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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폭행' 동영상과 '시민폭행' 동영상

'군인폭행' 동영상과 '시민폭행' 동영상
2006-05-10 12:07 | VIEW : 15,707
지난 5월 5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흔히 '평택사태'로 불리는 이날 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매체는 시위대가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 군인들을 폭행하고 '시위대'가 민간인들이 막사를 부셨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매체에 따라 부상한 군인은 10명~30명으로 제각각입니다. 기사만 보면 시위대라기 보다는 '폭도'에 가까운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기습공격을 가한 것 처럼 느껴집니다.

이에 반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측은 이러한 보도와는 정반대로 이날 군인들이 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듯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 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도내용과는 180도 다른 범대위의 이런 주장은 과연 누가 누구를 폭행한 것인지 혼란스럽게 합니다만 현장이 생생히 촬영된 동영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9일 평택 현장에서 촬영된 서로 상반된 내용의 동영상이 올라 왔습니다.
조선닷컴( http://www.chosun.com/ )에는 '5월5일 평택… 얻어맞는 군인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 왔으며 '민중의 소리'( http://www.voiceofpeople.org/ )에는 '80년 광주와 평택 군을 거둬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 왔습니다

조선닷컴의 동영상에는 '시위대가 철조망을 자르고 장병들을 죽봉(竹棒) 등으로 두들겨 패는가 하면 매질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는 장병들을 쫓아가 이단옆차기 등으로 가격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습니다.
조선닷컴은 "이 동영상은 약 14분 분량으로 당시 군 주둔지 인근 지역에서 찍은 것"을 단독입수했다고만 밝혔을 뿐 명확한 출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조선닷컴으로 부터 제공받은 동영상입니다.


동영상 제공 = 조선닷컴
조선닷컴 관련기사 보기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605/200605090444.html


이 동영상에 대해 '80년 광주와 평택 군을 거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린'민중의 소리'측은 조선닷컴의 기사와는 전혀 다른 분석을 했습니다. '민중의 소리'는 "만약 이 동영상이 5일 상황의 전부라면 당시 평택에서는 큰 충돌이 있었다기 보다는 집회 참가들이 황새울 벌판에서 철조망을 자르고 군인들을 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2분 가량의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올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중의 소리'는 조선 닷컴 동영상에 담긴 장면의 직후 상황을 촬영한 것이라며 아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은 당시 상황이 80년 5월 광주와 다를바 없다는 의미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영상을 섞어 편집한 것입니다.


동영상 제공 = 민중의 소리, 제보 = 독자 신재만
민중의 소리 관련기사 보기
http://www.voiceofpeople.org/new/2006051042871.html

5월 5일 평택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반된 내용의 두 동영상을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두 동영상은 조선닷컴과 민중의 소리로 부터 제공받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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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진단] KTX "여"승무원, 정규직 왜 요구한대?

[전격진단] KTX "여"승무원, 정규직 왜 요구한대?

2006.4.28. (금)
딴지 편집국


한명숙 총리지명자의 임명식이 있던 지난 4월 20일, KTX 승무원 노조원들이 국회에서 밤샘농성한 끝에 경찰에 전원 연행됐더랬다. 명망 있는 여권운동가 출신의, 건국 최초 여성총리가 임명장 받는 날, 여성노동자들 대거 연행이라니.

한 총리한테 유감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나, 화합의 카리스마라는 둥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 어쨌다는 둥 재래언론의 취임 축하 세레머니와 글품께나 판다는 각종 여성 인사들이 바쳐대는 헌가가 짜증났던 참이었다. 이유없이 괜히 꼬셨다.

어쨌거나. 그와는 별개로 본 기자, 따라가 꼭 돕고 싶다는 본지 남기자들을 물리치고, 별러왔던 KTX 승무원노조를 만나러 갔다.
 



철도공사 노동조합 산하 KTX 승무원지부의 민세원 지부장을 만나기로 한 날은 4월 26일 7시. 서울역 플랫폼이 훤히 보이는,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앞 마당에 그녀들은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었다.

그런데 민 지부장이 바빴다. 어서 착오가 생겼는지 인터뷰하기로 한 시간에 일정이 잡혔다는 거다. 국회 농성 때 연행된 조합원 일부가 불구속 입건 되면서 당사자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 그래서 변호사 불러 설명회를 연단다.

지부장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인지라 그녀는 인사 몇 마디 나눈 뒤 급히 사라지고. 할 수 없이 집행부 사무실로 쓰이는 천막 안에 앉아 다소곳이 기다리면서, KTX 승무원지부 강혜련 총무부장과 철도노조 송호준 조직국장의 감시어린 눈길을 인내하던 즈음..


딴: 저기.. 지금 농성은 얼마나 된 겁니까?
강혜련 총무부장(이하 강): 농성은 57일째구요, 저희가 출무정지 당한 지는 60일째입니다.

딴: 출무정지라 함은..
강: 사복투쟁 후 승무를 정지당한 것을 말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두 달 못탔죠. KTX 바라보기만 하고...

딴: 많이 안타까우시겠어요.
강: 많이 눈물이 나죠. 바로 옆에 KTX 지나가면 울컥하죠.

딴: 지난 2월 25일 KTX 승무원들이 사복근무 들어가 탑승을 거부당할 때 새마을호 여승무원들도 사복 입는 준법투쟁 들어가서 이슈가 됐죠?

강: 예. 맞습니다. 다 준법투쟁을 들어갔는데, 새마을 승무원은 첫날 다 태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만 왜 못타냐 했더니 그 다음날 (새마을 승무원들을) 대기를 시켰어요. 그쪽에서는 임금이 나가는 대기 상황.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죠. 새마을도 안 태운다, KTX 승무원 뭐라고 하지 마라.. 그러나 그분들은 임금 다 받으셨구요, 저희는 다 전원.. 그날 임금에 해당하는 것 못 받았습니다.

딴: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계약직이신거죠?
강: 철도공사의 직고용직이시구요, 저희는 철도공사 외주의 비정규직이었구요.

딴: KTX 승무원들도 철도유통에서 계약직이신거구요.
강: 그렇죠. 1년 단위로. 그런데 그 중에서 (정규직을) 시켜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철도청에서 공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너희는 정규직이 될 거다.. 라고 말했기 때문에 저희는 믿었고 기다렸습니다.

딴: 일종의 구두계약이라 보시는 건데, 유통 쪽에서는 뭐라고 주장하는가요.
강: 유통 쪽에서는 그런 식으로 한 적 없다 오리발 내놓죠.

딴: 철도유통 쪽은 지금 여기 계시는 분들과 계약을 파기한 건가요?
강: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계약해지죠. 승무사업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딴: 그럼 일종의 사업 철수고, 다른 회사식으로 치자면, 직장폐쇄군요. 그렇게 되면 사업권이 관광레저 쪽으로 인수되면서 기존 승무원들과의 계약관계도 자유롭게 된 셈이 되네요. 레저 쪽이나 유통 쪽이나.

강: 네. 저희는 중간에 붕 뜬 상황이죠.

딴: 지금 점거농성 참가인원은 얼마나 됩니까?
강: 290명.

딴: 거의 전원이라고 보면 되나요?
강: 그렇죠. 가정이 너무 힘들거나 결혼해서 남편이 반대한 친구들은 거의 퇴사했구요.

딴: 조합원 평균연령이 어떻게 되나요?
강: 스물 여섯 살 정도가 되죠.

딴: 생각보다는 연령이 높은 편인 거 같네요.

강: 저희가 스물 세 살에 대학 졸업하고 들어오잖아요. 그러구 2년이 흘렀으니까 스물 다섯 살, 여섯 살.. 후배들은 나이가 어린데 저희가 좀 나이가 많네요. 하하하..

딴: 사회적인 첫 출발이고 또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셨고. 공부만 하시고 자기 꿈만 좇던 분들이 처음으로 노동쟁의라는 상황을 맞게 됐는데, 어떠셨나요. 처음 이런 상황을 직면했을 때.. 시행착오도 많았을 테고..

강: 저는 솔직히 파업이 이런 건 줄 몰랐습니다. (웃음) 우리가 나서는 게 아니라, 누가 와서 지도하고 뭐뭐 하라고 하면 앉아서 노동가요 부르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어디 가서 저희 상황을 알리거나, 그런 거 몰랐죠. 그런데 파업에 들어와서 보니까 저희가 주체예요. 그분들은 연대해주시고 도와주시는 겁니다.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거고. 느낀 건 그거예요. 저희가 목소리 내지 않았으면 이 싸움 여기까지 올 수 없었고. 그리고 저희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함께 했다는 거예요.

딴: 철도노조와..

강: 예. 철도노조 정규직 분들이 같이 한 것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봐요. 저희가 60일을 (농성) 하는 데에, 인적 물적으로 다 도와주시는 게 철도노조이시잖아요. 그 분들의 기반 덕분이라고 봅니다.

딴: 초짜들인데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철도노조에 어떻게 가입될 수 있었나요. 동일 사업장 내 정규직-비정규직 관계도 아니고, 서로 다른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인데 어떻게 지부가 될 수 있었는지..

강: 노동조합 심의 하는 곳에서 정식으로 허락 받고, 저희가 찬반 투표해서 들어간 거죠.

딴: 잘 이해가 안되는데, 관계기관의 인가가 나왔단 말인가요?
강: 예.

딴: 그래서 지금 철도노조 내 KTX 승무원 지부라. 뭐 그런 관계면, 철도노조가 도와주시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 하는 거네요. (웃음)

암만해도 서류상 다른 기업과 계약한 노동자 조합이 또다른 단위노조의 지부가 되는 게 이해가 안갔다. 해서 철도노조 측에 물어보려 했으나 송호준 조직국장 조직국장은 어느 새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강: 그런데 저희는 솔직히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봤을 때, 굉장히 축복받은 지부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저희가 싸우려고 노력해도 정규직이 외면하면 굉장히 힘든 싸움이잖아요. 저희는 노조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도와줄 수 있을까 굉장히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노동자가 되고 파업을 하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분명히 저희는 여기서 승리하면 또다른 연대를 할 겁니다.

딴: 그게 투쟁의 경험이겠죠.

강: 네. 그 느낌을 알겠어요.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이게 진정한 길이란 것도 알겠어요. 여기 들어와서 최악의 상태에 다다르다 보니까, 사람이 얼마나 작은 행복을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많이 배웠어요.

딴: 지금 지부장이 수배 중이라고 하던데요.

강: 지부장님하고 부산지부장, 대의원 등 총 3명 체포영장 떨어졌구요. 저희 집행부 12명은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딴: 어떤 혐의로 그렇게 됐나요?
강: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불법파업, 업무방해.. 뻔하죠 뭐.

딴: 저번에 어머님들이 농성장 방문하셨다던데 어떠셨어요? 눈물바다가 됐을 거 같은데요.

강: 저희가 한달에 한 번 집에 가는 거 빼고는 못 갔어요. 엄마들이 저희 이렇게 사는 거 보시고 막 우셨어요. 고이고이 키운 딸들이 땅바닥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엄마 왔어?" 그러니까 울컥하셨죠. 엄마가 우니까 저희도 많이 눈물을 흘렸죠.

그런데 하루 있다 가신 분들이 그러시는 거예요. 딱 앉아보시더니, "괜찮네, 살기가." (웃음) 그리고 두 번째 오신 엄마들이, "찔찔 짜리 마라. 니네가 뭘 잘못했니? 니네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거니까 찔찔 짜지 마라"..

딴: 오오~
강: 그래서 안 울려고 해요.

 송호준 국장 등장

딴: 아, 오셨군요. 하나만 여쭤볼게요. 어떻게 사업장이 다른 회사들이 한 노조의 지부가 될 수 있죠?

송호준 국장(이하 송): 그건 선견지명이 있어서죠.
딴: 예? 법률적으로도 인가가 난 건가요?

송: 예전에 홍익회 노동조합이 철도노조 산하 지방본부였어요. 그러니까 철도노조가 기업별노조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산별의 체계를 일정부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철도노동조합연맹이라는 조직에 철도 관련 산업 노동조합이 다 들어갔었어요. 철도노동조합, 홍익회노동조합, 향우산업노동조합...

딴: 철도청 시절의 이야기인가요?

