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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새생명을 보면서 생겨난 부끄러움.

우리 집 마당에는 블루베리 한 그루가 화분에 심겨져 있다. 이전에 귀농카페였던 곧은터 정모에 갔을 때, 추첨으로 받은 것이다.

 

처음, 가져왔을 때는 물도 주고 신경도 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고, 겨울을 맞이했다.

 

지난 겨울 내내 블루베리가 있는 화분을 간혹 보긴 했으나, 죽었나 살았나... 뭐 이런 관심을 딱히 가지지 않았다. 한 번씩 쳐다보면서, '살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야 있긴 했으나, 말 그대로 바람이었고, 앙상하고 말라비틀어지는 가지를 보면서 '얘가 죽었나 보구나'...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으니깐...

 

그런데, 엊그제.

 

아침에 바쁘게 나가다가 죽었다고 생각한 가지에 푸르른 잎이 무성한 것을 발견했다.

 

기분이 좋았다. 기뻤다. '이야... 이 눔이 살긴 살았네... 다행이다.. 주인 잘못 만나서 죽은 줄 알았는데...' 하지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내가 이렇게 마냥 기뻐할 수 있나? 기뻐할 자격이 있는건가? 이번 겨울 내내 무관심으로 방치해두었는데, 이렇게 기뻐하는 것이, 너무 염치없는 일 아닌가?

 

맞다. 나는 기뻐할 자격이 없다. 블루베리가 새생명을 틔우기 위해 내가 한 일이 전혀 없음으로... 그러고 보니, 부끄러웠다.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터자에게 한 것 만큼 타자에게 기대하고 바라자. 내가 타자를 위해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면,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부끄러운 일이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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