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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누리호·다누리 주역들 7개월 표적감사 후 중징계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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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5/15 07:58
  • 수정일
    2024/05/15 07:5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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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변호사 “과기부 감사관, 노조법과 단협 알고도 무시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어”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 앞둔 다누리를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지난 9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장으로 있던 시절 진행한 감사원의 감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시절 검찰이 진행한 수사가 “정치감사·정치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임당하고 일터에서 쫓겨난 40·50대 가장이 받은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치 감사·수사” 양상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우주항공청 개청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이하, 항우연노조) 관계자들 또한 무려 7개월 동안 감사를 받았다. 감사는 노조 상급단체 간부를 출입시켰다는 내용 등으로,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출입을 신청하여 기관의 승인을 받아 출입시킨 것을 문제 삼는 식이어서 논란이다. 감사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기술 유출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는데, 최근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무리한 수사의뢰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R&D 예산삭감, 우주청 비판 연구기관노조 표적 삼아
노조법, 단협도 무시한 7개월 감사 결과
취재 응하지도 않고, 국회의원 자료제출 요구도 거부


 “우주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는데, 왜 우주정책과 국가전략은 뒷걸음질을 치는 것인가?” - 2023년 6월 1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 성명
 “윤석열 정부는 정치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과학기술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 2023년 8월 25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성명서

이는 지난해 항우연노조와 상급단체에서 낸 성명과 보도자료다. 항우연노조와 상급단체는 이같이 윤석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우주항공청 개청 방향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 왔다. 정부정책 영향으로 세수가 심각하게 부족해지자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R&D 예산을 삭감하는 식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 다른 성공적인 우주선진국 선례와는 다르게 조직을 분할하여 국가 우주개발 역량을 분산시키면 안 된다는 비판 등이 골자다. 노조는 같은 해 4월 연구원들에게 초과근로수당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노조 전·현직 간부 및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시작했다.

과기부가 보도설명자료에 명시한 특정감사 착수 날짜는 2023년 9월 4일이다. 감사는 올해 3월 27일까지 이루어지고, 결과는 올해 4월 1일 항우연을 경유해 감사 대상자들에게 통보됐다. 무려 7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감사를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기술유출 의혹이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곧바로 조합원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하며 기술유출 의혹을 수사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검찰수사도 7개월 가까이 이루어졌다.

검찰수사를 받은 노조 조합원들은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 유출 때문에 지금 특정감사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특정감사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난 2022년 말 계약을 통해 항우연에 기술이전료를 내고 정식으로 기술을 받기로 한 상황이었다. 연구자들이 기술을 몰래 빼돌릴 이유가 없는데 기술유출 의혹이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여당 의원이 이를 옹호한 것이다.

검찰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과기부 감사관실에서 진행한 특정감사 결과는 노조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중징계 및 징계였다. 노조에 따르면 과기부는 항우연에 신명호 전 항우연노조 지부장 등 2명에 대해 중징계, 전 노조 사무국장 등 3명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그리고 신 전 지부장 등 3명에 지급된 연구수당 환수 등을 요구했다.

과기부가 중징계 및 징계 사안으로 문제 삼은 것은 ▲ 노조 상급단체 관계자 출입 ▲ 근로시간 면제자 연차사용 ▲ 근로시간 면제자 연구수당 지급 등 세 가지다.

이는 노·사 단체협상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무시한 판단이었다.

노동조합법 제5조와 제33조 ⓒ민중의소리


우선 ‘노조 상급단체 관계자 출입’ 관련해 노조법 제5조 2항을 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아닌 노조 조합원은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노사 단체협상에 따르면, 노조 상급단체 관계자의 조합·지회·분회 사무실 출입은 보장하고 있다. 과기부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징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법 제33조에 따르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충돌할 경우 단체협약을 우선시해야 한다. 신명호 전 지부장은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급단체 관계자 출입은) 1개월가량 신원조회까지 해서 출입증을 발부받은 것”이라며 “승인한 사람이 따로 있는데, 신청한 사람을 문제 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황당해했다.

단체협상에서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면제자 연차사용’과 ‘근로시간 면제자 연구수당 지급’ 등을 문제 삼은 것 또한 의아한 대목이다. 법에서 취업규칙보다 단체협약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협약을 반드시 고려해 징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징계를 요구한 점 또한 이상한 지점이다.

최종연 변호사는 “과기부 감사당당관들이 항우연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아예 읽어보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고려한 징계 요구인지 묻기 위해 지난 4월 26일, 5월 3일, 5월 14일 여러 차례 과기부 대변인실 취재지원 담당자와 과기부 감사실에 연락했으나, 단 한 차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과기부는 지난해 10월 표적감사 논란이 나왔을 때 “보복·표적 감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으나,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고려한 감사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한 적이 없다.

과기부는 감사 결과도 감사 대상자에게 통보만 했을 뿐 전체적인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감사 결과 및 개요를 요청했으나, 과기부는 의원실에도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조승래 의원실에 따르면 4월 2일 요청에 대해 과기부는 “감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감사 결과는 전날 당사자들에게 이미 통보된 이후였다. 4월 22일 요구에 대해서는 “재심의 신청 기간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감사 결과 또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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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장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계속 유지..평화 만드는 대북정책 고민해야"

통일연구원 원로대담..."언젠가 다시 통일돼야 된다는 건 우리 민족의 염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15 00:01
  •  
  •  수정 2024.05.15 02:26
  •  
  •  댓글 0
 
통일연구원은 1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인덕·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원로대담을 진행했다. 맨 왼쪽[은 사회를 맡은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가운데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맨 오른쪽이 임동원 전 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연구원은 1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인덕·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원로대담을 진행했다. 맨 왼쪽[은 사회를 맡은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가운데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맨 오른쪽이 임동원 전 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현 시점에서 통일방안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할 필요도 있는가 하는 생각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 외교안보통일 특보 등을 맡아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인 임동원 전 장관은 14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원로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일정책이나 통일방안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통일정책과 달리 대북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을 설득해서 태도변화를 유도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어떻게든 북한을 상대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는 조그마한 충돌도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해서든지 전쟁을 막아야하고, 깨지기 쉬운 소극적 평화이지만 정전체제하에서도 이걸 계속 유지하면서 평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밖에 무슨 방안이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포방하는 등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여러 요청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유지하던 그의 이날 발언은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통일담론'의 형성을 표방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통일정책과 방안'의 기본은 그대로 유지하고 평화 지향의 대북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 전 장관은 '지난 35년간 7개의 정권이 교체되는 동안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통일방안으로 인정받으며 계속 유지되어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록 그동안 남북관계가 가다 서고, 전진하다 후퇴하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4조에 가장 부합하는 통일방안이며, "국민들도 통일은 갑자기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단계적인 과정을 통해서 서로 변화하고 창조해가면서 접근해 나가자는 것으로 잘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7년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여야 합의를 거쳐 1989년 노태우정부에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채택했기 때문에 남북당국회담 제의에 대해 북에서도 호응한 것이라는 점.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연합 이전에 남북의 화해, 교류협력, 상호 신뢰조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완성의 3단계를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94.8.15)으로 정리하게 된 흐름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적 합의가 있고 그래서 북과의 협의가 가능했으며, 수정·보완도 가능했다는 언급이 눈에 띈다.

임 전 장관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3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대한민국이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적인 통일을 원한다는 점을 북이 깨닫고 남북고위급회담에 나와 1991년 12월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에 남북관계 발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유엔동시가입(1991.9.17)이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서로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던 남과 북이 유엔 동시가입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 두개의 주권국가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비록 국제사회에서는 각각 주권국가이지만 남북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 특수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남북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남북공동의 노력을 다짐한 것이 남북기본합의서.

25개 조항의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화해 △상대방 체제에 대한 인정과 존중, 내정불간섭과 체재 파괴·전복 행위 금지 △경제·사회·문화·체육 등 여러 분야의 교류·협력, 자유왕래·접촉 실현 △상대방에 대한 무력 사용 금지 △군비통제 및 군비감축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는 공동의 노력 등을 중요 내용으로 하며, 이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지게 된 초석이 되었다.

즉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이후 일련의 남북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이 처음 마주 앉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적· 단계적 통일'과 함께 '남북연합이라는 협력기구를 통해서 어려운 문제들을 합의 해결한 뒤 완전한 통일로 간다'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골자를 설명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의를 구해, 2항에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다는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남북간에 통일문제에 대한 공통인식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6.15남북공동선언은 선언으로만 끝난게 아니라 남북 철도·도로연결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제시한 1단계 화해협력의 시대를 실천에 옮기는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영호 통일부장관,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김영호 통일부장관,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인한 한반도 주변 환경변화로 인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수명이 다했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임 전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국가 목표와 이익에 충실해야지 북한이 한때 이랬다, 저랬다, 깨려고 한다고 해서 거기에 같이 동조해가지고 우리의 입장을 바꾼다는 건 마땅치 않다"며 "물론 대북정책은 가변적이어서 그때 그때 다를 수가 있지만 통일정책, 통일방안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최근 북이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관계'이며 통일할 수 없다고 한 상황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분단은 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 남북, 우리 민족의 염원인데,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속 유지하면서 실천 가능한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잘 추진하는 것 외에 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북의 이른바 '근본적 노선 전환' 배경에 대해서는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된 국제문제"이며, 따라서 "미북관계가 깨지면 남북관계도 깨지게 되어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원인도 크게 보면 다 그런데(북미관계 악화) 있다"고 짚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소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은 더 이상 소련이나 중국에 기댈 수가 없는 상황에서 국가 최고정책목표를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두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외교와 핵개발을 병행 추진하는 이중접근전략이 몇 차례 성사 직전에 무산되자 북한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나서 결국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완성을 선언하게 된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이 호응해 주지 않았다. 그것은 미국의 큰 잘못이었다." 북한 핵 문제의 최고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박사의 진단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 정상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대신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합의는 깨졌다. 이후 4년간 새로운 대화조건을 기다리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을 지켜보았으나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2년도부터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미련을 버리고 러시아, 중국과 함께 가기로 결심했다. 비핵화 약속은 핵능력 강화로 180도 달라졌다.

미국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은 있을까? "없지 않다고 본다"는 것이 임 전 장관의 대답이다.

