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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전설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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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전설의 완성!

2005-11-11 14:02:53

 

영화는 처음부터 ‘매혹적인 볼거리’로 출발했다.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기차가 도착하는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관객들이 혼비백산했을 때부터, 그리고 마술사 멜리에스가 1902년에 위대한 구경거리인 <월세계 여행>을 발표했을 때부터 그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각본 작업을 시작했던 1970년대 초의 미국에서는 이러한 시각적 경이에 대한 순수한 숭배 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초대형 스펙터클 서사극은 1960년대 말을 기점으로 거의 자취를 감췄고, 한 때 ‘미국인의 신화’로 일컬어지던 서부극 역시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신비평의 열풍 속에 재능 있는 신세대 감독들이 하나 둘 두각을 나타나고 있었지만, 이런 일군의 젊은이들 중 ‘스펙터클에 대한 구닥다리 숭배 정신’ 따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는 조지 루카스가 유일했다.

비평가 제이 콕스 - 그는 한 때 ‘타임’지에서 영화평론 글을 썼으며, 마틴 스콜세지와 조지 루카스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후에 <갱스 오브 뉴욕>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 는 조지 루카스를 가리켜 “내가 만나본 중 가장 순수한 로맨티스트”라 평했다. 루카스는 머지않은 미래에 ‘시각적 경이에 대한 숭배 풍토’가 다시 도래할 것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성에서 비롯된 그의 선견지명(?)이야말로 훗날 <스타워즈>의 신화를 일군  원동력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친구 루카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20년 가까이 루카스의 천재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알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와 사색 끝에 나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루카스는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 20여년을 몸 바쳤다’”

2005년, 루카스는 자신이 보았던 미래의 ‘마지막 조각’을 드디어 공개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로 줄임)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 특히 평론가들의 반응은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 때와는 사뭇 달랐다. “The Force returns with most of its original power regained in Star Wars: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토드 맥카시가 내린 이 짤막한 진단은 영화의 개봉 당시 주류 평론가들의 반응을 거의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평론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워즈> 골수팬들도 루카스가 (두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시스의 복수>에서 클래식 삼부작의 유려한 스타일을 드디어 부활시켰다고 목청 높여 외쳤다. 물론 이들의 진단은 여러모로 ‘정확’하다. (이런 종류의 논쟁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건 있을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한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이 부분들이야 말로 어쩌면 <시스의 복수>가 지닌 ‘포스의 정체’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시스의 복수>는 스타일이나 정서 상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 중 가장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과는 어쩌면 ‘대칭점’에 위치한 영화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는 바로 ‘루카스는 프리퀄 삼부작을 연출함에 있어서 단 한차례도 방향성을 잃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스의 복수>는 여러모로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들과 차별되는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그 ‘유려한 스타일’은 두 편의 앞선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구현 가능한 것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세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 간에는 분명한 연속점과 일관된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자, 그럼 하나씩 풀어나가 보도록 하자.

스타일 상 <시스의 복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엑스포지션(Exposition, 예비서술장면: 서사극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앞서 인물들과 사건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설명적인 부분’) 장면이 모조리 ‘시각화’ 됐다는 점이다. 영화 연출에 있어 엑스포지션 부분은 영원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은 관객에게 플롯을 이해시키고 주인공의 차후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필수적인 요소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남용될 경우에는 영화 자체가 지루하게 되기 십상이다. 반대로 이 부분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관객이 플롯을 따라잡지 못하고 영화 자체에 대해 흥미를 잃기 쉽다. 이 부분이 이상적으로 배치된 작품 중 가장 최근의 예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꼽을 수 있으며, 스필버그의 최신작 <우주전쟁>의 경우는 이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부족했던 영화의 대표적인 예(물론 이것은 다분히 ‘고의적인’ 것이었다)이다. 보통 이 부분은 적절한 길이의 대사와 설명 조의 장면들로 구성돼 있는데, 클래식 삼부작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곤 하는 <제국의 역습>의 경우는 전통적 의미의 엑스포지션 장면들이 가장 멋들어지게 구현/배치된 예이기도 하다. 다시 <시스의 복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루카스는 <시스의 복수>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사소한 것들은 차치하고, 굵직한 사건들만 나열해도 다음과 같다:

1.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팰퍼틴의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2. 아나킨이 형제와도 같았던 제다이들을 학살하는 장면 역시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3. 공화국의 몰락과 제국의 성립 과정을 짧은 시간 내에 보여주어야 한다.

