄 목적도 밝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수사 절차와 공판 절차를 혼동한 것이다." - 8월 5일자 <오마이뉴스> 기고글 일부

다만 정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움직인 건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인이었다며 "피해자 보호의 이름으로 지켜야 할 건 검사의 권한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7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도 "제도 개선으로 피해자 권리가 두텁게 보장돼야 한다는 건 김진주씨와 동일한 입장"이라며 "피해자의 마음을 100%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사 권리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행사돼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 권리가 열악한 건 예전부터 있어 왔던 문제이지, (보완수사권 폐지로) 갑자기 경찰에 수사권이 넘어간다고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보완수사권이 개념상 혼동되고 있다. 보완수사는 경찰이 수사를 다 하고 송치한 뒤 부족한 부분을 검사가 기소 전 직접 수사하는 것이다. 김진주씨 사건 과정을 돌아보면, 경찰은 중상해로 송치했고 검찰이 살인미수로 죄명을 변경했지만 둘 다 결국 (가해자의) 성범죄 목적을 밝히진 못했다. 저는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거다."

반면 김진주씨는 이같은 주장을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김씨는 5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정 변호사 기고를 공유하며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해야 하나, 검찰이 한 거라고"라며 "죄명을 검찰이 바꿔서 강간 등 살인미수까지 그나마 왔다. 죄목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나?"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7월 1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도 "2심(항소심) 재판에서 범행이 강간 등 살인미수로 바뀌면서 20년형으로 형량이 늘었는데, 그때 당시 검찰이 청바지에 120개 구멍을 뚫어 성폭행 관련 가해자 DNA가 추출됐다는 걸 입증해 결국 공소사실이 바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 수사에)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보완수사의 개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진주의 모자이크>에 올린 ‘피해자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 영상 일부. ⓒ 김진주의모자이크

이러한 논쟁이 왜 발생했는가를 보면, 검찰 보완수사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경찰 수사 이후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기소 전 다시 수사하는 것을 법률상 보완수사로 보지만, 김씨는 경찰이 놓친 범죄 정황을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추가로 밝혀내는 것까지도 보완수사로 해석하고 있다. 각자 규정하는 보완수사 의미가 다르다.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선 사건인지 등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송치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법적 근거(제196조)를 삭제했다. 대신 송치되거나 송부된 사건을 검사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범죄의 의심이 있을 땐 사법경찰관에게 수사를 요청하도록 했다. 즉 경찰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겨놨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상 기소 후 재판 절차는 재판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항소심에서 공판 검사가 청바지라든지 DNA 재감정을 요구했고 재판부가 받아줘서 재감정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하는 보완수사 개념은 경찰 송치 후 검사가 기소 전 주도적으로 하는 수사를 말하지, 항소심 증거 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걸 보완수사라고 얘기하는 건 안 맞다"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또 "기소 이후 검사든 변호사든 재판부를 향해 재감정이 필요하다고 얼마든지 증거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그건 수사가 아니라 증거 조사의 일환인데, 보완수사라는 이름으로 둔갑된 것"이라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도 (검사의 재감정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준) 김씨의 항소심 사례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는 할 수 없게 됐지만 김씨 항소심에서 이뤄진것과 같은 증거 재감정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로 범죄 피해자가 그전보다 더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씨와 함께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대리했던 한주현 변호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했으면 (가해자가) 중상해로만 기소됐을 가능성도 높다"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성폭력 혐의를 수사하지 않고 중상해로 송치했는데, 검찰 단계에선 중상해로는 부족하다며 살인미수로 죄명을 바꿔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추가로 피의자 심문을 하며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진술을 더 확보하는 보완수사를 한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성폭력 관련 증거를 찾아내려고 경찰에게 DNA 검사를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단계에서 보완수사를 하며 성폭력 혐의를 조금 더 들여다본 건 맞다."

검찰의 공판 과정 재감정 신청을 보완수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한 변호사는 "실무가 정립돼 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수사 활동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많이 있다"라며 "만약 지금 (형사소송법) 개정법이 시행된 상태에서 돌려차기 사건 같은 경우가 발생했다면 1심에서 살인미수로 유죄가 나고 2심에서 청바지 추가 감정을 신청하는 것들이 불가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진주씨가 이것저것 노력한 결과 이례적으로 강간살인미수죄로 (죄명이) 바뀐 건데, 이걸 모든 사건에 적용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라'고 하는 건 굉장히 잘못됐다"라며 "(돌려차기 사건은) 정치 쟁점화될 사안이 아닌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보완수사권#부산돌려차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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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국은 나가라”

정민정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 “노동자 생명·일터 위협하는 미국 지배 끝내야”

  • 기자명 울산=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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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9 10:19
  •  
  •  수정 2026.08.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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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쿠팡 노동자 죽음 내모는 현실도 미 제국주의·신자유주의와 맞닿아”

“전국 미군기지·거리 누비며 반미·반제·반전 함성 높일 것”
“자주 없이 평화 없고, 반미 없이 자주 없다. 침략전쟁과 경제수탈, 내정간섭을 일삼는 미국을 중앙통일선봉대가 앞장서 몰아내자.”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가 8일 울산에서 발대식을 열고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미국은 나가라’를 전면에 내걸고 전국적인 반미·반제·반전 투쟁에 돌입했다.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은 8일 울산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더 이상 노동자의 생명과 일터, 우리의 일상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위협받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국의 미군기지와 거리에서 ‘미국은 나가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장은 이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로 쿠팡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살인적인 폭염이라는 소식이 연일 들리던 지난 4일 서울지역 쿠팡 캠프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쓰러졌다”며 “작업장 온도는 40도가 넘었지만 노동자들을 살인적인 더위보다 더 힘들게 한 것은 마감시간 압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감시간을 맞추라는 관리자들의 독촉 속에서 ‘개처럼 뛰고 있다’고 말했던 네 아이의 아빠인 쿠팡 배송노동자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까지 더하면 쿠팡의 탐욕이 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이 투쟁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정민정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이 투쟁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정 대장은 이 같은 현실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쿠팡은 미국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하고 있다”며 “미국기업 쿠팡을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미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의 로켓배송을 막아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자고 했더니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대형마트의 심야배송을 허용해 쿠팡의 독점을 막겠다고 한다”며 “쿠팡 노동자들을 살리자고 했더니 이제는 마트노동자들의 생명까지 위험으로 내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장은 “국민주권정부와 노동존중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왜 이런 헛짓을 하려 하느냐”며 “내란세력을 몰아내고 세운 정부가 왜 쿠팡 같은 악덕기업 하나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근본 원인을 해방 이후 지속돼 온 미국의 영향력에서 찾았다.

정 대장은 “해방 이후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국이 여전히 이 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방 81주년이라고 하지만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맞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나가고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쉽게 해고당하는 현실이 신자유주의와 미제국주의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똑똑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장은 미국의 군사적 지배와 한반도의 전쟁위험 문제도 강력하게 제기했다.

그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 땅을 미군의 항공모함이라고 한다”며 “미국은 한반도를 자신들의 전쟁을 위한 거대한 군사기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란 전쟁을 통해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 전쟁의 포화가 집중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미군기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지역 주민들을 전쟁과 죽음의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발생한 송탄 미군기지 백린 유출 사고 역시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미군기지는 평화를 지키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 대장은 “더 이상 노동자의 생명과 일터,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7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미국은 나가라!’라는 구호를 전국의 미군기지와 거리에서 외칠 것”이라며 “그 함성을 ‘통선대월드’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와 만나게 하고 전국으로 퍼뜨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답게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반미·반제·반전의 함성으로 전국을 달구자”고 호소했다.

정 대장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통일선봉대 활동과 관련해서도 “27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최악의 폭염에 맞서 싸운 역대급 중통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흘린 땀방울과 통선대 모자에 새겨진 소금꽃만큼 우리의 동지애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모든 대원이 ‘제가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서로를 믿고 서로를 책임지는 투쟁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자주 없이 평화 없고 반미 없이 자주 없다”며 “침략전쟁, 경제수탈, 내정간섭을 하는 미국을 중앙통일선봉대가 앞장서 몰아내자”고 강력한 투쟁의지를 표명했다.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미군기지와 주요 거점을 돌며 반미·반제, 자주통일과 평화를 내건 7박 8일간의 활동에 들어갔다.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맞서 전작권 환수·ACSA 체결 저지 투쟁 나서야”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를 향해 “깨어난 노동자의 군대답게 착취와 수탈에 맞서 제국주의의 사슬을 끊어내고 우리의 일자리와 삶을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함 부위원장은 중앙통일선봉대에 전한 발언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해보다 시대의 무게를 짊어지고 이 자리에 섰다”며 미국의 전쟁정책과 경제·외교정책이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정책을 거론하며 “수퍼 301조와 덤핑관세까지 부과하려 한다”며 “이것은 명백한 경제침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미국의 내정간섭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며 “한반도는 미국이 짜놓은 ‘동맹현대화와 킬-웹(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안보 체계의 변화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형 군사 지휘·타격 네트워크를 뜻하는 핵심 군사·안보 용어)’ 구상 속에서 대중국 전쟁과 병참기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 부위원장은 한미동맹과 한반도 군사구조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불평등한 동맹관계 속에서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알기를 발톱의 때만큼으로도 여기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문제 등을 노동자 자주권의 문제로 제기했다.

특히 함 부위원장은 자주통일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나의 과제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 노동자가 스스로 강해져야 통일운동의 동력도 강해진다”며 “반미·반제 자주통일 평화투쟁은 곧 노동해방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제국의 수탈로 예속된 경제, 전작권 없는 군대, 미군기지의 볼모가 된 국방, 매국적 친미세력이 장악한 안보, 착취와 수탈로 일그러진 한반도”라고 현 체제를 비판하며 “이 모든 구조가 걷히지 않는 한 노동자의 밥그릇과 일자리, 존엄은 식민의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함 부위원장은 이를 “통일선봉대가 투쟁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통일선봉대원들을 향해 “동지 여러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온전한 작전통제권 환수의 목소리이며, 브런슨 즉각 추방을 외치는 함성이고, ACSA 체결 저지를 위한 전선이며, 위성락으로 대표되는 숭미 사대세력 척결의 실천”이라고 전했다.