"미국의 정책이 항상 대통령 바뀔 때마다 많이 변해 온 것을 경험하지 않았나? 혹시 트럼프가 들어와서 또 다시 '핵 문제 해결하고 (북과) 관계 개선하겠다' 이렇게 되면 남북 관계도 좀 달라지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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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수사 라인 전격 교체에 조선일보 “특검 논란 불 지펴”



[아침신문 솎아보기] 서울중앙지검, 김 여사 수사 속도 내고 있는데 돌연 인사

주요 일간지 검찰 인사 비판…한국일보 “외압으로 해석될 소지 커”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추대론…조선 “민주당, 이재명 소유물이나 마찬가지”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5.14 07:08

  • 수정 2024.05.1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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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뇌부가 지난 13일 전격 교체됐다. 김 여사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까지 모두 바뀌게 됐다. 이를 두고 한겨레·경향 등 진보성향의 신문사는 물론 조선·중앙·동아도 이번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오른팔로 분류되는 인물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앉힌 만큼 김 여사 특검 논란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적극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은 과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채용 특혜 의혹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 교체 의중은… 동아 “민심 부응하는 조치인가”

이번 인사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은 14일 1면에 관련 기사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 인사 관련 1면 기사 제목은 경향신문 <‘김 여사 수사’ 지휘석에 ‘친윤’ 앉혔다>, 국민일보 <김여사 수사 지휘 중앙지검장 교체>, 동아일보 <‘金여사 수사’ 檢 지휘라인 전원 교체>, 서울신문 <서울중앙지검장 이창수 ‘김 여사 수사’ 라인 교체>, 세계일보 <‘金여사 수사’ 서울중앙지검장 전격 교체>, 조선일보 <중앙지검장에 이창수… 검찰 고위급 인사>, 중앙일보 <중앙지검장 이창수… ‘김건희 수사’ 지휘라인 전원 교체>, 한겨레 <김건희 수사지휘부 전격 교체>, 한국일보 <김 여사 수사 지휘 서울중앙지검장에 ‘친윤’ 이창수> 등이다.

▲조선일보 5월14일 사설. 사진=조선일보.

사설에서도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사설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 전격 교체, 꼭 지금 했어야 했나>에서 “통상적인 인사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사장급 인사) 시기도 지났고 특별히 인사 필요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다른 배경이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신임 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면서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김 여사 관련 수사 책임자로 앉힌 모양새가 됐다. 수사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려 특검 논란에 더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설 <미묘한 시점에 의구심 키운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윤 대통령이)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김건희 여사 관련 사법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더 커지게 됐다”며 “마침 어제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백을 건넸다고 폭로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려던 참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 5월14일 사설. 사진=동아일보

동아일보는 <檢 ‘김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 교체, 왜 지금 무슨 의도로…> 사설을 내고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내 검찰 인사에 밝은 김주현 민정수석이 오자마자 고위급 검사 인사가 대규모로 이뤄진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것”이라며 “김 여사를 둘러싼 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처분을 바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다. 과연 이번 검찰 인사가 이런 민심에 부응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사설 <‘명품백 의혹’ 수사 서울지검장 교체… 김여사 조사 차질 없어야> 사설에서 “애초 검찰이 신속한 수사에 나섰더라면 사안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실의 대처도 논란을 더 키웠다”며 “신임 수사 지휘부는 선물 수수가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신고나 반환 조치를 왜 하지 않았는지 등 여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김 여사의 소환 조사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수사에 미비점이 있으면 야당의 특검법에 정당성만 부여할 뿐이다. 국민 의혹이 풀려야 대통령도 민생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한겨레는 이번 인사가 수사 무마를 종용하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사설 <최측근에 맡긴 ‘김건희 수사’, 윤 대통령은 하지 말라는 건가>를 내고 “검찰 인사 시점과 내용 모두 매우 부적절하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노골적인 방해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며 ‘배우자 방탄’에 동원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용납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이렇게 검찰 수사를 통제하는 것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드물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수사 라인’ 싹 물갈이, 수사 말라는 신호 아닌가>를 통해 “시점으로 보나, 교체·발탁된 면면으로 보나 김 여사 수사를 막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은 인사”라며 “김 여사 관련 수사는 지휘 라인 교체로 차질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인사 결과를 지켜본 어느 검사가 원칙대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이어 대통령의 권한을 철저히 사유화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특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하나 더해졌다”고 했다.

▲한국일보 5월14일 사설. 사진=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사설 <‘친윤’ 중앙지검장 인선… 김 여사 수사 무마 아니어야>에서 “윤 대통령의 검찰 장악을 공고히 하는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며 “검찰이 김 여사 수사에 기지개를 켜자마자 수장을 바꾸는 것은 전례상 외압의 형태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검찰총장이 인선된 후 주요 보직 인사를 내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재명 추대론 불붙은 민주당… 중앙 “민주당에 민주주의 작동하나”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 추대 논의가 나오고 있다. 정청래·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SNS에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 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당, 이러다 당내 선거 사라질 판>에서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에 누가 되든 이 대표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인 구조”라고 했다.

▲조선일보 5월14일 사설. 사진=조선일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 선거에서 조정식·정송호 의원이 사퇴하고, 친명계인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후보만 남게 됐다. 조선일보는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이번에 국회의장 선거까지 당내 경선이 사라지고 추대 방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어의추)에 이어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어대명)이라는 신조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원내대표, 국회의장, 당대표 모두 이 대표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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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사설 <국회의장에다 당대표까지 ‘추대’로 정한다는 민주당>을 내고 “(국회의장 선거는) 추 당선인이 친명계 지원을 업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라며 “경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가운데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개딸 등 강성 친명 지지층의 지원·압박에 힘입어 추대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국회의 수장이 결정된다면 곤란하다”고 했다. 또 중앙일보는 이재명 당대표 추대론에 대해 “총선에 압승하자 경선 대신 ‘명심’이 당직을 좌지우지하는 ‘추대 정치’가 당을 뒤덮는 형국이다.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5월14일 칼럼. 사진=한국일보

정진황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이재명 대표 연임 짜고 치나>에서 “당대표 추대는 민주주의 성숙기에 있는 우리 정치에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대선가도에 경쟁자를 용납하지 않고, 대표를 위협하는 당내 반대 목소리는 성가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라며 “가뜩이나 공천과정에서 보인 민주주의 퇴행 못지않게 총선 이후 이 대표의 절대권력화는 ‘정권 심판’과 ‘정권 교체’ 대의에 묻혀 곪아가는 민주당의 단면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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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라선시-블라디보스토크 간 여객철도 운행 재개 합의 [주북 러시아대사관]

北 라선시-블라디보스토크 간 여객철도 운행 재개 합의 [주북 러시아대사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13 22:49
  •  
  •  댓글 0
 
신창일 라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과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13일 회담에서 라선시-블라디보스토크 간 여객철도 운행 재개를 합의했다고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이 밝혔다. [사진 출처-주북 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 채널]
신창일 라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과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13일 회담에서 라선시-블라디보스토크 간 여객철도 운행 재개를 합의했다고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이 밝혔다. [사진 출처-주북 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 채널]

북한 라선시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사이 여객철도 운행 재개가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13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라선시간 여객철도 운행이 재개된다"고 밝혔다.

전날 평양을 출발한 신창일 라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의 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대사관측은 설명했다.

대사관측은 양측 논의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함께 공개하고는 "우리는 북한의 이웃국가들과 인도주의 분야에서 계속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라선시인민위원회 위원장 신창일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라선시인민위원회대표단이 로씨야련방 연해변강을 방문하기 위하여 12일 렬차로 라선시를 출발하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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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를 감방에 처넣어라' 사채왕의 작전은 성공했다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불법대출 파헤치다 '가해자' 됐다? 검·경의 수상한 조사기록

박상규·김보경·김연정·조아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5.14. 05:03:45

 

 

전직 지검장과의 식사 자리에 데려갈 만큼 신뢰한 '똘마니'가 배신하다니.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범죄 정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 900개'가 유출돼 일이 더 꼬여버렸다. "바다에 수장해버린다"는 협박도, 건장한 '문신 청년' 8명과 망치를 동원해도 꼬인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시각장애인 등에게 사기를 쳐 감옥에서 6년을 살고 나온 게 겨우 2년 전인데, 또 들어가라고? 이번 범죄는 이전 것을 훌쩍 능가하는 약 1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 다시 수감되면 몇 년을 더 썩어야 한단 말인가.

 

진퇴양난에 빠진 '사채왕' 김상욱(52)은 다른 전술을 고민했다. 유출된 통화녹음 파일을 회수하기 어렵다면, 그걸 쥔 사람을 제거하는 쪽으로 말이다.

 

청구동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부른 '1500억 원대 불법대출'의 총지휘자는 김상욱, 공범은 김재민(32) 전 무궁화신탁 대리다. (☞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김재민은 지난해 3월부터 김상욱과의 모든 통화를 녹음했다. 통화녹음 파일은 사고 혹은 실수로 유출된 게 아니다. 김재민이 의도적으로 흘렸다. 여기에는 그의 범죄가 관계돼 있다.

▲사진1. 사채왕 김상욱 일당은 서울 신설동의 한 카페를 ‘아지트’처럼 쓰고 있었다. ⓒ셜록

김재민은 무궁화신탁에 관리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상가 건물을 짓던 A 시행사 대표 최태진(가명)과 가깝게 지냈다. 김재민은 이런저런 구실로 최 대표에게 금품과 술 접대를 받았다. 최 대표는 김재민의 도움을 받아 공사비 일부를 빼내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이런 와중에 김재민이 A 시행사의 공사비 약 9억 원을 횡령해 벤츠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의 횡령 사건이 발각된 지난해 7월, 김재민은 최 대표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사채시장 큰손 김상욱 회장의 지시로 제가 불법대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큰 범죄여서 이제 그만 하고 싶은데, 김 회장의 협박이 두렵습니다. 김 회장의 범죄 정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을 모두 갖고 있는데,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저는 이제 손을 털고 싶습니다."

 

김재민은 모든 파일을 최 대표에게 건넸다. 자신의 횡령 범죄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였는지, 그가 파일을 흘린 진짜 이유는 모호하다. '사채왕 김상욱 파일'은 이렇게 유출됐다. 똘마니의 배신에 김상욱은 그야말로 '뚜껑'이 열렸다.

 

불씨가 불길이 되기 전에 막아야 했다. 김상욱은 우선 김재민을 달랬다. 끝까지 함께 가야 자신도 안전했다. 김상욱은 첫 번째 작전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 말 똑바로 들어. 넌 통화녹음 파일을 넘긴 게 아니고, 최태진 대표한테 두들겨 맞고 빼앗긴 거야. 알았지? 검찰, 경찰 다 내 손아귀에 안이야. 내가 다 조치할 테니까, 병원 가서 진단서 하나 끊고 최 대표 고소해. 당장!"

 

김재민은 지난해 8월 18일 새벽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14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김상욱은 김재민에게 변호사도 붙여줬다. 김재민이 허위로 작성한 고소장의 한 대목은 이렇다.

 

"최태진 대표 등이 사무실에서 복부와 목을 마구 폭행하여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혔습니다. 이어 최 대표 등은 핸드폰을 빼앗아 저장되어 있던 삼촌(김상욱은 김재민에게 자신을 삼촌이라 부르게 했다.기자 주.)과의 통화내역 녹취파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부동산등기부등본, 대출요청자료 등을 무단으로 가져갔습니다."