4. 30년 가까이 팬들이 꿈꿔왔던 클라이맥스 신, 아나킨과 오비완 간의 운명의 광선검 대결 장면을 최대한 길게, 그리고 임팩트감 넘치게 보여주어야 한다.

5. 쌍둥이의 탄생 과정, 아나킨이 ‘검은 마스크’를 쓰게 되는 과정, 그리고 요다의 은둔 과정도 보여주어야 한다.

만일 ‘정석대로’ 영화를 연출한다면, <시스의 복수>는 <반지의 제왕 3: 왕의 귀환> 수준의 러닝 타임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루카스는 ‘피터 잭슨’이 아니다. 굳이 ‘상업적 딜레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인내심 부족한 ‘어린 계층’(혹은 ‘동심’)을 주된 타깃으로 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 비록 최종 결과물은 (<스타워즈> 시리즈로는 최초로!) PG-13등급이었지만, 그럼에도 <시스의 복수>는 여전히 ‘동심’을 겨냥한 것이었다 - 세 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루카스는 ‘과감한 생략의 미학’을 적용하기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눈에 띄는 부분’으로는 오프닝의 ‘클론 전쟁’ 신의 비중을 드라마틱하게 줄여버린 것을 들 수 있다. (본래 루카스는 <시스의 복수>를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으로부터 2년 뒤의 이야기로 설정하여, 오프닝 신에서 치열했던 클론 전쟁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영화의 길이가 부적절하게 길어질뿐더러, 플롯의 내용도 ‘아나킨의 변절’이라는 중심주제에서 크게 이탈할 위험성이 있었다. 결국 루카스는 <시스의 복수>의 시기를 <클론의 습격>으로부터 3년 뒤의 이야기로 재설정하여 막바지에 다다른 클론 전쟁의 상황만을 간단히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용된 생략의 미학이다. 이는 바로 조금 전 언급한 엑스포지션 부분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이며, 많은 관점에서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시스의 복수>에서 이런 모험을 감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 - 나아가 클래식 삼부작을 포함해 다섯 편의 에피소드 - 전체가 관객에게는 거대한 엑스포지션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둘째, 관객들은 이미 <시스의 복수>의 결말을 ‘상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사상 최초로) ‘결말이 만천하에 공개된 블록버스터물’이라는 <시스의 복수>만의 고유한 특질이야말로 루카스가 ‘러닝타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루카스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오랫동안 <시스의 복수>의 이야기를 머리 속에 그려왔다. 루카스는 <시스의 복수>에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할 구심점들만을 엑스포지션으로 배치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 문제는 ‘그 구심점들을 얼마나 세련된 방식으로, 최대한 짧게 제시하느냐’로 귀결된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루카스는 ‘엑스포지션 전체를 시각적으로만 제시한다’는 다소 모험적인 전략을 내 놓았다. 엑스포지션 부분 전체에서 대사를 아예 없애거나 (삽입하더라도)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비단 엑스포지션 부분뿐만이 아니다. (액션 장면 이외에) 캐릭터들의 심경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장면이나 플롯의 전환점이 되는 주요 장면들 역시 대사를 극도로 자제한 채 오로지 ‘시각적’으로만 짤막하게 연출되고 있다. 말하자면, <시스의 복수>는 “영화는 볼거리이며 눈속임의 예술이다”라는 명제에 정확히 부합하는 영화가 된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루카스가 오랫동안 갈망한 ‘그런 종류’의 영화 형태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전통적인 극영화 구성 방식’에 비교적 충실했던 <제국의 역습>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 중 가장 (부당하게) 저평가 받는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서 루카스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다음 신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서

팰퍼틴 황제의 포스 라이트닝에 의해 죽어가는 아들 루크를 바라보며 다스 베이더는 ‘아들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황제의 편에 설 것인가’를 놓고 심하게 갈등하게 된다. 베이더의 복잡한 심경은 (놀랍게도) 이미지만으로 감상자에게 드라마틱하게 전달된다. 황제와 루크를 번갈아 바라보며 갈등하던 베이더는 결국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감상자는 이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듯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상자가 이런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베이더가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이 장면에서 감상자는 (서술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베이더의 심경을 읽어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스의 복수>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 ‘시각화’의 기본 원칙이었다. 예컨대, <시스의 복수>의 플롯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음 장면을 보자

