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5시 30분, 광주 송정 공군기지 앞에서 국민주권당 광주특별시당이 ‘호남 반도체 시비 거는 미 7공군 박살내자’라는 제목으로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호남 반도체 시비 거는 미 7공군 박살내자!”
“광주 군 공항이 최적지다, 하루빨리 확정하라!”
오해연 대학생 당원은 호남 반도체 조성은 “청년들이 호남에서 배우고, 호남에서 취업하고, 호남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며 “(미국과 국힘당은) 청년들의 미래가 걸린 호남 반도체 사업을 방해하고, 종말이라며 저주를 퍼붓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엎어버리고 싶어 하는 자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천금 같은 기회가 와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간섭하는 한 경제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다”라며 “자주를 지키는 길이 곧 청년을 살리는 길이고, 호남을 살리는 길이며,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최예진 당원은 경북 포항에서 진행 중인 한미 연합합동 해안양륙 군수지원훈련을 두고 전문가들이 “한미동맹을 한반도 방어선에 묶어두지 않고 태평양 전체의 작전망으로 끌고 가는 과정의 하나”라며 “이 훈련이야말로 브런슨이 주장한 ‘떠 있는 항공모함’ 역할을 대한민국이 수행하고 있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동북아 평화와 한미연합훈련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라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곧 동북아 평화”, “주한미군기지 철수가 곧 동북아 평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 트럼프가 유럽으로부터 못받은 군사 지원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에 더 강력한 압박 넣도록 유도" 분석 나와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7.27. 20:55:06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에서 이란의 선박을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 측에서 대응을 공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자신들이 이스라엘과 같은 적을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이 연계되며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젤렌스키가 이란 상선을 공격하여 선원 1명이 사망했다. 이는 유럽을 자국의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고 저지른 명백한 유엔 헌장 위반"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이란 선박 공격을 비난했다.
그는 "카야 칼라스 EU(유럽연합) 외교안보고위대표 및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서방에 얹혀 있는)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의 무임승차자가 저지른 짓을 결코 그냥 넘어가게 둘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역시 27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선박 공격에 대해 "불법이며 모든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위험한 공작이며 우리에게는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행위의 여파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카스피해 연안국들 역시 이러한 행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이란 정부는 "개입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선박에 폭발이 발생해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카스피해에서 장거리 공습으로 성과를 거뒀다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26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먼저 시작"한 일이라면서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이미 우리를 공격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새로운 전선이 열리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솔직해져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이미 우리를 공격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이러한 공격을 확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어떠한 도발도 없었던 맨 처음부터 이란인들이 무기를 제공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같은 적인 이란과 싸우고 있다면서 손을 내밀기도 했다. 예우헨 코르니추크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대사는 26일 이스라엘 방송 채널 12와 인터뷰에서 이란 선박이 민간 물자를 운반했다는 이란의 주장을 일축하며,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화물을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란과 연관된 군수 물자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앞으로도 유사한 작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같은 적과 싸우고 있다"며 두 나라를 "동일한 악의 축의 서로 다른 전선에 서 있는 관계"라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란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는 배경을 두고 자이돈 알키나니 아랍 퍼스펙티브 연구소(Arab Perspectives Institute) 소장은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란 전쟁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로부터 얻지 못한 지원을 직접 제공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 정부에 직접적으로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도록 유도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크라이나가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전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가 전통적인 전장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실제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원 역량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공 방어를 위한 미사일이 부족하다면서 서방에 이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이란을 공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방어에 필요한 미사일이 부족하다. 이것이 문제"라며 "러시아의 군수품 생산에 대한 제재가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탄도 미사일 생산을 늘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방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우리에게 어려움이 생겼고,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며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격이 이란 정부에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매체는 "이란의 남부 해상 항로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카스피해는 이란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을 비롯한 더 넓은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무역 통로로 부상했다"라고 짚었다.
이란이 카스피해의 통항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후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키나니 소장은 이러한 여건 하에서 카스피해 정세가 악화될 경우 "이는 더 이상 지역 전쟁, 즉 중동 내부의 지역적 대립뿐만 아니라 세계적 대립 구도까지 끌어들인 '초지역적 분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라며 "안타깝게도 이는 냉전 시기에 분출됐던 일부 분쟁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때의 양상을 재현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뉴스위크> 역시 "분쟁들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갈등은 이란, 중동 안보, 해상 무역로, 강대국 경쟁 등 여러 문제와 얽히면서 점점 더 복잡해졌다. 카스피해 공격은 이러한 여러 쟁점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라고 진단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과 인터뷰를 가졌다. ⓒ스카이뉴스 갈무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리는 선거소청 심리에 출석하고 있다.이날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고받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2026.7.27.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당선 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0.73%포인트(p)차 초박빙 승부였던 20대 대선에서 이뤄진 허위사실 공표가 자당 출신 전직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음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대법원 선고까지 지켜보겠다면서 되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 사건의 경우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법원에서 중지한 재판이다. 더욱이 선거 결과에 끼친 영향이나 발언 성격, 사실심에서의 무죄 판단 등을 놓고 봤을 때, 윤 전 대통령 사건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공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 "유권자 판단 왜곡한 중대한 허위 공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당선 무효형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그를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등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관련 발언은 윤우진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피고인이 윤우진과의 친분과 신뢰관계 정도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건진법사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2013년경부터 친분을 유지하며 개인적, 정치적 처지에 관해 반복적으로 조언받아온 인물과의 관계를 마치 선거 과정에서 우연히 소개받은 것처럼 전면 부인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는 후보자가 국정 운영에서 합리적 판단이 아닌 비공식적 영향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유권자의 관심이 대단히 컸던 상황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꾸짖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2026.7.27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재명 재판도 신속히 재개해야"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에 대해 짧게 언급한 뒤, 이 대통령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엄중히 지켜보겠다"면서 "민주당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이 대통령 사건의 남은 절차가 마무리돼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국민 혈세로 보전받은 대선 선거보전금 434억 원을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사안인 반면 이 대통령 사건은 대법 판단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후속 재판도 신속히 재개해 결론 내야 한다"며 "그것이 법치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서울 법대 동문이자 검사 출신인 5선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만에 하나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이 대통령의 2025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도 바로 재개돼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일"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사실 공표'라는 혐의까지 꼭 같지만 법은 한 사람(윤석열)만 단죄를 했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연기'가 됐다"며 "국민의 거센 분노가 이재명 정권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선거법 사건이지만 본질 전혀 달라
이재명 재판 신속히 재개할 찾기 어려워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선고가 나왔으니 이 대통령 재판도 재개해야 '공정'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첫째,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법원이 지난해 6월 중지시킨 사건이다. 사법부가 헌법 해석에 따라 내린 재판 중지 결정을 두고 재판을 즉시 재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강조한 '법치' 원칙과 충돌한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만 법치의 '예외'를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선택적 사법 정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충남 공주시 금성동 공산성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3 [공동취재] 연합뉴스
둘째,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이 대통령 사건은 대선에 미친 영향부터 다르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허위사실 공표를 통해 0.73%p(24만 7077표)차이로 승리한 당선자의 허위 발언 사건이다. 특검도 구형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의 경우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정치적 논란 속에서 수사·기소가 이뤄진 사건으로, 당락과 관련 없는 발언의 문맥과 해석이 쟁점이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변경 관련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1심은 일부 유죄를 선고했지만 상급심인 2심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힌 점은 그만큼 법률상 해석의 여지가 컸다는 의미다.
또한 이 대통령 2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 결정의 경우, 대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7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단 9일 만에 검토하고 이뤄져 '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선거 당락에도 영향이 없었던 이 대통령의 사건을 신속히 재개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의 경우 초유의 '사법부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졸속 재판을 진행한 정황들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상당 부분 밝혀진 만큼, 사법부 신뢰 제고 측면에서 재판 재개보다 대법 파기환송심의 사실관계 및 책임 규명이 우선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셋째,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헌법 84조를 근거로 관련 수사가 중단됐던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 삼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같은 혐의가 적용된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만 재판 재개를 요구하는 것은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 재판 재개를 주장하려면 최소한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헌법 84조가 왜 이 대통령에게는 예외여야 하는지 ▲장기간 지연된 당선자(윤석열)의 허위사실 공표 사건보다 당락에 관계없는 낙선 후보(이재명) 사건을 먼저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헌법상 재판 중지 결정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가 우선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악수하고 있다. 2026.7.25. 연합뉴스
결국 남는 것은 397억 반환과 정치적 책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현실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97억 원의 선거보전금을 반환해야 하지만, 당의 유동자산만으로 이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올해 2월 기준 총자산은 약 1315억 원이지만 상당수가 토지와 건물, 임차보증금 등 부동산 자산이다. 현금과 예금성 자산은 약 116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마저도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 고정지출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범여권은 이날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 일제히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보전금을 반환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을 향해 "즉각 국민께 사죄하고 혈세로 보전받은 397억 원의 선거비용 반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내란수괴 윤석열을 배출한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 앞에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했고, 조국혁신당 정춘생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필귀정"이라며 "거짓에 기반한 선거로 지급받은 선거비용 보전금, 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국고로 되돌려 정상화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란이라는 참담한 상황까지 자초했던 국민의힘이야말로 응당 그 무거운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며 "윤석열을 앞세워 선거를 문란케하고 끝내 내란까지 자초한 국민의힘이 지금 즉시 해야 할 일은, 397억 원 즉각 반환, 주권자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진심어린 사죄, 그리고 내란본당 국민의힘을 스스로 해산하는 것 뿐임을 거듭 분명히 못박아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치권은 397억 원이라는 막대한 선거보전금 반환 여부에 시선이 쏠려 있지만, 그에 앞서 국민의힘에 던져지는 질문은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된 후보를 배출한 정당으로서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지다. 12·3 내란에 대해서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사과나 성찰 대신 이 대통령 사건을 끌어와 논점을 흐린다면 정치적 정당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의 임금 하한선을 정하는 제도다. 노동자가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급변하면서 이 약속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도 이들을 외면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별도 적용을 부결한 것에 대해 “노동시장 변화와 법원의 판단, 정부 연구결과까지 외면한 결정”이라며 노동부 장관에게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 이의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급계약 뒤에 가려진 저임금 현실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가전제품 설치 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870만 명에 이른다. 계약서 상으론 ‘위탁’이나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일하는 이들을 최저임금 제도는 제대로 포괄하지 못해왔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결론은 부결.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이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는커녕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방치해 사회 전체의 소득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 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 구조를 호소했다.
전국대리운전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주 6일 이상 일하지만 플랫폼 수수료와 보험료, 이동비, 통신비 등을 제외한 실질 순시급은 약 7천300원 수준에 그쳤다. 응답자의 80% 이상은 지난해보다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창배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구조, 콜 단가 인하, 과잉 경쟁, 비용 전가가 만들어 낸 구조적 빈곤”이라며 “도급제 최저임금 부결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할 책임을 회피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학습지 노동자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가 회사의 관리와 업무 지시를 받고 있지만, 회의와 홍보, 전산업무, 회원 관리 등 수업 외 업무에 대해서는 응답자 전원이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통신비와 교통비, 차량 유지비 등 업무에 필요한 비용도 대부분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단지 ‘특수고용’, ‘위탁계약’이라는 계약의 형태만으로, 헌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생계 안전망인 최저임금 논의를 거부해 버렸다”고 규탄했다.
