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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다탄두미사일 시험 성공적으로 진행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6/27 [08:23]

   

 

북한은 어제(26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다탄두 능력 확보를 위한 시험이었으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27일 밝혔다.

 

노동신문은 “미사일총국은 26일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시험을 “중요기술시험”이라면서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정식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참관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험은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단계 엔진을 이용해 최대의 안전성을 보장하며 개별기동 전투부의 비행 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킬로미터 반경 범위 안에서 진행되었다”라면서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은 설정된 3개의 목표 좌표점에 정확히 유도되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신문은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의 효과성도 반항공[대공] 목표 발견탐지기들을 동원하여 검증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의 목적은) 다탄두에 의한 각개 표적 격파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라면서 “이 기술시험은 무기 체계들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미사일총국과 관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상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사일총국은 이 기술시험이 본격적인 시험단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미사일 역량 강화와 기술 발전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신문은 “중요기술시험을 참관한 지도 간부들은 개별기동 전투부에 의한 각개 표적 격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방기술 과제이며 당중앙이 제일로 관심하는 문제라는 데 대하여 강조하였으며 기만체의 효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과학 기술적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어제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는 합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1발로 250여 킬로미터를 비행하다가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라며 “파편이 반경 수 킬로미터에 걸쳐 흩어져 바다에 떨어졌다”라고 보도했다.

 

탄두가 분리되는 것을 합참이 폭발로 인식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패로 추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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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년노동자 목숨 앗아간 공장, 현장 은폐 의혹도 “노동부 점검 하루 전 청소”

처음으로 입장 밝힌 어머니 “억울한 죽음 밝혀질 때까지 마음 단단히 먹을 것”…회사 앞 분향소 설치도

전주페이퍼 사망사고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페이퍼 전주공장 정문 앞에서 '만 19세 청년노동자 사망관련 전주페이퍼 사과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4.6.25 ⓒ뉴스1


입사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만 19세 청년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제지공장이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 전 사고 현장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25일 제기됐다. 유가족과 노조, 시민사회는 사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회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비롯한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유가족과 함께 A씨가 사망한 전북 전주 덕진구 팔복동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1시경 고용노동부의 전주페이퍼 사고 발생 현장 작업환경 측정이 예정돼 있었다. 이는 사고 발생 현장의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전주페이퍼는 노동부 점검 하루 전인 21일 저녁에 사고 발생 현장의 탱크와 배곤을 깨끗이 청소했다”며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만 19세 청년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고인의 산재 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회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물량 조절로 6일 동안 중단됐던 설비를 홀로 점검하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동료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재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혈관이 좁아져 있고 심장이 비대해졌다’는 1차 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족과 노조 등은 과로사 및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입사 6개월 만에 사망한 점 ▲2인 1조 작업 수행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고 유독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혼자 투입된 점 ▲사고 발생 후 약 5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사고를 인지하고, 사측의 사후 구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사망 한 달 전 부서 이동으로 업무 강도·환경 등이 바뀌었고 사망 한 달 전 과로한 정황이 있는 점 ▲고인이 호흡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 전 대기측정도 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명백한 인재”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현재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A씨의 장례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가 숨진 19세 노동자의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 위치한 사고 제지공장 입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5 ⓒ뉴스1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씨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생전 메모장에 빼곡하게 채워 넣은 다짐과 계획들을 언급하며 힘겹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남긴 메모장은 엄마와 같이 나눴던 이야기들과 하고 싶은 계획들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애통해했다. 

A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 같은 자식들이 아직 저 공장에 많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아들을 편히 보내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박영민 공인노무사는 “유가족이 눈물과 비통함으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진상규명을 하기는커녕 회사는 만 19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회사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떠넘기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지 않게 즉각 회사를 조사하고 감독해야 하며, 진상규명 해야 한다. 또한,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노무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고인을 추모할 공간 하나도 없다”며 “우리는 청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추모공간을 이 자리에 마련할 것이고 회사의 명백한 입장을 듣기 전까지는 유가족과 이 자리에서 절대 떠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노조,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과 함께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공개 사과, 은폐 시도 중단,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사 정문 앞에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편, 전주페이퍼는 입장을 내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전주페이퍼는 “통상적으로 장기간의 기계 중지를 위해서는 펄프의 건조 및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설비와 배관 등을 청소한다. 6월 10일 조업 단축을 위한 중지 시에도 16일 재가동을 위해 동일한 작업 순서에 의해 설비 및 배관 등을 청소했다”며 “이후 16일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현장을 그 상태로 보존했다가, 23일 재가동이 예정된 상황에서, 관계기관의 승인 하에 공정청소를 진행했고, 사고 당시와 조건을 동일하게 한 상태에서 특별정밀 재조사를 실시한 이후 23일 재가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 검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수차례 유해가스를 측정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5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페이퍼 전주공장 앞에 마련된 故 19세 청년노동자 추모 분향소에서 관계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6.2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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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르펜? 미 대선 넘어 인류사 중대 순간 될 프랑스 총선

[장석준 칼럼] 인민전선 대 파시즘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6.26. 05:01:46

프랑스가 때 이른 총선거로 뜨겁다. 6월 9일 밤 9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돌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날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정부를 지지하는 선거연합 '르네상스'는 14.60%를 득표해 2위에 머문 반면 극우 국민행진(RN)은 31.37%를 얻으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유럽의원단 선거는 국내 선거들과는 달리 전면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따르기에 선거 결과가 당일 저녁에 곧바로 나온다. 성적표를 받아든 대통령은 전광석화처럼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이 발표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국민행진은 누가 봐도 상승세였다. 그런데 조기 총선의 1차 투표(프랑스 의회 선거는 소선거구제이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투표를 한 차례 더 실시하여 당선자를 가린다) 예정일인 6월 30일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 일이었다(현재는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기간 중에 국민행진의 승승장구를 막기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행진이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젊은 대통령의 도박 탓에 이제 프랑스는 극우 내각 출범만 기다려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역시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행진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2위 주자가 바로 그 변수인데, 뜻밖에도 이 도전 세력은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연합 '앙상블'이 아니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좌파 정치-사회 세력이 총집결한 '신인민전선(NFP)'이다.

마크롱의 신자유주의가 극우파에게 집권의 길을 깔아주다

국민행진은 국민전선(FN)이 2018년에 새로 채택한 당명이다. 1972년에 장-마리 르펜이 창당한 국민전선은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반이민, 반무슬림 선동을 펼치며 하위 중간계급과 전통적 노동계급에 파고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포퓰리즘 바람이 분 2010년대에는 장-마리 르펜의 딸인 마린 르펜이 국민전선을 이끌며 이 당을 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현대적인' 면모의 극우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2015년에는 '낡은 극우' 이미지가 강한 아버지를 당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마린 르펜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40% 넘는 득표를 한 2022년에는 국민행진의 '현대화'가 한 단계 더 진전되었다. 대선 직후 치른 총선에서 국민행진 의석이 8석에서 89석으로 10배 이상 늘어나자 마린 르펜은 의원단을 이끄는 데 주력하고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이는 부대표 조르당 바르델라였다. 파리-소르본 대학을 중퇴한 바르델라는 1995년생으로 아직 서른이 안 된 멀끔한 청년이다. 더구나 이민 반대와 더불어 가장 관심을 갖는 사안이 환경 문제 대응이라니, 페미니즘이나 생태주의를 국수주의와 접합하는 희대의 곡예를 벌여온 마린 르펜에게는 최상의 후계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행진이 21세기형 파시즘의 가장 유력한 예비주자라는 진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당명을 바꾼 뒤에도 계속 로고로 사용하는 빨간 색과 파란 색의 불꽃 무늬는 단순히 프랑스 삼색기에서 두 가지 색깔을 따온 게 아니다. 전후 이탈리아의 네오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 사회운동'의 로고를 본뜬 것이다. 이탈리아의 원조 파시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행진은 검은색 제복을 차려입은 준군사조직을 유지했고, 이 조직은 지금도 복장만 바꾼 채 활동 중이다. 여러 탐사보도에 따르면, 이런 국민행진 조직원들이 현재 경찰과 군대, 사법부에서 암약 중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새로운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한 대국민 연설이 방영되는 모습. ⓒAFP통신

사실 현 대통령 마크롱은 국민행진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단 한 가지 명분에 의지해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고 두 차례나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마린 르펜이 대통령이 되는 걸 막으려면 좌, 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도 성향('신자유주의 정책 합의'의 다른 표현)을 순수하게 대변하는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마크롱이 프랑스 주류 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이유였다. 겉으로만 보면, 이 전략이 먹혀든 것 같기도 하다. '마크롱'이라는 카드 덕분에 전통적 우파(드골주의자들)와 좌파(사회당)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르펜 정부 출범을 지금까지 지연시켰으니 말이다.

그러나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때늦은 남발을 통해 극우 포퓰리즘 선동이 먹혀들 기반만 넓혀주었다. 1기 집권 때는 부유세를 철폐하는 바람에 부족해진 세수를 탄소세라는 미명 아래 영세 자영업자들로부터 거둬들이려다 '노란 조끼 운동'을 불러왔다. 격렬한 시위에 나섰던 중소도시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급진좌파 지지자가 되기도 했지만, 더 많은 수는 국민행진에 투표함으로써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오래 전부터 미국이나 영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극우파 득세의 연료가 되어온 과정이 프랑스에서는 최근 들어 더욱 집약적으로 전개된 것이다.

더 나아가 2기 마크롱 정부는 아예 국민행진과 극우화 경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2022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린 르펜이 무려 1300만 명이 넘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것을 본 마크롱 세력은 르펜 노선을 자기네가 더 잘 실행할 수 있다고 인정받아야 르펜 바람을 저지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극우파'가 되기로 했다. 마크롱 정부는 이민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에 앞장섰고, 대통령 자신은 '이슬람 좌파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무슬림 시민과 좌파를 싸잡아 비판하며 이 방면에서 르펜을 앞서려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정치 지형이다. 국민행진과 마크롱 정부의 극우화 경쟁을 통해 극우 이념-정책은 어느덧 프랑스 정치의 '정상적' 담론이자 '중심' 의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국민행진 의원단이 마크롱의 감세나 사회복지 축소 법안에 동의하는 모습을 본 자본가계급과 부유층은 르펜 정부를 받아들일, 아니 적극적으로 지지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조기 총선 발표 직후에 드골주의 우파정당 '공화파'의 에릭 치오티 대표는 국민행진과 함께 '반좌파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반발한 공화파 집행부 다수가 치오티를 대표직에서 축출했지만 법원은 이 결정이 무효라 판결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정통 우파'의 거물급 정치인, 지식인이 속속 국민행진에 합류하고 있다.