메이스 윈두를 비롯한 제다이 마스터들이 팰퍼틴 의장을 체포하러 떠난 후 아나킨은 팰퍼틴의 편에 설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이 부분은 사실 아나킨이 변절과 관련된 가장 중추적인 부분이기에, 대단히 치밀한 ‘설명’이 요구되는 부분이었다. 만일 감상자가 이 부분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영화는 완전히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루카스는 이 중차대한 장면을 단 한 줄의 대사나 독백도 없이 오로지 시각적 요소와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만으로 ‘짤막하게’ 처리해 버렸다. 그러나 그 효과는 실로 막강하다. 루카스는 아나킨과 파드메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준 뒤, 아나킨의 암울한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부각시킨다. 감상자는 절묘한 편집과 음산한 음악을 통해 이 장면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완벽하게 읽어내게 된다. 감상자에게 이 짤막한 장면은 마치 10분은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상상력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즉, 이 장면에서 감상자는 아나킨이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팰퍼틴의 유혹에 굴복하게 되는 과정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시스의 복수>에는 이와 같은 장면이 상당히 많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다음 장면도 이런 부분의 대표적인 예다.

제다이 사원을 ‘쓸어버린’ 후 화산 행성 무스타파에 온 아나킨은 ‘수수께끼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감상자는 직감적으로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를 ‘느낄’ 수 있다. 아나킨은 자신이 저지른 짓이 잘못된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의 눈물과 표정에서는 회한과 절망감, 그리고 결연한 의지가 동시에 엿보인다. 또한 이 장면을 통해, 감상자는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변절했던 아나킨이 이후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무한한 파워’에 집착하게 되리라는 것도 직감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 암시 효과는 심지어 사소한 이야기 설정이나 디자인에 등에도 숨어있다. 이를테면, 영화의 초반부 공중전 장면에서도 중요한 메타포가 하나 부각된다. 바로 ‘아나킨이 컴퓨터와 로봇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클라이맥스 신에서 루크가 (오비완의 포스의 영의 충고에 따라) 컴퓨터에 의존하는 대신 ‘포스’를 이용해 X-윙을 몰던 장면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이는 후에 ‘기계에 생명을 의지하게 될’ 아나킨의 운명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버스 장군’이 사이보그로 설정된 것 역시 이러한 아나킨의 운명을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들로 인해 러닝타임 140분의 <시스의 복수>가 가진 ‘실질적 플롯 정보량’은 어마어마한 것이 되었다.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을 연출함에 있어, 루카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기술의 제약’이었다. 제이 콕스의 지적처럼, 클래식 삼부작 중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과 같은 (보편적 의미의) 걸작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구상한 것을 모두 시각화 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루카스나 (<제국의 역습>의 감독인) 어빙 커쉬너는 극적 감흥의 창출을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성 방식과 연출, 아날로그식 편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 이런 의미에서 <제국의 역습>은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전통적인 극영화 양식’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물론 프리퀄 삼부작의 제작 과정에서는 이런 기술적 제약이 거의(혹은 ‘아예’)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천혜의 환경’은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를 (성인)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버거울 정도로 ‘유치한(?)’ 것으로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명적 제작방식’을 도입했음에도, 감성만은 구닥다리 어린이용 스페이스 판타지극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했다. 바로 이것이 앞선 프리퀄 에피소드 두 편이 비평적 뭇매를 맞은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혈 팬인 케빈 스미스는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개봉한 후 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이 실망감을 표시한 이유를 “동심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기대치’라는 비유를 들었다. 즉, 많은 관객들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본 뒤 “(어른이 된) 내가 그토록 너에게 기대를 걸었는데 이것 밖에 못 되다니!”라고 호통(?)을 쳤다는 이야기다. 루카스는 20여 년 전 클래식 삼부작을 보며 자란 어린이들의 대부분이 (어른이 된 후에도) 프리퀄 삼부작을 보기 위해 극장문을 노크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계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바로 이것이다 : ‘스타워즈 붐’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어른’들이 원하는 것은 ‘동심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입장에서) 향수를 느끼는 것’이었다. 