이어 통일선봉대의 거리 선전과 문화활동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함 부위원장은 “여러분이 나눠주는 유인물 한 장, 노동자·시민들과 함께하는 춤사위, 외치는 구호 한마디 한마디가 이 땅의 자주와 평화를 지켜내는 튼튼한 방벽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미제국주의의 약탈과 전쟁의 사슬을 끊어내는 투쟁의 대열에 설 것인가”라고 물으며 “그 해답은 이미 동지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투쟁의지를 강조했다.

함 부위원장은 27기 중앙통일선봉대의 활동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연결하는 실천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동지들의 발걸음이 있기에 이 땅의 자주와 평화, 노동해방의 길은 조금씩 넓어질 것”이라며 “동지들이 걷는 이 길이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가장 확실한 자주와 평화, 통일의 길”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함 부위원장은 “침략전쟁·경제수탈·내정간섭 ‘미국은 나가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반제반미, 반전평화, 자주실현의 깃발 아래 전진하자”며 강의한 투쟁의지를 천명했다.

“무대 하나에도 수많은 동지들의 땀과 노력 담겨 있다는 것 알게 돼”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운들이 서로 첫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운들이 서로 첫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중앙 통일선봉대에 참가한 황지우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대의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중앙 문예단에 지원해 울산 ‘가자문예단’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통일선봉대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가 중앙 통일선봉대 참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정년을 앞둔 지부장의 권유였다. 지부장은 퇴직을 앞두고 있어 참가가 힘들다며 대신 참여해 달라고 권유했고, 지난 24기·25기·26기 통일선봉대와 문예단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노조 활동에 뜻을 두고 있는 그에게 참가를 추천했다.

그는 “지부장님의 말씀을 듣고 지난해부터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통일선봉대 신청서를 작성하던 그는 중앙 문예단 모집란을 발견하고 문예단에도 함께 지원했다. 과거 두 차례 대표발언에서 크게 긴장했던 경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통일선봉대 합류 하루 전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전국에서 중앙 문예단에 지원한 사람이 자신 한 명뿐이라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여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그는 당황과 걱정이 앞섰지만 “이미 결정한 일인 만큼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8월 7일 새벽 울산으로 출발해 오전 9시께 ‘가자문예단’ 사무실에 도착했다. 가자문예단 단원들은 처음 합류한 그를 따뜻하게 맞았고, 곧바로 문예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연습에서는 율동과 노래, 구호를 하나씩 맞춰가며 공연을 완성했다. 이날 연습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그는 하루 동안의 연습을 마친 뒤 가자문예단 단원들이 중앙 통일선봉대 공연을 위해 자신이 합류하기 훨씬 전부터 밤낮없이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집회에서 공연을 가볍게 지나쳐 본 적도 있었는데, 무대에서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전했다.

중앙 통일선봉대 발대식에서는 본격적인 문예공연도 진행됐다. 공연을 앞두고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이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했으며, 참가자는 “위원장님의 격려 한마디 한마디가 큰 용기가 됐다”고 밝혔다.

공연에서는 일부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준비한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이어 진행된 ‘중통대 월드’를 통해 시민들에게 중앙 통일선봉대 활동의 취지와 의미를 알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동자들은 이날 서로 공연과 활동을 도우며 첫 일정을 함께했다.

참가자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걱정도 많았지만 함께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동지들의 노력과 연대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낯설게 시작했지만 뜻깊고 벅찬 중앙 통일선봉대의 첫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격려사를 하고 있는 최용규 울산지역본부장(왼쪽)과 김재하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 및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오른쪽).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격려사를 하고 있는 최용규 울산지역본부장(왼쪽)과 김재하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 및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오른쪽).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미국의 일방적 패권에 맞서 전작권 환수·내정간섭 끝장내자”면서 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가 “반미·반전, 자주·평화의 깃발을 높이 들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폭탄에 경제가 휘청거리는데 우방·동맹마저 버리는 일방주의·패권주의”라고 성토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 맞서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고 주권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27기 통일선봉대 발대식에는 김재하 2026 8·15자주평화대행진 및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과 최용규 울산지역본부장이 격려발언를 하였다.

최용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노동계급이 경제투쟁과 단체교섭투쟁을 넘어 자주민주통일의 기치 아래 반미반전투쟁을 해나가자”라면서 “한미일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전시작전권 환수를 목표로 노동자 민중을 구하는 투쟁에 함께 나서자”라고 투쟁의지를 불러일으겼다.

2026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이기도 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오는 14일 20년 만에 열리는 자주평화전진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올해 정세를 반영한 전진대회는 대중을 자주투쟁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라며 “그 출발점이 올해”라며 “그래서 27기 중통대는 여느해보다 특별하고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중통대는 발대식에 앞서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통선대 월드’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참여형 퍼포먼스를 펼치며 웃음과 즐거움 속에서 침략 전쟁·경제 수탈·내정 간섭 문제를 시민 스스로 인식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통선대 월드 활동사진이다.

 

중앙통일선봉대 월드 활동사진

 

멋지고 자랑스러운 통일선봉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멋지고 자랑스러운 통일선봉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국은 나가라'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국은 나가라'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모두 쓰러뜨리자'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모두 쓰러뜨리자'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이 땅의 전쟁도, 우리가 정하지 못합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이 땅의 전쟁도, 우리가 정하지 못합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자위대 재무장 반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자위대 재무장 반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예속의 비석치기'에 동참한 시민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예속의 비석치기'에 동참한 시민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전쟁의 배후는 미국이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전쟁의 배후는 미국이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입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입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함께 서명해요'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함께 서명해요'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사실 나는 부끄러운 US ARMY이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사실 나는 부끄러운 US ARMY이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감사장이라니? 말도 안돼'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감사장이라니? 말도 안돼'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군 거리 활보 퍼포먼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미군 거리 활보 퍼포먼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단 한통의 편지, 그 내용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단 한통의 편지, 그 내용은?'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반일 반미 딱지치기'에 아이도 동참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반일 반미 딱지치기'에 아이도 동참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통선대의 거리선전전에 사진을 찍으며 호응하는 시민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통선대의 거리선전전에 사진을 찍으며 호응하는 시민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꼭두각시 대한민국?'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꼭두각시 대한민국?'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충격! 한국에서 돈 버는 미국기업 쿠팡'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충격! 한국에서 돈 버는 미국기업 쿠팡'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통일선봉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통일선봉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월드 통선대 역할 배치도,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월드 통선대 역할 배치도, [사진제공-민주노총 27기 중앙통일선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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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키미 K3’ 충격을 통해 보는 AI 패권 경쟁

강홍석 시민기자

jjhskang@gmail.com

이론화학자/이론 재료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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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 K3' 놀라운 성능 미국에겐 '스푸트닉 순간'

'문샷' 창업 양즈린 파격적인 제안 뿌리치고 귀국

앤트로픽 모델 15일 만에 증류했다는 건 불가능

머스크는 xAI가 오픈AI 기술 증류했다고 인정

미국 기관들 ‘열린 무게’ AI 옹호하는 성명 발표

우리도 ‘열린 무게’ 생태계 발전 위해 노력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AI 기술에 대한 미국인의 평가를 많이 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평가에 편견이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래서, 최근 중국의 최신 AI모델들이 미국의 상위 모델들을 증류(distillation)한다는 주장과 AI패권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KIMI K3’의 성능을 소개하는 유트브 방송 갈무리https://www.youtube.com/watch?v=bn0atstgavo

먼저, 최근 '키미(KIMI) K3'란 언어모델 AI를 출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의 '문샷(Moonshot)'이란 회사를 창업한 양즈린(Zhilin Yang)에 대해 알아 보자. 1992년에 태어난 그는 칭화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2021년 미국 '카네기멜런(Carnegie-Mellon)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과정 중에는 추후 '구글 딥마인드'로 통합된 '구글 브레인(Google brain)'과 '메타(Meta)'의 AI 연구실에서 자연어처리를 위한 AI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애플, 구글및 메타 등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뿐 아니라, 스탠퍼드대학 및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박사후 연구원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중국으로 즉시 귀국하였다. 그후, '리커런트(Reccurent) AI', 화웨이 등을 거쳐 2023년 3월 현재의 '문샷AI'를 설립하였다. 중국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와 유연하고 거대한 내수시장 등을 바탕으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진 중국 고유의 AI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야망이 귀국 동기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모바일 전시회에서 강연하는 홍콩 경제학자 진커위 https://en.wikipedia.org/wiki/Keyu_Jin#/media/File:MWC_2025_-_Keyu_Jin_02.jpg

이 사건은 경제학자이며 홍콩과학기술대학 교수인 진커위(영어 이름 Keyu Jin)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그는 중국의 청소년들이 수업시간에 '오욕의 세기(Century of humilation)'를 잊지 말라고 배운다고 한다. 즉, 1840년 1차 아편전쟁부터 중국이 영국, 프랑스등 서구의 국가들로부터 겪은 치욕의 근대사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역사교육이 양즈린의 귀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의 AI모델인 Grok 로고

'키미 K3'는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성능으로 미국의 AI 업계를 놀라게 하였다. 지난 1일, 인터넷 사이트 '인공 해석(Artificial anaysis)'에 따르면 이 모델은 가장 중요한 '지능(Intelligence)' 지표에서 모든 '공개 모델' 가운데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비공개 모델'들을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5'및 '페이블(Fable) 5', 그리고 '오픈AI'의 'GPT 5.6 솔(sol)'에 이어 4위를 차지하였다. 즉, 미국의 최상위 비공개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과 외신은 '키미 K3' 출시를 미국의 안일함을 깨운 '스푸트닉 순간(Sputnik moment)'으로 평가하고 있다. 월가의 AI 관련 주식들도 일시적 급락을 겪었다. 이 모델은 현재 미국의 최상위 모델들과 비견할수 있는 2조 8000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추론시 각 토큰당 약 3.7%에 해당하는 1040억개만 활성화시켜 메모리와 연산효율을 극대화한다. 즉,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MoE)' 의 개념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열악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성능을 나타내는지 놀랍다.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최신 엔비디아 GPU인 '블랙웰(Blackwell)'을 이용하여 일부 훈련되었다고 하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2025년 1월 '딥시크(DeepSeek) R1' 파동시 중국 모델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메모리를 활용하는지 알려졌다. 즉, 필요에 따라 파라미터를 1.58~32 비트까지 여러 단계로 구분하여, 메모리 사용량뿐 아니라 메모리와 GPU간 통신 대역폭 문제를 일정 부문 해결하였다. 열악한 하드웨어 기술을 소프트웨어 기술로 보완하는 것이다.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위원장인 ‘마이클 크라트치오스(Michael Kratsios)’, 2020년 7월 31일 국방부에서 찍은 사진

