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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민노 "히틀러 공원세우는 꼴"…한나라 "…"

 

 

 

여당-민노 "히틀러 공원세우는 꼴"…한나라 "…"
 
 
 

전 전두환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 공원' 변경 명칭이 합천군의 군조정위원회를 통과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예의 그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믿기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그동안 공식적 논의가 한 번도 없었다"라며 "대변인으로서도 논평하기엔 부적절하다"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독일에 히틀러 공원을 세우는 발상과 같다. 이런 논리라면 일본의 신사 참배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제기 할 수 있겠는가?" 라고 꼬집으며 "국민의 여론과 올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 대변인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가 없으면 다시 또 잘못된 역사가 반복 될 수 있다"라며 "엄연히 역사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학살에 대한 반성이나 뉘우침없이 전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하는 공원이 생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정호진 부대변인도 "87년 6월 민주화 항쟁 20주년이 되는 지금 학살과 독재의 망령을 다시 불러낸 합천군의 결정은 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모욕"이라며 "반 역사적 인물을 성역화하겠다는 결정은 역사적 반역을 선언한 것이자 전 국민을 반역의 방관자로 만들겠다는 5공 추종 세력의 도발"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 부대변인은 "지금까지 침묵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즉각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며 "공원 이름 개명의 철회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2007년 01월 29일 (월) 16:18:32 김은성 기자 frame4@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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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알바의 실상과 증언

 

 

 

한나라당 알바의 실상과 증언
 
번호 238921   글쓴이 트라우마    조회 4376   점수 996   등록일 2007-1-29 02:24   대문 13   톡톡 0  
 
 
 

한나라당 댓글알바 양성의 실체

조직적인 활동으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한나라당 댓글알바. 실체를 파헤친다.

 

"무조건 노빠 빨갱이 절라치 이런식으로 몰아붙이라 했다"

한나라당 댓글알바 양성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댓글 알바생으로 몇개월 일한 적이 있다는 한 네티즌이 양심고백을 한 것.

`헬프`란 닉네임의 네티즌은 지난 14일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한나라당 댓글알바생입니다 >란 제목의 장문을 올렸다.

그는 "여러분이 지금 여론 선동에 놀아나고 계신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라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히며 입을 열었다. 선배를 통해 한나라당 댓글 알바로 들어가게 됐다는 이 네티즌은 "이명박씨가 인기가 많아진 이유도 알바를 도입해서 한나라당이 띄워 준 일등공신"이라고 폭로하며 "이미 한나라당에는 수많은 알바조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알바의 활동 내용에 대해 그는 "무조건 노빠 빨갱이 절라치 이런식으로 몰아붙이라고 조장이 가르쳐줬다"며 "아무리 논리적인 노빠여도 여럿이서 퍼부어대면 염증 느끼고 도망가거나 제풀에 포기한다. 옛날에 2인 1조였을 때는 가끔 밀렸지만 요새는 쪽수가 많으니까 안밀린다"고 설명했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 알바개념이 아니라 수습에서 몇번의 승진을 거쳐야 팀장까지 가는 꽤나 체계적인 구도로 구성돼 있다. 그는 또 "다음,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역시 한나라당에 뒷돈을 많이 먹어 알바들이 올린 글을 잘 안짜른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가 올린 글 전문.

 


 

저는 서울 사는 26세 휴학생입니다. 한나라당 알바로 몇개월 뛰었구요. 제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분은 지금 여론 선동에 놀아나고 계신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앙심을 품고 폭로하고 있는거 맞구요.

이런 저도 나쁜놈이지만 이 바닥은 정말 더럽다는 거..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저로 말할것 같으면 군대 갔다와서 복학했는데 몇 개월만에 취직준비한다고 다시 휴학했구요 이곳저곳 원서 내봤는데 대학이 별로 끗발좋은 곳이 아니라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참.. 요새 취업난을 몸소 체험하니 맥빠지더군요.. 혹시나 자격증 따면 잘 될까 해서 1년간 토익이랑 컴퓨터랑 뭐 이것저것 시험장 많이 기웃거렸습니다만.. 군대 갔다와서 그런지 머리가 굳었나 봅니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허송세월 하다 보니 다시 복학은 해야겠고.. 졸업하면 이대로 백수될까봐 조마조마하네요..

선배들 말로는 취직 못하고 졸업하면 취업은 더 바늘구멍이라는데.. 지금 제가 딱 그꼴입니다. 여기까지가 제 초라한 스펙이구요.. 물론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대학이 사립이라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해서 알바 자리 구하는데 솔직히 공부도 해야 되고 그래서 육체노동 별로 안하는 알바를 찾다 보니 과외는 솔직히 의대 법대 교대 사대 쟁쟁해서 못구하겠고.. (의대 다니는 친구놈이 요새는 과외도 잘 안구해져서 학원 선생 한다는군요)

그렇다고 피시방 알바는 너무 제 시간 잡아먹고 이래서 고민하던 차에 졸업 2년차 선배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전에도 박사모에서 꾸준이 활동하신 분인데.. 대학교 다니면서도 대선 때 알리미(당 내부에서 댓글 알바를 지칭합니다) 하셨으니까 1기시죠.. 평소 술도 사주시고 연락 자주 했는데 군대 가면서 약간 뜸하다가 3년만에 연락이 되었거든요

이분이랑 소주 한잔 하면서 취직 안된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저보고 한나라당 쪽에 컨택을 해보신다고.. 결국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3개월간은 수습으로 뜁니다. 수습 알리미는 시급 2500원이죠.. 물론 피시방 값은 대주지만 하루 종일 해 봤자 밥 시켜먹고, 담배값 하고 이러다 보면 교통비 밖에 안나옵니다.

3개월 지나면 정식으로 채용되는데 그러면 시급 3700원은 받습니다 점차 지나면서 월급이 늘어나구요. 특히 선거철 같은 때는 보너스 수당도 줍니다. 나름 짭짤하죠. 원래 처음에는 한나라당 당사에서 하는데 옛날에 ip 걸려서 요새는 피시방에서 유동 아이피 써가면서 주기적으로 옮겨서 하거든요

여의도 주변 피시방 돌면서 하는데 요새는 알바 더 많이 구하기 때문에 조가 늘었거든요 그래서 지역구별로 나눠서 합니다. 서울에는 뭐 대충.. 송파 구로 용산 종로 압구정 이런식으로 몇 개조로 나눠서 활동합니다. 옛날엔 4인 1개조로 108개 조가 있었는데 조 개수는 같고요 요즘은 사람이 늘어서 한 조당 스무명 약간 안되는 정도?

왜 수를 늘렸냐면 댓글 알바 덕분에 여론 장악이 성공해서 지방선거를 압승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당 내에서 공공연하다더군요 이명박씨가 인기가 많아진 이유가 바로 알바를 도입해서 한나라당이 띄워 준 일등공신이거든요.. 원희룡 의원이 반대를 했지만 뭐 결과적으로 인터넷 상을 점령해서 표심이 몰렸다 이런게 당 분위기니까요.

하는 일이 뭐냐면.. 보통 다음이나 네이버 이런 포털 사이트 뉴스에 댓글 일정 정도를 할당해 줍니다 뉴스 사이트에 글 올리는 조도 있구요.. 저희 조는 다음에서 활동했습니다. 아고라에도 한 조 있는거 아는데요 저는 뉴스 댓글쪽에서 놀았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만 정치 쪽일 거에요.

