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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1
    가족 만찬(2)
    루냐

가족 만찬

이번주 화요일은 언니 생일이었다. 언니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는 나는, 언니가 서른을 맞은 이번 생일만큼은 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일보다 조금 이르지만, 오늘 모이기로 몇 주 전부터 약속을 해두었고, 언니-엄마-동생군-그리고 나, 모였다. 서울 한강의 네맘대로 섬, 여의도에.

무심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달랑달랑 들고 가선 언니에게 안겨주었다. 언니는, 너무 착한 언니는, '학교 졸업식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꽃인 것 같아'라고 기쁘게 받아준다.

 

막내인 여동생과 아빠를 제외한 가족 만찬이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볼살을 빼앗긴, 그러나 머리는 크고 수염도 제법 기른, 요약하면 차두리를 닮은 나의 동생군과 밥을 먹기는 거의 2년이 다 된 듯. 나의 가족이란 이런 식이지만, 그 자리가 나쁘지 않았다. 어색하지 않았다. 왜 좀 더 자주 만나지 못했을까 아쉬울 뿐이었다.

 

생일이라는데, 사진 한 장 안 남기고, 동생군이 사온 케이크도 배불러서 못 먹고, 그냥 그렇게 한가로운 여의도를 나왔다. 오늘은 일요일 밤이었다.

 

불 꺼진 오피스를 지나, 한산한 지하철로 들어가, 상일동과 방화행으로 나뉘는 지하철 계단에서 엄마를 한 번 안는다. 언니에게도 안아달라고 한다. 여세를 몰아(?) 동생군에게 안기려하니 동생이 케이크 상자로 내 앞을 막는다. 췟췟쳇- 공평하게 안아주려고 했더니만, 짜식 튕기긴- (안기려는 게 아니고?)

 

자고 일어나면 또 분주하게 움직여 하루가 저물 때까지 머리 싸매야겠지.

평소 같으면 지금쯤 슬슬 마음이 졸아들고 있을 터이다. 소심한 심장은, 작동이 둔해지겠지.

그러나 그들을 보고 난 지금은 조금 담담하다. 아니, 좀 오버하면 담대한 것 같기도.

그러니까, 내가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반짝,했다는 거. 물론 내 기준의 잘살자,이긴 하지만-

조금 부지런해질 것 같은 예감. 사는 게 도무지 귀찮았던 지난주는 어디로 가버렸다. (어디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아, 그리고 마무리로서는 좀 뜬금없지만,

일본에 가면 사투리 배우기에 전념하련다. 그게 교토 사투리든, 오사카 사투리든.

 

음하하. 괜히 기분이 좋다(라고 쓰다가 '정말?'이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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