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쟁 '최대 피해' 걸프 국가들, 미사일·호르무즈 변동 없는 미-이란 합의에 '부글'

걸프국, 호르무즈 대체 수출길 '절실'·미 안보보장 불신 탓에 "한국에 자문할 수도"…이란, 호르무즈 요금 징수 채비 '콧노래'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6.20. 05:01:37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내용 공개 뒤 전쟁 지속 여론이 높은 이스라엘은 물론 이번 전쟁에서 이란 미사일 표적이 된 데다 요금 지불 가능성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에 지장을 받게 된 걸프국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미 공화당 내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이번 전쟁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걸프국들은 이란 미사일 공격의 직접적 대상이 됐을 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를 포함한 수출길이 막혀 경제적 피해까지 입었는데 종전 양해각서는 이 두 문제 모두를 해결하지 못했다. 미사일 제한은 아예 다뤄지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향후 60일만 요금이 면제된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쿠웨이트대 역사학 교수 바데르 알사이프는 합의에서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이 제외된 것은 미국이 "우리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이미 미사일과 무인기 역량을 재건 중이고 이번 합의로 인한 재정적 횡재를 추가 무기 구매에 사용할 거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선임연구원 후세인 이비쉬는 이 지역 당국자들 사이에서 미국을 안보 보장국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국가들이 미사일과 무인기 대응 관련 한국과 우크라이나에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향후 12개월 내 걸프국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일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대안을 찾는 데는 10~20년이 걸릴 거라고도 했다.

이번 합의 결과 호르무즈 해협이 결국 이란 통제 아래 언제든 폐쇄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은 에너지, 비료 등 수출길 위협을 받는 걸프국들의 "경제적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 개발 필요성이 역내 동맹 관계까지 재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얀부항으로 향하는 송유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 푸자이라 원유 터미널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통해 이번 위기를 어느 정도 회피했지만, 지리적으로 이를 회피할 수 없는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통신은 생산시설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통하는 남부에 집중돼 있는 이라크의 경우 지중해에 접한 인접국 시리아와 튀르키예(터키)를 거친 수출 경로 확장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카타르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이 필요한데 이는 이들 국가들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전략적 위험을 안고 있다. 해협 우회를 위해 사우디를 통해야 하는 쿠웨이트의 경우도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 걸프국 등 중동 전역 이란의 적들에겐 "이란을 더 안전하고 합법화하고 더 영향력 있게 만드는" 이번 합의가 "세기의 저주"로 보일 거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서 "외교적 10월7일" 격한 분노…밴스 "미국이 전세계 유일 동맹" 압박

이스라엘에선 극우를 넘어 언론, 정치권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격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18일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이스라엘 방송 채널12 분석가 니르 드보리는 이번 합의를 "외교적 10월7일"에 비유했다. 이번 합의가 1200명이 숨지고 250명이 납치된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 만큼이나 충격적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창립자 데이비드 호로비츠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합의는 이란 침략자들에 대한 재앙적 항복"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 양해각서는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스라엘을 휴전에 묶어 두는 문구를 사용해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제약하고 위험에 빠뜨린다"며 "트럼프의 거꾸로 된 세계관에선 이스라엘은 그의 영웅적 개입에 감사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존재"라고 비판했다. 종전 양해각서는 미국과 이란만이 아닌 "그들의 동맹들"의 군사 작전 종료도 규정한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 하노크 밀위드스키 의원은 18일 소셜미디어(SNS)에 빨간 마가(MAGA·트럼프 열혈 지지층) 모자를 벗고 히브리어로 "완전한 승리"를 뜻하는 내용이 적힌 파란 모자로 갈아 쓰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스라엘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8일 발표된 채널12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에서 이스라엘 이익을 지킬 거라고 믿는 응답자는 13%에 그쳤고 대다수인 71%가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41%가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패했다고 생각했고 이겼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란 전쟁을 시작했지만 휴전 협상에선 배제됐고 이란 탄도미사일 제한, 대리세력 지원 금지 등 핵심적 요구사항을 합의문에 단 한 줄도 담지 못했다. 이에 더해 합의는 이란에 석유 수출 재개, 단계적 제재 완화, 막대한 재건 자금 확보라는 경제적 이득까지 안겨줄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미국과 달리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이란 전쟁을 지지해 온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합의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에서 '완충 지대' 구실로 철군하지 않으며 종전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 반발을 찍어 눌렀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는 현 시점 전세계에서 이스라엘에 유일하게 호의적인 국가 원수"라며 "만일 내가 이스라엘 정부 내각에 있었다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강력한 동맹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없으면 이스라엘은 없었다"며 반발을 강하게 짓누른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미사일이 닿을 수 있고 2015년 이란 핵합의에 참여했던 유럽 국가들도 향후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서 비판 확산…"3000억달러 기금 비하면 오바마가 건넨 건 푼돈"

미 공화당에서도 종전 양해각서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18일 성명을 내 "이란 경제 개발과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약 459조원) 기금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2015년 핵합의에 따라 이란에 건네려던 대가를 푼돈으로 보이게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 강경파인 위커 위원장은 이란 군사작전을 재개할 것을 주장해 왔다.

<AP> 통신은 18일 양해각서가 의회에 공개된 뒤 존 튠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및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현재 많은 돈이 이란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란이 얻을 재정적 이득 및 테러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을 조건에 대한 명확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합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질투심에 눈이 멀었거나 나쁜 사람들이거나 바보"라고 일축했다. 이어진 여러 게시글에서 그는 주가 상승과 유가 하락을 반복해서 합의 성공 근거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바논, 헤즈볼라,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완전한 휴전"을 강조했다.

미, 해상봉쇄 해제이란 "호르무즈 건널 땐 신고를" 요금 징수 채비

이날 미·이란 양국은 양해각서 이행에 들어갔다. 미 중부사령부는 18일 이란 해상봉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 미군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 항구 및 연안 지역을 드나드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며 "모든 미군의 봉쇄 활동은 중단됐다"고 했다.

이란은 60일 뒤 호르무즈 해협 요금 징수 채비에 나섰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보면 18일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성명을 내 "양해각서 제5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자 하는 상선들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ir)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해각서에 따라 신청자는 60일간 어떤 수수료 및 요금도 부담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비용은 이란 정부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8일 양해각서 관련 메시지를 통해 "향후 대면 협상이 적의 견해를 받아 들이는 걸 의미하지 않는 건 분명하다"며 이후 협상에서도 강경책을 펴 나갈 것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은 애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 국민과 저항전선의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해 합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19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지역에서 바라 본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배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청래 연임 매직넘버 권리당원 53만표

대통령 불신임·여론 열세에도 1인1표제·7대 3 룰이면 김민석 꺾고 당대표 연임 가능

1인 1표제로 대의원 표 소멸, 권리당원 70% 비중으로 정청래에 유리한 판

7대 3 룰이면 권리당원 57%·53만표가 연임 마지노선, 5대 5면 패배

석달 새 권리당원 53만 명 급증, 출처 둘러싼 유령당원·역선택 의혹 미해소

2026-06-19 06:38:2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의 불신임과 여론조사 열세를 무릅쓰고 연임을 강행하는 데에는 차가운 계산이 깔려 있다.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의 57%, 약 53만 표만 손에 쥐면 당대표 연임이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두 배 가까이 밀려도, 권리당원만 틀어쥐면 이긴다는 구조다. 8월 전당대회 경선 룰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이 매직넘버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9박 10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정 대표는 이날 공항 영접에 나가 대통령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그는 16일까지만 해도 영접에 가지 않을 뜻이었다. 비서실장이 부르면 가는데 아직 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불만을 흘리자, 청와대가 곧바로 불렀고 정 대표는 하루 만에 공항으로 향했다. 안 부르면 안 간다는 신호를 먼저 보낸 모양새다. 영접 대기 때부터 정 대표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불출마하면 대통령의 당무 개입으로 비칠 수 있어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까지 폈다. 정작 연임은 본인의 온전한 의지로 보기 어렵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마지막 날 호남 유세를 마친 뒤 의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취지의 약한 말을 했다. 그런 그를 떠미는 쪽은 이른바 팀 김어준으로 불리는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다. 이번 승부에서 지면 당대표 자리는 물론 정치 생명까지 끝날 수 있다. 의원총회 사진 속 정 대표의 표정이 유독 어두운 까닭이다.

 

1인 1표제가 지운 대의원 표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정 대표가 직접 만든 제도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까지는 권리당원 55%, 대의원 15%, 국민여론 30%로 표 비중이 나뉘었다. 당시 정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5%를 얻고도 대의원 투표에서는 46%에 그쳐 박찬대 의원에게 밀렸다. 대의원 표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당대표가 된 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 1로 맞췄다. 전국 대의원을 다 합쳐도 만 명 안팎이라, 164만 권리당원 표에 묻혀 사실상 증발한다. 이렇게 되면 권리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 구도가 된다. 1인 1표제 자체는 당원 주권을 내건 명분 있는 제도다. 문제는 그 명분 뒤에서 대의원 표라는 변수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데 있다.

 

7대 3이면 53만표, 5대 5면 진다

 

승부의 추는 이 70대 30 비율에 달려 있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 기준으로 권리당원은 110만 명이었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이 33%, 약 36만 명으로 가장 많다. 경기·인천이 26%, 서울·강원·제주가 22%로 뒤를 잇는다. 충청과 영남은 각각 10%에 못 미친다. 권리당원 셋 중 하나가 호남에 몰려 있다. 수도권을 빼면 호남 표심이 당대표를 가르는 길목이다. 정 대표가 호남에 거듭 발걸음을 하며 표심을 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정 대표는 호남에서 66%, 경기·인천에서 68%, 서울·강원·제주에서 67%를 쓸어담았다. 다만 호남 투표율은 51%로 다른 지역보다 낮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호남에서도 정 대표가 김 총리에게 밀린다.