인민전선의 후예들, 반격에 나서다

마크롱 대통령이 호기롭게 조기 총선 실시를 결단한 것은 국민행진과 1, 2위를 놓고 경쟁할 세력은 어차피 자기 당밖에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2차 투표까지 가면, 살아남은 친마크롱 후보들이 다시 '반파시즘' 여론을 자극해 현 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세력, 국민행진과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좌파는 작년부터 계속 사분오열 상태였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좌파정당들은 선거연합을 결성하지 못한 채 따로 나와 서로를 공격하느라 바빴다.

2022년 총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었다. 그해 대선에서 사회당, 녹색당 같은 기존 주류 좌파정당의 후보들은 지지율이 모두 5% 아래였지만, 급진좌파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I)'의 장-뤽 멜랑숑 후보는 21.95%를 얻으며 기염을 토했다. 비록 결선투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2위 르펜 후보와 격차가 1.2%에 불과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두 달 뒤 총선에서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선거연합에 합류시켰다. '신생태사회인민연합(NUPES)'이라 이름 붙은 이 정당연합은 131석을 획득하며, 앙상블(244석)에 이은 원내(총 577석) 제2세력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작년 10월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프랑스 좌파를 다시 익숙한 분열과 논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사회당은 곧바로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선 반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을 '테러'라 부르길 한사코 거부했다. 이후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략과 학살을 규탄하는 데 앞장섰지만, 사회당은 애초에 표명한 친이스라엘 입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결국 NUPES는 사실상 와해됐고, 이에 속했던 모든 정당은 유럽의회 선거에 독자적으로 대응했다.

마크롱은 좌파가 이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리라 확신했던 것 같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대다수 논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9일 조기 총선 발표가 있자마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내에서 멜랑숑에 필적할 만큼 명망이 높으면서 멜랑숑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던 프랑수아 루팽이 NUPES의 재건을 촉구하고 나섰고,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안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인 10일에 네 좌파정당이 '신인민전선'이라는 이름 아래 선거연합을 복원하기 위해 협상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마크롱의 기습적 의회 해산만큼이나 발 빠른 대응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좌파 성향 대중운동의 절박하고 열띤 분위기 덕분이었다. 새 선거연합 결성을 위해 네 정당 대표들이 협상을 벌이던 건물은 극우파와 마크롱 정부에 맞서 좌파 단결을 촉구하는 젊은이들로 둘러싸였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악에 저항하던 제1노총 노동총연맹(CGT)은 새 선거연합에는 정당만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린 르펜 프랑스 민족전선(FN) 대표가 5일(현지시간) 리옹 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린 르펜 트위터

많은 프랑스인에게 이것은 결코 낯선 장면이 아니다. 1934년에 이웃나라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극우 파시스트 세력이 집권 일보직전까지 약진하자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독일에서 나치 정부가 야당과 노동조합을 모조리 해산시키는 것을 목격한 프랑스 노동자들은 가두에서 극우정당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한편 양대 좌파정당인 사회당과 공산당에게 파시스트에 맞선 연합전선 결성을 촉구했다.

이 대중운동을 바탕으로 '반파시즘 인민전선'이 결성됐고, 1936년 집권에 성공했다. 인민전선 정부는 극우정당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프랑스 노동운동의 자랑인 최초의 여름 유급 휴가를 비롯한 노동권 확대 입법을 단행했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좌파의 영광과 함께 한계와 오류, 비극을 수반한 복잡한 역사가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아래로부터' 건설됐던 인민전선 경험 덕분에 프랑스 민주주의의 역사가 독일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프랑스인들 자신이 이 역사를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새 선거연합의 이름부터가 '신인민전선'이다. 1930년대에 저지했던 역사의 '가장 나쁜' 경로를 이번에도 다시 막아내겠다는 결의가 담긴 이름이다. 주요 네 좌파정당만이 아니라 서른 개가 넘는 좌파 정치조직들이 총출동했다는 점, CGT만이 아니라 제2노총인 프랑스민주노동연합(CFDT)이나 급진적 노총인 연대노동조합연맹(SUD)도 지지를 선언했다는 점, 사회당이 포함된 선거연합을 매번 거부했던 급진좌파 성향 반자본주의신당(NPA)조차 이번에는 긍정적 입장을 냈다는 점, 금융거래과세시민행동연합(ATTAC) 같은 시민운동 조직도 합류했다는 점 등이 하나같이 이런 결기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신인민전선이 마치 마크롱의 좌익 버전인 양 '반파시즘'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마크롱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명확히 단절하고 기존 경제사회 모델을 뿌리째 흔드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모든 '반국민행진'은 지난 수십 년처럼 '시간 벌기'에 그칠 따름이다. 신인민전선은 이런 정책 전환을 '집권 후 첫 15일 계획', '집권 후 첫 100일 계획', '장기 변혁 계획'으로 나눠 발표했다(Harrison Steller, "France's New Popular Front Has a Plan to Govern", Jacobin, 2024년 6월 15일).

우선 집권 후 첫 15일 동안 펼칠 긴급 대책은, 월 1600유로(약 240만원)에 맞춘 최저임금 인상, 필수재와 에너지 가격 동결, 사회주택에 대한 긴급 재원 투입, 유럽연합 재정준칙에 긴박되지 않는 재정 운용이다. 다음으로 집권 후 첫 100일 동안 시행할 정책은, 가계 구매력 증진, 교육 개혁, 보건의료 시스템 개혁, "생태적 계획" 도입, 부자 증세의 5대 입법이다. 몇 년에 걸쳐 실시할 장기 변혁 계획에는, 공공서비스 강화, 사회주택 확대, 녹색 산업혁명, 경찰 개혁, 제헌회의 소집에 의한 개헌을 통해 '제6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것 등이 포함된다. '제6공화국'의 핵심으로는, 내각제 요소 강화를 통한 현행 대통령제 개혁, 의회 선거에서 전면적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실시 등을 제시한다.

한편 NUPES 와해의 도화선이 된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을 명확히 '테러'로 규정하되 네타냐후 정부에게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며 국제 제재를 가한다는 타협안이 채택됐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미국 대선 이상으로, 인류사의 중대한 선택의 순간이 될 프랑스 총선

신인민전선의 총선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론조사에서 신인민전선은 국민행진과 3-5%의 격차를 보이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51.85%에 머물렀고 따라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정치 실망층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면 신인민전선의 극적인 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1차 투표, 2차 투표로 나눠 복잡하게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이기에 단순 지지율만으로 승자를 점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 국민행진이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만만히 볼 문제가 있다.

신인민전선 자체의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급박한 정치 일정에 맞춰 신속하게 연대를 복원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하겠지만, 그만큼 채 해소하지 못하고 넘긴 문제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일부 반-멜랑숑 성향 현역 의원들이 후보 명부에서 탈락하는 공천 잡음이 있었다. 급진좌파에 우호적인 이들조차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당내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 사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사회당에서는 마크롱 정부 등장에 가장 커다란 책임이 있는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지역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신인민전선에서 사회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 인사들은 이를 "올랑드조차 우리 편"으로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하필 왜 올랑드가 우리 쪽에"라며 탄식해야 할지 착잡해 하고 있다. 아마도 2차 투표에 가서 상당수 지역구에서 마크롱 진영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면, 긴장과 고민, 내부 충돌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21세기형 파시즘의 돌이킬 수 없는 성장에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걸려는 프랑스 좌파의 새로운 흐름과 시도는 세계인의 뜨거운 주목과 응원을 받을만하다. 비록 단기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파 집권을 저지하고 좌파 내각을 수립하는 데 실패할지라도, 일단 신인민전선이 NUPES보다 더 확대된 지반을 확보하기만 한다면, 장기전의 승산은 열려 있다. 진지하게 민주주의와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이들의 반격은, 이제 시작이다.

이 점에서, 갑작스럽게 열린 이번 프랑스 총선은 올해 말에 있을 미국 대선만큼이나 인류 전체에게 중대한 선택의 기로가 될 것이다. 아니, 트럼프를 어떻게든 저지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누가 르펜과 맞대결하는가가 이후 세계사의 전개에 더 의미심장한 결과를 끼칠지 모른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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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응징하는 애국법 제정하라

 
남북간 합의가 파산된 데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할까?
 
