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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창고에 양곡은 없고, 웬 책과 그림만 잔뜩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2/23 16:09
  • 수정일
    2023/12/23 16: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완주여행] 책방, 카페, 전시장으로 변모한, 삼례의 양곡창고들

23.12.23 14:25l최종 업데이트 23.12.23 14:29l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4전시관. 창고 문에 농협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4전시관. 창고 문에 농협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성낙선

다 쓰러져가는 양조장 건물이 젊은 연인들이 즐겨찾는 카페로 변하고, 한때 약품창고로 쓰이던 건물이 젊은 작가들을 위한 예술 작품 전시 공간으로 뒤바뀌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일찌감치 허물고, 그 자리에 요즘 세상에 맞는 번듯하고 깔끔한 형태의 새 건물들을 지어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고 모두 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사람들이 그 건물들에서 어딘가 예스러운 분위기를 발견했다. 한편으로는 그 생경한 분위기가 색다른 멋으로 다가온다는 걸 감지했다. 고졸하다는 말을 이럴 때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기교를 모르는 소박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이 푸근해지는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으로 쓰이는 창고와 맹꽁이 조형물. 이곳은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에는 맹꽁이들이 살던 습지였다고 한다.
▲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으로 쓰이는 창고와 맹꽁이 조형물. 이곳은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에는 맹꽁이들이 살던 습지였다고 한다. ⓒ 성낙선
 
여하튼 그곳에 요즘 건물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투박하고 거친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세월이 녹아든 편안함도 있다. 그같은 정경들로 해서, 누군가는 그곳에서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철거 직전의 옛날 건물들이 이처럼 요즘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삼례(전북 완주군)의 '양곡창고'들도 그런 건물 중에 하나다. 전국에, 양곡창고를 카페나 전시 공간 등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곳이 꽤 있다. 전주나 군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전주와 군산에서 가까운 삼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삼례를 전주나 군산과 동일시할 수 없다. 삼례는 좀 더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 전주나 군산보다 한 발 더 진일보한 모습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 성낙선

양곡창고의 시대를 초월한 쓰임새

삼례는 일제강점기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일제가 자행한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다. 이곳의 양곡창고들은 일본인들이 만경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수탈해 일본으로 반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이곳에 대량의 쌀을 보관했다가 그 쌀을 삼례역에서 철도를 이용해 운반해 갔다. 이 창고들이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증거물들이다.

비옥한 곡창지대였던 까닭에, 삼례에는 많은 수의 양곡창고가 지어졌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이 된 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쓸모를 유지했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2010년까지 농협 창고로 사용됐다. 일제시대를 포함해 그때까지 양곡을 저장하는 창고로 쓰인 세월이 무려 90년이다. 그사이 얼마나 거친 시간을 보냈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창고들이 지금 문짝까지 그대로 달려 있다. 수없이 보개수를 거친 결과일 것이다. 그래도 세월을 완전히 감출 순 없다. 2010년 이후로는 그저 쓸모를 다한 창고에 불과했다. 그냥 두면 저절로 없어질 건물들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뜻밖의 상황이 전개된다. 2013년 지자체에서 이곳 양곡창고들을 되살려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 벽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 벽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 전시중인 작품.
▲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 전시중인 작품.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에는 현재 목조 4동, 조적조 2동의 창고가 남아 있다. 이들 창고들이 시대를 초월해, 모두 전시관이나 공연장, 혹은 카페로 탈바꿈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양곡창고로 쓰일 당시의 목조 구조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구조물이다. 그런데 그 구조물이 전시 작품들과 잘 어울린다.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곳 전시관에서는 지금 '한국화시리즈전'과 지역작가 공모전시인 '600℃ moon 최용선 작가전' 등이 열리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곡창고.
▲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곡창고.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내부. 양곡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내부. 양곡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은 담이 매우 낮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사방으로 문이 열려 있다. 굳이 정문으로 입장할 필요가 없다. 후문이 삼례역 주차장과 상당히 가깝다. 삼례역까지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로 바로 후문을 통해서 예술촌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삼례성당 쪽으로도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해, 예술촌을 돌아본 뒤에는 곧장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근처, 쉬어가삼[례:]에 가면 완주군의 역사와 함께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함께 볼 수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근처, 쉬어가삼[례:]에 가면 완주군의 역사와 함께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함께 볼 수 있다. ⓒ 성낙선

전시회를 보고 나오면 또 전시회

삼례문화예술촌 정문을 나서면 왼쪽으로 '쉬어가삼[례:]'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그냥 지나쳐 가기 쉬운데, 삼례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삼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비롯해, 삼례역의 역사가 고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과, 1930년대 삼례에서 학생만세운동과 삼례독서회사건 등 항일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삼례책마을 전경. 양곡 창고를 카페, 책방,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 삼례책마을 전경. 양곡 창고를 카페, 책방,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 성낙선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 책장 사이로 창고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보인다.
▲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 책장 사이로 창고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보인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읍내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왼쪽으로 '삼례책마을'이 보인다. 이곳에는 3개의 크고 작은 창고가 남아 있다. 가장 큰 창고에는 책마을카페와 삼례헌책방, 고서점 호산방 등이 들어서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창고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목조 구조물이 나무로 만든 책장과 역시 나무로 만들었을 헌책들과 한몸이 되어, 서로를 보듬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된다. 

나머지 두 개의 창고는 전시관이다. 한 전시관에서는 '만경강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제강점기 완주-전주-춘포 지역에서 만경강을 젖줄 삼아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문서, 책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다른 건물에서는 '안서와 소월- 시 <못 잊어>는 김억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김억이 쓴 편지 등을 전시중이다. 이 전시회는 소월의 시로 알려진 <못 잊어>가 실제는 안서 김억의 작품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림책박물관  외부. 안전관리, 불조심 등의 글자가 보인다.
▲ 그림책박물관 외부. 안전관리, 불조심 등의 글자가 보인다. ⓒ 성낙선
 그림책박물관 내부.
▲ 그림책박물관 내부. ⓒ 성낙선
 
삼례책마을을 나오면, 그때는 삼례에 있는 양곡창고는 죄다 돌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양곡창고가 더 남아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책마을을 나와서 몇 걸음 더 걸어 올라가면, 길가에 '그림책박물관'이라는 글자가 적힌 표지석이 보인다. 그 표지석 안쪽으로 창고가 하나 더 있다. 창고 유람도 계속되고, 전시회도 계속된다. 이번엔 그림책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랜돌프 칼데콧 등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이 열리고 있다. 이 박물관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옛날 창고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삼례의 양곡창고들은 쓸모를 다한 건물이라고 해서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건물들을 되살려 보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단순히 그 건물들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물만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옛날 창고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또 하나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양곡창고 하나도, 거기에 가야만 찾아볼 수 있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곡창고가 거기가 다 거기 같지만, 실제 가 보면 또 다르다. 무엇을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느냐도 꽤 중요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감동도 다르다.
 
 밤이 찾아온 삼례읍 거리 풍경. 길가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밤이 찾아온 삼례읍 거리 풍경. 길가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성낙선

그림책박물관을 나와서는 다시 삼례책마을 쪽으로 되돌아간다. 삼례책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기 때문이다. 삼례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앞을 지나간다. 최근에 소녀상이 시련을 겪는 일을 자주 본다. 하지만 이곳 삼례에서는 적어도 그처럼 볼썽사나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소녀상에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한 모자와 털옷을 입혀 놨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풍경이다.

삼례의 양곡창고들은 삼례와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문화 향유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곳에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 낡은 것은 낡은 것대로, 오래된 것은 오래된 것대로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삼례문화예술촌은 201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7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됐다. 이곳의 창고 건물들은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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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례문화예술촌, #양곡창고, #삼례책마을, #그림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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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단 뒤집은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 ‘쏘카’는 진짜 사장”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

타다 ⓒ민중의소리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플랫폼 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 주목된다. 법원은 타다 운영사의 원청인 ‘쏘카’가 ‘진짜 사장’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가 운전기사들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준 1심을 뒤집고 당시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21일 판결했다.

 

 

쟁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했느냐 


앞서 VCNC는 2019년 7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던 A씨를 포함해 운전기사 70여 명에게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로서 쏘카가 이용자에게 임대한 차량을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인력파견 업체는 당시 운전기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타다 본사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인원 참축을 진행하게 됐다’며 인원 감축을 통보했다.

인원 감축 명단에 포함된 A씨는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며 2020년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5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쏘카는 A씨를 실질적인 지휘.감독한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쏘카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쏘카는 A씨를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고, A씨는 쏘카에 전속돼 있지 않는다며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A씨는 쏘카의 취업 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했고, 근무내용도 스스로 결정하는 프리랜서였다는 것이다. A씨에 대한 보수도 근로 자체의 대가성을 갖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쏘카는 설령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자는 인력파견 업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쏘카가 A씨의 사용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인원 감축 통보는 주말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일 뿐 운전기사가 부족한 경우에는 여전히 배차될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A씨는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반박했다. 운전기사는 사실상 복무 규정 에 해당하는 각종 규율을 준수해야야 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원고로부터 경고·대면교육·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쏘카는 운전기사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했고, 운전기사는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가 받은 보수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돼 근로 자체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A씨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의 타다 서비스에 필요한 운전기사를 공급한 것에 불과하고, 운전기사인 자신이 근로제공을 한 상대방은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인 쏘카라고 지적했다. 설령 VCNC가 타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실질적 주체라고 보더라도, 쏘카는 VCNC와 공동사업주의 지위에서 타다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였으므로 공동사업주의 법리에 따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원 감축 통보 역시 단순히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취지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쏘카의 주장에 맞섰다.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


이에 대해 작년 7월 1심은 “출발지와 목적지, 경유지 등 운전기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됐고,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A씨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A씨가 그런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운행시간 동안 임의의 장소에서 대기하지 못하고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장소에서 대기한 점, 타다 앱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해야 한 점, 각 서비스 단계에서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멘트 외엔 대화 시도가 불가능한 점 등을 꼽았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드라이버를 위한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은 따로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이 제공됐다”며 “A씨는 노무 제공 과정에서 타다 앱 등을 통해 업무 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는 ‘지휘·감독을 한 적이 없다’는 쏘카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매주 운행시간과 운행조가 특정된 배차표를 배부받았고, 프리랜서 드라이버 계약서에 운행시간을 명시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근무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도 사실상 없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비롯한 프리랜서 운전기사는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는 있었다”면서도 실제 운전기사가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시 각종 압박과 패널티가 주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어 사실상 배차 수락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가 운행 시간 외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겸업이 가능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므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A씨가 지급받은 돈도 운행 횟수와 무관하게 근로시간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제공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의 성격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진짜 사장’임을 분명히 확인하기도 했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에게 A씨를 소개하고 공급한 업체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며 쏘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근거로 프리랜서 운전기사들이 인력파견 업체와 체결한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은 인력파견 업체와 쏘카가 체결한 운전용역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점, 프리랜서 운전기사 채용 시 ‘타다 드라이버 채용’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는 점, 인력파견 업체는 VCNC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외에는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근무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쏘카이고, VCNC는 쏘카로부터 타다 서비스 사업을 위한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참가인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와 VCNC 사이에 체결된 예약중개계약에 따르면, VCNC의 업무 범위에는 ‘타다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합의한 제반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VCNC는 타다 서비스 중개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안에 관해 사전에 쏘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며 “VCNC가 타다 앱을 운영하면서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결국 VCNC 자신의 사업을 위한 업무를 행한 것이 아니라 타다 서비스 운영자인 쏘카를 대행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그 사업 운영에 필요한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후, VCNC를 통해 참가인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참가인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계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확대 위한 제도적 논의 착수해야”


항소심의 이러한 판단이 타다 운전기사들이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5월 타다 운전기사 20여 명은 쏘카와 VCNC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변론이 진행 중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쏘카가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기를 겪었던 드라이버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대노총도 이번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이를 반영해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플램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에 착수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번 판결이 그동안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사실상 사용자 지위에서 지휘·감독을 해왔지만,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려 했던 플랫폼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금부터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여 법적 사각지대 해소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쏘카는 VCNC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고 2018년 타다 서비스를 개시했다. 타다 서비스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인 쏘카가 VCNC가 개발해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타다 앱)을 기반으로 해 타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입한 회원에게 쏘카가 소유한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해줄 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한 운전기사를 알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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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어용?‥ 미국, 핵전쟁에 한국 동원이 목적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22 07:57
  •  
  •  댓글 0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한미 양국은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핵협의그룹(NCG)에서 공동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했다.

