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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덕교과서는 파시즘의 정전"

 

 

한국 도덕교과서는 파시즘의 정전"
자유인을 위한 도덕교육 모색하는 김상봉의 <도덕교육의 파시즘>
텍스트만보기   서상일(dnflwlq) 기자   
▲ 2005년 10월 20일 발행 / 328쪽 / 양장
ⓒ 길 출판사
한국의 도덕 교육이 파시즘 교육이며, 그것을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전남대 철학과 교수 김상봉이 지은 <도덕교육의 파시즘>이 그것으로, 이 책은 국민윤리 교과가 도덕 교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현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의 도덕교육이 참된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를 위한 도덕교육"이었고, "한 번도 긍지 높은 자유인을 기르기 위한 도덕교육이었던 적이 없었다"며 현 도덕교육을 강하게 비판한다.

진정한 도덕교육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규제하고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하는데, 현 도덕교육은 단순히 도덕적 당위만을 설파함으로써 도덕적 능력이 성장할 수 없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노예적으로 길들인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김 교수는 교과서가 노골적인 명령과 당위로 이루어져 학생들의 생각과 의지를 규정하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을 소홀히 한 채 가장 중요한 헌신의 대상을 국가와 민족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바로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한국 도덕 교과서야말로 파시즘의 정전"

중학교 도덕 교과서 중 '국가의 임무와 기능'에 대한 설명 부분에 대해 김 교수는 "교과서는 국가를 마치 그 자체로서 존립하는 실체인 것처럼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덕이 본디 윤리학일진대, 국가의 임무와 기능을 설명하는 것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나아가 도덕 교과서는 국가의 주요 기능에 대해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비협력자를 가려내어 제재하는 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47쪽 재인용, <중학교 도덕 2> 196쪽)라고 설명한다. 이는 과거 군사독재의 유산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도덕 교과서는 국가에 대한 개인의 책임만 강조할 뿐, 국가에 대한 개인의 권리나 개인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성실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교과서를 분석한 뒤, 도덕 교과서가 표상하는 국가는 민주주의적 국가가 아니라, 전체주의적 국가라고 비판한다.

나아가 김 교수는 "도덕 교과서의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국수주의를 부추기는 선전·선동"이라고 지적하고, 도덕 교과서가 전체주의, 국수주의, 획일주의 등 파시즘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다.

현 교과서는 윤리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기르지 못해

김 교수는 현 도덕 교과서는 법과 규칙에 대해 맹목적 순종을 강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법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칙까지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과서에서 드는 교칙은 바로 아래와 같다.

제2조(교복)
1, 학교에서는 항상 교복을 입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 매주 토요일에는 자유복을 착용하며, 다음 각 호와 같이 실시한다.
① 모자 달린 셔츠나 점퍼, 끈 달린 바지(맬빵 바지),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꼭 끼는 혐오스러운 바지를 착용할 수 없다.
② 체육복 차림으로 등하교 하지 못한다.

제3조(두발)
1, 삭발, 염색, 파마를 하거나 무스나 스프레이 등을 하지 않는다.
2,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규정 이외의 두발 형태를 허락할 수 있다.(예 : 흉터, 탈모증, 특기 활동 등).

제4조(신발)
1, 실외화는 운동화로 하며, 슬리퍼, 고무신, 신사화, 굽 높은 신발, 에나멜화, 가죽 샌들, 흰색 단화, 끌신, 장화 등의 신발을 금한다.
2, 실내화는 끈 없는 흰색 운동화로 한다.
3, 실내에서는 반드시 정해진 흰색 실내화를 착용하고, 실외에서는 실외화를 착용한다. (58쪽 재인용, <중학교 도덕 1> 286쪽)


이러한 교칙을 제시하고 이에 복종할 것을 가르치는 교과서에 대해 김 교수는 "학생이 무슨 옷을 입든, 무슨 신을 신든, 무슨 머리를 하든 그것이 도대체 도덕적 선·악의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렇게 도덕 교과서는 일제시대부터 전해지고 군사독재 시절 확고히 형성된 관습과 규범을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도덕이 아닌 것을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거대한 위선의 체제라고 김 교수는 비판한다. 그러한 거대한 위선 체제에는 개인의 존엄과 가치는 들어서지 않는다. 오로지 개인에게 강요되고 부여된 추상적 의무만이 당위로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교과서는 학생에게 윤리적 문제, 선악판단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학생은 미리 주어진 정답 앞에 또는 당위의 명제 앞에 노예처럼 길들여질 뿐이다. 그것은 잘 해봐야 허위와 위선으로 가려진 착한 노예를 만들 뿐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강요가 아닌 자기애를 바탕으로 도덕적 능력 길러주어야

이 책은 한국의 도덕 교과서를 분석하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밝혀낸다. 이어 도덕교육이 제 길에서 벗어난 상황을 드러내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이 책은 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도덕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김 교수는 진정한 도덕교육은 그 첫 단계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불러일으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기애 없는 이웃사랑이나 이타심은 가능한 것도 아닐 뿐더러, 마지막에는 인간을 위선자로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도덕교육은 "자기애가 아니라 이타심과 공동체에 대한 희생정신을 먼저 주입하려는 성급함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다음 단계는 자기애를 확장시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북돋고 길러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직접적인 사랑을 스스로 느낌으로써만 타인을 위해 선을 실천하려는 자발적인 욕구를 가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트의 지적처럼 도덕은 자발적인 사랑으로 다 환원될 수 없기에 도덕교육은 의무감의 참된 뿌리를 찾게 해 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쉽게 말하자면, "약속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의 계발"이어야 한다.

노예적 도덕교육 그만두고 자유인을 위한 도덕교육 모색해야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정신의 영역에서 잘못된 과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의 관심 밖에 방치되어 있었지만, 정신적인 것이야말로 우리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기에 다른 종류의 과거 청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도덕 교사들에게는 올바른 도덕교육의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고, 일반인들에게는 칸트를 비롯한 윤리학 해설서가 되어 주고, 주체적인 윤리관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곳에는 '남의 영역에 시비를 거는 일'로 자극을 줄 수밖에 없다.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윤리교육계는 성실하게 대응하고 진정한 논쟁의 자세로 대응하길 바란다.
2005-11-23 10:21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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