정호일  | 등록:2024-06-26 07:31:34 | 최종:2024-06-26 08:02: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쌍방이 합의한 사항을 지키자면 그렇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꼭 고수되어야 하듯, 남북이 서로 맺은 합의 사항을 지키게 하자면 매국적 행위는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고수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매국 행위와 매국노에 대한 응징이 전제조건으로 꼭 견지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껏 남북 간에는 무수히 많은 합의를 맺었습니다. 7.4공동성명에서부터 6.15공동선언, 9월 평양선언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합니다. 하지만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돌이표를 겪다가 끝내 휴짓조각으로 변해가기 일쑤였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만약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남북이 서로 합의하여 통일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도리어 서로 간에 감정의 골만 깊어지게 되면서 적대적 대립, 대결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 잘못하면 민족이 공멸할 수도 있는 전쟁의 참화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등장한 이래 남북이 강대강의 대결 구도를 겪으면서 실질적으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것 자체가 남북 간의 전쟁이 단순히 우려 사항으로 그치지 않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파국적 상황을 피하자면 남북 간에 맺은 합의가 파산된 데로부터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맺은 합의 사항을 잘 지켜내면서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북이 서로 합의된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휴짓조각으로 변화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남북이 원래부터 합의 사항을 지킬 생각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합의 사항 자체가 남북이 서로 지킬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여기서 첫 번째, 즉 처음부터 지킬 생각을 갖지 않았음을 그 원인으로 삼는다면 이것은 하나 마나 하는 대답으로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합의 사항을 지킬 생각이 없을 것이니 합의하지 말자는 것으로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서로 합의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통일하지 말자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민족인 남북이 통일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지당하니만큼 어떻게든 서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서로 합의했다고 하면 그것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방식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지금껏 남북이 합의한 내용 자체가 서로 그것을 지킬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되기에 결국 두 번째 대답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면 지금껏 남북이 서로 합의했는데, 어떤 한계를 가짐으로써 합의 사항을 지킬 수 없는 원인으로 귀결되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합의 사항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전제조건이 불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합의 사항을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끝내 휴짓조각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국통일은 애국적 행위이자 기치이기에 이에 상반되는 매국적 행위와 매국노에 대한 응징이 전제조건으로 명확하게 고수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불명확하게 전제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흔히 서로 합의를 이루어 단결하자면 구동존이의 입장을 견지하자고 합니다.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쌍방이 서로 진실로 합의를 이루어서 단결하자면 구동존이의 입장만으로는 한계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구동존이는 상대방이 서로 다른 상대방을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은 선의의 상대자를 상정하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악의를 품고 있는 경우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이제부터 친구가 되기로 합의했다고 칩시다. 물론 그 합의는 서로 공통점을 기반으로 존중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합의를 해놓고도 상대방이 친구를 헐뜯고 비방하면서 계속 못살게 구는 악의적인 짓거리를 계속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보지 않아도 그 합의 사항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합의를 지키자면 그 전제조건, 즉 친구가 되기로 한 목적에 맞게 친구로선 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일차적으로 꼭 금지되도록 명시해야 합니다. 물론 진정한 친구가 되자면 이런 전제조건의 고수와 함께 공통점의 추구가 지켜져야 하고, 동시에 참된 친구로 발전, 전개되는 과정 또한 서로 모순되거나 배치되는 현상이 나타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야 혼란을 겪지 않고 통일적인 전망성을 가지고 참된 친구 관계로 발전시켜 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쌍방이 서로 합의, 단결하여 성과를 내자면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시 말해 서로 간에 꼭 지켜야 할 전제조건인 일치 사항을 일차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그런 전제하에,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여 입체적으로 풀어가면서, 서로 모순되거나 배치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일적인 전망성을 세워 해결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치로 볼 때 남북이 서로 합의하여 조국통일을 이루어가는 과정 또한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껏 남북 간의 합의는 구동존이라고 하여 주로 입체적 입장만이 적용되었고, 그 전제조건인 일치의 지점이 불명확한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조국통일은 애국의 기치에 의해 진행되는 것인데, 조국통일 하자고 합의해놓고는 애국의 기치에 반하게 매국적 행위를 하고 매국노 짓거리를 벌인다면 그 합의가 지켜지겠느냐는 것입니다.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으로 조국통일을 이루자거나 연방연합제 방식으로 서로 존중하여 조국을 통일하자고 해놓고서는 통일하려면 꼭 지켜야 할 기본 전제조건인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 짓을 버젓이 행한다면 어떻게 합의 사항이 지켜질 것이며, 통일의 전망성을 가지고 풀어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서로 존중하여 공통점을 추구하여 백날 합의해도 일치된 지점을 지키지 않고 그에 반하는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용인된다면 그 합의는 언제든지 무용지물로 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남북이 서로 합의하여 조국통일을 이루자면 일차적으로 일치된 지점을 고수해야 하기에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확립해야 합니다.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응징하는 전제조건이 고수되어야만 그다음으로 서로 존중하여 공통 합의된 사항이 지켜질 수 있고, 나아가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일적인 전망성을 세워 풀어나감으로써 끝내 조국통일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매국 행위와 매국노를 응징하는 것은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으로 풀어나갈 때 일차적으로 지켜야 할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꼭 견지되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민족 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놓고 보면 그 정당성이 더욱 명확하게 확인됩니다.

지금껏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를 논할 때 흔히 “우리 민족끼리”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시기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구호는 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검은머리 미국인들의 모습이 너무도 많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겉모습은 우리 민족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실상은 미국의 이해와 요구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다면 이런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여전히 우리 민족 성원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미국의 앞잡이라고 봐야 할까요?

바로 여기서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는 단지 객관적 조건에서 찾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주체적 징표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핏줄과 언어, 지역과 문화의 공통성은 민족의 특성을 찾는 데 있어서 일정한 객관적 징표를 의미할 뿐이지 그 자체가 민족 성원으로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객관적 요소보다는 하나의 운명공동체 집단으로 살아가려고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주체적 요구와 징표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운명공동체 집단으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배반하면서 매국노 짓거리를 벌인다면 민족 문제를 풀려고 할 때 도리어 방해만 되는데 어떻게 이런 자들을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주체로 설정하여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제 민족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주체는 객관적 징표만을 일정하게 드러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주체적 징표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민족끼리라고 표현하여 주체적 징표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는 측면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는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 하나의 운명공동체 집단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민이라고 분명하게 설정해야 하고, 동시에 외세뿐만이 아니라 매국노 또한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서는 응징해야만 하는 대상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민족 문제를 풀어가자면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벌인 자들은 민족 성원으로 볼 수도 없고, 주체인 양 여겨져서도 안 되고, 철저히 응징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벌이는 자들을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는 것은 조국통일의 목적으로 놓고 볼 때도 그 정당성이 명확히 확인됩니다. 조국통일을 이룩하려고 하는 것은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니만큼 조국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서는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차원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낮은 수준의 차원에서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차적 과제는 한반도 차원에서 주권 문제를 해결하여 한반도 전체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민과 애국의 기치로 접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일차적으로 한반도 차원에서의 민족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한반도 차원에서의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가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애민과 애국의 기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데 있어서 남 내부에서 제기되는 잣대나 북 내부에서 제기되는 잣대로 보는 것 같은 이중적인 잣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중적인 잣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남과 북이 각기 자신의 정책을 추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남과 북은 자기 내부 성원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정책을 구사하고 실현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차원에서 놓고 보았을 때 그것이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해당되는 부분 만큼은 행해져서는 안 되고, 만약 그리 행한다면 단호히 응징하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가 벌어지게 되면 그것은 결국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 행위가 부정되면서 주권을 찾지 말자는, 즉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지키지 말자는 것으로 되고, 이것은 필연코 조국통일을 이룩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남과 북이라는 각각의 잣대, 즉 이중잣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조국통일 자체가 한반도 차원에서의 통일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통일을 상정하지 않고 여전히 분단된 상황으로 놓고 바라본다면 어떻게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지금껏 남북이 합의했던 상황이 다 무산된 요인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한국은 군사적 주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외세를 끌어들여 군사훈련을 벌였습니다. 이것은 한반도 차원에서 주권이 유린되게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매국 행위이자 매국노 짓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한의 시각으로 놓고 방어적인 훈련일 뿐이라고 변명하면서 그런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정당화한다면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의 기치가 견지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어떻게 한반도 차원에서 주권이 고수되고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가 수호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반도 차원에서 애국의 기치가 견지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필경 남북 간에 합의 자체가 지켜질 리 없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비판하려면 자신부터 한반도 차원에서의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하지 않은 가운데 상대방이 그런 짓을 하면 그때 가서 비판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는 한반도 차원에서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해당되는 행위를 버젓이 벌이면서 상대방이 외세의 힘을 동원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힘으로 그에 맞대응하는 모습을 비난한다면 도대체 이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이런 내로남불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현상을 막자면 남의 잣대나 북의 잣대로 바라보는 이중잣대가 아니라 철두철미 한반도 차원에서 애국의 기치로 살펴보면서 한반도 차원의 주권을 제약하고 유린하는 매국적 행위에 해당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설정하여 바라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 행위에 벗어나는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해당된다면 단호히 반대하고 응징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남북은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적 기치를 일치점으로 하여 조국을 통일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적 상황만 놓고 보면 개혁의 과제나 조국통일의 과업은 다 애민과 애국의 기치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내용을 갖게 됩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회 개혁의 과제와 조국통일의 과업을 수행하는 주체는 민으로 똑같고, 그 대상 또한 외세와 매국노로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상황에서는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벌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단호히 응징해야 할 필요성이 더더욱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매국 행위와 매국노를 응징하기 위한 부분에 힘을 집중하여야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애국법과 조국통일법을 제정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애국법과 조국통일법을 제정하여 매국 행위를 저지르고 매국노 짓거리를 벌이는 자들을 단호히 응징해 한국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만든다면 한국 사회의 개혁은 그만큼 앞당겨질 것입니다.

조국통일 또한 지금껏 남북이 합의된 바가 무용지물로 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명실상부하게 되살아나면서 다시금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으로 진전되어 나갈 것입니다. 즉 매국노에 대한 응징이 이뤄져야 한다는 그 전제조건이 확실하게 고수되고 견지되는 길로 나아간다면 한국 사회의 개혁적 과제도 명확하게 수행될 것이고, 조국통일에 있어서도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이나 연방연합제의 통일방식 등도 폐기되는 형태로 머물러 있지 않고 다시금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합의 사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남북은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을 철저히 구사하여 가장 멋진 방식으로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겨레연구소(준) 소장 정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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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아빠로서... 월 192만원 줘도 애낳기 어려운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26 08:39
  • 수정일
    2024/06/26 08: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게 이슈] 인구 국가비상사태?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저출생 정책

24.06.26 06:44최종 업데이트 24.06.26 06:44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고령화와 저출생, 국가 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향한 정면 돌파 의지가 느껴진다. 아무리 수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개선되지 않던 저출생 문제가 이번에는 해결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출생률 관련 정책에 전혀 공감이 안 간다. 삶의 형태는 변하지만 정책은 한결같이 외길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육아가 힘든 원인도 다양할 터인데, 국가는 그저 '돈 더 줄 테니 얼른 자녀 낳아'라고 다그치는 것 같다.

취업난, 각자도생, 내 집 마련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결혼과 출생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다. 근속 가능한 연수는 점점 짧아지는데 기대수명은 오히려 늘어났다. 가족을 돌보기는커녕 나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국가비상사태를 운운하며 출생률 증대를 호소하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가.

저출생 공약에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육아휴직제도이다. 대통령은 출생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이 낮은 육아휴직 사용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육아휴직 정책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육아휴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계였다. 육아휴직자는 월 최대 150만 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75%인 112만 원만 수령할 수 있었다. 나머지 25%는 '사후지급금'이라고 해서 복직 이후 6개월을 근무해야 받을 수 있다. 당장 돈이 필요한 건 복직 이후가 아닌 휴직기간이었는데.

2023년 최저임금 적용 기준 1달 급여는 206만 원이다. 최저임금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육아휴직급여 112만 원으로 4인 가족이 생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생존을 위해 휴직 기간 내내 단시간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기존에 일을 하지 않았던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림에 힘을 보탰다.

