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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데이트

어제는 휴가 첫날.

원래는 휴가 기간에 엄마랑 어딘가 경치 좋은 곳에서 광고에 나오는 모녀처럼 "와~ 바다다~"하면서 깔깔대며;; 돌아다니려고 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휴가 때 몸이 안 좋아져서 힘들어 하니까 엄마도 어디 가잔 말을 하지 못해;; 시내 데이트를 했다. ㅠ_ㅠ

 

코스는 

광화문에서 점심- 혜화에서 <세 번째 시선>- 역시 혜화에서 저녁&산책



점심을 먹는 동안 엄마는 내내 미안해 하셨다(아, 왜~)

휴가를 이렇게 보내서 어떡하냐고.

이런 데(그래봤자 샐러드 부페;;)는 친구들이랑 와야 재미있지 않냐고.

다음 번에는 친구들이랑 오라고.

 

ㅜ_ㅜ 엄마는 바보.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신경쓰면 밥이 맛있겠어요?

그래서 나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면서, 식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까 내가 재밌는 얘기를 안 해줘서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맛있으니 너 많이 먹으라고 챙겨주는 엄마는 밖에 나와서도 스스로 즐기기보다는 내것을 챙겨주느라 바빴고, 그걸 보는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엄마, 난 엄마가 그냥 엄마를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

결국 이 말을 뱉어버렸고, 엄마는 그냥 "괜찮다"고 했다.

아 그게 아니라요, 난 정말 안 괜찮다고요!

 

영화도 보고 저녁 산책도 했지만 엄마의 표정이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찌나 꾸벅꾸벅 주무시는지, 괜히 바깥에 모시고 나와서 고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이게 아닌데.. ㅠ_ㅠ)

 

나는 엄마를 가끔 도와드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엄마의 노동을 앉아서 편하게 받아먹기만 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런 나에게 불평도 좀처럼 하지 않으신다. 엄마가 내게 그렇게 해주기만 하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그냥 내가 엄마 곁에 있는 것이었다. 이런 엄마에게 "엄마를 위해서 살라"고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어느덧 엄마가 존재하는 이유가 나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어디 먼 곳에 갈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낮게 깔린 구름처럼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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