가 보니까 한나라당 쪽 글이 많던데.. 여럿이서 조직적으로 글을 올리니까 효과적이더군요 가끔 의협심에 불타는 열우당 지지자 분들이 글을 올리고 이러시던데 뭐 글이 논리적이던 아니던 상관없습니다 여러 사람의 힘이 한 사람 보다 어쨋건 크니까요

무조건 노빠 빨갱이 절라치 이런식으로 몰아붙이라고 조장이 가르쳐주더군요 여럿이서 퍼부어대면 염증 느끼고 도망가거나 제풀에 포기한다고.. 옛날에 2인 1조로 놀았을 때는 가끔 논리적으로 말려서 당했었다고 선배가 전에 그랬는데 요새는 쪽수가 많으니까 안밀립니다

수습은 거의 욕질이나 도배질 전문이지만.. 진짜 글 잘쓰시는 알리미 분들은 수준급입니다 정말 선동,궤변실력이 장난아니죠 정식 채용 되는데도 글 실력이 한몫 합니다 수습 시절 3개월 안채우고도 글빨 좋으면 덥썩덥썩 뽑아가는데.. 전 글실력이 개가라라서... 아 글 못써도 이렇게 써라 하고 초안은 줍니다만..

무조건 지역 물고 늘어져라.. 물타기 해라 이런식으로 유형별 대응방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리고 빽도 한몫 합니다 저도 빽으로 들어왔지만 승진하는데는 빽이 중요합니다 이 바닥이 비밀이 유지되야 하는 곳이라서 비밀 누설하면 다신 활동못합니다 어차피 누설해 봤자 여론에서 기사화해주지도 않을테지만.. (이미 언론은 한나라당에 넘어갓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여기 계신 분들은 저처럼 대학 휴학생이나 백수.. 아니면 명예퇴직하고 여기 들어오신 분이라던지 시간 많은 분이 많습니다. 옛날엔 한나라당 직원들이 했지만 요즘은 알바를 더 많이 쓰고요.. 시간이 많다 보니 거의 날 새면서 풀로 뛰는 분도 계십니다 그 시간대 정하는건 돌아가면서 하는거구요한 아이디 여럿이서 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정 정지 먹는 경우도 많아서 여러 아이디 돌려가면서 쓰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미 다음이나 네이버도 한나라당에 뒷돈 많이 먹어서 이런거 잘 안짜릅니다 하루 정도 정지 이정도로 그치죠. 저도 물론 한나라당 썩은 집단이고 나라 정책에 발목만 잡는 배부른 돼지세키들인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든거 어쩌겠습니까 여기 분들 택시운전하다 오신 분들도 많고 이래저래 세상사에 치여서 힘든 분들 많습니다 정부에 대한 불만도 많구요 가끔 술먹고 하소연 하십니다

자기가 나이들어서도 이런 더러운 짓 해야 되는거 정말 환멸 느낀다면서... 먹고는 살아야죠.. 일단 당이 돈은 많아서 피시방비, 점심값은 줍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주면 떨어져 나가니까 안떨어져 나갈만큼만 주죠.. 저는 왜 그만뒀냐면요... 거기 있는 한 사람이랑 크게 싸웠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말씀드리긴 그렇고요 뭐 원래 술먹으면 사람 개되는거 순식간이지 않습니까..

지금 저도 낮술 한잔 했구요 너무 억울하고 그래서 홧김에 글 지껄여 봅니다. 한나라당 알바생들의 선동질에 속지 말아주세요 저같은 쓰레기들이 밥좀 먹어보자고 하는 일이지만 저 나가게 만든 자식 일자리 주고 싶진 않네요 같이 짤리게 해 봐야죠.. 횡설수설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위 글을 본후 본지는 헬프란 네티즌의 말이 사실인지 그가 과거 작성했던 글을 추적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 5월 31일 부터 10월 13일 까지 수천여개의 글을 `다시인사이드-정치 사회 겔러리`에 올렸다.

본지를 더욱 놀라게 한것은 매일마다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50여개의 글을 5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렸다는 점. 내용은 "노무현은 빨갱이 정권", "한나라당 최고" 등 노무현 정권을 깎아 내리고, 한나라당을 치켜 세우는 내용의 글이 전부였다.

 

◆ IP 추적에 한나라당 댓글알바 항복


지난 2004년 `디시인사이드`에서 가장 유행하던 놀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한나라당 알바 IP 추적 놀이`였다. 당시 정치관련 게시판에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네티즌(속칭 노빠)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속칭 한빠)의 공방이 치열했다.

당시 이 게시판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네티즌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인신공격을 하는 등 저질 게시물을 올리는 네티즌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IP주소는 `211,44,187,143`으로 모두 동일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몇몇 네티즌이 그들의 동일 IP 주소를 추적했고, 그 결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7-7 한나라당`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자신들의 IP가 모두 동일하고 한나라당 주소로 돼있다는 걸 몰랏던 댓글 알바들은 계속해서 노빠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했다. 한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며 이 사이트의 `합성갤`에 광고 카피를 패러디 한 `아이피번호의 자부심이 다릅니다`라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 `사이버전사대` 108개조, 박근혜 대선공작 알바?

대선을 준비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표 팬카페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여론몰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전사대` 108개조가 인터넷 상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공략대상 사이트를 유형별로 108개로 나눴고, 그에 따라 1개조씩 편성했다. 한 조에는 적게는 2명, 많게는 20명에 이르는 인원이 편성됐고, 각조에는 책임자까지 지정하는 등 체계적 시스템을 갖췄다.

이들이 올린글을 확인해 보면 "박근혜님이 진정한 대통령감이다", "이명박이나 손학규, 고건등은 박근혜 한테 안돼" 등 박근혜에 우호 일색이다.

`디시인사이드`의 한네티즌은 `박사모`내 `사이버전사대`108개조의 편성 내역이 담긴 이미지 파일을 지난 8월 공개했다. (아래 / 관련사진)

 

이 파일을 보면 각종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시민 단체, 정당 및 공공 기관 등 정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이트를 선정해 성격별로 분류하고, 대상 사이트별로 1조에서 108개조에 이르기까지 편성하여 책임자를 두었다.

예를 들면 001조는 대상 사이트가 인터넷뉴스, 뉴스통자유게시판, 대전 뉴스타운 이고, 담당자는 `21세기`란 댓글 알바다. 또, 071조는 대상사이트가 연합뉴스, 프레시안, 미디어몹 이고, 담당자는 `개나리`와 `돌체`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이버전사대의 `초지일관`이란 담당자는 "박근혜 대표님을 음해하는 세력과 중도에서 정치를 관망하는 국민들에게 박 대표님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사이버에서 바른 여론몰이를 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사이버 전사대의 여론몰이 활동을 두고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과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나라당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24일 디지털정당위원장인 김희정 의원에게 `네티즌 운동`의 조직화를 직접 지시한 바있다.

 

하지만 김희정 의원은 이에 대해 "박사모와 당 조직은 무관하다"며 "박사모 회원들이 당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당으로선 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광용 박사모 대표 역시 "사이버전사대는 박사모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일 뿐, 공식적인 기구는 아니다"며 한나라당 연관설을 부인했다.

▲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홈페이지


◆ 한나라당 알바, 수년전 부터 계속 돼


취재중 놀랄 만한 글을 발견했다. 지난 2002년 11월에 작성된 이 글은 정창X란 네티즌이 올린 양심 고백 글이었다.

정창X는 `한나라당 알바의 사죄문`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4년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당시 신한국당)의 알바로 약 3주간 일을 했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이텔 PC통신 구인구직 게시판을 통해 문서입력 아르바이트를 해볼생각 없냐며 어떤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피씨통신 경력이 꽤 된다는 그의 설명에 담당자는 보수는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고, 곧 선릉역 근처 빌딩에서 선거공약을 인터넷에 올리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계약과는 달리 팀장과 책임자가 노골적인 타 후보의 음해성 비난, 욕설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사조직을 전부 합치면 어림잡아도 최소 200개가 넘었고, 자신이 담당한 곳은 서울시장 후보였던 최병X 소속이었다"고 폭로했다.