즉, 그들은 ‘동심을 겨냥한 영화’를 ‘어른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스스로 범하고 있었던 셈이다. 20여 년 전 <새로운 희망>을 볼 때의 ‘순수함’을 망각한 채 말이다. 앞선 두 편의 프리퀄은 거의 철저하게 ‘동심의 복고’ 쪽에만 초점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프리퀄 에피소드를 보며 신비평적 관점으로 텍스트를 분석하고 배우의 연기력을 비판하며 정치성을 들먹이는 순간, 동심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경이감은 공중분해 돼 버린다. 케빈 스미스는 살인적인 혹평을 던진 많은 어른들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며 (20여 년 전 바로 그 어른들이 그랬듯) 여전히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한다. 비평적으로 뭇매를 맞았을지언정, <보이지 않는 위험>은 루카스가 타깃으로 한 ‘동심’에는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어른의 ‘변절’이나 ‘이율배반적 행위’는 결코 비난받을 만한 것이 못된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신화의 창조자’인 루카스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었다. 21세기가 ‘불관용의 시대’이자 ‘순수를 상실한 시대’라는 점을 놓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시스의 복수>가 보여준 ‘변절(?)’은 바로 이 같은 자각에서 비롯됐으며, 그것은 나아가 ‘스타워즈의 신화’ 자체를 재정의하기에 이른다. 릭 멕컬럼의 표현을 빌면, <시스의 복수>는 'PG-18'등급 - 물론 이런 등급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 짜리 영화다. 단순히 <시스의 복수>에 사지가 절단되는 등의 잔인한(?) 신이 많이 나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스의 복수>가 표방하고 있는 정서 자체가 아이들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무겁고 심각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측면에서 - 그리고 PG-13등급을 받아 <스타워즈> 신화를 일군 ‘주된 관객층’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 <시스의 복수>는 분명히 ‘변질된 어른용 판타지극’에 가까운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시스의 복수>는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가 받지 못했던 비평적 찬사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이질적 변질’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프리퀄 삼부작을 연달아서 DVD로 감상하면 실로 놀라운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삼부작 전체가 (아나킨의 성장 과정에 맞춰)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순차적/연대기적’ 감성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심’을 타깃으로 하여 출발했던 <스타워즈> 신화는 종국에는 ‘동심을 상실한 어른’들을 완전히 포용하는 데 이르게 됐다는 말이다. 그것은, 1973년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스크립트 초고를 쓸 당시 ‘궁극적으로’ 목표로 삼았던 것이기도 했다. 루카스가 30 여 년 전에 쓴 <새로운 희망>의 프로덕션 노트에는 자신이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코난 도일의 판타지 소설 <잃어버린 세계>의 서문에서 인용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단순한 계획을 세웠다. 반쯤 어른인 소년에게 혹은 반쯤 소년인 어른에게 한 시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우선 리뷰글을 이제야(!) 올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 다른 타이틀은 몰라도 <시스의 복수>의 리뷰만큼은 꼭 출시일 이전에 올리려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그 이유는 DP 운영진의 박건일 씨가 국내 DVD 게시판에서 상세히 언급한 바 있다). 사실, 글쓴이의 입장에서도 이런 초 대박 타이틀의 리뷰글을 뒤늦게 쓴다는 것은 여간 맥 빠지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의 복수> DVD는 자세히 조명할 값어치가 충분한 타이틀임에는 (이미 타이틀을 구입하신 분들의) 대다수가 동의하실 것이다. 서설은 이쯤(?)하고 본격적인 타이틀 리뷰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DVD 메뉴화면 캡쳐사진

타이틀의 구성은 앞서 발매된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와 거의 동일하다. 영화 본편은 2.35:1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과 DD 5.1 EX 포맷을 지원하며, 루카스 및 스텝진의 음성해설이 수록돼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서플먼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의 양과 내용, 구성도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와 거의 동일하다. 메뉴화면 역시 앞서 발매된 에피소드들과 완전히 동일한 컨셉으로 디자인됐으므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보나마나’ 최상급일 것이 뻔한 타이틀을 평가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크레더블> 때도 그랬지만, <시스의 복수>와 같은 ‘예정된 레퍼런스급 타이틀’은 첫 감상 때부터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하기보다는 ‘과연 어디에 허점이 존재할까’에 중점을 두어 (약간 삐딱한 방향으로) 평가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종국에는 백기를 들고 만다!). Digital-to-digital 방식으로 제작된 본 타이틀의 평가는 일단 ‘AV 퀄리티가 완벽하다’는 전제하에 시작해 부족한 부분이 발견될 때마다 점수를 조금씩 깎는 ‘감점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내린(그리고 DP 운영진이 동의한) 점수는 ‘올 10점’이다!

