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위협과 비방을 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조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려는 체제 전복 전술의 일환이라는 통일부 입장이 나왔다.
통일부는 4일 기자들에게 문자공지를 보내 "북한은 연말 당 전원회의에 이어 연초부터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우리에 대한 위협과 비방을 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 내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헛된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당전원회의 등을 통해 자신들은 화해와 통일을 추구해 왔지만 현 정부때문에 대남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호도하면서 국론분열을 꾀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대남정책의 변화는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지속되어 온 일관된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것.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간 대화와 협력을 중단하고, 2020년 6월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으며, 2021년 3월 김여정 담화를 통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정리를 이미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의 거짓 선전전과 우리 정부 비난은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달리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여 억제력을 대폭 강화하고, 보편적 가치와 원칙에 입각하여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과 초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내정간섭 시도는 지난해부터 집요하게 이뤄져 왔다고 하면서 작년 5월부터 [노동신문]의 한 지면 절반 이상을 할애해 국내 시위를 보도하고 10월 17일부터는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9월 4일자에서는 지난 2019년 9월 검찰청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사진을 교묘하게 삽입하는 등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통일부는 과거 북한이 2012년 총선 당시에도 각종 대남선전전을 전개하고 2016년 GPS교란(2016.3.31)과 2020년 탄도미사일 4회 연속 발사(2020.3) 등 총선개입 시도를 지속해 왔으며, 사이버공격 시도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사회의 분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불순한 기도를 단호히 배격하며, 이러한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는 "북한의 총선개입 시도를 명확히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통일부 입장은 김여정 담화가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국론분열을 꾀하는 것이라는 인식인 셈.
그러나 당전원회의 보도에서 '반세기 이상 보수·진보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해온 기조에 변함이 없었다'는 걸 '대남부문의 근본적 전환' 이유로 든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해석이다.
또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는 전쟁 위기'를 언급한 북의 경고에 대한 입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핵심이 빠진 느낌이다.
“정부·국민 사이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깨야 한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정부와 언론 사이 벽은 깰 생각을 않고 있다. 대통령과 언론의 공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기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두고 “언론·야당 빠진 대통령의 소통에 변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부처 업무보고회를 경기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었다. 보고회 이름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다. 시민 70여 명이 참여했다. 조선일보 5일 4면 <용인서 신년보고 받은 尹, 전국 돌며 민생토론회 연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 핵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만한 아주 두툼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고 하는데 깨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제를 달리해 10회 정도의 민생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1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를 열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대통령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새해 들어 전국 순행에 나선 것을 두고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며 “야당은 올 총선을 겨냥해 정권 심판론을 거세게 제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의 국정 성과와 새해 비전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략지를 돌며 국정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담겼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계획을 공표하지 않은 것은 비판 지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진행할 뿐 별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사설 <언론·야당 빠진 대통령의 소통에 변화 필요하다>에서 “민생을 앞세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대통령실 설명에는 기시감이 적지 않다”며 지난해 타운홀 미팅에서 제기된 논란을 거론했다.
▲1월5일 한국일보 사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현장·당정과의 소통을 주문했고, 이후 타운홀 미팅 형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렸다. 당시 한 참가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참가자가 국민의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이 사전 선별한 참여자와 주제로 진행된 새해 업무보고가 또 다른 정책 홍보 행사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작 국민을 대변해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야당과 언론은 소통 대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라며 “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기약이 없다. 공식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때인 2022년 8월이 마지막이었고 전임 대통령들이 통상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도 작년에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기 위해 업무보고를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년 기자회견이나 정례 기자회견 재개를 통해 대통령의 소통 방식과 의지가 변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월5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도 사설 <尹, ‘민생토론회’ 어제 시작… 신년 기자회견은 언제 하나>를 내고 “참모들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자고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은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생토론회로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중반대에 머물 정도로 민심이 여권에 등 돌린 결정적 이유는 소통 부족”이라며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열린 소통’을 강조하고, 구중궁궐에서 나오겠다며 집무실 이전까지 강행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신년 회견까지 하지 않으면 소통의 기회는 아예 없어진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1월 중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윤 대통령은 껄끄럽고 내키지 않더라도 찬성 여론이 높은 김건희 특검법을 백지화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게 옳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나라는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아니다. 신년 회견은 독선과 독주로 비친 국정운영방식의 변화를 직접 천명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1월5일 한국일보 1면.
증오정치 단면 드러난 이재명 피습 사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통해 한국 ‘증오 정치’의 단면이 드러났다. 야당 대표 피습에 환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모론도 제기됐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 대표가 있는 병원에서 방송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일보는 1면 <증오정치가 낳은 ‘시한폭탄들’ 우리 곁에 있다>에서 “정치가 대화와 타협보다 유권자를 자극하는 데 치중하고,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상대 진영을 공격하며 적개심을 부추기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이웃이 또 다른 가해자로 돌변할지 모른다”며 “이번 테러를 놓고 ‘증오 정치’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1월5일 한국일보 2면.
한국일보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한국일보는 2면 <현실이 된 SNS 언어폭력·문자폭탄… 칼날로 돌아온 ‘팬덤 정치’>를 내고 “전문가들은 팬덤 정치의 폐해를 방치한 정치권에 1차적 책임을 묻는다”며 “정치권의 비상한 각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총선이라는 큰 이벤트까지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을 타깃으로 한 테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6면 <서울대병원 점령한 유튜버들, 곳곳 휘저으며 생중계>에서 극단적 정치성향을 가진 유튜버들이 서울대병원에 찾아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월5일 국민일보 칼럼.
태원준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사이버 레커>에서 자극적 사건이 불거지면 가장 먼저 등장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세력이 있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에 또 이들이 달려들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돈맛을 본 터라 쉬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치명적 부작용이 결국 이런 괴물을 키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증오를 조장하고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정치권을 이번 총선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증오 조장-막말 정치인 與野 공천서 배제하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이후 정치권에 구체적인 자성(自省)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팬덤 정치에 기댄 오염된 정치 언동이 흉기 테러의 뿌리였음을 인정하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언어를 바꾸는 노력에 여야가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했다.
▲1월5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제 정치인들은 ‘막말하면 진짜 손해’라는 걸 체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한동훈, 이재명 등 두 정당 책임자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며 “여야는 곪을 대로 곪은 당내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정치 개혁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추상적 혁신을 늘어놓는 것보다 막말에 대한 공천 배제 원칙이야말로 손에 잡히는 혁신”이라고 밝혔다.
▲1월5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역시 사설 <이 대표 병원까지 찾아가 난리 치는 정치 유튜버들>에서 “정치 유튜버의 문제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자기편 유튜버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려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며 “이 대표를 공격한 사람도 평소 정치 유튜브를 즐겨 보며 정치 과몰입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배드파더스 유죄 받았지만… 양육비 문제는?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 ‘배더파더스’ 운영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사적 제재’ 논란과는 별개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향신문은 사설 <‘배드파더스’ 유죄 판결, 정부는 양육비 선지급 제도화해야>에서 “이번 판결은 성범죄 등 위법행위자에게 수치를 주는 신상공개 제도화와 법적 다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사적 제재’ 논란에도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부모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1월5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부분은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로 간주한다. 우리 정부도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며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이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해결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 제도 도입과 안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1월5일 서울신문 칼럼.
서울신문 박현갑 논설위원은 칼럼 <사적(私的) 제재>를 내고 “사적 제재는 법치주의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생긴다. 특히 사회적 공분을 사는 사건이 터졌는데도 법적 응징이 미흡하면 사적 제재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며 “금전적 이익을 노린 마케팅 차원의 공개라는 지적도 있으나 ‘지연된 정의’로 인한 사법 불신 풍조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죄를 지으면 응분의 처벌을 받고, 범죄 피해자는 국가가 보호해 준다는 사법 신뢰가 바로 설 때만이 사적 제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선 평화이음 이사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싱턴과 용산의 잠 못 드는 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처지를 분석했다.
먼저 황 이사는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대기에서 이관섭으로 바뀐 이유는 김건희 특검법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황 이사는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김건희 녹음파일과 관련해서 “총선 폭망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결국 미국과 친미 세력은 녹음파일로 윤석열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는 박근혜 탄핵 때 흐름과 유사하다. 제2의 6.29선언이라는 편한 길을 두고 윤석열이 버티면, 제2의 탄핵으로 간다는 추측이 가능하다”라고 분석했다.
