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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통째로 요약

제1부. 교환양식



1. ‘생산’에서 ‘교환’으로

․ 사적유물론의 오류 : 국가가 상부구조라는 견해는 근대자본주의 국가 이후에만 성립. 원시사회에는 애당초 국가가 없었고, ‘동양적 국가’에서도 국가장치(군, 관료, 경찰기구 등)는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지배계급 위에 있는 것이 아님. 애덤 스미스가 범했던 근대사회에서의 양태를 원시단계에 투영하는 오류는 사적유물론에서도 반복됨.

․ 생산양식이라는 관념은 생산이 일차적이고 교환, 분배가 이차적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이어짐. 보통 교환은 상품교환과 같은 이미지로 생각되나, 그것은 교환일반 속에서 오히려 작은 부분. 미개사회로부터 공동체 내적으로는 증여와 답례로 구성되는 호수적 교환이, 공동체 사이에서는 폭력적 약탈관계가 형성. 상품교환은 사실상 상품과 화폐의 교환. 교환이 아닌 것이 교환인 것처럼 표상되는 관계

B 재분배

(약탈과 재분배)

A 호수

(증여와 답례)

C 상품교환

(화폐와 상품)

D ?

 


2. ‘교환’의 현재적 의미

․ 마르크스는 사실 ‘생산’이 아니라 ‘교환’, 또는 그보다 넓은 의미로 ‘교통’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 여기서 교통은 가족이나 부족과 같은 공동체, 공동체 사이의 교역 또는 전쟁까지 포함하는 것. ⇒ 모제스 헤스의 영향. 『독일 이데올로기』, 『경제학․철학초고』등에 나타남.

․ 마르크스의 ‘생산’개념의 초점 : 자연과의 물질대사. 생산과정에서의 폐기물에 대한 사고. ⇒ 합리적 농업과 자본주의의 양립 불가능성.


3. 다섯 가지 사회구성체

․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경제학 연구에 전념하면서 ‘교통’ 개념 사용을 중단함. 그러나 이 때문에 마르크스를 비판하기 보다는 『자본론』에서의 작업을 국가와 네이션에도 적용해야 함. 근대의 자본제경제, 국가, 네이션은 기초적인 교환양식의 변형과 접합에 의해 역사적으로 형성.

․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파악한 사회구성체

 └→ 씨족적 사회구성체 : 호수(互酬)가 지배적. 공동체 사이에선 약탈-재분배가 존재.

 └→ 아시아적 사회구성체 : 비트포겔이 말한 수력사회. 중요한 것은 수력사회가 발전시킨 문명, 즉 국가기구의 출현.

 └→ 고전고대적 사회구성체 : 아시아적 사회구성체인 제국의 ‘아주변’(submargin)으로 성립된 도시국가. 제국의 문명을 향수하면서 동시에 부족적인 호수성을 유지. (그리스의 폴리스와 노예제)

 └→  봉건적 사회구성체 : 서유럽, 일본 등 제국의 아주변. 서유럽에서는 집권적 국가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교황과 황제의 항쟁, 영토간의 항쟁 속에서 도시와 상업이 자립.

 └→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 : 상품교환의 우위. 약탈-재분배 관계는 봉건적 특권을 빼앗긴 귀족들이 국가 관료로서 토지세를 배분받으면서 변형된 채 유지. 세금을 통한 복지국가의 유지. 호수적 교환은 ‘네이션’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통해 유지.

 └→  어소시에이션 : 상품교환이라는 위상에서 생겨난 자유로운 개인 위에서 호수적 교환을 회복하려고 하는 새로운 운동. 이는 역사적으로는 보편종교가 설명하는 ‘윤리’로서 나타남.

