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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은 대법원이 트럼프 제동, 한국 민주당은 누가 막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2/23 08:18
  • 수정일
    2026/02/23 08:1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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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美 대법원에 막힌 트럼프 정책, 韓 민주당에 적용한 조선일보 사설

장동혁 대표 윤 전 대통령 옹호에 사설들 ‘지방선거 패배할 듯’ 예측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2.23 07:38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상호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모든 수입품에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왔다. 이같은 미국 대법원 판결에 언론은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조차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잘못됐다고 제동을 건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에도 또다시 돌발적인 관세 정책을 내놓은 트럼프에 우려를 내비췄다.

23일 주요 일간지의 1면은 일제히 해당 소식으로 배치됐다. 주요 일간지 9곳은 1면은 물론, 사설에도 일제히 관련 이슈에 대해 썼다. 언론은 대법원 제동에도 15% 관세를 새로 부과한 트럼프에 ‘폭주’, ‘멈추지 않는다’, ‘몽니’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세계 무역 질서가 영향을 받는 상황을 우려했다.

다음은 9개 주요 일간지의 트럼프 관세 이슈 관련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때렸다>

국민일보 <트럼프 폭주…美관세 시계제로>

동아일보 <트럼프 관세 폭주, 美대법이 막자 “15% 새로 부과”>

서울신문 <하루새 10→15%로…트럼프 또 ‘관세 폭주’>

세계일보 <트럼프 관세 제동…세계무역 ‘시계 제로’>

조선일보 <관세전쟁 리셋, 트럼프 “전세계에 15%”>

중앙일보 <미 대법이 막아도, 트럼프 멈추지 않는다>

한겨레 <‘관세 위법’에 트럼프 폭주…불확실성 커졌다>

한국일보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몽니…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23일자 동아일보 1면.

신문들은 이번 미국 대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트럼프의 입지가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행정조치를 통해 관세 부과 효과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연방대법원이 그의 핵심 정책으로 꼽혀 온 관세 정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만큼 그의 통상 전략이 근간부터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1면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호 공약’의 핵심인 상호관세의 정당성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하며 집권 2년차에 가장 큰 악재를 맞은 셈이 됐다. 각국을 상대로 ‘관세 공격’을 일삼던 그의 전략이 명분을 잃으며 국제적 입지도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린 것에도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봤다. 6명 중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과 에이미 배럿 대법관 등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23일자 서울신문 1면.

美 대법원에 막힌 트럼프, 韓 민주당에 적용한 조선일보 사설

주요 일간지들은 해당 이슈로 일제히 사설도 썼다. 다음은 9개 주요 일간지의 트럼프 관세 관련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법 판결에 ‘새 관세’ 꺼낸 트럼프, 불확실성 능동대처해야>

국민일보 <복잡해진 ‘관세 방정식’… 불확실성 확대 대비할 때>

동아일보 <美 대법 “트럼프 관세 무효”… 150일 후 ‘대체 관세’ 대책 세워야>

서울신문 <美 대법원 “관세 무효”… 무역전쟁 격랑, 더 정교한 대응을>

세계일보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정교한 대응으로 국익 지켜야>

조선일보 <美에선 대법원이 트럼프 폭주 제동, 韓 국회 폭주는 누가 막나>

중앙일보 <미 대법원 위법 판결…‘제3의 관세’ 염두에 둔 전략 세워야>

한겨레 <트럼프 대법 패소에도 ‘관세 15%’ 폭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국일보 <대법 제동에도 관세 폭주 트럼프, 모든 시나리오 만반 대비를>

경향신문은 “대법원 결정으로 상호관세가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면, 관세정책을 정상화해야 마땅한데도 트럼프는 최고 사법기구의 판단까지 무시하는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상호관세 자체는 무효가 됐지만, ‘글로벌 관세’ 15%가 새롭게 부과되면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6 대 3 보수 우위 구도인 미 대법원에서 핵심 무역정책 수단인 상호관세가 무력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23일자 경향신문 사설.

대부분의 주요일간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한국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예상하고, 정부에 신중한 행보를 조언하는 사설을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미국 상황을 한국의 민주당에 빗댄 사설 <美에선 대법원이 트럼프 폭주 제동, 韓 국회 폭주는 누가 막나>를 배치했다. 타 8개 주요 일간지의 사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은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대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는데, 한국에서는 민주당이 ‘사법 3법’을 처리하고 나섰다며 “나라의 장래를 위해 진영 논리를 접어 두고 정권의 폭주를 막아선 미 대법원 같은 역할을 우리 내부에선 누구에게 기대해야 하나”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미 대법원은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수 진영 3명 대법관이 위법 쪽에 섰다.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도 위법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의 핵심 동력인 관세 정책이 트럼프가 철썩같이 자기 편으로 믿었던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이기려면 국민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 민주당은 사법부까지 장악해 삼권 분립을 무력화하는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계엄을 막았다는 정권의 독재적 행태가 계엄을 저지른 세력 못지않다. 야당이 지리 멸렬하니 무슨 폭거를 저질러도 선거에선 이긴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 전했다.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장동혁 대표 윤 전 대통령 옹호에 신문들 ‘지방선거 패배할 듯’ 예측

장동혁 대표가 1심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언론은 지방선거가 100일 남은 시점에 장동혁 대표가 이기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관련 사설을 실은 주요 일간지는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다.

서울신문 <지방선거 100일 앞에도 ‘자기 정치’만 하는 野 대표>

조선일보 <국힘 선거 참패 불보듯해도 ‘나만 살자’ 영남 의원들 침묵>

한국일보 <지방선거 D-100, 여야 민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서울신문 사설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하며 장동혁 대표가 “절연을 요구하는 세력이 당을 갈라치기하는 세력”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6·3 지방선거를 불과 100일 앞둔 시점에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귀가 의심스럽다”며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 요구에 ‘다양한 목소리도 담아내는 것이 외연 확장’이라는 억지는 극우 유튜버 논리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에서 참패해도 강성 지지층만 붙들고 있으면 당권을 움켜쥐고 대선도 꿈꿀 수 있다는 계산이 빤하다. 사실상 유일한 야당의 대표가 이기심에 판단력을 망실한 것이 지금 한국 보수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25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6·3 지방선거가 꼭 100일 남았다”라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자해정치는 경악 그 자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도 내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식과 국민 눈높이를 외면하는 독단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국일보 사설은 민주당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리멸렬한 제1야당을 등에 업고 더 오만해졌다. 법조계 안팎의 우려 목소리를 무시하며 사법개혁 3법을 비롯한 입법 폭주를 고집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에 맞춰 졸속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연루된 2022년 지방선거 공천비리 의혹은 수사가 한창이지만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국민의힘) 당 내홍이 심각한 상태인데도 국힘 지역구 의원의 65%를 차지하는 영남권 의원들은 대부분 이렇다 저렇다 입장 표명을 않고 있다”며 “이들이 침묵하는 진짜 이유는 다음 총선 공천때문일 것이다. 영남은 공천이 곧 당선인데, 친윤 강성 지지층과 장 대표에게 밉보이면 공천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외치는 세력과 동행을 선택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힘은 지난 대선에서 영남과 강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했다. 이대로면 6월 지방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국힘 전신인 보수 정당이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연패하고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활로를 되찾은 것은 영남권 중진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 덕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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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사법부가 답해야 할 것들

[이충재의 인사이트] 지귀연이 어지럽힌 법리 논란, 23일 가동하는 내란 전담재판부가 바로잡아야

26.02.23 05:48최종 업데이트 26.02.23 06:23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5-12-05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내란 재판 1심 선고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상급심에서 '조희대 사법부'가 답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내란 성격 규정, 노상원 수첩 등 지귀연 재판부가 초래한 법리적 논란이 23일 가동되는 내란 전담재판부에서 우선 정리돼야 합니다. 특검법에서 규정한 신속 재판 이행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시 조 대법원장 제척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이 필요합니다. 일각에선 윤석열 유죄 판결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12·3 내란 성격 규정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내란죄 판단에서 제외한 부분입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 미흡만을 이유로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비상계엄은 헌법 위반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면서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통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결국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따지기보다는,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마비시킨 행위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런 인식이 위험한 이유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계엄 선포가 가능하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귀연 판결대로라면 향후 내란 재발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하면서 군만 동원하지 않으면 정당하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비상식적인 법리가 판례로 굳어지지 않기 위해선 2심에서 올바른 법리 해석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검법이 규정한 내란 재판 '6·3·3' 조항 준수 여부, 분명히 밝히길

윤석열 내란 재판 2·3심이 얼마나 신속히 진행될지도 관심입니다. 1심에서는 지귀연 재판장이 윤석열 측에 끌려다니느라 기소에서 판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때문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첫 사법부 판단이 훨씬 늦게 기소된 한덕수 1심 선고에서 먼저 이뤄졌습니다. 현재 특검법에는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을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른바 '6·3·3' 조항으로 1심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항소심 판단은 5월, 대법원 판결은 9월께 나오는 게 정상적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벌써부터 법원을 중심으로 '6·3·3' 조항은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석열 측에선 그간 재판 과정에서 내란 특검법에 따른 절차와 재판 일정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내란 1심 재판처럼 윤석열 측에서 의도적인 지연 전략을 쓸 경우 2심, 3심 선고가 예상대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6·3·3' 원칙을 명분으로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 이례적인 속도전을 펼쳤던 점을 들어,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석열 내란 재판이 대법원에 올라갔을 때 펼쳐질 상황도 우려를 낳습니다.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진 대법원에서 윤석열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각입니다.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을 때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찬성했던 터라 기우만은 아니라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 전두환 내란 재판의 전례에 비춰보면 윤석열 재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조 대법원장의 판결 참여 여부도 관심입니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재판에 판관으로 참여하는 건 적절치 않은 만큼 회피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조 대법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석열이 헌정 질서를 파괴해 법원으로부터 내란 수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로부터 낙점받은 조 대법원장이 계속 직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주장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고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대법원장으로서의 '민주적 정당성'이 대통령 탄핵과 유죄 판결로 상실됐다는 겁니다. 내란 단죄는 헌법 수호를 책무로 하는 사법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내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사법부에 여전히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조희대 사법부는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귀연 #윤석열 #내란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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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생태적 자아와 생명권

황대권 문명전환

bau100@empal.com

다른 기사 보기

인간은 ‘생명권’의 일개 구성원일 뿐, 겸손해야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의 산물

생태적 자아>공동체>생명지역>생명권으로 확장

생태계 총체적 위기 몰고 온 서구 제국주의 발상

생명 그물망 ‘생명권’, 인간지성의 그물망 ‘지성권’

‘지성권’(노오스피어)의 주체, 인간인가 AI인가?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 '야생초 편지' 작가

불교에서는 ‘나’라고 하는 실체가 없다고 말하지만, 관계적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은 크게 네 개의 범주에 둘러싸여 세상을 살고 있다. 그것을 도식화하면, “나 – 지역 – 국가 – 국제사회”로 그려 볼 수 있다. 나 개똥이는 개인이면서 동시에 종로구 유권자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각은 별로 없다. 이것이 지난 세기까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나’의 정의였다. 이 범주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국가’이다. 왜냐면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국민이라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6개의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국제사회가 국가를 단위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의 국가들이 크건 작건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지내면 좋으련만 꼭 깡패 같은 국가가 나타나 세상을 자기 멋대로 주무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국가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을 달달 볶아댄다. 전통적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다 이 범주에 든다. 생명평화 철학에 의하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하는데, 어떤 제국주의 국가도 먼저 평화를 실천하는 일은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촌부가 평화를 실천한다고 해서 미국이 평화 정책을 펴는 일은 없다. 설사 미국민의 90%가 평화를 원한다고 해도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엘리트 그룹이 전쟁을 원하면 전쟁으로 나간다.

