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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인터뷰

길기는 하다만 한 문장도 빠짐없이 너무 재밌게 봤다.

 

진중권 교수 인터뷰 
     등록 : 지승호 (triana) 조회 : 6879  점수 : 0  날짜 : 2005년9월8일 09시32분 
   본문요약 멘트
 

지난해 제 책 ‘마주치다 눈뜨다’가 나왔을 때 문화평론가 이윤호씨는 진중권 교수에 대해 “ 진중권에게 삶이란 끊임없는 ‘트러블’이고 그의 독설은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다. 이른바 하늘에 바라는 것이 없기에 눈치 볼 것도 없다는 지독한 지식인이다. 실러의 말을 빌린 그의 글에서 ‘지식인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 들어야 하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야말로 피곤한 위험주의자가 아닐 수 없다”고 평했습니다.

그만큼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공격적 글쓰기로 비난과 찬사를 받는 진중권 교수를 만났습니다. 매일 새벽 6시 5분부터 8시 반까지 ‘진중권의 SBS 전망대’ 진행하는 진중권 교수는 방송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공부할 시간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방송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부드러운 졌다는 인상을 준 진중권 교수는 요즘 항간에 ‘노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것에 비해 ‘노 대통령이 크게 잘한 것도 없지만, 지금처럼 욕먹을 만큼 못한 것도 없다’면서 ‘지금은 균형추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아젠다 세팅하는거, 그걸 당에서 해줘야 되는데, 당이 얼마나 못하면 대통령이 나서가지고 저러고 있겠나?’면서 대통령의 얘기에 감을 못잡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비판했고, 탄핵 때의 예를 들어 “미디어만 보면 대통령 탄핵 당해 마땅하잖아요.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났느냐 하면 그 반대로 나타났잖아요.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매트릭스하고, 실제 사람들의 정서가 달라요”라고 하면서 참여정부가 조중동의 공세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최근 강준만 교수의 일련의 정치적 글쓰기에 대해 ‘민주당 코드’라고 비판하고, 민주당에 대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한게 노무현 대통령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노무현이 마술 걸어서 염증을 일으켰다는 얘긴데, 그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역민들을 선동하는 것이 호남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진중권 교수는 참여정부에 대해 “솔직히 조금 낙관적으로 본다. 남북 문제도 잘 풀리고 있고, 경제도 저점을 지나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고, 지금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에 대해 실망했지만, 한나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고 지적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쓸데 없이 자기 패닉에 빠진 것 같다. 난 그게 이해가 안간다. 지방선거에 한 번 진 것뿐이고, 어차피 질 선거였다”면서 열린우리당이 좀 정신 차려서 개혁적인 사안에라도 집중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어 주) - 지난달 8월 18일 저녁 홍대 근처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다른 인터뷰들을 먼저 올리느라고 늦어졌습니다.


지승호(이하 지) -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실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진중권(이하 진) - 바쁘죠. 방송하는데 시간을 따져보니까 8시간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2시간 방송하고, 그 전에 오프닝하고, 크로징멘트 써야 되고, 그거 쓸려면 2~3시간 걸리거든요. 그 다음에 방송 전에 원고 읽고 보고, 수정하고, 방송 끝나고 아이템 선정 회의를 해야 되구요. 그러니까 옛날에 쓰지 않았던 8시간이 삶에서 빠져나가니까 힘들죠.

▽지 - 그 외에도 강의 같은 것도 하셔야 되니까 시간 맞추기 힘드실 것 같은데요.

△진 - 시간 맞추기는 어렵지 않죠. 아침에 끝나버리니까. 그런데 잠을 못자요. 잠을 못자는게 왜냐하면 뉴스가 저녁때 많이 터지거든요. 8시나 9시가 되야 상황 파악이 됩니다. 그때부터 준비를 해야 된다는 거거든요. 낮에는 약속들 있고, 강의 있고, 강연 있고, 다른 원고 쓰고 이렇게 지내죠.

▽지 - 손석희의 시선집중하고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계십니까?

△진 - 차별화는 저절로 되잖아요. 손석희씨는 워낙 잘하니까. 저는 워낙 못하고. 저절로 차별되지 않아요?(웃음)

▽지 - 제작진에서 왜 진행자로 택했으며, 지금 만족하고 있습니까?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워낙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진 - 특별한 전략이나 이유 같은 것은 모르겠구요. 일단은 시사프로그램인데, 진행자의 색깔에다 맞춘다는 개념이거든요. 지금은 색깔을 드러내는 방법이 주로 멘트죠. 인터뷰의 색깔을 찾는 것은 아직은 못하고 있거든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요. 그리고 인터뷰 원고는 작가들이 작성을 하기 때문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 부분들을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두 가지 방식이 있을텐데, 논쟁식으로 갈거냐, 아니면 들어주기만 할거냐, 참 애매모호 하거든요. 논쟁식으로 하는게 사실 인터뷰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들어 주기만하면 밋밋하잖아요. 진행자의 색깔을 드러내야 된다고 요구하는 부분하고, 인터뷰의 요구가 충돌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걸 제대로 잘못하는 것 같구요. 그 부분을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간에 신경써서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지 - 요즘 발언하신 것들이 다른 뉴스에 인용되는 경우도 많았고, 발언의 수위와 파괴력 같은 것 때문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경우도 몇 번 있었는데요. 전략적으로 쎄게 발언을 하는 면도 있습니까?

△진 - 그런 건 아니구요. 그걸 뉴스 릴리스라고 하거든요. 그것도 아마 손석희씨 것이 더 많을거예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발언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그게 포탈 같은데 올라가서 네티즌들의 댓글이 붙고 이런 경우가 몇 건 있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 쪽에서 많이 하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쪽이 하는 인터뷰들은 대부분 뉴스릴리스가 됩니다. 우리는 그것까지는 아닌 것 같고, 뉴스 릴리스되는게 사실은 제가 한 말, 코멘트 이런 것들이 절반이 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잖아요.

더 중요한 것은 인터뷰에서 뉴스 릴리스가 나가야 되거든요. 그 부분들을 우리가 못 따라가고 있는거죠. 아이템 선정도 문제고, 섭외도 문제고, 세 번째로는 인터뷰 기술이죠. 이 세가지는 아직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감각이 좀 더 떨어져요. 우리 작가들이 다 순진하구요. 순진둥이들이야. 나도 그렇고, 작가도 그렇고, PD도 그렇고... 정치꾼들 있잖아요.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든지, 그래서 빠삭하게 안다든지 이런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이 무당파적이거든요. 오히려 뉴스 릴리즈 되는 것을 보고 황당해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아, 이런게 뉴스가 되는구나’하고.(웃음)

▽지 - 조금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비슷한 시간대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과 같이 섭외가 들어가면 굉장히 불리할 것 같은데요. 그걸 어떻게 극복하실 겁니까?

△진 - 극복이 안되죠.(웃음) 만약 중요한 이슈가 생겨서 방송을 해야 되고, 관계자를 섭외한다면 MBC는 장관, KBS는 차관, 우리는 차관보 이런 식으로 섭외가 됩니다.(웃음)

▽지 - 예전에 김어준씨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스타일을 손석희, 유시민, 김미화 세 유형으로 분류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 분들과 진행자로서 어떤 차별점을 갖고 계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서 김미화는 상대방에게 배운다는 스타일로 하고, 유시민은 공격적인 스타일이잖습니까?

△진 - 나 같은 경우는 ... 인터뷰어니까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게끔 하는게 핵심 아닌가 싶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오프닝 멘트, 크로징 멘트를 통해서 다하거든요. 아직은 제가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색깔을 못가졌다고 생각을 해요.

▽지 - 지나치게 논쟁식으로 얘기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으시잖아요. 맘에 안드는 얘기가 나왔을 때 나무라듯이 공격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진 - 그때가 혼란기였어요.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논쟁식이었죠. 박근혜씨가 손석희씨 프로그램에서 ‘나랑 논쟁을 하자는 거예요’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란 말이예요. 논쟁 프로그램인가, 인터뷰인가 그 부분에서 확신이 안서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게 하는데 있어서 아직은 색깔을 갖는다기 보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요. 제가 모질지를 못해서 말을 끊지를 못해요. 말이 길어져도 길어지는 사람의 말을 끊지를 못해요. 딱 잘라 들어가가지고, 끊을 때 끊어야 되는데,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가장 힘든 사람들이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거든요. 질문을 열개를 준비해 놨는데, 한 개 끝나니까 시간이 반이 지난거예요. 이러면 질문을 던지기 무서워지는 거죠.

▽지 - 거기다 내용까지 없이 횡설수설하면...(웃음)

△진 - 돌아버리죠.(웃음)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대개 시간 감각이 없기 때문에 한시간 인터뷰하는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대부분 그런 식으로 나오거든요. 그러면 그것을 중간에 잘라줘야 되는데, 그러려면 사람이 아주 모질어야 되요.

▽지 - 그동안 칼럼니스트로서 정치를 보시다가 라디오 진행자이자 인터뷰어로서 직접 정치인들을 만나 대화를 해보니까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진 - 지금은 전화 인터뷰만 하니까 정치인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거든요. 그전에 KBS 열린 토론할 때는 진짜 정치인들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만나고 그랬는데, 정치인들을 만나면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너무나 멀쩡해요. 나름대로 고민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또 제가 너무 모질지를 못해요. 그러니까 욕을 먹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그래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고, 아주 복잡한 문제더라구요. 정치인들에 대한 이해 같은 것을 갖게 돼요.

▽지 - 만나뵈면 오프라인에서 심한 얘기를 한다든가 이런 것 못하시는데요. 그걸 아니까 지금 하시는 얘기가 이해가 가는데, 인터넷 글이나 쪽글로 진중권하고 부딪혀본 사람들은 이런 얘기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웃음) 거기서는 살벌하게 하시잖아요.

△진 - 사실 살벌한게 아니에요. 내가 쓴 글 보면 대개는 도를 넘어서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 걸거예요. 도를 넘어선 것에 대해서 돌려주는 정도거든요. 실제로 차분하게 읽어보면 그 선에서 하나도 나가지 않을거예요.