▲ 12월 15일 워싱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가 열렸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기항과 10월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억제력 강화의 현시”라고 평가하고, “향후 전략자산 전개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올해 미국 전략자산은 한반도 인근에 총 17회 전개됐다. 이는 작년의 5회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2차 NCG 성명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NCG는 한반도와 역내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의미한다. 즉 한국이 공격받는 것을 억제하고, 공격받았을 경우 이를 격퇴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NCG는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표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명에는 “한반도와 역내”라고 표기되어 있다. 즉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공되는 지리적 범위는 ‘한반도’를 넘는다. ‘역내’는 미국이 즐겨 사용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명에서 언급한 “한반도와 역내”는 사실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한국 사회에서 확장억제는 ‘안보 공약의 최고 표현’으로 평가된다. 즉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최고 수위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신화’에 불과하다. 확장억제의 지리적 범위가 ‘한반도’가 아닌 ‘한반도와 역내’로 표기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한국 방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개념이 아니다. NCG 성명에서 “모든 범주의 미국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라는 언급은 큰 의미가 없다. 바로 다음 문장에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국은 1/N일 뿐이다. 다른 모든 동맹국도 1/N의 비중을 갖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비슷한 논의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존재한다. “한국에 대한 공격”은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이 포함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을 격퇴하는 것은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 방어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미국 전쟁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단지 한국 방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2022년 3월 3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미 공군 폭격기 B-52와 B-1 폭격기를 시찰하고 있다. ‘확장억제’라는 미명 아래 미국의 이런 전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방부 사진

결국 확장억제라는 개념은 한국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개념보다는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이 되었건, 한국이 되었건 혹은 다른 나라가 되었건 ‘북한의 핵공격’에 따른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이다. 또한 확장억제는 지역 범위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북 확장억제’만이 아닌 ‘대중국(그리고 대러시아) 확장억제’의 의미를 갖는다.

어느 경우가 되었건 확장억제는 한국 방어 개념이 아닌 미국 전쟁 개념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 방어용이 아니다. 미국의 전쟁 능력을 확보하는 목적을 갖는다.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NCG는 자기의 과업을 갖는다. 과업의 내용을 보면 NCG 역시, 확장억제 개념처럼, 미국의 전쟁을 핵심으로 하여 설정되어 있다.

이번 NCG 성명은 ▶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 ▶ 핵 및 전략기획 ▶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 ▶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 등을 NCG의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과업이 NCG 회의를 통해 심화하고 있음을 평가했다.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는 위기가 발생하거나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와 역내에 전개하는 협의절차를 의미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폭격기와 잠수함 등)에 관한 작전계획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전략무기가 어느 지역의 어느 대상을 향해 출격하고 공격할 것인가 하는 사항을 다룬다.

확장억제가 한국 방어용이 아닌 미국 전쟁용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핵 협의절차”는 한국과 역내 지역에서 사용할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출동시킬 것인가를 협의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한국과 역내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작전계획(즉 공격 계획)을 다룬다.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은 더 심각한 내용을 갖는다.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어떻게 통합한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과 한국의 무기가 통합되는 것은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이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통합이 완료되면 한반도와 역내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전쟁에 한국은 자동으로 연루된다.

이와 관련하여 7월 1차 NCG 회의에서는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이라고 표현했다.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지원”이라고 표현했다. 모두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는 비교적 간단하다. 위의 세 가지(핵 협의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핵 및 재래식 통합)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많은 연습과 시뮬레이션, 훈련 그리고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 지역과 한국군 그리고 한국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결국 NCG는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핵작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한미 협의체이다. 그 일차적 대상은 북이 될 것이며, 대만 상황 등에 따라 중국으로 확대될 것이다. 2차 NCG 회의가 끝나고, 미국의 핵잠수함인 미주리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한국에 대한 억제력 시현 차원이 아닌 미국의 전쟁 무기를 한반도에 빠르게 보내는 절차에 숙달하려는 것이다.

 

▲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북은 미국의 구상을 정확히 꿰뚫어 본 듯하다. 12월 17일 북 국방성은 한미 양국의 일련의 움직임을 “로골적인 핵대결선언”으로 간주하고, “적대세력의 그 어떤 무력 사용 기도도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성 성명에서 천명된 입장은 18일 ICBM 발사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북은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적들의 대결적 군사 위협 행위들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화성포-18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합참도 인정했듯이 화성포-18형은 “1만 5,000km의 사정거리를 갖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한 것으로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고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에게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라면서, “워싱톤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여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로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즉 미 본토를 향한 핵선제 타격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제의 대결야망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이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중략>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 전개는 두 가지를 함축한다.

첫째, 현재 한반도 전쟁 위기의 본질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북은 미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즉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과 북의 미 본토 핵타격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현 정세의 본질이다. 윤석열 정부는 NCG의 과업 달성에 충실하다. 즉 미국의 한반도 전쟁론에 편승하고 있다.

둘째, 2004년 정세는 올해보다 더 격화될 것을 예고한다. 한미 양국은 NCG 과업 달성을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한반도에 더욱 빈번히 전개할 것이며,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의 미 본토 핵타격 능력 역시 더욱 과시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는 상수가 되고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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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한동훈’ 1면 채운 신문들 “윤석열 아바타 극복” 주문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12.22 07:31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동훈 향한 언론 수식어 “윤석열 아바타” “조선제일검”…극복 과제로 ‘김건희 특검법’ ‘윤석열’ 입 모아

22일자 주요 일간지 1면이 ‘정치인 한동훈 데뷔’ 소식으로 채워졌다. 한 전 장관은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제의를 수락하고 장관직을 사퇴했다.

각 신문 1면의 한 전 장관 기사들을 보면 경향신문은 “‘윤석열 아바타’로 불리는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윤석열 대통령 직할체제로 치르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검사 대통령에 검사 여당 대표 체제’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고 했다.

▲2023년 12월22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검사 출신”, 동아일보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0선’의 50세 검사 출신”이라며 정치 경험 유무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일보는 한 전 장관이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던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여의도 기성 정치의 틀을 깼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그를 1면 기사에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칭하는 한편, 이어진 3면 기사에서 “보수진영의 위기를 돌파하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엘리트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 ‘조선 제일검’ 별칭을 얻었던 한 전 장관은 이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고 썼다.

정치인으로서 한 전 장관 앞에 놓인 과제로 ‘김건희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꼽힌다.

경향신문은 “명품백 수수의혹 보도 이후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크게 높아져 당내에서도 김 여사의 사과 내지 대외활동 중지 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선거 이슈가 특검이 내놓는 김 여사 수사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과 당간 일방적 수직적 관계에 대한 우려도 돌파해야 할 과제”라고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한 전 장관을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 정부 황태자”로 칭했다.

 

동아일보는 “한 전 장관은 2003년경부터 인연을 맺은 윤 대통령에 대해 ‘맹종(盲從)한 적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실제로 윤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에서 직언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소통, 인사 문제 등에 직언하고 실제로 바꿔내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3년 12월22일 경향신문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후 2년도 안 돼 세 번째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킬 정도로 어렵게 된 것은 윤 대통령 탓이 크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지시와 소통 부족, 무리한 인사의 연속,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로 지지율이 가라앉았다”며 “수직 관계가 그대로라면 한 위원장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에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고정애 중앙선데이 편집국장 대리는 “윤 대통령 부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문제는 대통령 부부가 상황을 통제 또는 개선하려는 듯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기야 김 여사가 국정을 논하고 명품 백을 받는 장면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어 “해법은 나와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그제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다만 선전· 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한 게 예다.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도 방법”이라고 했다.

노석철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스타일에 브레이크를 걸고 쓴 소리를 자주내야 한다. 그 첫 시험대는 ‘김건희 특검법’”이라며 “윤 대통령과 함께 특검법에 반대하자니 ‘아바타’ 이미지가 걱정되고, 찬성하자니 내년 총선악재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요즘 윤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떡볶이시식과 해외술자리, ‘김건희명품백’ 의혹 등으로 여론이 최악”이라고 했다.

▲2023년 12월22일 중앙일보, 한국일보 칼럼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려면 언론관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묻는 기자 질문에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군데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더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1월 김성태 쌍방울 그룹 회장이 자신이 머물던 태국에서 KBS와 인터뷰한 것을 두고는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가 귀국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강철원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질문을 평가하며 받아치는 것은 익숙한 화법이지만, 언론이 정치권 사주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한참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 언론사와 기자들을 수사하는 모습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검찰 조사를 받은 기자들 얘기를 들어 보면, 검사는 ‘왜 이런 걸 취재하지 않았느냐’ ‘왜 사실관계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았느냐’ ‘왜 반론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았느냐’ ‘왜 그렇게 급하게 보도했느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이 언론사 내부에서 물어볼 내용을 검찰이 조사하는 걸 보면 취재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미있는 사실은 한 장관이 언론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이란 점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치적 자산도 없는 한 장관이 단박에 여당의 수장이 되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 재원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이 21일 당정협의에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하며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이용자를 현 230만 명에서 2027년 4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내년(2024년) 7월부터 1년6개월간 요양병원 10곳 600명 대상, 이후 2026년 2차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 1월 본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겨레는 “복지부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의료서비스 필요성이 매우 큰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를 지원하려면 연간 1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2026년 2단계 시범사업 때 사회적 논의를 병행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라며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확대와 함께 불필요한 입원 병상을 줄이고 요양원과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요양병원 입원 환자 47만5949명 가운데 의료서비스 필요도가 큰 환자는 14만2739명(30%)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법, 일본기업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 책임 인정

대법원이 21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재확인했다.

▲2023년 12월22일 국민일보 사진 기사

외교부는 이날 ‘제3자 변제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한국기업 등 기여로 재원을 마련해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가 대응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을 넘겼다.