생태적 자아>공동체>생명지역>생명권으로의 개념 확장

이래 가지고는 세상이 좋아질 리가 없다. 힘없고 가난한 나라는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부자 나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갈궈댈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기존의 사회학적 관점 대신 생태학적 관점으로 ‘나’를 규정해 보자. 나를 둘러싼 동심원의 중심에 생태적 자아가 있고 순차적으로 공동체, 생명지역, 생명권으로 자아가 확장된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생물학적 존재로서 나는 특정 공동체에서 산다. 그 공동체는 인간 사회와 자연 생태계,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동식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내가 몸 붙여 사는 공동체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 살아간다. 공동체를 넘어선 자연생태계는 생명지역(Bioregion)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생명지역은 생태적 조건이 동일한 지역을 말하는데 이는 주로 유역(流域) 또는 수계(水系 watershed)로 구분된다. 예컨대 메콩강 유역은 동일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지만 무려 6개의 국가(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를 관통한다. 같은 강에 붙어사는데 강 이쪽은 캄보디아라고 부르고 강 저쪽은 태국으로 부르면서 서로 적대시한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댐을 수십 개나 지어 하류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댐들을 건설하면서 수량이 줄어든 메콩강 바닥이 말라 갈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왜 인간은 강에 사는 메기나 붕어처럼 서로 어우러지지 못할까? 왜 인간은 강 위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새처럼 살지 못할까? 생명지역에 국가라는 인위적 경계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국경선에 설치한 철조망과 방어벽이 생물의 이동을 가로막을 뿐이다. 나를 생명지역에서 노니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생각하면 세상의 평화는 바로 실현될 것이다.

 

남북 미주와 카리브해 등을 미국이 패권적 지배권을 지닌 '서반구'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26년 2월 20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그의 관세 정책 대부분이 위헌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2026.2.20.EPA 연합뉴스

생태계의 총체적 위기 몰고 온 서구 제국주의 발상

세계의 모든 생명지역을 합해 생명권(Biosphere)라고 부른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를 협박하면서 서반구를 미국의 독점적 이해가 걸린 앞마당이라고 공표했다. 서반구(西半球·Western Hemisphere)는 지구를 본초 자오선(경도 0°)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눌 때 그 서쪽에 해당하는 절반을 가리킨다. 미국의 땅덩어리가 아무리 크다 한들 지구 반쪽이 자기 것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정신병자나 하는 말이다. 세계를 이렇게 단순한 지리 용어로 인식하면 땅 따먹기식의 발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서구 백인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기본 틀이 되었다. 이 인식에 따라 서구는 지난 몇백 년 동안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고 20세기 들어 더 점령할 땅이 없자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작업은 서구 기독교가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지속적으로 해 온 일이었으나 그 영역이 종교에 국한되어 있고 식민지 독립과 함께 자신들의 원래 종교를 회복하면서 효력이 의심스러워졌다. 게다가 제국의 본토에서는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었다. 그러나 때마침 일어난 디지털 혁명에 힘입어 인간 지성의 모든 영역을 서구가 다시 장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초거대 IT 기업들이 이 작업의 선두에 서 있다.

이제 다시 얘기를 동심원의 중심인 ‘생태적 자아’로 돌아가자. 나를 사회적 관계로만 규정하면 힘센 놈이 지배하는 정글 사회에서 약자는 영원히 고개 숙이고 살아야 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다 삼권분립이다 인권 보호다 해서 온갖 장치를 마련했어도 기득권 카르텔이 지배하는 세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세상에 마치 인간만 사는 듯 다른 생물종과 자연생태계를 쓸모있는 도구나 자원 정도로 여기고 있다. 자기들 눈으로 쓸모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파괴하거나 없애버린다. 그 결과가 생태계의 총체적 위기이다.

심지어 미국은 국제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공들여 구축한 온갖 기후협약과 국제평화를 위한 기구로부터 전면적인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위기 대처와 평화를 위한 국제 협력은 돈만 처들어갈 뿐 다 거짓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는 잘못된 개념에 기초한 문명이 어떻게 세계를 망치고 몰락하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이다.

 

2월 15일, 파나마시티의 신타 코스테라 거리에서 너구리와 고양이가 관광객들이 던져 준 음식을 먹고 있다. 2026.2.15. AFP 연합뉴스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의 산물

자연에서 태어나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은 마찬가지 운명의 다른 생물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몸담은 자연생태계 자체가 뭇 생명의 협동과 조화의 산물이다. 예컨대 생명 활동의 절대 조건인 산소는 수십억 년에 걸친 광합성 생물의 활동 결과인데 오늘날 대표적 광합성 군집인 숲을 대량 파괴하면서도 뻔뻔하게 기후위기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태도인데 도끼로 제 발등 찍는 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다.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체와의 협동의 결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태생부터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적 존재’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생명 현상 자체가 ‘공동체적 진화의 산물’이다. 이 장구한 공동체적 진화의 여정을 음미해 보는 것만으로 자신과 이웃(동식물 포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한번 고요한 방안이나 나무 그늘에 앉아서 깊은 사유의 늪에 빠져보시길 바란다. 내 몸에서 출발해 이웃과 마을을 넘어 생명지역에서 노닐다가 지구 생명권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것은 어찌 보면 내 몸의 확장이기도 하고, 지구 생명권의 축소(내 몸으로)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 최초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서는 이를 두고 “人中天地一”이라고 표현했다. “천지가 내 몸에 들어와 하나가 되었다, 또는 나는 천지와 더불어 하나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생태적 자아’의 깨달음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출발이자 종착점이다. 불행히도 지금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 가운데 이러한 깨달음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지도자인 트럼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악한 인물이다. 이런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한 인류 문명의 멸망은 피할 도리가 없다.

 

2월 21일, 인도 구와하티 외곽의 한 논에서 인도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6.2.21. AP 연합뉴스

생명 그물망 ‘생명권’, 인간지성의 그물망 ‘지성권’

생명권(生命圈)의 개념을 이해했으면 이제 그를 넘어선 조금 다른 범주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단어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영어 ‘바이오스피어’(Biosphere)는 한국의 거의 모든 매체에서 ‘생물권’으로 번역하는데 나는 ‘생명권’으로 쓴다. 이는 ‘바이오리전’(Bioregion)을 ‘생물지역’이 아니라 ‘생명지역’으로 번역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물은 물질적 느낌이 강한 자연과학 개념이다. 그에 반해 생명은 물질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정신 또는 영적인 움직임이 느껴진다. ‘살아 움직이는 신령한 물질 또는 기운’의 의미가 들어있다. Bioregion이나 Biosphere나 모두 살아있는 생명 또는 그에 해당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생물보다는 생명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생명권이 살아 있는 생명의 그물망이라면 보이지 않는 인간 지성의 그물망을 ‘노오스피어’(Noosphere, 지성권智性圈)라고 부른다. 노오스피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가톨릭 신부이자 고생물학자인 테이야르 드 샤르댕이다. 그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결합한 가톨릭의 이단아로 인간 지성이 언젠가는 초연결망을 만들어 궁극적인 한 점(오메가 포인트)으로 수렴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꿈도 못 꾸던 시절인 1920년대에 이런 대담한 주장을 했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들어 전 지구적 인터넷 연결망에 AI까지 결합하여 인류는 전대미문의 초연결 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인간 지성의 초연결망인 노오스피어의 주인이 인간일지 아니면 인공지능일지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든 인간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지성권’(노오스피어)의 주체, 인간인가 AI인가?

그런데 여기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노오스피어의 운영 주체가 인간이건 인공지능이건 안전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운영 주체가 만약 트럼프 같은 폭군이라면 차라리 인공지능을 그리워할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염두에 둔다면 인공지능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엉터리 재판을 경험한 사람들이 AI 판사 도입을 주장하듯이 말이다. 만약 인공지능에 안전장치를 장착할 수만 있다면 인공지능이 더 안전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비교적 잘 아는 인공지능에 바둑 AI가 있다. 바둑 AI는 이미 오래전에 인간을 넘어섰다. 인간 최고수가 인공지능에게 두 점을 깔고 두는 수준이다. 가로세로 19줄이 교차하여 만든 361개 착점에 놓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이기 때문에 바둑 AI는 계속 진화할 것이고 인간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바둑 AI의 착점을 보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둘 수 없는 수를 곧잘 둔다. 모든 경우의 수를 종합한 결과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간단한 바둑의 규칙과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두 가지 목적만 주입하면 인공지능이 바둑판을 갈아엎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오스피어를 관장하는 현존 최고의 인공지능에게 지구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목적을 주입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국가들은 그린 인공지능(green AI)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이 인공지능을 악용하려 할 때 이를 누가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인간이 문제로 남는다.

 

2025년 8월, 팜 비치 동물원 및 보존 협회가 제공한 사진. 생명을 위협하는 눈 감염을 앓고 있는 멸종 위기종 흰코뿔소가 짐바브웨 불라와요에서 먹이를 먹고 있고, 동물 행동 전문가들이 그 뒤편에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인간중심적인 ‘노오스피어’ 개념의 한계

노오스피어 개념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유용하기는 하나 나는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 그 이유는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 개념이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노오스피어에 과연 비인간 지성이 차지하는 영역이 있을까? 나는 지성권에 비인간 존재의 지성이 상당히 차지하리라 추측한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인간의 지성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비인간 지성이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것을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노오스피어 개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생명권 자체에 이미 모든 생명의 지성이 작용하고 있다. 그 생명권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생태적 자아’를 깨우쳐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문명이 가져온 초유기체적 지성이 인류 진화의 새로운 단계를 열 것으로 예측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초유기체적 지성도 그저 생명권 지성의 일부이다. 중요한 것은 “생태적 자아 – 공동체 – 생명지역 – 생명권”을 하나로 꿰는 깨달음이다. 여기에 굳이 인류의 지성이나 사이버 지성, 또는 노오스피어 같은 인공적 지성권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人中天地一” 정도의 인간 편향은 인정한다.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의 아시마 지역에 위치한 UAE 꽃 농장에서 한 여성이 꽃들 사이를 걷고 있다. 이 농장은 에미리트 농부 모하메드 오바이드 알 마즈루에이가 소유한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하여 인기 있는 농업 및 생태 관광 명소로 성장했다.2026.1.30. 로이터 연합뉴스

인간은 ‘생명권’의 일개 구성원일 뿐, 겸손해야

오늘의 얘기는 일반 생활인의 처지에서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다. 그것은 언어가 가진 표현의 한계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길을 가다 마주친 한 떨기 야생화를 보고 울컥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그저 변덕스러운 나의 기분이 아니라 생명권 지성의 작용이라고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여 그 일대가 불모의 땅이 된 것을 인간의 반지성적 행위에 대한 지구라는 초유기체의 반발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대량살상 무기를 이용한 잦은 전쟁과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코로나 팬데믹을 인간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생명권의 작용으로 볼 수는 없을까?

