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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판결 릴레이 인터뷰 (2) 현대자동차비정규직아산지회 송성훈 전지회장

8월 18일 합의 이후, 현대차비정규직 아산지회에서는 합의안에 반대하는 69명의 조합원들이 부결투쟁과 불복종 투쟁을 벌여왔다. 사회주의노동자신문은 불법파견 판결 릴레이 인터뷰 두 번째로 아산지회 전지회장이자 8/18 합의안 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송성훈 동지를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10월 23일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사노신]



아산에서는 8/18 합의안 이후, 부결투쟁과 합의안 불복종 투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은 어떠합니까?

8/18 합의를 전후해서 비록 4명의 해고자 동지들뿐이었지만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선동을 유인물로 시작했습니다. 합의 이전에 울산지회가 교섭장에서 퇴장한 이후부터 이 합의를 막기 위해 현장에 교섭내용을 알려내고, 교섭중단을 선동하는 등의 노력들을 했으나 결국 아산지회와 전주지회는 합의를 하고 말았습니다.

총회에서도 해고자 동지들을 중심으로 부결선동과 총회에서의 부결 투쟁을 진행했지만 결국 57.1%의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이후 이 합의안에 반대한 조합원 중 69명의 조합원들이 신규채용을 거부하고 “8/18 신규채용 쓰레기안 직권조인 사태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조합원 모임”을 꾸려서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전체 조합원으로 보면 적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투쟁을 무로 돌리는 합의안을 이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출근투쟁, 영업소 1인 시위, 현장 유인물 배포 등을 진행하면서 현장 안팎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다시 현장을 추슬러 투쟁을 조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수많은 곡절이 있었고 아직 끝난 투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성과를 얻긴 했지만 부작용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8/18 합의안이 나오게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8/18 합의까지 가게 된 원인은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으로 요구를 바꾼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두고 투쟁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측이 제시한 3000여명 안에 ‘투쟁하는 조합원’이 한명도 빠짐없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사측의 의도가 어떻든 조합원만 정규직이 되면 된다는, 조합원들만 정규직 전환이란 보상을 받으면 된다는 태도입니다. 

이는 결국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로 표현된 8대요구의 정신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계급적 전망을 버리자 고립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요구안의 후퇴는 계속되어 갔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투쟁보다는 교섭에 더욱 목을 매게 되었고, 힘의 우위에서도 밀리고 투쟁의지나 전망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대중의 정서는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이라는 것은 결국 교섭에서 회사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전망을 찾기를 포기하고 조합원들의 요구만을 받아 안겠다는 조합주의적 태도는 당장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조합원들을 달랠 수 있는 성과만을 찾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눈앞의 성과만을 좇다보니 처음에는 조합원 전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다수를 위해선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자기 조합원을 버리고, 불법파견의 문제의식은 온데간데없는 신규채용에 합의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울산지회는 판결 이후 노동조합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산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아산에서는 울산과 달리 간간이 문의가 오는 정도입니다. 아마 아산의 경우에는 다수의 비조합원들이 한 번 지회에 가입했다 탈퇴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아산 현 집행부가 8/18합의를 한 당사자이다보니 비조합원 조직화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있고, 그러니 더더욱 현장에서 반응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에 지회에 가입했다 탈퇴했던 비조합원들과는 다르게 2차 업체 노동자들은 이번 판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중적인 조직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보니 아직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사내하청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사진 출처 : 금속노동자)

 

판결 이후 현 지회 집행부에 태도나 입장에 어떤 움직임이나 변화가 있나요?

8/18합의와 9월 18·19일 법원판결 이후, 10월 8일에 첫 입장이 나왔는데, 8/18 합의를 존중하며 이 합의에 근거해 조합원들의 신규채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이전 입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8/18 신규채용 쓰레기안 직권조인 사태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조합원 모임”의 동지들은 이번 판결로 큰 힘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향후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십니까?

이번 판결이 실제로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 힘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8/18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수동화라는 엄청난 장벽이 있었기에 아산지회와 전주지회의 집행부가 직권조인까지 저지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모임에서는 조합원들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포함하여 평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가능할 때만이 8/18 합의안을 뒤엎고 현장에서의 전망을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대공장에서 사내하청은 이미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형태의 고용형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이번 판결에서도 촉탁직은 배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식당과 시설 노동자들은 이 판결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산공장에 이 판결에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있고, 이들에 대한 고민은 어떠하십니까?

아산공장에서 이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식당, 청소, 경비 등의 노동자들은 대략 250여명이고, 그 외 촉탁직 노동자가 대략 200여명 정도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우리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이라는 요구를 내걸었던 것은 단순히 그분들의 지지를 받기위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들을 조직하고 함께 싸우겠다는 결의를 담은 것입니다. 우리가 힘이 부족해서 그 이들을 조직하지 못했지만, 그들을 포기하는 순간 결국엔 조합원만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촉탁직의 경우,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로 만든 것입니다. 현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 여기에 더해 촉탁직까지.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이를 용인하는 것은 우리의 투쟁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조건이지만 촉탁직을 조직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계속해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간접고용 전반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공장 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오랫동안 불파 정규직화 투쟁을 해온 주체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많은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현대차에서의 판결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관심이 판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판결을 만들어 낸 과정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은 사법부의 아량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입니다. 

많은 비정규단위에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판결은 지난 10년간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투쟁을 위해서 소송을 하고 그 결과를 얻은 것이지, 소송만을 바라보며 기다리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했으면 합니다. 소송만을 바라보는 순간 노동조합은 투쟁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결국엔 소송 또한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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