그런데, 지난 4월 30일자 '포브스(Forbes)' 기사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문샷이 '클로드(Claude)'를 증류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위원장인 ‘마이클 크라트치오스(Michael Kratsios)’도 비난에 가세했다. 지난 4일 워싱턴 포스트(WP) 보도 등에 따르면, 아직 법적 소송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류(distillation)란 상위모델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들에 대한 답들을 얻어 같은 답을 내도록 자기 모델을 훈련하는 일이다. 앤트로픽 측은 이런 증류에 2만 4000개의 불법적 계정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우스 모닝포스트의 지난달 23일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한 문샷 직원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앤트로픽의 페이블 5와 K3는 각각 7월 1일과 15일에 공개되었다. 우리는 선도 모델을 15일 만에 훈련시켰다. 이건 기네스 세계기록 감이다." 미국의 주장을 옳다 믿기 쉽지만, 증류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머스크는 오픈AI의 변호사에게 자신의 xAI가 오픈AI의 기술을 증류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일반적으로, AI회사는 다른 AI를 증류한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발언하였다. 그런데, 머스크는 앤트로픽이 훈련에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책과 데이터를 훔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뒷거래를 하였다고 맞불을 놓았다고 한다.

창작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데이터를 훔치는 일은 분명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따라서, 형사상 책임을 질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앤트로픽은 클로드 AI의 훈련에 무단으로 사용한 50만 권의 책 저자들과 출판사에게 15억 달러를 합의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AI가 만들어 내는 출력물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오픈AI나 앤트로픽은 서비스 약관에 자신들의 AI를 증류에 이용하지 말도록 명시한다. 따라서, 증류에 민사적 책임은 질 수 있다. 즉, 상위모델을 증류한 xAI보다 훈련 데이터를 도용한 앤트로픽에 더 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증류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발언한 것도 이와 관계된 것일 수 있다. 최근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합병된 미국의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는 자사의 ‘컴포저(Coimposer) 2’가 ‘키미 K 2.5’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어쩌면, AI 업계의 도덕성 문제에는 누가 누구를 비난할 상황이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 235개 이상 기관이 참여한 성명서인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의 표제

그런데, 지난달 24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의 주관으로 '열린 무게와 미국의 AI 선도력(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란 제목으로 급히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열린 무게’란 공개된 AI 모델에 대해서 ’파라미터’의 값들도 모두 공개되었다는 뜻이다. 이 성명은 열린 무게 모델인 ‘키미 K3’의 놀라운 성능, 그리고 불과 일주일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폭넓은 합의에 기반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한 일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미 K3‘가 공개된 것은 이 연설을 불과 하루 앞두고였다.

이 성명에 235개 이상의 기관 및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비밀주의로 일관해왔던 팔란티어나 오픈AI 등이 서명에 참여했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반면, 최근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AI 모델을 출시한 앤트로픽과 이 회사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아마존’이 이 서명에 아직 참여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붙든다. 이 대목에서 미국과 유럽의 참여 기관들은 AI의 우위를 중국에게 잃을수 있다는 경고를 미국 정부에게 보냈다. 대부분 참여한 기관들은 미국 기관들이며, 유럽의 기관으로는 프랑스의 회사인 ‘미스트랄 AI’ 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열린 무게 모델을 심하게 규제하려고 한다. 이는 테러분자들이 사이버무기와 생물학적 공격등에 악용할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AI의 선도력은 어느 한 개의 최고 모델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열린 생태계가 여러 분야로 확산되는 데 있다고 이 성명은 주장한다.

각 기관은 적절한 가격에 원하는 일을 하는 최선의 모델을 찾을 것이며,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며 모델에 수정을 가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지능을 가진 것을 소유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AI 주권이 각 기관에 속하게 된다. 반면, 소수의 닫힌 모델에만 의존하면 결정적인 기술을 이들에게 의존하여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용의 면을 떠나서 중국의 열린 무게 방식이 표준이 되어 AI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엔비다아의 '네모트론(Nemotron)', 메타의 '라마(Llama)' 등 소수의 모델만이 열린무게 모델에 속한다. 과연, 미국이 열린 무게의 생태계를 구축해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 ? 우리나라에는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 SK텔레콤의 ‘에이닷엑스 K2’, 업스테이지의 ‘솔라오픈 2‘등 열린 무게 모델들이 있다. 이들을 이용한 열린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기대한다. 세계 AI 시장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포함하는 절반 이상을 잃지 않으려면.

참고문헌

1. Artificial anaysis 사이트

https://artificialanalysis.ai/

2. 2026년 4월 30일자 포브스 기사

https://www.forbes.com/sites/antoniopequenoiv/2026/04/30/elon-musk-admits-xai-distilled-openai-data-to-train-models-heres-what-that-means

3. 앤트로픽이 저자들과 출판사에게 합의를 위해 15억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란 포브스 기사

https://www.forbes.com.au/news/innovation/anthropic-will-pay-1-5-billion-to-settle-copyright-lawsuit-from-book-authors/

4. 2026년 7월 23일자 사우스 모닝 포스트 기사: 문샷 직원의 입장

https://www.scmp.com/tech/tech-war/article/3361625/global-ai-experts-push-back-us-distillation-claims-against-moonshots-kimi-k3-model

5. ‘Cursor AI’의 ’Composer 2‘가 ’KIMI K2.5‘에 기반해 만든 것임을 스스로 인정

https://cursor.com/ko/blog/composer-2-technical-report

6. 미국 235개 이상 기관이 참여한 성명서인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

https://images.nvidia.com/pdf/Open-Weights-and-American-AI-Leadership.pdf

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WAIC 기조연설

https://kr.news.cn/20260717/6af835625b3a4d0abcfec7a63114d569/c.htm

강홍석 시민기자 jjhs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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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통합 국군사관학교, 헌법수호·미래전 대비 군개혁 출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8/09 10:37
  • 수정일
    2026/08/09 10:3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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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일성 기자

  • 입력 2026.08.08 10:06

  • 댓글 0

“3번 쿠데타·폐쇄적 카르텔 구조, 군역량 저해 요인..구조 전반 체질 개선해야”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국군사관학교 신속 추진을 주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더 굳건한 안보를 위한 국방개혁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7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모든 전장을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와 합동작전 능력을 갖춘 최정예 장교 양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방개혁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일부 군종과 특정 학맥이 고위 장성을 독점하며 형성된 폐쇄적 카르텔 구조는 군 내 다양성과 합동작전 역량을 저해하는 고질적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세 차례 군사 쿠데타의 역사를 성찰하고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사관생도를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국가안보의 단단한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특정 집단에 대한 징벌이 아닌 군 구조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전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정예 강군을 육성하기 위한 국방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정치적 보복’, ‘국방농단’이라며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군 개혁의 시대적 필요성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의 헌신마저 폄하하고 왜곡하는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은 굳건한 안보를 뒷받침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 장교의 요람,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는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여전히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라며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통합 사관학교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7일 장성 진급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 이후 진행된 환담에서도 “다시 발생한 내란으로 (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서 “신뢰 복구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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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트럼프 만난 '극우' 손현보 목사, 이 사진 한장이 던진 경고는?

[원동욱의 외교광장] '동맹 신화'를 넘어 당당한 주권외교로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6.08.09. 08:38:31

최근 백악관에서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서울 외교가와 국내 정국에 가볍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헌정질서 관련 수사 대상에 오른 특정 종교 인사, 세계로교회 손현보와 그 가족이 미국 MAGA 운동의 핵심 네트워크를 거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류를 대변하는 극우인사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부임과 초기 행보가 맞물리면서, 한미 관계의 외연을 둘러싼 외교적 리스크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미국 방문이나 종교적 친교 수준을 넘어, 윤어게인과 같은 국내 극단주의 세력과 미국의 종교·정치 네트워크가 정통 외교 채널을 우회하여 결탁할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외교당국과 정부가 이 상황을 소극적 관망으로 일관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 리스크의 본질을 세 가지 차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국익 판단을 제약해 온 '동맹 절대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맹의 본질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공적 약속이자,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대 국가의 결속이다.

그러나 미국 내 특정 정파나 정치 네트워크와의 결속을 국익과 동일시하는 맹목적 태도는 외교적 자율성과 주권을 위협하는 약점이 되어 왔다. 국내 정당성을 상실한 세력이 미국의 정치적 후광을 빌리고, 미국의 특정 정파가 이를 종교의 자유나 민주주의 수호로 포장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동맹의 공적 신뢰는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동맹을 신성불가침의 신화로 바라보는 종속적 시각을 탈피할 때, 비로소 국익 중심의 당당하고 실용적인 외교가 시작된다.

둘째, 미국 MAGA 네트워크와 국내 극단주의 세력 간 연대가 초래할 사법 주권 침해와 민주주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백악관 접견을 중개한 롭 맥코이 목사, TPUSA Faith, 그리고 이와 연계된 국내 단체들의 움직임은 외교당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헌정질서 교란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세력이 해외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이를 '정치적 보복'이나 '종교 탄압'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외세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하는 행위다. 헌정 절차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세력이 국제적 연대를 형성할 경우 민주적 제도의 기틀은 빠르게 흔들린다.

미 주한대사관을 비롯한 미국 측 공식 외교 라인이 정통 채널 대신 이러한 사적 네트워크의 편향된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외교당국의 확실한 라인 정리가 필요하다.

셋째, 종교의 자유와 사법 주권 행사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외교 무대에서 선언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신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이나 헌정 부정 행위까지 보호받을 수는 없다.