 

다음은 그가 쓴 `한나라당 알바의 사죄문` 전문.

 



2002/11/30 01:09 | 정창X (jcXXXX)

 

부끄럽지만 너무 뒤늦게 사죄를 드립니다. 저는 4년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당시 신한국당) 알바로 약 3주간 일을 했습니다. 28살로 대학 3학년 재학중이었죠. 우선 과정부터 말씀드리자면.  당시 전 하이텔 PC통신 구인구직 게시판에 문서입력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루 쯤 지났을까 왠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첫 마디가 대뜸 "고향이 어딥니까?"라는 거였습니다.

나 : "충청돈디유"
남자 : "전라도와 연관이 있습니까?"
나 : "없는디유..."
남자 : "전라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 : "별 생각 없는디. 왜 그런데유?"
남자 : "전화로 말할 순 없고... 일단 면접을 봅시다."

피씨통신 경력이 꽤 된다는 나의 설명에 상대방은 일단 보수 걱정은 하지 말라며 단순 워드 입력작업이니 한 번 들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다음날 선릉역에서 가까운 모 빌딩으로 찾아 갔었드랬었지요. 면접을 보았는데 이리저리 빙빙 말을 돌리던 팀장이란 남자 결국 일하는 내용이 딴나라당의 지방선거정책 공약을 통신상에 업데이트 하는 일이라고 하대요.

저는 호기심도 나고 (대체 이 집단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공식적인 정당기구는 아니었거든요.) 학비와 생활비에 쪼들리던 차에.. 시간당 4천원(당시로선 파격이었죠)이란 말에 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건으로 제 개인적인 의견 개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했습니다. 이미 전 하이텔 플라자 란에 쓰레기 같은 정치 알바들이 우글 거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 사무실이 그런 쓰레기 양성소일거란 심증은 갔지만 뭘 시키는 지 두고보자는 심뽀도 있었습니다. (전 글을 쓰는 게 학과 전공이었고 지금도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엔 비록 쓰레기 같은 경험도. 경험 그 자체로선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변명 했습니다.) 아무튼 팀장이란 남자는 자기들이 적어주는 내용만 타이핑해서 올리면 되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팀장은 이미 제가 적임자가 아니란 걸 눈치챈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퇴짜 놓기엔 제가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다고 판단한거죠. ''보안상''의 이유에서요. 결국 그렇게 저는 약 3주간 야간반으로 이른바 여론호도 피씨통신 알바를 했습니다. 주간에는 주로 여대생들 5~6명이 근무했고... 밤이 되면... 저를 포함 서너 명의 남자가 새벽까지 일을 했지요.

근데... 문제는 처음 계약과는 달리 팀장과 책임자가 노골적인 음해성 간첩질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크게 두가지로 나눠보자면 디제이 정부의 실정과 고건의 무능함에 대해 평범한 국민의 의견처럼 글을 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쉴 새 없이 계속해서요.

아무튼 저는 젊은 혈기로 ''그럴 순 없다. 난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아디로 나도 모르는 사실을 퍼뜨릴 수 없다''고 했죠. 당시 그 사무실엔 예닐곱명의 알바들이 총 20여개의 아디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아디를 쓰는 알바는 없었고 딴나라당 공식 아디도 없었습니다. 다 차명 아디였지요.

근데 더 웃긴건 그런 사조직 사무실이 한 두개가 아니었고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4대 통신 아이디를 합하면 전부 200개가 넘었습니다. 다른 사무실 아디가 글을 올리면... 추천이나 답글을 올리라고 적어 놓은 거지요. 어쨋든 저는... 하루 여덟시간 근무하면서... 하루에 평균 한 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이들이 하루 평균 이삼십 개 이상의 글을 올리는 형편이었으니.. )

것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게 아닌... 정치인들 모두를 풍자하는 유머였습니다. 남은 시간엔... 주로 박찬호 기사 검색하고... 동호회 사람들과 채팅하는 게 전부였죠... 그러니... 조직 사람들에게 전 눈엣가시일수 밖에요... 하지만, 팀장은 저를 짜를 수도 없고...(물론 보안때문에요) 그렇다고 말도 안들으니 꽤 괴로워하대요

저는... 개의치 않고.. 만약 팀장이 저를 짜르면... 곧바로... 알바 경험에 대한 글을 제 실명 아디로 올리려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일을 하는 상태에선... 차마 양심선언은 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들이 인간적으론 잘 대해준 것도 있지만... 역시 용기가 없어서 였습니다.)

팀장과 책임자들... 나중에는... 말로 설득이 안되니까... 아예 단순노동만 시키더군요. 불특정 다수의 아이디에... 미리 써놓은 메일을 반복해서 보내는... 말그대로 단순노동이었습니다. 아참... 그 사조직은 서울시장 후보 최병렬의 것이었습니다. 저녁 시간마다... 매번 다른 양복쟁이들이 찾아와 알바들에게 고기를 사주었지요. 3주 동안 매일 소고기만 먹으니... 나중엔 일때문이 아니라, 밥맛이 없어서 그만 두고 싶더군요.

암튼... 식사할 때, 얼핏 얼핏 어깨넘어 들은 정보로는... 그런 사조직 사무실이... 최병렬 밑에만 14개가 있었습니다. 사조직이란거... 장난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그 때 비로소 느꼈습니다. 밥먹을 때마다... 커피 마실 때마다... 팀장과 책임자선생은... 알바들에 대한 세뇌교육도 잊지 않았습니다. 주로 DJ에 대한 근거없는 적개심과... 
경상도 정권 재창출의 집념등을 설토했지요.

(늘상 입에 달던 말 중에 하나가... 5년후에 보자... 반드시 뺏어 온다! 그 때 되면... 배로 갚아주겠다... 따위였습니다. - 절대로 가감없는 표현 그대롭니다. 그런 단어들만 사용하지 않았다면... 평소엔 그 사람들도 꽤 신사처럼 보였습니다. 나름대로요...) 

아무튼... 저도 나름대로 꽤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낯이 두꺼운들... 좌불안석일 수밖에요... 저는... 한 마디로... 딴나라당(신한국, 민자, 민정...따위)의 단어를 들으면... 자다가도 욕이 나오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나, 한 편으론... 나도 묵시적 공범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죄값을 치루고픈 맘에 낮에는 학교에 가서... 고건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떠들고 다녔지요.

그렇게 3주간의 시간이 흐르고... 선거일이 다가왔습니다. 아침 일찍... 투표소 가서... 고건 찍고... 여기 저기 전화해서 친구들한테 최병렬 찍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오후에... 마지막 출근을 했습니다. 6시 땡칠 때... 출구 조사 결과... 최병렬은 물론... 대다수 수구파 후보들이 광역시장에서 떨어지는 걸로 나왔지요.

저는 화장실로 달려가... 회심의 담배 한 대를 물고... 혼자 키득거리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티비앞을 떠날 줄 모르던 사조직 관계자들의 얼굴... 납덩이 그 자체였죠.
한 편으론... 인간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보수를 받는데... 약속했던 액수보다 훨씬 많이 주더군요. 3주 일했는데 85만원 정도 받았으니까요.

책임자는.. 선거에서 이겼으면 두 배는 줄텐데...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근데 웃긴 건... 책임자 방 한 켠에 있던 대형금고.. 그 속을 처음 봤는데... 배추 뭉치가 수십다발 쌓여있더군요. 역시... 사조직, 돈정치... 장난이 아니란 생각밖엔 안들었습니다.)  마지막 나오는 길에... 팀장이 한마디 뱉더군요.

