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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지 않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삽니까”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졌다

전세사기대책위 “피해자 호소에도 정부·국회 무응답, 지금이라도 피해 구제 적극 나서야”

지난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최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4.18 ⓒ민중의소리


“저는 국민도, 사람도 아닙니까. 너무 억울하고 비참합니다. 살려달라 애원해도 들어주는 곳 하나 없고, 저는 어느 나라에서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략) 저도 잘 살고 싶었습니다. 도와주지 않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지난 1일,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 A(38)가 세상을 등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고통과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정부를 향한 울분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로 세상을 떠난 사례는 이번이 8번째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대책위)·전세사기 대구 피해자모임은 7일 A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대책위 활동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처했던 상황에 대해 “전세금 8,400만원에 2019년 입주해 다가구 후순위인데다 소액 임차인에도 해당되지 않아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을 수 없었던 고인은 전세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와 가족들은 지난 2019년 전세금 8,400만원에 대구시의 한 다가구 주택에 입주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뒤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했고,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한 뒤 대책위 활동을 시작하며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최근까지도 현행 특별법이 규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일부 요건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닌 지원책이 제한적인 ‘피해자 등’으로 분류되자, 이에 대한 이의 신청도 진행했다. 애석하게도 고인이 숨진 지난 1일 피해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운 대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가장 크게 힘들어하셨던 것은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한들 (현행 특별법은) 전세금을 구제해 주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현행법에는 ‘선구제 후회수’가 전혀 없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은 최소한 (보증금의 대략) 30% 정도는 구제해 주자는 것인데,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대출을 안고 있기 때문에 30%도 부족한 피해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선구제 후회수’ 등 보다 실효적인 대책이 담긴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준비 중이다. 다만, 정부·여당은 “사적자치 영역의 피해를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직접 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태운 위원장도 “피해자들이 더 이상 죽어 나가지 않도록 진짜 힘든 사람들, 시민들을 살릴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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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한미군 철수" 주장한 트럼프 안보보좌관 후보, '방위비 올리기' 협상카드?



콜비 전 부차관보 "한국, 북한 방어에 주된 책임져야…나에게 권한 있으면 주한미군 두지 않을 것"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5.08. 09:01:27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 인사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철수 가능성과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서 한국 측의 부담을 높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이 필요없다고 말했다고 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6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콜비 전 부차관보가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주한미군 철수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난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전력 다수가 한국에 있으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너무 가까워 엄청난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러한 구상이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또 대만이 공격을 받더라도 한국에게 대만 방어를 직접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이 준비가 돼있지 않더라도 전시작전통제권을 가능한 빨리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23일 이뤄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은 점차 중국을 지향하되, 북·중의 연합공격이 있을 때만 한반도를 방어하는 성격이 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직접 한반도를 방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철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고려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빠진 자리를 미국이 아닌 한국의 자체 개발 핵무기로 채우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지난 4월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임>지 인터뷰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주로 한국의 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만큼 한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유지하는 데 공정한 방식으로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임>지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며 "그들은 우리의 4만 명 병력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한국) 군대를 위한 대부분의 비용을 무료로 지불"해왔는데 본인이 집권 이후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며 한국의 분담금 부담을 이끌어낸 것이 본인의 업적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바이든 행정부와 재협상을 해서 그 금액을 이전의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던 정도로 되돌렸다"며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말이 안된다. 왜 우리가 지켜줘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대답은 사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주한미군 규모는 2024년 현재 2만 8500명 정도이며, 2021년 바이든 정부 당시 합의했던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의해 한국의 부담금은 1조 1833억 원으로 결정됐다.

 

또 이 금액은 직전 트럼프 정부 때 체결했던 협정에 비해 13.9% 증가된 수치이며,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한국의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실제 주한미군 철수를 실행하기보다는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협박용 카드'로 이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들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는데, 그가 강조하는 소위 '미국 우선주의'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방위비가 활용돼 왔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한미 정부는 지난 4월 23~25일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한을 약 1년 9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협상을 개시한 셈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확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한 상태다.

▲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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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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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5/08 09:05
  • 수정일
    2024/05/08 09: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라인야후 사태의 전말

24.05.08 06:58최종 업데이트 24.05.08 06:58

▲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 'LINE'과 최대 검색 및 뉴스 포털 사이트 'YAHOO JAPAN' ⓒ 로고 갈무리

 

"갑자기 터진 일도 아니고 일본은 수년전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준비해 왔는데, 한국정부는 한일 외교관계 좋다고 자화자찬하다가 정작 이런 일이 발생하니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당국 간 교섭이나 협상할 능력을 떠나 채널 자체가 아예 없다."(라인야후 관계자)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 'LINE'과 최대 검색 및 뉴스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LINE야후'(이하 '라인야후')의 지분율에 대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라인야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한 A홀딩스가 64.4%를 소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와 연락을 취한 라인야후 관계자는 "이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지분 매각/매수 협상에 들어갔고 네이버가 소프트뱅크 측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기는 그림으로 갈 것 같다"며 "한국에 있는 라인야후 관련 데이터도 전부 일본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네이버는 A홀딩스 마이너 지분만 가지게 되고 글로벌 사업 전략 축소 및 라인야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라인야후 사태의 발단

 

▲ 4월 16일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보낸 2차 행정지도안. 자본관계의 근본적 대책, 즉 지분을 넘길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 박철현

이번 '라인야후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3월 5일 일본 총무성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행정지도에서 비롯됐다.

'통신비밀의 보호 및 사이버 시큐리티의 철저한 확보에 대하여 (지도)' 라는 제목의 10페이지짜리 총무성 발 행정지도 문서는 전례 없는 강경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IT 인프라 운용에 관한 업무위탁사 '네이버 클라우드'(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AD 서버가 멀웨어에 감염되어 관리자 권한이 탈취됐고, 이에 따라 이 서버에 보관돼 있던 라인야후 시스템 접근에 필요한 인증정보 등이 악용되어 네이버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관계에 있던 구 라인 주식회사 환경 내의 각종 서버 및 시스템에 부정한 접속이 행해져 구 라인 시스템에 보존돼 있던 'LINE' 서비스 이용자의 통신정보가 외부에 노출됐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1항에서 규정하는 통신비밀 노출이라고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총무성이 지적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사태는, 작년 11월 27일 라인야후가 "라인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정보 등 약 44만 건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서 비롯된다. 또한 라인야후는 올해 2월 14일 추가로 7만 9천 건, 그리고 약 5만 7천 건의 종업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총무성은 이 발표를 취합해 위와 같은 행정지도를 실시한 것이다.

이례적인 지도사항

IT기업에 대한 행정지도는 보통 관리적 보안 및 기술적인 측면의 재발방지책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3월 5일자 행정지도를 보면 지주회사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본질적 대책 마련이란 이례적인 지도사항이 등장한다.

라인야후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100% 네이버의 자회사인데, 네이버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라인야후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편 라인야후는 4월 1일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 및 계획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라인야후의 보고서를 받은 총무성이 4월 16일 재차 발표한 2차 행정지도 내용에서 불거졌다.

요약하자면 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보고서가 상당히 미흡하다며 무엇보다 길게는 2026년 12월까지 설정된 기간에 불만을 내비쳤다.

"(라인야후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인증 적용 등 응급조치 및 대책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실시계획은 있으나 진행 중인 대책이 상당히 많고, 통신 비밀 보호 및 사이버 시큐리티 확보 관점에서 보자면 현 시점에서는 안전관리조치 및 위탁업체(네이버 클라우드) 관리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인지, 특히 네이버와의 네트워크 완전분리가 실현하기까지 2년 이상 걸리는 부분을 더더욱 가속화 시킬 필요가 있다."(총무성 4월 16일자 행정지도 중)

그리고 문제의 '자본적 관계'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우선 라인야후가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 해당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자본적 관계 재검토에 관해서는 해당 관련 계열사에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라인야후 경영체제 재검토 부분은 내부 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개시했다. 네이버에 대한 업무위탁은 축소, 종료 방침을 결정했다"

라인야후 입장에서 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네이버 계열사에 업무를 위탁하면서도 '클라이언트(갑)'으로서의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거버넌스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니 네이버과 관련된 업무위탁을 종료하거나 축소하겠다면 총무성도 납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총무성은 4월 16일자 행정지도를 통해 더더욱 압박을 가해 온다.

"귀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순차적으로 축소, 종료해 갈 방침이라고 하는데, 해당 방침의 대상인 '네이버와의 위탁'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과 그 구체적 대상범위를 보고할 것. 특히 네이버가 제공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 이용이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실히 할 것."

"그것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축소, 종료할 방침이라는 부분에 대해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즉 어떤 위탁에 대해, 언제까지, 축소/종료/유지할 것인가를 책정해서 보고할 것. 자본적인 지배관계를 상당부분 받고 있는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그룹전체의 검토를 속히 실시, 그 검토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

그리고 총무성은 이것들에 대한 답변을 7월 1일까지 제출함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해당관련 논의를 보고할 것을 요구해왔다. 개별기업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압력행사는 매우 드문 일이다. 또한 차마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네이버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무언의 강요이기도 하다. 실제로 총무성의 의중을 읽은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이미 지분매각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정치적 의도 다분한 집요한 집단 이지메... 한국정부 한심"

 

▲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 ⓒ 연합뉴스

한편 라인야후 관계자는 총무성의 이번 행정지도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계획적이고 집요한 집단 이지메라고 말한다. 일본 내에서 라인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라인 메신저 서비스는 일본 국내에서만 9500만 명이 가입돼 있는 알짜 기업으로 일본 국민 메신저라 불린다. 시민들뿐 아니라 기업, 정부, 지자체 등 관공서도 폭 넓게 사용하고 있다.

알아서 잘 성장하고 있던 기업을 2021년 3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을 능가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소프트뱅크 50%, 네이버 50%가 출자한 회사 A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주회사로서 컨트롤 해왔다. 2023년 10월 이 두 회사가 정식 합병하면서 회사이름도 LY로 바꾸었다.

그런데 합병하자마자 이번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라인에 대한 행정지도는 있어왔고 그 때마다 라인은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이번 안건 역시 어떻게 보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경제안보'라는 이름하에 갑자기 강경한 태도를 선보였다.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주간문춘>의 취재에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그룹 전체 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에 있어 본질적인 재검토 및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은 아예 대놓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인야후의) 경영 지배권을 일본기업(소프트뱅크)으로 옮기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행해져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얼마나 엄격한 태도와 자세를 보일 수 있는가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다른 관련 비즈니스 거버넌스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마리 본부장의 말이 지금 일본정부의 속내라 할 수 있다. 사실 네이버는 일본정부의 법적구속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지분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그야말로 협박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틱톡 금지법을 예로 들어 일본정부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자국의 정보를 외국의 데이터 센터가 관리한다는 것이 이상하니 일본정부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라인야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그 논리의 허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과 거의 적국관계이고 중국의 사회체제가 민주주의가 아니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 관계이다. 솔직히 라인보다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일본정부가 뭐라 하는 거 봤나? 우방이라서 그런 거라면 한국이 일본의 적국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팔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독점이 문제라면 독점방지법을 만들어야지 자본관계 재검토니 뭐니 해서 결국 지분을 팔아야 해결된다는 말 자체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란 소리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역대 최상의 한일관계라 자화자찬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술 기반의 기업이 지금 반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나라 뺏기던 과정과 흡사하다. 정말 한심하다."

#네이버라인 #라인야후 #일본

프리미엄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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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찾은 참여연대, “한반도 정책 바꿔야”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5.07 15:37
  •  
  •  수정 2024.05.07 15:52
  •  
  •  댓글 1
 
 
참여연대가 7일 용산에서 '윤석열정부 2주년 즈음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대전환을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참여연대가 7일 용산에서 '윤석열정부 2년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대전환을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7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정 대전환”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은 권력 폭주의 시간이자, 어렵사리 만들어온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민생이 파탄나며, 한반도 평화는 퇴행을 거듭해 파국이 우려되는 시간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특히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수시로 고조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었다.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재개됐고 북한 역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만을 강조했지만”, “도리어 남과 북이 군사력 경쟁에 매달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와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외교정책도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중심의 진영에 편승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강제동원 등 역사문제에서 ‘굴욕외교’를 펼치고 있다”면서 “평화로운 한반도, 시민 안전을 우선시 했다면 이토록 일방적이고 무모한 모험에 힘을 실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갈등과 대결이 아니라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로 한반도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남북 상호 군사 위협 행위를 중단하고, 위기관리와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한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한미동맹 올인’ 외교를 전면 재검토하고,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을 중단해야” 하고  “한일 과거사 문제는 정의로운 해결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 민주주의 파괴와 민생 파탄, 평화 파국의 윤석열 정부 2년, 대전환을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은 권력 폭주의 시간이자, 어렵사리 만들어온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민생이 파탄나며, 한반도 평화는 퇴행을 거듭해 파국이 우려되는 시간이었다.

지난 2년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낸 것은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검사의 나라’였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원칙이라던 ‘공정과 상식’은 이제 비웃음만 살 뿐이다. ‘검사출신 대통령과 그 가족 그리고 불멸의 신성가족인 검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세로 정책을 추진하고 공정과 상식을 파괴해 온 정권의 행보가 거침없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는 여러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수사 대상이 되지 않았고, 검사와 측근만 기용하는 검찰몰입인사로 인사권을 남용했으며 행정권, 사면권도 함부로 휘둘렀다. 

