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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국익위해 진실 덮자고? 나치 독일 시대냐!”

 

 

 

 
진중권 “국익위해 진실 덮자고? 나치 독일 시대냐!”
SBS 라디오서 “누리꾼들의 MBC 공격은 광신적 애국주의”
입력 :2005-11-24 09:38   이기호 (actsky@dailyseop.com)기자
▲ 진중권 중앙대 교수.(자료사진)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연구에 매매 난자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 누리꾼들의 ‘애국행위’에 대해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진 씨는 24일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진중권의 SBS전망대’에서 “황 박사의 연구에 매매된 난자가 사용되었다는 보도가 나간 후, MBC ‘PD수첩’의 시청자 게시판은 분노한 애국적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양”이라며 “애국시민의 의무를 져버린 MBC는 ‘매국노’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흥분한 네티즌들은 난자 채취 과정에 혹 윤리적 문제가 있었어도 국익을 위해 진실을 덮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나 나올 법한 무서운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의 임무는 조국을 진실 위에 올려놓는 것에 있지, 조국을 진실의 궤도에서 탈선시키는 데에 있는 게 아니다”며 MBC의 보도를 적극 두둔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 진 씨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옳겠느냐”며 말을 이어갔다.

“황 박사는 아무 난자나 사용하고, 방송은 그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게 옳을까요? 아니면 황 박사는 황 박사대로 생명윤리를 존중하고, 방송은 방송대로 언론윤리를 준수하는 게 올바른 처방일까요?”

그는 “여기에 답하기 위해 많은 나이가 필요 없다”며 “다섯 살만 먹어도 이 중에서 어느 게 옳은지 알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이들 ‘애국적 누리꾼’들의 반응. 특히 “이런 초보적인 분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냉정 없는 열정, 머리 없는 가슴, 이 사회의 애국심은 온통 이성 없는 감성의 덩어리인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진 씨는 “종양이 발견되면 즉시 제거해야 한다”며 “종양을 없애려 몸에 칼을 댄다고 ‘왜 사람을 괴롭히느냐’고 비난하며 수술을 못하게 하는 것은 종양을 더 키우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황 박사나 조국, 어느 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유의 직설적 멘트는 끝까지 이어졌다. 진 씨는 “가슴만 뜨거운 ‘주관적’ 애국자들은 이쯤에서 자기들이 ‘객관적’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봤으면 한다”며 “애국질,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씨는 이틀 전에도 ‘생명윤리와 국수주의’라는 제목으로 “생명윤리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이들을 매국노로 몰아가는 광신적 애국주의는 조국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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