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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

비상행동, 광화문서 ‘16차 범시민대행진’...27일 ‘국민총파업’ 예고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3.22 22:16
  •  
  •  수정 2025.03.22 23:14
  •  
  •  댓글 0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로 모이는 시민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로 모이는 시민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내란수괴 파면 선고 미루는 헌재를 규탄한다!”
“헌재는 지금 당장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을 파면하자!”

22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또다시 ‘윤석열 즉시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16차 범시민대행진’을 주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00만 시민”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의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의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채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기일부터 잡은 헌법재판소의 처사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덕수가 (내란) 주범인가? 윤석열이 주범이고 한덕수는 종범 아닌가? 주범에 대한 심판을 제쳐놓고 대신 종범에 대한 심판부터 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웃기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이 한덕수 선고를 먼저 하라고 했을 때 ‘말도 안되는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현실화되는 걸 보니 이건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 소원 수리나 해주는 기관이냐?”

그는 “이제 헌재가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관으로 남느냐 주권자와 국민의 신망을 배반하면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첨병이 되느냐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주권자들이 밀착 감시하자”고 호소했다.

“실로 엄중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부터는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주실 것”과 “투쟁의 거점인 광화문 농성투쟁을 더욱 확대강화시킬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오는 25일에는 전봉준투쟁단이 트랙터를 몰고 광화문으로 진격할 예정이다. 26일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집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결의대회가 열린다. 27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박 의장은 “27일은 국민총파업, 전국시민 총파업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혼자 나오지 말고 가족과 친지들에 연락하여 함께 손잡고 나오시라”며, “주권자 국민들이 떨쳐 일어나 윤석열 일당이 일으킨 ‘법비의 난’을 진압하고 기필코 민주주의가 꽃피고 사회대개혁이 실현되는 찬란한 봄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호소했다. 

코토바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코토바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성혜림(대학생), 임재성(변호사), 지우, 박승하(시민) 발언과 소리꾼 오단해와 코토바의 공연이 이어졌다. 

“나라가 완전히 망하게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오늘은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민주당 도보행진 10일차”라고 말했다. 

“저는 3일이나 4일쯤 하면 끝날 줄 알았으나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렸다. 윤석열탄핵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약속, 선입선출 원칙도 어겼다. 탄핵심판이 시작된지 100일이 지나도록 내란 수괴 파면은 감감무소식이다.”

전현희 의원.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현희 의원.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 의원은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더 중요일 일이 있는가”라고 물은 뒤 “나라를 구하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완전히 망하게 생겼다”고 질타했다. 

“헌재는 더 이상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생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온 우리 국민들,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헌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아직도 윤석열 파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지금 신중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의 파면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파면 선고는 우리 민주주의의 최소 합의선을 긋는 일인데 헌법재판소가 그 선을 긋지 않고 있으니 반헌법세력이 점점 더 힘을 키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며, “하루빨리 헌재는 파면 선고를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비상행동 김민문정 공동의장은 “어제 공동의장단은 14일간의 단식농성을 중단했다.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저희 공동의장단은 12·3계엄 이후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등불 같았던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이제는 정말 꺼질지도 모르는 비상상황에서 새로운 투쟁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거점을 지키고 버티는 투쟁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윤석열 파면 염원을 모아내는 전면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손미희 공동대표 등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손미희 공동대표 등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2차 단식단’을 대표하여 손미희 우리학교시민모임 공동대표,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권종탁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조원호 서울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 정해랑 전국비상시국회의 집행위원장,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대표,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제 마지막 싸움 입니다.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주권자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모든 내란세력을 해체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와 평등, 생존권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갑시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중가수연합, DJ 호도리의 공연으로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안국동사거리, 종로3가를 거쳐 광화문 동십자각으로 돌아오는 행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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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풀어주더니 김성훈 영장도 기각…판사 맘대로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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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3.22 01:15

  • 수정 2025.03.22 02:24

  • 댓글 2

증거 인멸 없다는 황당한 판단…시민들 또 충격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전국에 실시간 생중계돼

윤석열 관저 복귀 뒤 경호처 직원 부당 징계까지

김성훈,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 정황도 뚜렷한데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 없다면서 어이없는 결정

분노한 시민들 주말 집회 또다시 쏟아져 나올 듯

야 5당도 대응 수위 높여…최상목 탄핵안 발의

"윤석열 파면 선고 다가올수록 강도 높아질 것"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이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5.3.21. 연합뉴스

주말 앞두고 기어이 김성훈 구속영장 기각

법원이 21일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했다. 윤석열 체포를 방해한 명백한 범죄 행위가 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되고, 보안폰(비화폰) 서버기록 원격 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까지 드러났음에도 법원이 기어이 이들을 풀어준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가 계속해서 늦춰지면서 12·3 내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또다시 경호처 간부들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앞두고 비상식적인 처분이 나온 만큼 22일 주말 집회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더욱 거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전국 110만명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대규모 인파 운집이 전망된다.

서울서부지법 허준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다고 판단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허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투어 볼 여지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증거 수집 정도나 수사 경과 등에 비춰봤을 때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3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1차 체포 작전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을 받는다. 또 체포 저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호처 간부를 부당하게 인사조치하거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도 있다. 각각의 혐의에 대한 증거들도 언론보도를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 병력이 사다리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김 차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그의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김건희 씨와 김 차장의 텔레그램 내용 캡처본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는 김건희 씨가 "V(윤 대통령)가 염려한다" "특검법 때문에 영장 집행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고 보내자, 김 차장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압수영장이니 체포영장이니 다 막겠습니다"고 답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텔레그램 내용을 분석하면 김 차장 등 '친윤파' 경호처 간부들이 대통령 부부 경호를 위해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충성 맹세'를 통해 대통령 부부와 경호처 간부들이 불법적인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도 이미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어이없는 '구속취소' 결정에 관저로 복귀하면서 경호처 직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최근 윤 대통령 체포 저지 지시에 반대했던 경호3부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경호3부장 쯕은 "'찍어내기' 징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자신의 징계 이유였던 기밀유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22일 윤석열 내란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한 경호3부장은 기밀유출 등을 이유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김 차장 등이 같이 출석하면서 제대로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호처는 징계위를 열어 해임 처분했다. 기밀유출은 이들이 징계하기 위해 억지로 꿰어 맞춘 이유일 뿐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증거 인멸은 경호처가 작성한 문서로도 확인된다. 국회 상임위원회 속기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앞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보안폰 보안성 강화방안 검토 결과'라는 경호처 문건을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다. 비화폰이라고 불리는 보안폰은 윤 대통령과 고위 군·경 관계자가 12·3 내란 당시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2일 작성된 경호처 문건엔 문건 작성 닷새 전인 12월 7일 김 차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단말기 내 데이터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를 인멸했다는 결정적 증거다. 해당 지시를 검토한 직원들 기록에 따르면 비화폰은 원격으로 서버에서 로그아웃하면 통화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4 . 연합뉴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투어 볼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했지만, 각각의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인다. 특히 핵심 증거인 비화폰과 관련해 증거인멸 우려는 뚜렷하다. 경찰은 이미 검찰이 수사 보완 등을 이유로 3차례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4번째 구속영장마저 법원이 기각하면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등 관련 수사도 한동안 어려워질 전망이다. 극우 세력의 반발이 거센 만큼 경찰로서도 5번째 구속영장 신청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만든 데에는 검찰이 한몫했다. 이날 심사에는 경찰 수사팀만 참여했고, 검찰에선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영장 심사에 불참한 것은 일종의 보이콧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으로서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이날 밤 낸 입장문에서 검찰의 심사 불참에 대해 "영장을 반복적으로 반려해 수사를 방해하는 것을 넘어, 검사로서의 직무를 포기하기까지 한 것"이라며 "그런 검찰에 동조해 법원은 내란수괴를 풀어주더니 이제는 필요한 최소한의 수사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상행동은 그러면서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에 의한 체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비화폰 서버 원격 삭제, 무기사용 지시 등 혐의가 있는 이들을 풀어주는 것이 과연 사회정의인가. 이들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한 직원들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이 정말 타당한가. 이들의 지속적인 증거인멸에 대해 검찰과 법원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반복하는 법원과 이 사태를 초래한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내란수괴를 풀어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이 시급하다. 또한 작금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파면 결정이 시급하다"며 "헌법재판소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18일 오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관들과 이동하고 있다. 2025.1.18. 연합뉴스