이미 타이틀을 구입한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겠지만, 한마디로 본 타이틀의 화질은 ‘기본적으로는’ 판타스틱하다.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실 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믿는다. 자, 그럼 이제는 (약간 ‘치사한’) 감점법을 적용할 차례다(!) 본 타이틀의 화질은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DVD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완벽할 것’으로 예상됐던 <클론의 습격>의 화질은 약간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미세한 디지털 노이즈나 생각 외로 눈에 띄는 그레인 현상, 그리고 차가운 금속성의 질감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약점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갈수록 더욱 부각된다. 그럼 이번 <시스의 복수>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100% 시정됐느냐?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니다. 물론 이번 <시스의 복수>의 촬영에 사용된 HDC-F950 소니 디지털 카메라는 <클론의 습격>에서 쓰인 HDC-F900보다 분명히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기술적인 설명은 차치하고, ‘결과적’으로 화질 면에서 가장 부각되는 향상된 부분은 바로 ‘그레인 표현의 정제감’이다. 쉽게 표현하면, 차갑고 기계적이었던 <클론의 습격> 영상에 비해 이번 <시스의 복수>의 그것은 보다 ‘부드러운 필름 질감’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DVD의 한정된 해상도와 화소 표현력으로는 이 향상효과를 그다지 느낄 수 없다. 물론 시각적으로 유난히 예민하신 분들 중에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본 타이틀을 감상하면서 화질의 향상 효과를 뚜렷이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것이나, 다수의 일반 감상자들은 그러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쓴이가 프로젝터 화면과 50인치 PDP, 36인치 CRT 디스플레이를 번갈아가면서 감상한 결과 이렇다: 화질이 <클론의 습격>에 비해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입자의 표현이 한층 부드러워졌고, 원경의 윤곽선 노이즈도 줄어들었으며 질감도 한층 깊이 있는 것으로 ‘진보’했다. 그러나 그 향상의 정도가 ‘현격한 수준’은 아니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클론의 습격>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표현상의 약점 또한 군데군데 눈에 띈다. 비교적 짙은 색감이 지배적인 부분에서는 그레인 현상이 눈에 띄며 원경에서 (비록 미세한 수준이긴 하지만) 지글거림과 노이즈가 감지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본 타이틀의 화질에 ‘만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이 현 DVD 포맷으로 구현할 수 있는 화질의 ‘한계점’이라는 느낌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시스의 복수>의 영상 정보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극장에서 수차례 반복관람을 하신 분들은 아마도 예외 없이 이 영화의 놀라운 미장센 수준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정적인 장면’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적이라고 느껴지는 장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경에서는 먼지 크기의 우주선 (혹은 기타 ‘사물’이나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물론 우주선이나 인물의 복장과 같은 기본적 요소의 질감 표현의 정교함은 세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한 마디로, <시스의 복수>는 기본적인 영상 정보량이 현 DVD 포맷의 한계를 너무나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타이틀 감상 시 불만족스러운 요소들이 더욱 불거지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HD급 차세대 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글쓴이가 본 타이틀의 ‘한계’를 먼저 언급한 것은, 굳이 ‘우수성’에 대해 자질구레하게 설명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현 DVD 포맷이 구현할 수 있는 화질의 한계점’이라는 한 마디 표현으로 사실상 ‘게임오버’가 아니겠는가? 반복 감상할수록 한계점이 절실히 느껴지긴 하지만, 본 타이틀의 색감 및 디테일 표현 수준은 마냥 놀랍기만 하다. 거대한 우주선의 리얼한 표면 묘사에서부터 유타파우 행성의 돌리네 묘사, 그리버스 장군의 기계 몸을 장식하는 먼지와 녹, 무스타파 행성의 용암 등 모든 시각적 경이의 대상들이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로 빼어나게 그려진다. 물론, 영상 면에서 본 타이틀의 하이라이트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무스타파에서 ‘운명의 광선검 대결’을 벌이는 신이다. 영상정보가 넘쳐나고, 운동량 또한 대단히 많은 현란한 신임에도, 입자가 흐트러지거나 디테일이 망가지는 등의 부작용은 발견할 수 없다. 감상자를 삼킬 듯 달려드는 용암의 움직임과 표현 상태도 리얼함의 극치에 달해있다. 이 밖에 CG로 그려진 배경과 캐릭터들의 그림자 및 명암 표현 상태도 매우 뛰어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잡티 따위는 러닝타임 전체를 통틀어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본 타이틀의 사운드트랙에 대한 설명은 이 한마디로 족할 듯하다. “이것은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최근작’의 사운드트랙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시스의 복수>의 사운드트랙은 ‘공격적’이다 못해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당장 오프닝의 그 유명한 ‘우주 공중전 롱테이크 신’에서부터 감상자는 온 몸을 휘감는 멀티 서라운드 음향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스카이워커 사운드의 음향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세삼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본 타이틀의 사운드트랙은 파워가 다소 과도하게 강조된 전작 <클론의 습격>보다도 더욱 섬세하고 깊이가 있다는 느낌이다. 음향 요소들간의 배치도 대단히 논리적이며 스코어의 음량과 재생 상태도 이상적이다. 백 서라운드 채널의 활용도 우수하며 다이내믹한 채널 간 음향의 이동 효과도 두드러진다. 저음을 특별히 선호하여 우퍼 볼륨을 다소 과다하게 키운 상태에서 감상하는 습관이 있으신 분들은 ‘놀라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란다. 또, 무작정 볼륨을 올려 본 타이틀을 감상하시다가는 이웃집 사람들에게 ‘저음 테러범’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시길.