황 이사는 미국이 윤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의 구도로 이낙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대권은 ‘윤석열 아바타’이자 ‘검찰’인 한동훈으로는 어렵다.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에 이준석은 더 어렵다. 중도를 노리기엔 오히려 이낙연이 가능성 있다고 여길 수 있다”라면서 “이낙연이 계속 설치는 이유”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확실한 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대매국 집권 정당인 국힘당에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고 계속 수혈을 통해 정권 창출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 이사는 글에서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처지에 관해서 “현재 윤석열이 군사적 위기를 계속 고조시키고 있는데 결과는 좋지 않고 미국의 입장은 난처해지기만 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미국은 한동훈을 내세워 제2의 6.29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이 이동하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해결의 길이 막히고 윤석열이 계속 고집을 부릴 경우, 제2의 육영수 피살이나 박정희 피살 같은 극단적인 일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형국”이라며 “(미국이) 큰 사고 없이 길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깊어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황 이사의 글 전문이다.
워싱턴과 용산의 잠 못 드는 밤
● 유임 직후 경질된 김대기
연말 김대기 비서실장이 갑자기 경질됐습니다. 경질 며칠 전 소위 지라시를 통해 특정 기업인과의 유착 등 문제적 내용이 돌긴 했지만, 그 이유로 경질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알다시피 윤석열 정권이 그 정도 개인 비리로 인사를 내칠 정도로 원칙적인 정권이 아닙니다.
게다가 다른 수석 비서관들은 전원 교체한 직후이고 김대기 비서실장은 유임을 밝힌 직후이기도 합니다. 유일하게 2기 대통령실까지 남게 된 그를 가리켜 언론에서는 ‘2인자’라는 추측까지 할 정도였는데, 하루아침에 경질되고 후임으로 이관섭 정책실장이 임명된 것입니다.
관련해 의미심장한 흐름이 읽힙니다. 바로 김건희 특검 관련한 대통령실의 대응입니다.
보수언론조차 김건희 특검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목소리를 내던 와중, 대통령실 관계자가 ‘특검받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가 일제히 나왔는데, 하루 만에 그 관계자가 이관섭 정책실장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후 성탄절임에도 당정대 회의가 열리고 ‘김건희 특검은 악법이고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결과가 발표됩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으로 추정컨대, 김대기 실장도 조중동이나 한동훈처럼 조건부 특검을 지지했지만, 윤석열(실은 김건희)은 그 의견에 반발했고, 그 결과 얼마 전 유임을 발표했던 비서실장을 교체하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 개봉박두 녹취파일
새해에도 조중동 등은 ‘김건희 특검’ 조건부 수용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TV에 따르면 김건희 관련 녹취록이 300개에 이른다고도 하고, 윤석열 녹취록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녹음파일의 존재가 이미 상당히 알려졌다는 것인데 조중동 뿐 아니라 다양한 언론에서 이른바 보수논객을 통해 이런 내용의 방송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이며, ‘김건희를 버리라’는 이 신호는 윤석열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되고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이 이 엄청난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대기 실장을 교체함으로써 일단은 김건희 수호 입장을 밝힌 것을 보면 김건희는 독하게 윤석열을 몰아치고 있고 윤석열은 김건희에게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대화에서 다 드러났듯 윤과 김 사이 사랑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들이 서로를 통제하는 도구는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약점뿐입니다. 검찰독재의 통치방식을 그대로 김건희 역시 윤석열에게 써먹고 있는 것이죠.
총선 폭망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결국 미국과 친미 세력은 녹음파일로 윤석열을 압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박근혜 탄핵 때 흐름과 유사합니다. 제2의 6.29선언이라는 편한 길을 두고 윤석열이 버티면, 제2의 탄핵으로 간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 보수 대연합 판짜기
이준석이 총선 뒤 국힘당의 성적이 나쁘면 신당과 통합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준석과 이낙연이 서로 보완이 된다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이준석, 이낙연, 금태섭이 보수 대연합 구도를 짜고 들고 있습니다. 보수진영 전문가들은 ‘이준석 신당이 뜨는 순간 어떤 당도 150석 이상은 어렵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을 염두에 둔 발언이고 즉, 보수 대연합이 150석 이상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윤석열 이후를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윤석열 뒤 한동훈으로 주자를 교체하고 한동훈을 띄워주려고 언론을 동원하고 유선전화를 30% 이상 반영하는 등 여론조사 기법을 조작해 내면서까지 안간힘을 쓰지만, 대권은 ‘윤석열 아바타’이자 ‘검찰’인 한동훈으로는 어렵습니다.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에 이준석은 더 어렵습니다. 중도를 노리기엔 오히려 이낙연이 가능성 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낙연이 계속 설치는 이유입니다.
문재인의 고구마 이미지에 대한 반작용으로 윤석열이라는 자가 대통령까지 됐듯, 조폭같은 윤석열 후에는 나름 점잖은 이미지의 이낙연이 먹히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대매국 집권 정당인 국힘당에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고 계속 수혈을 통해 정권 창출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입니다.
● 미국의 고민 - 칭찬받은 윤석열
이런 와중에 윤석열이 웬일로 칭찬을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니라 북으로부터 ‘특등공신’이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김여정 부부장 명의로 ‘윤석열이 (북의)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여했고, 군사력의 비약적 상승에 특색 있는 기여를 하겠다니 환영한다’는 내용의 담화가 발표된 것입니다.
언론은 이를 한미 간 이간질, 국내 여론을 겨냥한 분열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기 벅찬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런 해석이 아니더라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윤석열이 군사적 위기를 계속 고조시키고 있는데 결과는 좋지 않고 미국의 입장은 난처해지기만 합니다.
한미가 계획대로 군사훈련을 계속 진행하면, 북은 한반도 전역을 평정하는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미국은 현재 진행되는 전쟁들도 관리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미국이 주도해 다국적 안보 작전을 펼쳤음에도 후티 반군을 제압하기는커녕 홍해 항로를 포기하는 선박들이 늘어가는 중동의 상황만 봐도 미국이 처한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이라고 제법 화려한 명칭까지 붙였으나, 미국의 수호 능력을 의심하는 많은 상선은 홍해-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희망봉을 돌아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프간이나 우크라이나 등 전쟁을 하면 할수록 초라한 미국의 면모를 확인하게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미국은 한국에서도 발을 빼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충돌 시 발을 빼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충돌 자체를 피해야 하고 그러려면 예정된 군사훈련을 취소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런 선택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고, 미국의 몰락을 자인하는 꼴이 되므로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이 난감한 상황을 해결할 길은, 위기 무마용으로 전쟁을 갈망하는 윤석열이 없어지거나, 없어지는 수준으로 약화돼서 군사훈련들이 자연스럽게 유야무야 되는 길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를 부정비리 시비로 약화시키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미국은, 한동훈을 내세워 제2의 6.29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이 이동하길 바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해결의 길이 막히고 윤석열이 계속 고집을 부릴 경우, 제2의 육영수 피살이나 박정희 피살 같은 극단적인 일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형국인 것입니다.
여튼,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매우 공세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북의 발표문들을 보면 미국이 심각하게 난처한 입장에 처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큰 사고 없이 길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기사가 실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오정치’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전문가들은 ‘정치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SNS라는 무기를 사람들이 손에 쥐면서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만 늘어났다’고 했다”며 “이들을 앞세운 ‘증오정치’를 이용했던 정치인들도 더 이상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왔다”는 분석을 전했다. “한 번 시청한 내용과 비슷한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주는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이 강성 지지층이 자신의 의견만 맞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는 확증 편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것이다.
