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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6
    071126(2)
    루냐
  2. 2007/11/05
    중얼중얼(2)
    루냐

071126

 

미셸 르미유,  <천둥치는 밤>(비룡소,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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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이맘때 학교 안은 학교 밖보다 더 춥다. 덕분에 주말 내내 공부도 안 하고 감기로 골골골. 회사는 이제 정말 그만 나와야지. 손이 시렵다. 입술이 튼다. 입 안에 난 혹은 여전하다. 아빠의 문자를 볼 때마다 속이 울렁거린다. 나도 아빠도 똑같이 애다. 혼자서 병원을 찾아갔을 모습을 상상하니 안쓰럽다. 우울하다. 서울우유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그들의 요구는 너무 소박한데 회사는 들어주지 않는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회사의 압박 때문에 초과적재까지 해가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기사들이 생각난다. 내가 마셔온 우유들은 맛있는 척, 신선한 척, 1등급인 척, 몸에 좋은 척을 해왔구나. 벌써 이 일로 두 사람이 죽었다. 회사는 더 많은 사람들의 숨통을 지긋이 누르고 있다. TV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문은 그들의 죽음과 요구에 너무 조용한 것 같다. 참세상에서 찍은 투쟁 모습이 생경하다. 사람들은 이런 것과 너무 상관없이 살고 있으니까. 누가 자꾸 우리 등을 미는 걸까. 옆을 둘러볼 새도 없이, 연대의 손을 내밀 틈도 주지 않고(하긴 같은 회사 동료와도 연대하기가 쉬운가?), 자기 밥벌이만도 버거워 헉헉대며 살아가게 만든 걸까. 그렇게 바빠도 어차피 가난할 텐데, 돈을 이미 가진 사람들의 돈굴리기는 쉬워지고, 노동해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질 텐데...... 나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회사도 가지 않고, 이제 시간이 잔뜩 생겼는데, 다시 학교에 갇혀 일본어 문장이나 외우고 있다. 이런 내가 가끔씩 한심해 보이고, 이것이 공부일까, 싶기도 하다. 자본에 이용당하지 않고 싶다,고 친구에게 말해봤지만, 그 말은 11월의 스산한 바람 한 줄기와 다르지 않았다. 내일은 또 무엇을 할까,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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