분자 단위의 미세한 변화에서 대륙을 가로지르는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생명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인간은 이 변화를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해하려 들지만 자연은 무자비하다. 장자가 말한 대로 ‘천지불인’ (天地不仁)이다. 우리는 천지의 변화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권의 일개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 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며 마치 인간이 자연계를 새롭게 변화시킬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결국 생로병사라는 대자연의 법칙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겸손해야 한다. 생명권의 진지한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미래의 지혜를 구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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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법령 위반”···‘직권면직’ 김인호 산림청장 분당서 음주운전 사고

입력 2026.0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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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경찰서.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확인했다”며 직권면직 조치한 김인호 김인호 산림청장의 혐의가 음주운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김 청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50분쯤 성남시 분당구 신기사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던 중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청장은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다가 좌측에서 신호를 받고 정상 주행하던 피해 차량들과 접촉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로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경찰은 김 청장의 신분을 확인하고 산림청 등 관계기관에 수사개시 통보를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하여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 실현을 위해, 각 부처 고위직들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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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이 노린 것 '시민들이 노벨평화상? 꿈 깨라!'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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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2.21 21:00

  • 수정 2026.02.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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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추천 소식에 찬물 끼얹은 판결

시민들 자부심과 용기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

찰스 1세 언급 뒤에 숨겨진 윤 어게인의 암시?

무죄 추정 우기는 장동혁과 반격 꿈꾸는 극우

조희대 사법부와 반혁명 요새 어찌할 것인가

반혁명 채찍 맞고 전진하는 위대한 시민의 빛

2월 19일 아침, 날아든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한국 국민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년간 광장을 지키고,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그것은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 시간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처럼 느껴졌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재확인하며 벅찬 감정을 나눴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정반대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내란 사건 선고였다. 그 판결 결과는 무기징역이기는 했지만 마치 많은 시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들이 2024년 12·3과 그 이후 2년 동안 했던 투쟁과 연대는 그리 대단한 것도, 역사적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이랬다.

윤석열의 행위는 치밀하게 준비된 쿠데타가 아니었고, 불과 3일 전에 즉흥적으로 결심한 어설픈 시도였으며, 스스로 물리력을 자제한 허술한 사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막아낸 것은 거대한 역사적 만행이 아니라, 미숙한 권력자의 일탈에 불과한 셈이 된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 밤의 승리는 '별것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노골적인 조롱이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에서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이것은 승리한 시민들의 뒤통수를 향한 사법 권력의 비열한 가격이었다. 재판은 단지 법률 조항의 해석이 아니고 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한다. 특히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한 판결은 그 자체로 역사 해석이 된다. 이것은 지귀연 재판부의 정치적 목적이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꾼 '빛의 혁명' 참가자들의 자부심,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놓는 것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신감과 용기는 계속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단지 특정 정권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넘어서 한국 사회를 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방향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득권 카르텔의 입장에서 보자. 재벌, 고위 관료, 주류 법조 엘리트, 일부 언론 권력으로 구성된 구조적 동맹은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해 왔다.

이들에게 광장의 집단적 각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민이 스스로를 정치의 주체로 자각하면, 폐쇄적 엘리트 구조는 균열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열광과 연대를 일상적 무력감으로 되돌리며 그 힘을 다시 ‘호리병’으로 집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지귀연이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12·3 내란의 위험성을 최대한 축소하는 방향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석열은 내란을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도발한 적도 없으며, 독재와 학살을 꿈꾼 적도 없는 '야당의 폭주에 가로막혀 길을 잃은 통치자'일 뿐이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론의 부활이다.

오직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점만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마치 '다음에는 더 일찍 결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며, 국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비상계엄을 성공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반혁명적 충고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또,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감옥에서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는 윤석열에 대한 살뜰한 위로처럼도 들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목적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이중적 의미로도 들리고 있다. 그러면서 지귀연은 로마와 영국의 찰스 1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박학다식을 어줍잖게 과시했다.

그 모습은 과거에 윤석열처럼 룸살롱 가서 접객원들을 옆에 앉혀두고 폭탄주를 마시며 '맨스플레인'하는 타락한 법조 엘리트들의 전형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지귀연의 찰스 1세 언급은 단순한 현학적 지식 과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교도 혁명은 찰스 1세를 타도했지만, 나중에 올리버 크롬웰의 독재로 변질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찰스 2세로 왕정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은 혁명의 파괴와 피의 복수로 이어졌다. 그러니 혹시 지귀연은 극우를 향해 '빛의 혁명과 민주당의 독재를 끝내고 윤어게인과 복수의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지금 윤어게인 극우 세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반격의 틈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결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고 앞뒤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며, 곳곳에서 윤석열과 내란을 정당화해주는 내용을 심어 두고 있기 때문에 2심과 상고심을 통한 뒤집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판결문 곳곳의 논리적 허점은 지귀연 판사가 남겨둔 마지막 양심의 흔적들”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

윤석열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여건 조성이라는 특검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오히려 '재판부가 나의 진정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뻔뻔스럽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뉴스

물론 이번 판결은 지귀연 개인의 판단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조희대 대법원 체제, 주류 언론, 법조·관료 엘리트가 형성한 담론 지형이 그 배경에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정쟁에 몰두해 윤석열의 어설픈 내란을 불러왔다'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의 주류적 설명 방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언론, 지식인, 엘리트들이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지적과 해석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김어준식의 음모론'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고발하고 개혁하려는 최전선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추미애-나경원 충돌의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조희대 탄핵 추진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개딸과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민주당의 무리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주춤거렸다. 강력한 사법 개혁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보다는, 내부 권력 구도와 차기 권력 경쟁에 휩싸여 갔다. 결국 내란 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는 지금도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사법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은 끝까지 재판장 자리를 지켰고 이번 같은 모욕적인 판결을 내렸다.

조희대는 여전히 인사권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법부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새로 임명된 법제처장은 더욱 조희대와 가까운 극우적 인물이다. 이진관 같은 정의로운 판사와 올바른 판결은 소수이고 지귀연 같은 의심스러운 판사와 이상한 판결이 더 많으니, 내란전담 재판부나 윤석열 항소심 재판부 구성에도 조희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무도한 특검이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재명 정권의 신독재 광풍"을 공격했다. 나아가 이번에 지귀연이 수상하게도 판결문에서 '대통령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중지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뉴스

심지어 윤석열은 지귀연 판결 다음날 발표한 입장에서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라고 말하고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라며 극우 세력의 결집과 저항을 선동하고 나섰다. 이는 패배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이고, 광장을 다시 반동의 공간으로 호출하려는 시도이다.

이 모든 흐름은 분명히 말해 준다. 윤석열의 내란도, 빛의 혁명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집권당의 권력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사람들도, 이제는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정부와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사람들도, 빛의 혁명을 지나간 과거로 생각하며 우리끼리 차이점을 찾는 데 더 몰두하던 사람들도 섣불렀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고 시민의 각성과 연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공포정치와 제정복고를 거쳤고, 영국 혁명이 왕정복고를 경험했듯이, 혁명은 한 번의 선거, 한 번의 판결로 완결되지 않는다. 혁명은 반혁명의 채찍질을 맞으며 전진하고, 혁명을 절반에 그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2월 19일 아침의 자부심과 오후의 허탈감 사이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12·3의 밤에 우리가 확인했던 그 뜨거운 연대는 이제 법원이라는 성벽 안에서 공고해진 반혁명의 요새를 허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법 권력이 역사를 모욕할 때, 그 역사를 다시 쓰는 힘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들의 끈질긴 연대와 투쟁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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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가치 내팽개친 트럼프,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과 '의리' 지켜야 하나

[인터뷰] <슬기로운 동맹생활> 펴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우리도 '거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2.22. 08:02:03

지난해 11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첨예해진 국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은 중국보다 무역에서 우리를 더 많이 이용했다"라고 말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소유권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됐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을 전에 없던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최근 저서 <슬기로운 동맹생활>을 펴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은 이러한 트럼프의 언행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의 '필터'를 없애버렸다"며 "규범이든 동맹의 역사든 도덕이든 가치든 혹은 위선이든 뭐든 간에 한미 간에도 이런 필터가 없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양자 차원의 협상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얻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소외·고립시키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가 맞기도 하다. 트럼프 때문에 안 친했던 국가들이, 심지어 이란과 사우디가 전쟁에 반대하는 회담을 하고 인도와 EU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캐나다와 중국이 만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집권 이후 미국의 동맹 관계는 이전과 달라졌는데, 한국은 여전히 미국을 '가치'로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트럼프 인식 속에서 이런 필터를 걷어내면 우리는 덴마크, 그린란드나 다를 바가 없는데 우리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일종의 '인지부조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잘해줘야 미국이 우리를 잘 봐줄 것이라 생각하는 '옛날' 방식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미국은 상대를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데 우리는 미국을 의리의 상대, 명분의 상대로 보고 있다"며 "이러면 결국 미국에 다 뺏긴다. 상대가 철저하게 거래로 간다면 우리도 의리, 명분의 필터를 걷어 내야 한다"고 조언헀다.

김 의원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미국에 대해 합리적 이익을 보고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방법이다. 우리가 조선과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데 이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 우리 외에 이 분야의 기술을 받을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실리를 최우선에 두고 미국과 관세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와중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미국에 대한 투자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일본의 이런 행보가 우리한테는 민폐다. 일본이 약속한 투자를 실행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자랑할 수 있게 됐고, 그러면서 한국이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의 이같은 선택에 우리도 동조해야 할까? 김 의원은 "호주나 캐나다, 인도 같은 나라와 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브릭스(BRICS)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균형외교'를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맹이 있는 국가가 어차피 균형외교를 할 수 없고, 실제로 한국의 어떤 정부도 균형외교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과 동맹이지만 우리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전략적으로 자율성을 발휘한다는 기본 입장이 필요하다. 이게 인도와 유럽연합 등이 주로 사용하는 것인데, 한미 동맹이 근간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중국과 협력할 수 있고 러시아를 관리할 여지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0일 국회의원회관 김준형 국회의원실에서 진행됐다. 김 의원의 신간 출간 관련 북콘서트는 24일 오후 7시 청년문화공간 JU 5층 니콜라오홀에서 열린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 신간 <슬기로운 동맹생활>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대외 정책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1의 필살기'로 '버팀의 미학'을 강조했다. 트럼프 첫 임기 때 한국이 방위비 협상에서 시간을 끌었고 이후 트럼프 낙선으로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국회에서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또 핵추진잠수함과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 문제 등 안보 사안도 관세 문제와 연관돼있다는 진술도 나온다. 이처럼 우리가 조급해지면 미국의 압박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

김준형 : 미국 입장에서는 경제와 안보가 연결돼 있는 것이 맞다. 우리는 안보에서 양보하면 경제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트럼프의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약소국은 '패키지' 방식으로 협상을 하면 안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의 '필터'를 없애버렸다. 규범이든 동맹의 역사든 도덕이든 가치든 혹은 위선이든 뭐든 간에 한미 간에도 이런 필터가 없어졌다.