경향신문은 “이미 40억 원을 출연한 포스코 외에 상당수 기업은 기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교도통신에 따르면 소송 피고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도 자신들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문제는 피고(손해배상 주체)도 아닌 제 3자(정부)에 의한 변제 방식을 법원이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15일까지 법원의 공탁관이 피해자 지원 재단의 공탁을 거부한 사례는 수원지법(지원 포함) 5건, 전주지법·광주지법 각 2건, 서울 북부지법·창원지법· 춘천지법 강릉지원 각 1건 등 총 12건”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날 판결로 재단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총 11억 7천만원인데,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20억원을 훌쩍 넘긴다. 아울러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강제동원 소송도 7건 가량”이라며 “이 사건들에 대한 배상금을 모두 합하면 1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국가가 손해배상하라” 첫 판결

1975~1987년 부랑자 선도를 명목으로 일반 시민과 어린이가 공권력에 의해 불법 납치, 감금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21일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 29부(재판장 한정석)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시, ‘박정희 추모 사업’에 500억 원 추가 투입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 건립 사업에 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당초 사업비에서 절반 정도 줄인 규모지만 이미 박 전 대통령 추모 시설이 많은 상황이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미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으로 현재까지 1200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고 했다. 구미시는 새마을 운동테마공원 조성에 사용된 907억 원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은주 조선일보 부국장 겸 에디터는 “노무현 시민센터에 온기가 도는 건‘ 사람’ 때문이다. 창덕궁이 보이는 입지, 정오 요가, 영화 상영, 서가 형 인테리어 때문에 노무현에게 관심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끌린다. 공간을 환경, 여성, 웰빙 같은 대중 키워드로 포장하는 기술까지 썼다. 국고(30%)와 시민 기부금을 모아 땅부터 산 게 탁월했다”면서 “소액 기부자를 모아 동상 대신 땅과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놀면서 시위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땀 흘리는 보수시민의 놀이터가 되고 유치원이 되고, 혁신에 성공한 이들이 자기노하우를 대중과 공유하는 그런 공간. 한마디로 ‘스며드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스며들기’ 가 좌파의 전유물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졸업식 ‘교육감 표창’, 왜 부활했나

강원도교육청이 초중고 졸업생에게 주는 교육감 표창이 6년 만에 부활한다. 2018년 “성적으로 인한 서열화, 수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교사업무 가중” 등의 이유로 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단체협약에 따라 폐지했던 제도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신경호 현 강원도교육감이 21일 “지난 2월 민족사관고 졸업생 때 도지사, 도의회의장, 횡성군수, 안흥면 우체국장상이 있는데 교육감상은 없어 무척 아쉬웠다”고 한다.

 

지지율 30% 대통령, 프랑스에선

▲22일자 동아일보 지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프랑스5 생방송에서 전날 상·하원에서 가결된 이민법은 “프랑스에 필요한 방패”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마크롱 대통령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법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에 이은 이민법 강행으로 지지율이 30%에 머물러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는 우려에 “내 임기는 3년 반이나 남았고 지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스 프랑스 2024’에 선발된 여성이 짧은 머리 스타일로 비판을 받은 점에는 “머리가 짧다고 해서 사람들이 혐오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라 말했다.

 

방통위, 유튜브·넷플릭스 요금 점검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유튜브 등 주요 OTT의 요금 인상 내용과 이용약관, 이용자 고지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금지 행위를 위반했는지 점검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이달 초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기본(베이직) 요금제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외부 거주인과의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와 동법 시행령 42조는 전기통신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전기통신 서비스 이용요금·약정조건·요금할인 등 중요 사항을 설명·고지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 EBS 임직원 만나라?

박현갑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EBS의 재정 위기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EBS를 방문해서 교육방송의 임직원을 만나 보면 어떤가. 재원 지원 등의 방안을 논의하며 공교육 개혁의 불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논설위원은 “(EBS는) 지난해 256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3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수신료 수입,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재 판매 수입,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광고 수입하락 등 경고 등이 켜진 지 오래”라며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내걸고 교육 카르텔 척결과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임직원 자구책을 전제로 공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봄’ 언급된 칼럼들

 

▲ 영화 '서울의 봄' 속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석열 정부 이전엔 차별금지법에 대한 뜨거운 논의라도 있었다. <괴물>은 인간의 내면이나 혹은 사회의 구조적 억압 내지는 남자다운 과 같은 형용사가 주는 폭력을 질문한다. 아름답고 섬세한 문제를 다루는 <괴물>이 애틋하고도 부럽다. 우리 사회는 그 사이 <서울의 봄>과 같은 커다란 악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는 환경으로 뒷걸음쳤다. 윤석열 정부 이후 우리 사회는 30여년 전에 매듭지어졌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합의에 대한 동요를 경험하고 있다.” [경향신문: 강유정 강남대 교수-공감 지능과 연민의 능력]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생 시절 ‘전두환 재판’을 방청하고 쓴 글에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를 다음 세대에 유훈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절차와 과정이 뒤집어진 군사 반란의 교훈을 새기려던 뜻으로 짐작된다. 검사 입장에서 이는 위법과 합법을 규정하는 선명한 잣대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합법, 불법의 이분법이 검찰청을 떠나 사회, 정치 현안으로 연장될 때 해법을 찾기 어려운 데 있다. 정부 3대 개혁 과제인 노동 교육연금이 회계부정, 사교육 카르텔 등 불법 문제에 자리를 내주고 논의가 중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검찰 스타일이 빚어낸 것임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법전에서 실정법을 끄집어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새 소통 방식이 아니면 길을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이태규 논설위원실장-여권의 눈사람 만들기]

“12·12군사 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을 보려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한 보수단체가 며칠 전 중학생이‘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했다는 이유로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한 것이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주 대검 간부들과 단체로 ‘서울의 봄’을 봤는데, 보수단체 주장대로라면 이 총장이 간부들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영화관에 간 셈 아닌가. 게다가 영화를 호평하며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으로 어렵게 이룩됐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소감도 밝혔는데, 이 총장은 더더욱 고발 대상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이념과잉 시대라지만 문화조차, 학교조차 이념의 잣대로 갈라놓으려 해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일보: 손병호 논설위원- ‘서울의 봄’ 단체관람]

 

노지민 기자jmnoh@mediatoday.co.kr

#윤석열#전두환#전두광#서울의봄#넷플릭스#유튜브#구글#신문#방송통신위원회#한도훈#조선제일검#구원투수#윤석열아바타#김건희#김건희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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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인가 뒷거래인가"… 검사 44명 공수처에 고발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김보경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기사입력 2023.12.22. 05:02:59

 

"검찰의 무능일까요? 은밀한 뒷거래일까요? 법이 유독 의사들, 의료기관에게만 더욱 관대해 온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기사를 보고 한 시민이 남긴 댓글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엘리트 계층으로 꼽히는 의사와 검사. 그런데 의사는 범죄를 저질렀고, 검사는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로써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돈도 벌었다.

 

그동안 셜록의 기사에는 불법 안마방을 운영하며 약 40억 원의 수익을 낸 의사(관련기사 : <안마방으로 40억 번 의사, 검찰 덕에 면허취소 피했다>)와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관련기사 : <‘영적인 힘’ 믿다가… 환자는 죽었고 한의사는 살았다>)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년간 지연됐다.

 

기사를 본 시민들은 쉽게 그들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의심했다. 위에 소개한 댓글 외에도, “의사와 법기술자들은 무슨 잘못을 해도 다시 살아나는가”, “공짜 없는 세상이죠. 저 검사들과 가족의 계좌가 궁금해지네요”라는 댓글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손쉽게 하는 이런 의심을 정작 검찰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감사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지적을 받고 나서도. 

 

그 의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셜록이 나섰다. 셜록은 의료면허 취소 위기의 의료인들을 ‘살려준’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셜록은 20일, 검사 44명을 직무유기 혐의(형법 122조)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유죄를 확정받고 의료면허 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 등(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지 않은 검사들이다. 셜록은 직접 작성한 고발장과, 취재를 통해 수집한 증거자료 약 1500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검찰에겐 유죄 확정 의료인 등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대상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은 사람’.(11월 20일부터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의료면허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유죄 판결을 받은 의료인 등의 면허를 취소하지 못했다. 감사원을 통해 밝혀진 사례만 총 47건이다.(사건 중복에 따라 담당 검사는 44명으로 집계)

 

▲ 공수처 고발을 위해 고발장에 증거자료를 첨부하는 모습. ⓒ셜록

 

셜록이 직접 고발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각각의 사건에서 검사는 왜 의료인 등의 의료면허 취소 사건을 주무관청에 통보하지 않았는지 우선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두 번째, 그중에서도 왜 ‘특정 인물’이 피고인인 사건의 결과만 통보되지 않았는지도 밝혀야 한다. 같은 검찰청 내에서도 어떤 사건은 정상적으로 주무관청에 통보가 된 반면, 일부 사건은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각 관할 검찰청은 모두 같은 시스템에 따라 일한다. 이들 모두 ‘인·허가 관련 범죄통보 지침’(대검찰청 예규)에 명시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통보 의무가 뒤죽박죽 이뤄진 건 의아한 지점이다. 

 

 

 

 

 

검찰의 미통보로 면허 취소가 늦어지는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료인 및 약사 중 일부는 ‘취소되지 않은 면허’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벌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와 환자들이 낸 병원비가 포함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유독 특정 의료인에 대해서만 통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통보가 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 때에도 해당합니다.(셜록의 공수처 고발장 일부)

셜록은 지난 9월부터,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 47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 취재를 시작했다.(관련기사 :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47건 리스트, 모두 공개합니다>) 

 

감사원은 2021년과 2023년 정기 감사보고서에서 검찰의 재판결과 미통보로 인해 의료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료인 등 총 47명을 확인해 지적한 바 있다. 이중 25명은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여기엔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와 환자들이 낸 병원비 일부가 포함된다. 

 

16곳의 불법 안마방을 운영한 의사도, ‘영적인 힘’에 기대 환자를 죽게 만든 한의사도 그 47명에 속한다. 또한 △징역 3년의 중형을 받고도 의료면허가 즉각 취소되지 않은 한의사 △유죄 판결 이후 3년 8개월이나 지나도록 면허를 유지한 약사 △취소되지 않은 의료면허를 가지고 매달 8602만 원씩 돈벌이를 계속한 한의사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잘못으로 의료면허 취소 처분이 수년간 지연됐다. 다른 기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영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검찰이 통보해야 할 사건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면허취소 대상이 되는 의료인의 수는 1년에 평균 20명도 되지 않는다. 

 

2017년부터 2020년 4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의료면허 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은 고작 65명. 그중 검찰의 미통보로 의료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료인이 15명이다. 네 명 중 한 명 꼴, 약 23%다. 면허취소 대상 전체 의료인 수에 비해, 검찰이 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건 비중이 너무 높은 상황이다. 

 

▲ 20일 셜록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일주일 내로 담당 부서와 검사를 배정할 예정이다. ⓒ셜록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에게 ‘생명연장의 꿈’을 선물한 검사들. 이들은 합당한 책임을 졌을까. 셜록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감사원이 지적한 미통보 사건 담당 주임검사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감찰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지난 13일, 징계 및 감찰 계획에 대해 “대검찰청 정보공개 세부시행지침 제5조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셜록이 직접 고발에 나선 건 그 때문이다. 검찰 스스로 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나 감찰 계획을 밝히지 않기 때문. 공수처 고발과 별개로, 셜록은 대검찰청이 책임 검사들을 직접 징계하고 감찰을 진행하는지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20일 셜록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일주일 내로 담당 부서와 검사를 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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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2024년, 윤석열 정부 어쩌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한미일 삼각동맹 위기... 하락세의 미국 대통령, 지지율 무너진 일본 총리

23.12.22 05:51최종 업데이트 23.12.22 05:51

▲ 지난 5월 21일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한미일 삼각동맹의 주역들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하락세는 뚜렷해지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치 여정 역시 가시밭길이다. 한미일 동맹에 외교안보 정책의 성패를 건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불길한 2024년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점점 희박해지는 바이든 재선 가능성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점차 그를 향하고 있는 전방위적 압박에 확실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동향이 그렇다. 이 시점에 현직 대통령이 상대 (예비)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경우는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정도다. 특히 단임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는 전례가 없다.
물론 바이든-트럼프 구도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변수는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세는 여전하지만 그를 겨냥하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희망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외 다른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트럼프 외 다른 후보를 대상으로 가정했을 때마저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뉴스웹사이트 '더 메신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의 여론조사가 주목을 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마저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에 7%포인트 앞섰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14%였다. 헤일리 전 대사의 경우도 응답자의 41%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의 37%에 4%포인트 앞선 결과를 얻었다. 이 둘 사이의 결정 유보 응답은 22%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헤일리 전 대사와 2위 자리를 다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우, 41% 지지율의 바이든 대통령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대등한 지지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는 미국 민주당으로서는 절망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비호감에 기댈 희망마저 사라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헤일리 전 대사나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맞대결로 간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고령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공화당으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 점점 다져지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CBS 뉴스가 뉴햄프셔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를 얻어 44% 지지율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15% 포인트 차이로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두 후보 간 격차가 조사 기관에 따라 30%포인트 내외의 격차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거슬리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가족 리스크다. 지난 13일 미국 하원은 찬성 221 대 반대 212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 특혜와 관련해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공화당의 판단에서다.