․ ‘세계제국’과 ‘세계경제’ : 자본제 이전의 세계는 ‘세계제국’, 이후의 세계는 ‘세계경제’(월러스틴)



제2부. 세계제국



1장. 공동체와 국가


1. 미개사회와 전쟁 (씨족적 사회구성체)

․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미개사회의 원리 : 근친상간 금지는 여성의 호수적 교환관계를 나타낸다. 즉 사회를혈연적인 좁은 범위로 축소시키지 않기 위해서, 말하자면 ‘문화’를 ‘자연’으로 환원시키지 않기 위해서 필요함. 그러나 이 미개사회의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폐쇄적이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미개사회에서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를 발견하지만, 그것은 바깥 국가로부터의 독립과 수렵․채집이 가능한 자연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한 것. 아메리카 대륙의 미개사회는 잉카, 마야 아스텍 등 ‘아시아적 국가’의 주변부에 있었기 때문에 생존이 가능했음.

․ 생산력 발전이 국가형성(×), 국가에 의한 집단적 농업과 장시간 노동 강제가 생산력 발전 유발(○)


2. 국가의 탄생 (아시아적 사회구성체)

․ 국가는 공동체 속에서 발생하지 않으며, 그것은 본래 하나의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들을 계속 지배하는 형태. 지배자와 수탈당하는 자의 관계가 지속적이기 위해서는 약탈-재분배가 마치 호수적 교환인 것처럼 표상되어야 함.

․ 칼 슈미트 “정치적인 것의 특유한 영역은 ‘친구와 적’의 구별에 있다” ⇒ 국가는 다른 나라를 상정하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 국가는 그 내부에서 폐지할 수 없다.


3. 아시아 전제국가와 그리스․로마 (고전고대적 사회구성체)

․ 동양적 전제국가의 출현 : 아시아적 국가에서는 지배자의 공동체는 사라지고 피지배자의 공동체만 남음. 피지배자의 공동체에 국가가 간섭하는 일은 거의 없음. 이 관계의 최상위에 제국이 존재. 이들 제국은 보호와 복종이라는 ‘교환’에 의해 많은 주변 국가를 지배 하에 놓고 그 범위를 넓혀 ‘제국’이 됨. 막스 베버가 말한 관료제의 원형이 출현했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공동체의 호수원리는 그대로 남아있음.

․ 그리스 민주주의 : 부족적 공동체의 평등주의와 호수원리가 관철됨. 이집트나 페니키아 문명에 있었던 문명의 많은 것을 계승하면서도 집권적 국가체제만은 받아들이지 않음. ⇒ 제비뽑기에 기초한 아테네식 민주주의 출현.


4. 봉건제와 자유도시 (봉건적 사회구성체)

․ 봉건제는 로마제국의 아주변 즉 게르만의 부족사회에서 성립된 것. 로마제국의 봉건제에서 주군과 가신의 쌍무적 계약관계는 호수원리. 이것은 왕이나 제후들의 전쟁에 의한 분산화, 다중심화가 통일적인 국가형성을 방해했던 것. 봉건제와 병행한 농노제는 아시아적 공납제와는 다르게 농노가 토지를 소유하고 강한 농업공동체 존재.

․ 제국의 집권성이 약하므로 황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교황 측에 붙어 다양한 특권을 얻는 로마교회 등장. 피렌체의 코무네 선언(1115년), 쾰른 대주교의 ‘자유를 위한 성서공동체 결성’(1112년) ⇒ 1871년 파리코뮌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운동의 모체가 됨.


5. 아주변의 행방 ( “ )

․ 부르주아사회를 육성한 것은 봉건제. 서양의 일반적 특징은 중핵, 주변, 아주변이라는 위치와의 관계에 기초한 것. 일본 봉건제도 중국 제구의 아주변에 위치함으로써 가능. 조선이 중국의 제도에 완전히 편입되어 동양적 국가가 구축된 것과 상반 됨.

․ 일본 봉건제는 쌀농사에 수반되는 공동체적 소유와 구속이 있었지만, 농민은 실질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음. 16세기에는 사카이나 교토 같은 자치도시 존재. 조닌(부르주아)의 무화적인 활동도 계속 됨. 일본의 사회구성체는 봉건적이지만 아시아적이지 않음.


