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이례적 긴장이 흐르고 있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보완수사권 인정 범위를 놓고 여권 내부가 첨예하게 갈라졌다. 이 대통령이 직접 SNS에 나서 당내 비판 의견에 제동을 걸자, 김어준은 대통령을 향해 "객관 강박"이라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편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특보인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군수 시절 바닷물이 드나드는 땅 6만 평에 대해 하루 만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준 정황이 뉴탐사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청 폐지, 수사와 기소의 분리
이번 개혁안의 골격은 78년 된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 두 기관으로 나누는 것이다.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서 기소와 영장 청구를 맡고,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서 6대 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공소청 소속 검사들의 수사 개시권은 완전히 차단됐다. 기존 검찰청법에서 6대 범죄 아래 '등'자를 붙여 시행령으로 수사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있었던 구조를 끊어낸 것이다. 경찰과 국수본이 행안부 산하에 있으므로, 수사는 행안부 산하 경찰청과 중수청이,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하는 구도가 됐다.
기관
소속
역할
수사개시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청
법무부
공소 제기·유지 전담
✕
○
○
중수청
행정안전부
6대 중대범죄 수사 전담
○
✕
✕
경찰(국수본)
행정안전부
일반 범죄 수사
○
✕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이 폐지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며 성과를 인정해달라고 했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당초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축소됐다. 중수청이 맡게 될 6대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방위사업범죄, 마약범죄,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다. 기존 9대 범죄에 포함돼 있던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대형참사 범죄는 빠졌다. 검찰개혁추진단은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들이 주장했던 '수사사법관' 명칭도 '수사관'으로 일원화됐다.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은 3월 3일 정부안으로 올라와 있으며, 3월 중순 국회 처리가 예상된다.
보완수사권과 전건 송치, 쟁점은 어디에
가장 첨예한 쟁점은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이다. 보완수사권을 전면 인정하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력화된다는 게 당내 비판 의견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김용민 의원 등은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며 검찰총장 명칭 존치, 검사 동일체 원칙 유지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 넘어온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서 제한적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왔다 갔다 하다 공소시효를 놓칠 수 있다"며 제한적 허용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전건 송치 문제도 뜨겁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까지 모두 공소청에 넘기면, 공소청이 경찰 수사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우려가 있다. 다만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가 없으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힐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검찰개혁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찬훈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사퇴했다. 진보 법학자로 꼽히는 박 교수마저 전면 폐지에 반대한 것은, 이 쟁점이 진보·보수 구도로 단순히 나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3월 11일 대한변협 공개 토론회, 16일 추진단 종합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3월 중순 국회 처리 후, 상반기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마련되고, 이때 보완수사권의 구체적 범위가 결정된다.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한다.
김어준, 총리 때리기에서 대통령 비판으로
김어준은 그동안 검찰개혁안의 후퇴 책임을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집중시켜왔다. 정청래 대표를 개혁의 깃발로, 김민석 총리를 후퇴의 주범으로 설정한 구도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직접 "내 의견만이 진리라는 태도는 실패의 원인"이라고 SNS에 쓰면서, 정청래·김어준 대 김민석이 아닌, 정청래·김어준 대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어준은 대통령의 입장을 "객관 강박"이라 규정하고, 보완수사권 논의를 "레드팀 자행"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는 "검찰 개혁은 민주당의 깃발이자 상징"이라며 대통령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입법권으로 조율하겠다"며 국회 주도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민석 총리 측 시민단체에서는 김어준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김민석 총리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이므로,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다. 한편 김민석 총리는 전북 익산에 전세집을 계약하고 4월 이사 계획을 밝혔다. 호남 권리당원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8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신안군 고이도, 포락지가 아닌 바다에 6만 평 허가
뉴탐사는 정청래 대표 특보인 박우량 전 신안군수의 또 다른 의혹을 취재했다. 신안군 고이도에 약 6만 평(19만6000제곱미터) 규모의 땅이 '포락지'로 인정돼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났는데, 이 땅은 포락지가 아니라는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포락지란 원래 육지였던 땅이 천재지변 등으로 바닷물에 잠긴 토지를 말한다. 포락지로 인정되면 국가가 매입하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거쳐 개발 행위가 가능하다. 그러나 원래 바다였던 곳에 돌담을 쌓아 경계만 만든 땅은 포락지가 될 수 없다.
뉴탐사가 확인한 1967년, 1986년, 2002년, 2023년 항공사진에는 돌담 안쪽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물길이 혈관처럼 남아 있었다. 육지였다면 돌담 안으로 바닷물 물길이 들어올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난 60년 거주 주민도 "여기는 한 번도 염전이거나 논·밭이었던 적이 없다. 바다하고 물 빠지면 갯벌"이라고 증언했다. 같은 신안군 안좌면 한우리에 있는 실제 포락지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진짜 포락지에는 염전이나 논·밭의 사각형 칸 흔적이 남아 있지만, 고이도에는 돌담 사이로 바닷길만 나 있다.
목포대 갯벌연구소의 거짓 증명
포락지 인정을 위해서는 전국 13개 지정 기관의 증명 조사가 필요하다. 고이도 포락지 증명은 목포대학교 갯벌연구소가 맡았다. 갯벌연구소가 제출한 보고서 결론에는 "해안면 상승에 따른 해안 침식, 방조제의 붕괴에 따른 염전 지역의 침수 등으로 기존의 염전 및 해안 육지의 일부가 공유수면으로 편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항공사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연구 책임자인 장모 교수는 올해 3월 1일 퇴직했고, 뉴탐사의 수차례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이모 연구원은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교수님을 통해 듣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신안군 일대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의 어민 피해 보상 용역을 도맡아온 이재O 박사의 해양수산자원연구소가 SM E&C라는 태양광 업체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박사는 "포락지 조사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역에서는 이 박사가 용역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파다하다.
하루 만에 난 허가, 소관 부서도 아닌 곳에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는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까다로운 절차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포락지를 토지로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조성 후 토지 감정평가액보다 적은 경우에만 경제적 가치가 인정돼 허가가 난다. 고이도 인근 포락지의 평당 가격은 3만~6만 원 수준이다. 6만 평에 최대 단가를 적용하면 토지 가액은 36억 원이다. 그런데 태양광 사업체가 신안군에 제출한 방조제 건설 매립 비용 예산서는 82억 원이었다. 용역비까지 합치면 100억 원에 달한다. 시행규칙상 허가가 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이 허가가 하루 만에 났다. 더 이상한 점은 소관 부서다. 신안군 분장 업무에 따르면 공유수면 관리 업무는 해양수산과에서 하되,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태양광 사업을 위한 공유수면 허가는 신재생에너지국 태양광과 소관이다. 그런데 2023년 이 허가를 내준 곳은 해양수산과였다. 당시 해양수산과 과장은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인정했다. "서류가 완벽해서 했을 것"이라고만 답했고, 나머지는 "기억이 안 난다"를 반복했다. 해양수산과가 속한 섬안전개발국 국장은 뉴탐사의 4~5차례 전화를 받지 않았다.
7700만 원에 산 바다, 월 수억 원 수익 예상
이 땅은 1967년 처음 토지대장에 지번이 부여됐다. 2019년 3월 추모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매수 금액은 약 7700만 원이다. 추씨는 "경매로 나온 큰 건이 드물어서 받았다. 가보지도 않고 경매받았다"고 했다. 포락지도 아닌 땅을 보지도 않고 7700만 원에 산 뒤,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하루 만에 떨어졌다. 여기에 20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월 3억~4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조성 비용 100억 원을 감안해도 2~3년이면 회수되는 구조다.
태양광 사업을 맡은 SM E&C의 이용O 대표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합법적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박우량 전 군수의 동생인 박우득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소문"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스스로 "바깥에서는 내가 바지사장이고 박우득이 진짜 주인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먼저 꺼내기도 했다. 현재 이 공사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미실시를 지적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박우량 전 군수는 뉴탐사의 문자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사면 이후 올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공천 사무 원칙을 강조하며 "비리 전력자는 단 한 명도 공천을 못 받는다"고 했다. 4무(無)의 '무'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는 "최대한 걸러내겠다"고 말을 바꿨다. '없다'는 것과 '최대한 걸러내겠다'는 건 다르다. 최대한이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예외가 허용된다. 박우량 전 군수는 여전히 정청래 대표의 특보 직함을 달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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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소불위 폭주에 끌려다니는 국회를 질타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산업인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등의 기술과 생산 기반을 송두리째 미국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이 대한민국 강탈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민과 국익을 위하여 반대 성명을 내도 부족함이 없으나, 앞장서 트럼프의 공갈에 굴복하여 법을 제정한다”고 규탄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의장은 “주권자의 동의 없이 초대형 대미 투자에 대한 경제 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하냐”고 따졌다.
그는 “진정한 국익과 실용의 길은 경제 주권과 민주적 정책 결정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 경제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대미 투자에 대해 장기 재정 부담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이나 국내 투자 감소 가능성, 산업 정책과 산업 구조의 변화, 고용 효과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된 평가는 없었고, 국민적 공론화 과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에 주한미군 무기가 차출됐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안 그래도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에 주한미군 방공 전력의 이동 정황이 포착되면서, 한국이 미국의 침략 전쟁의 전진기지, 병참 기지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미국에 계속 끌려만 다닌다면 경제 주권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전쟁 참화에까지 빨려 들어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손솔 진보당 의원은 민생 입법을 한다면서 대미투자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며 “트럼프가 한국의 입법 주권을 깔아뭉개고 있는데, 반항조차 못하고 왜 우리가 앞장서서 약탈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냐” 따졌다.