공화당의 정치 공세 성격이 크고 실제 탄핵 가결까지 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헌터가 연루된 크고 작은 혐의는 대선이 본격화될수록 그를 괴롭힐 것이다. 헌터 바이든은 지난 9월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세금 포탈 혐의까지 기소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동생 제임스마저 형의 이름을 개인 사업에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하원 감독위원회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미시시피주 변호사 리처드 스크럭스가 맡은 여러 소송에서 지인 제임스 바이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치가 점점 진흙탕 싸움에 익숙해져 자극적인 상대 흠집내기가 정책 차별화를 압도하는 양상으로 흐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불리해지는 대선 판도를 뒤집을 묘수보다 위험 요소들이 더 널려 있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일본] 붕괴 초읽기 들어간 기시다 내각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임시 국회가 끝난 지난 13일 도쿄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선두에 서서 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내각제 정치의 '퇴진 신호'인 20% 지지율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지지통신이 지난 8일부터 11일 사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7.1%를 기록했다.

이처럼 낮은 지지율은 기시다 내각은 물론이고 2012년 이후 자민당 연속 집권 역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자민당이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놓기 직전 아소 다로 당시 총리가 이끌던 내각이 받아 든 지지율은 13.4%였다. 14년 시간차를 두고 3.7%포인트까지 접근했지만 이 간격이 더 좁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민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일본 검찰의 본격적 수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첫 번째 요인은 당내 정치인들의 비자금 의혹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세이와정책연구회(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익금에 대한 장부 기재를 고의로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정치자금 수입을 위해 파티 초대권을 매매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다. 다만 판매 수익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할당된 초대권의 수입만 정상 기재하고, 초과분은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아베파는 이런 방식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총액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5억 엔(약 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검찰은 관련 의원이 1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파와 내각의 핵심 인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파 이외도 지수회(니카이파) 등 다른 계파도 검찰 수사망에 포함돼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 정계에 큰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심지어 최대 계파인 아베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의혹 대상인 마쓰노 관방장관을 포함 아베파 각료 4명을 경질했지만 무너지는 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의혹 대상인 니카이파 소속 고이즈미 류지 법무상의 경우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질의 대상을 어디까지 이어갈지 기시다 총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 본인 역시 위기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까지 거듭 부인하고 있던 통일교와의 연계설 관련 거짓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불거지고 있는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깊은 연루설에 기시다 총리는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심지어 자민당 의원 전원에게 통일교와의 유관 여부를 밝히라고 압박하던 기시다 총리였다. 하지만 통일교가 세운 천주평화연합(UPF)의 가지쿠리 마사요시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 공개되면서 도덕성과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작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일·미·한이 연대해 세계를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기시다 내각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기시다 총리 본인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 한 해 세 정상이 다져온 한미일 공조가 2024년에도 굳건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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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개발 기준 바꾸겠다는 윤석열에 전문가들 “누가봐도 표 얻으려고”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랑구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를 찾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도심 주택공급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앞으로는 재개발 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며 안전진단 규제완화를 언급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 중랑2동 ‘모아타운(소규모 노후 저층 주택 정비사업)’ 사업 현장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받아서 이를 통해서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가 있는데, 이렇게 되다보니까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해지기를 바라는 그런 웃지 못 할 상황이 또 일어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제가 방문한 모아타운과 같이 소규모 도시정비 사업은 국가의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 재정 지원과 이주비 융자를 확대해서 국민들의 거주 환경을 속도감 있게 개선하겠다”며 “정부는 국민이 각종 규제를 합리화해서 근본적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집을 찾아서 도시 외곽으로 갈 것이 아니라 직장 가까운 도시 내에 집을 구해서 살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재개발 재건축 착수 기준을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바꾼다는 건 돈만 되면 얼마든지 멀쩡한 건물도 부수고 다시 짓게 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환경 문제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친환경 저탄소 시대라는 전세계적인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태경 토지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제2의 뉴타운과 비슷한 얘기다. ‘재건축 재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돈 벌게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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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 고도화 기반..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으로 간다

[2023년 송년특집③] 북한 내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2.21 21:20
  •  
  •  수정 2023.12.21 21:43
  •  
  •  댓글 1
 

2023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몇 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꿈쩍도 하지 않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답답함에 아쉬움을 보내면서, [2023년 송년특집]을 ①한반도 주변 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핵무력의 급속한 질량적 강화

북한이 12월 18일 오전 발사한 고체엔진 신형 ICBM '화성포-18'형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2월 18일 오전 발사한 고체엔진 신형 ICBM '화성포-18'형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9월 26~2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 제4장 58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명기해 국가 핵무력정책을 '헌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한데 이어 1년만에 '헌법화'까지 한 것은 핵무력 고도화를 기반으로 '우리식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이자 '더 이상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공화국의 핵무력건설정책이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써도 다칠수 없게 국가의 기본법으로 영구화된 것은 핵무력이 포함된 국가방위력을 비상히 강화하고 그에 의거한 안전담보와 국익수호의 제도적, 법률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촉진시킬수 있는 강위력한 정치적무기를 마련한 력사적인 사변'이라고 밝혔다.

'안전담보'와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 정책 결정의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현 단계 핵무력강화의 중대과제는 '핵무력의 급속한 질량적 강화', 즉 △기하급수적인 핵무기 증산 △핵타격수단 다종화 실현 △여러 군종에 강력한 실천배치라고 말했다.

북은 올해에만 △잠수함(신포급 8.24영웅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CM)발사(3.12)  △핵무인수중공격정(해일-1,2형) 수중기폭실험(3.21~23, 3.25~27) △전략순항미사일(화상-1,2형) 발사훈련(3.22) △고체연료 사용 신형 ICBM '화성포-18'형 발사(4.13, 7.12, 12.18) △전술핵공격잠수함(김군옥영웅호) 진수(9.6)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실험(11.11, 11.14) △정찰위성(만리경-1호) 발사(11.21) 등 새로운 무기체계의 실험, 개발을 진행했다.

3월 27일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된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 현장을 알리는 과정에는 각종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소형화, 규격화, 대량 생산 가능한 핵탄두와 함께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를 과시하듯 보도하기도 했다.

신냉전·다극화 인식.. 중·러와 연대 강화

북한이 이처럼 핵능력 고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지난 2년간 급변하는 국제관계 구도를 '신냉전 체계 전환과 다극화 흐름 가속화'로 인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반제자주의 깃발을 선명하게 들고 '혁명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대외활동을 폭넓고 전망성있게 벌이겠다'는 것을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협으로 느끼는 러시아·중국과의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분야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 등 다방면적인 협력에 합의한 뒤 앞서 두차례 실패했던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직 최고위급까지는 아니지만 중국과도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며 핵 및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거부하는 우호세력이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국가로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와 반대로 북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려는 미국과 일본, 이에 협력하는 한국에 대해서는 '핵협의그룹'(NCG) 가동과 핵전략자산의 준 상시배치, '침략적 성격이 명백한 대규모 핵전쟁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는 '실제적인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한미일 협력에 앞장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연초부터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 '괴뢰'라는 '조롱'과 '비아냥'섞인 표현으로 호칭하며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2021년 벽두에 열린 당 제8차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밝힌 북한은 장기전 성격의 '정면돌파전'을 결심한 뒤 연초에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남 투쟁원칙'을 천명하면서 이같은 기조를 3년째 심화, 확대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이미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핵교리를 명시적으로 변경했다. 또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다.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은 군사적 긴장 고조를 예고한 것이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우리의 구상과 결심대로, 우리가 정한 시간표대로'...장·중·단기 종합 발전계획

2023년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제시 과업과 수행결과 [출처-통일연구원]
2023년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제시 과업과 수행결과 [출처-통일연구원]

북은 제6차 전원회의에서 2023년 한해 국가사업의 총적 방향을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을 더욱 확대발전시켜 5개년계획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압축하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수행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여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만들자'는 것을 국가사업의 목표로 정한 것이다. 

인민경제 각 부문에서 12개 중요목표를 정해 무조건 점령하고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강조했다. △알곡 △전력 △석탄 △압연강재 △유색금속 △질소비료△세멘트 △통나무 △천 △수산물 △살림집 △철도화물수송량 등 2023년에 무조건 점령해야할 12개 중요고지를 점령해야만 8차 당대회 이후 3년차에 접어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도약을 이룰 수 있고 국가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실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2023년에 단기적으로 인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 변화를 달성하면서도 생산력 하락을 막고 내구력을 키우기 위한 중기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정비보강 계획도 기본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인데, 이들 중·단기 목표의 지향점은 203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도달하려는 중장기 전략 수행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실제 도달 가능한 계획일까?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8월 겨레하나 평화포럼 발표에서 "북한이 장기적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되어야 할 역량과 자원을 당장의 성과를 위해 소모적으로 '당겨쓰는' 현상을 질타하는 등 장기적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단기와 장기의 상충관계'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주목한다"며, "과제는 산적해 있고 해야 될 일들은 많으며, 정책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핵심은 인적 및 물적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이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짚었다.

특히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이라는 안건을 중심으로 당 제7차 전원회의가 개최되어 눈길을 끌었다. 농업문제 단일 안건으로 당 전원회의가 개최되자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외부의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그보다는 12개 중요고지의 첫번째 고지인 알곡생산목표 점령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농업부문이 자체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당, 전국, 전민이 총동원되어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으로 제시됐다.

△5개년계획 기간에 이상기후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관개체계 완비 △기계공업부문과 농업부문에서 농기계부문을 혁신적으로 개건 △간석지 개간과 경지면적 확대 △농업과학기술발전 수준 고양 등 농업발전 목표와 과제가 제시되었고, 이후 △황주긴등 물길공사와 청천강-평남관개물길공사, 강령호 담수화 공사 완공 △많은 영농물자와 농기계 보장 등 성과를 거두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인 북 내부 상황과 관련해 국내 곡물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세계식량계획(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하는 북한의 연간 식량총수용량 550만톤에 비해 여전히 75만~85만톤의 식량이 부족하여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 쌀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환율 변동폭도 그다지 크지 않아 식량난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비현실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또 제재 장기화와 오랜 국경봉쇄, 코로나 등 재해로 인해 산업연관이 퇴행하는 등 경제위기 또는 성장 한계를 점치는 견해에 대해서도, 체질화된 자력갱생에 과학기술이 접목되고 중·러 등 우호적 대외관계 환경으로 인해 그다지 심각하게 볼 일은 아니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북한은 주요 정책집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기 위해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소집된 당 제8차전원회의도 정해진 목표와 과제를 무조건 수행하는 엄격한 규울확립과 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구축하는 사업에서 미진함이 있다는 지적을 통해 인민경제 각 부문의 분위기를 일신했다.