※ 정리 : ① 중앙집권적 제국 성립 (동,서 아시아)  ② 제국의 바깥(아주변)에서 중핵 문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집권적 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고전고대적 도시국가와 봉건적 사회구성체 등장 ⇒ 이후 그곳에 중앙집권적 국가가 형성되나, 이는 아시아적 국가가 이미 이룬 수준을 따라잡은 것에 불과.

 ⇒⇒ 국가 일반에 대한 고찰에 있어서 동양적 전제국가에 주목해야 함.



2장. 화폐와 시장


1. 상품교환이란 무엇인가?

․ 상품교환의 성립 조건 : ①공동체 바깥에 존재. 공동체 내부의 교환은 호수적 교환이 되지 상품교환이 되지 않음. “상품교환은 공동체가 끝나는 곳에서,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 또는 그 성원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마르크스)  ②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는 생산물 교환보다 약탈이 선행하므로, 상품교환이 성립하려면 약탈이 배제된 자유로운 합의에 기초해야 함. 이는 역설적으로 폭력을 독점함으로써 다른 폭력을 금지하는 국가와 법이 선행되어야 가능.


2. 미개사회와 원시사회

․ 폴라니는 트로브리안드 제도의 쿨라 교역에서 유통되는 선물인 바이구아(vaygue)라 불리는 재화나 보물을 화폐라고 지적했지만, 이와 같은 교환은 간(間)공동체적인 교역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공동체 내부의 호수적 교환.

․ 원시단계는 미개사회가 아님. 미개사회는 바깥의 국가가 간섭하지 않으면 그 사회시스템을 영속시킬 것. 미개사회는 교환양식 A를 순수하게 고찰할 수 있음. 반면 원시사회는 교환양식 A,B,C가 동시에 존재. 원시단계에서도 자신의 환경에서 생산할 수 없는 것을 반드시 다른 공동체에서 얻을 필요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는 호수원리가 작동하지 않음.

․ 국가와 상품교환은 상보적 : 상호계약을 강제하는 힘을 국가만이 가짐. 다시 말하면 상품교환은 교환양식 B를 전제하는 것(상업에 대한 과세).


3. 화폐의 기원

․ 고전파의 화폐론 : 화폐는 각 상품에 투여된 노동가치를 표시하는 것. 리카도학파 사회주의자는 화폐를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표시하는 노동증표의 사용을 주장.

․ 마르크스의 가치형태론 : 애덤 스미스의 생각(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다)과는 다르게 상품은 다른 상품의 사용가치로 표현된다. 상품a는 상품b의 사용가치에 의해 표시 됨. 상품b는 사실상 화폐(등가물). 여기서 실제로 화폐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상품b만이 등가형태(일반적 가치형태)여야 함. 한 상품만이 다른 모든 상품과 교환가능하게 되었을 때 화폐가 등장.

 └→ 생각의 전도 : 금이나 은이 그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화폐인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특별하기 때문에 화폐라고 생각. 홉스의 사회계약에서와 같이 화폐는 상품들의 사회계약인 것. 상품교환이 만드는 세계는 인간의 동의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의지를 넘어선 객관성을 가짐.


4. 상인자본과 대금업

․ 화폐에 의한 교환은 자유롭고 대등한 관계를 초래하지만, 동시에 등가형태와 상대적 가치형태 즉 화폐와 상품이라는 비대칭적인 관계를 수반. 화폐를 가진자가 더 우월. 자본가는 이 화폐를 항상 새로운 유통에 맡김으로서 가치의 끝없는 증식을 추구.