아울러 “진보당은 정부에 한미 관세 협상, 국민 경제 영향 평가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며 “국민 경제와 대한민국의 입법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필요한 것은 졸속 통과가 아니라 책임 있는 논의”라고 강조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 공급이 사상 최대 규모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형국이다. 유가가 치솟자 청와대는 발빠르게 움직이며 유가에 대한 최고가격제 시행 등을 포함한 시장안정화 대책에 나섰다. 중동전쟁이 지속되면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중 파도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까지 등장했다.
수도꼭지 잠기듯 급감하는 중동 원유 공급라인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전략적 요충지이자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의 주요 남부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70% 급감해 하루 130만 배럴에 그쳤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이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430만 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의 생산 및 수출을 관리하는 바스라 석유공사(BOC) 관계자는 “원유 저장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면서 대규모 감산 이후 남은 생산량은 자국 내 정유시설에 공급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라크의 원유 수출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은 이날 기준 하루 평균 약 8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석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라크 남부 유전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33만 4000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이란 충돌'이라크 원유 생산량.수출량 급감, 자료 : 로이터통신,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블룸버그 통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가 이미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피하면서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유조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다른 국가들도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불가항력' 조항 발동도 잇따르고 있다.
바레인 유일의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밥코 에너지스'는 최근 자사 정유 단지에 대한 공격 여파로 9일 그룹 운영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앞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아라비아만에서 원유를 운송할 선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KPC 측의 설명이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카타르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받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중동 전역 공습 피해 현황, 자료 : 연합뉴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걸프 지역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전례 없는 양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서부 터미널을 통해 선적된 원유는 이달 들어 지금까지 하루 약 230만 배럴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사우디가 최근 몇 달 동안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출해온 하루 600만 배럴에는 훨씬 못 미치는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이 영향
이번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시간 9일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한때 배럴당 111.04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
하지만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는 발언과 유가 안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락하며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20%)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이번 위기가 이전까지 최대 석유 공급 충격으로 꼽히는 1956~57년 수에즈 위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수에즈 위기 당시에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10%가 차질을 빚었다.
국제유가 추이, 자료 : ICE선물거래소, 뉴욕상품거래소, 연합인포맥스
‘최고가격제’ 등 유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로 나서는 정부
한편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을 틈타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번 주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고가격제 도입 배경에 대해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기준 등은 산업통상부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가격을 설정할 것”이라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사태가 장기화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2주 단위로 가격을 조정할 때 유류세 인하를 '완충 카드'로 함께 고려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고가격제 시행 시 석유사업법상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며 “산식 등을 논의해야 한다. 재정 소요는 기간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조기 수습되지 않으면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상황이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장에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는 없는지, 담합이나 세금탈루 등 시장 교란이나 불법 행위는 없는지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정유사 담합 여부 및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가짜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 등에 관계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유사들에 대한 '횡재세' 도입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는 시나리오별 석유·가스 수급 대책 점검도 이뤄졌다.
김 실장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은 하루 170만 배럴 수준으로, 이에 비해 한국이 비축한 석유량은 1억 9000만 배럴로 208일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상황 장기화에도 대비 중이라며 “산유국과 공동 비축한 물량인 0.2억 배럴도 우선 구매권을 행사하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으며,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나라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물량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외 지역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스 수급과 관련해서는 “올해 도입 예정 물량 중 중동의 비중은 14% 수준으로, 카타르 생산 물량 중 약 500만 톤(t) 차질이 예상되나 가스공사 등에서 대체 물량을 도입할 수 있어 수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조치 등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주체 부담 완화 방안을 폭넓게 세밀히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부처들이 최고의 경각심을 가지고 시장 안정에 총력 대응하되, 이번 위기가 시장의 바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충격에 단단한 자본시장 체질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실장은 “정부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정부를 믿고 정상적 경제 활동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높은 물가, 원화약세, 고금리의 삼중 파도로 변해 한국경제를 습격 중이다.
9일 오전 7시 26분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고유가는 한국 경제 전 분야에 입체적인 충격을 주는 악재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로,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공산품 등 전 분야에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뛰기 전에 이미 고환율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상태였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린다.
가 급등으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 중인 9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7.7원으로 전날보다 2.3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천920.1원으로 2.3원 상승했다.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9. 연합뉴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중반에서 고공행진 중이었는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지난 3일 야간거래에서 1,505.8원으로 뛰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16.6원 오른 1,493.0원에 개장한 뒤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해 1,500원 턱밑에 다다랐다.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가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2026.3.9. 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121.76)보다 0.6% 높은 122.50(2020년 수준 100)으로,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엔 2.0%에 머물렀지만 3월부터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채권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 장 초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3.4%를 돌파하기도 했다.
경기침체 속 고물가 행진, 펼쳐질 것인가?
트럼프발 국제유가 폭등은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경제를 강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번지게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2.9%p 급등하고,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오르면 세계 교역이 축소되고 물류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수출기업 어려움이 커지고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 내수·투자 회복 기대도 사그라들 우려가 있다.
또한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며 수익성 악화와 설비투자 지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통화정책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유가 상승이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이 악화하며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다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에 못 미치면 경기 침체에 빠지는 셈”이라며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 대한 절연을 공식화했다. 조선일보는 “국힘이 정상화로 가는 시작”이라며 “새로 태어났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뀐다면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그 진정성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전한길·고성국씨 등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한 당적 정리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잘못된 계엄 선포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의총은 당 노선 변화를 촉구하는 의원들 요구에 따라 소집됐다. 장동혁 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고 했다. 결의문 낭독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했다.
동아 “이름만 올린 것인지는 장동혁 행보 두고 봐야”
한겨레는 10일자 5면 <당 지지율 ‘바닥’·오세훈 ‘반기’… 버티던 장동혁 결국 입장선회> 기사에서 “결의문을 낸 배경에는 석달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당 노선 정당화’를 요구하며 공천 신청까지 하지 않자 결국 노선을 전환했다”라고 했다.
▲ 10일자 한겨레 5면 기사.
장동혁 대표는 의총에서 별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노선 변경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의에도 답 없이 자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0일자 5면 <성토 쏟아져도 침문학 張, 절윤 결의문엔 대변인 짧은 입장만> 기사에서 “당내에선 장 대표의 실제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홍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 <宋이 낭독한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 張이 지킬지가 관건>에서 “그는 지난달에도 의총에선 윤 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 없다고 하더니 전한길 씨가 지지를 철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곧장 말을 바꾼 적도 있다. 이번에도 당 의원들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리자 떠밀리듯 결의문에 이름만 올린 것인지 아닌지는 장 대표의 이후 행보를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복당을 요구했지만 이번 결의문에 징계 철회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냐”며 전 대통령 윤씨에 대한 노선 정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 전 대표 복귀를 주문했다. 10일 <국힘 ‘윤 어게인’ 반대 결의 채택, 당 정상화 계기로>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날 결의문은 국힘이 정상화로 가는 시작일 뿐이다. 결의문이 채택됐어도 장 대표가 이를 당 운영에 반영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국힘의 변화를 국민이 믿을 수 있으려면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동훈 전 대표처럼 징계 또는 제명당한 사람들의 지위를 원상 회복시키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나온 노선 변경이라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겨레는 <만시지탄 국민의힘 ‘절윤’ 선언, 실천으로 이어져야> 사설에서 “국민의 외면으로 정당 지지도가 20% 아래로 곤두박질하고, 3개월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광역단체장선거 전패’의 위기감이 커지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위장 결별’을 선택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라며 “당내에 존재하는 윤석열 옹호 세력도 단호히 쳐내야 한다. 윤 어게인 세력의 상징인 전한길·고성국씨에 대한 당적 정리 여부가 그 가늠자”라고 했다.
여당 강경파 겨냥한 대통령… 경향 “당부 틀리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엑스에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등 정부 수정안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여당 내 강경파를 겨냥한 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자 6면 한겨레 <이 대통령 “초가삼간 다 태워서야”… 검찰개혁 강경파 제동>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계로 바꾸는 것은 동의하지만,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변경하거나 검찰청 검사의 공소청 검사 전환 시 면직 후 재임용 심사를 거치도록 하자는 방안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일자 한겨레 6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이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 말이 틀리지 않다며 여당 강경파가 자제해야 한다는 사설을 냈고 한겨레는 “검찰개혁에 방해되는 조항이 남아 있다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 ‘외과시술’ 개혁과 ‘절제’ 통합론, 여당도 새겨야> 사설에서 이 대통령 게시물을 “‘강하고 선명한’ 개혁 목소리만 대변되는 더불어민주당 상황을 우려하면서, 환부를 도려내면서도 갈등·혼란을 최소화하는 ‘외과시술’ 같은 개혁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한 뒤 “이 대통령 당부가 틀리지 않다. 그럴 때 개혁 자체도, 국민 통합도 성공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모든 개혁은 ‘선명성’과 ‘현실정합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선명하지 않은 개혁은 공허하고, 현실에 조응하지 못하는 개혁은 위험하다”며 “여당은 이 대통령의 ‘유능한 개혁’ 당부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작은 생선을 뒤집듯’(若烹小鮮·약팽소선) 조심스럽게, 대신 철저하게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개혁의 진리”라고 했다.
