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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보다 식량 구하기가 더 어렵다"

'7.7 전국농민대회' 연 농민의길, 농민의 정당한 노동가치·지속가능한 농업 대책 촉구

  • 기자명 서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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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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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7.0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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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전국농민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동화면세점에서 청와대까지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7.7 전국농민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동화면세점에서 청와대까지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이재명 정부는 농민의 정당한 노동가치를 보장하고, 농민 중심 농정으로 대전환하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를 비롯한 8개 주요 농민단체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은 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7.7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농자재값 폭등과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는 농가 생계의 실상을 알리고 성난 '농심'을 표출했다.

본 대회에 앞서 양파, 참외 등의 농산물을 생산자가격으로 시민들에게 판매하는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양파의 '행사용 나눔 가격'은 1.5kg당 1,000원으로 책정됐다. 판매 부스에서는 플래카드를 통해 kg당 양파의 농가 '수취가'(농가가 물건을 판매하여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가 650원인 반면, 소비자가격은 1,700원으로 약 2.6배 차이가 난다는 사정을 알렸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회사에서 △'공정가격제' 즉각 도입 △수입 개방형 농업정책 변경 △ CPTPP 가입 추진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윤 의장은 먼저 농산물의 가격 결정 권한이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일절 없다고 하면서 농산물 '공정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름값, 농자재 가격이 몇배나 올라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공판장과 농협이 법원 판사처럼 결정하는 가격을 받는다"라며 "생산비에 못 미쳐도, 내 주머니에서 하차비를 더 내줘야 해도, 아무 소리 못 하고 팔아야 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공정가격제'가 도입되어야 농업인들이 농업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되고 빈곤에 허덕여서 소멸 위기에 처한 농민과 농업, 농촌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가격제'란 농산물 생산비를 국가가 보전해 농가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 농업계에서는 '농민 최저임금제'로도 통한다.

 '국민과 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은 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7.7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농자재값 폭등과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는 농가 생계의 실상을 알리고 성난 '농심'을 표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국민과 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은 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7.7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농자재값 폭등과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는 농가 생계의 실상을 알리고 성난 '농심'을 표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농민의 길이 산지에서 공수해 온 양파. '폭등한 농업생산비 국가가 책임져라!'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농민의 길이 산지에서 공수해 온 양파. '폭등한 농업생산비 국가가 책임져라!'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양파 판매부스에서 시민들에게 양파를 판매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양파 판매부스에서 시민들에게 양파를 판매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윤 의장은 이어 정부의 농산물 '수입 개방형 정책'에 대해 "더 이상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산물을 내주는 바보 같은 짓은 멈춰야 한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기후 재난과 전쟁이 일상화된 지금은 석유나 반도체보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하면서 "국가가 농업을 중시하는 농정을 펼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톤급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시도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무역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지역 등의 수산물에 대한 검역 완화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할 것이 뻔하다"는 것.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호소했다.

CPTPP란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민 권익 확보를 위해 △농자재 지원 예산 확대 △ 주요 농산물에 대한 생산비 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농민들의 절절하고 정당한 요구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먹거리와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민들의 뒷배와 연대의 힘을 무기 삼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엄정애 정의당 부대표,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장혜정 한살림연합회 농산물위원회 위원장이 연대사를 이어갔다.

청와대 앞 '농산물 반납식'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청와대 앞 '농산물 반납식'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사진-통일뉴스 서영빈 기자]

본 대회를 마치고 오후 3시부터 동화면세점에서 청와대까지 1,500 여명의 농민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진이 이어졌다. 청와대에 도착한 농민과 시민들은 트럭에 싣고 온 양파와 애호박, 가지 등 농산물을 도로에 쏟아붓는 '농산물 반납식'을 벌였다.

이날 '농산물 반납식'에는 '양배추 1개 500원', '가지 1개 140원', '오이 1개 180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 포스터가 농산물 옆에 나란히 배치됐다.

시민 발언부터 '농산물 반납식'까지 내내 자리를 지킨 '피린' 남태령아스팔트동지회 활동가는 "농민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싸게 팔면 어떻게 살 수 있겠나. 이걸 직접 가져와서 파는 모습을 보니 어려움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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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꿈꾸던 수재가 조봉암 사법살인·경향신문 폐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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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홍진기 편

가장 뛰어난 사람이 권력에 충성할 때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증명

한일회담서 식민지배 논리 반박했지만

경향신문 폐간 법적 근거도 만들어내

법무장관 때 총장 안 거치고 검사 압박

3·15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발포명령

두 차례 사형 선고 받았지만 감형 받아

삼성그룹 이건희 승계의 일등공신으로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3권을 펼쳤다. 홍진기(洪璡基, 1917~1986) 항목의 부제 목록이 그의 생애를 압축한다.

"이승만 정권의 유능한 관료로. 조봉암 사법살인으로 이승만 정적제거. 경향신문 폐간을 주도해 언론탄압. 마산시민을 빨갱이로 몰아. 4·19 발포 총책임자로 사형선고 받았으나 곽영주와 달리 살아남아. 이건희 삼성왕국이 있게 한 장본인."

대통령 후보였던 정적을 죽이고, 신문을 폐간시키고, 시민의 봉기를 빨갱이로 몰고, 발포를 명령해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살아남아, 결국 삼성그룹의 설계자가 됐다.

 

홍진기(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17년 서울 왕십리 출생, 경성제대 수재, 학자의 길을 접다

홍진기는 1917년 3월 13일 경기도 고양군 한지면(현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에서 태어났다. 경성제국대학 예과와 법문학부를 졸업한 그는 일본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했음에도 임용신청서를 내지 않고 학자의 길을 택해 경성제대 법문학부 조수로 사법연구실에 배속됐다. 1942년 그의 논문은 조선인이 쓴 논문으로는 두 번째로 경성제대 학술지에 실렸다. 그러나 조선인 조수 제도가 없어지면서 학문의 길을 접고, 1943년 전주지방법원 판사가 됐다. 친일행위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일제 판사 경력만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직위범(職位犯)으로 등재됐다.

 

홍진기(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세계사 속의 동류, '능력 있는 관료'가 권력에 종속될 때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유형이 떠오른다. 독일의 한스 글로프케(Hans Globke, 1898~1973)는 뛰어난 법률가로서 나치 인종법의 시행세칙을 작성했고, 전후 서독에서도 고위관료로 활약했다. 홍진기도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관료였다. 한일회담에서 일본의 식민지배 망언을 논리적으로 반박했던 그 두뇌가, 똑같은 정교함으로 경향신문 폐간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조봉암(1898~1959)을 사법살인으로 제거했다. 능력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누구를 위해 쓰이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1963년의 한스 글로프케(위키피디아)

1958년 4대 총선 부정선거 봐주기, 수사검사 직접 압박

법무부장관이 된 홍진기의 첫 반헌법 행위는 1958년 제4대 총선에서 자유당 선거사범을 무더기로 봐주는 불공정 처리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풍문여고 공금횡령 사건에서, 그가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서울지검 검사 김치열(1921~2009)과 담당 검사 이용훈(1932~2018)을 불러 수사를 압박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였다. 야당은 법무부장관 불신임 결의안까지 제출했다.

 

홍진기(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58~1959년, 국가보안법 개악과 24파동

홍진기는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능가한다는 비판을 받은 신국가보안법 개정을 강행했다. 국회 법사위가 욕설과 난투극으로 변한 '24파동'의 막을 올린 것도 그가 작성한 법안이었다. 무술경관이 의사당에 난입해 농성 중인 야당 의원들을 끌어낸 뒤 법안이 삽시간에 통과됐다. 미 국무부 문서에는 홍진기 자신이 "이 법은 야당억압을 의중에 두고 만든 것"이라고 고백한 기록이 남아 있다.

 

보안법안 3분만에 법사위 통과, 1958.12.20 경향신문

1959년, 조봉암 사법살인과 경향신문 강제폐간

홍진기의 반헌법 행위의 정점은 조봉암 사법살인과 경향신문 폐간이다. 1956년 대선에서 이승만(1875~1965)에게 위협적인 정적이 된 조봉암을 간첩·국가변란 사범으로 조작해 제거했다. 1심 판사 유병진이 국가변란·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정부는 당혹감 속에 대책을 논의했고, 홍진기는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을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조봉암은 1959년 7월 사형됐다.

같은 시기 그는 이승만의 정적 장면(1899~1966)의 핵심 지지기반인 경향신문을 일제 군정법령이라는 낡은 법으로 폐간시켰다. 법원이 정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음에도, 공보실은 판결 7시간 만에 새로운 정간처분으로 맞섰다. 국무회의 비망록에는 폐간이 "이승만의 뜻"이었음이 명시돼 있다.

 

KBS 역사스페셜 – 반세기 만의 무죄판결, 조봉암 죽음의 진실 / KBS 20110421 방송

1960년, 마산을 빨갱이로 몰고, 4·19 발포를 지휘하다

내무부장관이 된 홍진기는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 시민들의 봉기를 적색분자의 소요로 몰아갔다. 그리고 4월 19일, 경무대와 시내 일원에서 경찰의 실탄 발포로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책은 명시한다.

"이 사건의 최고책임자는 내무부장관 홍진기였다."

그는 세 차례 다른 재판을 받았다. 첫 재판은 무죄, 두 번째 특별재판소는 사형, 5·16쿠데타 후 혁명재판에서도 사형이 선고됐으나 상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사형을 면했다. 같은 발포책임자였던 곽영주는 처형됐다. 홍진기는 살았다.

 

4·19 혁명 당시 시위대(위키백과)

1963년 사면, 그리고 삼성의 설계자로

1963년 특별사면을 받은 홍진기는 이병철(1910~1987)에게 발탁돼 중앙일보를 창간하고, 동양방송 사장, 삼성그룹 계열사 이사를 거쳤다. 이건희(1942~2020)의 장인이 된 그는 이건희가 삼성후계자가 되는 길을 열었다. 발포명령자에서 삼성왕국의 설계자로, 그의 인생 후반전이 완성됐다.

 

1972년 이병철 선대 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중앙일보 윤전기를 조작해 보고 있다. 이병철 회장 뒤에는 이건희 회장, 왼쪽 두 번째는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가운데는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 제공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글로프케 같은 '능력 있는 부역자'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명확하다. 뛰어난 법률 지식이 독재에 봉사할 때 그 피해는 평범한 부역자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홍진기가 학자의 꿈을 접고 권력의 길로 들어선 그 선택이, 조봉암의 죽음과 경향신문의 폐간과 4·19의 유혈로 이어졌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홍진기를 떠올렸다. 가장 뛰어난 사람이 권력에 충성할 때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그의 생애가 증언한다. 그리고 그 끝이 어떻게 거대한 재벌의 설계자라는 영광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지도.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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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가 '일베'라고요?