․ 화폐에는 상품과 교환할 권리가 있지만 상품에는 화폐와 교환할 권리가 없음. 마르크스는 상품이 화폐와 교환될지 어떨지를 ‘목숨을 건 도약’이라 함. (‘에서 ’의 과정) 이런 위험을 당분간 피하는 것이 ‘신용’. 신용제도는 자본운동의 회전을 가속화/영속화 함. 이 과정에서 ‘빌린 자본’, 즉 상인자본과 대금자본을 고려해야 함.


5. 국가 ․ 화폐 ․ 교역

․ 화폐는 상품들간의 사회계약이다 : ① 화폐는 국가가 유통시킬 수 없음. 국제적으로 통용도지 않는 화폐라면 국내에서도 통용되지 않음. 소련연방과 같이 강한 국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말기에는 국내에서 루블이 통용되지 못함.   ② 세계화폐가 상호신용에 의해 성립한다는 견해는 화폐가 금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미국의 달러-금 태환 정지 이후에도 달러가 세계화폐로 존속 중. 그러나 금이 태환되어 유출되어버렸기 때문에 태환을 정지시킨 것인데, 만약 금준비가 불필요하다면 금의 유출을 정지시킬 필요는 없음. 그러므로 여전히 금=세계화폐.

․ 상인자본은 국가간 가치체계 차이에서 이윤을 얻음. 그리스인들은 그런 상인을 경멸함. 소크라테스, 플라톤은 그런 상인 소피스트들을 비난.

․ 도시와 상업의 발전은 공동체나 국가를 넘어서 통용되는 화폐의 힘. 이로 인해 봉건제는 붕괴하고 그 결과 절대주의 왕권국가 성립. ⇒ 부르주아와의 연대를 통해 봉건적 특권 폐지. ‘경제’의 자율성 인정.



3장. 보편종교


1. 보편종교와 예언자

․ 네 번째 교환양식의 특징 : 정치적 국가조직을 거부. 또한 시장경제(C)위에서 호수적인 공동체(A)를 회복하려는 것. 이것은 다른 세 가지 교환양식과 달리 이념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역사적으로는 보편종교의 형태로 나타남. 사회주의는 본래 종교의 형태로 태어남.

․ 예언자 종교에는 초월적․초감성적인 무언가에 대한 호수적 관계로 드러나는 주술적 영역이 강하게 남아있음. 반면 주술에서 종교로의 변화는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에서 국가로의 이행에 대응하는 것. 종교의 보편화 또는 일신교의 출현은 국가의 보편화 즉 세계제국의 형성에 수반되는 현상. 보편종교는 현실적으로 세계제국의 지배수단이 됨.

․ 제4공간과 예언자 : 예수, 마호메트, 불타 모두 예언자이자 카리스마적 개인. 이들은 사제계급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기구에 대립. 또한 도시에 기반을 가지고 또 그곳에서 퍼져나감. “농민이야말로 신의 뜻에 들어맞는 경건한 인간의 특수한 전형으로 간주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완전히 근대적인 현상이다.”(막스 베버) ⇒ 보편종교(앞에서 말한 보편종교와는 다른 개념?)는 제3면(C)의 도시공간에서 출현하고 그로부터 제4면의 공간을 ‘개시’한 것.


2. 자유의 상호성을 위하여

․ 니체의 관점에서 보편종교의 출현은 주술=호수적 교환을 폐기하고 화폐에 의한 교환이 지배적이 된 시점에서 생기는 것. 예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직접적 교환을 배척하고 “만약 누가 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 대어라.”라는 대응을 함.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은 그리스도가 몸을 가지고 전 인류의 ‘부채’를 지불한 것으로 해석.  ∴ 보편종교는 상인자본주의, 공동체, 국가에 대항하여 호수적인 공동체 즉 어소시에이션을 지향하는 것.

