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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201번 보고 쓴 667만자, "내란대장경도 팔만대장경처럼 국란 극복용"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정민

667만 2094자. 1년 간 군인권센터 활동가 4명이 "절박한 심경"으로 써내려간 12.3 내란 관련 재판 기록 '내란대장경(https://mhrk.org/106)'의 글자수다. 방혜린(37)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활동가 3명(이소중·이진우·함성현)은 내란 관련 첫 재판이었던 내란중요임무종사자 김용현의 공판(지난해 1월 16일)부터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1심 선고(지난 19일)까지 내란 관련 재판을 201회 지켜보고, 기록했다.

"거의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에 있을 때였다. 윤석열 파면도 중요하지만 내란의 형사적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곳은 형사재판이기 때문에, 지귀연 등 재판부가 제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지 감시·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방 국장과 인터뷰했다. 윤석열의 내란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그는 지귀연 재판부의 1심 판결을 두고 "비상계엄이 국헌문한 목적의 내란임을 인정한 것 외에는 하나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1월 16일 '내란대장경'을 공개했다. ⓒ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3~6월 매주 발송(총 11회)했던 내란 재판에 관한 뉴스레터. 각종 '밈'과 '짤'을 활용해 알기 쉽고 재밌게 재판 내용을 전하고 있다. ⓒ 군인권센터

내란대장경에는 윤석열·김용현·노상원 등 주요 피고인의 '명대사'도 담겨 있다. 방 국장은 "활동가들과 함께 토의하며 가장 어처구니없거나 열 받았던 피고인들의 말을 선정했다"며 "노상원이 황당한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해서 결정하기 쉬웠다"라고 설명했다.

내란대장경 제작팀은 매주 내란 재판 내용을 알기 쉽고, 재밌게 구성해 지난해 3~6월 총 11차례 독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방 국장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밈'과 '짤'을 많이 썼다"라며 "'설시하다'처럼 재판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현실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도 가다듬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5년간 해병대에서 복무(대위 전역)한 방 국장은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줄 아는 군인들도 있는데, 이들을 만만히 본 게 윤석열의 패착"이라며 "군 구성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쿠데타에 동원돼온 군의 역사를 교육시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군인권센터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내란 관련 재판을 계속 기록할 예정이다.

다음은 방 국장과의 일문일답.

"법원을 선전 현장으로 만든 윤석열"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내란 1심 선고 내용 중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한 부분이 가장 의아했다"고 말했다. ⓒ 이정민

- 윤석열이 지난 19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내란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시기 등, 윤석열의 주장을 많이 수용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내란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 노상원 수첩의 증거 채택이 뒤늦게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이 법원이 밝힐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윤석열이 장기독재 목적이 아닌 국가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이유로 계엄을 결심했다고 판단한 부분은 실망스럽다."

- 재판에 임하는 윤석열의 태도는 어떻게 봤나.

"괘씸했다. 재판이 중계되기 전, 윤석열은 출석과 불출석을 반복하는 등 재판을 사실상 무시했다. 중계가 시작된 후에는 법정을 적극적으로 선전 현장으로 쓰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재판부, 검찰, 증인 등에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법원의) 재판 중계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상을 2차 가공해 배포하는 것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범죄는 하나의 증거나 증언으로 성립되는 게 아니라, 여러 증거와 증언들이 켜켜히 쌓여 성립된다. 재판 중계 영상 중 일부만 떠돌아다니는 것은, 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윤석열·김용현을 광고해주는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했다."

- 1심 선고 당시 판결 요지를 들었을 때 가장 의아했던 지점이 있다면.

"(지귀연 재판장이)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한 부분이다.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인지해, 어떤 결단을 내렸다'라는 것을 '성경을 읽는다'에 비유함으로써,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면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군을 국회로 보내서는 안 됐다'고 판단하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행동이 정당할 수 있다고 읽히게끔 판결해버렸다. 또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지 않았더라도 내란 행위 자체만으로도 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국가 원수인 찰스 1세가 처형당했다고 말했으면서도 뒤에 가서는 여러 이유를 들며 양형을 깎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선고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

- 내란대장경에 담은 윤석열의 명대사로 "대통령이 계엄 해제했는데도, 내란몰이하면서 대통령 관저 막 밀고 들어오지 않습니까?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을 선정했다.

"그 말이, 윤석열의 기본 태도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윤석열은 재판 내내 '너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나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구국의 결단' 등을 많이 이야기했다. 윤석열 세계관에서 군인들은 자신과 동일한 선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도 못하고 판단도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니까 곽종근·이진우에게까지 계엄 직전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계급이 낮은 군인들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이 진행됐을 때도, '네가 뭘 안다고' 식으로 그들을 대했다. 그런데 결국 본인이 그것에 되치기 당했다. 국회에 갔던 이진우 부관 오○○ 대위, 운전관 이○○ 중사가 그날 밤 윤석열과 이진우 사이에 이뤄진 통화에 대해 실토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런 군인들도 있는데, 군인들을 마냥 만만히 본 게 윤석열의 계엄 실패 요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 감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0 ⓒ 서울중앙지방법원

- 내란대장경이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연말에 회의하다가 나왔다. (내란대장경 공개 후) 어느 날 자신을 불교신자로 소개한 이로부터 전화가 없다. '어떻게 대장경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냐'고 따지더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팔만대장경과 내란대장경의 집필 배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시대 때 몽골군이 쳐들어온 국란의 상황에서 승려님들도 '이거 하나라도 더 파면 부처님이 우리 정성을 알고 도와주시지 않을까'라는 굉장히 절박한 심경으로 대장경을 만드셨을 것이다. 우리도 내란이라는 국란을 맞이했다. 이 국란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기록·기억해 나갈 것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가 내란대장경이었다. 이처럼 팔만대장경과 내란대장경의 본질적인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전역한 군인이기도 하다. 윤석열 내란에 동원된 군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더 이상 내란에 우리 군이 동원되지 않고 불법적인 명령에 항명할 수 있으려면, 이번 사건을 정면으로 돌파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예컨대 국방일보에 '12.3 비상계엄', '내란'을 검색하면, 오피니언(칼럼)이 딱 하나 나온다. 그런 건 확실히 문제다. 또 이번 계엄에 동원된 3공수여단은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도 동원됐었다. 부대원들 사이에 '우리 부대가 굉장히 불법적인 일에 여러 번 동원됐고, 이로 인해 부대 하나가 박살나기 직전까지 갔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돼야 한다. 군 구성원들에게 이런 어두운 과거를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 군 내부에서 내란이라는 것을 방 안에 코끼리처럼 가둬놓고, 계속 외면한다면 언제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군사법원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온 여인형·곽종근·이진우 등 사령관과 계엄투입군들의 재판을 기록할 예정이다. 윤석열·김용현 등의 2·3심 재판도 기록할 것이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면, 내란대장경의 검색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윤석열은 끝까지 내란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결속을 위한 선동성 발언만 했다. 그런 그도 계속 감시할 것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후 내란 재판에 대해서도 계속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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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내달 9~19일 ‘프리덤실드’ 군사연습 실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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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6/02/26 08:06
  • 수정일
    2026/02/26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2.25 15:46
  •  
  •  수정 2026.02.25 19:31
  •  
  •  댓글 0
 
25일 오후 'FS 연습'에 대해 공동브리핑하는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날드 주한미군 공보실장. [사진 갈무리-ebrief]
25일 오후 'FS 연습'에 대해 공동브리핑하는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날드 주한미군 공보실장. [사진 갈무리-ebrief]

한국과 미국이 다음달 9일부터 19일까지 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FS)를 실시한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날드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이 이날 오후 공동브리핑을 통해 “한미는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해 3월 9일부터 19일까지 FS 연습을 시행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장도영 공보실장은 “이번 FS 연습은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연습”이라고 되풀이했다. 

이어 “최근 전훈 분석 결과와 도전적 전장 환경 등 현실적인 상황을 연습 시나리오에 반영함으로써 연합·합동 전 영역 작전을 포함한 한미 동맹의 연합방위태세 강화와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도영 공보실장은 “연합연습 간 우리 군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 검증에 중점을 둘 것이며 한미의 공동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날드 공보실장은 “연습 시나리오와 연계된 대한민국 방위에 필수적인 동맹의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실전성과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해 나갈 것”이고 “유엔사는 이번 연습에 유엔사 회원국들을 참가시킬 예정이며 중립국감독위원회는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외기동훈련 축소 여부’에 대해, 장도영 공보실장은 “FS연습 기간 동안의 야외기동훈련은 한미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상시 연합방위태세 유지 및 능력 제고를 위해 연중 균형되게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군사연습 기간 내에 일부 축소된 야외기동훈련은 올해 안에 분산 실시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뜻이다. 