외교당국은 미국 정부, 의회, 주한미국대사관을 상대로 한국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법 집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당한 사법 절차임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미측 주요 인사들이 편향된 정보에 노출되어 한국의 사법 주권을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이고 공식적인 외교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사법 주권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물론 우리 정부와 외교당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이나 대립은 아니다. 한·미 동맹의 엄중함을 공유하는 대등한 동반자로서, 주권자 국민이 요구하고 승인한 '동맹 신화'를 탈피한 당당한 실용외교다.

결론적으로 우리 외교·안보 당국은 해외 정치·종교 네트워크가 국내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외교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미 외교 사절단과의 공식 소통 채널을 견고히 다짐으로써 사적 정치 결탁이 양국의 공식 외교 정책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되 불법과 헌법 부정 행위에는 법적 책임을 엄정히 묻고, 외세의 부당한 개입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때 비로소 한·미 동맹은 더욱 대등하고 견고한 동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손현보 목사가 가족들과 함께 7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손현보 목사, 가장 오른쪽이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석 고문. ⓒ 백악관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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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3일 반드시 조희대 탄핵안 상정하라”…203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8/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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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203차 촛불대행진’이 8일 오후 6시 대법원 인근에서 무더위를 뚫고 진행됐다. 

 

  © 김영란 기자


‘참정권침해 전문범죄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수사하라!’를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2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통일대행진단 단체복을 입은 대학생,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힘찬 구호로 집회를 시작했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미국 방해 물리치고 호남반도체 성사하자!”

“자주없이 경제없다! 자주로 살길 찾자!”

“호남반도체 방해 백린유출 미7공군 박살내자!”

“과거사부정 독도침탈야욕 일본을 응징하자!”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어제 촛불행동은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에게 조희대 탄핵 공동입장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당론 채택과 조희대 탄핵에 앞장서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라며 “민주당은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반드시 조희대 탄핵 소추안을 상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미셸 스틸 부임 이후 미국의 내정간섭과 극우내란세력의 준동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이 틈을 타고 조희대가 김건희 석방과 내란 무죄 선고를 시도할 수 있다”라며 “내란 청산과 미국의 내정간섭을 제압하는 투쟁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윤경황 독도수호원정대 대장은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대일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이어가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라며 “일본은 식민지 범죄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없으며, 침략 야욕을 버린 적이 없는 군국주의 침략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이런 일본과 경제협력을 넘어 전쟁을 부르는 군사협력까지 추진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나?”라고 물으며 “우리의 주권을 침탈하려는 국가와의 군사공조는 적에게 우리의 앞마당을 내어주는 행위나 같다”라고 외쳤다. 

 

▲ 윤경황 대장(가운데)과 독도수호원정대 대원들.  © 김영란 기자


오해연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대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경제 번영, 평화를 위해 미 7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공군기지를 항의 방문”했는데 “(주한미군이) 몸을 짓누른 채 수갑을 뒤로 채우고 학생들을 짐짝처럼 끌고 갔다”라고 했다. 

 

이어 “평택경찰서 경찰들은 미군이 대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이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을 연행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외치는 구호를 조롱하고, 이중으로 수갑을 채웠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면회까지 차단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박근하 대진연 9기 통일대행진단 총단장은 “통일대행진단이 전국을 다니며 뜨겁게 외칠 네 가지 구호가 있다”라며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자! 주권모독 전쟁강요 미국을 몰아내자!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 국가보안법 철폐하자! 군국주의 부활 일본 정부 규탄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한민국 국민이 결정할 권리, 진정한 국민주권이 꽃피는 자주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해 대학생이 앞장서 투쟁하겠다”라고 다짐했다. 

 

▲ 왼쪽부터 권오혁 공동대표, 오해연 회원, 박근하 총단장.  © 김영란 기자


박대윤 국민주권당 홍보위원장은 “미국은 중동 여러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명분은 단순하다. ‘미국이 너희를 지켜주겠다! 그러니 땅을 내놓고, 돈을 내놓고 미국에 안보를 맡겨라!’”라고 설명하고 “(이란전쟁이 일어나자) 중동의 미군기지들은 이란의 타격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미군은 제대로 막지도, 대응도 못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미국과 손을 잡고 평화나 안보가 가능하겠나? 한미동맹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인 주한미군기지를 즉각 철수시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이해연 동작관악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반성도, 사죄도, 배상도 할 의지가 전혀 없다”라며 “일본은 결코 우리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앞집에서 칼을 갈고 있는 전쟁 국가이며, 침략자 전범국가”라고 주장했다. 

 

또 “기가 막히게도 우리 정부가 위협적인 일본의 전략에 오히려 동조”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군사공조를 할 것이 아니라, 전쟁범죄를 감추고 왜곡하는 데 급급하며 과거 제국주의의 망령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본에 귀싸대기를 날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 박대윤 홍보위원장(왼쪽)과 이해연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강남역까지 행진했다. 

 

김태성 청년촛불행동 운영위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한덕수, 이상민 사건 상고심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법관 전원이 모이는 전원 합의체로 넘겼다”라며 “전원 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바꾸거나 아주 특별한 때만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미 명확하게 유죄 판결이 난 내란범들의 재판을 왜 굳이 전원 합의체로 가져갔겠나? 1심,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내란범들에게 무죄를 주기 위한 작전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2월 3일 계엄의 밤 광장으로 달려 나왔던 그날처럼 8월 광장으로 다시 모여 조희대를 반드시 탄핵하자!”라고 호소했다. 

 

▲ 김태성 운영위원.  © 이영석 기자


촛불행동은 다음 주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15일 오후 4시 광주 군공항 앞에서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 대진연 노래단 ‘빛나는청춘’이 「불태우자」, 「그깟 동맹」, 「우리가 바라는대로」, 「너와 내가」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탄핵 바람이 분다!” -가수 백자.  © 김영란 기자

 

▲ “외출 자제하라는 재난 문자 뚫고 여기까지 모여주신 선생님, 동지, 우리 청소년, 여러분 모두 존경하는 마음에서, 청년들께 주셨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서 얼음물 준비했습니다.” -조하경 청년촛불행동 회원.  © 김영란 기자

 

▲ “조희대 탄핵 해야겠죠. 그다음에 전쟁 위기 불러오는 주한미군 철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통일과 민주주의, 인권을 짓밟는 국가보안법 폐지도 해야겠죠. 우리 앞에 놓인 개혁의 과제들을 우리 청년학생들이 가장 앞장서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부산경남대학생진보연합 신입생.  © 김영란 기자

 

▲ “이번 주에 미군 부대에 들어갔던 학생들 3명이나 구속되지 않았습니까? 온몸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자주를 지켜주시는 청년들에게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 “재판이 굉장히 많아서 과로에 시달린다는 대법관들이 있는데도 조희대는 추가 대법관을 뽑지 않는다. 조희대의 손과 발이 되어서 내란범들을 최종 무죄해 줄 사람이 대법관이 되어야 할 텐데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변은혜 노원중랑촛불행동 대표.  © 이영석 기자

 

▲ “일본은 극우이념과 군국주의 사상으로 채워진 방위백서를 발표했고, 여기서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22년째 저러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다. 미 국무부 사이트 지도에는 우리 땅에 독도가 제외되어 있다.” -유장희 청년촛불행동 사무국장.  © 이영석 기자

 

▲ “5.18 당시 광주 시민은 내일의 역사가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라며 목숨을 바쳐 싸웠다. 5.18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이 내란을 막아냈고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호남에 진 빚을 갚자. 호남 반도체 핵심 과제 광주 군공항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다음 주 토요일 광주로 전국의 촛불이 모인다.” -오주성 마포은평서대문촛불행동 회원.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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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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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게 뭐가 어때서?

[박세열 칼럼] 보수의 '현실주의'와 이재명 정부의 '용기'를 기대한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8.08. 06:14:26

한국의 대북 정책은 전통적(?)으로 국내 정치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 등 서로에 대한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좋은 이상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휘말리면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답한 데에서 드러난 건, 대북 정책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 옭죄고 있는 프레임이다.

이 대화에서 우리는 '현실주의자(리얼리스트)'들의 면모를 보게 된다. 정동영 장관은 '변화하는 북한의 전략'에 맞춰 우리도 '현실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현실론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보수 세력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며 또 다른 '현실론'으로 반박한다. 나는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

진보 진영은 종종 이상주의적이라고 오해를 받았는데, 그 오해를 깰 때가 됐다.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이 대북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북한을 민족주의적 특수성의 틀로 보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보수 진영은 "북한을 국제정치의 행위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틀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학계가 지속적으로 견지한 주장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남한의 담론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진보 진영이 먼저 '현실주의'로 눈을 돌렸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남북은 외국과 외국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정동영과 같은 인사들이 '현실주의자'가 된 건 어쩌면 중대하고 흥미로운 변화다. 진보 진영은 기존의 특수관계 프레임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현실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보수 진영이 이같은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 북한의 '적대적 두국가론'은 보수 진영이 주장해 온 내용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 핵심 인물인 김태효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적대적 두 국가론'의 원조 격이다. 현인택, 남성욱 같은 학자들도 북한 문제를 '힘에 기반한 국제정치의 논리'로 풀어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같은 정책에 영향을 줬다.

물론 그들의 '현실주의'는 '힘에 의한 억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과 달랐지만, 지금 북한의 변신과 진보진영의 현실주의를 따져보면 보수 진영의 이론이 오히려 지금 상황에 일부나마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포착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진보, 보수 진영 모두의 과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진보 진영은 변화한 상황을 따라가며 과거 터부시했던 보수 진영의 '현실주의'를 수용하려 하는데, 보수 진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주적' 개념 변경이나, '조선으로 국호를 부르자'는 주장에 경기를 일으키며 반발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거래를 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갈라치기' 글로벌 구상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북한인 셈이다. 북한의 '뒷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 핵을 없앨 수 있다거나, 북한이 저절로 붕괴되기를 바라는 게 바로 '이상주의'에 가까운 것 아닌가.