▲사진2. 셜록와 인터뷰 중인 제보자 최태진(가명) 대표 ⓒ셜록

여기까지가 1차 작전. 그런데 김재민은 이 첫 번째 고소를 곧바로 취하했다. 최태진 대표는 두 사람이 자신을 제거하려 일을 꾸미는 걸 몰랐다. 그는 "김상욱 손에서 벗어나고 싶다, 도와달라"는 김재민의 말을 그대로 믿고 말았다.

 

"김재민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순진하게 김 대리의 말을 다 믿었습니다." -최태진 인터뷰

 

최 대표는 지난해 8월 22일, 김상욱 일당이 아지트처럼 쓰는 서울 신설동 하타○○ 카페를 찾았다. 최 대표는 담판을 짓듯이 김상욱에게 말했다.

 

"김재민 대리가 이젠 불법대출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합니다. 더는 괴롭히지 마십시오."

 

김상욱은 모든 내용을 부인했다. 금세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의 오른팔에게 전화를 건 김상욱의 입에서 "누구 하나 오늘 죽여야겠다", "애들 좀 준비해놔라" 하는 말들이 나왔다. 팔다리에 문신을 한 건장한 청년 8명이 우르르 카페로 들어와 김상욱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카페 입구 쪽 테이블에는 그들이 들고 온 망치와 노끈이 있었다. (☞관련기사 : '1500억 대출사기' 조폭 출신 사채왕의 실체를 밝힌다)

 

김재민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계속 최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재민은 무궁화신탁 팀장에게 처지를 설명하고 급히 휴가를 냈다. 그는 최 대표와 지난해 8월 24일부터 모텔에서 피신생활을 하며 '김상욱 파일'을 분석했다. 최 대표 지인 두 명도 여기에 합류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김상욱의 '습격'을 대비한 일이었다.

 

엿새 뒤인 8월 30일 새벽, 김재민이 갑자기 사라졌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모텔을 빠져 나가는 장면이 CCTV에 모두 찍혔다. 마치 급박한 상황인 것처럼 말이다. 이 상황은 김재민의 연기였다. 최 대표에겐 비밀이었지만, 김재민은 이미 전날 최 대표 지인 B 씨에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B 씨가 지난해 10월 6일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자.

 

"8월 29일 김재민과 C 씨(최 대표의 또 다른 지인)와 셋이 방에 같이 있을 당시, (김재민이) 나가겠다는 의사를 얘기했고, 저희는 나가더라도 차량과 짐을 모두 챙겨서 나가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사진3 셜록와 인터뷰 중인 제보자 최태진(가명) 대표 ⓒ셜록

김재민은 그럼에도 굳이 맨발로 모텔을 떠났다. 이렇게 최 대표를 제거하려는 '2차 작전'은 무르익어갔다. 최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김재민 대리가 김상욱 회장에게 연락을 받고 다시 포섭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대리가 자기 차도 두고 갔기에 제 지인이 무궁화신탁 김○○ 팀장에게 연락해 (차를) 가져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김재민은 약 일주일 뒤인 9월 6일 하남경찰서에 최태진 대표를 공동감금, 특수강도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김재민은 같은 달 11일 이런 취지로 고소인 진술을 했다.

 

"최 대표가 저를 감금한 채 김상욱 회장의 비리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최 대표가 김상욱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 그걸로 함께 횡령한 금액을 메우자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 대표는 다른 사람을 협박할 만한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제 차와 컴퓨터도 가져갔습니다."

 

경찰은 11일 뒤인 9월 22일, 최태진 대표를 그의 집에서 체포했다. 최 대표는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 할 때 이렇게 항의했다.

 

"제가 김재민을 감금하고, 특수강도를 저질렀다구요? 제가 김재민을 김상욱 회장으로부터 보호했던 겁니다! 제 휴대폰 확인해보세요. 녹음파일 들어보면 김재민과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 겁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속 녹음파일을 확인해보라는 얘기를 "수십 번도 더" 반복했다. 그러면 금방 풀려날 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최 대표는 그대로 구속됐다. 김상욱 일당의 목표가 이뤄진 셈이다.

▲사진4. 셜록와 인터뷰 중인 제보자 최태진(가명) 대표 ⓒ셜록

'모텔 탈출 장면'을 완벽히 연기한 김재민은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이어갔다. 이런 식이다.

 

"(최 대표는) 저를 협박해 공사금 45억 원을 빼돌리게 했습니다. 자금 횡령이 문제가 되자 최 대표는 8월 24일 저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모텔에 감금했습니다. 김상욱 회장에게 돈을 뜯어내 횡령금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저에게 '김 회장의 비리를 말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경찰·검찰은 김재민의 진술을 거의 그대로 믿었고, 이 진술은 최태진 대표 공소장에 그대로 실렸다. 최 대표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했지만, 수사기관은 음성파일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수사기록에는 포렌식을 했다거나 녹취록을 살폈다는 내용조차 담기지 않았다. 최 대표는 탄식했다.

 

"김재민이 연기를 잘한 건지, 경찰·검찰이 진실을 알면서도 속아준 건지,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최 대표의 말대로, 사건기록을 살펴보면 의아한 점이 눈에 띈다. 당시 김상욱은 불법대출 혐의로 이미 경기북부경찰청의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였다. 최 대표는 관련 내용을 경찰·검찰에서 수차례 진술했다.

 

하남경찰서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경기북부경찰청에 사실확인만 했다면, 이 사건의 배경을 파악하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수사기록 어디에도 관련 내용은 없다.

 

김재민의 오락가락 진술도 문제였다. 경찰 조사에선 "김상욱의 불법대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했지만, 지난해 10월 13일 검찰에서 진술할 땐 말을 바꿨다.

 

"김상욱의 불법대출과 관련하여 (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불법대출 사건 피의자라는 김재민의 고백. 뿐만 아니라 검찰은 김상욱 일당의 '1차 작전', 즉 최태진 대표를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이 허위라는 것도 확인했다. 이쯤 되면 '2차 고소', 즉 김재민의 두 번째 고소를 의심할 법도 한데 검찰은 계속 김재민을 신뢰했다.

▲사진5 김상욱 일당의 1500억 원 불법대출로 인해 부실화된 청구동새마을금고는 결국 문을 닫았다. 현재는 신당동1·2·3동새마을금고로 합병돼 정상 운영되고 있다. ⓒ셜록

경찰·검찰의 부실수사는 재판 과정에서 바로잡혔다. 최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김재민은 최 대표에 의해 모텔에 감금됐다고 주장했지만, 그 기간에 혼자 모텔을 벗어나거나 자유롭게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동원)는 지난 2월 1일 최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피해자(김재민)은 공소사실에 감금되었다고 기재되어 있는 2023. 8. 24부터 2023. 8. 30까지 혼자 모텔 주변 편의점에 가거나 혼자 차를 타고 나가 부모님이나 여자친구를 만나는 등 자유롭게 모텔 밖으로 나갈 수 있었고, 혼자 외출한 후 피고인 ○, ○(최태진 대표 지인들)가 있는 홀덤에 스스로 찾아가기도 하였으며, 휴대전화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특수강도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최태진 대표와 지인들)이 피해자(김재민)로부터 물건들을 강취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셜록

검찰의 공소사실 중 재판부가 인정한 건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수사기관의 완패. 재판부의 지적대로, 경찰과 검찰은 약 2개월간 수사를 했으면서 최 대표의 혐의를 단정하거나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물론 경찰과 검찰의 판단에는 최 대표의 폭행 전과와 회사 자금 횡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부실수사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형사사건 수사의 최종 목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인데, 경찰·검찰은 이런 목표에서 크게 벗어났다.

 

최태진 대표는 무죄 판결과 함께 약 130일 만에 석방됐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수감돼 있는 130일 동안 제 인생은 다 망가졌죠. 회사도 망가지고, 가정도 망가지고…. 제일 큰 건, 저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누군가를 납치하고 강도질을 한 사람으로…." -최태진 인터뷰

 

한편, 김상욱은 지난달 23일 구속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최태진 대표가 주장한 바와 같이 ‘김상욱 일당의 불법대출’ 정황을 확인했다. (☞관련기사 : 조폭 출신 사채업자이자 불법대출 주범 '사채왕' 김상욱 전격 구속) 김재민 역시 같은 사건으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 송치를 앞두고 있고, 횡령과 사문서위조 등 별개의 사건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최 대표는 김재민을 무고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김상욱은 지난달 16일 셜록과 한 전화 통화에서 "나도 피해자다, 불법대출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여러 번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문자메시지로 재차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김상욱은 "관련자들의 허위주장과 모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고 만약 취재진이 자신을 찾아온다면 "건조물 침입 등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온 바 있다.

 

김재민 전 무궁화신탁 대리는 셜록의 취재 연락을 받지 않다가, 보도가 시작된 후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이후 기자가 그를 찾아갔을 때도 "김상욱을 잘 모른다"며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 박상규·김보경·김연정·조아영 기자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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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조성식의 통찰] 기자들이 묻지 않는다고 진실이 땅에 묻히는 건 아니다

 

24.05.14 07:14최종 업데이트 24.05.1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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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애초 기대하지 않았기에 딱히 실망할 일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후 납득이 안 되면 자신이 특검을 요청하겠다면서.

 

궤변이다. 과거 검찰 수사 중에 특검이 도입된 사례를 들 것도 없다. 더욱이 대통령 자신도 수사 대상에 포만약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라면 권력 남용 소지가 있다.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지만, 수사 대상은 될 수 있다.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특검 출범 전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입건해 공범 혐의를 밝힌 전례도 있다.

 

한 군인의 사망사건이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국기문란 또는 국가범죄 사건으로 비화한 것은 딱 한 가지 이유에서다. 최고 권력자 또는 최고 권력기관이 개입한 의혹 때문이다. 공수처든 특검이든 제대로만 수사하면 대통령직이 위험하다는 게 이 사건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내 판단이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첩 보류, 다른 하나는 수사기록 회수다. 전자는 이 사건을 1차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의 적법한 이첩 절차에 제동을 건 것이고, 후자는 해병대 수사단이 '외압'에 맞서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을 군검찰이 회수 또는 탈취한 것이다. 둘 다 전례 없고 괴이한 일이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과 동문서답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의혹의 물줄기를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참으로 어이없는 답변의 연속이었으나, 기자들은 대통령의 논점일탈 오류를 방치하고 더 따지거나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이 묻지 않는다고 진실이 땅에 묻히는 건 아니다. 수사와 기소에 상관 없이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중대한 거짓말을 했다면 법 논리와 별개로 퇴진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제 기자들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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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1.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혐의자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격노했다는 얘기가 사실인가, 아닌가? 대통령이 군 수사기관의 권한이나 직무에 개입하는 발언을 했다면 직권남용인가, 아닌가?