윤석열 정부는 국회를 우회해 시행령으로 정책을 밀어부치고 국회를 통과한 9개 법안을 야당이 주도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특검법’에도 거부권을 시사하고 있다. 독선의 통치로 협치를 부정하고 불통으로 일관했다. 눈만 뜨면 시작되는 압수수색, 감사원과 권익위의 조사권을 남용한 수사통치를 일삼으며 전 정권과 야당, 노동조합, 시민단체, 언론사까지 정권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을 집요하게 탄압했다. 언론장악을 위해 방통위를 장악했고, 방심위와 선방심위는 앞장서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을 비판한 언론사에 법정 제재를 일삼고 있다.

민생경제에 닥친 복합 위기 앞에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 책임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는 반대로 ‘작은 정부’, ‘시장주의’, ‘규제완화’, ‘무분별한 감세’를 내세우며 반민생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 역할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회서비스는 시장화를 추진하고,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고, 나라살림은 최대한 줄여서 운영했다. 이미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인 사회복지 지출규모를 더욱 줄이려 하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마저 흔들기 위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그 결과, 민생경제는 위축되고 서민들과 취약계층들은 더욱 고통 속에 내몰렸다. 농수산물에 이어 외식물가까지 급격한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속에서 가계는 천문학적 가계부채에 짓눌려 있다. 감당할 수 없는 가계빚이 채무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가족을 몰살하는 비극이 반복되는데도 윤 정부는 빚을 권하고,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투기 조장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반면, 시시각각 다가오는 경공매와 전세대출 상환 압박에 떨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외면했다. 무능하고 실패한 정부가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민생 위기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수시로 고조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재개됐고 북한 역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만을 강조했지만, 과연 더 세고 많은 무기를 내세우는 동안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었는가? 도리어 남과 북이 군사력 경쟁에 매달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와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접경지역의 긴장완화와 충돌 예방에 크게 기여했던 9.19 군사합의는 무력화되었고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랜 기간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지경에 이르렀다.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외교정책도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중심의 진영에 편승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강제동원 등 역사문제에서 ‘굴욕외교’를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평화로운 한반도, 시민 안전을 우선시 했다면 이토록 일방적이고 무모한 모험에 힘을 실을 수는 없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2년은 실패했다. 총선에서 민심의 매서운 심판을 받은 만큼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마땅하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정 대전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더 이상의 민주주의 파괴와 수사통치, 인사참사, 언론장악은 없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권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거부권 행사는 중단해야 한다. 야당과 대화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인사참사를 부르는 검찰 몰입 인사와 국민을 겁박하는 수사통치를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언론장악을 끝내야 한다. 

둘째, 민생파탄 책임지고 나라 곳간을 채워 민생을 살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 2년의 세제개편 핵심은 재벌대기업과 자산가들을 위한 감세였고, 이는 예상대로 민생, 복지 정책의 축소를 불러왔다. 기후, 인구, 경제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하라. 민생과 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재원 마련을 촉구한다. 

셋째, 갈등과 대결이 아니라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로 한반도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는 생명을 담보로 한다. 남북 상호 군사 위협 행위를 중단하고, 위기관리와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한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한미동맹 올인’ 외교를 전면 재검토하고,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정의로운 해결로 전환해야 한다.

이 민심을 거스른다면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윤석열 정부는 대오각성하고 국정을 대전환하라.

2024년 5월 7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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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631일만의 기자회견, 조선일보 “남은 임기 3년 분수령”



[아침신문 솎아보기] 오는 9일 2주년 기자회견, 한겨레 “윤 대통령 ‘이종섭 장관에 격노’ 주장에 입장 밝힌 적 없어” 조선 “김 여사 관련 의혹도 설명할 듯”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5.07 07:49

  • 수정 2024.05.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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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다. 631일만의 기자회견에 신문들은 모두 사설을 냈다. 모두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정면으로 밝히라는 내용이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채 상병 지휘관인 임성근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게 격노하면서 경찰 이첩 자료 회수 등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있는데, 윤 대통령이 이에 직접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는 것이다.

▲7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민주당 등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대해 특검 추진을 공언한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고 했다. 최근엔 검찰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일보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논란’을 비롯해 2년간 국정과 관련해 누적된 사안이 쌓인 만큼 보다 충실하게 답변에 임해야 소통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관련 기사 제목에서 <‘소통 강조한 윤…특검 등 민감 사안 답변이 관건>이라고 했다.

▲7일 한국일보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현시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법리적 이유를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특검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기자회견은 4·10 총선에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윤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631일 만에 언론을 통해 양방향 소통”을 한다며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같은 해 11월 18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끝으로 언론과의 직접 소통은 단절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상황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사설을 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정면으로 답변하라는 주문이다.

경향신문은 “불통과 국정 난맥으로 민심이 등을 돌린 뒤에야 이런 자리를 마련하다니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당장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고 외압 의혹 특검법 문제부터 소상히 답해야 한다”며 “법리적·절차적 문제를 들어 거부 논리만 주장하기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이 심상찮다. 대통령실이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 경찰 이첩 보류 과정에 간여했는지, 출국금지된 이종석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출국시킨 무리수는 무엇 때문인지 남김없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7일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궁금해하고 듣고 싶은 말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들려서 반갑다”고 한 뒤 “여야 영수회담에서 협치를 다짐하자마자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고,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이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이 지나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까지 강행한 배경에 대해 국민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국민이 갖는 이런 상식적인 의문에 대해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깊은 반성과 전면적인 국정기조 변화라는 결단이 절실하다. 이번 회견을 그런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은 불편한 질문에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국정 현안에 대한 최고책임자의 생생한 육성 답변을 들을 권리가 있다. 회견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했다.

▲7일 조선일보

취임 2년 정책 평가…미디어정책 ‘찍어내기’ 일변도

한겨레는 지난 2년 간 윤석열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기사를 주요 지면에 올렸다. 외교·안보와 언론·미디어, 경제정책과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인 이른바 ‘3대 개혁’을 평가했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 일본과 필요한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악화되는 중국, 러시아, 남북관계를 관리할 종합적 전략도, 노력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한미, 한일 협력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도 점점 더 많은 질문이 나온다”고 했다.

▲7일 한겨레

언론미디어 정책의 경우 “지난 3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 62위’라는 성적표로 대부분 설명된다”며 “미디어 관련 정책·규제 기관의 인적 청산을 통한 정권 편향적 언론 환경 조성과 비판 언론 탄압에 집중했다”고 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찍어내기’를 시작으로 △공영방송 이사진-경영진 물갈이 △윤 대통령 부부 검증 보도에 대한 집중 심의와 제재 등이 대표적 언론정책으로 꼽혔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에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는 기사를 내놓으면서 “큰 틀에서 적절하다”고 평했다. 세계일보는 외교안보와 남북관계 전문가 11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11명 중 9명이 ‘방향을 맞게 가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고 했다. “다만,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또다른 외교 축인 대중, 대러 외교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행안부 민감정보 유출 한달 은폐에 “도넘어” 사설들

지난달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서 오류가 발생해 타인의 민원서류가 발급되는 등 1200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신문들은 정부가 반복된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에 언론이 취재하기 전까지 은폐한 데다, 언론 취재가 이뤄지자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는 6일 정부24 사이트에서 성적·졸업 증명서 등 교육 민원 증명서와 법인용 납세증명서의 오발급이 각각 646건, 587건씩 모두 1233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처음엔 함구하다 언론 확인 요청에 “잘못 발급된 민원서류는 즉시 삭제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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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더 큰 문제는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전까지 정부가 이 사실을 한 달간 함구했다는 점이다. 잘못 발급된 서류는 즉시 삭제해서 괜찮다는 논리”라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일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정부 부처의 행정능력과 태도가 윤석열 정부 들어 급속도로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안들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예전 정부라면 주무부처 장관을 문책할 사안들”이라고 했다.

▲7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오류 속출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주민등록 행정시스템, 지방세 통합징수 시스템 마비가 잇달아 일어났다고 짚은 뒤 “이번 사건처럼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정부가 공개를 미루는 일까지 겹치면 불신은 더 커진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정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며 “(개인정보보호위가) 정부기관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의 위법성 여부와 규모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문제가 크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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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쟁 시대, 반도체 산업의 재편 방향은?

1. 전략 산업 반도체

2. 세계화 시대 반도체 분업생산

3.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전환한 미국

4.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5. 한국의 반도체산업 전망

1. 전략 산업 반도체

반도체는 전자기기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신호 처리, 데이터 저장·기록, 데이터 연산·제어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 유도무기 등에 사용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서버 등에서도 반도체가 핵심기술이다.

반도체는 크게 연산·제어 기능을 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저장·기록을 하는 메모리반도체로 구성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7:3이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에서 독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패배 이후 본격화되었다. 미 공군은 베트남전 9년 동안 한국전쟁(3년)과 태평양전쟁(4년)보다 많은 86만 톤을 융단폭격하였으나 명중률이 10%도 되지 않았다. 이에 미국은 정밀폭격을 할 수 있는 유도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반도체(연산) 개발에 집중했다. 미국은 국방연구소(DARPA)와 실리콘벨리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으로 반도체와 함께 스텔스, 드론, GPS,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개발하여 첨단기술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2. 세계화 시대 반도체 분업생산

미국은 모토로라, 인텔, 마이크론 등을 중심으로 1984년까지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였으나 1980년대 일본이 전자산업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일본의 반도체 수출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미국 기업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이에 미국은 1985년 미일 반도체협정을 통해 일본의 공세를 차단하였다. 일본 반도체에 덤핑 판정과 관세부과, 일본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 20% 의무화,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 금지 등을 압박하여 결국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몰락하였다. 이러한 틈새를 이용하여 한국과 대만은 1990년대 반도체 제조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세계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이 주도했던 반도체는 국제분업체제로 공급되었다. 설계는 미국이, 제조는 한국·대만이,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일본·유럽·미국이 맡게 되었다. 당시 반도체 제조는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고 인체에 유해한 요소들이 많았다. 이에 미국은 제조 공정을 동아시아로 이전하였고 자유무역과 국제분업체제에서 중국도 반도체 설계, 제조 역량을 빠르게 신장시켰다.

3.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전환한 미국

WTO 가입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면서 첨단기술에서도 미국을 바짝 추격하였다. 중국은 2023년 반도체 생산 자급률 20%, 2022년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달성했는데, 2025년까지 70% 자급률을 목표로 10년간 160조 원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은 세계금융위기로 한계에 봉착했고 중국의 굴기를 막지 못했다. 이에 2023년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새로운 경제 리더십을 제시하는 [뉴 워싱턴 컨센서스]를 발표하였다. 레이건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워싱턴 컨센서스는 탈규제, 긴축재정, 민영화 등으로 민간과 시장에 모든 걸 맡기자는 미국식 경제모델로 IMF·세계은행·WTO를 앞세워 자본자유화, 무역자유화를 추진하였다. 설리번은 기존 워싱턴 컨센서스의 과오를 지적하고,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켜 중산층이 잘 살 수 있는 기반 구축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인프라법 등을 제정하여 대규모 자본을 미국 경제력과 기술력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의 통합도 과거의 달라졌다. 중국과 패권전쟁이 가속화되면서 경제와 안보의 상호의존성이 커져 안보 측면에서 믿을 수 있는 동맹국끼리 경제블록을 형성한다. 또한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미중무역전쟁 등에서 경제를 시장에 맡겨두는 것에 반대하고 복잡한 문제에 개입할 큰 정부를 주장한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제조업 육성의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동맹국과 우방국을 중심으로 블록을 형성하고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 국가에는 울타리를 높이 치겠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경제 질서는 30년간 지속된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막을 내리고 대략 2022년부터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으로 전환하였다. 미국은 유럽에서는 NATO와 미·EU무역기술위원회로, 아시아에서는 AUKUS(미국, 영국, 호주)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로 군사·경제적으로 중국, 러시아 등을 봉쇄하고 있는데, 최근 AUKUS에 일본과 한국의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 전략은 반도체, AI, 슈퍼컴퓨터 등 첨단기술이 중국 등 우려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물론 교역액이 916조 원(2022년)이나 되는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다. 범용 상품은 빗장을 풀되(디리스킹), 반도체 등 핵심기술은 디커플링 하겠다는 것이다.

4.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①2019년 화웨이를 우려거래기업에 포함하고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하여 제재하였다. ②2022년 8월에는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하고 5년간 527억 달러를 지원하여 미국으로 반도체 생산을 이전하고 있다. ③2022년 10월에는 포괄적 반도체 수출통제 패키지를 도입하여, 고성능 슈퍼컴퓨터,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우려국 수출을 통제하였다, 한국은 D램 18나노미터 이하, 낸드플래시는 128단 이상이 적용된다. ④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2024년 1월부터 범용반도체까지 수출통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⑤2023년에는 중국은 배제하고 일본·한국·대만을 끌어들여 칩4 동맹을 구성하고 첫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였다.

한국에 큰 타격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을 보면, 한국의 현지법인은 초과이익을 미국에 환수해야 하고, 기술과 영업 정보제출, 생산시설에 대한 미 국가안보기관 접근 허용 등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이 금액을 미국 외 국가에서 사용할 수 없고, 해외 우려단체와 공동연구 제한, 10년 동안 우려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 및 신축이 금지된다. 첨단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 5% 이상 확장, 범용반도체의 경우 10% 이상 확장이 금지된다.

한국의 중국현지공장 투자 제한은 당분간 적용 유예되었지만, 미 상무부가 정기적으로 조사하며, 언제든지 기준을 새로 정할 수 있으므로, 한국 반도체산업의 자주권이 훼손되었다.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그룹의 기술정책책임자인 폴 트리올로는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장문을 닫기를 원한다”고 말했다(워싱턴 KEI 세미나)

5. 한국의 반도체산업 전망

첫째. 한국경제에서 반도체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는 한국의 산업주권을 훼손하고 수출과 중국 현지공장의 생산능력을 크게 위축시킨다.