'주적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북한이라는 명칭을 바꾸면 안보가 흔들린다'는 주장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미사일 탐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적'이라는 표현을 조정한다고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군의 전투력은 정보자산, 지휘체계, 첨단무기, 훈련 수준, 동맹과 산업 기반에서 나온다. 정치적 수사는 정책을 설명하는 도구일 뿐, 전투력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아니다. 보수 진영은 흔히 "주적 개념을 없애면 군의 정신력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군사력은 정치적 구호 하나로 유지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대응하느냐다. 현실주의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가는 도덕이나 이념보다 생존과 국익을 우선한다. 상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제로 어떤 능력과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전략을 세운다. 안보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변한 적을 과거의 모습으로 계속 상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스스로 프레임을 바꾸었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인식에 머물지 말고, 변화한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대북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오히려 현실과 맞지 않는 언어가 전략을 왜곡할 수 있다. 북한이 이미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정의했는데도 우리가 과거의 특수관계라는 틀만 반복한다면, 북한의 전략 변화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대응 역시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두 국가론을 인정하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상대가 어떤 전략을 채택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안보는 상대를 악마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정확히 읽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자는 것은 안보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한 현실 위에서 더 강한 안보와 더 일관된 대북전략을 세우자는 제안이다.

햇볕정책을 창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반공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라고 틈만 나면 강조했다. 햇볕정책이 결코 일방적 유화책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북한의 어떠한 무력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고, 주적을 '위협'으로 바꾸는 것은 '이재명 정부 현실주의 외교'의 시작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좀 더 담대하게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지난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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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극한 가뭄 때 기증 받은 '생명수', 뜯지도 않고 폐기한 강릉시

강릉시 홍제정수장에 쌓여있는 생수병들. 지난해 '극한 가뭄' 당시 전국으로부터 기부받은 것들이다. 앞에 검은 봉지는 물을 정수장에 쏟아붓고 난 뒤 남은 생수병을 모아둔 것. ⓒ 김남권

강원 강릉시가 지난해 가뭄 재난 당시 기증받은 구호용 생수 1천 톤을 배부하지 않은 채, 정수장에서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릉시는 최근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강릉홍제정수장 야적장에 2리터 생수통 약 1천 톤을 쌓아둔 채 폐기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생수는 지난해 강릉 가뭄 사태 당시 각계각층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현재 포장도 뜯지 않은 미개봉 상태다. 유통 기한도 남아 있다.

정수장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쌓여 있는 생수병 속 물을 정수장 침전지로 흘려보내고, 빈 물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처리하고 있다.

강릉시 "봄 가뭄 대비해 비축했다"지만... 여름 동안 방치

강릉시 홍제정수장 야적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생수. 강릉시는 지난해 가뭄 재난 당시 전국에서 기증받은 생수를 그동안 보관해오다가 최근 폐기를 결정했다. ⓒ 김남권

지난해 강릉시는 극심한 가뭄으로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24일간 재난지역으로 관리 됐다. 당시 전국에서 답지한 구호용 생수는 지난해 9월 16일 기준 총 800만 병(1만2474톤)에 달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생명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강릉시는 "198만 병은 1차로 시민들에게 제공됐으며, 잔여 재고 600만 병도 2차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배부를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최근 당시 기증받은 생수 중 일부가 그대로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강릉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받은 구호용 생수 중 일부를 봄 가뭄 등을 대비해 비축해뒀다"라며 "오는 8월~9월 사이 유통기한이 만료가 되어 정수장을 통해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폐기하지 말고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유통기한이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걸 나눠주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릉시는 올해 봄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통기한 만료가 다가오기 전에 서둘러 배부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호물품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아까운 생수를 정작 물이 없을 때는 나누어 주지 않고 왜 저렇게 폐기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지역 식당에 나누어줘도 모두 가져갈 텐데, 어디에 두었다가 버리는 건지 참 한심하다"며 "생수를 기증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강릉시는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김홍규 시장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중남 시장 체제로 바뀐 상태다.

강릉시 홍제정수장 야적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생수. 강릉시는 지난해 가뭄재난 당시 전국에서 기증 받은 생수를 그동안 보관해오다 최근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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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장관, 통일원로들 만나 "바늘구멍조차 막혀있어 답답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8/08 08:53
  • 수정일
    2026/08/08 08: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선' 호칭.."새로울 일 아니다. 왜 그렇게 겁내나", "중요한 건 '적대성' 불식" 의견도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8.07 16:58
  •  
  •  수정 2026.08.07 17:19
  •  
  •  댓글 0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1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토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1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토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7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틀 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선의와 다른 정쟁 유발' 등 지적이 나온 뒤여서 이날 모임에 관심이 쏠렸다.

차담회에는 정동영 장관을 포함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오찬 전 차담회 전체를 기자들에게 공개한 정 장관은 이 모임이 두달 전 계획된 모임이었다고 하면서 참석자들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이자 종교·시민사회·학계에서 그 정신을 이끌고 뒷받침해 온 인사들이라고 소개했다.

정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그저께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메아리없는 함성처럼 느껴지겠지만 평화공존 정책을 인내심을 갖고 흔들림없이 이끌고 나가야 된다고 강조하셨다"라고 하면서 "사실 메아리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년동안 노력을 한다고 해 왔지만 북은 여전히 강고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더불어 1년 2개월 전에 우리는 대북 적대 대결을 내려놓았다. 이미 그건 청산했다"며,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평화공존 시대를 열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바늘 구멍조차 막혀 있는 상황이어서 좀 답답하다.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업무보고에서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평화공존의 출발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 마치 통일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처럼 보도가 됐는데, 그것은 좀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업무보고 전날 기자들에게 사전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이는 통일부가 끌고 갈 일은 아니고 공론화를 먼저 한 뒤 국민여론의 성숙되어야 한다"고 설명을 했는데 압축해서 보고해야 하는 업무보고 시간에 '선 공론화 후 국민여론 성숙' 언급이 빠졌다는 것.

이어 "분단사 80년 동안 최대의 사건은 6.15"라며 "2000년 6.15 이전까지 우리는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적대하고 대결하고 증오했으나 6.15를 전환점으로 하여 남과 북의 지도자가 서로 손을 맞잡고 적대와 대결을 청산했으며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했다"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주도하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성사시킨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유엔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서 체결, 6.15정상회담 과정을 복기하듯 살피며 '두개 국가'론, '평화와 통일'의 문제, '조선' 호칭 등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정동영 장관 [사진-통일부 제공]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정동영 장관 [사진-통일부 제공]

임동원  전 장관은 평화와 통일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 즉 '선 평화 후 통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이 이룩한 합의이며, 역대 민주정부 정책의 근간이었고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6.15 공동선언 합의의 핵심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는 통일이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갑자기 될 수 없으니 점진적·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이는 즉각 통일부터 하자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갖고 있던 북이 김대중 대통령의 설득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이 긴 시간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만났는데, 남북이 서로 다른 통일방안을 갖고 있어서는 제대로 될 수 없으니 통일문제에 대한 '공통 대론'을 정리해 보자고 해서 나온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또 1991년 9월 남북 유엔 동시가입 과정을 설명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주체가 존재한다는 걸 서로 인정하게 됐다"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조선' 정책을 고수하던 북이 '각각 두개의 국가로 유엔에 가입하면 분단이 고착된다'는 논리로 끝까지 반대해서 동시가입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은 결렬되었으나,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게 되었다는 것.

이후 북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과 북이 UN에 공동 가입해서 국제적으로는 각각 주권 국가이지만 '남과 북의 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로 보지 말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라는데 합의를 하고 그해 1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임 전 장관은 남북 사이의 화해와 교류협력, 불가침, 그리고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명시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지난 30년간 남북이 함께 지켜왔으나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상태의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면서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는 이미 남북은 한반도에 두개 국가를 서로 인정했으며, 정전협정이 아직 유효하니까 법적으로 교전상태라는 것도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짚었다.

또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주변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문원총리 연형묵의 서명으로 채택했으며, 6.15남북공동선언에도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이름으로 공식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 조선이라는 말을 쓰자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

임 전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 문제가 앞이 잘 안보이기도 하고 갑자기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평화공존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평화를 왜 하려고 하나. 앞으로 통일하기 위해서 평화를 먼저 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정부는 통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앞으로 '통일지향 평화공존 정책'이라고 부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오전 장관실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들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991년 12월 13일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 연형묵 이후에 정식 국호를 쓴 남북 합의서가 100개가 넘는다"라며 "문서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그렇게 써 놓고 이제 말로 좀 하자는데 왜 이렇게 겁을 내죠"라고 반문했다.

백낙청 선생은 "공식석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호칭한 것은 1991년 유엔동시가입 이후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노태우 대통령이었다"고 하면서 "서로 별명을 부르자는 것도 아니고 호적에 있는 이름 서로 불러주자는 건데 그걸 못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오만한 것이고 싸우자는 얘기 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름을 불러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조선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이름을 불러줘 봤자 그 효과가 없다"며, "나토정상회의나 G7 정상회의 같은 데 가서, 그게 다 북을 적대시하는 모임들이고 거기 있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도움이 될 분들도 아닌데 '비핵화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하면서 그걸 무슨 외교적 성과인 것처럼 하면 이북에서 볼 때는 국호 호칭을 제대로 해봤자 적대적 행위, 적대적 국가관계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감안할 것을 당부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방침을 어떻게 확정해서 어떻게 실행할지는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쓸데없이 이런 얘기 좀 그만해라는 정부의 방침이 세워졌을 때는 굳이 그렇게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 전에 해봤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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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맘 편히 눈감겠다"…이 대통령, 국가폭력 사건 첫 사과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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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8.07 20:45

  • 수정 2026.08.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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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책임 유효기간 없다"며 고개 숙여

녹화사업·삼청교육대·납북어부 등 초청

"국가가 남긴 상처, 국가가 끝까지 치유"

피해자들 대통령 사과에 눈물 흘리기도

억울한데 민사까지…배상 제도화 건의

이 대통령 "인권 존중받는 세상 만들 것"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참석자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8.7. 연합뉴스

"지나간 세월을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로 이제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납북귀환어부 사건 피해자 신평옥 씨)