존 P. 월터스 허드슨 연구소 회장이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한국에 '솔직히 지금까지 한미관계는 국가 간 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그러니까 미국이 그동안 한국을 봐준 것이라면서 이제는 힘 차이 만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인식 속에서 기존 동맹이 가지고 있던 필터를 걷어내면 우리는 덴마크, 그린란드나 다를 바 없는데 우리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일종의 인지부조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끊임없이 미국에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잘해줘야 미국이 우리를 잘 봐줄 것이라 생각하는 '옛날' 방식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예전 방식으로 미국을 대하면 대할수록 트럼프에 더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서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이 나왔을 때 반대 토론을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맹을 반대해서 반대토론을 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미국은 상대를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데 우리는 미국을 의리의 상대, 명분의 상대로 보고 있다. 이러면 결국 미국에 다 뺏긴다.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철저하게 거래로 간다면 우리도 의리, 명분의 필터를 걷어 내야 한다.

일단 미국의 압박에 관세 협상은 했지만 이제 '실행투쟁'과 '해석전쟁'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미국에 대해 합리적 이익을 보고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방법이다. 우리가 조선과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데 이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 우리 외에 이 분야의 기술을 받을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조업을 잘하는 국가가 4곳이 있는데 독일과 일본은 이 분야는 잘 못하고 중국은 미국이 제외했으니 남은 건 우리밖에 없다. 이걸 가지고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예측하기보다는 첫 반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애초에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첫 반응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티는 게 중요하다. 그린란드 소유권을 내놓으라는 미국에 덴마크가 끝까지 버티니까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협박도 결국 없어지지 않았나. 캐나다도 그렇게 버텼다. 그런데 한국은 이게 안 된다. 그래서 한미 관계가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 것이다.

▲ <슬기로운 동맹생활>, 김준형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물론 한국의 대통령도 미국에 버텼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 미국의 요구에 버텨내지 못했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가 미국에 버티기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긴 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관세 협상에서 최고의 소득은 국민들에게 미국의 요구를 솔직하게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일본은 미국과 그렇게 협상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본인은 이렇게 하면 탄핵당한다면서 거부 의사를 표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도 한국 내 협상에 대한 여론이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단속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금의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생각이 변했고, 그래서 옛날보다는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캐나다나 인도처럼 대놓고 대항하지는 못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서둘러 만들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은 입법 주권 침해하지 말라고 하고 대통령은 "빨리 할게" 라고 하면서 양면 게임으로 가야 된다. 여기서 밀리면 미국은 "우리가 한 번 뭐라고 하니까 한국이 원하는대로 해주네? 그럼 더 밀어도 되겠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덧붙여 안보는 안보 문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우리 자체 방위비 증강 요구, 그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이 사안들을 어떻게 조정해가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찾아올 것인가가 관건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가 평택 미군기지 소유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미국이 한국에 임대료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누가 생각해도 이건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문제인데 우리는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임대료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넣어야 한다.

세계에서 미군 주둔에 대한 분담금을 내는 나라가 세 국가가 있는데, 독일은 기지 사용료로 이를 대체하고 있고 일본은 현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미국이 예산을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서 집행한 이후 남은 금액은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다. 우리만 총액을 계산해서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 실행한다는 일본, 한국에 민폐

프레시안 : 책에서 두 번째 필살기로 '함께, 연대의 미학'을 언급했다. 처지가 유사한 일본, 유럽, 캐나다, 멕시코, 호주 같은 나라들과 함께 '트럼피즘'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를 압승하자마자 대미 투자를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시설, 원유 수출 등 에너지 분야와 중국을 겨냥한 합성 다이아몬드 시설에 대해 36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카이치 정부가 처지가 비슷한 나라들과 연대보다는 트럼프에 빠르게 순응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일본의 행보가 한국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김준형 : 우리한테는 민폐다. 일본이 약속한 투자를 실행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자랑할 수 있게 됐고, 그러면서 한국이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참모들은 일본이 저렇게 하려고 하니 한국에 투자를 재촉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일본은 이런 선택을 했지만, 우리는 호주나 캐나다, 인도 같은 나라하고 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브릭스(BRICS)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들어가야 한다.

브릭스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와 연계되는데, 러시아와 중국 등이 자기들 통화로 거래 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당장 달러 패권이 뒤집어지진 않겠지만 대안이 생기고 미국이 통화를 통한 제재를 못하는 시대가 오면 브릭스는 과거의 제3세계와는 다른 아주 강력한 체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 발을 걸쳐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뮌헨 안보 회의에서 최초로 중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중국에 방문하는 등 유럽이 중국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유럽의 흐름을 따라가야 되는 건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보는지?

김준형 : 지금이 아닌 트럼프 정부 초기 한창 관세를 협상하던 시점에서 보면 우리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드는 나라로 인도와 캐나다 등이 있고 완전히 항복한 나라가 EU(유럽연합), 일본 등이 있는데 우리는 버티면서도 대들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실리를 챙겼다. 제3의 모델을 만든 셈이다.

이걸 계속 유지하면서 관세 협상과 관련한 해석 전쟁 및 실행 투쟁에서 버텨내야 되는데 우리 내부에서 누수가 생기고 일본이 저렇게 빠져버리다 보니 좀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더 버텨야 됐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소위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로 '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 상대를 강하게 위협했으면서도 결국에는 물러서는 트럼프 식 협상을 조롱하는 의미로 등장한 단어다.) 스러운 모습을 보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미국의 재산업화, 제조업 부활은 우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것이 미국과 협상에서 우리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법을 만들어 놓고 미국에게 뜯길 것 다 뜯기면, 트럼프가 침몰해도 우리는 미국에 구조적으로, 법적으로 묶여 버리게 된다. 관세만 보더라도 미국 내에서 대법원 판결로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섣불리 법을 제정했다면 우리는 스스로 쳐놓은 올가미에 걸렸을 것이다.

트럼프는 양자 차원의 협상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얻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소외·고립시키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가 맞기도 하다. 트럼프 때문에 안 친했던 국가들이, 심지어 이란과 사우디가 전쟁에 반대하는 회담을 하고 인도와 EU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캐나다와 중국이 만나고 있지 않나.

미국의 강점 중에 하나가 전 세계에 동맹과 우방국이 60개 이상 있었다는 것인데 트럼프가 이러한 동맹을 다 걷어내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계속 버티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중국 카드는 매우 유용하다.

프레시안 : 중국 카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가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을까?

김준형 : 미중 중에 누구도 완벽하게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한다. 지금 또 중국이 착해지고 있다. 미국 때문에. 예를 들어 중국은 북한의 대북 제재 해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소위 '책임대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유무역, AI, 다자주의 등을 강조해야 한다. 지난해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마지막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이건 트럼프의 '파편화'와 반대되는 의제다. 중국도 이러한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기본적으로 미국과 절연할 수 없다는 건 아는데 최소한의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중간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한중은 수직적 관계가 깨지고 경쟁관계가 된 건 맞지만, 여전히 중국은 우리를 서방의 공급망을 향한 일종의 관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카드가 유용하다.

안보적으로도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평화의 중재자가 되어 달라고 했는데 이게 북한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제안이다. 한반도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국과 접점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한반도와 관련해 안보든 경제든 미국하고의 접점보다 중국하고 접점이 훨씬 많다.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을 보면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한미관계는 깊어지고 군사동맹은 약화돼야

프레시안 : 책에서 세 번째 필살기로 '자주의 미학'을 꼽았다. "한미동맹의 유효 기간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한미 동맹을 대체할 수 있는 '자주의 미학'은 무엇인가?

김준형 : 앞서 말했듯 한미 동맹관계에서 조지아 사태가 큰 변곡점이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자주'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흔들었고 '필터'를 걷어내면서 이렇게 된 측면도 있다.

한미관계는 깊어져야 하지만 군사동맹은 약화되는 것이 우리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군사동맹은 적이 선명해야 완성되는 것인데, 남북이 좋지 않을 때 동맹이 제일 강해진다. 물론 군사동맹은 억지력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적극적 평화를 위해서는 장애물이 된다. 특히 동북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로 가면 평화와는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균형외교'를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동맹이 있는 국가가 균형외교를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한국이 균형 외교를 해본 적도 없다. 하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은 왜 쓰는 것인가.

미국과 동맹이지만 우리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전략적으로 자율성을 발휘한다는 기본 입장이 필요하다. 이게 인도와 유럽연합 등이 주로 사용하는 것인데, 한미 동맹이 근간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중국과 협력할 수 있고 러시아를 관리할 여지가 생긴다.

프레시안 : 책에서는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민족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정치 사회적 이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민족주의는 평화와 공존, 그리고 다양한 주체(다문화,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가 함께 만드는 열린 민족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도와는 무관하게 민족주의를 강조하면 오히려 배타성이 커지지는 않을지?

김준형 : 민족주의가 제3세계에서는 반제국주의의 저항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미국의 약탈에 대해 저항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를 보면 구조는 안바꾸고 개인의 성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세계적차원에서 보자면 과거 식민지였던 우리가 구조는 변화시키지 않고 우리만 선진국처럼 된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라든지 식민지 국가에게 저항적 민족주의로 우리같은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현재 세계가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세계화'가 사실상 종료된 상황에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족적 긍지를 가지되 우리는 열려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 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평화위원회 만들면서 이란 공격한다? 정리되지 않는 미국

프레시안 :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에 이어 이란 공격까지 앞두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해외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추구하지 않았나?

김준형 : 원래 9월에 나왔어야 할 국가안보전략(NSS)과 11월에 나왔어야 할 국가방위전략(NDS)이 다소 미뤄졌다. 지금 미국 내에서 두 세력이 각자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쪽은 비용과 고립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와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정책차관이, 다른 한쪽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등 네오콘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조율하느라 출간이 늦어진 것 같다. 트럼프의 세계관은 유럽은 러시아가, 아시아는 중국이, 아메리카는 미국이 접수한다는 식인데, NDS에는 제1도련선을 언급하면서 중국 견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건 중국에 대해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멸절시켜야 된다는 네오콘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 1기 때 네오콘과 지금의 네오콘이 좀 다르다. 1기 때 네오콘들이 어떻게 경질됐는지를 보게 된 2기 네오콘들은 이란이나 쿠바 등에 대해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며 '사부작사부작'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에이펙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는데, 중국을 국빈으로 초청해놓고 이런 회담을 가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건 트럼프의 방식이라기보다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을 여전히 강조하는 세력과 한국에 역할을 넘기려는 세력이 모두 존재하는 미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은 이 기회에 전작권을 가져와서 전략적 자율성의 토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최악은 돈은 돈대로 뜯기고 대중국 첨병이 되는 건데, 트럼프를 꼬셔서 원하는 대로 질러주고 전작권은 가져오는 게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트럼프는 실제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될까?