송: 예. 그러고나서 철도청 소속만 철도노동조합을 구성만 했다가, 철도노동조합연맹이 깨지는 과정에서 홍익회 노동조합이 산하 지방본부로 들어왔었어요. 엄격하게 얘기하면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불가능한 일 아니냐 얘기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의 역사성 속에서 그런 일들이 이미 현실적으로 이루어져왔었구요. 지금 보더라도 철도노조 산하에 KTX 뿐 아니라 철도매점 지부가 또 있어요. 거기는 특수고용직이라서 법률적 혜택이 있는 거죠.

딴: 이게 승인이 난 건가요?

송: 저희 규약에 보면 철도관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한다고 딱 되어 있어요. 철도공사 및 철도공사 산하 기관의 노동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되어있어서 규약상으로 봐서 별 문제가 없구요. 그 다음에 기업별 노조에서 소속을 달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역사성과 관련해서 이미 해결이 되어있고.

딴: 잘 따져가다 보면 사측에서 클레임을 걸 수도 있겠네요?

송: 그럴 수 있죠. 유권해석의 여지가 있는 거니까. 그러나 철도노동조합이 흘러왔던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물론 법률적인 문제제기를 걸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관례화 되어왔던 것이기 때문에, 노동부에서도 그것을 일부러 시비 걸 생각이 없었던 거구, 저희도 규약상 큰 문제 없으니까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던 거죠.

이런 식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그것도 외주위탁노동자가 한 노조 안에 살림을 꾸렸단다.

딴: 회유의 액션은 없나요.

강: 무수히 많이 하죠. 심지어는 복귀한 친구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똑같은 레파토리로 이야기하죠. 저희 집행부, 민세원 지부장님은 민주노총에 자리가 있다, 너희 속고 있는 거다, 여기 이 사람들 민주노총에 자리 있기 때문에 다 글루 간다.. 민주노총이 저희 안 받아줍니다. 저희 한 지부일 뿐인데.. 말이 안되는 회유정책을 하고, 똑같은 레파토리를 하더라구요. 저희 같은 경우 해고통지 7번은 받았습니다.

딴: 지금 전원이 복귀 안 할 경우, KTX 운영에 차질이 있는 거지요?

강: 지금 복귀한 사람이 62명 있구요, 그 숫자가 새마을 승무원 포함하고, 원래 KTX 있다가 전에 그만 뒀다가 다시 입사한 사람들까지 해서 그 인원이죠.

딴: 그 62명이 이제 생긴 거구 전에는 승무원이 아예 없이 운영된 건가요?

강: 그렇죠. 고객님들이 정당한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못 받고 있죠. 그 책임은 철도공사가 져야죠. 서비스요금을 돌려주던가 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딴: 탑승 거부당했던 사복투쟁 때 몇 명이나 참여하셨어요?

강: 전원이요.

딴: 옛날 6,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쟁의를 되돌아봐도 그런데,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노동조합의 응집력이라는 게 장난 아니게 크더라는 거죠. KTX 같은 경우에도 그런 여성성이 많이 느껴져요, 사실은.

강: 이러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희 연대해주시는 분들 중에. 여기 비정규직이고, 외주에 여성노동자들도 한다구, 왜 우리는 못 나서냐구. 한편으로는 굉장히 기분 좋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저희를 무시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저희를 약하게 본 거잖아요. 저희 승무원들에게 '여'자가 붙잖아요. 한편으로 많이 장점이죠. 다른 파업장을 그렇게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정적이고 금방 안정이 되요. 해서 자기만의 취미활동--십자수나 코바늘뜨기도 하고, 토익 공부도 하는 등 못한 공부도 하기 때문에..

딴: 이러다 여기 정드시겠어요.

강: 하하하.. 한달에 한번 애들을 보냈는데, 집에 갔다가 연락을 해서 서로 만난대요. 24시간을 붙어있으니까.. 식구들이 그러잖아요. 안 좋은 점도 보이고 하면서 정도 들고. 동지한테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아요.

KTX 애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저희가 막무가내 때 쓰는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비난을 하잖아요, 항공사노조들이 연봉 8천 이상 받으면서 왜 그렇게 연봉 많이 받으면서 파업을 하느냐.. 그런데 너무나 작은 영세업체들은 파업을 해봤자 언론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픈 거예요, 파업을 해보니까.

저희가 그랬어요. 우리는 8천도 아니고 2천도 안되는데 왜 나왔을까.. 여자, 여자.. 여자라서 그런다고.. (웃음)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사회는 아이러니한 게 많아요. 만약 남성 동지들이 이렇게 파업을 했으면 알려진 곳이 얼마나 될까. 지금 KTX 승무원들이 파업하는 것은 전국민이 아실 거예요. 물론 아직도 해? 이러시겠지만.. (웃음)

딴: 철도공사의 승무원들은 모두 여자들인가요?

강: 철도 새마을 승무원들 중에서 3명의 남자 승무원이 있는데, 승무원 업무보다는 차장의 개념이 더 강한 거 같아요. 검표나 방송, 영접이라든지 위주로..

딴: 그럼 그 세 분을 빼고는 모두가 여성인 거네요.
강: 예.

딴: 왜 그럴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봤을 때는, 새마을 승무원 여성 뽑았을 때 굉장히 고용하기 편했을 겁니다. 계약직 해서 편했으니까 외주 주면 더 편하겠구나.. 더 말을 못하겠구나 뽑아놨습니다. 그래서 여성들로만 구성됐고, 나이제한 분명히 있었구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만 26살 넘어가면 안됐고, 경력자에 한해 서른 몇 살까지 뽑았는데, 저희 지부장님이 뽑히신 거구요.

그니까 나이 어린 애 뽑아놓으면 분명히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희는 이미 공부했어요. (웃음) 배웠습니다. 그래서 너무 똑똑한 애들 뽑아놨다구.. 그 말을 하는 거예요. 철도공사는 여성을 너무 쉽게 본 거죠. 여성을 쉽게 보고 비정규직 만들면 얘네는 찍 소리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딴: 1명의 승무장과 3명의 승무원들로 들어간다고 알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는 어떻나요.

강: JR, 신간센이요. 거기도 승무원은 외주예요. 각자 다른 홈에서, 열차 안에서 만나요. 팀장님하고 브리핑 안 하구요. 반면 저희는 승무사무소가 한 건물의 왼쪽 오른쪽에 있지만, 미팅룸에서 브리핑을 합니다. 팀장님하고. 오늘은 어떻게어떻게 일을 합시다. 오늘은 영접 누구누구 합니다. 특실 담당승무원 준비하십시오. 오늘도 '안전' 하고 갑시다. 몇 분 뒤에 보겠습니다. 지시하면 안되잖아요. 지시하세요.

딴: 지시하면 왜 안 되죠?

강: 그럼 불법 파견이 되잖아요. 외주위탁은 감독만 할 수 있고, 그 장소에서 업무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고용형태 중에는 '파견근로'와 '외주위탁'이 있다.

파견근로는 인력업체에 고용된 노동자가 인력업체와 계약맺은 사업장에 투입되는 경우를 말한다. 인력업체는 단지 인력 브로커리지만 할 뿐, 파견근로자의 업무지시 및 관리감독은 투입된 사업장이 맡는다. 즉, 인력업체에서 보내준 노동자를 데리고 내가 이것저것 시키고 또 못하면 가르쳐주고 하는 것이 파견근로라는 노동형태.

파견근로는 브로커가 낀 인간매매적 속성 탓에 법률에 의해 사용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동일한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해당 노동자는 파견사업장이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이것이 고용의제다).

외주위탁은 인력 도급(아웃소싱)제다. 특정한 일거리 전체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청)해, 위탁 업체가 고용한 직원들만으로 약정한 노동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산팀을 새로 구성하지 않고 외부업체에 전산업무를 몽땅 위탁하는 경우. 그래서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나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다. 이 모두가 하청업체의 몫.

KTX의 경우, 철도공사는 승무원사업을 철도유통에 외주위탁했다. 그렇다면 승무원들을 지휘관리하는 곳도 철도유통이어야 한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정직원인 승무팀장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지시감독받고 교육까지 받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철도유통은 승무업무와 하등 관련이 없고, 모든 업무적인 지휘지시는 철도공사 직원에게 받는데, 승무원임금의 30%는 철도유통이 가져가는 거다. 브로커가 낀 전형적인 파견근로다. 그런데 승무원은 파견근로가 허락되지 않는 노동분야이므로 불법파견근로가 된다.

딴: 불법파견근로가 아니라 합법적인 외주위탁이라면 업무지시와 관리를 할 인력도 철도유통 소속이어야 한다는 거죠?

강: 그렇죠. 근데 한 열차에서 (철도노조 정규직인) 팀장님하고 일하면, 지시 안 받고 일할 수가 없어요. 또 저희가 규정 같은 것은 실제적으로는 열차팀장님들한테 배웠어요. 배울 수 있는 루트가 (유통쪽에는) 없잖아요. 저희가 승무 끝나고 식당에서 팀장님들이 철도법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 게 시정조치라는 게 있는데요. 외주를 줬기 때문에 팀장에게 시정조치권한이 있는 건데, 그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어떻게 나왔냐면, 예를 들어 "이 사람은 방송을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하라고 했으나 제대로 못했음". 그 자리에서 다시 하라고 했다고 하잖아요. 열차 안에서 지시할 수 없는데 지시를 한 게 나온 거죠. 그냥 "방송 못했음" "교육 요망" 이라고 해야 하는데, 다시 하라고 했다는 지시가 기록된 거죠.

 그러는 사이 민세원 지부장이 돌아왔다.

딴: (민지부장에게) 잘 끝나셨나요?
민: 예. 우리 혜련이가 말씀 잘 드렸죠?

딴: 예, 그러셨어요.
민: (저희 생각은) 다 똑같아요.

딴: 57일 동안의 장기 파업투쟁을 이끌어오셨는데 아주 의례적인 멘트나 먼저 하나 날려주시죠. (웃음)

민: 아휴 그런 게 어딨어요.
딴: 그래도 한 말씀.

민: 조합원을 정말 잘 둔 거 같아요. 투지와 의지와 근성이.. 정당한 것을 놓고 절대 무릎 꿇지 않겠다는 근성과 끈기가 다들 대단해서 이 투쟁이 이길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다 이런 의지가 다들 강고하기 때문에.. 조합원을 잘 뒀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딴: 진짜 의례적이군요. (웃음)

민: 아니 정말. 며칠 전에 팔씨름대회, 체육대회를 했어요. 그 팔씨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사소한 거고, 너무 힘들면 대충 하다가 질 수도 있는 건데, 4분 5분 이렇게 끝까지 다 하더라구요. 그런 모습들에서 근성을 봤죠. 참 대단하다.. 괜히 여기까지 투쟁한 게 아니구나 생각을 했죠.

딴: 여성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상징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총리 임명 당시 국회 농성이나, 어머니들 농성장 방문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자 여성노동자의 싸움, 둘 중 어디에 좀더 가중치를 둘 수 있을까요.

민: 비정규직은 다 똑같죠. KTX 승무원 같은 경우엔 비정규직이면서 하청노동자라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데..

딴: 거기다 여성이기도 하구요.
민: 그렇죠. 그런데 비정규직이면 남성 여성 다 똑같은 것이고, 비정규직 내에서 성차별은 없는 것 같아요.

딴: 그렇게 보세요?

민: 예. 실제적으로 그런 거 같습니다. 더 보태지는 내용이 있을 뿐이죠. 여성들에게는 보건휴가니 출산휴가니 이런 것들, 남성들에게 없는 사항들이 더 생겨나는 것뿐이지..

딴: 오히려 혜택을 받는다구요?

민: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혜택을 못 받는 항목이 늘어나는 거죠. 보건휴가도 불법적으로 안 주고, 출산휴가도 법에 보장된 것밖에 안주니까. 저희는 승무원이기 때문에 법이 보장한 것만 가지고 안되거든요. 만삭을 하고도 KTX를 타야한다는 얘기니까. 정리하자면, 여성이기 때문에 더 불합리한 건수가 많이 생기는 건 있을 지라도 비정규직 내에서는 남녀 성차별은 없는 거 같아요.