[이모저모] 경상도 사람들 답답하구로…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7.06. 22:02:09

답답해 죽겠다. 이 글은 '아무개가 일베이다/아니다'를 직접 논하는 글은 아니다. 그건 논란이 된 리센느 멤버 원이의 스마트폰 사용기록이라도 뒤져보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다. 다만 '와 무섭노', '(여기가) 도시노'라는 말이 통상적인 영남 방언의 용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만 살핀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현대 서울말'인 표준어는 의문형 어미가 의미에 따라 나눠지지 않는다. 다만 중세국어의 흔적인지 또다른 이유인지, 영남방언에서는 앞에 오는 말의 격과 의미에 따라 의문형 종결어미가 나뉜다. 어미 '-나/-노'는 용언인 동사·관형사와 결합하며, '-나'는 '예/아니오 질문(영어의 yes/no question), '-노'는 '의문사 질문(wh- question)'에 보통 쓰인다.

예시 : 니 밥 뭇(먹었)나? 뭐 뭇(먹었)노?

예시에서 앞의 질문은 예/아니오로 답하는 질문, 뒤의 질문은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주관식으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와 무섭다'라는 감탄의 의미를 전달하는 영남 방언은 표준어 그대로 '와 무섭다' 또는 '와 무시라(표준어의 '와 무서워라') 정도이다. 다만 앞에 온 '와'가 감탄사 '우와'가 아니라 '왜'라는 의문사의 영남 방언이라면 '와 무섭노'는 '왜 무섭지?'라는 뜻이 돼서 일반적 용법에 해당한다.

물론 원이는 거제 출신이니만큼 영남 방언의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는데(거제 야호!), 그 지역민도 때로는 말을 잘못 쓸 수 있다. "팔순인 우리 할머니도 '춥노', '비 오노' 자주 말씀하신다"는 주장도 있는데, 앞에 '왜 이리', '갑자기 뭔' 등이 생략된 게 아니라면 그저 그 분 또는 그 마을의 언어 습관이 보다 많은 영남인들의 통상적 언어 사용법과 다른 경우라 하겠다. 예컨대 한국인인 내가 실수로 비문(非文)을 썼을 수도 있는데 '한국인인 아무개가 이렇게 말하니까 그게 맞다'라는 말이 성립할 수는 없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의문사 없는 의문문이나 감탄문에서도 '-노'라는 어미가 쓰이는 일부 사례를 발견해 논문 등에 수록한 바가 있는데 예컨대 옷가게에서 옷을 입어보고 '작노'라고 혼잣말을 한다든지, '쟈는 아까 간다디만 아직 안 갔노'라고 말하는 등의 경우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경우 역시 의미상 '왜'가 있는 편이 더 자연스럽기에(왜 작지? 왜 아직 안 갔지?), 언어의 실사용 과정에서 문법 변형이 일어났거나 또는 문장의 일부 요소가 생략된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나/-노'가 용언과 결합하는 어미라면, 체언(명사·대명사·수사)과 결합하는 영남 방언의 의문형 어미는 '-가/-고'이다. 이 때 역시 '-가'는 예/아니오 질문과, '-고'는 의문사 질문과 결합한다.

예시 : 여(여기)가 도시가? 무슨 도시고?

'여기가 도시가'는 예/아니오로 답하는 질문이고, '무슨 도시고'는 여기가 무슨 시·군인지 주관식으로 답하는 질문이다. '(와, 이곳이) 도시이구나' 라는 감탄의 의미를 전달하는 영남 방언은 '도시다', '도시네', '도시 아이가' 정도일 터이다. 만약 '여기가 도시냐?'를 묻는 질문을 영남 방언으로 한 것이라면 "도시가?"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한국어에서 의문문과 감탄문은 문장구조가 때로 거의 동일하다. '하늘이 파랗구나!' 같은 순수 감탄형 문장도 있지만, '방이 왜 이리 더워'라는 문장은 문맥에 따라 이 방이 더운 이유를 순수하게 묻는 의문문일 수도 있고, 방이 너무 더워서 짜증이 난다는 뜻일 수도 있다. 후자의 의미일 경우 이 문장은 감탄문이 된다. 그리고 이 문장을 영남 방언으로 옮기면 앞에 의문사인 '왜'가 붙었으므로 '와 이리 덥노'가 된다.

일베가 뭔지도 모르실 구순·백수 어르신께서 '덥노'라고 말씀하셨다면 앞에 '왜 이리'가 생략된 것으로 보거나, '덥네'라고 말씀하셔야 할 것을 더위 때문에 말씀을 잘못 하신 경우일 수 있다.

다수 언중(言衆)의 언어 사용 습관과 동떨어진 사투리를 잘못 말한 것이 바로 혐오와 등치될 수는 없다. 다만 2026년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베'라는 사회적 맥락, 전직 대통령과 그의 죽음을 희화화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정치적 맥락 때문에 시민사회 공론장에서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 이렇게 말하는 동영상을 올렸던데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아이돌 가수의 발언이 혐오인지 아닌지 본업도 아닌 문화컨텐츠 비평을 하고, 그에 대한 반박을 한답시고 경상도 사람 속 터지는 '가짜 사투리'로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고 전직 대통령을 모욕하는 장면이다. 논란이 주로 진행되는 배경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점을 감안해서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도시노', '무섭노' → 일반적 경상도 사투리는 아님.

-원이가 일베냐 → 그건 모름. 그냥 말실수 할 수도 있지.

-원이가 '무섭노'라고 하는 영상 올린 거 불편함 → 그럴 수 있음.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팬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감 → 그럴 수 있음.

-거봐라. '-노' 쓰지 말라는 거 마녀사냥이네 → 그럴 순 없음.

-정치인들 참견 → 하지마.

전혀 무관한 듯 하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배재고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끼어들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모 정당 대변인의 다음과 같은 논평 제목이 너무도 적절하다. "학생들은 성숙하게 사죄했고, 국회의원은 미숙하게 화환을 보냈습니다." 첨언하자면, 화환이 아닌 비판을 보낸 이들도 딱히 잘한 것 같진 않다.

ⓒpixabay.com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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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의 무지·왜곡, 한국 반도체산업 위험하게 만든다

[반도체 특별과외] 호남권 반도체 산단 핑계로 52시간 규제 풀자? 보수 언론들의 낡은 노동관

26.07.07 06:57최종 업데이트 26.07.07 06:57

조선일보 1일 자 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정권 임기 내 완공", 52시간 규제부터 풀라>조선일보 PDF

[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정권 임기 내 완공", 52시간 규제부터 풀라 – 조선일보

[사설] '메가 특구' 주 52시간 예외 검토… 지역 국한할 이유 없다 - 동아일보

최근 보수 언론이 연이어 내놓은 사설 제목입니다. 마치 입을 맞춘 듯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를 풀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규제라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가 그들 주장의 핵심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없애고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만들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경쟁력이 강화될까요? 해당 기업들은 진정 52시간 규제 해제가 핵심 쟁점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도, 현장의 현실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산일 뿐입니다.

애플이 보낸 협력업체 행동 수칙

저는 얼마 전까지 유럽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에서 10년 동안 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부하직원들의 기술적 성과를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그들의 근무 시간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각이나 조퇴를 단속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을 더 하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관리 시스템을 켜고 팀원들의 누적 근로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어떤 엔지니어가 열정을 불태우며 주 60시간에 육박하게 일하고 있다면, 당장 연락해 강제로 퇴근시켜야 했습니다. 만에 하나 누군가 회사가 정한 노동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매니저인 제가 직접 사유서를 써야 했으니까요.

이유는 단 하나, 글로벌 고객사들이 이를 엄격하게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애플은 매년 협력업체들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인 "Apple 협력업체 행동 수칙 및 협력업체 책임 기준(Apple Supplier Code of Conduct)"을 업데이트하여 제공합니다.

2025년 버전 기준 109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서에서 애플이 가장 촘촘하게 관리하는 항목이 바로 근무 시간 관리입니다. 애플의 기준에 따르면 일부 특수 직무나 예측 불가능한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연장 근로와 잔업을 모두 더해도 주당 근무 시간은 최대 60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협력업체는 매 5시간 작업 후 최소 30분의 식사 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기본적인 화장실 이동이나 물 섭취 같은 생물학적 휴식과 합리적인 종교적 편의(예: 기도 시간)를 무제한 유급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오리엔테이션, 생산 계획 회의, 일일 마감 회의 등 모든 의무 교육과 회의는 반드시 정규 교대 근무 시간 중에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심지어 출퇴근 기록을 위해 줄을 서거나 시설 출입 전 보안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15분을 초과하면 이 또한 근무 시간에 포함해야 합니다.

애플은 이 기준을 서류로만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매년 전문 감사관을 파견해 불시에 실사를 벌입니다. 저 역시 매년 이 까다로운 실사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애플이 이토록 노동시간과 인권 관리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2010년을 전후해 발생한 최대 위탁생산 협력업체인 중국 폭스콘 공장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폭스콘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강제 초과근무와 군대식 통제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특히 신제품 출시 시즌이 되면 엔지니어와 생산직 노동자들은 극심한 격무에 시달렸습니다. 이로 인해 젊은 노동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으나, 사측이 내놓은 대책이 고작 '추락 방지용 그물망 설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적인 공분을 샀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원청인 애플로 향했고, 애플에는 '피 묻은 아이폰'이라는 오명이 붙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은 애플은 이후 공급망 행동 수칙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업체와는 즉각 거래를 끊는 강력한 페널티를 도입했습니다. 애플의 6대 핵심 규칙 중 첫 번째가 바로 '노동 및 인권'이며, 그 중심에 노동시간 준수가 있는 이유입니다.

팹(Fab: Fabrication Facility)은 제조 공장

여기서 보수 언론이 철저히 왜곡하고 있는 치명적인 현장의 진실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사설들은 마치 주 52시간 규제 때문에 반도체 팹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기술 개발이 뒤처지는 것처럼 선동합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라인인 팹(Fab)은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앉아서 밤새 연구를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팹은 철저히 자동화된 설비 시스템 안에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가동되는 제조 공장입니다. 팹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조 공장(Fabrication Facility)에서 따온 거니까요.