윤석열 파면 다가올수록 투쟁 거세질 듯

당초 이번 주 후반에 예상됐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가 또다시 미뤄지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만 선고일이 잡히면서 내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헌재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결과까지 모두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극우 세력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들만 반영되는 양상이다.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절차적으로 문제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이날 또다시 법원이 김 차장 등을 풀어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 피로감 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만큼 이번 주말 역시 상당한 인파가 거리에 몰려나와 총력 투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와 함께 단식 투쟁까지 나서고 있는 야당은 이미 주말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대응 강도를 한층 높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마 후보자를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탄핵소추 사유다. 12·3 내란 당시 지시 문건을 받는 등 내란 공범 혐의가 있다는 점,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임명을 의뢰하지 않은 점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재 판단을 행정부가 대놓고 무시하고, 헌재를 능멸하고 있는 행위를 국회가 바로잡기 위해 탄핵안을 제출하는 것"이라며 "헌재 판결 능멸은 헌법 질서 능멸이고 대한민국 자체에 대한 존재의 부정이자 능멸"이라고 말했다. 최 대행의 직무가 정지되면 '경제 사령탑 마비'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자초한 사람이 최 권한대행"이라며 "제일 중요한 건 법원 판결을 무시하며 어떤 독재자도 하지 않은 짓을 해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국회가 다른 것을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최 대행의 헌정질서 문란 행위를 국회가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3.21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최 대행의 탄핵안 발의와 관련해 '줄탄핵'에 대한 피로감을 언급하고, 국회의장도 최 대행 탄핵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신중론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5당은 윤석열 파면이라는 마지막 고개를 총공세로 뚫어낼 방침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입장을 굳혔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최 대행을 향해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 조심하길 바란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당의 압박은 점점 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최 대행의 탄핵과 관련, "야당이 대응 강도를 높여야만 하는 국면"이라며 "윤석열 파면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대응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말에도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도심에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안국역 1번 출구)에서는 오후 3시부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32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오후 5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이 개최된다. 비상행동은 '100만을 넘어 200만이다!'라는 구호로 전국 동시다발 총궐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주 범시민대행진에는 서울 100만 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10만 명이 참가했다. 이번 주 집회에는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시민이 운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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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심판 지연에 시민들 분노… 광화문 광장서 3차 긴급집중행동 전개

기자명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5.03.21 23:07
  •  
  •  댓글 0
 
 

"윤석열 파면만이 답"… 농민·청년·시민단체 하나된 목소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
"전쟁 위기까지… 윤석열 정권의 망상에 맞서자"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촉구하며… 시민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 21일 오후 7시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 열세번째 날에 모인 10만여명의 참가자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 21일 오후 7시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 열세번째 날에 모인 10만여명의 참가자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내란 동조자들이 진을 치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또다시 지연되며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국회의원이 얼굴에 계란을 맞거나 극우 세력에 의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긴장이 극에 달했다.

이에 시민단체 '비상행동'은 21일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제3차 긴급집중행동을 전개하며 투쟁을 확대하기로 했다.

"윤석열 파면만이 답"… 농민·청년·시민단체 하나된 목소리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합 권혁주 사무총장은 "법원과 검찰, 법기술자들을 등에 업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탈옥하고,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바라는 파면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제 농민들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번 주니 다음 주니, 인용이니 기각이니 하는 무의미한 말잔치는 우리 몫이 아니다. 이 답답한 정세를 돌파할 굳센 투쟁만이 우리의 몫이자 역사와 민중이 내린 천명"이라며 "농번기임에도 다음 주 전봉준투쟁단이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진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홍익대학교 재학생 강태성 씨는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를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지난 3개월간 추운 겨울을 무릅쓰고 광장에 나온 대학생들을 통해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에는 대학생 1만 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번 주에는 안국역까지 삼보일배를 했다"며 "내란 세력에게 피로 이룬 민주주의를 내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4.19와 5.18에서처럼 수많은 청춘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이 사건의 끝을 맺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

'수달'이라는 별명으로 참여한 한 청년 여성은 "행진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깃발 파도와 민중가요도 감동적이지만, 퇴근 후 수영하고 동네 산책할 수 있는 일상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그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프로 집회러로 함께 살아내겠다"며 "서로 격려하고 다정하게 인사하면서 광장에 모인 우리의 결속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윤석열 대통령은 무능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기까지 해 화가 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잃었는데, 이 비극이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과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냐"며 "윤석열 정권이 무고한 생명을 짓밟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당시 '저런 어른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정권만 바뀌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이제는 주권자로서 이들을 끌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쟁 위기까지… 윤석열 정권의 망상에 맞서자"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 전지예 씨는 "우리는 지금 전쟁, 폭동, 테러,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내란 세력들이 활개치는 경악스러운 시국을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전쟁을 통해 장기 집권하려는 전쟁 세력"이라며 "군대를 동원해 전쟁을 일으키려 했던 음모가 이미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전 씨는 "윤석열 정권이 아파치 헬기를 북방한계선을 따라 비행시키고, 북한이 들을 수 있도록 '적을 타격하라'는 무전을 노출했으며, 시신을 임시 보관할 영현백을 3천 개나 구매했다"며 "이 모든 것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들이 거대한 항쟁으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촉구하며… 시민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연되며 사회적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 청년,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계층이 하나로 뭉쳐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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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금도 '복수'의 칼을 갈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을 것이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3/22 09:47
  • 수정일
    2025/03/22 09:4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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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열 칼럼] 광기에 휩싸인 리어왕의 최후

탄핵 심판을 앞둔 윤석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그는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고 답하겠다.

 

"총 쏠 수 없나?" 자신을 체포하러 온 공권력을 향해 '기꺼이 반란군이 되거라'고 명령하며 경호원을 사병처럼 부리던 윤석열이 감옥에서 나온 후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공화국에 반기를 들라는 명을 거부한 경호처 간부 자르기였다. 일시적 자유를 획득하자마자 복수에 나선 것이다. 섬뜩한 일이지만, 윤석열은 그런 사람이다.

 

윤석열 정부는 분노와 냉소를 달고 우연에 의해 태어났다. 공화국의 왕은 항상 화가 나 있었다. 스스로 불러온 화를 주체하지 못해 결국 체제를 부숴버리기로 결심했다. 손바닥에 임금 王자를 새긴 그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파괴의 신이 되어 스스로 계엄을 내리고 세상 모든 걸 '無'로 환원해 순수한 진공상태를 만들려는 꿈을 꿨다. 하지만 그가 잊고 있었던 건 그가 두 다리로 지상에 몸을 지탱하고 있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는 사실. 인간이 신의 흉내를 내면 우스꽝스러워진다.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붙여 태양에 도달하려 했지만 결국 추락했다.

 

 

윤석열은 대중의 분노 위에 올라타 대통령이 된 자다. 그는 '비전'형 정치인도 아니고, '구원'형 정치인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적개심을 보이는 세력이 가진 '원형의 분노'에 주목했고, "무식한 3류 바보들"과 "버르장머리 없는 이재명 민주당 썩은 패거리들"에 복수를 다짐하며 "대선도 필요없다.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가라"고 일갈했다.

 

이 증오의 구호는 윤석열을 대통령의 자리에 가까스로 앉힐 수 있었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진 못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하는 거 보면은"이라며 복수를 다짐했으나, 이 말은 윤석열의 미래를 예언한 명언으로 박제되고 만다.

 

 

한때 윤석열을 도왔던 한 인사는 윤석열을 평가하며 "보수의 차도살인(남의 칼을 빌려 적을 친다)"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윤석열 정치는 '격노의 정치', '복수의 정치', 그리고 '자해의 정치'였다. 이 셋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순환 구조를 이루며 인과 관계를 만들어 낸다. 반면교사로 삼기에도 부족한 이 유아기적 본능의 정치가 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쳐 왔다는 사실은 숱한 사례로 증명된다.

 

윤석열은 수시로 격노했고, 그 격노는 대개 복수로 이어졌다. 민망하도록 좀스러운 권력의 사적 유용이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를 집요하게 쫓아냈고, 용산 구중궁궐엔 여권 정치인과 김건희의 '악연'과 관련된 고약한 소문들이 나돌았다. 숨진 해병대원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격노'한 그는 자신의 명을 어긴 박정훈 대령을 '항명 수괴'로 몰았고, '바이든-날리면'을 보도한 MBC 기자는 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것으로 보복을 완성했다.

 

복수 정치의 최종 단계는 비상 계엄 선포라는 '자해 정치'로 귀결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따르면 체포 리스트에 오른 14명은 윤석열이 평소 부정적으로 평가한 인물들이었고, 윤석열은 군 수뇌부 앞에서 그 싫어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체포 대상에 한동훈이 올라와 있는 건 특히 충격이었다. 윤석열 부부의 복수심 앞에서 30년지기의 인간적 인연은 사치일 뿐이다. 한 군 간부는 검사가 '야권의 한동훈 암살 주장이 현실성 있나'라고 묻자 "만약 문상호 사령관이 '한동훈 사살'을 명령했다면 HID 부대원들은 그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정희, 전두환도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싫어하는 정치인을 체포해 수거하라는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윤석열의 복수심은 박정희와 전두환마저 능멸하는 수준이다.

 

내란죄 혐의를 받고 구속된 와중에도, 윤석열 부부는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근신하고 있을 줄 알았던 윤석열의 '분신' 김건희는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고 말했다. 윤석열 부부에게 지금 가장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신문조차 그들의 눈에는 '복수'의 대상일 뿐이다.

 

김건희는 윤석열 체포를 앞두고 경호처 직원들 앞에서 "총을 갖고 다니면 뭐하냐. 그런 걸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말을 뱉었다고 한다. 깜짝 놀란 경호처 직원이 이 말을 상관에게 보고한 내용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만약 총을 쐈다면 그건 반역이자 살인이다. 어쩜 이런 끔찍한 말들이 그렇게 함부로 튀어나오는가.

 

지난 8일 윤석열이 석방된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윤석열 2차 체포 영장 집행 때 간부회의에서 '영장 집행을 막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고 반대한 간부를 해임한 것은 그들이 '복수'에 진심이라는 걸 방증해 준다. 해임은 공직자에게 '사형 선고'다.