2021년 중국(홍콩 포함)은 세계 반도체 수출의 20%, 수입의 54.2%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2021년 중국(홍콩 포함)의 반도체 수입액 7,116억 달러 중 한국이 수출한 금액은 1,865억 달러로 26%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홍콩 포함) 비중은 60%나 된다.

한국은 반도체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68억 달러인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동기간 319억 달러 적자이다.

한국의 2020년 반도체 수출 현황 [자료 : 한국무역협회 2021년]

둘째.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한국의 미국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의 질 좋은 일자리 감소, 세수 감소, 연관산업 후퇴, 수출 감소 등이 발생하여 GDP가 하락하고 경제에 충격을 준다.

삼성전자는 2024년 4월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투자규모를 440억 달러(약 60조 원)로 늘린다고 발표하였다. 2022년 170억 달러(23조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하였는데, 올해 270억 달러(37조 원)를 추가하여 생산시설과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센터 등을 지을 예정이다. 삼성은 반도체지원법에 의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60억 달러(8.2조 원)를 받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였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40억 달러(5조3천억 원)을 투자하여 패키징 공장을 준공한다. 미국에서의 공장 가동은 물가, 인건비 등으로 한국보다 2~3배 정도의 비용이 들고, 한국의 생산설비가 그만큼 확장되지 못하고 수출도 줄어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볼 때는 보조금을 받은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 바이든은 대통령 재출마 선언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유치로 생긴 미국 일자리 창출, 세수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셋째. 글로법 공급사슬의 변화는 대외의존성이 큰 한국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미국, 일본, 대만, 중국, 유럽 등이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의 독과점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지정학적 우려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설비를 미국과 일본 등으로 이전하고 있어,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축소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미중 분쟁을 이용하여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세우고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를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일본 투자 계획 (단위 : 엔) [자료 : 박영선 외, 반도체 주권국가 2024년]

넷째. 산업통상부와 과기부는 2024년 1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2047년까지 622조 원을 투자하여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년간 346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30%인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정부도 세제지원, 금융지원, 인력양성 등으로 총력지원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장기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구체성이 떨어지고 총선용으로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물과 전력 공급 문제, 반도체 생태계 구축,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 설계·엔지니어 인재 육성, 공급망 재편에서 생존하기 등 무수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대규모 투자가 예전처럼 쉽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과 인력개발도 필요하지만, 신냉전 시기에는 산업주권과 중립외교가 더 중요하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은 과거 미일 반도체협정과 유사하여 기술개발·생산·투자·교역에서 자주권을 제약하고 미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 반도체를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호무역 시대, 핵심산업과 기술은 자국에 배치해야 유사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반도체 기술과 생산의 상당부분이 미국으로 이전되고, 고용, 세수, 수출, 연관산업 등이 후퇴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눈부신 반도체 굴기는, 국가가 오랜기간 수출 대기업에 세제지원, 금융지원, 수직계열화 및 독과점 인정, 판로개척 및 서비스 지원, 제도개선 등으로 국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실적과 전망은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며, 한국의 안정된 일자리와 GDP 증가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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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구요?] 22대 기후국회를 위한 10대 ‘자원’

기후유권자가 기후시민으로 ‘정치’하는 법

 

필자주

한국사회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22대 총선은 어떤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을까? 정권심판론이 우세했던 선거에서 그나마 ‘기후정치’는 의제로 떠올랐다. 기후유권자 운동을 중심으로 기후총선의 성과와 과제, 기후유권자 운동의 전망을 10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기후총선을 위한 시민들의 모든 활동은 22대 기후국회를 만들기 위한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① 22대 총선 ‘기후유권자’의 등장

지난 1월 22일,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결성한 은 ‘2024 기후총선 집담회’에서 기후유권자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시민 17,000명(17개 광역별 1,000명씩 조사)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분석을 토대로 “기후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의제에 투표를 고려하는 유권자가 33.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전라남도가 38.1%로 기후유권자 비중이 제일 높았고, 서울 36.3%, 대전 34.3% 순이었다.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기후정치바람’의 주최로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정책과 표심’ 집담회가 열렸다. ⓒ기후정치바람


② ‘기후위기 당사자’를 찾아 나선 언론

언론은 당장 기후유권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MBC뉴스는 기후유권자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2022년 서울 동작구의 침수 피해 상인과 전라남도 곡성과 화순의 농부를 찾아 인터뷰했다. 한겨레신문은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 어부와 영흥화력발전소 노동자를 찾아갔다. 경향신문은 공동기획으로 기후정치 대담을 이어갔고,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에서도 기후유권자 현상을 다뤘다. 지역 기독교방송 기후유권자 분석 결과를 인터뷰했으며, 대구경북의 뉴스민은 [기후로운 투표생활]을 시리즈로 다뤘다. 인천 지역의 한 기자는 전국 조사결과만이 아니라 인천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보도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③ 2024년을 ‘기후정치’ 원년으로!

시민사회의 기후정치 대응도 폭넓게 펼쳐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정치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1.5%의 기후시민을 조직하는 운동을 펼쳤고, 선거기간 316 에너지전환대회, 기후시민열린마당을 개최했다. 기후정치시민물결은 ‘기후정치 원년 시민 선언’을 시작으로 기후총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했다. [2024 기후총선프로젝트]는 12대 기후에너지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정당과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시민사회의 기후정치 활동 ⓒ필자 제공


기후유권자들은 “기후위기에 투표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 곳곳에서 워크숍, 토론회, 선언대회를 열고, 표를 조직했다. 경기도 포천, 서울의 동작구와 성북구, 경상남도 남해군 같이 기초지자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벌어졌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기후의제가 지역 선거의제로 등장했고, 동작구는 후보자 초청 사전 간담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기후공약을 약속했다. 성북구는 출마한 후보 다섯 명 중 네 명이 공보물에 기후공약을 명시하고, 기후보좌관 채용을 약속하는 성과를 얻었다.

④ 원내 모든 정당 ‘기후위기 대응’을 10대 공약으로 발표
 

2024년 총선에서 기후의제의 위상은 정당 공약에서 드러났다. 모든 원내 정당이 기후공약을 10대 공약으로 발표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두차례에 걸쳐 기후공약과 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공약은 기후공약을 산업과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접근했고, CF100과 RE100을 두고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녹색정의당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의제로 제시하면서, 공항 건설과 원전 대신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에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공식선거 운동기간에는 기후에 관한 관심이 줄었고, 정당이 내세운 기후공약의 장단점과 차이에 대한 깊은 토론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의제는 딱 밥상위에 밥과 반찬을 차린 상태였다. 맛은 어떤지, 먹으면 독이 되는지 힘이 되는지 구분하는 데까지 가지는 못했다.

 

6개 정당 주요 공약 중 기후공약 순위 및 구호 ⓒ단비뉴스 전나경기자

⑤ 지역구 후보자 기후공약 전수조사 – 기후유권자가 투표할 기후 후보는?

기후정치바람 등 국내 16개 단체가 선거공보를 기준으로 전국 254개 선거구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696명의 기후공약을 전수 조사했다.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168명으로 24.1%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대비 비율로 보면, 제주 42.8%, 경남 40.5%, 인천 38.5%, 충남 35.5%, 광주 31.8% 순으로 높았다. 정당을 기준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의 비율은 녹색정의당(100%) 진보당(48%), 더불어민주당(39%), 국민의 힘(15%), 새로운미래(14%) 순이었다.

기후유권자는 준비되었는데, 기후 후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 큰 문제는 기후공약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개발 공약이었다. 후보 181명이 철도/도로 지하화, 342명이 주차장 확대, 196명이 그린벨트/상수원/고밀도 개발 등의 규제 완화 공약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공약이 지역 현안에 치중되어 있어서 공보물만 보면 지자체장 선거인지, 국회의원 선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후정치바람이 당선자들의 기후공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254명 중 64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61명 중 53명(33%),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10명(11%), 진보당 1명 중 1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하였다. 국민의힘은 당차원에서 기후공약을 10대 정책으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당선자의 기후공약 제시 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경상북도는 기후 위기 공약을 제시한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⑥ 기후 위기를 다룰 22대 국회의원은 누구?

21대 국회에서 기후 의제를 다뤘던 의원 중에서 이번에 당선된 의원은 이소영(의왕시과천시), 우원식(노원구갑), 김성환(노원구을), 김영배(성북구갑), 이해식(강동구), 민형배(광산구을), 어기구(당진시), 김용민(남양주시병), 김정호(김해시을), 위성곤(서귀포시), 이수진(성남을) 의원이 있다. 이소영 의원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 공공기관·건물·철도 RE100,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중단,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법 제정, 기후재난 시스템 전반 재설계를 약속했다. 우원식 의원은 탄소세법과 재생에너지 배당형 기본소득을, 김용민 의원은 기후위기 헌법 명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어기구 의원은 석탄화력발전 폐쇄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소형핵발전소(SMR) 원천 봉쇄, 탄소중립도시 선정 추진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목할 만한 기후공약을 낸 박주민(은평구갑)의원은 한국형 IRA법, 탄소세 도입, 기후환경에너지종합센터를 공약했으며, 이인영(구로구갑)의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개발 재건축 선도를 위해 도시정비법, 도시재생법 관련 법을 제·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한규(제주을) 의원은 신재생에너지로 도내 전력수요 충족과 분산 에너지 특구 지정을 약속하였다. 국민의 힘 최형두(마산합포구) 2040 넷제로시티 달성 특구 지정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22대 국회에 새로 입성해 기후의정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인 박지혜(의정부시갑), 기후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정헌(광진구갑), 그린뉴딜3.0 정책 추진을 위한 국회 포럼 구성과 활동, 산업단지 RE100 지원을 공약한 박정현(대덕구), 수원 당수2지구 제로에너지도시 추진 등을 제시한 백혜련(수원시을), 재생에너지청 신설 및 유치를 약속한 허성무(창원시성산구) 당선자가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동작을) 당선자가 극한 호우 등 기후변화형 재난에 대한 안전 강화와 친환경 마을버스 확대 도입을, 김용태(포천시가평군) 당선자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신성범(산청함양거창합천) 당선자가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확장을 약속했다. 진보당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자는 교통기본법 입법, 주민과 숙의 과정을 거쳐 해상풍력 발전 추진,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단/신규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추진 공약을 제시했다. 비례당선자를 살펴보면 조국혁신당의 서왕진 당선자도 기후전문가이며,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당선자도 농촌현실을 대변하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이다.

⑦ 기후총선이었나? 녹색정의당 원내진입 실패

기후의제가 총선에서 주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내건 녹색정의당은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총선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보다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를 평가하는 선거였다. 정권심판론이 그랬고 녹색정의당 역시 기후공약 이전에 정치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기후 의제를 유일하게 내건 정당은 녹색당이었지만, 이제 모든 정당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상황이다 보니 정책집행 능력도 같이 살피는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2022년 실시한 유권자 분석 결과를 보면 친환경·신성장 그룹이 전체 유권자의 20%로 나온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지지한다. 한국사회에서 녹색도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깊이 인식하고, 무엇이 이 위기를 만드는지, 그래서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녹색당과 정의당이 연합한 녹색정의당이 22대 국회에서 역할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후정치 차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녹색정의당 입당 환영 기자회견이 열린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과학자이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⑧ 22대 국회 앞에 놓여있는 숙제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4~2028년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시간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전 세계 기후위기가 ‘미지의 세계’로 접어들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만이 아니라 유례없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지역소멸, 재원 부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22대 국회 임기 4년 동안이 기후위기 대응의 황금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국회의 대응도, 기후유권자들의 활동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몇몇 국회의원이 기후와 관련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를 막론하고 기후 의제를 다뤄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마침내 ‘환경’ 의제라는 틀을 벗어나 ‘기후’와 산업, 에너지, 적응, 안전 문제를 포괄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여야 모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소 중단, 기후금융 활성화, 기후위기 대응을 다룰 정부 조직 재편과 같은 정책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갖춘 국회 기후특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2대 국회가 기후 국회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우려 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역에는 ‘공항 건설’이 수도권에는 ‘철도·도로 지하화’가 변수다. 서울특별시 당선자 48명 중 절반에 이르는 24명이 지하철과 도로 지하화 공약을 약속하였다.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과 개발 공약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꽃장식처럼 기후 문제를 다뤄서는 온실가스배출도 늘릴 뿐만 아니라 예산과 인력과 시간을 좌초 기반 시설에 낭비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⑨ 기후유권자 운동의 계획과 전망

기후유권자 33.5%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기후정치바람은 지역별, 연령대별로 기후유권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기후유권자의 지형을 알아볼 계획이다. 사회운동으로서 기후운동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데, 기후의정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후정치바람’이 올해 활동으로 얻은 교훈은 세 가지이다. 첫째. 기후유권자가 존재한다. 둘째, 경남, 인천, 충남과 같이 지역의 기후시민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기후정치가 확장될 수 있다. 셋째, 기후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유권자와 비교하면 기후정치인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정치인들이 기후 문제를 각성해서 기후유권자를 대변해 주기를 기다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2년 뒤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전략도 동시에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후정치바람은 지역별 활동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2026년 지방선거를 기후선거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지금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선거에서 기후정치는 더 구체적으로 지역민들의 일자리와 삶터, 안전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부터 2026년 지방선거 출마자를 위한 기후학교를 열어 기후위기 대응과 정책, 예산을 꼼꼼하게 학습하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2024년 기후 총선에서 등장한 기후유권자들이 기후 시민으로 행동하면서 우리 지역의 기후정치를 만들자. 기후정치바람은 2026년 지선, 2027년 대선까지 매년 대규모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진행하면서 22대 총선에서 등장한 기후유권자가 일상에서 기후 시민으로 활동하면서 기후정치가 성장하도록 역할 할 것이다.