"너 그렇게 살면 사회생활하기 힘들다!"

저도 한 마디 뱉어 주고 싶었지만... 돌이켜 보면... 제가 그들보다 별로 나을 게 없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글픔과 자괴감으로... 한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그 때 생각이 날 때마다... 부끄러워집니다.

그리고...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현실의 작은 이익을 위해...  정정당당함을 포기하는 수구당 알바분들...  그 가련한 분들께... 먼저 죄를 지은 사람으로서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묵시적 동조도... 결국 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죄값은 언젠가 우리들에게 돌아옵니다...  우리가 정정당당함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결코 이 세상을 탓할 자격이 없습니다." 

 

ⓒ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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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금보다 더많은 과제 안겨줬다

노조는 여론전에서 졌다. 이렇게 진 이유는 코리아 언론이 '왜'의 문제를 부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성과금보다 더많은 과제 안겨줬다
[평가] 현대차 합의 득실…"회사는 노조 고립화 성공"
 
 
 

차등 성과금 지급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갈등이 사태발생 20여일만에 노사 합의로 타결됐다. 현대차노조는 이번 파업투쟁을 ‘승리’로 평가하고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보수언론은 “현대차가 강성노조의 ‘생떼쓰기’에 밀려 물러섰다”고 보도했다.

노조는 승리했고, 현대차 측은 파업으로 맞선 노조에 밀리기만 한 것일까. 현대차의 이번 노사분쟁은 표면적으로는 임금협약에 명시된 성과금 지급과 관련한 합의와 별도로, 노사가 구두합의를 통해 생산목표와 관계없이 성과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해온 기존의 관행을 회사 측이 뒤집은 것이 발단이다.

“이번에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성과금을 줄 수 없다”는 회사 측과 “약속한 성과금은 반드시 줘야 한다”는 노조가 정면충돌 하면서, 결국 회사 측이 생산목표의 만회를 조건으로 미지급된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사태는 마무리됐다.

   
  ▲ 지난 17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1층 아반떼룸에서 현대차 노사 대표들이 최종 협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사 무리수와 조합원의 단결이 승리 요인

현대차가 구두합의를 부인하며 차등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치고’ 나온 데에는, 현대차노조의 주장대로 ▲노조의 민주노총 총파업의 봉쇄 ▲올 해 두 번에 걸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에서의 온건노선 지도부 당선 ▲금속노조 산별교섭의 무력화 등의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지급된 성과금 50%를 지급하라는 요구만으로 현장 제조직과 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을 이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노조 간부 26명에 대해 고소고발을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하게 나오자, 오히려 노조 내부의 단결력과 동력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이번 사태를 성과금 문제를 넘어 노조에 대한 도발로 진단하기 시작했고, 노조가 나눠주는 아침 선전전 유인물을 받아들면서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 조직들 또한 노조 상집위원들에게 고소고발과 함께 손해배상이 청구되자 ‘판’이 커졌음을 직감했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더라도 이 문제를 안고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지부장 선거를 연기하고 파업지도부 구성을 결의한 것도 이같은 상황인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회사 측의 ‘도발’에 현장조직은 물론이고 조합원들이 단결된 힘을 보임으로써 노조 내부의 동력은 충전됐고, 이는 이번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현호 현대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위기 때마다 단결로 극복해온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의 저력을 이번에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87년 노조를 만든 이후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하면서 노조가 없으면 방어할 힘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를 살려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의지를 믿고 싸웠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회사 쪽의 ‘준비되지 못한’ 도발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차가 차등 성과금 지급을 계기로 노사간 힘의 관계를 역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이미 지난 15일 오전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여 박유기 현대차노조 위원장에게 “미지급된 성과금을 줄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부터 노사는 성과금 지급 시기와 방법, 그리고 고소고발 건 취하 문제 등을 놓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노조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결심공판에 맞춘 규탄시위를 법원 앞 1인 시위 수준으로 축소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노조의 기를 꺾기 위해서는 노사가 둘 다 ‘망하는’ 것을 각오할 정도로 엄청난 준비가 필요한데, 현대차는 노무관리 인사를 자주 교체하는 등 노조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공금횡령과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검찰의 6년 구형, 그리고 김동진 부회장이 이헌구 현대차노조 전 위원장에게 건낸 2억원의 금품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기아차노조의 성과금 투쟁 결의 등도 현대차가 성과금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것을 결정하게 한 ‘돌발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회사도 “챙길 것은 챙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회사 쪽도 ‘챙길 것은 챙겼다’는 분석이다. 배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는 노사간 이면합의가 아닌 투명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했고, 생산성을 회복시키는 조건으로 성과금을 지급하는 한편, 여론을 통해서는 노조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효과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현대차노조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 그리고 현대차 불매운동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네티즌의 여론은 노조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보연 현대차노조 정책실장은 “‘집단 따돌림’ 수준으로 여론은 갈수록 노조에 불리하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이미 파업의 본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노조를 흠집 내기 위한 보도만이 난무했다”고 말했다. 빗발치는 여론의 뭇매 속에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노조로서도 사태가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전 참패한 노조, 시민사회 인식 바꾸는 노력해야

노조에 대한 적대적인 여론은 앞으로 더욱 노조를 압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하게 될 때, 여론은 또다시 노조를 비난하게 될 것이다. 금속노조 산별교섭을 요구할 때도, 민주노총 총파업을 수행할 때에도 여론은 노조에 차가운 시선을 보낼 것이다.

여론이 노조에 등을 돌린 이유는 보수언론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가장 크지만,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대공장노조의 파업을 ‘배부른 노동자의 이기주의’로 보는 시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현대차노조는 여론전에서는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노조는 금속산별노조를 이끈 모범적 노조로서 시민사회를 설득하고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비난하고 있는 취약점, 즉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배려 없는 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한 투쟁에 대해 정확하게 노조의 논리를 세워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노조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성과금 50%를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투쟁 기금으로 사용할 것을 발표한다거나, 지역시민단체를 초청해 노조의 입장을 전달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이런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87년 민주노조 운동이 출발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노조에 대한 언론, 특히 보수언론들의 악의적 왜곡보도 행태가 달라진 것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교섭과 투쟁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에서는 "언론 때문에 교섭 못하겠다"라거나 "여론은 아예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교섭과 투쟁은 노조의 기본적 활동으로 하기 싫다고 안해도 되는 게 아니며, 여론은 무시하고 싶다고 해서 무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보수언론 기사 먹히는 환경도 주목해야

실제로 노조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여론을 오로지 보수언론의 보도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보수 언론의 논조가 먹혀들어가는 환경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노동자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자본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결과이긴 하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은 노동운동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7년 새해 벽두를 뒤흔들었던 현대차노사의 성과금 사태는 노사합의를 통해 마무리됐지만, 노조가 마냥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성과금은 받아냈지만, 과제를 더 많이 안겨준 투쟁이었다”고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2007년 01월 18일 (목) 16:03:21 문선영 기자 tathata@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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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나빠 F학점 주면 교수 자질부족?

 

 

 

점수 나빠 F학점 주면 교수 자질부족?
[석궁 습격] '교육자적 자질' 탓한 이정렬 판사에게 묻는다
텍스트만보기   김연기(yeonki75) 기자   
 
 
▲ 성균관대 졸업생들이 법원에 낸 김명호 교수 탄원서.
ⓒ 오마이뉴스 김연기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피습 사건으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재임용 탈락 이유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10여 년간 학교를 상대로 싸워온 사연이 속속 공개되면서 여론의 흐름은 법원이 편파적으로 심리를 진행해 김씨가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점에 모아졌다.