 

채 상병이 죽은 지 12일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 관련 수석보좌관 회의는 이 사건의 뇌관인 이른바 'VIP 격노설'의 진원지다.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이라고 격노했다고 한다. "국방 관련해 이보다 더 화를 낸 적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전언의 전언이라 법적 증거력은 약하다. 게다가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변심'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개입 등 일련의 객관적 사실과 관련자들의 증언과 진술, 통화/문자 기록 등에 따르면 격노 발언의 진위와 별개로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이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범죄혐의가 있는 군인 사망사건을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것은 군 수사기관 책임자의 직무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하는 군 사건은 지휘권을 가진 국방부 장관도 개입하면 안 된다. 물론 대통령에게도 그런 권한은 없다.

 

2. 임성근 1사단장에 대한 군 지휘부의 문책 인사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지시를 한 적이 있나, 없나?

 

7월 30일 오후 4시 반, 김계환 사령관과 박정훈 수사단장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곧바로 임성근 1사단장 문책 인사 및 후임자 인선을 논의했다. 다음날 오전 11시 17분, 김 사령관은 임 사단장에 대해 '사령부 분리파견'이라는 인사 발령을 냈다. 보직해임을 위한 사전 절차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1사단장 인사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11시 57분, 이 장관이 김 사령관에게 "1사단장 복귀"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3. 대통령실 일반 전화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전화는 대통령과 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통화기록에 따르면, 7월 31일 오전 11시 45분, 이 장관 휴대전화로 발신지가 대통령실인 일반 전화가 걸려 왔다. 송신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인사일 개연성이 크다. 이 통화 이후 장관이 1사단장 인사를 번복하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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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4.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수사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은 대통령 뜻인가, 아닌가?

 

7월 31일 오전 11시 57분, 이 장관은 김 사령관에게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언론 브리핑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언론 브리핑은 박 대령이, 국회 보고는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장관은 이어 유선전화로 김 사령관에게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김 사령관은 12시 2분 박 대령에게 장관 지시를 전달했다. 박 대령은 사령관 지시에 따라 일정을 취소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5.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장과 사령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에서 임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한 것은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인가, 아닌가?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7월 31일~8월 1일 이틀간 박정훈 대령과 네 번 통화했는데, 그때마다 장관 지침을 내세우며 사건 인계서에 기재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특정하지 말고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고 요구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8월 1~2일 김 사령관과도 6번 통화하면서 같은 요구를 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 2조(신분적 재판권) 2항과 228조(군검사, 군사법경찰관의 수사) 3항, 대통령령 제32520호(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7조)와 연계된 국방부 훈령 제2682호(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 7조)에 따르면,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민간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때 인지통보서를 작성해 송부해야 한다. 인지통보서 양식을 보면 피의자 인적사항과, 죄명, 인지 경위, 범죄사실 등을 적게 돼 있다.

 

6.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1사단장 인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챙긴 것은 대통령 지시인가, 아닌가?

 

7월 31일 이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 오후 4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전 임 사단장의 인사부터 챙겼다. 사령부 파견 인사를 취소하고 정상 복귀시키라는 명령이었다.

 

이어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오후 2시 17분 관계자들을 소집해 다시 한번 이 문제를 강조한다. 국방부 법무관리관, 대변인 등이 배석한 이 회의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에게 임 사단장을 휴가 처리하라고 깨알 지시를 내린다.

 

장관의 임 사단장 챙기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진희 장관 군사보좌관은 장관과 함께 공항으로 가는 도중 정 부사령관에게 전화해 "임 사단장 휴가 처리 후 복귀"를 주문한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에 머물던 8월 2일 오후 12시 42분에도 김 사령관에게 1사단장의 정상 근무 여부를 확인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강행 사실이 알려져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1사단장을 각별히 챙긴 것이다.

 

사령관에게 맡겨둬도 될 사단장 인사 문제에 장관이 지속적으로 관여한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다. 장관은 왜 그토록 임 사단장 인사를 살뜰히 챙겼을까? 그것도 휴가 처리까지.

 

어쩌면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공수처나 특검 수사의 성패를 가를지 모른다. 과연 대통령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항간의 소문대로 대통령실과 안보실, 군검찰, 경찰을 움직이는 비선 라인의 강력한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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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7. 김계환 사령관이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이종섭 장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강행 사실을 보고한 직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개입한 것은 대통령의 지시인가, 아닌가? 만약 대통령의 지시 없이 공직기강비서관이 나섰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사실을 보고한 것은 8월 2일 오전 10시. 별말이 없던 김 사령관은 그로부터 40분 뒤 이첩 중단을 지시한다. 하지만 해병대 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소속 수사관들은 이미 경북경찰청에 도착해 이첩 절차에 착수한 상태였다.

 

김 사령관은 11시 13분에야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이 장관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다. 그즈음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몇 차례 전화하지만 유 법무관리관이 받지 않아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11시 52분 박 군사보좌관이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 지시 이행 여부를 재확인한 후 오후 12시 4분에는 장관이 직접 사령관과 통화한다.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경찰, 국방부, 안보실 등이 급박하게 움직인다. 12시 20분, 공직기강비서관실 박모 행정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모 과장에게 전화하고, 12시 40분에는 국수본 이모 과장이 경북경찰청 노규호 수사부장에게 연락한다. 12시 50분에는 휴가 중이던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이 김 사령관에게 전화한다. 두 사람은 이후 두 차례 더 통화한다.

 

1시 50분에는 유 법무관리관이 노 수사부장에게 전화해 업무협조를 요청한다.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접수한 수사기록을 돌려달라는 요구였다. 7시 20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서 수사기록을 회수한다. 이 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은 이날 오후에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사회에서 대통령 비서관의 말은 곧 대통령의 지시나 지침으로 읽힌다. 만약 공직기강비서관이 대통령 뜻과 무관하게, 또는 비선 라인과 연계해 사건에 개입했다면 또 다른 국기문란이다.

 

8. 이종섭 전 장관은 "이첩 보류를 지시한 건 맞지만, 수사기록 회수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그렇다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은 대통령실의 지시로 움직인 것인가, 아닌가?

 

이 전 장관 변호를 맡은 김재훈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서를 통해 "(사건기록) 회수는 이 전 장관이 귀국 뒤 사후 보고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애초 수사기록 회수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이 전 장관이 공수처 소환 조사를 앞두고 '발뺌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사전이든 사후든 자신의 지휘를 받는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의 움직임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의 해명은 '관여는 했지만 주도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9. 박정훈 수사단장의 보직해임과 군검찰의 기소는 대통령의 지시인가, 아닌가?

 

8월 2일 오후 김 사령관은 해병대 군사경찰의 병과장인 박 대령을 보직해임했다. 8월 8일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한 국방부 검찰단은 이후 죄명을 항명으로 바꾸고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박 대령이 대통령 격노설을 폭로한 직후였다.

 

만약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2017년 검찰이 기소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범죄 중에는 승마협회 감사업무와 관련해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좌천시켜 사직하도록 압력을 넣은 행위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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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10.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는데 박정훈 대령이 월권을 했다"며 외압 논란과 관련해서는 "설사 대통령실이 개입했더라도 잘못된 장관 결재와 경찰 이첩 등 절차상 문제를 조정한 것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홍철호 정무수석도 언론 인터뷰에서 비슷한 논리를 펴면서 "수사 외압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혹시 관련 군사법원법과 대통령령, 국방부 훈령을 읽어는 봤는가?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법령 해석도 바꾸는 게 맞는가?

 

2021년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군인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 입대 전 범죄 등 이른바 3대 범죄는 군 수사기관에서 '인지'하는 대로 민간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여느 군 사건과 달리 지휘관이 개입하지 말라는 취지다.

 

그런데 사건 인계 시 인지통보서를 작성해야 하기에 기초 수사 또는 조사를 해서 범죄혐의를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죽 그렇게 해왔다. 물론 수사를 해서 검찰에 송치할지 말지는 경찰이 판단할 일이다.

 

만약 대통령실 논리가 맞는다면 관련 국방부 훈령은 유령 취급당해야 한다. 아울러 여태껏 이런 방식으로 민간 수사기관에 사건을 인계한 군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모두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관련 법령을 제대로 알지 못해 국민에게 그릇된 주장을 편다면 자질 문제다. 만약 알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호도한다면 도덕성 문제이자 범죄 은폐 행위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대통령직 수행의 결격 사유다.

 

이 법이 시행된 2022년 7월 이후 군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기 전에 장관에게 보고해 결재받은 것도, 군사경찰(해병대 수사단)이 민간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을 군검찰이 빼앗다시피 회수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채상병 #박정훈 #김계환 #임성근 #이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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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며 구명조끼 입은 청년들이 대통령실 앞에 모인 이유

청년들 “특검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한다”

1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거부권은 파멸이다!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경고집회'가 열렸다. ⓒ손솔 전 대변인 페이스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한 달밖에 없다.”

오는 7월 19일이면 채 상병이 숨진 지 1년이 된다. 1년은 통신기록 보존기간이기도 하다.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1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청년·대학생 집회에서 “수사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통화기록이다. 누군가와 공모하여 범죄를 모의했다면 통화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사에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은 통화기록이다. 그걸 수사하는 사람들은 너무 잘 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수사에서 가장 핵심인 통신기록이 지워진다면, 이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진실은 영영 묻힐 수 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 구명조끼를 입은 청년 90여명이 모인 이유다.

지난 9일 “법정 통신자료 보존 시한이 1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날 집회를 제안한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집회에서 “구명조끼는 구명조끼 없이 수색작업을 했던 채 상병을 애도하고, 구명조끼 하나 입히지 않았던 국가에 책임을 묻기 위한 상징”이자 “행동으로 특검을 통과시켜 진실을 구해내자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부권은 절대 안 된다는 청년의 분노를 용산 대통령실에 분명히 전달하자”고 말했다.

손솔 전 대변인 ⓒ손솔 전 대변인 페이스북

청년들이 윤석열 정부를 거부한다

“윤 대통령, ‘청년 폭망 사회’ 만들고 있다”

“지금처럼 청년 죽음 방치하면, 거부당할 것”

“데려갈 땐 국가의 아들, 책임질 땐 누구세요”

20~3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피켓에 구호를 적어 대통령을 향해 들었다. 저마다의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혔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젊은이가 이렇게 죽어가는데 애는 왜 낳으라는 건가”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대통령 국민이 거부합니다. 채 상병 특검 진행하고 진상을 밝히십시오”

“청년이 죽지 않는 나라로”

“구명조끼 하나만 입혔어도”

“이러는데 군대 가고 싶겠습니까?”

청년대학생 경고집회 참가자의 피켓 ⓒ민중의소리

청년대학생 경고집회 참가자의 피켓 ⓒ민중의소리

또 참가자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채 상병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해병대 예비역들이 집회·행진할 때 외쳤던 구호다.