⑩ 2024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야 할 일

지난 4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위헌 여부를 다투는 핵심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의 중대한 위헌성이다. 국가가 기후위기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다투고 있다. 이 판결의 결과는 향후 한국 사회 기후위기 대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UN에 2030년 목표 이행여부를 담은 격년투명성보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2035년 감축목표를 설정해 UN에 보고해야 한다. 목표가 적절한가 여부와 더불어 이미 약속한 목표를 실행하고 있는가를 동시에 검증하고 있다. 당장 2025년 태안1.2호기 폐쇄와 2030년까지 18기 석탄발전소 폐쇄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이제 국회의 진용이 꾸려졌다.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동시에 기후유권자가 기후시민으로 본격적인 ‘기후정치’에 나서야 할 시간이다. 기후유권자를 포함해 다양한 기후사회운동이 국회안보다 국회 밖에서 더 큰 움직임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국사회 ‘기후정치’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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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이 지나도 여전한...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日감독 연출 극영화 호평속 국내 첫 상영..."응시해야 한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07 00:46
  •  
  •  수정 2024.05.07 00:48
  •  
  •  댓글 0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의 한 장면 [사진-영화 갈무리]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의 한 장면 [사진-영화 갈무리]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 일대에서 발생한 간토(관동)대지진은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 사건인 '조선인에 대한 집단학살'과 함께 기억되어야 할 참극이다.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이다. 

100주기에 이른 지난해까지도 한국사회는 무지와 무관심을 넘지 못하고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데 실패했다.

양심적 일본 시민사회가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부끄러움을 표시하며 준비한 추도행사에 대해 한국정부는 일부 인사들이 정부 승인없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괴이한 작태를 보였다.

물론 일본 정부는 철저히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0주기에 맞춰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을 다룬 일본인 감독의 극영화가 발표돼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모리 다쓰야(森達也) 감독이 연출한 '후쿠다무라(福田村) 사건'

일본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후쿠다무라'사건을 소재로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을 다룬 영화이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 경쟁부문 최우수작을 수상하고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 제47회 일본아카데미상 우수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가 지난 3일 '2024 일본서벌턴영화제' 첫 작품으로 선정한 작품 상영에 앞서 설명에 나선 모리 다쓰야 감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가 지난 3일 '2024 일본서벌턴영화제' 첫 작품으로 선정한 작품 상영에 앞서 설명에 나선 모리 다쓰야 감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는 지난 3일부터 시작된 '2024 일본서벌턴영화제' 첫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정해 교내 도서관 5층 휠라아쿠쉬네트홀에서 상영했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인지 '1923년 9월 후쿠다무라사건'이라는 우리말 제목을 달았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이라고 한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 내내 '조선인'이 수시로 등장한다. 조선인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죽여도 된다'는 공감이 있었다. 조선인에 의한 약탈과 방화를 적시한 일본 내무성의 전문에 자경단을 구성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1시간 가까이 영화는 1923년 9월의 상황을 설명한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9월 2일 도쿄에 계엄령이 시행되고 3일 요코하마, 4일 후쿠다무라가 있는 지바현으로 확대되는 대혼란이 벌어졌으며,  당시 유일한 미디어였던 신문은 확인없이 '조선인이 무리를 지어 공격한다. 약탈과 방화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공포를 더욱 키웠다.

당시 식민통치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은 '불령선인'의 역습에 대한 두려움이 일본내에 집단적으로 공유된 상황이라는 것이 여러 등장인물의 경험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러일전쟁에 참전했던 마을의 노인은 영웅담을 듣고 싶어하는 재향군인들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는 모두 죽는다'는 공포의 체험을 되뇌이고, 조선에서의 생활을 접고 아내와 함께 귀향한 사와다는 4년전인 1919년 3.1운동 직후 경기도 수원의 제암리 감리교회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잔인한 학살에 간접적으로 가담한 트라우마를 잊지 못한다.

식민지배에 동원됐다 돌아온 재향군인들은 군복을 일상복으로 착용하고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하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 천황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호소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조선인들에 대한 공포심을 감추고 있다.

마을의 부녀자들은 이런 와중에 덩달아 조선인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가고 그런 마음은 조선인에 대한 멸시로 나타났다.

그런 와중에 마을에는 외지에서 온 행상단 15명이 며칠 머무는 일이 생긴다.

'에타'(부락민)라고 불리며 일본 사회에서 천민으로 취급받던 이들이다. 배탈, 설사에 특효약으로 명성을 얻고 있던 '정로환'과 두통약, 감기약 등을 팔기 위해 행상단을 꾸려 촌락과 도시를 다녔다. 

지진과 조선인 살해의 흉흉한 소문이 돌던 1923년 9월 6일이었다.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기 위해 도착한 도네강의 나루터에서 그들은  '조선인'으로 오인한 재향군인과 자경단으로 구성된 마을민들에게 집단 살해당했다.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  포스터. [사진-후쿠다무라사건 영화 홈페이지 갈무리]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  포스터. [사진-후쿠다무라사건 영화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서 잠깐. 영화의 소재로, 제목으로 쓰인 '후쿠다무라 사건(후쿠다무라지켄)'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후쿠다무라는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의 히가시 가츠시카군의 조그마한 마을이다. 현재 지명은 노다시.

가가와현에서 후쿠다무라로 흘러온 행상단 15명중 9명이 이곳에서 지역 2개의 자경단과 마을 주민 약 200명으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이다.

1923년 9월 1일 간토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한 뒤 5일이 지난 9월 6일 점심 무렵 흥분한 상태의 자경단원과 군중 200여명이 이들을 둘러싸고 '말투가 이상하다. 조선인 아닌가'라며 당시 일본어 발음이 서툰 조선인 식별을 위해 사용한 방법인 '15엔 50전'(じゅうごえん ごじっせん. 주고엔 고짓센)을 따라하게 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고 이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재소 순사는 본서에 문의한 결과 이들이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였다.

간신히 6명의 행상단원이 살아남았으나 이미 15명중 유아 3명(2, 4, 6세)을 포함해 9명은 살해당한 상태였고 그 시신은 도네강에 버려져 유해도 찾을 수 없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는 자경단원 8명이 검거되었으나 이들은 "조선인으로부터 향토를 지킨 나는 우국지사이며, 나라에서 자경단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결과 잘못되어서 죽인 것"이라는 주장을 폈으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모두 확정판결 2년 5개월후 히로히토의 천황 즉위(1926.12)에 따른 은사로 석방됐다. 

출소한 인물 중 한 사람은 후에 마을의 촌장이 되고 시로 승격된 후에는 시의회 의원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오가는 정보에 혼란스럽고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부추겨졌을 때, 집단 심리는 가속하고 군중은 폭주한다. 이것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자성의 문구가 적혀있다.

모리 감독은 "참극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묻혀진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쓸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극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다큐멘터리이건 극영화이건 중요한 건 역사적 진실이겠다.

일본에서도 외면하는 100년전 사건을, 관련 자료도 빈약한 상황에서, 낯선 소재를 성실히 고증하고 거기에 이야기를 입혀 영화로 만든 감독의 노력은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임에 분명하다.

중첩된 차별의 실상도 분명히 드러난다. 또 후쿠다무라의 젊은 아녀자가 광기에 사로잡혀 낫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선량한 개인이 자행하는 악행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도 알수 있다.

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말했다. 집단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피부색과 국적, 민족, 신앙, 언어 등 다양한 차이가 있는데, 다수파는 소수파를 표적으로 하며, 이것이 학살과 전쟁의 원인이 된다는 것. 그렇게 인류의 역사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아야 하고 응시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천민으로 차별받던 행상단원들은 지진으로 인한 혼란으로 장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분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로 한다. 

'조선인과 우리 중 누가 더 나은지'에 대해 갑론을박하기도 하는데, 죽음을 앞두고는 '조선인이면 죽여도 되냐'는 항변을 한다.

그렇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매우 아쉽기도 한 대목이다. 

일본 관헌의 악의적 선동에 편승한 '민중의 학살 책임' 역시 엄중하다는 재일 사학자 고 강덕상의 지적을 되새긴다.

낯선 이역에서 이유없이 살해당한 조선인들이 100년이 지나도록 구천을 헤매고 있다. 그들을 집단적으로 학살한 미증유의 범죄에 대한 진상은 지금껏 은폐되고 단죄되지 않았다.

'악의 평범성'을 강조하는 것은 독립적 개인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언제든 악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중요한 시사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평가와 단죄가 언제나 엄숙하고 진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영화 개봉이후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101년전 간토대지진 당시 아직도 규모를 확정하지 못할 만큼 많은, 최소 6,600여명의 재일 조선인이 일본 정부와 민간의 조직적인 제노사이드 범죄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미증유의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에서든 결코 잊혀져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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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하면, 반나절 만에 다 까발려질 것"



[인터뷰] 김건희 여사 일가 의혹 추적한 홍사훈 기자가 짚은 '특검에서 밝혀져야 할 세 가지'

24.05.07 07:06l최종 업데이트 24.05.07 07:06l

글: 이주연(ld84)

이정환(bangzza)

사진: 이정민(gayon)

 

김어준의 뉴스공장 '홍사훈의 경제쇼' 진행자인 홍사훈 전 KBS 기자가 4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벙커1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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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제출한 종합의견서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모녀가 주가조작 사건으로 얻은 수익만 23억원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이 있어야만 주가조작이 성공하는 겁니다. 일반 개미 투자자가 23억원을 날렸다는 얘기와 똑같은 거죠. 그럼에도 이게 '지나간 일'이라고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4월 5일 홍사훈의 경제쇼-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홍사훈 전 KBS 기자의 말이다.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된 인요한 당선인이 지난 3월 29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다 지나간 일들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홍 기자는 말했다.

 

"오늘 방송 이틀 뒤(2024년 4월 7일)면 김 여사가 고발(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된 지 4년째가 됩니다. 그럼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만 수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홍 기자는 KBS 재직 시절 윤 대통령 장모의 '17년 소송' 총정리(2020년 4월 25일 KBS 시사기획 창) 방송 등을 내놓으며 김건희 여사 일가 의혹에 대해 꾸준히 취재해왔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 거래 조사 결과를 담은 '금융감독원 사건번호 133호' 보고서의 존재를 처음 밝힌 것도 그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돌연 KBS를 퇴사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직장은 바뀌었지만 업은 같다. '홍사훈의 경제쇼'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할 뿐이다. 한쪽 귀에 꽂은 연필, 두 세 번 접어 올린 셔츠 소매, 그리고 대형 스크린에 PPT를 띄워놓고 '일타강사'처럼 사안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모습도 그대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지나간 일이 아닌 이유"에 대해 다룬 지난 4월 5일 방송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마지막 멘트를 했다.

 

"김건희 여사만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덮는다면, 앞으로 주가조작은 범죄로 인정하면 안 됩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밝혀져야 할 세 가지는 무엇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밝혀져야 할 세 가지

 

지난 4월 30일, '홍사훈의 경제쇼'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가 답한 세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한증권 계좌 '타사출고'가 진짜인지 밝혀져야 한다. 둘째,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에 대한 은행 계좌추적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검찰 수사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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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자 유튜브 방송 <홍사훈의 경제쇼>의 한 장면. 홍 기자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거래내역서에 대한 의문을 설명하고 있다.

ⓒ 홍사훈의 경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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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증권 계좌 '타사출고'부터 설명해달라.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캠프에서 딱 한 번 해명을 했다. 2021년 10월 20일, 김 여사의 신한증권 계좌 거래 내역 23장을 공개했다. 2010년 5월까지의 거래내역이었다. '(신한증권 계좌에 있던) 2010년 5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별도 계좌(동부증권)로 옮기며,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게 당시 윤석열 캠프 법률팀의 주장이었다. '전문가 이모씨에게 신한증권 계좌를 일임했을 뿐 4000만원 정도 손해만 본 사안'이라며 그 근거로 거래내역을 공개했던 것이다.

 

거래내역서를 봤더니 거래량, 한 주당 가격 외에 또 지운 게 있었다. 바로 '타사출고(보유 주식을 타사 계좌로 옮기는 것을 말함, 기자 주)' 혹은 '타사입고'라고 적혀있는 란에 있는 내용이다. 신한에 있던 주식을 동부로 옮겼다면 '타사출고'라고 찍혔을 거다. 그런데 이걸 지웠다. 지울 이유가 전혀 없다. 법률팀 주장을 뒷받침해줄 증거인데 빨간 줄 쳐서 강조해서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윤석열 캠프 공보 담당관에게 '왜 지웠냐, 지운 내용 공개해달라'고 했더니 '지운 건 맞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라."

 

따라서 앞서 공개된 거래내역서에는 윤석열 후보 캠프가 밝힌 것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신한증권에서 동부증권으로 출고된 것이 아니라 반대 상황(타사입고)이 명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홍 기자 입장이다. '타사출고로 찍혀있다'는 당시 캠프 해명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기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런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실에서 '타사출고'라고 찍혀 있는 원본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계좌추적, 그것만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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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시작하면 반나절이면 다 까발려질 거다. 계좌추적, 그것만 해도 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한증권과 동부증권은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은행은 안 했다. 은행계좌 추적하면 많은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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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그의 어머니 최은순씨 은행계좌 내역은 공개된 바가 없다.