이처럼 여론의 화살이 법원에 돌아오자 항소심 재판부 주심을 맡은 이정렬 판사가 재판 과정에 있었던 일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상세하게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 "교육적 자질로 재임용 판단"... 그러나 학생들은

   오늘의 브리핑
 
점수 나빠 'F' 주면
교수 자질 부족?
[석궁 습격 사건]
 
 
<시사저널>, 알고보니 'BBC 표절'
삼성에 유독 약한 법원의 '이율배반'
정체성·정당이 없는 후보 필패한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공간정책은 달랐나
<요코 이야기> 논쟁이 빠뜨린 진실
모유 수유 병원서 왜 분유를 준 거지?
문소리 "참여정부 끝장내는 투쟁한다"
'전무' 이재용, 후계 구도 가시화되나
할머니 성폭행 주한미군 '모르쇠'
 
이 판사는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법원이 권위주의적인 재판과 판결을 하였다는 평가에 대해 저는 마음만 아플 뿐이다"며 "특히 (박홍우 부장판사가) 편파적으로 심리를 진행했다고 취급되는 데 대해 재판부는 통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재판부의 판단 기준이 된 김씨 재임용 탈락 타당성의 기준을 크게 '학자적 자질'과 '교육자적 자질'의 두 가지로 나눴다. 이 가운데 학자적 자질은 인정하지만 교육자적 자질을 인정할 수 없어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이 판사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판결의 기본적 구도는 '학자적 양심이 있으나 교육자적 자질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의 재임용 탈락'의 적법성 여부이지, 원고가 학자적 양심이 있다는 점은 쟁점도 되지 않았다"며 "교육자적 자질이 재임용 탈락 여부를 결정지은 주요한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즉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김씨가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사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김씨가 재임용에 탈락될 당시 성균관대 수학과 재학생들이 작성한 한 장짜리 탄원서는 이 판사의 주장에 오류가 있음을 보여준다.

졸업생들 "김씨, 교육적 차원에서 퀴즈 보고 성적 평가"

 
▲ 판결에 앙심을 품고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를 피습한 전직 교수 김모씨(사진뒤편 오른쪽)와 범행에 사용한 석궁을 15일 밤 경찰이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탄원서를 작성한 학생들은 "(김씨는) 학생들이 요행으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제일 경계했으며, 학생들의 비난과 불평에도 불구하고 교육적인 차원에서 매주 퀴즈를 보고 그것을 성적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김씨에 대한 재임용 탈락과 관련해 그 이유 중 상당한 부분이 '1996년 성대 수학과 졸업 예정자들로부터 받은 불신임'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한다"고 했다.

김씨의 강의를 받았던 학생들이 직접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에 문제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나선 셈이다.

이는 '제자들로부터 평판 등이 교육자답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김씨가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 판사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이 탄원서는 김씨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직후인 지난 1996년 2월 '김명호 교수의 징계를 반대하는 학생들 일동'이란 명의로 작성됐다. 당시 30여명 가까운 졸업생(전체 70명)이 탄원서 작성에 참여했다.

물론 탄원서가 졸업생 전체 의견은 아니지만 당시 수학과 학생들의 공식 입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 심리의 공정성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이는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 부족이 재임용 탈락 이유'라고 밝힌 이 판사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학생들이 기말시험 거부한 이유는

법원이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을 문제삼은 것 중 하나인 '학생들의 기말시험 거부'와 관련해서도 탄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을 말한다.

당시 학생들에 따르면 체육 특기생 30여명에 대해 학교 측이 점수를 줄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는데, 김씨는 출석일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는 것.

이 부분과 관련해 이 판사는 "원고(김씨)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이 보복을 당하였다는 점뿐이었다"며 "당시 학과장이나 학생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할 때 원고는 반대 신문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은 '전문지식을 가르칠 뿐이지 가정교육까지 시킬 필요는 없다'는 진술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재시험을 치루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내용은 성대 학생들이 작성한 탄원서와 지난 2006년 10월 31일 진행된 공판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탄원서를 살펴보면 당시 학생들은 "1996년 졸업 예정자들은 김명호 선생님이 전공필수과목인 '위상수학'에서 기준 이하의 성적을 얻는 학생에게 과락(F학점)을 줄 수 있다고 하자, 졸업을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집단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시험을 거부하면서 불신임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재판 속기록을 살펴보자.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홍우 "30명 정도가 학기말 시험에서 백지를 냈는데, 증인은 당시의 학과장으로서 문제해결을 위하여 원고를 불러서 어떻게 하겠느냐 물어 본적 있었습니까?"
정모 "5명 F를 준다고 공언하고 학생들이 싫어해서…(원고를 불러서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김명호 "반면에 저는 그에 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원칙을 지켜야 했지만, 29명의 4학년 학생들이 졸업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더욱이 (내용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교수들 간의 불화에 휩쓸리는 것이 우려되어 무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아까 정 교수님이 당시의 과대표가 김00이라고 했는데. 당시의 과대표는 유00이었습니다. 그 유00 과대표를 포함한 학생들과 면담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재시험 기회를 2번 주었고, 그 증거로 전에 백지 답안지들과 함께 제출한 답안지 중 2명의 재시험 답안지가 있습니다. 그래도 시험을 안 본 학생들에게 중간고사 성적을 기초로 하여 C·D로 주었으나 학생들이 거부하여 F를 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증거는 피고 측이 제출한 성적기록표에 보면, C·D로 주었다가 F로 고친 흔적이 있습니다." (이 때, 이정렬 판사가 박홍우 재판장에게 C·D로 주었다가 F로 고친 흔적이 있는 성적기록표를 보여준다.)

박홍우 판사 "원고는 5명 F를 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까?"
김명호 "없습니다. 단지 공부를 하지 않으면, '4학년이라고 무조건 졸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만 했습니다."
박홍우 판사 "원고는 학생들을 잘못 교육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없나요?
김명호 "대학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곳이지, 가정교육을 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저의 죄라면 원칙을 지킨 죄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재판 속기록을 살펴보면 김씨가 분명한 기준에 근거해 엄정하게 성적을 평가했지만 일부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F학점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판결 과정에서 참작되지 않았고, 다만 학교 측이 주장한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 부족'만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일각에서 이 판사의 글을 접한 뒤 "단순히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해 재임용 탈락이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씨의 복직 투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상근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는 "탄원서는 물론 당시 수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재임용 탈락 반대 서명서까지 법원에 제출했지만 이 모두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학문적 양심의 수난'

그 누구보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인 민교협을 비롯한 교수 사회에서는 학문적 양심에 따라 순조롭게 풀려야 할 일이 '석궁 습격'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이유를 되짚어 보자는 데 이번 사건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한다.

민교협에 따르면 지금도 수십 명의 교수가 재단측 부당한 재임용 탈락에 맞서 진실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재단의 부당한 재임용 탈락을 막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교수는 재단의 일방적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쫓겨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처럼 재임용에 탈락하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교 측의 전횡에 맞서다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사건을 사법부와 김씨 간의 문제로 바라볼 게 아니라 재단의 전횡에 맞선 학문적 양심의 수난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학과장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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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1:3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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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대한 편견' 조장하는 교과서, 바꾸자&quot;

 

 

 

'노동자에 대한 편견' 조장하는 교과서, 바꾸자"
  노사정위원회, 8차 교과과정 개편에 맞춰 건의문 채택
 
  2007-01-16 오후 4:07:56
 
   
 
 
  노사정위원회가 교과서 개편에 입을 모았다. 오는 2009년부터 적용되는 제8차 교과과정 개편에 맞춰, 노동과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에 있어 현행 교과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 보자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1일 제6차 노사관계발전위원회에서 '일과 직업 및 노사관계에 대한 학교교육 관련 건의문'을 합의하고, 다음달 교과과정의 최종 확정에 앞서 16일 교육부에 이를 공식 전달했다.
  
