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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미쳤다는 말을 쓰지마세요.

제발 미쳤다는 말을 쓰지마세요.

미쳤다는 말은 곧 다르다는 말입니다. 달라도 아주 다르다는 말이지요.
어떤 존재에게 미쳤다고 말하는것은 그 존재가  나와 아주 다르다고 규정짓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나 집단의 큰 흐름(주류)에 대해 미쳤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미쳤다고 말하는것은 사회나 집단의 주류에서 많이 벗어난 존재에게 주류속 사람들이 낙인찍는 이름붙임입니다.  어찌보면 비겁한 말입니다. 누구누구를 미쳤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은 정상인으로 자리잡는것이니까요.

'정신장애인','지적장애인'등 '미쳤다'는 사회적 낙인에의해 제도적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대신 말하겠다는것이 아닙니다.
그분들과는 비할수 없겠지만 미친놈(내지는 그와 유사한 지칭)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온 나로서도 '미쳤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에  부들부들거리는 떨림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미친놈이라고 했던 사람들의 면면이 쭉 떠오릅니다.   왜 사람들이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할까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생각도 나고요.  
자신과 많이 다르다고 미쳤다고 하는것은 스스로의 평안을 위해 다른 존재를 몰아내는것입니다.   그 행위의 밑바닥에는 대세속에서만 스스로를 버텨낼수있는 나약함과 다른존재를 배제하고 딱지붙이는 비열함이 깔려있읍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발 미쳤다는 말을 쓰지마세요.  세상에는 다양한 존재가 있으니 그것을 인정하세요. 인정 못하고 비판하고 싶으면 정확한 용어를 찾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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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 도종환

개울

               도종환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은 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쏘가리나 피라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 있다는 걸
살아 움직이며 쉼없이 흐른다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 도종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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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시는 할머니들은

혼자사시는 할머니들은 말씀이 많으시다. 그중에서도 밭일도 못나가고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도 많지않은 분들은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  몸 전신이 안아픈데가 없는데 한가지한가지 상세히도 말한다. 그것도 올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처음에는 다 들어주다가도 매번 그럴수는 없기에 시일이지나면 중간에 멈추게 해야한다.그런데 그게 또 쉽지않다.  어디서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받아주는곳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있고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화가나기 때문이다.  지혜롭게 중단하려고 해도 결국은 날카로운 파열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금씩은 폭발음이 나기도 한다.
오늘도 한분이 오셔서 말씀하시는걸 잘 마무리했다 오신지 몇년되신분이니 서로가 이미 익숙해진것이다. 중간중간 냉담의 시기도 있었고  기대치가 그만큼 낮아졌다는소리도 된다.

써놓고 나니 똑 내 얘기다.  
그동안 내 말을 들어주던 분들이 고초가 많았을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다 받아주던 분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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