 

"도이치모터스 재판 공판 기록을 다수 확인했는데, 수사 검사 두 명이 적극적이더라. 그 검사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한테 공판 중에 물어봤다. '최은순 증권계좌에 5억원이 무통장 입금으로 들어왔는데, 누구 돈이냐'고. 권오수가 처음에는 '최은순 계좌를 차명으로 내가 갖고 있었다'고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 그래서 이 돈이 누구 돈이냐고 권오수한테 물었던 거다. 이 질문은 결국 검찰이 최은순-김건희 계좌를 못 털었다는 걸 보여준다. 왜냐, 계좌추적을 하면 당사자한테 통보가 가게 돼있다. 그게 겁이 나서 못했던 게 아닐까. 자기들(검찰) 대장(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인데, 대장 부인과 장모 계좌를 털었다? 그렇게 찍힐까 두려워서 못한 게 아닌가.

 

그럼에도 '5억원'을 검사가 언급한 건, 방청석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거라고 생각한다. 공개적 질문을 통해 '최은순 계좌 확인이 어렵다'는 걸 전하려 했던 거라고 본다. 서면으로 작성해 재판장에게 넘기면 될 부분 아닌가. 공개적으로 질문할 이유가 없다. 검사가 법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전화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주문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 워딩 역시 김 여사가 단지 계좌만 선수에게 빌려준 수준이 아니라, (주식 매입을) 직접 뛰었다는 걸 암시한다. 이런 식으로 수사 검사들이 나름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던졌다고 본다.

 

특검 시작하면 반나절이면 다 까발려질 거다. 계좌추적, 그것만 해도 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한증권과 동부증권은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은행은 안 했다. 은행계좌 추적하면 많은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니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넘어오기도 전에 대통령실에서 '무조건 거부권 행사한다'고 하는 거다. 그럴 수밖에, 무슨 수가 있겠나. 특검 권한으로 반나절만 뒤져봐도 다 나올 거 같은데."

 

- 방송에서 검사가 방청객에 메시지를 건넨 거 같은 또 다른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2012년 11월 11일, 판사가 검사에게 물었다. '한국거래소에서 (도이치모터스) 이상 거래 적발된 게 없냐'고. 검사가 '(2012년) 적발된 게 있다.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관련해 남부지검까지, 금융조사부(중앙지검)까지 의뢰된 게 있는데 수사로까지 진행되진 않았다'고 답했다. 검사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대답한 것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의뢰된 건을 검찰은 왜 뭉갰나. 왜 사건이 되지 않았나. 검사들이 이 사건을 단계 단계마다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영향을 끼쳤나 안 끼쳤나, 특검에서 꼭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경찰 내사보고서 공익제보자, 지켜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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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훈 전 KBS 기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 "지난 4년 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만 수사가 안 되고 있다. 기소를 할지 안 할지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혐의라면 무혐의 도장 찍어주면 된다. 근데 그것조차 안 하고 있다. 거래내역부터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에 전화한 내역까지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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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꼭 짚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주가조작이 윤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논리들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공소장에 밝힌 바에 따르면, 주가 조작은 2009년 11월에 시작해서 2012년 12월 종료됐다. 윤석열-김건희 결혼은 2012년 3월이다. 주가조작이 끝나기 전에 이미 결혼을 한 것이다. 주가조작이 실행되는 중간에 결혼했고, 그 이후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4년 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만 수사가 안 되고 있다. 기소를 할지 안 할지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무혐의라면 무혐의 도장 찍어주면 된다. 근데 그것조차 안 하고 있다. 거래내역부터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에 전화한 내역까지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혐의' 도장을 찍어주면 이 도장이 나중에 자신의 목을 겨눌 칼이 되어 돌아올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끝으로, 더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적힌 경찰 내사보고서(2013년 작성)를 언론에 제보한 송아무개 경감이 가장 안타깝다. 언론 제보를 이유로 경감에서 경위로 강등됐다. 송 경감이 경찰 보고서를 봤는데, 보고서 안에 김건희라는 이름을 발견했고 도이치파이낸셜 고시를 확인해 생년월일이 (김 여사와) 일치함을 발견했다. 고민하다가 심인보 당시 KBS 기자를 찾아갔고, 사건이 보도될 때만 해도 '끝까지 이 사건에 매달려줘서 고맙다'고 했었다. 그런데 중징계 받고 나서는 연락이 끊겼다.

 

이런 분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세상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공익 제보자 하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정도의 성숙도를 갖고 있구나, 아직 멀었구나 반성해야 한다. 나중에라도 꼭 보상이 있어야 한다. 꼭 하고 싶었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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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건희, #도이치모터스, #홍사훈, #홍사훈의경제쇼, #김어준의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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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반제전쟁의 역사와 중국의 군사 개혁

 

[개벽예감 584] 동아시아 반제전쟁의 역사와 중국의 군사 개혁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5/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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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제1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2. 제2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3. 중국의 제1차 군사 개혁

4. 제2차 군사 개혁과 제3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1. 제1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지도를 펼쳐놓으면, 동아시아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4개 땅이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자리를 잡은 순서대로 열거하면, 만주, 한(조선)반도, 오끼나와, 대만이다. 이 4개 땅을 전부 강점해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려고 미쳐 날뛴 전범국가가 바로 일본 제국이다. 

 

1879년 일본 제국은 류큐 왕국을 해체하고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오끼나와는 일본 제국이 강제 편입한 류큐 열도의 일본식 이름이다. 

 

1894년 7월 25일 일본 제국은 청 제국을 공격해 침략전쟁을 도발했다. 노쇠한 제국주의 국가와 신흥 제국주의 국가가 격돌한 청일전쟁에서 신흥 제국주의 국가가 승리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제국은 청 제국의 영토인 대만을 뺏었다.

  

1904년 2월 8일 일본 제국은 서해에 주둔하는 로씨야 제국 전투함을 기습해 침략전쟁을 도발했다.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와 아시아의 제국주의 국가가 격돌한 로일전쟁에서 일본 제국이 승리했다. 로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제국은 한(조선)반도를 식민지로 강점했고, 로씨야 제국의 영토인 사할린을 빼앗았고, 서해와 동해의 제해권을 장악했다.

 

1931년 9월 18일 일본 제국은 만주사변을 도발해 만주 전역을 강점했고, 1932년 3월 1일 ‘만주국’이라는 간판을 내건 괴뢰국을 세웠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일본 제국은 1879년부터 1931년까지 52년 동안 무력도발과 침략전쟁을 자행하면서 오끼나와, 대만, 한(조선)반도, 만주를 순차적으로 강점했다. 그런 식으로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한 일본 제국은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을 도발함으로써 동아시아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려고 미쳐 날뛰었다. 

 

그러나 일본 제국의 극악무도한 침략전쟁과 야만적인 식민 통치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식민지 조선의 항일세력과 반식민지 중국의 항일세력은 일본 제국의 침략전쟁에 맞서 싸우고, 일본 제국의 식민 통치를 타도하기 위한 항일전쟁을 전개하였다. 이것이 제1차 동아시아 반제전쟁이다. 

 

지도를 펼쳐놓으면, 동아시아 대륙을 감싸고 있는 4개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자리를 잡은 순서대로 열거하면, 동해,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다. 동아시아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4개 땅을 전부 강점하고 영토를 크게 확장한 일본 제국은 더욱 기고만장해져 동아시아 대륙을 감싸고 있는 4개 바다의 제해권까지 장악해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했다. 

 

 일본 제국이 4개 바다의 제해권을 장악하려면, 필리핀(Philippines)을 식민지로 강점한 미 제국, 그리고 싱가폴(Singapore)과 브루나이(Brunei)를 각각 식민지로 강점한 영 제국과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노리던 일본 제국은 1941년 12월 8일 필리핀을 침공했다. 

 

태평양전쟁(1941~1945)은 미영 제국과 일본 제국이 4개 바다의 제해권을 둘러싸고 벌인 제국주의 각축전이었다. 같은 시기에 식민지 조선의 항일세력과 반식민지 중국의 항일세력은 일본 제국의 침략전쟁에 맞서 싸우고, 일본 제국의 식민 통치를 타도하기 위한 동아시아 반제전쟁을 전개했다. 

 

일본 제국은 동아시아 반제전쟁으로 타격을 받던 중 미영 제국과 소련의 압도적인 협공을 받고 패망했다. 1945년 9월 2일 일본 제국의 항복을 받아낸 미 제국은 일본 제국이 강점한 4개 땅 중에서 38도선 이남지역과 일본 열도를 전리품으로 빼앗았다. 만주는 소련의 항일전쟁 승리로 해방되었고, 대만은 중국 내전에 휘말려 있었으므로 미 제국은 만주와 대만을 강점할 수 없었다. 

 

2. 제2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지난 시기 미 제국은 내전에 휘말린 중국국민당 군대에 무기를 지원해주었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중국국민당 정권은 내전에서 연전연패하다가 결국 대만으로 패주했다. 섬에 고립된 중국국민당 정권이 살아남는 길은 미 제국의 ‘보호’를 받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 제국의 ‘보호’는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대만의 이권을 미 제국에 상납해야 하는 반역을 의미하였고, 대만이 미 제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받아야 하는 굴욕을 의미하였다. 중국국민당 정권이 1949년 11월 25일에 작성한, ‘대만에 관한 중미합의문 초안’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은 대만 최북단에 있는 지룽항(基隆港)과 대만 최남단에 있는 가오슝항(高雄港)을 각각 미 제국 해군기지로 상납하고, 대만 철도 운영권을 미 제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미 제국의 ‘보호’를 받는 방안이 검토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장제스 종미우익 정권을 무력으로 전복하고 대만을 해방하는 영토완정을 서둘러야 했다. 1949년 7월 5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은 소련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딸린(Iosif Stalin, 1878~1953)에게 보낸 전문에서 “대만 공격은 공군부대를 조직한 뒤에 가능”하므로 우선 소련이 중국인민해방군 전투비행사와 항공정비사를 훈련시켜 주고, 전투기와 폭격기를 중국에 판매해주고, 해군 함대 창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1950년도 하반기에 대만해방전쟁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1950년 1월 5일 미 제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1884~1972)은 대국민 담화에서 미 제국이 대만 방어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1950년 1월 12일 미 제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Dean G. Acheson, 1893~1971)은 전국기자협회 발언에서 대만이 미 제국의 서태평양 방어선에서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 제국이 대만 방어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대만 방어 포기’라는 유인책을 살랑살랑 흔들어대면서 중국을 관계 개선으로 유인하여 중국과 소련을 이간시키려고 교활하게 책동한 것이었다. 그런데 1950년 2월 14일 중국과 소련이 동맹조약을 체결하자 미 제국의 중국·소련 이간정책은 파탄되고 말았다. 그에 따라 미 제국은 ‘대만 방어 포기’라는 유인책을 폐기해야 했다.    

 

미 제국의 그런 교활한 책동과 무관하게 중국은 대만해방전쟁 준비를 다그쳤다. 1950년 2월 중국은 대만해방전쟁에 동원할 중국인민해방군 전투 병력을 40,000명에서 156,000명으로 대폭 증강했다. 전쟁이 임박하였다는 것을 직감한 대만 주재 미 제국 대리대사는 대만에 주재하는 미 제국 정부 기구들을 1950년 6월 15일 이전까지 전부 철수시킨다는 방침을 본국에 보고했다. 

 

1950년 6월 12일 마오쩌둥 주석은 대만해방전쟁 야전사령관으로 임명한 리위(粟裕)에게 보낸 전문에서 “대만을 신속히 해방할 것”을 지시했다. 바야흐로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대만해방전쟁을 불과 3개월 정도 앞둔 1950년 6월 25일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만일 대만해방전쟁이 한국(조선)전쟁보다 먼저 일어났더라면, 한(조선)반도와 동아시아의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대만으로 패주한 장제스(蔣介石, 1887~1975)와 점령군 사령관의 군모를 쓰고 도꾜에 머물고 있었던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는 중국국민당 군대와 미 제국 점령군이 38도선을 돌파하고 북진해 만주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무력 침공 망상에 들떠있었다. 만일 중국국민당 군대와 미 제국 점령군이 만주를 점령하면, 중국은 내전에서 패하게 된다. 

 

조선인민군이 당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였던 서울(*)을 탈환했던 1950년 6월 28일 장제스는 3개 보병사단, 1개 기갑여단, 수송기 20대로 편성된 ‘지원군’을 한국(조선)전쟁에 참전시켜 38도선을 돌파하겠다는 무력 침공 제안서를 백악관에 보냈다. 한국군의 연전연패로 궁지에 몰린 이승만(1875~1965)은 중국국민당 군대가 한국(조선)전쟁에 참전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애걸하는 서한을 당시 주한 미 제국 대사 존 무쵸(John J. Muccio, 1900~1989)를 통해 맥아더에게 보냈다. 맥아더는 미 제국 합참의장에게 중국국민당 군대의 한국(조선)전쟁 참전 제안을 수락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조선)전쟁이 일어난 때로부터 1개월이 지난 1950년 7월 말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한 맥아더는 장제스에게 미 제국군이 38도선을 돌파하고 북진해 만주를 점령하겠다고 약속했다.(*북한은 1948년에 제정한 헌법 제103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서울'이라고 규정했다. 1972년 헌법개정을 통해 비로소 평양을 수도로 바꿨다.-편집자 주) 

 

1952년 4월 8일 미 제국 극동 공군사령관 오토 웨일랜드(Otto P. Weyland, 1903~1979)는 미 제국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와 서면 대담에서 미 제국 공군이 “만주에 있는 군사시설에 대해 효과적인 폭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52년 6월 10일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는 제국주의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한국(조선)전선에 파견된 마크 클라크(Mark W. Clark, 1896~1984)에게 “부득이한 경우 워싱턴 당국과 협의하지 말고 즉시 보복행위(만주 폭격을 뜻함-옮긴이)를 단행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1953년 3월 27일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 비밀회의에서 미 제국 공군참모총장 호잇 밴든벅(Hoyt Vandenberg, 1899~1954)은 “만일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만주의 군사기지에 사용하게 되기를 바란다. 만주에서는 (핵무기 사용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망발을 늘어놓았다. 