▽지 -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는 모질게 못하시는데, 인터넷 글쓰기나 리플로는 좀 신랄하게 표현하시는 편이잖습니까?

△진 - 익명성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익명성이라는 게 사람을 비판적으로 만들죠. 전화도 괜찮아요. 대면하는 것에 비해서는. 세 가지가 다 달라요. 대면하는거냐, 목소리를 대하느냐에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나 차원이 다 달라요. 가장 냉정한건 역시 익명이죠. 안만나면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잖아요.(웃음)

▽지 - 그런데 방송을 하시려면 만나서 지적할 건 해야 될 텐데요.

△진 - 그것을 해야 되는데, 그게 테크닉의 문제죠. 어떤 사람은 제가 끊는데도 안끊겨요. 막무가내로 얘기하잖아요. 손석희씨는 그런걸 굉장히 잘하잖아요. 단호하게, 냉정하게 끊어버리잖아요. 상대방이 쪽팔릴 정도로. 절 오프라인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고 하거든요. 글 쓰는 걸 보고 겁먹었다가 딱 보니까 ‘에게’ 그러잖아.(웃음) 그런게 좀 있죠.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여도 직접 만나보면 그렇지 않은.

▽지 - 너무 바쁘셔서 인터넷 쪽 활동을 못하시니까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좋아지신 부분도 있는 것 같거든요. 예전에는 불필요한 오해도 사고, 감정도 상하는 일이 많았지 않습니까? 예전에 저를 비판하셨을 때도 ‘비판의 취지는 동의하는데, 조금 지나치게 나가신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는데요.(웃음) 그렇게 때로는 지나친 표현이 있을 때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불필요하게) 서로 서먹해진 관계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진 - 인터넷은 참 좋죠. 하고 싶은 얘기도 다 하고. 지금은 한나라당을 씹고 싶어도 못 씹을 때가 있어요. 진행자잖아요. 그러니까 요즘 좀 무뎌지는 것 같아요. 방송으로 나가잖아요. 그거랑 인터넷에 오르는 거랑 또 다르잖아요. 제가 인터넷에 먼저 멘트를 올리는데요. 그걸 방송 나갈 때는 한번 더 걸러요. 순화시키거든요. 조금 밋밋하게.

▽지 - 어떤 면에서는 ‘진중권 다움’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당파성 없는 방향없는 비판, 싸가지 없어 보일 정도의 신랄한 표현이 트레이드 마크인데요.

△진 - 그런 것도 좀 있죠. 생각보다는 재밌는 건 뭐냐 하면 방송 윤리위원회에서 뭐가 나오잖아요.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고가 나오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지적을 안당했어요. 많이 나올 줄 알았거든요. 방송부적합 용어란게 있잖아요. 그런게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확 갈 수 있는데, 제가 그런 표현을 잘하잖아요. ~질하는거. 애국질, 영웅질 이런 식의 표현은 잘 못해요. 한정이 되어 있는거지. 오늘 ‘우리나라 대변인들이 너무나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 받는다’는 기사를 보니까 그게 생각나던데, 소위 유럽에서 했다던 honor of insults, 그런 얘기가 나오던데 명예로운 모욕 이런 식으로 아주 점잖게 모욕해야 하는거죠.(웃음)

▽지 - 방송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뭡니까?

△진 - 지금 당장으로서는 오프닝하고, 크로징 멘트 쓰는게 주임무거든요. 그러니까 매일 컬럼 하나씩을 쓰는거잖아요. 그게 미치겠더라구요. 옛날에는 며칠에 하나, 1주일에 한두 개잖아요. 그러면 샘솟듯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매일 매일 날릴려니까 사실은 고욕이죠.

▽지 - 방송 진행하시면서 나왔던 출연자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누굽니까?

△진 - 특별히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인터뷰를 하면서 사람마다 있는 언어적 특성들을 알게 되더라구요. 그런 것을 알겠고, 그걸 통해 캐릭터라든가 성격 같은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러니까 보면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대답이 굉장히 모범적이예요. 딱딱 정리되어 있고, 분명하구요. 그 다음에 노회찬 의원 같은 경우에는 거기다 하나가 더 있죠. 이 사람은 워낙 말을 잘하구요. 또 서민적 수사학 이런게 있잖아요. 그런게 있고. 강재섭씨는 은유가 강해요. 나름대로 보수주의자의 점잖은 은유, 이런게 좀 있구요. 어떤 사람은 열정적으로 얘기하고, 그 다음에 일반 사람들 인터뷰를 해보면 말하는 훈련이 잘 안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거 아닙니까?’그러면 ‘네’그러고 끝나는거예요. 대답이 짧은 사람이 제일 황당하고, ‘이게 뭡니까?’하고 물어봤는데, 묵묵부답이거나 중언부언 막하는 경우도 황당하죠.

▽지 - 조금 전에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힘들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전여옥 대변인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하게 비판하셨지 않습니까? ‘대졸 대통령발언’을 두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천박함이고, ‘대변인’ 됐다고 입으로 ‘대변’ 보는 해괴한 분”이라고 맹비난 하셨는데요.

△진 - 그건 사안이죠. 사안에 따라서 다른거죠. 대졸 대통령 발언 같은 것은 저는 공적인 자리에서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건 강하게 비판하는거죠.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그건 반칙이고, 어떤 면에서는 범죄적이기까지 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은 용납해서는 안되구요. 이번의 마광수 발언 같은 경우도 그런 성격이 좀 있어요. 외모차별이잖아요. 그런데 그 분 같은 경우 워낙 당했기 때문에 한마디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구요. 사회가 그 사람한테 가한게 있기 때문에. 여성들만 좀 안됐지.(웃음) 그 표현들로 인해 여성들이 피해를 입은 거니까. 그 건은 입이 근질근질 한데 참는거죠.

▽지 - 요즘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이 많아서 인지, 전여옥 대변인 등에 대한 쎈 비판이 있어서 그런지, 일부에서는 ‘노빠가 된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하는데요.

△진 - 늘 그렇지 머. 원래 서프라이즈 사람들도 그렇잖아. 내가 기분 좋은 얘기하면 ‘역시, 혜안이십니다’ 이러다가 노 대통령 좀 비판하면 ‘이 새끼, 저 새끼’ 나오는 거하고 똑같은거죠.(웃음) 사람들이 여전히 당파적인 것에 따라 판단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면 한나라당 쪽을 더 많이 했구요. 내 관점은 그런거거든요. 누가 잘하든 못하든 간에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칭찬을 해주는 거고, 그런거예요. 그 다음에 많이 들어 갔던게 민주노동당 의원들이구요.

▽지 - 항간에 어떤 분들은 상대적으로 개혁세력이 위기에 봉착하면 그 쪽에 힘을 실어줘 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거든요. 약자를 편드는 정서가 있는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구요. 지금 개혁세력이 너무 몰려 있다고 보시기 때문에 힘을 실어주시는 겁니까? 아니면...

△진 - 그렇죠. 그런 면도 있죠. 지금 균형추가 문제거든요. 노 대통령이 특별히 잘한 것은 없지만, 지금처럼 욕먹을 만큼 잘못한 것은 없거든요. 사실은. 그런 균형추를 맞추는 것도 좀 있죠. 지난번 탄핵 같은 경우는 약간 무임승차였잖아요.(웃음) 지나치게 많은 덕을 봤다고 보기 때문에 딴지를 걸고 들어간 거구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대통령 말이 대부분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많이 나갔던 것 같아요. 거긴 자기들 입맛에 맞으면 많이 내보내잖아요. 그리고 대통령 비판하는 것 같은 경우도 많이 정리해내는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지 - 요즘 많은 지식인들이 상대적으로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태에서 그 반대의 행보처럼 보이는 면이 있는데요.

△진 - 전 대통령보다 열린우리당이 문제라고 봐요.

▽지 -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선거는 좌파로 하고 선거가 끝나면 한나라당으로 간다”고 하셨는데요. 요즘 열린우리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한마디로 한심하죠. 문제가 뭐냐 하면 어려운 일을 아젠다 세팅하는거, 그걸 당에서 해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당이 얼마나 못하면 대통령이 나서가지고 저러고 있어요. 그게 말이 안되는 거거든요.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하면 감이라도 잡아야 되는데, 감을 못잡고 있는 것 같아요. 중구난방 헷갈리고.

▽지 - 그런 한계 같기도 한데, 의사와 한의사의 차이고, 검찰과 경찰 정도의 차이인데, 자기들이 선거를 할 때는 굉장히 민중의 위치인 것처럼 스스로 착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보면 ‘내 위치가 이게 아니구나’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진 - 쉽게 말하면 이거죠. 아까도 한의사, 의사 얘기를 했는데, 한의사 입장에서는 의사는 특권층이고, 자기들은 좌파거든요. 전반적으로 사회적인 지위 면에서는 한의사가 못사는 층이잖아요. 그래도 5%안에 들거든요.

▽지 - 그걸 자기 위치를 알고, 계급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문제 해결이 쉽게 될텐데, 굉장히 비장하게 생각하다보니까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는 것 같은데요.

△진 - 결국은 기득권 문제 아니에요? 정권이 교체되면서 기득권이 교체되는 과정이잖아요. 여기서 새로 등장하는 신기득권층은 구기득층이 누리는 것에 비해 못누린다고 생각하고, 그들에 비해서 자기들은 좌파라고 생각하는 거고, 그런데 일반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 쪽도 기득권층으로 보이거든요. 또 하나는 제가 볼 때는 이 사람들이 정치 감각이 굉장히 없는 것 같아요. 너무나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아젠다 세팅을 못하잖아요. 끌려만 다니거든요. 대통령이 한마디씩 해주니까 그나마 판이 벌어지는 거죠.

▽지 - 요즘 강준만 교수의 정치적 글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짜증나죠. 나는 지금 민주당이 왜 그렇게 존재하는지 모르겠거든요. 실례지만 ‘여러분들은 왜 존재하세요?’라고 묻고 싶은데요. 그게 딱 보면 지역주의 코드잖아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한게 노무현 대통령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노무현이 마술 걸어서 염증을 일으켰다는 얘긴데, 그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역민들을 선동하는 것이 호남을 모독하는 거라구요. 제가 볼 때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에요.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거든요.