앞으로는 육아휴직을 쓸 경우 월 112만 원이 아닌 월평균 192만 5000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던 사후지급금도 폐지되어 기존 육아휴직에 비해 제법 개선된 느낌이다. 하지만 매달 192만 원의 육아휴직급여를 준다고 해서 출산 계획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자녀를 가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주체는 국가이지만 노동자가 속한 곳은 기업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대체인력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회사는 피해를 입지만, 국가는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공백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구성원 모두에게 부담을 준다. 정부는 휴직으로 인한 대체인력 채용을 위해 직원 1인당 월 120만 원의 대체인력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인력은 기존 인력보다 생산성과 숙련도가 떨어진다. 처리되지 못한 일은 고스란히 다른 직원들이 떠맡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고 주구장창 외치고 있다.

실행 가능성 없는 일방통행 정책

 

▲ 서울의 한 공원에서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3만 2000명으로 인구의 약 10%, 전체 취업자 중 20.1%를 차지한다. 이들 중 75.8%인 426만 7000명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들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윤을 남기는 구조는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직장인들과는 달리 이들은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들쑥날쑥한 매출, 휴일 없는 일상, 자녀 돌봄에 취약한 이들의 삶은 '출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자영업자가 많은 산업구조임을 감안한다면, 지금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육아휴직'보다는 자영업자를 도울 수 있는 정책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양육과 돌봄 정책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국가는 직접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5세 이하 아이들에게 무상교육과 보육을 확대하고, 2026년부터는 학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이다.

출산율 감소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가 실시간으로 문을 닫고 있다. 수익은 낮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소아과는 모든 의사에게 외면받는다. 한 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250개 시·군·구 중 22곳은 산부인과가 아예 없다고 한다.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이 불가능한 시·군·구는 50곳에 달한다고.

열악한 분만 환경은 곧 원정 출산으로 이어진다. 알람 시간을 맞춘 것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출산을 위해 해외로 가야 할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낳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병원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인력도, 아이가 아플 때 치료를 해줄 의사도 부족한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국가가 직접 양육을 책임진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무공감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실행 가능성이 없는 일방통행 정책은 아무런 힘이 없다. 투입되는 예산은 늘어나지만 출생률은 오히려 떨어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출산 강요보다는 살기 좋은 나라가 우선

 

▲ 지난 2월 28일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 9200명)보다 1만 9200명(7.7%) 줄어들며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 연합뉴스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바보인 걸 알아야 해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순간 앎이 시작되거든요."

유시민의 말처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무지할 수 있다. 모르면 물어보거나 배우면 된다. 관련된 책을 읽거나 권위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대통령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방통행으로 정책을 만들고 국민과 소통한다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만약 진심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지금과 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외순방보다는 국민들에게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왜 대한민국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언제부터 결혼과 출산이 외면받는 게 당연한 나라가 되었는지,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사실 이런 글을 쓰는 적합한 주체는 저출생과 가장 밀접한 당사자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사안에 대해 남자인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고, 할 말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글을 쓰는 시민기자들에게 이런 내 생각을 말했다. 웬걸, 그녀들은 이 글은 아빠인 내가 무조건 써야 한다며 한사코 우겼다.

왜 출산의 주체인 여자가 글을 쓰는 건 안 되고 남자인 내가 글을 써야 하냐고 물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나의 질문에 이런 답변이 달렸다.

"아무리 대한민국 최상류 학부를 나오거나 관련 전공자라 하더라도 여자가 이 주제로 말하면 욕받이가 돼요. 저출생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여성이지만,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 '페미년'으로 치부되죠. 반면 기혼 남자나 아이 아빠, 또는 미혼 남자가 출생률 관련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사람들이 듣기는 하거든요."

여성은 건강과 커리어, 미래를 포함한 자신의 삶 전체를 쏟아부어야만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속절없이 낮아지는 출생률은 자신의 삶과 출산을 맞바꾼 여성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국가 비상사태'를 외치는 것은 '출생률 개선'이 아닌 '국가소멸'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행동이 아닐까.

두 자녀의 부모로서 내가 바라는 국가의 모습은 최소한의 복지가 제공되는 나라이다. 소득의 크기나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정 출산이 아니라도 분만이 가능하고, 아이가 아플 때 갈 병원이 있으며, 어디에 살든 보육시설과 학교가 있는, 매일 부모가 자녀 돌봄의 공백을 걱정하며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초저출생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반드시 버려야 할 대상으로 '경쟁'을 꼽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20년간 학업에 시달린다. 운 좋게 입시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더욱 고난도 코스인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경쟁이 이어지는 삶이라면,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할 당위성을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저출생 공략이 조금이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내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없으니까. 가정과 학교, 일터에서 자녀와 부모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저출생 #정책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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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행동 출범.."풍선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600여 종교·시민사회, 80여 국제단체 망라..."전쟁반대, 적대행위 중단"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6.25 17:08
  •  
  •  댓글 0
 
608개의 국내 종교·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망라된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608개의 국내 종교·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망라된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3년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을 진행해 온 시민사회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608개의 국내 종교·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망라된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했다.

'평화행동'은 이날 출범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모든 형태의 평화행동을 국내외에서 벌이겠다고 선언한 뒤 △전쟁 위기를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 중단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한 대화채널 복원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 △핵무기와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주요 요구로 제시한 '한반도 평화행동'(Korea Peace Action)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례적 평화행동과 △전쟁위기 해소와 평화실현을 위한 각계 평화선언 △한반도 위기해소를 위한 22대 국회 정책제안 △국제 네트워크와 애드보커시(Advocacy, 옹호) △무력 충돌 발생시 비상 긴급행동 등 실천 계획을 제시했다.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7월 27일 오후에는 임진각에서 '7.27 한반도 평화행동의 날'을, 하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되는 8월에는 훈련중단을 촉구하는 평화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당·시민사회와 연대해 한반도 평화연석회의를 추진하고 여·야 협의체로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국회 한반도 평화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의 개정과 한반도 평화결의안 채택도 제안할 계획이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 중단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쟁을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 중단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출범식 직후 참가자들은 2,677명의 시민이 온라인으로 서명한 '접경지역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 단속·제한을 촉구하는 민원신청서'를 통일부와 경찰청에 접수했다.

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인 최수산나 한국YWCA연합회 시민운동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범식에서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NCCK) 총무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악마화와 도발행위가 아니라 대화를 위해 원탁을 마련하고 평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며 남북간 대화 채널 복원을 촉구했다.

또 "이념, 종교, 국가를 넘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용기있는 헌신적 행동만이 이 끔찍한 전쟁의 광기를 멈추게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며, "바로 지금 우리 다 함께 평화를 위한 용기있는 행동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평화행동 공동대표인 윤정숙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대북전단이 웬 말이고 오물풍선이 무슨 상황이냐"며 "하루 하루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집요하게, 더 치열하게 평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순간의 우발적인 무력충돌이라도, 그것은 단 한번이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무너질 수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남녀노소 모든 시민들이, 그리고 국경을 넘어 세계 시민들이 함께 손잡고 평화를 노래하며 평화를 행동하자"고 당부했다.

양다은 한국YMCA전국연맹 대학국제부 팀장은 "힘에 의한 평화, 강대강 대결은 묵은 상처를 헤집고 반공주의라는 우상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군비경쟁과 갈등을 유발하여 분단체재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협상없는 압박은 시민들의 평화의지를 뭉개고 평화롭게 살고자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시민들의 평화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분명하지만 '제대로 대변되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시민들의 평화의지를 모으고 평화의 상상력을 키우며 국회와 국제사회가 이에 호응하여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윤 대통령은 지난 2년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며, "북러가 밀착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 올 가을에는 그 협력이 역진하지 않도록 동맹으로 가겠다고 한 언급 때문에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반복하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주장은 '그릇된 세계관'에 기댄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과 공동체의 생명 안전과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는 작은 힘을 자랑하고 과시하려는 듯 하다"며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흔드는 지금이 참으로 불행하다"고 개탄했다.

이주성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풍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풍선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며 남과 북의 대북전단풍선과 오물풍선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은 풍선으로 반감과 불신을 전하는 비겁한 짓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정부는 즉각 대화에 나서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남북교류 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평화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는 조미애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행정관과 허진선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간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는 조미애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행정관과 허진선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간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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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특활비 폐지를 위해 정청래·전현희 의원이 해야할 일

22대 국회, 우선 국정조사 진행해야... 이후 예산 심의에서 달라진 모습 보여야

24.06.24 18:27최종 업데이트 24.06.24 18:27

22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고, 검찰과 법무부 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이 맡았다.

지난 6월 14일 전현희 의원은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대부분의 기관들이 특활비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사실상 남아 있는 검찰의 특활비에 대해서 국가의 재정준칙이나 공무원 행동강령 그리고 청탁금지법 등의 사용과 운용에 있어서 위반 사안이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예산의 낭비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법무부에 끌려다녀서는 안 돼

 

▲ 법사위 전현희 의원은 법무부 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 남소연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법무부는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관련 자료의 제출을 철저하게 회피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저지른 명백한 불법행위(자료 불법폐기)조차도 비호했다.

법무부는 심지어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자체 지침의 원본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밝히기는커녕 지침의 공개마저도 거부한 것이었다.

2023년 11월경이 되어서야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 자체지침 주요 내용' 설명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원본이 아니었고, 검찰 자체 지침을 요약한 자료에 불과했다. 알맹이 없는 자료제출에 불과했던 것이다.