김준형 :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더라도 주요 요인 암살, 혁명수비대 폭격, 핵시설이나 미사일 기지 폭격 등 제한적인 공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상대국에 '충격과 공포'를 준 다음에 얻을 것을 얻어내는 것인데 이란과 쿠바의 경우 최종적으로 무엇이 목표인지에 대한 '엔드게임'(Endgame)이 불명확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경우 석유가 있고 우크라이나의 경우 광물이 있는데 쿠바는 아무것도 없다. 이란도 가져올 것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나 그린란드의 경우 '서반구'전략에 들어가 있는 지역이기라도 했는데 이란은 또 다르다.

프레시안 : 이대로 가면 트럼프와 공화당이 올해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김준형 : 하원은 거의 그렇게 간다고 봐야하고 상원도 위험하다. 그래서 트럼프는 극단적으로 아예 중간선거를 안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정말로 완패할 거라고 생각하면 소요를 일으켜서 선거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 부정선거론의 핵심이 우편투표인데 우편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 그래서 우편투표를 무산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미국은 유권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사전에 등록을 하고 이후 투표날에 실제 투표를 해야 한다. 더군다나 투표날은 우리처럼 휴일이 아니다. 따라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투표하기가 힘들어서 민주당이 이를 바꾸려고 우편투표를 도입한 것이다. 우편 투표를 하면 신원 확인과 투표가 한 번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걸 금지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행정명령으로 가능하다.

또는 투표 현장에서 ICE등과 유사한 감시단 또는 민병대를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투표장에 가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이 투표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럼프가 여러 방식을 활용해 '부정선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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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탄핵은 선택 아니고 필수”…촛불국민, “내란 완전 청산” 강조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2/21 [19:40]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 이후 첫 주말인 21일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9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이 오후 3시 대법원 앞에서 열렸다.

 

‘조희대를 탄핵하라! 내란 완전 단죄하자!’라는 부제로 촛불행동이 주최한 이날 촛불대행진에 연인원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촛불국민이 전국에서 모여 함께했다.

 

© 김영란 기자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당일 “많은 언론사가 대법원 앞 분위기를 전하며 ‘희비가 교차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어디에 희가 있었는가? 비와 노만 있지 않았는가?”라며 “지귀연과 조희대 사법부가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했다고 일갈했다.

 

김 공동대표가 구호를 외치자 참가자들이 같이 외쳤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촛불로 몰아쳐 내란 완전 단죄하자!”

“내란단죄 가로막는 법비들을 응징하자!”

“재판이 개판이다! 개법부를 박살내자!”

“특급범죄자 김건희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하라!”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기조 발언에서 “지귀연이 앞잡이가 된 조희대 사법부는 내란 응징 재판이 아니라 내란 수괴 변론 재판을 했다”라며 “2심, 3심에 가서 형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간교한 논지를 판결문에 심어놓고 일단은 법정 최저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 “국민의 조직된 민주 역량이 있는 것만큼 정의와 나라를 바로 세우게 된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촛불의 힘이 무죄는 저지했지만 사형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라며 “촛불광장을 2배, 3배로 키우자. 촛불의 힘을 부단히 키워 정치권이 국민의 명령 앞에 순응하여 내란을 완전 청산하도록 압박하고 견인해 가자”라고 호소했다.

 

이길재 강원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내란 청산은 쑥 빼고 ‘유능한 행정가, 일잘러를 뽑자’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에 맞춰 자신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내란세력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란 청산’이라는 단어를 지우려고 한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통해 기사회생하려 발악하고 있다. 그러자니 ‘내란 청산’ 대신 ‘일잘러를 뽑자’라는 프레임을 유포”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를 “일잘러 뽑는 선거 이전에 우리 지역 마을 곳곳에서 내란 청산을 실현할 사람을 뽑는 선거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내란 청산이 곧 민생이고 우리나라가 정상화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김민웅 상임대표(왼쪽), 이길재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구산하 국민주권당 공동위원장은 “윤석열도 탄핵당하고 정권도 바뀌었는데 아직도 전쟁 불장난을 벌이는 자들이 있다. 바로 주한미군이다”라며 지난 18일 미국과 중국의 전투기들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일어난 것을 두고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이라는 자가 우리나라를 ‘항공모함’에 빗대며 대중국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시건방을 떨어대더니 기어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애초에 미국이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을 하자고 했는데 우리 정부가 거부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이 동북아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려 하니 우리 정부가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자 미국, 일본이 훈련을 강행하며 미국 멋대로 주한미군을 출동시켰다”라며 “‘윤석열 탄핵이 평화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이제는 ‘주한미군 철수가 평화다’라고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내란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과거 같으면 역적 무리다. 역적 무리에게 어떻게 무기징역인가? 사형선고가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2심에서는 반드시 사형선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는 “국민의 명령”이고 “윤석열 사형선고 못 내리면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우는 것”이라면서 “조희대 탄핵”, “완전한 내란 척결” 등을 강조했다.

 

▲ 구산하 공동위원장(왼쪽)과 김병주 의원. © 김영란 기자

 

김경호 변호사는 영상을 통해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판결에서 법 왜곡을 저질렀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헌법을 유린하는 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조희대가 대법원장에 그대로 앉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미적”거리지 말고 “당장 조희대 탄핵에 동참”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 윤석열 사형을 쟁취하더라도 조희대가 대법원장으로 앉아 있다. 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인가”라며 “조희대 탄핵은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최지연 충남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국힘당을 두고 “내란범을 배출한 당, 내란 수괴 탄핵을 온몸으로 막으며 내란에 동조한 당, 내란 수괴의 체포를 방해한 당, 내란 옹호와 폭동을 선동한 당,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하는 당, 내란범을 대통령이었다고 버젓이 당사에 사진을 내건 당, 내란에 부역한 당이 내란 정당, 내란 본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반성 없는 정치, 사과 없는 권력, 책임지지 않는 세력들이 반성하는 척, 사과하는 척, 책임지는 척하며 한다는 짓이 개명(당명 개정)”이라며 “박스 갈이를 한다고 유통기한 지난 돼지고기를 우리가 참고 소비해야겠는가?”라면서 “지금 당장 내란 정당을 해산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해수 광주서남촛불행동 운영위원은 지난 8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광주 방문을 규탄, 항의한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거짓 역사를 전파하는 자들이 광주 땅에 발도 못 디디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또 “내란당 장동혁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무기징역 선고에는 침묵하더니 어제 기자회견에서 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과 그 졸개들인 윤 어게인 극우세력들과의 절연을 거부했다”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내란세력 청산하고 내란당 해산시켜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 최지연 공동대표(왼쪽)와 김해수 운영위원. © 김영란 기자

 

서동호 경기고양파주촛불행동 공동대표, 김한성 대전촛불행동 공동대표, 위대환 부산청년촛불행동 준비위원장이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조희대 탄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모든 민주개혁 진영이 조희대 탄핵으로 뭉쳐 싸워야 한다. 국회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즉각 조희대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조희대 탄핵에) 나서자”라며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조희대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행동전에 돌입하자”라고 제안했다.

 

또 국민에게 “가정에서, 일터에서, 각종 모임에서 촛불을 조직하기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달라”라며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 천, 만이 되는 촛불광장 확대 운동으로 기필코 내란세력을 완전 단죄하자”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이 본대회를 마치고 강남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왼쪽부터 서동호 공동대표, 위대환 준비위원장, 김한성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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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징의식으로 ‘내란 공범 조희대와 그 하수인 지귀연’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찢었다. © 김영란 기자

 

▲ 촛불풍물단의 한 단원이 오는 28일, 180차 촛불대행진에 앞서 진행할 예정인 정월대보름굿을 홍보하며 “우리는 결국 흥으로 이길 거다. 얼씨구!”라고 말했다. © 김영란 기자

 

▲ 강하나 부산촛불행동 회원(왼쪽)이 “윤석열은 2심에서 사형을 받았으면 좋겠고, 김건희를 처단해야 할 것 같다. 조희대도 빨리 탄핵해 대한민국이 안정화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김영란 기자

 

▲ “조희대를 잡으려면 ‘철퇴’가 가장 효과적!”, “죄인 윤석열은 사형을 받으라!” 영화 「파묘」의 무당 이화림으로 분한 배우 백지은 씨가 재미난 공연을 펼쳤다. © 김영란 기자

 

▲ 안성평택촛불행동 회원들이 「누가 죄인인가」를 합창했다. © 김영란 기자

 

▲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가 「날개」, 「홀로 아리랑」, 「아름다운 세상」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촛불합창단이 「일어나」, 「촛불로 몰아쳐」, 「촛불답게」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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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집회에서 가수 성국 씨가 「흰수염고래」, 「아름다운 강산」, 「질풍가도」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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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한국에서 출격해 중국 때린다? 한반도, 미중 분쟁에 휘둘리나

[정욱식 칼럼] 자주국방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한국 영토 발진기지로 삼는 미군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6.02.20. 20:07:52

2월 18일 서해상의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중간 지점에서 미군 전투기와 중국 전투기가 대치한 상황이 벌어졌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이륙한 10여대의 미군 전투기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했고, 이에 중국 전투기도 대응 출격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도 중국인민해방군을 인용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한미군 전투기 여러 대가 중국 방공식별구역 인근에서 감시·정찰을 목적으로 하는 초계비행을 실시한 것 자체부터가 매우 이례적이다. 또 주한미군은 한국군에 훈련 성격과 목적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현재 주한미군 차원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이번 주한미공군의 초계훈련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통합전투사령부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 체계 아래에 있는 '보조 통합사령부(subordinate unified command)'이다. 미국 합참에 따르면, 보조 통합사령부는 통합전투사령부 예하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이는 한국 국방부의 해명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은 우리 군과 함께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건 주한미군이 한미연합사령부 소속일 때 가능한 얘기이다. 이번처럼 주한미군이 인태사령부의 지시를 받아 초계훈련을 벌이는 건 한미연합사와는 별개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 단독 훈련을 실시할 때 훈련 계획과 목적을 한국군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이런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영토를 사용하는 주한미군의 활동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군이 모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그는 2025년 11월에 동아시아 지도를 거꾸로 펼치고선 "한국은 한중 사이 해역에서 중국 활동에 대응하려는 서구에 접근성을 제공한다"며, "베이징 시각에서 보면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원거리 전략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접한 전력"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뒷받침하듯 이번에 주한미군의 전투기들은 오산기지에서 출격해 한중 사이 해역에서 초계훈련을 실시했다. 군산공군기지에서도 이러한 초계훈련이 간혹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은 미국이 21세기 들어 꾸준히 추진해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 및 국방전략(NDS) 보고서에선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 열도선'을 "집단 방어(collective defense)" 지역으로 명시하면서 동맹의 역할과 부담 증대 요구를 담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맹의 항구와 시설에 대한 미군의 더 강력한 접근 허용"이다.

