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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후폭풍, 우리-한나라 이념따라 갈라질까

 

 

연정 후폭풍, 우리-한나라 이념따라 갈라질까
[전망]우리-민노 연합 가능성…선거법협상따라 각당분화 가속화
입력 :2005-09-12 11:54   박영일 (star@dailyseop.com)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단독회담 이후, 당분간 연정 발언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정치권의 연정논의가 잠시 중단된 가운데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여권은 연정과 관련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위원장 유인태)를 중심으로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하반기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은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여야간의 선거구제 개편안이 합의될 경우, 차기 선거에서는 지역구도에 기반을 둔 정당이 아닌 정책과 이념에 따른 다당제로 정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 올인 여당에 야당은 온도차

노 대통령의 대연정에 대해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형식적인 지지에 머물렀던 열린우리당은 본격적인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반대입장을 밝혀왔던 일부 의원들도 지역구도 해소와 대립과 갈등의 정치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는 보조를 맞추겠다고 밝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당의 적극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작 협상 파트너인 야당의 반응은 다양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주 협상 대상인 한나라당은 선거구제 개편이 연정차원에서 나온 여권의 전략이라며 2008년 총선까지 많은 기간이 남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고 민주당도 여권의 정략적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당론으로 주장해온 당 득표율이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관철시킬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여권의 선거구제 개편 움직임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다.

유인태 “선거구제 개편 공론화 통해 한나라당 압박?”

여당은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은 별개라는 입장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구제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할 계획이다.

유인태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난 7일 가진 정개특위 첫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연정이 싫다고 하면 말겠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별개의 문제로 제대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선거구제 개편안과 관련해 우선 당내 의견을 수렴해 여당의 단일안을 만든 뒤, 다른 야당과 학계·시민단체와의 공론화를 통해 정기국회 중에 한나라당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다는 구상이다.

유 위원장이 밝힌 정개특위의 선거구제 개편안은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못 갖도록 한 광역의회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전국 득표율 기준 권역별 강제할당 방식의 일률 배정안 등 4가지다.

이 중에서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한나라당 내 일부 중진 의원들의 호감에도 불구하고, 소선거구제에 기반을 둔 현 국회의원들의 당내 반발로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혀 여야간에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라고 보고 있다.

여당은 이에 따라 소선거구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선출시에 전국을 7개 정도의 광역권으로 나눠 전국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에 따라 각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의 전국 득표율이 30%일 경우, 호남과 영남 등 각 권역별로 30%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게 된다. 이럴 경우 여야는 열세인 지역에서도 자기 당의 비례대표 의원수를 배출하게 돼 지역구도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게 된다.

다음으로 여당이 관심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주장하고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이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이 방식은 한 정당의 전국 득표율이 30% 일 경우, 전체 의석수가 300개라면 90석을 가져가게 된다. 다만, 이 정당이 지역구에서 50석만 당선됐다면 나머지 40석은 비례대표 몫으로 90석을 채우게 되고, 반대로 95석의 지역구 당선시에는 5석을 초과의석으로 인정하게 돼 95석이 되게 된다.

이같은 방식을 여야 정당에 그대로 대입했을 경우, 현재의 정당 지지도와 의석수와의 불일치가 상당 부분 해소되게 된다.

다만, 현재의 여야 의석수에 이를 적용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가장 많은 손해를 보게 되며 민주노동당이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된다. 물론 한나라당도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반면, 민주당은 일정 의석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전망속에 여권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에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편협상에 참여할 것이고 이들 두 야당이 독자적인 개편안을 낼 경우, 한나라당도 언젠가는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유시민 “노 대통령은 지역대립과 갈등 없는 꿈 위해 계속 갈 것”

이와관련 주목되는 것이 여당내 진보진영 계파들의 움직임이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움직임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참여정치실천연대와 국민정치연대 등 두 곳.

참정연 소속으로 연정의 전도사란 별명을 얻으며 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은 지난 8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전국 순회 첫 강연에서 “연정은 한나라당에 대한 햇볕정책”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특정 지역에 확고한 기반을 가진 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정치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연정은 한나라당을 설득해 선거구제 개정 등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룩하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회담과 관련해 “최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데도 ‘연정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말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그 어떤 변화도 싫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박 대표를 비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호남지역이 95%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켜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다음 선거에서는 적어도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호남지역을 차별할 것을 호남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지역감정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 중단 발언과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꿈과 이상인 지역갈등과 대립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당내 대연정과 관련한 의원들 반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 △잘 이해하고 이해 못한 척 가만히 있는 사람 △실제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잘 이해해서 반발하는 사람 등 4가지 분류가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재야파 출신들의 의원모임인 옛 국민정치연구회에서 분화된 국민정치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개혁파의 정봉주 의원도 연정 전도사로서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여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교감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직접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구제 개편 합의될 경우 정치권 정계개편 폭풍 올 것”

이같은 여권의 움직임과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 연정론의 궁극적 목표는 수구 보수의 한나라당을 분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계개편론이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의 선거구제 개편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협상에 응할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선거구 개편안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여당안에 대해 거부방침을 밝힌 다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 등의 선거구제 안이 제출될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데다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역구도에 기반한 소선거구제를 옹호한다는 국민의 따가운 여론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계개편의 현실적 근거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연정얘기가 나온 지 두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여야는 지금 선거구제 개편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로 가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는 한 여당도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 5월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여야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이를 둘러싼 각 당 의원들간의 이해득실과 이념적 성향에 따라 ‘헤쳐모여’식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일어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현재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수구 보수적 입장과 합리적 보수로 한나라당이 갈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개혁파들과 중도적 입장의 의원들간의 분화가 촉진되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 세력의 당이 새롭게 선보이면서 다당제 구도가 정착되게 되고 결국 이념과 정책에 따른 정당구조 속에서 대선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여권의 시나리오는 당장 현실성이 없다 할지라도 노 대통령의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2개월 만에 정치권이 선거구제 개편 협상을 앞두고 있듯이, 노 대통령의 임기단축 결단을 통한 조기 선거 주장도 나오고 있어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게 정치권 일부의 주장이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여야간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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