 

▲ 2023년 11월경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체지침 주요내용 설명자료 ⓒ 하승수

물론 21대 국회의 한계가 있었다.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사실상 검찰과 법무부를 비호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첫 번째 고비는 국정조사

그렇다면 이번 22대 국회는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을 둘러싼 불법의혹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일단 두 번의 고비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고비는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을 둘러싼 각종 불법과 세금오·남용 의혹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료를 제출받고 집중적인 추궁을 할 수 있느냐다. 그 방법으로는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있다. 국정감사만으로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는 기관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 집중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힘' 의원들이 검찰을 비호하면서 쟁점을 흐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집중적인 자료제출 요구와 집중적인 추궁을 하려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이를 반대할 명분도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발의했던 적이 있다. 2017년 11월 24일 자유한국당은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안을 발의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것인데, 이제는 구체적인 자료들도 확보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따라서 야당들은 하루빨리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을 둘러싼 불법과 세금오·남용 의혹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를 위해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가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다(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따라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조사주체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국정조사가 열리게 되면, 전·현직 고위검사들과 검찰 특수활동비 실무담당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할 수 있다. 여기에는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특수활동비 관리 실무자들도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국정조사를 하면, 검찰 특수활동비 전반의 문제점도 드러날 수 있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의 특수활동비 오·남용과 정보 은폐 시도에 대한 진상도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검찰 특수활동비 전반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2025년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 폐지로 이어질 수 있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과 관련된 여러 불법·예산오남용 의혹들은 특별검사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을 검찰 특수활동비 폐지의 해로

두 번째 고비는 앞으로 22대 국회에서 심의할 2025년 정부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폐지할 수 있느냐이다.

이는 국정조사 등의 성패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작년처럼 국민의힘이 검찰 특수활동비를 사수하겠다고 나오지 못하게 하려면,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불법과 부조리들이 국민들 앞에서 낱낱이 드러나게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결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정조사 등에 관한 구체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과 소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의 적극적인 결의와 모색을 기대한다.

#검찰 #검찰특활비 #국회

프리미엄 하승수의 '추적 검찰특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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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마라톤과 축구 운명을 어떻게 갈랐나



[이종성의 스포츠 읽기] 보스턴 마라톤대회 좌절과 월남 축구인들의 성공기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4.06.25. 05:02:30

 

 

전쟁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파괴한다. 한국전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비규환 같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한국의 스포츠는 쉬지 않고 달렸다. 일제시기 '민족의 스포츠'로 자리잡은 마라톤과 축구가 그랬다.

 

흥미롭게도 이 두 스포츠는 전쟁 때문에 운명이 뒤바뀌게 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의 빛나는 전통을 광복 후에도 이어왔던 한국 마라톤은 전쟁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반면 축구는 전쟁을 기점으로 1960년까지 '아시아 축구의 호랑이'로 군림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1, 2. 3위 석권한 한국

 

광복 이후에 한국은 세계적인 마라톤 강국이 됐다. 그 시작점은 1946년 8월 9일이었다. 이 날은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지 10주년이 되는 기념일이었다. 이 때에 1932년 LA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던 권태하, 김은배와 함께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인 손기정, 남승룡이 의기투합해 조선마라톤보급회를 조직했다.

 

정치적 혼란과 빈곤 속에서도 조선마라톤보급회는 우수 선수를 선발해 합숙훈련을 시킬 정도로 열성적인 활동을 했다. 이를 통해 기량이 급성장한 서윤복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3년 뒤 한국은 보스턴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보스턴 대회에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최윤칠이었다. 하지만 그는 보스턴에 도착한 이후 신경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회 참가가 쉽지 않았지만 최윤칠은 근육경련 속에서도 끝까지 완주해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 코치로 참가한 손기정은 다른 두 동료 선수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끝까지 역주한 최윤칠의 투혼이 한국의 보스턴 대회 석권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대회를 휩쓴 한국 마라톤에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한국에서 마라톤은 국민 스포츠이며 어려운 국가재정을 고려하면 용품이 필요 없는 마라톤은 한국에 이상적인 스포츠"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함기용도 "한국은 자동차가 교통수단인 미국과 달리 도보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라 다리 근력을 키우는데 좋다"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마라톤을 가난한 한국의 헝그리 스포츠로만 치부하지 않았다. 한국인은 빠른 두뇌 회전과 유쾌함 때문에 동방의 아일랜드인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으며 키는 작지만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스포츠를 매개로 한국인의 민족적 특징이 최초로 서구 언론에 등장했던 사례였다.

 

미국 이상으로 한국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석권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한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중 일본에 들렀을 때 공항에서부터 일본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이어졌다. 함기용은 당시 일본 기자들에게 "한국이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유는 정신력에 있다. 또한 동양인은 마라톤에 적합한 체격과 체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1, 2, 3위를 석권한 한국 선수들(왼쪽부터 송길윤, 최윤칠, 함기용) ⓒBoston Globe, 1950년 4월 20일.

한일 마라톤 역사의 분기점 된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1950년 6월 25일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 마라톤은 휴식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전시 한국정부의 배려로 마라톤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을 비롯한 마라톤 선수들은 온천으로 유명한 동래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목표는 한결같았다. 전쟁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마라톤으로 희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회를 주관하는 보스턴체육연맹의 월터 브라운 회장은 한국 선수들의 참가를 승인하지 않았다. 브라운 회장은 "수많은 미군이 한국을 위해 참전해 목숨까지 앓는 상황에서 한국 마라토너가 군 입대를 면제 받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4월 19일에 펼쳐질 예정이었던 보스턴 대회를 목표로 합숙훈련 중이었던 최윤칠은 이 결정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해(1950년)에 우리가 1, 2, 3위를 석권한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보스턴체육연맹의 결정에는 한국 마라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었다.

 

브라운 회장이 한국 선수들의 보스턴 대회 참가를 거절한 진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951년 중국군의 참전으로 인한 1·4 후퇴 이후 연합군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전황이 심각하게 전개됐고 이 와중에 미국의 해리 트루만 대통령이 한국전쟁에 원자폭탄 사용까지 고려했다는 점은 브라운 회장의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적인 측면도 브라운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구, 복싱 등 경기가 펼쳐졌던 다목적 경기장 보스턴 가든을 운영했던 브라운 회장에게는 한국전쟁이 악재였다. 미국 정부는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해야 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심리는 한국전쟁 기간 중에 악화됐다.

 

한국 마라토너가 출전하지 못한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는 일본이 참가했다. 이미 1년 전 국제육상연맹에 가입한 일본은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위한 조직까지 만들었다.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일본 마라톤 역사의 분기점이 됐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다나카 시게키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일본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 남자부문에서 무려 9번이나 우승을 획득하며 마라톤 강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한국 마라톤은 이로부터 40여년이 흐른 뒤에야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01년 이봉주가 보스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마라톤이 비로소 부활했다. 한 마디로 1951년을 기점으로 일본 마라톤과 한국 마라톤의 힘의 균형이 일본 쪽으로 쏠리게 된 셈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1951년 보스턴 대회에 참가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1951년 10월 최윤칠은 광주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2시간 25분 15초의 비공인 올림픽 마라톤 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이 해에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아직도 한국 마라톤계가 1951년의 상황을 아쉽게 생각하는 이유다.

▲ 1951년 한국 선수단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던 월터 브라운 보스턴 체육연맹 회장. ⓒBostoncelticshistory.com

북에서 내려온 축구 유망주, 혹은 '빨갱이'

 

한국전쟁 기간 중에도 축구는 계속됐다. 그 중심에는 최대 적산(敵産) 기업인 조선방직이 존재했다. 당시 조선방직의 본사는 부산에 있었고 대구에도 공장이 있었다.

1951년 조선방직의 강일매 사장은 부산과 대구에 각각 축구팀을 만들었다. 전쟁으로 흩어졌던 축구 선수들을 모아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참가시키기 위해서였다. 흥미롭게도 대구 조선방직 축구팀에는 한국전쟁 중에 남으로 내려온 월남(越南)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1951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같은 해 전쟁고아 구제를 위해 마련된 대회에서도 역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언론은 대구 조선방직을 월남인이 중심이 돼 박력 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조선방직에서 뛰고 있는 월남인 축구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한국전쟁 중에 남하했던 이 선수들은 '빨갱이'로 의심받는 경우 허다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들은 언제든 '빨갱이 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들에게 구세주는 특무대였다. 특무대는 공산당 색출이 임무였기 때문에 이들이 더 이상 빨갱이로 의심받지 않고 축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안식처였다. 더욱이 특무대 대장(隊長) 김창룡 소장은 이들과 같은 월남인이라 북에서 내려온 축구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특무대를 이끌었던 김창룡은 함경도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잡는 일본 관동군 헌병이었다. 그는 해방 공간에 이북에서 친일 전범으로 몰렸지만 월남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때부터 그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입대한 후에는 공산당을 잡는 일에 집중했다. 그는 여수·순천 사건 이후 군에서 공산당 색출 바람이 거세게 불 때 큰 공헌을 했다. 이를 계기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던 김창룡은 1951년에 특무대장이 됐고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이승만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이승만 정권에서 군 장성들 간의 파벌 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 축구 경기는 이들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특히 군대 내에서 정보와 감찰 업무를 수행했던 특무대와 헌병사령부 간의 축구 경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더욱이 김창용은 갑작스러운 승진으로 다른 군 장성으로부터 견제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김창룡은 축구로 다른 군 장성들을 제압하고 싶어 했다. 김창용은 '패배는 곧 죽음'이라는 신조로 선수들을 다그쳤고 선수들은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특무대 축구팀의 선수들과 김창룡은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1953년 전국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대구에서 펼쳐진 이 경기에서 특무대와 조선방직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국 추첨으로 우승 팀을 가려야 했다. 추첨 결과 우승은 조선방직이었다. 이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창룡은 지프차에 탑승한 채 경기장에 난입해 공포탄까지 쏘며 결과에 거세게 항의했다. 주심은 이에 깜짝 놀라 진해까지 줄행랑을 쳤고 우승 팀을 확정 짓지 못한 채 대회가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에서 일군 '38 따라지' 성공 신화, 그 배경에는…

 

특무대는 그라운드의 폭군이었지만 축구 실력은 뛰어났다. 1954년 한국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특무대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최정민과 박일갑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국전쟁의 혼란기에 남쪽으로 내려온 두 선수는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 축구의 새 바람을 일으켰고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에서 빛을 발했다.

 

최정민과 박일갑의 스피드는 한국 축구의 특장점이었던 '킥 앤 러시' 스타일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궂은 날씨 때문에 진흙탕에서 펼쳐졌던 일본과의 예선 1차전 경기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일본과의 경기에는 두 선수 외에도 4명의 월남인 선수들이 대활약을 했다. 이들은 귀국길에 지프차에 나눠 타고 경무대까지 행진했고 이승만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은 이 순간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었던 '38 따라지'에서 '축구 영웅'으로 변신했다. 축구는 월남인들이 이남에서 가장 먼저 성공 신화를 만든 분야 중 하나였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은 한국전쟁 시기에 남쪽으로 내려온 '38 따라지'들에게 희망봉이었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은 1956년과 1960년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최고 스타는 '아시아의 황금 다리' 최정민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북한 축구 대표선수가 됐다. 1·4 후퇴 때 남하해 한국 축구 황금기를 만들었던 그는 이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얻으며 당시 아시아 축구 중심지였던 홍콩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에 그와 대다수 월남인 축구 선수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면서 한국 축구는 암흑기를 맞이했다.