▲ 10일자 경향신문 10면 기사.
한겨레는 <공소청·중수청 법안, ‘검찰개혁’ 원칙 맞춰 당정 머리 맞대야> 사설에서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할 때 공소청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중수청법 조항은 자칫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 이 조항이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결합되면 공소청이 사실상 수사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수청과 공소청이 대등한 관계로 상호 협력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렇게 설계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개혁에 방해되는 조항이 남아 있다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부 법안에 비판적인 여당 의원들도 ‘공소청 검사 전환 시 면직 뒤 재임용 심사 도입’ 같은 무리한 주장은 접고 실질적인 개혁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에 나오는 ‘4차 오일쇼크’ 우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9일 장중 한때 8% 넘게 폭락했고 유가도 서부텍사스유(WTI)가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중앙일보는 <4차 오일 쇼크와 ‘S’의 공포…실물경제 ‘복합 쇼크’ 막아야> 사설에서 “세계경제가 중동발 ‘4차 오일 쇼크’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며 “원유 소비량 세계 7위인 한국은 그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런 구조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곧바로 우리 산업과 가계에 파급된다. 특히 고환율·고유가·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 위축이 뒤따르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이른바 ‘S 공포’, 즉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라고 했다.
경제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빚을 내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국일보는 <코스피 하루 12% 널뛰는데, 역대 최대 ‘빚투’라니> 사설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 위험을 간과하고 돈 놓고 돈 먹기 식 위험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시장 전체 위기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개인의 주의와 당국의 면밀한 관리가 절실하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개인들이 위험한 ‘빚투’에 나선 것은 상승장에서 배제되면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기회 상실 공포(FOMO)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은 법이고, 급락 원인인 미국·이란 전쟁은 장기화 우려가 크다. 거품이 많이 낀 상황에서 중동전쟁이란 불확실성이 덮친 것이라 충격이 더 크다. 비이성적 ‘빚투’는 투자자 개인의 재산 손해를 넘어, 불필요한 공포심과 비이성적 투매를 조장해 자본시장이 실물경제 둔화 이상으로 과민 반응하는 위기로 번질 수 있다”라고 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는 2026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건너편 광장에서 '북 점령 및 참수훈련, 대중국 압박 훈련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해 훈련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3월 9일부터 한국 전역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FS, 자유의방패) 본 연습이 시작됐다.
19일까지 열 하루동안 진행되는 FS에는 1만 8천여 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22건의 야외기동훈련(FTX)이 실시된다. △방어적 성격 △연합 방위태세 강화 △상호 운용성과 전투준비태세 향상을 강조하는 한미 군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전쟁연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얼마 전 주한미군이 한국 군당국과 사전협의도 없이 오산기지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 서해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지점 인근에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최근에는 대형수송기를 동원해 주한미군 무기를 전쟁이 진행중인 중동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어 주한미군 기지를 '병참기지', '전초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는 2026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건너편 광장에서 '북 점령 및 참수훈련, 대중국 압박 훈련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해 훈련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평화연대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는 '한미 작전계획에 따른 전쟁수행절차에 대한 숙달연습'으로서, 선제공격, 지도부 제거, 북 전역 점령 등을 포함하고 있는 지극히 '공격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동원되는 병력 규모, 대규모 실기동훈련의 실시 등 훈련의 양상도 적대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한반도 정세격화의 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 군 당국은 야외기동훈련 횟수를 지난해 51건에서 올해 22건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연중 분산 실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내세우지만, "애초에 야외실기동훈련 확대가 대북군사압박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기도 하고, "이번에 야외기동훈련을 22회 진행키로 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일 뿐,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없고, 나머지 훈련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가 되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베네주엘라 대통령 부부 불법 납치,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이란 침공과 지도부 제거 작전은 '참수 계획'과 연습이 그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미국이 정권교체를 위해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며, 언제라도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섬뜩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미정부는 '대화를 원한다'는 말로 더 이상 평화에 대한 절박한 열망을 기만할 것이 아니라 당장 적대적 무력시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미국의 대이란공격에 활용된 중동지역 미군기지는 모두 공격의 대상을 면치 못했고, 중국과의 충돌시 주한미군기지 역시 그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 주한미군의 대중국 '대응태세'훈련 중 발생한 중국 전투기와의 대치, 주한미군 군사장비의 중동 이전이 미칠 파장을 걱정했다.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미명아래 대중국압박의 전초기지를 자임해서는 안되며,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이 전쟁 발진기지로 활용되고 미중 충돌의 전쟁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 "대중국압박을 향한 한미연합 '프리덤실드' 연습을 당장 중단하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한미 프리덤실드 연합군사연습을 '전쟁연습'으로 규탄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한 이란은 이후 미군의 병참과 발진기지 역할을 하는 걸프 지역 내 6개국 소재 주요 미군기지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에픽 퓨리작전'(Operation Epic Fury, 장대한 분노)으로 명명한 군사작전에 맞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 전방본부가 위치한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 △약 5,000명의 미군이 주둔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알 다프라(Al Dhafra) 공군기지 △미 공군 작전 중심지이자 레이더 기지가 있는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Ali Al-Salem) 공군기지 △바레인의 칼리파 빈 살만 항구 인근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 관련 시설 △미군 중부사령부의 병참이자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가 배치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Prince Sultan) 공군기지 등 18개 군사시설에 샤헤드 자폭드론과 탄도 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병참기지와 발진기지 뿐만 아니다.
미군의 전쟁수행능력을 저하시키고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에너지시설과 담수화 시설, 공항과 호텔, 도심 상업용 빌딩 등에 대해서도 드론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느 전쟁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연대는 한미 정부가 연합훈련 강행의 명분을 '전시작전권 환수 조건 검증'에서 찾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다.
대북적대, 대중국압박을 위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상대의 군사적 반발을 촉발하고 역내 안보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막대한 군사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도입, 대중국압박 동참을 의미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추가적인 군사훈련이 계속 늘어나 오히려 전작권 환수 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기자]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이재명 정부에 대해 △다국적 연합전쟁연습으로 평화를 만들 수 있나? △핵과 미사일의 공포 가운데 미래세대의 안전을 상상할 수 있나? △남북 상호체제존중과 흡수통일 불가를 선언하고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강조하면서 정권교체와 체제붕괴를 목표로 전쟁연습을 한다면, 어떻게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의 문을 열겠나?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긴장의 확대가 아니라 위기관리와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국군 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간청하며 명령한다'고 하면서 △전쟁의 길을 거부하고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하고 남북간 군사적 신뢰조치와 충돌방지장치를 복원할 것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제반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것 △ 한미동맹현대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평화안보주권을 확립할 것 △동아시아공동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 평화외교에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대응을 명분으로 하지만 그 결과 한반도는 미국의 군사전략 전진기지가 될 것이고 최종적으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반도가 이용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은 왜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멈추지 않느냐고 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주권국가라면 국제법을 존중하고 생명을 지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우리 영토가 강대국의 군사전략에 이용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전쟁위험을 키우는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과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은 이날 △경남도청 앞 △대전시청 북문 앞 △충남도청 브리핑룸 △전북도청 앞 △제주도의회 도민카페 △허영 국회의원 사무실(강원)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10일 낮 12시 한일 CGV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1. 텍스트 대조: ‘결사항전’을 ‘항복’으로 조작
2. 전략적 왜곡: ‘고립 탈피’를 ‘붕괴’로 해석
3. 정보 왜곡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정치적 욕망
4. 인지전으로서의 트럼프 화법과 그 위험성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의 특별 담화에 대해 자신의 SNS에 "지옥처럼 두들겨 맞고 있는 이란이 중동 이웃 국가들에게 사과하고 항복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들에게 총을 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오직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차 없는 공격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은 중동을 장악하고 지배하려고 했다. 이란이 수천 년 역사상 주변 중동 국가들에게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중략)"라고 썼다.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7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발표한 ‘대이란 승리 선언’은 마스우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정면으로 왜곡한 가짜 뉴스다. 이란의 항전 의지를 비굴한 항복으로 조작한 트럼프의 발언은 철저히 계산된 심리전이자 인지전의 산물이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란?
적의 지도부나 대중에게 가짜 정보를 인식시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거나, 심리적으로 공포심을 조장해 전쟁 의지를 꺾는 5세대 현대전을 의미한다.
1. 텍스트 대조: ‘결사항전’을 ‘항복’으로 조작
트럼프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에 굴복해 "사과하고 항복(surrendered)"했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정반대다. 그는 "무조건 항복을 바라는 자들의 꿈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전 인민적 항전을 선포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사과’ 역시 외교적 수사를 악의적으로 비튼 결과다.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변국의 우발적 피해에 유감을 표했을 뿐이다. 이는 역내 갈등을 최소화해 미국의 개입 명분을 차단하려는 외교 전략이지, 주권을 포기하는 항복 선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란의 ‘평화 공세’를 ‘패배자의 비명’으로 둔갑시켜 사실관계를 완전히 뒤집었다.
2. 전략적 왜곡: ‘고립 탈피’를 ‘붕괴’로 해석
트럼프는 이란이 이웃 국가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에 의한 굴복"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중동 내 헤게모니 변화를 읽지 못한,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해석이다.