반도체 팹 내부의 모습. 생산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와 장비를 점검하는 엔지니어의 모습도 보입니다.이봉렬

애초에 교대 근무 시스템으로 3조 3교대 또는 4조 3교대로 조를 짜서 24시간 가동되는 제조 라인은 노동자 한 명을 밤새워 붙잡아 둘 이유가 없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운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공장 생산 수율이나 가동률은 주 52시간 규제 해제와는 눈곱만큼의 상관도 없습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보수 언론은 반도체 공장과 연구소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 그저 노동 규제를 풀기 위한 핑계로 반도체 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RBA(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연합)라는 글로벌 무역 장벽

이러한 공급망 관리는 비단 애플만의 독특한 고집이 아닙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이와 유사한 협력업체 행동 수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수칙들은 노동시간 준수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를 이루고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한 제품을 공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이토록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중심에는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연합)가 정한 국제 표준 규범이 존재합니다. RBA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연합체인데, 과거에는 전자산업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자동차, IT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근로자 인권, 안전보건, 환경, 윤리 경영을 평가하고 개선합니다. 여기서 정한 행동 수칙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헌법과 같이 작동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돕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연합체인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는 강령에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 이하로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RBA

RBA는 회원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강령의 맨 앞에 노동 문제를 두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초과 근무를 포함하여 주당 근무 시간은 6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모든 초과 근무는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이걸 우리 대기업이 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은 물론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RBA의 정식 회원사입니다. 우리 기업들 또한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RBA의 수칙을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표하고, 그 규칙 체계 안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RBA 스탠더드를 따르지 않는 기업은 글로벌 입찰 단계에서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글로벌 무역 장벽이자 비즈니스 라이선스입니다.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이 보여주는 진짜 주소

보수 언론의 사설만 보면,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노동 규제 때문에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고, 법을 어겨서라도 무조건 잔업을 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애플이나 구글로부터 협력회사 행동 수칙을 받고 따르는 삼성전자 역시 자사의 협력업체에게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보내고 그대로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초본을 발간한 이후 지속적으로 규범을 개정해 왔으며, 최근에는 '결사의 자유' 등 노동 인권과 윤리 조항을 일부 보완한 8.1 버전을 협력회사들에 배포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각 협력업체에 보낸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보면 "표준 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연장 근로를 포함한 주당 총 근로시간은 6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초과 근무는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삼성전자

해당 규범의 서문에는 "본 규범은 RBA 행동규범과 세계인권선언,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ILO 핵심협약 등 글로벌 기준에 기반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삼성의 규범 역시 '노동 인권'이 제일 먼저 등장하며, "표준 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연장 근로를 포함한 주당 총 근로시간은 6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초과 근무는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애플의 조건과 일치합니다.

원청 기업인 삼성전자 스스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공급망 전체의 노동시간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진짜 주소입니다. 생태계는 이미 글로벌 표준의 궤도 위를 달리고 있는데, 보수 언론은 삼십 년 전 "새벽 세 시의 커피 타임" 시절의 패러다임에 갇혀 지면을 낭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낡은 노동관으로는 결코 미래의 반도체를 설계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은 인간의 지성과 정밀한 시스템이 결합한 고도의 지식 집약 산업입니다. 엔지니어를 공장과 연구소에 가두고 밤새도록 쥐어짜 낸다고 해서 2나노, 1나노의 미세 공정 수율이 기적처럼 잡히고 AI 가속기의 혁신적인 아키텍처(구조)가 설계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첨단 기술의 창의성은 맑은 정신과 충분한 휴식, 그리고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안전한 일터에서 비로소 도출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바보라서 노동시간에 상한선을 그어둔 것이 아닙니다.

조선과 동아의 사설은 반도체 산업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규칙을 전혀 모르는 무지와 왜곡의 소산일 뿐입니다. 대한민국 반도체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주 52시간 제도가 아닙니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탄소중립과 RE100 기준을 맞추지 못해 공급망에서 퇴출당하는 것, 그리고 낡은 노동 환경에 실망한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입니다.

세계 시장의 룰을 거스르는 낡은 노동관으로는 결코 미래의 첨단 반도체를 설계할 수 없습니다. 보수 언론은 이제 반도체 산업을 노동 규제 완화의 도구로 삼는 억지 주장을 멈추어야 합니다. 시장의 진짜 규칙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것이, 대한민국 반도체를 돕는 유일한 길입니다.

#반도체 #주52시간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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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핵잠, 남태평양서 SLBM 시험 발사...호주·일본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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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7.07 06:53
  •  
  •  수정 2026.07.07 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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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국 핵잠이 남태평양에서 SLBM을 시험발사했다. [사진 갈무리-신화통신]
6일 중국 핵잠이 남태평양에서 SLBM을 시험발사했다. [사진 갈무리-신화통신]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전략핵잠수함이 6일 낮 남태평양 공해상에서 모의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전략미사일(SLBM)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신화통신]이 6일 발표했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중국의 연례군사훈련에 따른 정례적 조치로 관련국에 사전통보됐다”면서 “이는 국제법과 국제 관례에 부합하고, 특정국가와 목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험발사에 동원된 핵잠수함과 SLBM의 세부 제원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글로벌타임스]는 ‘094형’ 핵잠이 ‘쥐랑-2’(巨浪-2)를 발사한 것이라 분석했다. 사거리 8,000 km를 넘어가는 ‘쥐랑-2’는 지난해 9월 3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전쟁 승리 기념일’ 열병식 때 공개됐다.

주변국들은 SLBM 시험발사를 비롯한 중국의 군사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CNN]에 따르면,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6일 “오늘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우리에게 통보했다”면서 “뉴질랜드는 이를 바람직하지 않고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태평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도 중국이 남태평양을 미사일 능력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터스 장관은 중국 핵잠이 SLBM을 발사한 지역이 ‘라로통가조약’에 의거 1986년 지정된 ‘남태평양 비핵지대’ 해역이라고 짚었다. 

이 조약 ‘의정서Ⅱ’는 서명국들이 비핵지대 내에서 다른 국가 또는 그 영토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며, ‘의정서Ⅲ’은 비핵지대 내에서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1987년 ‘의정서Ⅱ’와 ‘의정서Ⅲ’에 서명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해당 시험이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실험은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중국은) 지역이 기대하는 의도에 대한 투명성과 보장을 결여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알아서 “의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파견’ 발언 이후 중국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도 한 마디 보탰다. 외무성 성명을 통해 “점점 더 활발해지는 중국의 군사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을 향해 탄도미사일 시험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뉴질랜드와 호주, 일본은 한국과 함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이다. 올해 ‘NATO 정상회의’는 7일 개막한다. 중국 핵잠이 SLBM 발사일로 굳이 6일을 택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한편, 6일 중국과 러시아는 산둥성 칭다오에서 “해상연합-2026”을 개시했다고 [중국군망]이 전했다. 

연합훈련은 병력집결, 항구계획, 해상훈련 3단계로 진행된다. 양국 참가 병력은 지난 5일 집결을 마쳤다. 6일 개막식 후 양국 해군은 지휘연습과 전술협력을 공동 진행했으며, 공동 지휘부는 해상훈련단계의 주요 훈련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

[중국군망]은 “다음 단계로, 훈련에 참가하는 함정은 칭다오 인근 공해상에서 연합정찰, 방공미사일 방어 등 여러 훈련을 조직하고 실제 무기사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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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월에 더 넘쳐나는 5·18 조롱글···20대 절반은 “5·18 모른다” 역사 인식 급후퇴

온라인 왜곡 게시글 2년간 약 1만건

‘배재고 조롱’ 이면에 끊임없는 허위폭동” “북한 개입” 등을 ‘의견’ 치부

20대서 ‘민주화 기여도’ 답변도 10%p 하락

“도덕·법률적 문제 인식 심어줘야”

6일 광주제일고를 방문한 배재고 교장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이었던 지난 5월, 온라인에는 5·18을 왜곡하고 조롱하는 게시글이 넘쳐났다. “폭동”이라거나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위사실과 피해자들을 “홍어”라며 모욕하기도 했다.

5·18기념재단에는 이런 글을 발견한 시민들 신고가 당시 662건이나 접수됐다. 재단은 이 중 명백한 왜곡과 혐오로 판별한 146건과 관련해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 배재고 야구부 ‘5·18조롱 응원’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5·18왜곡과 폄훼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5·18에 대한 20대 인식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5·18기념재단이 2024년부터 지난 4월까지 진행한 ‘온라인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5·18과 관련한 허위사실과 왜곡·폄훼 등을 담은 인터넷 게시글은 9054건에 이른다.

2022년 7월 5·18특별법이 개정돼 5·18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생긴 이후에도 왜곡과 조롱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재단이 법 시행 이후 직접 고소·고발한 것만 해도 지난 5월까지 22건에 이른다.

수사 의뢰 대상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지만원씨, 일부 정당 등 다양하다. 5·18북한군 개입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지씨는 재단이 2건을 고소해 경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목사는 2023년 4월 광주역 집회에서 “5·18은 간첩과 김대중 지지자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정당도 5·18을 이용한다. 정당 현수막을 빙자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거나 “유공자 상당수는 가짜”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는 수년째 진행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이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 200만원이나 500만원을 결정한 경우도 있다.

최기영 변호사(민변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많은 사람이 5·18허위사실 유포를 ‘의견에 불과하다’며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면서 “‘도덕·법률적으로 확실히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가 고등학생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5·18 인식 여부도 낮아졌다. 5·18기념재단이 지난 5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18인식조사’에서 ‘5·18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20대는 46%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평균인 62.6%보다 20%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5·18과 관련한 역사적 평가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5·18을 민주주의 역사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78.8%만 ‘그렇다’고 답했다. 2024년 조사에서는 88.2%였던 응답이 2년 사이 10% 가까이 떨어졌다.

5·18이 한국 민주화 등에 기여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69.2%만 ‘그렇다’고 답했다. 2024년에는 76.2%가 ‘그렇다’고 답했다.

20대는 왜곡·폄훼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가장 많은 43.3%가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의 올바른 역사 교육 및 교재 보급’을 꼽기도 했다.

최경훈 5·18기념재단 진실기록부 팀장은 “기업의 무감각한 역사 소비, 정치권 왜곡·혐오 조장, 온라인 조롱 문화가 누적돼 청년을 넘어 청소년들에게까지 왜곡된 인식이 전파된 결과로 보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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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백만명 ‘하메네이 장례식’ 운집...“복수” 외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7/06 07:48
  • 수정일
    2026/07/06 07: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7.05 11:07
  •  
  •  수정 2026.07.05 12:07
  •  
  •  댓글 0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고별식’이 4일(현지시간)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대(大) 모살라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합공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이란 당국이 6일 간의 국장을 개시하는 고별식 날짜를 ‘미국 독립 250주년’에 맞춘 셈이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4일 시작된 이 행사에는 수백만명의 추모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면서 모살라는 슬픔과 경건함으로 가득 채웠다”고 전했다. 고별식은 5일까지 계속된다. 