․ 그러나 종교가 현실적으로 확대되고 정착하게 되면, 국가의 종교가 됨. 서유럽도시에서 일어난 다양한 종교개혁은 새로운 문맥에서 보편종교를 회복하려는 것. ‘천년왕국’운동. 독일 농민운동을 이끈 토마스 뮌처, 영국 청교도혁명에서의 수평파(Levellers)와 개척파(Diggers) 등. 영국 부르주아혁명의 주요 시사점은 부르주아가 아닌 계급에 의한 사회운동으로 게다가 종교적 운동으로 개시되어 최후로 그것이 배제된 시점에서 성취되었다는 것.

․ 칸트는 타인을 목적으로서 다루라는 ‘자유의 상호성’을 주장. 이 때 타자는 살아있는자 뿐만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타자를 포함(환경 파괴에 대한 감수성 필요). 칸트적 윤리는 보편종교에서 유래. 윤리=교환양식. (보편종교의 운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지는 않음)




제3부. 세계경제



1장. 국가


1. 세계제국에서 세계경제로

․ ‘약탈-재분배’ 관계가 우위인 세계제국들의 연결 ⇒ 세계경제의 탄생. 세계경제 하에서 주권국가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모두 일국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대세계체계)

․ 세계경제의 등장으로 중심과 주변의 형성. 이전에 제국의 아주변이었던 유럽이 중심이 되면서 종래의 중심부가 주변화. 그런데 이전 세계제국에서 중핵과 부분의 차이는 얼마간 남게 됨. 러시아나 중국에서 일어난 사회주의혁명은 그러한 시도.


2. 절대주의국가의 탄생

․ 절대주의의 조건 : ①파괴력있는 화기의 발명으로 귀족=전사신분을 무력화시킴. ②왕과 도시 상공업자가 결탁하면서 봉건제후의 조세를 비롯한 특권 폐지, 관세와 소득세를 얻기 위해 무역 추진. ⇒  귀족세력은 절대주의 국가기구 속에 흡수되어 정착. 방대한 관료조직과 상비군 형성.


3. 국가와 폭력

․ 국가는 정부와는 다른 것이고, 국민의 의지로부터 독립된 의지를 가지고 있음. 국민이 정부를 선출할 수는 있지만, 국가를 선출할 수는 없다. 시민혁명 이후, 국가․정부․국민의 관계는 주주․경영자․노동자의 관계. (절대주의 왕권국가에서 국가의 존재는 확실했음. 그러나 시민혁명 이후 우리가 국가를 보려하면 정부만을 발견하게 됨. 주주가 경영자를 해임하거나 기업을 매수할 때 사람들이 자본(주주)의 실체를 실감하게 됨. 마찬가지로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여실하게 느끼는 것은 전쟁.)

․ 홉스의 주장을 원용해 생각해보면, 국가는 복종과 보호의 교환으로서의 ‘사회계약’이 소위 사회계약에 선행하고 있음. 홉스의 주장은 절대주의 왕권 옹호를 위해 쓰여짐. “주권자 이외의 모든 이는 그의 국민subject이다.” 홉스는 원자론과 무관.


4. 관료지배와 복지국가

․ 헤겔에 따르면, 의회는 사람들의 의견에 의해 국가정책을 결정해가는 장(場)이 아니라, 관리들에 의한 판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마치 그들 자신이 결정한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데 있음. 근대 자본주의에서 관료제의 팽창은 봉건제가 행정기능을 왜소화시키고 자기 자신의 경제적 존립에 불가결한 범우 l안에서만 예속민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과 대비되는 ‘가부장적 가산제’이다.



2장. 산업자본주의


1. 매뉴팩처의 시대로

․ 상인자본은 본래 원격지와의 자연적, 역사적 조건의 차이에 따른 가치체계 차이에서 생기는 잉여가치를 챙겨왔다. 그러나 ‘세계시장’ 내 교역에서는 스스로 생산을 조직하면서 적극적으로 가치체계의 차이를 만들어냄. 기계의 채용이 자본제 생산을 낳은 것이 아니라 매뉴팩처에서의 분업과 협업의 조직적 발전에서 기계의 채용이 생김.