반면, 도날드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번 3월에 FS와 실기동훈련인 ‘워리어실드’가 분명히 대규모 방어적 성격을 띤 연습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훈련을 통해 대한민국과 미국 그리고 유엔사 참전국들이 어렵고 실전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헤쳐 나가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온도차를 드러냈다.

‘북핵 대비 훈련’ 관련 질문을 받은 장도영 공보실장은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시나리오는 없고 핵 위협 억제를 위한 연습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가 반영되느냐’는 의문에 대해, 도날드 공보실장은 “모든 훈련, 연습훈련 관련해서 결심과 시나리오는 한미 간의 상호 합의 및 협의를 거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FS 연습 간 시나리오와 역할에도 마찬가지로 한미 간의 상호 협의하에 나온 결과”라고 피해갔다.

아울러 “이번 FS 연습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서 진행하는 훈련이고 상호방위조약상에는 적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벌어진 충돌들과 그 전훈에 따라서, 전훈을 반영하여서 실제 장병들이 다양한 연합사, 유엔사, 주한미군사에 주어지는 다양한, 다양하고 특별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훈련하는 연습”이고 “이를 통해서 연합사가 어떤 상황에서라도 대한민국을 수호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는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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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피드 6000피’ 신문 1면…“과열 우려도” “금융투자소득세 적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5000피’ 한달 만의 경신에 신문 1면

“자본시장 친화정책·AI 돌풍 결과”…과열에 빚투 확산·하락 베팅 지적

민주당 법왜곡죄 ‘당일 수정’ 본회의 상정에 신문들 “우려 여전”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6.02.26 07:39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넘어선 25일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4000, 올해 1월 5000 문턱을 넘은 뒤 불과 한 달여 만이다. 26일 아침신문들이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 속도”라고 밝힌 가운데 사설에선 정부가 시장 과열을 경계하고 안정적인 상승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논하기에 적기라는 제언도 나왔다.

지난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1% 오른 6083.86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장과 동시에 6000선을 넘어섰고 장중엔 6144.71까지 경신했다. 다수 신문은 은행 딜링룸 현황판 앞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6000 돌파 축하 행사를 하는 모습을 1면 사진 기사로 전했다. 아래는 이날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들의 1면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6083…초스피드 ‘육천피’>

국민일보 <아찔한 상승… 상법 통과한 날 6000피 축포>

동아일보 <‘5000피’ 한달만에 ‘6000피’도 뚫었다>

서울신문 <말하는 대로… ‘6000P 시대’>

세계일보 <오천피 한 달 만에… ‘6000’도 뚫었다>

조선일보 <주식 계좌 1억개… 개미가 쏜 6000 축포>

중앙일보 <5000피 한달 만에 6000피>

한겨레 <기세등등 코스피, 6000마저 뚫었다…시가총액 첫 5천조원 넘어>

한국일보 <코스피 마침내 6000 고지…시총 5000조 열렸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6083…초스피드 ‘육천피’>에서 “지수의 1000 단위가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이번이 가장 짧았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발 수혜를 받고 있는 반도체와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는 다른 주요국 증시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연일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 압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간밤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산업 재편 우려가 다소 진정되며 미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영향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선 “올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설명하는 단어는 ‘실적’과 ‘유동성’”이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이 이어졌던 2017~2018년엔 실적 장세,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가 진행된 2020~2021년엔 유동성 장세가 이어졌다”고 했다.

신문들은 지수 상승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 <오천피 한 달 만에… ‘6000’도 뚫었다>에서 “전날 각각 ‘20만전자·100만닉스’로 올라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시총 상위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며 “간밤 미국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1.45% 상승하는 등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것도 코스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힌 데 이어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반영되며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올랐다. 특히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이 맞물리며 랠리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26일 세계일보 1면

조선일보는 <‘반도체 투톱’이 끌고 증·조·방·원이 밀었다> 기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각각 20만원과 100만원을 돌파하며 굳건히 버티는 가운데, 6000까지 오르는 데는 증권·금융주와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강해진 게 도움을 줬다”고 했다. “실적 개선 기대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 등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주가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내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의 강력한 매수 열풍”을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한 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982억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개인투자자(1조2445억원)와 기관투자자(10조7000억원)가 외국인이 판 물량을 사들이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했다.

▲26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기관 투자가 주도의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기관 투자가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808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2월 들어 이날까지 12조44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반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날 1조283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같은 기간 11조86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타법인이 같은 기간 2조1천억원 순매수하고, 개인 투자가들이 3조원 순매도했다”고 했다.

신문들 “빚투 확산·하락 베팅 늘어난 것은 우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7개 신문이 관련해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상승 속도는 무서울 정도”라며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친화정책과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돌풍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했다. 이어 “과열 우려 또한 병존한다”며 “너도나도 증시로 몰려들면서 증권 계좌는 1억 개를 넘어섰고, 증권사 빚(신용 융자) 잔액은 31조 원에 달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격적 투자에 우려를 표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2024년부터 도입하려다 증시 위축 우려 등으로 무산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도 이제는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사업·이자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되는데, 금융투자소득만 한 푼의 세금도 물리지 않는 것은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로 얻은 순이익 5000만 원 초과분에만 22~27.5% 세율을 적용하는 당초 법안 내용이 적절하다고 했다.

▲26일 한국일보 사설

한겨레는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 분산되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빚을 내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31조960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 허용에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중장기 투자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다시 검토하는 등 자산격차 완화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상승의 배경에 기업 이익 개선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 급등 속에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인 대차거래 잔고는 두 달 새 42조원이나 늘어 사상 처음 150조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용거래 잔액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선 만큼 ‘빚투’ 확산 속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법왜곡죄 본회의 상정, 경향 “본회의날 고치는 모습 또”

판검사의 의도적 법리 왜곡을 형사처벌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법왜곡죄)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제기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을 25일 전면 수정한 안을 제안했다. 다수 신문이 수정안에도 남아 있는 우려점과 법안 처리 과정을 지적한 가운데 사설에서 이를 평하는 관점은 신문마다 갈렸다.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는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 시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는 형법 132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수정안에서 법 왜곡죄 적용 범위는 형사사건으로 한정했다. 1호는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여 당사자의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수정됐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요건도 추가됐다.

3호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범죄 구성 요건으로 명시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바뀌었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여권에서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원안이 상정되기 약 1시간 전 막판 수정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이 법안은 지난 수개월 간 당 안팎으로 위헌 소지와 사법부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여당은 쟁점 법안에 대한 내부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 당일 고치는 모습을 또다시 노출했다”고 했다.

▲26일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 <사법까지 노린다, 절대권력 치닫는 여당>이란 제목의 기사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왜곡죄 저지를 위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를 4시간 뒤 국회법에 따라 강제 종료하고 26일 오후 법왜곡죄를 의결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는 매일 예고돼 있다”며 재판소원법, 대법원 증원법, 국민투표법 개정안, 광주전남 행정통합특별법 개정안,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1일 1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일방 처리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與, 법 왜곡죄 강행… 법원장들 “심대한 부작용”>에서 “민주당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한다며 상정 30분 전 법안을 일부 수정했지만, 법조계에선 ‘처벌 조항이 여전히 추상적이라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이 이날 전국법원장회의를 연 뒤 입장문을 내고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처벌 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면 <민주, 법왜곡죄 막판 수정…적용 대상 ‘형사사건’ 한정>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법안이 수정됐지만 당 안팎에선 여전히 위헌 소지가 남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전국 법원장들의 입장문을 전했다.