▲ 한국전쟁 시기에 월남해 1950~60년대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던 최정민 ⓒ나무위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이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서게 된 건 1967년이었다.

 

1966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북한 축구를 의식해 중앙정보부의 후원 하에 생겨난 축구단 '양지'는 군대에 복무 중인 우수한 축구 선수들을 모두 선발했으며 아직 입대하지 않은 선수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도 군대에 입대 시킨 뒤 영입했다.

 

여기에는 북한 축구를 제압한다는 일념으로 이 팀을 열성적으로 지원했던 이북 출신의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역할이 컸다. 그는 양지 팀의 감독과 코치에 월남인 축구 선수였던 최정민과 박일갑을 각각 선임했다. 당시 양지 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향후 최정민의 후계자가 되는 골잡이 이회택이었다.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전쟁 도중 남하한 월남인이었다. 축구 반공주의의 상징이었던 양지 팀에서 이처럼 월남인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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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프레시안> 스포츠 전문기자 시절, 스포츠와 사회·문화·역사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주목했던 언론인 출신 학자다. 이후 축구의 본고장 영국으로 건너가 드몽포트대학교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야구의 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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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쌓은 제국, 불행한 결말 맞을 것” 미 국가 부채 위기에 연이은 경고

미 GDP 대비 국가부채 10년후 122% 육박...지속가능성 없어

높은 전쟁 지원 비용도 답 없는 부채 비율 원인

미국의 공공 부채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인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부터 월스트리트저널(WSJ), 포춘 등 주요 경제지들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4.7조 달러에 이르는데, 향후 재정적자가 매년 2조달러 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증가 추세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미 현 회계연도 동안 누적된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에만 8,920억 달러가 나갈 예정이다.

이는 국방비를 웃도는 금액일뿐더러, 연간 의료보장 지출 총액과 맞먹는다.

미 GDP 대비 국가부채 10년후 122% 육박...지속가능성 없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 나라에서 생산한 최종생산물의 합계(GDP) 이상으로 국가가 빚을 지게 되면, 해당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99%. 영토 내에서 생산한 총재화의 규모만큼 나라 빚이 있다는 의미다.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 달러가 건재한 까닭은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기에 나름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셈.

그러나 달러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세계 각국이 달러의 대체제로 금을 모으거나 국제 결제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흐름이 형성된 시점에서 높은 부채 비율은 달러 신뢰도 하락을 가속하기 마련이다.

지난달 미 국채가 수요부진을 겪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는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2024년 99%인 부채 비율이 10년 후에는 122%로 증가하리라는 것.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6년의 수치인 106%를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다. 과도한 군비 지출로 재정건전성이 폭락한 전시경제 당시 수준보다 위험한 정도라는 말이다.

높은 전쟁 지원 비용도 답 없는 부채 비율 원인

여기에는 세계 각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분별한 지원이 한몫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750억 달러(지난해 10월 기준), 이스라엘에 최소 125억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최근 미 의회에서 의결된 법안으로 이들 전쟁에 대해 950억 달러의 긴급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의료보장을 비롯한 각종 복지지출의 증가도 부채비율 증가에 일조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말미암아 전체인구보다 각종 사회보장 수혜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전쟁에서부터 사회보장에 이르는 비용 상승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1.6조 달러의 적자가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적으로 태평하게 부채를 쌓아온 제국은 머잖아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다”며 “국방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강대국은 오랫동안 위대함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편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조아오 고메스 교수 역시 “현재 연방 지출이 계속된다면 경제와 사회에 심각하고 아마도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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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2명 사망·1명 실종·8명 부상

일용직 이주노동자 많아 피해 더 커진 듯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경기 화성시에 소재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2명이 사망하고, 8명 부상했으며, 1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이다. 

화재는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일어났다.

소방당국이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후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곧 작업실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청난 고온과 폭발을 보이는 리튬 전지의 발화와 현장을 뒤덮은 연기로 화재 진압과 현장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큰 불길을 잡은 뒤 구조대가 현장에 진입해 내부를 수색했다.

사망자 22명을 국적별로 보면 20명은 외국인으로, 중국 18명, 라오스 1명, 미상 1명이다. 그 외 2명은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일용직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난 3동 공장에서는 이날 1층 15명, 2층 52명 등 총 67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2층 작업자 다수가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2층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분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돼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공장 내부 구조를 잘 알지 못해 피해가 늘어난 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재에 의해 시신 훼손이 커서 사망자의 인적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후 DNA 검사 등이 이뤄져야 정확한 신원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화재 발생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저녁에는 현장을 직접 찾아 피해 상황과 대응 조치를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장관에게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소방당국은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한 수색을 25일 오전에 재개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도 광역수사단장을 본부장으로 130명 규모의 화재수사본부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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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훈련,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전쟁 놀음”

평화연대, ‘대북전단·서해훈련 중단’ 긴급 평화촛불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6.24 22:55
  •  
  •  수정 2024.06.25 01:17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접경지역연석회의는 24일 오후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긴급 평화촛불’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접경지역연석회의는 24일 오후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긴급 평화촛불’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추구하는 투쟁은 미국에 반대하는 투쟁입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투쟁은 윤석열 퇴진 투쟁입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접경지역연석회의가 24일 오후 7시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공동 주최한 ‘긴급 평화촛불’에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쫓아내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퇴진’에 방점을 찍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지난 15일 6.15남측위원회가 총회를 갖고 ‘조직전환’을 결의해 창립한  “평화주권과 자주통일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상설적 연대조직”이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CVN-71)이 지난 22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가운데, 24~27일 우리 군은 자체적으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도 예고돼 있다. 또한 한미일은 이번 주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실시한다.

김재하 공동대표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경우를 한번 보라”며 “전쟁이 일어나면 이 땅에서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 전쟁으로부터 부를 축적하는 자들, 전쟁으로부터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이 땅의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고 지적하고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딱 20분이면 온다.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대북 전단살포, 그리고 동해에서 남해에서 저 서해에 이르기까지 실탄 훈련이 예고되어 있는, 이 모든 훈련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전쟁 놀음이다”며 “서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주장하는 국경선과 대한민국이 주장하는 국경선이 다르다. 이미 중국의 연평도의 꽃게잡이 같은 배들은 철수한 지 오래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용연 진보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무능한 정권을 가리기 위해 국민들을 전쟁 위기 코앞까지 몰아놓고 있다”며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치닫게 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아시다시피 전쟁”이라고 예측하고 “윤석열 정권을 빨리 규탄이 아니라 퇴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미군이 3년의 한국전쟁 기간 동안 전후방에 뿌린 삐라가 40억 장 정도 된다고 한다. 대북 전단은 말 그대로 전쟁 수단이다”고 말하고 “대북전단 살포 현장에 파주시장이 찾아갔다가 탈북자 단체에게 스패너로 위협을 당했다고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윤석열 정권에 더욱 화가 난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구 대표는 “서해에서 다시 포사격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나도 인천에 사는 대학생으로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며 “이번 훈련은 방어 목적이라는 남측 군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선제 공격성을 강화한 대북 선제 공격 연습”이라고 규정하고 “국민들을 볼모로 삼는 불필요한 전쟁 위기 조장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통일 트랙터를 모은 지가 지금 몇 년 됐는데, 아직도 한 대도 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전국에 한 50여 개 시군 농민회에서 통일 쌀 재배를 위해서 모내기 행사를 했다”고 전하고 “윤석열 정권은 전쟁을 못 해서 안달을 하는데 농민들은 차곡차곡 통일 트랙터부터 통일 모내기까지 통일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장은 “지금 풍선, 그 다음 뭐가 될 것 같느냐”고 묻고 “아마도 폭탄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서해안에 군사훈련하니, 부산항에 항공모함이 들어오니. 참수 훈련을 하니. 이게 평화냐”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오늘 화성의 일차전지 공장에서 불이 났다. 거기에는 우리의 노동자도 한국의 노동자도 있지만 이주해서 온 여성 노동자들이 대다수”라며 “민중의 목숨도 지키지 못하는 저 윤 정권 그대로 정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오늘 너무나도 많이 확신을 했다”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함 위원장은 “우리는 전쟁 시에 작전통제권, 국방 자주권이 없는 나라”라며 “한반도 민중은 우리의 주권에 기반을 두고 미국이 뿌려놓은 불평등하고 부정한 체제를 이제 바로 우리가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쟁을 주장하고 국민을 혼돈의 상태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무차별 포화 공격이 필요할 때”라는 것.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민주 자주통일평화연대 조직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긴급 평화촛불에서 신동호 국민주권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민정 서비스연맹 수석부원장이 발언에 나섰고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서해 포사격 훈련 철회하라”,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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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총선, 심판받았다"면서 "尹정부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냐"

"특검, 단순히 법적 논리로는 어렵다"…'이·조 심판론'엔 "이젠 전쟁 끝나, 충분히 대화할 것"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6.24. 10:58:21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 후 정부·여당의 반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총선 당시 여당 지도부가 가졌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좋은 정책들을 저희(정부·여당)가 많이 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의 복원 같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고 원전(핵발전) 생태계를 복원한 것 등 대단한 일을 많이 했다"며 "그렇지만 우리 집권당과 정부가 비판받았던 지점은 그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느냐, 그러고 소통했느냐,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느냐 이런 부분들에 관한 비판이었다. 주로 태도에 대한 비판이었고, 방향 자체가 틀리다고 말하신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누구는 '방향은 맞지 않냐' 이런 얘기를 하는데, 타이거 우즈가 치든 제가 치든 방향은 대부분 비슷하게 칠 수 있다"며 "정치적 리더십은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그 방향에서 나올 수 있는 협곡을 잘 피해가고, 바다가 나오면 뗏목을 만드는 디테일"이라며 "(정부가) 국민들께 통보하듯이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실 때까지 끈질기게 설명드리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걸 하면 저희가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저희는 이번 총선에서 심판받았다. 보통 이렇게 심판을 하시고, 충분히 반성하고 처절하게 변화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면 그 심판의 대상이 옮겨가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저는 아직도 우리 집권당과 정부에 대한 심판모드를 국민들께서 거두고 계시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국민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국민들 눈치보고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민심이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당정관계 재구성의 방향에 대해 "민심이 상당히 명확한 답을 주고 있다"며 "민심이 '하라'는 게 있고 '하지 말라'는 것도 있다. 우리는 하라는 것 하고, 하지 말라는 것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당정관계를 합리적으로 쇄신하고, 실용적인 관계가 되고, 토론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전날 출마선언을 전후로 채상병 특검법을 여당안으로 발의하겠다고 했던 데 대해 "민심의 편에 선다는 것은 결국 주도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며 "우리는 108석의 정당이다. 국민 마음을 얻는 것 말고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있나"라고 했다.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최소한의 몸부림"이라는 것.