 

이 모든 정황은 윤석열 탄핵이 기각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게 해 준다. 그들에게 '회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윤석열은 자신을 비판하고 홀대하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모든 이들을 향해 보복을 기도할 것이다. 그는 지금도 '복수'를 상상하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체포 수거 리스트를 마음 속으로 하나하나 꼽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초라한 인간의 말로가 어떤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지금 광야를 헤매는 리어왕이다. 왕좌를 스스로 던진 리어의 심리는 윤석열의 그것과 닮아 있다. 리어는 모두가 자신을 왕으로 여겨주고 대접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리어는 자신의 손발이 되어 아첨을 가장 많이 해 왔던 두 딸 리건과 고네릴(검찰)이 자신에게 등을 돌릴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리어는 불현듯 현실을 깨닿는다. 더 이상 사람들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그리고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격노에 빠져든다. 그것은 광기다. 상상 속에서 복수를 상상하는 리어는 "붉게 타는 쇠꼬챙이를 든 악마 1000명이 휙휙 날아서 그것들을 덮쳤으면!"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부질없는 분노다. "총을 들면 뭐하냐",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말처럼.

 

리어왕의 최후는 그나마 교훈적이다. 스스로 불러온 광기 속에서 헤매다 제정신이 든 그는 권력도 복수도 승리도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리어는 말한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자 감옥으로 가자꾸나."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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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날 군용차 막은 여성의 이야기...WP보도에 안 나온 것

"'광장에 선 여자'가 디폴트값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질문은 '왜 여자는 광장에 서는가'를 넘어서 '왜 여자는 정치적인가'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책 <다시 만날 세계에서> 중) 책임지지 못할 저런 말을 써놓고, 자주 저 뜻을 머릿속으로 굴려 봤다. 세상이 광장에 나온 2030 여자들에 놀라고 기특해할 때, 나는 '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세상이 몰랐던(혹은 자주 잊었던), 이 '정치적인' 여자들의 기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광장을 바꾼 여자들을 만나 들은 말들을 싣는다.[기자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강대교남단에서 지난해 12월 4일 국회 방향으로 가는 군용차를 막았던 김다인씨가 당시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 이슬기

<워싱턴포스트(WP)>가 찍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이분 꼭 찾아주십시오"라며 올린 영상. 지난해 12월 4일 새벽 2시쯤,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국회 방향으로 가는 군용차를 시민들이 막아섰다. 차를 막아선 최초의 시민인 검은색 패딩의 김동현(35) 씨가 차와 일대일로 대치하자, 어디선가 카키색 패딩 차림의 여성이 바람같이 달려와 이에 동참했다. 곧 2명의 시민이 더 합세해 함께 차를 밀었다. 그날 여의도행을 '움찔움찔'하며 고민하다 결국 집에 꼬박 있었던 나는, 계엄 시국에 국회로 뛰쳐나가 군용차 앞을 막아서는 마음을 곰곰 생각해 봤다. 어떤 마음이면 그럴 수 있을까.

지난 19일, 영상 속 '카키색 패딩' 김다인(25)씨를 만났다. 그가 군용차를 온몸으로 막던 바로 그 서강대교 남단의 카페에서. 다인씨는 계엄의 날 이후 처음 언론 앞에 섰다. 그는 사이버대에서 상담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카페 알바를 하는 2000년생 바리스타다.

"저한테 '무섭진 않으셨어요', '두렵진 않으셨어요' 이렇게들 물어보셨는데 사실 그때 너무 화가 나 있어서 그 (차에 탄) 군인을 그냥 빤히 볼 수밖에 없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 마음밖에 없었어요."

계엄의 밤… "모든 군용차를 못 가게 막고 싶었다"

지난해 12월 4일 국회 방향으로 가는 군용차를 막아선 김다인씨(왼쪽 두 번째 카키색 패딩) ⓒ 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캡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강대교남단에서 지난해 12월 4일 국회 방향으로 가는 군용차를 막았던 김다인씨가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이슬기

계엄의 밤, 다인씨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집에서 LMG어학원의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밤 10시 반, 친척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모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올라왔다. '계엄이래.'

"처음엔 '설마, 잘못 봤겠지' 싶었어요. 그러다가 뉴스도 찾아보고 막 뒤져보니까 난리도 아닌 거예요. 그때부터 수업이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어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이랑 귀가 작동하질 않고 일종의 붕괴 상태였던 거 같아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인씨는 방을 뛰쳐나갔다.

"너무 감정이 북받치는 거예요. 엄마한테 '나 (대학) 편입하려고 그랬는데, 나 이제 공부 좀 해보려고 그랬는데 학교 문 다 닫게 생겨서 어떡하냐'고… '내가 윤석열 뽑힐 때부터 알아봤다!' 이러면서 그때 감정이 되게 격양돼 있었어요."

우는 다인씨를 엄마가 진정시켰다. 회식에 갔던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자정쯤 세 가족이 함께 국회에 갈 채비를 했다. 운전대는 한 달 전 면허를 딴 다인씨가 쥐었다. 첫 장거리 운전이었다.

"아빠가 술을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나 이제 동네는 좀 다닐 수 있어' 하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엄마가 '너 차 빨리 몰아. 지금은 차 별로 없을 거야'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길을 잘 모르는데 서울을 관통해서 차를 몰고 온 거죠. 그래서 저는 계엄인 상황에서도 너무 뿌듯하다… (웃음)"

어딘가로 진군하는 검은 군인들과 맞닥뜨리기를 여러 번, 곡절 끝 국회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1시를 넘어섰다. 누가 봐도 급히 튀어나온 흔적이 역력한, 때로는 담요 바람인 사람들 사이로 세 가족도 국회 앞을 지켰다. 그날은 '한국인의 피가 끓는' 다인씨가, 생전 처음 겪는 '눈이 도는'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경찰들이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밀자!"고 말하는 다인씨를 엄마가 "조용히 해"하며 다독였다. 현대카드 건물 앞에서 군용차량들이 슬슬 철수를 준비하자 "어딜 가!"를 외치며 차를 에워싸는 성난 시민들 사이, 다인씨도 있었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들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는데 어디선가 아빠가 나타났다.

"아빠가 제 뒷목을 잡고 저를 무 뽑듯이 뽑아서 끌고 갔어요. '다인아, 운전해서 집에 갈 거니까 정신을 잘 차려야지'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표결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친 다인씨네 가족들이 국회 담벼락을 따라 차를 세워둔 여의도순복음교회 쪽으로 걸어가던 때였다. 여의도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군용차가 돌연 서강대교남단에서 우회해 다시 국회 방향으로 들어왔다. 이를 김동현씨가 맨몸으로 막아섰고, 가장 가까운 데 있던 사람이 다인씨였다.

"동현님이 너무 '혼자' 있었고, 제가 가장 가까운 데 있기도 했지만, 그냥 모든 차를 못 가게 막고 싶은 감정이 제일 컸어요. 여기서 지금 빨리 진상을 조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차는 '부릉'하는 엔진 소리를 내며 출발하겠다는 모종의 위협도 했지만, 꽉 붙들기 위해 차 범퍼의 구조물을 팔로 감싸 안았다. WP가 촬영한 영상에는 군인들을 향한 욕설로 추정되는 여러 고성이 '삐' 처리된 가운데, "김다인, 나와. 빨리 가자" 하는 엄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렸을 때, 동네 놀이터에서 천방지축으로 놀 때 엄마가 '밥 먹자'며 부르는 소리와 흡사 톤은 비슷한데, 훨씬 결기에 찬 목소리다.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야, 공포가 들이닥쳤다.

"며칠 지나고 (계엄군이) 사람들 죽이려고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어제도 (시신 수송) 가방을 수천 개 주문했다 이런 기사를 보니까 '뭐지, 내가 좀 겁이 없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그렇게까지 무섭거나 앞날이 걱정되기보다는 그냥 '죽기보다 더하겠나' 하는 심정이었어요."

계엄의 무게를 아는데, 어떻게 안 가요

서울 출생의 다인씨는 10살 때부터 12년가량을 강원도의 한 대안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래서 다인씨는 스스로를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공교육을 받은 2030 여성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라 어딘가 소속되지 않고 떠도는 사람. 그랬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었던 사람"이라 소개한다. 최근까지 대학 편입 시험을 준비했지만, '네모판' 안에 '나'를 끼워 맞추는 삶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어제' 캐나다행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다.

계엄을 겪지 않은 2000년생 다인씨가 '계엄'이라는 말에 그만큼 즉각적으로 반응한 데는 대안학교에서 배운 진보적 가치의 덕도 컸다. 그러나 거기에 앞서 가족들의 영향이 컸다. "할머니‧할아버지,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아빠가 민주화운동을 하셨어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지만, 저는 엄마를 가장 가까이 봤으니까…" 라고 했다.