실제로 2025년 최저임금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정부 연구용역 결과는 배달, 택배, 대리운전, 학습지교사 등에 대해 일반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사용종속성을 보이고 있으며, 최저임금 적용의 정당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임위는 노동자성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을 부결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 이의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연구도, 법원 판결도 외면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제도를 보완해야 할 책임을 스스로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임위가 부결을 강행한 바로 다음 날인 6월 12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플랫폼 노동자 보호 취지가 담긴 193호 협약(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이 채택됐고, 한국 정부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이던 와중인 7월 3일, 서울고등법원은 배달 플랫폼 배달기사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라고 인정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제무대에서는 ‘노동존중’ 생색내기를 하고, 국내에서는 직접 수행한 연구용역과 법원판결까지 묵살하며 870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이해할 수 없는 이중 태도”라고 꼬집었다.
법원 판결 당사자인 라이더 노동자들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올해 상반기 라이더들의 실질 시급은 평균 7천400원 수준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인 1만700원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의 92%는 지난해 6월 대비 올해 6월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월평균 41만 원 이상 수입이 줄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이미 한국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인 고용관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사회 전체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최저임금이 계약 형태를 이유로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저임금과 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도급제 노동자 별도 적용 안건에 대해 즉각적인 재심의”를 요청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총파업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핵심 구호 중 하나로 내건 민주노총은 하반기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최초의 구속력 있는 국제기준인 ILO 193호 협약에 대한 국회 비준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적정보수-최저임금 쟁취,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정의 확대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가 27일 오후 윤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1심 판결 선고를 진행하는 가운데, 윤석열씨가 피고인석에 앉아 판결 내용을 듣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석열이 마지막으로 기댄 건, 이재명을 살린 대법원 판결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을 담고 있는 이 대법원 판결은 윤씨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시 윤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①번(변호사 관련 발언) 혐의와 ②번(전성배 관련 발언)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공소사실은 윤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①과거 윤대진 검사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있음에도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②김건희씨로부터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소개받고 김건희씨와 여러 차례 함께 만난 사실이 있음에도 당 관계자로부터 전씨를 소개받고 김건희씨와 함께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발언했다(2022년 1월 17일 취재진과의 질의응답)는 것이다.
유죄 이유 살펴보니...
재판부는 ①번 혐의와 관련해 윤씨가 2012년 한상진 기자와의 전화통화,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연결해 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면서 대선을 앞두고 이를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②번 혐의를 두고 윤씨가 이 재판 법정에서 전성배와의 관계를 인정한 점 등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피고인이 2013년 12월경부터 배우자 김건희를 통하여 전성배를 알게 되어 자신의 검찰 내 징계 및 좌천 상황에 관한 조언을 받았고 김건희는 2016년 말 윤석열의 특검 파견 무렵과 2020년 추미애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전성배로부터 관련 언급을 들어온 점, 피고인은 배우자 김건희와 함께 전성배가 운영하는 법당에 가거나 피고인 주거지에서 전성배를 만난 사실을 피고인 스스로도 이 법정에서 인정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재판부는 전성배씨가 일반 불교 승려와 구분된다고 했다. 점술적 조언을 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전성배의 법당은 일반인이 통상 생각하는 정식 사찰의 모습이 아니고 단독주택 2층에 있고 ▲전성배에게는 배우자가 있고 ▲ 부처님 상이 아닌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님 상이 있는 방에서 방문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점을 봐줬다는 것이다.
양형 이유에서 "(당시 전성배 관련 의혹은) 후보자가 국정운영에서 합리적 판단이 아닌 비공식적 영향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서 유권자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던 사항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써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범행 이후 실시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물론 선거의 결과가 이 사건 각 범행만으로 좌우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허위사실 공표죄가 보호하는 법익인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침해됐다고 보기에는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생중계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2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텔레비젼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 이정민
이재명 살린 대법원 판례, 윤석열을 구하지 못했다
이날 판결 선고에서 눈에 띄는 점은 윤석열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재명 지사 혐의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이었다.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한 다른 후보의 질문을 받고는 강제입원에 관여한 사실을 빼고 답변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라는 게 검찰 공소사실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무죄 취지 파기 환송' 다수의견 7명, '상고 기각·항소심 판결 확정' 소수의견 5명으로 사건을 무죄 취지로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수의견 대법관 가운데 단 1명만 소수의견을 냈다면, 경기도지사 당선무효와 5년 간의 피선거권 상실로 귀결됐을 것이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졌다"라고 밝혔는데, 그는 끝내 살아 돌아온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윤석열씨 측이 재판 과정에서 내놓은 방어 수단이 바로 이 대법원 판결 법리였다. 윤씨 발언은 이 대법원 판결이 보호하는 사례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대법원 판결 법리를 두고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게 됨으로써 그 표현의 명확성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관련 발언은 피고인만이 후보자로 초청되고 언론인으로 구성된 패널들 질문에 피고인이 답변하는 형식이었으며, 전성배 관련 발언이 이뤄진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애초에 상대 후보자와의 공방 구도를 전제 하는 후보자 토론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측 항소한다... "국힘 선거보전비용 반환 가능성, 매우 안타깝게 생각"
윤석열씨 법률대리인단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을 내고 "오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실인정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법리 적용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추후 항소심 재판부가 기존 대법원 판례와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을 종합적·객관적으로 심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선거 과정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발언은 당시의 질문 내용, 발언이 이루어진 경위, 사회적 맥락 및 일반 유권자가 받아들이는 전체적인 의미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러한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하여 이 사건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곡해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인해 국민의힘이 약 400억 원에 이르는 선거보전비용 반환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까지 있게 된 점 역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러한 막대한 법적 효과는 더욱 엄격한 사실인정과 신중한 법리 판단을 전제로 하여야 하며, 발언의 일부 표현만을 독립적으로 해석하여 도출될 결과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대규모 군사작전의 전면 확대를 일단 보류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13일간 연속으로 이어지던 밤샘 공습을 일시 중단했다. 겉으로는 오만의 중재협상단이 테헤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외교적 숨통을 터주는 형국을 취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아주 딱하다. 이란을 매섭게 때리던 미국의 손마디가 먼저 부러졌고, 주먹을 쥘 힘조차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 중단은 초강대국 미국의 실질적 전쟁 수행 능력에 얼마나 치명적인 균열이 생겼는가를 천하에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7일 이란 테헤란의 샤란 정유소가 공습을 받은 후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6. 03. 07 [AFP=연합뉴스]
패트리어트 바닥난 미군- '고장 난 전쟁 수행 방식'의 비극
공습 중단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중동 현지 미군의 방공 미사일 재고 고갈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배치된 패트리어트(Patriot) 요격 미사일과 첨단 방공 탄약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약 5개월간 지속된 이번 중동 전쟁 과정에서 개당 400만 달러(약 55억 원)가 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무려 1200발 이상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금요일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에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빗발칠 때, 미군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단 한 발의 탄도미사일로 인해 미군 병사 3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단 케인(Dan Caine) 미 합동참모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적인 대규모 전투 작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중부사령부가 보유한 요격 미사일 재고가 위험천만한 수준까지 고갈될 것”이라고 비공개 경고를 날렸다. 1발당 수만 달러에 불과한 이란의 저비용 드론과 탄도미사일 떼를 막기 위해, 미군은 발당 수백만 달러짜리 고가 요격 미사일을 쏟아붓는 '비대칭 자원 소모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미·중 전략적 경쟁과 중동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자원 소비 속도는 방위산업의 생산 속도를 까마득히 뛰어넘었다. 과거 ‘세계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이라 불리던 미국의 병기제조창과 첨단 군수 제조업 기반이 얼마나 심각하게 괴사했는지를 입증하는 서글픈 단면이다.
25일 오만만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무스카트 해안 앞바다에서 포착됐다. 2026. 07. 25 [AFP=연합뉴스]
호르무즈를 열지 못한 항모전단, 말 잔치로 끝난 해협 개방
무력한 원거리 공습자원 고갈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세를 역전시키기는커녕, 해협 개방이라는 일차적 작전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미 항공모함 전단은 이란 연안의 복잡한 수심과 기뢰를 제거할 실질적인 연안 전투 능력이 부재하다. 기뢰를 걷어내고 연안을 확보할 능력이 없으니, 그저 멀리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값비싼 미사일로 원거리 공습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거리 타격은 상업용 선박을 위협하는 이란의 소형 기습 공격정, 해안 연안 로켓, 지대함 미사일 거점을 제거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나타냈다. 7월 4일, 이란이 지정한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 항로를 벗어나 남쪽 항로로 가던 카타르, 쿠웨이트의 유조선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을 받고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은 이를 응징한다며 곧바로 이란에 2주 가량 공습을 퍼부었으나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이란이 허용한 선박만이 북쪽 해협을 드물게 항해하고 있다.
미국의 공습은 이란 군부를 위축시키기는커녕 이란 내부의 체제 결속을 공고히 하는 역효과만 낳았다. 때리면 때릴수록 미국의 요격 미사일은 바닥나고, 이란의 항전 의지만 높여주는 허망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24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전시된 졸파가르(Zolfaghar) 미사일 옆으로 악기를 든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전역의 여러 지점을 타격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26. 07. 24 [EPA=연합뉴스]
폭력을 통한 정치적 대화의 연장- ‘Talk-Fight’의 본질
미군 전쟁연구소(ISW)의 최근 보고서가 지적하듯, 미군이 13일 만에 공습을 멈춘 사이 중동의 전황은 미국이 바라는 대로 수습되지 않고 있다. 미군이 공습을 멈추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 지원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간의 격렬한 교전이 재개되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무력 타격이 동맹국의 안보를 지켜주기는커녕,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전체를 다시금 거대한 화염 속으로 몰아넣으며 세계 물류망을 붕괴시킬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 워싱턴의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분석에서 이러한 교전과 소강의 반복을 매우 차가운 시선으로 꿰뚫어 본다. CSIS는 “많은 언론이 총성이 울리면 협상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렸다”며, 현재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사태의 본질을 '싸우면서 협상하기(Talk-Fight)'라는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라 말했듯,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군이 이란 항구를 때리는 것은 협상의 파기가 아니라 폭력을 통한 정치적 대화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압도적 화력으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서 무릎 꿇리려 했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언제든 닫을 수 있다는 전력을 과시하며 시간이 자기 편임을 입증하려 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원하든 원치 않든, 13일 만에 공습을 중단하고 오만 중재단을 테헤란에 진입시킨 것은 '싸우면서 협상하는' 중동 분쟁의 강요된 논리와 조건 속에 미국이 완벽히 갇혔음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일방적 폭력 행사 능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외교와 무력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협상의 무대로 끌려 들어온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6.17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점점 가파르게 오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청구서
자존심 구기고 밑천도 떨어진 미국은 이제 그 비용과 안보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 그 맨 앞에 바로 대한민국이 서 있다. 최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함을 파견해 달라고 정부에 재차 강력히 요청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호르무즈 통항의 이점을 누리는 국가들이 하드웨어든 재정이든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동맹국들의 기여를 공공연히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호르무즈 봉쇄 해제와 해양자유연합(MFC) 작전에 한국 해군을 방패막이로 차출하겠다는 속셈이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 정상회의 등 정상 외교 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사용할 군함 10척을 한국 조선소가 신속히 건조해줄 수 있느냐"는 파격적이고도 집요한 요구를 내던졌다. 미국의 Naval Shipbuilding(함정 건조) 및 MRO(정비) 인프라가 완전히 괴사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며, 그 기지 부족분을 한국의 세계적 조선 역량으로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제조업 붕괴와 군수물자 부족, 그리고 기뢰 하나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연안 작전 능력의 부재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미 군사 제국의 실체적 한계다. 전쟁 능력이 고갈되어 갈수록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내밀 안보 청구서의 액수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와 함정 10척 신속 건조 압박은 그 거대한 청구서의 '첫 장'에 불과하다. 거센 안보 풍랑 속에서 국익을 지켜낼 철저하고 주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젤렌스키 "러, 이란에 걸프국 미군시설 위성 정보 지원"…후티, 홍해 연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7.26. 18:00:44
미국이 2주 만에 이란 공습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란이 자국 선박이 카스피해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격 당했다고 밝히고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공격하며 전선 확대 우려가 커졌다.