▲1월4일 주요신문 1면
한겨레는 “피의자 김아무개(67)씨의 범행 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 자체를 혐오 정치의 산물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양극단의 지지층이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증오를 부추기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양상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탓”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바탕엔 대의 민주주의의 실행자인 여야 정치인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친명 대 비명, 친윤 대 비윤 등 내부 계파별로도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며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해 온 정치인들의 ‘원죄’가 자리잡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 한겨레는 이 대표 피습 관련 1면 기사로 피의자 ‘당적’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특히 한겨레는 <이재명 습격범, 국힘 나와 민주당 입당했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 이어, 3면엔 <이 대표 습격범 조카 “삼촌, 4~5년전 태극기집회 나가” 증언> 제목의 기사에서 피의자의 “정치적 보수색이 뚜렷했다는 친인척의 증언이 나왔다”고 했다.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는 칼럼(‘관용’이 사라진 정치, ‘테러’가 점령했다)에서 “지난 대통령선거를 흔히 ‘비호감 대선’이라 불렀다. 여야 모두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던 탓이다”며 “박빙의 차이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이후에 그 상처를 씻어내야 했지만, 갈등과 분열에 기댄 상대방 공격은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제 1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 병상의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 가득 찬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더는 높아지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며 “부산의 불행한 사건이 한국 정치를 조금은 바람직한 길로 접어들게 한다면, 그건 바로 이 대표의 노력 때문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열고 사과도 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한동훈 약진이 與 성공 안 되는 이유> 칼럼에서 “사람들은 한 위원장도 보지만 그 뒤에 있는 윤 대통령을 보고 있다. 주연에 대한 지지가 낮은 데 조연 인한 위원장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흥행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의 힘은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신년회견에서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게서 받고 싶은 사과를 받고, 듣고 싶은 대책을 들으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 30%대 대통령이 총선의 주연으로 끝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월4일 조선일보 기사
김순덕 동아일보 고문은 <역사의 동력, 대통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올 수 있다> 칼럼을 통해 “국민 눈에는 대통령 가족도 공적 영역에 포함돼선 안 될 사적 영역에 불과하다. 설령 대통령 부인이라 해도 국민은 권력을 위임한 바 없다”며 “억울하더라도 김 여사는 이미지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달 중 윤 대통령이 가질 예정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멋지게 대신 사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제 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을 설치해 김 여사의 조용한 활동을 보좌하겠다고 밝힌다면, 모질지 못한 우리 국민은 김 여사와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사설은 “업무보고 일정은 세세히 밝힌 대통령실이 정작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답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매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한겨레는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 해이고, 총선이 치러진다. ‘김건희 특검’ 등 국민이 대통령에게 답을 들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민원사주 의혹’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공익제보자 색출 우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을 논의하려던 3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가 여권 심의위원들 ‘보이콧’에 무산됐다. 회의 개최를 요청했던 야권 위원들은 8일 전체회의에 다시 같은 안건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을 제보자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는데, 실제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졌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경향신문이 전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 신고자보호법 8조나 부패 방지법 제 57조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익침해행위나 부패행위를 알게 될 때 신고의무가 있다”며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방심위 결정이 행정처분 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에 따르면 방심위 직원도 공직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부정한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월4일 한겨레 기사
‘공익제보자 죽이기’가 반복된다는 우려도 있다. 문은옥 참여 연대 공익 제보자 지원센터 간사는 경향신문에 “공익제보 사건이 수사 의뢰되고, 정치랑 얽히고, 또 정치권의 이야기를 언론이 쓰기 시작하면 제보자들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패턴은)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을 신고했을 때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저출생 해법, 근시안적 발상 안돼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세계일보는 “3일 교육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은 41만 3056명(지난해 12월 20일 기준)”이라며 “40만명이 넘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입학하는 학생은 취학 대상의 9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취학생은 30만명대 중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지역별 출생 등록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고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출생률 반전을 위한 여성 고용 안정 중요성을 밝혔다. 경향신문 사설은 “만혼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옛말이고, 여성들이 아예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는 중세 유럽 흑사병 수준의 인구 감소에는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육아휴직급여 확대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 가족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출산 인센티브 수준에 그친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출산과 육아라는 본연의 권리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저출산 완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저출산 정책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 사회위원회는 정치놀음에 휘말려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에 나 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에서 해임되는 등 홍역을 치르며, 저출산 문제의 키를 잡고 가야 할 위원회는 사실상 공전했다”며 “최근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녀 출산에 집값의 영향이 가장 크고, 자녀 수가 늘어날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주택 공급 확대와 유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 청약가점 부과 등 과감한 정책을 제언했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세계일보 사회부 선임기자는 칼럼([세계타워] 저출생과 교부금)에서 “단언컨대 저 출생과 교부금은 ‘제로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대표적 저출생 원인으로 지목한 ‘불필요한 과잉 경쟁’은 교육 현장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약 11조원의 저출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수십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이룬 국가 교육재정을 뒤흔들어보자는 제안은 근시안적인 발상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작년 10월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유재은(오른쪽) 법무관리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군검찰이 지난 8월 말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바로 전날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불러 수사외압 행사 여부에 대해 강하게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군검찰은 8월 29일 오후 유 관리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면서 박 대령의 수사외압 주장을 토대로 박 대령과 수차례 통화한 경위, 박 대령이 수사외압이라고 느낄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이날 참고인 조사는 오후 6시경부터 시작해 오후 9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군검찰의 이날 조사 내용을 보면 유 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혐의자·혐의사실을 특정하지 말고 경찰에 기록만 넘기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개정된 군사법원법을 위반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신문을 한 정황이 드러난다.
군검찰은 유 관리관에게 “‘혐의자나 혐의를 특정하지 말고 사건기록 일체를 넘기는 방법’을 수사단장이 따르도록 한 것 아니냐”, “단순히 이첩 방법만 설명할 것이라면 국방부 장관 지시를 받아 수사단장에게 전화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피의자(박정훈 대령)는 법무관리관이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사법원법 취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죄명, 혐의사실을 제외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면 직권남용이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등을 캐물었다.
유재은 관리관은 구체적인 수사 방향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국방부 장관으로부터는 이첩 보류 지시만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외압 행사에 따른 직권남용 소지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죄명과 혐의사실을 특정할 경우 경찰에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군검찰은 유 관리관 주장을 토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회수한 뒤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장성급 지휘관들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대장들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군검찰은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도 특정 인원만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일부 인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죄명, 혐의사실을 특정해 이첩했는데 진술인 주장대로면 조사본부도 전체적으로 혐의자를 다 제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유 관리관은 “조사본부도 혐의자나 혐의사실을 제외하고 기록 자체를 이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사본부에 법무관리관실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지시를 할 수 있는 관계는 없어서 의견을 준 것은 없다”고 답했다.
군검찰은 유 관리관을 상대로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바로 다음 날인 8월 30일 항명 혐의로 박 대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국방부 측의 직권남용 소지를 인지하고 유 관리관을 조사했던 군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러한 인지 내용을 원천 배제했다. ‘혐의자 및 죄명을 빼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군사경찰(해병대 수사단) 수사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한 지시가 있었다면 불법적인 수사외압의 근거가 되는 반면, 항명죄는 성립되기 어려워진다.
특히 군검찰은 군사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법무관리관이 피의자에게 ‘혐의사실, 혐의내용을 다 빼라’고 말했다는 점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는데, 이는 참고인 조사에서 “죄명과 혐의사실을 제외한 것이라면 직권남용이나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 신문 취지와 상반된다.
군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유 관리관의 행위를 비호하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해 박 대령의 항명죄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기재한 것과 달리, 정작 공소장에 항명과 관련한 범죄사실을 기재한 부분은 1페이지에 그쳤다. 또한 구속영장 청구서 전체 분량은 40페이지에 달한 반면, 공소장 분량은 3페이지에 불과했다. 이는 영장 내용을 간결하게 하고, 그에 비해 공소장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수사기관의 최근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박 대령 측은 “유 관리관을 조사한 검사는 직권남용에 대해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신문 태도가 매우 날카롭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유 관리관의 직권남용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조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공소장 분량과 관련해서는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그나마 ‘장관 복귀 후 별도 지침을 받아서 처리하라’는 해병대사령관의 지시사항이 나오는데, 공소장에는 이 내용조차 싹 빼버렸다”며 “(기각된) 구속영장에 준해서 공소장을 자세히 쓰면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 공소장을 간단히 쓴 것 같다”고 했다.