딴: 57일 동안 파업농성을 하며 여성이라는 아이콘이 효과적인 수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여성성이란 코드를.

민: 오랜 파업을 하는데 여성이라서 득 본 것은 없구요.

딴: 효과적으로 밖으로 알리기 위한..

민: 그거는 이미 파업을 하기 이전에 저희가 KTX 여승무원으로 유명한 사람들이었어요. 사용자가, 공사가 KTX 여승무원으로 띄워나서, 이미 저희는 그 여성성으로 대두됐고 알려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저희가 원하지 않아도 저희의 파업투쟁이나 이런 것들이 주목을 받았죠.

이철 사장 자신이 직접 저희를 "비정규직의 꽃"으로 말했단 말이예요. 본인이. 이철 사장이. 저희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표현을 해주더라구요.

딴: 하하하하..

민: 그거는 저희가 원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럼 그렇게 만들어준 조건 내에서, 힘도 권력도 아무 것도 없는 저희가 이 부당함을 어떻게 깨야 하느냐 라고 했을 때,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이용해야겠죠. 근데 그거(국회농성과 한총리)는 우연의 일치였던 거 같아요. 민우회 출신의 여성 총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으며..

딴: 국회 사정하고는 관계없이 그냥 거기 가려고 했던 날이었나요?

민: 아, 토론회를 (국회 헌정기념관에) 잡았었구요. 저희가 민우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었고, 성명서나 의견서도 발표했습니다. 민우회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저희 주장에 힘을 실어주셨는데.. 총리가 민우회 회장 출신이고, 최초 여성 총리고 해서, 정말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관심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열우당과 총리실에 면담을 신청했는데 문전박대를 당했고. 그때 갔을 때는 절박했기 때문에 간 거예요. 절박하다 우리, 관심 가져달라 해서 간 거고.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고.

딴: 몇 시간 농성하신 건가요?
민: 24시간이죠.

딴: 그러다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민: 전 그 자리에 없었고..

딴: 아, 수배 중이셔서..
민: 거기 80명 정도 있었어요.

딴: 한명숙 총리가 임명되던 날 그런 충돌이 있었고..

민: 그건 저희도 사실 몰랐어요. 총리 임명과 매치시키지는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돼서.. 원래 국회에 발만 들이면 바로 연행이라고 하던데, 총리 본인이 임명 첫날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는지 하루 더 미루고 저희를 찬 대리석 바닥에서 밤새 떨게 하고.. 그 다음에 그래도 안 나가니까 연행을 한 거 같은데... 휴..

딴: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앞으로?

민: 여성총리라서 기대가 있다기 보다는, 저희의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총리로서, 또 여성단체의 수장이었던 사람으로서 양심을 가지고 최소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모른 척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딴: 민주노동당에 방문했을 때 한총리가 KTX 승무원 농성에 대해서 언급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민: 뭉뚱그린, 추상적인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알아보겠다 하는 정도의..
딴: 실망하셨나요?

민: 아니요. 그래도 예전에는 전혀 말도 없었고 알지도 못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발전한 거죠.

딴: 사실 대단한 거죠. 보통 스타노조의 쟁의만이 이슈가 되는데 총리가 야당에 인사 간 자리에서 이 얘기가 회자될 정도면 그 농성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아까 듣자하니 KTX 승무원 평균 연령이 26세라구요.

민: 아니에요, 27세 정도 될텐데? (웃음)

딴: 그런데 그 평균연령을 훨씬 넘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자기소개를 좀 해주시죠.

민: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제가 나이가 많고, 대한항공에서 5년 동안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고, 중간에 또 다른 직장 생활도 하다가 여기에 오게 됐죠. 항공사 경력으로 들어왔습니다.

딴: 입사경쟁률도 장난 아니었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여기 오시기 전과 현실이 굉장히 괴리가 컸을 것 같은데요. 그 심정은 일반조합원과 다르지 않을 것 같구요.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지.. 그 단상을 말씀해 주시죠.

연신 자신감 있고 다부진 어투로 답변하던 그녀가 잠시 침묵한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간의 회한이 밀려오는 듯 했다. 미안했다, 질문이.

민: 철도공사와 같이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 싶어서 배신감을 많이 느꼈구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치가 떨리고, 솔직히 분노를 금할 수가 없어요. 그 분노와 배신감 때문에라도..

KTX 승무원 운영이나 KTX 운영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숫자놀음에 원래 가지고 있는 비젼이나 가치와 존재가치, 어떤 중요도조차도 말살시켜 버리고, 인권마저도 묵살해 버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거죠. 그런 모든 것들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대학 졸업하고 처음에 꿈과 희망만을 가지고 시작했던 친구들이 1년만에 2년만에 좌절을 겪고 자부심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제대로 KTX 승무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거 같습니다. 공사는 정말.. 아직도 되먹지 않은 조직이지만.. (웃음)

공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KTX를 운영하는 곳이 공사고, 저희는 KTX 승무원이 되고 싶어 입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한 기본적인 조건이 공사 정규직이라는 거죠. KTX의 승무원으로서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면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업무수행도 하고, 일한 만큼 대가도 받고, 인간으로서 인정받으면서 최소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거죠.

딴: 일각의 질타들. 다들 철도유통하고 계약한 거 다 알고 있었으면서,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철도유통하고 이야기를 해야지, 왜 원청업체인 공사와의 계약을 요구하느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별개의 기업이잖아요, 일단은?

민: 별개의 기업이었다면, 공사로 보내달라는 얘기가 안나왔죠.

딴: 실질적인 것말고, 법리적으로는 그렇죠.

민: 저희가 법리적인 것을, 대학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는데.. 위탁이라는 거 자체를 알고 계셨는지 모르겠어요? 삼 사십대 오십대 분들도 위탁이라는 거 잘 모르시거든요? 위탁이라는 게, 자기가 겪기 전에는 잘 모르고. 재단법인 홍익회 소속으로 되어 있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무도 몰랐고, 명시했다는 것만으로 면피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명시한 것이지 저희가 인지한 건 아니에요. 명시하고 설명을 했어야죠.

저희가 홍익회 소속이어서 철도청하고는 무관하게 이런 식으로 근무하게 될 것을 알았으면 아무도 입사하지 않았을 거구요. 거기에 대해서 명시했으니까 모든 책임 없다는 것은 사용자의 논리인 거고. 그리고 1년 단위 계약직이라는 것도, 그럼 KTX 여승무원인 이상 죽을 때까지 계약직일 거다 알면서 입사한 사람은 없어요. 1년 이후에 인정받으면 정규직 될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한 거고, 그것을 뒷받침하게끔 이미 사용자가 설명도 하고, 주지도 시켜줬고, 언론에 보도도 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근무 했습니다.

일상 생활하는 일반국민들이 얼마나 법리적인 해석을 적용하며 사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건 말이 안되는 거죠. 실질적인 사용자를 생각하는 거지, 법리적인 사용자를 평소에 생각할 만한...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딴: 사측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이 싸움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민: 공사 정규직화가 목표구요.

딴: 직접계약도 말씀하시던데.

민: 위탁되어서도 안 된다는 거구,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어서도 안된다는 거죠. 그 둘 중에서 뭔가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먼저 더 중요한 부분이,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의 인권유린이나 임금착취가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거예요.

철도공사 방침에 의하면 모든 철도노동자를 위탁하겠다는 거고, 그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간에 위탁으로 인한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거니까, 위탁 방침을 철회하라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솔직히 뭐를 먼저 선택하라는 거는 맞지 않다고 봐요. 두 가지가 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딴: 직접계약과 정규직..

민: 예.

딴: 정규직이 가장 상위의 목표인 건가요?

민: 정규직이라고 하면 보통 임금보전이나 고용안정 보장이 되는 걸 말하는데요. 지금 정규직이라 표현되는 자리에는 그렇지 않은 정규직이 너무 많아요. 무늬만 정규직인 곳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 단어 하나로는 표현될 수 없구요. 공사 직소속의 정규직이 되어야만이 제대로 풀린 거라 보고..

자회사 정규직 운운하면서 무늬만 정규직인 것도 정규직인 것처럼 호도하곤 하는데, 그래서 일단 직고용이 더 중요하다라고 저희가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어쨌든 둘 중 하나만 선택하거나, 뭐가 먼저이거나를 얘기하는 거는 맞지 않다고 봐요.
 

4월 26일자로 57일 째인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농성. 동지며 연대란 말을 일상어처럼 쓰며, 처음 겪는 노동쟁의를 의연하고도 발랄하게 잘 꾸려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기인한 실행력이고 단결력이겠다만, 자매애가 있어 그녀들은 서로를 더 탄탄히 묶는 게 아닐까 하는 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꼭 밝혀야겠다. 공교롭게도 본 기자는, 마지막까지 대오를 지킨 건 여자 혹은 여자들이었던 경우를 더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아무튼 딸들은 육칠팔구십년대를 지나 현재까지도, 어디선가 계속 깨어나고 일어서는 일들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KTX 승무사업의 외주노동자들을 둘러싼 사태는 복잡다단하다. 승무노동의 범위를 두고 고객안전이냐 서비스냐 등으로 논쟁이 오가기도 하고, 또 이에 따라 승무노동자의 고용이 직접고용이어야 한다, 외주 줘도 괜찮다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게다가 철도유통이 포기한 사업권을 KTX 관광레저가 인수하면서, 다 망해가는 관광레저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쟁점의 핵심은, 철도공사와 철도유통, 그리고 KTX 승무원, 이 삼자 간의 관계 정의에 있다. 원청업체-하도급업체-하도급고용인이냐, 아니면 사업주-브로커-노동자냐 하는.

전자라면, KTX 승무원들이 땡깡을 부리는 거고, 후자라면 대한민국 공기업과 그 자회사가 불법행위를 한 거다. 승무원들은 후자가 맞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60여 일의 파업점거농성에 들어갔고, 그 결과, 7번의 해고통지를 받았으며, 3명이 수배, 12명이 피고소고발을 당했다.

누군가 제 밥그릇을 깰 때,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니가 배가 불렀구나. 그런데 밥그릇 깨지면 벌까지 받아야 하는데도 밥그릇을 깰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다. 해고와 각종 송사 및 관재수를 각오하고 파업까지 갈 때에는 그만한 이유와 당위가 있다. 대한민국이, 농땡이 부리려고 파업해도 될 만큼 졸라 살기 좋은 나라는, 유감스럽게도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미 그녀들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노동자다. 불법파견근로가 발각되면 파견근로자는 해당사업장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고용의제'에 따른 것이다(이 고용의제는 그러나 지난 2월 국회 환노위가 상정한 비정규직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고용의무로 바뀌게 된다. 고용의무는 직고용 간주가 아니라 직고용해야 한다의 의미로, 고용의제보다 낮은 수준의 규정이다).

여당에서 철도유통 정규직으로 중재하려던 게 씨알도 안 먹힌 것은 이 때문이다. 그녀들 입장에서는 불법파견근로이므로 일단 공사 직고용이 전제된 것이고, 이에 덧붙여 고용조건이 보다 안정된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는 거니까. 공사 정규직 전환은 입사 때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에서 누누히 강조한 바라 했다. 근로계약서엔 물론 없다.

아무튼지 이런 전차로 그녀들은 철도공사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다.

* * *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500만을 넘은 지 오래다. 전체 임노동자의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열 명 중 네 명이 비정규직이란 얘긴데, 그렇다고 나머지 여섯 명이 고용불안에서 자유롭냐면 또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귀하는 어디쯤 위치하시는가.

귀하의 밥그릇, 오늘만큼은 건재하신가.
 

