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폭주

문제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였다.

 

천성산 살리기 선전전에 갔다가 옆에 있는 교보문고를 들렸다.

전에 국어교사를 하는 후배를 만났다가

보르헤스 단편집을 들고 있길래 재미있냐고 물어보니

재미있다고 하면서 같이 추천해 준 작가가 마르케스였다.

이 얘기가 떠올라 마르케스의 소설을 찾아보니

"외국소설" 코너에 몇 개가 검색되더라.

이 중 "칠레의 모든 기록"을 사기로 마음먹고 탐험을 떠났다.

성격상 일단 혼자 다 뒤져본다음 정 못찾을 것 같으면 점원에게 물어보는 편이라

"외국소설"의 전 서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교보문고의 교묘한 상술에 놀아난 건지

"외국소설" 코너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일본소설".

눈길을 주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만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하나씩 집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난 일본 소설은 웬만해서 두 권 연속으로 읽지 않는데,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서 습관처럼 그렇게 한다.

일본 소설을 두 권 샀으니 마르케스 이외의 책을 한 권 사야 한다.

이런 강박관념에 싸여 보르헤스를 하나 더 샀다.

(아직 마르케스는 못 찾은 상태. 이미 본말이 전도된지 오래다.)

 

대충 마음의 평정을 찾고 마르케스를 뒤지는데,

이건 신의 장난, 또는 악마의 장난이라고 할까.

"눈먼 자들의 도시"가 하필 검색 중에 발견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는 조금 심각하게 갈등이 되더군.

1-2분 정도 그 자리에 서서 생각해 보았다. 이걸 사도 되는지 아닌지.

역시나 생각을 오래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속삭인다.

"이봐, 니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앉아있지? 단순하게 생각하라구."

순간적으로 책을 빼 들고 말았다. 이번에도 악마의 승리. 넌 정말 대단해.

 

결국 찾던 마르케스도 사고. 도합 5권의 "소설"을 한 번의 구매를 통해 얻었다.

아아 사회과학서적이여 당분간 안녕.

가을 맞을 준비는 다 끝났군.

 

난 교보문고 자본의 교묘한 상술에 놀아난걸까.

그냥 스스로의 욕구에 충실했다고 생각하는게 맘 편하겠지. 후훗.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