▽지 - 그 부분은 ‘분당을 통해서 너무 많은 정치적 비용을 치렀고, 그런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는 얘기 같은데요. 듣다보면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정치권의 갈등 상황이 한국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습니까? ‘민주당을 구악으로 몰면서 지금처럼 혼란스런 상황을 만들어서 나아진게 뭐냐?’는 얘기 같은데요.

△진 - 누가 의도해서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만든 적은 없죠. 누가 만들어준 구도냐 하면, 탄핵 때 만들어진 구도잖아요. 탄핵 때 만들어진 구도라구요. 국민이 만들어준 구도이고, 그 당시에 당을 나오지 말았어야 하느냐 하면 (당시 상황을 보면) 말이 안되는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 했던 짓거리가 있잖아요.

▽지 - 민주당 지지자들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인 천신정에 대해 배신자라는 시각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때문에 대통령이 되놓고, 이제 와서’라는 정서도 있는 것 같구요.

△진 - 누굴 배신해요? 그것 자체가 얼마나 한심한 코드냐는 거예요. 그게 영남지역주의와 무슨 큰 차이가 있죠?

▽지 - 강준만 교수에 대해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원한에서 벗어나서 생산적인 글쓰기를 했으면 한다’고 주문하셨는데요.

△진 - 아니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특정한 어떤 부분에서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 글쓰기가 그게 아니잖아요. 총평이잖아요. 총평식으로, 배신이니 뭐니 하는 수사학들 한번 보세요. 그게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늘어놓을 수 있는 수사학이냐는 거죠. 제가 노무현 대통령 비판을 그 사람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잖아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 비판할 때 파병문제라든지 특정 정치에 대해서 비판했던거 아닙니까? 그런데 강준만 교수는 그게 아니잖아요.

그것이 딱지 붙이는 식이잖아요. 제가 유시민 의원을 비판할 때도 특정한 행동이나 언급을 비판한거지, 유시민 전체를 비난한 건 없거든요. 그 사람의 특정한 행태를 비판한거죠.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걸 보면 최후의 심판이잖아요. 신이 인간한테 내릴 수 있는게 심판인데, 보면 근거가 없어요. 그리고 자기가 잘한 것도 없잖아요.

▽지 - 유시민 의원에 대해서도 유시민 의원이 현재 가진 정치적인 위상에 비해서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비판한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진 - 그 사람은 말 갖고 씹기가 좋죠. 그것 뿐이예요. 그리고 요즘 그것말고 다른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얘기하는게 없잖아요. 서울대 폐교론 나올 때 나한테 뭐라고 얘기했어요. 제가 그때 얼마나 욕을 먹었습니까? 저는 서울대 폐교론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국립대 통폐합하자는 주장을 했잖아요. 이런 주장은 이해가 가는데, 그 분은 그 코드가 아니었단 말이예요. 그때 그 사람 코드는 이해찬 참모들이 다 서울대 출신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학 못나왔다, 노무현 대학 못나왔다 이거거든요. 제가 볼 때는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제기하면 안된다는 거거든요. 지금 정작 서울대 문제 터졌잖아요. 그런데 아무 말 못하잖아요.

▽지 - 예전에 강준만 교수가 신문 칼럼을 재개했을 때 진보누리에 ‘군더더기 없는 훌륭한 칼럼’이라고 그 칼럼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셨지 않습니까? 그걸 화해하자는 제스츄어로 본 사람들도 있는데요.

△진 - 그런거 없어요. 화해는 무슨 화해예요. 아니 돌아섰다, 이런 것도 없구요. 그건 굉장히 정서적인 코드잖아요. 그 사람이 한 특정한 이야기에 대해서 비판을 한 거였고, 그 사람이 오버액션을 했고, 그 뿐이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그 분을 앞으로 안보겠다거나, 피할 것도 아니구요. 싫어하느냐 그것도 아니구요. 그 다음에 글 잘 썼잖아요. 칭찬해줄 수도 있는거 아닌가요?

▽지 - 만나 뵙고 하니까 그런 걸 가지고 개인적인 감정을 갖지 않는다는게 이해가 되는데, 강준만 교수하고 서로 글로만 소통을 하시니까 직접 소통하는 것하고 차이가 있는 것 같고, 그 분은 굉장히 상처를 받은 것 같은데요.

△진 -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예요. 그건 인격적 코드잖아요. 우리는 특정 이념 때문에 의견이 불일치하는거지, 인격적 관계가 아니거든요.

▽지 -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 쪽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호의를 배반당했다고 생각할 것도 같은데요.

△진 - 그것도 웃기는 거죠. 저는 그 사람한테 호의를 입은 적이 없어요. 호의를 입었다면 옛날에 조갑제 씹은 글, 그거 한번 실어준거거든요. 그 다음에 그 글 때문에 잡지 판매부수가 올라갔단 말이예요. 그래서 연재해 달라고 해서 연재한거고, 책 내달라고 해서 책 내준거 아니예요. 그런건데 그렇게 나오면 좀 황당한거죠. 그리고 인물과 사상이 아니라 개마고원에서 나온 책에 실렸던 건데요.

▽지 -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두고 굉장히 많은 논란이 있는데요. 그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조선일보에서는 열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해 놨던데요.

△진 - 연정제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보거든요. 현실적이지 못하고, 제가 볼 때는 연정제안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선거구제 개편을 따내려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 연정제안은 패착인 것 같구요. 패착까지는 아니고, 정치적으로는 묘수일 수가 있어요. 제스츄어일 수도 있구요. 저는 상황은 심각하게 보지 않거든요. 하반기에 경기가 풀리면 별 문제가 안되죠.

▽지 - 한나라당이 덜컥 받았으면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진 - 안받지. 당연히. 안받으니까 제안을 하는거죠. 받으면 노무현 정권이 끝이죠.

▽지 - 갑자기 미친 척하고 ‘논의해보자’고 나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진 - 어느 경우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손해를 볼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받으면 한나라당 분당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구요.

▽지 - 거기에 대해서 참정연 토론회 때 노회찬 의원이 재미있는 표현을 하지 않았습니까? “민노당은 정체성이 생명인 당이다. 우리는 데이트 한 번 잘못해도 당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진 - 저는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한나라당 압박용 카드라고 봐요. 그런데 하다 마는 것들이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에도 공소시효 배제 발언 했잖아요. 던져놓고 자기는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 코드였거든요. 그런데 왜 다음날 뒤집냐는 말이예요. 지들끼리 싸우게 내버려두면 될 것을.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건데... 늘 그랬잖아요. 뭘 좀 할라다가 관두고 저는 그게 가장 큰 노무현 정권의 실책이라고 봐요. 사람이 점점 보수적으로 가는데, 그 사람이 암만 보수적으로 가도 절대로 찍을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색깔을 드러내면서 나가야되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이번에 청와대에서 개혁적인 인사들을 교체하는 것도 그 코드잖아요. 보수층을 잡아보자는 것 같은데, 소용이 하나도 없는거거든요. 언론은 씹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언론에 뜨는 것이 리얼리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중동이 아무리 떠봤자 지들 매트릭스라는 거거든요. 그걸 청와대에서는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개는 원래 짓기 마련입니다. 개가 짓는데, 철도 운행에 지장이 있느냐 하면 아무 지장이 없거든요. 그냥 가면 되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문제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올랐느냐, 하면 안올랐단 말이예요. 국민들은 떨어져서 관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걸 알아야 되는 거죠.

▽지 - 첫해 워낙 공격을 많이 받아서 공포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진 - 아니, 탄핵 때 봤잖아요. 미디어만 보면 대통령 탄핵 당해 마땅하잖아요. 그 세계 속에서는.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났냐 하면 그 반대로 나타났잖아요.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매트릭스하고, 실제 사람들의 정서가 달라요. 이제는 그걸 알고, 의연하게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 -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도 국가보안법도 폐지 못하고..

△진 -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열린우리당 안에도 고향만 다르면 한나라당에 있을 놈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 - 그러다 보니까 그런데 대한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구요. 만약에 지금 탄핵사태가 또 벌어진다면 상황이 지난번하고 똑같이 전개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진 - 지금 하면 될 수도 있죠.

▽지 - 이런 분위기다 보니까 상당수의 사람들이 2007년 한나라당의 집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 공포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진 - 저는 그렇게 안봐요. 저는 절대 그렇게 안봅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데요.

▽지 - 결국 그때 되면 비판적지지 논쟁 같은 것이 나올 수 있을텐데요. 그때처럼 결집이 될까 의문입니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민노당이 약진해서 표를 나눈다면 상황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민노당이 집권을 할만한 상황도 아닌 것 같구요.

△진 - 민노당이 집권하는 것은 아직은 먼 얘기구요.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닭짓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집권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거든요.

▽지 - 젊은 층이 예전처럼 관심을 갖지 않고, 정치 혐오감 때문에 선거 때 놀러 가버린다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진 - 선거때는 다 투표하게 돼있습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보이코트 심정이 아직 있거든요. 그 심정을 한나라당이 제대로 극복하고 있느냐 하면 아니거든요. 한나라당이 달라진게 뭐가 있습니까? 딱 하나가 있거든요. 이번 지방 선거전만해도 ‘한나라당 안된다’는 분위기였는데, 거기서 한번 이긴 것 뿐이예요. 그걸 포장을 해가지고, 난리가 난건데....

▽지 - 지난번 참정연 토론회에서는 ‘이대로라면 어렵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기사 제목을 보면 그렇던데요.

△진 - 유시민 의원이 그랬을거예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 안하면서 괜히 그러는 걸거예요. 위기의식 조장해서 지지자 결집시키고, 표 얻는게 그 쪽 특기잖아요.(웃음) 이번에 보니까 진짜 엄살쟁이 같아요.