그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갔을 때, 제가 말씀드리는 이 정도의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정면돌파로서 국민들께 선택지를 드리지 않는다면 지금의 국회 구조에서 과연 민주당의 저 이상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느냐"고 자신의 제안에 대한 당내 비판을 재반박하며 "민심에 반응하는 차원에서 정면으로 돌파하고 논란을 종결시키는 내용의 대안 제시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서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이 사안의 보훈과 안보에 관한 특성, 그러고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민심, 그러고 그동안 몇몇 경우에 있어서 저희가 아쉬운 설명이 있었고, 그러고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다는 점들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그런 법적인 논리를 가지고 '특검은 안 된다'고 말하기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공수처·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인데 자신의 주장은 이와는 궤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당대표가 돼서 특검법을 새로 발의하게 되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전까지 공수처 수사는 당연히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희가 국민의 민심을 따르겠다는 정면돌파의 제안을 함에 있어서 그런 사족을 꼬리표처럼 붙이게 되면 국민들께서 '역시 마찬가지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그런 얘기를 저는 붙일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런 조건 달지 않고 '저희는 이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라는 것으로써 이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그 안을) 민주당이 고집한다면 그 법은 통과되면 안 된다. 그 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거부권을 우리 당이 전폭적으로 지지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광재 한동훈캠프 대변인도 같은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안에 대해 "민주당이 보자마자 (한 전 위원장 제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특검을 통해서 대통령의 권위를 흔들고 탄핵 정국으로까지 이끌어가겠다는 정략적 목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캠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공수처 수사종료 전 특검 주장이 적절한가'라는 부분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자신의 복귀와 함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신 갓"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총선 당시 앞장서 제기한 이른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냐고 묻자 "전쟁 같은 총선을 치렀고 총선이 끝났다. 이제는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이·조 대표와) 정치의 상대방으로서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해 볼 것이고,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의견을 말씀하신다면 제가 얼마든지 설득을 당해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마치고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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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억대 빚더미 20·30대 “삶을 접을까, 매일 고민”

 청년들은 전세사기로 결혼도 미래도 모두 포기...“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 아니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전세사기 당함과 동시에 나라에서 연구비를 삭감하는 바람에 저는 제 연구자의 꿈을 접을까, 아니 삶을 접을까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습니다. 제 꿈을 지지해주던 가족들도 절망에 빠졌고, 모두 우울한 나날을...”

전세사기 피해자 이솔(가명, 1998년생 26세) 씨의 말이다.

23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솔 씨는 “저를 포함 90여명의 청년들이 꿈과 미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집주인으로부터도, 정책으로부터, 심지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으로부터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제발 (전세사기특별법) 법안과 정책 보완으로 국민들, 청년들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삶을 접을까” 고민하는 청년·학생들
“하루하루 말라죽는 심정”
“준비하던 결혼도, 미래도 모두 불투명해져”
“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가 아니다”


20대의 이솔 씨는 20년 넘게 연구자를 꿈꿔온 연세대 대학원생이다. 하지만 전세사기를 당한 후 그 꿈뿐만 아니라 “삶을 접을까” 매일 고민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가 없어 월세 집을 구하려 했던 그는, 월세보다는 전세가 훨씬 유리하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득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직접 카카오뱅크의 청년전세대출에 대해 설명해줬고, 대출 계약서 작성을 도왔으며, “집주인은 바보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설득까지 했다고 한다. 또 “시세가 60억 가까이 되기 때문에 혹시나 잘못되어도 보증금 전액 문제없이 반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저당이 높아 우려하자, 중개인은 “2~3개월 내로 해결될 예정”이라고 했다.

전세계약 후 1년 반 뒤, 이솔 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 후 알게 된 빌라의 감정평가액은 겨우 29억. 중개인이 알려준 시세(60억)의 절반이었다. 앞서 다른 전세사기 피해에서도 공인중개사가 잘못 알려준 시세를 믿고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이 다수 발생한 바 있는데, 정부의 안일한 대책으로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과 만난 이솔 씨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당시 설명해 준 말 중 사실인 것이 단 한 줄도 없음을 깨달았다”라고 탄식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신촌·구로·병점에 있는 최 모 씨 일가의 8개 빌라에 거주하다 전세사기를 당한 세입자는 90여명이다. 대책위와 접촉한 응답자 84명 중 89%인 76명은 20대와 30대다. 1996~1998년생은 무려 29명이었다. 만 20세인 학생도 있었다. 응답자 84명 중 19명은 학생이었고, 58명은 사회초년생 또는 직장인이었으며, 7명은 자영업자였다. 최 씨 일가가 피해자들과 전세계약을 맺은 7개의 주택 중 4채는 불법건축물이었다.

심지어 집주인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양산되던 시기에도 학생, 사회초년생들과 전세계약을 맺으며 피해를 키웠다. 더욱 황당한 점은 이 같은 위험한 계약을 공인중개사가 적극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이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이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피해자 겨울(가명, 2003년생 20세) 씨는 지난해 4월 모아둔 돈 2천만원과 중소기업 청년전세대출 1억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다가, 올해 5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제가 계약할 당시 신촌 건물은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었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황에 제가 세입자로 들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중 제일 마지막에 들어와서 배당 순위도 늦고, 최우선변제금도 해당되지 않아 경매로 돈을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면서 “저는 경매가 종료되면 1억의 빚을 가지고 나가야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손솔 전 진보당 대변인 등에 따르면, 겨울 씨 또한 다른 집을 알아보던 중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문제의 집주인과 계약했다.

또 다른 피해자 대현 씨도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문제의 집주인과 계약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건축업을 해서 돈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보증금을 못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현 씨가 살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대현 씨는 “거짓말과 기망으로 올해 준비 중이던 결혼 계획도, 신혼집 마련도, 미래도 모두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인 간 거래’라면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여당의 안일함이다.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시했던 ‘경매 유예·중지’마저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주인과 당국은 경매가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조차 사전에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다. 한 피해자가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6월 중순에 경매사이트에 접속한 뒤에야 오는 7월 30일부로 집 경매가 재개된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법원에 왜 경매 재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느냐고 묻자, 법원은 “아직 시간이 많아 알리지 않았고 조만간 알릴 참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퇴거당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느긋하게 경매 재개 직전에 알려주겠다고 답한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씨는 “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옥 같은 일을 겪고 있다. 피해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왜? 지금 임대인이 계속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당당하다. 여기 임대인뿐이겠나?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못 받는 사람까지 보면 10만 명 넘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정책을 바꾸고 특별법을 개정할 것인가? 진짜 국가비상사태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직시해야 한다.”

한편,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대책위는 ▲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 없이 퇴거당하는 일이 없도록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 현실과의 괴리가 극심해진 최우선변제 제도 개선 ▲ 대출 미이용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 은행이 이윤추구에 활용하는 허술한 청년전세대출제도 보완 ▲ 무책임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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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씹다 딱 걸린 피고인과 김건희의 결정적 차이, 부띠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6/24 10:25
  • 수정일
    2024/06/24 10: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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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 첫 번째 퍼즐]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 부띠크가 직·간접 운용... 계좌거래 49건 중 48건 유죄

24.06.24 07:04최종 업데이트 24.06.24 07:04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퍼즐로 재구성한다. 첫 번째 퍼즐 조각명은 부띠크다. ⓒ 봉주영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하였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습니다." (2023년 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후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 중)

그 B씨(손○○)가 껌을 씹고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이 열렸던 지난 5월 17일, 손씨의 외모는 말쑥 그 자체였다. 포마드를 발라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는 이마부터 깨끗한 구두에 이르기까지 말끔했다. 청색 쓰리 피스 정장에 흰색 셔츠를 받쳐입은 복장 또한 세련된 외양이었다.

부조화, 말끔한 외모와 법정에서 껌을 씹는 행동이 잘 어울리지 않았다. 판사가 있는 법대를 향해 앉아 그런 모습을 보이는 피고인 역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심지어 이날, 검찰은 1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손씨에게 방조 혐의까지 추가했다. 검사가 판사에게 공소장 변경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에도 껍을 씹는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법정 경위가 그에게 다가갔다. 손에 든 휴지를 손씨 입 앞에 내밀었다. 손씨가 껌을 뱉었다. 그의 행동은 확실히 의외였다. 자신의 무죄 선고를 근거로 대통령실이 '민주당 주장이 깨졌다'며 입장발표를 한 것이 그에게 어떤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일까. 아니면, 1심 재판부도 무죄의 이유 중 하나로 인정했던 그의 '가오'가 이런 모습으로 표출된 것일까.

가오

 

▲ 2022년 2월 27일, 이용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에는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등 김 여사 경력이 기재돼 있었다. 국민의힘 측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차 판매 홍보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비상근, 무보수로 이사 직함을 받고 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했다"고 밝혔었다. ⓒ 연합뉴스

 

허세를 뜻하는 '가오'란 말이 법정에서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이었다. 2022년 6월 17일 공판에서 손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손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량매집 행위를 시세조종 행위 가담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였다. 손씨가 2차 주포 김○○씨와 공모하여 50억 상당의 자금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당시 공판에서 제시된 것이 김○○씨와 손씨가 주고받은 문자였다.

검사 "2012년 7월 30일경에 김○○에게 '도이치 상 찍었다'고 했는데."

손씨 "가오로 보냈다."

검사 "'상 찍었다'는 문자, 종가 끌어올리려고 한 것 아닌가."

손씨 "가오식으로 한 거다. 형으로서."

검사 "뭘 과시하고 싶었던 건가? 주가 변동에 대한 과시?"