이란은 현재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 맞서 지역 국가들과의 결속을 강화하며 외세의 개입을 배제하려 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우리의 갈등은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장난감이 되지 맙시다."라고 강조한 것은 미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강력한 자주 노선의 표현이다.
트럼프는 이란의 이러한 자주적 움직임이 가져올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은폐하기 위해, 이를 ‘힘에 눌린 패배’라는 프레임 속에 강제로 가두었다.
3. 정보 왜곡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정치적 욕망
트럼프가 이토록 무리한 거짓말을 유포하는 데는 냉혹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의 성과 조작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군사 행동이 실질적 항복을 받아냈다는 서사를 유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국내 정치용 선전이다.
이란 내부 균열 유도를 위한 심리전
"지도자가 이미 사과하고 굴복했다"는 가짜 뉴스를 이란 군부와 민중에게 주입해, 내부 결속력을 파괴하고 레짐 체인지(체제 전복)의 토양을 닦으려는 악랄한 수법이다.
추가 학살을 위한 명분 쌓기
이란을 '패배자(LOSER)'로 규정하고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것은, 이후 발생할 무차별적인 민간인 타격과 주권 침해를 '나쁜 행동에 대한 정의로운 응징'으로 포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4. 인지전으로서의 트럼프 화법과 그 위험성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Fact)보다 인식(Perception)을 우선시하는 인지전의 전형이다. 그는 'HELL 지옥', 'certain death 피할 수 없는 죽음' 같은 자극적 어휘를 동원해 국제 사회에 공포를 심는 동시에, 자신을 '중동의 구원자'로 상징화한다. 이는 이란의 항전 의지를 보도에서 지워버리고, 오직 미국의 승리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기만 전술이다.
요컨대 트럼프의 SNS 게시물은 제국주의적 침략 야욕을 은폐하기 위한 배설물에 불과하다. 이란 대통령의 결사항전 의지를 '비굴한 항복'으로 조작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테러다. 트럼프가 휘두르는 '말의 폭력'은 이란과 세계 진보적 대중의 각성을 부르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최후 승리는 거짓을 일삼는 제국주의자가 아니라, 조국 수호를 위해 광장으로 나선 이란 민중의 몫이다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중수청·공소청 법안 관련 참여연대와 민변 사법센터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26.3.4. 연합뉴스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역사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권력 남용의 역사였다. 그 뿌리는 1930년대 일제의 전시 총동원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에 집중된 기소권, 강제처분권, 사법경찰 명령권이라는 기형적 권력 구조는 해방 후에도 청산되지 않은 채 이승만 정권을 거쳐 유신과 군부독재의 자양분이 되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1981년 부림 사건,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은 그 패륜적 행태의 이정표들이다. 독일·프랑스의 사인소추권, 미국의 대배심제와 검사장 직선제, 일본의 검찰심사회가 말해주듯,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이런 구조는 없다.
2026년 오늘, 우리는 그 비정상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4년 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검찰 개혁'의 본령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였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행정부가 내놓은 공소청법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그 알맹이마저 검찰의 입맛대로 뒤바꾼 '누더기 법안'에 불과하다.
국회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절규 "검찰청법을 제목만 바꾼 것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의원이 지난 5일 토해낸 비판은 이번 정부안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추 위원장은 정부가 재입법 예고한 공소청법안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그대로 담았고, 제왕적 총장의 권한을 존치시켰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에 네 건의 글을 올린다"고 개탄했다.
특히 정부안 7조와 25조 등을 거론하며,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검사를 오히려 처벌할 수 있게 만든 구조를 맹비난했다.
영장 청구와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쥔 공소청이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것이 과거의 정치 검찰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입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개혁의 설계도를 행정부가 멋대로 가로채 검찰 기득권 보존용으로 개악한 명백한 월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6.2.25.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의 처신…방조인가, 주도인가
이 과정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처신은 더욱 뼈아프다. 김 총리는 불과 두 달 전 "수사-기소 분리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과제"라며 기세 좋게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결과물은 검찰의 직급 구조와 권한을 우회적으로 살려둔 '간판갈이' 수준에 머물렀다.
만약 김 총리가 이 누더기 법안을 주도했다면 그는 개혁의 배신자요, 대통령의 의중에만 충실하며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책임 있는 내각 수반으로서의 직무유기다.
범여권 내에서도 "김 총리가 검찰개혁 법안의 본질 훼손에 대해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행정부 2인자로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헌정 질서의 균형을 잡아야 할 총리가 오히려 행정부의 입법 침탈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당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정부안은 국회 법사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수정 요구를 묵살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거쳐 도출된 법안을 행정부가 가져가 입맛대로 뜯어고치는 행위는 트럼프식 전횡과 다를 바 없다.
공수처가 이미 무력함을 드러냈음을 상기하라. 보완수사권 폐지와 검사동일체 원칙 해체가 담기지 않는 누더기 법안은 시대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검찰 권력 고스란히 살리기' 법안이 확정된다면, 이재명 행정부는 일제강점기와 80년 독재가 남긴 괴물을 청산할 천금 같은 기회를 발로 차버린 역사의 배신자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안의 전면 철회와 국회 입안권의 회복을
민주주의의 원칙은 간명하다. 법을 만드는 곳은 국회다. 행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의 집행자일 뿐, 그 내용을 사후에 검찰과 공모하여 변질시킬 권한이 없다. 지금이라도 이재명 행정부는 검찰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정부안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선명한 깃발을 다시 국회 법사위로 돌려주라.
개혁 이후의 실무적 우려는 입법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지,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다시 아스팔트 위에서 이재명 행정부를 향해 엄중한 심판의 칼날을 겨눌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8일 마감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공천 후보에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등록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풀지 않는 이상, 후보 접수와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무엇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인지 반드시 결론 내야 한다”고 했다. 보수 언론에서는 현직 서울시장이 공천 후보 등록에 하지 않는 국민의힘 혼란 상황에 대해 사설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X에 ‘책임과 권력’이란 글에서 “대통령이 되고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나의 의견만이 진리이자 정의이고 너의 의견은 불의이고 거짓이라는 태도는 극한적 대립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여당 내 검찰개혁·사법개혁 강경파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일이 3·8 세계 여성의날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성평등 입법, 여성 공천이 부족한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중앙 “현역 시장도 명함 못내미는 자중지란”
현역 서울시장이 공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현 국민의힘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또 한번 가시화됐다. 이에 조선일보는 9일 사설 <서울시장 후보들 속속 포기, 현역 시장마저 등록 미룬 국힘>에서 “현역 시장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건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제1 야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라고 했다.
▲ 9일자 조선일보 사설
현실적으로 당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조선일보는 “작년 말만 해도 서울에서 국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많았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국회에서의 민주당 일방 독주, 통일교 사태 등 국힘에 호재가 많았지만 그 수치가 역전되더니 최근엔 민주당 후보가 20%p 앞선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윤희숙 전 의원 등 한두 명을 빼고는 대부분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했다. 이어 “이와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가 넘친다. 5명이 경선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절윤(윤석열과 절연)을 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절윤을 선언하지 못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해왔다. 관련해 9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당 노선과 관련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시장 선거는 온 국민이 주목하는 (지선에서) 핵심 승부처”라며 “여야 텃밭을 빼고 국힘 입장에서 제일 해 볼만한 곳이기도 한데 사실상 현역 시장 단일 후보 밖에 없고, 그마저 지금 당 노선으론 어렵다고 후보 등록마저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 <현역 시장도 명함 못 내밀겠다는 제1 야당의 자중지란>에서 “현역 서울시장마저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초유의 자중지란에 빠졌다”며 “당의 결정에 따라 후보 등록이 연장될 수는 있지만 공천 흥행은 실패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9일 의총에서 “당 지도부가 노설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보수 재건에 아직 기대를 거는 쓴소리를 듣는 것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했다.
조선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 멈춰 세워야”
이 대통령의 7일 X글을 두고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여당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다시 추진하고 중수청과 공소청법 정부안을 자신들 뜻대로 대폭 수정하자는 민주당 강경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 말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강경 지지층만을 보고 달리는 민주당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정색을 하고 자제시키면 집권당이 지금처럼 함부로 행동할 리가 없다”며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도 남을 만한 정치적 힘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이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검찰청 해제와 법왜곡죄,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3법 강행 처리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재고를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강행했고 대통령이 이의제기 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리더십이 없는 것인지, 사실은 여당과 같은 속 생각인데 못 이기는 척 밀려나는 시늉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비하면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X 게시글을 원론적 차원의 ‘자기 다짐용’으로 해석했다. 사설 <李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한다”…이 시점에 다짐한 까닭은>에서 “당장 청와대 안팎에선 여당 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등 강경론자에 대한 경고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하지만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호의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나온 고담인 만큼 그런 정치적 의도보다는 자신과 정부, 여당을 향해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자는 성찰의 메시지로 읽어도 무방할 듯”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이 대통령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사설에서 “(이 대통령은) 실용적 외교 정책으로 주변국의 우려를 씻어내는가 하면 경제 정책에서도 유연하고 체감 가능한 접근법을 우선했다”며 “그런 표변이야 말로 줄곧 이어진 안정적 국정 지지율, 나아가 지난주의 최고 지지율(갤럽조사)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력이 실패하는 이유는 권한에 파묻혀 겸허히 돌아보는 힘을 잃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이 강조한 ‘제3자의 시각’의 자세를 당부했다.