▽지 - 노회찬 의원께서는 “2007년 대통령 선거가 민주노동당의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민노당 입장에서 전망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의정활동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지만, 거기에 비해서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진 - 모든 정당들은 다음 선거가 아마겟돈의 최후의 결전이라고 얘기해요.

▽지 - 민노당의 지지도 정체되어 있지 않습니까?

△진 - 10% 정도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대충 정체가 되어 있는데, 한계가 있죠. 민노당은 한계가 있는데, 어떤 한계가 있는지는 늘 얘기해왔잖아요. 변화된 미디어환경과 사회환경을 이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 - 소위 ‘개똥녀’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의 심한 공격이 있었습니다. 그게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사람도 살기 힘든데’하는 식의 동물애호가들에 대한 불편함도 작용했던 것 같은데요. 요즘 네티즌들의 공격성에 대한 여러 우려와 논란이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불필요한 폭력이죠. 요즘 댓글들 보면 모든 사안에 대해서 그래요.

▽지 - 스스로는 정의를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진 - 정의를 빙자한 공격 본능의 표출에 불과한거죠. 예컨대 거대한 권력이 있으면 거기에 분노를 표출해야 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대단히 너그럽잖아요. 그런데 아무런 자기 방어할 능력이 없는 개인에 대해서는 과도한 공격적인 본능을 드러낸다는 거죠. 그걸 수평공격이라고 하죠. 자기들이 당하는 폭력을 자기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 사람들에게 행사하지 않고, 주변에 폭력을 행사하는 건데, 아주 비열한 짓이라고 봅니다.

▽지 - 이런 것에 대한 대비책으로 ‘실명제’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진 - 실명제가 되겠어요? 자율적으로 맡겨야 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뭐냐 하면 그것을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됩니다. 어쩌겠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제 글 밑에 붙은 쪽글을 즐기는 편이거든요. 다양한 시각을 즐기는거죠.(웃음) ‘야, 정말 제대로 씹었다’는 것도 가끔 있어요. 10개 중에서 9개가 헛다리 짚어도 그 중 한 개 정도는 나의 불순한 의도를 캐치하는 경우가 있죠.(웃음)

▽지 - 그걸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면 좋긴 한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진 - 그러니까 나처럼 낯짝 두꺼운 인간이 많지 않다는걸 사람들이 알아야 되거든요.(웃음) 사람들이 흥분해서 저를 욕하면 저는 오히려 재밌거든요. ‘얘, 흥분했구나’ 하면서 재밌어서 낄낄거리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상처를 받거든요. 그걸 알아야 되거든요. 민감하게, 지나치게 예민하게 상처를 받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 사람들이 나를 욕하는게 정말로 미워서 욕할 때도 있고, 심심해서 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또 하나는 욕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그걸 알면 욕 같은 것도 그렇게 충격받지 않고 넘어갈 것 같아요.

▽지 - 그런데 그냥 욕만 하면 괜찮은데, 개인정보가 올라가면 전화해서 협박하거나, 가족까지 협박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진 - 저한테도 그런 편지가 오고 그래요. 지난 번에 한번 오고, 얼마 전에 또 왔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피가 많이 나서 죽을 운명이다’ 이런 식의 편지가 왔거든요. 미국에서 왔다는데, SBS 전망대 앞으로 와서 PD가 뜯어봤는데, 협박인데, 차마 입으로 옮기기가 뭐하다고 얘기하더라구요.

▽지 - 이유가 뭔가요?

△진 - 제가 볼 때 그 사람은 꼴통 코드예요. 그러니까 이민간 사람들 있잖아요. 70년대 이민간 사람들은 정서가 70년대 그대로거든요. 제가 볼 때는 그 사람이 그런 코드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저의 가장 충실한 독자예요.(웃음)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제 글 제대로 안 읽어요. 읽고 나서도 쪽글도 안남겨요. 쪽글 남겨도 ‘잘 읽었습니다’ 이 정도거든요. 그런데 저를 씹는 사람들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읽어요. 그렇게 자세하게 정밀하게 읽을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할까 하고 기다려요.

▽지 - 그들이 그렇게 피해의식을 가지는 이유가 뭘까요? 얼마 전 광복절 보수진영의 집회에서 한겨레 신문 기자에 대한 폭행이 있었지 않습니까?

△진 - 한마디로 미친거죠.

▽지 -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안그래도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감을 극도로 드러낸 상태에서 폭행사건까지 벌어졌는데요. 해방 직후처럼 물리적인 충돌이 큰 것은 아니지만, 정서적인 갈등은 상당히 증폭되어 있는 상태 같습니다.

△진 - 이번에 보니까 경찰에 끌려간게 그 사람들이잖아요.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세상이 뒤집어진거죠. 맨날 고발하고, 끌고 가라는 쪽이었는데, ‘세상이 뒤집어졌구나. 적화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웃음) 황당하겠죠. 한마디로 시대가 바뀐거죠. 그 사람들이 소수화됐잖아요. 시위 한번하면 어떤 장소에는 다섯 명 나오고, 현충원 앞에는 스무명 모였고, 군중집회를 해가지고 천명 모인거거든요. 그게 인류학적 의미를 갖는 사건인 것 같아요. 종족학적 사건이죠. ‘아,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종의 다양성 차원에서 저런 사람들의 의견도 보호해야 되지 않느냐’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잖아요.(웃음) 그들은 지금 극소수가 된 겁니다.

▽지 -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더 많은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진 - 골이 깊어지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소수화되었거든요. 소수화됐으니까 그 사람들이 극렬화된 것 뿐이구요.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북한 대표단을 만나서 환담하고 그러잖아요. 이념 갈등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갈등이라고 볼 수 없어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사람 패고 그러는거죠.

▽지 - 지만원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분인 것 같은데요. 같이 토론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진 - 아깝죠. 그 사람. 그 사람이 처음에는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었거든요. 합리적인 사람이고, 군사적인 부분에서 지금 봐도 혁신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분이 미국에서 공부했잖아요. 미국적인 합리주의가 있어요. 제가 군대 생활하면서 부러워한 부분이거든요. 옆에 있는 미8군을 보면서 ‘한국군은 왜 이렇게 일본군스럽냐. 쟤네들은 왜 이렇게 합리적이냐’ 하는 것을 부러워한 적이 있거든요. 이 사람은 이쪽에서는 비빌 언덕이 없는거예요. 처음에 이 사람이 인물과 사상에 글을 썼던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진보나 개혁진영에서 받아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죠. 이것도 진보 진영의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받아줄 틈이 없거든, 그러니까 그 사람이 비빌 언덕이 저쪽밖에 없는거예요. 그렇게 가다 보니까 점점 황당한 소리를 하는거죠. 전 그 사람이 머리가 나빠서 그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그 사람이 먹고 사는 구조거든요. 그런 또라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10만은 되거든요. 그 사람들이 먹여 살려요. 그런 코드죠.

▽지 - 조갑제씨도 비슷한 코드 아닙니까?

△진 - 조갑제씨도 그렇죠. 처음에 기자로서 얼마나 괜찮았습니까? 처음에 그 사람이 쓴 기사들을 보면 아주 좋아요. 그런거 보면 안타깝죠. 그래도 남 탓을 할 수는 없어요. 자기 탓이지.

▽지 - 조금전에 말씀하신대로 먹고사니즘이니 이런 부분을 진보진영에서 너무 무시해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진 - 저만 해도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 먹고사니즘이 없었겠어요. 제가 학위가 있나요? 그리고 학위가 있어도 어디 갈 데가 없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이 말빨 가지고 딴 쪽에 붙으면 얼마든지 먹고 살고는 있잖아요.(웃음) 그런데 그런 생각은 안해봤거든요. 사람들이 자기 하는 일에 대해서 신념을 가져야 됩니다. ‘당장 힘들어도 내가 성실하게 특정한 분야에서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그런 믿음 자체를 저버릴 때 사람이 망가지는거 같아요. 제가 볼 때 그런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세상이 다 무너져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되는데...(웃음)

▽지 - 그런 것과 관련해서 “친일 망언은 윤리적 제재를 통해서 하고, 법적 제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표현의 자유는 망언의 처벌보다 더 큰 가치’라고 역설하셨지 않습니까?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망언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자고 하기도 했는데요.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자기들이 비난하던 포퓰리즘을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진 - 그런 측면도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원희룡 의원의 문제 제기는 굉장히 정당합니다. 그 사람의 의도를 믿는 편이예요. 다만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그 부분이죠. 표현의 자유가 더 상위가치라는거죠. 그때 토론회 같은 걸 했거든요. 그때 가서 했던 얘기가 “정신대 발언이 문제다, ‘일본이 우리를 도와줬다’느니 하는 발언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했거든요. 정신대 발언은 구체적으로 큰 피해자가 있잖아요. 민족주의적 코드가 아니라 인권적 코드에서 이런 것들은 처벌이 가능하다고 봐요.

▽지 -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같은 걸로 고발할 수 있지 않나요?

△진 -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명예훼손까지는 안되는 것 같고... 그래도 그런 발언들은 처벌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거죠.

▽지 -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재외동포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별로 찬동 안해요. 재외동포법은 찬동을 안하고, 취지는 공감을 하는데, 왜냐하면 그 자체가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거잖아요. 그 차별이 바로 처벌인데,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은 없어져야 된다’는 것이 제 신념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에서 그것에 대해 찬성하고 나온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죠.

▽지 - 그걸 개인적인 코드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

△진 - 우리 애가 이중국적이라는 거죠. 그런데 일본 국적을 이중국적으로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웃음) 미국 국적이 있으면 몰라도. 일본은 속지주의가 아니잖아요. 혈통주의거든요. 한쪽이 일본인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저도 지금 당장 일본 국적을 취득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황당하거든요. 왜냐하면 영원히 외국 사람으로 살아야 돼요. 그러면서 뭐가 되냐 하면 1년에 한번씩 외국인 등록청인가 가서 갱신을 해줘야 되요. 외국인 등록청인가에 가서. 인천까지 가야 되는데, 그거 웃기잖아요. 두 사람이 애를 낳았는데, 내가 남자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야 되느냐, 그런 코드인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는거죠.