경선룰별 정청래 필요 권리당원 득표율 비교
막대 길이는 이기는 데 필요한 권리당원 득표율(매직넘버). 8·2 전대 실제 당심 66.48%보다 짧으면 승, 길면 패.
정청래 매직넘버(당원 70 · 여론 30 룰) 57.1% · 약 53.6만 표(535,726표) 확보 시 승리 · 예상 유효투표 937,520표
7:3 당원 70 · 여론 30   필요 57.1% · 53.6만 표 · 승 (+9.3%p 여유)
57.1%
6:4 당원 60 · 여론 40   필요 61.1% · 57.3만 표 · 승 (+5.4%p 여유)
61.1%
5:5 당원 50 · 여론 50   필요 66.7% · 62.5만 표 · 패 (0.2%p 부족)
66.7%
8·2 전대 실제 당심 66.48% (당심 재현 기준선)
66.48%
가정: 권리당원 164만5061명(2025년 11월) · 투표율 56.99% · 여론조사 김민석 50 대 정청래 25(양자 환산 정청래 33.3 대 김민석 66.7). 단순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후보군·자격 기준·투표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권리당원 164만 명, 투표율 56%, 그리고 정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에게 두 배로 밀린다는 전제로 돌렸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권리당원 70대 여론 30이면 정 대표는 권리당원의 57%, 약 53만 표로 당대표가 된다. 6대 4로 바뀌면 61%, 57만 표가 필요하다. 60%를 넘기는 일은 작년과 달리 만만치 않다. 5대 5까지 가면 66.7%, 62만 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권리당원 득표율에 맞먹는 수치라 사실상 진다. 정 대표 측이 7대 3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5대 5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민희 의원도 한 방송에서 같은 셈법을 내비쳤다. 1인 1표제는 못 바꾸니, 7대 3을 지키지 못하면 공정성 시비가 일 테고 그래서 결국 7대 3으로 갈 것이라는 취지였다. 팀 김어준 쪽도 1인 1표제와 7대 3 룰을 함께 사수하라고 강조한다.

경선룰별 정청래 예상 최종 득표율
정청래 당원 득표율을 8·2 전대 수준(66.48%)으로 가정 · 김민석과 양자 대결 · 최종 득표율 50%를 넘으면 승.
당원 기여 여론조사 기여
7:3 당원 70 · 여론 30   당원 46.5 + 여론 10.0 = 최종 56.5% · 승
 
 
6:4 당원 60 · 여론 40   당원 39.9 + 여론 13.3 = 최종 53.2% · 승
 
 
5:5 당원 50 · 여론 50   당원 33.2 + 여론 16.7 = 최종 49.9% · 패
 
 
50% 당선선 (양자 대결 기준)
50%
여론조사 비중이 커질수록 정청래 강점인 당원 기여가 줄어 5:5에서 최종 득표율이 50% 당선선 아래로 내려간다. 최종 = 당원 득표율(66.48%)×당원비중 + 여론조사(양자 33.3%)×여론비중. 가정: 권리당원 164만5061명(2025년 11월) · 투표율 56.99% · 여론조사 김민석 50 대 정청래 25. 단순 시뮬레이션.

 

석달 만에 53만 명, 그 표는 누구 것인가

 

정 대표가 자신하는 근거는 권리당원의 머릿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 111만 명이던 권리당원은 같은 해 11월 20일 164만 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석달 반 만에 53만 명, 48%가 불었다. 대선이나 큰 정치 이슈가 있던 시기도 아니었다. 호남에서 당원이 급증했다는 지역 신문 보도가 잇따랐다. 전북 19만 명, 광주·전남 31만 명이라는 숫자가 돌았고, 한때 77만 유령당원이라는 말까지 번졌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77만 유령당원은 실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호남에서 30만 명 넘는 입당 보도들이 합쳐지며 70만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평소 한 달 입당이 만 명 안팎인데, 지난해 6~8월 석달간 종이 입당과 온라인 입당을 합쳐 60만 명가량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비슷한 증가가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해명으로 의혹은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졌다. 평상시의 수십 배에 이르는 증가폭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77만이든 60만이든, 비정상적으로 표가 불어났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이 표가 정 대표를 지지해 제 발로 모인 표인지, 누군가 조직적으로 끌어모은 표인지에 따라 전당대회의 향방이 갈린다.

 

2021년 이낙연 몰표 15만, 신천지 역선택

 

1인 1표제의 급소는 역선택이다. 이중당적이 허용되는 한, 다른 당 지지자나 종교 단체 신도가 민주당 권리당원이 되어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빈말이 아니다. 지난 2021년 9월 대선 경선의 마지막 서울 지역 3차 투표가 그 증거다. 직전 경기 지역까지 권리당원 투표에서 55%를 얻으며 과반을 굳히던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3차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7만4천 표에 그쳤다. 같은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에게는 15만 표가 쏟아졌다. 그 이전 어느 지역에서도 나오지 않던 몰표였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신천지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의혹으로 따라붙는다. 당시 동원됐을 표가 그사이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다. 신천지의 국민의힘 경선 개입은 지금 수사를 받고 있다. 같은 조직이 민주당 경선만 비껴갔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정황은 호남에서도 읽힌다. 이번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이낙연계 핵심으로 꼽히는 신원식 전 전북정무부지사가 이원택 후보 지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원택 후보가 낙선했다면 정 대표의 연임 발판도 흔들렸을 자리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5월 28일 전주로 내려가 후보들을 밤 10시에 모아 이원택 지원을 독려했다. 이낙연계 새미래민주당의 전병헌 대표는 6월 들어 정 대표를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친청 진영으로서는 단 한 표라도 아쉬운 처지라, 호남에 근거를 둔 이들의 표심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국힘도 바라는 연임, 2018년의 정청래

 

정 대표의 연임을 국민의힘이 반긴다는 정황도 드러난다.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국힘 입장에서 정 대표가 김 총리보다 낫다고 했다. 정 대표가 강성이라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유리하게 본다는 이유였다. 대화 상대로는 오히려 김 총리를 꼽았다. 외연 확장에 능한 상대보다 집토끼만 끌어안는 상대가 다루기 편하다는 속내다.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정 대표를 더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체 적합도에서는 김 총리가 앞서고,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정 대표는 요즘 이재명 대통령을 월드 클래스 지도자라 추켜세운다. 그런데,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서 그는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두고 "생각하기조차 싫다"고 했다. 압수수색을 당하던 그를 "도와주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자 평가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정작 정 대표는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겨눈 국정조사나 특검에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여당 대표라면 마땅히 나설 사안에서 비켜서 있다. 8월 전당대회의 승부는 결국 경선 룰에서 갈린다. 7대 3이 지켜질지, 석달 새 늘어난 53만 표의 정체가 무엇일지. 두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점입가경 선관위…사퇴한 서울시 선관위원장, 선거 직전 3개월간 단 7일 출근

"전국 시도선관위원장 17명 중 3개월간 10일 이상 출근한 위원장은 딱 1명"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6.06.19. 10:31:43

'투표용지 부족'으로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선거 직전 3개월 동안 출근한 날이 절반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마찬가지로 사퇴한 오민석 서울시 선관위원장은 같은 기간에 단 7일만 출근했다.

<JTBC>는 18일 "전국 시도선관위원장 17명을 다 살펴보니 같은 기간 10일 이상 출근한 위원장은 딱 1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오민석 전 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모두 7일, 3월과 4월에는 한 달에 하루만 출근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됐던 다른 지역의 선관위원장들도 오 전 위원장의 출근 일수와 비슷했다. 경기도와 인천 선관위원장은 같은 기간에 각각 8일과 7일, 대구는 6일, 부산은 8일만 출근했다.

전국 시도선관위원장 17명 가운데 선거 전 3개월 동안 10일 이상 출근한 위원장은 울산 선관위원장 단 한 명뿐이었다.

시도선관위원장은 관례적으로 해당 지방의 법원장이 맡아 왔다. 선간위원장은 비상임직이기에 출근 의무 규정은 없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7차 위원회의'가 열린 1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관련 조형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허환주 기자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반기 과방위원장 최민희, 유튜브·OTT 포함하는 통합미디어법 내놨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체제 정비…기존 방송법·IPTV법 통합

기존 방송법에서 KBS 분리해 ‘한국방송공사법’ 따로 발의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6.06.19 10:26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디어오늘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규제하는 법 체계에 유튜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하는 통합미디어법 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8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확장된 미디어 전반을 다루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대표발의했다. 기존 방송법에서 규율하던 KBS를 분리해 한국방송공사법도 함께 발의했다.

현재 방송 관련 법체계는 방송법과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으로 이원화돼 있고 여기서 OTT나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규율은 없다. 사실상 방송과 동일한 서비스인데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 사업자 간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규제를 정비하고 새로운 미디어까지 포괄한 통합미디어법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원장이었던 최 의원은 지난해 6월 ‘과방위원장 직속 통합미디어법 TF’(이남표 용인대학교 객원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 한정훈 K 엔터테크허브 대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채영길 한국외국대 교수)를 구성해 관련 법안을 논의해왔고 지난 1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거쳐 5개월 간의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최종 제정안을 마련했다.

▲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구조. 자료=최민희 의원실

이렇게 마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은 기존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정비하고 새로운 규제체계를 도입했고, 전파나 네트워크 설비 등 기술적 유형에 상관없이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매체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라는 하나의 법적 개념으로 통합했고, 서비스의 사회적 영향력과 성격에 따라 ‘공공영역’과 ‘시장영역’으로 분류했다. 기능별로는 ‘콘텐츠서비스’와 ‘플랫폼서비스’로 획정하는 ‘계층적·수평적 규제 모델’을 채택했다.

또한 공영방송을 정의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공적책무를 부여하면서 지원 규정을 마련해 공영방송 위상을 강화했다. 공영방송과 함께 지상파방송을 공공영역으로 분류했고, 기존의 종합편성·전문편성 제도는 폐지했다. 보도 기능이 있는 실시간 시청각미디어콘텐츠서비스(기존 종편이나 보도전문채널)는 ‘보도채널’로 규정해 공공영역에 포함시켰다.