‘과유불급’ 우려한 경향, 3법 모두 ‘폭주’ 규정한 조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법왜곡죄 상정을 두고 “애초 위헌 가능성이 줄곧 제기됐던 걸 감안하면 국민 삶에 중대 영향을 미칠 법안을 숙의하지는 못할망정 이리 즉흥적으로 다뤄도 되는 것인지 묻게 된다”며 “민주당은 사법개혁 속도전이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수정안도 여전히 “법관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고발을 남용하거나, 그로 인한 판결 독립성 훼손,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소신 판결이 힘들어질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경향신문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에 반대 입장문을 낸 전국법원장회의 결과를 두고 “법원장들이 극에 달한 사법 불신에 대한 성찰은 없이 사법개혁에 대한 반대만 외치는 집단행동을 이렇게 자주 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라고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사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주도로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작금의 상황은 전적으로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법왜곡죄 외에도 재판소원법과 대법원 증원법 등 3법을 모두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작년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이 법안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며 “하나같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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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들인 '핵추진 잠수함', 美 관세 혼란에 좌초되나…외교부 "통상·투자 영향"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는 한국 정부가 단독 결정했는데 복원하려면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정부 확고한 의지…미측과 긴밀히 협의"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2.24. 20:34:52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10월 에이펙 계기 정상회담 당시 합의했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 등 정상회담 이후 공개된 '팩트시트'(설명 자료)에 담겨있던 안보 사안에 대한 후속 협의도 조속히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핵추진 잠수함 등 안보 사안을 협의할 미국 협상팀의 방한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데 대해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며 "통상하고 투자 때문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미측과 긴밀히 협의하는 가운데 방한단 일정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이 관세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는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세 문제에서의 혼란이 안보 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부는 미 행정부의 후속 조치, 주요국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동 사안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향후 대응 계획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원자력·핵잠·조선 등 조인트 팩트시트의 핵심 분야 안보협력 분야도 긴밀하게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안보 사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금까지 그런 문제는 있지 않았고 예정대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 사안 협의가 "굉장히 기술적인 문제고 여러 부처가 걸려 있다"라며 "미국 국방부(전쟁부), 에너지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입장을 조율하고 세세한 부분을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안보 사안 협의를 위한 미 협상팀의 방한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핵잠이나 원자력 문제 등을 다 모아서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서 방한하려 한다"면서 "원래 2월 중(에 방한하기로) 했는데 혹시 3월로 늦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정도를 이야기했다. 더 늦어지면 우리가 중간에도 다녀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통해 "2월에 각 부처를 망라한 팀이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확인을 받았다"고 했는데 왜 일정이 미뤄진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미측에서 우리에게 연락해 팀을 꾸리는데 어려움이 있어 좀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이 당국자도 미국 내 혼란스러운 상황이 협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정치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고 이란 문제라든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정상회담 등이 있어서 진도가 안나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팩트시트 이행에 문제가 있다고 비춰지지 않을까 싶어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미리 각급에서 국무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라며 "국무부에서도 고위급 인사가 방한할 예정이고 우리도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 등의 미국 방문 및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9.19 군사 합의의 복원 문제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9.19 복원에 대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처음부터 밝혀왔고 그 과정에서 미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라면서도 "(9.19 합의를 통한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등에 대해) 미국이 동의한 것은 아니고 아직 협의 진행 중"이라고 말해 미측이 복원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1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한 민간인이 날린 무인기기 북한에 침투한 사안에 대해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복원 과정에 미측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19일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유관 부처와 미측과 협의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해 9.19 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 2024년 6월 윤석열 정부가 합의 효력을 정지할 때는 미측과 협의하는 절차에 대해 설명한 바 없어, 효력 정지는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고 복원은 미측과 협의하는 것이 적절한 절차인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2024년 6월 3일 국가안보실은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NSC 실무조정회의 이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설명'하는 절차는 있었으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는 발표는 없었다. 4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취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치를 미·일·중·러에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설명'은 전날인 3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효력 정지 여부를 미국 등과 협의했다기보다는, 이미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통보하는 형식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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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부동산 고군분투, 이제 '진짜 무기' 꺼내야

[전강수의 경세제민] '부동산 공화국' 혁파하려면... 치밀하고 종합적인 정책 뒷받침되어야

26.02.25 06:48최종 업데이트 26.02.25 06:48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일 발신하는 부동산 관련 메시지가 실로 파격적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임대 사업자에게 주어지던 특혜성 대출 혜택을 전면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투기 세력에게 강한 압박을 가해 매물을 시장에 토해내게 만들면 부동산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일 터이다.

과거 정부들이 기득권층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했던 것과 달리, 중과 유예 종료 시점(5월 9일)을 앞두고 선제적이고 단호하게 시그널을 보낸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또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타이밍도 절묘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3년 동안 시장 마사지 정책이나 펼치며 미적대다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다음에야 초강경 부동산 조세 정책으로 급전환해서 부동산 소유자들의 반발을 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정책 같은 중대한 개혁 조치는 집권 후 1년 안에 해내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척결하고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라며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와 일전을 불사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용감한 행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워낙 분명하고 국민의 지지가 높아서 투기 세력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말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탄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경우, 강한 의지만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 시장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쥔 주력 무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대한민국을 '부동산의 덫'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까.

당장 오는 5월 9일 이후 벌어질 시장의 '역공'이 문제다. 그때부터는 퇴로가 막힌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무작정 버텨서 생기는 '매물 잠김 효과'가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에 가격 상승 압력이 존속하는 경우, 무거운 양도소득세는 매수자에게 전가되어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시장의 강한 역공을 퇴치할 대안을 준비해 놓고 있을까. 만약 대통령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5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진보 정부 때만 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속설이 대중의 마음속에 움직일 수 없는 '진실'로 각인될 것이고, 그때부터는 그 어떤 정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복원이 필수적이다

양도소득세의 '매물 잠김 효과'를 방지하고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움켜쥐고 버티는 것보다 시장에 내놓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도록 정교한 조세 조합을 마련해야 한다. 집을 계속 보유할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출구 전략이 단기적 시장 안정의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무력화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고액 보유자 위주로 강화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정치인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종부세 이야기만 꺼내면 벌벌 떠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형평성 논란과 1주택 실거주자의 반발을 피하면서도 종부세를 강화할 방법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종부세 강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과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발생한 것은 '1주택자 = 실소유자, 다주택자 =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규제 지역의 다주택자에게 과중한 세율을 적용하는 차등 과세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2021년 대폭 강화된 종부세가 고지되자 수도권 곳곳에서 세 부담의 폭증과 불공평성에 대한 시비와 불만이 분출했다. 예컨대 공시가격 40억 원짜리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22억 원과 18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이 비정상적으로 무거워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보유 가액 총합이 같은데도 보유 호수만을 기준으로 징벌적 세금을 매기다 보니 곳곳에서 형평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었다.

보유 가액 기준의 일률 누진과세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는 문제를 어설픈 방식으로 해결하려다가 벌어진 일종의 사회적 '참사'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활용해 아예 종부세 무력화에 나섰다. 과세 대상은 격감했고 세수도 크게 줄었다. 사실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은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종부세 무력화 조치에 기인한 바가 크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했던 기형적인 차등 과세를 피하면서 종부세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오직 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일률 누진과세로 전환하여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의 원칙을 복원하는 것이 옳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고액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서도 형평성 논란은 피할 수 있고, 똘똘한 한 채 논란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낮춰버린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일단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한 뒤 해마다 10%p씩 인상하고, 공시가격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되 부동산 유형별·지역별 불형평성을 과감히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염려하는 '한강 벨트' 지역 주민의 반발은 현행 장기 보유자 공제와 고령자 공제를 1주택 실거주자(단순 보유자가 아니다!) 위주의 공제로 전환하여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다. 1주택 실거주자 중 5년 이상 거주한 이들에게는 매년 10%씩 최대 80%까지 세액을 공제해 주어 부담을 덜어준다. 적용 기준은 과표 20억 원(시세 약 50억 원 상당) 이하로 설정하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최소 30%의 기본 공제율을 보장한다. 과표 20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경우 과표 20억 원 초과분에 대해 정상 과세를 적용한다.

대한민국을 '부동산의 덫'에서 구해낼 근본적 개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오는 5월 9일부터 재시행된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차익에는 최고 75%(지방세 포함 82.5%)의 세율이 적용된다. 1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외벽에 양도세 중과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사실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추어 부동산 전쟁의 '전선'을 꾸리는 전술은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 현재의 정책 방향과 종부세 복원이 결합해서 효과를 발휘하면, 정책의 목표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 경제의 질곡으로 작용해 온 부동산의 덫을 완전히 철거하는 근본적인 개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양도소득세를 상시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주택 공급 정책 방향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할 때는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일반 분양 대신,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뼈대로 삼아야 한다. 신규 공공택지에서도 이 두 주택의 공급 비율을 압도적으로 높여 서민층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조국혁신당의 정책 제안은 발상의 전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법률적 근거가 약해서 오랫동안 고전해 온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 법률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다.

아울러 주택 시장의 거품을 떠받치고 있는 금융 시스템의 수술도 불가피하다. 현재의 부동산 금융은 대출 과정에서 은행이 단 한 푼의 손해와 위험도 감당하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다. 집값이 오르면 이익은 사유화되고, 위기가 오면 부실의 위험은 사회화된다. 금융 기관 역시 대출 부실에 따른 위험을 실질적으로 분담하도록 제도를 개혁하여, 맹목적인 부동산 자금 쏠림과 가계 부채 팽창을 원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선제적인 시그널은 훌륭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그 의지가 현실의 거대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조세·공급·금융을 아우르는 치밀하고 종합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는 5월 9일 이후, 대통령이 쥔 무기가 단순한 징벌적 과세를 넘어 대한민국을 부동산의 덫에서 구해 낼 정교한 수술용 메스임이 입증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내는 대통령의 맹렬한 포화 뒤로,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구체화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료들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가.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동산 개혁의 깃발을 들었다면, 주무 부처의 장관과 관료들이 나서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대안을 국민 앞에 브리핑하고 시장을 설득해야 마땅하다.