참고인 조사에서 유 관리관을 몰아붙였던 군검찰 이모 검사는 지난달 초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박 대령 항명 사건 1회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소장에도 이 검사의 이름은 빠졌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고위 지도자가 사망하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이 반발하는 등 확전 위험이 고조됐다. 지난달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은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물러났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2일(이하 현지시각) 하마스 정치 부문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연설을 통해 이날 베이루트 외곽 하마스 사무실에서 일어난 폭발로 하마스 고위 지도자 살레 알아루리(57)를 포함해 7명의 하마스 조직원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니예는 이번 사건이 "우리 국민에 대한 점령군(이스라엘)의 잔인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노골적 범죄"이자 "레바논 주권에 대한 침해 및 우리 국민과 국가에 대한 이스라엘 침략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점령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통해 베이루트에서 알아루리를 살해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이자 무장 조직 카삼 여단 창시자 중 한 명인 알아루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동시에 베이루트에 머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간의 연락을 담당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설명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 가량을 납치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중부에 위치한 베이루트는 전선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사건이 발생한 베이루트 교외는 헤즈볼라의 근거지다.
헤즈볼라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AP> 통신을 보면 헤즈볼라는 이번 사건을 "레바논과 그 국민, 안보, 주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보고 "이 범죄를 대응과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알자지라를 보면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도 이번 공격이 레바논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자 "이스라엘의 새로운 범죄"라고 비판했다. 미카티 임시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항의서를 제출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모두 지원하는 이란도 반발했다. <로이터>를 보면 이란의 나세르 카니니 외교부 대변인은 알아루리의 살해는 "의심의 여지 없이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역내, 그리고 전세계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또 다른 저항 급증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는 헤즈볼라가 지금까지 확전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랍 전문 연구원인 미 워싱턴DC 아랍센터 연구분석국장인 이마드 하브도 알자지라에 이번 사건이 남부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헤즈볼라의 거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위험한 확대"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으로 헤즈볼라 쪽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크지만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수행에 대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 질문을 받고 "오늘 밤 말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마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만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레바논 및 미국 당국자들이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이번 공격은 지난해 10월 7일 습격과 관련된 하마스 요원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수행할 수많은 공격 중 첫 번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당국자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사건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협상 타결은 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 통신은 3일 팔레스타인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2만 218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은 129명에 이른다.
또 다른 확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도 2일 홍해에서 다시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후 9시30분께 예멘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서 후티 반군이 두 발의 대함 탄도 미사일을 홍해 남부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여러 척의 상선이 이를 보고했지만 피해 신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 플로렌시아 소토 니노는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관련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부터 가자지구에서 5개 여단 규모 병력 철수를 시작하며 저강도 표적화된 작전으로의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목격자들과 팔레스타인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자발리아 난민촌, 샤티 난민촌, 알란시티 병원 인근 등 가자지구 북부 일부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북부 출신 피난민들이 자신들의 집과 이웃 등을 확인하러 귀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군사 작전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은 "잘못된 것"이라며 가자지구 남부에서의 전투는 "고강도"로 유지될 것이고 작전 종료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달 초 미 하원 반유대주의 청문회에서 모호한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사임 요구에 시달려 온 클로딘 게이 미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사임했다. 게이 총장은 2일 하버드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개 서한에서 사임 사실을 알리며 "최근 몇 달 간 우리 공동체를 갈라놓은 긴장과 분열을 목격"했다며 "이 가운데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인종적 적개심에 기반한 인신공격과 위협을 받는 것은 두려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하버드대의 첫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었던 게이 총장은 최단기 임기를 수행한 총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하버드대는 게이 총장이 교수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의 "유대인 학살을 촉구하는 것이 하버드대의 괴롭힘 관련 규칙을 위반하는가?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에 "맥락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는 이유로 보수 정치인과 고액 기부자 등에 의한 사임 압력을 받아 왔다.
하버드대 이사회는 게이 총장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이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관련해 하버드대 쪽은 논문에서 인용이 누락된 부분은 수정을 요청했지만 게이 총장이 연구 부정 행위를 저지르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미국에서 반유대주의에 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압력을 받아 사임한 대학총장은 게이 총장만이 아니다. 지난달 같은 청문회 뒤 비슷한 이유로 사임 압력에 시달렸던 엘리자베스 매길 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청문회 며칠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북의 핵전력 확대에 명분을 실어 준 '특등공신'으로 추켜세우는 특이한 형식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쎄지'라는 부제를 달아 발표한 담화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해 북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봉쇄할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거론해 "우리(북)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여있다"고 조롱조로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전문 공개한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교해가며 역설적인 표현으로 조롱과 비아냥을 섞어 한국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비난하고 북한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남부문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을 끌어들여 대한민국을 《목표판》으로 만들어놓고 온 한해 때없이 《정권종말》과 같은 수사적 위협을 입에 달고 살며 무차별적인 각종 규모의 합동군사연습들을 확대강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주적》인 우리의 분노를 최대로 격앙시켜주고 서울을 겨냥한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완전히 풀어준 것과 같은 그런 《능력》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안보를 통채로 말아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그쪽 세상에서는 장차 더해질 것이 뻔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여있다"고 빈정거렸다.
또 "북 정권과 군대는 《소멸해야 할 주적》으로 규정하고 떠들어주었기에 우리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고 대적관을 서리찬 총창처럼 더더욱 벼릴 수 있게 되였으며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을 념불처럼 떠들어주었기에 《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통일》과 같은 환상에 우리 사람들의 눈이 흐려지지 않게 각성시킬수 있었으며 제 먼저 9.19북남군사분야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되였다"고 하면서 "그 《공로》 어찌 크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야유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줄 아는 사람이였다"고 하면서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우리와 마주앉아 특유의 어룰(어눌)한 어투로 《한피줄》이요, 《평화》요, 《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여줄듯 간을 녹여내는 그 솜씨가 여간이 아니였다"며 "문재인의 그 겉발린 《평화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였다"고 불편한 상대였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제2의 문재인이 집권하였더라면 우리로서는 큰 일일 것"이라고 하면서 "무식에 가까울 정도로 《용감한》 윤석열이 대통령의 권좌를 차지한 것은 우리에게 두번 없는 기회"라고 비교하기도 했다.
언뜻 윤 대통령과 비교해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설 화법으로 호의적 평가를 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김 부부장은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보다 상대에 대한 적의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우직하고 미련한 자를 대상하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은가"라며 두 전·현직 대통령을 비유하기도 했다.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바투 달라붙어 평화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여 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사환군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고 "우리에게는 핵과 미싸일발사시험의 금지를 간청하고 돌아서서는 미국산 《F-35A》를 수십대씩 반입하고 여러 척의 잠수함들을 취역시켰으며 상전에게 들어붙어 미싸일사거리제한조치의 완전철페를 실현시키는 등 할 짓은 다한 것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했다. '성질이나 언행이 악하고 모질며 간사하고 꾀가 많다'는 의미에서 '흉교한 인간'에 비유한 것.
그는 "우리가 지금 만족해하고 신뢰하는 막강한 군사력은 윤석열이 광적으로 보여준 군사적 대결자세가 없었다면 또 거품물고 내뱉은 우리 국가에 대한 《붕괴》와 《응징》넉두리가 없었다면 사실상 그토록 짧은 기간내에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면서 "윤석열은 이번 신년사라는데서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력설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 다시 부여해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방부 입장과 통일부 부대변인 입장을 발표해 김 부부장 담화를 '억지 주장', '궤변', '잔꾀'라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김여정의 담화는 범죄자가 오히려 선량한 시민이나 경찰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핑계를 대는,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이며 궤변에 불과하다"며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부대변인은 "김여정 담화는 격에도 맞지 않는 북한의 당국자가 우리 국가원수와 정부에 대해 현 상황을 왜곡하고 폄훼함으로써 무력 적화통일 의지를 은폐하고 남북관계 긴장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하려는 잔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대변인은 "북한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남북대화를 통해 무력증강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결코 멈춘 적이 없으며, 그 결과를 지금 우리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당전원회의 결과 보도를 통해 한국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를 흔들려는 통일전선전술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기만적 술책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부대변인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며 2018년 9.19남북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재래식 무기 및 정찰부문에 열세인 북한측의 희망을 문재인 정부가 수용한 결과물"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합의서 전문과 당일(2018.9.19)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이 내놓은 '해설자료' 등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는 내용이다.