 

- 시포
(shepoor@ddanzi.com)

고용의제 적용 못 받습니다.
잠자는공주 | 2006-04-29 오전 11:44:48
739회 조회 | 0점
승무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미 그녀들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노동자다. 불법파견근로가 발각되면 파견근로자는 해당사업장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고용의제'에 따른 것이다(이 고용의제는 그러나 지난 2월 국회 환노위가 상정한 비정규직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고용의무로 바뀌게 된다. 고용의무는 직고용 간주가 아니라 직고용해야 한다의 의미로, 고용의제보다 낮은 수준의 규정이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 오해가 발생합니다..
현행 파견법에서 고용의제가 적용되는 경우는 합법파견일 경우 뿐입니다.(26개 업종)
불법 파견일 경우, 노동부에서는 고용의제 적용을 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은 일관되게 고용의제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즉, 현행 법 하에서도 KTX여승무원의 경우, 불법파견이라면 법률적으로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불법파견의 종류>
1. 파견기간 위반
2. 파견대상 의무 위반
3. 무허가 파견
4. 절대금지업무 위반

보통 얘기하는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의 종류가 바로 저 위에 적어 놓은 겁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고용의제조항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의 확고한 의지가 지금과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개정법안 전체를 보면 그리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부분만큼은 법률적인 보호 조항을 첨가함으로써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법률적 보호를 시도했다고 할 수있습니다.
-> 1,2,3번일 경우 2년 경과시 고용의무 적용
-> 4번일 경우, 즉시 고용의무 적용(한나라당이 맘변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긴 했습니다만)
-> 고용의무 불이행시 과태료 부과(3천만 원 이하)

KTX여승무원들의 투쟁을 응원합니다만, 이왕이면,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런 부분은 좀더 정확하게 알아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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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비판 요강(Grund-risse der Kritik der konomie) ver 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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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비판 요강(Grund-risse der Kritik der konomie) ver 1.0518


요즘 Yale B.A/J.D인 Max Schanzenbach 선생에게 ‘거의’ 법경제학 강의를 듣고 있다(정확한 과목명은 Advanced Corporate Governance고급 기업 지배구조론?). 경제학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10년 전에 컨셉트만 잡아두고 채 정리하지 못했던 경제학 얘기를 풀어보도록 자꾸만 자극받는다. 생각난 김에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현재 몸뗑이만 타국으로 넘어와 주위에 아무 자료도 없기에 철저히 100% 기억에 근거해서 전개하도록 한다. 원래 전공도 경제학이 아닌 관계로 선무당이 사람잡는 식으로 될 수도 있지만 취지 중심으로 읽어주기를 바라며 이런 원초적 아이디어에 대해 더 뛰어난 분들이 발전시켜줬으면 하는 바램이다*1.


초라한 내용에 제목을 거창하게 잡았다. 경제학 비판 요강... 두둥!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Grund-risse der Kritik der politischen konomie)*2에서 함 따와봤다. 10년전 손호철 교수 수업 내용을 되살리자면,

Karl Marx가 자본론Das Kapital의 부제를 정치경제학 비판 Kritik der politischen konomie이라고 제목을 붙이고서도 정치 얘기는 안하고 디립따 경제 얘기만 파다가 끝나는 이유는 (물론 전체 6부작의 책이 완성되기 전에 Marx가 돌아가신 측면도 있겠지만) 이러한 경제 메카니즘을 가능케 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정치이자 국가이기 때문이란다. 자본주의 경제 작동 원리 분석을 통해 숨겨진 정치이자 (자본주의)국가 메카니즘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자본론의 과제란다(구조주의 대가 Altusser의 제자인 Etienne Balibar의 Reading Capital에서의 관점)*3.


본좌는 제목만 빌려왔을 뿐 글쓰는 취지는 다르다. 말그대로 경제학을 까는데 국한된 것이다Kritik der konomie. 요강Grund-risse이라 붙인 이유는 내용이 워낙 부실해서 그렇다. 거두절미하고 본좌의 궁극적 관심사부터 밝히겠다. 결론은 버킹검?^^


과연 걔네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꽃피는

완전경쟁 시장에서 '정상이윤'(기회비용에 준하는)이란 과연 무엇인가?

빈약하게나마 이제 슬슬 그 허구성을 까보자.

     graph1 수요-공급 곡선(두둥! 게나 고동이나)


이른바 주류경제학에서 수요-공급 곡선만 알면 도끄dog도 경제학을 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참 피상적이고 천박한 접근이 아닌가 싶다. 아래를 보라(맨 아래에서 각각의 그래프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graph2 처럼 수요가 늘어나면 거래량 및 가격이 같이 상승하지만 이에 graph3 처럼 공급도 같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 결과 graph4 처럼 수요 및 공급이 동시에 늘어 거래량은 증가하되 가격이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로 본좌의 1차적 관심사다(100% 기억에 의존해서 쓰고 있기에 본좌가 수요의 이동 및 수요곡선의 이동을 혼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세에 지장 읎다).

가격은 결코 우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른바 가격은 가치를 배리한다. graph4 처럼 꼭 수평선을 형성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곡선이 우상향하든 우하향하든 중장기적으로 가격은 경향성을 가질 수 있다(이하에서 논의의 편의를 위해 가치value가 바로 가격price으로 현시된다고 가정할 것이다. 사실 가치와 가격은 다르다).

     graph2수요곡선 이동        graph3공급곡선 이동       graph4결국 가격 그대로


 

실제로 이런 전제를 바로 완전경쟁 시장 가정에 적용한다. 아래의 graph5완전경쟁 시장 을 보라. 완전경쟁 시장에서 개별 기업의 공급곡선은 완전 탄력적인 수평선이라고 가정한다. 즉 수요가 늘어도 거래량만 늘뿐 가격은 가치대로 그대로이다. 이렇게 전제하는 이유는 공급자가 너무 많아 공급자는 단지 price taker에 불과하며 자본의 이동에 장벽이 없기에 수요자/소비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4 


     graph5 완전경쟁시장        graph6완전경쟁 단기        graph7완전경쟁 장기


정작 본좌의 관심사가 여기에 있는게 아니라는 것은 위에서 밝혔다. 완전경쟁 시장도 단기와 장기로 나눌 수 있는데 graph6단기 및 graph7장기 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상품의 동질성(무차별성)에 기인한 것인데 즉 graph6의 경우 한 천재가 발명/발견을 하여 시장에 그 공급자만 있는 경우를 염두에 두면 되겠다(이는 나중 단계인 독과점이랑 전혀 다르다). 가격Price이 비용Average Cost 보다 높아서 파란색으로 칠한 초과 이윤(가격과 비용AC사이)이 창출되고 있다(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이를 기업가 정신의 창조적 파괴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바로 요 시장에서 선발 기업이 짭짤하니까 너도 나도 그 시장에 진입하게 되고 요 상품 및 기술이 점점 범용화되기 이른다. 그래서 공급자가 많아지니 가격이 따운되어 graph7 처럼 초과이윤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른다(주류 경제학에서 graph6는 예외 상황이며 곧바로 graph7 상황으로 되는 것이 원칙이다). 노란색으로 칠한 부분이 이른바 매출이다. 그럼 이윤은? 본좌가 트집 잡으려는 부분이 바로 요부분인데... 이 경우 주류 경제학자들은 가격Price=비용Average Cost 되는 지점에서도 정상이윤이라는게 숨어있다고 가정한다. 정상이윤도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진입은 커녕 모두 퇴거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회계적 비용 및 기회 비용의 개념이 새로 막 뜨는데...... 개념 상실하는거다ㅠ.ㅠ 주류 경제학자들은 일반인들이 범접 못하게 온갖 현란한 그래프로 도배하고 승부하는데 막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완전 경쟁 그래프 상에서는 이윤이 도식화되지 못하고 말로써 표시된다. 즉 정상이윤은 신비화/이데올로기화된다.


이른바 ‘정치경제학’적으로 도식화할 경우

자본주의 이전 단계의 교환 과정은 C상품 - M화폐 - C'상품'이며 사용가치의 획득이 최종 목적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교환 과정은 M자본 - C상품 - M'자본'이다. 최초 자본 M에 비해 나중 M'이 +Δ만큼 증식되는 이유를 Marx는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 착취에서 찾았다. 즉 종합적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자본제적 생산과정

M자본------C상품------P생산(C+Δ)======C'상품======M'자본

                (유통과정)               (생산과정)               (유통과정)


반면 위의 주류 경제학의 경우는 이윤이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가격Price=비용Average Cost가 된 상황에서도 정상이윤이라는 것이 의례히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데(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유인으로써) 과연 어느 단계에서 증식되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유통과정에서 ‘유통 마진’을 덧붙여???


M자본------C상품------P생산(C)--------C상품======M'자본(C+Δ)

             (유통과정)                (생산과정)                  (유통과정)


본좌의 궁극적 관심사는 정상이윤의 발생처 및 그 크기로써 주류 경제학 식으로 기껏해야 유통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풀자니 이거 참 대략 난감하다. 3가지 측면에서 간단Grund-risse하게 비판Kritik하고자 한다.

1) 정상이윤(유통과정상)도 또한 완전경쟁에 의해 궁극적으로 ZERO로 수렴하게 된다(예컨대 graph7에서 AC->P가 되는 것처럼 급락해 박리다매 미만의 판매). 생산과정까지만 완전경쟁 균형요소분배를 가정하고 유통과정에서는 불평등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무한한 공급자인데 정상이윤을 마진으로 붙여줄 만큼 소비자가 호구냐? 유통업이 호구냐?(‘공공의적’의 사안수 마냥 그냥 직업? 유통업이요! 이 수준이냐?) 

2) 유통 매개인 화폐도 궁극적으로 상품이다. 우리가 쓰는 종이쪼가리 지폐도 은행가면 결국 그 액면만큼 금gold이라는 상품으로 바꿔줘야 정상인데 당 이론은 모든 생산요소가 제값받고 교환되는 반면 유일하게 금만 불균등 교환 호구 잡히는 것을 가정하는 셈이다(좌우간 정상이윤이 유통과정이든 생산과정이든 어디에서 붙든지간에 또한 그 분야 완전경쟁에 의해 궁극적으로 0으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자는 것이다)*5. 

3) 그래프 상에는 나타나지 않고 그냥 의례히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정상이윤 그 자체 본질에 대해서 주류 경제학에서는 은행 이자율의 기회비용을 든다고 했다. 즉 생산의 결과 그 정도의 정상이윤도 얻지 못하면 차라리 은행에 대여해 이자율 만큼의 기회비용이라도 얻으리라는......

이 또한 비과학적인 접근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고리대 형태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보다 먼저 출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현상에 매몰되면 곤란하다(과학하는 이유는 현상과 본질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과 속의 본질이 100% 일치한다면 과학할 필요 없다). 0에서부터 산업자본이 제시하는 적정 이윤율을 한계로 그 중간에서 금융자본의 적정 이자율이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맞다*6. 아무 기준도 없이 고리대업 비슷한 은행 이자율을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이는 또한 은행간 완전경쟁에서 차입 소비자를 비합리적 호구로 보는 것이다.*7


경제학 원론을 쭉 읽다가 보면 ‘완전경쟁 장기’ 단계에서 서로 평등하며 민주주의가 꽃피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지향해야 할 이상향으로 미화하고 있다(최소한 이 인간들도 독과점 체제가 반민주적이라는 것은 아는군). 그 이상향이 도달 가능한가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서 일단 도달한다 할지라도 과연 유통업 및 소비자가 개호구 취급 당하는 불균등 교환 체계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냐?(반면 위에서 든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graph6 같은 상황은 안보이고 graph7 같은 상황만 연출되어 기업가 정신이 죽었다느니 하면서 한탄을 한다. IMF 금융 위기 상황에서 DJ 정부의 현안 중에 ‘한계기업’ 퇴출이 있었는데 본좌가 그 경제학적 용어를 이해하기로는 ‘한계에 봉착해서 정리해야 할 기업’ 이따위 너절리스틱journalistic한 표현이 아니라 P=MR=AR=MC=AC의 지향해야 할 이상향 민주사회의 기업이라고 이해했다).


이러한 균형론except소비자,유통업 에 기초해 심화시킨 각종 요소시장 균형론 및 IS-LM->AD, AS곡선은 절대로 맞을 수가 없다.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옆집에서 Milton Fridman이라는 수괴 이후로 노벨 경제학상 참 많이 타고 경제학책 많이 팔아먹었을텐데 살아계시면 멱살잡고 ‘정상이윤’의 이데올로기적 허구성부터 막 따지고 싶은 생각이다. 말그대로 MUx=MUy 어쩌구 저쩌구하는 한계효용학파 이론은 ‘한계기업’으로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학 원론은 다시 쓰여야 한다*5. 