  "교과서가 일과 노동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하도록"
  
  이번 논의는 한국노총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현행 교과서가 '진로교육'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일과 노동의 중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해 왔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현행 교과서가 노동자와 노동3권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 여름 한국노동교육원의 송태수 교수의 연구로 알려진 바 있다.
  
▲ '교학사'에서 만든 중학교 2학년 사회교과서 170쪽의 삽화.ⓒ프레시안

  당시 송 교수는 현행 교과서가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혼란'이라고 표현하고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폭도로 규정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표현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밝혔었다.
  
  나아가 노동자와 근로자를 혼용해서 사용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노동자는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나 파업 등 단체행동을 벌이는 경우에 사용하고, 근로자는 긍정적 이미지를 주는 서술에서 사용함으로써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송 교수는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노동3권의 내용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이날 노사정위원회가 교육부에 전달한 건의문은 "'진로교육'은 직업세계의 동태적 변화를 반영해 모든 직업에 대해 장기적 전망과 자긍심을 갖고 부단한 창의적 노력이 경주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정신함양교육'은 학생들이 일과 노동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또 올바른 노동관과 직업관의 함양을 위해서 8차 개정안의 중학교 2학년 도덕과목 가운데 '일과 배움-일의 놀이' 항목에서 "노동과 기능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서술하고 주요 가치덕목에 '일의 중요성'을 삽입하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더불어 "중학교 일반사회 과목에서 '우리의 생활과 법'이라는 항목에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삽입해 학생들이 노동자의 권리와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자"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건의안은 전문위원 권고문이 아니라 노사정의 합의 사항인 만큼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노사정위원회 차원에서 교육부의 향후 진행과정을 자세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8차 교과과정 개편안은 다음달 확정된다. 학교 교과과정이 개인의 사고체계의 토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문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편 자체가 개별 교과서의 구체적인 서술까지 규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노사정의 이번 합의의 취지가 8차 교과과정에 따라 새로 만들어질 교과서에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정민/기자
 
 
 
 
"교과서가 '노동자에 대한 편견'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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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 습격'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더이상 출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석궁 습격'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수학 교수는 '음해꾼'이었나, '내부 고발자'였나
텍스트만보기   김종배(kjbyy) 기자   
 
 
[기사 보강 : 16일 오전 11시 40분]

 
▲ 판결에 앙심을 품고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를 피습한 전직 교수 김모씨(사진뒤편 오른쪽)와 범행에 사용한 석궁을 15일 밤 경찰이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전직 교수가 현직 판사를 향해 석궁을 발사했다. 사회는 경악하는데 당사자는 담담하다 못해 당당하다. '국민저항권'을 운위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판사를 처단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거창하다. '국민저항권'을 법치주의에 맞세운다. 하지만 '저항권'을 공유하는 국민이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저항의 방법(폭력)과 저항의 목적(처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미 난 것이나 진배없다.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사람이다. 단죄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모든 심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짚을 문제가 있다.

전직 교수는 "합법 수단을 거부당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합법 수단'이란 물론 법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직 교수의 주장은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직 교수가 법정에 선 이유는 교수 재임용 탈락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에 시험문제 출제 오류 시비가 있었다.

1995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성균관대 본고사 수학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했다. 잘못된 전제를 제시해 결론이 날 수 없는 문제를 출제했다는 것이었다. 동료 교수와 학교가 발끈했고 그는 해교행위와 학사질서 문란, 다른 교수 비방 등의 이유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대단히 예민한 문제였다. 잘못된 출제로 억울하게 불합격된 입시생을 구제할 수도 있고, 거꾸로 동료 교수들의 학문적 권위와 학교의 위신에 심대한 손상을 입힐 수도 있는 게 그가 제기한 문제였다. 음해꾼에 대한 정당한 징계일 수도 있고, 내부 고발자에 대한 부당한 보복일 수도 있는 게 그에 대한 징계였다.

이 자리에서 진위를 가릴 수는 없다. 설령 몇몇 수학자의 도움을 받아 진위를 가린다 해도 그것이 공인될 것도 아니다. 문제가 불거진 후 수학계에서 출제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중요한 것은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는가 여부다.

법원은 얼마나 면밀하게 진위를 가렸을까

점검할 점은 법원의 심리다. 얼마나 면밀하게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했는가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 전직 교수의 출제 오류 주장이 '오판'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그 같은 점을 심리를 통해 충분히 입증하고 자각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을 가려야 한다.

또 하나. 재임용 탈락이 시험문제 출제 시비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작용했던 것인지, 복합적인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작용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가려냈는지도 점검대상이다.

"교수 임용은 학교법인의 자유재량"이라는 판결, "대학교원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자질을 지니지 못한 이상 재임용 거부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 취지만으로는 알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법원의 심리과정을 되짚자는 주장을 사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최종 보루이므로 그들이 내리는 판결에 절대 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대전제는 옳다. 하지만 그 대전제는 하나의 단서가 실현됐을 때에 비로소 진리가 된다. 판결 이전의 심리과정이 객관적이고 충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굴복과 승복, 불복과 승복을 가르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그렇게 강조했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추궁식 심문이 아니라 토론식 심리를 통해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조정하거나 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법원의 심리과정을 살핌으로써 법원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정보 접근이 제한돼 있다. 대다수 국민은 언론을 통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

법원 심리과정, 역시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 지난 2004년 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며 서울대 본관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던 김민수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그는 합법적 방식으로 재임용 탈락 철회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래서 언론 보도를 뒤지지만 흔적을 찾기 힘들다. 전직 교수의 폭력 행위가 태반이고, 전직 교수의 이력, 그리고 그가 제기한 출제오류 시비가 나머지 절반이다. 법원 심리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없다. 과거에 간헐적인 보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세월이 한 번 바뀔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하다 못해 과거 버전의 주장이라도 되새겨 줄 법 하지만 어제 오늘의 보도에선 그런 게 없다.

여기서 법조 저널리즘의 문제를 확인한다. 한국 언론처럼 법원의 결정을 무턱대고 존중하는 곳은 거의 없다. 법원의 판결에도 오류 가능성이 있음을, 그래서 3심제에 재심제도까지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건만 법원 판결에 대한 검증기사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언론계 내에선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문제다. 법원의 판결을 검증과 감시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섹시한' 뉴스거리 조달 통로로 삼는 관행에 대한 지적이었다.

전직 교수를 변호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단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또 출현하는 건 막아야 한다.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전직 교수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서울대 김민수 교수다. '친일'과 '수학'이란 대중성의 차이가 있었지만 동료 교수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점, 그 때문에 기나긴 법정 투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두 교수는 닮아있다.

하지만 한 교수는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승리를 일궈냈고, 또 한 교수는 "아무도 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의 나락에 빠져들고 말았다.

궁금하다. 두 교수의 서로 다른 결과가 사필귀정의 법칙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에 기인하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모른다. 단죄를 하더라도 정상 참작의 여지를 헤아려 하는 법인데도 국민은 모른다. 참작할 '정상'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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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녀 나란히 꼴찌에 격분, 집에 불 지르려

진짜 짜증나는 것은

저 정도면 불지를만 하네

하고 말하는 개티즌들이다.... 아, 침묵하는 다수

 

 

쌍둥이 자녀 나란히 꼴찌에 격분, 집에 불 지르려
 
[노컷뉴스 2007-01-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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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에 '양' 하나라도 있었으면 안 그랬을 것... 선처 호소

쌍둥이 자녀가 나란히 전교 꼴찌를 한 것에 격분해 집에 불을 지르려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5일 자녀 교육 문제로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자신의 부인을 협박한 혐의로 A(6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전날 저녁 8시 20분쯤 마포구 자신의 집 거실에 라이터 기름을 뿌리고 "애들이 집에서 게임만 하는데 뭐하는 거냐?"며 부인 B(51) 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이같은 엽기행각을 벌인 이유는 바로 쌍둥이 자녀의 성적 때문.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A씨의 쌍둥이 자녀가 지난 학기 받아온 성적은 전교 꼴찌인 575등과 576등이었다.