이재명 대통령이 7일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며, 국가폭력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대통령이 개별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피해자들은 "오늘 새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감사를 전하는 한편, 진실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가폭력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 오찬을 가졌다. 3기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 출범을 계기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오찬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송사교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국가폭력 피해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 자리에는 '순수'와 '평화' '존중'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흰 장미가 한 송이씩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눈부신 성장과 발전의 역사이면서도 동시에 국가폭력과 인권침해로 국민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던 굴곡의 역사"라며 "한국전쟁 속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무참히 희생됐고,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사건 ▲전교조 해직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사북 사건 ▲납북귀환어부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국가가 피해자들의 간절한 물음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정리라는 해묵은 숙제를 더이상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는 없다"며 "국가가 국민에게 남긴 상처를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치유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국가가 먼저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미처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최대한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면서, "다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국가폭력이 절대로 벌어지지 않도록, 단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자도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해방 이후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께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제주4·3이나 5·18민주화운동 등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념식을 계기로 정부의 사과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개별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위로와 사과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최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참석자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8.7. 연합뉴스

1970년대 언론자유 투쟁을 벌이다 해직과 옥고를 겪은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강제 징집, 녹화·프락치 사업, 삼청교육 폭력 사태, 용공 조작, 노동 탄압, 강제 퇴직, 언론 유신화 등 독재 권력이 저지른 악행 탄압에 대해서 시한 없이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시는 이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드린다"며 "고문과 구타, 수형, 해직, 인권 탄압의 기억으로 시달려온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의 자세에 감명과 기대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송상교 진실화해위원장은 "주어진 기간에 조사 역량 강화와 직권조사 확대 등을 통해 충실한 진실 규명에 매진하겠다. 또한 피해자 유족의 숙원이자 피해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일 수 있는 피해자를 위한 배·보상법의 입법, 그리고 기록 관리나 연구 교육 등 과거사 과제를 계속 이어갈 과거사 재단 설립이 3기 위원회 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당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3기 진화위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오찬에서는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참석자들이 각자 사연과 소감을 나누고, 건의 사항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납북귀환어부 사건 피해자인 김영수 씨는 17세에 오징어잡이 배를 탔다가 납북돼 1년 만에 귀환한 뒤 모진 고문과 옥고, 보안감찰 등 억울한 피해를 겪은 사연을 전했다. 김 씨는 "부모 형제는 저를 다 외면하고 어디가 사는지 지금 알 수가 없다"며 "사찰을 너무 심하게 받다 보니까 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기초수급자로 근근이 살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진화위 2기 때 권고결정이 내려져서 재심 신청을 했는데도 1년 넘도록 소식이 없다"며 "명예를 회복하고 인간답게, '빨갱이'란 소리 듣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관식 씨는 중학생 시절 영문도 모른 채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학교 복귀 이후에도 낙인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온 사연을 전했다. 그는 "말타기, 활쏘기, 연날리기 등 좋은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어린 저로서는 들뜬 마음으로 그곳(삼청교육대)에 가게 됐는데, 도착하자마자 빨간 모자를 쓰고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대통령께서 오늘 이렇게 불러서 (위로와 사과)말씀해 주시는데 조금이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8.7. 연합뉴스

피해자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1980년 4월 전두환 신군부가 광부들의 파업을 유혈진압한 사북 사건의 피해자인 이원갑 씨(사북민주항쟁동지회 명예회장)는 소외된 광부들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진화위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2008년 1기 진화위는 사북 사건을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과 국가사과를 권고했고, 2024년 2기 진화위도 인권침해 사건으로 재결정하며 피해자 명예회복, 인권침해 재발 방지, 기념사업 지원 등을 권고한 바 있다.(☞관련기사 : 6월 29일자, 이 대통령, '사북' 국가폭력 첫 언급…국가사과 이어지나)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사건 피해자인 양창욱 씨(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 상임위원장)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활용 중인 옛 보안사령부 건물에 '국가폭력역사관'을 조성하고, 최근 해체된 방첩사령부 등이 보유한 의문사와 국가폭력 관련 기록물이 철저히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보안사 주도로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강제로 제적·휴학시켜 군대로 강제징집한 뒤, 동료 학생·단체를 감시하도록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의문사를 당했다.

1978년 동일방직노조 탄압 사건 피해자인 이총각 씨(청솔의집 위원, 사건 당시 동일방직 노동조합 지부장)는 "경제·산업 구조의 가장 아래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아직 많다. 그중에서도 여성과 청년은 가장 밑바닥에서 차별 받는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우리 사회가 국가 권력이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길 바란다" "혐오와 차별 없는 인간다운 사회가 되도록 더 애써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춘삼 동해안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와 윤병선 전교조원상회복추진위원장 등 참석자들은 국가폭력 피해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들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배상과 보상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 1960년대 사회정화 명분으로 국가기관이 주도해 일반 국민을 강제 수용·노역시킨 서산개척단 사건의 피해자 정영철 씨는 "오늘 새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묵념하고 있다. 2026.8.7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마음들이 많이 아프시고 힘드실 텐데 (이 자리가) 작은 위로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각자가 겪고 있는 그 어려움들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잘 찾아보도록 하겠다"며 "진정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그런 평화롭고 안전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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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은 위안부 할머니들 혼에 바치는 천도제"

정숙 시민기자

suk750501@hanmail.net

리포액트 시민기자 & 시민언론 민들레 1호 시민기자

< 2025 시민언론 민들레 올해의 시민기자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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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재개봉 앞둔 조정래 감독 인터뷰]

본편에 담지 못한 아시아 공동 피해 사실 담아

고통스런 연기 했던 배우들 정신과 의사 살펴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명감으로 제작

피해자들 명예회복보다 더 중요한 민생 없어

그늘 진 역사 기록하는 일 멈추지 않고 할 터

 

지난 4일 서울시 강동구 길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조정래 감독. 2026.8.4 정숙 시민기자

영화 '귀향’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확장판으로 오는 26일 다시 스크린에 내걸린다. 영화관을 단순히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잊힌 역사를 기억하는 추모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던 조정래 감독. 그는 영화가 끝난 지 10년이 흐른 지금, 단 다섯 분만 생존자로 남은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에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지난달 28일 확장판을 처음 개봉한 일본 오사카 상영회에는 약 200명가량의 관객이 찾았다. 일본 상영에 도움을 준 극단 '달오름'측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보고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일본인들이 많았고, 일본 교과서에도 전혀 위안부 얘기가 나오지 않아 역사를 모르는 일본 MZ세대도 있어서 놀라웠다고 한다. 영화 관람 후 한 현지인은 "옛날에 있었던 일이라 해도 지금도 그 상처를 계속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4일 서울시 강동구 길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재개봉을 하게 된 계기와 ‘언제까지 이 문제를 붙들고 있을거냐?’는 차가운 시선에도 다시 카메라를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영화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자 한 메시지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8월 26일 '귀향 : 언니야, 집에 가자' 확장판 재개봉 포스터.(조정래 감독 제공)

본편에 담지 못한 아시아 공동 피해 사실 담아

영화는 피해자들을 위한 천도제이자 예배

-개봉 10주년을 맞아 영화 ‘귀향’을 재개봉하는 계기는 무엇인가?

“단순히 10주년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다시 개봉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요청이 지속됐고 시간이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는 절박함과 정부를 향해 해결의 목소리를 내도록 명분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지난 10년간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셨고, 이제 남은 분은 다섯 분뿐입니다. 올해 3월 강일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대구 상영회에서 만난 이용수 할머니께서 휠체어에 앉아 제 손을 잡고 "네가 해결하라"고 하셨을 때,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할머니들께서 생전의 숙제를 제게 남겨주셨음을 통감하고 결심했습니다.”

-영화 제목 부제 '언니야, 집에 가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최초 시나리오 작성 시점부터 제목이었습니다. 촬영 전 펀딩을 받을 때 사용했던 제목이기도 한데, 10년 만에 재개봉하면서 이 제목을 전면에 내세워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영혼을 고향으로 모셔오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기존 버전보다 상영 시간이 6분 늘었다고?

“기존 본편에 미처 담지 못했던 아시아 공동의 피해 사실을 담았습니다. 중국 목단강에 있었던 당시 최대 규모의 위안소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6분 분량의 장면이 추가되었습니다. 본편에서 빠졌던 소녀의 죽음, 마지막에 나비를 보는 장면 등을 살려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넘어, 아시아 전체가 겪은 전쟁의 상처와 일본군의 조직적인 만행을 명확히 고발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피해에만 집중하는 민족주의 관점을 넘어, 당시 조선 처녀들뿐 아니라 그곳으로 강제로 끌려온 중국 여성들이 어떤 고통을 당했고, 탈출 과정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죽어갔는지를 담담히 고발합니다. 이것은 홀로코스트에 견줄 만한 국가 차원의 조직적 성폭력 시스템이었다는 점을 역사적 증거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아니라 ‘예배’를 드리거나 ‘제삿상’을 차린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하는데?

“상영회 때마다 관객분들이 제게 영화관이 아니라 ‘예배’를 드린 기분이다, 제삿상을 차린 기분이었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수천 번 본 장면임에도 매번 다시 새로운 분노와 슬픔이 밀려옵니다. 피해자들의 영혼이 아직 떠돌고 있다면 우리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아파하고 기록하는 이 순간이 곧 그분들을 위한 천도제이자 예배라고 생각합니다.”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편집 작업 중인 조정래 감독. 2026.8.4 정숙 시민기자

위안부 문제 향한 진지함 가진 16살 배우 강하나

고통스런 역할 배우들 위해 정신과 의사 상주

-'정민' 역의 강하나 배우를 캐스팅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몰입이 가능했을까?

“오사카에서 오디션을 열었는데, 수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사실 한국의 유명 배우들도 오디션을 봤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죠. 그런데 저는 망설여졌습니다. 무언가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죠. 그래서 오사카까지 가서 강하나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머니가 오사카 극단 대표이신데, 하나는 어릴 때부터 무대 언저리에서 연극을 보고 자란 친구였어요.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를 향한 그 아이의 진지함, 16살답지 않은 의지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3이었던 하나가 지금은 어엿한 배우가 되어 잘 성장한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극 중 일본군 역을 맡은 분들이 연기자가 아니였다면서?