일단락하고 흥분을 가라 앉히면서 균형 이론에 대해 더 언급해보고자 한다. Leon Wallas 이래로 경제학적 균형론의 전통은 유구하다. John Bates Clark, 파시스트 경제학자 Vilfredo Pareto 최적까지...... 경영학적으로는 미국의 H. Simon인가 Chester Barnard인가 하는 경영학의 대가 또라이도 균형론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그 이론에 의하면, 인간들의 의도적 협동체인 조직에서 조직으로 유입되는 조직원들의 기여와 그들의 자발적 기여를 유발하기 위한 유인(incentives)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조직의 균형(equilibrium)이다(기여=유인). 더 나아가 이 치는 기여≤유인 되어야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보고 있다.

 

 

조직으로 유입되는 조직원의 기여≤조직원들의 기여를 유발하기 위한 조직의 유인


유혈적Taylorism/신식민지Fordism 하의 코리아 시스템에서 개소리다 하고 당시에 들었을 때는 그냥 넘어갔다, 10년전에......  경제학 전공인 Max Schanzenbach 선생의 균형론을 들으며 미국에서 얼마나 뿌리깊은 전통인지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Jensen과 Meckling라는 사람들이 있는데(경제학자인지 법학자인지 원) 전부다 대리 이론agency theory으로 풀어가고 있다. 일단 법률행위상 대리라고 함은 타인agency이 본인principle을 위하여(본인의 명의로) 법률행위를 하고 그 법률효과가 직접 본인principle에게 귀속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하는게 아니라 ‘본인을 위하여’ 하는 것이므로 대리인의 의사결정 상의 자율성이 있다(본인의 의사결정을 단순히 전하는 것에 불과하면 이는 사자라고 한다*8). Jensen과 Meckling은 사람들의 일정 목적의 조직을 형성하는 이유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본인이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Jensen과 Meckling는 기회주의를 전제하는데 이 개념은 대리인이 본인에게 선임되려고 처음에는 알랑거리다가 일단 관계를 형성하는 순간 그 다음부터 대리인은 농땡이 피우며 배째라 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본인의 입장에서 대리인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적인 monitoring cost가 드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대리인 입장에서 대리인은 MC대리인의 기여=조직 본인의 유인MR 시점까지만 딱 성과를 수행 통제한다. 더 나아가 대리인은 부수입perks의 형태로 유무형의 보상을 챙겨서 결과적으로 기여MC≤MR유인 상태에 이른다(여기서 perks란 회사돈으로 워크샵가서 회사 콘도에서 고기 궈먹고 골프치고 룸쌀롱가고 그런거 말하는데, 제시되지는 않지만 챙기는 보상이라고 평가된다compensation taken but not given). 위에서 먼저 언급한 Chester I. Barnard의 경영학 이론과 법경제학 이론이 서로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회사법 영역에서 논의되는 Jensen과 Meckling의 대리 이론은 주주(본인)와 이사회(대리인)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지만 Barnard의 조직론에 가서는 임원/이사의 위임 관계를 넘어서 일반 직원 월급쟁이들의 고용 관계로까지 일반화 확대 적용한다. 


이런 식의 미국식 미시적 접근은 참 난감하다. 1) 일단 위에서 MR=MC 이론의 문제점은 논한 바 있으며 2) 게다가 실용주의적 미국식 전통이라고 생각되지만 구조와 개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진화론적 유기체론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갈등론과 비교하면 유기체적 구조도 질적으로 특화된 것이라기보다, 목적을 매개로 한 개체의 조화롭고도 일사불란한 량적 연장에 불과하다). 야근도 불사할 수 밖에 없는 쥐꼬리 소모품 월급쟁이 노동의 구조적 수직적 종속성은 20세기 이후 주지의 상황인데 어디 18세기 형식적으로 동등한 사인 간의 사적 자치, 계약 자유 대리이론을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무슨 서부 개척 시대 동등한 벌거숭이 인간들이 다이다이 맞짱뜨는건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게 아니야! 비단 종속 노동의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율성이 인정되는 임원/이사 대리 관계에 있어서도 질적인 구조 문제는 고려되어야 한다( 구조 > ∑개체들 ). 오늘날에 구시대 대리 이론을 막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시간이 멈춰 버린 것인지... 먹구 살만하니까 그러는건지... 아! 기회의 나라, 미국*9). 3) perk도 보면 결국 회사가 다 필요하니까 두는 것이지(단기적으로 임직원 사기를 올려 중장기적으로 더 큰 return을 꾀하려는) 그까이꺼 몇푼이나 되며 또 그에 대해 얼마나 개인적 만족이 크다고 과대 포장하는지 모르겠다. 이론 참 furck이다(회사내 경비/판관비 비율에서 일반적으로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에서 말이다. 분명한건 미국인들의 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중요한 것은 후자인 개인적 만족 크기가 관건일텐데 기수적cardinal 또는 서수적ordinal으로 무슨 한계 효용 분석 실증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 잘난 그래프로 말이다).


좌우간 세월이 좋아져 이너넷 시대에서 그동안 10년동안 못한 정리를 철저히 100% 기억에 의존해 하였다. 비록 너저분하게 그린 그래프지만 스캔해서 붙이기까지 했다. 맨아래 각주라고 붙였다. 원래가 본좌의 글의 참맛은 각주에 있다. 여기까지 읽으신 김에 아래 각주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 1996-2006 Bad English YSJung™



*1: 내가 비록 Max Schanzenbach 선생처럼 비법학을 먼저 전공하고 나중에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미국 법대에서 일반화된 학제간 연구는 이방인이 보기에 참 부러운 점이 많다. 이 사람들은 여러 각도에서 항상 ‘왜’의 reasoning을 찾지 우리 나라처럼 이미 정해놓은 법을 암기하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법학은 실정법 해석/암기에 너무 치우쳐 법철학 등의 근본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상력과 응용력이 개발될 수 없다(예컨대 헌법에서 3명의 인사청문회를 하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정치권력이 오히려 투명한 정당성 부여하겠다며 5명으로 인사청문회 확대하겠다고 한다 쳐보자. 만약 3명 인사청문회 하라는데 대해 2명만 인사청문회하고 그냥 지나가려 하면 이는 위헌이다. 그러나 5명 하겠다고 하면 이는 위헌 아니다. 암기 교육 체제하 인간들은 3명 하라고 적혀있는대로 하면 되지 여기서 벗어나면 2명이든 5명이든 다 위헌이라며 자구 및 단어에 얽매어 한치의 융통성, 응용력, 상상력, 창의성없는 경직된 또라이 소리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논리를 ‘선거법 개정해 준다면 대연정하겠다’라는 선언에 대입하고 싶다. 달을 보랬더니 손가락 끝 빨고 있다는 그 얘기 말이다-손가락 및 달의 논쟁은 이소룡의 73년작 용쟁호투에서도 볼 수 있다). 철학적 근본 알맹이는 커녕 모법인, 즉 국가질서법 바로 헌법에 대해 기본적 고민/성찰도 없는 대한민국의 실정법 위주 고시생 접근에 대해 본좌는 법대 학부LL.B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믿는데 너무 과격할까?! 실상 대학원 위주의 로스쿨 시스템은 미국에서만 예외적으로 유일하고 그 외 다른 나라에서는 법학도 학부제로 운영되는데 말이다.


*2: 무슨 정치 얘기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politischen konomie가 통상 정치경제학으로 번역된다. 사실 Marx가 politischen konomie를 창시한 사람은 아니다. Adam Smith의 국부론 원문을 봐도 Political Economy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며 David Ricardo의 대표 저서는 제목이 아예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이다(10년전 본좌가 읽은 번역서의 제목은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였다by정윤형). 그 당시에는 다 그렇게 Political Economy라고 쓴 것 같다(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다 노동가치론자들이었다). 이에 대한 보다 적절한 번역으로, 본좌는 ‘정치’경제학이 아닌 ‘정책’경제학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여기서 ‘정책’의 의미는 국가가 적정 개입해서 세금을 걷는 부분에 관한 것이다. 독립적 의미의 ‘경제학’의 분화는 Jevons, Menger, Wallas같은 한계효용학파 학자들 등장 이후인데(예컨대 Adam Smith 시대에서 경제학은 윤리학 일종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그 이후 ‘경제학’과 대비해 Political Economy를 ‘비주류 경제학’ 이런 의미의 뉴앙스를 담아 부를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비주류 경제학을 천시하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들이 금과옥조로 입에 달고 다니는 Adam Smith, David Ricardo도 전부 비주류 경제학자들이게??? 다만 단절적인 한계효용학파와 대비해서, 위 두사람의 최종 계승 적자는 분명 Karl Marx 노동가치론이라고 믿는다. 또한 Political Economy를 정치경제학으로 번역한 이유는 역사적으로 우리보다 먼저 개방한 일본넘들이 그렇게 붙여서 그냥 따라하는 것 같은데 영 아닌 것 같다(일찌기 일본넘들은 anarchism을 무정부주의로 번역했다. anarchy는 분명 무정부/무질서 상태가 맞다. 그러나 anarchism은 부정적 의미의 무정부주의가 아닌 긍정적인 ‘자율주의’로 번역해야 맞다고 믿는다).

 

*3: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 정치는 자본주의 경제 속에 들어와 앉아있다. 여태껏 모든 사회구성체 경제양식 안에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시대 정치가 들어와 앉아있다. 초딩들은 정치와 경제가 서로 분리된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상대적 자율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치 상부구조는 경제 토대와 조응한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정치는 모르겠는데 경제는 어떻고 하면서 서로 분리해서 말하는 것을 들으면 기가 찬다. 정치는 때려치우고 뒷전에 물러나고 경제에 매진하자는 바로 경제 제일주의 말이다. 본인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경제 제일주의가 순수하게 경제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자체가 바로 정치라는 것을 모르는 무식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발리바르 접근대로 국가 정치권력의 개입을 줄이라는 정언 자체가 경제적이자 정치적인 멘트이다. 공무원 수 줄여라, 공무원 수입 줄여라, 공무원 규모 줄여라, 세금 줄여라 이런 멘트들은 전부 정치적인 멘트이다. 결코 순수 경제적인 멘트 아니다. (현대에서는 타인에게 정치 및 종교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문명인들의 에치켓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불특정 다수 앞에서 야만적으로 경제 제일주의라는 정치 멘트를 함부로 날릴 수가 있는지...). 또한 초딩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18세기 야경국가에 대해 무슨 정치/국가는 전혀 안보이고 경제 사적 주체 양자 예컨대 노동-자본이 매사를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단지 총자본으로서의 정책에 관한 것이다(본격 국독자는 미국 대공황-뉴딜 이후). 개별 자본 사이에서 정책적으로 조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곧바로 말 뚜그덕 뚜그덕 타고 와서 피도 눈물도 없이 악랄하게 진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야경국가는 노골적으로 벌거숭이 친자본이었다. 바로 육안으로 보더라도 식별가능한 노골적인 반노동 정치였다.


*4: 완전경쟁의 지표는 4가지이다. 1)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소비자 존재 2) 상품은 모두 동질적(무차별)이며 하나의 상품에는 하나의 가격만이 존재=일물일가의 원칙 3) 기업은 가격순응자(price taker) 4) 진입장벽 없음(기업의 진입/퇴출 자유)


*5: 물론 71년 미국의 금 태환 정지 선언으로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는 붕괴되었으며 78년부터 금 본위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킹스턴 체제Kingstern가 설립되었다. 여기서 본좌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화폐라는 상품의 가치 기준에 관한 것이다.


*6: 기억이 가물가물한게 0에서 제산업 평균 이윤율 사이에서 임의적으로 결정되는게 이윤율이었나? 주가였나? 당연히 이윤율이리라 믿는다. 주가는 거품을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품이니까...

얘기 나온 김에 주식에 대해 얘기를 덧붙여보자면,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읽어본 것 같다. 살아 생전 Marx도 주식회사 제도에 대해 자본주의 최고 발명품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소유 구조에 진보적으로 물타기하는거니까... 그것도 결국 있는 사람들 얘기고 그 얘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본좌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식 투자 및 주식 투기에 관한 것이다. 현행 주식 투자 붐에 대해서 투자할 곳은 없고 부동산은 묶어 놓아 돈 갈 곳이 없어서 주식 시장에 돈이 몰린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르는 소리한다 싶다.