․ 세계시장에서 농노제 등 전근대적 생산양식은 사라지지 않음. 이는 상인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국가들 간의 가치체계의 차이에서 이윤을 발견하는 것이며, 각각 어떤 생산양식을 취하는가에 무관심.


2. 생산=소비하는 프롤레타리아

․ 산업자본과 상인자본은 차이가 있나 없나?

 └→ 막스 베버 : 산업자본가에게는 프로테스탄트적 윤리가 있다. ⇔ 좀바르트

 └→ 모리스 돕 : 생산과정 중시(차이 있다) ⇔ 폴 스위지 : 유통과정 중시(차이 없다)

 └→ 마르크스 : “자본은 유통에서 생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통을 떠나서도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이라는 유통과정에서 노동력이라는 특수상품을 발견하고 이를 고용하여 생산한 상품(’)을 파는 것. ⇒

․ 영국에서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한 것은 ‘소비자로서의’ 프롤레타리아가 출현했기 때문. 이것이 산업자본이 상인자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으로서, 상인자본이 주로 사치품을 취급하는 것과 대조됨. (생산수단(토지)를 잃은 도시빈민의 출현만으로 산업자본주의 발전이 설명되지 않는다!)

․ 상인자본이 국외를 향했다면, 산업자본은 국내를 향함. 프롤레타리아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농촌 근방의 새로운 도시에서 산업가가 상인이 되어 직접 대규모로 상업을 위해 생산하는 것.


3. 기술혁신에 의한 존속

․ 상인자본과 달리 산업자본은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를 얻지만 이는 아직 잉여가치의 실현이 아니다. 잉여가치가 진짜로 실현되는 것은 그 생산물이 유통과정에서 팔릴 때. (개별 자본 차원에서 잉여가치 운운하는 것은 불가) ⇒ “자본은 유통에서 생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통을 떠나서도 생길 수 없는 것이다.”

․ 상대적 잉여가치는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로서의 노동자가 스스로 만든 것을 다시 사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 기술혁신은 자본 자체가 존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강요되는 것.


4. 자기재생적 시스템

․ 산업자본의 잉여가치는 노동자가 노동력을 팔고 그 생산물을 소비자로서 다시 산다는 광의의 ‘유통과정’에만 존재. ⇒ ①노동자는 자본가에 대해 단순히 ‘예속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②개별자본의 운동과정만으로 잉여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

․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구축 ⇒ 자본주의는 자기재생적 시스템.


5. 자본에의 대항

․ 노동력과 토지 : 자본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 수요가 없다고 폐기할 수 없고, 부족하다고 증산 할 수 없음. 이것에 기초해 공동체는 상품교환의 원리에 대해 끝까지 저항.

․ 선진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수정주의로 전환, 기존에 혁명을 고집한 자들은 후진자본주의 국가에서 혁명을 발견하려 함.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의 중핵을 공격하는 것이 되지 못함. 이는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 산업자본을 생산지점에서의 착취라는 관점에서 보면, 본질을 이해 할 수 없음.

․ 유통과정에서 자본은 프롤레타리아를 강제할 수 없음. 일하는 것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은 있지만, 구입하는 것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은 없기 때문. 유통과정의 프롤레타리아 투쟁은 보이콧.



3장. 네이션


1. 네이션의 탄생

․ 오늘날의 네이션=스테이트는 전부 옛 세계제국 또는 근대 제국주의에 의한 분절화의 결과물.

․ 세계제국은 자신의 지배 하에 있는 다수의 부족적 국가에 대해 간섭 없이 통치. ⇒ 신성로마제국의 해체로 왕, 봉건제후, 교회 등이 나란히 서있는 형태로 싸우는 단계로 이행. ⇒ 시민계급과 국왕의 결탁 하에 절대주의 국가의 성립.

․ 루터의 종교개혁 : 봉건세력으로서의 로마교화가 가진 경제적 지배에 대한 반항. 제국의 법이나 교회법을 넘어선 주권국가나 봉건적 제도들로부터의 해방을 구하는 농민전쟁 야기.