▽지 - 박노자 교수도 재외동포법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굉장한 비판을 받았는데요.

△진 - 인터넷에서 떠들든, 말든 간에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가는거죠. 저도 그랬거든요. 그때 대학원 나오면 6개월짜리 갈 수 있는거 아니예요. 그런데 군대에 간게 ‘남들 다 가니까 가자’ 이런 생각으로 간거 거든요. 가서 6개월짜리 온 사람 보니까 얄밉긴 하더라구요. 제가 그때 대학원 붙은 상태였는데, 서울대면 100% 석사장교로 갈 수 있었거든요. 시험보는데 이력이 난 놈들이잖아요. 근데 전방 1주일 훈련 들어갔을 때 보니까 석사장교가 하나 있더라구요. 81학번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인데, ‘부대 들어온지 얼마나 됐습니까?’ 하니까 5개월 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갈참이죠’ 그러는거야. 제가 그때 병장 때였거든요.(웃음) 그 사람은 병으로 치면 이등병인데 ...

▽지 - 생방송 음악캠프에서의 카우치의 알몸 소동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것을 둘러싼 소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그렇게 수준 높은 사건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웃음) 그런건 외신에서나 보는거잖아요. 해외 토픽란에서.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고 봤는데, 이것들을 보니까 얼굴을 가리고 나왔더라구요.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그리고 생방송인 줄 몰랐다는 둥 횡설수설을 하는걸 보고 꼭지가 돌았죠. 옷을 벗었다는 것에 꼭지가 돈게 아니라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우리가 왜 벗었다’고 얘기를 했으면 옹호를 해줄 수가 있는데, 도대체 거시기는 드러내면서 왜 얼굴을 못 드러내는 거야, 인디라고 하면 가야되거든요. 인디밴드의 그게 없잖아.

▽지 - 자기네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어차피 징역살 분위긴데, 인디신에서라도 살아남으려면 당당하게 얘기했어야 할 것 같은데, 저질러 놓고 보니 겁이 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진 - 구속하는 것은 과도하고,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경범죄 수준에서 처벌해야죠. 바바리맨이랑 다른게 얘들이 옷을 벗으면서 성적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런 코드가 아니었잖아요. 결과적으로 바바리맨이 됐지만. 지켜보는 애들이 중학생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의도 자체는 그런 코드가 아니잖아요. 도발코드지. 그런데 그걸 구속까지 시키는건 우리 사회가 아직은 지나치게 경직된 사회라는거죠.

▽지 - 그래서 전 “갑자기 누가 TV에 나와서 5초 정도 벗는 장면을 보여주는게 두려운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반드시 구속시켜서 처벌해야 된다고 말하는 당신들이 더 무섭다”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진 - 저도 그래요. 가장 무서운게 그런거지, 우리가 무슨 이스라엘 신전국가입니까?

▽지 -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가 아직도 문화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것 같은데요.

△진 - 예컨대 독일 같은 경우는 공중파에서 옷 벗는 모습을 얼마든지 다 보여주거든요. 성기까지 다 노출돼요. RTL 이런데 보면, 주말 이런 때 다 보여주고, 섹스에 관한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거기서는 스와핑하는 것까지도 보여주는데, 아무 문제 없어요. 미국이 좀 규제가 강력하고, 유럽은 비교적 자유롭거든요. 미국은 청교도 코드가 있고, 유럽은 제가 유학가서 한 달 동안 열심히 봤어요. 얼마나 좋아요.(웃음) 한 달 동안 주말이 기다려져요. 그런데 두 달 지나고 석 달 지나니까 그 다음에는 지겨운 거예요. 보다가 채널을 돌려버리게 되더라구요. 또 호주 가면 사람들이 벗고 헤엄치거든요.

▽지 - 애들의 반응을 보면서도 착잡했는데요. 우리가 너무 애들을 억압하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카우치가 벗자마자 ‘저게 머야’ 하는 식으로 멍하니 있었다든데... 그런 게 있으면 일부 애들은 ‘와’ 하고 난리를 치고, 또 일부는 ‘왜 그런 걸로 호들갑이야. 저건 나쁜 거잖아’ 이런 다양한 반응들이 나와야 정상이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비난 중에 하나는 ‘니들 조카 앞에서 그럴 수 있냐?’는 거였거든요.

△진 - 언젠가는 보게 될텐데, 뭐... 청소년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애.(웃음)

▽지 - 그런 해프닝을 보고도 충격을 받지 않게끔 교육을 시켜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이제 바바리맨은 위협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 아닙니까? 바바리맨을 보고, 정서적인 충격을 받아서 정신과에 가야되는 아이로 키우기 보다는 그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게 험한 세상 훨씬 잘 적응하면서 자라는 애로 클 것 같습니다.(웃음)

△진 -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버리는 끝이지 뭐.(웃음)

▽지 - 그 사건이 나니까 이명박 시장은 퇴폐 공연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해서 빈축을 샀는데요.

△진 - 그래서 한나라당은 안돼. 이명박 리더십은 박정희식이잖아요. 그럴리도 없지만, 만약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이 공사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이명박이 문화적인 사람은 아니거든요. 유인촌씨가 그런 말을 할 정도니까. 그런 일 생길 때마다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내게 되는 거죠.

▽지 - 청계천 복원 공사도 강하게 비판하셨는데요. 아직도 개발논리가 먹혀 들어가는 건지 많은 사람들이 ‘해놓으니까 좋네’하는 반응을 보이거든요.

△진 - 복원이 아니잖아요. 디즈니랜드 만든 거 아니예요.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황당하죠.

▽지 - 시청 앞 잔디밭도 그렇고, 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거든요.

△진 - 그 사람 스타일이 그렇잖아요. 시청 앞도 썩 성공한 케이스는 아닌 것 같구요. 그 사람은 전시 행정을 주로 하는 것 같은데, 손학규는 좀 다르더라구요. 손학규도 전시용으로 한번 박지성 거리니 이런 걸 하긴 했지만, 손학규는 개념은 좀 있는 것 같아요. 문화컨텐츠 코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든지, IT 과학쪽이 중요하다든지, 외자유치를 한다든지 이런 코드잖아요.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해야 될 것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명박이 70년라고 한다면, 손학규는 90년대 수준은 되지 않나 싶어요. 이명박은 딱 70년대거든.

▽지 - 지금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박근혜와 이명박이 가장 가까운 것 같은데요. 누가 후보가 될거라고 보십니까?

△진 - 그건 모르죠. 박근혜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좀 쉬운 카드같고, 이명박은 좀 강적인 것 같은데, 이명박은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이명박 코드는 70년대 코드기 때문에 과연 21세기에 적합한가 이런 문제가 있죠.

▽지 - 그런데 어쨌든 서울 시장도 됐고, 아직도 개발논리에 매몰된 유권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진 - 그게 강점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거 가지고 얼마나 가겠어요. 국가의 품격이 떨어지지 않을까요.(웃음) 버스 전용차로 딱 하나는 잘했어요. 그 문제는 70년대 코드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거든요.

▽지 - X-FILE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도청쪽에 집중되고 있고, 그 내용에 관해서 검찰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진 - 검찰들이 테이프도 안들어 봤다고 하던데, 내가 볼 때는 들어는 봤을 것 같아요.

▽지 - 궁금하겠죠. 우리와 관련된 거 있나 하고.(웃음)

△진 - 노회찬씨가 공개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안들어갈 수가 없게 됐죠.

▽지 - 특검법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판하셨는데요.

△진 - 전 특검은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검찰이 걸려 있고, 검찰의 태도를 봐도 수사할 것 같지 않고, 이상호 기자가 1000달러 준 것을 문제 삼는데, 한국 돈으로 100만원인데, 그게 대가로 줄만한 돈이냐는 거예요. 특검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한나라당하고 민주당 같은 경우 검찰에다 맡기면 ‘우리 것만 수사할 것이다. 못믿겠다’는거거든요. 그러니까 도청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민감한 것 같아요. 도청에 대해서 민감하고, X-FILE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거구요. 특검을 해도 민주노동당이 X-FILE을 수사하자고 하고,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아 놓은 그런 상황이죠.

▽지 - 이상호 기자를 먼저 수사한데 대해서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있구요. 한겨레 21 고경태 편집장의 말대로 ‘나라도 돈을 줘서라도 정보를 사겠다’고 했는데, 외국 언론기관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돈 주고 사는게 일반화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면 굉장히 부도덕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은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요.

△진 - 그건 말이 안되죠. 다 테이프 돈 주고 사지, 어떻게 입수하겠어요. 1억이나 2억을 줬다고 하면 몰라도, 그 정도 특종을 백만원 주고 산거라면, 판 사람이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다른건 몰라도 열린우리당은 테이프 공개에 대해서 확실하게 흔들리지 말고 밀어 붙어야 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거만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안하려고 할 것 같아요.

▽지 - 처음에 MBC가 공개를 미루다가 조선일보한테 선수를 빼앗겼구요. 그 이후로 보도를 했지만, X-FILE 내용을 전부 공개하지 않아서 이 국면이 도청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상호 기자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구요.

△진 - 그건 말도 안되는 거고. 정치권은 자기들 원하는데로 세팅하게 되어 있는 거예요. 정치권에서는 테이프가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입법, 사법, 행정 다 걸려 있거든요. 핵심적인게 그거잖아요.

▽지 - 처음에 중앙일보 홍석현 전 회장이 대선자금을 건넨 것이 문제가 되었다가 다른 쪽으로 문제가 옮겨간 것이 한국이 ‘삼성공화국’인 측면이 있어서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진 - 그렇죠. 부담을 가질거라고 생각해요. 홍석현 딱 기용했을 때 알 수 있었듯이 김대중 정권이 ‘현대 공화국’이었던 것에 반해 노무현 정권은 ‘삼성 공화국인거죠. 그거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그때는 위기가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고대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명예박사수여를 둘러싼 소동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 사건을 권력이 확실히 자본으로 넘어갔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는데요.