이번 법안의 또 다른 특징은 OTT와 유튜브에 대한 규제를 마련한 부분이다. OTT는 ‘시청각미디어콘텐츠제공플랫폼서비스’, 유튜브 등 콘텐츠 공유 서비스는 ‘시청각미디어콘텐츠공유플랫폼서비스’로 규정한 뒤 동일한 성격의 서비스에 동일 규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는 ‘이용자제작 시청각미디어콘텐츠서비스사업자’로 분류하고 이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신고하도록 해 영향력에 비례하는 규제안을 설계했다. 또한 OTT와 유튜브에 대해서는 콘텐츠 배치나 추천 등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준칙을 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유튜브는 불법콘텐츠 유통을 방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 외 기술개발(R&D), 해외 진출, 전문인력 양성, 지역·중소사업자 지원, 조세감면 근거 등을 명시해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 발전 기반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관련기사

최 의원이 함께 발의한 한국방송공사법은 KBS의 위상을 강화하면서 공적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최 의원은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방송법이 만들어졌던 2000년과는 완전히 달라져 기술 변화와 미디어 이용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법체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의 발의가 통합미디어법제 마련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한 뒤 “방미통위와 관련 업계 및 학계,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과 진지한 논의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북 인도지원 30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KSM'으로 단체명 변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19 10:17
  • 수정일
    2026/06/19 10: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창립 30주년 기념식..."평화로 다시 시작!"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18일 단체 명칭을 'KSM'으로 바꾸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김성경 공동대표(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함보현 감사, 차소민·박성기 회원, 이승환 간사(왼쪽부터)가 우리민족 창립 30주년 비전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18일 단체 명칭을 'KSM'으로 바꾸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김성경 공동대표(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함보현 감사, 차소민·박성기 회원, 이승환 간사(왼쪽부터)가 우리민족 창립 30주년 비전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맏형격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18일 단체 명칭을 'KSM'으로 바꾸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우리민족)은 18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지금까지의 30년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앞으로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가겠다"며 비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KSM'은 우리민족이 지난 30년간 영문 명칭으로 사용하던 'Korean Sharing Movement'의 약칭.

올해초 우리민족 공동대표로 새로 선임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여러 차례의 공동대표 회의를 통해 오늘부터 'KSM'을 우리의 대표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단체 명칭 변경을 공식 발표했다.

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이름은 KSM과 함께 병기하여 30년의 역사와 정신을 계속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KSM'을 단체 명칭으로 사용하되, 'KSM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함께 쓸 수 있다는 것.

올해초 우리민족 공동대표로 새로 선임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오늘부터 'KSM'을 우리의 대표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초 우리민족 공동대표로 새로 선임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오늘부터 'KSM'을 우리의 대표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 대표는 "KSM은 단순한 약칭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 시민과 시민을 잇고 한반도와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30년의 선언"이라고 하면서 "나눔에서 연결로, 일방향 지원에서 시민의 상호성으로 전환을 담은 이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 협력과 공존을 넓히며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고 말했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의 역사를 일단락 마무리짓고 새로운 단계로 계승 발전시키는 일이 단박에 명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민족이 587회(서울-평양 직항로 이용 12회)에 걸쳐 6,587명의 인사들과 함께 방북했으며, 누적 총액 944억 9,247만 4천원에 달하는 인도지원을 했다는 사회자의 설명이 나오자 200여 명의 참석자들속에서는 비감어린 감탄사가 나즈막히 터져나왔다.  

1990년대 중반 북을 강타한 자연재해와 식량난을 목도하며, 1996년 6월 21일 범국민적인 북한동포돕기운동으로 시작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남과 북, 남과 남을 잇고, 한반도와 세상을 이으며 평화의 길을 오롯이 걸어왔으나 어느덧 변화하는 환경에 갈피를 잡기 어렵기도 했던 지난 30년의 세월이 새삼스레 회한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단체 명칭 변경에는 매우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1996년 창립 당시 '우리민족'이라는 이름은 분단과 대결을 넘어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자는 시대적 소망을 담고 있었으며, 그 이름 아래 지난 30년동안 북한 주민을 돕고 남북교류를 이어가고 시민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왔"으나 "남북관계도 변했고, 젊은 세대의 언어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단체명칭 변경을 위한 설문조사와 올해 공개모집을 통해 '평화 공존 협력 연결'의 가치를 담은 많은 제안이 있었으며, 공통된 의견은 "우리민족이 창립 이후 국제사회에서 사용해 온 영문 명칭인 'Korean Sharing Movement'(KSM)이 해외 파트너와 국제기구의 활동 현장에서 이미 우리의 얼굴로 통용되어 왔으니 그 이름을 국내에서도 대표명칭으로 앞세우자는 것"이었다는 점을 특별히 소개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가 18일 저녁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가 18일 저녁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김성경 공동대표(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함보현 감사, 박성기·차소민 회원, 이승환 간사가 낭독한 비전선언문은 1996년 우리민족의 창립이 "동포애를 통해 민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계기"가 되었으나,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민족과 통일이라는 개념을 넘어 평화와 공존, 다양성과 연대의 가치가 더욱 절실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로운 접근과 전략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남과 북의 관계맺음에 더해 △우리 사회안에서의 관계 회복 △이웃국가들과의 관계형성에 좀더 힘을 모으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을 포용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평화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더욱 활기차게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내세우면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며 평화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새로운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변화된 상황에 맞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간 접촉을 유지하면서 남북 평화공존과 상생을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서 평화 문화를 확산하고 한반도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기틀을 다지는 활동을 통해 운동의 지평을 넓혀나가겠다는 것.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한반도와 이웃이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소통, 연대, 협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평화공존의 토대를 만든다'는 비전과 미션이 발표됐다.

이어 새로운 KSM의 활동방향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한 평화문화 확산-시민대화 플랫폼과 서로 배우는 평화교육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 기틀 확립-함께 하는 평화행동과 정책활동 및 재외동포사회와 평화연대 활동 △평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추진-남북 및 국제적 차원의 다양한 대화 채널 확보 및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 남북협력사업 △평화 한반도를 꿈구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KSM-사람과 사람을 잇는 구심점과 지속가능한 활동기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대순 경기도부지사와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크리스토프 호이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장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고 최창남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박찬수 한겨레신문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그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활동해 온 한종만 평양개성탐구학교 동창회장, 후원회원 가족, 미국 친우봉사위원회(AFSC) 아시아지역 코디네이터, 아사달 고려공동체 사회적단체 대표 등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KSM의 새 임원으로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이일영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회장 △쌍계사 주지인 영담 스님△윤여두 매헌 윤봉길월진회 회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목사(이상 고문)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상 상임고문)을 소개했다.

공동대표로는 △강영식 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김광훈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김동신 다우아트리체 회장 △김성경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유완영 SGI컨설팅 회장,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등을 소개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CIA 접촉 구두보고” “조태용에게 패싱”··· 계엄 다음날 홍장원의 진실은

수정 2026.06.19 09:43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1일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과천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방국에 12·3 비상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한 혐의로 입건된 국가정보원 당시 해외 담당국장이 권창영 2차 종합특검에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직접 (전파) 지시를 받았고, 이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도 이 사실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진술을 근거로 홍 전 차장이 메시지 전파에 관여했다고 보는 반면 홍 전 차장은 “패싱당한 증거”며 라며 관여한 바없다고 주장 중이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계엄 당시 국정원 해외 담당 국장이었던 A씨는 특검 조사에서 계엄 다음날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계엄 메시지 전파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 전 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홍 전 차장실에 들렀다”면서 “당시 홍 전 차장은 책상에 앉아 딴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보고를 듣고선 무관심한 듯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앞서 특검은 국가안보실이 2024년 12월4일 오전 국정원에 ‘우방 국가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1차장 산하 직원은 주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에 담긴 계엄 옹호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이 이를 보고받고 재가했다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특검과 홍 전 차장은 A씨와 나눈 대화가 ‘보고와 재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특검 측은 A씨 진술을 근거로 보고가 이뤄졌으며, A씨가 홍 전 차장의 승인을 득했다고 본다. 특검은 만약 홍 전 차장이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파에 반대했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에 불복했듯 A씨를 말릴 수 있었다고 본다.

홍 전 차장은 “(A씨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설령 A씨가 조 전 원장 지시를 말했었더라도 보고가 아닌 ‘전달’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통상 정식 보고는 문건으로 기안되며, 사후보고를 포함해 세 차례 진행되는데 이 경우엔 구두로 한 차례만 진행돼 보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식 보고가 아니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재가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CIA 접촉 후 사후 보고는 조 전 원장에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 측은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을 거치지 않고 A씨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이 유리한 정황이라고 본다. 계엄 당일 체포 지시를 따르지 않아 이미 국정원 의사결정 라인에서 배제된 상태였고, 이 때문에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을 ‘패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 전 차장이 계엄 메시지 전파에 가담했다는 특검 측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앞서 지난달 22일과 지난 11일 홍 전 차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오는 22일엔 3차 조사가 예정돼 있다. 특검 측은 출석 요구서에 홍 전 차장의 혐의를 “비상계엄하에서 계엄을 실행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혐의”라고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청와대 “트럼프, ‘한반도 문제 진전 위해 역할 고민하겠다’ 표명”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6.17 23:44
  •  
  •  수정 2026.06.18 05:58
  •  
  •  댓글 0
 
16일 G7 정상회의 음악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는 이 대통령 부부. [사진-청와대]
16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음악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는 이 대통령 부부. [사진-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해 자신으로서도 필요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위한 기여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하면서, 이에 대해 이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간)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에 따르면,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중동 지역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과 관여를 기대한다”고 요청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같이 밝혔다.