 

미 제국 중앙정보국(CIA)은 1953년 4월 8일에 작성한 특별 정보보고서에서 6개 전쟁방침을 제안했는데, 그중에서 3개 전쟁방침에 만주 공격이 명시되었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일본 제국이 강점했던 4개 땅 중에서 38도선 이남과 일본 열도를 전리품으로 빼앗고도 성이 차지 않은 미 제국이 38도선을 돌파하고 북진해 만주까지 점령하려는 야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 제국의 동아시아 무력 침공 야욕은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 조선과 중국은 38도선을 돌파하고 북진해 만주까지 점령하려는 미 제국의 야욕을 분쇄하는 항미전쟁에 돌입했다. 조선과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1930년대 항일전쟁이 1950년대 항미전쟁으로 전환된 것이었다. 조선과 중국은 무장력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한 미 제국과 맞서 싸운 혈전을 거듭한 끝에 38도선을 돌파해 북진하려던 미 제국의 동아시아 무력 침공을 현재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저지했다. 이것이 제2차 동아시아 반제전쟁이다. 

 

3. 중국의 제1차 군사 개혁

 

1953년 7월 27일 조선과 중국은 미 제국의 동아시아 무력 침공을 일단 저지했지만, 그것으로 동아시아 반제전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장장 70년 동안 한(조선)반도와 대만해협에서는 소규모 무력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전쟁이 재발 위험이 감소하기는커녕 차츰 증대해 왔다. 

 

올해 2024년에 이르러 전쟁이 재발될 위험은 최고 수위에 육박했다. 재발 위험이 최고 수위에 육박한 그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그것은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닌 특별한 전쟁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 가지 성격이란 해방전쟁의 성격과 반제전쟁의 성격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은 중국 영토 안에서 중국인들끼리 싸우는 내전이고, 중국의 항미전쟁은 중국 영토 밖에서 미 제국의 동아시아 무력 침공을 격퇴하는 반제전쟁인 것이다.

 

변변한 무장력을 갖지 못했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오합지졸 대만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장력을 갖추고 전투훈련으로 단련된 중국인민해방군의 압도적인 공격을 받으면, 급속히 소멸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을 개시하면, 그 전쟁은 중국의 승리로 신속히 결속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이 고심하는 문제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하면, 미 제국군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 제국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하려는 해상전투훈련과 공중타격훈련을 미친 듯이 감행하고 있다. 미 제국군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감행하는 각종 전투훈련에 관한 정보가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쟁위험이 얼마나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는지 감지하지 못한다. 

 

중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군사 강국이지만,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졌다고 떠벌이는 미 제국도 만만한 상대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중국의 전쟁 준비는 대만군을 소멸하기 위한 대만해방전쟁보다 미 제국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항미전쟁에 더 많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해방전쟁 준비에만 시선을 집중하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의 항미전쟁 준비를 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미 제국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항미전쟁 전략을 최고 수준에서 수립하고 항미전쟁 준비를 다그쳐온 중국의 국가지도자는 단연 시진핑 주석이다. 1949년 10월부터 1950년 6월까지 기간에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을 전혀 예상치 못했고, 오로지 대만해방전쟁 준비에만 총력을 집중했다. 그런 점에서 ‘항미원조전쟁’은 중국이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수행한 동아시아 반제전쟁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보면, 오늘날 시진핑 주석은 동아시아 반제전쟁을 준비하는 데서 마오쩌둥 주석을 능가하는 최고의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2012년 11월 15일 시진핑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추대했고, 중국 인민은 2013년 3월 14일 그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으로 선출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이끌었던 최고 지도자들인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대만해방전쟁과 동아시아 반제전쟁을 중국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최고, 최대의 과업으로 정하고, 그 두 전쟁을 위한 준비사업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온 전쟁 준비사업의 중심에는 그의 표현대로 중국인민해방군을 “싸우면 이길 수 있는” 강군으로 육성하는 대대적인 군사 개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군사 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국인민해방군을 강군으로 육성할 수 없었고, 중국인민해방군을 강군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대만해방전쟁과 동아시아 반제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시진핑 주석의 전략구상이다. 그리하여 시진핑 주석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군사 개혁을 추진했다. 

 

2013년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군사 개혁방침을 실행하기 위한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2014년 3월 시진핑 주석은 ‘국방·군대 개혁영도소조’를 조직하고 자신이 직접 지도하면서 군사 개혁을 실행하기 위한 자기의 구상을 구체화했다. 그는 중국인민해방군 통합지휘기구를 창설하는 것을 군사 개혁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업으로 정했다. 

 

당시 중국인민해방군은 4개 총부(總部-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를 수뇌부로 하고, 그 산하에 육군 7대 군구(軍區), 해군, 공군, 제2포병(전략미사일부대), 인민무장경찰부대로 편성되었다. 그러나 4개 총부, 7대 군구, 4개 군종으로 분산된 군사 체계로는 작전 효율을 높일 수 없었다. 단일한 작전지휘 체계로 통합해야 작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우선 당중앙군사위원회 산하에 통합작전지휘쎈터를 설치해 각종 군사훈련을 총괄적으로 지휘하게 했다. 시진핑 주석은 통합작전지휘쎈터를 수시로 방문해 군사훈련을 준비하고, 군사훈련 명령을 내리고, 군사훈련을 직접 지휘했다.

 

2014년 12월 25일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의 지휘를 따르고 전쟁을 잘 지휘할 수 있는 새로운 사령 기관 건설에 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 결정서에 명시된 ‘새로운 사령 기관’은 새로운 통합작전지휘부를 의미한다.

 

2015년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베이징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개혁공작회의가 진행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소집한 그 회의에 중국인민해방군 수뇌부 200명이 참석했다. 개혁공작회의에서 ‘국방과 군대개혁 주요 방안’이 논의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군사 개혁방침에 따라 4개 총부가 해체되었고, 4개 총부의 권능을 분담한 15개 부서가 신설되었다. 신설된 15개 부서를 열거하면, 연합참모부, 정치공작부, 훈련관리부, 후근보장부, 장비발전부, 국방동원부, 기율위원회, 정법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 전략규획판공실, 개혁편제판공실, 국제군사합작판공실, 심계서, 기관사무관리총국, 판공청이다. 또한 7대 군구(선향군구, 베이징군구, 란저우군구, 지난군구, 청뚜군구, 난징군구, 광저우군구)를 통합작전에 유리한 5대 전구(戰區-북부전구, 중부전구, 동부전구, 서부전구, 남부전구)로 개편했고, 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를 신설했다. 또한 육군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해군 병력을 23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증원하고, 로켓군 병력을 12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증원하고, 공군 병력을 40만 명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군, 해군, 로켓군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군사 개혁의 일환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런 과정과 절차를 거쳐 군사 개혁을 완수했다. 이것을 제1차 군사 개혁이라고 부른다. 

 

4. 제2차 군사 개혁과 제3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시진핑 주석은 제1차 군사 개혁을 단행한 때로부터 9년이 지난 2024년 4월 19일 제2차 군사 개혁을 단행했다. 제2차 군사 개혁은 중국인민해방군에 4개 군종을 신설하는 조치였다. 신설된 4개 군종은 신식지원부대(信息支援部隊, 정보지원부대), 망락공간부대(網絡空間部隊, 싸이버부대), 군사항천부대(軍事航天部隊, 우주항공부대), 연합후근보장부대(聯合後勤保障部隊, 합동군수지원부대)다. 신식지원부대는 정보전을 수행하고, 망락공간부대는 싸이버전을 수행하고, 군사항천부대는 우주전을 수행한다. 제2차 군사 개혁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정보전, 싸이버전, 우주전을 수행하는 현대화된 강군으로 변모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이전에도 정보전, 싸이버전, 우주전을 수행하는 군사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시진핑 주석이 제1차 군사 개혁을 시행하면서 2015년 12월 31일에 새로운 병종으로 창설한 전략지원부대였다. 그런데 전략지원부대가 정보전, 싸이버전, 우주전을 전부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정보작전 역량, 싸이버작전 역량, 우주작전역량이 강화, 발전되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이번에 제2차 군사 개혁을 단행하면서 전략지원부대를 해체하고, 정보지원부대, 싸이버부대, 우주항공부대를 3개 병종으로 신설한 것이다. 

 

정보전, 싸이버전, 우주전은 21세기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인이다. 제3차 동아시아 반제전쟁에서도 당연히 정보전, 싸이버전, 우주전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될 것이다.

 

지난 시기 시진핑 주석은 제1차 군사 개혁의 마지막 공정으로 군수지원부대를 개편했다. 2016년 9월 당중앙군사위원회 산하에 후근보장부(군수지원참모부)를 두었고, 후근보장부가 지휘하는 연합후근보장부대(합동군수지원부대)도 두었으며, 5개 전구사령부에 각각 후근보장중심(군수지원쎈터)도 설치했다. 

 

그런데 이번 제2차 군사 개혁에서는 연합후근보장부대를 독자적인 병종으로 개편했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 군수지원능력이 지난 대폭 증대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1차 군사 개혁에서 재래식 전쟁 수행력과 핵전쟁 수행력을 갖추었다면, 이번에 제2차 군사 개혁에서는 정보전, 싸이버전, 우주전, 군수지원전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갖춘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 준비와 동아시아 반제전쟁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24년 3월 20일 당시 미 제국 인디아양-태평양사령관 존 아퀼리노(John C. Aquilino)는 미 제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전투기를 400대 이상 더 증강했고, 주력 전투함을 20척 이상 더 증강했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비축량을 2배 이상 늘렸다고 하면서,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마치라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요즈음 미 제국의 정계, 군부, 학계에서 2027년이 자꾸 거론되는 까닭은 2027년 8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이 창건 10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존 아퀼리노는 중국인민해방군이 창건 10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대만해방전쟁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중국이 대만해방전쟁 준비를 2027년까지 완료하게 된다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을 2027년 이후에나 하게 된다. 이런 식의 예측 발언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떠드는 횡설수설에 불과하다. 

 

존 아킬리노의 엉터리 예측보다 좀 더 합리적인 예측 발언을 꺼내놓은 사람은 미 제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번스(William J. Burns)다. 그는 2022년 10월 3일 미 제국 텔레비전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는 시진핑 주석이 2027년이 지나기 전에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창건 100주년 이전에 대만해방전쟁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해방전쟁을 단행할 것이고, 2027년에 중국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을 ‘승리자의 축전’으로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2027년 이전이라면 2024년, 2025년, 2026년인데, 앞으로 2년 6개월 남았다.

 

그러나 미 제국의 정계, 군부, 학계가 알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 준비보다 제3차 동아시아 반제전쟁 준비에 훨씬 더 많은 힘을 기울여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정력적인 지도 밑에 두 차례에 걸친 군사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2024년 4월 현재 동아시아 반제전쟁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제3차 동아시아 반제전쟁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기간에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1월 27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미 제국군 항공기동사령관 마이클 미니핸(Michael A. Minihan)은 2023년 1월 중순 자기 휘하 장병들에게 보낸 사령관 지시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한다. 

 

“나의 직감에 따르면, 우리는 2025년에 싸우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2022년 10월 자신의 세 번째 임기에 들어섰고, 전쟁협의체를 가동시켰다. 2024년에 진행될 대만의 총통 선거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이유를 제공할 것이고, 2024년에 진행될 미국 대통령 선거는 혼란을 유발할 것이다. 시진핑의 지휘부, 이유, 기회는 2025년을 향해 정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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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낮게 산출된 가덕도공항 경제성 평가, 정치적 협잡이나 거래결과 아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③

권오혁 국립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4.05.06. 05:02:50

 

가덕도신공항이 선정된 과정을 돌아보면 놀랄만한 사실과 만나게 된다. 지역 민심이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이라는 지극히 전문적인 사안에 대해 국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전문가들을 누른데 이어 세계 최고의 전문연구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공항공단을 이겼다는 사실이다. 파리공항공단은 이미 여러 나라 다수 공항의 입지 선정과 설계를 맡아온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다. 파리공항공단이 장기간의 조사, 연구를 통해 김해공항을 확장하여 미국, 유럽을 연계하는 효율적인 국제공항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출하였음에도 결국 지역 민심이 이를 뒤집었다.

 

이 요술을 만들어낸 것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였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기존의 입지타당성 조사 결과는 간단히 부정되고 새로이 조사에 들어가더니, 결국에는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을 재론하고 국회가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는 입법을 해 버렸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 의하면 이 사업은 예비사업타당성 평가도 면제된다. 선거와 떼법의 승리다.