△진 - 끊어야죠. 가장 중요한 건 삼성의 지배구조잖아요. 1% 남짓한 지분으로 전체를 다 장악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정치로 말하면 왕정이란 얘기잖아요. 그 자체가 가진 원시성들을 극복해야 되는 것이고, 이 사람들이 뭐냐 하면 사회적 게임의 룰 자체를 만들어버리는 거잖아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아니고, 지금 기업이 이미 있는 룰을 피해간다는 차원이 아니거든요. 위헌소송 걸고, 입법부를 찌르고, 이런 것은 국가권력을 넘겨받겠다는 의지거든요. 삼성 이건희 회장만 해도 삼성 자동차 문제도 그렇고, 늘 판단이 옳았던 건 아니거든요. 이재용만 해도 인터넷 사업해서 다 날린거 아니예요.

이런 문제가 있는거죠. 또 광고사가 재벌 밑에 들어가서 거기 수주를 받다가 보니까 자체 경쟁력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전체적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겁니다. 이걸 바로잡자고 하는 것은 좌파적인 요구가 아니고, 우파적인 요구거든요. 분식회계봐요. 암 걸린 환자인데, 15년씩, 20년씩 빵빵 때리는게 사실 종신형 때리는거 아니예요. 이런 문제인데, 그걸 극복해야 자본주의가 유지되지, 도대체 자본주의를 포기한 인간들이라니까.

▽지 - 자본 권력한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도 문제 같거든요. 만약 정치인이 스키장의 한 라인을 빌려서 혼자 스키를 탔다고 하면 ‘국민의 세금으로’라면서 난리가 났을텐데, 기업인이 그러면 ‘지 돈으로 지가 그러는데, 무슨 상관이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거든요.

△진 - 그렇죠. 나라망신이거든요. 고대 애들이 딱 보면 자기들이 반드시 삼성 취업할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고대 나와서 삼성 취업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고대정도 하더라도 대기업 취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 중소기업 갈거거든요.

▽지 - 자이툰 부대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한국군만 홀로 남아 사막에서 한미동맹을 사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진 - 철수해야죠. 미국에서도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인데, 열린우리당만 결심하면 돼요. 미적미적하니까 문제지. 남들 다 나오고 있는데 가서, 한미동맹 지키고 있잖아요. 이라크를 지키는거 아니예요. 한미동맹지키는거지.

▽지 - 정두언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아동스럽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인터넷 패러디 보니까 정 의원 발언을 ‘나비효과’라고 비꼬았더라구요. 붉은 악마가 카우치까지 갔다가 그게 노무현 정권의 탈권위주의 때문이라고까지 가니까...(웃음)

△진 - 그 발언의 문제는 뭐냐 하면 ‘한나라당은 안된다’는 것을 또 한번 보여준 겁니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냐는 거예요. 그게. 고등학교만 나와도 그런 글 안쓰거든요. 자기도 그렇게 얘기했잖아요. ‘좀 비약일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좀 비약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비약이지.(웃음) 호모 사피엔스라고 한다면 도대체 불가능한 추론이죠. 한심하더라구요. 정말. 굉장히 짜증나더라구요. 말이 좀 되게 해야지, 황당하더라구, 도대체 붉은 악마와 노무현이 무슨 관계가 있으며, 그거하고 또 카우치는 무슨 관계가 있어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글을 쓸 수가 없죠.

또 전여옥은 ‘말세인 것 같다’ 어쩌고 하던데, 원래 종말론 교도들이 있어요. 진짜 종말론 교도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 하면 이 자들이 자신 재산을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알아요. 진짜 말세라면 지금쯤 재산을 다 팔아서 즐기면서 살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 안그러잖아요.(웃음) 말세란 얘기는 옛날부터 나왔던 얘기고...

▽지 - 한나라당 의원들이 요즘 술 마시고 사고 치는게 많던데, 민주노동당에서는 ‘한나라당 술을 끊어라’는 재미있는 논평도 내지 않았습니까?(웃음)

△진 - 그거는 일부라고 봐요. 일반화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정두언 발언 같은 경우 일반화될 수 있는 발언인데, 술 먹고 사고 치는 의원이 많지는 않다고 봐요.

▽지 - 큰 범죄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정말 사람 빈정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잖습니까? 오징어로 때린다든지...(웃음)

△진 - 오징어는 좀 잘라줘야 되거든요. 하지만 이건 한나라당 전체가 욕을 들어먹을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의 문제지.

▽지 - 소위 정형근 의원의 묵주 사건의 경우 ‘아무리 정형근이라도 보호해줘야 할 사생활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진 - 그럼요. 보호받아야 될 사생활이죠. 아주 모범적인 사생활인데...(웃음) 재밌더라구요. 정형근한테 저런 로맨틱한 면이 있었나 하고...

▽지 - 옛날에 사람을 고문했다던 사람이 거기 갇혀서 쩔쩔 매는 그 상황이 굉장히 코믹하더라구요. 세상이 바뀌었다 싶더라구요. 옛날에 그랬으면 ‘너 죽고 싶어?’ 하면서 끌려가서 혼이 났을텐데...(웃음)

△진 - 확실하게 얘기해야지. ‘묵주를 받으려고 했다’는 게 뭐예요. 떳떳하게 얘기를 해야 되거든, ‘나는 사랑한다. 사랑도 죄냐?’고 얘기했으면 그 날로 정형근은 뜨는 건데...(웃음)

▽지 - 사실은 그게 어떻게 보면 뻔할 얘기일 수 있는데, 정형근 의원더러 국회의원직 사퇴하라는 얘기는 없지 않습니까? 그걸 보면 우리도 유럽처럼 정치인의 사생활과 정치활동을 구분하는 경지(?)에 오른건지, 아니면 남자의 아랫도리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70년대식 사고인지 궁금하거든요.

△진 - X-FILE 안에 그런 얘기가 많다잖아요. 그런건 감춰줘야 돼요. 그런건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지, 그런데 어디에 얼마의 정치자금을 갖다줬다, 이런 건 밝혀내야죠.

▽지 - 김어준 총수의 경우 ‘정치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정치인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성에 대한 태도도 중요하다’면서 집요하게 물어보거든요. 그게 일견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진 -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김어준씨가 남의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면 안되지. 자유주의자가.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가 되기 위해서 희생양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십자가를 짊어질.(웃음) 미국하고 유럽 코드가 다른데, 유럽은 그게 아무 문제가 안되거든요. 유럽 같은 경우는 다 드러나게 하니까, 미국은 거기에 비해서 좀 보수적이니까.

▽지 - 참여연대 강연에서 “진보세력은 녹색(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율 스님을 매국노라느니 국가예산을 낭비한 미친 X라고 욕하는 소리를 들으면 끔찍하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개혁세력 안에서도 그게 굉장히 심했고, 진보진영에서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철저해보이지는 않는데요. 지율 스님에 대해 ‘스님 하나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엄청난 비난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진 - 안타깝죠. 어차피 환경을 파괴하는데 대해서는 좌우가 공범이거든요. 환경을 파괴해서 나오는 이득을 어떻게 나눠 먹느냐의 싸움이었다는 거죠. 사회적으로 나눠 먹자고 하는건 좌파고, 사적으로 나눠 먹자는 건 우파였죠. 자연을 착취한다는 것에서는 공범인 관계인데, 환경이라는 것은 그런 경제적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좌파 같은 경우는 욕은 안해도 굉장히 소극적이고, 우파 같은 경우는 욕을 해대는 거죠. 그런 상황이고, RMP 우리 사회의 낙후성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어요.

▽지 - 예전에 브레이크 뉴스에서 진중권 교수가 진보를 비판했다고 하면서 글의 전문이 올라왔고, 그 글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는데요. 나중에 가짜란 게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그거 보고 어떠셨습니까?

△진 -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누가 그런게 있다는 얘기를 해서 알고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냅뒀어요. 그런데 그 코드가 재밌더라구요. 딴건 다 용서해도 반김대중은 용서 못하겠다는 거잖아요. ‘진중권은 뼛 속 깊이 박혀 있는 반김대중주의자였던 것이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잖아요.(웃음) 제목이 그건데... 제가 반김대중이니, 친김대중이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 사람이 세계를 보는 코드가 드러난 거잖아요. 세계를 ‘김대중이냐, 아니냐’로 나누는 건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쩌다 사람이 저 지경이 됐을까, 그게 김일성 코드나 박정희 코드와 뭐가 달라요. ‘사진이 비에 젖어요’ 그런 정서인데, 그걸 보면 안타깝죠. 정치의식이 왜곡되는 부분들 그 자체가.

▽지 - 정운찬 총장의 입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말이 안되죠.

▽지 - 입시안을 놓고 정부와 갈등이 있었는데요. 택시 같은 거 타보면 ‘엘리트 교육은 필요한거 아니냐? 왜 그걸 죽이려고 하냐? 좌파적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거든요.

△진 - 서울대가 엘리트 학교가 아니라구요. 무슨 놈의 엘리트가 1년에 5,000명씩이나 나오냐구요. 제가 다녀봐서 알잖아요. 얼마나 꼴통들이 많은지.(웃음) 엘리트라고 하면 1년에 100명, 200명 정도 딱 해가지고, 걔들만을 위한 특수한 교육을 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지금 위계질서거든요. 엘리트도 아닌 것들이 엘리트 흉내를 내는게 짜증난다는 거예요. 애들을 잘 키울 생각을 해야지, 잘 가르칠 생각을 해야지, 뽑을 생각만 한단 말이예요. 대학의 가장 큰 임무가 학생 선발입니까? 자기네들이 1등부터 5,000등까지를 데려가야 된다고 생각하는게 한심한거지. 오히려 그렇게 뽑아가지고 세계 100위안에도 못드는게 창피한 거죠.

▽지 - 서울대 개혁이니 이런 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저는 국공립대를 통합해서 운영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지 - 프랑스처럼요? 제1대학, 제2대학 이런 식으로.