[프레스TV]는 “대규모 인파는 순교한 지도자에 대한 마지막 작별 인사이자 이슬람 혁명, 이슬람, 그리고 순교자들의 이상에 대한 충성 다짐이며, 국가의 존엄과 독립, 저항에 대한 의지를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검은 옷을 입고 복수와 정의 추구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흔드는 조문객들은 슬픔에 잠겨 가슴을 치며 “미국에 죽음을”, “복수, 복수”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6일 수도 테헤란, 7일 중부 종교도시 쿰, 9일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에서 각각 장례식이 치러진다. 하메네이의 고향 마슈하드에 위치한 이맘 레자 성묘에 안장된다. 8일에는 나자프와 카르발라 성지에서 각각 특별추모식이 거행된다.

지난 3일에는 각국 정상과 대표, 전 세계 종교지도자들이 테헤란에 모여 조의를 표했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외교부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나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미하일 카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 세브데트 일마즈 튀르키예 부통령, 하피즈 우딘 아흐메드 방글라데시 국회의장, 허웨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주임,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가니스탄 외교부 장관, 파미트라 마르게리타 인도 외교부 차관 등 각국 정상과 대표들이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스TV]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4일 ‘영원한 저항의 지도자 이맘 하메네이 국제 컨퍼런스’에서 알리 하메니이의 순교가 전 세계 무슬림에게 단결을 향한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신성한 지도자의 사상과 메시지는 순교로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후세 사람들이 진리, 정의, 그리고 저항의 길을 계속 걸어가도록 인도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슬람 세계의 적들이 무슬림 지도자와 과학자 등을 표적 삼아 암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가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외교부는 4일 ‘성명’을 통해 “이란 외교 정책은 국가의 존엄, 독립, 그리고 권력을 수호하고 적들의 음모에 맞서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그의 현명한 조언을 항상 지도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이란 외교부는 “인내심 강한 이란 국민”과 무슬림, 그리고 진실을 추구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은 작고한 지도자 암살의 배후인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정의와 복수(justice and revenge)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란 당국은 국장 기간 1,500만에서 2천만 명이 추모행사에 참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4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란 국민들이 하메네이를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장례식에서 우는 걸 보고 놀랐다며 “어쩌면 가짜 눈물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례식에 폭탄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상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 아라비야]는 파키스탄이 오는 11일 미국과 이란 간 차기 협상을 주최할 예정이라고 4일 보도했다. 이란 대표단의 규모는 하메네이 장례식 이후 결정될 것이고, 미국의 대 이란 제재와 이란 동결 자산, 이란 핵 목록이 주요 의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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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역” 발언 이병태 사퇴요구 지나치다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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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오늘 광주일고 방문해 공식사과…배재학당 총동창회장, 무등일보 1면에 사과 의견광고

기자명장슬기 기자

▲ 배재고와 광주일고 경기 중 배재고 학생들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라는 응원구호를 사용했다. 사진=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이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와 경기하면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외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받은 것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라며 “북한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의 혐오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라며 두둔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은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고교야구대회에서 5·18을 조롱한 서울 배재고가 6일 오후 3시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공식 사과를 한다. 정근식 서울 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 교육감이 동행한다. 이날 배재학당 총동문회장은 전남광주 지역일간지 무등일보 1면 하단에 광고를 싣고 광주제일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광주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 사과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받아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도 함께 했다. 다만 전남광주 지역신문에선 이번 사태에서 배재고 학생들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피해학생인 광주일고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태 발언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자는 조선일보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5·18 역사의 성역화로 어린 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일탈도 수용이 안 되고 어른들의 ‘정치’가 됐다”며 “이 모습을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썼다. 그는 지난 4일에도 페이스북에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 그게 기본권”이라고 한 뒤 “소수의 미친소리는 다수의 진리에 의해 정화된다”고 했다.

이에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직속 부위원장 직함을 단 채 국민 통합과 헌정 가치를 훼손하는 발언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부위원장직이 2년 임기 보장으로 해촉이 불가한 만큼 스스로 물러나라”고 썼다.

▲ 7월6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조선일보는 6일자 정치면 <靑 ‘5·18발언’ 경고…이병태 “입장 바뀔 일 없다”>에서 이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총리급의 ‘5·18 성역’ 의견 논란”이라며 찬반 ‘논란’ 내지 ‘정쟁’이 벌어지는 것처럼 다뤘다. 이 부위원장은 조선일보에 “배재고 중징계가 한국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올린 글이었는데 이게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들로 인해 변질됐다”며 “바람직하지 않고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퇴요구에 대해서도 “2년 임기로 돼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며 “임명권자(대통령)가 원하면 언제든지 (사퇴)할 수 있겠지만 연락 온 건 없다”고 했다.

반헌법적인 혐오 발언을 정당한 의견인 것처럼 대등하게 다룬 뒤 이를 여권 내 정쟁,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당권 경쟁의 한 쟁점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최근 민주당 지지층은 지난 대선을 전후로 유입된 중도·보수 성향의 뉴이재명과 친노·친문 등 구주류 세력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각각 민주당 차기 당 대표로 김민석 전 총리, 정청래 전 대표를 지지하며 친명, 친청으로 갈라져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 여권 관계자의 “이 부위원장이 사퇴하면 이 대통령이 민주당으로 데려온 다른 보수 인사들도 거취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 부위원장을 안고 가면 당대표 선거에 악영향이기 때문에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발언도 함께 전했다.

▲ 조선일보 7월6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5·18 존중하지만 지나친 대응까지 성역일 순 없다>에서 이 부위원장의 발언을 정당한 의견으로 전제하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부위원장도 5·18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가 걱정한 것은 5·18과 관련된 언급에 대해 지나친 대응으로 표현의 자유마저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5·18은 성역이냐’고 물은 것”이라며 “5·18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최근 상황은 ‘표현의 자유’가 위태로워졌다고 느낄 정도로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반중 시위 규제와 현수막 철거로 논란을 빚었고,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다뤘던 방송사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계엄 여파로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에 취해 독주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자신들에게 토를 달리 말라는 태도”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해 7일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표현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이나, 국민이 말하고 쓸 자유를 억압하는 ‘입틀막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경향 “이병태 발언, 표현의 자유 의미 몰이해”

이 부위원장은 비판이 커지자 지난 2일자 글을 삭제했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1면 <이병태가 쏘아올린 ‘극우적 표현’의 자유>에서 “이 주장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몰이해했거나 곡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에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와 범위가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7월6일자 만평

경향신문은 사설 <‘5·18이 성역이냐’ 망언한 이병태 부위원장, 자진 사퇴해야>에서 “(배재고에 대한) 징계 수위의 경중을 놓고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특정 지역·지역민의 피해 역사를 조롱하는 행동까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보호해선 안 된다”며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회 공동체의 신뢰와 통합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유럽인권재판소도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부정,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 같은 극단적 행태는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에서 배제한다”며 “5·18 국가폭력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경멸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행동이 인종차별이나 홀로코스트 부정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배재고, 오늘 광주제일고 방문해 공식 사과

무등일보 1면 <‘5·18 민주화운동 조롱’ 배재고 품은 광주>란 기사를 보면 배재고 측이 사과 방문을 건의했고 광주제일고는 학생 의견을 수렴해서 이를 수용했다.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은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화해하고 싶어한다고 느껴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번 화해를 계기로 학생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6일 오후 3시에 제일고를 방문한 뒤 배재고 야구부와 광주제일고 학생들은 국립 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는데 김대중·정근식 두 교육감이 동행한다.

▲ 무등일보 7월6일자 1면 하단 광고

무등일보 1면 하단에는 “제40대 배재학당 총동창회장 임호” 명의의 사과문 광고가 실렸다. 임호 회장은 사과 광고에서 “이번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그 잘못을 예방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한 책임은 학교와 동문 선배들에게도 있음을 깊이 통감한다”며 “오늘 학교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기 위해 광주제일고를 방문하는데 사과 방문을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배재고 사태 이대로 일단락되나

이날 배재고 야구부 등이 광주제일고를 방문하는 사과 행사가 잘 마무리되면 당장이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비롯한 한국 사회에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경향신문은 3면 <“논쟁적 주제, 중립성 시비에 위축…교사 위한 제도적 보호 필요”>에서 학교 현장에서 배재고의 5·18 비하 등 혐오와 같은 사안이 벌어졌을 때 정치적 편향 논란이나 민원 부담 없이 혐오, 역사왜곡 등을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현실을 다뤘다. 이 신문은 “교육계에서는 혐오 표현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훼손하는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성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민원 부담으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는 1면 톱기사 <가해학생만 걱정?…광주일고 피해학생들은 지워졌다>에서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넘치는데 정작 피해를 입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상처는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배재학당총동창회가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민의힘이 논평을 내 “학생들의 미래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며 징계가 과하다고 주장한 것 등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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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사를 보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과와 책임이 먼저인데 선처 요구부터 나오는 모습에 시민들이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충분히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 학생들의 미래만 강조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접근”이라고 비판했고 광주의 한 고교 교사는 “교육은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잘못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광주 북구 거주 한 학부모는 “광주일고 학생들은 원치 않았던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고 이제는 폭탄 협박까지 받는 상황”이라며 “선처를 말하기 전에 피해 학생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남도일보 7월6일자 칼럼

남도일보는 두 건의 칼럼을 실었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스타벅스’ 조롱 응원, 학생 민주역사 교육 시급하다>란 글에서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교육 및 올바른 역사 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며 “역사는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의 혐오와 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정희윤 남도일보 사회부 차장은 <교육·스포츠 현장에 5·18 조롱 없어야 한다>는 칼럼에서 “교육 현장과 스포츠 현장은 혐오와 왜곡을 걸러내는 마지막 방파제여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한 학교의 사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되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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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 56만원 공제에 성과급 0원 차별…현중 이주노동자의 분노 "우린 노예 아니다"

[현장] 임금 삭감·차별 앞에 선 울산 이주노동자들의 함성 "나쁜 계약 철회하라"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7.06. 05:02:12

"두렵지 않습니다. 회사가 거대한 힘 가진 거 압니다. 나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요. 근데 잘못됐으니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겁니다. 우린 스리랑카 노동자를 대표하지만, 모두를 대표합니다. 우린 모두 노동자로 같고, 이건 모두의 조건을 나쁘게 합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노동자 다누스카(44) 씨가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 집회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말했다.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한 지 3년째인 그는 지금 한국에서 투쟁 중이다. 지난 5월, 회사가 강요한 '기본급 삭감'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하며 "이건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같은 뜻으로 집회에 참석한 스리랑카 노동자는 2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누스카 씨는 이들을 대의하는 대표자 10명 중 한 사람이다. 현대중공업의 이른바 '차별 계약'은 이주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서명을 거부하며 가장 먼저 움직였다. 앞서 울산에서 두 차례 집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이날 세 번째 집회도 이어 갔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과 이주노동자 800여 명이 현대중공업 정문에 모여 "불공정 계약을 철회하고 임금 삭감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함께했다. 집회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 및 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가 공동주최했다.