이란 외무부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카스피해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 정권의 이란 상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해당 공격으로 선박에 폭발이 발생해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공격이 "진행 중인 분쟁을 더욱 악화하고 확장할 수 있다"며 이란이 "국제법 기본 원칙, 특히 고유한 자위권에 따라 국익과 안보 수호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란 연계 군사 물자 수송선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카스피해에서 장거리 공습을 통해 매우 강력한 성과를 거뒀다"며 공격에 "군함 한 척을 포함해 군사 물자 수송에 쓰인 이란 연관 선박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위성 관측 정보를 제공해 이란의 중동 미군 시설 공격을 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7월 초부터 러시아 위성이 걸프국들과 그곳에 위치한 미군 시설을 적극 감시하고 있었다는 걸 포착했다"며 "러시아의 이 지역 위성 이미지와 이란 공습엔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7월19일과 20일만 해도 러시아 위성 관측 범위에 이 지역 4곳 공군기지가 포함됐다. 바레인 2곳, 요르단 1곳, 쿠웨이트 1곳"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이는 "러시아의 이란 정권에 대한 새로운 지원"이라며 "정보기관에 우리 파트너국들에 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결코 개입한 적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란에 "비이성적이고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전에서 이란제 무인기(드론)를 대량 사용했다.
홍해에선 후티 반군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시설을 공격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아 사리는 25일 아람코 시설이 위치한 사우디 홍해 연안 지역 지잔, 얀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사우디 쪽에선 아람코 지잔 정유시설 피해 규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 지역에서 거대한 연기 기둥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란 전쟁 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사우디의 주요 원유 수출항이 된 얀부에선 방공망에 탄도미사일 두 발이 요격됐다고 덧붙였다.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한 사우디와 반목해 온 후티 반군은 예멘 사나 국제공항 공습 배후를 사우디로 지목 뒤 지난 20일 홍해 봉쇄를 선언하고 사우디 선박 공격에 나섰다. 이에 사우디는 24일 후티 반군 점령지 예멘 호데이다를 공습했고 후티 반군이 또 다시 보복에 나선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황에서 홍해까지 막힐 경우 세계 원유 공급망이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된다. 이란 연계 후티 반군이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란 영향력 강화를 위해 홍해 폐쇄에 나선 건지는 불분명하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이란이 후티 반군을 이용해 홍해 또한 협상패로 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주말 거의 2주간 이어지던 미군의 대이란 공습은 일단 끊겼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동부시간 기준 23일 오후 9시(이란 시간 24일 오전 4시30분)께 13일 연속 이란 공습을 마쳤다고 공표한 뒤, 이란 시간 25일 오전까지 추가 공습을 공지하지 않았다. 중부사령부는 25일 이란 해상 봉쇄는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공 미사일 고갈 우려로 이란 군사작전 확대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논의에 정통한 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최고위 참모진과 내각 고위 인사들과의 비공개 회의 뒤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신문은 해당 회의에서 미 국방부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및 방공 자원 재고 감소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고 전했다. 한 미 고위 당국자는 앞서 미군 3명이 사망한 요르단에서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에 미 방공망이 뚫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 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다. 결정을 내리기 직전이고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24일 오후 취재진에 관련 질문을 받자 "우린 준비가 돼 있지만 그들(이란)과 대화 중이므로 전환점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며 외교적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25일(현지시간) 이란 연계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지잔에 위치한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힌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지잔 아람코 정유시설에서 연기가 솟는 영상을 갈무리한 이미지. ⓒAFP=연합뉴스
▲코스피가 약 9% 급락하며 7,000선(7천피)을 내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한국 주식시장이 도박장으로 변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코스피는 9000선 위였던 6월 고점에서 한 달 만에 약 25% 하락했고, 7월 하루 중 변동 폭은 평균 6.75%까지 치솟아 1987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흔들림이다.
이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만든 진동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듯, 한국발 변동성은 미국 반도체지수와 뉴욕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이력도 짧다. 미국에서도 2022년 여름에야 세계 최초로 상장된 신생 파생상품으로, 태어날 때부터 위험성 논쟁에 휩싸였다. 그런 상품이 4년도 되지 않아 한국 시장에 도입됐다. 미국은 왜 이 상품을 두려워했고, 한국은 왜 주저 없이 들여왔을까.
이 상품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출발점은 상품의 정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정해진 배율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오늘 1% 오르면 2배 상품은 2% 오르고, 1% 내리면 2% 내린다. 여기서 핵심은 '하루'다. 배율은 매일 새로 맞춰지고, 그러려면 운용사는 매일 장 마감 무렵 주식을 사고팔아 잔고를 조정해야 한다. 오른 날은 더 사야 하고, 내린 날은 더 팔아야 한다.
이 설계에서 두 개의 위험이 나온다. 하나는 투자자의 위험이다. 매일 배율을 다시 맞추는 구조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상품 가치는 주가보다 빨리 깎인다. 이틀에 걸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상품은 손실을 본다. 오래 들수록 불리해지는, 장기 보유에 맞지 않는 상품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의 위험이다. 이 상품은 구조상 오른 날 장 마감에 주식을 더 사고, 내린 날 장 마감에 더 판다. 상품이 작을 때는 시장이 이 매매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덩치가 기초자산의 거래량에 비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계적 주문이 종가를 직접 밀어 올리거나 끌어내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등락이 다음 날 더 큰 기계적 주문을 부른다. 시장의 흔들림을 따라가던 상품이, 어느 순간부터 흔들림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상품이 단일종목을 상대로 세계 최초로 허용된 곳이 2022년 여름의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상품을 반긴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통과시켰다. 2019년에 ETF 상장 절차를 간소화한 규정이 뜻하지 않게 이런 상품까지 통과시키는 통로가 됐고, 요건을 갖춘 상품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규정을 만들 때는 이런 상품이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 당시 위원의 공개 고백이다.
정치의 맥락도 있다. 문을 넓힌 2019년 규정은 규제 완화를 앞세운 공화당 행정부에서 만들어졌고, 상품이 들어온 2022년의 SEC는 민주당 행정부 아래 있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규정은 남는데, 다시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리는 데다 위원회 표결도 갈렸다. 금융업계는 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품을 밀어 넣었고, SEC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냥 통과시키지는 않았다. SEC 위원은 상장 당일 공개 성명으로, 분산이라는 안전판마저 없는 이 상품이 기존 레버리지 상품보다 한 단계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이를 규율할 새 규정을 촉구했다. 고객의 이익을 앞세울 법적 의무가 있는 전문가라면 권하기 어려운 상품이, 일반 개인에게는 클릭 몇 번으로 열려 있었다.
경계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배율을 사실상 2배로 묶어 왔고,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5배로 추종하겠다는 상품 신청에는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는 지금도 3배짜리 단일종목 상품조차 없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시장 친화적이라는 미국 감독기관이 이토록 염려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 금융당국은 왜 두려워했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의 종목 시세판 밑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이 이 상품을 두려워한 이유는 경험이다. 자동 매매가 시장 전체를 무너뜨리는 사고를 이미 두 번 겪었기 때문이다. 1987년과 2018년이다.
그중 첫 사고의 흔적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하다. 요즘 부쩍 자주 듣는 단어가 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시장이 급등락할 때 거래를 강제로 멈추거나 늦추는 장치들이다. 코스피 역사에서 발동된 서킷브레이커의 절반 이상이 최근 6개월에 몰려 있다는 것이 로이터의 집계다. 그만큼 자주 듣게 된 이 장치의 족보를 거슬러 오르면 1987년 가을의 뉴욕이 나온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22.6% 폭락했다. 39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은 하루 최대 낙폭, 블랙 먼데이다. 그런데 그날 시장을 무너뜨린 주범은 공포에 질린 군중이 아니었다. 당시 월가에서 유행하던 포트폴리오 보험이라는 전략이었다. UC버클리 교수들이 설계한 이 기법은 주가가 떨어지면 정해진 공식에 따라 자동으로 선물을 내다 팔아 손실을 막아 주는, 이름 그대로 보험을 표방한 상품이었다.
문제는 모두가 같은 보험에 들었을 때 터졌다. 하락이 자동 매도를 부르고, 그 매도가 추가 하락을 부르고, 추가 하락이 더 큰 자동 매도를 부르는 순환이 단 하루 만에 시장의 5분의 1을 지웠다. 폭락 일주일 전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전략이 하락장에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실렸지만, 정해진 공식대로 파는 프로그램을 멈추지는 못했다.
수습은 원인 규명에서 시작됐다. 레이건 대통령은 곧 재무장관이 되는 니컬러스 브래디에게 조사를 맡겼다. 두 달간 그날의 거래 기록을 파헤친 끝에 나온 브래디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다. 범인은 투매한 대중이 아니라 기계적 매도를 낳은 시장의 설계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방도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향했다. 시장이 일정 폭 이상 떨어지면 거래를 강제로 멈춰 기계와 사람 모두 숨을 고르게 하는 장치, 서킷브레이커가 그렇게 태어났다.
두 번째 사고는 2018년에 일어났다. 2017년 한 해 미국 시장은 기이할 만큼 고요했고, 그 고요에 돈을 거는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재는 지표인 공포지수가 낮게 유지될수록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XIV라는 이름의 상품이다. 전년에만 180%를 벌어 준 상품이었다. 2018년 2월 5일, 시장이 흔들리며 변동성이 튀자 이 상품은 규칙대로 장 마감 무렵 보유 자산을 조정해야 했는데, 그 조정 매매가 변동성을 더 밀어 올렸고 오른 변동성이 더 큰 조정 매매를 강요했다. 그날 미국 주가지수의 하락은 4%에 그쳤다. 그런데 XIV는 하루 만에 가치의 96%를 잃고 청산됐다.
두 사고의 구조는 같다. 정해진 규칙대로 장 마감에 추세를 따라 매매하는 상품이 충분히 커지면, 시장의 흔들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킨다. 위험이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시장의 구조 자체가 위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022년 SEC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그토록 염려한 것은 이 두 번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울의 7월 13일 코스피 지수 8.95% 급락과 강제 청산의 연쇄는 이 두 사고를 그대로 닮았다.
한국에서는 왜 극단적 변동성의 원인이 됐나
▲레버리지 ETF연합=OGQ
답은 두 가지다. 도입을 주도한 주체가 미국과 달랐고, 상품의 충격을 흡수할 시장 조건이 달랐다.
우선 도입의 주체가 달랐다. 미국에서 이 상품은 규제의 틈새로 들어와 감독기관의 경고 속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도입을 주도했다. 서학개미의 달러를 되돌려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목표 아래 청와대발 구상으로 제기됐고, 금융위원회가 제도를 고쳐 1월 지시에서 5월 상장까지 넉 달 만에 실행했다. 경고문을 쓰는 자리에 있어야 할 정부가 상품 기획자의 자리에 섰으니, 경고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시장 조건이 달랐다. 미국 최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따라가는 ETF로, 자산이 40억 달러 규모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의 0.1% 수준이다. 그마저 현물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게 아니라 대형 금융사와의 스와프 계약으로 배율을 맞추고, 그 금융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옵션시장 안에서 위험을 상쇄한다. 상품의 조정 매매가 주가에 닿기 전에 여러 겹의 완충을 거치는 구조다.