집회에 참여한 해군 예비역 황진서 씨는 “우리나라 국민 중 자신이 군인이었거나 군인의 친구, 가족, 부모였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채 해병’(해병대끼리는 보통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 해병’이라고 부른다) 특검을 거부한다면, 우리나라의 대다수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하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득현 경기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위원회 간사도 집회에 참여했다. 배 간사는 최근 숨진 채 발견된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를 언급하며 “제도 미비로 수많은 청년이 죽어 나가는데, 몇 년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모든 할 일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항 속에 물고기가 죽는데, 물고기가 왜 알을 낳지 않는지 묻는다”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청년의 죽음을 방치하고 외면한다면, 청년들에게 외면당할 것이고, 거부한다면 거부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부권은 파멸이다!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경고집회' ⓒ민중의소리

채 상병과 한 살 차이라는 신수연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꽃다운 나이의 청년에게 국가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정부가 나서서 사고를 숨기고, 서류를 빼돌리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청년이 숨진 사고만 은폐하려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자격증 지원금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1년에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 사용한다. 모두가 지원금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정부는) 예산 5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청년 폭망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10.29 이태원참사 故 유연주 씨의 언니 유정 씨는 집회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연대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집회 참가자 성예림 씨가 대독했다. 유정 씨는 “우리나라 청년의 죽음에는 언제나 의혹과 의문만 가득하다”면서 “(정부와 국가는)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당시의 상황을 모면하고 회피하는 데에만 혈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데려갈 때는 국가의 아들, 책임질 때는 누구세요’라는 청년세대의 웃지 못 할 풍자를 언급하며 “이제 정부는 습관성 거부권 남발에서 벗어나 청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외대 학생 장유진 씨는 “이 사건 후 곧 군대 갈 제 동생에게도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채 상병이 왜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작업에 동원됐는지, 그걸 지시한 사람은 누군지, 왜 누가 덮으려 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부권은 파멸이다!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경고집회' ⓒ민중의소리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청년에게 국가가 보여준 것은 외면”이라며 “적어도 청년 가족에는 명쾌한 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명령했는지, 수사에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얘기했다. 기억한다면, 채 상병 특검을 떳떳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채 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손 전 대변인은 “거부권이 행사되면, 당일 저녁 6시 대통령실 앞에서 다시 집회를 개최할 것”이고 “대학생들은 14일부터 대학가에 채 상병 특검 통과를 위한 대자보를 부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청년·대학생 연석회의 구성에 참여한 청년 단체들은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경북대 오버더블랭크, 진보대학생넷,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청년진보당,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경기대학생연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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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5.13 07:35

  • 수정 2024.05.13 07:40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네이버 라인 지분 50% 강제 매각’ 논란과 관련해 지난 10일 네이버가 처음으로 입장을 냈다. 네이버는 <일본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입장>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 사태를 두고 야권은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조승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와 이용선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는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가 얼마나 무서운 대가를 가져오는지,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같은 날 TV조선과 매일경제에 “네이버가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 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 상황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3일 매일경제 3면.

조선일보, 정부에 “늦어도 너무 늦었다” 비판

현재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는 메신저 라인 등을 서비스하는 상장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인 A홀딩스 지분을 50%씩 갖고 있다. 지난 3월5일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A홀딩스 지분 50%를 가진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가 사용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51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라인야후 지분 나머지 50%를 가진 소프트뱅크의 미야키와 준이치 최고경영자는 지난 9일 “라인야후 자본 변경안을 두고 네이버와 논의 중”이라며 네이버의 지분 일부를 7월 초까지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1면 <대통령실, 라인 지분매각 사실상 제동> 기사에서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행정지도가 나온 상황에서 네이버가 실제로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할 경우 일본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돼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 방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지분 매각 역시 제동이 걸릴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매일경제에 “네이버가 자본구조 변경 이외의 충분한 정보보안 강화 조치를 만들어 제출한다면 정부가 가능한 한 지원을 다 하겠다. 네이버가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 상황을 밝혀주길 바란다. 그래야 정부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3면 <대통령실 “지분매각 제외 모든 대책 지원”… 對日 협상력 키우기>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네이버를 향해 7월 1일 이전에는 지분을 매각하지 말라고 요구한 배경은 한국이 길러낸 몇 안 되는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을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한 뒤 “일본 행정지도로 인해 국익이 침해받는다는 명분을 제공하지 않고, 네이버에는 협상 시간을 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모두 정부의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日 정부의 네이버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사설에서 정부를 향해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일본 정부가 개인 정보 해킹 사건을 빌미로 지난 3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렸을 때부터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어야 했지만 방치하다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 일본 정부에 채널이 없는 네이버로선 대응이 버거운 상황이었다. 한국 정부가 관망하는 동안,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측은 네이버 지분 인수 협상을 공식화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네이버 출신 한국인 이사를 해임하는 등 ‘네이버 밀어내기’ 전략을 착착 실행해가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을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만들어 놓고도 지배권을 잃게 될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정부가 각각 따로 놀 때부터 이 사태가 예견됐다고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한 몸처럼 움직인 데 반해 우리는 변변한 소통 채널조차 가동하지 않았다”며 “네이버는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며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고, 정부는 네이버의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라인야후 사태를 정치 쟁점화하며 반응 몰이에 나선다는 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감정적 반일 몰이는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이제라도 정부, 기업, 정치권이 긴밀히 공조해야 국익을 극대화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대일 ‘저자세 외교’ 안 바꾸면 제2의 라인 사태 일어날 수도> 사설에서 “정부는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 만에야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했다. 그동안 일본에 항의는커녕 물밑으로 한국 언론의 오해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본 ‘저자세 외교’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해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대법원 판결, 피해자 의사, 국민 감정을 거슬러 졸속 매듭짓고 한·일 관계 개선에 매달릴 때부터 수상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아니라 원자력 업계 이익 관점에서 일본의 조치를 두둔했고, 최근엔 독도 영토 관념이 해이해진 모습마저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의 과거사 질문에 ‘인내하며 가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인가. 역사와 인권도 아니고, 생명과 안전도 아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재산권과 법치도 아니라면 한·일이 공유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13일 경향신문 6면.

박찬대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발언에 매경 “빈말 안 돼” 경향 “어이가 없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일경제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향해 “빈말해선 안 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경향신문은 “부동산 보유세 완화를 ‘부자 감세’라고 비난해온 민주당 고위인사가 이런 발언을 하다니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6면 <박찬대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 “야당이 감세 동조하나”> 기사에서 “그러나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담 완화 장치가 마련돼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하향 조정으로 이미 세 부담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과세 기반을 흔들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현 정부의 역대급 ‘세수 펑크’를 비판해온 야당이 돌연 감세안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감세 비판하더니, ‘1주택자 종부세’ 면제하겠다는 민주당> 사설에서도 “‘세수 확보와 복지 확대’라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 민생회복과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1주택자 종부세 면제론을 야당이 들고나온 것은 표만 의식한 무원칙 행보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로 재정이 고갈된 판에 야당마저 감세에 동참하려 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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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향신문 사설.

▲11일 매일경제 사설.

반면 매일경제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빈말로 그쳐선 안 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1일 <민주 박찬대 “1주택 종부세 폐지” 빈말 그쳐선 안돼>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징벌적 종부세를 옹호했던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이 ‘1주택 종부세 폐지’에 대해 운을 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는 “종부세는 재산세와 중복되는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여전하다. 더욱이 투기와 상관없는 1주택자까지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1주택 종부세 폐지'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개인적 견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며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당내 반대파를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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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 진격' 러, 5개 마을 점령 주장…'완충지대' 설정 시도?



우크라 "반격 중" 점령 부인…전문가 "하르키우시 점령 못할 것·우크라인 사기 꺾기 위함"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4.05.13. 05:01:06

 

전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지역으로 지상군을 진입시킨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이 지역 5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반격이 진행 중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의 이번 진격이 지연됐던 미국의 군사 지원이 도착하기 전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진격하기 위함인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일방적 '완충 지대'를 설정하기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11일 러 국영 <타스> 통신은 러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에 위치한 플레테니우카, 오히르체베, 보리시우카, 필나, 스트릴레차 등 5개 마을을 "해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10일 오전 항공기, 포병, 보병과 기갑 부대를 동원해 하르키우 인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전쟁 개시 직후 하르키우를 점령했지만 같은 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이 지역을 다시 내줬다.

러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케라미크 마을도 점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P> 통신, 영국 BBC 방송을 보면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러시아 공격으로 이 지역에서 1700명 이상이 대피했지만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마을들의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며 러시아 쪽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하르키우시에 대한 지상 공격 위협은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국경 지역 상황을 악화시킬 순 있지만 하르키우시 자체를 점령할 역량은 없다고 보고 있다.

 

<AP>는 하르키우 보우찬스크 마을에 11일에 공습이 계속됐고 현지에 있는 자사 기자들이 3시간 동안 9번의 공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보우찬스크 군사 행정 책임자인 타마즈 함바라쉬빌리가 "보우찬스크와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 마을들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 지속적인 공습이 수행되고 있고 다수의 로켓 미사일 시스템 공격, 포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영상 연설을 통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하르키우 방면에 더 많은 병력을 추가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일 연설에선 하르키우 지역 국경 지대인 스트릴레차, 올리니코우, 플레니우카 마을 인근에서 "이틀간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수호를 위한 반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네츠크 지역 세메니우카 등의 상황도 "매우 긴박하다"고 했다. 10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하기로 한 대전차 무기, 방공 장비 등이 "가능한 빨리" 최전선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의 이번 공격이 공급이 지연됐던 미국 무기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도달하기 전 대공세 시도인지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 보호를 위한 일방적 '완충 지대' 설정 시도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내부 공격이 계속되며 이를 막기 위한 우크라이나 정부 통제 영토 내 완충 지대 설정 구상을 밝힌 바 있다. BBC는 러시아가 벨고로드 인근 우크라이나 영토에 10km 가량의 완충 지대를 만들고자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이번 공격이 하르키우 깊숙이 파고들려는 목적보단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함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 믹 라이언 연구원이 "현재 공격 규모는 작아 보인다"면서 공세 목적을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군인 모두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지역을 지키기로 결정한다면 점점 규모가 줄고 있는 부대를 더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이 전쟁에서 겪은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군사 분석가들이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시 인근에 참호, 철조망, 대전차 방어 시설을 광범위하게 갖춘 상태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시를 점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보우찬스크 인근에서 경찰이 노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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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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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자화자찬 한 외교, 실상은 이렇다



강명구의 뉴욕 직설]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허상[

 

  • 민족·국제

  • 강명구(bluesky2024)

24.05.13 07:17최종 업데이트 24.05.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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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향은 옳았다. 다만 국민과의 소통이 미흡했다.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관련 발언 요지다. 앞으로 3년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있었던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모욕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오히려 미안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방향이 옳았다는 인식은 특검 거부 등 국내 정치 현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교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국민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150여 회의 정상회담과 활발한 세일즈 외교,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통해 외교 지평 및 경제영토를 크게 확장했다고 자평했다. 정말 그럴까?