9.19군사분야합의에는 남북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으로부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포병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중지,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 중지, 비행금지구역에서 고정익항공기의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 금지 등을 규정했다.
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상과 해상에서 5단계, 공중 4단계의 공동 절차를 적용하기로 하고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철수와 판문점JSA 비무장화 등을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이후 한국 정부는 합의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시켰고 다음 날 북한 국방성이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1.03. 04:23:34
'정녕,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일까?' 연말연시에 전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노동당 9차 전원회의 결정사항을 접하고 내뱉게 되는 탄식어린 질문이다.
2023년 12월 30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에서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한데 입각하여 대남 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도모하기로 했다며,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했다.
발언의 핵심은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은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 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에서 '두 국가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있었던 것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을 전후해 '우리민족제일주의'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로 슬로건을 바꾼 것이나 2023년부터 북한 지도부가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거둬내고 두 국가 체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방향 전환이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격화되어온 남북한 사이의 정치군사적 적대감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남한에서 "정권이 10여 차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거나 흡수통일을 시도한 것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 인식의 결정적인 전환기는 2019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황금기를 구가했던 남북관계는 2019년부터 악화일로를 걸었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대남 기구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담화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경제론'을 통해 일본을 따라잡아보자는 취지의 연실을 하자, 다음날 "삶은 소대가리 양천대소할 노릇"이라며 "남조선(남한)과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조평통의 이 담화는 마치 자신의 임무를 다한 것이라도 한 것처럼 이때가 마지막이었다.(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졸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참조)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북한의 대남 방향 전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대감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는 극심한 경제난의 탈출구로써, 또 하나는 북한이 간절하게 원했었던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이다.
그런데 북한은 2020년을 전후해 대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오히려 대미 정책 기조를 '강대강, 정면대결'로 거듭 선포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북한의 경제다.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2023년에 목표로 삼았던 알곡 생산을 비롯한 '12 가지 고지'를 초과달성했다고 말했고, 특히 2021∽2023년 국내총생산액이 2020년에 비해 "1.4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2022년 9월 시정연설에서 "2025년 말에 가서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9차 전원회의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 달성에 이미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대북지원이나 남북경제협력 없이도 경제난과 식량난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대남 기조 전환도 이러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선택은 표면적인 것도 일시적인 것도 아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달라진 북한을 어떻게 상대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일각에서도 남북관계를 '두 국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헌법상의 영토조항을 바꾸고 국가보안법 개폐를 통해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남북관계를 재설계해보자는 취지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동시에 이러한 방향 전환이 남북관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적대성'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이든 '두 국가 관계'이든 핵심은 적대성, 특히 무력충돌과 전쟁의 위험을 품고 있는 정치군사적 적대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비통제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군사 문제에 있고, 그 중요성과 위험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군비통제는 상호간의 적대성과 불안감이 커질 때 그 필요성도 커진다. 냉전 시대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사이의 헬싱키 프로세스, 그리고 미국과 소련 사이의 각종 군비통제와 군축 조약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었다. 경쟁은 하되 경쟁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고, 또 군비경쟁이 수위를 낮추거나 통제해 가급적 낮은 수준의 군사력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전쟁 위기를 머금고 날로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재설계 실마리를 군비통제에서 찾자는 주장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제안은 본 연재를 통해 하나둘씩 담아볼 계획이다. 이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빈곤하고 굶주리는 줄만 알았던 북한이 달라지고 있고, 달라진 북한이 남한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도외시한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 설계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기로 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한겨레 모두 야당 대표 테러 우려 속 디지털타임스 칼럼 “이재명 테러에 민주주의 들먹, 우리사회의 한없는 경박함”
한겨레 “경찰·KBS 측 궤변 밑바탕, ‘연예인은 공인’이란 인식 깔려” “연예인, 인지도가 높을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방문 중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긴급 수술을 받았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대다수 언론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공격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테러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연결 짓는”것이 곧 “이재명 대표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문제 삼았다. 해당 논설실장은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사회의 한 없는 경박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배우 이선균 사망 이후 경찰과 KBS 등 언론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경찰이 입증되지 않은 수사 내용과 그의 사생활을 공개했고 KBS가 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론과 달리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이러한 ‘궤변’엔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 3일자 중앙일보 만평
이재명 테러에 “국민의힘도 민주주의 거론, 무개념의 소치”
3일 이규화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칼럼 <테러가 들춰낸 우리사회 한없는 경박함>에서 “한 개인의 범죄지만 우리사회 분노제어기제가 고장 났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정치권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규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 테러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고, 국민의힘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피의자에게) 배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배후가 있어 조직적으로 이 대표를 제거하려고 했다면, 양상은 전연 달라진다. 양당과 정치인들의 말대로 그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하지만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일탈을 놓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민주주의 파괴행위는 더더욱 못 된다. 그건 한 개인의 야만적 비행이지 민주주의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 3일 디지털타임스 칼럼
이 실장은 “한 정신이상자의 테러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면, 그런 허약한 민주주의는 애당초 존재할 수도 없었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한 개인의 적개심으로 발생한 테러를 거대 어젠다로 치환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거론한 국민의힘도 비판했다. 이 실장은 “민주당은 그렇다 치자. 국민의힘까지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역시 무개념의 소치다”라며 “자동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로 연결 짓는 건, 그 말이 갖는 함의를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그가 이렇게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이 실장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고 위협이라고 한다면, 은연중 이재명 대표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다. 무의식중에 국민들 뇌에 그렇게 박히게 된다”고 했다.
끝으로 이 실장은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허무는 것처럼 과한 언사를 써선 안 된다”며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사회의 한없는 경박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라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 3일 한겨레 만평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테러를 ‘비정상적’인 한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면서 ‘민주주의 위협’으로 연결하는 주장을 경계했다. 그러나 해당 칼럼에서 이 대표를 향한 테러가 민주주의 공격일 때, 이 대표가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다는 주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해석이다. 현재 정치권과 언론의 우려는 ‘이재명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어떤 정치인에 대한 테러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타임스를 제외한 신문에선 테러가 발생한 구조적 배경과 정치문화에 초점을 뒀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재명 대표 피습, 반복되는 정치 테러 반드시 근절해야>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를 상대로 하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불특정 다수의 접촉이 잦아지는데 정치인들이 테러 위협에 휩싸이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 어려워진다. ‘민주주의의 꽃’, ‘축제’에 비유할 만큼 중요한 국회의원 선거조차 불안감 속에서 진행된다면 민주주의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지난 번 송영길 대표 습격 사건 때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마치 국민의힘 쪽에서 공격한 것처럼 주장하는 글을 올렸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만약 총선 기간 중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선거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은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권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진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는 풍토가 퍼져 있다”고 진단한 뒤 “정치인들도 이번 일을 극단적 정치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야당 대표 흉기 피습, 민주주의 위협하는 ‘증오 정치’>에서 “대한민국이 어쩌다 정치 테러를 걱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진영 간 대립은 거세졌고, 진영 내부에서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상대를 향한 증오가 ‘말폭탄’을 넘어 급기야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표출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역시 이견을 적대시하는 극단적인 분위기에서 폭력이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한겨레는 “갈등과 이견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원리”인데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막말과 증오를 일삼았던 일부 정치인들은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언행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터”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총선을 앞두고 진영 간 대립이 격화하면 폭력의 에너지가 또 어떤 형태의 테러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이 사건을 두고 각종 억측과 정치혐오를 담은 댓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라고 우려했다.
