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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던 <초록잉크>, 동의하지 않는 <국가전략>과 함께한 수난이월(受難二月)도 이제 다 지나가고 영영 다시 안 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싸)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순간들도 결국 견디며 산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걷다보니 2월이란 터널은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잠시 숨통이 트입니다. 2월을 함께 견딘 H 책공장 사람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저의 짐을 아무 말 없이 덜어준 집장님(집장님의 내공은 정말 그냥 쌓인 게 아닌듯)께 빚진 마음을 느낍니다. 3월이라고 크게 어깨의 짐이 가벼워진다거나 건강이 좋아진다거나, 동쪽에서 귀한 인물이 나타날 것 같진 않습니만, 그래도 3월 1일에는 차분히 심호흡하고 새 마음으로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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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야근을 하루 쉬고 미학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미학수업은 어제가 마침 종강이었는데, 가르칠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해서 마음 급한 신혜경 선생님의 말씀은 더 빨라지고 제너레이션을 발음할 땐 자꾸만 제네이션이 되었지만 역시 마지막 수업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매1분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언젠가 수업 내용을 정리,요약해서 올려봐야겠;;; -ㅁ-). 흑,, 신혜경 선생님 정말 좋아요.
9시를 넘겨 수업이 끝나고 비빔냉면을 사먹고 삼청동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방도 가볍고 옷도 가볍고 날씨는 적당히 시원합니다. 가방 든 손을 휘휘 젓고 발걸음도 대충대충 디뎌 뒷모습은 웃길지 모르지만 그 순간의 나는 자유롭다고 느낍니다. 삼청동 도로길에서 계단을 오르니 언덕 위에 가지런히 모인 집들과 하늘이 보입니다. 밤하늘은 유난히 짙어 별이며 가로등이 더욱 선명합니다. 계단을 오르니 계단 아랫집들의 옥상이 도로의 한 부분인 양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남의 집 옥상에서 그러면 안 될 줄 알지만, 언덕길의 발코니 같은 그곳을 지나치지 못하고 옥상 난간에 서서 [야ㅡ호오ㅡ] 했습니다. 단, 소심하게.
으리으리한 집들(-_- 췟)도 지나고 좁다란 골목을 돌고 돌아 다시 찻길로 나오려는데, 계단 옆의 작은 집이 눈에 띕니다. 할무이 빨래가 집벽을 타고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이 정다워서 다가가보니, 혼자 사시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아립니다. 집을 박차고 나와 혼자 사는 나와 이곳에 정착해 혼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할무이는 무엇이 다를까요(아, 사실 반드시 할무이는 아닐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일 수도 있지만 상상하는 자 마음대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빨간불과 파란불에 '독립'과 '독거'라는 두 단어를 나란히 놓아봅니다. 어느새 파란불로 바뀌었습니다. 독립한 나도 독거하는 할무이도 같이 행복했으면 하고 빌어봅니다. 행동하지 않고 비는 마음 자체만으로는 그 무엇도 될 수 없겠지만요.
댓글 목록
u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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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가 본지 오래되었네요. 얼마 전에 가보려고 했지만 너무 오래 걸어서 삼청동 초입 부근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내려왔어요. 제가 문자를 보낼 때는 어디쯤에 있었을지 궁금하네요. 바야흐로 3월. 시간이 참 길면서도 빠르네요.부가 정보
당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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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봄이 온 게지요.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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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onG/ 삼청동이 많이 바뀌었는데, 찻길가는 특히 많이 바뀌어버려서 윗동네로 올라가 봤어요. 영화 <사랑니>의 인영네 집이 어딜까 생각하면서요. 음. 우공이 문자보냈을 땐 비빔냉면을 먹고 있었습니다. +) 어젯밤 꿈에 우공 나왔삼. 출연료는 없삼.당신의 고양이/ 어쨌든 봄이 와서 좋아요 :) 나이 들수록 봄이 좋아진단 말에 공감해요. 어느덧 나도 겨울보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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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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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와 독립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린거겠죠.류나. 꼭. 독립해서 사는 호호할머니가 되길.
아니 나아가. 독립이라는 의존개념말고
오롯히
또렷이
사는 호호할머니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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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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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인영의 집은 기존의 집을 개조했다고 얼핏 본 듯 해요. 촬영하면서도 워낙 동네가 조용했다고 하네요. 삼청동에도 맛나는 비빔냉면 집이 있으면 소개해줘요. 저도 면 좋아합니다^^평택에는 잘 다녀왔어요. 두 번째 모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도 구체적인 제안이 있었는데, 그 중 상주지킴이들이 하는 피스몹이 당장 실행될 구체적 행동 중 하나에요. 피스몹 내용이 나오면 그것을 받아서 <마포구> 주민내지는 마포구와 친한 사람들과 홍대나 신촌에서 피스몹을 해보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생각보다 마포구 주민들이 많더라고요. 구체적인 진행 일정은 <평화를 택했다> 카페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당고 님과는 같이 가진 못했지만 가서 만났어요. 하지만 서울에 올 때 아침에 당고님이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스캔, 디디와 함께 서울에 와서 <배신자>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_-;; 나중에 '명예회복'(?)을 해야 겠어요. 켁 -
추신:꿈에 옷은 잘 입고 나왔던가요?(왜 이걸 묻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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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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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 언제나 그랬듯이, 네가 흘리는 말들 속에서 나는 귀한 열쇠를 집어드는 것 같아. 그냥 나에게 필요한 단어가 이거였구나,하면서 한동안 그 단어를 자꾸 머릿속에 떠올리는 거지. 영화는 잘 보았누?uGonG/ 우옹. 그렇군요. ^^
평택 이야기도 반갑네요. 뭐, 저로서는 우공과 배신자라는 두 단어가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닷. 큭.
+) 물론이죠! 멀쩡했습니닷(왜 이걸 물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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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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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방명록 호시이-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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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방명록-부가 정보
무한한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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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삼청동.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입니다(^.^). 그리고 저 학교 다닐 때 신혜경 선생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인상적인 수업이었어요(^.^).부가 정보
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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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랬군요. ^^겹치는 구석을 찾아 반가워해 주셔서 감사.
이젠 날씨도 포근해졌으니까 아프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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