새로운 군중동원 방식으로 '전인민적 애국운동 중시사상'이 제시되면서 △사회주의애국탄증산운동 △전 사회적 원군 및 탄원열품 △애국미헌납운동 △애국적기금운동 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를 통해 여성들의 역할을 부각한 것도 이 무렵이다.

오직 자체의 힘으로..

북한의 대표적인 시멘트생산공장인 순천세멘트연합기업소. '1호 크링카분쇄기 주감속기대' 보수를 정비보강사업의 주된 과제로 달성한 뒤 소성로와 크링카분쇄기를 '만가동'(완전가동)하여 지난 수십년 기간 동안 하루 최고생산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수천톤의 시멘트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의 대표적인 시멘트생산공장인 순천세멘트연합기업소. '1호 크링카분쇄기 주감속기대' 보수를 정비보강사업의 주된 과제로 달성한 뒤 소성로와 크링카분쇄기를 '만가동'(완전가동)하여 지난 수십년 기간 동안 하루 최고생산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수천톤의 시멘트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달 하순 당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한 북한은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노동신문]은 12월 20일자에서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기 위한 올해의 투쟁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였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오직 자체의 힘으로 걸음걸음 부닥치는 난국을 결연히 타개하며 우리 당의 구상과 결심대로, 우리 당이 정한 시간표대로 새시대에로의 진군을 가속화하여왔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12월 18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포-18'형 발사 △첫 정찰위성 '만리경-1'호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등 핵무력 강화와 함께 △무연탄을 이용한 고품질 마그네샤클링커 생산 성공 △평양시 강동지구 종합 축산농장 건설 △평강군민발전소와 세포군민발전소 등 성과를 열거하면서 '그 어떤 요행수나 외부의 도움이 아니라 오직 자체의 힘으로' 이룬 성과임을 내세웠다.

11월 19일자 [노동신문]은 12개 중요고지에서 새로운 생산공정을 세우거나 약한 고리를 착실히 보강하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립경제의 쌍기둥이라 부르는 금속부문과 화학공업부문에서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김철)에 건설된 '새형의 에네르기(에너지)절약형 산소열법 용광로' △무산광산연합기업소에서 김철까지 연결된 대형장거리정광수송관 △황해제철연합기업소(황철)에 건설된 '새로운 중주파 유도로(교류의 유도작용을 이용해 금속을 녹이는 전기로)' △12월5일청년광산의 '결정망초생산공정' 확립이 주요 성과로 소개됐다.

전력공업부문에서는 △화력발전소의 터빈날개 교체와 공기예열기함 교체 및 보수를, 수력발전소에서는 △발전설비 보수와 퇴적물 준첩 △발전소운용 효율 증대 등을 통해 올해 정비보강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건설건재공업부문에서 천내리세멘트공장의 크링카 냉각설비와 고온공기연소기술에 의한 내화벽돌 생산공정, 대안친선유리공장의 자동차시창유리생산공정 생산능력 확대 등이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었고, 기계공업과 철도운수, 채취공업, 임업, 경공업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정비보강 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자체 역량과 한계를 모두 확인한 바탕위에 선 '자령갱생'의 힘이 있고 북한에 우호적인 대외 환경의 변화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필요한 시급한 문제들은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2025년까지 정책을 잘 추진하고 나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생산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와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 즉 제재완화, 교류협력 등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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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있어야만 살아남는...참으로 '인간다운 삶'

  • 김준 기자
  •  
  •  승인 2023.12.20 21:10
  •  
  •  댓글 0
 

정치는 괴물이 됐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정치의 목적은 수단으로 변질됐고, 표가 되지 않는 인간의 삶은 정치인의 명분 놀이에서 탈락한다.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하얀 눈길에 엎드린 유가족의 모습이 그 증거다. 국가의 부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피눈물 젖은 꽃을 보고도 무시해도 되는 정치가 그 증거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입구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보라색 꽃다발을 나눠주는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지나쳐가고 있다. ⓒ 뉴시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지만, 여당의 고집으로 상정되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사흘 동안 오체투지로 호소했던 특별법이 20일 본회의에서도 통과되지 않았다. 여야는 21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 합의를 이어가겠다 밝혔다.

민주당은 “연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말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 의사가 완강하다. 여야 합의를 고집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안건 상정하지 않는 이상 연내 처리는 어렵다.

특별법은 6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29일 자동으로 국회에 부의됐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김 의장은 안건 상정을 머뭇거린다. 이대로라면 국회법에 따라 60일의 논의 기간 이후인 1월 하순에나 자동으로 상정된다.

유가족들은 이번 본회의(20일)에서 특별법 통과를 호소하며 18일부터 국회 둘레를 오체투지로 돌고 있다. 최저 영하 14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몰려와도, 눈이 쌓여있어도 이들의 오체투지는 계속됐다.

눈이 내린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20일 본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윤재옥, 홍익표 각 정당 원내대표와 70여 명의 국회의원에게 보라색 꽃을 전달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리시안서스 꽃을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전달하며 다시 한번 특별법 통과를 호소했다.

유가족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폭염과 폭우, 한파와 싸웠고 특별법 통과를 거부하는 여당을 규탄하면서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국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유가족은 그저 몇백 개 정도의 표로 보이나 보다.

특히 여당은 유가족을 향해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김미나 의원에게도 솜방망이 처벌 외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나라 구한 영웅이냐’, ‘시체 팔이 족속들’, ‘자식 팔아 장사한다’ 등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김 의원은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이후에도 ‘제가 공인인 줄을 깜빡했네요’라며 해명인지, 조롱인지 모를 답을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의 제명은 여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항의의 표시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30일 참석 정지안이 가결됐다. 이마저도 보조금 및 활동비는 그대로 지급되는 것이 알려졌다. 사실상 30일의 유급휴가였다.

책임자들의 처벌이 요원한 가운데, 18일 참사와 관련해 현장 대응 상황이 기록된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경찰 간부가 실형을 구형받았다. 1년하고도 2달이 지난 뒤 처음 내려진 구형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정보관이 생산한 특정정보요구 보고서 등 4건의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성민 전 부장은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고, 김진호 전 과장은 “박 부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법정에서 방청하던 고 임종원 씨의 아버지, 임익철씨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진실을 은폐하는 데 혈안이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선고 공판은 2월 14일 예정됐다.

민주당은 이후 열릴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50억 클럽, 김건희 특검)을 예고하고 있다. 사안 자체가 민감하고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20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오늘도 민주당은 물러섰다.

 

 

1월 하순이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건 그 과정이다. 민주당의 소극적이었던 태도, 주권을 가진 국민을 무시한 국민의힘의 태도.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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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김건희 호위무사 자처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 저버려"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12.21 07:35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유력한 한동훈

‘김건희 특검법’, ‘명품 수수 의혹’ 대응 발언들 연일 도마 위

중앙일보 “야당 무시 태도, 대다수 국민 혐오 초래해 소탐대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을 이끌 것이 예상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놓고 일부 아침신문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연일 화제가 되는 한 장관의 공격적인 화법에 중앙일보는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했고 한겨레는 “자기정치 하지 말고 공직부터 내려놓으라”고 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 쏟아냈던 발언들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혼자 궁금해 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민주당이) 이걸 물어보면 왜 내가 곤란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야말로 이재명 대표 옹호에 바쁘니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라고 했다.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 주장에 대해서도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했다.

▲ 2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중앙 “부적절한 언행 소탐대실” 동아 “한동훈이 세대교체해야”

▲ 2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한동훈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 비대위원장 잘할 수 있을까> 사설에서 해당 발언들을 모두 나열하며 “상대의 잘못을 같은 방식으로 되받는 것은 책임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며 “총선 정국에서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내는 게 집권당 비대위원장의 핵심 책무다. 한 장관이 ‘자신감을 갖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식의 화법만을 고수한다면 비대위원장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을 무시하는 태도로는 비대위원장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감정의 배설이나 상대방에 대한 조롱식의 말만으론 정치의 본질인 타협은 실종되고 소모적인 정쟁 프레임이 판치게 된다. 비아냥식 화법은 상대에게 모멸감을 안기고, 자기편 강성 지지층을 일시에 결집시킬 수 있을진 몰라도 대다수 국민의 혐오를 초래해 결국에는 소탐대실을 부를 뿐”이라며 “자신의 입장에 앞서 상대방 입장을 경청하며 역지사지로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비대위원장 자리는 맡지 않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역시 한동훈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이 ‘악법’이고 명품백 수수 의혹은 ‘공작’이라 발언한 것을 놓고 “이처럼 노골적으로 ‘김 여사 비호’에 나설 거면, 장관인지 정치인인지 거취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사설 <한동훈, 비대위원장 발표 때까지 장관직 유지할 텐가>에서 한겨레는 “‘법 앞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더니 김 여사에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역시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해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한 장관은 그간 장관직을 이용해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가 대통령 배우자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 위상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는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 21일자 한겨레 칼럼.

권태호 한겨레 논설실장은 <‘한동훈 비대위’가 ‘공공선’일까> 칼럼에서 “모든 말에 민주당 혐오와 적의가 배어 있다. 이런 장관은 없었다”며 “김 여사 명품 백 물음에 ‘민주당이 저한테 물어보라고 (기자들에게) 시키고 다닌다’는 말부터 했다. 기자들이 꼭두각시인가. 기자로서 모욕감을 느꼈다. 사실도 아닌 풍문 전언을 공식 석상에서 장관이 함부로 얘기하는 건 자질 문제”라고 했다.

권 실장은 “1년 반가량 장관으로 무얼 했는지, 무슨 능력을 보여줬는지 알 수가 없다. 온갖 큰소리치던 인사검증은 참혹하다”면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 미국 출장비 내역 ‘정보공개 청구’ 요청 소송, 검찰총장 때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2심 패소 등을 거론하며 “정부 소송 패소 전문 장관”이라고 했다.

▲ 21일자 동아일보 칼럼.

한동훈 장관에 대한 우호적인 칼럼도 있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73년생 한동훈, 가짜 민주화세력 끝장내고 세대교체를> 칼럼에서 “한동훈이 ‘윤석열 아바타’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 때 일 잘해 윤 대통령 총애를 받았다지만 첫째, 한동훈은 술을 입에도 못 대기 때문이다. 둘째,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다. 셋째, 옷도 잘 입고 정제된 언어로 말도 잘해서”라고 했다.

김 대기자는 “‘후진 정치’를 세련되게 질타한 사람이 한동훈이다. 시대착오적 ‘×팔육 정치’를 종식시키고 전대협보다 극단적 좌파인 한총련의 정치 진입을 막으면서, 지긋지긋한 보스정치 팬덤정치를 끝내고, 멀쩡한 보수를 넘어 태도 또한 괜찮은 쿨한 보수로 가려면 73년생 신세대 정치인 한동훈이 ‘세대교체’를 들고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독소조항? 한국일보 “최순실 특검법에도 있었다”

 

▲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오는 28일 통과가 예상되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련 ‘특검법’을 놓고 여당이 독소조항 등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무리한 특검법이지만 시중 여론이 많이 찬성하는 것은 김 여사의 납득할 수 없는 처신 탓이 크다”며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당당히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사설 <‘김건희 특검’은 여야 합의 추천하고 총선 직후 실시로>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 친문 검사들을 투입해 1년 반 넘게 이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그 후 지금까지 김 여사 관련으로 무슨 새로운 단서나 사실이 나온 것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시중에서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이것이 특검 찬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 여론을 존중해 이 사건을 다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면 정략적 이용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이 뭔지 알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특검이 수시로 수사 과정을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해 사실상 수사를 생중계하도록 한 것도 문제 소지가 크다. 특검이 진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총선용 정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김 여사가) 대통령 선거 때는 ‘내조만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선거가 끝나자 다르게 처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당한 반발을 살 것”이라고 했다.

