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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노조는 회의날짜를 참 잘 못잡는다. 공공노조 출범 발기인대회를 한 11월30일은 비정규법안이 통과되어 투쟁이 있던 날이었다. 중앙위원회가 열렸던 3월8일은 여성대회 날이었다.(결국 오전 서울집회만 서울동지들 중심으로 참석했다.) 이번에 대대가 있었던 3월30일은 애초 협상시한이었을 뿐 아니라 한미FTA 막바지 투쟁이 늦게까지 진행된 날이었다. 날짜를 잡는데 불가피한 사정은 내부에 있는 나도 잘 알 고 있지만서도, 정말 정세적 긴장감, 책임감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가 아닌가 싶었다.
여튼, 대부분의 동지들이 FTA반대 투쟁으로 서울시내를 달리는 시간에 진행된, 새 집행부 구성 이후 첫번째 대의원대회는 역시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직선으로 선출된 대의원들의 두드러진 책임감과 열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이라고 할까.
참고로, 아래 글은 얼마전에 이 블로그에 쓴 글 "산별노조가 뭐 이래?"의 말하자면 후속편인 셈이다. 더 올라가서는 월간 사회운동에 썼던 "공공산별노조 건설의 쟁점과 전망"에 연결된 글이다. (이렇게 묶어서 노기연의 "민주노동과 대안"에 기고.)
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과 관련된 논란
3월30일 진행된 대의원대회에서는 몇가지의 규약개정안이 제출되었다. 대부분은 단순한 문구조정에 불과한 것들이었지만, 의결기구의 구성과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안건이 있었다. 일상적인 운영을 논의하는 ‘중집위원회’에 2개 이상 광역지역에 걸친 1000명 이상의 대기업지부를 참가시키고 상설위원장과 실장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이었다.
전자의 내용은 아직도 기업별 지부 체계가 온존하고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효율적인 사업의 집행을 위해서는 이러한 지부 단위가 함께 결의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제기되었다. 후자는 집행을 담당하는 상설위원회와 실장들 역시 책임있게 의결에 참여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에서 상정되었다.
그러나 두 개의 개정안 모두 논란이 되었는데, 실제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집은 일상적인 조직운영의 핵심적인 단위이다. 모든 주요 회의단위의 안건 상정은 여기서 시작되고 집행도 결의된다. 대기업지부의 중집참여와 의결단위 참가가 이루어진다면, 이제까지 논의해왔던 지역본부, 업종본부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자던 논란은 사후적으로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결국 기업별 지부가 주요한 의결, 운영의 골간으로 인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업종본부의 설치기준인 3000명 이상이라는 규정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인 1000명 이상 조합원으로 결정되면서 조직체계의 일관성도 유지하지 못했다.
대기업지부가 사업에 결합을 해내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조합비에 대한 문제에서 지적한 것이지만, 여전히 모든 사업을 기업별 단위에서 하려고만 하지 산별차원에서 (그것이 지역이든 업종이든) 통합해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개정안은 기업별지부를 사실상 골간으로 인정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온존시키고 만다. 왠만한 규모만 되는 지부면 이제 지역본부와 업종본부의 얼마 안 되는 예산사용을 제외하고는 주요한 권한을 지역, 업종본부와 마찬가지로 모두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안건은 불과 세표 차이로 가결되었다.
후자의 안건(상설위원장, 실장에 중집 의결권 부여)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에서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의사를 관철하는 주요한 수단이 실장들의 의결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안건은 58%의 찬성에 불과해 부결된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부작용도 있는데, 애초에 1000명 이상 지부를 중집에 참석시킬 경우 기업별지부들의 의결권이 크게 확대된다는 점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개의 개정안이 하나의 세트의 성격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만 가결되면서 기업별 지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후에 기업별 활동을 지양해가기 위한 노력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상설위원회, 집행부의 중집 의결권으로 산별중앙을 강화한다는) 해결방법이 잘 못되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지 대의원들의 판단이 미숙해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크게 부족한 산별 투쟁과 사업계획
대의원대회에서는 올해 사업계획도 심의 의결하게 되어있다. 사업계획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대의원들은 사업계획의 많은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완되어야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쟁점이 형성되고 토론이 진행되지는 못했는데, 쟁점이 형성될 만큼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제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공공노조 차원의 가장 중요한 투쟁 사업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산별노조 1년차의 활동으로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가동해야한다.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전단계로서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 공공기관 통제구조를 분쇄하기 위한 투쟁이 ‘산별적인 방식으로’ 준비되어야한다. 또한 비정규법안의 통과로 인한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예상되는 정세에서 공세적인 비정규직 투쟁이 조직되어야한다. 작년에 함께 통과된 노사관계로드맵, 특히 공공부문 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 폐기를 위한 투쟁이 진행되어야한다.
이러한 투쟁과제들에 대한 정밀한 방향이나 세부적인 계획이 거의 제출되지 못했다.
산별노조가 힘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개별 사업장지부들의 조직이기주의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개별 사업장지부가 보기에도 산별적인 투쟁이 어떻게 조직될 것인지, 그것이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부별 사업과 투쟁을 놓아버리고 산별노조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별노조에 강화에 힘쓰지 않는다고 개별 기업별지부만 비난할 수 없다는 점.
산별노조 1년차의 투쟁은 산별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적어도 무엇을 지향하는 조직인지를 대중적으로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이다. 산별노조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올해 정세에서는 힘을 모아 투쟁해야하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의 과제는 이제 공공운수연맹에 기댈 수도, 공공연대에 기댈 수도 없고, 공공노조가 우선 제기하고 주별을 조직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대의원대회 이후에라도 이러한 관점에서 산별적인 투쟁을 공공노조가 적극적으로 조직할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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