△진 - 엘리트는 정말 엘리트들을 뽑아야 된다는 거지. 시험 잘 보는 애들이 아니라 재능있는 애들을 뽑아야죠. 서울대 애들 보면 결국 자기 실력이 아니라 부모 실력이잖아요. 한마디로 꼴통들이거든요. 시험만 잘보는 애들. 걔들 데리고 뭘하겠다는 거야, 도대체. 하버드대나 이런데서 애들 뽑을 때 그 사람의 인생관, 세계관, 철학을 총체적으로 보지, 통합논술형 교과 이런거 안하거든요. 한국 학생이 다섯 명인가 원서를 냈는데,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이 붙었다고 하더라구요. 왜냐하면 앞의 넷은 헌혈한 근거가 없다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엘리트라고 하면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에 사회에 대한 책임감 이런 것이 있어야 되요. 엘리트 의식은 ‘내 재능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거거든요. ‘내가 재능은 타고 났지만,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게 엘리트죠. 머리 잘 돌아가는 놈 중에 사기꾼이 많거든, 보통 사람 머리로 사기도 못치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을 엘리트라고 볼 수 없다는 거죠.

▽지 - 어느 친구는 TV 토론에서 ‘내가 열심히 해서 서울대를 가는데, 나보다 성적이 나쁜 애가 서울대에 들어가는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라구요.

△진 - 그런게 한심한거죠. 그런 머리를 가지고, 그런 돌대가리들이 나라를 뭘로 만들겠느냐는 거예요. 자기는 많은 공부를 했으니까 많은 혜택을 누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데...

▽지 - 사법 고시 패스한 사람들 생각하고 비슷한거죠. 고생했으니까...(웃음) 요즘 TV 교양프로그램에도 나오시던데요. ‘스폰지’인가.

△진 - 나가니까 문화 상품권 주더라구요.(웃음) 모차르트, 주사위 던지기 놀이 그런게 있고 ‘모짜르트는 주사위로도 작곡을 했다’ 그런건데, 내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이 제보를 했던 모양이에요. 음대 교수들한테 물어봤는데, 음대교수들이 거기에 대해 뭘 알겠어, 그러니까 저한테 왔더라구요.(웃음)

▽지 - 'TV 책을 말하다‘에 리영희 선생님이랑 같이 출연하셨는데요.

△진 - 훌륭하신 분이죠. 시대의 차이 같은 것을 좀 느꼈습니다. 제가 예전에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지식인이 지사인 시대는 지났어요. 탄압을 안해주잖아요. 탄압을 해주면 ‘닭의 모가지는 비틀어도 새벽은 온데이’ 이러면서 끌려간다든지 이러면 존경받을 수 있잖아요.(웃음)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는거죠.. 어떤 면에서는 그 분이 볼 때 쉬운 상황이겠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좀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는 겁니다. 몸은 편해도, 머리가 더 괴로운 시대고, 지식인이 엔터테인먼트 역할까지 해야 될 시대죠. 또 하나는 뭐냐 하면 예전에는 지식인이 민중을 대신해서 얘기해주는 시대였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민중들도 이제 자기 얘기들을 쏟아내고, 이제는 지식인이 '나는 뭔가'하는 생각을 더 해야 되는 시대죠. 옛날에는 존경을 해줬지만, 지금은 누가 존경해주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유혹을 받아야 된다는 거죠. 옛날 상대가 정치가들이었다면 이제는 시장이거든요. 정치 권력은 간단하거든요. 정치권력이 탄압하면 뉴스가 되지만, 시장이 탄압하면 뉴스가 안되잖아요. ‘너 우리 대학 오지마, 연구비 안줄래’ 이런 거잖아요. ‘이렇게 따지면 니네 과 애들은 우리 기업에 안받아’ 이런 거잖아요.

▽지 - 요즘은 인터넷도 당파적이라서 자기 맘에 들면 붕 띄었다가, 정치적 입장이 달라지면 바로 매장을 해버리는 분위기가 좀 있는데요.

△진 - 그것 따라하면 망하는 지름길이예요. 강준만 교수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되면서 자기가 챙겨간 몫이 민주당 몫이었잖아요. 그러면 자기를 지지한 사람들이 어떤 코드로 지지했는지 알거란 말이예요. 저야 옛날부터 알았기 때문에... 그게 유혹이에요. 사람들은 누군가가 지지해주면 힘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그것만 따라가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거죠. 그런게 있어요.

가게가 둘 있는데, 한군데서는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말도 안되는 걸 주고, 이런 일을 몇 번 당하면 그 가게가 우리집 근처라도 차를 타고 다른데 가서 물건을 사게 되거든요. 다른데 가서 딱 하나를 고르는데, ‘유통기한이 다 됐거든요’라고 솔직하게 얘기를 해줘요. 그러면 제가 누구를 신뢰하겠어요? 차를 타고라도 그 쪽에 가게 되거든요.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요한 건 신뢰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환호할 때 그걸 알아야 되거든요. 저 자들이 뭘 보고 환호를 하는지.(웃음) 글을 보고 환호하는 건지, 제가 그들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환호하는 건지, 날카롭게 분리해서 자기 몫만 챙겨야 돼요.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그 말이 딱 그거거든요.

▽지 - 어쨌든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정보가 다양해져서 지식인의 역할이 축소된 것 같은데요.

△진 - 지식인은 죽었어요. 멸종할 때가 된거죠.

▽지 - 지금 그래도 버티고 있는 몇 안되는 대중적인 지식인이신데요.(웃음)

△진 - 옛날하고 다른 형이라는거죠. 지사형이 아니고, 엔터테인먼트형이거든요. 존경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거고, 내가 그들을 대변해줘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거예요. 옛날처럼 대중들이 문맹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옛날에는 대표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표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거든요. 네티즌들 사이에 하나의 목소리에 불과한데, 거기서도 자기의 목소리를 내야되는데, 그게 힘들다는 거죠. 하지만 그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된다는 겁니다. 계급장 띠고 들어가서 그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되는거지.

▽지 - 그러려면 담력도 있어야 되고, 쪽글로 싸우는 것도 힘들지 않습니까?(웃음)

△진 - 그것을 즐길 줄 알아야 되요. 나를 욕하는 사람들도 나에 대해서 애정이 있는거거든요. 가장 좋은 건 미디어에서 칭찬받는 거고, 그 다음 좋은 건 미디어에서 욕하는 거고, 최악은 미디어에서 쌩까는거라구요.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나한테 저주를 퍼붓고, 악담을 하지만, 나름대로 저한테 가진 애정이라고 봐요. 열심히 내 글을 읽어주거든요. 그리고 저 새끼가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할까 기대를 해요.(웃음)

▽지 - 글을 잘 쓰는 비결 같은 건 있나요?

△진 - 저는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전에 제가 백일장에 가서 상을 타 본 적도 없고,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하지만 이런게 있는 것 같아요. 삐딱해야 된다, 달라야 된다, 첫 번째는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남과 다르게 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좀 더 승화가 되면 희화화하고, 남들과 다르게 봐야 된다는 거예요. 불어에 부아형이라는게 개념이 있거든요. 보는 자라는 뜻이예요. 영어로 말하면 the seeing이죠. 그런 게 필요하죠.

▽지 - 이 시대의 개혁과 진보의 차이는 어떤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진 - 개혁이라는게 열린우리당을 말하는거라고 하면 ...

▽지 - 요즘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긴 한 것 같은데요.(웃음)

△진 - 핵심적인 것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차이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거예요. 결국 차이란 것도 보면 ‘기득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문제잖아요. 열린우리당이 차별성을 갖는 것이 개혁적 코드인데 그걸 ‘하다 말고, 하다 말고’ 한다는 말이죠. 진보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다릅니다. 평등의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민생 문제 떠드는데, 그들이 합의하는 걸 보면 고용 유연화, 정리 해고, 비정규직 증가 이런데서 일치하잖아요. 거기에 대항하는 것이 진보진영이라고 생각하구요. 옛날에는 우리나라가 사회보장제도가 없는 대신 고용 보장이 된거 아니예요. 그런데 이제 고용보장조차도 안된다는 말이죠. 사회보장도 아직 안되어 있는 상태고, 이 부분이 당장 진보진영의 과제겠죠.

▽지 - 북한인권법을 추진하는 부시를 단세포라고 비난하셨는데요.

△진 -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법 제정하면 북한 인권이 좋아집니까?

▽지 - 늘 극우,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진영 니들은 왜 북한 인권 신경 안쓰냐?’고 물고 늘어지는데요.

△진 - 북한 인권 신경써야 돼요. 써야되는데, 민간 차원에서 주로 얘기가 되어야 되거든요. 정부차원에서는 힘들잖아요. 북핵위기라든지, 이런게 있어서 우리가 인권문제를 카드로 들고 들어갈 수는 없는거잖아요. 일본이 그래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납치자 문제를 들고 나왔단 말이죠. 그렇다면 지들이 뭔가 주는게 있어야 되는데, 주는 것도 없고, 쉽게 말하면 이런거예요. 일본의 입장은 ‘니들이 핵포기하면 납치자 돌려받을게’ 이런 거잖아요. 논리적으로 말이 되냐는 말이예요. 황당한 논리잖아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진보진영에서 이 문제를 얘기해야 된다고 봐요. 우익한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북한 같은 경우 우익들이 얘기하면 듣겠어요? 정부 차원에서는 외교적 고려가 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 얘기를 하는게 낫다는 거죠. 이게 북한 인권이 열악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북한 인권을 개선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방법론의 문제잖아요.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에 도움이 되는게 어떤 거냐는 문제가 있고, 그 다음에 압력을 가하는게 있는데, 그 압력은 정부 코드에서는 안먹히거든요. 민간코드나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진영에서 얘기해주는게 편하다는 거죠. 그런 의제를 왜 우익한테 넘겨주는지 모르겠어요.

▽지 - 우익은 북한 정권의 붕괴가 목적이지 않습니까? 대안은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요.

△진 - 그렇죠. 걔들은 인권 핑계대고 다른 얘기하는거잖아요.