한국은 정반대다. 상품군 시가총액은 17조 원으로 불어나 두 종목 합산 시가총액의 0.4%에 이르렀다. 비율로 따지면 미국의 네 배다. 배율을 맞추는 방식의 차이는 더 크다. 국내 규정은 파생상품 활용을 제한해 운용사가 현물 주식을 장 마감에 직접 사고팔아 배율을 맞추게 한다.
미국에서는 상품의 조정 매매가 스와프와 옵션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며 잘게 나뉘어 흡수된다. 쉽게 말해 상품의 주문을 여러 금융사가 나눠 받아 저마다의 방식과 시점으로 처리한다. 매매가 한 시장의 장 마감에 한꺼번에 몰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그 중간 단계가 없어, 조정 매매가 매일 장 마감 무렵의 현물 시장에 주문 그대로 쏟아진다. 같은 상품의 같은 매매가 미국에서는 완충되고 한국에서는 주가를 직접 움직이는 이유다. 같은 반도체 호황을 누리면서도 이 상품이 없는 대만 증시의 변동성이 같은 기간 코스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도박장이라는 이름을 지우는 길
▲지난 5월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다. 이번 사태가 꼭 그렇다. 깊은 옵션시장과 스와프라는 토양 위에서 관리되던 미국의 상품을, 한국은 그 토양에 대한 고려 없이 개념만 서둘러 옮겨 심었다. 환율을 지키겠다며 들여온 상품은 증시의 극단적 변동성이라는 예상 밖의 열매를 맺었고, 이제는 없애기도 그대로 두기도 어려운 계륵이 됐다.
이런 성급한 이식을 가능하게 한 밑바탕이 속도전이다.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집중하고 속도로 밀어붙이는 제조업 추격의 방정식은, 물건을 먼저 만들면 수요가 따라오는 공장에서는 통했다. 그러나 수백만 참여자의 기대로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상품을 먼저 만들어 수요를 불러내면, 오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상승이 상승을 정당화하는 동안 빚이 쌓이고, 좋은 시절이 계속되리라는 믿음 자체가 가장 큰 불안의 씨앗이 된다. 신뢰는 속도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신뢰 회복을 위한 다음 순서가 중요하다. 미국이 두 사고 뒤에 밟은 순서는 독립 조사로 원인을 규명하고, 그 결과로 구조를 고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기존 수준을 넘는 보완 대책을 지시한 지금, 한국의 목록에도 같은 것이 올라야 한다. 사태의 전 과정을 규명하는 독립 조사, 그리고 현물 매매를 강제하는 규정을 풀고 기준 가격을 평균가로 바꿔 상품과 현물 시장 사이의 전달 경로를 손보는 일이 그것이다.
이 사태를 외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기록하는 것은 급락의 폭이 아니라 사고를 다루는 정책의 수준이고, 그래서 사후 처리가 사태 자체보다 중요하다. 신뢰 회복의 핵심은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있지 않다. 사고가 나면 규명되고 고쳐진다는 것을 제도로 증명하는 데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자동으로 조여지고, 상품이 기초자산에 비해 커질수록 자동으로 제동이 걸리게 하는 것이다. 좋은 시절의 낙관은 사람의 절제를 무너뜨리기에, 절제는 재량이 아니라 규칙에 새겨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의 답이 그런 규칙으로 완성될 때, 도박장이라는 이름은 지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도 조치대학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의 진실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사진-조천현]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은 ‘동양평화론’의 위대한 비전을 오늘날 동아시아 다자간 평화체제로 온전히 승화시키는 시대적 사명이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도 조치대학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은 ‘동양평화론’을 실현하는 사명이라는 점이 중점적으로 강조됐다.
이날 학술회의는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의 진실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주제로 한국 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강덕상사료연구원, 일본 측 조치대학 글로벌·컨선연구소가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탐사 도쿄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조천현]
이날 국제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탐사 도쿄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안중근 의사 순국 116주년을 되새기며,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은 단순히 과거 영웅의 물리적 흔적을 쫓는 추모사업이 결코 아니”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심판의 실현”이자 “‘동양평화론’의 위대한 비전을 오늘날의 불안정한 동아시아 다자간 평화체제로 온전히 승화시키는 중대하고 시급한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08년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 중국단독발굴사업 등의 실패를 언급, 지난 3월 확인된 1910년 9월 10일자 일본 <오사카마이니치신문> 고마츠 모토고(小松元吾) 기자의 기고 내용이 유해발굴의 실증적 단서임을 강조했다. (통일뉴스 2026.3.26.자 참고)
“1910년 당시 르포기사가 기적적으로 새롭게 발굴되며 우리의 유해찾기 여정은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고 “‘인간좌표’와 ‘심층매장’ 정보는 지리적 물리적 한계를 최신 첨단과학기술로 단숨에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남북 정부를 향해 ‘한국과 조선 민간 공동실무협의체’를 제안했으며, 일본 정부에는 유해 매장 관련 정보 전면 공개, 중국 정부에는 전폭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게는 “허울뿐인 수사적 약속과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능동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사형수 동시 매장설’ 오류” “정확한 역사적 사료 중요”
이날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에 역사적 사료가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국 내에 인식되고 있는 ‘사형수 동시 매장설’이 오류이고, 중국 정부의 협조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규수 ‘강덕상사료연구원’ 원장은 지난 3월 공개한 1910년 9월 <오사카마이니치신문>의 고마츠 모코토 기자의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1910년 6월 <만주일일신문>기사를 공개하며 안중근 의사와 일반 사형수 동시 매장설을 반박했다.
지금까지 안중근 의사가 다른 사형수인 혼다 오토마쓰, 위안광가오가 같은 날 사형됐으며, 동시 매장되었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안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다른 사형수는 같은 해 6월 9일에 각각 사형됐기 때문에, 동시 매장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는 2008년 발굴사업 실패의 원인이라고 이규수 원장은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기존 학계와 대중 언론이 역사적 상상력에 기대어 범해 온 ‘사형수 동시 매장설’이라는 사료 오독의 메커니즘을 문헌학적으로 낱낱이 밝혀내어 사건의 정확한 타임라인을 복원했다”며 1910년 9월자 기사를 중심으로 유해발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용 원광대학교 교수는 중국 정부의 협조를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적 사료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985년 재미학자 박한식 교수의 조사, 2008년 남북공동발굴조사 등에 중국 측이 협조하고, 2008년 10월에는 중국 측이 단독 발굴조사에 나선 만큼 안 의사 유해발굴에 중국 측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
김주용 교수는 “중국은 협조는 하되 정확한 역사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발굴은 무의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중근 유해 발굴,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의 첫걸음”
이날 국제학술회의는 한국 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강덕상사료연구원, 일본 측 조치대학 글로벌컨선연구소가 주최했으며, 가 후원했다. 학계 및 시민 50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조천현]
이날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이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강조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강성은 조선대학교 조선문제연구센터 연구고문은 “안중근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자국 중심주의적인 역사관을 극복하고 동아시아 공통의 역사 인식을 획득함으로써 동아시아 국가들과 국민이 화해로 나아가 갈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안중근 유해의 남북 코리아, 일본, 중국 공동발굴은 그 큰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현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남과 북 민족 전체가 공유하는 역사적 인물로 안중근 의사를 인정하고 있다”며 “유해 발굴 및 고국 봉환 문제 등에서 남북이 함께 사상을 되살려야 할 상징적 위인”이라고 말했다.
AI 등 기술을 활용한 유해 매장지 예비조사를 실시한 김경식 메타메모리 대표는 “유해 위치를 찾는 일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며 “아직 검증되지 못한 역사의 공백을 사료와 지도로 다시 묻고 과학적 절차를 통해 공동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작업”으로 “한 개인의 탐문을 넘어 동아시아 역사갈등을 공동 진실 탐사의 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행사에 앞서 김삼열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다시 연대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새롭게 밝혀지는 안중근 유해의 진실을 바탕으로 남북이 다시 만나고 일본, 중국과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계환 [통일뉴스] 민족과통일연구소 이사장도 “유해를 찾는 일은 안중근의 정신과 사상을 찾는 여정이고 나아가 동양평화론에 입각해 한국, 조선, 중국, 일본과의 평화를 공유하고 특히,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약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권향숙 조치대학 글로벌·컨선연구소 소장은 “유해 탐색과 진상 규명은 한 역사적 인물의 귀환을 실현한다는 인도적 과제인 동시에 식민 지배와 전쟁의 역사에 직면하여 동아시아 내 공유된 역사 인식과 화해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제학술회의는 [통일뉴스]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한국과 일본의 학계, 시민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다음은 이날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탐사 도쿄 선언문'이다.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탐사 도쿄 선언문] (전문)
올해로 안중근 의사께서 조국의 자주독립과 억압받는 동양 민중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던 중국 다롄의 뤼순 감옥에서 차디찬 이슬로 순국하신 지 116주기를 맞이하였다. “내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달라”는 의사의 피 끓는 마지막 유언은 한 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못한 채, 통한의 세월 속에서 분단이라는 이념의 장벽과 일본의 철저하고도 악의적인 역사의 은폐 속에 깊이 갇혀 있다.
그동안 한국과 조선은 각자의 위치에서 민족의 영웅인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여러 차례 발굴을 시도했으나, 급격한 지형 변화라는 물리적 한계와 관련국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오랜 기간 뼈아픈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특히 조선은 과거 둥산포 묘지 일대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후 '지형 변화로 인한 발굴 불가' 입장을 굳혀왔고, 한국 역시 2008년 가장 유력한 매장지로 지목되었던 위안바오산 발굴이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며 깊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1910년 당시 일본 언론인 고마쓰 도시무네(필명 방외생)가 남긴 미발굴 르포 기사 「안중근의 묘」가 기적적으로 새롭게 발굴되며 우리의 유해 찾기 여정은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뤼순 감옥 동쪽 마잉푸(馬營浦) 인근 산 중턱, 일본인 사형수 모토야마와 야마무라의 묘 사이를 정확히 짚어낸 ‘인간 좌표’와, 표면 지형의 훼손을 우회할 수 있는 지하 2.1m 깊이라는 구체적인 ‘심층 매장’ 정보는 그간 한국과 조선이 겪었던 지리적, 물리적 한계를 최신 첨단 과학 기술로 단숨에 돌파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실증적인 단서가 아닐 수 없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은 단순히 과거 영웅의 물리적 흔적을 쫓는 추모 사업이 결코 아니다. 이는 뼈아픈 식민 지배의 폭력적인 진실을 낱낱이 인양하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심판의 실현이며, 나아가 의사께서 차디찬 감방에서 목숨을 걸고 주창하신 ‘동양평화론’의 위대한 비전을 오늘날의 불안정한 동아시아 다자간 평화 체제로 온전히 승화시키는 중대하고도 시급한 시대적 사명이다.
이에 제국주의의 심장부였던 이곳 도쿄에 모인 한국·조선·일본의 깨어있는 지성과 양심적인 민간단체, 그리고 동아시아의 진정한 평화를 열망하는 모든 참석자는 안 의사의 유해를 하루빨리 온전하게 고국의 품으로 모시기 위해, 관련 4개국의 즉각적이고 책임 있는 외교적·실무적 행동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엄숙히 선언한다.