오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오랜 지정학적 역사와 남북 관계 현황 등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표명하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등 양 정상이 함께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G7 정상회의 공식만찬에서 옆 자리에 앉게 된 한·미 정상은 장 시간 여러 의제를 논의했다. 특히, 조선 분야 등에서의 상호 호혜적인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브리핑했다. [사진 갈무리-KTV]
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브리핑했다. [사진 갈무리-KTV]

오 차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타결된 것을 환영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에 성공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두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 내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한·미 정상 간 별도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간에는 다양한 계기에 만들려고 노력을 했는데 일정이 너무 촉박하고 틈이 사실 많지가 않아서 양측 간의 구체적인 날짜를 사전에 협의하기는 무척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만찬 계기에, 바로 더구나 옆자리에 계시는 걸 알게 되면서 특별하게 더 별도의 회담 형식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단체촬영이나 음악회 등 계기에도 자연스럽게 만나 환담할 기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16~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개발, 에볼라, 암 퇴치 등을 포함해 총 8건의 결과문서가 채택됐으며, 대한민국은 G7 정상회의 대부분의 성과문서에 동참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독일, 캐나다, 케냐와 총 3건의 양자회담을 실시하였다. 17일 늦게 귀국길에 올라 18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한동훈처럼 여권 분열? 경향 논설위원 "악순환 초입 아닌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조선 “국정 바꾸라”

경향 논설위원 “대통령과 당대표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넌 건 분명”

미국-이란 MOU 공개… 3000억 달러 지원 동맹국에게 떠넘긴다?

무법천지 된 잠실 시위, 한국일보 “공권력 이렇게 무력해서야”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6.06.18 07:28

▲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앞지르자 조선일보가 “국정 바꾸라는 국민 뜻”이라는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는 “위헌적 특검-국정사유화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했고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허니문이 끝난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여권 내 분열을 ‘윤석열-한동훈’에 비유하며 “악순환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닌지 냉정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9%p 내린 47.7%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3.5%p 오른 49.0%다.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지만 해당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앞선 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동아일보 칼럼 “대통령은 왜 ‘탄핵 가능성’ 언급했을까”

조선일보는 18일 <“잘못하고 있다”가 더 많아진 대통령, 국정 바꾸라는 국민 뜻> 사설을 내고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원인인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와 부동산 등 핵심적 현안의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대통령 사건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에는 공소 취소를 주장했던 인사 등 친여 인사들을 다수 투입했다. 공소 취소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부동산 정책이 민심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언급한 뒤 “선거 이후에도 부동산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최후의 수단이라던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며 “충분한 공급 대책 없이 역대 민주당 정권처럼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칼럼.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는 <이 대통령은 왜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을까> 칼럼을 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이 대통령이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역대 한국 대통령의 탄핵·구속 등 악순환을 자신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한 것에 주목했다. 재판 재개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가 공소취소 집착을 낳고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는 주장이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이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일 터”라며 “앉으나 서나 재판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그토록 공소 취소에 골몰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집착이 산적한 국정과제 처리에 장애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라며 “‘국정기조는 바뀔 게 없다’는 대통령 기자회견에 개딸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격앙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제혁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여권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갈등이 지지율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 예상했다. 정제혁 위원은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서울시장까지 내주며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으니 실패한 선거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에선 친이재명·친정청래 계파 투쟁이 한창이다. 선거에서 실패한 정당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 18일자 경향신문 칼럼.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정청래 당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정제혁 위원은 “지방선거에서 표를 깎아먹은 건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문제였다. 특히 경남·대구·부산 북갑 등 영남권에서 여당에 악재였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의 평가에 이 대목은 빠져 있는 것 같다. 공소취소 논의를 주도한 건 친이계 의원들”이라고 지적했다.

정제혁 위원은 “여당의 선거 실패를 겨냥한 이 대통령 지적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라며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저리 부딪치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선문답식 화법은 진짜 쟁점을 드러내기 곤란할 때 쓴다. 드러낼 수 없는 쟁점은 떳떳하지 않은 쟁점이기 쉽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 자체가 집권세력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위험신호”라고 했다.

정제혁 위원은 “김건희씨 문제로 윤석열과 한동훈이 갈등한 게 비근한 예다. 특히나 선거에서 실패한 세력이 그런 모습을 보일수록 여론의 냉소만 커진다는 게 경험칙이다. 이 또한 윤석열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여권은 악순환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닌지 냉정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오바마 핵합의 비판하더니… “더 어려워진 핵협상”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양해각서(MOU)가 공개됐다. 이란의 재건 및 경제개발을 위해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을 이용해 자금을 조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정권의 이란 핵 합의를 ‘무능한 현금 퍼주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이란 MOU는 그보다 더 양보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경향신문은 15면에 <전쟁 왜 했나… 이란 돈줄 풀어준 트럼프> 기사를, 한겨레는 14면에 <“돈 퍼준 오바마 핵함의” 비난하더니… 트럼프, 더 어려워진 핵협상 ‘부메랑’> 기사를 냈다.

▲ 18일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이번 종전 양해각서 타결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은 싸늘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파기한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와 비교할 때,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이란과 훨씬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이란과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위험은 도리어 커졌고, 이란이 요구하는 경제제재 완화 규모도 커졌다”라고 했다.

MOU에는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이란의 복구와 경제 발전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양측 합의에 따라 수립할 것을 약속하며 최소 3000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보장(ensuring)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일보는 4면 <트럼프 “가짜 뉴스”라더니… 동맹에 454조 재건 기금 떠넘기나> 기사에서 “MOU와 트럼프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 및 걸프 국가 등에 재건 비용을 떠넘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 18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고는 미국이 치고, 수습은 또 동맹에 떠넘기나> 사설에서 “기금 출자를 약속한 동맹·우방국 기업에 한국도 포함됐다고 외신이 잇따라 보도했다. 재건 기금에 미국 정부 자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쟁은 미국이 벌여놓고 그 책임과 수습은 동맹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켜 이란을 초토화시킨 미국은 생색만 내면서 전후 복구의 책임을 동맹·우방국에 전가하는 격이다. 미국은 19일 MOU 서명식 후 이란과의 핵 협상이 완료되고 이란이 합의를 이행할 경우에 집행될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이 왜 전쟁 비용 청구서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동아일보 “시위대에 막혀 칼 빌린 펜싱 국대, 말이 되나”

무법천지로 변한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에 대한 우려 사설이 잇따른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출입이 막힌 것을 놓고 공권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18일 <1명에 막혀 진입 못 하다니…정치권과 경찰 책임 크다> 사설을 내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는 정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명분이 있다고 해서 공공시설 출입을 사적으로 막는 행위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며 “경찰의 대응도 납득하기 어렵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이 눈앞에서 막혔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원칙도, 책임감도 보여주지 못하는 공권력의 대응은 불법 통제가 허용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라고 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시위대에 막혀 칼 빌려 출국한 펜싱 국대, 이게 말이 되나> 사설에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포인트를 쌓아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은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펜싱협회는 법인카드와 은행 인증·결제 수단이 사무실에 묶여 있어 호텔 예약비마저 내지 못하게 됐다”며 “핸드볼경기장에는 펜싱협회 외에도 핸드볼협회, 당구협회 등 총 9개 종목 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들 협회는 당장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와 경상비 60억 원이 묶여 직원 월급도 밀렸다고 한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는 <선 넘은 개표소 봉쇄 시위에 공권력 이렇게 무력해서야> 사설에서 “6·3 지방선거 개표소였던 경기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모여 참정권 보장 시위를 하는 장소였으나, 이젠 부정선거론자 등만 남아 경기장을 봉쇄한 채 선 넘는 일탈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지품을 임의로 검사하는가 하면, 취재기자 폭행, 경찰 모욕, 체육계 인사 사이버 공격 등 위법 행위가 난무한다. 주최 세력 없이 모인 시민들이 뭘 요구하는지도 불분명해 해산을 위한 설득도 쉽지 않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체육계가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증거 채집만 하며 대응에 소극적”이라며 “집회·시위의 자유는 소중하나,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까지 용납해선 안 된다. 불법과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대통령 귀국에 김민석·정청래 함께…내부통합 행보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청와대

  • 입력 2026.06.17 19:30

  • 수정 2026.06.17 19:38

  • 댓글 1

대통령 귀국 계기로 여권 내 분열 봉합 나서

유럽 순방 기간 중 지지층내 분열 극심해져

당청 지지도까지 동반 하락 속 위기감 고조

국정운영 동력 잃지 않기 위해 통합 움직임

전대 앞두고 숨고르기…감정의 골 해소될까

인도·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김민석 국무총리 등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 정무수석,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민석 총리. 2026.4.24. 연합뉴스