다인씨가 호명한 '할아버지'는 이해학(80) 성남주민교회 원로 목사다. 이 목사는 경기 성남에서 민주화 투쟁과 빈민 운동을 이끌며 73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주민교회를 개척했다. 1974년 1월 8일 박정희 유신 정권에 의해 긴급조치 1호가 선포될 당시 반대 투쟁의 주역으로 징역 15년에 처해졌다가, 39년 만의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인씨는 할아버지의 감옥살이로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이번에 그 차를 막은 걸 보고 할아버지가 '내 손녀 맞다. 너는 외가의 딸이 맞다' 이러시고, 할머니도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2001년 이해학 성남주민교회 원로목사(가운데)는 서울시의 박정희 기념관 부지 제공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앞의 유모차가 당시 1살이던 다인씨. ⓒ 김다인

2003년 광주 5.18 국립묘지에 있는 고 김종태 열사의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여한 3살 김다인씨. (왼쪽) ⓒ 김다인

아마도 다인씨의 인생 첫 집회였을 경험도, 할아버지와 함께였다. 2001년 이 목사가 서울시의 박정희 기념관 부지 제공에 반발해 집회를 이어갈 때, 피켓을 든 할아버지 앞 유모차에 앉은 아기가 다인씨였다. 어려서부터 5‧18 광주 묘역도 자주 찾았다. 주민교회 신도로 1980년 6월 9일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5‧18의 진실을 알리며 분신한 고 김종태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저는 세 살 때라 잘 모르는데 분위기가 굉장히 엄숙하고… 사람들이 막 웃다가 어떤 이야기를 기점으로 모든 사람이 울기 시작하는 그게 되게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묘역 앞에서 오열하는 열사의 어머니 뒤로, 영문 모르고 선 어린 다인의 옷 위에 그려진 성조기에는 엄마가 매직으로 적은 'NO WAR'가 선명하다.

가장 급한 불은 '페미니즘'

다인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미국산 소고기 반대 집회, 용산 참사 추모, 4대강 반대 집회, 세월호 진상 규명 집회와 학생 인권에 관한 집회 등에 나가는 '정치적인' 학생이었다. 선거 유세에 참여해 '빨갱이지?' 하는 소리를 면전에서 들은 기억도 있다. 그런 다인씨에게, 현시점 가장 급한 불은 '페미니즘'이다.

강남역 살인사건(2016년)과 혜화역 시위(2018년) 당시는 직접 관련 집회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뉴스와 책으로 접하며, 친구들과 자주 대화했다.

"그런 의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같은 성별(여성)이고요. 원래 겁이 많은데, 강남역 살인사건 있고 나서는 '나도 그렇게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라는 마음 때문에도 불안이 더 많아졌어요. 저녁에 다니는 것도 무서워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은, 다인씨에게는 믿을 수 없는 뉴스였다. 별다른 논리 구조도 없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리는 표심, 그 표심이 또래 집단에서 성별에 따라 큰 차이로 드러나는 현실이 당혹스러웠다.

"윤석열이 하는 말이 다 어이가 없었는데, 그 사람이 당선이 된 거예요. 그날 제가 코로나에 걸려 있었거든요. 너무 아픈데… 막 이렇게 옆으로 눈물이 진짜 나더라고요. 그 사람이 당선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20대 남성과 여성 득표율이 그렇게 차이가 난다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20대 대선 당시 출구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남성 58.7%, 20대 여성 33.8%로 정반대의 성향을 보였다)."

계엄 이후 열린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에는 10회 이상 참가했다. 다인씨에게 집회란 "너무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집회를 빌미로 만났거든요. 같이 가서 놀기도 너무 좋고요. 계엄 이전에는 정치 얘기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감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자유롭게 할 수 있고요."

매주 주말은 집회 참석이 '디폴트'이기 때문에, 모든 일정은 집회에 맞춰 꾸린다.

"클럽에 가고 싶은데 집회에도 가야 하니까… 친구들이랑 광화문 집회 갔다가 이태원 클럽에도 갔어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빠와 함께한 깃발 행진이다.

"제가 아빠에게 집회 투어를 시켜주면서 깃발 행진하고, 막걸리 딱 마시고 집으로 왔어요."

"이번 광장은 제 바운더리였어요"

12.3 내란 사태 당시 군용차를 막아선 여성 김다인씨. ⓒ 이슬기

다인씨에게 2030 여성들이 만들어 가는 광장과, 광장 이후에 대해 물었다.

- 2030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광장에 많았고, 집회 문화도 바꿨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문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불편한 걸 많이 얘기하는 사람한테는 '그럼 네가 얘기해 봐' 이렇게 하게 되잖아요. 여성한테 너무 많은 의제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민족의 명절처럼 다 모인 것 같아요. 계속 크고 작은 의제들이 이어져 와서 여성들 마음 속에는 항상 마음의 짐처럼 '나는 저기 못 갔는데', '난 여기까지 못했는데' 하는 것들이 하나씩 있었는데 내란 국면을 계기로 하나로 모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광장 이후의 정치'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세요.

"광장에서 이루어졌던 문화들이 똑같이 정치에서 이루어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불편감이 있고, 이런 의제들을 해결해 주세요' 했을 때 정치인들도 광장에서는 순순히 따라줬다고 보거든요. 시민들도 그걸 이해하고 수용하는 게 굉장히 빨랐고요. 광장에서 김건희씨에 대해서 여성 혐오적인 발언이 나왔을 때, 페미니스트들이 '그런 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들이 수용이 되잖아요. 그게 문화를 바꾸는 거고 그게 곧 법을 바꾸는 거 아닐까… 그런 식으로 이해를 모두가 조금씩 한다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어렸을 때부터 줄곧 광장에 있었잖아요. 김다인에게 광장이란 무엇인가요.

"옛날에 나갔을 때랑 지금이랑 좀 다르다고 느껴졌는데요. 박근혜 탄핵 시기까지는 광장에 나가는 게 엄마‧아빠의 영향이 컸어요. 나가면 꼭 한 명쯤은 엄마‧아빠의 친구나 지인을 만나서 엄마‧아빠의 '바운더리(구역)'에 속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이번 광장은 제 '바운더리'였어요. 그게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광장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거? 정치적으로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걸 내가 진짜 이해를 하고 활동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계엄 날 국회에서는 화가 났고, 이후 집회에서는 줄곧 감동을 받았던 다인씨는 인터뷰 도중 자주 웃다가 울다가 했다. '바운더리'라는 얘길 하면서는 자신도 모를 눈물을 흘렸는데, 나는 정확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 광장의 주역인 다인씨가 부모님을 자신의 '바운더리'로 초대한 것이 2024년과 2025년의 광장이기 때문이다. 여름쯤 캐나다행을 계획 중인 다인씨는 "언어 능력을 더 키워서 많은 말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가 할 다채로운 말들이, 더욱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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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연대하며 싸우는 것일까?

[민교협의 새로운 시선]

뿌리깊은 민주주의와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지배세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협력하며 공고한 방어벽을 쌓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촛불 항쟁의 성과에 대한 실망으로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불이 이번에도 발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실망하고도 또다시 연대하며 싸울 수 있는 것일까?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처음 만들어진 전국 단위 자율 노동단체가 새로운 시민으로 등장한 노동자에게 강조한 '덕목'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최초 전국 자율 노동단체 '조선노동공제회' 창립

 

조선노동공제회는 3‧1운동 다음 해인 1920년 4월에 노동자를 포함한 언론인, 교육자, 변호사 등에 의해 창립되었다. 창립을 주도한 그들은 1907년 설립된 신민회(新民會) 계열로서 1909년에 조직된 합법적 청년단체인 청년학우회(靑年學友會)와 비합법적 청년단체인 대동청년단(大東靑年團)의 회원이었다. 대동청년단은 국권 회복을 목표로 활동했는데, 1911년 신민회 사건 등으로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3‧1운동 직후부터 비공식 집회를 계속 개최하여 '노동문제연구회(勞動問題硏究會)'를 조직하였다. 이 연구회가 조선노동공제회의 기반이 되었다. 조선노동공제회 활동은 창립 당시에는 지식층과 경성에 있는 본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된 전국 각지의 기존 노동단체 또는 새로운 단체가 지부로 가입하기 시작한 뒤에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활동으로 조선노동공제회 회원 수가 해산 직전인 1922년에 15,000명에 이르렀다.

 

조선노동공제회 기관지 <공제(共濟)>는 한글 한자 병용이고, 창간호(1920년 9월, 170쪽), 제2호(1920년 10월, 134쪽), 제7호(1921년 4월, 94쪽), 제8호(1921년 6월, 128쪽)만 현재 남아있다. 제3호부터 제6호까지는 총독부가 검열하여 발행을 금지했다.1) 하지만 남아있는 <공제>의 내용만 살펴봐도, 우리나라 최초 전국 노동자 자율단체의 주장과 활동 취지를 상당 부분 알 수 있다.

 

'노동멸시'관 비판

 

조선노동공제회는 '인격주의(人格主義)'를 이론적 기반으로 삼았으며, 노동문제를 중심에 두고 당대 사회 개혁을 모색했다. 이들은 조선의 근본적인 노동문제가 '일한다는 것' 그 자체, 특히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사회적 인식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노동멸시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빈곤하다 하되 회사직공 노릇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되며 고학생(苦學生)이라 하되 지게를 지는 이가 그 얼마나 되는고"2)라는 지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노동을 천(賤)히 할 뿐만 아니라 노동하는 이의 인격까지 천(賤)히 여기었다".3) "문화가치의 창조자를 존시(尊視)하고 물질 가치의 창조자를 천시(賤視)하는 것은 현 사회의 일반적 경향이며 도덕(道德)"4)이라며, 당시 노동하는 사람의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노동을 멸시하는 당시의 세태를 직시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음과 같이 제시, 강조했다.