▽지 - 아이가 커가면서 여러 가지 신경이 쓰이실텐데요. 육아 철학 같은 건 있으십니까?(웃음)

△진 - 그런건 없어요. 애는 밥만 먹여 놓으면 저절로 크는게 애고, 저도 그렇게 컸구요.(웃음) 애가 언어가 3개가 되니까 헷갈려가지고, 언어발달이 느리고, 지능발달이 아무래도 느릴 수밖에 없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게 하나 있으면 됐다고 보구요. 되고 싶은게 뭐냐고 하면 맨날 바뀌는데, 아인슈타인 전기를 보고 나면 물리학자가 된다고 하고, 그 다음에 경찰관이 된다고 하다가, 화가가 된다고 하기도 해요.

뭐가 됐든 자기가 원하는걸 하면 되는거죠. 아이가 경찰을 좋아하더라구요. 나는 그 꿈을 깨고 싶지 않거든요. 경찰이 물리학자 보다 못한게 뭐 있고, 화가보다 못한게 뭐 있어요? 뭘 하든 간에 자기 일 좋아하면 되는데, 다만 남들과 좀 다르게 하겠다는 욕심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잘하든 못하든 간에. 애가 경찰을 되게 좋아해요. 그림 그리는거 보면 경찰이 총 들고, 도둑 쫓고 그런거 잘 그려요.

▽지 - 요즘 학교 폭력도 심각하잖아요. 경상도 지역 보면 아직도 집단 강간 사건도 많이 생기고, 애 키우는 걱정되는 나라인데요.

△진 - 남자 애라서.(웃음)

▽지 - 가해자가 되도 문제잖습니까?(웃음)

△진 - 우리 애는 착해가지고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주로 맞고 다니거든요. 착해가지고, 한 살 아래 자기 사촌이 있는데, 애가 물건 만드면 망가뜨리고, 그림 그리면 방해하고, 먹을 것 똑같이 줘도 자기 것은 먹고, 우리 애 것은 냉장고에다가 집어 넣는다든지, 그래서 맨날 스트레스 받아서 울고, 속상해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폭발하면 한대 때리는 정도죠.

▽지 - 지금 참여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절반이 지났는데, 레임덕이니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연정에 대해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진 - 솔직히 얘기하면... 저는 조금 낙관적으로 보거든요. 잘될거라고 봐요. 남북 문제 풀리고, 가장 중요한 건 경제예요. 경제가 안풀리면 대통령이 뭘 해도 이뻐보이지 않거든요. 경제야 어차피 구조적인 문제인데, 한나라당이 지금 집권하더라도 대책이 없잖아요. 뻔한거거든요. ‘추경은 반대한다’고 하면서, ‘세금은 또 깍자’는 식의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한나라당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어쩔 수가 없어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범관계에 있기 때문에. 순환적인 부분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들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저점은 넘어선 것 같아요.

아직은 모르겠지만, 남북 관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풀려가는 거잖아요. 한나라당은 핀치에 몰려 있잖아요. ‘과거사 청산 안된다. 위헌이다’고 하면서 민사소송도 안된다는 거잖아요. 두 번째 시효가 남은 것에 대한 시효를 연장하는 것도 위헌이라고 하는거잖아요. 시효가 끝난 것을 시효를 연장하는 것도 다 위헌이라고 하잖아요. 실제로 5.18 특별법도 같은 경우도 있었고, 이들이 과거를 옹호한다는 것들이 있고, 대안을 내세우고 있지 못하잖아요. 양민학살 어쩔거고, 인혁당 사건 어쩔거고, 삼청 교육대는 어쩔거예요. 최장집 교수는 어쩔거고, 헌법이 무슨 자기들 과거 치장하는 메이크업입니까?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거죠.

매번 이런 식으로 한나라당 거듭난다, 거듭난다고 했는데, 결정적인 계기 때마다 수구성을 드러내는거 아닙니까? 그래서 한나라당은 안된다는 거고, 그 안에서 그나마 제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이 원희룡 정도예요. 사람들 다 알거든요. 정부 욕한다, 그래가지고 한나라당 지지하는 건 절대로 아니라는 겁니다.

▽지 - 그래도 지금 열린우리당보다는 조금 높게 나오지 않습니까?

△진 - 높게는 나오는데, 문제는 골수지지자들이란 말이죠. 지금 뭐냐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건 관망이라는 말이예요. 두 번째는 한나라당에 대한 보이코트 심정들이 있거든요. 저것들 정권 잡으면 나라 작살난다는 보이코트 심정들이 있죠.. 이걸 한나라당이 아직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거죠. 젊은 세대들의 경우에는 그런 심정들이 크거든요. 그들이 정부를 욕한다고 하더라도 선뜻 한나라당의 지지로 갈 수 있느냐, 이 문제는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지 - 국민대 강연에선가 ‘유시민 의원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요.

△진 - 이 사람이 자꾸 정략적으로 행동하잖아요. 원칙적으로 나가야되는데, 정략적으로 위기의식 조장해서 사람들 모으고 하는게 제가 볼 때는 제대로 된 정치행위가 아니거든요. 결국 이런거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둘 중 어느 쪽이 좋으냐, 열린우리당이 낫지 않느냐?’고 하면 괜찮은데, ‘민노당 찍으면 한나라당이 된다’고 하는건 반칙이잖아요. 그 사람은 그게 허용될 수 있는 반칙이라고 생각하는거고, 저는 절대로 허용되서는 안된다고 보는거죠. 자기들이 잘나야지, 그런 식으로 위기의식 조장하고, 정치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거 아닙니까?

▽지 - 노회찬 의원은 ‘유시민 의원은 무제한의 비판을 자유를 누리면서 자신은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는데, 유시민 의원은 ‘자기들은 나를 실컷 비판하지만, 내가 노회찬 의원이나 진중권씨를 비판한 적이 있느냐,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날 비판하는 것을 내가 어떻게 막느냐’고 항변을 했는데요.(웃음)

△진 - 자기가 선수되겠다며 나선거잖아요. 심판은 휘슬을 불어야 되는 거란 말이예요. 관중들은 휘슬을 불지 않는데, 자기는 옛날에 심판으로서 열심히 휘슬을 불어댔거든.(웃음) 화염병 들고, 바리케이트 앞으로 자기가 들어간거잖아요. 누가 하라고 그랬어요? 비판받는 건 당연한거지, 자기는 나는 비판하지 않았다?, 내가 비판할만한 가치가 됩니까? 나는 하는 일도 없잖아요. 내가 정치인입니까? 내가 무슨 법안을 냈어? 책임 있는 위치야, 그것도 아니잖아요.(웃음)

▽지 - 지난번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가 재미있지 않았습니까? 유시민 의원이 정치적으로 큰 자리를 맡았던 것도 아닌데, 선거 하다보니까 유시민 의원이 중심에 놓였거든요. 강준만 교수님 등등이 하도 맹공을(?) 퍼부으니까 유시민 의원은 핍박받는 정치인처럼 되어 버렸는데요.

△진 - 자기가 중심에 선다는건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겠죠. 정치인이라는건 칭찬받는게 제일 좋고, 그 다음은 욕먹는 거고, 제일 나쁜게 생까는 거잖아요. 나는 솔직히 유시민 의원이랑 싸우면서 밉지는 않거든요.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면 뺀질뺀질 상처받을 것 같지도 않아요. 어떤 비판을 해도 미끄러져서 빠져나갈 사람이지, 가끔 나와서 비장하게 말하는 것도 다 엄살같아, 그래도 귀여운데가 있어요.(웃음)

▽지 - 유시민 의원한테 충고나 주문해주실 건 없나요?(웃음)

△진 - 따로 충고할 건 없고, 계기가 되면 얘기할 게 있겠죠. 그 분이 헛소리하면 그때 얘기를 하겠죠. 그냥 ‘잘하세요’ 정도.(웃음)

▽지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없으십니까?

△진 - 빨리 이 놈의 방송을 때려치우고, 공부를 해야 되겠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방송국 쪽 사람들 상처받을 것 같은데...(웃음) 미디어 미학, 기술 미학, 테크노 미학 쪽으로 쭉 나가야 되는데, 못하고 있어요. 언젠가 진보진영의 방송국 같은게 생기면 그걸 하고 싶어요. 제가 방송을 하게 된 것도 제가 미디어에 관심이 많으니까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궁금했고, 또 하나는 언젠가 진보진영의 방송국 같은거 되면, 진행자 같은 걸 할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얘기 마음대로 하면서. 민주노동당도 참정연에서 하는 참TV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 -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진 - Don't worry be happy! 열린우리당이 쓸데 없이 자기 패닉에 빠진 것 같아요. 난 그게 이해가 안가는데요. 가만히 보면 지방선거에서 하나 진거거든요. 지방선거야 어차피 지는 선거란 말이예요.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잖아요. 내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고, 진다는건 당연한거거든요. 표본집단이나 이런 것을 봤을 때 이길 수가 없는 선거잖아요. 쓸데 없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서 자기들 스스로 우왕좌왕하면서 패닉에 빠져버린 것 같아요. 정치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더라구요. 답답해가지고, 내가 정치를 할까도 생각했는데요.(웃음)

논리를 어떻게 치고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대통령의 문제도 좀 있지만, 당이 문제예요. 아무 것도 못하잖아요. 한나라당에서 홍준표 나와서 설치고, 원희룡 나와서 아젠다 세팅을 막 한다는 말이예요. 심지어 정형근마저도 ‘까짓거 대북지원하자’고 나오잖아요. 지금도 홍준표 의원 나와서 ‘1인 1주택 하자’고 하는데, 위헌이 어쩌고 하는게 열린우리당이잖아요. 미친 놈들이라니까.

▽지 - 홍준표 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더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요.

△진 - 토지공개념 확실하게 얘기했잖아요. 왜냐하면 부동산이라는게 특수한 재화잖아요. 차를 열대씩 사재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개념이 다르다는 말이죠. 특수한 재화를 취급하는 자체에 개념이 없는거잖아요. 그러면 받으면서 들어가야 되는데, 자기들은 안된다고 하고 있으니, 저러니 안된다는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열린우리당 의원 절반은 갈아야 됩니다.

▽지 -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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