▲7월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사람이왔다(백승호)

식대 56만 원 공제에 성과급 0원 차별

이번 차별 계약의 피해자는 현대중공업에 고용된 'E-7-3' 비자(일반기능인력) 노동자다. 정부는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은 2022년경, 용접공, 전기공, 도장공 등 전문 기술직 이주노동자를 대거 유입하는 정책을 폈다. 그렇게 2023년, 1600명 넘는 'E-7-3'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해 현대중공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임금 차별과 부당 대우는 이때부터 쌓여 왔다. 계약서상 기본급은 280여만 원이었으나, 식대 등으로 56만 원을 공제해 실상 최저임금에 가까운 기본급을 받았다. 이들을 제외한 원·하청 노동자는 모두 무료로 점심, 저녁을 먹고 있었다.

지난 2월엔 이들만 성과급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반면, 원청 정규직은 평균 1721만 원, 하청 내국인 노동자는 920~1035만 원, 하청 이주노동자는 465~520만 원 등의 성과급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5월 27일, 현대중공업은 기본급 대폭 삭감을 골자로 한 새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한 노동자는 기본급 23만 8400원이 삭감됐고, 이에 따라 통상시급 기준 1021원이 삭감됐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계약을 거부하자 관리자의 압박이 시작됐다. 이주노동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사인 안 할 거면 사직하라", "앞으로 재계약하지 않겠다", "다른 곳에 취업 못 하게 하겠다"라며 엄포를 놨다. 또한 서명한 이들만 식당에서 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게 차별 대우를 했다. 지난달 중순 투쟁이 본격화 배경이다.

첫 연대발언에 나선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같은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이 일한다. 그런데 왜 비정규직이 차별받아야 하나' 이 말을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조를 만들 때 했다"며 "23년 후인 지금, 이 말을 이주노동자들이 한다. 2003년 그때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이라 불렀듯, 오늘 이 자리는 이주노동자의 인간 선언이 선포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을 덜 주고 계약을 달리하는 건 인종차별이고, 균등대우 원칙 위반"이라며 "조선업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 현장이 이주노동자 없이 안 굴러가는데, 세계적 기업이라는 현대중공업에서 이런 차별을 해도 되느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7월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의 이주민들이 대표 발언을 하는 모습. ⓒ사람이왔다(백승호)

▲7월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손가영)

휴일 반납하고 울산 모인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의 참여도는 뜨거웠다. 투쟁 구호가 나오면,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힘을 줘 큰 소리를 내질렀다. 일부는 붉은색 깃발 십수 개를 단체로 연신 흔들었다. 국적 별로 삼삼오오 모여 앉은 현장 곳곳에선 각국의 투쟁 구호가 동시 다발로 들렸다.

현대미포조선에서 7년, 현대중공업에서 7년을 일한 베트남 노동자 까인진(37) 씨는 동료 7명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오늘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갑자기 특근이 잡혔으나, 가지 않고 이곳에 왔다"며 "두렵지 않다. 기본급 삭감은 정말 부당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지 말고 공평하게 대해달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노동자 대표로 나온 차리타 씨가 발언할 땐, 수십 명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약속한 듯 주먹 쥔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으며 "투쟁"을 한국어로 외쳤다. 차리타 씨가 "우리가 원하는 건 나쁜 계약을 철회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함께 싸울 겁니까?"라 물은 후다.

차리타 씨는 "한국 동료가 '회사는 힘이 세다. 그러니 이런 거 하지 말고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며 "나는 그에게 '회사의 힘이 누굽니까? 회사의 힘은 이 건물입니까? 이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3년 동안 (식대 공제 등으로) 월급을 삭감당해 왔다"며 "이 회사는 우리를 노예로 본다. 동지들, 앞으로 노예처럼 일할 겁니까?"라 물었다.

베트남 노동자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 원서현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활동가는 "우리는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다! 한국 조선업의 인력 부족을 메우고, 선박을 만들어내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당당한 노동자다!"라 외치며, "우리의 노동이 당당한 만큼, 우리의 건강을 보호받고 법이 정한 노동권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고 소리쳤다.

라셰드 이주노조 사무국장도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대신해 무대에 올라 "우리가 '개발도상국'에서 왔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값싼 것이 아니"라며 "우리는 노동하기 위해 나라를 떠났지, 목숨을 바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꿈, 자존심, 그리고 인간의 권리를 결코 두고 오지 않았다"며 "여기서 죽기 위해 온 것이 아니고, 모욕을 견디기 위해 온 것도 아니며, 우리의 노동, 능력 그리고 땀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7월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손가영)

▲7월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현장 곳곳에선 금속노조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쓰는 이주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프레시안(손가영)

펜 들고 노조 가입... 국경 넘어선 연대

스리랑카 노동자 대표단들은 무대에 올라 지난 4일 회의를 거쳐 금속노조 조합원 가입을 결의한 사실을 알렸다. 이날 현장 곳곳에선 집회 주최 측이 들고 다니며 받은 조합원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후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서부문까지 "노동자는 하나다"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백 명이 넘게 모여 행진한 스리랑카 노동자 대열에선 악기 소리와 스리랑카어의 '투쟁' 구호가 쉬지 않고 반복됐다.

부족한 휴일 시간을 쪼개어 이들을 지지하러 온 이주노동자도 적지 않았다. 경기 포천에서 온 방글라데시인 샤히둘 이슬람 씨는 "어제 4시간이 걸려 서울 숙소에 도착했고, 동료들과 잠시 눈을 붙이고 오늘 새벽에 울산으로 출발해 다시 자정이 넘어 포천에 도착한다"며 "남 일이 아니란 생각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 울산에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행진을 마친 후 "이 문제를 더 이상 갈등과 대립으로만 끌고 갈 게 아니라, 정부와 현대중공업 사측, 현대중공업지부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 테이블을 즉각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임금체계와 노동조건, 차별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해 가자"고 제안했다.

▲7월 5일 오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거리 행진 모습. ⓒ사람이왔다(백승호)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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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다시 촉구하며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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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7.0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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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6월 8-9일 도쿄 일본 외무성에서 미일 확장억제대화(EDD: Extended Deterrence Dialogue)를 연데 이어 11일 서울 국방부에서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 회의를 개최했다. EDD에서 양국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일본 방어 공약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핵무기 증강을 논의한 후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다졌다. NCG에서 한미 역시 조선 비핵화의 공동 목표와 핵을 포함한 미국의 전 범주 능력을 통한 대한국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항상 하는 얘기로 특별할 것은 없다.

 

6월 1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일본과는 확장억제대화를, 한국과는 핵협의그룹 회의를 연이어 개최한 것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말에 “엄숙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답했다. 대변인은 먼저 “일본이 핵우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핵보유를 추구하는 위험한 발언까지 내놨다”고 비판한데 이어 “한국은 신중하게 행동하여 지역 안정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것 역시 항상 하는 말로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주목할 점은 중국이 일본과 한국을 같은 강도로 묶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어법을 썼다. 물론 이것에 감지덕지 할 것은 없다. 중국 언사의 차이는 의도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은 일본을 재무장, 핵무장을 향해 가는 위험한 행위자로 묘사한다. 그래서 일본에는 “반성하라”는 식의 명령형 어법이다. 한국에는 “바란다”는 권고형 어법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망을 접은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핵 네트워크에 더 깊이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살아 있다.

지난 1월 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한 양국은 지역 평화를 수호하고 세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의 교집합을 갖고 있다. 마땅히 확고하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应当坚定站在历史正确一边,作出正确战略选择)”고 말했다. 이어 그는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이 커다란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선 승리를 거뒀다”고 연결했다. “역사의 올바른 편” 발언에 이재명 대통령은 나중에 기자들에게 ‘공자님 말씀’처럼 들었다면서 고깝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게 들을 일은 아니다. 중국이 한국에 가지는 기대다.

이란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교훈 중에 미국 ‘몰빵’ 외교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현재 미국이 동맹을 수탈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란은 미국 제재망 밖의 대체 통로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이란의 인내는 한계에 봉착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이 이란전에 패했다 해서 미국 패권이 즉각 붕괴한다고 보면 안 된다. 다만 미국 일변도 외교로는 우리 국익을 온전히 거양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얼른 완전히 복원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셋이 있다. 먼저 지난 10년 동안 한중간의 ‘얼음관계’가 형성된 이유를 반추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결정적인 한방이었지 않은가. 그렇다면 첫째 이에 대한 시정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배치한 부대와 장비를 뜯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에 대해 확인 해 준 ‘사드 3불’이라는 해법이 있었다. 추가적인 사드 배치는 없다, 한미간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을 추진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은 맺지 않는다. 이미 공개적으로 한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하면 된다.

 

둘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다. 이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요 압박이다. 예컨대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출동하면 미중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은 출동하는 미군의 발진기지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타격대상이다. 그러니 한국이 이 문제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친화정책이다. 당초 미국의 저의는 주한미군 만의 유연성이 아니라 한미연합군의 유연성이었다. 지금 미국은 당초의 생각으로까지 다시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을 위한 총알받이가 되는 판국에 이를 반대하지 않고 뭘 하겠다는 얘기인가. 이 대통령은 이미 우리 기자들에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생각을 중국 앞에서 다시 분명히 하면 될 일이다.

셋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2025년 8월 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은 변화가 필요한데, 미국은 다영역특임단(MDTF)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MDTF(Multi-Domain Task Force)는 대중국 특수 전투부대다. MDTF 배치는 단순히 “미군 신형부대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영토와 한미연합 지휘체계가 중국 견제 작전에 편입된다는 점이다. 한편 브런슨은 금년 4월 미 의회에서 한국을 미국 군사자산의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병참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역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드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 문제다. 막아야 한다.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한중관계의 완전복원이 문제가 아니다. 이러다가 나라가 온통 미군기지가 될 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그 연결 사안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6월 1-3일간 미 국무부의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일행이 한국을 다녀갔다. 공식 명분은 ‘한미 정상회담 안보 분야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협의 개시’다. 미국은 핵잠과 농축·재처리와 같은 우리 관심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한국을 그들의 군사기지화 하기 위해 온갖 압박을 다 가할 것이다. 버텨야 한다. 그것이 진짜 대한민국의 길이고 그것이 한중관계 완전복원의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 주석의 “역사의 올바른 편”이고 중국 대변인의 “신중한 행동”이다.