손씨 "내가 주식을 샀더니 상한가가 됐다는 거, 나는 그게 가오라고 생각했다."

검찰 측 신문이 끝나고 재판부가 어떤 의도에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다시 물었다. 손씨는 대답했다.

"가오죠. 내 자신에 대한 자유라고 할까요?"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 손○○가 (다른)피고인 김○○에게 보낸 '상한가를 찍었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는 대량으로 매수하였음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이라며 "다대한(많고도 큰, 기자 주)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 중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매수가 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손씨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계좌들을 직접 운용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도하고, 손씨가 이를 매수한 거래 8건을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재판부는 "최은순이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로부터 도이치모터스와 주식 관련된 정보를 듣긴 하나 매매 여부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 거래했다고 보인다"며 "매도계좌(최씨 계좌)는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직접 운용한 계좌인가, 피고인(시세 조종 행위 주도자)들이 운용한 계좌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른바 '전주'라는 카테고리로 같이 묶여 주목받았던 손씨와 김 여사 사이의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부띠크

조일현 : "야, 너 부띠크라고 들어봤냐?"

전우성 : "부띠크? 아, 그거 몇 명이서 돈 굴려주고 작전하고 뭐 그런 거?"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으려고 주가 조작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돈>의 한 장면이다. 주식 투자 중개인 혹은 사설 투자 업체를 가리키는 부띠크란 용어는 2022년 12월 30일 검찰이 제출한 사건 종합 의견서에 이렇게 등장한다.

"피고인 이○○는 2004. 7. 경부터 현재까지 투자 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주)블랙펄인베스트(소위 '부띠크' 투자 자문사)의 대표로서,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피고인 권오수, 피고인 김○○, 민○○등과 함께 '본건 시세조종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하였다."

부띠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용어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 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문 투자 자문사로 면허를 내지 않고 선수들이 모여 같이 작업하는 사무실을 부띠크라고 한다"면서 "오만가지 정보들이 나오고 작전을 하는 곳으로 증권가에서는 주로 음성적인 회사란 의미로 부정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런 용어를 검찰이 굳이 사용한 것은 '불법적인 시세조종행위' 중심에 있었던 블랙펄인베스트(부띠크)의 부정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또한 표현만 다소 달랐지 검찰 판단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블랙펄인베스트를 컨트롤타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범행은 상장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가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주가관리를 할 주포를 물색하고, 주포인 피고인 C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피고인 A(위 검찰의견서의 이○○, 기자 주)가 조직적으로 계좌를 동원하여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을 실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블랙펄인베스트란 부띠크는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주도적으로 시세조종을 실행한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관제탑)였다.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 '관제탑'이 직·간접적으로 운용

 

▲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제2단계 행위에 대한 판단을 검찰 범죄일람표를 인용하여 판결문에 유죄는 ○, 무죄는 X로 표시했다. 붉은 테두리선이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검정 테두리선은 최은순씨 계좌 거래다. ⓒ 이정환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5단계로 구분했다. 법원은 김 여사 계좌가 관여된 경우를 2단계(2010년 9월 24일 ∼ 2011년 4월 18일)로 판단했다. 이 기간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는 개인(11명)명의 14개, 법인명의 1개 등 총 15개였는데, 그 중 부띠크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한 계좌가 10개로 가장 많았다.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 4개 중 3개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계좌 : "계좌주인 김건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피고인 권오수의 지인이다... (중략) 피고인 권오수 또는 이○○(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기자 주)에게 일임되었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

B계좌 : "해당 계좌는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처남)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C계좌 : "해당 계좌에 관하여 엑셀파일에 그 잔고 등 관리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하면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정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C계좌 거래 - 기사 하단 표 범죄일람표 순번 475번 - 를 무죄 판단했다.)

D계좌 : "검사는 해당 계좌를 권오수에 의하여 운용된 계좌로 특정하여 기소하였으나, (중략)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할 증명이 부족하다."

김 여사 명의 A, B, C 계좌를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라 판단한 것으로, 손씨가 독립적으로 운용했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와는 매우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 손 투자자' B씨(손OO)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 2월 14일 대통령실 입장 중)

1심 재판부가 시세 조종 동원 여부 판단 과정에서 주요 잣대로 삼은 것은 거래 규모나 거래 빈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계좌 운용 주체가 실제 누구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부띠크 등이 동원한 계좌주들의 증언이나 진술은 그래서 판결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방조

"AH는 해당 계좌를 자신이 운용했다고 진술하나... AP는 해당 계좌에 관하여 직접 거래한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AR은 위 계좌는 자기 계산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AX이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R은 피고인 A의 처이자 M의 누나로, A와 M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판결문에는 총 106명의 이니셜이 등장한다. 그 중 2단계 실행기간에 재판부가 시세 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한 계좌주는 모두 11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입장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 단 두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1심 재판부는 2단계 기간 이뤄진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48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거래 상대 계좌는 부띠크, 2차 주포, 권오수 회장 관계인 등으로 대부분 피고인들 당사자거나 피고인들의 직접적 관계인이었다. 김 여사와 부띠크 대표 누나 명의 계좌와의 거래(14건)가 대표적인 예다. 법원은 이들 거래에 대해 시세조종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손씨의 거래 상대는 최은순씨, 손씨의 부인, 손씨가 운영한 회사, 그리고 본인 명의 다른 계좌였다.(아래 표 참조)

2024년 5월 17일, 검찰은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2024년 6월 24일, 현재까지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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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용산과 각세운 한동훈” 동아 “尹, 당대표 선거 손 떼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한, 여당표 특검 역제안” 4파전 전당대회 ‘친윤’ 대 ‘반윤’ 구도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3년 만에 2%대, 한 달 새 대출 급증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6.24 07:43

  • 수정 2024.06.24 08: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1일 출마 선언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이번 경선은 4파전이 됐다. 당 대표 선거 결과는 다음 달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총선 참패 2개월 2주여만에 당대표 도전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관심이 쏠렸다. 한 전 위원장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유일하게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면서 “여야나 대통령이 아닌 대법원장 같은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경원 후보는 “순진한 발상”, 원희룡 후보는 “공수처 수사가 우선”, 윤상현 의원은 “내부 전선 교란” 등의 반박을 내놨다.

24일 아침 신문들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소식을 1면에 다루면서 한 전 위원장에 집중했다.

조선일보 “한, 여당표 특검 역제안” 한겨레 “용산에 각 세워”

한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이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도 발의한 상황에서 제3자 특검을 역제안했다. 조선일보는 5면 <한 ‘특검론’에… 나 “순진 발상” 원 “순서 틀려” 윤 “野후보냐”> 기사에서 “이번 경선 승자는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부 당정 관계를 이끌게 된다”며 “이런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대표가 되면 중립적인 제3자(대법원장 등)가 특검 후보를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해병대원특검법’을 국민의힘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4일 조선일보 5면.

이어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해병대원 사건 관련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며 자기들이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도 거듭 발의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논의하자며 거부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여당표 특검’을 역제안하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한 전 위원장이 용산에 각을 세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1면 <“채상병 특검법 내겠다” 용산에 각세운 한동훈> 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은 73일 만인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며 “다른 3명의 당대표 출마자인 나경원·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정 한 몸’을 강조하는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을 전면에 내걸면서 4파전의 전당대회가 ‘친윤석열’ 대 ‘반윤석열’ 구도로 짜였다”고 보도했다.

▲24일 한겨레 1면.

한 전 위원장이 여당표 특검을 역제안한 것을 언급한 뒤 한겨레는 “반면, 나 의원과 원 전 장관, 윤 의원은 ‘공수처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고 했다.

이재명 조국 이준석 한동훈까지 당대표?... 동아일보 “尹, 일절 손 떼야”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손을 대고 싶을지라도 손을 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또 친윤, 비윤, 반윤할 거면 차라리 문 닫는 게 나을 거라는 비판에 직면할 거라고 했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윤심 타령’도 ‘어대한 타령’도 다 걷어치우라> 칼럼에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조국 이준석에 한동훈까지 당대표를 하게 되면 사면초가에 놓이는 형국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하고 싶은 욕구도 클 것”이라며 “그러나 용산 입김은 없어야 하고 먹히지도 않을 것이다. 젊은 보수를 지향하든, 천막 당사의 정신을 가져오든 보수 혁신, 보수의 질적 전환을 둘러싼 치열한 노선 투쟁, 비전 경쟁이 펼쳐지도록 경선에서 일절 손을 떼야 한다”고 당부했다.

▲24일 동아일보 칼럼.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한 달의 경선, 윤심 타령도 어대한 타령도 다 걷어치우라. 또다시 친윤이니 비윤이니 반윤이니 하는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차라리 문 닫는 게 나을 것이라는 냉소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도전이 모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정용관 논설실장은 “그의 도전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지만 “글쎄” 하며 긴가민가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은 우선 원내 경험이 없는 원외 대표로서 어떻게 국회의원들을 지휘할지, 한솥밥을 먹었던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일 것”이라며 “그는 팬덤은 있지만 아직 어떤 보수의 비전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적이 없다. 법무장관을 지냈지만 독자적으로 차곡차곡 쌓은 경륜이라고 하긴 어렵다. 변방이나 비주류 생활을 해본 경험도 일천하다. 정치 리더가 되겠다는 야망을 갖는 건 자유지만 그에 걸맞은 내면적 성찰이 동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대 도전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딱 한 번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 3년 만에 2%대, 한 달 새 대출 급증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내려왔다. 그러자 6월 들어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주담대 금리 2%대에 한달 대출 3.7조 급증... 집값 부채질 우려> 기사에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0∼5.445%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일(연 3.480∼5.868%)과 비교하면 상단이 0.423%포인트, 하단이 0.540%포인트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로 떨어진 것은 약 3년 만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대통령실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급락한 모습”이라며 이로 인해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이 4조 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 중 주담대만 3조7000억 원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대출금리 하락·가계대출 급증… ‘부동산 불안’ 싹부터 자르라> 사설에서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간 이자가 2%대로 내려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 부담이 줄면서 올해 초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대출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24일 동아일보 사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 조짐은 이미 커지고 있다. 13주 연속 오른 서울 아파트 값은 주간 상승 폭이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아파트 값 급등과 대출이자 하락이 겹치자 머뭇거리던 무주택자들이 부동산 매입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춰서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까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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