"동맹의 현대화"라는 이름 하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동맹 재편은 대북 억제의 1차적인 책임은 한국이 맡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주안점을 두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활동이 한국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 자체가 심각한 주권 침해 요소를 안고 있다.

또 주한미군과 중국군 충돌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미일동맹에는 사전 협의제라도 있지만 한미동맹에는 이조차도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재명 정부는 "동맹의 현대화"를 자주국방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주국방은 대규모 군비증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영토와 예산을 사용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도 마련해야 온전한 자주국방에 다가설 수 있다. 그 출발점은 한국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국 영토를 발진기지로 삼고 있는 미국의 그릇된 관행부터 바로 잡는 데에 있다.

▲한미 공군이 한반도 서해 및 중부내륙 상공에서 우리측 F-15K·KF-16 전투기와 미측 B-1B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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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확대

수정 2026.02.21 01:53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6 대 3···‘보수’ 고서치·배럿 등도 ‘위법’ 판단

“비상경제권한법엔 대통령 관세 권한 위임 없어”

미국 연방대법원.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는 위법하다고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판단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6 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가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170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세금, 관세 등 부과 권한은 의회가 가진다”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보수 성향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함께 다수의견에 이름을 올렸다.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카바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보수 우위 대법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며 상호관세 등을 무효라고 판단한 1·2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정책 핵심 수단으로 내세워온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붕괴된 만큼, 이번 판결로 집권 2기 2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작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즉각적이고 무제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던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전체의 핵심이었다”며 “이번 판결로 집권 2기 트럼프 정부 정책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한 다른 법적 권한을 토대로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 무역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세 인하 또는 면제를 조건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한 한국 등 국가들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합의의 실효성 등을 두고 전면 재검토에 나서는 등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상한 과학의 나라 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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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면' 원천 차단된다…나경원 "보복과 궤멸" 격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21 08:28
  • 수정일
    2026/02/21 08: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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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2.20 21:30

  • 수정 2026.02.20 21:39

  • 댓글 0

법사위 소위에서 사면금지법 의결 '속전속결'

내란·외환죄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 제한 내용

민주·조국혁신당 주도…내주 본회의 상정 전망

무기징역 윤석열, 감옥에서 여생 보낼 가능성

전두환처럼 사면이란 탈출구 찾기 어려울 듯

헌법, '사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규정

나경원은 "명백한 위헌…헌법 질서 파괴" 반발

조배숙 "법치주의 다시 세우려 국힘이 몸부림"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2026.2.20.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귀연 재판부에 의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이른바 '사면금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천명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당 의원들이 즉각적인 실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처럼 사면이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남은 일생을 온전히 감옥에서 보내야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20일 오후 회의를 열어 내란·외환죄에 국한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내란·외환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사면을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다만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얻으면 사면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함에 따라 개정안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주도로 처리됐다.

양당은 개정안을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킨 뒤 이르면 바로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회의 뒤 언론 브리핑에서 "내란과 외환죄에 한해서는 특별사면이든 일반사면이든 금지해야 다시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내란과 외환이 고개를 들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많은 국민이 절대 전두환처럼 사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고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서영교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20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사면금지법'을 의결한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MBC 중계방송 화면 갈무리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일반법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우리 헌법은 법률의 입법 재량을 충분히 주고 있다. 근거 규정이 있고 내란·외환죄는 헌법 84조에서 현직 대통령도 소추가 가능하도록 특별하게 다루고 있는 범죄"라며 "다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전부 박탈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국민적 공감대가 상당히 높은 사안인 경우에는 사면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79조 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했으며, 2항은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3항은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이 같은 조항에 근거해 사면에 대한 입법부의 재량이 헌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판단한다.

김 의원은 "참고로 법무부도 오늘 처리된 개정안 의견에 동의했고, 법원행정처도 입법 정책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혀둔 상태"라며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여섯 분이나 이 같은 사면법을 발의했었다. 오늘 같이 심사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면법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법원이 철저하게 단죄해 앞으로 다시는 내란범들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국회와 정부는 내란범에 대해 사면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서 미래에 있을 내란범들을 지금부터 싹을 자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헌법재판소가 이미 사면의 종류,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입법 재량이고 그것은 '형성적 자유'가 있다고 결정을 한 바 있다"며 "특히 국가를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과 외환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면이 금지돼야 한다. 아주 예외적으로만 국회의 동의를 받아 사면하는 것으로 그렇게 입법이 된 것"이라고 보충 설명을 했다. 헌법상 '형성적 자유'는 입법자(국회)가 법률을 만들거나 정책을 결정할 때 가지는 폭넓은 재량을 뜻한다.

 

2025년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반면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면금지법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사면법 개정안은 사실상 보복과 궤멸, 이 두 단어밖에 상징하는 것이 없다고 본다"면서 "헌법 79조가 규정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고 고도의 통치행위다. 사면권을 입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면금지법을 보면 실질적으로 특정한 사람(윤석열)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적용이 된다면 소급입법 금지의 문제도 있다"며 "이런 논리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죄도 사면금지법 대상에 해당한다. 위헌적 입법을 계속해서 강행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결국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두고두고 큰 짐이 될 뿐만 아니라 헌법 질서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도 "오늘 법안심사소위는 사면법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였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회의 통합과 화합을 위한 굉장히 의미 있는 권한이어서 이것을 제한한다는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지켜왔던 원칙들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법치주의가 정말 철저하게 파괴되는 현장에 있다. 다시 법치주의를 세워나가려고 국민의힘이 몸부림치고 있는데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역시 민주당과 혁신당이 찬성했고 국민의힘은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고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에서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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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없이 민주 없다”…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조건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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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2.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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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설명절을 맞아 “국민이 원하는, 국민이 주인인 ‘국민주권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국가 운영 방향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천명한 것이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확인한 핵심 가치 또한 국민주권이었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시대’를 열 수 있을까.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해졌다고 국민주권이 저절로 실현될 수는 없다. 국민이 정책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이 실제 정책으로 집행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선택하더라도, 정부가 자주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 없다면 그 선택은 실질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 여기서 ‘국민주권시대’를 규정하는 하나의 전제가 등장한다. 바로 자주권이다.

주권은 대내적으로는 국민주권(민주), 대외적으로는 국가주권(자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가 외부 강대국의 전략과 이해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면, 국민이 선택한 정책은 언제든 외부 압력에 의해 수정되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민주주의는 절차만 남은 형식적 체제로 축소된다.

자주권이 침탈될 때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사례는 국제사회에서 반복되어 왔다. 지난 1월,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납치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유린했다. 브라질에서는 트럼프가 부패 혐의로 수감된 친미 성향의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라며 고율 관세로 압박했다. 이란과 쿠바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독재 국가’ 낙인을 찍어 수십년 동안 경제봉쇄와 체제 전복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동맹국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동맹국을 상대로 국방비 증액, 무기 강매, 대미투자 강요, 생산시설 미국 이전 압박, 대중국 무역 차단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동맹국 국회에 입법을 강요하고, 자국 기업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동맹국의 사법기관을 협박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무역·투자 조건을 미국 국익에 복종시킨다.

 

만약 한 국가의 통상 정책과 산업 전략이 외부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조정되고, 안보 정책이 자율적 판단이 아닌 외국군의 전략에 종속된 방향으로 귀결된다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택한 후보의 정치·외교·경제 노선은 온전히 실행되기 어렵다. 공약은 존재하되, 구조적 제약 속에서 후퇴하거나 변형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환수를 공약한 전작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군사주권 문제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작권이 주한미군사령관 손에 있는 조건에서 안보 정책은 구조적 제약을 안고 출발한다. 안보 의존은 외교 의존으로, 외교 의존은 통상·산업 정책의 제약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국방에서 자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생 정책 역시 외부 환경에 의해 제약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도 주권과 분리할 수 없다. 한국은 외형상 선진 경제로 평가받지만, 기술무역수지의 구조적 적자, 핵심 부품·소재의 해외 의존, 주요 기업 지분의 외국인 집중, 달러 자본의 은행 지분 잠식과 높은 가계부채 구조는 경제주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금리 조정은 국내 금융시장과 가계부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외부 경제권력이 국내 경제 정책을 제약하는 이런 현실은 자주성과 경제민주화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라고 해서 종속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요컨대 “자주 없이 민주 없다”는 명제는 낡은 이념의 산물이 아니라 지금 이재명 정부가 헤쳐나갈 시대적 소명이다. 자주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민주권이 제한되고, 민주주의는 확보된 자주권만큼만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와 ‘자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시 과제가 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열 수 있느냐도 결국 ‘자주권’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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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청중의 서울선언문 "AI님은 정말 좋겠어요, 다 가르쳐주잖아요"

[현장] '글로벌 오마이포럼' 대통령 축사, 김민석·트리스탄 해리스 기조연설... 서울선언,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6.02.20 09:55최종 업데이트 26.02.20 17:31

  • : 20일 오후 5시 20분]

초등생 청중의 서울선언문 "AI님은 정말 좋겠어요, 가르쳐주잖아요"

▲서울선언 발표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참가자들이 각각 세운 서울선언이 발표되고 있다.이정민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의 마지막은 '나의 서울선언'이 장식했다.

이날 참석한 연사와 시민들은 AI 시대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종이에 적어냈고, 그 가운데 6명이 낸 의견은 현장에서 직접 발표됐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다는 김다올 군은 "AI님은 정말 좋겠어요, 온 세상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고 가르쳐주잖아요"라고 적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천웅(20)씨는 "모두가 제공된 AI정보로 인해 부의 창출이 독점되는 아이러니한 시대를 넘어 또 다른 평등, 더 발전된 민주주의로 만들어갈 때"라고 썼다.

초등교사 임정연씨는 "아이들이 디지털시대의 좁은 길을 안전히 걸어갈 수 있도록 비판적, 민주적 태도에 빛을 켜주는 등대지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민 김주희씨는 이세돌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며 "핸드폰이 나왔을 때 우리는 핸드폰에 지배당하나 싶었는데 잘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AI시대가 와도 잘 활용하고 발전할 것 같다"고 썼다.

▲서울선언 발표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참가자들이 각각 세운 서울선언이 발표되고 있다.이정민

한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여러분이 적어낸 선언문은 오마이뉴스가 모두 종합해 일주일 이내 하나의 '서울선언'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여기에는 여러분이 썼던 단어만 들어가고 AI에 의해서는 단 한 자도 들어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오 대표 개인의 '나의 서울선언문'이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AI 빅테크 책임자들에게.

그들을 방조하는 각국의 정부 책임자들에게.

오연호의 <나의 서울선언>

불가피하다고 말하지 말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도 모르겠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것의 좋은 점뿐 아니라 위험성도 설명하라.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의 위험성을

당신도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말하라.

그 일을 중단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당신은 어떤 책임을 질건지 문서로 설명하라.