자신의 두 자녀가 학교에서 나란히 꼴지를 한 것에 화가 나 있던 A씨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고 아이들이 여전히 공부는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자 홧김에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

부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경찰조사에서 "성적표에 '양'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CBS사회부 임진수/심훈 기자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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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제안 민노당에 치명적

 

 

 

노대통령 제안 민노당에 치명적
민노당 개헌 '반대' 당론 확정…의회 기반 소수정당에 크게 불리
 
 
 

민주노동당은 11일 최고위원회를 갖고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반대'하는 쪽으로 당론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은 "대통령 임기에 한정되고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시하며 국민적 합의 과정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토지 공개념 도입, 주거, 의료,환경, 노동 등의 영역에서 인권과 기본권이 실현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라며 "더 나아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으로 개정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민노당은 "개헌에 국한되지 않고 완전한 정당 명부제 실시 등 근본적 정치 개혁 추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개헌 논란이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대통령의 장단에 맞춰 줄 필요가 없다.  국론 분열과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는 개헌을 행사해선 안 된다"라며 "대통령이 여론과 야당을 무시하고 개헌을 강행한다면 혼란과 대통령의 오기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옥 최고위원도 "사실 개헌이 필요했다면 임기 말 혼란스럽게 할 것이 아니라 임기 중 추진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제기한 건 다분히 정략적이고 불순한 의도라고 생각한다"라며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국민들을 중요한 민생 현안에서 무관심으로 몰아가는 개헌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진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법안 발의 후 국회 통과와 국민 투표까지 기간이 석달 반이 걸리는데, 4월 말 이면 대선 예비 후보가 등록하는 기간이다" 라며 "만약 국회 통과가 안 될 경우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하야하는 수순밖에 없는데 이는 또 다른 정치적 협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은 민노당에게 불리해

한 당직자는 개헌 논의와 관련한 민주노동당의 고민에 대해 "현재 단순다수제로 뽑히는 대통령 연임제 및 총선의 동시 도입은 민주노동당에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단순다수제로 선출되는 대통령제와 총선체제는 양당제를 강화하고 제3당이 설곳이 없는 최악의 제도"다.

그는 또 "혹자는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아도 견제 심리로 민주노동당을 비례대표제에서 많이 지지해줄 것이라는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대통령제와 총선의 동시 실시는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와 그 정당에게 몰표를 던지는 결과를 가져와 민주노동당의 패배를 자초 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연임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해 의회 권력 및 정당 정치의 약화를 가져온다. 이는 의회에 기반한 민주노동당과 같은 소수정당에게 더욱 치명적"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언급으로 미뤄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것은 단순다수제 대통령 연임제와 단순다수제 중대선거구제 국회의원 선거인데 이는 민주노동당에 불리한 것만 모아 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정당정치란 기존의 제도적 규칙하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기존 게임의 룰이 바뀌지 않는 한, 민주노동당은 다수당으로 성장할 수 없다"라며 "이번 개헌 논의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선거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우리의 관점을 확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 한 당직자는 10일 청와대 오찬 참석 번복에 대해 "개헌과 관련해 당론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긴급한 사항이었는데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됐는지 도대체 종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제 당 3역 회의에서 나름대로 진지한 토론이 있었고 여러가지 다양하게 고민을 한 후 가기로 결정했는데, 철회 결정이 너무 간단하게 이뤄진 것 같다. 이런 모습이 또 다시 반복되면 당이 좌충우돌하는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01월 11일 (목) 15:16:55 김은성 기자 frame4@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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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올무꾼! 좋은 말 할 때 걷어라, 응?&quot;

거기 올무꾼! 좋은 말 할 때 걷어라, 응?"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에서 올무꾼 만나다
텍스트만보기   강기희(gihi307) 기자   
 
 
 
▲ 올무를 설치하고 있는 올무꾼. 그는 올무를 걷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 강기희
 

   오늘의 브리핑
 
"7개항목 공개하고
원가공개라니..."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
 
 
한국 언론사의 기념비 <복제저널>
"노 대통령, 한 번 더 나오려는 거냐"
"'반값아파트' 이름부터 없애라..."
'박정희식 성장'이 삶을 더 낫게 할까
조선시대에도 비행기가 있었다?
"KTX 승무업무 외주화 적합하지 않아"
4·19, 5·18 있는데 왜 6·10은 없나
'그 다음날 조중동은...' 패러디 인기
'반수구 대선연합', 당신의 생각은?
 
"산정 높이 올라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은 찾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가수 조용필의 이 노래가사는 적어도 가리왕산 자락에서 이렇게 불리워져야 한다.

"가리왕산 자락에 올라가 올무에 걸린 짐승만을 찾는 올무꾼을 본 일이 있는가"라고.

어제 늦은 오후 개짖는 소리가 골짜기에 크게 울렸다. 마당을 내다봐도 방문객은 없었다. 지나가는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개가 지나가는 바람을 보고 짖었겠지 생각했다. 그런 경우 한참 짖다가 제풀에 지치는 게 보통인데, 개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짖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마당으로 나갔다. 개들이 짖는 방향은 산이었다. 먹이를 찾아나선 동물이라도 있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당을 어슬렁거렸다. 잠시 후 개 한 마리가 산으로 뛰어갔다. 주인이 나타났으니 짖는 소리도 더 의기양양했다.

그 때까지만 흔히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개가 뛰어가는 방향의 산 중턱에서 작은 움직임이 시야에 잡혔다. 뭔가 싶어 자세히 살폈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줌을 당겨보았다. 사내는 산기슭에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산 중턱의 작은 움직임 포착, 올무꾼 만나다

 
▲ 올무에 동물이 걸렸는지 확인하러 온 올무꾼.
ⓒ 강기희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개짖는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사내는 몸을 더욱 낮추었다. 그는 한 곳에만 머물지 않고 조금씩 산자락을 타고 이동했다.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는 것이 보통의 산꾼들과는 달라 보였다.

순간 '올무를 놓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순간 오리발을 내밀 수 있으니 일단 사진을 찍어야 했다.

사내는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동안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올무를 놓았다. 산을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사법권이 없으니 사내를 다그쳐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가 "너가 뭔데?"라고 반발하면 상황은 우스워진다. 좋은 말로 사내를 설득해야 했다.

사내는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가 산을 내려오는 사이 큰 기침을 하며 다가갔다. 그는 순간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신발과 옷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그런 사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의식했던지 고개를 외로 꼬며 걸어왔다.

"처음 보는 분인데 어디서 왔어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부드럽게 물었다.

"읍에서 왔어요."

여기서 읍이란 정선읍을 말한다. 읍내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지켜보니 올무를 놓는 것 같던데, 그런 거 놓으면 안 되지요. 안 그런가요?"

내 말에 사내가 움찔하더니 말을 더듬는다.

"아, 예, 뭐…. 몇 개 안 놓았어요."
"몇 개가 아니라 하나라도 놓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겨울철 일은 없고…. 하도 심심해서 와본 거래요. 이 마을 사는 친구가 여기에 놓으면 된다 그래서…."

사내가 마을에 사는 친구를 들먹였다. 첫날엔 친구와 함께 왔단다.