경향 “‘성평등 입법·여성 공천’ 부끄러워하라”
윤석열 탄핵 이후 처음 맞는 여성의 날인 8일 ‘응원봉 여성들’이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2024년 겨울 내란에 맞서 123일간 빛의 광장을 지키고 새 정부를 탄생시킨 동력이 여성이었다는 취지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지표를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며 먼저 입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2대 국회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발의와 동시에 사회적 논란이라는 해묵은 장벽에 부딪혔다”며 “헌법불합치 판결 후에도 7년째 방치된 임신중지 보완입법,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 핵심 젠더 법안들은 정쟁에 밀려 사장될 위기”라고 한 뒤 “성평등 입법 지체는 광장의 열망에 대한 책임방기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명백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6·3지방선거를 석달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비후보자 중 여성 비율은 20%를 밑돌고,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 여성은 손에 꼽기도 어렵다”며 “1995년 지방선거 도입 후 단 한 번도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배출되지 못한 불명예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될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여성 대표성이 보다 확대되고 성평등 가치가 정치와 사회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뿌리내릴 때 비로소 ‘빛의 혁명’은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한 충성을 선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IRGC는 이날 성명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시대의 수호 법학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신성한 명령을 수행하는 데 완전한 복종과 자기희생으로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구인 전문가회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임으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전문가회의는 성명에서 “신중하고 광범위한 검토 끝에 오늘 열린 임시 회의에서 대표들의 결정적인 투표를 통해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신성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제3대 지도자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뒤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돼 온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최근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고 보도하면서 이러한 결과가 사실상 혁명수비대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현 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모즈타바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모즈타바와 함께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다.
라리자니는 이날 새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국영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테헤란에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전문가회의가 용기 있게 회의를 열었다고 평가하며, 모즈타바가 부친 하메네이에게 정치적 훈련을 받았고 현재의 위기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극우의 시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배타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대화하며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었고,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을 몰아내려는 정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남미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선 극우 지도자가 선출되는 모습도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극우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한국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의 극우> 기획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평화적 질서를 무너트리는 극우의 모습을 추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프랑스에서 극우가 위협적인 정치 세력으로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2년 대선이다. 대통령 자크 시라크와 총리 리오넬 조스팽의 결선 투표 진출이 당연시되던 상황이었다. 현직 1인자와 2인자의 격돌이 예상되는 뻔한 승부. 게다가 사회당 후보 조스팽 총리는 우파표를 의식, '현대적으로, 사회주의는 지양하며'를 대선 슬로건으로 택할 만큼, 노골적 우향우 신호를 보냈다.
좌파 유권자들은 선거판이 재미없어졌고, 그 가운데 자신이 비어 있는 좌파의 대변자임을 내세우는 군소 좌파후보가 난립했다. 그 사이 홀로 깃발을 들고 꾸준히 진군해 왔던 극우의 장마리 르펜(16.86%)이 2위로 골인, 자크 시라크(17.79%)와 함께 최초로 결선 투표에 오르게 된다. 조스팽 총리는 0.6%p 차이로 탈락했고, 그 길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
대선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사이에 있었던 그해의 메이데이는 특별했다. 이른 아침부터 파리의 골목 골목마다 극우로부터 프랑스를 지켜내자는 절규가 넘쳐흘렀다. "우린 여전히 자유 평등 박애가 필요해", 마치 '극우'라는 바이러스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는 듯, 딱히 어디가 집회 장소랄 것도 없이 도시 전체에 슬로건과 피켓과 함성이 가득했다.
프랑스 사회의 상식적인 대다수 시민들에게 극우는 박멸하고, 뿌리 뽑아야 할 절대악으로 간주되는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자크 시라크는 극우와는 말도 섞을 수 없다며 결선투표 전 치러야 할 2위 후보와의 TV토론을 모두 거부했고, 그 선택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 결과, 결선 투표는 82.21%를 얻은 자크 시라크의 압승. 장마리 르펜은 1차 투표 때보다 0.93%p를 더 얻었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 24년간 비슷한 선거 패턴이 반복됐다. '결선 투표'라는 마술은 모든 선거에서 극우를 고립시키는 장치로 작동, 그들의 당선을 억제하는 효과적 방패가 되어 주었다. 이 나라 어떤 정치 세력도 극우와는 연대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에, 모든 정치 세력은 결선투표에서 극우의 당선을 막기 위해 연대했던 것이다.
이로써 결선 투표에 극우와 나란히 오르기만 하면 당선이 확정되는 공식이 성립했고, 이는 안정적 당선을 위해 은근히 극우가 2라운드에 오르도록 판을 짜는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극우는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며 대중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극우의 진화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의회 대표 마린 르펜이 지난 2월 13일 프랑스 북부 에낭보몽에서 열린 일란 할리미 기념길 개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모든 것은 1972년 국민전선(Front National)이라는 이름의 극우 정당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으로부터 시작됐다. 언제 어디서도 거침없이, '인종주의' 발언을 해왔던 그는 25차례가 넘도록 기소되거나 벌금형에 처해지면서도, 숨어 있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대변인·선동가 역할을 자처하며 소란스러운 정치생명을 이어왔다. "아우슈비츠는 2차대전의 사소한 에피소드일 뿐" "나는 인종 간의 불평등을 믿는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도시에 있는 수백 명의 집시들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등...
그는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 올바름에 맞서는 솔직함'이라 여겼지만, 법원은 이를 타인에 대한 존엄성 훼손과 증오 선동으로 보았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자신이 만든 당에서조차 축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2004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대표가 된 마린 르펜은, '극우의 탈악마화', '인간의 얼굴을 한 극우'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인물로 평가된다. 결정적 장면은 2015년, "아우슈비츠는 사소한 에피소드"발언을 다시 한번 인터뷰에서 반복한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한 사건이다. 당의 대중화를 위해 '부친의 정치적 살해'를 서슴지 않은 마린의 이 결정을 통해, 그는 결국 아버지의 당을 구했다.
2017년엔 45년간 써오던 당명 국민전선(FN)을 버리고 국민연합(RN)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아버지 시절, 신자유주의 노선을 고수하던 경제 정책은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했고, 세계화로 소외된 공장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청년들을 공략했다.
프랑스 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라이시테(Laïcité, 정교분리 원칙)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아랍인 차별이 아니라, 이슬람으로부터 프랑스의 세속주의 전통과 여성의 권리를 지킨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냈다. 인종주의자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이민자보다 프랑스인을 우선시한다는 제법 설득력 있는 당론을 통해 이들은 지지층을 넓혀갔다.
마크롱이 재선에 도전했던 2022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과 맞붙은 마린 르펜은 41.45%를 얻으며 극우 역사상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지난 3일 프랑스 남부 님에서 열린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연합(RN)의 님 시장 후보 쥘리앙 산체스를 지지하는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 2022년 당시 26세에 불과했던 조르당 바르델라가 당대표로 선출되며 늙은 인종주의자 르펜의 당이라는 이미지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이탈리아-알제리계 이민 3세로, 전형적인 이민자 동네의 임대주택에서 성장한 바르델라는, 도시 빈민과 이민자 청소년의 쓸쓸한 정서를 잘 아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서민 계층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거둬낼 해법을 극우의 관점에서 제시할 때, 많은 청년 유권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나이답지 않게 세련된 분위기와 정제된 화술을 구사 하면서 안정감 있는 정치인 이미지 구축에도 성공하며, 그는 당의 색깔을 쇄신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리하여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2026년 3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당 지지율(30% 전후)을 누리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결선 투표라는 제도의 덫 때문에 인구 10만 이상 도시에서 단 한 사람의 지자체장을 당선시킨 정도지만, 내년 대선 결선 투표에선 그 누구와의 연대도 필요없이 단독으로 대권을 넘볼 수 있는 정도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다.
보수정당의 실패와 유럽연합의 전횡
▲지난 2025년 9월 5일 엘리제궁에서 열린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극우 정당의 급격한 성장에는 스스로의 쇄신 노력 외에도 불안한 경제, 기성 정당의 실패 그리고 EU(유럽연합)에 대한 불신이 발판을 제공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극우 세력 성장의 1등 공신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다. 2017년 집권한 마크롱은 슈퍼리치들에 의해 간택되어, 노골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위해 충성한 대통령이었다. 집권 직후, 부유세(ISF)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인하한 반면, 연금 수급자에 대한 세금(사회보장기여금, CSG)와 유류세는 인상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던 권력은 집권 1년 만에 전국적인 저항운동 '노란 조끼' 투쟁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1만 명 이상이 체포·구금당했고, 1천명 이상이 실형을 살았으며, 4천명이 넘는 사람이 실명, 안면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노란 조끼' 세력은 이후 극좌 혹은 극우 세력으로 편입된다.
