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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독백 & 대사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안고 있는 지금은 상당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얘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몸 안에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정지오)

 

 

 

 

생각해보면 나는 순정을 강요하는 한국 드라마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단 한번도 순정적이지 못했던 내가 싫었다. 왜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상대를 더 사랑하는 것에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내가 이렇게 달려오면 되는데, 뛰어오는 저 남자를 그냥 믿으면 되는데, 무엇이 두려웠을까?

 

(...)

 

나는 오늘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순정을 다짐했다. 그가 지키지 못해도 내가 지키면 그 뿐 아닌가. (주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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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명대사 와 독백

 

준영: 근데, 우리 엄마 만날 것 같았으면 나한테 정보를 좀 물어보지. 그러면 우리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말해줄... 아니다, 잘했어 잘했어. 집에 가질 말걸. 괜히 가가지고는 싫은 소리만 한 바가지 듣고.. 소화제 있어? 엄마네 집에서 먹은 밥이 체한 것 같애. (냉장고 앞으로 가서 물을 마신다.)

지오: 야, 준영아. 너 그냥 강준기 만나라.

준영 : 뭐?

지오 : 나 너 못만나겠다. 강준기가 그냥 만나잔다며. 그냥 걔 만나.

준영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식탁에 와 앉으며) 장난이 심하다.

지오 : 장난 아니거든.

준영 : 장난이 아니면 뭐야? 아무리 짜증나도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는거야!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사람 성질 돋구고...

지오 : 그러니까 짜증나게 있지말고 가라고 새끼야!

준영 : 왜 소리를 질러? 소화제나 달라고!

지오 : 없어.

준영 : 우리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이제 알겠지? 내가 왜 그렇게 엄마를 피해 다녔는지.

지오 : 사람 쪼잔하게 만들지 마라. 니네 엄마때문 아니야.

준영 : 장난도 아니고, 엄마 때문도 아니면, 진심이란 거야?

지오 :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났고, 우리 집은 너가 생각한 것보다 더 형편없다. 그리고 난 그 모든걸 굳이 뛰어넘을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피곤하고 암튼.. 너는 나하고는 그만 보는게 나을 것 같다.

준영 : 또또 심각하게 나온다 또. 지겨워 진짜. 그놈의 심각병. 오늘은 자. 나도 피곤해. (현관을 향해 나감)

지오 : 키 두고가.

준영 : 뭐가 문제야?

지오 : 갑자기 너랑 나랑 무슨 대단한 사랑을 한다고 내가 이렇게 초라한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무리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관둘라고.

준영 : 넌 가끔 정말 정말정말 이상해. 그거 알어? 보름 동안 24시간밖에 못자서 골이 딩딩 거려. 내일 얘기해.


(지오 나레이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구는 그것이 초라함의 문제이고,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어쩔수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준영이를 다시 만나면서 대체 내가 왜 예전에 얘랑 헤어졌을까, 이렇게 괜찮은 얘를... 과거에 내가 미쳤었나 싶게 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은 안했지만 천만번 다짐했다. 다신 얘랑 헤어지지 말아야지. 근데 또 다시 헤어지고 말았다. 내가 저질러 놓고도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한다. 난 내가 생각해도 좀 미친 것 같다. 그래도 난 준영이를 다신 안 만날 생각이다. 그게 내 한계래도... 이젠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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