우리한테 설명하지 못하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을

편리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팔지마라.

한 그릇의 된장찌게를 파는 식당 주인도 책임을 진다.

당신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우리를 어디로 끌고가는지, 편리와 효능뿐 아니라 위험성까지 투명하게 설명하라, 그래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하라.

그럴 수 없다면 지금 당장 멈춰서서 브레이크를 달아라.

당신들이 쓰는 데이터는 그동안의 인류가 만들어온 우리의 숨결이다.

그 우리의 것으로, 우리 몰래, 당신들도 모르는, 책임 질 수 없는 일은 하지 말라.

우리에게 설명하라

당신들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우리에게 설명하라.

그 세상은 우리의 자녀들도, 당신의 자녀들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말하라.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참석자가 나의 서울 선언문을 작성한 뒤 제출하고 있다.유성호

[4신 : 20일 오후 4시 5분]

AI에 이겨본 유일한 사람 이세돌 "인간의 스토리 여전히 중요"

이세돌 전 바둑기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알파고 대전 그후, AI와 나의 인생'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마지막 세션 첫 번째 순서로 올라온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프로바둑 9단)는 10년 전인 2016년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을 벌여 1승 4패를 했던 경험을 상기하고, "알파고 때 이미 AI가 할 일과 인간이 할 일이 나뉘어졌다"면서도 "기준을 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등 마지막을 정하는 건 결국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결을 앞두고 알파고의 5개월 전 기보를 보니 저와 대국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여 준비를 잘 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그 5개월 후 알파고가 어느 정도 올라올지가 중요한 건데 과거만 보고 판단해 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미래를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바둑에서 사람이 AI를 이길 수 없다. 바둑만이 아니다, AI가 각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짚은 뒤, "AI를 이길 수는 없지만 AI 시대를 살아가는 법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개성, 감정, 스토리다.

"지금 바둑기사들은 AI에게 배운다. 그렇다면 과거 명승부를 펼친 대국은 의미가 없는 걸까? 그 대국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난 그것에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바둑만이 아니다. AI가 각 분야를 점점 차지하고 있는데 그 안에 개성, 감정, 스토리는 없다. 음악, 미술, 문학에도 AI가 도입되지만 그 안에 개성, 감정, 스토리는 없다."

이 교수는 "난 AI 찬성론자"라며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AI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세돌 전 바둑기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알파고 대전 그후, AI와 나의 인생'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맹성현 교수 "인간의 AI 가축화 우려, 인간다운 경험과 협업이 해법"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맹성현 태재대 교수(카이스트 명예교수)는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변화시키는 에이전트"라며 "많은 사람들이 AI에 의존을 한다, 그러다보니 인간이 AI의 가축이 된다, 자기 스스로 가축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간의 AI 가축화' 현상을 우려했다.

맹 교수는 이같은 인간의 가축화를 방지하고, 인간이 AI와 공존하기 위한 해법들도 제시했는데,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다움'에서 진정한 공존 해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생물체이기 때문에 느낌을 가질 수 있고 경험을 가질 수 있다"며 "AI는 그냥 전략을 짜고 바둑을 둘 뿐이지 거기에 느낌이라는 건 없다. 느끼지 않으면 욕망도 없고 호기심도 없고 자기 의식도 가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협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중요하다"면서 "사람 간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AI와 공존을 하는 능력은 우리가 키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인간하고 AI하고 같이 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저희가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맹 교수는 "(AI로) 생산성이 갑자기 100배가 되어버렸다. 여태까지 한 가지 기능만 했다면 이제는 10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며 "한 가지만 전공하는 게 아니라 20가지 정도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얕게라도 알고 있어야 AI를 부릴 수 있다. 그러면 혼자서 재무, 영업, 마케팅을 다 하는 1인 기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3신 : 오후 3시 15분]

김미경 대표 "AI로 지식격차 커질듯... 물처럼 공기처럼 공공재여야"

김미경 아트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내가 체험한 AI, 4060이여 두려워 말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김미경 아트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내가 체험한 AI, 4060이여 두려워 말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이날 오후에 이어진 'AI시대, 교육과 리더십의 미래' 세션은 스타 강사 김미경 MK유니버스 대표의 강의로 시작했다.

현재 189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MKTV'를 이끄는 김 대표는 AI를 '인프라'로 정의하고, "AI는 기술이 아니라 문명이다. 인류 문명이 전기를 동력으로 편하게 살기 시작하지 않았나"며 "AI도 똑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강의를 하면 전문인력을 고용해 3일 동안 내용을 정리했는데 이제 AI를 이용해 1시간 30분이면 정리할 수 있더라, 최근 코딩을 배워 3일만에 휴대폰 앱도 만들었다"며 실제 AI를 활용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AI를 유로로 쓰느냐 무료로 쓰느냐에 따라 지식격차가 심해질 거라 예상한다"며 "이런 문명이 시작되면 안 된다. 그렇기에 AI는 물처럼 공기처럼 공공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건강보험제도처럼 국민 오천만 명이 다 쓸 수 있는 지적 공공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이 이 문명의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교진 장관 "AI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소중하다"

▲연설하는 김성천 교육부 정책보좌관김성천 교육부 정책보좌관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정민

▲연설하는 김성천 교육부 정책보좌관김성천 교육부 정책보좌관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정민

김성천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오후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아직도 '18세의 함정'에 빠져 있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어느 대학에 갔느냐를 훈장처럼 여기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AI시대에서는 이런 것이 깨져야 한다. 정답 찾기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는 학생, 청년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보좌관은 그러면서 "학창 시절에 내신 성적, 수능 결과 하나 가지고 훈장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AI시대에는 그런 것들이 다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라면서 "AI를 잘 활용하되 알고리즘에 종속되지 않는 아이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학습과 판단과 생각하기를 AI에 외주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동영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AI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소중하다"면서 "질문할 줄 아는 능력, 비판적 사고 같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김현수 교수 "AI가 연결의 도구? 단절의 도구? 결정할 순간에 와있다"

▲'AI 시대 학생·교사·학부모의 정신건강' 강연하는 김현수 교수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AI 시대, 학생·교사·학부모의 정신건강을 묻다(부제-우리는 더 연결될까 단절될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남소연

▲'AI 시대 학생·교사·학부모의 정신건강' 강연하는 김현수 교수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AI 시대, 학생·교사·학부모의 정신건강을 묻다(부제-우리는 더 연결될까 단절될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남소연

이어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해방 이후 초등학생 자살률이 제일 높은 수치인 요즘, 그 자리엔 부모도 없고 사회도 없지만 인공지능은 있다"며 "가족마저 취약해진 지금, AI가 사람의 대체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I가 관계의 지형과 정서 상태, 나아가 우리의 멘탈까지 바꿔놓고 있는 시대다. 갈등은 싫고 거부·거절 당할 위험이 없는 AI에 의존하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연결'이 더 중요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온기를 어떻게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정신이 건강해지려면 우리가 더욱더 인간다워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청소년(13~18세) 고민상담 대상을 묻자 '친구'가 27%로 1위, '어머니'는 26.2%, '인공지능' 7.3%, '아버지' 6.5%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소통에 우선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섭식 장애 환자에게 보기 좋은 몸매를 이유로 다이어트를 권유하거나, 우울증 환자에게 공감적 동의를 하며 '죽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전했다며 AI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AI가 연결의 도구가 될지, 단절의 도구일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는 와 있다"며 강연을 통해 "데이터로 학생의 마음을 읽는 교사, 또 AI로 자녀와 함께 놀고 더 대화하는 부모가 되자" 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AI시대, 누가 인간다움과 민주주의를 지켜낼까'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2신 : 20일 오후 1시 50분]

김민석 총리 "K-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이 AI민주주의 논의해야"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민석 국무총리는 "인간이 신이 되고자 했던 시도들이 진보의 방향이었다"며 "그러나 영화 <혹성탈출>에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해듯이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질문도 해봐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어 "K-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은 AI시대에 인간다움과 민주주의 논의를 선도해야 할 글로벌 사명을 갖고 있다"며 "한국은 12.3 내란 극복처럼 시민참여 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있어 K-AI 민주주의의 모델을 제안하고 확산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오늘 포럼에서 발표될 '나의 서울선언'에 들어갈 한 두 문장을 뽑아 달라는 오 대표의 제안에 "서울(Seoul) 선언이 결국은 저는 소울(soul) 선언이 되면 좋겠다"며 "AI 시대를 관통하는 AI 윤리, AI의 기준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이고 그것이 서울에서 출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조연설하는 김민석 국무총리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정민

트리스탄 "AI의 미래는 정해지고 불가피한 게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려"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누구를 위한 AI인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누구를 위한 AI인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성호

거대 IT 기업의 착취 구조를 내부에서 고발하고, 기술 윤리 운동을 주도해 '실리콘 밸리의 양심'으로 불리는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중심기술센터 대표는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트리스탄 대표는 "인공지능(AI)은 데이터 센터 안의 천재들이 모여있는 국가"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소셜미디어(SNS)의 실패를 되짚으며, AI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AI가 안전보다 시장이 앞서는 경쟁, 통제되지 않은 힘, 혼돈과 중앙집권 사이에 있다"며 "우리는 그 사이 '좁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리스탄 대표는 또 "지혜에는 절제가 필요하다"면서 "미래는 이미 정해지고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교수 "지금 초등생은 10-15년뒤 경력 쌓을 기회도 없이 AI와 경쟁해야"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새로운 종의 탄생? AI 제국주의는 부활하는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새로운 종의 탄생? AI 제국주의는 부활하는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오전 마지막 기조연설자로 등단한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AI(인공지능)가 인간의 특정 능력을 대체한다면, AGI(범용 인공지능)는 잠재적으로 인간의 모든 능력, 특히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하는 기계"라면서 "AI는 우리가 특정 능력을 예측하면 교육을 잘 시켜 인간이 피해가면 되지만, AGI는 더는 인간이 피해갈 수 없다. 모든 분야와 일자리에 AI가 도입되면 우리의 미래 계획은 숨는 게 아니라 AI가 있다는 걸 전제로 생존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인간의 능력과 노동력으로 경력을 쌓을 기회가 있는 마지막 세대"라면서 "AGI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지금 초등학생이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10년, 15년 뒤에는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없이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초등학생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것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좀 냉철한 분석을 한 다음 거기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김민석 국무총리,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새로운 종의 탄생? AI 제국주의는 부활하는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이정민

한편, 오전 기조연설자-오연호 대표의 4자토론에서 김민석 총리는 <오마이뉴스>와 트리스탄 대표 회사 이름(Center for Humane Technology)을 딴 '오마이 휴메인 AI 포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오, 나의 인간적인 AI 포럼'이 될 것 같은데, 그 뜻은 지혜롭고 선하고 인류 기여적인 AI를 세팅하는 노력을 한다는 것과 앞으로 만들 대한민국 민관 거버넌스의 한 축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신 : 20일 오전 9시 55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유성호

오연호 대표 "AI는 누굴 위한 것?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AI(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기 위한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포럼이 문을 열었다.