그러나 재선을 한 마크롱은 계층을 초월하여 수년간 전체 시민 사회가 반대했던 연금 개혁을, 의회를 뛰어넘고 헌법 특수 조항(49조3항)을 남용해서 강행 처리했다. 이는 집권 세력과 국민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넓은 강을 만들었다. 여론에 전혀 귀 기울일 생각이 없고,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불화를 피할 방법은 없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직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이 처참하게 참패(여당 르네상스 포함 범여권 연합 14.6% )하자, 갑자기 그날 밤 마크롱은 의회해산이라는 도박을 감행했다. 하지만 다시 치러진 총선에선 마크롱의 기대와는 달리, 보란 듯이 좌파연합이 제 1당으로 올라섰다. 이런 경우, 제1당 출신을 총리로 임명해서 좌우 동거정부를 이뤄야 하는 것이 관례이나, 마크롱은 수개월간 총리 임명을 미루며 정치 불안을 야기했다. 이렇듯 3년 반 동안 5번이나 총리가 바뀌는 동안, 민생은 처참하게 버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물가는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촉발, 서민들의 구매력은 급락했고, 나랏빚은 GDP의 110%까지 치솟았다.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계급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국민연합은 이 틈새를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부가가치세(VAT) 인하, 청년층 소득세 면제 등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돈 문제'를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마크롱에게 실망한 농촌과 쇠락한 공업 지대 서민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EU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EU의 '비민주적인 통제 불능' 상태도 프랑스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해 온 오랜 주제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화이자 대표와 EU의 백신 구입 계약과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가 논란이 된, '문자 스캔들'이 그 대표적 사례다. 팬데믹 당시 백신 과잉 구매 등으로 이면계약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집행위가 내놓은 계약서의 세부 사항은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마저 주요 조항이 검게 가려진 채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의회는 문자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폰데어라이엔은 끝내 거부했다. 그는 해당 사건으로 유럽 검찰청(EPPO)과 벨기에 사법 당국에 이중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EU는 백신이 출시되기 전엔 미국 길리어드사가 만든 고가의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다량 구입해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그 효능과 부작용에 문제를 제기함에도 말이다.
결국 2025년 7월 유럽의회에선 폰데어라이엔 불신임 투표가 진행됐지만 부결됐다. 단호한 변화를 촉구하는 극좌, 극우 진영의 의원들만 불신임에 표를 던졌고 질서의 안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나머지 의원들은 투표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겨울엔 또 하나의 결정적 사건이 EU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불신을 불가역적으로 굳혔다. 프랑스 의회에선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EU-남미자유무역협정 (Mercosur)을 유럽집행위가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EU는 유럽농민들에게 '그린 딜(GreenDeal)' 원칙에 따라 살충제 사용 제한, 탄소 배출 감축 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해 왔고, 이는 농산물 생산 비용을 치솟게 했다. 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되는 축·농산물은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EU-남미자유무역협정 협정이 체결되면, 유럽 농산물은 도저히 남미 농산물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 특히 유럽 최대의 농업국이자, 식량 주권에 민감한 프랑스 국민으로서는 수용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유럽 농민들은 '유럽 시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독일산 자동차를 더 팔겠다 '라는 수작이라며 트랙터 시위를 겨울 내 멈추지 않았고, 시민들은 이들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를 보냈다. 회원국들의 첨예한 이해가 충돌하는 이 같은 사안은 각국 의회의 비준을 필요로 함에도, EU 집행위가 독단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유럽의회는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를 결정했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협정 발효도 미뤄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2월 8일 발표된 여론조사(Eurobaromètre, 유럽연합 정기 여론조사)에서 유럽연합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은 38%에 불과했다.
극좌와 극우가 격돌할 2027년 대선
▲극좌 성향의 프랑수아 뤼팽 의원이 2024년 6월 17일 당시 파리 동부 몽트뢰유에서 열린 프랑스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의 선거 유세에 참석한 모습.AP/연합뉴스
이제 1년 뒤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의 시나리오는 극좌와 극우의 맞대결로 좁혀진다. 나를 안 찍으면 극우한테 나라가 넘어간다는 마크롱의 협박은 이제, ' 차라리 너보단 극우나 극좌가 100번 낫겠다'로 뒤바뀐 판세 속에서 효력을 상실했다. 중도의 가치는 오직 슈퍼리치를 위해 봉사할 뿐, 시민들의 목소리엔 온전히 귀를 닫는 불통과 독단의 아이콘 마크롱과 함께 완전히 추락했다.
극우 진영에선, 사법 리스크로 4번째 대선행이 어려워진 마린 르펜 대신 지지율 1위 바르델라(30) 가 후보로 나설 전망이고, 극좌 진영에선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터줏대감 장뤼크 멜랑숑을 제치고 2선의 프랑수아 뤼팽이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이제 막 50살이 된 좌파 독립언론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의 뤼팽은 지난 1월 말 '최저임금 대통령'이란 구호와 함께 대선 출마를 선언, 순식간에 대선 가도의 2인자로 떠올랐다.
그는 74살의 멜랑숑의 권위주의에 맞서 지난해 탈당, 독자적으로 신당 (Debout, 일어나라)을 만든 극좌 진영의 전투력 좋은 거물급 신인이다. 예리하고 담대한 시선을 드러내던 언론인으로, 자본주의를 고발하는 탁월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쌓아온 경력과, 거기 더해진 9년간의 국회의원 활동은 민생 전반에 걸친 그의 관점과 역량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여러 방면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문제를 타개할 해법과 철학적 관점에선 완전한 대척점에 서 있다. 둘 다 "프랑스는 지금 고장 났다" 진단에 동의하지만 바르델라는 그 원인을 외부(이민자, EU)에서 찾고, 뤼팽은 내부구조(자본주의, 불평등)에서 찾는다.
바르델라의 해법이 국가 정체성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 회복·이민 억제·EU로부터 프랑스 주권의 회복이라면, 뤼팽의 해법은 계급적 관점에 뿌리를 둔 자본의 독재로부터의 해방·공공 서비스의 확대·노동자의 권리 회복이다. 바르델라의 주적이 이슬람 세력·불법 이민자·프랑스의 주권을 훼손하는 EU라면, 뤼팽의 주적은 금융자본주의·슈퍼리치·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EU체제다.
EU에 대해 바르델라는 탈퇴 대신, 프랑스의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EU 조약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뤼팽의 EU 전략은 탈퇴가 아니라, 불복종이다. 나쁜 규칙은 지키지 않겠다. 예를 들어 메르코수르 같은 자유무역 협정이 농민의 삶을 해치고 시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그 규칙에 따르지 않고 싸우겠다는 것이다. 유럽 내 다른 국가의 좌파 세력과 연대해 사회적·생태적, 민주적 구조의 유럽연합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 일부 엘리트들이 밀실에서 정하는 대신 유럽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해법이다.
결정적으로 극우는 자본가와 싸우진 않는다. 오히려 우파 표를 얻기 위해 벌써부터 '친기업,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부유세 재건과 연금 개혁 무효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반면 뤼팽에게 생태적 전환과 부유세 강화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그는 바르델라를 가리켜 "그는 억만장자들과 싸우는 대신 가난한 사람끼리(프랑스 서민 vs 이민자) 싸우게 만들뿐"이라고 비판한다.
자본의 하수인임을 숨기지 않았던 마크롱 9년, 그 아래서 희생된 프랑스를 되살리는 해법이 어느 쪽에 있을지는 명확해 보인다. 우파의 표를 얻을 욕심에 숨겼던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극우의 민낯을 얼마나 빨리 사람들이 파악할지에, 프랑스의 미래가 달려있다.
전쟁은 때로 특정한 사건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실제로 말해주는 것은 훨씬 더 큰 구조일 때가 많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란 전쟁’ 역시 그러한 성격을 지닌 사건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과 지도부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시작된 이번 군사 충돌은 단기간에 중동 전역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걸프 지역의 석유와 가스 공급망이 압박을 받기 시작하자 국제 에너지 시장은 즉각적인 불안정성을 드러냈고, 세계 경제 역시 그 충격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중동은 오랫동안 세계 정치의 대표적 분쟁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은 세계 권력 구조가 교차하는 전략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긴장은 단순한 지역 갈등에 그치지 않고 국제정치 질서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전쟁 역시 단순한 군사적 사건이라기보다 21세기 국제질서의 변화가 표출되는 하나의 징후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군사 충돌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점차 심화되고 있는 전략적 경쟁이라는 보다 넓은 맥락 속에서 해석될 때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중동에서 발생한 군사적 긴장은 지역적 위기를 넘어 글로벌 권력 구조의 재편과 맞물린 전략적 사건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Ⅱ. 전쟁 명분과 국제정치의 구조적 설명
미국 정부는 이번 군사행동의 배경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 장거리 미사일 위협, 그리고 중동 지역의 안보 불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전략적 명분이라기보다 전통적인 안보 담론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우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이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 역시 미국 본토에 대한 현실적 군사 위협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군사 충돌을 단순히 핵 문제나 지역 안보 위기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은 국제정치의 구조적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현실주의 이론은 국제 체제의 구조가 국가의 행동을 일정하게 제약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조적 현실주의를 체계화한 월츠(Kenneth Waltz)는 국제정치를 무정부적 구조 속에서 권력 균형을 추구하는 국가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군사 충돌은 종종 특정 사건의 결과라기보다 체제적 경쟁의 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
공격적 현실주의를 제시한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역시 국제 체제에서 강대국은 자신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권력 우위를 확대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중동에서의 군사적 행동 역시 단순한 지역 정책이 아니라 보다 넓은 권력 경쟁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중동은 단순한 분쟁 지역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 작동하는 전략적 공간이다. 미국이 오랫동안 중동 지역의 정치·군사적 질서에 깊이 개입해 온 이유 역시 단순히 지역 안정 때문이라기보다 세계 권력 구조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Ⅲ. 에너지 지정학과 중국 압박 전략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에너지 공급망은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전략적 권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국제정치 연구에서 강조되는 ‘에너지 지정학’의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중국에게 중동은 단순한 외교 파트너를 넘어 산업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에너지 공급지다. 중국의 석유 수입 가운데 상당 부분은 걸프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이란은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이 일정한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온 중요한 에너지 파트너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산업과 국가 체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군사행동이라기보다 중국의 에너지 안보 구조에 대한 간접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이란과 같은 주요 산유국의 수출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중국 경제의 성장 기반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는 전략적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정학 전략가였던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유라시아 대륙을 세계 권력 경쟁의 핵심 공간으로 보면서 에너지와 교통망이 강대국 경쟁에서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시각을 적용해 보면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 역시 단순한 경제적 인프라가 아니라 국제 권력 경쟁의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Ⅳ. 제한전쟁과 중국의 전략적 대응
그렇다면 중국은 이러한 전략적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중국은 늘 그러하듯 이번 군사 충돌에도 직접 개입하지 않은 채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태도 뒤에는 보다 복합적인 전략적 계산이 존재한다.