"지난 번 눈오기 전에도 놓았죠?"
"예, 한 나흘 됐어요."
"그래, 걸린 게 있던가요?"
"그렇게 빨리 걸리진 않애요."
"그럼 올무를 봄까지 그냥 두는 거네요?"
"아니래요, 지켜봐서 걸리지 않으면 다 걷어요."
"그걸 어떻게 믿죠?"

올무가 죄라는 걸 모르는 사내

사내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대뜸 "○○ 아냐"고 물었다. "안다"고 했더니 '처남'이란다. 또 "△△ 아냐"고 물었다. 물어보는 이가 '친구'라고 하니 '사돈'이란다. 이래저래 따지고 보니 학교 후배다. 시골이란 게 이래서 큰 일 하기가 쉽지않다.

"이제보니 알 만한 친구로구먼."

그 말에 사내의 얼굴이 펴진다.

"내가 요즘 올무에 관해 얼마나 신경쓰는지 모르는가 본데, 좋은 말 할 때 올무 다 걷어라. 응?"
"아예, 걷어야죠. 걷을게요."
"근데 올무 놓다 걸리면 어떤 죄를 받는지는 아냐?"
"벌금 좀 내면 된다는 얘긴 들었어요"
"얘기만 들었어?"

 
▲ 산기슭 곳곳에 올무가 설치되어 있다.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 강기희
 
내 말에 사내가 "예" 하고 대답한다. 올무를 놓는 게 막연히 죄가 된다는 인식뿐이다. 올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선 생각도 않고 산다. 불법 밀렵이라는 인식도 낮다. 자연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대목이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생하는 이유를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동물이 살지 못하는 자연은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교육해야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가 곧 범죄를 낳는 법 아니던가.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 꼭 걷어야 해."
"예, 일찍 와서 다 걷을 테니 걱정마세요."
"앞으로 올무같은 거 놓지마라. 그런 건 야비한 일이잖어. 올무 자꾸만 놓다보면 사람 목에 올무가 걸릴 날이 온단 말여.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 그냥…. 하도 심심해서 한 번 해본 거래요."

사내는 그렇게 말했지만 심심풀이로 하는 건 아닌 듯 싶었다.

"내가 부탁한다. 내일 꼭 올무걷고 그런 일 두번 다시 하지 말아라. 서로 얼굴 붉힐 일 하지 말자. 알았지?"
"예, 알았어요."

무지는 범죄를 낳고...

그렇게 사내와 헤어졌다. 이런 일로 고발을 하는 것도 멋쩍은 일이라 설득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사내는 신문이나 뉴스도 보지 않고 사는 듯 했다. 밀렵을 그저 '겨울이 오면 당연히 할 일'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물론 전문 야생밀렵꾼은 현재의 법만으로도 부족하다. 법조항을 더 강화시켜 가혹하리만치 엄벌해야 한다. 동물들에게 현재의 법 조항에 대해 물어본다면 하나 같이 "법이 너무 가볍다"고 할 것이다. 무거운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생계형이 아닌 생활형 불법 밀렵꾼들은 단속보다 올무를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그들 대다수는 산촌을 근거로 살고 있기에 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밀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생계형 밀렵꾼보다 무서운 게 생활형 밀렵꾼이다. 그들이 놓은 불법 밀렵도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시스템을 갖춰 범법자를 줄이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오늘 어제 만난 올무꾼은 나타나지 않았다. 약속은 깨어지고 말았다. 끝내 오지 않는다면 내 손으로 걷을 수 밖에 없다. 같은 지역에 사니 언젠가 만날 것이다. 날 보고 피한다면 그는 이미 범죄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럴 땐 말없는 자연이 차라리 부럽다. 인간이 어떤 짓을 해도 포근하게 품어주는 자연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없다. 미안하다. 인간들의 죄가 너무 크다.

 
▲ 눈 덮인 가리왕산. 평화로워 보이지만 동물들의 치열한 삶이 진행되는 곳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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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2 17: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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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금속산별 중앙교섭 임금 다루나?

내년 금속산별 중앙교섭 임금 다루나?
[산별전환 이후] 교섭투쟁 전략 토론중…11월23일 14만 금속노조 출범

조합원 4만3천명 규모의 현대자동차와 50명 규모의 부품회사의 노동자들이 같은 자리에서 임금협상을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14만 금속노조가 진행하는 내년 산별교섭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이 2007년 교섭투쟁에 대한 초안을 확정해 지난 19일부터 조합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이 확정한 토론자료를 보면 14만 조합원의 핵심적인 교섭형식으로 산별 중앙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임금, 고용, 노동시간, 산업정책 등 주요 요구를 걸고 사용자단체와 중앙교섭을 벌여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별협약을 쟁취하는 것이 14만 금속노조의 핵심 과제가 됐다.

또 지역별로 진행되는 지부교섭과 사업장 단위에서 진행되는 보충교섭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부교섭의 위상에 대해서는 추후 재정립하기로 했다. 사업장 보충교섭에서는 노동과정 등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단체교섭이 그대로 진행되게 된다.

그러나 14만 금속노조 출범 첫 해인 2007년 중앙교섭 요구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2가지 안이 제출됐다. 1안은 중앙교섭 요구로 임금을 다루자는 것이다. 단, 규모별, 업종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최저기준(가이드라인)을 합의한 후 지부교섭에서 보충교섭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15만 조합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산별교섭 첫 해에 현대, 기아 등 대공장을 중앙교섭으로 끌어내자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2안은 예전처럼 지부집단교섭과 완성차나 철강 등 특성별 교섭을 열어 임금을 다루자는 주장이다. 임금을 중앙교섭에서 다룰 수 있는 시기는 조직체계와 교섭체계가 일정부분 정착되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임금을 다룰 경우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금 외에도 중앙교섭에서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어낼 요구로 무엇을 내걸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고용안정망, 산별연기금, 산별 노동시간, 산별 교육휴가와 사회적 의제인 원하청불공정거래, 산업공동화대책, 비정규직 문제, 무상의료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고 있다. 연맹은 조합원 토론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내년 요구안을 확정해나갈 계획이다.

3년간 기업지부 인정 대세

통합 금속노조의 조직체계와 예산 등 쟁점들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산별노조의 조직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산별노조의 꽃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지부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다만 대공장노조가 지역으로 재편되기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년 간 한시적으로 기업지부를 인정하되 단계적으로 인력과 재정을 지역으로 편제하자는 것이다.

현대와 기아 등 대공장노조가 이를 지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예전의 금속노조 규약을 적용하게 되면 3개 지역 3천명 이상이 기업지부로 인정돼 현대, 기아, 대우, 쌍용, 현대제철 등 5개 사업장이 기업지부가 된다.

연맹 조명래 정책실장은 "기업지부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설득력있게 제출되는 것을 전제로 규약소위위원회 내에서는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같은 조직 묶자는 의견 강해

비정규직을 어디로 재편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같은 조직으로 편제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편이다. 금속산별노조의 1차 과제가 대공장 사내하청 조합원을 조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를 같은 조직으로 묶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른 의견은 같은 조직으로 묶일 경우 비정규직들의 파업권이나 교섭권이 통제되고 정규직과의 갈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를 지역지부로 편제하자는 입장이다.

조합비와 관련해서는 통상급 1%와 산별기금 3만원 등이 이견없이 합의를 이뤘다.

연맹은 18일부터 한 달간 단위노조의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10월 17일 2차 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연맹은 지난 15일 충남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제5차 산별완성위원회에서 오는 11월 23일 통합대의원대회를 열어 14만 금속노조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애초 10월 26일 대의원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통합금속노조의 조직체계와 예산, 교섭과 투쟁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현장토론을 위해 한 달 가량 연기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산별노조로 전환한 노동조합들은 11월 23일 전까지 200명 당 1명씩의 대의원을 선출해 통합대의원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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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22일 (금) 14:11:25 박점규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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