▲ 3일자 서울신문 만평
한겨레, ‘연예인=공인’ 비판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은 <‘연예인 공인론’의 불순한 의도>란 칼럼에서 배우 이선균씨의 죽음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 “수사를 비공개를 진행했다면 (대중이) 용납하겠나”와 KBS 측의 “사회적 관심이 커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명을 비판했다. 이 위원은 “두 궤변의 밑바탕에는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공인에 대한 수사와 보도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 3일 한겨레 칼럼
이 위원은 공인의 사전적 정의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여기서 공적인 일은 국가적 자원 분배, 정책입안, 시장 질서 유지 등 공동체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했다. 즉 공인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을 뜻한다. 따라서 국민은 이들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재산, 납세내역 등 공개를 요구하고 권력 남용에 대해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예인은 이런 ‘공적인 일’에 종사하지 않고 단지 이름과 외모가 널리 알려져 인지도가 높을 뿐”이라며 지난 2022년 대법원이 한 여성 연예인의 사생활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에게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연예인의 사생활이 아무리 공적인 관심사라 할지라도 공익과 관계가 없으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위원은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주장은 ‘진짜’ 공인의 비리 행위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연예인)으로 돌리는 데 종종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2011년 ‘연예인 탈세 의혹’의 사례를 들었는데 이 위원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장관들 청문회를 앞두고 해당 의혹이 제기됐지만 뒤늦게 국세청이 ‘세무사의 단순 실수’라고 진화에 나섰다. 해당 연예인들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장관은 무사히 국무위원이 된 사건이었다. 이 위원은 “이번 연예인 마약 수사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 폭력 사건과 겹쳤다”며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했다.
배관 파손 설명하는 호쿠리쿠전력 자료 ⓒ주식회사 호쿠리쿠전력 새해 첫날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시카와현의 시가 원자력발전소에 일부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원전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 운영이 중지됐다가 수년째 재가동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다행히 실제 재가동이 이루어지지는 않은 정지된 원전이었다.
2일 일본 공영방송인 NHK 보도 등에 따르면, 시가 원전 1·2호기 변압기 총 2대의 배관이 파손돼 절연 및 냉각을 위해 쓰이는 기름이 누출됐다. NHK는 변압기 주위에 누출된 기름 사진을 공개하며 “1호기 변압기에서 3600리터(L)가 누출됐”고 “2호기 변압기에서는 3500리터의 기름이 누출됐다”고 전했다. 또 1·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는 방사성물질이 일부 넘쳤다고 NHK는 보도했다. (▶NHK)
시가 원전을 운전하는 주식회사 호쿠리쿠전력이 공개한 보도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호쿠리쿠전력에 따르면 넘쳐흐른 방사성물질의 양은 1·2호기 각각 95리터(약 1만7100Bq)과 326리터(약 4600Bq)다. 다만, 넘쳐흐른 방사성물질과 관련해 호쿠리쿠전력은 “외부에 방사능 영향은 없다”고 발표했다. 방사성물질이 넘쳐흐르긴 했으나, 건물 밖으로 흘러나오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호쿠리쿠전력)
일본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 중 상당수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이번에 변압기에 문제가 발생했던 시가 원전은 다행히 2011년 이후 장기간 운전이 정지된 상태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 시가 원전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이 학계로부터 제기되면서 운전을 정지한 것이다. 다만 호쿠리쿠전력은 학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활성단층이 아니다”라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계속 끊임없이 재가동을 위한 안전심사를 신청해왔다. 그리고 2023년 3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를 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부지 내 단층은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 후 원자로를 식혀주는 장치의 작동이 멈추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올해 첫날인 1월 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최대 7.6에 달했다. 2011년 발생한 대지진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 지진보다 컸다.
[최종신 보강: 2일 오후 8시]
민주당 지도부 "수사당국, 진상 밝혀달라"... 권칠승 "중환자실서 회복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습격 이후 부산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가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긴급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수사당국에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의 수술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됐고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마취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을 전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도전이다"라면서 "부산대 의료진에 따르면 경동맥이 아니라 경정맥이라고 한다. 천만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하마터면 큰 일날 뻔 했다"면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매우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당국을 향해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강력 요청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한 "민주당은 야만적인 테러와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흔들림없이 나아가겠다"면서 "또한 민주당 지도부는 차질 없이 당무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나온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후 오후 7시 40분께 취재진에 수술 경과를 설명하며 "오후 3시 45분 수술이 시작됐고 당초 1시간을 예상했으나 약 2시간가량 수술이 진행됐다"면서 "보호자가 확인한 의료진 설명에 따르면 수술명은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로,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 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하는 수술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현재 (이 대표는) 중환자실에 입실해 회복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대병원에서 헬기 이송으로 서울로 이송된 이 대표는 오후 3시 20분 서울대병원으로 들어갔다. 담요를 덮고 마스크를 쓴 채 들것에 실린 채였다. 부산에서 오전 10시 27분경 흉기 습격을 당한 지 5시간여 만이다. 서울대병원 현장에는 김영진 정무조정실장과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강선우 대변인, 강훈식, 박상혁 의원 등이 찾았고 곧이어 최고위원들도 긴급 최고위원회의 진행을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모였다.
▲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앞에 경찰이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후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 후 '서명을 해달라'며 접근한 남성으로부터 목 쪽을 공격 당한 뒤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으나 그는 의식이 있는 채로 구급차에 옮겨졌고, 헬기로 부산대학교 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민주당은 향후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3일 오전 10시 30분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대표의 상태와 당 운영과 관련한 사항들은 지도부와 신속하게 파악 및 협의하여 내일 의원총회에게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빌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 소식을 듣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대통령은 또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한 수사로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방금 전 이재명 대표께서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국민의힘 당원과 저는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피해가 크지 않길 바란다.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논평을 냈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무사와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이번 사태는 명백한 정치 테러다. 일국의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제1야당의 당수를 향한 공격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 민주주의는 폭력의 그늘 속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공당의 대표에게 발생한 명백한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며 "부디 이 대표의 빠른 치유와 회복을 기원하겠다. 경찰은 괴한이 왜 이러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부디 이 대표의 부상이 크지 않기를, 이 대표께서 어서 쾌유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진영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했다.
2023년 윤석열 퇴진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지만, 제2의 퇴진촛불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퇴진투쟁 대중화를 가로막은 가장 높은 장벽은 ‘죽 쒀서 개 준다’는 우려였다. 박근혜 퇴진 이후 촛불 정부의 무능에 대한 민중의 냉소를 빗댄 표현이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퇴진투쟁의 학습효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민중이 우리 사회의 본질을 더 깊이 파악한 결과이기도 하다.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정권을 아무리 바꿔도 산 정상에 바위를 올리는 시지프의 형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체제전환의 가장 확실한 징표는 헌법개정이다. 헌법개정과 윤석열 탄핵은 체제전환의 양 날개다. 동시에 날개짓 해야 역사가 전진한다. 탄핵 없는 개헌은 체제 순응이고, 개헌 없는 탄핵은 그저 정권교체에 멈출 뿐이다.
탄핵과 개헌은 국회의원 2/3의 정족수가 필요하다. 2024년, 역사의 주인인 민중 앞에 체제전환의 기회가 찾아왔다. 4월 총선에서 윤석열 탄핵에 동의하는 국회의원 200석을 만들자. 그리고 외세에 빌붙은 매국노, 반통일 평화 파괴자, 반노동 재벌의 하수인은 영원히 권력에 접근할 수 없게 헌법을 개정하자.
이렇게 제7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고, 44년 전 빼앗긴 ‘서울의 봄’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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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개헌 총선의 3대 장애물
총선에서 개헌 의석 확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상되는 난관은 ▲검찰쿠데타와 야권분열, ▲전쟁위기와 공안정국, ▲이준석 신당과 범여권의 음모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의 총선쿠데타와 야권분열
쿠데타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물리적 힘을 동원해 정권을 찬탈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화 ‘서울의 봄’ 같은 군부쿠데타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검찰쿠데타가 진행 중이다. 전두환의 하나회처럼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권력 장악에 나선 형국이다.
검찰쿠데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면에서 군부쿠데타와 같지만, 총 대신 법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사권을 명분으로 검찰이 쿠데타를 합법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렵다. 저항이 약하니 검찰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문제는 행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무도한 검찰권력이 총선을 통해 입법권까지 탐낸다는 사실이다.
국회 장악을 위한 검찰의 쿠데타 역시 수사권을 통해서다. 행정‧사법권을 장악해 본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 대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총선 쿠데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여당 후보는 사정기관을 통해 확보한 상대 후보의 정보를 선관위에 고발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검찰이 알아서 한다.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를 만들고,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려 본선 전에 여론재판을 먼저 실시한다. 최종 무죄 판결이 나도 상관없다. 선관위 고발과 압수수색만으로 상대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을 악용한 검찰 권력의 총선 개입은 야당 분열 공작에 맞춰진다. 야당 의원을 상대로 수사권을 발동한다고 협박해 탈당과 내분을 조장한다. 야당 분열이야말로 여당에 가장 좋은 선거전략이기 때문이다.