중국은 이란의 완전한 패배나 국가 체제의 붕괴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확대되는 상황 역시 회피하려 한다. 이러한 접근은 국제정치에서 흔히 나타나는 "간접적 세력균형" 전략(indirect balancing)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고 중앙아시아와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중동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경제 협력과 기술 협력을 통해 이란과의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이란 체제가 급격히 붕괴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전략 역시 병행하고 있다.
전쟁의 실제 전개 역시 이러한 구조적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 초기 공습 이후에도 이란은 군사 지휘 체계를 빠르게 재정비했고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를 활용한 반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군사 충돌은 단기간에 결론이 나는 전면전이라기보다 일정 수준의 긴장이 지속되는 "제한전쟁"(limited war)의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Ⅴ. ‘전략적 시간’과 한반도의 지정학
이번 전쟁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미국 지도부가 언급한 ‘4주’라는 시간 변수다. 이 시간은 단순한 군사적 전망이라기보다 전략적 정치 메시지로 읽힐 여지가 있다.
특히 이 시점은 외교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정과 겹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외교 일정과 중동 전쟁의 시간표가 겹쳐 있다는 사실은 이번 군사 충돌이 단순한 지역 전쟁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지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미국이 단기간 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한다면 이는 향후 중국과의 전략적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미국은 중동에 상당한 군사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며, 이는 전략적 피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한반도와 어떤 관련을 가지는가?
겉으로 보기에 중동의 전쟁은 동북아시아와 먼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역사에서 패권 경쟁의 중심 전선과 주변 전선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하나의 지역에서 발생한 전략적 긴장은 다른 지역의 권력 균형과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국제 질서의 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적 부담이 커질수록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공간 역시 일정한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중동에서 미국이 신속하게 군사적 우위를 확보한다면 이는 동아시아에서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 이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동 전쟁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결코 무관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라기보다 21세기 국제질서가 단극체제에서 보다 복합적인 다극체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구조적 긴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세계 정치의 중심은 여전히 이동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지역의 위기와 갈등은 서로 얽히며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간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반도 역시 여전히 세계 권력 구조가 교차하는 지정학적 공간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먼 지역의 위기를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읽어내기 위한 하나의 창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동에서 들려오는 전쟁의 소리는 아직 완전히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국제 질서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균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균열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 역시 다시 질문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단편적 해석이 아니라, 그 전쟁이 드러내고 있는 세계 정치의 구조적 움직임을 차분히 읽어내는 시선일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며 두바이행 노선 등이 결항한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외국인들이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를 탄핵하라! 조희대를 수사하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조희대 사법부를 향한 분노와 함께 이란을 침공한 미국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에 부역했던 자들에게 통상 업무라는 논리로 싹 다 면죄부를 주려고 하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에 동조했었기 때문 아닌가?”라며 국회를 향해 “표 계산하지 말고 국민이 명령한 대로 집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구호를 외쳤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내란동조 대선개입 조희대를 수사하라!”
“내란청산이 민생이다! 내란당을 박살내자!”
“국제 깡패 전쟁범죄자 트럼프는 지구를 떠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임명 42일 만에 줄행랑을 쳤다. 천대엽 전 법원행정처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앉히려던 조희대의 계획도 무산되었다”라면서 “조희대가 사퇴 요구를 외면하고 있지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국회에서도 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대선 개입 범죄를 저질렀던 조희대가 지방선거에도 개입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검찰, 조희대 사법부, 국힘당 이런 내란세력이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리는 조희대 탄핵과 함께 정치검찰의 부활 시도도 제압해야 한다. 내란세력에게 조그마한 틈도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최혁진 국회의원(무소속)은 “며칠 전 상설특검이 관봉권 띠지 사건에 대해서 무혐의로 처리한 것을 보았나? 다시 온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있다”라며 “왜 상설특검조차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조치로 뒤가 구리는 결정을 내리겠나? 조희대가 굳건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조희대 탄핵을 심판할 헌법재판소를 두고 “특권이 특권의 잘못을 온전히 심판하는 것은 오직 국민이 두려울 때뿐”이라면서 “광장에 수백만의 촛불이 타오를 때 국회도, 헌법재판소도 헌법이 원하는 판결을 한다”라고 했다.
최 의원은 “동지들이 차려놓은 밥상 위에 밥숟가락 놓는 그런 정치를 하지 않겠다. 동지들과 함께 밥상을 같이 차리고 잔치를 벌이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학살 전쟁을 시작했다”, “이란의 한 초등학교 175명의 고귀한 어린 생명이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용납할 수 없는 학살 범죄”라고 규탄하며 “나는 국회에서 가자지구 학살 비판 결의안을 냈는데 아직도 계류 중이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의 미국은 약탈적 제국주의로 가고 있다”라며 “트럼프가 7개의 전쟁을 멈춰서 피스메이커라고 해놓고 9개의 군사 공격을 지금까지 했다. 그는 전쟁왕”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동맹”,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미국”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주한미군)사령관의 교체를 요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한봄 청년촛불행동 대표는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을 규탄하고 있는데, 안철수가 미친 소리를 지껄였다”라면서 “미국에 한반도 전쟁을 청탁하며 매달리고 있다. 정신 나간 거 아닌가!”라고 외쳤다.
이어 “이란 침공과 똑같은 방식의 군사작전이 곧 한반도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바로 3월 9일부터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이라면서 “이제 겨우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정부는 한중관계,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또다시 전쟁을 강요한다”라고 지적한 후 “툭하면 우리 국민을 총알받이로 쓸 궁리나 하는 그깟 동맹 필요 없다. 내란세력과 똑같은 전쟁 유발자 주한미군도 필요 없다”라고 주장했다.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자들이 학교와 병원을 학살했다”
“모든 차이를 넘어 조국 수호를 위해 광장으로 나오라”
“이웃 국가들, 미·이스라엘의 장난감이 되지 말라”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이웃 나라를 겨냥하지 않을 것”
마스우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7일 TV 메시지를 통해 침략에 맞선 전 인민적 항전과 주변국에 대한 새로운 외교·군사 방침을 발표했다.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자들이 학교와 병원을 학살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먼저 순교한 최고지도자와 지휘관들, 그리고 미나브 학교 폭격으로 희생된 무고한 학생들을 애도했다. 그는 “인권과 자유, 인도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이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순교하게 만들었다”며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한 채 학교와 병원, 주요 시설을 가리지 않고 파괴하는 이들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모든 차이를 넘어 조국 수호를 위해 광장으로 나오라”
대통령은 종교와 지위, 외양의 차이를 막론하고 모든 이란인이 조국 수호의 현장에 함께해 줄 것을 호소했다. “우리가 가졌던 모든 갈등과 서운함은 오늘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며 “조국의 물과 흙,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무조건 항복하기를 바라는 자들의 꿈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웃 국가들, 미·이스라엘의 장난감이 되지 말라”
주변국들을 향해서는 제국주의의 도구가 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우리 영토를 넘보는 이들에게 경고한다. 제국주의의 장난감이 되지 말라”며 “학살자 이스라엘과 미국의 하수인이 되는 것은 스스로의 존엄을 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이의 갈등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결코 외세의 이익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이웃 나라를 겨냥하지 않을 것”
특히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임시지도위원회’에서 결정된 중대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지난 공격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에 사과한다”며 “어제 열린 회의에서 이제부터는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이웃 나라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휘관 부재 상황에서 우리 군이 영토 방위를 위해 독자적으로 대응(fire at will)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는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주변국들과 평화와 안정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AI는 이제 우리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모두가 AI를 사용하는 지금, 중요한 건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이 탐구 생활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떠나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AI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을 "급진 좌파적 기업"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앤트로픽이 미국 정부의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의 AI 모델인 클로드(Claude)를 자율 무기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앤트로픽 CEO는 "양심에 따라 그들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거절했습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앤트로픽을 적대 국가 기업으로 분류한다는 얘기입니다.
앤트로픽의 결정은 AI를 자율 무기 시스템에 결합하면 벌어질 위험성을 인지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AI를 자율 무기 시스템에 전면 도입했을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들을 보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무기, 전쟁 더 빈번해질 것
첫째, 전쟁이 더욱 빈번하게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4년 라일리 시몬스-에들러 등이 쓴 논문(AI-Powered Autonomous Weapons Risk Geopolitical Instability and Threaten Ai Research)을 보면, AI 기반 자율 무기가 인간을 대체하면 전쟁 비용과 인적 부담이 낮아지고, 그러면서 저강도 분쟁도 더 자주 발생합니다. 군사 권력을 가진 결정권자들이, 분쟁에 따른 부담이 적어지다 보니, 정치적 필요 등에 따라 분쟁을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겁니다. 분쟁 빈도가 높아지면서 더 광범위한 전면전으로의 확전 위험성을 높입니다.
