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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5
    음반 한 장(4)
    루냐

음반 한 장

이런 포스팅은 그냥 복사해서 붙이기 정도에 포스팅이라 말하기도 민망하고, 소재 또한 뒷북인 걸 나도 알지만, 그냥 '너도 알고 있었니-' 하고 묻혀진(혹은 잊혀진) 이 아저씨들을 톡톡 두드려 깨우고 싶은 마음으로 긁어붙인다-_-;

 

나는 최근에야 '빛과 소금'이라는 그룹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우연히 노래를 들었고, 제목을 찾아봤는데, 그룹 이름을 보니 '빛과 소금'이란다. 무슨 가스펠(CCM) 그룹인 줄 알았는데, (그런 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아저씨들은 멋진 밴드였다. 그리고 나의 72년생 아저씨께 물어보니, 당연히 안다는 반응. 

 

처음 내 귀를 잡아 끈 건 노래였지만, 아저씨들의 뒷이야기가 나를 또 한 번 끌었다. 음악에 쏟은 정성에 비해 화려한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묵묵히 노력해서 은은한 빛을 내는 놋그릇 같은 밴드였다는 것. 

1집을 들으면 노래만 듣지 말고, 1990년대 방배동 지하방에서 연주했을 청년 세 명을 떠올려야겠다. 자세한 지식은 검색해서 얻었다. 임진모의 홈페이지에서 본 글을 아래에 옮긴다.

 

시내에 나가거든 '빛과 소금'의 CD를 사야겠다.

 

 

 


빛과 소금 <1집>(1990)

불광불급(不狂不及)!

빛과 소금은 미련한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결과를 어딘가 모를 응원군에게 맡긴 채 초지일관 음악만 팠다. 김현식의 백밴드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함께 연주했던 유재하가 솔로 데뷔작(1987년) 발표에 이어 사후(死後) 영웅 대접을 받고, 김종진과 전태관도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이름으로 1집(1988)을 내 퓨전음악의 선구자로 떠오를 때, 그들은 더 기다려야 했다.

이후 '사랑과 평화'의 멤버로 들어갔던 장기호와 박성식은 한경훈을 맞아 '빛과 소금'을 결성하고, 상기한 동료 뮤지션들보다 더 몇 년이 흐른 1990년이 되어서야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에 포기했을 법도 하지만, 음악적 성과물이 절실했던 그들은 끈을 놓지 않았다.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치지 못한다(不及).”라는 문구는 그래서 이런 경우에 적당할 것 같다.

하지만 김종진과 전태관의 봄여름가을겨울은 퓨전재즈 대중화의 선두에 서서 대중적 영광을 누렸던 반면, 빛과 소금은 후발주자의 멍에를 지우지 못했다. 기타 중심의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달리, 빛과 소금은 박성식의 키보드를 내세워 스타일의 차별화를 기했지만 그들만큼 '큰' 밴드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렇게 모두 5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동료들이 받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누리지 못했다.

데뷔 시절엔 누구나 그렇겠지만, 빛과 소금의 1집 라이너노트에 쓰인 글은 서럽다. “방배동의 어느 초라한 지하 월세방에서 우리 셋은 이 앨범을 계획했고 모든 작업을 했습니다. 녹음을 끝낸 우리들은 그 지하실의 냄새나던 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먼 훗날 이 앨범을 듣게 되면 분명히 그 지하실의 어수선 했던 작은방 하나가 기억날 겁니다. 이 앨범을 그 작은방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앨범에 들인 정성과 그로 얻은 음악적 성과에 비해 돌아온 영예는 작았지만, 이 글은 가난과 어려운 과거에 대한 긍정이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팀명처럼 실제로도 기독교인이었던 그들은 CCM 색채가 짙은 '내겐 노래있어'를 통해 그런 노래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시킨다. '난 아름다운 노래와 작은 시로 이 세상 끝까지 노래하리 / 나 아름다운 노래와 작은 시로 모든 사람 사랑하겠네 / 노래하자 사랑의 노래를...'

당시에도 하덕규, 조하문과 같은 CCM 진영의 가수들과 공연을 하곤 했던 그들은 성가곡인 'Beautiful'을 수록해 자신들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두드러지게 부각시킨다. 3집의 '주기도문', 5집의 '감사드려요' 등에서도 그들의 최종 가치라고 할 선교(宣敎)를 이어간다. (현재도 장기호는 <장기호의 CCM 캠프>라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봄여름가을겨울, '춘천 가는 기차'의 김현철, 버클리 4인방 정원영 한상원 한충완 김광민 등과 더불어 한국 퓨전재즈 초창기 밴드였던 그들은 '질'에 대한 자존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웰 메이드' 뮤직을 추구했던 것이다. 라디오 전파를 곧잘 탔던 '샴푸의 요정'과 '그대 떠난 뒤'는 질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주선율이 인상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전개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사랑과 평화 4집에 먼저 실렸었던 '샴푸의 요정'은 빛과 소금의 데뷔작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어 지금까지 애청되고 있으며, 김진표가 최근 샘플링을 하기도 했다.

완성도를 뒷받침한 것은 연주력이었다. 가수라기보다 연주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겠지만, 연주곡인 '아침', '그녀를 위해', '빛 1990' 등에서 그들의 연주는 발군이었다. 특히 '그녀를 위해'와 '빛 1990'은 한국 퓨전재즈의 질적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빛과 소금이 결성되고 데뷔작이 나오기까지 그들은 오랜 변방 생활을 해야만 했다. 결국 이 앨범이 1990년대의 명반 대열에 편입되면서 작게나마 보상을 받았다. 경량(輕量)한 태도도 용서가 되고, 자극으로 얻어낸 인기에 눈길이 쏠리는 부박한 가치관의 시대에 그들의 묵묵한 외길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세련된 음악을 향해 치열하게 피와 땀을 쏟아낸, 이것은 음악 혼의 침전물이다.


-수록곡-
1. 아침 (instrumental) (작곡 : 박성식)
2. 슬픈 인형 (작사 : 한경훈 / 작곡 : 한경훈)
3. 샴푸의 요정 (장기호 / 장기호)
4. Beautiful (외국성가곡)
5. 돌아와 줘 (한경훈 / 한경훈)
6. 빛 1990 (instrumental) (작곡 : 장기호)
7. 그대 떠난 뒤 (장기호 / 장기호)
8. 내겐 노래있어 (박성식 / 박성식)
9. 그녀를 위해 (instrumental) (작곡 : 한경훈)

편곡 : 빛과 소금

- 엄재덕 (ledbest@hanmail.net )

 

 

 

빛과 소금 3집(1992) 중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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