“무엇보다 언어가 가진 '날것의 공포’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일본 거주자분들이 연기하면 그 서늘한 일상어가 더 잔인하게 들릴 거라 판단했죠. 연기 전공자들이 아니었음에도 그분들이 보여준 몰입은 기적 같았습니다. 사실 그분들은 저의 오랜 후원자들이자 조력자들이었습니다. 일본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주연 악역으로 캐스팅하는 게 도리에 맞는가 고민도 많았지만, 그분들은 "내가 저 가해자의 탈을 써야 이 문제를 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저보다 더 열정적이셨습니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실제 촬영은 45일 정도 진행되었지만, 2년 가까운 사전 준비 기간이 있었습니다. 거창, 연천의 폐쇄된 군부대, 양평 두물머리 등에서 촬영했습니다. 감독인 저부터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사실성에 집중하려 애썼습니다. 배우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가 상주하며 배우들이 정신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애쓰며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지난 7월 28일 일본 오사카 상영회에서 무대 인사하고 있다. (조정래 감독 페이스북)

 

지난 7월 28일 일본 오사카 상영회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조정래 감독, 강하나 배우. 정무성 배우(왼쪽부터). 사진 출처 조정래 감독 페이스북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명감으로 제작

피해자들 명예 회복보다 더 중요한 민생 없어

-피해 할머니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바닥소리’라는 국악 단체 활동 시절부터 나눔의 집을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익히고 매달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극 중 정민의 성인역을 맡은 손숙 배우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 심지어 흥행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명감 하나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일본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일본은 역사 교육에서 위안부 내용을 삭제하며 '망각 단계’로 가고 있고, 중국은 일본과의 경제 관계 때문에 난징학살 등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 교과서에서 관련 기록이 사라진 것이 매우 큰 문제입니다. 영화 '귀향’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쟁이 왜 참혹한지, 그중에서도 여성과 인권에 가해지는 폭력이 무엇인지 알려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서사를 쉽게 잊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일각에선 "다 지난 얘기를 아직도 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그런 냉소야말로 가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베를 위시한 극우 세력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이유는 지겨워해서 더 이상 기록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역사 공부를 입시 도구로만 보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성인이 되는 현실이 너무나 공포스럽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머나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평화적 가치를 배우길 바랍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이 위안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라는 좁은 틀 안에서 조정할 타협안이 아닙니다. UN조차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규정한 '반인륜적 범죄’이며 정파를 떠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위안부 문제를 검토하고, 한일 외교 관계에서 공식적인 의제로 다뤄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민생은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경기도지사 시절 강조했던 피해자 중심의 원칙’과 ‘12·28 합의 재검토’ 약속을 꼭 실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펀딩을 통해 만들어진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현 정부와 여당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치적 동력이 되길 희망합니다.”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특별상영회 후 관객들과 사진 활영. 사진 제공 김진영 배우

국회 상영회 장소를 마련해 준 송영길 의원과 김용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참석한 권칠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진영 배우 페이스북)

그늘진 역사 기록하는 일 멈추지 않고 할 터

함께 지켜봐 주면 우리 역사 지워지지 않아

-왜 굳이 '길고 험한 영화인’의 길을 선택했나?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할 때부터 저는 대중의 박수보다 '잊혀가는 목소리’를 듣는 데 더 관심이 많았고 세상의 모서리에 몰린 이들의 서사를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배웠습니다. 거창한 예술적 성공을 꿈꿨다면 아마 이런 주제로 수십억을 빌려가며 제작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누군가는 찍어야 했고, 아무도 안 찍으니 제가 총대를 멘 것입니다. 그저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고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영화인이 아닌 인간 조정래로서 ‘귀향’ 이후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

“영화 촬영장 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제 것이 아닙니다. 밥벌이와 주식 투자 이야기, 누구는 어느 상을 탔다는 가십 속에 살기보다 할머니들의 한 맺힌 증언집을 되새기며 다음 다큐멘터리 '애끼리’와 이옥선 할머니 기록물을 만드는 게 더 설렙니다. 영화가 흥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의 개인적 삶은 고단해졌을지 몰라도,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어 하루하루가 값집니다. 돌아가신 피해자 어르신들께서 꿈에 나타나 '왜 왔냐’고 물으시면 "이거 기록해 놓으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저의 인생 전체를 제사라는 긴 의례에 바친 것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소 2200만원으로 펀딩을 시작했지만, 사실 제대로 된 상영회와 홍보를 위해서는 1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번 재개봉은 돌아가신 피해자들에 대한 '예배’와 '제사'를 지내는 마음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큰 목소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극장에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역사 기록의 참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관람 티켓은 곧 '기억의 증언지’가 됩니다. 부디 이번 재개봉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지금 우리는 더 당당하게 이 영화를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켜봐 주시는 동안 우리 역사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유일한 희망입니다."

'귀향 : 언니야, 집에 가자' 텀블벅 후원 링크

 

 

 

정숙 시민기자 suk7505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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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스틸 대사가 ‘흑발미인’이 되지 않으려면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8.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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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는 2011년 중국계 미국인 게리 로크를 주중 미국대사로 보냈다. 중국인의 얼굴을 하고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면 미국 상품과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처음에는 검소한 모습으로 중국인의 호감을 샀지만 인권운동가 천광청의 미국대사관 피신 사건과 중국의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졌다. 그는 부임한 지 2년 반 만에 가족을 이유로 물러났다. 중국 관영매체는 떠나는 로크를 ‘황피백심(黄皮白心)의 샹자오런(香蕉人)’, 겉은 황색이지만 속은 백색인 ‘바나나 인간’이라고 조롱했다.

 

우리말로 바꾸면 ‘검은 머리 미국인’, 줄여서 ‘흑발미인’이다. 2006년 7월 25일 미국 대사 버시바우에게 전화해 자신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우고 있다”(fighting like hell)고 말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과 같은 인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예 국적을 미국으로 바꿔 한국을 공격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모스 탄, 영 김, 애니 챈, 그리고 미셸 스틸이 그들이다. 한국인의 얼굴과 이름과 언어로 한국의 주권을 흔들려는 자들이다.

▲ 지난달 30일,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30일,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미셸 스틸은 게리 로크보다 출생국과의 연결이 훨씬 직접적이다. 서울에서 박은주로 태어나 미국 정치인이 되었고, 이제 미국의 대사가 되어 돌아왔다. 상원 인준 과정에서 반대가 39표 나왔다. 역대 대사들이 개별 의원의 찬반을 기록하지 않는 만장일치나 음성표결(voice vote)로 인준된 것과 비교하면 사상 초유의 반대였다. 앤디 김, 태미 덕워스, 메이지 히로노 등 아시아계 상원의원들은 그녀의 극우성향과 분열적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녀는 한국에 도착한 날 영락교회부터 찾았다. 미군정의 비호를 받은 반공 폭력 서북청년회의의 온상이다.

스틸은 극렬한 반중 강경파에다가 대북 압박주의자다. 중국공산당을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했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에도 격렬하게 반대했다. 대만 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이 출동하면 한국군도 함께 진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대신해 대중국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미국 정치인이 그런 견해를 갖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주한 미국대사가 자신의 반중·반북 신념을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주입하려 든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만해협에 한국군이 나갈지, 한반도에서 평화협상을 추진할지 여부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벌써 방향이 드러났다. 스틸은 한국행에 앞서 워싱턴에서 쿠팡과 구글의 대표들을 만났다. 두 회사는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공정거래, 디지털 규제 등 입법주권 행사에 거칠게 반항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다. 스틸은 인준청문회에서도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했고,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투자의 재원과 집행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를 만나기도 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변하는 미국 기업들의 요구부터 들었다는 사실은 그가 어떤 임무를 우선할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물론 미국대사가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쿠팡이 한국에서 사업하는 한 미국법이 적용될 수 없고, 구글이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한국의 입법권이 멈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독점, 조세 회피와 불공정행위가 문제라면 한국 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 조사받아야 한다. 미국정부든 미국대사든 한국 국회에 법을 고치라고 압박하고, 규제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미국 기업 차별이라고 몰아가며, 관세와 안보를 협박의 지렛대로 삼는다면 그것은 한국의 주권과 법질서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 주한 미국대사였던 ‘흑발미인’ 성 김은 현대자동차 사장이 된 뒤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다시 25%로 오르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미국이 관세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전직 미국대사가 그 위협을 기정사실화해 한국의 입법을 재촉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의 강압이 한국 기업의 요구로 번역되고, 특정 기업의 이해가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적 의무처럼 포장되는 것 말이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하기도 전에 밑지고 들어가게 된다.

 

컴프라도르(comprador)라는 말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본래 서구 상사와 중국시장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하던 현지인을 가리켰다. 매판(買辦)이라고 번역한다. 컴프라도르는 서양 상인이 모르는 중국의 언어와 제도, 관행을 알았다. 서구 자본은 이들을 앞세워 시장과 이권을 적은 비용으로 장악했다. 오늘날의 컴프라도르는 외국군의 길잡이로 성문을 열 필요가 없다. 관세 위협을 전달하고, 해외투자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며, 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내법과 제도를 바꾸라고 설득하면 된다. 문제는 국적이 아니라 그런 중개 기능이다.

이 점에서 미셸 스틸은 박춘금을 떠올리게 한다. 박춘금은 조선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뒤 일본 중의원 의원이 되었고, 내선일체와 황민화, 침략전쟁에 앞장서 협력했다. 지금의 미국과 과거의 일본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또 지금의 미셸 스틸을 식민시대의 박춘금과 동일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이 동맹국을 수탈하려 혈안이 되어 있고, 출생국을 잘 안다는 사람을 이용해 상대를 더 효과적으로 압박하려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구조적 유사성은 생긴다. 비교의 목적은 배신자 낙인이 아니다. 스틸이 선을 넘는 순간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흑발미인’이라는 오명을 피하려면 스틸은 다섯 가지 선을 지켜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주권과 법률과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국회와 법원,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의 결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극우세력과의 야합을 통한 정치행위, 투자와 입법을 강요하는 내정간섭은 허용되지 않는다. 넷째, 한국의 대북정책과 대중국정책, 한국군의 작전에 자신의 이념을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한국 출생과 한국어, 종교와 인맥을 공식 외교경로 밖의 압력 통로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준칙은 첫 번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한국 정부도 미국대사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다른 모든 외국대사와 똑같은 한 나라 정부의 대표일 뿐이다. 식민 총독이 아니다. 선을 넘으면 먼저 비공개로 경고하고, 다시 넘으면 외무부로 초치(summon: 소환)해 공식 항의해야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항의 사실을 공개하고 고위급 접촉을 제한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미국 정부에 소환과 교체를 요구하고, 중대한 내정간섭이 계속되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즉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은 주재국에 기피인물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한다.