오는 18일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귀국 환영장에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9박 10일 유럽순방 기간 정 대표의 대통령 출국 환송행사 불참에서 시작된 지지층 내부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이 대통령이 내부 통합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17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내일(18일) 이재명 대통령 귀국 환영 행사에는 국무총리, 행안부 차관 등 정부 인사와 당대표,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이 대통령 출국 환송 행사에서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당청간 냉기류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특히 김 총리와 정 대표의 8월 전당대회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총리만 환송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서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환송 당일 정 대표가 전북에서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과 오찬을 하는 등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면서 당청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여기에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사태는 확산됐고, 급기야 비당권파에선 정 대표의 거취를 압박했다. 이에 정 대표는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고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은 이재명 대통령 보유국"이라며 몸을 낮췄지만, 내부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유럽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엑스(X)에 올린 여당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글도 내부 갈등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철학자 막스 베버를 인용해 "이상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며 "집권여당은 신념을 버리지는 않되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사실상 정 대표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등 '해석 전쟁'이 벌어지면서, 여권 내부 논쟁은 더 치열해졌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지만 더 이상 지도부가 정부에 부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 대표를 직격했고, 박규환 최고위원은 "당대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것도 대통령 순방 중에 벌써 '시·도당 당선자 워크숍'까지 쫓아다니며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할 여당의 열정을 편 가르기와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쏟아붓고 있는 사람들, 대통령과 국민이 맡겨준 자리에 대한 책임윤리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고 맞섰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대화하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지난 3월 검찰개혁 2단계 국면(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 법안)에서 수사·기소 분리 등 개혁 방향을 두고 여권 내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이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직접 교통정리를 했지만, 이번엔 전개 양상이 달랐다. 해석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조승래 사무총장은 다음 날인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도 여당의 구성원"이라며 "특정 인사나 지도부로 좁혀서 접근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 반목은 이어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5일 라디오에서 정 대표를 향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옳은 태도"라고 했고 김남희 의원도 "정 대표는 지금이라도 빨리 사퇴하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수구·보수언론들이 <문조털불래유 vs 한강새똥돼주길>(조선일보), <문조털래유 대 한강새똥돼주길…'멸칭 대전' 벌이는 與 지지층>(중앙일보)이라고 조롱 섞인 보도를 할 정도에 이르렀지만, 상호 비방전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이러한 여권 내 사분오열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1.5%로 지난주 대비 3.7%포인트(p) 하락했다. 특히 전통적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광주·전라(8.1%p↓), 50대(5.9%p↓), 진보층(5.1%p↓) 등에서 하락폭이 컸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3주 연속 하락한 38.0%로 10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지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44.3%)에 역전됐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와 마찬가지로 광주·전라(6.1%p↓), 진보층(8.7%p↓) 등 주요 지지층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표명하며 '포용과 통합'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15일자, 민주 내분 격화에 "통합" 목소리 부상…"이러다 다 죽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6.17. 연합뉴스

청와대가 귀국 행사에 정 대표를 참석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내부 분열을 수습하려는 통합 행보로 풀이된다. 귀국 행사에서마저 정 대표가 배제될 경우 계파 갈등이 더욱 부각돼 국정 운영 동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 전당대회에 대통령이 개입한다는 일각의 오해를 불식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과 선관위 사태 수습, 각종 개혁 과제 추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권 내부 갈등이 지지율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간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만큼 단발성 귀국 행사만으로는 갈등 봉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4.3%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된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국 선관위 의회·정부 통제 받아…독립성 보장에도 감시구조 갖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6/18 07:22
  • 수정일
    2026/06/18 07: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고경주기자

  • 수정 2026-06-18 05:01

다른 나라는 선거관리 어떻게 하나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본동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노량진제1동 제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명시된 만큼 독립성이 높지만, 의회 감독이나 외부 감사가 사실상 없다. 반면 국외 선거관리기관은 독립성을 보장하되, 의회나 외부 감사기구가 예산·인사·성과 등을 감시·통제하는 구조를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17일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International IDEA)의 ‘국가별 선거관리기관 비교 보고서’(201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24년도 각국의 선거관리기관 비교연구’ 보고서를 보면, 선거관리기관은 크게 독립형, 행정부형(행정부 소속 기구가 선거 관리), 혼합형(독립기구와 행정부 기구가 함께 선거 관리)으로 나뉜다. 독립형은 한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캐나다, 행정부형은 독일·영국·미국, 혼합형은 프랑스·일본 등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선거관리기구의 위상과 상관없이 외부 감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립형인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의 선거관리기관은 헌법상 독립기구로 독립성과 법적 지위가 매우 높지만 의회 감독이나 감사원 감사 등을 받는다.

행정부형·혼합형 선거관리기관은 의회와 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는다. 영국은 하원 의장이 주재하는 위원회가 선관위 예산안과 5개년 계획을 심사한다. 의회 소속 국가감사원(NAO)으로부터 재무 감사와 성과 감사도 받는다. 독일은 통계청장이 연방선거관리관을 겸임하는데 연방감사원 재정 감사를 받고, 감사 당시 지적 사항을 시정했는지 보고할 의무가 있다. 프랑스는 내무부가 직접 선거행정을 담당해 다른 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회계감사원으로부터 재무 감사와 성과 감사를 받는다.

한편, 선거관리위원장이 비상임직인 우리와 달리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선거관리기관장이 상임직이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고경주 기자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교사 손 뿌리친 학생의 한 마디에 충격... '요즘 학교' 이렇습니다

드라마 <참교육> 스틸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장안의 화제다.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구권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봤고, 안 본 사람들도 회자되는 이야기를 통해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할 정도다.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단서를 달아놓아야 할 것이 있다. 학교는 그렇게까지 막장으로 붕괴하지는 않았다는 것. 시적 허용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적 허용이 있으니까 드라마로 봐야지 다큐로 드라마를 이해해선 안 된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인터넷 생방송을 하거나 학생이 조직폭력배처럼 마약을 판매하는 것들이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과장이란 이야기인가? 그것도 아니다. 드라마는 시대 혹은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혹은 고등학생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었다.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 보자. 20세기에는 1970년대 후반의 <고교 얄개>, 1980년대 초반의 <고교생 일기>, 1980년대 말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90년대의 <여고괴담>이 있었다. 21세기에 넘어오면 2000년대에 <두사부일체>와 <말죽거리 잔혹사>가 있었고, 2010년대에는 드라마 <공부의 신>이 있었다.

2020년대에는 과연 어떤 드라마 혹은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대표 학원물이 될 것인가 궁금하던 차에 <참교육>이 떴다. 제목이 얄궂었다. 참교육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이 처음 출범할 때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교육 이념이었다.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었겠으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한 비판이 내용 중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전교조가 출범한 그해에 개봉했던 영화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였다. 이듬해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개봉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교조의 출범이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도 흘러나왔다.

이제 참교육이란 단어는 1989년 전교조가 내세운 참교육의 의미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영화처럼 언어도 늘 변하고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변화된 의미를 캐치하고 그걸 바탕으로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반향이 이렇게도 큰 것일 게다.

도대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영화 <고교 얄개> 이후 근 50년 만에 우리 사회는 드라마 <참교육>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진보 교육감의 등장, 강제 야자 금지

2004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야간자율학습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고교 얄개>나 <고교생 일기>가 보여주던 낭만적 환상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실재의 고교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보기에 흐뭇했던 <고교 얄개>의 이승현이나 <고교생 일기>의 손창민이나 강수연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며 소극적 저항을 하는 이미연으로 바뀐 것이다. 우울한 시대상이었다. 이듬해 1990년에 개봉하여 의외의 흥행을 한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학생이 자살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학생이 자살을 하는 영화가 연달아 흥행을 하던 시대가 1989년과 1990년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다.

1998년 세기말에는 <여고괴담>이 개봉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자살했던 여고생 역할을 맡았던 이미연은 이 영화에서 여고의 교사로 출연한다. 이 영화 이후의 한국 영화는 본격적으로 학교와 교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고등학교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의 최고봉은 <말죽거리 잔혹사>일 것이다. 유명한 권상우의 대사 "대한민국 학교 X까라 해"가 모든 것을 나타낸다. 1970년대 후반에 나왔던 영화 <고교 얄개>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부정적 고등학교의 모습이 2004년에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훨씬 리얼하게 묘사되었다. 1970년대의 학교 자체는 다를 리 없건만, 바라보는 시대가 달라지니 영화에서 묘사되는 학교의 모습이 180도 달라졌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내가 교직에 입문한 초기에 개봉한 영화였다. 2002년에 교직에 들어왔다.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해였고, 노풍이 불면서 그해 12월에는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느낌표>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0교시 문제를 다루며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이슈로 떠오른 것도 2002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학교에서 체벌을 당했고, 강제로 야자가 실시되고 있었다.

여담으로 2011년에 개봉한 <완득이>라는 영화에서 고등학교 교사 역할을 한 김윤석은 왜 야자 인원이 적냐는 관리자의 물음에 말 그대로 야간자율학습인데 왜 강제로 시키냐는 식의 지극히 껄렁한 대답을 한다. 그런 시대였다. 0교시는 폐지되었지만 1교시가 당겨졌고, 여전히 학교에서는 강제로 야자를 하고 보충수업을 했다. 정규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학교는 환하게 불을 켜 놓고 공부를 시키는 모습을 좋아했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계기는 진보 교육감의 등장이었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필두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2011년에 나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강제 야자를 묵인하던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학교로 특별 조사를 나왔다. 야자 강제 실시 여부에 대해 학생들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얄궂게도 내가 담임이던 반이 조사 대상이 되었다. 다행스럽게 내가 야자를 강제로 시켰다고 응답한 학생은 없었다. 고3 담임이었는데, 고1과 고2 담임은 강제로 실시한 것이 드러나 구두 주의를 받았다는 후문이 들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이 났다. 학생들에게 선포했다. 이제부터 야자는 정말로 자율이다. 너희들 마음대로 하거라.

학교장은 3월 초에 강제 야자를 금지하는 교육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침을 고수했다. 그때 교장이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 학교에서 야자가 자율이 아니었던 적이 있는가?"

그랬다. 형식적인 자율이 판을 치던 시대였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교육감은 장학사를 보내서 형식적인 자율을 실질적인 자율로 바꾸기 위한 조처를 한 것이었다. 야자는 진짜 자율이 되었고, 학교에서 체벌은 사라졌다.

나는 좋았다. 이제 집에 가고 싶다는 애를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되고, 야자 인원이 몇 명이 남았나 반별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학교장은 나를 개인적으로 불러서 은근한 압력을 넣었다.

"왜 그 반만 야자 인원이 이렇게 적습니까?"