본 타이틀은 음향 요소도 다채롭기 그지없다. 당장 전술한 오프닝 전투 장면만 하더라도 수십 대의 우주선 소리에서부터 ‘삐빅~’하는 로봇의 소음, 인물의 대사와 스코어 등 셀 수 없이 많은 음향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데 음간의 간섭 현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스의 복수>는 영상 몽타쥬와 더불어 사운드 몽타쥬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인데 이런 면에서 볼 때 DVD 음향의 명료한 표현 상태는 단순히 AV적 쾌감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영화감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이 측면에서 본 타이틀의 음향을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이 아깝지 않다. 특히 무스타파에서의 ‘운명의 대결’ 장면에서 스코어와 주변 음향들이 이루는 멋진 앙상블은 영상과 더불어 본 타이틀 사운드트랙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중상을 당한 아나킨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거친 호흡’을 처음 내뱉을 때의 감흥은 (글쓴이가 너무 자주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감상자를 ‘졸도 지경’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하다. 음향 설계 면에서 본 타이틀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대사 부분의 음량이 약간 작다는 것이다. 이것은 글쓴이가 앞에서 언급한 영화 자체의 특성(대사가 아닌 비주얼로써 플롯을 전달하는 영화)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이 때문에, 영화의 스코어와 음향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는 측면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 타이틀의 서플먼트 구성방식은 앞선 두 편의 프리퀄 에피소드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영화 본편 디스크에 수록된 음성해설 트랙에는 조지 루카스, 릭 멕컬럼(제작자), 그리고 특수효과 팀원들(롭 콜만, 존 놀, 로저 가예트)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의 명단에서 대충 짐작하시듯, 본 트랙은 철저한 ‘정보 전달’ 위주의 음성해설 트랙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발랄하고 위트 넘치는’ 음성해설 트랙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본 음성해설을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본인에게는 실례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루카스의 음성은 단시간 내에 듣는 이의 졸음을 유발하는 ‘자장가형’ 음성이다! 게다가 녹음에 참가한 특수효과 스텝들의 해설 역시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다) 그러나 극장에서 영화를 수차례 관람한 뒤 물음표를 산더미처럼 껴안고 있던 열혈 팬의 입장이라면, 본 트랙에서 건질만한 유용한 정보가 적지 않다. 특히 특수효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루카스가 틈틈이 제공하는 제작 관련 뒷이야기들과 연출 컨셉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서플먼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모두 1.8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포맷으로 제작됐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메인 메이킹 다큐에 해당하는 1분 안에 Within a Minute: The Making of Episode III(약 1시간 19분 분량)다. 다큐멘터리 모음 메뉴인 ‘다큐멘터리와 단편’ 내에 포함된 이 영상물은 일반적인 메이킹 다큐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컨셉으로 제작됐다. 본 영상물이 제재로 다룬 것은 약 48초 분량의 ‘무스타파 결투(오비완과 아나킨 간의)’ 신이다. 이 짧은 신을 완성시키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했는데, 본 영상물은 그 험난했던 제작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48초에 불과한 신의 제작과정은 넓게 보자면 ‘영화 전체의 제작 과정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감상자는 본 메이킹 다큐를 통해 <스타워즈> 프리퀄 제작팀이 확립한 독특한 제작 프로세스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킹 다큐, '1분 안에 Within a Minute: The Making of Episode III'