숭미인들의 의식 속에는 두 가지 케케묵은 병적인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염병할’ 자기비하다. 한국은 미국 아니면 중국의 속국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정론적 패배주의다. 우리는 두 나라 사이에서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갈 능력이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그럴 바엔 미국의 식민지가 더 낫다는 인식론이다. 지금껏 익숙하게 길들여진 주인님의 품속이 아무래도 낫지 않겠냐는 노예근성이다. 식민지라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다를 것이 없다는 자존의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기껏 묻는 것이라곤 어느 양반집 머슴살이가 나을 것인가다.

숭미의 반대말은 반미가 아니다. 반숭미다. 다시 숭미의 반대말은 숭중이 아니다. 자주다. 우리는 더 친절한 나리를 찾는 머슴이 아니다. 만적은 노비의 운명을 거부하며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숭미인들은 거꾸로 묻는다. “노비가 어찌 주인 없이 살 수 있겠는가.” 숭미 의식은 어느 주인의 종살이가 더 편한지 따지는 예속의식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만적이라거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주권독립국이요, 그런 나라의 주인이다. 이런 당연한 얘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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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날아도 고용 부진의 늪은 더 깊어져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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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7.05 20:40

  • 수정 2026.07.05 21:51

  • 댓글 1

청년층 최대 타격…AI가 일자리 빠르게 대체 중

반도체 호황에도 고용탄성치 8년 만 최저 전망

15~ 29세 이하 취업자, 1∼5월 내내 마이너스

작가·통번역 -20.6%··회계·경리 사무 -11.5%

미증유의 반도체 메가 사이클도 고용시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경제 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고용탄성치가 올해 0(제로)을 소폭 넘는 수준에 그치며 8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반도체 산업의 고용 창출능력이 저조한데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고용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계기를 못찾고 있다. 특히 AI는 작가, 통번역가 등의 전문직역 일자리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묘방이 없는터라 답답하기만 하다.

 

16일 서울 구로구청에서 열린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6.6.16. 연합뉴스

고용탄성치 0.24, 거의 늘지 않는 일자리

지난 5월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 전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고용 탄성치는 0.24가 될 것으로 5일 추정됐다.

당시 KDI는 올해 취업자가 17만 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취업자 수(2876만 9000명) 대비 0.6% 증가하는 것이다. 이 취업자 증가율을 KDI의 경제 성장률 전망(2.5%)으로 나누면 고용 탄성치가 된다.

한국은행 전망으로도 수치는 비슷하다. 역시 지난 5월 말 공개한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2.6%, 취업자 수 증가 폭 예상치는 18만 명이었다. 예상치대로라면 취업자 증가율은 역시 0.6%로, 고용 탄성치도 0.24로 추정된다.

KDI나 한은의 전망을 바탕으로 계산한 고용 탄성치가 현실화한다면 2018년(0.13) 이후 최저 수준이 된다.

당시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등 근로조건 개선 정책을 폈는데,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려던 정책이 되려 고용의 양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성장과 비교해 고용 증가가 더뎠다.

이후 고용 탄성치는 경제 성장률, 취업자 증가세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2022년 1.03을 기록했던 고용 탄성치는 2024년 0.27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0.64로 반등했다. 그러나 한 해 만에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DI와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취업자 수 증가율(0.6%)은 작년(0.7%)보다도 오히려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성장률은 작년 1.1%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취업자 증가율은 더 떨어져 고용 탄성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취업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용 없는 성장, 뉴노멀로 정착되나?

이미 올해 고용 없는 성장의 모습은 확연하다.

1분기 경제 성장률(3.8%) 대비 취업자 증가율(0.6%)은 0.16까지 쪼그라들었다. 1분기 기준으론 2021년(-0.52) 이후 5년 만에 최저다.

연령대별로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은 청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15∼29세 취업자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내내 ‘마이너스’였다.

전체 연령대에서 5개월 내내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 연령대가 유일하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숙해지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고용 탄성치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주력 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이동하는 탓이다.

올해 고용 탄성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은 반도체 초호황에 올라탄 수출이 이끌고 있다.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대인 4967억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수출의 38.7%를 반도체가 차지했다.

그러나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용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 반도체 외 다른 산업의 성장은 더뎌 고용 창출 여력이 커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조적으로는 인공지능(AI) 확산 등의 영향도 있다.

AI가 산업계에 확산해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며 일자리가 줄고 있어서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시간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보다 AI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고용을 하더라도 현재로선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대인 관계, 조직 관리 등을 담당할 중장년·경력직만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도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생성형 AI 도구인 챗 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1만 1000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20만 9000개 증가했다.

고용이 경제의 후행 지표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1분기 이후엔 고용 상황은 소폭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반도체 쏠림·AI 확산이라는 문제가 바로 나아지긴 어려워 고용 탄성치가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3년 6월 23일 촬영된 자료사진. 컴퓨터 마더보드에 AI(인공지능)라는 글자가 놓여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AI습격 앞에 일자리 급속도로 소멸 중

고용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마당에 AI까지 고용을 압박 중이다.

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올해 5월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세 미만은 약 223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5000명(2.8%) 정도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가 26만 8000명(1.7%) 정도 많아지고, 특히 60대 이상이 약 20만 7000명(7.5%) 늘어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비됐다.

가입자가 감소한 연령대는 30세 미만과 40대뿐이었다. 40대의 경우 5000명(0.1%) 줄어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

30세 미만의 고용보험 가입이 줄어든 것은 전반적으로는 취업이 늦어지는 경향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의 영향을 받거나 이와 밀접한 업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연령대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정보통신업에서 1년 전보다 9.3% 줄었고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4.1% 감소했다.

정보통신업에는 출판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우편 및 통신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정보서비스업이 포함된다.

출판이나 영상물 제작, 프로그래밍 등에서는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연구개발, 법무, 회계, 광고, 시장 조사, 경영 컨설팅, 건축 설계, 엔지니어링, 수의업, 디자인 및 기타 전문·과학·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활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업종에서도 AI가 유용하게 활용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 분야 취업자 작년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5월에는 8만 9000명(5.9%) 줄어 21가지 산업 대분류 중 ‘농업, 임업 및 어업’과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활동’을 뺀 19가지 중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5월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 :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재가공

작가나 통·번역가 등의 전문직역은 이대로 사라지나?

AI 붐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 수혜 업종인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세 미만은 작년 5월보다 약 4000명(4.6%)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임직원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층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20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변화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젊은 층의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을 가능성이 감지된다.

올해 5월 법률 사무원은 7175명으로 1년 전보다 468명(6.1%) 줄었다. 작년 5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처음엔 감소율이 0.9%에 불과했지만, 점차 확대하는 양상이다.

법률 전문가는 1707명으로 1년 전보다 27명(1.6%) 줄었다.

작가·통번역가는 20.6%, 디자이너는 7.6%, 회계·경리 사무원은 11.5% 감소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0.1% 줄었고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서 두루 감소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20대 피보험자 수를 분석한 것이라서 전체 고용 시장의 변화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AI가 이들의 수행하던 업무의 일부를 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변화다.

사업체의 인력 동향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전국 사업체에 종사하는 컴퓨터 하드웨어·통신공학 기술자는 3만 3350명으로 1년 전보다 3313명(9.0%) 적었다. 구인 인원은 523명(32.4%) 줄었다.

컴퓨터시스템 전문가 현원은 3114명(16.1%) 줄어든 1만 6246명이었고 구인 인원은 186명(27.5%) 감소했다.

디자이너는 9776명(6.5%) 줄어든 14만 1177명이 사업체에 활동하고 있었는데 구인 인원은 7905명으로 1년 전보다 1493명(15.9%) 적어졌다. 작가·통번역가 구인은 32.7% 줄었다.

 

2025년 하반기 기준 직종별 현원 및 구인인원, 자료 :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재가공

한편 정부는 AI의 영향으로 특정 부분의 고용이 위축되고 있는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전환(AX)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전환이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막도록 직무 전환이 필요한 이들에게 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하거나 이직·전직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너무 더딘데 비해 일자리가 소멸하는 속도는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 해소는 어떤 정부가 와도 어려울 성 싶다. 일자리 감소를 전제한 경제, 사회시스템 설계를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를 펼치기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

 

AI에 의한 일자리 변동 (PG),[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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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행 열차에서 묻다 "광기의 시대는 끝났는가"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상] 독일기행 ⑤ 독일 철길 위에서 펼친 반전소설과 21세기의 광기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6.07.05. 11:32:51

새벽부터 서둘러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베를린행 6시 15분발 고속열차를 탔다. 오늘의 여정은 드레스덴이다. 고도가 낮은 태양이 마인강을 건너는 열차의 차창 안으로 황금빛 살을 날려 보냈다. 철도가 세상을 바꾼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자면 바로 독서이다. 대량 수송 수단인 철도가 등장하면서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이동이 계급을 뛰어넘어 대중화됐다. 장거리 철도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읽을 것이 필요해졌다. 신문은 철도 붐을 타고 발행 부수를 늘렸고 뒤이어 책이 철도 여행의 필수품으로 등장했다.

1866년 프랑스 의학 연례 회의는 열차 안의 독서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했다. 상류계급의 몫이었던 책 읽기의 장벽이 철도로 무너졌다. 역마다 서점과 책 대여점이 생겼고 열차 여행에 적합한 작은 문고판이 탄생했다. 소설류의 문학작품부터 지리학, 고고학, 과학 등 근대 이후 폭발한 다양한 전문 분야 책들까지 철도 여행자의 손에 들리면서 교양의 시대를 열었다.

근대 철도 여행자를 흉내 내어 가방 안에서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의 <제5도살장>을 꺼냈다. <제5도살장>은 20세기의 마크 트웨인이라고 불렸던 커트 보니것의 소설로 드레스덴을 배경으로 한다. 열차 안에서 펼친 것은 원작을 스페인과 캐나다의 만화작가 앨버트 먼티스(Albert Monteys)와 라이언 노스(Ryan North)가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다시 보기 딱 좋은 책으로 생각해서 챙겼다.

커트 보니것은 대학을 중퇴하고 군에 입대한 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벌지 전투에서 낙오병이 됐다가 독일군 포로가 된 커트 보니것은 호송열차로 드레스덴으로 이송된다. 커트 보니것을 포함한 미군 포로들은 도살장을 개조한 포로수용소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내게 된다. 도살장 포로수용소의 경험과 드레스덴 대공습이 커트 보니것의 대표적 반전 소설 <제5도살장>을 만들었다.