작금의 상황은 흡사 대통령 혼자서 전선을 지키며 '북 치고 장구 치는' 형국이다. 관료들의 침묵 속에 대통령의 '고군분투'만 남는다면,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겠다는 담대한 선언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주택자양도세중과 #종합부동산세복원 #부동산의덫 #부동산공화국혁파 #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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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헌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시인.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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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 세우는 계기로

'내란사범 과도한 배려' 1심 문제 바로 잡고

내란의 본질 꿰뚫고 법리의 정합성 취하길

헌정 질서 침해한 행위에 단호한 응징 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12·3 내란 관련 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23일 사건을 배당받으며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의 체포방해 사건(형사 1부 윤성식 부장판사)과 한덕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형사 12-1부 이승철-조진구-김민아 대등 재판부)이 이 재판부에 배당되었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역시 2심이 열리면 이 재판부에서 다뤄진다.

이 재판부의 출범은 단순한 사법 행정의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입은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12·3 내란은 특정 정치인의 일탈이나 돌발적 충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집단적 시도였으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범죄였다. 국민은 지난 1년 넘게 분노와 불안 속에서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 왔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처벌의 욕구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권력자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절박한 물음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는 스스로의 독립성과 권위를 지켜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일부 판결과 재판 운영은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다. 특히 지귀연 재판부의 1심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법리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내란의 구성 요건을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와 위헌성을 충분히 천명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주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판결의 설득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다. 그러나 방어권 보장은 곧 피고인의 주장에 논리적 균형 없이 기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증거와 법리에 기초해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특히 헌정 질서를 침해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밀한 논리 구조와 치밀한 법 해석이 요구된다. 만약 법리가 일관성을 잃고, 판단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판결은 형식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기존 재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판결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논리의 산물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법리 구성, 결론을 정해 놓고 이유를 끼워 맞춘 듯한 서술, 피고인의 주장에 과도하게 기대는 해석은 또 다른 분열과 불신을 낳을 뿐이다.

12·3 내란의 본질과 법리의 정합성

12·3 내란은 윤석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집단적 헌정 유린이었다.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얽혀 있었고, 명령과 실행, 방조와 침묵, 선동과 정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항소심은 단순히 1심의 형량을 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내란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규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체포방해 사건은 법치주의의 핵심을 건드린 사안이다.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는, 국가 권력의 정당한 행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은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 그 원칙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모호하거나 이중적인 법리 해석이 제시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1심에서 드러난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내란의 중대성을 인정한다고 겉으로 내세우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피고인의 정치적 동기와 상황을 과도하게 참작하는 듯한 논리는 판결의 일관성을 해쳤다. 법리는 감정이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법률의 적용은 동일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러한 법리의 정합성을 회복해야 한다. 내란의 구성요건, 공모 관계, 실행 행위의 구체성, 헌정 질서에 미친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론이 왜 도출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판결문은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판단의 기준과 전제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는 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재판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 방어권 보장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공정성의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법정은 정치적 협상의 장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공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원칙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 신뢰 회복과 헌법 수호의 결단

이번 항소심은 사법부 전체의 신뢰 회복과 직결된다. 정의가 지연되고, 판결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때 사회적 갈등은 증폭된다.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빈 틈은 정치적 선동과 왜곡된 서사가 채운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엄정함과 신속함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충분한 심리와 치밀한 검토는 필수지만, 불필요한 지연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의 일관성과 설득력이다. 앞뒤가 맞는 법리 해석, 증거에 기초한 사실 인정, 헌법적 가치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 결합될 때, 비로소 사법부는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

내란을 방조·옹호해 온 세력에 대해서도 헌법적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전제로 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헌정 질서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내란 단죄’는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공화국의 자기 방어다. 법 앞의 평등은 특히 권력자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크다는 원칙이 분명히 확인될 때, 공화국은 건강해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 재판이 보여준 어설픈 법리 해석과 균형을 잃은 논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 수호의 책무에 따라 정합성과 엄정함을 갖춘 판결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인가. 국민은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판결을 통해 살아 움직인다. 이번 항소심이 그 사실을 분명히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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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로운 5년도 주체적 역량에 의거할 것'

[북 9차당대회 5일회의] '앞으로 5년은 안정공고화단계, 점진적인 질적 발전단계' 결론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2.24 13:10
  •  
  •  댓글 0
 
김정은 총비서가 23일 제9차당대회 5일회의에서 '강령적 결론'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총비서가 23일 제9차당대회 5일회의에서 '강령적 결론'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사회주의 전면적발전기를 개척한 지난 5년간의 투쟁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새로 시작되는 5년간의 투쟁도 역시 전적으로 우리의 주체적 력량, 우리 인민의 위대한 힘에 의거할 것"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23일 제9차당대회 5일회의에서 '강령적 결론'을 했다며 연설 내용을 소개했다.

김 총비서는 또 "조선혁명 고유의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리념은 불변이며 이것이 안고있는 무궁무진한 힘은 우리의 사회주의건설을 휘황한 미래에로 확신성있게 떠밀어나갈 것"이라며, "당중앙위원회 제9기 사업기간에도 이 세가지 리념을 변함없이 높이 들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강령적 결론'에서 대미·대남 메시지는 빠져있고 온통 경제발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건설의 전 과정은 곧 3대혁명노선이라며, "전면적 발전의 거창한 위업도 3대혁명수행에 대한 당의 령도를 강화하고 국가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것과 함께 이 사업에 대중자신이 주인답게 참가할 때라야만 더 빨리, 더 실속있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등에 대한 관리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는 극도의 태만과 무책임성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소중한 창조물들이 실지 사회주의사회 발전의 위력한 밑천이 되도록 잘 관리운영하는 것도 방대한 건설사업에 못지 않게 중대하고 책임적인 혁명과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조용원은 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이날 앞서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결정내용을 김 총비서의 결론에 앞서 당대회에 보고했다.  

김 총비서는 "당 규약의 일부 조항들과 새로 규제할 내용들을 포함한 당규약개정안을 심의하고 채택"하였으며, "제9기 당중앙위원회를 당원대중의 신망이 높으며 실천투쟁속에서 검증되고 전도가 기대되는 견실하고 우수한 동지들로 새로 구성하였다"고 하면서 "이로써 본 대회는 제8기 당중앙위원회사업을 총화하고 당사업과 혁명사업 전반에 대한 령도적책임과 역할을 새로 선거된 제9기 당중앙위원회에 인계하는 사업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결론했다.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은 "우리 경제에 있어서 안정공고화단계, 점진적인 질적 발전단계"라고 하면서 "현존 토대와 력량을 질적으로 공고히 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두 측면을 잘 배합하여야 할것이며 그밖의 다른 분야의 계획들을 협의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방향을 견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에 들어선 새시대의 요구를 다섯가지로 설명했다.

△사회주의건설 전반에서 일치한 행동통일을 보장하고 강한 기강을 세우는 것 △낡은 도식과 틀, 보수주의, 경험주의를 부시고 새 것을 부단히 창조하고 혁신해나가는 것 △사업을 과학적으로 예견성있게, 실리있게 진행하고 전문가적 자질을 중시하는 것 △생산과 건설에 대한 지도방법, 지도방식을 혁신하고 일군들의 지휘능력을 높이는 것 △사상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 등이다.

김 총비서는 "지금처럼 계속적으로 5년 주기의 계획을 수립하고 착실히 수행해나가는 것은 국력을 비축하고 리상사회를 종국적으로 건설하는데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로, 과정으로 된다"며, "이런 과정을 톺으며 모든 분야가 숙성되면 우리가 리상하는대로 나라의 국력을 공고한 기초'우'(위)에서 크게 키울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부터 10년, 20년후에는 우리 당창건 90돐, 100돐을 맞게 되는데 지금과 같은 투쟁방식으로 국가발전과 인민의 복리증진을 착실히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온 나라를 변모시키고 전국인민들을 잘살게 할수 있으며 그때에 가서 우리 당은 참다운 인민의 당으로서의 사명과 본분에 충실했음을 당당히 자부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제시했다.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대외부문 연구 및 협의회에서 김성남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이 토의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대외부문 연구 및 협의회에서 김성남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이 토의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군사부문 연구 및 협의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제9기 계획을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 군사부문 연구 및 협의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이날 5일회의에서는 당 제9기 전망목표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토의해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 "공업, 농업, 경공업, 문화, 건설, 군사, 군수, 법무, 대외, 당사업부문"으로 나누어 연구 및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분야별 5년간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서를 채택하는 일이 제9차당대회의 주요 일정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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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협정 재검토, 한국은 대미투자 강행? …진보당, 대미투자 논의 중단 촉구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2.24 19:06
  •  
  •  댓글 0
 
   
 

“트럼프 일시적 칼춤, 논의 중단 해야”
“무역법 122조도 현실과 맞지 않아”
“EU는 협정 재검토, 한국 정부는?”