<스타워즈> 프리퀄 삼부작, 특히 <시스의 복수>의 제작과정은 가히 ‘영화사의 제3의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각본 작성->사전 제작->촬영->편집 및 후반 작업으로 뚜렷이 구분된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과는 달리 <시스의 복수>의 제작 과정은 각 단계의 장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루카스는 ‘확정되지 않은 컨셉’으로 각본 초고를 작성한 뒤 후반 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것을 계속 수정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회의를 거쳤고, 스텝들의 창조적인 의견을 수용해 반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스의 복수>에도 ‘Principal Photography' 단계가 분명히 존재하긴 했지만, 기실 후반 작업이 시작된 뒤에도 끊임없이 재촬영이 이루어졌다. (물론 배우들은 영화 제작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리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편집 역시 최초 촬영 단계에서부터 계속 진행되어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기할만한 점은, 편집 과정이 ‘디지털 후반작업’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즉, 촬영분에서 미진한 점이 발견됐으나 재촬영이 곤란한 경우는 디지털로 이미지를 수정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특히 <시스의 복수>는 1억불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최초로 ‘스튜디오 내에서만’ 촬영이 진행된 혁명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예외가 있다면, 오웬 부부가 루크를 건내 받는 엔딩 장면(<클론의 습격> 제작 당시 미리 촬영), 그리고 배경으로 실제 촬영분이 일부 포함됐다는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배우들은 늘 블루/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하여 연기를 해야 했다. (사실 프리퀄 삼부작에서의 배우들의 연기는 이런 ‘기본적 제약 사항’을 어느 정도 고려하여 평가해야 마땅하다. 또한, 이안 멕디아미드나 이완 멕그리거, 사뮤엘 잭슨 등 주요 출연진들이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완 멕그리거의 경우는 <보이지 않는 위험>때부터 알렉 기네스 경의 독특한 발음을 흉내 내야 한다는 ‘또 다른 연기상의 제약’이 있었다) 이런 독특한 제작 환경을 미리 이해한 후 본 다큐를 감상한다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에피소드 III의 스턴트 It's All for Real: The Stunts of Episode III'

다음으로 수록된 다큐멘터리는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에피소드 III의 스턴트 It's All for Real: The Stunts of Episode III(약 11분 분량)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본 영상물은 스턴트 코디네이터 닉 길라드가 안무한 스턴트에 관해 다루고 있다. <시스의 복수>에서 젊은 배우들은 대부분 격렬한 스턴트 장면들을 직접 소화했지만, 때로는 스턴트 전문 대역이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이안 멕디아미드나 크리스토퍼 리와 같은 ‘어르신’ 배우들이 활약하는 신에서, 이런 스턴트 전문 대역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시 됐는데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후반 디지털 보정 과정에서 스턴트 대역의 얼굴을 배우의 것으로 ‘바꿔치기’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 영상물에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소개된다.

다음 영상물은 선택된 자 The Chosen One(약 15분 분량)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에 관한 다채로운 뒷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신화의 창조자’인 루카스가 직접 설명해주는 플롯의 뒷이야기와 해석이 담겨있으므로, 절대 놓치지 마시길.