▲'공제' 창간호, 조선노동공제회, 1920. 9

 

조선인노동자의 덕목(ethos)

 

1. 노동존중

 

첫째, 그들은 노동은 '성(聖)스러운 행위'이기에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평등(平等)의 광명(光明)을 통찰한 자는 반드시 노동(勞動)의 신성(神聖)을 말해야 하니, 이것이 어찌 오늘날의 새로운 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국제노동문제가 창도(唱導)된 이후로, 노동의 신성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는 일부 소수와 국부적인 것이었으나, 이제는 일반적이며 세계적으로 확산하였고, 이상적으로만 여겨지던 것이 이제는 사실적으로 현실(顯實)화하였도다."5)라며 노동신성주의(勞動神聖主義)의 세계적 확산을 전했다.

 

노동자는 스스로 깨어나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노동자가 나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조선노동공제회는 지적한다. 그들은 힘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도 인간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천하며, 노동자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혜(智慧)'와 '덕(徳)'을 함양하고 기능을 숙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자는 '노동은 신성하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며, 더 나아가 '평등하고 밝은 사회'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또한 노력하고 분투(奮闘)하면 노동자의 '인권'과 '지위'가 회복되고, 노동의 대가도 공정하게 분배될 것이나 만약 노동자가 깨어나지 못하고 행동이 느슨해진다면, 고통은 두 배로 커지고 불안은 극도로 심해져, 단 한 순간도 삶의 안정과 평온을 누릴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의를 환기했다.6) 즉 신성한 행위인 노동을 통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사회의 한 구성원의 지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강조점이었다.

 

2. 자립

 

둘째, 그들은 노동은 '스스로 독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설립취지서에서 자녀를 교육하지 못하고 직업을 보장하지 못하며, 병이나 재난을 구제하지 못한 채, 다만 남을 위해 부림을 당하고 천대를 받으며, 남을 위해 누에를 치고, 남을 위해 돌을 다루는 일을 해왔다고 지적했다.7) 한편 노동자들은 서로 이해가 일치하고 지위도 같으니, 스스로 가슴을 치며 깊이 생각해 보면, 남을 원망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라며 그동안의 상황을 냉철히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돕고(自助), 스스로 살아가고(自存), 스스로 깨닫고(自覺), 스스로 발전하는 것(自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며, 자신의 의식주와 행복을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구하여, 마침내 하늘의 뜻에 따르는 바른길이 열렸으니, 노동자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3. 사회적 헌신

 

셋째, 그들은 노동을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개인적 사람'만 노동하는 사회는 오히려 해롭고, 개인적 사람의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적 사람'의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사람으로 전환하려면 '강대한 자극'과 '유력한 원조'가 필요한데, 그것은 노동자의 심중(心中)에 "사회적 헌신(Social service)"의 관념을 환기하는 것이었다. 8)

 

그들은 "노동자문제"라고 하는 것이 "물질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 가치의 인식과 인격 가치의 유지, 말하자면 경제적 조건과 정신적 조건이 배합되어야 처음으로 완전"하게 되고, "쌍방이 일치"되어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로 경제적 조건의 충족을 주장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인격'을 자각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몸속에 지닌 '사회적 헌신' DNA

 

조선노동공제회는 새로운 시민으로 등장한 노동자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 개혁의 덕목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노동은 신성한 행위이므로 노동자 스스로 존중해야 하며, 동시에 '사회적 헌신 행위'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또한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진정한 '자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자립'이란 자신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인격체라는 것을 자각하고 '인격을 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갖춘 상태'를 뜻하는 것이었다.

 

역사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할 때 역사 주체인 우리는 몸속에 축적된 역사적 경험에 기초하여 행동한다. 촛불과 응원봉이 함께한 이번 연대는 3.1 운동 이후 이어져 온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 우리 내면에 자리한 DNA를 다시 깨우면서 형성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 <共濟> 第7号, 93.

2) 崖溜(1920) '擺脫된 우리' <共濟>창간호, 86.

3) 李萬珪(1920) '共濟를 創刊함에 對하여' <共濟>창간호, 102.

4) 金明植(1920) '勞動問題는 社會의 根本問題이라' <共濟>창간호 16.

5) 石如(1920) '平等의 光明과 勞動의 神聖' <共濟>창간호, 69, 이하 같음.

6) 石如(1920) '平等의 光明과 勞動의 神聖' <共濟>창간호, 70, 이하 같음.

7) <東亞日報>1920.4.17, 이하 같음.

8) 卞熙瑢(1920) '勞動者問題의 精神的方面' <共濟>창간호, 75-76, 이하 같음.

 

 선재원 민교협 상임공동의장·평택대 교수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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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남편이 했는데…김건희는 왜 이재명을 쏘고 싶다 했나

김남일기자

수정 2025-03-21 07:07등록 2025-03-21 05:00

지난해 9월10일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다. 대통령실 제공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건희 여사는 왜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대한 분노를 야당 대표에게 쏟아냈을까. 부정선거와 의회독재를 막겠다는 남편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동조한 탓일까,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줄곧 자신의 비리 의혹을 들추는 자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일까. 무엇이 됐든 민간인인 대통령 부인이 제1 야당 대표를 ‘제거해야 할 정적’으로 여기는 비정상적 상황임은 분명해졌다.

1월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직후 김 여사는 경호처 가족경호부 경호관들에게 ‘이재명을 죽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20일 “과장됐다”고 했지만, 경찰은 ‘총 가지고 있으면 뭐하냐.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건데’ 등 김 여사의 분노에 찬 발언들이 경호처 윗선에 보고된 사실을 확인해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추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경호처에 총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간접 증거인 셈이다.

정치인이 아닌 김 여사가 남편 체포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명을 구체적으로 찍어 분노를 쏟아낸 것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현직 대통령인 남편이 눈 앞에서 체포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부정 수준을 넘어선 정치적 발언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체포된 일차적 책임은 이 대표의 것이 아니었다. 탄핵소추와 내란죄 수사를 자초한 비상계엄 선포는 윤 대통령이 했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장기간 모의를 통해 군부를 동원하는 역할은 남편의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맡았다. 그가 남편의 망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검찰 시절 김 여사와 수백통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탄핵소추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비상계엄 선포 진짜 이유라는 의심을 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떠받든 것은 김 여사 자신이다.

그런데 김 여사는 이재명 대표를 극단적 적개심의 표적으로 삼았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7월11일 김건희 여사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의실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① 이번 정권을 ‘나의 정권’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다.

‘김건희 V1, 윤석열 V2’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은 상식선을 뛰어넘는다. 김 여사는 그간 “내가 정권 잡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남북문제에 좀 나설 생각” “선제적으로 대응” 등 언행으로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샀다.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집권여당 공천에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여사가 ‘목숨을 거는’ 대상은 이 대표 말고 또 있다. 조선일보다.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다”라고 말하는 김 여사 육성 녹음이 최근 공개됐다. 명태균씨가 제기한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관련 통화 녹음을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사실을 알자 ‘목숨 걸고 폐간’을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2인 공동정권 체제에서 남편의 위기는 자신의 위기이고, 남편의 정적은 곧 자신의 정적이 되는 셈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광주방송(KBC) ‘여의도초대석’에 나와 “김건희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와 모든 국정 파탄에 책임을 지고 이 사회와 격리돼야 된다”고 했다.

② 형사처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김 여사는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으로 남편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돋보이고 싶었다”는 굴욕적 사과를 해야 했다. 이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명품백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명태균 게이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가 연루됐거나 연루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로 대통령 부부를 압박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특검법’이 4차례 발의됐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김건희 리스크’로 맞불을 놓는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3차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일단 틀어막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 결과에 따라 이런 버팀목이 사라질 수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남편에 이어 자신도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를 주도하는 이 대표에 대한 증오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20일 오후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김건희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주가조작 문제부터 논문까지 자기를 향해 계속해서 민주당이 공격했던 것에 대한 원한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로 들었던 줄탄핵·예산삭감 같은 “고차원 판단이 아닌 말초적, 인간적 복수심”이라는 것이다.

③ 남편의 12·3 비상계엄 선포 주장에 동조했을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이 대표 체포를 지시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아직은 김 여사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았거나 모의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나의 정권’이라는 정치적 자의식, 그간 알려진 남편 장악력 등에 비춰볼 때 장기간 이뤄진 비상계엄 모의를 김 여사가 몰랐을 리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기에 170석 거대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압박은, 김 여사에겐 ‘이재명이 이끄는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대통령 부부를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두 사람 관계를 안다면 비상계엄 모의 과정에 김 여사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인 수사 경험이 많은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내란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9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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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못 기다린다” 최장기 탄핵심판.. 분노로 뒤덮인 광장

기자명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5.03.20 22:12
  •  
  •  댓글 0
 
 

윤석열 즉각 파면을 향한 절절함 광장에 터져 나와
토요일, 200만 범시민대행진 예고
민주노총, 26일까지 선고기일 확정않을 시 총파업
“27일 국민총파업 만들자” 호소

“더 이상은 못 기다린다.”
“주권자의 명령이다.”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

지난 주말 110만의 외침도, 하루 전 연차를 내고 낮부터 광장을 메운 시민들의 요구를 저버린 헌재를 향한 분노가 폭풍처럼 광장을 뒤덮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을 목전에 두고 헌재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헌재가 오늘 이 시간까지도 선고기일을 통지하지 않았다. 탄핵심판 선고는 이번 주를 또 넘길 확률이 높아졌다. 당장 내일 파면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토요일 200만 명의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모일 예정이다.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주권자의 이름으로 ‘즉각 파면’

20일, 윤석열 석방 직후 시작된 ‘윤석열 즉각 파면 매일 긴급행동’ 12일 차.