"제가 자율로 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얼마 전에 장학사가 내려와서 저희 반에서 설문조사를 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공무원인데 교육청 조사까지 받은 마당에 학생들에게 강제로 야자를 남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학교장과 나의 이 대화는 더 이상 과거의 문법이 학교에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제도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너지기 시작한 교사의 교육권

2023년 9월 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와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검은 옷을 입은 교사 1000여 명이 모여 교권 회복을 외치는 모습. ⓒ 조정훈

개인적으로 학교 문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뭔가 이상한 조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회에서부터 이상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진보 세력은 유럽의 교육을 추앙하며 대한민국 학교를 깎아내리고, 보수 세력은 미국식 교육을 칭송하며 대한민국의 교사를 비난하는 모습이 역력해졌다. 방과후에도 학생이 집을 못 가게 하던,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교사들이 갑자기 실력 없고 무능한 교사가 되어 갔고, 권력을 넘어 최소한의 권한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조금만 힘든 일도 학생들이 기피하는 문화가 시작되었다.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학생들을 강제로 방과후에 남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서 문화를 바꿨더니 정규수업마저 생리통으로 빼먹기 시작했다. 화장실이나 교사가 쓰는 교무실은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지 말자고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교실 청소마저 시키기 힘든 학교가 되어 갔다.

학부모들로부터 학교 운영에 관한 의견을 잘 청취하는 학교가 되자고 했더니, 온갖 민원으로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려는 풍토가 생겨났다. 학교폭력을 법과 제도로 막자고 했더니, 사소한 말다툼이 학폭으로 비화되고, 중재하는 교사의 역할이 '가해자 옹호'로 낙인찍혔다. 분명 학교에서 벌어진 일인데, 교사는 힘이 없고 변호사의 입김이 세지는 일이 나타났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공감하던 나는 뭔가 이상 조짐을 느끼면서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권위주의와 부조리를 청산하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교사의 교육권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현장체험학습을 두고 말들이 많다.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이 사고로 사망하고 이로 인하여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것이 아니었어도 현장체험학습 기피 현상은 시나브로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온갖 안전과 위험에 대비한 업무를 교사에게 부과하고, 하나라도 실수가 있으면 형사처벌까지는 아니어도 행정적 불이익에 대한 엄포가 판을 치는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학교밖으로 나가는 건 조그만 위험은 감수하고 그로 인해 교육의 효과를 얻는 과정이다. 여기서 사고를 제로로 만들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부과하는 한,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거였다.

이상 조짐을 확신하게 된 계기는 현장체험학습으로 등산을 추진하면서였다. 2010년대 후반이었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로 현장체험학습을 갔으면 안 벌어졌을 일들이 내가 있던 학교에서 벌어졌다. 등산을 위하여 등산화를 신으며 신발 끈을 조이는 순간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생리통으로 공결을 쓰겠다는 여학생 학부모들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절반 이상의 여학생이 생리 공결을 쓴 것이다. 머릿속에 처리해야 할 서류더미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남학생들은 생리공결이 없으니 이 학생들이라도 온전히 데리고 올라가야지 했는데, 등산 초입부터 아프다고 못 걷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미 학교는 각오하고 있었다. 등산 포기자 프로그램을 만들어놨고, 등산로 초입에서 교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머지 애들이라도 데리고 잘 올라갔다가 내려와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다.

사달은 산 정상에서 일어났다. 높지 않아서 산꼭대기까지 도로가 깔린 산이었다. 기껏 올라온 여학생이 힘들다고 차 타고 내려가겠다면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으나 막무가내. 마지막으로 인정에 호소한다고 팔을 잡아 끌면서 "그러지 말고 걸어서 내려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순간에 여학생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어디를 만져요."

깜짝 놀라서 잡았던 팔을 놓으며 "그래 타고 내려가라"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깨달았다. 막무가내인 학생들을 교육시킬 그 어떤 권한도 나에겐 없다는 것을.

달라진 '참교육'의 의미

2017년 5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5.27 전국교사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세종대로네거리 부근을 행진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경험을 했던 학교가 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몇 년 지나서는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소소하게, 그리고 또 어떤 학교에서는 매우 전면적으로 나타났다.

1989년 '참교육'이란 단어를 들으며 대입을 준비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소룡이 인기를 끌던 1970년대를 묘사한 <말죽거리 잔혹사>였지만, 성룡을 흉내내던 1980년대 고등학생에게도 공감이 백배였다. 그래서 '참교육'에 희망을 걸었고, 전교조의 출범을 반겼다.

그런 시대정신을 안고 출범하였던 전교조의 위상은 지금 어떨까? 현재 교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노조 중에서 제1 노조는 전교조가 아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아래 교사노조)이다. 민주당에서 교사 출신으로 직능대표 몫을 할당받아 국회의원이 된 백승아 의원도 교사노조 출신이다.

교사노조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전교조의 '참교육'과 같은 순수 교육 사안이 아니다. '교사 노조'로서 정체성을 갖고, 교사의 권익 보호를 중점으로 둔다. 제1 노조의 변화는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을 걱정하던 교사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노동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이제 노조의 외피를 쓴 교육운동이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조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렇게 제1 노조의 변화는 학교와 교사의 변화를 상징하고, 달라진 교육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니 보수 진영의 교육감들이 안티 전교조를 이념으로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교육계 내에서 이미 전교조의 위상은 급전직하했는데, 안티테제로서 가지는 정치적 이익 때문에 떨어진 위상이 대중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 문제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2026년 현재의 학교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했던 몇 십 년 전의 학교를 상정하고 말하는 것을 많이 본다. 굳이 냉전의 해체나 AI(인공지능)시대의 도래 등 거대 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세상이 매우 빠르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그중에서도 훨씬 더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이다. 20세기에 경험한 학교의 모습을 갖고 현재의 교육을 논하는 것은 난센스다.

20세기에 한국의 교육을 비판하면서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선생님들이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의 학교는 최첨단 21세기의 시설로 변모하였고, 21세기에 태어난 선생님들이 이미 교단에 서고 있으며, 21세기 벽두에 개최되었던 2002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드라마 <참교육>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지만 왜곡하는 것도 있다. 학교에서 정치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도 학폭 시비가 붙으면 사실 여부에 앞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세상이다. 재선 국회의원의 아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어찌어찌 연줄이 닿아 나에게 전화가 왔을 때, 그 국회의원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악에 받쳐서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과연 절대적 악의 표상으로 나오는 권력자들일까? 과연 인터넷과 유튜브의 시대에 진정한 갑은 누구일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학교를 직시해야 한다. 사실을 직시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거대악을 찾아 이야기를 만들려 하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 학교에서 법과 제도의 힘을 빌려 일상의 부조리가 관철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1989년 전교조의 '참교육' 이념이 빛바랜 자리에 드라마 <참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 자체가 아니라, 달라진 참교육이란 언어의 의미가 상징하고 있다.

#참교육#전교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빨갱이 몰아 조작 기소' 설계한 '한국의 매카시' 오제도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다른 기사 보기

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오제도 편

와세다 전문부 출신에 법원 서기로 출발

열등감 극복하려 반공·기독교 세계관 장착

빨갱이 조작해 열등감 해소, 매카시 닮아

국민보도연맹 결성, 전쟁 중 학살 명부로

국회프락치사건 기획해 평화세력 도려내

김창룡에 간첩 혐의와 비리검사 몰려 파면

박종연 신상규 서성 등 공안검사들의 스승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3권을 펼쳤다. 오제도(吳制道, 1917~2001) 항목 첫 줄이 눈을 잡아끌었다.

"'천하의 오제도'라 불린 사상검사로 남로당 파괴의 주역."

'천하의 오제도'. 이 호칭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그 뒤에 붙은 수식어들이 설명해준다. 국회프락치 사건 조작, 국민보도연맹 조직, 부역자 처형 주도, 조봉암(1898~1959) 사법살인 개입, 3·15마산의거를 공산당 소행으로 몰기.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김창룡(1916~1956)에 의해 자신이 빨갱이로 몰리기까지. 한국공안 역사의 알파와 오메가가 한 사람 안에 들어 있다.

영국에서 이 인물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구조가 선명하게 보인다. 오제도는 단순히 나쁜 검사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공안 검찰의 원형을 만든 사람이었다. 이후 수십 명의 공안검사들이 오제도의 방법론 위에서 활동했다.

 

오제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17년 중국 랴오닝성 안동 출생, 열등감의 씨앗

오제도는 1917년 11월 15일 중국 랴오닝성 안동(安東, 현 단둥)에서 태어났다. 만주에서 유랑생활을 하던 아버지 오정선이 안동에 정착해 낳은 아들이었다. 평안도 안주 출신의 이 집안은 신의주로 이사했다. 그는 일본인 학교인 안동중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여기서 열등감의 씨앗이 심어졌다.

일본 와세다대학 전문학부 법과(3년제, 본과 4년제보다 낮은 과정)를 졸업했다. 이 '전문부' 출신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그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지속적인 요인이 됐다. 해방 후 판검사가 된 사람들 중에는 동경제국대학 출신, 경성제대 출신, 정식 고등문관 합격자들이 즐비했다. 그들과 비교할 때 '와세다 전문부 출신, 법원서기 출신'은 분명 하위그룹이었다.

1940년 신의주지방법원 서기가 됐다. 그리고 1946년 9월 판검사특별임용고시에 합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법학자 김두식의 연구에 따르면 그가 응시한 고시는 '제1회'가 아니었고, 그가 주장한 서기 5년 경력도 실제로는 자격미달이었다. 오제도는 자신의 출발점을 평생 과장하며 살았다.

 

오제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세계사 속의 동류, '열등감이 낳은 공안의 화신'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조의 인물이 떠오른다.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1908~1957) 상원의원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판사가 됐다가 상원의원이 된 그는 엘리트 주류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했고, 그 콤플렉스를 '공산주의자 사냥'으로 해소했다. 증거도 없이 "공산주의자 205명 명단"을 흔들어 수천 명의 삶을 파괴했다.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는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오제도와 매카시의 공통점이 있다. 사회 주류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열등감, 그 열등감을 '빨갱이 잡기'로 해소하는 방식, 그리고 반공을 자신의 정체성 자체로 만든 것이다. 다른 점은 매카시가 결국 공개청문회에서 "당신은 수치심이라는 것을 모르는가?"(Have you no sense of decency) 한마디에 몰락한 반면, 오제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2001년 84세로 자연사했다는 것이다.

