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마포구의회의 해외 연수가 MBC 뉴스데스크(2011.4.26)에 보도되었다. 전형적인 외유성 기초의회 해외연수라는 논조였다. 실제 연수 프로그램을 봐도 외유성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관광국가 터키와 그리스의 관광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관광산업 우수 정책을 파악한다고는 하나 그건 다 공문구일 뿐이다.

 

그런데 MBC 뉴스에는 진보신당 마포구의회의 진보신당 오진아 구의원의 인터뷰 장면도 등장했다. "의원님, 여기(인천국제공항)에 무슨 목적으로 오셨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위원장님께 여쭤보세요"라고 답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방영됐다.

 

뉴스가 나간 후 진보신당 마포당협의 게시판에는 생각보다는 적은 숫자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치열하게 성토하는 글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처음에는 진보신당 마포당협 정경섭 위원장과 오진아 구의원의 사과글만 올라왔고, 이에 대한 댓글도 생각보다는 그 숫자가 적었다. 이어진 글도 예상보다는 빈도 수가 적은 편인 것 같다.

 

- 정경섭 당협 위원장의 경과 보고 글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연수 거부를 결정했지만 오진아 의원이 안 가면 자신들도 안 가겠다는 동료의원(한나라당, 민주당)들의 의사 표시가 되자 오진아 의원에게 압박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처음 결정을 뒤집고 해외연수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안적 연수 프로그램인 전국여성의원네트워크가 추진하는 독일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했으나 구의회 의장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뒷 사정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사실은, 결정을 번복하고 해외연수 참여를 결정한 '동기'에 있다. 그것은 주민참여예산조례, SSM 조례 등 몇 가지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있어서 타당 의원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정경섭 위원장의 판단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2010년 7월 기초의원단 공동기자회견에서 '3대 구습 개혁, 5대 생활입법, 3대 진보과제 실천'하겠다는 공동활동계획을 발표했었다. 이 3대 구습에는 '교황식 의장 선출 제도', '의정비 밀실 편성', '외유성 해외연수'이다.

 

오진아 구의원도 이같은 서울시당의 입장과 함께 2010년 7월 7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4대 생활입법(무상급식지원조례, 어린이보행안전로조례, 작은도서관지원조례, 주민참여(예산)기본조례)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던 '3대 구습 개혁' 문제가 하루 아침에 날아가 버렸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조례 제정 과정에서 타 당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해외 연수 문제를 양보했던 것이다. 이게 본질이고 팩트다.

이와 같은 행태, 사업작풍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가장 크게는 (진보신당 마포 게시판의 '방문자'라는 분의 말씀대로)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질지 예상을 하고서도 강행한 것에 있다. 정경섭 위원장의 글에 나오는 것처럼 "최종적으로 시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외연수에 참여는 하되, 이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는 100%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함."이라는 문구는 이같은 정치공학적 행태가 진보신당 마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진보신당 서울시당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이로 미루어볼 때 MBC 보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덮힐 문제였다.)

 

'방문자' 님은 이를 '정치공학적 판단'이라 부르지만 난 '흥정 정치', '거래 정치'라 부르고 싶다. 하나 던져주고 하나를 받는, 이같은 흥정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고자 하는 흥정 정치. 바겐(bargain)이 보통 '흥정', '협상'으로 번역되는데,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에 이뤄가는 과정을 민주주의라고 이해하는 딱 부르주아적 방식 그대로이다. 이때 정치의 장은 갑자기 시장으로 돌변한다. 그야말로 '시장'에서의 흥정과 다를 바가 없이 '값을 부르고',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기브 앤 테이크'의 행위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정경섭 위원장의 판단은 말하자면 3대 구습 문제 중 하나인 해외 연수 문제를 '바겐세일'한 셈이다. 가랑비에 옷젖듯 시장주의로 경도되어 간 그간의 문제점이 제대로 곪다가 이내 터진 셈이다.

 

- 여러 당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당원들과의 소통" 문제를 꼽는다. 그것은 물론이기는 한데, 자칫 그것이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차원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내부 민주주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문제로 정식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경섭 씨를 위시한 소위 진보정치 하겠다던 이들이 흥정정치로 젖어든 과정은 당원들의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또한 동시에 당원들을 당협의 들러리로 만들고 단순한 지지자로 전락시키는 과정과 동일한 과정이기도 했다.

 

한 명 있는 구의원의 활동이, 게다가 3대 구습 철폐 같은 시당 차원의 중요한 정치적 활동 방향 문제가 '바겐세일' 된 이 같은 결정이 당원들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랍다. 마포 당협의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결정들 중 당원들에게 응당 공개해야 할 것들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규정의 미비든 임원들의 게으름이든) 이처럼 당원들의 등 뒤에서 당의 중요한 결정 사항이 얼마든지 거래될 수 있는 악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내부 민주주의는 그냥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미 주어져 있는 원칙이 아니다.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정경섭 씨와 오진아 씨 외에 대안이 있습니까?"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운동 엘리트집단에게 노동자정치, 대중정치가 '위임'되고 '대의'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당협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쓰는 숫자가 줄어든 것도 이와 같은 현실의 반영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안에 스며든 낡은 저들의 룰(거래 정치)을 도려내야 한다. 그 출발은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정경섭 위원장, 오진아 구의원뿐만 아니라 이같은 결정에 함께하고서도 당원들 앞에 이 결정의 문제를 공개하지 않았던 이들(임원진이었는지, 운영위원인지도 지금으로서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서울시당의 책임자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당을 당원들의 손에, 결정에, 판단에 맡길 것인가 하는 점이고 그것이 보수정치와 구분되는 진보정치의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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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1:59 2011/05/02 11:59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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