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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서평] 닭털 같은 나날 - 류진운


류진운 (劉震雲) - 1958년 중국 하남성 연진현에서 태어나, 1982년 북경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농민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으로 <닭털 같은 나날>, <고향천하황하>, <핸드폰>, <관리들 만세> 등이 있다. '1942년을 돌아보다'는 2004년 현재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다.

죽의 장막이 걷힌지 오래라 해도, 중국 인민들의 삶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그곳 평범한 사람들의 현재는 어떠할까? 현대 중국 문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는 류진운의 소설을 통해 슬쩍 엿보자. 우리 작가 황석영이 '대단한 작가다! 문학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라고 극찬까지 했으니.

(우리 나라나 중국이나) 소시민의 삶이란 게 뭐 그렇다. 아침 일찍 일어나 두부를 사기 위해 줄을 서지만, 그러다가도 통근버스가 오면 늦지 않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시간이 모자라 냉장고에 넣어두지 못해 상한 두부는 부부싸움의 실마리가 되고, 한번 시작된 싸움은 들불처럼 아내의 직장문제, 아이의 유치원 문제, 가정부 문제로 번져나간다. 아아, 상한 두부 한 근이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다니. 정말 울고 싶어진다.

아이가 생기니 생활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기고 매일매일 출퇴근하고 먹고 마시고 싸고. 말이 쉽지 하나도 그냥 되는게 없다. 돈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히 뇌물도 써야 하고 연줄도 타야 하고 남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소시민으로 산다는 건, 뭐 그러그렇게 남들처럼 흘러 가는 것일게다.

물론 임씨 부부도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정치적 이상향을 꿈꾸던 청년은 무능한 남편과 아버지가 되었고, 조용하고 시적인 아가씨는 잔소리쟁이에 밤에는 몰래 수돗물을 훔치는 주부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집안일을 하다보면, 저녁이 되어도 책 한장 뒤적이고 싶지 않다. 꿈이나 이상 따위, 철부지 때나 품을 수 있는 사치인 것이다. 아니 그런가?

똑같은 얼굴, 개미떼 같은 군중이 되어간다. 오랜만에 찾아온 초등학교 은사님께 저녁대접도 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야 한다. 훗날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눈물 흘리지만 어쩌랴. 산 사람에겐 죽은 이와의 이별보단 당장 눈앞에 쌓여있는 배추더미가 더 절실한 것을. 우리들 곁에 있는 건 꿈도 아니고 이상도 아니고 바로 '삶', '생활'인 것이다.

그렇게 닭털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부수수 흩날리는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딱딱하면서도 재치있는 문체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삶의 순간, 생활의 단면을 재미있게 그려낸 소설집이다. 문학적 수식은 적지만, 생활과 인간-그 자체에 집중한 중국 신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 알라딘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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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책이다... 풀무질 일꾼 은종복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부라보~ 재밌다. 짱짱 재밌다....

3편의 중편소설이 모아져 있는데, '닭털같은 나날'은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소시민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삶의 칙칙함, 지독한 속물스러움을 정말 능청맞게도 잘 그려냈다.
'관리들 만세'는 중국 공산당(이건 분명히 '공산주의자'이고 싶은 족속들이 만든 어설픈 피조물이 분명하겠지만...)의 관료주의의 구린내 나는 작태를 껍데기 하나 남김없이 다 드러냈다.
'1942년을 돌아보다'는 별로 재미는 없었는데... 충격적인 사실들을 잘 모아놨다. 장개석 집권 당시 중국이 홍수로 인한 중국 인민들의 죽음과 고통을 얼마나 무참히 깔아 뭉개고 있는지를 어떠한 다큐멘타리 보다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꼭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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