․ 절대주의 국가의 의미 : 그때까지 다양한 신분이나 집단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주권자 아래서 신하로서 동일한 지위에 놓여 ‘인민’(people)이 되는 것. 다양한 지역적 공동체성이 제거되고 신하로서의 동일성이 형성되는 과정이 집단적으로 ‘망각’되지 않는 한, 네이션은 확립되지 않는다.


2. 공동체의 상상적 회복

․ 네이션은 계몽주의의 결과물(베네딕트 앤더슨). 내셔널리즘은 종교 대신에 ‘상상력 가득한 응답을 해왔다’.

․ 살아가는 자들 간의 호수뿐만 아니라 죽은 자(선조)와 이제부터 살아갈 자(자손) 사이에도 상호적인 교환을 상정했던 농업공동체의 해체로 무너진 공동체 내부의 호수적 관계를 네이션이 대체. (‘국민’이라는 호명) 네이션이란 상품교환 경제에 의해 해체되어 있던 공동체의 ‘상상적’ 회복에 다름 아님.

․ 네이션의 감정이 형성되는 것과 상상력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평행하는 사태. 애덤 스미스는 공감(동정)이란 상대의 몸이 되어서 생각하는 상상력이라 말함. 그의 후예들은 ‘자유방임’과 ‘공감’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스미스가 자유방임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폐해를 깨달았다고 말하며 그를 후생(厚生)경제학의 선구자로 이해함. 그러나 스미스에게 자유방임적인 이기심과 공감이 모순되지 않으며, 이 ‘공감’이라는 능력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서 비로소 출현.


3. 보로메오의 매듭

․ 스미스의 공감은 프랑스혁명의 ‘우애’와 같은 것. 본래 우애는 기독교적 기원을 갖는 것이지만, 혁명 과정에서 네이션에 흡수. 네이션에 대항한 19세기 전반 사회주의 속의 우애도 역시 내셔널리즘으로 귀착.

․ 칸트는 감성과 오성을 예리하게 절단. ‘도덕감정’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도덕법칙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님. 오성과 감성의 분열은 상상력에 의해 결합 됨. (오성-감성-상상력)

․ 네이션에서 현실자본주의 경제가 초래한 격차, 자유와 평등의 결여가 상상적으로 메워지고 해소 됨. 네이션을 통해 국가와 자본주의 경제라는 서로 다른 교환원리에 서는 것이 상상적으로 종합됨. (국가-시민사회(경제)-네이션)

․ 헤르더의 국가와 민족 : 풍토, 언어, 그리고 언어공동체로서의 민족이라는 감성적 존재에서 출발. ⇒ 감성을 이성화 하는 것.

․ 헤겔의 국가와 민족 : 민족이 가족이나 부족과 같은 감성적 기반에서 유래하며, 또 그것은 (가족, 공동체를 넘어선) 시민사회를 다시 넘어서서 실현되는 고차원 즉 국가에서만 나타남. (감성의 단계에 이성의 맹아가 있다는 단계론) 여기서는 네이션이 상상물에 지나지 않아 자본=네이션=국가의 매듭이 지양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음.



4장. 어소시에이션이즘


1. 칸트의 구상

․ 어소시에이션이즘 : 상품교환 원리가 존재하는 도시적 공간에서 국가나 공동체의 구속을 거부함과 동시에 공동체에 있던 호수성을 고차원적으로 회복하려는 운동. ‘타자를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목적으로 다루는’ 사회.

․ 칸트의 종교론 : 교회=국가적인 형태의 종교를 비판. 그러나 종교가 도덕적 법칙(자유의 상호성)을 개시하는 한에서 종교(=순수이성종교)를 인정.

․ 칸트의 구상 : ①상인자본의 지배를 거부한 소생산자들의 어소시에이션. ②국가들이 그들의 주권을 양도함으로 성립하는 세계 공화국.