▲ 21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여당이 특검법 독소조항으로 꼽는 수사 과정 ‘언론 브리핑’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3면 <한동훈이 꼽은 ‘김건희 특검법’ 독소조항 확인해 보니>에서 “특검의 언론 브리핑은 지난 몇 년간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며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는 게 한 장관 판단이겠지만, 특검 수사가 필요할 만큼의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악법’의 근거로 내세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지금껏 수사 뭉개다… ‘총선 후 김건희 특검’ 띄우는 한동훈>에서도 “수사과정 브리핑 조항은 ‘드루킹 특검법’은 물론 한 장관이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2016년 ‘최순실 특검법’에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영부인을 겨냥한 특검은 정치적 비극인 데다 총선 시기 수사는 정치적 악용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다만 이런 상황이 초래되기까지 검찰과 여당의 책임도 크다. 법안은 올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여당엔 8개월 협상 시간이 있었고, 검찰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1심 판결까지 나왔지만 ‘보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뭉개왔다. 이런 형편을 무시한 발언은 선택적 언어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의혹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총선과 별개이긴 하나 그 시기는 법무부 장관이 아닌 여야가 국회에서 협상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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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한동훈#한동훈 법무부 장관#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명품 수수 의혹#국민의힘#비상대책위원장#2024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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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최대 위기... 대통령이 바뀌든지, 대통령을 바꾸든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2/21 09:00
  • 수정일
    2023/12/21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반도체 열여덟 번째 특별과외]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들, 탄소 중립 실천... 한국은 정부가 걸림돌

23.12.21 07:01최종 업데이트 23.12.21 07:25

▲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 부터)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2.13 ⓒ 연합뉴스

 
지난 특강에서 대통령님께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 ASML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복습 한 번 하겠습니다. ASML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데 미국, 독일, 대만 등에 있는 생산시설에서 장비 모듈을 제작한 뒤 네덜란드로 보내고 본사에서 조립과 테스트를 마친 후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에 판매를 합니다. 한국에도 R&D센터와 생산시설을 만들 의향은 있지만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ASML의 입장에선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한국에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반도체 장비회사들은 어떨까요? ASML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고 유럽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진작에 탄소배출을 규제하는데 앞장선 곳이라서, ASML이 거기에 발맞추느라 조금 더 앞서 나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회사들의 경우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5대 반도체 장비회사를 꼽으라면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AMAT)와 램리서치(LAM), KLA,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 있습니다.

세계 톱5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탄소 중립 달성 계획
 

▲ AMAT의 탄소중립 목표와 지속가능한 설계의 결과물인 새로운 장비 플랫폼 "비스타라(Vistara)" ⓒ AMAT

 
먼저 AMAT부터 보겠습니다. 2022년 AMAT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AMAT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사가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100% 목표를 달성했고, 전 세계 사업장을 모두 포함하면 69%를 달성한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AMAT 자사의 운영을 위한 탄소 배출(범위 1과2)은 물론 공급사와 고객사에서의 장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범위 3)까지 배출량을 50% 이상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MAT의 탄소 중립을 향한 실천에는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 6월 AMAT의 최고경영자는 세미콘웨스트 행사에서 "넷 제로를 향한 협력적 경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는데 거기서 새로운 장비 플랫폼인 비스타라(Vistara)를 소개합니다. 특정 공정을 수행하는 여러 장비를 하나로 결합한 이 새로운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에 비해 설치 공간은 30%, 에너지 소비는 최대 35%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에너지, 화학물질, 클린룸 면적 등 세 가지를 30% 줄이겠다는 AMAT의 "3x30 계획(지속가능한 설계)"에 따라 나온 첫 작품입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들이 핵심으로 두고 있는 화두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 LAM 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 항목별로 진행사항을 표시해 놨습니다. ⓒ LAM

 
LAM은 어떨까요? LAM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5%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한 계획은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 중립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대한 진행 상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측정 장비를 주로 만드는 KLA가 발행한 연례보고서를 보겠습니다. KLA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2030년까지 범위 1과 2에 해당하는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 KLA는 2023년 부터는 자사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탄소 절감과 관련한 목표와 지표를 참조하겠다고 합니다. ⓒ KLA

 
KLA의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것은 2023년부터는 자사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탄소 절감과 관련한 목표와 지표를 참조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 높은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모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고, 탄소 중립과 관련해서는 각 사가 처한 형편에 따라 별도의 목표를 정한 후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TEL은 탄소 중립을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더 빠른 204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TEL

 
이번에는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살펴보겠습니다. TEL은 애초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초,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촌 전체가 매우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탄소 중립을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더 빠른 204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여러 항목 중 재생에너지 사용 100%는 2031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톱 5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모두 향후 10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고 있고, 2050년까지는 모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습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 (GHG : Greenhouse Gas)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 Greenhouse Gas)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했는데 크게 세 개의 범위(Scope)를 설정했다.

범위 1 (SCOPE 1): 기업의 소유 혹은 통제 범위 안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범위 2 (SCOPE 2): 기업이 구매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범위 3 (SCOPE 3):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 가운데 1과 2를 제외한 기타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이중 범위 3은 부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협력사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에서의 탄소 발생까지 측정하기 때문에 달성이 어렵고 기업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탄소 중립 관련, 구체적인 계획 세우지 못한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메스, 원익IPS, PSK, 케이씨텍, 주성엔지니어링 같은 회사들은 한국 기업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 제조회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탄소 중립 준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각 사의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계 톱5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각 사 홈페이지에 탄소 중립을 위한 목표를 공개하고 또 그와 관련된 연례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경우에는 탄소 중립과 관련된 장기 목표나 보고서를 밝힌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의 환경경영 게시물. 시계순으로 세메스, PSK, 케이씨텍, 원익IPS ⓒ 각사 홈페이지

 
세메스 : 녹색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화학물질, 에너지, 수자원 사용을 저감하고, 폐수 재이용 및 폐기물 재활용을 활성화하며, 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익IPS : 원익IPS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 정비와 미사용 시설 사용 차단 등 유틸리티 설비의 가동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계장치의 처리시설 개선을 통하여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끊임없는 활동으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PSK : PSK그룹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위기에 있어 환경경영이 기업의 필수 책임과 의무임을 인식하며, 환경경영시스템 (ISO14001) 인증을 취득하여 국제표준 따르고 사업장 내에서 실천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케이씨텍 : 케이씨텍은 ISO14001 [환경경영시스템]을 획득하여, 환경개선 및 모니터링 관리와 환경법규 준수를 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환경개선 및 투자를 통해 환경보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통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관리 및 저감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상이 각 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환경 관련 문구입니다. 나아가 한 기업은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환경 정책 및 목표 설정' 항목에 "용지 및 잉크·토너 사용 절감", "청소용품 구매 절감", "식수예약시스템을 통한 조리양 조절로 음식폐기물 감소"등을 활동계획으로 적어 놓는 정도였습니다.
 

▲ 태양광 장비를 함께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RE100 가입 계획을 세워 두는 등 다른 업체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 주성엔지니어링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장비와 함께 태양광 장비를 함께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이 "탄소중립 및 환경이슈 관련 중장기 목표 및 전략"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RE100 가입 계획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밝힌 게 눈에 띕니다.

외국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RE100에 가입하고 재생에너지 달성 목표를 설정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장비업체에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탄소 중립 달성 여부가 반도체 장비 판매를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걸 달성하기 위해 해외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플랫폼 설계부터 다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왜 이렇게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에 소극적인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한국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탄소 중립을 방해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총 발전량의 7.15%입니다.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8.1%에 비하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국내 재생에너지 총발전량은 약 43테라와트시(TWh)로 포스코와 삼성전자, 이 두 회사가 일년에 사용하는 전력량 보다도 적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오히려 낮춰 버렸습니다.

그러니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어디서 재생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으며 어떻게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지난 3월 대통령께서 야심 차게 발표했던 '용인 300조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기억하시나요? 300조 원을 투자해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5개 짓고, 소재·부품·장비 기업 150곳을 유치한다고 했습니다.

그 클러스터를 운영하려면 10기가와트(GW)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측입니다.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그 클러스터 안에 LNG발전소 6기를 신설한다는 계획입니다. LNG발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LNG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가지고 삼성반도체 팹 5개를 운영하면서 RE100을 달성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RE100을 포기하든 반도체 팹 5개를 포기하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겁니다. 삼성전자의 고객사인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에 납품하는 모든 협력업체에 RE100 조기 달성을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통령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습니까?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구하지 못하게 된 삼성전자가 용인 대신 미국의 텍사스에 신규 팹을 짓는 건 기업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삼성전자 미국지사의 경우는 진작에 RE100을 달성한 상태입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유치하겠다는 소부장업체 150곳도 클러스터에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삼성전자조차 구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를 반도체 소부장업체들이라고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반도체 소부장업체들 역시 생산 거점을 재생에너지 수급이 가능한 곳으로 옮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최대 고객사가 있는 한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싶어도 재생에너지를 구하지 못해 들어오길 꺼리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외국으로 옮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RE100이 뭔지 몰라 답하지 못했던 것은 그냥 민망하고 말 일입니다. 하지만 그 후로 RE100과 재생에너지를 적대시하고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가로막는 정책을 펴는 건 국익에 해가 되는 일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입니다. 그 산업에 대한 투자와 발전에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대통령님입니다.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통령님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바뀌지 않으면 저부터도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도체 특별과외 시리즈]
①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경악... 이건 특별과외가 필요합니다 https://omn.kr/1zjg5
② 윤 대통령, 또 틀렸다... '반도체 15만 양병설'은 헛발질 https://omn.kr/1zxnn
③ '곤두박질' 윤 대통령, 지지율 올릴 뜻밖의 묘수 https://omn.kr/2064a
④ 반도체마저? 윤 대통령님, 이러다 나라 망가집니다 https://omn.kr/235lv
⑤ 윤석열 대통령님,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https://omn.kr/23cln
⑥ 윤 대통령, 미국 가서 이것 못하면 반도체는 끝장이다 https://omn.kr/23e8s
⑦ 한국은 요주의 국가? 윤 대통령 때문에 망신살... https://omn.kr/23jvm
⑧ 윤 대통령의 '바보같은 짓'... 벌써 외국서 신호가 오네요 https://omn.kr/23ygd
⑨ 한국언론과 외신의 차이... 윤 대통령 입이 걱정입니다 https://omn.kr/24254
⑩ 우려가 현실로... 반도체가 이 지경인 건 대통령 때문입니다 https://omn.kr/24ec8
⑪ 중국 휴대폰 속 보고 '덜덜'... 대통령님, 이거 정상 아닙니다 https://omn.kr/25l0w
⑫ 대통령의 삽질, 국책연구원의 소신 담긴 반전 보고서 https://omn.kr/25l05
⑬ 윤 대통령 때문에 우리 기업들 문 닫게 생겼습니다 https://omn.kr/25oje
⑭ 미 반도체 가드레일 규정 발표...윤 대통령님, 도대체 뭘 하셨나요? https://omn.kr/25sxm
⑮ 한미동맹 성과? 미국 기업만 살판난 걸 대통령님 모르십니까 https://omn.kr/25xmy
⑯ 외국 반도체업체의 뼈아픈 지적... 윤 대통령이 망치고 있다 https://omn.kr/26o22
⑰ 윤 대통령 '네덜란드 MOU'의 실체... 부끄럽지 않나요? https://omn.kr/26r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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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미·일 삼국동맹 파탄 난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미·일 삼국동맹 파탄 난다?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12/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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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되면 한·미·일 삼국동맹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현재 한·미·일은 미국 주도로 삼국동맹 수준에 가깝게 군사·안보 협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19일(현지 시각)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연 대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한·미·일 삼각 공조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스나이더 연구원은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에 한·미·일이 차관급 대화를 시작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 직후 이를 흐지부지했다고 짚었다. 

