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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표류기

역시 새벽엔 감상적이 된다.

그러나 집중해서 일은 안 하고 있다.

단지 해야 할 많은 일들 중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일만을 골라서 할 뿐이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계, 새로운 길, 새로운 음식, 새로운 식당, 새로운 풍경, 새로운 공기, 새로운 냄새, 새로운 소리, 새로운 기계, 새로운 아이디와 새로운 이메일주소, 새로운 전화번호, 새로운 용어, 새로운 인생경로, 새로운 새로운 새로운...

 

익숙한 게으름 속에 지속되는 새로운 생활.

그래서 익숙한 것, 정이 가는 것, 오래되고 낡은 것을 향해 애틋한 마음이 한층.

 

어느 날은 토닥토닥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꿈처럼

내 머릿속에 내가 둥둥 떠다니는 이미지를 보고 말았다.

그냥 그게 지금 내 모습인 것 같았다. 어디에 표류할지 알 수 없는.

 

안 그래도 불안하고 설레고 두근거리는데

혈중 카페인 농도도 지나치게 높아서

 

잠이 안 온다.

 

어느새, 토요일 새벽이다.

 

 

+) 오늘 이런 말을 들었던 건 조금 의아했다.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나를 코치하려는 선생님에 대해 우리 팀이 갖는 태도에 대한 지적이었다. 요컨대, 관계에 적극적이지 않고, 마음을 잘 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 약하다는 것.

'지적을 받을 땐 자존심 상해하지만 말아. 상대도 결코 쉽게 내뱉는 게 아니란 걸 헤아려야 해. 이기려고 하지 말고, 독주하려고 하지도 말고...... 혼자서만 앞서 나가면 상대가 당혹스러워 하잖아.'

반드시 나를 지칭한 건 아니었지만, 나도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도 모르게 힘겨워 하면서도 태엽을 자꾸 조인다. 조여봤자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가끔 해주시는 말들이 다 옳지만, 나는 그냥 느슨하게 살고 싶은 걸... 난 단지 접근이 느릴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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