하나, 한국과 조선은 이념과 체제의 소모적인 차이를 과감히 뛰어넘어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무 협력에 즉각 나서라.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은 분단된 조국이 반드시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지상 최대의 민족사적 과제이다. 우리는 새롭게 확인된 객관적 사료를 강력한 매개로 삼아 굳게 닫히고 경색된 한국과 조선 관계의 물꼬를 트고, 민간이 주도하는 ‘한국과 조선 민간 공동 실무협의체’를 신속히 구성하여 과거의 지상 훼손론을 과학적으로 극복할 실질적이고 굳건한 연대를 추진할 것을 천명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의 뼈아픈 역사적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과 관련된 모든 공식 행정 기록과 그동안 의도적으로 은폐해 온 사료를 조건 없이 투명하게 전면 공개하라.
일본은 안 의사의 묘역이 한민족 독립운동의 거룩한 성지로 부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철저하고 치밀하게 매장 기록을 감추고 왜곡했다. 진정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미래 지향적 관계는 과거의 어두운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본은 결자해지의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관련 자료 공개와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만 할 것이다.
하나, 중국 정부는 새롭게 발굴된 사료와 더불어 첨단 과학 기술을 적극 활용한 뤼순 현지 유해 탐사 및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력하라.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핀포인트 좌표가 특정된 만큼, 마잉푸 일대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 도입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 위치 추정 탐사는 유해 발굴의 성패를 가를 필수적인 과정이다. 중국 당국은 동아시아 항일 투쟁과 평화의 상징인 안 의사의 유해 발굴 조사가 그 어떤 정치적 장벽 없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현지에서의 외교적, 행정적, 물리적 지원을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나, 한국 정부는 허울뿐인 수사적 약속과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대(對) 조선·중국·일본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능동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라.
이토록 구체적인 새로운 사료와 과학적 방법론 앞에서도 주저하고 방관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위임받은 정부의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역사적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한국 정부는 즉각 조선 측에 조건 없는 공동 발굴을 제안하고, 중국과 일본 양국 정부를 상대로 한 강력하고 집요한 외교적 교섭을 통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타임라인과 로드맵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오랜 타향살이를 끝내고 마침내 고국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는 그 역사적인 날까지, 한국과 조선의 굳건한 연대와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이 제국주의의 심장부였던 도쿄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의 엄숙한 선언이 안 의사의 숭고한 평화 정신을 잇고, 분단된 조선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굳건하고 영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가장 위대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임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샌프란시스코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병맥주를 부딪치며 카메라를 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를 연쇄 접견하고 한국을 “대체 불가한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의 핵심 국가”이자 “글로벌 AI 허브”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엔비디아 등과 9500억 달러(약 1375~1389조 원)에 이르는 ‘AI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27일 아침신문들이 이를 1면에 주요 기사로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청와대 발표를 인용해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이라고 전했다.
신문 1면 채운 글로벌 AI 리더 만찬 현장 사진
다음은 27일 전국 단위 아침종합신문 1면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샌프란시스코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병맥주를 부딪치며 카메라를 보는 사진을 배치했다.
경향신문 <이 대통령, 빅테크 리더들 앞 ‘AI 선도국’ 선언>
국민일보 <삼전닉스-美빅테크 1375조원 ‘AI 동맹’>
동아일보 <“삼성-SK, 美>빅테크와 9500억달러 반도체 협력”>
서울신문 <K반도체 ‘1400조원 글로벌 AI동맹’ 뜬다>
세계일보 <한·미 빅테크 1375조원 ‘반도체 동맹’>
조선일보 <9500억달러짜리 ‘건배’>
중앙일보 <“우리는 식구다” 이재명식 AI 동맹>
한겨레 <삼전·SK, AI 빅테크와 ‘9500억달러 반도체 협력’ 추진>
한국일보 <李 “공급망 핵심국가 도약” 샌프란 AI선언>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한 ‘AI(인공지능) 선언’은 한국이 AI 시대 추격자나 부품 공급국을 넘어 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생산역량을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되겠다”고 했다.
신문들은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미국 빅테크 기업이 총 9500억 달러 규모 반도체 협력을 구체화했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현지 브리핑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이 향후 5년 동안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반도체 제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는 엔비디아 등과 7500억 달러 규모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투자 협약, 브룩필드와 공급 계약 등을 통해 100억달러(약 14조 원) 규모 글로벌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AI로봇을 개발·검증할 수 있는 표준 기반을 구축해 대학·스타트업의 로봇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27일 조선일보 1면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은 경향신문 기고에서 “2026년의 키워드는 ‘공급망’이다. 최고의 모델도 반도체와 전력이 받쳐줘야 돌고, 최고의 반도체도 AI라는 수요가 있어야 제값을 한다”며 “세계 HBM 시장의 약 80%를 쥔 대한민국이다. 공급망 시대의 협력은 기업 간 거래로 끝나지 않는다. 전력과 부지, 정책과 제도까지 국가가 함께 보증해야 움직인다. 대통령이 직접 테이블에 앉은 이유”라고 썼다.
▲27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김 소장은 청와대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이라 명명한 이번 발표를 두고 “지난 6월 발표된 약 4700조 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글로벌 기술·자본과 연결하는 실행 선언인 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이 “‘인간 중심’이라는 AI 발전 방향도 언급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더 책임 있고,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하며, 성과가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는 시대를 만들 것”이라면서 지난 1월 시행된 한국의 AI 기본법과 ‘AI 기본사회’에 관한 정부의 비전도 소개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선 어떤 위기 속에서도 반도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공급망 안전장치이자 글로벌 반도체 부족을 예방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투자”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AI 강국 비전 제시한 ‘샌프란 선언’, 역풍도 고민해야>에서 AI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사회 경제적 부작용과 양극화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내놨다. 한겨레는 먼저 “글로벌 인공지능 업계를 주도하는 대표 기업들의 최고 경영진이 단일 국가 행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27일 한겨레 사설
이어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인공지능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사회·경제적인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미 청년 취업이 위축되는 등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의 과실을 일부 기업과 계층이 독점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며, 대안 마련 없이는 “정부 구상은 거센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경향, 보완수사권 폐지 “민주당 보완책, 진지하게 평가해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더 이상 할 일도, 의지도 없다”며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해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는 시점에서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이 마련한 보완책이 유의미하다고 밝히는 한편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일보와 조선일보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의 의견 표명을 주문했다.
신문들은 오는 10월 새 형사사법 체제 출범을 앞두고 주무부처 장관이 사의를 밝힌 데에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은 “정 장관 사의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여권 내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당시 김민석 총리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정 장관의 사퇴 의사에 비춰볼 때 정부 내 엇박자는 여전한 셈”이라고 했다.
▲27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 등 7대 범죄에 한해 전건 송치와 중수청 보완수사를 의무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검사가 보완수사 필요성을 판단한 뒤 중수청이 보완수사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보강한 것은 그 실효성을 진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최근 검찰의 통신영장 기각과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진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 사건(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며 “그런데도 검찰개혁 주무 장관이 당론 채택을 기다렸다는 듯 사의를 표명한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에 논의를 일임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도 이런 혼선에 영향을 준 셈”이라고 했다.
한국 “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 보완하는 것이 순리” 조선 “직접 의견 표명해야”
한국일보는 “견제받지 않는 경찰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장윤기 사건에서 똑똑히 봤다. 그런데도 내달 당대표 선거를 앞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위세에 눌렸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 정 장관의 우려에 공감한다면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해 보완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 장관도 보완수사권 유지가 자신의 소신이라면 야당에게 부탁만 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와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 할 것 아닌가. 자신들의 정치 입장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대 문제를 외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수사권이 쟁점이 되지 않도록 당 대표 선거 이전에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 안전을 권력투쟁 수단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했다.
▲27일 조선일보 사설
정부 부동산세 개편안 전망, 부동산 토론회 “전월세난·무주택자 뒷전”
정부가 공시가격 30억 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에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게는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문들이 이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개편 전망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지난 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정작 극심한 전월세난을 겪는 무주택 임차인을 위한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은 뒷전”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부가 속도를 내는 개편안의 핵심은 초고가 주택 기준을 30억 원(공시가격) 초과로 정하고,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겐 다주택자(3주택 이상) 수준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국민일보는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사람이 같은 값의 여러 채를 가진 사람보다 세금을 덜 내는 역전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일보는 “다만 이 같은 방향이 또다른 차별을 부를 수 있다”며 “주택 처분과 이동을 위한 출구”가 요구된다는 주장을 전했다.
1면 머리기사로 소식을 전한 경향신문은 4면 <’공시가격 30억‘ 주택, 전체 0.3% 불과… “과세하는 척” 비판도>에서 정책 실효성을 꼬집었다. 공시가격 30억 원 초과 주택은 전체의 0.3%밖에 안 돼 과세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이에 따라 조세형평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경향신문 4면
경향신문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보면, 공시가격 30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전체의 0.3%에 해당하는 5만869가구다. 이중 서울에 위치한 주택은 99.3%에 해당하는 5만519가구로, 초고가주택 과세 대상 대부분은 서울에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김유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의 “과세하는 척을 할 뿐,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공정성은 물론 대통령이 초고가주택 과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형성돼 양극화가 훨씬 나빠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전월세난 심각한데 세입자 대책은 뒷전>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금융·세제 정책이 전월세난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나 정책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평했다.
▲27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토론회 논의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키워드는 ‘주택’(209회), ‘공급’(133회), ‘대출’(101회) 등 주택 매매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들이었고 유주택자 세제 개편이 집중 논의된 반면, ‘월세’(전월세 포함)는 11회, ‘임차인’ 9회, ‘세입자’ 8회에 그쳤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문제는 이재명 정부 들어 집값 상승과 함께 전월세 가격도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소한의 주거복지 대책을 주문하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탈과 만나 “대한민국의 유망 스타트업과 여러분의 글로벌 투자 역량이 만나면 투자자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고, 우리 스타트업은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교류 모임)’에서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투자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대한민국은 뛰어난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며 “두 나라의 강점이 결합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의 삼성과 현대, 에스케이(SK), 네이버, 그리고 세계를 선도할 새로운 글로벌 혁신 기업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의 자본과 시장을 만나고, 미국의 투자자와 혁신 기업이 대한민국의 기술, 제조, 인재 생태계와 연결될 때 양국은 앞으로의 30년을 함께 만들어 갈 혁신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대한민국의 유망 스타트업과 글로벌 투자자 여러분이 함께 새로운 성장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고,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 창업 인재의 유입을 가로막는 비자 제도를 과감히 개선하고,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 투자기관을 연결하는 협력 기반도 더욱 확대하겠다”며 “또 모태펀드, 국민성장펀드, 연기금과 민간 자본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유망 스타트업이 창업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금융, 해외시장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국민연금공단과 앤드리슨 호로위츠, 제너럴 캐털리스트, 세콰이어 캐피탈, 코슬라 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등 벤처캐피탈(VC) 6곳은 양해각서(MOU)도 체결한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오마이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상원 인준을 통과한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부임을 앞두고 있다. 스틸 대사에 대한 평가는 단순하지 않다. 상원 인준 표결에서 3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사 지명자에 대한 상원 내 반대표는, 지명자가 인준되어 부임하더라도 대사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상원의원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까지 그녀가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 앤디 김 뉴저지주 출신 상원의원 등은 스틸 지명자가 "인종에 기반한 공격과 편견을 이용해온 우려스러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럼으로써 미국인들을 "분열시키고 더욱 갈라놓았다"고 비난했다. 대사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국이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상징"한다며 스틸 지명자가 미국의 비전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가 "과거 행동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더불어 한국과 아시아에서 지도자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의 관계는 그녀의 "하찮은 정치로 훼손되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가 5월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대사직은 행정부에 크게 공헌한 인사나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들에게 돌아가는 논공행상의 자리로 이용되기도 한다. 오랜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인사에게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여기는 명예직이기도 하다. 심각한 스캔들이 없으면 인준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명예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서 대사직의 중요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국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외교 행정의 틀 안에서 관료화되고, 공무원으로서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테크노크라트로 굳어진 외교 전문가 대신 세상을 폭넓게 경험한 인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대사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오늘과 같은 정보 혁명 시대에 대사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장의 "팩트(fact)"를 넘어 느낌과 분위기, 행간과 이면을 읽어내 "필(feel)"을 본국에 전하는 책임이 있다. 해외로 파견된 미국 대사는 워싱턴의 눈과 귀, 입이자 동시에 심장이다. 동시에 주재국을 향해 파견국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원하고 추진하고자 하는지를 전하는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주일 미국 대사를 역임한 캐럴라인 케네디 대사(왼쪽)와 아베 신조 총리(오른쪽).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케네디 대사는 최초의 여성 주일 미국 대사였다. (State Department photo by William Ng/Public Domain)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 대사(2013-2017)가 대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임명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뜻은 명확했다. 세 개의 메시지가 정치나 외교 경험이 없는 케네디 대사의 임명에 담겼다. 첫째, 미국인이 우상화하는 케네디 대통령의 딸은 미국이 일본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둘째, 케네디 가문은 자유주의를 상징한다. 일본이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경화, 군사화의 매력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케네디 대사의 임기는 일본 우익 정치의 대명사 신조 아베의 임기와 겹쳤다.