김상훈 국회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김상훈 국회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거대양당은 특위를 꾸려 오늘, 내일 대미 투자 논의를 이어간다. 진보당은 “트럼프의 ‘관세 칼춤’은 일시적”이라며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계속되는 거대양당의 대미투자법 특별위원회 논의를 두고 진보당은 “트럼프의 압박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논의를 중단하고, 우리 기업과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미연 진보당 대변인은 미연방법원이 상호관세 위헌판결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를 15%로 올린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공포를 느끼며 굴복하고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트럼프의 칼날은 이미 무뎌졌다”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상호관세 위헌 판결에 따라, 그동안 미국에 추가로 납부한 관세를 돌려달라는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분석도 진보당 주장을 뒷받침한다. 로이터통신은 관세환급 요구액이 1,750억 달러(약 253조 6,625억 원)에 달할 것이란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미 미국 대형 운송업체 페덱스(FedEX)는 정부를 상대로 납부한 관세 전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다시 관세를 15%로 올리며 궁여지책으로 빼든 무역법 122조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킴벌리 클라우징과 모리스 옵스펠드 연구원은 “이 조항이 발동하려면 미국이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상태여야 하는데, 지금 미국 경제 구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유럽연합은 관세환급과 협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법안처리를 즉각 유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24일 국회에서 본격적인 대미투자특별법 논의가 시작됐으나, 국민의힘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사법3법을 이유로 합의사항을 파기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늘 회의에서는 소위구성, 공청회, 법안상정, 대체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정치적 이유로 특별법을 볼모로 삼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볼모로 잡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트럼프 관세가 불법으로 판결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미투자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권정부라는 별칭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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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텍사스...한국 반도체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24 10:40
  • 수정일
    2026/02/24 10: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반도체 특별과외]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 세계의 리스크

26.02.24 06:43최종 업데이트 26.02.24 07:13

2021년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킬린의 195번 주도 표지판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겨울 폭풍 '유리(Uri)'가 텍사스에 기록적인 추위와 정전을 몰고 온 가운데 결빙과 강수를 동반한 폭풍이 미국 내 26개 주를 휩쓸고 지나갔다.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하면 흔히 뜨거운 태양, 사막, 석유, 카우보이를 많이 떠올립니다. 실제로 텍사스는 기후가 대체로 온화한 편입니다. 휴스턴·오스틴 등 중남부는 아열대성 기후에 가깝고, 겨울 평균기온도 영상권입니다. 미국 내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 중 하나이고, 전력 요금이 낮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이 많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1년 2월, 이 통념을 깨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북극의 찬바람이 미국 중남부까지 내려오면서 텍사스 곳곳의 기온이 영하 20℃ 안팎까지 급락한 겁니다. 평소 혹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텍사스는 발전·가스 설비가 동파되거나 멈춰 섰고, 갑작스러운 추위에 난방을 위한 전력수요는 급증했습니다.

텍사스는 워낙 자체 에너지가 풍부하다 보니 미국 안에서도 드물게 독립 전력망을 운영하는데, 이에 따라 다른 주와의 전력 연계가 제한적인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전력 부족 사태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그로 인해 대규모 순환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날씨는 추운데 난방을 위한 전기의 공급이 끊기자 많은 이들이 추위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2021년의 텍사스 한파는 공식 집계로 246명 이상이 추위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자연재해 피해 중 하나입니다.

정전이 장기화하자 텍사스 주정부는 지역 내 대형 산업체에 전력 사용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이니까요. 가장 먼저 표적이 된 건 24시간 365일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반도체 팹입니다. 반도체 팹 하나가 발전소 하나 분량의 전기를 쓰니까 가동 중단에 의한 효과도 가장 큽니다.

이에 따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의 팹은 1998년에 운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동을 멈춰야 했습니다. 삼성전자 외에도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XP,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인피니온, 아날로그·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TI가 수일에서 수주간 팹 가동을 멈췄습니다.

반도체 공정은 표면에 아무것도 없는 순수 웨이퍼가 수 주 동안 수백 단계 공정을 거치며 회로를 새겨서 완성되는데, 워낙 미세한 회로를 그려내다 보니 환경에 민감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클린룸 내부의 온도나 습도에 변화가 생기거나 장시간 팹 운영이 중단되면 공정을 진행 중이던 웨이퍼의 상태가 변해 상당수를 폐기해야 합니다. 업계 추산으로 삼성 오스틴 공장의 직접 손실만 수억 달러 규모였고, TI, NXP, 인피니온도 큰 생산 차질을 빚었습니다.

문제는 시점이었습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노트북 등 IT 기기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급증했고, 전기차 전환과 함께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빠르게 늘던 때였습니다. 안 그래도 수요는 늘고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던 상황에서 IT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텍사스의 주요 팹이 동시에 멈춘 겁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팹 전경. 2021년, 혹한으로 반도체 팹이 멈추는 일이 발생했습니다.삼성전자

반도체 없으면 자동차도 없다

그 파장은 곧장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셧다운으로 이어졌습니다. 핵심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한 완성차 업체들은 조립 라인을 멈춰 세워야 했고, 주인을 찾지 못한 미완성 차량들이 공터에 가득 쌓인 채 반도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특정 지역에 산업 인프라를 과도하게 밀집시켰을 때, 예기치 못한 국지적 사고가 어떻게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마비시키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본래 반도체 팹은 전력·용수·소재·물류라는 주요 인프라가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야 돌아가는 정밀한 생태계입니다. 특히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단위 면적당 전력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매일 수만 톤의 초순수와 냉각수가 쉼 없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외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한 시설일수록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리스크 분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한 지역의 마비가 전체의 궤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체 거점을 마련하는 분산 배치를 입지 선정의 대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텍사스 한파와 정전 사태로 인해 우리는 기후 위기 앞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전략 산업을 한곳에 과도하게 모아 놓을 경우 한 번의 위기로 모든 것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걸 체험했습니다. 만약 당시 자동차용 반도체 주요 생산 거점이 텍사스 외 다른 곳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었다면, 피해는 일부 지역 안에서 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 현재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에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럽게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과 해당 국가는 실패에서 교훈을 배웠습니다.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대만과 일본에 팹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미국 내 신규 팹을 뉴욕주와 아이다호 등 복수 지역에 나눠 추진하고, 싱가포르에도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다호나 뉴욕주 중에서 하나 골라 거기에 클러스터라는 이름으로 팹을 다 모아 놓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마이크론은 전력·용수·정치·기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판단한 겁니다.

유럽연합(EU)도 칩스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고, 미국 역시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되 특정 주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팹은 더 이상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공장에 그치지 않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략 인프라를 과녁 삼아 한곳에 모아 놓는 경우는 없습니다.

수도권에 반도체 팹 모아 놓는 위험한 도박

한국 반도체 팹은 수도권, 특히 경기 남부에 밀집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반도체 산단을 용인에 짓겠다는 건 짚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록적 폭우, 장기 가뭄, 전력 수급 오류, 지반침하(싱크홀) 등은 모두 확률은 낮아도 파급력은 큰 사건들이며, 10년에 한 번, 30년에 한 번 발생하더라도 한 곳에 모아 놓은 반도체 단지 전체에 궤멸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약 20~30%를 오갑니다. 반도체 단지가 한 달만 멈추더라도 우리 국가 경제 전반의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일 겁니다. 공급망이 글로벌하게 얽힌 상황에서, 한국발 반도체 차질은 세계 IT 생태계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세계가 주목해야 할 정도의 큰 리스크입니다.

물론 반도체 팹의 분산 배치는 비용이 더 들고, 인프라 중복투자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반도체 팹의 입지를 선정할 때 평균 비용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 입게 될 손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을 지킬 것인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용인국가산단은 아직 공사가 시작 전이라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진행상황. 아직 착공 전이라 언제든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용인시청

반도체 초호황기인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호남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리스크 해소를 위한 반도체 팹의 분산 배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반도체 생태계를 탄생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은 수도권 집중이 불러올 잠재적 재앙을 외면한 채 안일한 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온화한 날씨와 풍부한 에너지를 자랑하던 텍사스가 북극 한파에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어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세계 산업이 멈춰 섰던 그날의 비극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거대한 자연의 변덕과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서 인간이 쌓아 올린 효율은 한낱 모래성에 불과함을 겸허히 인정해야 합니다.