윤석열 탄핵심판이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100일이 다 되어 간다. 그러나 헌재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다음 주 월요일로 공지했을 뿐이다.

양경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민주노총 위원장)은 “찬물도 위 아래가 있는 게 순리 아닌가. ‘선입선출’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라고 먼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윤석열의 파면 선고기일이 아닌, 한 총리 선고기일을 먼저 공지한 헌재를 겨냥했다.

그는 “민주화 투쟁으로 이루어낸 헌재, 우리 투쟁의 역사가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시민들의 자존심을 걸고 헌재에게 윤석열 즉각 파면을 호소해 왔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더 이상 읍소하거나 호소하지 않고, 이젠 주권자의 이름으로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자”고 외쳤다.

민주노총이 오는 26일까지 헌재가 선고기일을 확정하지 않을 시 27일 총파업에 나선다는 결의를 밝히자 광장의 시민들은 호응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상점 문을 닫고, 노점을 철수하고, 교수들은 휴강을 선언하고, 학생들은 동맹휴학으로 ‘국민 총파업’에 나서 달라. 빛의 혁명을 기필코 승리하자”며 “민주노총이 앞장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광장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윤석열 즉각 파면의 절실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대학에서 정치를 전공했지만, 현재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는 한 시민은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하며 우리 정치가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알게 됐다. 그래서 펜을 놓고 직장인이 되면서 정치에 무관심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야근 후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수없이 쏟아지는 메시지를 통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줄 안 후, 택시를 돌려 여의도로 향했다”면서 “공포를 무릎 쓰고, 국회 앞에 모여 민주주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윤석열을 파면해 다시 감옥으로 보내고,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것”이라며 헌재의 즉각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30대 성소수자로 살고 있다는 시민은 “우리의 노력이 광장을 열고, 누구나 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추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런 우리의 광장은 민주주의를 향해 있다”면서 “민주주의는 곧 인권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이기에 나 자신에게도 간절하고 절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역사를 바꾼다”면서 “모두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모아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자”고 소리쳤다.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광장의 힘을 잊지 말자”.. 토요일, 200만 대행진 예고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의 단식도 벌써 13일 차가 되었다. 하루 전 2명의 공동의장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후송됐다. 그러나 정영이 공동의장(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회장)은 병원에서도 단식을 멈추지 않았고, 다시 광화문 농성장에 돌아와 단식을 이어갔다.

더 이상 지체할 틈이 없다. 그래서 지칠 틈도 없다. 광장의 시민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꺾이지 않는 기세로 광장을 지키자고 다짐했다.

자신의 집안에 독립운동가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말한 시민은 “만주에서도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가 있다고도 들었다. 지난겨울 여의도, 남태령, 한남동, 그리고 이 자리가 바로 ‘만주’와 같다”면서 “우리 선조들이 긴 세월 시련을 헤쳐온 것처럼 반국가 세력과 싸우고 있는 지금이 독립운동과 다름없다”며 독려했다.

▲ 20일, 13일 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민주노총
▲ 20일, 13일 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민주노총

최영찬 비상행동 공동의장(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의장)도 “국민 걱정시키는 대통령, 나라 팔아먹는 대통령, 약자와 동행하겠다면서 자본과 권력의 편을 들고 서민 탄압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내란 대행하는 국민의힘, 윤석열을 탈옥시킨 심우정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비상계엄을 온몸으로 막고 윤석열 파면을 위해 매일 같이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우리 모두를 절대 잊지 말자”고 격려했다. 그리곤, “지난 주말엔 100만, 이번 주말엔 200만, 천만이 모여 헌재에 촉구하자”고 강조했다.

매일매일 내란수괴의 파면을 간절히 고대하는 시민들에게 헌재는 이 밤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에도 파면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시 이번 주말(토) 200만 명의 시민들이 다시 한번 모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앞서 비상행동은 21일 오후, 3차 긴급집중행동 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
▲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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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광화문 앞에서 열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집중행동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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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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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尹보다 한덕수 탄핵 심판 먼저? 안전한 길 택한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3/21 08:26
  • 수정일
    2025/03/21 08: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선고 먼저 한다더니 한덕수 사건 먼저 처리? 신문들 다양한 해석…국정 공백 최소화? 더 간단해서?

조선일보 “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각하 가능성…‘재판관 임명 거부’ 문제 될 수도”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03.21 07:49

▲3월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시작하면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윤 대통령보다 뒤에 탄핵소추된 한 총리 사건의 결론을 먼저 내기로 했다.

신문들은 헌재가 왜 종전 밝힌 입장을 거슬러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선고하기로 했는지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놨다.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 지정으로 인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아무리 빨라도 25일 혹은 그 주 후반에 가능할 것이라 관측했다.

경향신문은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을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앞세운 것은 ‘안전한 길’을 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재판관 평의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논리가 간단한 다른 사건을 먼저 선고해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는 것”이라며 “국정 혼란이 심각한 상태인 만큼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기 전에 정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말을 전했다.

국민일보는 “법조계에서는 헌재 재판부가 윤 대통령 사건 사실관계 확정과 절차적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관측과 최종 판단은 윤곽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보충·별개의견을 다듬고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고 했다.

이번 선고일 지정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층이 요구한 바이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층은 그간 변론이 먼저 종결된 한 총리 사건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해왔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그러면서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탄핵 카드를 꺼냈다며 “헌재가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국 안정을 위해 한 총리 심판 선고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선고 시점에 따라 국정 운영의 주체가 달라져 혼란이 생길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헌재는 윤 대통령 파면을 결론으로 잡았을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가능하다. 중앙일보는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의 관측을 전하며 “선 한 총리 복귀, 후 대통령 파면”으로 요약했다.

 

▲21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도 “헌재가 국정 공백 장기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며 “한 총리보다 윤 대통령 사건을 먼저 선고하면 생길 수 있는 여러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다른 기사에선 “헌재는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우선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며 무리하게 서둘러 ‘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헌재가)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윤 대통령 선고를 이 대표 항소심 선고 이후로 미룰 경우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24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2차 준비기일을 지귀연 재판장 주재로 연다. 다음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 대통령 선고, 두 대형 사법절차가 맞물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한다.

신문들 시선은 헌재가 한 총리 사건 결정문에 윤 대통령이 야기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담을지에도 쏠렸다.

경향신문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소추되거나 형사재판에 넘겨진 고위공직자 가운데 처음 나오는 사법적 판단”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면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과 내란 방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 여사·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등 5가지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한 총리에 대해 변론준비기일과 변론기일을 각각 한 차례 진행하고 변론 종결했다.

경향신문은 “한 총리 사건을 윤 대통령 탄핵과 바로 연관 짓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계엄 가담이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고, 다른 사유에 대한 판단도 같이 나올 것이라는 이유”라고도 했다.

 

▲21일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1면에 “법조계에서는 ‘한 총리 사건은 명백히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탄핵이어서 기각되거나 각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썼다. 이어지는 기사에선 “법조계에서는 ‘쟁점이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거나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일부에선 “한 총리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는 사유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인용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했다.

‘더 많이 내고 조금 더 받는 연금개혁안’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높이는 ‘연금개혁’ 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8년, 2007년 두차례 연금개혁을 통해 크게 삭감됐던 소득대체율이 처음 인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진행된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에서 시민들이 다수안으로 택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에 비해선 대폭 후퇴했다. 시민사회에선 “국민의 신뢰와 광장의 민의를 저버리고, 연금제도의 목적성을 훼손한 거대양당의 정치 야합”(양대노총), “공적연금 강화를 열망하는 시민의 뜻을 끝내 배반”한 결과(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등의 비판도 나왔다.

 

▲21일 경향신문

 

아침신문들은 사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금 개정을 환영했다. ‘진보’로 분류되는 신문도 환영 논조의 사설을 낸 가운데, 전반적으로 사회보험·공공부조 취지보다 ‘기금 고갈 우려’를 앞세웠다.

경향신문은 “30년 후 기금 고갈 우려에도 정치권이 연금재정 개혁을 미뤄온 건 아쉬움이 크나, 더 늦기 전에 모수개혁을 성사시켜 다행스럽다”며 “연금 구조개혁과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민생 현안 해결에도 속도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도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9% 문턱을 넘어섰다”며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역대 정부에서도 진통을 거듭하며 개혁이 좌초됐던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 적자는 기금을 설계했을 때부터 계획된 ‘의도된 적자’라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기금 소진 시점은 2049년이었지만, 이후 연금개혁으로 인해 더욱 미뤄졌다.