  └→ 구성적 이념 : 칸트는 프랑스 혁명이 성급한 ‘외적 혁명’으로 인해 그 오류를 수정하는데에 수세기도 더 걸릴 것이라고 비판함과 동시에, 그것이 무한히 멀리 떨어진 미래라 할지라도 이 지상에 실현될 ‘신의 나라’(세계공화국)로의 제일보가 된 것을 높이 평가. 이런 자코뱅주의의 ‘구성적 이념’을 비판하면서도 규제적 이념은 승인.

  └→ 규제적 이념 : ‘초월론적 가상’으로서 이를테면 ‘역사의 목적’과도 같은 것. 사회주의는 환상적인 거대서사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비판하는 이념은 사실 ‘구성적 이념’이고, ‘규제적 이념’과는 다른 것. 규제적 이념은 결코 달성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 없는 현상에 대한 비판으로서 계속 존재.


2. 프루동의 구상

․ 19세기 사회주의자의 시도는 혁명에서 잃어버린 ‘평등’과 ‘우애’의 가능성을 되찾는 것. 그러나 프루동은 ‘사회주의를 ’자유‘에 기초해 세우려고 함.

․ 프루동은 분배적 정의에 반대하고 ‘교환적 정의’를 내세움. 즉 부의 격차를 낳지 않는 교환시스템 즉 자유의 상호성 실현 중시. 자코뱅주의 혁명에 반대하고 국가에 의하지 않은, 자기통치에 의한 질서 추구.

․ 또한 ‘자유’를 ‘우애’보다 강조. 우애에 기반하여 사회를 바꾸려는 자는 거의 틀림없이 국가로 향함. (국가사회주의나 나치스의 경우) 오히려 자유와 경쟁을 긍정. ⇒ 생산자협동조합(노동자이면서 경영자인 주체의 탄생), 대체화폐 ․ 신용화폐(화폐의 왕권 폐기) ⇒ 국가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부터 자립한 네트워크 공간의 형성.


3. 경시된 국가

․ 마르크스와 프루동의 대립을 정치혁명인가? 경제혁명인가? 하는 점에서 찾는 것은 옳지 않다. 마르크스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라살의 ‘국가 사회주의’임. 라살은 독일사민당 「고타강령」(1875년)에서 국가에 의해 생산자협동조합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주장.


4. 어소시에이션이즘을 위하여

․ 루소는 국가를 그 내부 즉 성원(국민)에서 보면서, 국가의 내부에서 왕정을 무너뜨리면 국가의 초월성이 사라진다고 믿음. 프루동은 루소가 당연하게 간주한 집권적 국가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

․ 파리코뮌이 가능했던 것은 1871년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프랑스의 국가주권자가 실추되었기 때문. 그러나 파리가 전승국 프러시아에 의해 지지된 프랑스 신정부의 지배 하에 속하는 것은 자명함. 국가적 지배가 존속되는 속에서 터진 파리코뮌은 2개월로 끝나고, 그 내부에서는 바깥의 적으로부터 방위하기 위해 집권화를 강요하는 ‘다수파’가 지배적. 러시아 혁명도 그런 국가 방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함.

․ 마르크스는 프루동을 따라 국가를 시민사회의 자기소외태로 인식. 봉건 군주제하에서 주권은 외부에 대해 존재했을 뿐이지만, 절대왕정 해체 이후 사람들은 주권이 먼저 외부에 대하여 있다는 것을 잊어버림.

․ ‘화폐의 왕권 폐기’라는 프루동의 주장 또한 화폐가 한 나라 바깥에서 통용되는 초월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 그의 협동조합론도 산업자본이 발달하지 못한 프랑스의 매뉴팩처 단계의 직인적 노동자만을 염두에 둔 것.

․ 국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칸트가 간파한대로, 국가들을 ‘위로부터’ 억압하는 국제연합을 만들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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