반도체 팹의 분산은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의 논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이자 국가 서바이벌 전략입니다. 지금 내리는 결단이 훗날 우리 경제의 숨통을 틔울 생명선이 될지, 아니면 거대한 재앙의 도화선이 될지,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반도체 #호남권RE100반도체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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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마친 이재명 대통령.. 다시 부동산 정상화 ‘고삐’

  • 이상호 대표기자

  • 업데이트 2026.02.24 09:20

  • 댓글 0

“저항이든 순응이든 각자의 자유…손익 역시 각자의 몫”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부동산 정상화 고삐를 조였다. SNS를 통한 메시지 전쟁이 시작된 것.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전 8시30분경 “대통령 '다주택 압박' 통했다…집값 오를 것이란 기대 한 달 새 반토막”이라는 JIBS 제주방송의 기사를 공유하며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라는 제하의 메시지를 X(구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미지 출처=이재명 대통령 'X' 캡처>

이 대통령은 게시물에서 “우리 국민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비정상임은 알고 있고 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지지”한다고 전제하고, “권력은 규제, 세제, 금융, 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문제는 권력의 의사와 의지”인데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라며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미리 알려드립니다”라고 운을 뗀뒤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평당 3억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대한민국 정상화 (의지를) 믿거나 말거나, 저항할 지 순응할 지는 각각의 자유이지만, 주식시장 정상화처럼 그에 따른 손익 역시 각자의 몫”이라고 권고했다.

이 대통령은 “비정상인 집값 상승세가 국민주권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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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제도야말로 민주·법치주의에 부합한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namoo0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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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피해 본 국민이 헌재에 구제 청구 가능

사법부, 권력 하수인으로 '사법농단' 전력

'헌소 대상서 재판 제외'는 법치주의 부정

'헌소법 개정안서 독소조항 삭제' 법사위 통과

조희대 "국민에게 피해 갈 수 있어" 강변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소원·법 왜곡죄 도입과 대법관 증원을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강변하였다.

“국가 권력 중 그 어느 것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명제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이다. ‘재판 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 소원의 대상으로 한다. ‘헌법 소원’이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기본권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권력’에는 입법권, 행정권뿐만이 아니라 바로 사법권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범주에 결코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25.12.5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가 권력 중 그 어느 것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한국에서는 1988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했을 때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유독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억지로 삽입함으로써 헌법소원의 대상에 입법권과 행정권만 포함시키고 오직 사법권만을 제외시켰던 것이다.

특히 이 나라 사법부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의 인권을 명백하게 유린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즉, 박정희 유신정권 시기, 사법부는 군사정권의 위헌적인 긴급조치를 아무런 비판 없이 무조건 적용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유신 권력의 국가 폭력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 이후 조희대와 지귀연 그리고 우인성으로 대표되는, 너무나 명백하고 왜곡된 ‘사법농단’은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궤도를 너무도 크게 이탈하는 행태들이었다.

본래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사법부 불신’과 ‘사법 통제’의 필요성에서 유래한 제도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할 당시 정작 법원 재판을 헌법 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렇듯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것은 재판 영역에 대한 ‘헌법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법치주의의 부정에 다름 아니었다. 이렇게 하여 결국 국민들이 위헌적인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을지라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전혀 부재한 “법원이 법 위에 군림하는” 미로의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는 독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새로운 특권을 만드는 것이 전혀 아니다. 1987년 헌법이 예정했던, 그러나 입법의 미비로 뒤틀려 있던 ‘모든 공권력에 대한 헌법적 통제’라는 당연한 상태로의 정상화이다.

정말 조희대 대법원장의 강변처럼 재판 소원 제도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재판소원 허용 여부는 ‘특정 기관의 이해와 시각’이 아닌 ‘국민의 이익과 입장’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판소원의 허용이라는 문제는 결국 국민 기본권을 구제하는 방법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말과 정반대로 반드시 국민에게 커다란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재판 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타이완의 경우, 연간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전체 사건의 80∼90%가 재판 소원의 문제다. 이는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법원 재판의 문제가 일반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또 그에 대한 반발도 막대한 것인가를 웅변해주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반드시 재판 소원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보완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재판 소원은 4심제가 아니다

대법원은 재판 소원 도입이 ‘4심제’를 초래하여 사법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소송 지옥’을 만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테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 재판과 일반 재판의 경계선을 명확히 획정하고 있다. 사실 인정이나 단순한 법률 적용의 오류는 일반 법원의 몫이며, 헌법재판소는 오직 판결 과정에서 ‘기본권의 의미와 보호 범위를 잘못 판단했는가의 여부’만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재판하는 상급심이 아니라, 판결 내용 중 헌법 정신이 투영되었는지를 검증하는 ‘특수 심판 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실제 독일의 법관들은 이 재판소원 제도에 의하여 자신의 판결이 헌법적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더욱 정교한 법리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정의를 완성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빛의 혁명으로 진압한 지금이야말로 사법개혁의 명분과 토대가 더 이상의 좋은 조건이 마련되기 어려울 정도로 최상의 상황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이 자행된 이후 조희대 사법부가 드러낸 갖가지 ‘사법농단’의 행태들은 사법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차대한 사안임을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분명하고도 명징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제도 언론과 일부 인사들은 매일 같이 관행처럼 갖가지 궤변과 협박을 일삼으며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위해 ‘분투노력’하고 있다. 냉정하게 반성하건대, 그간 민주진보 정부는 그러한 보수세력의 ‘공격’에 번번히 주눅 들고 설득되어 결국 국민이 ‘명령’한 개혁을 스스로 좌절시켜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절대 그러한 일들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촛불혁명에 이어 빛의 혁명으로 또다시 이 나라 민주주의를 구출해낸 국민들의 위대한 헌신을 또다시 무위로 돌려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긴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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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1심 재판 판결문이 확인해준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장석준 칼럼] 내란 재판 이후 '대한민국 민주정'에 대한 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6.02.24. 05:26:07

19일, 내란범 윤석열 일당의 1심 재판이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끝났다.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과연 친위쿠데타 세력을 제대로 단죄할지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어쨌든 내란 진압 기조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판결이 나왔다.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내란 진압 과정이 참으로 어렵게, 하지만 후퇴는 없이 또 한 단계를 완료한 셈이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는 정색하고 따져봐야 할 대목이 많았다. 여러 지적들이 있지만, 특히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은 12. 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인 이유를 '국회에 대한 군 투입'으로 아주 좁게 해석했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군 동원을 통한 국회 활동 방해 말고 비상계엄 발동 자체는 대통령이 헌법상의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못받는다. 너무 두루뭉술한 문구라 친위쿠데타 시도의 빌미가 되기는 했지만, 상식인이라면 누구도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다고 답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상황이 헌법상 계엄 요건에 해당했다는 윤석열의 억지 자체가 헌법 위배라는 헌법재판소 판결문 취지가 1심 재판부의 '국헌문란 폭동' 판결 사유 중 하나로 반드시 포함됐어야 했다.

이런 내용을 빼고 12. 3 비상계엄이 '내란'인 이유를 아주 좁게 해석한 1심 재판부 판결에는 '대통령'을 둘러싼 특정한, 그리고 아주 강력한 관념이 깔려 있다. 1심 재판부의 의식 구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다수 국민의 상식과는 완전히 딴 판인 정신세계에 따라 평온한 일상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판단할 자유를 누리는 자다. 더구나 단순히 정신병원 보호실 안에서 이런 공상을 즐기는 게 아니라, 국회를 타격하지만 않는다면 이 공상에 따라 군대를 거리에 풀 수도 있는 자다. 악명 높은 파시스트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결단'에 허용된 재량의 폭이 이 정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그나마 윤석열은 정신병원 보호실은 아니라도 구치소에 격리돼 있지만, 지금, 12월 3일 밤에 윤석열이 품었던 것과 같은 망상에 따라 매일 세계인을 괴롭히는 '결단'을 반복하는 대통령도 있다. 바로, 미합중국 제47대 대통령 도널트 트럼프다.

윤석열만큼이나 '비상(emergency)'을 사랑하는 트럼프는 그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에 '관세' 협박을 자행해왔다.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드디어 여기에 '위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 법전에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구하지 않고 혹은 그런 승인을 기다리기 전에 관세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게 허용하는 '비상' 법률들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써먹을 수 없게 되자 곧바로 무역법을 들고 나와 이른바 '세계 관세' 15%를 선포했다.

게다가 잇단 폭정과 '엡스타인 파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정부는 이란 공격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합중국 대통령은 자국이 타국으로부터 공격이나 선전포고를 받지 않아도 이렇게 다른 수많은 이유로 타국을 침공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단순히 '광인'의 명단에 윤석열에 더해 트럼프의 이름을 써넣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원산지인 '대통령'이라는 제도 자체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12. 3 내란에 대한 1심 재판부 판결이 보여주듯이, 그리고 현재 트럼프 정부의 행태가 보여주듯이, 대통령은 '정상 상태'인 시기에 의회, 법원과 함께 국가를 운영할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비상 상태' 혹은 '예외 상태'에 군을 동원해 국가 전체를 병영으로 만들 권한이 있다. 그리고 지금이 과연 '정상 상태'인지, '예외 상태'인지 판단할 권한 또한 전적으로 대통령 개인에게 있다.