 

경제영토 확장의 실상

 

우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세계 10위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 중이다. 2020년 10위에서 2021년 11위, 2022년 13위, 작년에는 러시아, 멕시코, 호주에도 뒤처져 14위로 집계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5년 후엔 인도네시아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데에는 한국 경제가 확실히 10위권 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세인 것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 결과로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든 외국 정상을 초청해 미래를 진지하게 협의하고 관계 개선을 도모할 동기 유인이 약하기도 하다. 게다가,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지수는 계속 하락하면서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사실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중장기 국익을 생각하면 아세안 및 인도와의 경제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윤 정부 들어서는 별로 들리는 소리가 없다. IMF 추산에 따르면 2024년 아세안 10개국 전체의 GDP는 4.1조 달러를 넘어 단일경제권으로 치면 세계 5위권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한국의 수출 비중에서도 아세안 지역은 26.1%로 중국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권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도가 급상승해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GDP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변한 것도 작년이다. 작년도 대중 무역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였다.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중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무역수지도 2년 연속 적자였다. 2022년에는 477억 달러, 2023년에는 약 1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윤 정부가 그토록 중요시하는 일본과의 무역에서도 2022년 241억 달러, 2023년 18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실 일본과의 무역에서 한국은 1965년 수교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무역적자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대일 무역적자는 7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그나마 유일하게 무역흑자 폭이 늘어난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자동차 및 이차전지 등 수출 호조로 445억 달러의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무역적자를 빌미로 경제적 압박 및 주한미군 철수론을 본격 꺼내 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와 주한미군 철수론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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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 자 <타임> 표지 ⓒ 타임

 

한국 언론에 이미 대서특필됐지만, 지난 4월 말 <타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왜 미국이 부자나라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며 주한미군 철수론을 거론했다. 사실 트럼프가 1기 집권 시에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든 명분도 무역적자 문제였다. 당시 180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왜 부자나라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는 것이 트럼프의 불만이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란 책에는 당시 상황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트럼프가 무역적자와 주둔 비용을 지적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자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방 배치가 미 본토 방어를 위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수단이며, 미군 철수 시 전쟁 발발 때 핵무기 사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은 주한미군 비용의 40% 이상을 한국이 분담하고 있으며, 미군 급여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용병화를 경계했다.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됐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운용 비용을 이유로 본토 이전을 지시했지만,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배치 시 북한 미사일 탐지 시간이 7초에 불과하다는 군사적 이점(기존 알래스카 미사일 기지에서는 15분)과 99년간 무상 부지 제공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강조하며 오히려 미국에 유리한 거래라고 트럼프를 설득했다.

 

이런 일화들은 향후 대미 협상에서 중요하게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다. 미군 군 수뇌부도 주한미군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본토 방어에도 필수적이며 주둔 비용 대비 안보 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 말이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군사 및 전략적 중요성을 너무 과소평가해 미국 측 요구에 쉽게 양보할 이유가 없음을 시사한다.

 

물론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론은 협상용 블러핑일 가능성도 크다. 실제 철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방위비 분담금 및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70년 된 한미동맹 체제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는 다양한 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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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한미 연합 공수 훈련에서 주한미특수전사령부(SOCKOR) 장병들이 강하를 위해 치누크 헬기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지만 누구도 트럼프의 진짜 속내와 의도를 확신할 순 없다. 미군을 정말로 철수할 것 같기도 하고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예단이 쉽지 않다. 사실 트럼프가 실제 의도하는 바는 상대방을 심리적 불안과 혼란에 빠뜨려서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과 위정자들이 그의 주한미군 철수 압박에 불안해하면 할수록 트럼프의 협상 레버리지가 더 올라간다.

 

사실 미국 워싱턴 정가와 외교가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론이 한국 내에서 일으킬 정치적 파장에 대해 잘 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여론이 한국 내에서 더욱 확산되기를 바라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음에도 주의해야 한다. 판을 흔들수록 미국의 협상력은 더 커지고 그에 따른 양보도 더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측근들이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며, 정치권이 흥분하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은 오히려 트럼프의 협상력만 높여줄 뿐이다. 내부의 자중지란은 상대방에게 늘 유리하다. 따라서 냉철하고 차분하게, 동맹국을 거래와 압박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트럼프와 그 측근들의 태도를 단호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취약성이다. 윤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단 한 번도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지 못하고 끝날 정권이 됐다. 따라서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더욱 경사된 외교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일본은 윤 정부의 이런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다.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한국 쪽에 요구하는 양보의 내용과 강도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22대 국회는 청문회 및 외교통일위원회 등을 통해 윤 정부의 일방적 편승 외교 정책에 적절한 균형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동맹을 중시하되 국익을 위해 필요한 지점은 단호히 견제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중추국가 #주한미군철수 #트럼프리스크 #한미동맹 #편승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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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르크’ 추미애냐 ‘민생 실력자’ 우원식이냐, 국회의장 놓고 맞대결

 

국회의장 후보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우원식 의원. ⓒ민중의소리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정하는 민주당 경선이 추미애 의원과 우원식 의원 간의 2파전으로 변경됐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에서 선출한 후보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의석 과반을 점한 민주당 경선으로 사실상 의장이 결정된다.

당초 민주당 의장 후보 경선에는 6선의 추미애, 조정식 의원과 5선의 우원식, 정성호 의원 등 4명이 참여해 뜨거운 경쟁이 예고됐다. 성향으로 보면 추미애, 조정식, 정성호 의원이 범친명 그룹으로 분류되고, 우원식 의원은 김근태 의원과 가까웠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그룹의 좌장 격이다.

12일 경선 구도가 급변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 의원이 먼저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오후에는 조 의원이 추 의원과 회동한 뒤 지지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합의문을 통해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개혁국회 구성을 위해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 경쟁보다는 순리에 따라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미애 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 의원과 우 의원 두 사람이 의장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이날 단일화 합의에 우 의원은 “우리는 개혁국회를 만들어야하며, 선수는 단지 관례일 뿐”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성과 내는 국회를 만들 적임자가 누구냐이다”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추다르크’라는 별칭이 상징하듯 강력한 투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거부권 남발로 훼손된 입법부의 권위를 세우고 민심을 반영해 개혁입법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를 만들고 자리 잡게 한 주역으로서 민생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쌓아왔다. 거부권을 넘어서는 정치력과 민생정책의 실력으로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반영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를 바로잡기 위해 의장이 단순한 중재자를 넘어 입법부 수장으로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최종 후보는 16일 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후 국회 본회의를 거쳐 의장으로 정식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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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85] 수정파 전략가가 발설한 ‘제국의 비밀’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5/1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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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수정파 전략가 엘브리지 콜비

2. 미 제국의 주적은 조선이 아니라 중국이다

3. 미 제국은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지 못한다

4. 미 제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5. 주한미국군은 전쟁 전에 안전지대로 퇴거한다 

6. 미 제국은 전시에 한국 방어를 포기한다

7. 중국인민해방군은 주한미국군을 공격한다 

 

1. 수정파 전략가 엘브리지 콜비

 

2024년 5월 6일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가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을 진행했다. 콜비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미 제국 국방부에서 전략 및 무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Deputy Assistant Secretary of Defense for Strategy and Force Development)로 근무했다. 장관, 차관, 차관보, 부차관보로 내려가는 직제 서열로 따지면, 당시 콜비는 하급 관리였지만 그가 맡은 임무는 중요했다. 전략 및 무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국방 정책과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국방계획방침과 전쟁전략을 개발하는 실무를 맡아보는 중요한 직책이다.

 

그런 경력자가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에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통적인, 그리고 신선한 관점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2017년 11월 7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미 제국의 국가안보 전략을 ‘미국 우선 정책(America First Policy)에 맞춰 수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시도는 기존 국가안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정통파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트럼프는 정통파와 말싸움만 하다가 5년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미국 우선 정책’에 동조하는 세력이 계속 결집해 파벌을 형성했다. 정통파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치파벌을 수정파라고 부른다. 미 제국의 국가안보 전략을 ‘미국 우선 정책’에 맞춰 수정하려는 정치파벌이므로 수정파라고 부른다. 

 

2024년 5월 현재 대선을 6개월 앞둔 워싱턴 정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하는 수정파와 조 바이든(Joe R. Biden)이 대표하는 정통파가 국가안보 전략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수정하느냐 하는 심중한 문제를 놓고 쟁론을 벌이고 있다.

 

콜비는 수정파에 속한 전략가다. 만약 트럼프가 2024년 11월 5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어 재집권하면, 콜비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형편에 있는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수정파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했다. 그가 거론한 수정파의 동아시아 군사전략 속에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제국의 비밀’이 들어있다. 콜비는 현직 관리가 아니라 민간인이므로 ‘제국의 비밀’을 발설할 수 있었다. 그가 거론한 수정파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을 분석, 고찰해보자.     

 

2. 미 제국의 주적은 조선이 아니라 중국이다

 

콜비는 중국이 미 제국의 주적이고 조선은 미 제국의 주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한반도를 더 넓은 지역적 맥락에서 봐야 하는데 이것은 중국이 주된 위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본질적인 사실은 북한이 미국에 주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설 – 중국과 미 제국이 교류와 대화의 분위기 속에서 전략적 경쟁을 벌였던 지난 시기에 중국은 미 제국의 주적이 아니라 경쟁자였다. 그런데 중국의 국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지도로 급속히 강해졌다. 그에 놀란 미 제국은 중국을 경쟁자가 아니라 주적으로 규정했다. 그로써 중미관계는 경쟁 관계에서 적대관계로 전이되었다. 미 제국이 중국을 적대할수록 중국은 반미자주노선을 더욱 강하게 견지하게 된다. 

 

이런 정세 격변 속에서 수정파는 ‘미국 우선 정책’을 제시했고,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제시했다. 올해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와 그의 지지층은 이 구호를 외치면서 ‘미국 우선’과 ‘국력 강화’를 선동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 제국 인구의 약 45%가 ‘미국 우선 정책’을 지지한다고 한다.

  

수정파와 정통파의 공통점은 중국을 미 제국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중국과 대결하는 것이다. 차이점은 수정파가 중국과 대결하기 위해 동맹국 보호 정책을 축소하면서 ‘미국 우선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통파는 중국과 대결하기 위해 동맹국 보호 정책과 ‘미국 우선 정책’을 병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 제국은 중국에 정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중국의 국력 강화를 억제해보려고 집요하게 책동해왔다. 미 제국의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행태는 중미 대립을 날로 격화시켰고, 중미 전쟁의 위험을 촉발시켰다. 지금 동아시아 정세는 중미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중미 전쟁은 중국과 미국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전쟁은 동아시아에 구축된 2개 전선에서 격돌하는 동아시아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동아시아 제1전선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과 미일 동맹군이 격전을 벌일 것이고, 동아시아 제2전선에서는 조선인민군과 한미연합군이 격전을 벌일 것이다. 