 

과연 지역 민심과 국회가 국제공항의 입지 문제를 국내외 공항 전문가들보다 더 잘 아는 것일까? 도대체 전문가들은 왜 필요하며 입지타당성 조사는 왜 했던 것일까? 당시 여당은 주무부서의 전문 관료들이 자체 조사 결과를 낸 데 대해 겁박했고 지역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비판하는 의견이 공론의 장에 오르지 못할뿐더러 그런 의견을 발설하는 것에 공포감을 느껴야 했다. 이런 것이 민주화의 결실이며 민주적 과정인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나아가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 시민들의 진정한 의사인가 하는 점이다. 부산 시민들이 김해공항 확장보다 가덕도에 공항을 새로 짓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근거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공항 입지 선정이라는 고도로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파리공항공단의 조사결과를 넘어서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

 

가덕도신공항 선정 당시, 부산시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부산시 곳곳에다 가덕도신공항만이 부산의 살 길이라는 전광판과 현수막 등을 도배하다시피 내걸었다. 여기에 지역언론이 동조하자 이 압도적인 분위기에 시민사회는 가위눌려 버렸다. 누구도 감히 이 여론몰이에 저항할 수 없게 되었고 토론조차 불가능한 닫힌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어진, 부산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김해공항 확장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불편한 진실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 신공항 부지로 선정된 가덕도. ⓒ연합뉴스

우선 가덕도신공항주의자들이 말하는 김해공항의 문제점부터 검토해 본다. 파리공항공단이 제안한 대로 김해공항을 확장하더라도 공항 운영상 한계가 많다고 하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김해공항 확장안과 관련해서 거의 유일하게 지적되는 것이 김해공항의 소음 문제와 그로 인해 24시간 운영 공항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김해공항만큼 소음피해가 작은 공항은 많지 않다. 김해공항은 그린벨트 내에 위치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큰 강폭을 가진 낙동강이 공항 양편으로 흘러서 소음피해가 드물게 작은 공항이다. 이에 대해 유럽과 미국의 공항들은 대부분이 도시에 인접해 있거나 도시 시가지 내에 들어와 있다. 공항 건설 후 도시가 외연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항의 소음피해가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24시간 운영 공항이라는 구호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실익이 거의 없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 간사이(関西)지방의 간사이공항은 해상에 건설되어서 24시간 운영이 가능하지만 인근 도시들로부터 접근성이 나빠서 지방공항으로서의 기능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사카, 교토, 고베 등에서 모두 접근성이 나쁘니 각 도시 별로 따로 공항을 건설, 이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 무안공항, 청주공항 등이 24시간 운영공항으로 되어 있지만 인천공항의 야간 비행기 이착륙은 전체의 5% 정도인데 대부분이 화물기용이고 무안공항은 항공수요가 없어서 개장 휴업 상황이며 청주공항도 항공 운송량이 많은 공항이 아니다.

 

더구나 놀라운 사실은 가덕도신공항이 개항할 경우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 1본으로 건설되는데 활주로 1본으로는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다. 야간에 활주로를 청소하고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상에 건설된 간사이공항도 활주로를 2본으로 늘리고서야 24시간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김해공항이 인근의 신어산으로 인해 항공기 충돌 위험이 있고 대형 여객기 이착륙이 어렵다고 하는 주장도, 입지 타당성 조사를 맡은 파리공항공단이 V자형의 활주로를 추가 건설하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완전히 해소되었다. 만약 김해공항을 국내선으로만 사용하여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항공기 안전성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된다.

 

김해공항은 기존 활주로 2본과 신규 활주로 1본 등 3본의 활주로를 가지게 되는데 운송량이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가는 공항 중에 활주로가 2본이거나 3본인 공항도 적지 않다. 문제는 계류장과 여객청사를 확충하는 것인데 김해공항은 그린벨트 안에 위치해 있어서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가덕도신공항은 1차적으로 활주로 1본으로 계획되어 있고 장기적으로 2본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공항은 철도 역사나 고속버스터미널처럼 지역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입지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이용률이 높아져서 지역의 관문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항공교통도 고속도로, 고속철도 등과 경쟁하고 있어서 공항을 접근성이 나쁜 곳에 건설하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김해공항은 접근성이 매우 양호해서 부산 시내는 물론이고 해운대에서도 웬만하면 40~5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김해공항을 관통하는 전철망이 이미 부설되어 있고 근간에 추가로 개통할 예정인데, 이 전철망들은 부산뿐 아니라 울산, 창원, 김해 등으로 편리하게 연결된다.

 

이에 반해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에 접근하려면 최소 1시간 반 혹은 2시간 가까이 소요될 것이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운임이 김해공항보다 3배 이상 든다. 특히 출퇴근 시간의 혼잡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데 이 시간에는 항공 일정에 맞게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난망할 전망이다. 현재 강서구의 남부 일대는 도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교통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연계 전철망을 건설하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과연 이 전철의 수요가 얼마나 될까? 국비, 지방비를 끌어다 무리를 해서 부설한다고 해도 전철 운행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부산김해경전철의 적자로 인해 김해시는 매년 500억 원, 부산시는 300억원을 보전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부산뿐 아니라 울산, 대구, 창원 등 영남 전역에서 접근이 편리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은 영남지역에서도 대단히 외지고 접근성이 낮은 곳이다. 이런 곳에 공항이 위치하면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게 불편할뿐더러 해외 관광객이나 바이어들에게도 불편해서 공항 이용률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가덕도신공항에서 국내선 여객기를 타야 한다면 부산-제주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폐지될 것이다. 부산-서울 노선은 근래에 고속전철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여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탑승 공항이 가덕도로 옮겨갈 경우 운행이 중단될 것이 분명하다. 서울 도심과 부산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전철을 두고, 가덕도까지 가서 여객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려서 서울 시내로 들어가려는 승객이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히 나온다.

 

그렇다면 국내선 운항 기능은 김해공항에 두고 국제선 항공기만 가덕도 공항에서 이착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두 공항의 연결성과 환승 기능은 크게 저하되고 공항의 운영 효율도 반감되어 두 공항 모두 적자 공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스스로 애물단지를 만들어서 국제도시의 관문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이 부산신항과 연계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항공물류와 해운물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다. 항공물류와 해운물류는 서로 다른 종류의 화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연계되는 부분이 매우 작다. 그것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의 물류 연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김해공항에서 부산신항까지의 거리가 대단히 가까워서 그것 때문에 신공항을 새로 건설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는 이 공항이 해일로부터 안전한 내해가 아니라 열린 바다에 건설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상에 건설된 공항은 모두 섬 등으로 보호되는 얕은 내해 혹은 갯벌에 건설되었다. 이에 대해 가덕도신공항은 해일 피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심지어 태풍의 진로 상에 위치한다.

 

이 공항의 지반을 해수면으로부터 30~40m 높이로 쌓으면 해일 피해를 상당 정도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당연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뿐더러 그 많은 토사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일어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지 중 일부의 수심은 100m에 이른다. 그간 공항을 이런 심해 상에 건설한 사례가 없었거니와 건설 및 환경 비용이 막대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라 할 것이다. 더하여 공항 지반의 부등침하도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 공항 건설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극히 낮게 산출된 것은 정치적인 협잡이나 거래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국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전문가들이나 파리공항공단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을 무시하고 결국 지역 민심대로 가덕도신공항이 결정되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민심을 만들어낸 지역 카르텔의 승리다. 하지만 이들 지역 카르텔은 이 분야에 거의 전문성이 없는 집단들이다. 이들은 교통과 항공운송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수준에서 맹목적으로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지역언론과 정치권이 편승하여 일방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정상적인 토론을 막았다. 지역이 위기감과 애향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민주적 논의 과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역 유지들과 기관들, 정치인들, 토건세력, 지역언론이 몰아간 여론에 따라 건설된 지방공항들이 한결같이 실패한 것을 보면 가덕도신공항의 미래가 점쳐진다.

 

광주공항과 목포공항을 각기 확충 운영하면 될 것을 굳이 두 도시의 가운데다가 건설한 무안공항은 이용 승객 부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이다. 그 결과 국제도시로 발돋움해야 할 광주의 관문이 막혀 버렸다. 지역주의 선동과 포퓰리즘이 광주와 호남의 발등을 찍은 것이다. 당연히 향후 광주공항과 목포 공항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광주와 호남의 장래를 위해 불가결할 것이다.

 

속초, 강릉 사이 양양공항도 마찬가지이다. 현란한 장미빛 선동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지역숙원사업이 영동지방의 하늘 길을 닫아버린 경우이다. 지금이라도 양양공항을 군용공항으로 전환하고 두 도시에 위치한 기존 공항의 운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두 도시의 공항이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고 영동지역은 국제적 관광지로서 새로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도시를 보더라도 20~30만 이상의 도시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공항을 각기 보유,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서울과 인천 거리만큼 가까운데도 그러할뿐더러 글래스고와 에든버러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인근 도시라 하더라도 각기 자기 공항을 갖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철도 역사를 두 도시의 가운데에 설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지역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두세 도시의 가운데에 지역 관문공항을 만들면 규모의 경제가 커진다는 미신이 널리 퍼져 있다. 교통과 항공운송의 기본 원리를 배반하는 구상은 물론 성공할 수 없다.

 

여론 정치라 하지만 이런 전문적인 사안을 국내외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따르지 않고 정치권, 토건족 등 일부 세력의 선동에 따라 포퓰리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역뿐 아니라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민주화의 대가라고도 하겠지만 민주화의 가장 어두운 측면이 아닐 수 없다.

 

권오혁 국립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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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형 의장' 김진표는 왜 민주당 손을 들어줬을까



의장실 측 "채상병 특검법, 여야 합의할 시간 없었다"…김진표 "중재 노력하는 사람이 의장 돼야"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4.05.05. 18:59:07

 

21대 국회 끄트머리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야당의 숙원 과제였던 '채상병 특검법'을 의장 권한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그간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강하게 내세웠던 전례에 비춰보면 의외의 결정이었던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변화가 현재 차기 국회의장 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의장 후보들끼리 '명심 경쟁'에서 나아가 중재를 강조하는 김 의장에 대한 비방 경쟁으로까지 불이 붙는 상황에서 마냥 중립을 지키기에는 심적 부담감이 컸을 것이란 얘기다.

 

김 의장은 그러나 민주당 내부 분위기와는 관계 없이 내린 판단이었다며, 오히려 차기 의장의 덕목으로 '중재'를 꼽아 이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할 것을 제안하자 즉각 수용해 표결에 부쳤다.

 

김 의장은 민주당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국회법이 안건 신속처리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오늘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을 표결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18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의원 168명 중 168명 찬성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민주당은 '합의 처리'를 강조한 김 의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강성 의원뿐 아니라 지도부 또한 김 의장의 국외 순방 출국 저지를 불사하겠다고 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도 이날 본회의 전 국회 의장실에 항의 방문해 김 의장에게 법안 상정을 요구하다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21대 하반기 국회 임기 내내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내세워 야당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김 의장이 평소와 달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도록 하자, 여당은 김 의장이 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등쌀에 못 이겨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통과된 직후 논평을 내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당초 본회의 안건에 없던 채상병 특검법을 안건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표결을 허락하며 단독 처리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본회의 처리 안 하면 해외 출장 못 간다'는 민주당의 엄포와 욕설 협박에 굴복한 것이냐"며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했다.

 

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 또한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김진표 의장은 입장이 곤란하니까, 민주당 쪽에서 공박이 심하니까 어쩔 수 없이 통과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자기 나름의 입장이 있고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는 하기 싫었겠지만 여러 가지 환경 자체가 그거를 안 할 수 없으니까 그냥 통과하도록 하지 않았나 이렇게 본다"고 했다.

 

의장실 측은 김 의장의 결단이 야당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김 의장이 기존에 여야 합의를 중시하고 그것을 우선해왔던 것은 양당이 다음 본회의까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만큼의 시간이 없지 않나. 2일 상정되지 않을 경우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도 없는 것"이라며 "그럼 야당이 불이익을 받는 건데 그것은 의장 권한 외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순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김 의장에 대해 반발하는 데 대해선 "여당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왔고 본회의에서도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장은 여전히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은 3일 MBN과 한 인터뷰에서 "나라와 미래를 위해 중재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언론 환경에서는 모든 게 기록으로 남아서 평생을 따라다닌다"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의장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민주당 위주의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일침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가 국회법에 명시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고 하라고 만들어 줬더니 행정부 시녀 노릇을 하지 않냐 그 반성 때문에 2002년 정치개혁을 해 가지고"라고 했다.

 

아울러 "요즘 정치가 지나치게 팬덤화되고 진영화 됐다"며 "잘 알아보지도 않고 한 극한의 말들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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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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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한동훈 법무부의 내역서 먹칠, 무엇을 감추려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5/06 08:28
  • 수정일
    2024/05/06 08: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 2023년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이날 한 장관은 출장비 공개와 관련해 질문을 받고 항소하지 않고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2023.09.01. ⓒ뉴시스
작년 7월 온통 먹칠이 된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자료를 법무부로부터 받았다. 행정심판까지 거쳐서 받은 자료였다.

그런데 사실상 정보공개를 전면적으로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핵심적인 정보인 가맹점 상호(음식점이나 술집 상호)가 먹칠로 가려져 있었고, 심지어 ‘업종구분’, ‘출납공무원 성명’도 먹칠투성이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전 장관이었다.

필자가 2023년 7월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

 

2023년 7월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

음식점 이름과 업종구분이 비공개 정보?


그러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업무추진비는 간담회, 협의회 등의 명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경비로 알려져 있다.

결국, 밥값으로 쓴 경우가 많을 것이고, 술값도 일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법무부 공무원들이 어느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는지가 공개된다고 해서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리는 없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은 홈페이지에 음식점 상호는 물론이고, 카드 결제시간까지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행정안전부 예규(「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행정안전부 훈령 제266호)」)가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는 정기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 정보가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별표 2] 세출예산 성질별 분류에 따른 집행기준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별표 2' 세출예산 성질별 분류에 따른 집행기준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이렇게 지방자치단체는 상세하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면서, 법무부같은 기관은 정보공개를 거부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작년 9월 6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상소설’같은 법무부의 주장


그러자 법무부는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어떻게든 정보공개를 회피해 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소송과정에서 상당히 무리한 주장까지 했다.

법무부 측은 심지어 ‘음식점 이름이 공개되면, 기자들, 유튜버 등이 취재의 대상이 되는 대상자를 쫓아다니거나 해당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엿듣고 이를 보도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 2023년 8월10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내부문건 공개 및 국정조사,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법무부 공무원들이 가는 식당이 한두 곳도 아니고, 기자와 유투버들이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기자와 유투버들이 법무부 공무원들이 가는 식당에 상주하면서 대화를 엿듣는다는 것일까? 거의 공상소설에 가까운 얘기였다.