셋째, 케네디 대사는 여성 활동가였다. 특히 문화 예술 분야에 관심과 전문성이 높았다. 관료, 테크노크라트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의 국익은 철저히 지키겠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유연할 수 있다는 힌트이기도 했다. 첫 여성 주일 미국대사 케네디는 전통적인 외교를 넘어 미국이 상징하는 가치를 선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캐롤라인 케네디의 조부 조지프 케네디는 최악의 대사 중 한 명으로 미 외교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는 1938년부터 40년까지 주영국 미국 대사를 지냈다. 히틀러의 침략, 팽창 야욕이 본격화되어 가는 시점에 런던에 있었다. 늘 그를 따라다니는 별칭은 "타협자(appeaser)"이다. 조지프 케네디는 독일의 영화와 영토 회복을 위해 히틀러가 품은 욕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 그를 통제해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주영 미국 대사(1938-1940)였던 조세프 케네디(가운데)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을 큰 위협으로 보지 않았다. 대사직이 가져온 유명세로 자신도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었고, 유럽을 여행하게 해서 첫째 아들 조세프 케네디 2세(왼쪽)와 둘째 아들 존 F. 케네디(오른쪽)를 대통령 재목으로 키우려 했다. (John F. Kennedy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
또 나치의 반유대인 정책에 대한 비판과 경고를 미국을 유럽의 분쟁에 끌어들이려는 세계 유대인 사회의 음모로 취급했다. 대사로서 또 다른 결격 사유가 있었다. 케네디는 미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주영 대사직이 가져다주는 유명세를 이용해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꾸었다. 요즘 표현으로, 이 엄중한 시기에 자기 정치를 한 것이다.
서울로 눈을 돌리면 대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 없지 않다. 잘 알려진 대로 2008년에서 2011년까지 대사직을 수행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대사는 70년대 초 평화봉사단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녀는 한국을 위해 봉사했고, 한국을 배웠고, 한국을 사랑했던 대사로 꼽힌다. '심은경'이란 한글 이름을 갖고 있었던 스티븐스 대사는 친한을 넘어 애한(愛韓)의 수준이었다.
2008년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해 1970년대 초 원어민 영어 교사로 있었던 예산중학교를 다시 찾은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US State Department - US State Department - US Embassy in South Korea)
그녀의 친한 이미지와 행보는 2008년 발생한 광우병 파동이 자극적이며 장기적인 반미 감정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생각은 단순하고 표현은 직설적이며 외교적 제스처에 익숙하지 않은 '텍사스 카우보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 세일스맨에 가까웠던 '샐러리맨의 신화' 이명박 대통령이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극복하고, 친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적절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의 헤명 고아원을 방문한 미 8군 89전차대대 장병들이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미셸 스틸 대사는 지명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혜를 거듭 강조했다. (Imperial War Museum, London, UK)
스틸 대사는 어떤 유산을 남길까? 우호 관계라 해도 항시 긴장과 대립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외교 무대에서 그녀는 어떤 눈, 귀, 입, 심장이 되어 양국간의 상호 존중과 이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까를 묻는 질문이다.
이제까지 그녀의 언행을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스틸 대사는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에는 미국은 언제나 위대한 나라였다는 사고가 저변에 깔려 있다. 스틸 대사는 미국의 위대함을 그의 가족이 몸소 체험했고, 따라서 그 빚을 잊지 않을 것이고, 이 부채에 대한 감사를 대사직을 통해 표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 당시 월남한 실향민이다.
상원 청문회에서 모두발언에 이 사고가 담겨 있다. 그녀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을 한국어로 전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그렇듯, 우리 가족의 이야기도 고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한국전쟁 중 북한을 탈출하셨습니다. 그리고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셨는데, 그곳은 3만 6천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덕분에 안전하고 자유로운 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린 두 딸과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을 찾은 스틸 주한 미국대사의 과거 모습. (michellesteelca 인스타그램)
한국전 미군 전사자의 수를 언급한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은 시혜, 한국은 수혜의 관계임을 강조했다. 다른 표현으로 구세주론이다. 미국의 희생이 없었으면 자유로운 대한민국도 없고, 따라서 지금의 그녀의 가족도, 그녀 자신도 없는 것이 된다.
일본을 거쳐 미국에 이주해 캘리포니아 출신 하원의원으로 성공한 그녀는 자신 같은 세 언어를 구사하는 이민자가 대사로 지명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흔히 가방 하나에 인생 전부를 담고 미국에 온 이민자의 성공 사례를 전할 때 쓰는 어법인데, 스틸 대사는 흔한 말로 눈물 젖은 빵을 노동으로 손마디가 휘어진 손으로 먹으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특수층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지만, 그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민자의 "무일푼에서 부자가 되었다(Rags to Riches)" 스토리는 트럼프 같은 MAGA주의자들이 감동하는 서사이다.
2023년 미셸 박 스틸 당시 연방 하원의원(오른쪽)이 한복을 입고 백악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은혜로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스틸 대사는 대사로서의 사명을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정한 것 같다. 그녀에게 대한민국은 '라이언 일병'과도 같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라이언 일병과 같이 강하고 압도적인 적과 싸우고 있다. 적은 세 방향에서 공격해 오고 있다. 첫째가 북한이다. 둘째가 좌파 세력, 셋째가 친중 세력이다. 더 구체적으로 스틸 대사는 73년 된 한반도의 휴전 구도를 유지하면서 남북 대립을 미국의 이익과 동일시한다. 시어머니가 아들과 며느리 사이의 갈등 관계를 통해 아들을 계속 품에 두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스틸 대사는 한미 군사 동맹을 양국 관계의 중심축으로 여긴다. 이 사고는 북한에 대한 고립 정책 일변도와 유사시 중국에 대한 한미일 개입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녀는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 정책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타협과 양보이며, 따라서 이들의 침략성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연합뉴스)
스틸 대사의 부임이 우려가 되는 원인은 파견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그녀의 가슴에는 미국 정부를 대표해 상대해야 할 현 한국 정부에 대한 부정성이 가득하다. 특히 이재명 정부를 중국에 "쎼쎼"하기 바쁜 친중으로 간주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한국의 친중 구도를 깨는 데 가장 확실한 정책 카드가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한미일이 연합으로 저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한국을 중국의 불구대천지수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스틸 대사가 파견국의 정치 현안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사실이 놀랍고 동시에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대사는 파견국 정치 현안에 대해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미 '윤 어게인' 세력의 희망으로 부상해 있다. 극우 유튜버로 부상한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는 스틸 대사를 "철저한 보수의 우군"으로 묘사했고, 한 시사 평론가는 "이재명 정권이 정말 까다로운 주한 미국대사를 광화문 한복판에 두게 된다"며 "아마 두고두고 이재명 정권 끝날 때까지 골치가 대단히 아플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발언은 악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스틸 대사의 부임은 내정 간섭의 요소와 한국 사회에 대한 갈라치기를 내포하고 있다.
전한길 씨와 민경욱 전 의원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당시는 내정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익 보수 인사들은 스틸 대사를 진보, 좌파 세력을 위협할 '항공모함'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한길뉴스 화면 갈무리)
스틸 대사는 미국의 이익을 확장하고 지키기 위해 서울에 온다. 그녀의 사명인 것은 맞다. 하지만, 미국의 위대함은 트럼프식 미국 일방주의로 이룰 수 없다. 미국이 좋다면 한국에도 좋다는 등식은 외교관의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이익은 워싱턴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해서, 또 현지 상황을 자신의 편견으로 재단해 보고함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2025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해럴드 로저스 당시 쿠팡 임시대표(오른쪽). 현재는 미국 쿠팡사 최고행정책임자이다. 쿠팡 측은 유출된 데이터는 민감도가 중대하지 않아 미국법상 공시 의무나 신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틸 대사는 이 사건의 본질을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틸 대사는 지난 5월 인사 청문회에서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본질은 소비자의 피해가 아니라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 정책이란 사고를 드러냈다. 이같은 차별은 진보주의 성향인 현 정부의 반미의식이 낳은 결과라는 인식이다.
이런 풀이가 가능하다. 교통사고가 났고, 한국 정부는 사고를 낸 자동차의 기계적 결함을 발견하고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사에 책임을 물었다. 제조사는 사고 피해가 경미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는 피해 정도에 상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과징금 부과는 문제가 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국 기업에 대한 반미 감정의 표출이라며 문제를 삼고 의회 로비에 들어갔다.
대국의 기업이 소국의 반미감정으로 사업상 불이익을 당하는데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비난이 표를 잠식할 것을 우려한 미 상원의원들은 사고가 난 나라로 갈 차기 대사 지명자에게 이 나라의 버릇을 고칠 수 있냐고 물었다. 스틸 대사 지명자는 "평등한 대우(equal treatment)"란 민감한 표현을 써서 한국 정부가 차별 정책을 못 쓰게 하겠다는 언질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평등한 대우"는 미국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치이다. 헌법상 불평등한 대우는 범죄이다. 스틸 지명자는 미 정치권이 듣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했다.
1975년 4월. 공산군이 진격하자 헬리콥터로 사이공을 탈출하려는 위험한 행렬. 베트남 패망은 미국은 틀릴 수도, 질 수 없다는 환상의 결과였다. (Wikimedia Commons)
스틸 대사는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복기해야 한다. 워싱턴의 관점에서는 미국이 베트남에서 질 이유가 없었다. 첫째, 미국은 전쟁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미국은 베트남이 공산화되면 주변 국가들은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차적으로 공산화되거나 공산 세력과 타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비상식적 전략 사고는 미국을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구세주로 인식토록 했다. 미국의 행동은 늘 선의에 기초하며, 따라서 시간이 걸리고 희생이 따라도 정의는 이루어진다는 신앙에 가까운 확신이 있었다. 베트남이 성전화된 것인데, 성전이 그렇듯, 하늘이 지켜주는데 패할 이유가 없었다.
주 사이공 미국 대사관은 미국이 압도적 군사력으로 아무리 태우고, 부수고, 또 죽여도 베트남에서는 이길 수 없는 전쟁임을 워싱턴에 알리는 데 실패했다. (Department of Defense, Department of the Navy, U.S. Marine Corps/National Archives, Washington, D.C.)