 

3. 미 제국은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지 못한다

 

수정파의 전쟁전략에 의하면, 미 제국은 동아시아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사력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수정파는 미 제국의 군사력을 중국인민해방군과 미일동맹군이 격전을 벌일 제1전선에 총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미국이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 본토나 다른 데서 상당한 병력을 북한과 싸우기 위해 배치하고 투입하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비용과 소모, 거기에 매몰되는 인력과 자산과 탄약이 너무나도 엄청나서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역량(중국과 싸울 전쟁역량을 뜻함)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설 –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시진핑 총서기의 지도 밑에 군사력을 대폭 강화, 발전시켜 군사강국, 핵강국으로 전변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조선도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밑에 군사력을 대폭 강화, 발전시켜 군사강국, 핵강국으로 전변되었다. 

 

그에 비해 미 제국의 군사력은 지난 10년 동안 차츰 약화되었다. 2021년 8월 30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한 미 제국군이 무기를 내던지고 황망히 빠져나온 사건은 미 제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말해준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줄 포탄이 부족해 쩔쩔매는 미 제국의 모습은 미 제국의 군수공업 생산력이 얼마나 축소되었는지를 말해준다.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미 제국의 군사 상황을 “미군의 준비태세 약화와 미국 방위산업의 쇠락”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미 제국의 군사력은 약화된 반면, 조선의 군사력과 중국의 군사력은 대폭 증강되었기 때문에 미 제국은 동아시아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지 못한다. 

 

4. 미 제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동아시아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콜비만이 아니라 미 제국의 다른 정세분석가들과 군사전문가들도 그렇게 예상한다.

 

동아시아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 제국은 한국과 대만을 동시에 방어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차츰 약화된 미 제국의 군사력으로는 한국과 대만을 동시에 방어해주지 못한다.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미 제국이 한국과 대만을 동시에 방어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권투 경기의 비유를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량급 권투 선수(미 제국을 뜻함)는 중간급 경기(제2전선을 뜻함)에서 뛰면 안 된다. 중간급 경기에서 이기겠지만 너무 상처를 입고 피로해서 다음 중량급 경기(제1전선을 뜻함)에서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량급 경기를 위해 힘을 보존해야 한다. 그 경기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핵심은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다.” 

 

해설 - 미 제국군이 동아시아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면, 군사력이 2개 전선으로 분산되어 제1전선과 제2전선에서 모두 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 제국은 대만도 방어해주지 못하고 한국도 방어해주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절망적 상황 앞에서 미 제국의 전략적 선택은 한 가지 선택으로 수렴된다. 비록 전쟁에서 이길 가망이 없더라도 중국과 싸우는 제1전선에 군사력을 집중해 대만을 방어해주는 것이다. 미 제국이 제2전선에서 패하면 한국을 잃게 되지만, 제1전선에서 패하면, 대만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콜비가 우려한 바와 같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미 제국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미 제국이 소중히 여기는 미일동맹 체제가 무력화되고, 대만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가 중국 영토로 귀속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제해권이 중국에 넘어가고 그에 따라 미 제국이 동아시아에 구축해놓은 제국주의 지배체제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잃지 않으려고 미일동맹군이 아무리 발광해도 전쟁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을 이길 가망은 없다.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도 미일동맹군이 제1전선에서 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몇 해 동안 중미 전쟁을 가상한 비공개 전쟁모의 시험을 반복해보았지만, 미일동맹군이 패하는 결과만 얻었다. 이에 관해서는 2021년 7월 26일 디펜스 원(Defense One) 보도기사, 2023년 3월 6일 월스트릿저널(Wall Street Journal) 보도기사, 2023년 6월 9일 폴리티코(Politico) 보도기사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 제국군은 차츰 약화되었고, 중국인민해방군은 대폭 증강되었는데 미 제국군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5. 주한미국군은 전쟁 전에 안전지대로 퇴거한다

 

콜비는 조선, 중국과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운 한국에 미 제국군을 배치하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선제협공을 당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미 제국군을 한국에 증원,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을 지원할 미군 전략 다수가 한국에 있으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너무 가까워 엄청난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다.” 

 

콜비는 미 제국군을 한국에 증원, 배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 주둔하는 미 제국군도 안전지대로 퇴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문제)을 해결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을 더 이상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다.“

 

콜비가 말한 바와 같이 조선과 중국으로부터 너무 가까운 한국에 미 제국군을 배치하면 전시에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선제협공을 받아 괴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한미국군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질로 붙잡혀 있는 것이다. 인질 신세로 전락한 주한미국군의 생존전략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무기를 거두어 안전지대로 퇴거하는 것이다. 2024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어 수정파가 재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주한미국군이 안전지대로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점진적 철군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파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 제국이 한국 방어를 포기한다는 말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주한미국군이 안전지대로 퇴거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제2전선에 고립된 한국군은 홀로 싸워야 한다.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미국은 한국에 혼자서 최대한 버티라고 요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6. 미 제국은 전시에 한국 방어를 포기한다

 

미 제국이 제1전선에 군사력을 집중한다는 말은 제2전선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미 제국이 제2전선을 포기한다는 말은 한국 방어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미 제국이 한국 방어를 포기한다는 말은,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장악한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반환한다는 뜻이며, 전쟁에서 한국군이 홀로 방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콜비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가능한 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나는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에 찬성한다. 한국군이 더 자율적으로, 독자적으로 작전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전작권 전환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 (중략)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할) 준비가 안 됐더라도 (미 제국은 전작권을 이양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해설 – 한국군은 한국을 방어할 군사력을 갖지 못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미 제국군이 한국군을 창설해주었고, 미 제국군이 한국군을 육성해주었고, 미 제국군이 한국군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대주었고, 미 제국군이 한국군을 지휘하고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한국을 방어할 군사력을 갖지 못했다는 말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해서 독자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쟁을 독자적으로 준비하지 못한다는 말은, 작전계획을 스스로 세우지 못하고, 작전계획에 의거한 군사훈련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수정파가 그런 한국군에 스스로 방어하라고 요구하면, 그것은 한미동맹을 외면하겠다는 의사표시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미 제국의 국익만 추구하는 수정파는 한국이 멸망하건 말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면서 한국의 존망 문제를 매우 경시한다.

 

미 제국이 제2전선을 포기하고 제1전선에 군사력을 집중하면, 한국군은 제2전선에서 홀로 싸우게 된다. 왜냐하면 제2전선에 배치된 주한미국군은 미일동맹군에 합세해 중국인민해방군과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한미국군이 남아 있어도, 한국군이 홀로 싸울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제국의 보호’만 받다가 발달장애에 걸린 한국군이 전쟁에서 홀로 싸우게 되면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빠지는 집단적 공황장애가 발생해 군대 전체가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제2전선에서 전쟁의 결말은 보나 마나 뻔하다. 한국군은 자기의 힘으로 대응할 수 없는 엄청난 전술핵 공격을 받고 급속히 무너질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7. 중국인민해방군은 주한미국군을 공격한다

 

콜비는 동아시아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인민해방군이 주한미국군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한미군은 중국,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위에 인용한 콜비의 발언은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 우선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는 문장부터 모호하다.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방어해야 한다”라는 말로 이해해야 뜻이 잘 통한다. 다시 말해서, 그 모호한 문장은 “주한미군이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전쟁이 일어나면, 제2전선에 배치된 주한미국군은 제1전선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멀뚱멀뚱 관망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민해방군의 선제공격을 받게 된다. 동아시아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주한미국군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제2전선을 포기한 미 제국은 제1전선에 군사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주한미국군을 미일동맹군에 편입시켜 중국인민해방군과 싸우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콜비는 주한미국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의 공격에 맞서 한국을 방어해주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만 말하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단어 몇 개가 생략되었다. 콜비의 발언에서 생략된 단어들을 불러내 위의 인용문을 재구성하면 “주한미국군은 중국인민해방군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해주고, 한국도 방어해주어야 한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주한미국군이 대만과 한국을 모두 방어해주어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지만 변변한 무기도 없는 주한미국군이 대만과 한국을 모두 방어해준다는 말은 허언으로 들린다. 한국 방어를 포기하고 대만 방어에 집중한다는 수정파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은 대만과 한국을 모두 방어해주는 게 아니라, 한국 방어는 한국군에 맡기고 대만 방어에 동원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주한미국군이 대만 방어에 동원된다는 말은 대만군과 합세해 중국인민해방군과 싸우기 위해 대만 인근 해역으로 출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주한미국군이 대만 방어에 동원된다는 말은 미일동맹군에 편입된 주한미국군이 미일동맹군과 합세해 중국인민해방군과 싸우기 위해 서해 또는 남해로 출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일동맹군에 편입된 주한미국군이 서해 또는 남해에서 중국인민해방군과 싸울 것이라는 예상은 비현실적인 공상이다. 왜냐하면 동아시아 2개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각종 미사일을 총동원해 한미연합군과 미일동맹군을 동시에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국군이 다른 데로 출동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이 비축해놓은 각종 미사일 수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지상, 수상, 수중, 공중, 우주에서 다층적인 미사일 선제타격을 개시할 준비를 갖추고, 미사일 집중발사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한미연합군과 미일동맹군을 조준하는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각종 미사일에는 고폭탄두, 산포탄두, 전술핵탄두, 고출력-고주파 탄두, 전파장애탄두를 비롯한 초강력 탄두들이 장착되었다.

 

엄청난 화력 타격력을 가진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이 각종 미사일을 총동원해 여러 방면에서 다층적, 집중적, 연속적 타격을 하면, 한미연합군과 미일동맹군은 대패할 것이고 그들의 군사 기지들은 초토화될 것이다. 동아시아 전쟁은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며, 한미연합군과 미일동맹군과 대만군의 대패로 끝날 것이다. 그로써 미 제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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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지옥' 한국이 맞는 초고령사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5/12 09:21
  • 수정일
    2024/05/12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권학의 프런티어] 초고령사회의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과제들

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 기사입력 2024.05.11. 17:13:35

인권에 대한 물음이 쏟아지는 나날이다. 인권보장을 외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사이, 한편에선 그 목소리의 정당성을 두고 격론이 펼쳐진다. 갖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프레시안>과 한국인권학회가 만났다. 인권은 사회적 화두인 동시에 연구와 학문의 대상이다. 학계가 쌓아온 '인권학' 연구를 사회적 화두로 다시 던진다. 평화-인권-환경 연구자인 황준서 박사가 글을 쓴다. 편집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여자격이 있는 총 4425만 1919명의 유권자(재외국민 포함) 중 50대 이상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210만 명 가량 증가한 31.89%로 20~30대(28.64%)를 합친 비중보다 높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민심은 천심"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작 민(民)이 직면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여러모로 많은 논란과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정권심판" 구호에 가려져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한국사회의 중대한 문제이다.