오늘 포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내외 AI 전문가들의 기조연설이 이어진다. 오마이뉴스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되는 포럼 1부를 < 오마이TV >와 < KTV >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럼 개회사에서 "창간 2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며 "AI시대, 이 모든 변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오 대표는 "AI는 인터넷의 등장 때보다 수백 배 더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잘만 활용하면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도구이자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위험성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깨어있는 시민의 참여와, 책임감 있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과 연대가 절실하다"며 AI 시대에 적응하고 개척하는 작업에 세계인들이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과 창간 기념 글로벌 언론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0년 창간한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모토로 언론계의 그야말로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며 "민주 시민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매체를 지향하며 대한민국 언론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이 땅의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오마이뉴스는 발 빠른 현장 태풍계로 국민의 눈과 발이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으로 촉발돼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놓여있다"며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보유,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는 물론 개인과 공동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간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할 시대적 소명은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유성호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유성호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러한 시점에 'AI 권력의 시대,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라는 표현으로 개최되는 글로벌 포럼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창간 당시 정보화 물결을 활용하여 저널리즘의 새 장을 열었던 것처럼 오마이뉴스가 인공지능 대변혁을 우리 공동체의 또 다른 기회로 가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인공지능 대전환기에 모두가 성장과 도약의 미래로 만들어가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동연 경기도 지사와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축사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이정민

▲축사하는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이정민

▲오마이포럼 참석한 김민석-트리스탄 해리스-이한주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 참석한 인사들이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 전 구글 윤리담당 최고책임자.남소연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김미경 아트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성천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이세돌 전 바둑기사,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과 의사,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유성호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참석자들이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유성호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참석자들이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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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평화 만드는 노력 남북이 함께 하길”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2.19 17:07
  •  
  •  수정 2026.02.19 17:19
  •  
  •  댓글 0
서울 삼청동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 [통일뉴스 자료사진]
서울 삼청동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 [통일뉴스 자료사진]

“접경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삼가고,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남북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19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가 “정부는 남과 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길로 나가길 기대한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무인기 사건 관련 유감표명과 재발방지 조치 발표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힌 것에 유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통일부장관이 발표한 재발방지 조치들은 남과 북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정부는 이를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다시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나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18일 우리 국가의 령공을 침범한 한국측의 무인기도발행위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방지 의지를 표명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간접적이지만 긍정적 소통을 한 셈이다. 다만, 남북 간 직접 소통과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김여정 담화가 화해 제스처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말 자체로 이해해 달라”며 “유의하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9차 당 대회에서 의미 있는 대남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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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록발' SNS 규제 고삐에…"미, 우회 접속안 개발 중" 보도

로이터 "타국민에 법 어기라고 장려하는 꼴"…머스크 AI 그록 성착취 이미지 탓 영국 '48시간 내 삭제' 새 법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2.20. 06:03:14

유럽 각국이 아동 소셜미디어(SNS) 접속 중단을 활발히 논의하고 유해 콘텐츠 차단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국이 우회 접속 방안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타국 법률 무력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이히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가 혐오 발언과 테러 선전을 포함해 유럽 등 각국 정부가 금지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포털을 개발 중이라고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당국자들이 트래픽이 미국에서 발생한 것처럼 보이도록 가상사설망(VPN)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하고 사이트 내 사용자 활동은 추적되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 쪽은 이를 검열 대응책이라고 주장 중이라고 한다.

소식통들은 새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고 지난주 뮌헨안보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국무부 당국자, 변호사 등의 우려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관련해 국무부는 유럽을 겨냥한 검열 우회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면서도 "디지털 자유는 국무부의 우선 순위이며 여기엔 VPN과 같은 개인정보 보호 및 검열 우회 기술 확산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발표 연기에 대해서도 부인했고 내부 변호사들이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도 부정확하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미 정부가 타국 시민들에게 그 나라 법을 어기라고 장려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역, 우크라이나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으로 이미 악화된 미-유럽 관계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를 보면 미 국무부에서 유럽 디지털 규제 부문을 담당했던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의 케네스 프로프 선연구원은 이 계획을 유럽의 규정과 법률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는 "유럽에서 자국 법을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로 인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머스크 AI 그록 성착취 이미지 탓 유럽은 SNS 규제 고삐

유럽은 소셜미디어상 유해 콘텐츠 차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xAI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이 아동·여성 성착취 이미지 생성·유포 탓에 비판을 받으며 영국은 기술기업(IT)들이 인터넷에서 학대적 이미지를 48시간 내 삭제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19일 영국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키어 스타머 영 총리가 제안한 이 새로운 법안은 기술기업들이 동의 없이 공유된 이러한 콘텐츠를 탐지하고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전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 받거나 영국에서 서비스가 차단될 수 있다. 이미지가 여러 플랫폼에 공유돼 있더라도 피해자는 한 번만 신고하면 되고 이후 모든 플랫폼에서 해당 이미지가 삭제돼야 한다.

스타머 총리는 "검찰총장 시절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이 초래하는, 종종 평생 지속되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직접 목격했다"며 "온라인 세계는 21세기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과의 전쟁 최전선이다. 정부가 챗봇 및 나체화 도구에 긴급 조치를 취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리즈 켄달 영 기술장관은 "기술기업들이 면책 받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터넷은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게 존중 받으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도 인공지능이 생성한 아동 성학대 콘텐츠 유포 혐의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검찰에 이러한 혐의로 엑스(X), 메타, 틱톡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히고 "이 플랫폼들이 우리 아이들의 정신 건강, 존엄성,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국가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이들 거대기업에 대한 면책은 끝나야 한다"고 못 박았다.

유럽 각국은 지난해 12월 호주가 16살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한 뒤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18일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을 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정치권에서 제시된 16살 혹은 14살 미만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안에 대해 "많은 공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14살 미만 아이들이 하루에 5시간 이상 화면을 들여다보며 모든 사회화가 이를 통해 이뤄진다면 젊은층의 인격적 결함이나 사회성 문제에 놀라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하원에선 지난달 15살 미만의 SNS 금지 법안이 통과돼 상원으로 넘어갔다. 그리스, 영국, 덴마크, 스페인,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국들도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 조치를 논의 중이다.

미국선 SNS의 의도적 아동 중독성 유발 혐의 재판

한편 미국에선 소셜미디어의 의도적 아동 중독성 유발에 대한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소송에서 원고 쪽은 "10대들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을 10대 초반부터 끌어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2018년 인스타그램 내부 문건, 10대 사용자를 포함한 이용 시간 증대를 목표로 언급한 2015~2022년 메타 내부 문서, "인스타그램은 마약이다. 우린 기본적으로 마약 밀매자"라고 언급한 내부 직원 이메일 등을 제시했다.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해당 재판으로 18일 미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혐의를 부인하며 원고 쪽이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타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 버전 구축을 위해 여러 논의"를 했고 13살 미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 논의도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가 더 이상 플랫폼 이용 시간에 대한 내부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며 "유용성"과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강박적 사용을 유도하도록 설계돼 어릴 적부터 중독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20살 캘리포니아 여성이 제기한 이 소송에서 틱톡과 스냅은 이미 합의에 도달했고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만 피고로 남아 있다. 유사한 소송이 줄줄이 제기된 상태로, 이 소송의 향방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SNS)의 아동 중독성 유발 재판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소재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 밖에 도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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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계몽령'이 성경인가?…지귀연의 현실 인식 우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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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6.02.19 22:30

  • 수정 2026.02.1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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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계엄은 내란 아니"라는 지귀연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작성' 등 드러났지만…

"절차 위반 어디까지 문제 삼을지 어렵다"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12·3내란 발생 443일 만에 첫 사법 판단이 이뤄졌지만, 지귀연 재판부의 선고에서 드러난 현실 인식은 향후 내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아닌지 우려를 낳는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강하게 질타하며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같은 법원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과도 차이가 컸다.

"원칙적으로 계엄 자체는 내란 아니다"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등 드러났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절차 위반인 것이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 공판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 행사가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다"며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계엄 선포의 형식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형법 91조 2호에 따라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일단 실체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며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을 따지는 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로 삼을 수 있는지 (따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지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이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형법 91조 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지 부장판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일으킨 12·3내란은 국회나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는 목적의 비상계엄 선포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한 것이지,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12·3내란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만드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갖추려고 한 행위 자체가 스스로 실체적·형식적 측면에서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재판부는 그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인식한 셈이다.

또한 계엄법에서 정한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일단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한 부분은 지 부장판사의 현실 인식이 평범한 국민들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며 단서 남겨

아울러 지 부장판사는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한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위법적이면 안 된다는 비유로 사용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계엄의 목적이 '경고성 메시지 계엄' '계몽령'이었다는 윤석열 쪽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 부장판사가 남긴 "(내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라는 단서는 향후 내란을 일으킨 목적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 독재 계획의 증거로 제출된 '노상원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지 부장판사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친위 쿠데타는 독재가 됐다'는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또한 이 부장판사가 만 79세인 한 전 총리에 대해 양형에 참작하지 않고 강하게 질타하며 중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에게 ▲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점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것 역시 사법부의 기계적이고 안이한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이 내란을 주도해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에게 "싸우자"며 계속해서 체제 전복을 꾀한 점이나, 여러 차례 재판에 불출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강하게 질타했어야 마땅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연합뉴스

이와 함께 지 부장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라며, 윤석열 등에 의해 내란에 동원된 군인·경찰·공무원의 고통에 대해 길게 언급하기도 했다.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내란에 동참하지 않았던 군인과 경찰 등을 고려했을 때 납득이 되는 지적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나 트라우마 등에 대해 평가가 없었다는 점은 내란의 직접적인 영향을 일부 관료 사회에만 국한한 것처럼 보인다.

이 부장판사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한동안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던 장면과도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이 밖에 지 부장판사는 이날 전직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김용군과 전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지 부장판사는 김용군에 대해 "피고인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 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고, 윤승용에 대해선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피고인들과) 공유하거나 인식하겠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국헌 문란의 목적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이는 이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같은 법원 형사합의 32부의 류경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헌 문란 목적을 알고도 가담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지 부장판사의 판단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는 징역 30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에게는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징역 3년). 괄호 안은 이날 선고받은 형량. 2026.2.19.

"내란 우두머리 '최저형' 무기징역 선고"

"엄중한 심판 내리라는 국민 명령 외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직후 국회에서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우두머리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징역밖에 없다"며 "내란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최저형' 무기징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를 선고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사형이 아니라 무기로 양형을 고려한 이번 지귀연 재판부가 말했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점, 전과가 없고, 공직을 오래 수행하고, 비교적 6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무기를 했다'는 것은 이미 이진관 재판부에서 탄핵 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란 세력에 엄중한 심판을 내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끝내 외면당했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2심, 대법원까지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불꽃 같은 눈동자로 감시할 것"이라며 "내란의 티끌 하나까지 법의 심판대로 모두 세우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과거와 결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종합특검을 통해서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진실도 밝혀내고 윤석열 내란 수괴가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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