이 비극 속에 주사이공 미국 대사들은 어떤 역할을 했나를 따져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을 위시한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가 듣고 싶은 말을 전했다. 베트남 전쟁의 현실은 숫자로 보고된 공산군의 피해 정도로 가늠될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투하한 폭탄의 세 배가 넘는 가공할 맹폭과 한때 50만에 달했던 군대가 벌이는 지상전에도 공산 세력이 약화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남베트남 국민들은 미국을 구세주로 보지 않으며, 남베트남 정부는 구제 불능으로 부패한 사실은 확실한 "팩트"였다.
1975년 4월 29일 미국이 베트남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남베트남 민간인들이 대피 헬리콥터에 접근하려 사이공 주재 미국 대사관의 약 4.3미터 높이의 담벼락을 기어오르고 있다. (AP 통신/자료사진., National Museum of Diplomatic Histsory)
이를 본국에 전달해 베트남 전쟁은 물자의 압도적 우위와 민간인 피해를 입더라도 게릴라들의 은신처와 보급처를 파괴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빗나간 자신감, 또 베트남을 포기할 때 뒤따를 도미노 현상 같은 비현실적 정책 사고에서 워싱턴의 정책입안자들을 깨워야 했다.
하지만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은 미군 지휘 본부의 영향력 뒤에서 정확한 상황 분석보다는 "터널의 끝이 점점 더 가까이 보인다"는 사탕발림의 보고를 통해 진실과 현실의 괴리를 넓혀갔다. 결국 이 '신뢰격차(Credibility Gap)'가 린든 B. 존슨과 리처드 닉슨 정부를 무너뜨린다. 당초 정당성이 약한 전쟁에 진실성마저 사라진 결과였다.
함락하는 사이공을 빠져나온 그레험 마틴 마지막 주(駐)사이공 미국 대사가 우울하고 지친 표정으로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이공의 미국대사들은 정확한 상황분석보다는 백악관이 듣고 싶은 소식만 전했다고 할 수 있다. (State Department Stories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의 베트남 전쟁 패인은 베트남인들의 '마음과 정신(Heart and Mind)'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이론이 없다. 정의감, 군사력, 달러는 북베트남은 물론 남베트남인이 민족 해방 투쟁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의 지적대로 이 세 개 요소는 미국에게 "힘의 교만(Arrogance of Power)"을 안겨주었고, 베트남, 미국, 주변국들을 비극에 빠뜨렸다. 미셸 박 스틸 대사는 한국인의 마음과 정신에 가까이 갈 수 있나? 그녀가 지금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앞둔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에는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며 작전통제권 환수, 그리고 자주외교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8·15 자주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는 이날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을 개최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 자주평화실천단이 대거 참가해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며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을 규탄하고 자주평화의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위원회는 미국이 한국·일본·필리핀을 연계한 군사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한반도를 대중국 전략적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미국을 규탄했다.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김진억 서울 자주평화실천단 공동단장은 “미국은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패권 유지를 위한 경제침탈을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한반도에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반도를 ‘미국의 고정화된 항공모함’, ‘중국을 겨냥한 단검’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을 대중국 전쟁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을 부른다. 미 제국주의의 전쟁기도, 한반도 대중국 전쟁기지화를 막아내고 자주평화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작전통제권의 온전하고 즉각적인 환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형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13기 자주통일선봉대 대장은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3주년이 되었지만 한반도엔 아직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았고, 미국은 이 땅을 동북아 패권전쟁의 최전선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미국이 대중국 전쟁기지화를 추진하는 때에 하루빨리 전시작전권을 환수해 우리 국민의 운명을 스스로 지키자”고 강조했다.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군사 문제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과 경제약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군사와 경제를 아우르는 종속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자주적인 외교를 통해 주권과 평화, 민생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준희 인천지역 통일선봉대 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제노동 관세(12.5%) 부과를 꼬집으며 “추가 관세는 전 세계 경제를 망가뜨리고, 노동자에겐 구조조정의 칼날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쿠팡에 대해 “한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면서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산재 은폐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미국 정가 로비를 통해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면서 “한국 사법당국을 조롱하고, 한국 민중에게 식민지를 강요하는 쿠팡과 트럼프에 반격을 가할 할 때”라고 소리 높였다.
이은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이란의 종전 MOU가 채결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공격이 시작됐다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패권전쟁을 반대하는 국민을 믿고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동맹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 군대 어떤 것도 내주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언해야 한다”고 말하곤, “진정한 자주평화는 미국의 전쟁책동을 막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참가자들은 “전쟁동맹 반대”,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 중단”, “경제수탈 중단”,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미대사관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한반도 = 전쟁기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로 자주평화 의지를 높였다.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한편, 25~27일에 걸쳐 광주, 대구경북, 경남, 부산, 제주에서도 미국의 내정간섭을 규탄하고, 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자주평화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추진위원회는 8·15 자주평화대행진까지 전쟁동맹·전쟁기지화 반대와 작전통제권 환수, 미국의 내정간섭 저지와 자주외교 실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내정간섭 규탄!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7·27 자주평화시민대행진’ ⓒ민주노총
‘참정권침해 전문범죄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수사하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연인원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김건희 사건이 이번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명태균 관련 사건이 줄줄이 유죄가 나왔으니까 당연히 김건희 사건도 유죄 선고가 나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왜 연기됐겠나? 이자들이 무죄 판결문을 써놨던 것이다. 연달아 나온 유죄 선고를 보고 ‘아이고 이거 우리 소부에서 판단 못 하겠는데? 조희대한테 물어봐야겠는데?’라고 들고 간 거 아니겠나?”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쳤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하고 검찰개혁 완수하자!”
“미국방해 물리치고 호남반도체 성사하자!”
“호남반도체 시비거는 미7공군 박살내자!”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는 ‘틈을 주면 살아난다. 쉼 없이 몰아치자’는 구호를 수도 없이 외쳤다. 그런데 정치권의 무책임과 안일함이 수많은 틈을 만들었고 그 틈을 비집고 내란적폐들이 준동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하니 빨리 처리하고 그다음에는 조희대를 탄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광 미국이 또 호르무즈에 파병하라고 한다. 한국이 강제노동 방치 국가라고 관세를 올린단다. 심지어 우리 땅에 우리나라 기업이 공장을 짓겠다는데 미국 땅에다 지으라고 협박하고, 반도체 수익의 일부를 자신들에게 바치라고 한다”라고 지적한 뒤 “국힘당은 미국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고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이러니 미국이 더 날뛰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세동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1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되었다. 이대로면 시장직 상실”이라면서 “다음 차례는 바로 국힘당이다. 불법 조작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만들고, 서울시장 후보를 만드는 야바위 정당, 정교유착이 헌법으로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사이비 종교단체와 결탁한 위헌정당, 윤석열 내란을 비호한 내란 정당이 바로 국힘당”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이 체포방해죄로 7년 형이 확정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유죄가 나오며 내란 국정농단 재판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촛불광장에 국민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 촛불광장에서 재판 결과를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조희대 사법부의 숨통을 더 강력하게 옥죄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현민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은 “지난 20년 동안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무려 163명이나 된다. 비율적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가 삶을 달리 한 사람의 약 14배에 달하는 수치”라면서 “도대체 검찰은 무고한 사람들을 데려다 무슨 짓을 벌이길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가 이렇게도 많은가? 이런데도 검찰이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검찰수사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 앞에서 감히 인권을 말하지 말라! 진정으로 피해자가 된 이들 앞에서 약자의 편에 섰다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말라! 같은 편인 검찰은 절대로 수사하지 않는 당신들의 왜곡된 정의 앞에서 감히 공정을 말하지 말라!”라고 외쳤다.
한명학 인천촛불행동 대표는 “반도체는 이제 원유보다 귀한 자원이다. 반도체를 쥔 나라가 미래의 세계 패권을 쥐게 된다”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선언하는 일”이자 “오랜 차별로 (호남에) 진 빚을 갚는 일이며, 서울과 영남과 호남 그리고 우리 인천까지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힘당이 진짜 지키려는 것은 바로 낡은 기득권 구조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성장축이 생기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이며 또 미국은 “한국이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남의 나라 산업 정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주호 국민주권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에 문제를 제기한 미 7공군을 향해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한국 땅에서 반도체 사업을 위해 투자하고 공장을 짓겠다는데 미국이 뭔데 난리인가? 날강도 국제 깡패 아닌가?”라며 “전쟁을 부르는 주한미군기지를 내보내고 평화와 경제를 가져오는 호남 반도체 단지를 설치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일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 미 7공군 사령관으로 부임하는 슈메이커는 “이란전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중동파 지휘관’”이라며 “이란전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가 중동 사정에 밝은 슈메이커를 미 7공군 사령관에 임명한 이유는 뻔하다. 미국의 대만·한반도전쟁 준비”라고 주장했다.
한서진 경기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조희대가 선고를 단 하루 앞둔 김건희 상고심을 또다시 연기해 버렸다”라며 “유죄를 선고하려니 기세등등한 내란세력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대놓고 무죄를 주자니 이렇게 매주 조희대 탄핵을 외치는 국민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드디어, 이제야, 민주당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신 차려야 한다! 작은 틈으로 몇 번을 되치기당했나? 일말의 여지도 주지 말고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졸파가르 미사일이 7월 24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 전역의 여러 지역을 공습했다. 2026.7.24. EPA 연합뉴스
프랑스의 역사인구학자·가족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출간된 저서 ‘서양의 패배와 일본의 선택’(문예춘추)에서 지난해 6월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12일 전쟁’)에 대해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란의 핵개발이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드론 제조”라고 했다. 고가의 항공전력을 포기하고 값싼 미사일과 드론 개발에 집중한 이란의 그런 ‘비대칭 방위전략’ 선택의 탁월성은 올해 2월 28일 미국 주도로 재개된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격 이후 전개된 전쟁에서 다시한번 입증됐다.
제3차 세계대전 북부전선과 남부전선
그에 따르면, 전쟁 초기 단계에서는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했으나, 이란이 드론 등의 값싼 대량의 무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비대칭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붙여 서서히 형세를 역전시키고 마침내 이란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14개 항목의 각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전쟁은 아직 종결되진 않았으나 이기고 있는 쪽은 이란이다.
토드는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 8월호(7월 10일 시판) 기고문에서 미국-이란 전쟁을,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제3차 세계대전’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두 전쟁이 각기 다른 개별전쟁이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의 ‘남부전선’(이란)과 ‘북부전선’(우크라이나)”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제3차 세게대전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7월 24일 이라크 북부 도시 이르빌에 있는 미군 기지 인근에서 폭발 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7.24. AP 연합뉴스
두 전쟁의 핵심 당사국은 미국
“‘북부전선’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인과 유럽인을 앞장세워 ‘간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남부전선’에서는 미국이 동맹국인 이스라엘 지원 아래 이란과 ‘직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토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로비에 말려들어가 이란전쟁을 시작했다는 보도들이 있었지만 그런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며, 지금 이스라엘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이란과 종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각료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니힐리즘에 빠져 국가 방향상실 상태에서 전쟁 자체가 자기목적화해 버린 이스라엘”을 “적을 향해 달려드는 맹견처럼 풀어서 이용해 온” 미국이 자신들의 패배 책임을 이스라엘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드는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내의 석유시설 등을 공격하고 러시아도 키이우 등 돈바스 지역 외의 도시들을 공격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상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이 전쟁과 ‘이란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의 두 개의 전선으로 파악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세계대전은 과거의 세계대전과 비교해서 사망자 수는 훨씬 적지만 복수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유럽전선’에서 독일, ‘태평양전선’에서 일본과 동시에 싸웠지만 그 두 전선이 그다지 깊숙하게 연결돼 있진 않았다. (···) 이번 전쟁의 두 개의 전선은 그때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얽혀 있고, 동아시아(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고려하면 전세계)에까지 형향을 끼치고 있다.