 

또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미·일 협력 제도화와 관련해 한국에 한일 간 협력을 반대하는 진보주의자들이 있다면서 “과연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정부가 (한·미·일) 삼자 협력을 고수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긴밀히 결속할 수 있느냐가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파투 내려 할 때 한국의 윤석열 정권과 일본의 기시다 정권이 힘을 합쳐 막아낼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우려해서인지 미국에서는 이른바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미 하원에는 북한과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의 설치 문제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 구성 법안이 제출됐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미·일 삼각 공조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해 보인다.

 

한편 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인정을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인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과 대화해, 북한의 핵무기 동결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관해 스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기존의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 사례로는 2018년 6월 열린 북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성과로 강조한 점을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하게 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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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이기기 위한 박석운의 제안 “야권 비례연합, 후보단일화 하자”

[인터뷰] “진보정치 대단결은 기본 과제, 민주진보 연합정치는 주요 과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19 ⓒ민중의소리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짙은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어떻게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할지를 두고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시작만 했을 뿐 쉽게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현재 여소야대 국회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과반 의석을 또다시 확보한다면 민생과는 반대로 폭주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범여권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국정동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민주진보진영에선 후자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를 염려한 듯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거나 지난 총선 때처럼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에 맞대응해 또다시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국민의 의사가 의석 배분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방향으로 퇴행하는 것이다. 국회 진입을 노리고 있는 군소정당 입장에선 물론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거제도 퇴행을 막으면서 윤석열 정권의 폭주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주요 선거 국면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해 연합정치 촉진자 역할을 해온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해법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한 일종의 로드맵도 마련해 제시했다. 이는 선거제도 문제 해결, 진보정치 대단결, 민주진보 연합정치, 정책연합이라는 4가지 트랙으로 기본 구성된다. 여기에 광장정치가 더해져 ‘4+1 토탈 솔루션(종합 해결책)’으로 명명된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치 대단결은 기본적 과제이고, 민주진보 연합정치는 현실의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멋지게 지는 것도 정답이 아니고 대의명분을 잃으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라며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멋지게 승리하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19 ⓒ민중의소리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짙은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어떻게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할지를 두고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시작만 했을 뿐 쉽게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현재 여소야대 국회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과반 의석을 또다시 확보한다면 민생과는 반대로 폭주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범여권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국정동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민주진보진영에선 후자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를 염려한 듯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거나 지난 총선 때처럼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에 맞대응해 또다시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국민의 의사가 의석 배분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방향으로 퇴행하는 것이다. 국회 진입을 노리고 있는 군소정당 입장에선 물론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거제도 퇴행을 막으면서 윤석열 정권의 폭주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주요 선거 국면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해 연합정치 촉진자 역할을 해온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해법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한 일종의 로드맵도 마련해 제시했다. 이는 선거제도 문제 해결, 진보정치 대단결, 민주진보 연합정치, 정책연합이라는 4가지 트랙으로 기본 구성된다. 여기에 광장정치가 더해져 ‘4+1 토탈 솔루션(종합 해결책)’으로 명명된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치 대단결은 기본적 과제이고, 민주진보 연합정치는 현실의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멋지게 지는 것도 정답이 아니고 대의명분을 잃으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라며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멋지게 승리하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회 각계 원로들이 모인 가운데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 제안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원탁회의에 이름을 올렸다. ⓒ민중의소리

“신설 선거연합정당으로 진보정치 대단결 필요”

박 대표는 현재 진보정치가 분열과 갈등을 반복하면서 주류에서 밀려나 주변화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정치가 대중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이 아닌 중심인 제도권 정치, 즉 국회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교두보가 필요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교두보 전략을 만드는 데는 현실적으로 연합정치가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 여러 갈래로 분열된 진보정당들이 서로 ‘우리가 더 좋다’고 말한들, 누구도 유권자로부터 의미 있는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구멍가게 간판들을 제각각 내걸고 각개약진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며 “누가 잘했고 못 했다는 걸 따지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문제 타개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타개책은 진보정치 대단결”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정치 대단결의 구체적인 형태는 ‘신설 선거연합정당’이 돼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구상이다. 선거연합정당은 총선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정당이 함께 연합한 정당을 뜻한다. 지역구 후보나 비례대표 후보가 각 정당의 이름으로 출마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연합정당 이름으로 출마하게 된다. 박 대표의 구상대로 진보정당들이 하나의 선거연합정당을 만들면 유권자들에게 ‘진보의 단일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여기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원내 정당인 정의당과 진보당이다. 큰 틀에서는 두 정당 모두 총선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가치 중심의 선거연합신당’을 제안했고, 진보당도 ‘하나의 진보정치연합’을 제안했다. 특히 정의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박 대표는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선거연합정치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며 “5단계 정도의 변증법적 과정이 필요한데 그중 1단계가 풀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설 선거연합정당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정의당의 제안은 ‘정의당 플랫폼’을 전제로 한 것이라 추진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진보당은 “특정 하나의 정당으로 들어가는 플랫폼보다는 밖에서 크게 플랫폼을 만들자”고 역제안을 했다. 정의당의 제안을 수용한 건 녹색당뿐이다. 박 대표도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한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제안은 흡수합당 방식인데 진보당이나 노동당이 받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박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신설 선거연합정당이다. 박 대표는 “이건 가설 정당을 만든다거나 흡수합당 방식으로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신설 합당 방식으로 정당이 만들어지면 각 정당의 권리와 의무 관계가 신설 합당된 정당에 모두 승계가 된다는 게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문제는 과거 합당을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 다들 트라우마와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끝난 뒤 배짱이 맞아 계속 그대로 가자면 계속 가면 되는 거고, 이혼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면 아름답게 이혼하자고 미리 약정하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큰 흐름에 서로 동의가 된다면 그 외 치수 조정해야 할 것들은 구체적으로 조정해 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통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의명분’과 ‘실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개를 다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그게 현실정치이자 전략전술”이라며 “자꾸 당위론만 얘기해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진보 4당은 대의명분에 있어서는 일치하는 것 같고, 실리에 있어서도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미세한 문제도 많지만, 진실한 소통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더 중요하게는 ‘옳은 길로 가라’는 대중적 압박이 필요하다”며 “범진보 시민들은 연합정치를 갈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19 ⓒ민중의소리

“민주진보 연합정치, 대의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는 방법”

여기서 선거제도는 진보정치가 국회로 진입하는 데에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군소정당에 매우 불리하다.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면서 군소정당의 국회 진입로가 이전보다 넓어지게 됐다. 정당이 받은 지지만큼 국회 의석수가 일정 부분 배분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적 허점으로 인해 ‘위성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군소정당에 돌아가야 할 의석까지 챙겨갔다. 민주당이 ‘180’이라는 역대급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싹쓸이하려고 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게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덕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은 거셌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민주당으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민주당 안에선 다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터져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언급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의 과반 의석 차지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비판을 받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퇴행하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다만 “당위론만 가지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의명분뿐만 아니라 실리도 있어야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도 대의명분에 실리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연합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민주당의 자칫 잘못하면 과반수를 못 차지하는 거 아니냐, 또 제1당 자리를 빼앗기는 거 아니냐는 현실적인 위험성에 대해서 솔루션이 있어야 된다”며 “만약 ‘위성정당 방지법’도 만들지 못하고 현행대로 가게 될 경우,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또다시 만든다면 우리는 가설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된다”고 밝혔다.

가설 비례연합정당은 앞서 언급한 신설 선거연합정당과 다르다. 비례대표 선거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정당을 일컫는 것으로,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비례연합정당에 보내 선거에 공동 대응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민주당도 참여하고, 친민주당 계열의 소수정당도 참여하고, 진보정당도 모두 함께하는 것”이라며 “말하자면 범민주진보 야권 정당들이 함께 가설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가설 비례연합정당을 위성정당과 비교하는 건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가 위성정당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정당들이 의석을 독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며 “반면 연합정당은 거대정당의 의석 독식을 극복하는 방식이고, 저쪽이 반칙을 하니까 이쪽도 어쩔 수 없이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의 이해관계도 반영하고, 소수정당의 이해관계도 반영할 수 있다”며 “‘연합정치를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는 것이니 대의명분도 챙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 개혁으로 제3의 선택을 통한 선의의 정책경쟁이 가능하게 하겠다”며 이를 위해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박 대표는 비례연합정당을 만든다면 이 대표의 공약도 이행하는 셈이라고 보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나는 민주당이 이 ‘토탈 솔루션’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의명분과 실리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제1당을 뺏길 위험이 없어진다”며 “오히려 대의명분을 잃어버리면 실제로 제1당 자리를 빼앗길 위험이 굉장히 커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원래 그런 정당이기 때문에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득표에 손실이 없겠지만, 민주당이 그런다면 완전히 ‘폭망’할 것이다. 요행은 가끔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요행은 요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의명분을 잃고는 이 제도권 정치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의 당권 책임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민주당과 진보정당 후보들이 연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지역구 선거에서 여야 1대1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야권으로서는 의석수를 더 많이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과 통합진보당이 지역구에서 후보단일화를 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승리하기 위한 연합이지 후보가 되기 위한 연합이 아니다. 본선에서 누가 이길 수 있는지 경쟁을 해서 통합진보당이 연합 후보로 된 곳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7곳에서 당선됐다”며 “그건 민주당으로서도 손해가 아니었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서 10~15% 득표율을 차지하면 민주당 후보는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지역구 후보단일화의 의미에 대해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권력분점에 의한 선거연합”이라며 “다수 세력은 일부 의석을 좀 떼어주면서 결과적으로 집권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고, 소수 세력은 의회에 자기 주장을 펼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정치지형에서 진보정당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선뜻 연합정치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대두된다면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민주당 안에서 팽배하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착각은 자유”라며 “실제로 대의명분을 잃어버린 순간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썩어도 준치’라고 국민의힘이 집권세력인데 개각 쇼든 쇄신 쇼든 뭐든 해서라도 치고 올라오지 않겠나”라며 “반사적 이익이라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19 ⓒ민중의소리

‘정책연합’과 ‘광장정치’로 뒷받침...“이제 공론화 시작”

나아가 박 대표는 “단순히 의석 나누기 방식만으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만들어 줄 수 없다”며 “보수를 따라 해서는 보수를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미래지향적 정책을 만들고, 그걸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토탈 솔루션’의 마지막에 ‘정책연합’을 넣은 이유다.