[관련 기사 : 국민연금 고갈,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다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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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변호사들 "헌법재판소 선고 지연, 그 자체로 부정의"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이 급박한 사정에도 결론을 못 내리고 (탄핵 선고를) 지연시키는 이 높으신 헌법재판관님들에게 헌법은,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 자리를 통해 하소연하고 싶다. 당신들이 헌법을 알아? 당신들이 민주주의를 알아? 헌법과 민주주의의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김칠준 변호사)

인권침해감시단으로 탄핵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해온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탄핵 선고를 지연하는 헌법재판소를 규탄했다. 변호사들은 "내란 행위를 저지른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 결정만이 무너진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변호사 120여 명이 2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 모여 변호사대회를 열었다. 시민들 100여 명도 이날 변호사대회에 함께 참여했다. 민변이 변호사대회를 연 것은 1988년 결성된 이래 처음이다.

이날로 단식 13일차를 맞은 윤복남 민변 회장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지연에 대해 "1987년 헌법 개정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이래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런 비상한 시기에 민변 변호사들이 나서서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왜 비상 계엄이 인권 침해인지, 왜 헌법재판소는 즉각 파면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시민들 입장에서 법정 바깥 최후 변론을 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김칠준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과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의 결정체"

36년차 변호사로 '최후 변론'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칠준 변호사는 "요즘처럼 부끄럽고 무력하고 화가 치밀 때가 없었다. 왜 그렇겠나? 지금 나라를 온통 망쳐놓고 이 사태를 만들어가는 주범들이 대부분 법조인이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에 변호사대회에 모인 변호사들과 시민들은 피켓을 흔들면서 환호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들에게 있어 헌법과 민주주의는 출세를 위해 공부할 때 고득점을 해야 할 시험과목에 불과하고 자리 하나 차고 나면 휴지통에 버려도 되는 하찮은 것일까"라며 "우리 헌법은 민중들의 피맺힌 독립운동과 반독재 민주화 투쟁, 그리고 5.18 민주항쟁과 6월 항쟁의 반석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의 금자탑이다. 오늘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의 결정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그 어떤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계엄이나 내란을 본질적으로 거부한다. 주권자가 헌법을 수호하라고 반헌법, 반민주 세력의 준동을 즉각 진압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바로 헌법재판소다"라며 "헌법재판관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파수꾼의 역할을 엄중하게 수행해야 할 책무를 가진 공직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우리 헌법을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나도 법조인이지만 그 어떤 '신박한' 법리도, 신출귀몰한 법률가도,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사태가 반헌법적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자 내란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은 그 자체로 부정의하다"라고 말했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지난해 12월 3일에 겪은 비상 계엄의 밤을 말했다. 임 변호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생인 아버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고, 이게 말이 되는 행위냐면서 외치셨다. 아파트 위로 계속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에 나머지 가족들은 벌벌 떨었고, 나도 밤새 불안과 분노에 울음을 삼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피청구인 윤석열은 2월 3일 변론 기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했지만 전국민이 받은 공포와 충격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그 어떤 사건보다 깊고 잔인했다"라면서 "전국민의 불안과 공포, 분노는 1980년 광주처럼 오래 갈 것이다.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파면만이 시민들에게 유일한 치유와 믿음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최새얀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최새얀 변호사는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을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윤석열은 언제나 시민이 아닌 권력에만 충성하는 자였으며 시민들의 삶과 안전을 무참히 짓밟았다"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의 파면 결정이 있지 않은 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계엄을 선포해도 되는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미 조금 늦었다"면서 "단 1분이라도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장서연 변호사는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을 지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의 반헌법적 궤변에 힘을 실어주고 소수자에 대한 증오 선동을 확산시키고 이들의 적개심을 이용하는 적대와 증오의 정치를 증폭시키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시민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청구인' 윤석열을 즉각 파면해달라"고 주장했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장서연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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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변호사대회#윤석열즉각파면#헌법재판소#선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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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안철수 "이재명 목 긁혀"…집도의 "위중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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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3.19 20:20

  • 수정 2025.03.19 21:07

  • 댓글 1

"죽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 구차해" 자작극 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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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안철수, 인간이길 포기" "새 정치? 넝마"

"의사 기본 윤리조차 저버려"…명예훼손 고발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목에 흉기 피습으로 인한 상처가 보이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연합뉴스

 

특수제작한 흉기를 들고 달려든 테러범에 의해 급소인 목을 찔리는 중상해를 입고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목을 긁혔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죽은 듯이 누워있는 모습이 구차하다'고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자신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 출신임에도 마치 이 대표가 '자작극'을 벌였다는 듯 마음껏 조롱하고 모욕한 것이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여당 대선주자급 인사의 이 같은 저열한 언사에 시민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가 오는 22일 유발 하라리 작가와 대담하기로 한 일정을 두고 "뜬금없고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제안했던 인공지능(AI) 관련 공개토론을 자신은 수락했는데 거기엔 아무 답이 없더니 갑자기 하라리 교수와 대담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못마땅하다는 요지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돌연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으로 나아갔다. 안 의원은 "공개토론은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한 것은,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 'Fight'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정도로 구차하다는 이야기"라며 "아마 K-엔비디아 발언으로 당한 망신을 하라리 교수와의 대담으로 만회하고 싶은 생각일 거다. 그렇다고 국민께서 그런 얄팍한 술수에 속겠는가?"라고 했다. 또 "이번 대담이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관심을 돌리기 위함은 아니길 바란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을 방문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면담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5.3.17. 안철수 의원실 제공

 

자신과 소속도 다른 야당 대표가 세계 유수의 학자와 대담을 하든 말든 이토록 확대해석과 비약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뜬금없는 급발진이지만, 특히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구차하다'고 한 대목은 일반적인 정치 공세나 실언 수준으로 넘어갈 수 없는 만큼 야비하고 악랄하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칼에 목을 찔리는 암살미수 테러를 당했을 때 실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선을 넘나들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다 지지자를 가장한 채 순식간에 접근한 테러범 김진성이 휘두른 칼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지혈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이 대표는 구급 차량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5분 만에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료진 연락에 따라 출동한 응급의료헬기에 실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1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치료 경과 등을 브리핑했다. 혈관외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외과 과장과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민 교수는 이 대표가 실려왔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목에는 얼굴 쪽 혈액을 공급하는 바깥목동맥이 있고,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속목동맥이 있는데, 속목동맥과 속목정맥이 손상되면 대량 출혈과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된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렀는지, 어느 부위를 찔렀는지가 중요하다.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그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4. 연합뉴스

 

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 위로 칼로 찔린 1.4㎝의 자상이 있었다. 칼날이 근육을 뚫어 근육 내 동맥이 잘려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근육 아래 속목정맥의 앞부분이 전체 원주의 60% 정도 예리하게 잘려있었다는 것이다. 속목동맥은 속목정맥의 안쪽 뒤쪽에 위치하는데,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다행히 속목동맥의 손상은 없었다.

이에 따라 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의료진은 1월 2일 오후 4시 5분부터 마취에 들어가 4시 20분부터 6시까지 1시간 40분 동안 수술을 시행했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를 세척한 뒤 찢어진 속목정맥을 봉합하고 혈관 재건술을 진행했다. 약 9㎜ 길이를 꿰맨 후 추가로 근육 안에 고인 피떡을 제거하고, 잘린 혈관에는 클립을 물려 결찰했다. 피떡이나 고름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부위에 배액관을 넣고 상처를 봉합했다.

피습 직후 이 대표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에 관해서는 당시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이 대표를 수행했던 정청래 의원의 생생한 증언도 존재한다. 정 의원은 지난해 1월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찍었던 사진을 공개하며 "보시다시피 (나무)데크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고 데크 틈새로 피가 흘러내려간 흔적이 보인다"고 전했다. 또 지혈을 했던 붕대와 거즈, 수건의 핏자국을 가리키면서 "이 사진만 봐도 과다출혈, 중상이 짐작되지 않느냐"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했을 때 출혈 상태를 알 수 있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정청래 TV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결국 테러범 김진성은 윤석열 정권의 갖가지 진상 은폐 속에서도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8일 만에 퇴원했던 이 대표는 이후로도 종종 "(당시 누워서 본 하늘이)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이구나 생각했다. (찔린 부위를) 세게 눌러 지혈하는 동안 '때가 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곤 했다.