7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전자상거래 대기업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주거 지역 위로 치솟는 가운데 차량들이 도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화재로 인해 역사적인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기가 퍼져나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에너지, 군사 및 물류 시설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흑해 반도 크림반도를 포함한 10여 개 지역에서 밤새 571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2026.7.24. AFP 연합뉴스
미 미사일 비축 소모시키는 러-이 공동전선+중국
지금 북부전선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시설과 석유관련 시설 등 러시아 영내의 상당히 깊숙한 곳들까지로 공격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정보 덕이다. 남부전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적하고 있는 이란의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군사정보 덕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단계에서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드론(샤헤드)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 미사일 비축을 소모시켰다는 점에서 이란과 러시아는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 중국도 관여하고 있다. 북부전선에서 미국과 싸우는 러시아를 경제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며, 남부전선에서 미국과 싸우는 이란을 경제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도 중국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대상국이며, 구미의 제재로 국제 결제시스템에서 러시아가 배제당한 뒤 중-러 교역은 미국 달러에서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수단이 바뀌고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국제결제를 떠받치고 있다. 중국은 이란에서도 수출입 양면에서 최대 교역대상국이 됐으며, 특히 수출 원유의 90%를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두 개의 세계대전과 비교해서 이번 3차 세계대전은 ‘경제전쟁’ 측면이 강하고, 남북 두 개의 전선은 훨씬 더 긴밀하게 연동하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이란 근대화와 민주화
토드는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는 지난 20여 년에 걸친 ‘이란의 근대화’ 성과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고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생산해 지구전을 펼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게 만들었다고 봤다.
그는 “식자율(문자해독률)·과 혁명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영국의 역사가 로렌스 스톤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다.
“이란에서는 젊은 남성의 식자율 50%라는 허들(장애물)이 1964년 무렵 무너졌고, 그 15년 뒤에 이란혁명(1979년의 호메이니 이슬람혁명)이 일어났다. 1981년 무렵에는 젊은 여성의 식자율도 50%가 넘었고, 1985년 무렵에는 출생률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명칭 속의 ‘이슬람’이라는 말 때문에 ‘민주주의’적 측면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란혁명은 분명 ‘종교적 혁명’이었으나, 크롬웰이 이끌었던 영국 퓨리턴(청교도)혁명과 다를 게 없다. 신의 이름으로 왕정을 타도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양자는 같은 것이다.”
인구역사학자답게 토드는 이란이 세계최강 미국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역습’에 성공한 이유를 이처럼 식자율과 출생률이라는 인구통계학적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2000년에 간행된 ‘문명의 접근’에서 나는 이슬람권의 출생률 저하에 주목했는데, 그 중에서도 이란의 극적인 (출생률/출산률) 저하는 도드라졌다. 1980년대 전반에 약 6.5명이었던 것이 2000년 초에는 2.1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당시의 프랑스와 같은 수치였는데, 그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5월 18일(너무 인상적이어서 날짜까지 기억한다) 2025년의 이란 출생률이 1.35명이었다는 것을 타스님 통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이것은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독일과 같은 수치(2024년)다. 모두 인구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걸 의미한다. 꼭 기뻐해야 할 수치라곤 할 수 없지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사회로서의 성숙’을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이 이란이 지난 20년간 이룩한 민주주의적 측면의 성과이며, 이슬람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으려 할 경우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생산력 지표는 GDP가 아니라 엔지니어 수
토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서양이 패배하고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가 미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많은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전쟁이 길어질수록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은 고가의 최첨단 무기보다 값싸고 심플한(간편한) 대량의 무기다. 지구전이란 이런 무기를 얼마나 많이 제조할 수 있느냐는 ‘생산력 싸움’이다. 사실 미국은 지구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GDP(국내총생산) 합계는 서방국가들(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한국)의 겨우 3.3%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 3.3% 쪽이 서방국가들보다 많은 무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GDP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지표여서 ‘진짜 경제력(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뒤부터 1970년대까지는 철강, 자동차, 냉장고, TV 등 실물경제가 중심이었고, GDP도 의미를 지닐 수 있었으나, 산업구조가 바뀌고 물품보다 서비스 비율이 높아지면서 GDP는 실제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로서의 리얼리티(현실감)를 상실했다. 오늘날 미국의 팽대한 GDP에는 ‘평균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데도 너무 비싼 의료비’, ‘소송 대국의 터무니없는 변호사비용’, ‘세계 제일의 수용인수를 자랑하는 교도소’ 등 결코 생산적이라고 할 수 없는 서비스 부문의 GDP가 잔뜩 포함돼 있다.
“오늘날 ‘진정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것은 GDP가 아니라 ‘엔지니어의 수’다. 그런 점에서 이란은 고등교육 진학률이 높고 또 이공계 비율이 많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엔지니어 대국’이다. 고등교육 수료자들 중 엔지니어 교육을 전공하는 비율이 미국에서는 7%, 프랑스에서는 15%인데 비해 이란에서는 30%다. 총인구를 감안하면 이란은 프랑스의 약 3배나 되는 인제니어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미사일과 드론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이 생산력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들을 소모시켜 방공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안전보장을 미국에 의존해 온 아랍의 걸프만 국가들은 미군기지의 존재가 자국의 ‘안전’이 아니라 ‘리스크’(위험)를 높이는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도 엔지니어 면에서 미국을 압도할 것이다. 미국이 특히 제조업 생산력에서 중국과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중국공산당 지도부도 대체로 이공계 출신인데 비해 미국 지배집단은 금융과 경영 등 경제 엘리트와 법률전문가들이 대세를 차지한다.
이란과 남인도, 새로운 비서양 근대화 모델
토드는 이란의 비약적 발전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서양에 완전히 식민지배당한 역사가 없는 이란의 발전을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에 비기면서, 최근 급속도로 산업화하고 있는 남인도의 ‘타밀 나두’ 지역과도 비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타밀 나두의 출생률은 1.3명이다. 오늘날 눈부신 ‘이륙’를 하면서 ‘초근대성’을 체현하고 있는 남인도도 이란과 마찬가지로 출생률의 극적인 저하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 뒤집어서 얘기하면, 출생률의 극적인 저하 자체가 사회의 급속한 ‘근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토드에 따르면 비서양권의 근대화는 먼저 일본에서 시작해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호랑이’, 다음에 중국, 남인도, 이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하나의 연속적인 ‘물결’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인구역사 및 가족인류학자로서 토드는 유럽과 닮은 가족구조를 지닌 한국, 일본, 중국과 남인도 및 이란의 그것은 다르다면서, 서양에 유사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이란과 남인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제2의 근대화 물결’ 또는 ‘초근대화 물결’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근대화 모델을 서양이 독점해 온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러중의 권위주의체제 vs 구미의 리버럴체제
토드는 이런 이란과 러시아, 중국을 ‘권위주의체제 국가’로 분류하면서 “현실에 기반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들의 국익에 따라 전략적 사고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언동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류로 파악했다. 매우 긍정적이다.
이에 대비되는 또 하나의 부류로 그는 “근시안적이고 전략적 사고가 결여돼 있으며, 자신들의 국익에 반하는 경우에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비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언동이 예측 불가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을 들면서 “‘리버럴’이라 자칭해 온 미국과 유럽이 바로 그들”이라고 지목했다. 매우 부정적이다.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난 중앙집권적 과두지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토드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전쟁 승리가 이미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에게 가능한 한 많은 희생을 치르게 하는 것, 러시아를 가능한 한 약체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란과 연계된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한 후에도 아덴 항구의 선박 통행은 비교적 원활했다. 2026.7.23. 로이터 연합뉴스
러 지구전, 유럽 무너지면 우크라전쟁 끝날 것
토드는 러시아가 처음부터 대규모 동원을 통한 단기결전이 아니라 지구전을 상정하고 있었지만 영원히 싸울 수는 없다면서, 자신이 당초에 “러시아는 개전 뒤 5년 안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예상했던 까닭은 러시아가 “5년 뒤에는 동원 가능한 연령층의 인구가 격감하는” 타임 리밋(시간적 제약)에 걸릴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럽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석유와 비료, 알루미늄의 공급 부족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끊어진 뒤 이미 약체화하고 있던 유럽경제를 한층 더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러시아의 합리적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쓸데없이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경제가 스스로 붕괴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며, 유럽이 무너지는 소리를 내면 필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러시아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소모전이 아니라 남부전선에서 이란을 지원함으로써 서양 흔들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토드는 썼다.
저출산 중국, 2080년까진 고급 노동력 대미 우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중국의 경우, 역시 심각한 인구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우수한 노동력의 부족은 과학·공학계 고등교육 이수자들의 지속적인 증가와 AI(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노동력 대체를 통해 당분간은 보완될 것이라며, 높은 기능을 지닌 노동력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는 2080년 무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꿔 말하면 “중국에게는 2080년까지 미국과 대결하기 위한 시간이 듬뿍 주어져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군사면과 금융면에서 세계패권을 장악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 세계에서 계속 수입을 하는 방식으로 생존해 왔다. 그런데 이 패권 시스템이 종말을 맞고 있다는 것은 자국 생산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극적으로 저하시켜 미국사회를 밑바탕에서 떠받쳐 온 모든 균형을 붕괴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세계가 미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실은 “미국이 세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며, 세계에 긴장과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세계에 기생하는 미국”이라면서, 토드는 세계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자원이 풍부해 “세계에 의존하지 않는 러시아”라 주장했다. 숨김없는 ‘반미 친러’적 성향이 드러나 있다.
에마뉘엘 토드. 위키피디아
제3차 대전 패배로 서양의 세계지배도 끝날 것
토드는 어쨌거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이 전쟁이 어느 시기에 “서양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는 것이며, 서양과 적대해 온 진영이 승리를 거둘 경우 16세기 이후 계속돼 온 “서양에 의한 세계지배”가 마침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면서, “뒤집어서 말하면 ‘진정한 평화’는 ‘미국 패권시스템의 완전한 붕괴’ 뒤에야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은 유럽과 극동, 페르시아만의 동맹국(토드는 '속국'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했다)들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토드는 지적했다.
일본의 대미 의존은 "자살 행위"
토드는 미국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동맹국을 파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곧 “유럽의 파괴,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파괴, 그리고 일본경제와 한국경제의 파괴” 그리고 중국과의 전쟁에서 반도체 강국 대만을 이용하고 버리는 ‘토사구팽’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과 중동, 극동 등 유라시아의 지배 거점들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될 때(토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패배는 이미 분명해진 것으로 본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손에 넘기느니 차라리 그런 나라들을 파괴해 버리겠다는 심리라면서, 토드는 미국의 진짜 목적이 러시아의 대두를 저지하거나 중국의 대두를 억지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일본이 미국을 추종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했다.
토드는 동아시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미일동맹 불가피론’은 이미 일종의 ‘신앙’이 돼버렸으나, 지금의 일본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전쟁 불가피론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내러티브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한국, 북한과 인내심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자립’과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동시에 촉진하는 수단으로 ‘핵 보유’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데올로기'보다 '에너지 자원'이 더 중요하므로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강고한 러일관계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자립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기능할 것"이라고 했다. 토드는 미일동맹을 성급하게 파기할 필요는 없으나 '미국에는 의존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국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도 구축하는 것이 동아시아 전체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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