전쟁위기 고조와 공안정국
22대 총선은 4월 10일이다. 그런데 해마다 2월 말이면 세계최대 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올해는 일본 자위대까지 훈련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훈련이 대북 핵 선제공격에 맞춰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북은 “한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든다면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전쟁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윤석열 정권은 오히려 무력충돌을 부추기는 행보를 이어간다. 연말 전방부대를 찾은 윤 대통령은 ‘선조치, 후보고’ 원칙 하에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북의 정찰위성 발사를 꼬투리 잡아 9.19합의 1조3항의 효력 정지를 선포했다.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1조3항을 콕집어 효력을 정지시킨 이유는 무인기와 대북전단 살포를 통해 무력충돌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전쟁 불사’의 각오로 북 무인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전쟁위기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라고 했고,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을 맡은 이부영 전 의원은 “언제 남북이 충돌할지, 국지전이 일어날지, 전면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태”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이 전쟁위기를 조장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의 전쟁위기 조장이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총선승리에 혈안이 된 윤석열 정권은 무인기를 휴전선 이북으로 날려 보낼 지도 모른다. 이에 북이 만약 무인기를 격추하는 날엔 국지전으로 번질 수 있다.
국지전은 계엄상태를 의미한다. 계엄 하에서는 북과 연계가 있다는 의혹 만으로 구속이 가능하다.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안정국 조성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야당 후보 선거운동원에 대한 북한 연계설을 꾸며 선거 판세를 바꾸려는 시도가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신당과 범여권의 노림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며 신당을 창당했다. 얼핏보면 여권 분열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범여권 확장전략의 하나로 이용될 것이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하는 시점에는 득표를 위해 반윤 정서에 기대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언제든 국민의힘과 협력·연대·통합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전 대표는 과거 박근혜 탄핵 때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담고 보수 부활을 모색한 바 있다.
범여권이 이준석 신당을 재활용하려는 이유는 어떤 수를 써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과반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석열 사당이 돼버린 국민의힘은 이미 불통‧영남‧검찰당으로 전락해 중도표 결집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윤 대통령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이준석 신당을 이용해 2030표와 수도권 보수표를 결집함으로써 범여권 과반의석을 노리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에게도 나쁜 수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48.6% 지지로 당선했지만, 지금 윤 대통령 지지도는 35%를 넘지 못한다. 만약 이준석 신당이 이탈한 범여권 표를 결집 할 수만 있다면 원내교섭단체도 가능하다. 여기에 윤석열 비판 목소리를 높여 야권표 일부를 흡수하고, 금태섭 신당 등 야권 이탈 세력과 힘을 합친다면 제3세력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여권 대선후보로 급부상한다. 이 전 대표의 나이가 차기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밑질 게 없는 장사다.
‘범야권 200석’ 가능한가?
탄핵과 개헌으로 제7공화국의 봄을 맞이하려면 총선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여기에는 몇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김건희 특검, 총선 블랙홀
탄핵 총선이 되려면 무엇보다 ‘윤석열 탄핵 사유’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박근혜 탄핵은 최순실 국정농단이 들통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박근혜-최순실을 국민은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최순실이 박근혜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것처럼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이 난무하다. 마침 총선에 임박해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이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50억 특검’도 같은 시기다. 만약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긴 증거가 나오고, 국정농단 정황이 드러나면 모든 총선 이슈를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쌍특검’이 총선에 미칠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용산출신 출마자의 공천 잡음
22대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출신 비서관‧행정관 등은 모두 31명이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이 7명, TK(대구‧경북) 지역이 9명, 수도권이 12명, 충청권이 3명이다.
이들 중 PK‧TK 지역 출마자는 대부분 국민의힘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아야 한다. 공천 대신 임명직 공직을 약속한다고 해도 현역 의원과 윤심 출마자 사이에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윤 대통령은 김 전 대표에게 지역구(울산 남구을)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에게 넘기고, 대표직은 유지하라고 했지만, 김 전 대표는 대표직을 버리고 지역구 출마를 선택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대노했다는 후문이다.
누가 울산 남구을에 최종 공천될지 지켜봐야겠지만, 4선의 김 전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 공천 잡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복두규 기획관으로 말하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특수활동비 등을 관리한 대검 사무국장 출신의 최측근이다.
2월 초 국민의힘 총선 후보 공천이 확정된다. 공천권을 가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심 공천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 공천잡음이 얼마나 일까? 잡음의 크기만큼 국민의힘 내부가 균열하게 된다.
총선 승부수, 거부권 무력화 투쟁
역대 어느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적 없다. 하지만 22대 총선은 역사의 반동을 멈춰 세운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총선에서 윤석열을 탄핵하고, 37년을 유지한 6공화국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당장은 ‘김건희 특검’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이 총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사실을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시간문제다. 결국, 국회에서 재의결 여부만 남는다.
재의결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2/3찬성으로 가결된다. 공천에 탈락한 국민의힘 현역의원 20명의 반란표가 생기면 재의결은 가능하다. 부결에 부담을 느낀 국민의힘 의원 30명이 출석하지 않아도 가결된다.
한편 김건희 특검 거부권 반대 여론이 70%에 달하지만, 총선 이후 특검을 시작하자는 여론도 상당하다. 자칫 총선 후 특검이라는 타협안으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
반면 거부권 무력화 투쟁이 폭발하면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총선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국민에게 특별한 힘이 생긴다. 그래서 선거 때 국민을 유권자라고 부른다.
유권자의 투쟁은 평소 국민보다 힘이 세다. 유권자는 후보자를 상대로 ‘김건희 특검 재의결에 반대하면 선거에서 반드시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줄 수 있다. 그러니 거부권 무력화 투쟁에 총선의 승부수를 던지자.
특히 거부권 무력화는 윤석열 정권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를 의미한다. 국민 스스로가 총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1~2월 모든 힘을 거부권 무력화 투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이 출시한 '가습기메이트'가 시초였다. 가습기 내부 세균을 없애고 세균번식을 억제해 물때를 방지하는 제품이었다. 인체에 무해한 것은 물론이었다.
출시 첫해 10만개가 팔리면서 다른 회사들도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6년부터는 옥시, 애경, LG생활건강 등이 잇달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2011년에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산모들이 줄지어 입원했다. 환자에게는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과 폐가 터지는 증상 등이 나타났다.
바이러스를 의심한 의료진은 여러 검사를 진행했으나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나섰다. 역학조사, 세포독성시험, 동물 독성 실험 등 여러 조사를 7개월 동안 진행했다.
그러한 실험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에서 피해자와 비슷한 폐손상이 발견됐다. 정부는 곧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그리고 피해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접수가 시작된 이래 현재(23년 12월)까지 총 7890명이 피해를 호소했고 이중 5667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됐다.
반면 가해자, 즉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기업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면죄부를 부여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대표, 애경산업 대표 등 기업인 13명도 마찬가지다. 오는 1월 11일 2심 선고가 나온다. 3년 전 1심에서 이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재판 결과는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것과도 상반된다.
지난 12월 2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진행한 류이 예술감독은 이번 2심 재판부가 4가지를 유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2021년부터 전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전문가 등 100여 명을 만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류 감독은 2023년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2심 재판을 모두 참관하기도 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1심 재판, 형사법 원칙을 들이밀어서 과학적 논리를 배격"
프레시안 :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제정의실천시연합 등 전국의 71개 환경단체가 주는 환경시민상을 받았다. 이 상을 받은 배경이 궁금하다.
류이 : 2021년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서 무죄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우 놀랐다. 당시 뭐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서 피해자들이 진행하는 시위를 찾아갔다. 거기서 피해자 김태종 씨를 만났다. 그때 들은 말이 '나는 아내를 죽인 살인자입니다'였다. 충격을 받았다. 가해자인 기업들이나 정부가 자기들 책임은 없다고 다 오리발을 내미니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식이었다. 아내에게 살균제를 사다 준 사람이 자신이었다. 자기는 살고 아내는 죽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그때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3년째 50가족(100여명)을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 : 상을 받은 배경이 그런 활동을 해서인가.