사실이 이런데도 명색이 의사 출신이라는 안철수 의원이 '이 대표가 목을 긁힌 뒤 누워' 엄살을 부렸다는 식으로 매도했으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이 같은 망발에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분노와 개탄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서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각종 가짜뉴스 차단에 진력해온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철수 의원은 인간이길 포기했나? 오늘 발언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면서 "사람의 목을 찌르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고, 피해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롱조로 묘사하는 것이 정치인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정치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조차 망각한 망언"이라며 "안철수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총괄특보단장인 안규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하기 전에 사람이 되라. 정치테러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사람에게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이 국민 앞에 지도자를 자처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괴롭다"며 "한때 꿈꾸었던 새 정치는 이제 낡고 닳아 꺼내 보기도 부끄러운 넝마가 되었나 보다. 자신의 말이 자신의 품격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1.2. 연합뉴스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미 법원 판결로 살인미수임이 입증된 중대한 범죄를 희화화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안철수 의원의 망언은 대단히 모욕적이고 악의적"이라며 "더구나 의사로서의 기본 윤리조차 저버린 그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은 잇따라 정치테러를 희석, 왜곡하는 위험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자작극' 망언에 이어 안철수 의원은 가짜뉴스를 반복하며 피해자를 모욕했다"면서 "이는 극단주의 세력에게 정치테러를 정당화할 명분을 주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열한 술수"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김지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건 당시 이 대표가 흘린 혈액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 대표의 와이셔츠, 양복 상의, 코트가 모두 젖었다. 사건 현장 바닥까지 혈액이 흥건했다. 특수제작한 흉기가 조금만 깊이 목을 찔렸어도 참변을 당할 사건이었다"면서 "안 의원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테러 암살 첩보를 자작극으로 몰아 극우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모습에 이성을 잃고 따라하기에 나선 것인가? 의사로서 반인륜적 망언을 저지른 안철수는 석고대죄하고 의원직 사퇴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안 의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의사면허를 소지한 안 의원이 이 대표가 입었던 중상해 피해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찰과상과 같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공연히 유포했다는 이유다. 국민소통위 공동 위원장인 김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철수 의원 발언이 정말 구상유취(口尙乳臭)라 대응하는 것도 소모적이긴 하지만, 이를 또 믿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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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회의 출범...'격변기, 평화 확립과 평화주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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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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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19 12:40
  •  
  •  수정 2025.03.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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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회의'(평화회의)가 18일 오후 조계사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어 공식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평화회의'(평화회의)가 18일 오후 조계사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어 공식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격변의 다극화시대로 접어든 역사적 대전환기에 한반도 긴장 심화와 전쟁 위험 고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이 더불어 잘 사는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가 먼저 확립되어야 하며, 국익 중심의 외교를 바탕으로 평화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사회 원로들이 새로운 통일평화단체를 출범시켰다.

'한반도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상과제이며, 자주·자립의 정신에 입각한 실용외교로 남북대화의 전환점을 마련하자는 결의도 함께 담겨있다.

지난 2월 26일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한 '남북평화회의'(평화회의)가 18일 오후 조계사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어 공식 출범했다.

상임대표는 △이해학 겨레살림공동체 이사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강창일 전 주일대사 △김성곤 (사)평화 이사장 △김충환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효림 경원사 주지 △도천수 시민의시대 상임대표 △김태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선출됐다.

이해학 상임대표단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해학 상임대표단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해학 상임대표단 의장은 "통일이 가까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을 포기하고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모색을 강조했다.

"전쟁은 끝났다는 종전선언을 하고, 남과 북이 서로 침략하지 않겠다는 평화선언을 하며, 주변세력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힘을 합쳐 중립국 선언을 하면 그들은 우리의 손을 잡기 위해 달려들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국가의 주인, 민족의 주인으로 우리를 우뚝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회의는 주요 활동방향 및 목표로 △남북신뢰회복 △새로운 남북공동체 구현 △동북아평화 △한반도 평화 기반조성 △남남대화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재개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 △군사훈련 축소 및 신뢰구축 △홍익인간·이화세계 이념 연구 △남북경제연합, 국가연합 등 통일과정 연구 △다극화시대 경제협력 모델 연구 △국제기구를 활용한 남북협력프로젝트 개발 △DMZ에 국제평화기구 유치 △이산가족찾기 등 인도적 협력 강화 △남북스포츠교류 및 단일팀 구성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위한 남남대화와 협력 △통일 저변 확대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등을 제시했다.

평화회의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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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오세훈 '토허제 헛발질'에 일침…"나같으면 안해, 집값 오르는데 오판"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5.03.20. 05:58:15

 

강남 지역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달여 만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재정하는 등 행정 조치를 번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락가락 부동 정책'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상황을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19일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 "집값이 오를 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하면서 아마 (서울시가) 민생경제 활성화를 얘기했다"며 "강남3구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는 것이 민생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올해 1월부터 집값이 오르는 추세였는데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강남 3구의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지역의 아파트값이 한 달 전에 비해 3.7% 정도 오르고, 이런 추세는 서울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집값이 오를 때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해제는 오판했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만약 서울시장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지방)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덜 하겠다"며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추세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을 뿐아니라, 계엄, 내란 정국으로 정치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 속에서 부동산 정책을 손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후 오 시장은 이날 정부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발표하며 사과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에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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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같은 기다림, 곡기라도 끊겠다” 헌재 선고 촉구하며 함께 단식 나선 시민들

헌재 향한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한끼단식에 동참한 시민들.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번 주 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지치지 말고, 오래 갑시다. (헌재는 그만 좀 오래가. 안 지치세요?)”

대학생 김 모 씨는 19일 공강 시간을 이용해 광화문에서 ‘한끼단식’에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거리에서 단식 농성 중인 이들의 몸을 내던진 투쟁도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시점”이라며 “헌재의 선고만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이 지치고, 쓰러지고 있다. 이미 나왔어야 할 선고를 계속 미루는 건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을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정하고 농성장이 설치된 광화문 일대에서 다양한 시민행동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내란을 멈추는 한끼단식’이다. 비상행동의 공동의장단의 단식이 이날로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도 점심과 저녁 한끼단식을 통해 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끼단식에는 1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30명 안팎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 씨와 같이 2030 청년세대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번 주에는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라”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뒤, 이날까지 3주째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례를 감안해 오는 21일에는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헌재의 선고일 지정은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3.19 민주주의 수호의날에서 시민들이 '내란을 멈추는 한끼단식'을 하고 있다. 2025.03.19. ⓒ뉴시스


헌재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한끼단식에 동참한 신수경(49) 씨는 “요즘 헌재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매듭은 지어지지 않으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2, 3시에 잠에서 깨고 5시에 일어났다. 불안이 잠재돼 있고, 일상으로 회복이 안 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 씨는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단식 중인 비상행동 공동의장단들과 함께 헌재의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의미로 한끼단식에 참여하게 됐다”며 “헌재의 선고가 너무 늦어지면 ‘눈치 보기 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오래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이번 주에 파면 선고를 해야 한다. 지금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헌재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창모(57) 씨 역시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군이 비상계엄을 앞두고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3천여 개 추가 비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전날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며 “정말 오늘은 헌재의 선고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안 나온다는 얘기가 나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을 “고문 같다”고 표현했다. 80년 광주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집회에 나와야 그나마 진정이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요새 다들 잠을 못 잔다고 한다. 자다 깨고 무슨 속보가 뜨지는 않을까 초조히 보내는 것”이라며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고, 전두환·노태우 독재 정권을 겪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빨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우리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지금은 검사도, 판사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국민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그들을 추동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거리로 떨쳐 나와야 한다.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끼단식을 넘어 이날 하루 동조단식에 나선 시민도 있었다. 이주원(22) 씨는 “헌재가 이번 주에 선고하지 않는 건 너무 말이 안 되고,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관들이 어떤 부분을 걱정해서 미루는지 짐작은 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나와서 농성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과거 시민들이 민주화운동으로 만들어낸 기관으로서 헌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한끼단식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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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지금] 재판관들 말없이 퇴근…다음주가 윤석열-이재명 '운명의 주' 되나

19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22일째 선고일을 놓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 유성호

19일 오후 5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브리핑룸 곳곳에서 기자들의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기다리는 소식은 딱 하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공지다.

그러나 이날도 헌재는 깊은 침묵을 이어갔다. 오후 6시경부터는 재판관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50분 현재 '3월 21일 선고'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2~3일 전 선고기일을 잡았다. 이 전례대로라면 이틀 전인 19일에는 공지가 있어야 21일 금요일 선고가 가능하다.

물론 하루 전인 20일 선고기일을 발표해 21일 선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문과 보도자료 작성 등 실무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심판 때는 3월 8일 오후 5시 40분경 선고기일을 발표했고, 3월 10일 오전 11시에 선고했다.

윤석열 탄핵심판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 봉주영

결국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다음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후 한 달을 꽉 채운 뒤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3월 넷째 주는 일종의 '슈퍼위크'가 됐다. 이미 24일 월요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이 잡혀있고, 26일 수요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있다. 25일 화요일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재판도 있다. 또 민간법정과 군사법정 양쪽에서 내란 형사재판이 26일(곽종근), 27일(김용현, 노상원 등), 28일(여인형) 줄줄이 잡혀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까지 나오면, 그야말로 '윤석열-이재명 운명의 한 주'이자 '내란 재판의 주'다.

한편 예상보다 많이 길어지는 헌재의 고민에 꾸준히 각종 '지라시'가 난무하고 있다. 19일에도 오전부터 '헌재에서 오늘 선고일자 공지가 없다고 했다더라'는 내용부터 '모 언론사 법조팀에서 탄핵선고 다음주로 보고했다'에, '헌법재판소 내부 평의 상황 및 예상 일정 분석 보고서'라는 그럴싸한 글까지 유통됐다. 하지만 헌재는 '오늘 선고일자 공지가 없다'는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을 중심으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던 '보고서'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두 재판관의 임명 시기부터 틀린 '가짜뉴스'였다.

헌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선고 기일, 평의 분위기 등을 전하는 각종 설(設)과 보도들에 대해 모두 추측성이라는 취지로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일 통지와 관련해선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기자들만큼 빨리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내부 직원보다 더 빨리 알게 될 것"이라며 "(기일 통지는) 전자로 이뤄지는데, 중요사건이다 보니까 전자송달을 보내면서 동시에 대리인에게 공지하고 거의 곧바로 기자단에게 공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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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탄핵심판#이재명#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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