 

조지프 매카시(위키피디아)

반공이 '의'를 대체하다, 기독교로 포장된 공안 이데올로기

법학자 김두식의 연구는 오제도의 심리구조를 탁월하게 분석한다. 와세다대학 재학 중 공산주의를 접한 오제도는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 그 갈등을 기독교 신앙으로 극복했다. 이 과정에 "이분법적으로 선악을 나누고 자신을 정의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하는 오제도식 기독교 세계관"이 형성됐다.

이 세계관의 핵심은 이것이다. 반공으로 선의 진영과 악의 진영을 가르고, 선의 진영에는 관대하게, 악의 진영에는 혹독하게 대한다. 1949년 미국인 언더우드 부인 살해사건에서는 피의자 전원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친일경찰 출신이지만 반공주의자인 서영출에게는 최순 살해 교사 혐의로 벌금 2만 원만 구형했다. '반공의 편'이면 살인 교사범도 관대하게, '반공의 적'이면 극형을 달라고 청하는 논리였다.

 

오제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국민보도연맹, 학살의 씨앗을 심다

1949년 오제도는 선우종원(1918~2014), 이태희 등과 함께 국민보도연맹을 결성했다. "좌익 전향자를 계도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좌익혐의자들을 한 데 모아 명단을 관리하는 기구였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조직망이 펼쳐졌다. 그리고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터지자 이 명단이 학살의 명부가 됐다.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보도연맹원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오제도가 씨앗을 심고, 전쟁이 물을 주고, 이승만(1875~1965) 정권이 수확했다. 그 수확의 무게가 얼마나 됐는지는 지금도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다.

 

이승만(나무위키)

국회프락치 사건, 소장파 의원 13명을 간첩으로 만들다

오제도의 반헌법 행위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1949년 국회프락치 사건이다. 당시 국회 내 소장파 의원들이 미군과 소련군 동시 철수를 요구하는 의견을 내고 반민특위 활동을 지지하자, 이승만 정권은 이들을 남로당 프락치로 몰았다.

오제도는 이 사건을 "기획, 수사하면서 이승만 정권에게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소장파 의원 13명이 구속됐다. 이는 제헌국회의원 198명 중 6.5%였다. 이 사건으로 국회 내 자주적 평화세력이 제거됐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결정해버렸다"고 평가한다. 오제도가 조작한 사건 하나가 이후 70년 한국정치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2025년 4월 15일 진실화해위원회는 국회프락치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진실규명 결정했다. 76년 만이었다.

 

제헌의회 국회부의장 신분으로 ‘국회프락치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김약수(왼쪽)와 1949년 6월 .25알 신문 기사 ⓒ유영호

'천하의 오제도'가 빨갱이로 몰린 날

오제도의 이력에는 비극적 아이러니가 있다. 1952년, 방첩대 사령관 김창룡(1916~1956)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한 오제도는 간첩 혐의와 비리검사로 몰려 파면됐다. 빨갱이를 잡던 사람이 빨갱이로 몰린 것이다. 1956년 김창룡이 암살당한 뒤에야 복직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자신을 향했을 때, 오제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물음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오제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공안의 계보, '제2의 오제도'들을 만들다

오제도가 한국 공안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유가 있다. 그가 직접 공안사건을 담당한 것만큼, 그가 만든 구조와 방법론이 이후 수십 명의 공안검사들에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박종연(1927~ ), 신상규(1949~ ), 서성(1942~ ) 등 나중에 '오제도의 제자'라 불린 공안검사들이 오제도의 길을 따랐다.

『반헌법행위자열전』 3권에 수록된 49명의 공안검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제도가 놓은 레일 위에서 활동했다. 오제도는 그 레일의 설계자였다.

 

오제도(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매카시는 1954년 공개청문회에서 몰락했다. "당신은 수치심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한마디에 방청객들이 박수로 응답했다. 미국사회는 매카시즘의 피해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복권했다.

한국에서 오제도는 2001년 7월 1일 사망 전까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74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국회프락치 사건의 피해자들이 76년 만에 진실규명을 받는 동안, 조작의 설계자는 훈장을 받고 자연사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오제도를 떠올렸다. 반공을 이름으로 내걸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구조. 그 구조의 원형을 설계한 사람이 오제도였다. 그리고 그 구조는 지금도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트럼프 “남북관계 근황 어떤가”…이 대통령 “중동처럼 북한도 평화적 해결 주도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열린 초청국 환영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함께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동 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초청국 환영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나눈 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G7 참가국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 현장에서 조우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촬영에 앞서 약 30초 동안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남북관계의 근황이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화답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열린 초청국 환영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함께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앞서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주최국 정상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환영을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마크롱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건넸고, 이 대통령은 영어로 “I am so happy(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미소를 보이며 악수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진 촬영 현장에서 지난 12일 로마에서 정상회담을 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대화를 나눴다.

올해 G7 정상회의에는 개최국 프랑스를 포함한 G7 회원국(미국·일본·영국·독일·캐나다·이탈리아) 및 유럽연합(EU) 정상들과 한국·인도·브라질·케냐·이집트 등 5개 초청국 정상이 참석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규제완화 뒤 검증 안 된 니코틴 300년치 쌓였다

규제 풀린 미검증 화학물질, 전자담배로 흡입…탈루 세액 12조~27조 추정

윤석열 정부 '킬러 규제' 1호로 화평법·화관법 완화, 검사 기준 100㎏→1톤 후퇴

연초 니코틴을 '합성'·'유사' 니코틴으로 택갈이, 추정 탈루 세액 12조~27조원

규제·과세 시행 앞두고 300년치 사재기, 안호영 화평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2026-06-17 06:17:57
 

전자담배 액상으로 팔리는 니코틴 가운데 상당량은 무엇이 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유해성 검사를 거치지 않은 화학물질이 그대로 사람의 폐로 들어간다. 그 길을 연 것이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다. 지금 국내에는 연간 소비량 기준 300년치에 이르는 물량이 쌓여 있다. 정상적으로 과세했다면 거뒀어야 할 세금만 적게는 12조원, 많게는 27조원으로 추정된다.

 

윤석열의 '킬러 규제' 1호가 연 길

 

시작은 지난 2023년이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와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기업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했다. 환경부는 그 1호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꼽았다. 한화진 당시 환경부 장관은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유럽연합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그 결과 검사 기준이 100킬로그램에서 1톤으로 올라갔다. 1톤 미만으로 들여오는 신종 화학물질은 유해성을 따지지 않고 통관할 수 있게 됐다.

 

두 법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 뒤에 만들어졌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 신규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가 의무화됐고, 시행 5년 만에 화학사고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안전장치를 윤석열 정부가 도로 풀었다. 완화 개정안은 지난 2024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재옥 당시 원내대표와 유의동 당시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입법을 뒷받침했다.

 

표결 직전 반대 토론에 나선 사람은 강성희 진보당 의원뿐이었다. 그는 "기업들의 편익을 위해 화학물질 규제를 뒤로 되돌리는 개악"이라고 했다. 본회의에서 같은 목소리를 낸 의원은 거의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의 그림자, 이번엔 직접 빨아들인다

 

규제가 풀리자 니코틴 수입이 급격히 늘었다. 2024년부터 물량이 가파르게 뛰었고,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동안에만 1300톤가량이 들어왔다. 지난해 한 해 들어온 양과 맞먹는다. 수입의 98%가 중국산이다.

 

문제는 이 물질의 정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조사한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흡입 독성을 짚었다. 피부에 닿는 것과 폐로 빨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도 물에 풀어 공기 중에 퍼뜨린 것만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냈다. 전자담배는 그 액체를 입에 물고 곧장 흡입한다. 최 부위원장은 "실용과 안전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검증 없는 유통을 그대로 두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여준성 원주 지역위원장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그는 '담배냐 아니냐'를 따지는 사이 정작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봤다. "어떤 기구를 통해서든 흡입하게 하는 화학물질은 무조건 안전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물질을 흡입하도록 방치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여 위원장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게 가습기 살균제보다 더한 것"이라고 했다.

 

'줄기'에서 '합성'으로, 이름만 바꿔 빠져나간 세금

 

세금 회피는 더 오래된 이야기다.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을 담배로 본다. 2014년 정의가 넓어지면서 증기로 흡입하는 전자담배도 담배에 들어왔다.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밀리리터당 1799원의 세금과 부담금이 붙는다.

 

업계는 이 과세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2016년 한 업자가 기획재정부에 연초의 잎이 아니라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가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다. 기재부는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그때부터 '줄기 니코틴'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줄기와 뿌리만으로 니코틴을 뽑아내는 회사는 국내외 어디에도 없었다. 잎에서 뽑은 니코틴을 서류상으로만 줄기·뿌리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전자담배산업협회의 유착 의혹도 불거졌다. 단속 권한을 쥔 관세청 직원이 허위 신고로 적발된 업체 대표와 중국으로 함께 출장을 갔고, 현지에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정황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이런 의혹 속에 세금 추징은 번번이 빗나갔다. 거액의 개별소비세를 통지받은 업체가 위장 폐업으로 빠져나간 사례도 있었다.

 

'줄기'라는 핑계가 막히자 업계는 '합성 니코틴'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식약처가 성분 분석법을 개발해 들여다보니, 합성이라던 제품에서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 같은 연초 니코틴 성분이 검출됐다. 한 방송사가 의뢰한 분석에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검사한 52개 제품 가운데 50개가 연초 니코틴이었다. 연초 잎에서 뽑은 값싼 니코틴을 비싼 합성 니코틴으로 신고만 한 것이다. 연초 니코틴은 합성 니코틴보다 40배 안팎 싸다.