▲드레스덴 폭격이 끝난 후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드레스덴 군사역사 박물관) ⓒ박흥수

1945년 2월 13일부터 3일간 미 육군 항공대와 영국왕립공군은 폭격기를 동원한 네 차례 공습으로 독일 작센주의 주도 드레스덴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미 육군 항공대는 대공습 이후에도 4월 17일까지 세 차례 더 공중폭격을 수행했다.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 건물의 90%가 파괴됐다. 무엇보다 엄청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종전 후 폭격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적 논쟁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떨어진 소이탄과 고폭탄은 거대한 화염 폭풍을 일으켰다. 거리의 사람들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덩어리 속에서 순식간에 재가 됐다. 1500도가 넘는 열기에 녹은 아스팔트가 도로 위 사람들 몸을 휘감은 채 타올랐다. 폭격이 끝난 뒤 민간인들이 대피한 방공호들 속에서도 공습이 한참 지난 시간임에도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신이 수 백구씩 발견됐다.

포로수용소 지하에 있었던 덕분에 살아남은 커트 보니것은 <제5도살장>에서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해준다.

"바깥에는 불이 폭풍처럼 번지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하나의 거대한 화염이었다.

이 하나의 화염이 유기적인 모든 것,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삼켰다. 다음 날 정오가 돼서야 걱정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인들과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연기로 시커멨다. 해는 약이 바짝 오른 작은 핀 대가리였다. 드레스덴은 이제 달 표면 같았다. 광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은 뜨거웠다. 그 동네의 다른 모든 사람이 죽었다."

드레스덴 폭격은 82년이나 지난 과거지만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전쟁의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2026년 2월 28일 드레스덴 폭격의 후예들은 이란의 초등학교를 미사일로 공습해 7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175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아시겠지만 나는 시간이 존재한 이래로 무분별한 학살을 이어온 행성 출신입니다. 내 동포가 급수탑에서 산 채로 끓여 죽인 여학생들의 시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동포들은 자기네가 순수한 악과 싸우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죠. 지구인들은 우주에서 무시무시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제5도살장> 중)

연합군 측은 드레스덴 공습이 전략적 군사 목표를 파괴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드레스덴은 동부 전선의 중요한 수송 허브였으며 독일군을 지탱시키는 철도차량기지, 공장 및 산업 인프라가 있는 곳이었기에 공습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또한 소련군이 전담하고 있는 동부전선으로의 독일군 수송을 막기 위한 소련군의 공중 지원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이었으며, 나치의 기반 시설을 무력화하여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드레스덴 공습을 비판하는 측은 군사적 목표물을 뛰어넘는 주거 지역에 대한 융단폭격으로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지적한다. 폭격 시기 또한 독일의 패배가 임박한 상황에서 군사적 필요성을 넘어서는 또 다른 고려가 있었음을 의심한다. 연합국임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새로운 대립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소련에 대해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행위이자 독일에 대한 징벌적 파괴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드레스덴은 엘베강의 피렌체라 불리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였기에 이 도시를 파괴하는 것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이다. 나치의 잘못을 응징하는 차원이더라도 그 대상이 민간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렀던 20세기는 광기의 역사라고 한다. 하지만 20세기만 광기의 역사일까?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한 나라에 대해 석기시대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공공연히 떠벌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미 석기시대가 돼버렸고, 아이들마저 저격수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는 폭파 해체 공법으로 철거당하듯 건물이 폭탄에 무너지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일방적 학살을 두 세력의 갈등이나 충돌이라는 이슈로 덮어버린다. 20세기가 연 광기의 시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라이프찌히역에서 드레스덴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라이프찌히-드레스덴 구간은 본격적으로 독일 철도의 부흥을 이끌었다. ⓒ박흥수

베를린이 있는 북동쪽을 향해 달리던 열차가 역에 정차했다. 예정된 정차역이 아니었기에 다른 사정이 생겼을 것으로 여기고 창밖 승강장 위의 역 표지판을 봤다. 고타(Gotha)역이었다.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뱃살이라고는 전혀 없던 20대에 읽었던 책 제목 중에 고타가 들어간 것이 있었다. 칼 마르크스가 쓴 책 <고타강령비판>이다. 1875년 작센 코부르크 공국의 고타에서 독일 사회민주노동자당이 독일 노동자협회와 단일정당을 설립하면서 만든 강령 초안을 마르크스에게 보냈는데 이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을 담은 책이다.

<고타강령비판>에는 사회주의 혁명이 진화하는 주요 내용이 담겨있어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꼽혔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이며 대다수 노동대중이 참여하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다른 말은 프롤레타리아트 민주주의이다. 그 유명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론과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 프롤레타리아트 국제주의, 노동자정당 같은 마르크스주의 핵심 이론이 담겨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지금 화석이 돼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지만, 전 지구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이었다. 그 사상의 씨앗이 담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됐던 도시의 역에 갑자기 정차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잠깐 움찔하더니 열차가 움직였다. 열차는 승강장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더니 속도를 높였다. 세월이 희미해진 사상을 밀어내듯 고타도 뒤로 밀려 사라져갔다.

프랑크푸르트를 출발 후 3시간쯤 지난 후에 환승을 위해 라히프찌히역에 내렸다. 독일 최초의 철도는 뉘른베르크–퓌르트 구간이었지만 이 구간은 6킬로미터(km)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상당수 열차는 말이 끌었다.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철도의 시대를 연 것은 두 번째 철도 노선인 라히프찌히–드레스덴 철도였다. 총연장 116km의 라히프찌히–드레스덴 철도는 1937년부터 라히프찌히–알텐의 10.6km 구간을 시작으로 조금씩 건설 및 운행 구간을 연장해 1939년 4월 7일 마침내 드레스덴의 엘베강 철교를 넘었다. 라히프찌히–드레스덴 철도는 처음부터 증기기관차 전용으로 운행됐고 곧 복선화 공사가 시작돼 독일 철도의 새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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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생산 과정... '포브스'가 '혐오음식' 명단에 올린 커피의 정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7/05 15:24
  • 수정일
    2026/07/05 15: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똥 커피' 띄운 오프라 윈프리와 잭 니컬슨

26.07.05 11:08최종 업데이트 26.07.05 11:08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안이 2024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보신탕 가게 모습. 뉴시스

초복(7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삼복더위가 시작되면 보신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한동안 보신 음식의 상징은 '보신탕'이었다. '개장국' 혹은 '단고기국'이라고도 불렀다. 개고기를 이용한 음식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반려견 인구의 증가로 보신탕 애호가가 줄었고, 용어 또한 사철탕, 영양탕 등으로 순화되었다.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에 대해 서구인들이 비판하는 계기가 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하며, 한국 제품 불매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류 열풍 초기였던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 대회 당시에도 개고기 논란은 재현되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반복되었다.

내년 2월 7일부터 이 땅에서 개고기 문화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24년 2월 6일 제정되고 동년 8월 7일 시행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른 것이다.

이제 더위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름철에 보신하려면 삼계탕, 염소탕, 오리탕 등 대체 음식을 즐겨야 한다. 예컨대 모란시장 '흑염소특화거리'를 찾아가야 한다. 아니면 남북 교류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 북에는 '단고기'집, 단고기 메뉴, '단고기 요리 전문가'가 꽤 많다. 보신탕 애호가 중에는 대한육견협회가 2024년에 '개식용종식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사실 지구상에는 지역마다, 민족마다, 공동체마다 독특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이 많고, 이들 중 꽤 여러 음식은 다른 민족에 의해 '혐오음식'으로 불린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과 문명 간 충돌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던 2000년대 초반에 '혐오음식' 논쟁이 유난히 활발했다. 이런 논쟁을 주도한 것은 서구인들이었다.

내년 2월 7일부터 이 땅에서 개고기 문화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24년 2월 6일 제정되고 동년 8월 7일 시행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른 것이다.

이제 더위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름철에 보신하려면 삼계탕, 염소탕, 오리탕 등 대체 음식을 즐겨야 한다. 예컨대 모란시장 '흑염소특화거리'를 찾아가야 한다. 아니면 남북 교류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 북에는 '단고기'집, 단고기 메뉴, '단고기 요리 전문가'가 꽤 많다. 보신탕 애호가 중에는 대한육견협회가 2024년에 '개식용종식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사실 지구상에는 지역마다, 민족마다, 공동체마다 독특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이 많고, 이들 중 꽤 여러 음식은 다른 민족에 의해 '혐오음식'으로 불린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과 문명 간 충돌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던 2000년대 초반에 '혐오음식' 논쟁이 유난히 활발했다. 이런 논쟁을 주도한 것은 서구인들이었다.

서구 음식은 없는 CNNgo 혐오 음식 명단

2011년 7월 미국 CNN이 운영하는 여행과 문화 소개 사이트 CNNgo는 '세계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음식들'을 발표하였다. 1위는 중국의 '피단'(삭힌 오리알)이 차지했다. 2위는 필리핀에서 강장제로 불리는 애벌레 모양의 나무지렁이 '타밀록', 3위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콩 발효 식품인 '템페'가 차지했다. 그리고 4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와 내장요리'였다. 5위는 캄보디아인이 즐기는 대형 거미 '타란툴라' 튀김, 6위는 태국의 매미 튀김, 그리고 7위는 필리핀의 개구리튀김이었다. 모두 아시아 음식이다.

중국인들이 수천 년 동안 즐겨온 '피단', 일명 '송화단'을 혐오 음식 1위로 선정한 것에 대해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거친 반발이 있었고, CNN은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인도네시아의 발효 음식 '템페'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비건 식품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 템페버거, 템페샐러드 등은 서구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CNNgo 혐오 음식 명단에 서구의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역에서는 치즈 안에 살아 있는 구더기를 넣는다. 구더기가 치즈를 분해하면서 만드는 독특한 풍미를 즐기는 음식 '카수 마르주'다. 구더기가 살아 있을 때 먹기도 한다. 아시아인들이 즐기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음식이다. 미국 서부 지역에는 '로키 마운틴 오이스터'라는 음식이 있다. 소의 고환을 튀긴 음식이다. 몬태나와 콜로라도 등 미국 서북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 널리 퍼진 음식이다. 프랑스인들이 즐기는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 또한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만한 음식이다.

2011년 8월 6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의 혐오 음식 톱 10'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이 잡지가 선정한 혐오 음식 1위는 몽골 등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즐기는 말젖으로 만든 술 '마유주'가 차지했다. 2위는 아이슬란드의 상어 발효 음식 '하칼'이었고,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유행하는 '뱀술'이 3위, 그리고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아 만드는 '발롯'이 4위였다.

이 기사에서 <포브스>는 서구인들이 즐기는 '커피' 하나를 혐오 음식 5위에 올렸다. '시벳' 커피였다. '시벳'(civet)은 영어로 사향고양이를 말한다. 꼬리에 털이 많고, 귀가 작으며, 주둥이가 뾰족한 이 고양이의 항문에서 사향노루의 사향과 비슷한 분비물이 나온다. 이 분비물 이름이 시벳이고 향수의 원료로 사용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향고양이를 '루왁'(Luwak)이라고 부르기에 인도네시아의 '시벳' 커피를 '루왁' 커피라고 부르는 것이다.