재무 관리 원론만 들어봐도 알 수 있지만 주식 보유의 바람직한 목적은 연말에 배당금 타먹는거다. 기업 가치대로 매수해 연말에 기대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런게 정통 주식투자인데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배당도 잘 안해주고 그러니까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게 되는거다(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져 연말 배당 3% 이상 쳐주는데 현행 이자율보다는 높다). 단기 매매차익을 노린 온갖 잔머리 플레이는 부동산 투기같은 투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러한 주식 투기 자체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사실 기발행되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사고 파는 행위는 증권사 및 주식거래자의 배만 불려줄 뿐 현상적으로는 당해 발행 기업에게 아무런 직접적 이익도 가져다 주지 않는게 맞다. 그러나 이를 전부라고 보면 너무도 근시안적 시각이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주가가 오르면 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더구나 IMF 위기 이후 기업들이 차입금 부채 비율을 낮추는 요즘 경영 추세를 감안하면 이는 규정적이다). 인과 관계까지는 아닐지라도 상관 관계 정도로는 볼 수 있는데 실제 현실에서 유상 증자는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자금 조달 추세에 따라 설비투자 추세도 큰 폭으로 개선되는게 현실인데 물론 환율 문제로 자본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는 있지만 수입이든 내수든 그 자체로써 고용 창출이나 성장 잠재력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원칙이다(솔직히 대한민국의 자본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고로 주식 투자는 고정된 가치에서 가격만 올려놓는 부동산 투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생산적이다

(이하의 그래프 중 graph9는 토지의 공급이 제한된 관계로 부동산 수요 증가가 어떻게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지를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됨. 사실 부동산/토지는 공급 고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자본주의 상품이 아님. 즉 수요 증가시 사회 후생 증가없이 가격만 상승함. 보수 경제학의 거두인 시카고대 Milton Friedman 같은 대표적 반세금론자들도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인정. 전세계에서 부동산 부문에도 시장 원리 100% 적용해야한다고 하는 무리들은 대한민국 초딩들밖에 없음. 무식한 꼴통초딩덜...

부동산에 관한 꼴통초딩들의 무식에 대해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90년대 초반 일본의 10년 불황은 철의 3각형 즉 일본국회 건설상임위-건설성 기술관료-건설 업자 에 의해 형성된 부동산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발생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일본은 20-30년이 지나도 이 불황에서 못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우리나라 무식한 초딩들 중에 한국의 경기 불황을 부동산/건설 시장 활성화를 통해 풀자는 일각의 무리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본좌에게는 일본식 버블을 만들어 경기 문제를 풀자는 것으로 들리는데 어떻게 결과가 해결 원인이 될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하기사 결국에는 이 공동체가 무너지든 뭐하든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꼴통들).

                    graph8주식시장                                    graph9부동산


설비투자 추세도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선순환 고리가 끊어져 내수 진작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것은 유감이다. 수출만 잘돼서 소수 재벌만 배불리는 것 같은데 박정희때 60-70년대 수출지상주의 시대를 보는 것 같다(수출기업만 특혜받는-실제로 특혜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내수 침체에 있어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하다. 비정규직들은 보수 받아도 소비할게 없다. 경쟁원리의 소산이겠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내 기업만 비정규직 쓰고 출하된 제품은 정규직 소비자들이 다 팔아주는게 제일 좋다. 그런 ‘나 하나쯤이면’ 하는 경쟁원리상 당연한 생각으로 모든 기업이 모두 비정규직을 쓰고 모든 소비자들이 비정규직이니 소비가 될 턱이 없다(대한민국에서의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초과해 OECD 최고 유연화 수준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현행 근로기준법을 완전히 사문화,형해화시키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이에 대한 규제는 결국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는데 대한민국 국가는 이에 대한 아무런 의지가 없는 듯 하다. 개별 기업에게는 경쟁 원리상 바랄 수가 없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최초로 산업별 사용자 단체가 뜬다고 하는데 산별 교섭은 산별 노조를 제대로 정착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별 사각 지역의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데 아주 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여지껏 기업별 bargaing 시스템 하에서 재벌 기업들은 사용자 단체 결성을 회피하며 양수겸장의 꽃노리패를 잘 행사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정규직 노조 탄압 및 비정규직 차별 측면에서. 조속히 산별 사용자 단체 결성 및 산별 교섭 체제가 정착하여 두가지 문제 모두 합리화되기를 바란다(그럴 경우 산별 노조의 관료제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겠지만).


위에서 ‘나 하나쯤이면’하는 악화 일로의 개별 자본간 경쟁 상황에 대한 국가적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들고나니 자본론에 있다는 사례가 떠오른다(이 역시 손호철 선생이 수업 도중 소개한 내용으로 본좌는 방대한 볼륨 원문을 읽지는 못했다). 일단의 영국 자본가들이 국가에 몰려와 탄원을 한다. 제발 노동 시간 규제 법을 만들어 달라고. 몰려 온 것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바로 자본가들이다. 그 이유인 즉슨 개별 자본이 자비로움을 발휘해 내 기업, 내 회사 종업원들 인간적으로 다루고 야근 안시키고 일찍 퇴근시켜 보내면 그런 경쟁 상황에서 내 기업만 바로 도태된다는 것이다. 현 경쟁 시스템에서는 나만 인도적 대우했다가 내 회사만 도산하는 것이 명약관화하기에 모든 기업 전체를 일괄적으로 규율해달라는 탄원이다. 획일적인 노동 시간 규제법 만들어......  구조 속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매몰되는 실존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케이스이다.


*7: 역사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과학적 방법론으로 재구성해 본질을 캐는 것 또한 Marx의 방법론이 맞다. Marx는 자본주의 최소 단위로 상품을 분석한 후 추상에서 구체(사회, 나중에는 독과점까지도)로 상승escalate하는 발표presentation 방법론을 펴고 있는데 사실 이는 이미 중세 때 Roger Bacon이 제시한 방법론이란다(구체에서 추상으로 하강하는 탐구inquiry의 방법론 병용).

그냥 지나가면 되지 요즘같은 시대에 철지난 분석이 무슨 현실 적실성이 있느냐 싶은 분도 있겠다. 바야흐로 우체국 근대화post modernism 시대를 맞이하여 소비자가 물건 사려고 쭉 줄서 있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는 끝났단다. 이제 기업이 고객의 입맛에 맞춰 고객을 찾아다니는 차별화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란다. 개인적으로 독점적 경쟁시장 개념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조건은 1)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소비자 존재, 2) 상품 차별화, 3) 따라서 기업의 가격 설정 가능성(price setter), 4) 진입장벽 없음(기업의 진입 퇴출 자유)으로 완전 경쟁 시장 조건에 부분적으로 수정을 가하고 있는데 요식업등 서비스업이나 책, 음반 같은 문화재 시장을 생각하면 되겠다(완전경쟁시장 개념을 대체하려는 유효시장 개념이라는게 있는데 독점적 경쟁시장 개념과 유사한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그 지표가 뭐였던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무한경쟁이라는 너절리스틱한 개념이 있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운운하는 global 뭐시기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런 개념 자체도 결국 완전경쟁 분석 base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또한 발표의 방법이다. 완전 독과점같은 것은 단지 공급점만 있어 공급 곡선도 그릴 수 없는데 그런 결과도 완전경쟁에서 독과점/독점적 경쟁시장으로 상승하는 발표의 방법론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base인 완전경쟁에 대한 한계효용학파의 nonsense 균형론은 여전히 허당이다. 균형론은 단연코 폐기되어야 하며 독점적 경쟁시장이라는 개념은 있으되 그래프 내용은 새로 채워져야 한다. 또한 독점적 경쟁시장에 대한 분석도 자본의 집적/집중에 대한 기존 분석은 병행되어야 한다.


*8: 사자와 대리인의 구분은 정치-사회학적으로도 의미가 큰데 직접 민주주의 및 간접 민주주의의 철학적 근원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여타 현대 국가들처럼 간접 대의제 민주주의를 주로 하고 있다.

 

먼저 민주주의 자체의 역사에 대해 최장집 교수 및 손호철 교수 말씀을 빌어 간략히 정리하자면

18세기 절대 왕정에서 벗어나 싹틔우는 근대 자본주의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는 다름아닌 왕으로부터의 자유주의였다. 근대 자유주의는 인간의 형식적 평등, 독립성에 기초한 (소수의)신흥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로 그 최대 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적 평등을 요구하며 등장한 프롤레타리아트의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였다(다수결에 의해 절대화되는!!!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자유주의 세력의 두려움은 J S Mill의 글이나 Alexis de Tocqueville의 글, 하다못해 미국 건국헌법에도 잘 드러난다). 자유주의의 민주주의에 대한 지난한 탄압의 역사는 결국 현대 자유/민주주의로 융합/귀결되었는데 그 실체는 대의 민주주의이다(착각하지 말아야할 것이 게나 고동이나 입에 거는 대의 민주주의는 무슨 '큰' 민주주의 이런게 아니다. 단지 대표자 민주주의이다. 민중에 대한 불신에 근거한).

민!주!주!의!!! 민demos이 주cratia가 된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자유민주주의가 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유권자가 하루만 대표/대리인을 선출하고 나머지 4-5년은 헤게모니를 쥔 그 엘리트에 의해 통제/지배받는 바로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인데 이 또한 근대 대리agency 이론의 산물이다.


대표/대리인은 추상적인 나씨옹nation국민 본인에 대해 임기 기간내 정치적 책임만 진다. 그 정치적 책임이란 정책 실패에 대한 차기 선거 단죄이며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 바로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의 요체이다(이는 본좌에게 마치, 사법부는 경영에 대해 판단하지 않겠다는 Business Judgment Rule이 적용되는 주의의무duty of care를 직접 연상케 한다. 물론 미국 회사법상 신인의무fiduciary duty의 또 한축으로써, 비위등 법위반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충실의무duty of loyalty도 동일하다). 그 잘난 군림하는 엘리트, 즉 대리인의 자율성은 인정된다(그렇게 잘난 대리인 자리를 그냥 세습으로 물려주면 됐지 무지몽매한 백성 본인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내주는 논리적 일관성은 뭘까?!). 그러한 엘리트 자율성 인정의 전제는 결국 민중 지배에 대한 불신, 민중에 대한 불신이며 이런 식의 통치자 엘리트/피치자 민중 분리의 접근은 미국 헌법에 잘 구현되어 있다(더 나아가 최장집 교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미국의 헌법에 근거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헌법에도 불구하고 작동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정치 철학적인 측면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경우 우원은 대리인이 아니라 바로 사자이다. 사자는 아무런 자율성없는 심부름꾼을 말하며 뾔쁠people인민인 유권자 본인이 맘에 안들면 원하면 언제든 법적/제도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달랑달랑한 위치에 있다. 소비에트 헌법 상에 구현된 민주주의가 대표적이다

(H.B. Mayo를 비롯한 미국 학자들의 영향으로 초딩들은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로 잘못알고 있다. 오호 통재! 과학적으로 정리하자. 시장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공산주의가 선다면 정치체제는 각각 간접 민주주의 vs 직접 민주주의, 그리고 부르조아 독재 vs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이다. 맨 마지막 독재론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가 노예에 대한 독재에 기반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라).


위에서 든 직접 민주주의 폐해를 이유로(예컨대 다수의 소수에 대한 전횡)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는 대부분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한다(히틀러 지랄 이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도 그나마 좀 있던 직접 민주주의 기제 아예 없애버리고 더 소극적인 본 기본법으로 바꿔버렸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를 주로 한다고 할지라도 직접 민주주의 기제를 가미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국민선출plus)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이다. 솔직히 위 3가지 기제가 모두 완벽하게 헌법화되어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면 명실상부하게 직접 민주주의라고 부를만하다. 국민이 뽑을 뿐만 아니라 끌어내릴 수 있고 대리인이 있는 와중에도 인민이 직접 법안을 제출할 수도 있고 투표도 할 수 있다면 그렇다.