초고령사회라는 터널

국제연합(UN)은 65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7% 이상 차지하면 '고령사회'로,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한국은 2018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초고령사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 국가이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인권 관점에 기반하여 노인의 삶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사실 여성, 아동, 장애인, 이주민 등 다른 사회집단과 달리 노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은 없다.

사람은 당연히 늙기 때문에, 그동안 '노인'을 독자적인 사회집단으로 간주할 필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2022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에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노인권리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또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인인권포럼'을 개최하여 노인인권협약의 필요성과 찬반의견에 대해 청취한 자리가 열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사회권 보장 상황이 어떠한지, 사회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해 어떤 구조적 전환과 입법적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선진국'을 결정할 수 있는지 등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특히나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0%를 기록하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1위를 기록했다. OECD가 처음 노인빈곤율 순위를 공개한 2009년 이래 이 순위는 대한민국은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이며, 앞서 언급한 다른 초고령사회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4%~20%대 사이였다.

낮은 노인고용율, 낮은 사회복지지출 등 여러 노인의 삶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을 살펴볼수록 한국이 진입한 초고령사회라는 터널을 지나 '노인의 지옥'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일자리 찾는 고령자 노동자들. ⓒ연합뉴스

노인의 사회적 돌봄 문제

고령화사회에서 노인 돌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가족 단위 빈곤층의 극단적 선택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던 가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노인 인구 부양에 대한 책임이 개인 또는 개별 가구에게 전가될수록 이러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확대,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과 관련하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가족 구성원이 노인 돌봄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더불어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심각해지고 있다. 송인재 연구자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가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노인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한편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 시장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는 서비스의 질 향상과 경쟁 심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윤 추구를 위한 서비스 저하나 노인 권리 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적절한 참여를 유도하고,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며, 노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로써 적극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인들이 수동적인 서비스 수혜자 위치가 아니라 적극적인 서비스 '공동생산 (co-production)' 참여자로 행동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사회권 선진국'을 향하여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는 가족 내 돌봄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는 노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가족 간 소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족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의 인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장기요양보험의 유지 방안을 마련하고, 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에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사회로 진입할수록 국가의 존립은 결국 노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인 인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노인들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급진적인 개혁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자 감세나 부정부패로 인한 손실, 솜방망이 경제범죄 처벌,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무기생산 재검토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는 노인 인권 문제의 여러 측면 중 하나인 노인 돌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다만 동시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확대,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과 관련하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노인들이 안전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도 노인 돌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회권 선진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

<소개논문>

송인재. 2019. “돌봄의 사회화와 노인 인권의 주변화”. 『인권연구』 2(2): 93-119.

<다운로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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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퀸즈벨파스트대학교(Queen's University Belfast)에서 북아일랜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삼중 전환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2022년에 졸업하였다. 생태정의, 환경범죄, 지속가능한 평화, 탈인간중심적 인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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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km행군’ 나선 해병의 어머니, 그리고 야6당의 채상병 특검 ‘수용 압박’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 4차···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대표 등 야6당 동참, 특검법 수용 압박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을 11일 함께했다. 해병대 2사단이 있는 경기도 김포에서 출발해, 해병대 사령부가 있는 경북 포항까지 700km 국토를 종단한다. 매주 주말 조금씩 걷는다. 이날로 4회차를 맞았다. 계획대로라면, 2년 뒤인 2026년 1월, 24차 행군에서 해병대 1사단에 닿는다.
 

11일 오후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에 참석한 최선영(가명·가운데)씨. ⓒ민중의소리

행군 대열에서 최선영(52·여·가명)씨를 만났다. 최씨 아들은 지난해 6월 해병이 됐다. 입대 한 달 뒤, 한반도 전역엔 폭우가 내렸다. 7월 15일, 단 하루 동안 경북에서 실종된 사람이 20여명에 달했다. 해병대는 수해 복구·실종자 수색에 병력을 투입했다. 최씨 아들은 3주차 훈련병이었다. 참호격투·격투봉 훈련을 받고 있었다. 수해복구에도, 실종자 수색에도 동원되지 않았다. 최씨 아들보다 3개월 일찍 입대한 채 해병은 달랐다. 7월 19일,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떠밀렸고 급류에 휩쓸렸다.

최선영씨는 “채 해병 엄마를 생각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그의 아들은 제대를 앞두고 있지만, 채 해병은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4번의 행군 중 3번을 동참했다. 그는 붉은 ‘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행군 주최측인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가 연대의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 최씨 손에는 ‘채해병 순직,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행군 대열을 둘러보니 최씨와 비슷한 연배의 여성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태원참사와 채해병 순직 “불편하고 안타까운 공통점”


서울시청 광장에서 출발한 행군 대열은 2시간 뒤, 5.3km 떨어진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20명가량으로 시작한 행군 대열은 그사이 8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태원동 119-3번지.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불과 80명의 행군 대열로도 비좁은 듯 보였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행군 대열을 맞았다. 약식 추모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정민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와 채해병 순직은 안타깝게도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너무나 젊고 아까운 청춘이 꿈과 희망을 뺏겨버렸다고 했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해마다 해오던 이태원할로윈축제에는 인파관리경력이 없었고, 홍수에 불어난 급물살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구명조끼조차 입히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참사 당일, 경찰은 이태원파출소에 마약수사 실적을 알리기 위해 취재기자들을 모아뒀고, 군은 대민봉사활동을 언론에 부각시키려고 병사들의 안전을 무시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그 직을 유지하는 황당하고 분노스러운 현실이 슬프게도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비극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표자들 앞에는 ‘국가의 책무는 시민의 안전과 제때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11일 오후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 참석자들이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함께 행군한 여섯 야당, '채해병 특검' 수용 압박


추모식이 끝나고, 행군은 대통령실로 향했다. 대통령실에 가까워질수록 대열은 더 불어났다. 정치인이 대거 합류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준우 정의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 윤종호 진보당 당선인, 새로운미래 김종민 원내대표, 박경애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등이 함께 걷고 있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오전 출정식에 함께했다). 행군 대열에 여섯 개 야당이 모두 있었다.

대통령실 건너편 도로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채해병 특검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역대 특검법마다 있었던 ‘수사 진행 상황 브리핑’ 조항이 이번에만 갑작스레 ‘독소조항’으로 둔갑했다고 황당해했고, 얼마 전까지 ‘공수처는 정치적이다. 무용지물이다’라고 주장한 여당이 ‘공수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180도 말을 뒤집은” 행태를 비판했다.

조국 대표는 “진실이 문제다. 누가 보호장구 없이 해병을 강물에 넣었는지,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누가 지시했는지, 격분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격분 후 무슨 말을 누구에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진실을 가릴 수 없다. 감당해야 할 책임만 더 커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경고한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는 “항쟁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민이 언제까지 ‘국정기조를 바꿔주십시오’, ‘특검을 수용해 주십시오’, ‘민생을 살려주십시오’라고 애원해야 하나. 이제 더 이상 기다림은 부질없다”고 했다. 그는 “국민과 싸워 이긴 독재자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7년 전 박근혜를 끌어내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회 탄핵뿐 아니라 온국민 항쟁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국민과 함께 독재에 맞선 항쟁을 준비해 나가자”고 말했다. 

행군은 주말에만 매주 조금씩 진행된다. 하루 15~6km를 걷는다. 하루 이동 거리도 구간별로 나눠 참석할 수 있다. 박정훈 대령과 동기인 김태성 행군단장은 “많은 국민들이 채수근 상병 순직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 회복을 위한 행군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채해병 특검법은 지난 2일, 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 7일 채해병 특검법을 접수했다. 법상, 법안을 접수한 정부(대통령)는15일이내에(오는 22일까지) 법률안을 공포하거나 재의 요구 이의서를(거부권) 국회로 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거부권 표명을 공식화 했다. 야 6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시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재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재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다. 


 
야당 의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 채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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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을 거부한다" 장대비 뚫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

남은 3년도 거부권 정치 이어갈 듯

재표결에서 특검법 지켜야

곧 이사진 교체···MBC도 정부 손아귀에?

25일 2차 거부권 거부 대회 개최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거부권 정치를 이어가는 대통령에게 경고하기 위해 장대비를 뚫고 야당 의원들과 노동자 민중이 연대했다. 이들은 총선 참패에도 국정 기조전환 의지가 없는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고 경고의 목소리 높였다. 현장에는 ‘윤석열 탄핵’이라는 깃발이 휘날리기도 했다.

지지율 20%대. 대통령의 지난 2년간 실정 성적표는 처참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정치를 이어가려는 듯, 채 해병 특검에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대로라면 남은 3년도 거부권 정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전국민중행동, 전국비상시국회의는 11일, 윤석열 2년, 거부권 거부대회를 개최했다.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남은 3년도 거부권 정치 이어갈 듯

다음 주 화요일인 14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대통령이 채 해병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정부에서만 총 10개의 법안이 거부권에 가로막히게 되는 거다.

국회에 부의된 전세사기특별법도 위험하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로 인한 8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최소한의 구제조차 받지 못한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반대하며, 피해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만약 21대 국회 임기만료 직전인 5월 말,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 법안은 ‘회기불계속의 원칙’에 따라 22대로 넘어가지 않고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대회에 참석한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기존의 제도들의 요건들로 인해서 대출받으려고 하면 못 받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기존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재난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며 “이번에 국회에 부의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경고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에서 발언 중인 참석자들(왼쪽부터 안상미 전세사기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 ⓒ 김준 기자

재표결에서 특검법 지켜야

이들은 채 해병 특검과 언론 정상화도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각자의 방식대로 거부권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대통령이 채 해병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다면, 국민이 모여 28일 재표결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거다.

임 소장은 “25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릴 두 번째 거부권 거부 대회에 한 번 더 모여야 한다”고 촉구하며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200표를 확보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8월 방문진 이사진 교체···MBC도 정부 손아귀에?

최근 정부의 언론 탄압에 무더기 징계를 받는 MBC의 이호찬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방송3법 재입법을 촉구했다.

방송3법은 이사회 인원을 확대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언론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됐다. 이런 상황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은 8월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대로라면 KBS와 같이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할 인물들이 방문진의 이사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크다.

이 본부장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법안,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 방송3법의 재입법이 시급하다”며 “ MBC마저 이 정권에 넘어간다면 이 무도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감시는 누가 할 것이며, 균형 잡힌 여론 형성은 누가 할 것이냐”고 일갈했다.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1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 대회'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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