다음 메뉴는 (아마도 본 타이틀을 구입한 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삭제 장면 Deleted Scenes이다. 서플먼트 중 유일하게 돌비 디지털 5.1 포맷을 지원하며 총 6개의 신으로 구성됐는데, 각 신의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다.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들임에 틀림없으나, 생각보다 양이 적다는 점이 아쉽다. 많은 분들이 기대했던 오프닝 전투신의 확장버전이 빠진 것(물론 특수효과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제작 초기 단계에 거론됐던 ‘소년 한 솔로의 등장 신’과 같은 것은 각본이나 스케치 버전으로라도 따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것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푸념일 뿐 ‘딴지 거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삭제 신들은 독립적으로 감상할 수도 있고, 루카스 및 스텝들의 인트로와 함께 감상할 수도 있다. 요다가 데고바로 은둔하는 신은 제작자 릭 멕컬럼이 가장 아쉬워한 삭제 장면이기도 한데, 이 장면의 인트로 부분에서 릭 멕컬럼은 ‘철없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감독이 언젠가 영화를 감독판으로 재편집을 해서 이 장면을 영화 속에 삽입했으면 좋겠어요” (릭 멕컬럼은 자신이 무심코 던진 이 한마디가 ‘포스병 환자’들의 심장박동수를 얼마나 증가시킬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다음 메뉴는 15개의 웹 다큐멘터리가 수록된 웹 다큐멘터리다. 많은 분들이 이미 이전에 감상을 하신 영상물일테니,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이 외에 독점 공개하는 제작 현장 사진(기쁘게도 ‘100% 한글화’된 텍스트 설명이 포함됐다), 게임 예고편(디스크를 X-Box 콘솔에 넣고 작동시키면 'STAR WARS BATTLEFRONT II'의 데모 버전을 즐길 수 있다), 포스터, 극장 예고편 등이 서플먼트로 포함됐다.   

1.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것은 (극장판) <스타워즈>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위대한 스페이스 서사시의 완성 과정을 생생히 목격한 당신은 어쩌면 영화사에서 가장 축복받은 이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DVD의 음성해설의 끝부분에 담긴 루카스의 메시지를 Final Verdict으로 대신하도록 한다.

“이 (시리즈)는 원래 약 2년 정도면 끝날 간단한 영화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20년이나 걸리는 작업이 됐습니다. 제작도 정말 힘든 일이었고, 어찌 보면 제 삶을 정의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제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이런 길을 걸어왔고, 영화가 제게 던진 도전을 받았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제작의 결과에 만족합니다. 모든 에피소드들과 전체적 줄거리에 만족합니다. 이제 끝까지 완성해서 정말 마음이 편합니다. 결승점까지 왔잖아요? 전 세계가 아직도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합니다” - 조지 루카스

2. 한글 자막의 번역 상태가 다소 아쉽다. 본 타이틀은 극장 개봉 당시에 쓰였던 한글 자막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 자막은 <스타워즈>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을 지나치게 배려한 탓에, 의역의 정도가 심한(혹은 ‘심각한’) 부분이 자주 눈에 띈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이 부분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번역자에게 <스타워즈>의 세계에 충실한 ‘전문적인 번역’을 요구하는 것은 - 열혈 팬들의 검수를 거치지 않는 한 -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적어도 <스타워즈> 시리즈라면, 자의적인 의역보다는 최대한 본래 대사에 가까운 ‘직역’ 형태의 번역이 더 어울린다 할 것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Star Systems'를 ‘태양계’로 잘못 번역한 것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두 문장 이상 되는 길이의 의미심장한 대사가 어이없이 짤막하고 가벼운 느낌의 문장으로 둔갑해버린다든지, 본래 대사에 있지도 않은 묘한 뉘앙스의 ‘한국 신세대형 유머’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등의 경우는 실로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비록 얼마 안 되는 수일지는 몰라도)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혈 팬들까지 고려한 한글 자막이 수록됐으면 하는 아쉬움(혹은 ‘욕심’)이 든다.

3. <스타워즈> 6부작이 ‘완성’된 지금, 모든 팬들의 관심은 루카스의 다음 횡보에 집중돼 있다. 루카스는 현재 ‘또 한명의 테크놀로지 전사’ 제임스 카메론과 ‘공모’하여 3-D 시네마 혁명을 추진 중이다. 루카스가 <스타워즈> 6부작을 3-D 버전으로 재포장하여 2007년부터 차례로 개봉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이미 많은 분들이 접하셨을 것이다. 이 획기적인 ‘로드쇼’와 더불어, 그는 (현재 3-D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카메론과 함께 3-D 영화를 효과적으로 안방에서 구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잊지 마시라. <스타워즈>의 신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2005.11.10.)

※ 본 리뷰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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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VD PRIME에서 만들어 클린레터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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