 

탈루 규모를 두고는 추정이 엇갈린다. 수입한 원액을 기준으로 잡으면 약 12조원, 완제품으로 들여온 양까지 더하면 약 15조원, 수입량 통계 전체로 보면 27조원까지 늘어난다. 광주가 지역구인 정진욱 의원은 "지난 10년간의 통계만 봐도 거의 20조원의 세금이 탈루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300년치 사재기, 그리고 잠든 법안

 

지난해 12월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정의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4월 24일부터 시행돼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도 과세 대상이 됐다. 문제는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시행 전에 들여온 물량은 세금을 물지 않는다. 업계는 규제와 과세가 닥치기 전에 물량을 몰아 들여왔다. 그렇게 쌓인 재고가 연간 소비량 기준 300년치에 이른다.

 

다음 수도 이미 준비돼 있다. 합성 니코틴에 세금이 붙기 시작하자, 업계는 담배 정의에 들어가지 않는 '유사 니코틴'으로 다시 갈아타고 있다. 메틸니코틴 같은 신종 물질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고, 흡입 독성에 대한 장기 데이터가 전무하다. 국회 토론에서는 이런 물질이 화학적 결합을 거치면 필로폰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자담배 형태의 마약이 전체 마약 압수품의 9.5%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함께 나왔다.

 

이를 막을 법안은 국회에 멈춰 있다. 안호영 의원은 인체에 흡입되는 화학물질이라면 어떤 니코틴이든 90일 반복 흡입 독성 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화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진욱 의원은 감사원을 중심으로 국세청·관세청·경찰·기재부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 조사와 국정조사·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친 뒤 "다른 언론사들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닌데 아무도 보도하려 하지 않더라. 정말 독립운동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응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유사 니코틴을 시민이 흡입하게 둬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재고품에 유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검증을 거쳐야 유통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행정 예고는 검사 '완료'가 아니라 '신청'만 하면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결과와 무관하게 의뢰 사실만 있으면 팔 수 있다. 사재기 물량을 팔 수 있는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었고, 표기상 합성 니코틴 제품에는 세금 감면 혜택까지 주어졌다. 취재진이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직접 만나 자료를 건네며 대응을 물었지만, 연락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식품첨가물 회사'라던 업체의 정체

 

뉴탐사 취재진은 성남시 분당구의 한 업체를 찾아갔다. 시중에 팔리는 전자담배 액상 상당수에 찍힌 상표의 주소지였다. 사무실에 있던 관계자는 "우리는 전자담배를 하지 않는다. 식품첨가물, 향료를 한다"고 했다. 두 달째 일감이 없어 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무실 곳곳에는 전자담배 공병과 제품 카탈로그, 니코틴 용액을 담는 통이 놓여 있었다.

 

바로 전날 같은 곳을 찾았을 때는 풍경이 달랐다. 제품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고, 입구 복도에서부터 달짝지근한 향이 진동했다. 액상 한 병의 소매가가 3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그날 쌓여 있던 재고만으로도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세금계산서 없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정황도 엿보였다. 잎에서 뽑은 니코틴에 향료를 섞어 액상으로 만드는 이 과정에서, 어떤 성분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그 기체를 빨아들였을 때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검증되지 않는다. 관계자는 의심스러우면 세무서를 통해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유해성 검사를 제대로 거쳐 전자담배를 만드는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곳은 단 한 곳뿐이다. 비싼 원료를 쓰고 반복 흡입 독성 검사까지 마친 그 업체는 시장에서 밀려나 고사 직전이다. 규정을 지킬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굳어진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300년치 물량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흘러가고 있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의 통상 압박, 당당히 맞서야 한다

  •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6.17 06:11
  •  
  •  댓글 0
 
 
ⓒ 뉴시스
ⓒ 뉴시스

지금은 잠시 전쟁과 안보 현안에 가려져 있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은 여전히 살아있고 범위는 오히려 더 넓어지고 있다. 구글맵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망 사용료 갈등, 개인정보와 데이터 국외 이전,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 AI 인프라 조달, 온라인 플랫폼 규제, 그리고 쿠팡 사태까지다. 미국은 한국이 디지털 경제의 규칙을 새로 짜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에 불리한 판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 위치정보 반출 제한, 개인정보 국외 이전 규제, 망 사용료 논의, 플랫폼 지배력 견제, 공공 클라우드 보안 기준은 모두 ‘비관세장벽’이다.

 

미국은 지난 2월 20일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2월 24일부터 150일을 기한으로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임시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곧바로 사법적 제동을 받았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5월 7일 판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122조상 ‘국제수지 적자’와 같은 것으로 취급해 부과한 관세는 무효라고 판정했다. 다만 이 판결로 10% 관세가 즉시 전면 중단된 것은 아니다. 항소법원이 5월 12일 CIT 판결의 효력을 임시 정지했기 때문에 현재 관세 징수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은 관세에 그치지 않는다. USTR은 지난 3월말 발표한 2026년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의 AI 조달, 디지털 규제, 망 사용료, 위치정보 반출, 개인정보 국외 이전, 클라우드 보안 인증 문제를 한꺼번에 거론했다. 특히 2025년 11월의 한미 공동 팩트시트와 관련해,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대목도 보고서에 포함했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미국의 내부 정책이 아니라 이미 합의된 통상 의무의 이행 문제로 당연시하겠다는 의도다.

구글맵 사안은 대표 사례다. 한국 정부는 2월 27일 구글이 요구해온 1: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구글맵과 구글어스의 위성·항공사진에서 군사·보안시설을 가림 처리하고,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한 뒤 정부 심사와 검토를 거친 경우에만 반출을 허용하며, 등고선 같은 민감 자료는 제외한다는 조건이었다. 또 정부는 조건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반출을 허가하고, 중대한 위반이 있을 경우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조건부라고는 하지만 19년 가까이 막혀 있던 문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망 사용료 문제도 같은 구조다. USTR은 4월 말 공식 SNS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 정책을 “미국 수출업자가 직면한 가장 황당한 외국 무역장벽”이라고 지목했다. USTR은 외국 콘텐츠 제공자로 하여금 한국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들이 한국 통신 3사의 과점 구조를 강화하며 미국 콘텐츠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미국 빅테크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한국 통신망을 이용하면서도, 다른 한국 업체들은 다 내는 비용을 자기들만 안 내겠다는 억지이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조달 문제도 새롭게 전면화됐다. USTR은 2026년 NTE 보고서에서 한국 과기정통부의 고성능 GPU 및 클라우드 자원 조달이 국내 입찰자 중심으로 설계돼 미국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참여가 배제됐다고 문제 삼았다. 국가 핵심 데이터와 공공 AI 인프라의 구축과 운용을 국내 통제권 아래 두겠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선택이다. 미국이 자기의 AI 인프라는 전략산업으로 보호하면서 한국의 동일한 정책을 ‘통상장벽’으로 몰아가는 것은 통상 문제 제기가 아니라 한국의 디지털 산업주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쿠팡 사태는 악질적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한국 정부의 조사와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USTR에 301조 청원을 냈다가 철회했다. 미 공화당 의원이 주미 한국대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주미대사를 통해 단호하게 답변함으로써 미국은 일단 이 문제를 봉합하려는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의 국회의장을 포함한 우리 국민은 미국의 내정간섭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 사태는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차별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상징적 사례로 남아 있다.

 

여기에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압박까지 겹쳐 있다. 한국 국회는 3월 12일 미국 전략산업 투자와 조선 협력에 관한 3500억 달러 투자 이행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5월 20일 주한미국대사 지명자 미셸 박 스틸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의 재원과 사용처를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발언했다. 그녀는 동시에 한국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것은 미국이 그들이 ‘속국’으로 간주하는 한국에 ‘총독’을 보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미국의 공세는 무식한 협박이 아니다. 꽤나 치밀하다. 자기가 유리한 대목에서는 한미 FTA와 팩트시트를 들먹이고, 불리한 대목에서는 122조, 301조, 232조 같은 국내법 수단으로 우회한다. 122조 관세가 법원에서 위법 판정을 받은 것은 이 압박의 약점을 드러낸다. 미국은 강한 법적 근거 위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가 흔들리는 임시 권한과 정치적 위협을 조합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정확히 찔러야 한다.

첫째, 122조 관세에 대해서는 미국 국내법원 판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 법원조차 무역적자와 국제수지 위기를 혼동한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이 이를 정상적인 통상 압박으로 수용할 이유는 없다. 둘째, 301조 압박에는 사실과 법리로 맞서야 한다. 우리의 디지털 규제, 개인정보 보호, 온라인 플랫폼 규제, 쿠팡 조사, 망 사용료 논의가 특정 국가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왔다는 자료를 축적하고, 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의 공익 목적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셋째, 구글맵 사태는 사후 통제의 문제로 넘어갔다. 이미 조건부 허가가 난 이상 이제 핵심은 조건의 실효성이다. 국내 서버 처리,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 등고선 등 민감 정보 제외, 위반 시 승인 정지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조건을 붙여놓고도 집행하지 못하면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넷째, AI 인프라와 공공 클라우드 조달은 통상 문제가 아니라 산업주권의 문제다. 한국의 안보, 산업정책, 데이터 주권을 기준으로 한 조달 원칙이다. 다섯째, 온라인플랫폼법은 조속히 입법화되어야 하고, 망 사용료 부과정책도 서둘러 실행에 옮길 일이다.

다섯째, 한미 FTA와 한미 공동 팩트시트의 재검토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협정을 방패막이 삼아 우리의 입법 주권과 규제 주권을 침식한다면, 한국도 협정의 유지와 재협상, 부분적 조정, 심지어 폐기 가능성까지 협상 카드로 올려놓아야 한다. 그런 카드가 상상조차 불가능한 나라와 가능한 나라는 협상장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다. 구글맵이든 망 사용료든 온라인플랫폼법이든, 그것이 비차별적이고 합리적인 법치에 근거한 것이라면 우리는 당당해야 한다. 주권 국가의 입법권은 눈치의 대상이 아니다. 한미 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일방적 굴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치밀한 준비, 정확한 팩트, 강한 법리, 그리고 우리의 규제 주권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주권을 스스로 지키는 나라라야 미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고 진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