둘째, 전쟁 시 비인도적 집단 살육의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의 보고서(A Hazard to Human Rights)는, 'AI 자율 무기 시스템은 인간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거나 존중하는 능력이 없어, 살육을 자행할 것'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AI 시스템은 공격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인간 행동의 미묘한 신호를 식별할 수 없고, 인간과 소통할 수도 없어 상황을 진정시킬 수도 없습니다. 가령 '전쟁 승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AI는 '상대방과 협상 및 조율'과 '상대방 살상'이라는 선택지 중 '상대방 살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것이 AI에는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겠지요. 최근 AI를 활용한 가상 전쟁에서 AI들이 핵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것도 이와 같은 현상입니다.
셋째, AI를 활용한 대량 살상 무기 시스템이 범람할 수 있습니다. AI가 군비 경쟁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각국 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AI의 군사적 활용을 연구하게 되고, 민간 AI 연구 성과 역시, 살상 무기 시스템으로 젼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라일리 시몬스 논문이 우려한 지점입니다. 과거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여러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을 한 것과 같은 형태로 전개될 거란 얘깁니다.
넷째, 결정적으로 이렇게 개발된 AI 자율 무기 시스템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앤트로픽 CEO인 아모데이는 "최전선 AI 시스템은 완전 자율 무기를 구동할 만큼 아직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AI 모델들은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여전히 환각(hallucination), 맥락 오해, 예측 불가능한 오류 등을 끊임 없이 나타납니다. 수천 억, 수조 원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AI가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지는 일반 시민은 물론 개발자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AI 무기의 유혹, 깨어있는 시민이 막아야
▲지난 2월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I 임팩트 서밋에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집단 살상에 최적화된 AI가 사용자의 명령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들은 수천 년간 많은 오류와 실수를 했지만, '핵무기 버튼을 실수로 누르는' 것만큼은 하지 않았습니다. 무기의 자율 통제권을 가진 AI 역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위험을 알고 있는데도 정치인들과 AI기업들은 'AI 자율 무기 체계'에 손을 대려고 합니다. 당장의 정치적·경제적 이득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에게 AI 무기는 즉각적으로 안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등 미국 정치인들이 앤트로픽을 그렇게 압박한 이유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면 '전쟁의 압도적인 승리'가 간절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위정자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AI 자율 무기'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AI 기업들은 '수익' 측면에서 'AI 자율 무기 체계'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앤트로픽이 계약을 거부하자, 미국 정부가 챗지피티를 운영하는 오픈 AI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앤트로픽이 거부한 계약 조항들을 대부분 수용하는 조건이었을 겁니다. AI기업으로선 정부와의 계약이 '안정적인 수익원'이기 때문입니다. 오픈 AI CEO인 샘 알트먼은 그동안 '안전하고 윤리적인 AI'를 표방해 왔는데, 이번 결정은 기업인이 '수익' 앞에서 '신념'은 미련 없이 던져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부와 AI기업들이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결과, 사회 시스템 전체는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최근 앤트로픽이 운영하는 클로드(claude)의 사용이 급증했습니다. 앤트로픽이 윤리적 고민 끝에 미국 정부 요구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평가가 사용자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클로드는 미국 정부라는 거대한 계약 상대를 잃었지만, '이용자의 신뢰'라는 더 큰 사회적 평가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반면 챗지피티는 이용자가 급감했다고 합니다. 앤트로픽을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낮은 지지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통제력을 잃은 위정자와 기업들을 향한 경고는 의식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친 후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라며 "누군가는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고 했다.
'조희대 코트' 대법관의 인식이란 게 참으로 한가롭다. 지금 대법원은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사법의 정치화(Politicalization of Judiciary)'를 통해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은 걸 반성해야 할 때다.
헌정을 파괴한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켰을 때 입을 닫았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3법 국회 처리에 대해 연일 입을 열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사법개혁 법안 처리는 국회의 일이고 입법 과정에 관련된 일이다. 당사자로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치자. 윤석열의 비상계엄에서 법원은 당사자가 아니었던가? 조희대 원장의 이런 '이중성'은 그가 선택적으로 입을 열면 열수록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조희대 원장의 계엄에 대한 입장이 공식적으로 나온 건 윤석열의 비상계엄 6개월만이다. 천대엽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지난해 5월 2일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일 저희들 간부회의에서 제일 먼저 (비상계엄이) '위헌적'이라는 발언을 꺼낸 분이 바로 대법원장"이라고 밝혔다. 계엄 이후 6개월동안 이 발언이 왜 안 알려졌고 윤석열 탄핵이 확정된 후에야 '위헌을 제일 먼저 지적했다'는 조희대의 말이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고 6개월만에 알려진 이 발언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2025년 5월 1일) 다음 날 나온 것도 참으로 공교롭다. 이재명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긴 했으나, '나는 내란 세력은 아니다'라는 어필하고 싶었던 것인가?
조희대 원장은 윤석열의 쿠데타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아침 출근길에서도 말을 극도로 아낀 바 있다. 기자들이 '계엄이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탄핵 사유까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질문하자 "뭐,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하면서 입을 꾹 닫았다.
그런 조희대 원장이 별안간 출근길에 기자들을 상대로 장황하게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 신뢰도를 운운하며 훈계를 하는 수다스러운 사람이 됐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말한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법원의 결정을 끌어들이는 걸 말한다. 이 용어는 2004년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데(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 사법화의 유형과 개선 방향> 2025.12.30)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법원 판결에 의해 결정된 후 인용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결정 과정 뿐 아니라 정치인들간 갈등이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하는 현상들도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치의 사법화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 없으나, 최근 문제되는 것은 '정치의 과잉 사법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은 주로 정치 현안을 법원으로 들고 달려가는 정치인들에게 집중된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정치의 사법화'를 언급하면서 마치 법원은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이 법원을 흔들고 있다는 투로 말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의 내란 이후 대법원이 보여준 건 정확히 그 반대, '사법의 정치화'였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법원이 내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직접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누군가'가 말하는 소릴 들어보지 못했나보다.
특히 조희대 원장이 주도해 지난해 5월 1일 내린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정치에 개입한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됐다. 6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 기록을 단 며칠만에 검토하고 내린 결론은 대선을 한달여 남긴 시점에서 유력 대선주자의 출마 자격을 취소하는 내용이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하루만에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고 사건은 즉시 형사7부에 배당됐으며 집행관 송달을 촉탁하고 이재명에 소환장을 발송했다. 대선 전까지 이재명의 유죄 판결을 끌어내겠다는 속도전이었다.
더욱 고약한 것은 대법원이 '파기자판'으로 후보 자격을 즉각 박탈한 게 아니라, 파기환송을 통해 절차를 지연시키면서 민주당의 후보 교체 시간 사실상 빼앗으려 했다는 점이다. 만약 파기자판 결정을 내렸다면 민주당은 1달간 후보를 교체할 수 있었을 텐데도, 사건을 굳이 2심 재판부에 돌려보냄으로써 대선 기간 내내 후보 자격 시비를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조희대 원장의 의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명은 선거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것 외에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재판 절차가 대법원의 의도대로 진행됐다면 지금 우린 한덕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며, 우리 사회는 내전에 준하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지 모를 일이다. 윤석열은 지금 벌건 대낮에 대로를 활보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끔찍한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가능성이다.
이재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며 대법원이 인용한 미국의 '부시 대 고어 판결'은 미 연방 대법원의 최악의 정치 개입 사례로 평가받는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아들 부시'의 당선을 확정지은 이 사례는 심지어 '선거 유효성'을 따진 것이기 때문에, '조희대 코트'가 추진한 후보 자격 박탈과 연관도 없다. 아귀가 맞지도 않은 미국 대법원의 정치 개입 사례를 한국에 가져온 것 자체가 대법원이 '사법의 정치화'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도 대법원이 선거 판도를 바꾼 것처럼, 한국에서도 바꿀 수 있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
'사법의 정치화'는 법관이 진영 논리에 흡수돼 정치적 결정을 내려 혼란을 일으키는 걸 말한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말한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사실 이란성 쌍생아다.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의 사법화'를 낳고, '정치의 사법화'는 '사법의 정치화'를 낳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하지만 엘리트 법관들은 '사법의 정치화'만 언급면서 정치권을 질타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사법의 정치화'로 윤석열의 내란 사태 수습에 극심한 혼란을 줬으면서 말이다.
'조희대 코트'는 '정치의 사법화'를 한탄하기 전에 '사법의 정치화'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게 먼저다. 대한민국이 오랜 기간 희생으로 일궈낸 '사법 시스템'의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게 바로 조희대 원장 본인임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이 실패로 돌아간 걸 '시민의 저항' 덕이 아니라 '윤석열이 자제한 결과'로 보는 지귀연 재판부처럼, 대한민국 사법 신뢰도를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뤄낸 '시민들의 덕'이 아니라 '훌륭한 법관들' 덕으로 보는 대법원장의 이 오만함을 참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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