한국처럼 국회가 나서서, 미국처럼 법원이 사후적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겠지만, 일단 단행된 조치(비상계엄령 등)가 과연 제도적 안전장치를 통해 중지될 수 있을지는 실은 상당 부분 '역사적 운'에 달려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한국인들은 이 '운'의 시험을 마치 기적처럼 통과했고, 미국인들은 이제 자신들의 '운'이 어떠한지 가슴 졸이며 확인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민주정'의 '정상'적인 한 유형이라 배워온 대통령제, 이것은 얼마나 '예외' 투성이인 위험천만한 제도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메니코 로수르도가 던진 물음,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

나는 지금 2018년에 작고한 이탈리아 좌파 정치철학자 도메니코 로수르도의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이탈리아어판: 1993, 영어판: 2024)의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이 지면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다("6공화국 한국 정치,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 <프레시안> 2021, 12. 22; "내란 이후 1년, 여전히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중대한 질문들", <프레시안> 2025. 12. 9).

12. 3 비상계엄 얼마 전에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의 영어판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나는 이 책을 우리말로 꼭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제를 돌아보는 데 더없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친위쿠데타가 벌어졌다. 사태가 조금은 진정되고 난 뒤에 든 생각 중 하나는 <민주주의인가, 보나파트르주의인가>가 이미 번역돼 나와 있었다면 내란의 정체를 둘러싼 토론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영어판 중역(重譯)이라는 아쉬운 방법을 통해서나마 이 책을 소개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계약을 맺어야 할 이탈리아어판 출판사와 연락이 쉽지 않아 일정이 늘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번역이 끝나간다.

<민주주의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에서 로수르도가 펼치는 풍부한 논의를 이 지면에 맞춰 짧게 요약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제에 관한 이 책의 중요한 지적 가운데 일부를 간략하나마 미리 소개하고 싶다.

우선 이 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우리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당연시하는 '1인 1표'의 보통-평등선거 원리가 역사 속에서 숱한 반발을 이겨내며 참으로 어렵게 실현돼왔다는 점, 그리고 사실은 지금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가 '민주주의의 사도'로 잘못 알고 있는 19세기의 위대한 자유주의자들(A. 토크빌, J. S. 밀 등)이 그런 반발을 이론적으로 대표했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보통선거제 대신 재산세 납세자(즉, 부르주아 남성)만 선거권을 갖는 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오로지, '1인 1표'가 실현될 경우에 다수의 힘으로 부르주아계급을 압도할 것처럼 보인 노동계급, 하층 대중의 정치세력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848년 2월 혁명으로 들어선 프랑스 제2공화국이 유럽에서 최초로 남성보통선거제도를 실행하고부터는 보통-평등선거 원리의 확산을 막는 전통적 방파제(재산세 납세 유권자제도 등)에만 의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때 뜻밖에도 제2공화국이 남성보통선거제와 함께 도입한 미국식 대통령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국민투표형 선출을 통해 의회 내 어떤 개별 의원보다 더 커다란 정당성을 확보하며 초대 대통령이 된, '대'보나파르트의 조카, '소'보나파르트(이후의 나폴레옹 3세)는 1851년에 12. 3 내란의 원형인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 임기를 무려 10년으로 늘렸다. 다시 1년 뒤에는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전환하자는 국민투표를 통해 기어코 삼촌처럼 황제가 됐다.

남성보통선거제도를 실현한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한 지 불과 4년만에 민주공화국이 잇단 국민투표(와 국민투표형 대통령선거)와 친위쿠데타를 거쳐 제국으로 전락한 것이었다. 당대의 가장 날카로운 논평가였던 카를 마르크스는 이러한 '보나파르트주의' 현상을 '민주공화국의 자살'이라 규정하며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토크빌을 비롯한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이 반-자유주의 정치 체제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국내에서는 철권을 휘두르고 해외에서는 제국주의 전쟁을 일삼는 나폴레옹 3세의 황제정은 '1인 1표' 원리 때문에 하층 계급이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를 일거에 해결해줬다. 형식적인 투표는 없어지지 않았지만, 의회를 늘 압도하는 막강한 행정부를 장악한 단 한 사람의 최고 집권자가 사실상 모든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평등선거를 일정하게 실시하더라도 기존 계급 질서를 유지할 길이 드디어 발견된 것이었다. 그것은 대의기구가 아니라 행정부에 실권을 집중시키고, 다시 한 명의 지도자가 그 행정부를 쥐고 흔들게 하는 것이었다.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의 독특한 점은 이런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를 19세기 프랑스로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나파르트주의를 '1인 1표' 원리와 계급 지배의 현실이 충돌하는 모든 자본주의 사회로 '일반화'한다. 그 원조는 단연, 대통령제의 원산지 미합중국이다. 프랑스 제2공화국이 미국식 대통령제라는 '귤'을 유럽 대륙으로 가져와 보나파르트주의라는 '탱자'로 만들어버린 게 아니었다. 미국의 원판 대통령제 자체가 탱자 씨앗이었다.

로수르도는 이를 밝히기 위해, 미국 헌법을 제정한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 당시에 13개 주의 상황이 얼마나 1848년 프랑스와 비슷했는지 보여준다. 물론 아직 농업사회였던 북아메리카 13개 주의 목가적 풍경과, 수 차례의 유혈 정치혁명과 산업혁명을 겪으며 현대적 계급투쟁이 이미 자리잡은 파리의 풍경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라델피아에 모인 각 주의 명사들 역시 1848년 프랑스 부르주아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13개 주의 독립 직후에 벌어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빚에 쪼들리던 영세 농민들의 납세 거부-부채 상환 거부 반란(셰이즈 반란)이었다. 총을 들고 봉기한 농민들은 바로 몇 년 전 영국군에 맞서 싸웠던 대륙군의 용맹한 노병들이었다. 비록 보통선거는 아니어도 동시대의 영국, 프랑스와 달리 많은 주에서 소농에게까지 선거권이 확대돼 있던 상황에서 이런 '무장' 하층 계급의 존재는 헌법안 작성자들의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 대목에서 영민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주목한 것이 고대 로마공화국의 독재관제도였다. 로마공화국은 내전이나 외침이 발생할 때마다, 그러니까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 명의 독재관을 지명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전권을 부여했다. 저 유명한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스>의 저자들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아니라, 간접선거라는 안전장치를 단 국민투표형 선출 절차를 거친 현대의 독재관이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도록 설계했다. 이 전례 없는 직위에 붙은 이름이 '대통령'이었다.

미합중국 대통령은 이런 등장 배경에 어울리게 처음부터 내란(제2, 제3의 셰이즈 반란뿐만 아니라 흑인 노예의 잠재적 반란 가능성)과 외침(영국, 프랑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주민들)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외 상태'의 출현을 강하게 가정하고는, 그런 상황이 도래했을 경우에 의회를 신경쓰지 않은 채 독재관답게 행동하도록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의 여지를 부여했다.

이후 1812년 영미전쟁부터 최근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극까지 두 세기의 역사를 거치며 분명해진 것은 이런 비상대권을 행사할 '예외 상태'인지 아닌지 원천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미합중국 대통령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이전에 헌정이 아직 원활히 작동할 때에도 의회는 실은 대통령에 의해 군사행동이 이미 시작된 뒤에 이를 '인준'했을 뿐이다. 원로원이 임명하던 고대 로마의 '독재관'과 달리, 이런 미국 대통령에 어울리는 번역어는 '독재자' 쪽에 더 가깝다.

다만, 초대 대통령부터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던 프랑스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임기가 최대 8년을 넘지 않는(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예외) 독재관 사이의 평화적 권력 승계가 계속됐고 '예외 상태'에 따른 통치가 무기한 연장되는 일 없이 '정상 상태'와 '예외 상태'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통치가 유지됐다. 로수르도는 이를 '연성 보나파르트주의(soft Bonapartism)'라 부르며, 유럽에서 명멸했던 보나파르트주의 정권들과 달리 미국의 연성 보나파르트주의는 하나의 정치 체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보나파르트주의의 한 형태다. 즉, 보통-평등선거에 바탕을 두지만 언제라도 민주주의와는 정반대되는 체제로 전환될 위험천만한 가능성을 제도적 실체로서 품고 있는 체제다. 2024년 12월 3일 낮의 일상에서 돌연 그날 밤의 환란으로 돌진한 대한민국 제6공화국과,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침공하고 중간선거 결과를 무시할 위험성과 마주한 2026년의 미국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규정이 있겠는가.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 말이다.