류이 : 뭐든 기록이 중요한데,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제대로 기록하는 분이 없었다. 그리고 관련해서 두 편의 단편영화가 나왔고 상영회도 진행했다. 그것을 보고 상을 주신 듯하다. 장편영화도 준비 중에 있다.
프레시안 : 3년 동안 유가족을 만나왔기에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는 11일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SK케미칼의 홍지호 전 대표, 애경산업의 안용찬 전 대표 등에 대한 2심 선고가 나온다. 2021년 1월 12일 무죄 판결을 받은 지 3년 만이다. 1심에서는 모두 무죄 판정을 받았다. 질환과 살균제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류이 : 1심 재판부는 쥐 실험 결과를 근거로 살균제가 폐에 도달했다는 증거가 없고, 도달해서도 염증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것은 과학자들의 증언과 배치된 판결이었다. 역학조사에서도 연관이 있다고 했는데, 형사법 원칙을 들이밀어서 과학적 논리를 배격했다.
옥시싹싹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폐손상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의 교차비가 47.3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폐손상 발생 위험이 47.3배 높다는 의미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병에 걸린 이들은 거의 100%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의미다.
SK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도 전 국민 의료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 천식 발생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명났다. 중증도(3)를 기준으로 볼 때, 가습기 살균제 노출자는 비노출자에 비해 어린이에서 최고 30배, 성인여성에서 최고 15배로 위험도가 높게 나왔다. 살균제가 어떻게 폐에 도달했는지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등은 밝혀야 하지만, 이는 그 다음 문제다. 역학조사로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프레시안 : 2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나.
류이 : 2심에서도 기업 측 변호사들은 피해자들의 폐질환을 '특이성' 질환의 일환으로 삼아 논박했다. 물론 재판에 출석한 전문가는 특이성 질환은 근거가 없다고 했지만 변호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렇게 논쟁되는 것을 두고 보는 식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건드리는 피해자의 죄책감"
프레시안 : 2심 판결이 1월 11일에 나온다.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류이 : 2심 재판부가 도중에 바뀌었는데, 이전 재판부와는 다르게 서승렬 재판부는 공정하게 진행하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항소심이지만 빠짐없이 기록을 다 보려 했다. 새로 나온 증거나 빅데이터 연구결과, 추가 채택 증인 등을 최대한 많이 검토하고 살펴봤다. 결과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항소심을 다 지켜봤다고 들었다. 항소심에 피해자 당사자나 가족들은 참관을 했는가.
류이 : 초반에는 잠깐씩 본 분들이 계시지만, 피해자분들이 거의 참여를 못 했다. 물론, 탄원서를 넣은 분들은 여럿 있다프레시안 : 궁금했을 듯한데, 왜 참여를 하지 않았는가.
류이 : 다들 환자 분들이라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변호사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근본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습기 참사 피해자들이 다른 참사 피해자와 유독 다른 성향을 보이는 게 첫째로 스스로가 환자이다 보니 몸이 아파서 어디 참여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렵다.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피해자 김선미 씨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두 번이나 구토 증상을 겪었다. 천식 환자여서 숨을 못 쉬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살균제를 스스로 사다 쓰지 않았나. 이것을 가지고 2차 가해가 심각하다. '니가 사다 써놓고서 왜 기업을 욕하느냐'는 선 넘은 비난이 상당하다. 이것을 겪어본 피해자들은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상당수가 자괴감에 빠져 있거나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다. 다들 자폐 증상이 있어서 집밖을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생각해봐라. 자기가 산 살균제로 아이가 서서히 죽었다는 죄책감을 어떻게 씻어낼 수 있겠나. 게다가 불특정 다수가 그러한 죄책감을 자꾸 건드린다.
마지막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한날한시에 참사를 당한 게 아니다.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병원이나 군대 등에서 조용히 당했다. 한날한시도 아닌 장시간에 걸쳐서 말이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은 파편화돼 있고 고립돼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 중에는 '인생은 지옥이다' 이렇게 말하는 분이 많다.
프레시안 : 그런 피해자들의 상황을 변화하기 위해서라도 항소심 결과가 매우 중요한 듯하다.
류이 : 유죄가 나오면, 희망이 생긴다. 그것을 시작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이 서로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분들이 세상에 나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다. 가해자는 따로 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이번 항소심 결과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항소심이 뒤집힌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류이 : 내가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항소심을 모두 지켜보지 않았나. 재판부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판단을 했음 한다.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류이 : 첫 번째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아픈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 예컨대, 대표적인 피해자가 두 분이 있다. 이장수 씨 딸은 1995년에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했다. 태어나서 50일 정도 밖에 살지 못했다. 최초의 영아 사망자였다. 그런 사실을 판사는 알아야 했다. 그분을 불러서 당시 상황을 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김태종 씨 부인 박영숙 씨의 경우 13년간 투병을 하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그 투병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병원에 23번 실려 가고, 그중 16번을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확신이 생긴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배척하는 것도 문제일 듯싶다.
류이 : 항소심 초반에 증인으로 피해자 두 분이 나오셨다. 80에 가까운 노인 분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 측 변호사가 살균제를 언제 어떻게 썼느냐며 집요하게 과거의 기억을 캐물었다. 그러니 이 노인분이 당황해서 연도를 헷갈려서 진술이 왔다갔다 했다. 변호사는 그것을 물고 늘어져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공격했다. 32년 동안 진행되어 온 참사이기에 기억이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런데 재판은 그것을 용인해주지 않는다.
이 과정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지난 12년 동안 반복돼 왔다. 가해기업과 정부는 진짜 피해자, 가짜 피해자를 나눠서 '넌 피해자가 맞느냐'고 묻고, 피해자는 이에 증거를 수집해서 '나는 피해자가 맞다'고 답해야 하는 식이다. 증거가 헷갈리거나 불분명하면 '가짜 피해자'가 된다.
프레시안 : 이것은 다른 참사에서도 늘 반복되는 문제인 듯하다.
류이 : 두 번째는 재판부가 피해자들이 '내 몸이 증거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학적인 진술이라는 점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집단적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그것으로 피해자의 '내 몸이 증거다'라는 진술은 입증이 끝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893만여 명이 노출 피해를 봤고, 95만여 명이 상해 피해를 봤다. 2만여 명이 죽었다. 이 2만여 명은 기업들이 죽인 셈이다. 집단살인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독성학이나 임상 사례 등을 헤집어서 논박을 진행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재판이 그랬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서 쥐로 실험해보니 이상이 없었다면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기업 측 변호사들은 주장한다. 역학조사라는 게 과학임에도 왜 변호사나 판사는 자기가 잘 모르는 그런 과학 분야에서의 과학자 의견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과학적 입증이 된 사안을 다시 재판에서 논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들에게 조그마한 빛 밝혀주는 판결되길"
류이 : 세 번째로 가습기 살균제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균제는 물 분자와 함께 나노 입자로 바뀌어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간 뒤, 염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피를 통해 여기저기로 들어가 전신질환을 일으킨다. 이런 과정은 이미 입증됐다. 그런데 쥐를 통해 독성 실험을 하니,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위해성이 없다고 기업들은 주장한다. 그렇게 겉으로는 위해성이 없어서 우리 제품으로는 환자가 생길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1심 재판 말미에 중증피해자 11명에게 보상을 했다.
프레시안 : 왜 그런 것인가.
류이 : 그분들이 재판에 계속 참관하면서 탄원서를 내고 추가 고소를 하니, 이렇게 가면 재판에 불리하겠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한 듯싶다. 그렇게 해서 이분들을 재판정에 못 나오게 했다. 재판부에서 이를 인지하고 철퇴를 내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형량 문제다. 현재 진행되는 재판에는 98명의 피해자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런데 검찰은 기업 대표들에게 5년을 구형했다. 현재 신청 피해자는 7883명으로 확인된다. 이중에서 환경기술원이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이 5417명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단독으로 쓴 피해자는 308명이고, 다른 제품과 함께 쓴 복합사용 피해자는 2181명이다. 이 중에 98명분의 형량만이 재판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죗값은 어디에서 받아야 하나.
현 재판부는 이런 지점을 감안해서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조그마한 빛이라도 밝혀주는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환주 기자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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