더구나 기밀유지가 필요한 얘기는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하면 될 일이다. 기밀이 필요한 얘기를 식당에서 한다는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억지스러운 주장까지 하면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법무부의 주장을 논박한 1심 판결


지난 4월 30일 필자가 원고가 되어 법무부를 상대로 진행한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소송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결과는 원고 전부 승소였다.

판결문에서는 법무부가 했던 ‘공상소설’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논박했다. 1심 재판부는 “가맹점은 일반 사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한다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될 위험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했다.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고,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다. 그러나 이런 1심 판결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과정에서 결사적으로 정보를 비공개하려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세금을 쓴 것에 문제가 없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음식점 상호 등은 다른 기관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이미 공개대상 정보로 판단된 것이다. 그런데 왜 법무부는 이런 정보가 공개되면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해소되기 위해서라도 정보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정보를 공개하기 바란다. 끝내 항소를 하겠다면, 끝까지 소송을 해서 반드시 정보를 공개받을 것이다. 
 

“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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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거부=대통령 수사 거부, 국민 용납 안 할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24.05.05 19:08l최종 업데이트 24.05.05 19:08l

이영광(kwang3830)

 

채 상병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개월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망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는커녕 아직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황과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지난 3일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채 상병 사망사고 300일 지나도록 기소된 사람 0명"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김형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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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상병 사망 사고가 난 지 10개월이 돼가고 외압 의혹이 일어난 지 9개월이잖아요. 이 사건이 총선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고요. 현재까지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사실 한 300일 가까이 지난 상황이죠. 분명한 팩트는 '채 상병이 왜 사망했는지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원인이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책임자 처벌 같은 부분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죠. 이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받는 사람 중 300일이 지나도록 기소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이것이 이 사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이유가 뭘까요?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발생 원인조차 1년이 다 되도록 규명할 수 없을 만큼 대한민국 수사기관들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을 보자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재판받는 사람은 이 사건을 초기 수사했던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지금 뭐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는 거죠.

 

수사를 제대로 해서 결론지으려고 했던 사람은 거꾸로 재판받고 있고 사망 사건의 원인을 규명해야 되는 국가는 이 원인 규명을 사실상 손 놓고 방기하고 있고요. 정권은 이 수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면서 특정인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서 군대에 간 한 청년의 죽음을 두고 이런 식으로까지 벌어질 일이었을까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의구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 이게 군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요. 군대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다르지 않나요? 그것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는 건 아닐까요?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된 범죄 혐의점에 대한 수사는 민간에서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수사는 전부 다 민간으로 넘어가 있고 군검찰이나 군사경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없어요."

 

- 국민의힘 쪽에서 주장하는 건 박정훈 대령이 한 건 조사지 수사가 아니라고 하는 건데 맞나요?

 

"그렇지는 않고요. 사람이 사망하면 변사 사건 수사라는 걸 하잖아요. 사망 원인이 무엇인가를 수사하는 건 여전히 군에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에 영향 미치는 어떤 범죄 행위가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은 다른 거잖아요. 그 범죄가 인지되면 민간으로 사건을 이첩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박정훈 대장이 하던 것도 수사고 민간으로 옮겨서 하게 되는 것도 수사인 거죠. 박정훈 대령이 수사권 없는데 수사한 게 아니고 변사 사건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지되어 이 부분에 대해 민간 경찰에서 수사 해달라라고 이첩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발생한 거예요."

 

"공수처는 맹점 있다... 특검을 해야 하는 이유"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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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주장 중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니까 외압이라고 하는 것도 안 맞다는 게 있어요.

 

"일반 검찰에서 개별 형사 사건 수사하잖아요. 근데 대통령이 해당 사건 담당 검사나 담당 경찰에게 연락 해서 '이 사건을 왜 이렇게 수사했느냐? 잘못되었다. 다시 수사하라'고 하면 대통령은 아무리 행정부 수반이지만 당연히 수사 개입으로 직권남용 처벌 받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군 통수권자라고 하여서 군에서 진행되는 재판이나 수사에 개입해서 자기 뜻대로 방향 바꾸거나 수사의 내용을 수정하는 건 당연히 위법이죠. 이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대통령이 아무리 많은 권한과 권력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별 사건 수사나 재판에 영향 미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 방금 직권 남용을 언급하셨잖아요. 하지만 우리 법원이 인정하는 직권 남용은 직권이 있는데 남용하는 거고 직권이 없으면 직권 남용 인정 않잖아요.

 

"직권남용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게 남용한 사람에게 직권이 있느냐는 것이 논점이죠. 대통령의 경우 군 통수권자라고 말씀 하셨듯이 군을 지휘하는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군 지휘하는 권한이 있다고 하여서 그 지휘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부분에 쟁점이 붙는 거기 때문에 기존의 직권남용 사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대통령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군 통수권을 바탕으로 개별 사건 수사에 개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군의 지휘권이나 이런 부분을 남용했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꼭 수사 개입뿐만이 아니라 수사 서류를 회수하거나 또는 박정훈 대령에게 억울하게 항명죄 뒤집어씌우게 한 과정에서 대통령의 어떤 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같은 걸 본다면 충분히 직권남용도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두 개의 사건이죠. 하나는 구조 작업 하던 채 상병이 사망했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예요. 그리고 이걸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에게 압력 넣었다는 의혹이죠. 두 개가 연결돼 있지만 또 중요한 거잖아요. 근데 최근 보면 진실 규명보다 외압 사건에 포인트가 맞춰진 거 같거든요. 이게 맞을까요? 물론 두 개를 따로 볼 순 없지만요.

 

"두 개가 연결이 돼 있는데 외압 사건에 더 포인트가 맞춰져 있어서 뭔가 본질이 가려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원인을 수사하던 박정훈이라는 사람에게 압력이 들어간 거잖아요.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인 채 상병이 왜 사망하게 되었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그 단계에서부터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그러고 나서 제대로 수사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이 외압과 관련하여 채 상병 사망의 책임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각 수사기관의 판단이 다르죠. 최초의 해병대 수사단에서는 사단장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는데 사건 빼앗아 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대대장 2명만 민간으로 수사해 달라고 이첩한 상태죠. 그러다 보니 어떤 결론이 나오든 공정하게 과연 수사가 이루어진 게 맞는가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누군가 개입한 것이 정당한 개입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규명되지 않는 한 채 상병 사망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된 거예요."

 

- 최근 공수처발 기사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사실 이 사건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 보니까 취재하시는 기자분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확인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공수처 때문에 특검을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일부가 주장하시잖아요.

 

근데 공수처 같은 경우는 이런 맹점이 있습니다. 공수처에는 특정 범죄 이외 기소권이 없잖아요. 다 검찰로 이첩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 받아야 되죠. 잘 아시겠지만, 현재의 검찰이 과연 공정하게 이 사건에 대해 기소권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께서 의문을 가지고 계시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또 현재 이 사건에 관련된 수사 기관들이 굉장히 여러 곳입니다. 공수처도 있고요. 경북경찰청도 있고요. 경북경찰청장을 수사해야 되는 대구경찰청도 있고요. 나중에 이첩하게 되면 검찰로도 넘어가게 됩니다. 한 가지 사건을 여러 군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종합적인 수사가 될 수 있는지죠.

 

경찰 같은 경우 이미 이 사건 면면에서 정부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곳이라는 것들이 확인 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찢어져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종합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특검이라는, 이 사건만을 원포인트로 볼 수 있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이어지게 될 것 같아요."

 

"대통령실에서 이 사건 컨트롤했다는 걸 장관 스스로 인정해준 대목"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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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외압 사건 당시 통화한 게 최근 드러났어요.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우선 검찰 출신이고 간첩 조작 사건에 관련이 되어 있는 검사이기도 하죠. 지금 이 사람이 법무관리관과 전화했다는 게 주목할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수사 기록 이첩받고 그다음에 경북경찰청에 가서 수사 기록을 회수해 오고 항명죄 수사를 개시하는 단계에서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이 전화한 거거든요. 즉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결정되는 타이밍에 대통령실의 검찰 출신 비서관이 국방부 법무 담당자에게 전화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추정키로는 이시원 비서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에서 직접 지휘 통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으로도 이어지고 있죠. 이종섭 장관이 자기 변호인을 통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본인은 8월 2일에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는 과정을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하기 전까지 몰랐다고 얘기하거든요.

 

일단 기록 회수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대통령실 비서관이 장관도 모르게 장관 참모와 얘기해서 이런 일들이 초래되었다면 결국 대통령실이 직접 국방부 참모들을 지휘하고 명령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직접적으로 이 사건을 컨트롤했다는 걸 장관 스스로 인정 해준 대목이라고 보입니다.

 

이시원 비서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통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 외압의 단계에서부터 국방부 장관이 주요하게 지휘 통제 명령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대통령실이 직접 국방부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관계가 형성이 된 그런 증거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임성근 전 사단장이 부사령관으로 발령난다는 말도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소문이 무성하게 나 있는 것인데 임성근 사단장 정책 연수를 6개월째 하고 있죠. 이것도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합니다. 어느 장성이 6개월 넘도록 정책 연수를 하고 있습니까? 그런 정도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보통 전역하죠.

 

근데 지금 전역을 시킬 태세는 아닌 것 같아 보이니 보직 발령 낼 텐데 그 보직이 부사령관 아닐까라는 추측들이 제기되는 것 같아요. 만약 부사령관으로 발령 낸다면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모두 같은 사건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해병대에는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 지휘 공백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인사를 벌인다면 결국 윤석열 정부는 안보가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군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 끝까지 가보자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밖에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상병(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법이 재석 168명 중 찬성 168표로 통과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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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됐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특검법 통과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여당은 계속 반대하고 특검법이 통과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즉각적으로 '특검법 통과는 나쁜 정치고 죽음을 이용한 것'이라는 얘기했죠. 저는 이것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전의 거부권들과 다른 건 결국엔 대통령 본인이 범죄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 있는 사건의 특검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이건 본인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헌법이 부여한 재의 요구권을 남용해 본인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국민이 이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앞으로 주목할 부분 짚어 주세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국면이 하나 있을 것이고요. 거부권에 대해서는 사실 국민들께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합법적인 공간은 국정조사라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국정조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다음 국회는 특검 도입과는 별개로 국정조사도 시작해, 국민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외압의 영향을 받게 된 박정훈 대령, 해병대수사단 수사관들, 생존장병, 경북경찰청 실무자, 해군군검찰 실무자 등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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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형남, #채상병,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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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만에"... 사과, 배 이어 미역도 '비상'

돌미역 채취철에 일손 놓은 동해안 어민들... 예년보다 낮은 수온에 미역 생장 느려

24.05.04 19:10l최종 업데이트 24.05.04 19:10l

진재중(wlswownd)

"이러다가는 일 년 농사 망칩니다."

한참 수확해야 할 미역이 자라지 않아 바다를 바라보는 어민들이 한숨을 내쉰다. 원래 동해안 정동진 어촌은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가장 바쁜 철이다. 맛 좋기로 소문난 돌미역 채취 시기이기 때문이다.

 

심곡항(2024/5/2) 강릉시 정동진리 심곡항 ⓒ 진재중

 

바다에 나가있어야 할 어민들이 정동진 심곡항에 삼삼오오 모였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미역을 수확해 말려야 할 시기인데 미역 채취조차 못했단다.

원도식 심곡 어촌 계장은 "미역이 한참 자라야 하는데 이제야 싹을 틔우고 있어요, 지금이 우리 어민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인데 이러다가는 미역 수확도 하지 못하고 올 한 해 넘기게 생겼습니다"라고 한숨을 내쉰다.

 

등명 앞바다의 암반과 해조류(2023/3/20) 바위틈에서 각종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 진재중

 

아래 사진은 2023년 3월과 2024년 5월 같은 해역에서 촬영한 것이다. 2023년에는 3월 중순경에 미역 채취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5월 초순인데도 미역이 자라지 않아 수확을 못하고 있다.

 

등명해변(2023/3/20) 암반사이로 검게 보이는 해조류가 미역이다. ⓒ 진재중

해조류가 보이지 않는 해안가(2024/5/2) 한참 풍성해야 할 미역이 자라지 않은 해안 ⓒ 진재중

 

육지에 불어온 기후 위기가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에게도 다가오고 있다.

창경바리 전통어법으로 매년 미역을 수확하는 정동 1리 어촌 계장 정상록씨는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미역이 가장 왕성하게 자랄 시기인데 올해는 아카시아꽃도 늦게 핍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어민들 생계를 위협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창경바리로 미역채취하는 어민(2023/3/20) 전통어법인 창경바리로 미역을 채취하는 어촌계장 ⓒ 진재중

 

정동진과 심곡은 미역, 톳, 누덕 나물 등으로 봄 한철에 고소득을 올리는 어촌이다. 주변에 암반과 적절한 파도가 있어 해조류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는 미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해조류(2023/3/20) 바위틈 사이로 다양한 해조류가 자라고 있다 ⓒ 진재중

 

2023년도에는 바다 온도가 높아 미역 수확을 앞당겼는데 올해는 온도가 낮아 각종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바닷속을 촬영하는 한 수중촬영 전문가 B씨는 "지금은 바다 온도가 낮아 입수하기조차 힘듭니다. 바다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해조류가 잘 자라는데 많이 자라지 않았어요. 특히 미역은 지난해에 비해 반 정도도 자라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다.

 

등명해변 미역 잘 자라고있는 미역 ⓒ 진재중

 

이렇듯 기후위기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해조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해안에서 다시마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올해는 미역조차도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기후는 과학을 떠나 어민들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과, 배에 이어 미역까지 밥상 물가를 위협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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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역, #창경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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