내란 재판 이후 '대한민국 민주정'에 대한 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렇게 커다란 위험성을 품고 있더라도 어쨌든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는 그 고향에서 두 세기 넘게 안정적으로 지속됐다. 그런데 왜 하필 제47대 대통령 아래에서 이 오래 묵혀 두었던 인화 물질이 폭발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왜 우리는 그 이유를 트럼프의 인격적 파탄이 아니라 '연성 보나파르트주의 체제'에서 찾아야 하는가?

아마도 입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설은, 지금 지구자본주의가 직면한 초유의 위기 상황이 보나파르트주의가 품은 반-민주주의의 불씨를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전례가 있다. 이번 위기 전에 인류가 겪은 가장 커다란 위기였던 1929년 대공황 이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독일형 파시즘인 나치 체제가 출현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바이마르 공화국을 의회정부제(의원내각제)로만 기억하지만, 대공황 발발 뒤의 말기 바이마르 공화국은 실은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나파르트주의 체제였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비슷한 보나파르트주의 체제들(연성이든 아니든)이 더 큰 위기를 맞아 또 다시 반-민주주의로 돌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윤석열 일당 1심 판결 이후 내란 진압을 위한 토론이 더욱 깊어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다가, 아니 직선 대통령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다가 그 대통령에 의해 반-민주주의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했던 우리의 이 정치 체제를 이제 피고석에 세워야 한다.

또한 연성 보나파르트주의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가 갖춰야 할 요소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없거나 너무 약한 요소들, 즉 일하는 국회와 다양한 정당, 노동조합과 시민 참여 통로에 대한 토론을, 늦었더라도, 시작해야 한다. 한때 이야기되던 개헌의 가능성마저 안개에 휩싸인 형편이지만, 그래도 파시즘이라면 불씨조차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은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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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협 요소인 주한미군이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가!”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23 [18:07]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전투기를 서해로 출격시켜 중국을 도발한 미국의 행태에 규탄을 쏟아냈다.

 

진보당·국민주권당과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정당·단체 112곳은 23일 오후 1시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했다.

 

© 자주통일평화연대

 

앞서 18~19일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한국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서해상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인근까지 접근해 전례 없는 대규모 훈련을 진행했다. 이에 중국 전투기도 출격하면서 미중 전투기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주한미군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서해를 전장으로 만들고 우리의 주권을 무참히 파괴하는 엄중한 사태가 벌어졌다”라면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전개되면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를 공식화”했다며 “주한미군이 한국을 발진기지로 삼아 대중국 군사 압박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사후에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었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위한 항공모함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라면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은 그 어떤 동맹보다 우선한다”라고 역설했다.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주한미군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 ▲주한미군의 모든 작전과 훈련에 대해 사전 협의와 실시간 정보 공유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것 ▲우리 영토와 영공에서 이뤄지는 모든 군사 행동에 대해 대한민국의 확고한 주권이 행사된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할 것을 주문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안보 주권이 전쟁 제국 미국의 동맹 정치에 종속된 상황”을 거부하고 “자주적이고 균형 잡힌 평화 외교”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한반도를 전쟁기지로 만드는 위험한 전쟁훈련을 자행하는 미군은 이 땅에서 나가야 한다”라면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군이 주둔하는 평택, 오산, 군산 등 이런 군사기지가 바로 타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앞으로 “미국은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대한민국 정권과 협의도 없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마음대로 훈련하고 출격하고 필요에 따라 국지전을 벌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자주통일평화연대

 

앞서 미국의 무도한 행태를 규탄하는 단체의 입장도 나왔다.

 

21일 자민통위는 논평에서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패권 전략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주한미군 탓에 한국이 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로 드러났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측에 항의한 것에 더해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라면서 “전쟁 방화범, 평화 파괴 주범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라고 주장했다.

 

22일 촛불행동은 “전쟁을 부르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군사행동을 막아야 한다”, “당장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자유의 방패’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주한미군 전투기의 서해 출격은 자유의 방패 훈련의 성격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훈련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평화이음도 같은 날 논평에서 “사태가 대단히 심각하다”, “한국을 전초기지 삼아 중국과의 전쟁을 연습한 미국 탓에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라면서 “주된 안보 위협 요소인 주한미군이 과연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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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저” “부산만은”…여 우세 구도 속, 격전지 탈환이냐 사수냐

지방선거 D-100…4년만에 뒤집어진 여야 판세

최하얀기자

  • 수정 2026-02-23 06:54등록 2026-02-23 05:00

6·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20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에서 승리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했다.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 날개까지 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후 거침없는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4년 만에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정부 출범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얼마만큼의 승리를 하는지가 관건일 정도로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펼쳐진다. 여당은 정권 안정론과 내란청산 기조로 압승을 벼르는 반면, 야당은 정권 견제론을 앞세워 총력 수성전을 펼칠 전망이다.

최대 격전지 서울·부산

최대 격전지는 서울이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 힙입어 전국에서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가 형성돼 있지만, 4선의 오세훈 시장이 버티는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민주당이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경우 지방선거 승리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서울 탈환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과 탄핵, 당 내홍 등의 여파로 움츠러든 국민의힘은 오 시장의 높은 경쟁력과 보수화된 서울의 인구·경제 구조를 강조하며 ‘서울 사수’에 당 명운을 걸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다음달 7일 권리당원 100% 투표로 치러지는 1차 예비경선에서 현재 후보군인 박홍근·서영교(4선), 박주민·전현희(3선), 김영배(재선)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을 5명으로 추릴 예정이다.

서울과 대구·경북 외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도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김동연 현 지사, 추미애·권칠승·한준호 의원, 양기대 전 의원 등 후보군이 넓은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부각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행정통합이 추진되는 충남·대전의 경우 통합 결과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달라질 수 있는데, 국민의힘은 지역별 의원들 간 찬반이 엇갈리며 통합에 대한 당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 “윤석열 키즈 청산”, 야 “이재명 실정 심판”

민주당은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상황을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삼을 예정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선출된) 인천·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경남·울산 등 8개 지역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은 윤석열 키즈로 이들을 퇴출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높은 집값 등 부동산 문제와 고물가·고환율 등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경제 환경이 현 정부 실정 때문임을 부각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승부처인 서울·부산·충청 등을 모두 수성하는 ‘어게인 2022’ 달성을 목표로 ‘개혁 공천’도 내걸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지율, 직무 평가, 주민 신뢰가 기준 미달이면 용기 있게 교체해야 한다”며 ‘물갈이 공천’을 예고했다.

최하얀 장나래 김채운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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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李대통령과 '다주택' SNS 설전…"李가 기적의 억지"

장동혁 "부동산 문제, 다주택 때문 아냐", 나경원 "대통령이 기적의 논리"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6.02.22. 18:28:14

'정부의 다주택 압박 기조가 전월세 불안을 초래할 것'이란 국민의힘 측 입장을 이재명 대통령이 "기적의 논리"라며 비판하자, 이번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통령을 겨냥 "기적의 억지"라고 재비판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야당과 대통령의 SNS 설전이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22일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서 "밤늦게 (이 대통령이) 또 엑스(X)에 올린 '기적의 억지'를 보았다"라며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 시장이 안정된다는 그 억지는, 굶주린 사람에게 '밥을 안 주면 식욕이 줄어든다'고 윽박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몽땅 차지해서가 아니다. 이 정권의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들의 팔다리가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집을 사기 보다 전세, 월세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려는 청년 세대도 많다", "다주택자가 모두 집을 내놓으면 이들은 누구에게 집을 빌려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빼앗고, 시장에 나온 매물들을 현금 부자와 외국인 자본에게 헌납하는 것이 대통령님이 말하는 공정인가"라며 "본인의 아파트는 50억 로또로 만들어놓고, 지방의 낡은 집을 지키는 서민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세금이라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위선은 그 자체로 주권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1년도 안되어서 집값이 8.98% 폭등했다"며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들이 물만 먹고 16년을 모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산의 절벽'이 세워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택 임대는 공공이 맡아야 한다는 고집은 결국 국민의 자산 형성을 막고 국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통제경제 선언", "국민을 평생 정부의 월세 세입자로 가두려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등 이 대통령의 다주택 압박 기조를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엑스 글을 겨냥 "대통령의 논리야말로 시장 현실을 외면한 '기적의 논리'"라며 "부동산 거래를 위한 대출은 꽁꽁 묶어놓고, 추가 임대주택 공급도 요원한데 다주택자만 협박하듯 몰아붙이면 시장이 얼어붙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공급이 사라진 시장에서 남는 것은 미친 전세가와 월세 가속화뿐이다"라며 "(다주택 압박은) 결국 서민주거불안을 키우고, 미래세대의 삶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본인 죄지우기 사법파괴를 앞두고, 부동산으로 시선돌리기에 전력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 및 대환 규제 등 검토와 관련, 해당 기조가 '전월세 불안'을 초래할 것이란 국민의힘 주장을 두고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인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글에서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든다"라며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축소만 부각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 서민주거가 안정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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