루왁 커피는 혐오 커피의 원조

인도네시아의 요그야카르타에서 햇볕에 루왁 커피 원두를 말리고 있다.위키미디어 공용

역사적으로 보면 루왁 커피는 혐오 커피의 원조였다. 세계적으로 커피의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83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인도네시아의 자바와 수마트라 지역에는 많은 커피 농장이 생겨났다. 소유와 운영은 네덜란드 식민 정부가, 노동과 생산은 현지인들이 맡았다. 네덜란드 식민 정부의 철저한 관리 덕분에 자바커피는 예멘 모카커피를 잇는 세계적인 명품 커피가 되었다. 현지인들은 생산과 유통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였을 뿐 커피를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현지인들이 마실 수 있는 커피가 하나 있었다. 루왁 커피였다. 현지인들은 사향고양이 루왁이 커피콩을 먹고 배출하는 배설물에 섞여 있는 커피 씨앗을 주워서 세척한 후, 볶아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현지 네덜란드인들이 혐오하는 음료 습관이었다. 1870년대에 유행한 커피 녹병으로 인도네시아의 고급 커피는 사라졌고,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세계 커피 애호가들은 인도네시아 커피를 선호하지 않았다. 루왁 커피 또한 지역 특산품 수준으로 여겨졌을 뿐 국제적으로 유통되지는 않았다.

루왁 커피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영국의 커피 역사학자 안토니 와일드였다. 1991년 와일드는 자신이 일하던 커피 기업의 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우연히 루왁 커피를 접하게 되었고, 흥미롭다는 생각에 1킬로그램을 구해 귀국했다. 와일드가 지역 신문에 소개한 루왁 커피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루왁 커피는 갑자기 유명 커피가 되었다.

루왁 커피는 여러 나라에서 흥미로운 '해외 토픽'으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2003년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었고, 2007년에는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고양이 똥 커피'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루왁 커피가 탄생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소개되었고, <버킷리스트>에서는 억만장자인 주인공 에드워드 콜(잭 니컬슨)이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음료"라며 루왁 커피를 달고 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루왁 커피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비싼" 프리미엄 커피 지위에 올랐다. 이렇게 유명해진 커피를 <포브스>는 2011년에 "세계의 혐오 음식" 5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 붐이 일면서 최고급 커피인 루왁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러자 사향고양이를 철창에 가두고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이는 사육 방식이 나타났다. 사향고양이에 이어 다른 동물들에게도 커피콩을 강제로 먹인 후 배설물을 수거해서 커피생두를 얻는 방식이 하나둘 등장하였다. 태국에서 유행하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에게 커피콩을 먹여서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소화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쓴맛이 줄어든다는 홍보가 통하였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외에도 '자쿠'라는 야생 조류 배설물을 이용해서 만든 브라질의 '자쿠' 커피, 인도와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 '원숭이' 커피, 코스타리카와 마다가스카르 등 지역의 '박쥐' 커피, 베트남의 '다람쥐' 커피 등이 유명하다.

커피가 다시 혐오 음식이 될 수도

2010년대 중반 이후 다문화주의의 영향으로 특정 민족이나 지역의 음식에 '혐오'라는 단어를 붙이는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대신 루왁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한 커피에 "윤리적 딜레마를 가진 고급 커피"라는 수식어가 붙여지고 있다. 동물보호운동의 여파로 그 인기 또한 약해지고 있다.

커피도 등장 초기에는 혐오 음식으로 여겨진 적이 있다. 여성이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된다, 남성의 경우 성기능이 저하된다, 이교도들이 즐기는 사탄의 음료라는 등 가짜 뉴스가 만든 혐오였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커피가 다시 혐오 음식이 될 수도 있다.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자행된 산림 훼손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했고, 지구 온난화는 커피 재배 가능 지역을 점차 축소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악순환의 결과 50년 후엔 커피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농업 기술이 개발되거나 온대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커피 품종이 개발되지 않는 한, 커피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지나 초복(7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수천 년 이어온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삼복이다.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의 저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이길상(2025).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싱긋

이길상(2023).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 역사비평사.

#루왁커피 #보신탕 #시벳커피 #커피역사 #혐오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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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눈치’가 없어야 해요”···‘회색분자’를 자처하는 칼럼니스트

김주영 변호사가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오히려 ‘보편적 평등대우 강제법안’이라 명명하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김주영 변호사(61)가 2020년 당시 발의됐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쓴 칼럼의 한 대목이다. “기준이 합리적이어도 결과가 동일하지 않다면 차별로 보고 처벌까지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합리적 구별이나 분별’도 ‘차별’로 매도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 1일 만난 김 변호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차별금지 자체에 반대한 건 아니다. 저 역시 개혁은 때론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과감할수록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그러나 좋은 소리만 듣진 못했다고 했다. “차별 금지를 찬성하는 쪽에선 부작용을 지적한 게 불편했고, 차별 금지를 반대하는 쪽은 차별 금지 자체는 필요하다는 얘기가 좀 못마땅한 것 같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책 <억울한 민심, 둔감한 법정>을 냈다. 그가 최근 6년간 언론매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칼럼이나 기고를 쓰기 시작한 건 대학 시절부터였다. 즉 그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30년 이상 경력의 칼럼니스트이다.

“대학 시절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제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게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기대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 기고 등 계속 투고를 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의 칼럼은 종종 양쪽에서 욕을 먹기도 했다. ‘회색 지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당시의 ‘큰 목소리’에 딴지를 걸곤 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법의 공백으로 36주가 넘은 태아를 낙태하는 것도 처벌할 수가 없다”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생명권 침해’와 ‘임신중지’를 가를 시간적·요건적 기준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사건 등에서 등장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권력 격차가 존재하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과 관점을 중시할 필요는 있지만, 피해자의 말을 가해자의 말보다 무조건 우선하거나 입증 책임을 가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우는 ‘피해자 절대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썼다.

최근 사법개혁·검찰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모두 까기’에 나선다. “입증 책임을 소송 당사자에 지우고 판사 본인은 변론주의(판사는 당사자가 주장·입증한 것만 판단한다는 민사소송 원칙) 뒤에 숨다 보니 법이 진실을 드러내지 못한다”며 “이게 신뢰를 잃는 이유 중 하나”라고 사법부를 질타한다. 동시에 “‘법 왜곡죄’는 판사들을 더욱더 형식적 규정 뒤에 숨게 만드는 민생과 동떨어진 개혁”이라며 정부·여당 역시 비판한다.

“필요한 건 검찰‘개혁’이지 ‘해체’가 아니다”라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의 사안에서도 권력이나 진영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전 눈치가 없었던 것 같아요. 본질에만 충실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줄 줄 알았죠.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에야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하지만 인생의 방향을 되돌리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눈치를 안 봅니다.”

그의 삶 역시 ‘눈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국내 최대의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도 갔고 현지 대학 로스쿨 석사 학위도 받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특수학교인 ‘밀알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을 상대로 ‘공사방해중지가처분’을 받아내면서 인생의 경로를 바꿨다. “돈 많고 힘 있는 대기업 등의 편에만 서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법은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대형 로펌을 나왔어요.”

그 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하고, 기업 분식회계, 사모펀드 불법 운용 사건 등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수행하며 자본시장 내 일반 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는 겉돌았다. 기업에 맞서지만 기업을 ‘악마화’하진 않았던 ‘회색분자’였기 때문이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헷갈린다는 분들도 계셔요. 굳이 말하자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진보’가 되고, 기존의 유산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엔 ‘보수’가 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진보’ 또는 ‘언제나 보수’는 사실 진영논리로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적’이고 싶지 ‘진보 진영’에 속하고 싶진 않아요.”

그는 자신이 눈치를 안 보기 때문에 “큰일은 못한다”고 했다.

“세력을 형성하거나 세력에 속하지 못하거든요. 대개 비주류가 돼요. 그래도 저 같은 ‘미운 오리’도 세상엔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두가 ‘저쪽’만 보면 숨겨진 위험을 간과할 수 있어요. 누군가는 ‘이쪽’도 봐야죠. 그게 제가 젊은 시절 꿈꾸던 ‘지식인의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오피니언·인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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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가 증명한 것…기회의 문 열리자 드라마 썼다

김양희기자

  • 수정 2026-07-05 12:34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프리킥 골을 막아내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계에서는 걱정부터 나왔다.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자 “경기의 질이 떨어질 것”,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오랫동안 월드컵 본선에 참가해 온 주류 축구계의 시선은 새로 문이 열린 변방의 나라들을 향해 다소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가장 큰 감동은 그 ‘변방’에서 나왔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인구 52만명의 이름조차 생소한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쓴 드라마에 환호했다.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점을 따냈고, 32강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와 정면으로 맞섰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었으나,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는 유기적인 조직력과 끈기로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 갔다.

32개국 체제의 월드컵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경험과 자본, 관심은 늘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 전통의 강호들에 집중됐고, 변방의 나라들은 본선 무대를 밟을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다. 기득권은 “자격 미달인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면 전체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장벽을 정당화했다. 소수의 검증된 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효율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카보베르데는 그 장벽이 무능력을 걸러내는 장치가 아니라, 단지 기회의 독점을 유지하는 도구였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문턱을 낮추고 자리를 늘리자, 그동안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던 곳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하향 평준화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기회가 넓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참가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이들에게 무대를 내어주는 일이다.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은 기존 강자들에게도 긴장감을 안긴다. 경쟁은 느슨해지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 전체가 함께 동반 성장한다.

무엇보다 변방에 머물던 이들의 마음가짐이 바뀐다는 점이다. ‘나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믿음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이제 카보베르데 어린이들은 너도나도 축구공을 차면서 미래의 월드컵 무대를 꿈꾸게 될 것이다. 결국 기회의 확대는 단순히 문을 넓히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문호를 넓힌 데에는 분명 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결단은 축구의 무대를 넓혔고, 뜻밖에도 지구촌 전체에 깊은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좁은 문을 당연하게 여긴다. 기회를 나누기보다 경쟁의 문턱을 더 높이는 데 익숙하다. 기득권을 지키는 장벽이 더욱 단단해질수록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깊어지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좌절과 절망은 우리 공동체에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과연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실력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카보베르데가 어쩌면 그 질문에 답했는지 모른다. 사회적 문턱을 낮추고 기회의 판을 넓히는 것은 호의가 아니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더 많은 카보베르데가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잠재력을 만나는 길이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김양희 기자

스포츠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 같습니다. 선수가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겠지요. 사람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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