이 세가지 기제가 얼마나 제도화하느냐 문제를 가지고 현대 시대는 인구도 많고 국토도 방대해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넌센스이다.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단 철학적 문제이며(추상적인 나씨옹nation국민 vs 구체적인 뾔쁠people인민) 또한 엘리트 정치인들이 유권자 국민을 얼마나 신뢰하고 제도적으로 문을 열어주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며(솔직히 그럴수록 자기들한테는 손해임) 또한 현대는 전자 민주주의 등등으로 기술적인 문제도 거의 없다(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정치적 무관심으로 형해화되는 것은 또다른 별개의 심각한 문제다).


*9: 이런 미국식 접근은 전세계 국가 중에서도 독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이러한 형식적 평등을 전제한 접근에 대해 본좌가 생각하는 발생 연유로는 1) 땅넓고 자원이 많은 관계로 미국은 영원한 자영업자의 나라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의 나라이다. 2) 새로 세운 나라인 관계로 유럽식의 전통적 계급 구조로부터 자유롭다. 미국은 자신들이 직접 선출하는 왕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군주가 없으며 전근대적 봉건관계도 없다. 3) 50년대 매카시즘 열풍 이후로 좌익의 씨를 말려버려 실질적 불평등에 대해 문제 제기할 주체가 없다. 기타 영-미 특유의 실용주의적 사고(utilitarian)도 들 수 있겠다. 기초적인 state vs nation/country 구별 개념도 없다(구조주의는 대륙의 블란서가 강국이다. 학교, 언론, 교회, 제도화된 노조까지도 착취 도구인 국가의 일부(ISA)이다. 반면 영국인들은 널널하다. Fabianist들은 어떻게 하면 학교, 언론, 교회를 아래로부터 인적으로 장악해 최상층 국가의 성격을 점진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참고로 Alan Parker 감독의 걸작 Wall 영화에서 오히려 영국 밴드 Pink Floyd(더 정확히는 bassist Roger Waters)가 학교를 학생들 고기 갈아버리는 곳으로 묘사하는 부분은 참 아이러니하다).

ⓒ 1996-2006 Bad English YSJung™


 

     graph1 수요-공급 곡선(두둥! 게나 고동이나)


 

    


 

     graph2수요곡선 이동     graph3공급곡선 이동   graph4결국 가격 그대로

 

 

 


 

     graph5 완전경쟁시장     graph6완전경쟁 단기     graph7완전경쟁 장기

 

            graph8주식시장                             graph9부동산

 

 

 

 

 

 

 

정ㅇ석 2006.05.13 05:16 0

이게 뭔데여? 저, 요런거 잘 몰라여....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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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로드맵 ‘뜨거운 감자’

노사관계 로드맵 ‘뜨거운 감자’
비정규직법과 맞물려 노사정 충돌 불가피
연합
정부가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본격 추진키로 함에 따라 노사관계 로드맵이 올해 하반기 노동계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비정규직법 처리 이후 로드맵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비정규직법이 여야의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계속 표류하자 비정규직법 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로드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로드맵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로드맵을 입법화하기 까지 진통이 불가피하다.

또 1년6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이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로드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간, 노정간 파열음이 터져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 정부 "로드맵 더이상 미룰 수 없다" = 정부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제 등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로드맵 입법화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제정과 새로운 제도에 대한 홍보 등의 후속 과정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시작해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6월까지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33개 로드맵 과제를 집중 논의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시도키로 했다.

정부가 로드맵 입법화를 서두르는 이면에는 국내 노동법 개정을 압박하는 국제 노동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93년 이후 모두 13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노동관계법 개선을 권고했고, 4월말에는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면담에서 직권중재와 긴급조정 등 국내 노동현안에 대해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작년 6월 이사회에서 내년 봄 또는 그 이전에 노동법 개정 사실을 보고토록 했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국내 노사관계 경쟁력이 최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등 불안한 노사 관계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점도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 로드맵 주요 내용과 노사정 입장 = 로드맵에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제, 직권중재 폐지 및 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 모두 양보하기 힘든 사안들이 대거 망라돼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경우 경영계는 노조에 급여를 부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급여 지원 중단시 노조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노사 자율로 전임자 임금 문제를 해결하자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노조에 대해서는 전임자 1명이나 반 명에 대해 몇 년 간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내 노동단체들의 경쟁을 격화시킬 복수노조제에 대해서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영계는 교섭 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창구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교섭문제를 자율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일단 노사가 자율적으로 직종별 등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되 자율적으로 창구를 단일화하지 못하면 과반수 노조가 교섭창구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 개념 및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대체근로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로드맵 방안에 대해서도 노사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노동계는 파업 무력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체근로를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영업의 자유와 노사 대등성 보장을 위해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밖에 긴급조정시 파업 금지 기간 연장과 부당해고 구제방식, 정리해고 요건,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 직장폐쇄, 손배ㆍ가압류 등의 로드맵 과제에 대해서도 노사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 추진 과정 `진통' 불가피 = 로드맵에는 노동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정부가 로드맵 입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노사정간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벌이질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로드맵 폐기를 주장하며 저지 투쟁을 다짐하고 있고, 합리적 노동운동을 선언한 한국노총도 정부가 노동계의 입장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로드맵을 추진하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법을 놓고 노선을 달리 했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로드맵에 대해서는 공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동계 전체가 투쟁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비정규직법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로드맵 과제 대부분이 노사의 양보가 힘든 사안들이어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민주노총과의 공조가 힘들지만 로드맵은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일단 대화로 로드맵 문제를 풀어나가되 정부가 일방 추진하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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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 가결에 지자체장·지방의원 '초긴장'

주민 소환제가 통과되었다. 지방 우원들 짜증 많이 나겠다.

수억 쳐들여 뺏지 달았더니 투자 원금 회수하기도 전에 이런 비극이 생겼다. 그러나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다. 대세다.

 

일각에서 고상한 말로 직접 민주주의 폐해를 거론하며 남용 가능성 어쩌구하며 우려를 표시하는데 역시 철밥통 밥그릇 화려하게 치장하는거나 다름없다.

개인적으로 지방 차원의 적용에 그렇게 제도적 악용 문제점이 많이 노출될까 의문스럽다.

 

비록 지방 선거도 중앙 정당 공천으로부터 이뤄지는게 현실이기는 하지만

중앙 정치와 달리 지방 선거의 결과는 철저하게 지역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 지역 일꾼들이 해야 할 일은 세수 걷고 예산 따와 지역에 열심히 다리 놓고 지게 지고 열심히 일찾아 다니는게 그들이 할 일이다. 즉, 지역 행정은 말그대로 행정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기에 딱히 controversial한 정책 문제같은 것이 생길 여지도 적고 상대적으로 정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지자체장하면서 정치하고 정쟁 벌이려는 인간들이 미친 놈들이다). 헌법상 탄핵에 비견될만한 지방 주민 소환제에 의해 낙마할 사유는 기껏해야 부정부패 비리 위법 범법 수준이 전부일 것이다(투자 원금 회수 힘들겠음).

 

아래에 현직 지자체장 난닝구 초딩이 왜 국개우원에게는 적용 안하냐고 땡깡부린다. 진짜 난닝구 초딩 티를 내는거다.

중장기적으로는 선진국들처럼 중앙 국개우원에게도 국민 소환제가 적용되어야 하리라 믿는다. 다만 우리 현실에서 지역 행정을 중앙 정치와 동일 선상에 놓고 같은 잣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심히 초딩스러운 일이다.

 

무식한 초딩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지역구 국개우원이 지역민들이 선출했기에 지역민만을 위한 국개우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최연희 야간성추행 파문 당시 지역민들 의견). 그것이 아니지라!... 지역구 국개우원은 단지 민주적 수권성을 지역민으로부터 받았을 뿐 (지역구)국개우원도 결국 대한민국(전체의)국개우원이다. 국가 전체를 위해 정책을 펴다보면, 소속 정당 정강에 따르다 보면(현대의 이상향이자 전제인 정책 정당 모델을 염두에 뒀다) 정쟁이 끊일 수가 없다. 당장, 증세를 할 것인가 감세를 할 것인가 하는 이런 (정당)정책 지점에서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지역 일꾼들 영역보다는 더 정략과 정쟁이 판치는 곳이 중앙 정치이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단지 정책적 차이만을 가지고도 빨갱이니 뭐니 해가며 온갖 마타도어로 색깔질을 해서 낙마시키려고 지랄할꺼 생각하면 아찔하다. 법적 책임, 정치적 책임도 구별 못하고 정치적 책임에 대해 법적 책임 물리려 할꺼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런 판에다가 똑같은 잣대를 기계적으로 들이대면 심히 초딩스럽다. 이미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는 난닝구의 무지/무책임은 유감스럽다(당에서 기본적인 헌법 교육 안시키나?... 딴나라도 그렇고... 당대표부터...).

 

초딩들에 대해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날치기 국회 파행 어쩌구 하는데 대해서

왜 항상 9시 뉴스에서 욕하고 신발짝 날아다니는 화면 모습만 전부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압제 시대 날치기의 나쁜 기억에 의한 경험적인 무조건적 반발은 이해하지만). 사안이 이슈화하는 것은 충분한 사건 성숙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즉 그날에 그 지랄하기 전에도 충분히 많은 긴 논의가 있었다. 구태 밀실정치도 아니고 상임위등 본회의 전단계에서도 얼마나 풍부한 논의가 있었는지는(무조껀 반대 광경도 포함) 투명하게 확인 가능한게 오늘날의 정치인데 왜 티비 화면빨이 100%라고 믿는지 모르겠다. 백조가 물 위에서만 고고히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물밑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발낄질 지랄하고 논의하는지 생각해보라. 논의만 하고 진척이 없다가 고름이 그런 식으로 터지는 것인데 사실 그런 식으로라도 고름이 터져서 결과를 내는 것이 좋다.

어떤 면에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비효율적 제도이지만 또한 가장 완벽한 제도이기도 한 민주주의 하에서 다수결 표결은 가장 추한 모습일 수도 있다. 더 좋은 것은, 완벽한 것은 합의 처리이다. 그러나 계급 분열 사회에서 100% 합의 처리는 있을 수 없다(더 나아가 100% 통합/합의의 국가는 파시스트 국가의 반증일 수도 있다). 합의 안되면 협의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것이 바로 다수결이다(초딩들은 또한 협의 및 합의 단어 한글짜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른다. 이게다 딴나라 놀음 액션에 휘말린 결과다. 액션을 쳐다보고만 있는 수용자 무지도 문제이고... 언론의 획일적인 오도 책임도 크다. 뭐 모르고 과실로 그러는게 아니라 제4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할 전략이겠지만). 만약에 화기애매한 그림 연출하면서 아무 법안 산출물도 못내고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면 세비 뭐하러 받냐고 또 지랄할 다중인격 정신분열자들 많다.

 

주민소환제를 지역 탄핵제에 비유했는데 말 나온 김에 탄핵 얘기 좀 더 해 주민 소환제얘기를 겸사겸사 보완했으면 한다. 노통이 탄핵되었을 당시 쿠데타 세력들이 내건 사유 중에 중요한거 2개 꼽으면 하나는 선거법 위반, 또 하나는 경제실정론이었다.

 

앞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기자들이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났으면 좋겠느냐 물으니 특정 정당이 잘됐으면 좋겠다 묻는 말에 소극적으로 대답했다. 선관위도 이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했으며 이에 쿠데타 세력들이 뼈다귀 본 것 마냥 개떼같이 달라붙었다. 위법에 대해 탄핵 책임 묻는다고......

결론은 즉 헌재의 판단은

헌재도 대통령 발언의 위법성은 인정하되 탄핵의 정도는 모든 법위반이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라고 해석했다. 즉 이러한 사소한 소극적인 위법은 탄핵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사실 이는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먹어보고 아는게 아니다. 있는 기존 헌법을 규범조화적으로 체계적으로 해석했으면 미리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헌법을 보자. 헌법 65조의 국회의 탄핵 소추권 외에 탄핵에 대해 세 조문이 더 나온다.