박 대표는 선거연합 추진과는 별개로 우선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총선 정책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속적인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나중에 협상을 통해 ‘정책연합안’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감동까지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민초들의 간절한 민생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책연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해야 한다. 정책연합을 하자고 해놓고 진보진영의 주장만 관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실현이 가능하고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지, 그저 아름다운 정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 선거 때가 되면 모두가 아름다운 공약을 내놓기 때문에 변별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광장정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된 단체만 참여하는 기획된 집회가 아니라, 대중이 함께하는 대규모 집회를 범민주진보세력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 시기에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대통령 거부권’”이라며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조법 2·3조, 방송3법까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나. 현재는 김건희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까지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굉장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부권을 반대한다’는 주제로 거부권 저지 투쟁을 집중적으로 펼쳐야 한다”며 “이건 굉장히 중요한 승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합치되는 주제인 만큼, 앞으로 연합정치를 추진하는 데에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라며 “‘토탈 솔루션’에 가속도가 붙으려면 광장정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박 대표의 구상대로 실현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박 대표 역시 “대부분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공론화가 시작된다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박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시간이 짧으면 짧은 대로 그에 맞춰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1일 오후 민주노총 주최로 열리는 ‘2024년 총선에서의 진보진영 공동 대응 모색 토론회’에서 ‘진보정치와 내년 총선’이라는 주제로 발제한다. 토론에는 진보 4당이 모두 참여한다. 박 대표는 “(선거연합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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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형, 음주운전·횡령 자료제출 거부‥구두로 소명한다더니, "기억 안 나"

  •  김준 기자
  •  
  •  승인 2023.12.19 18:47
  •  
  •  댓글 0

성의 없는 청문회 준비, 여당에서도 나온 질책

법카 논란 "꼭 내실 공간에서 회의할 필요있나"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앙 다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위상이 땅에 떨어졌단 비판이 인다. 후보자들이 의혹에 대해 자료제출은 하지 않으면서 구두로 소명하겠다는 선례가 생기면서다.

19일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강 후보는 의혹에 대해 자료제출 없이 구두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답변을 늘어놔 여당 의원마저 질책을 가했다.

오전 청문회, 또다시 미비한 자료제출이 지적됐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폭력과 음주운전 범죄경력에 대한 일절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내용과 의미가 다른 질의에서 복사·붙여넣기 식으로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놨다”고 질타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 또한, “후보자가 해양과학기술원 근무 시절 최근 5년간 대외연구 활동으로 수행한 총 63건의 사례금에 대해 상한액을 초과한 수령 의혹이 있어, 구체적 내용을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젊은 시절 하지 말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께 사과를 드리고 이후 관계된 것들을 말하겠다”며 자료제출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보이콧 해야한다는 의원들의 요구도 빗발쳤다.

구두로 소명하겠다던 후보, "기억 안 나"

하지만, 청문회 자리에서 답하겠다던 강 후보가 음주 사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여당 의원도 후보를 질타했다.

박덕흠 의원은 “강 후보가 여러 논문을 썼는데 연구자로선 상당히 능력을 갖췄다” 추켜세웠다. 이후 강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숙면을 한 후 술을 깬 줄 알고 다음 날 운전했다고 나와 있는데 구체적으로 몇 시에 한 것이냐” 질의했다. 강 후보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6시 전후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럼 며칠쯤 운전을 한 것이냐” 물었고, 강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음주운전 기록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데 그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냐”는 박 의원의 계속된 질문에 후보는 당황하며 “자료제출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동문서답을 내놓기도 했다.

박 의원은 “본인이 여당이지만, 음주운전에 대해 이슈화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기록을 확인하고 사실에 입각한 진술을 해야 한다”며 구두로 설명하겠다더니 사실관계를 숙지하지도 않고 온 후보를 질책했다.

19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청문회 자료 ⓒ 국회

논문표절 논란으로 자질 논란도 일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후보의 논문에 표절 의혹 제기하며 “논문표절 검사를 했더니 21% 이상으로 위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윤미향 의원도 “도표와 사진을 수정 없이 가져온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표절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실에서 논문 전부를 요청했더니, 학교 측 담당자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는데 혹시 표절인 논문이 있어서 못 밝히는 것이냐” 따져 물었다.

19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청문회 자료 ⓒ 국회

법인카드 사용 논란 제기

최근 논란이 된 법인카드 사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후보가 해양과학기술원에서 재직하던 2021년 1월부터 2023년 동월까지 자택 근처 식당에서 33번에 걸쳐 534만 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문제됐다.

강 후보가 내놓은 해명은 ‘업무협의 및 회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식당 모두 후보자의 연구소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이었던 점, 집 반경 700m 이내였던 점, 업무시간이 지난 저녁에 사용한 점들로 비추어 보아 신뢰하긴 어렵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식당이 공개된 공간으로 회의할 공간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후보는 “꼭 내실이 있는 공간에서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대부분 20시가 넘은 이후 결제된 것이란 지적에도 후보는 “18시까지 회의를 한 것이고 이후 밥을 먹으며 회의를 이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청문회 자료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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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니가 가라 해병대"

[정희준의 어퍼컷] 해병대에 끌려간 국가대표 선수들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  |  기사입력 2023.12.20. 08:47:36

 

최강 한파가 몰아친 18일 온 국민이 외출마저 자제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 강제 징집(?)됐다. 양궁의 안산, 수영의 황선우, 육상의 우상혁 등 400여명이 해병대 극기훈련에 끌려간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에 더해 100여명의 주요 경기단체 임직원들까지 같이 끌려갔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밀려 종합 3위로 마무리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요즘 선수들은 새벽 운동을 안 하려고 한다. 강제적으로 하게 할 수도 없다. 이게 심화하면 인권 이야기가 나온다”며 “내년 국가대표 선수들은 입촌하기 전 해병대에서 극기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회견장의 기자들은 웃고 넘겼지만 이 황당한 발언은 현실이 됐다.

 

성적 부진이 도대체 누구 책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멘털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체육회의 설명이다. 체육회는 그래서 도전, 단결, 협동을 교육하고 두려움 극복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그 해법이 해병대 극기훈련인가? 체육회엔 스포츠심리학이나 동기부여(motivating)에 대해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나?

 

2016년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이 목봉체조를 했던 것처럼, 또 2019년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수훈련을 받았던 것처럼, 대표선수들이 극기훈련을 하면 없던 정신력이 꽃을 피우고 부러진 멘털이 빳빳해질 것인가? 그래서 다음 아시안게임, 올림픽게임 때 말라버린 메달밭이 옥토로 변해 얼씨구나 금메달 풍년이 들 것인가?

 

선수들에게 책임 떠넘긴 비겁한 대한체육회장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이기흥 회장은 왜 갑자기 해병대 극기훈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을까. 문화연대 등 4개 단체는 17일자 성명에서 이를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고 여론도 매우 좋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시대착오적 발상을 밀어붙여야 할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1994대회를 제외하면) 2014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중국에 이은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이 판세가 뒤집어진 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다. 그 이전 70개 이상의 금메달로 2위를 지키던 한국이 이 대회에서 금메달 49개로 급전직하 했고 일본이 74개의 금메달로 2위에 복귀한다. 

 

올해 항저우대회에선 일본 선수단(771명) 보다 100여명 많은 선수단(867명)을 출전시키고도 금메달 42개에 그쳐 금메달 52개의 일본에 이어 또다시 3위에 처졌다. 개발도상국 시절인 1980년대에 따돌렸던 일본인데, 선진국이 되어 K-컬처가 세계를 석권하는 된 지금 유독 스포츠만 후퇴를 거듭해 일본에 2위를 헌납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 역전당한 게 언제부터? 정확하게 이기흥이 대한체육회장이 되면서부터다. 이기흥은 2017년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했고 지금 연임 중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총괄 책임자면서 아시안게임의 성적부진을 자신이 아닌 어린 선수들에게 떠넘긴 비겁한 회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하계올림픽에서 1984년 LA올림픽에서 10위에 오른 후 12위를 기록했던 2000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면 언제나 10위 이내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2020 도쿄올림픽 성적이 고작 금메달 6개로 16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언론에 따르면 지금 그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5~6개로 종합 15~20위에 머무를까 걱정하는 듯하다. 예상이 이 정도면 실제 결과는 어떨까. 

 

올림픽이든 아시안게임이든 이기흥 임기 중 한국대표단은 최악의 성적을 매번 경신 중이다. ‘마이너스의 손’이다. 이 회장이 선수들을 난 데 없이 해병대로 보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지난 대회 참패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그리고 미래 대회 성적 부진 변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뭐 이이 회장이 비겁할 뿐 아니라 야비한 것은 협회 임직원까지 강제로 해병대로 보내 버린 것이다. 아닌 밤중 홍두깨 식으로 뱃살 조절도 안 되는 중장년 100여명이 졸지에 극기훈련에 끌려가야 했다. 메시지는 명료하다. “너희들도 똑바로 해!”런 거다.

 

 

 

 

그에겐 발버둥이고 몸부림이다. 내년 대한체육회장 3연임에 도전하는 그에겐 더더욱 절박할 것이다. 그러나 실력은 발버둥이나 몸부림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암흑기는 바로 이기흥 재임기다. 이쯤 되면 물러나는 게 사리에도 맞고 대한민국 스포츠와 국민에 대한 예의다. 

 

누가 누구를 가르쳐!? 

 

대표선수들의 해병대 강제 입소 관련해서 논란이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선수들의 부상 문제다. 해병대 교관들은 대표선수들 몸 털끝도 건드려선 안 된다. 교관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분야가 다르다. 이들에게 목봉체조를 시키겠나 고무보트 나르기를 시키겠나. 실내 훈련이라도 마찬가지다. 엘리트 선수들은 그 수많은 근육들을 조각조각 분리해서 훈련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선수들은 심리상담 코치들의 전문 상담을 받는다. 해병대가 심리상담 전문가인가.

 

실소를 금하지 못했던 것은 정신력 높이겠다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해병대에 입소시켜 교육을 시키겠다는 발상 그 자체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극한의 고통을 일상적으로 끼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이들을 해병대가 교육을 시켜? 반대로 생각해보자. 해병대의 잘 훈련된 에이스 교관들을 진천선수촌에 입촌시켜서 체력훈련을 시켜보자. 한 시간이면 일어나 걷지도 못한다. 

 

스포츠에서 실력 없는 감독들의 일관된 행태가 있다. 처음엔 말로 하다가 그래도 안 되면 윽박지르고 그래도 성적이 좋아지지 않으면 얼차려를 주기 시작한다. 그때 자신의 폭력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트리거, 즉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바로 "너희들은 정신력이 글러먹었어"이다. 이걸 빌미로 "너희들은 말로 하면 안 돼"라며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과 어딘가 닮지 않았나? 

 

스포츠는 군대와 같이 함께 할 수 없어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Sport-Militarism(스포츠 군사주의)은 배격의 대상이다. 이정우 에딘버러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이 폭력마저 용인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시절 미국 미식축구리그인 NFL 경기 국민의례 때 군악대가 국가를 연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곧 비판받았다. 군사주의가 스포츠에 스며드는 것에 반대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전몰장병을 기념하는 리멤버런스데이 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군 의장대가 등장하자 논란이 일었다. 상이군인들의 출현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는 스포츠가 정치에 이용 당하는 것일 뿐 아니라 폭력과 살인의 정수인 전쟁을 스포츠를 통해 정당화하고 영웅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폭력을 합리화하는 반평화주의와 절대 함께 할 수 없다.

 

문화연대 등 4개 단체들은 성명에서 해병대 강제 입소가 “그저 단순한 실언이기를 바랐다”고 했다. 틀렸다.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정책 결정이 현실이 된 것은 실언이 아니고 실성한 것이다. 

 

영화 대사의 패러디 한 구절을 이 겨울 찬바람에 실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전하고 싶다.

 

“니가 가라. 해병대.” 

 

▲19일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해맞이광장에서 대한체육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18일부터 20일까지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정신력을 강화하고 도전 정신을 배우기 위해 '원 팀 코리아' 캠프를 한다. ⓒ연합뉴스 

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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