언론과 시민사회도 스틸의 발언과 행보를 꾸준히 기록하고 감시해야 한다. 내정간섭과 주권침해 언행에는 공개질의와 항의, 시위와 저항으로 선을 그어야 한다. 한미관계는 중요하지만 그래서 예속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스틸은 대한민국을 푸에르토리코와 같은 미국의 식민지로 취급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동맹은 대등한 주권국가 사이의 협력이다. 스틸은 선을 넘으면 게리 로크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흑발미인’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개 대사 나부랭이에 대해 이런 글을 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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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관련자들, 군사반란죄로는 처벌 못해... 다만"

[조성식의 통찰] 종합특검-내란특검 '군사반란 논쟁' 전말

26.08.07 07:20최종 업데이트 26.08.07 07:20

7월 20일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 김지미 특검보가 과천 특검사무실에서 수사 관련 사항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12.3 내란 관련자들을 군사반란죄로도 처벌할 수 있을까? 내란 이후 진보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쟁점이다. 지난달 초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이 불기소 방침을 밝힘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발표한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입장문 때문이다.

내란특검은 지난 4일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 등에서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12.3 내란사건이 군사반란에도 해당함에도 내란특검이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고, 수사하지 아니한 경과에 대한 문의가 있어 아래와 같이 설명드린다"며 군사반란죄 적용의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내란특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법조계에서는 '군사반란죄 적용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반란죄를 구성하는 두 요소는 '병기 휴대'와 '작당'이다. 군형법 5조(반란)에는 '작당(作黨)하여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수괴는 사형이고, 반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반란을 지휘하거나 그밖에 반란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사람과 반란 시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군형법 조항만으로 보면 언뜻 12.3 내란도 군사반란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사한 사례인 5.17 군사반란 및 내란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군 통수권자의 명령 또는 승인 아래 이뤄진 군의 민간 당국에 대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하지만 군사반란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군 통수권자의 승인 여부

핵심 쟁점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승인 여부다. 판례에 따르면 ▲ 군인이 병기를 휴대하고 작당해 군의 지휘통수체계에서 이탈해 군의 지휘통수권에 반항하거나 ▲ 군인이 병기를 휴대하고 작당해 군의 지휘통수체계에서 이탈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민간 당국에 대항하는 경우 반란죄가 성립한다. 바꿔 말하면, 어떤 행위든 군 지휘통수권에 따랐다면 반란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12.3 비상계엄에 적용하면, 군 지휘관들이 통수권자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회를 점거하거나 정치인 체포를 시도한 행위는 내란죄이지 군사반란죄는 아니다.

1980. 5. 18. 07:20경 피고인 노태우가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가택에 소총 등을 휴대한 수경사의 헌병들을 배치하여 포위, 봉쇄하고, 광주에서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하여 5. 18.경부터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증파하여 시위를 진압하고 광주시 외곽을 봉쇄한 후 광주 재진입 작전을 실시하여 도청 등을 점령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육군참모총장에 이르는, 또는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을 거쳐 육군참모총장에 이르는 군의 지휘통수계통을 따라 사전에 결재 과정을 거쳐 작성된 명령에 의하여 혹은 사전 사후에 구두로 보고하여 승인을 받은 조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각 행위는 대통령의 군통수권 또는 국방부 장관이나 육군참모총장 등의 지휘권에 반항하는 행위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위 반란의 점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 기록에 의하면, 위에서 본 행위들은 모두 당시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나 승인 혹은 묵인하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군의 지휘계통인 국방부 장관인 피고인 주영복과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인 피고인 이희성이 이 사건 내란과 반란에 참여하였다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는 반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24~25p)

그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1980년 신군부 일당의 범죄를 군사반란죄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별해 판결했다(서울고법 96노1892호). 대통령의 명령 또는 승인이 없어 군사반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행위는 두 가지다.

▲1980년 5월 17일 저녁 피고인 노태우가 피고인 전두환과 공모해 비상계엄 전국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장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수경사의 병력을 배치한 사실.

▲1980년 5월 18일 01시 45분부터 무장한 제33사단 병력이 계엄군으로 국회의사당에 배치돼 이를 점거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5월 20일 일부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한 사실.

5.17에서 군사반란죄가 성립하지 않은 4가지 행위

2025년 12월 15일 조은석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반면, 대통령,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의 명령 또는 승인(사후 승인 포함)이 있어 군사반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행위는 4가지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전후해 무장한 계엄군을 동원해 학생, 정치인, 재야인사 등을 체포한 사실.

▲5월 17일 저녁 무렵부터 5월 18일 새벽까지 전국 주요 보안 목표에 무장한 계엄군을 배치한 사실(민간 행정기관 등 봉쇄).

▲5월 18일 07시 20분 피고인 노태우가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가택에 소총 등을 휴대한 수경사의 헌병들을 배치해 포위, 봉쇄한 사실(민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감금 행위).

▲광주에서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5월 18일부터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증파해 시위를 진압하고 광주시 외곽을 봉쇄하고 광주 재진입 작전을 실시해 도청 등을 점령한 사실(민간 행정기관 점령).

내란특검이 군사반란죄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한 표면적인 이유는 언론의 문제 제기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종합특검에서 내란특검에 군사반란죄 적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내란특검은 '답변이 곤란하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보는지 특정되지 않은 데다 종합특검의 자체 판단이 무엇인지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먼저 종합특검 의견부터 밝히라는 요구였다.

종합특검이 내란특검에 의견을 구한 것은 일단 특검법에 따른 절차로 볼 수 있다. 지난달 개정된 종합특검법에 따르면, 기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처분이나 법률적 판단을 뒤집으려는 경우 사전에 해당 특검과 협의해야 한다. 여기에는 같은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종합특검이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사건 실체 규명에 혼선을 빚고 기소가 완료돼 진행 중인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종합특검은 지난 2월 출범 직후부터 주요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군사반란죄 적용을 검토해 왔다. 군 법무관 출신 김경호 변호사의 고발장이 수사 계기였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 등 9명을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그에 따라 종합특검은 피고발인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조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수사는 난항이었다. 이미 내란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의자들이 항의하면서 출석 조사를 거부해 강제력을 동원해야 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지난달 초 종합특검은 군사반란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불기소 방침을 내비쳤다. 당시 언론브리핑에서 종합특검 관계자는 "내부 논의 결과 기소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고, 기소하더라도 공소 기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가 국민 법 감정에 맞는지"

그렇다면 종합특검이 수사 종료를 앞둔 시점에 굳이 내란특검에 군사반란죄 적용에 대한 의견을 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조계 일부에서는 기존 특검 결정을 뒤집을 경우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개정 종합특검법 규정에 주목해 군사반란죄 기소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고 본다. 내란특검도 그런 의심을 품었고, 일부 언론도 그런 방향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마무리 차원에서 내란특검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서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군사반란죄 기소 가능성을 부인했다.

"내란특검과 다른 결론을 내리려고 의견을 물어본 건 아니다. 사실상 우리도 (내란특검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어서 우리 논리와 비슷한지 알고 싶었던 거다. 내란특검이 군사반란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추측은 할 수 있지만, 그와 관련된 공식 문서는 없다.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자는 생각에 확인 절차를 밟은 것이다."

종합특검도 대법원 판례를 충분히 검토했다고 한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판례에 따르면 군 통수권자와 함께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란죄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도 반란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그 판단은 우리도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란특검과의 시각 차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내란특검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가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군 통수권은 행정권의 일부인데 통수권자와 함께하면 민간 기관을 침탈해도 군사반란이 아니라는 판단이 과연 국민 법 감정에 맞는지. 군형법에도 병기를 들고 작당하면 반란이라고 규정돼 있을 뿐, 군 통수권 언급은 없다.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대법원 판례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 판례를 바꾸자고 반란죄로 기소하는 건 우리 역량을 벗어난 일이고 수사 절차상으로도 무리다."

실효성 없는 기소

2월 25일 권창영 2차 종합특검팀 특별검사가 경기도 과천시 2차 종합특검팀 사무실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정민

대법원 판례도 걸림돌이지만, 법리 문제도 있다. 형사재판에는 상상적 경합과 실체적 경합이라는 두 가지 처벌 방식이 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에 여러 죄가 적용되는지를, 실체적 경합은 2개 이상의 행위가 각각 별개 범죄로 성립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상상적 경합에서는 그중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하고, 실체적 경합에서는 가중하거나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한다.

12.3 내란에 내란죄와 군사반란죄를 동시에 적용한다면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 법률 적용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란죄나 반란죄 둘 중 하나만 인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관련자들이 이미 내란죄로 기소된 만큼 종합특검이 반란죄로 기소해도 공소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종합특검 측도 기소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반란죄가 되든 안 되든, 내란죄와 상상적 경합으로 봐야 하기에 공소제기 자체가 힘들고, 기소를 해도 재판부가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종합특검 내부에서는 "5.17 내란의 경우 검찰이 상상적 경합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거지, 실체적 경합으로 기소했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었다"는 반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특검도 수사 초기 제3자의 고발장을 토대로 군사반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내란죄와 군사반란죄가 상상적 경합이라는 점과 5.17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 각하 처분했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수사력 낭비가 아니냐"라는 지적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기존 판례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별도 팀을 운용한 것도 아니기에 낭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종합특검 측은 구체적 사유를 요구하는 내란특검 측에 추가 의견과 함께 고발장 등 참고 자료를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반란죄 #종합특검 #내란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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