 

헌법 제106조 ①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

헌법 제112조 ③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탄핵 또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헌법 제114조 ⑤선거관리위원은 탄핵 또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아무리 헌법에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구체화 조항이 없다고 할지라도 위 조문들을 비례적으로 해석해보면 빈칸을 채울 수 있다.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 즉 금고 이상 사형, 징역, 금고에 준하는 중대한 법위반으로 자연스럽게 해석 답안이 나온다(& 직무 관련성). 빈대 잡는다고 초가 삼간(대한민국이라는)을 다 태운 쿠데타 세력에 대한 웅징은 당연하다(도대체 국개우원이라는 작자들이 100조문 조금 넘는 헌법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서울법대 출신도 수두룩한데 맨날 형법/형소법만 읽는지 그어놓은 금 조금만 넘으면 단칼에 도끼로 넘은 부분 싹뚝 자르는데만 익숙하다. 이러한 철학적 알맹이 없는 실정법 위주 고시생 접근에 본좌는 법대 학부LL.B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믿는데 너무 과격할까?!).

 

정작 본좌가 말하고자 하고 싶은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니다.

뒷부분의 경제파탄 등 정책에 관한 것이다(아직도 이 부분을 들어 재탄핵 운운하는 무식한 또라이들이 있다. 정족수도 안되면서...).

헌재는 충실(노력) 의무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또한 바로 헌법 제65조 제1항에서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로 제한하고 있기에 판단 대상으로써 탄핵 청구 이유없다 라고 봤다(마치 이것이 본좌에게는 미국 회사법 fiduciary duty상 duty of care/ duty of loyalty와 같은 것으로 각각 들린다).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법적 판단을 하지 않겠다 이 의미는 정책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 묻지 않겠다는 얘기인데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시스템에서 지극히 당연하다(할 수 있는데 사법부가 판단을 자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법 판단 적용이 없다는 것에 주의!). 당 판례 이전에도 이미 김ㅇ삼 IMF 재판 때 확인된 내용인데 쿠데타 세력이 기존 판례도 무시하고 섣불리 쿠데타했다가 응징받았다(다만 법적으로 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여전히 또라이들은 같은 이유를 들어 재탄핵 운운하고 있다. 지들은 IMF때 아예 솥단지를 통채로 날려버리고도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판결 받았으면서...

 

이쯤되니 자연스럽게 직접 민주주의 및 간접 민주주의로 화두가 넘어간다. 한국은 간접 대의제 민주주의를 주로 하고 있다.

 

먼저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 최장집 교수 및 손호철 교수 말씀을 빌어 간략히 정리하자면

18세기 절대 왕정에서 벗어나 싹틔우는 근대 자본주의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는 다름아닌 왕으로부터의 자유주의였다. 근대 자유주의는 인간의 형식적 평등, 독립성에 기초한 (소수의)신흥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로 그 최대 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적 평등을 요구하며 등장한 프롤레타리아트의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였다(다수결에 의해 절대화되는!!!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자유주의 세력의 두려움은 J S Mill의 글이나 Alexis de Toqville의 글, 하다못해 미국 건국헌법에도 잘 드러난다). 자유주의의 민주주의에 대한 지난한 탄압의 역사는 결국 현대 자유민주주의로 융합/귀결되었는데 그 내용은 대의제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민이 주가 된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자유민주주의가 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유권자가 하루만 대표/대리인을 선출하고 나머지 4-5년은 헤게모니를 쥔 그 엘리트에 의해 통제/지배받는 바로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인데 이 또한 근대 대리agency 이론의 산물이다.

 

대표/대리인은 추상적인 나씨옹nation국민 본인에 대해 임기 기간내 정치적 책임만 진다. 그 정치적 책임이란 정책 실패에 대한 차기 선거 단죄이며 법적 책임은 묻지 않는 것이 바로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그 잘난 군림하는 엘리트, 즉 대리인의 자율성은 인정된다(그렇게 잘난 대리인 자리를 그냥 세습으로 물려주면 됐지 무지몽매한 백성 본인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내주는 철학적 일관성은 뭘까?!).

 

이에 대비해 정치 철학적인 측면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경우 우원은 대리인이 아니라 바로 사자이다. 사자는 아무런 자율성없는 심부름꾼을 말하며 뾔쁠people인민인 유권자 본인이 맘에 안들면 원하면 언제든 법적/제도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달랑달랑한 위치에 있다. 소비에트 헌법 상에 구현된 민주주의가 대표적이다

(Mayo를 비롯한 미국 학자들의 영향으로 초딩들은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로 잘못알고 있다. 오호 통재! 과학적으로 정리하자. 시장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공산주의가 선다면 정치체제는 각각 간접 민주주의 vs 직접 민주주의, 그리고 부르조아 독재 vs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이다. 맨 마지막 독재론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가 노예에 대한 독재에 기반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라).

 

위에서 든 직접 민주주의 폐해를 이유로(예컨대 다수의 소수에 대한 전횡)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는 대부분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한다(히틀러 지랄 이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도 그나마 좀 있던 직접 민주주의 기제 아예 없애버리고 더 소극적인 본 기본법으로 바꿔버렸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를 주로 한다고 할지라도 직접 민주주의 기제를 가미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국민선출plus)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이다. 솔직히 위 3가지 기제가 모두 완벽하게 헌법화되어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면 명실상부하게 직접 민주주의라고 부를만하다. 국민이 뽑을 뿐만 아니라 끌어내릴 수 있고 대리인이 있는 와중에도 인민이 직접 법안을 제출할 수도 있고 투표도 할 수 있다면 그렇다.

 

이 세가지 기제가 얼마나 제도화하느냐 문제를 가지고 현대 시대는 인구도 많고 국토도 방대해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넌센스이다.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단 철학적 문제이며(추상적인 나씨옹nation국민 vs 구체적인 뾔쁠people인민) 또한 엘리트 정치인들이 유권자 국민을 얼마나 신뢰하고 제도적으로 문을 열어주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며(솔직히 그럴수록 자기들한테는 손해임) 또한 현대는 전자 민주주의 등등으로 기술적인 문제도 거의 없다(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정치적 무관심으로 형해화되는 것은 또다른 별개의 심각한 문제다).

 

좌우간 이러한 상기의 내용을 토대로 볼 때 지자체 수준의 주민 소환제 제도화는 직접 민주주의 폐해를 감안하더라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 정치에 비해 정책 정쟁으로부터 자유롭고 하는 일이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말그대로 '맡은 바 자기 소임만 열심히' 하면 된다. 본좌가 생각하기에 중앙 정치의 국민 소환제는 음모론이 판치는 현 국민 수준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딴나라당의 지지율이 무려 40%를 넘고 반면 정책 정당인 민노당의 지지율이 10%도 안되는게 현재 우리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야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쥐...

 

 

 

주민소환제 가결에 지자체장·지방의원 '초긴장'









[오마이뉴스 이영란 기자] 주민들이 법령에 따라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소환제'가 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으며, 그 가운데 '주민소환제'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비리가 있는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해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주민소환제 도입에 따른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취임한 뒤 1년 이내, 임기말 1년 이내에는 주민소환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주민소환을 청구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다시 소환청구를 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주민소환 대상을 지자체장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방의회 의원으로 규정하고 ▲시·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유권자 15%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20%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할 수 있게 했으며, 청구사유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특히 전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소환 대상자는 즉시 해임된다. 따라서 주민소환제는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을 긴장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김우중 서울 동작구청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거나 수긍되지 않는 사안으로 소환제도를 남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발상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고, 자칫 행정공백마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 소속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선출직에 대한 주민소환제 바람직하나 국회의원만 빠져 있어 아쉽다"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주민소환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매우 중요한 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여당이 단독 처리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민소환 대상 수위나 절차상 문제 등 검토될 만한 주요 사안을 간과한 점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어 "민의반영이나 책임행정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갈등구조에 놓여있는 우리의 정당환경에선 지방자치가 자칫 파행 위기에 놓여질 우려가 크다"며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할 사항이 여당의 단독 처리로 강행된 점은 유감"이라고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주민소환제 도입으로 지역주의 정당과 결탁해 사사로운 이익을 좇던 지역 토호 세력들이 주민의 비판 목소리에 긴장하는 시절이 왔다"며 "민주주의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영란 기자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5월 3일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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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나치 흉내 내면 처벌될 수도&quot;

자세히 보니 목적범이군... 우리 나라에서도 빨리 파시스트 흉내 내는 것들 처벌해야 하는데...

 

 

독일서 나치 흉내 내면 처벌될 수도"
  외교부, 홈피에 월드컵 응원단 유의사항 게재
  2006-05-02 오후 2:50:54
  외교통상부는 2일 해외안전여행사이트(www.0404.go.kr)를 통해 독일월드컵(6월9일~7월9일) 기간 현지 응원 또는 관광에 나설 경우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외교부는 "구동독 지역 주들을 중심으로 극우주의자들에 의한 유색인종 집단구타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니 주.야간을 막론하고 인적이 드문 지역을 다니는 것을 피하고 야간에 도심의 중앙역, 경전철역 등 우범지대 주변을 단독으로 여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교부는 "최근 독일 일부 중.고교생 사이에 대상을 가지리 않고 무차별 집단폭력을 가한 뒤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 학교에서 교환해 보는 사례가 있다"며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어 "외국인이 현지인과 시비가 붙었다가 히틀러, 나치, 홀로코스트 등 예민한 용어를 사용해 폭력을 유발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독일인을 대할 때 자극적인 단어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또 "독일에서는 독일인들을 모독할 목적으로 나치 흉내를 낼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경기장 입장객들은 입장권과 함께 여권을 소지해야 하며 경기장 입장 시에는 항공기 탑승에 준하는 보안검색이 있을 예정인 만큼 부피가 큰 물건이나 흉기로 전용 가능한 물건은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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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SEC 시험 관련 정보


증권집단소송법상 입증책임과 시장사기이론

- 미국에서의 발전과 우리 법과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


김 정 수1)



 

【목 차】

 

 

 

Ⅰ. 서  론

Ⅱ.미국에서의 시장사기이론의 발전

Ⅲ.증권집단소송법안의 손해배상책

Ⅳ.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

Ⅴ. 결  론




Ⅰ. 서    론

1. 최근의 발전과 논쟁


1997년 IMF 사태 이후 지금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증권집단소송법의 도입을 둘러싸고 많은 찬반의 논쟁이 있었다.2)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부에서 제출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률안"(이하 ‘법안’)이 지난 2003년 7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통과하였는데, 법안의 내용3)도 법사위의 논의를 거치면서 일부 수정이 되었고, 시행에는 1년의 유예를 두는 내용으로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증권관련집단소송(이하 ‘증권집단소송’)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 다시 집단소송의 남발 우려를 제기하면서 보다 강력한 남소방지장치의 추가적 설치를 계속해서 주장함으로써 동 법안은 다시 법사위로 보내져 재논의를 하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현재의 법안 내용으로는 집단소송의 남발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가 없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어 기업활동과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집단소송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 남소방지를 위해 현재의 법안에 여러 가지 장치의 추가적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원고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그 중의 하나이다.4) 현재 법안은 입증책임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증권거래법의 규정을 원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행 증권거래법은 피고에게 모든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현행 증권거래법상 입증책임 체계는 피고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5) 이 주장은 구체적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고의성, 의존성, 거래인과관계, 손해인과관계, 손해액 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일반적으로 제소 원고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6)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배려한 현행 증권거래법상 입증책임의 분배철학을 무시하고, 남소를 이유로 들면서 집단소송의 제기를 어렵게 하기 위해 일반 민사소송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러한 반대의 의견과는 달리, 현행 증권거래법이 일부 원고의 입증책임의 부담을 덜어주는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원고에게 과다한 입증책임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집단소송은 물론이고 일반 증권소송에서 원고가 현실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원고의 입증책임을 더 완화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7)

2. 증권시장의 특수성과 입증책임의 현실


증권집단소송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처럼 현행 증권거래법은 모든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부과하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괄적으로 그러하다고 할 수 없다.

증권거래법상 입증책임의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증권거래법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위치와 배경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증권거래법은 개별 위법행위에 대해 각각의 손해배상책임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민법 제750조의 특칙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증권거래법이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 규정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마련한 것은 증권시장이라는 특수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불특정다수인간에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들은, 일반적으로 대면거래를 통해서 발생하는 보통의 사기사건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피고와 원고간에 균형 있는 입증책임의 분배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8) 즉 민법의 손해배상책임의 법리를 인정하는 것보다는 증권시장의 특수성, 특히 증권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별적 금지행위의 특성에 맞게 손해배상청구요건을 개별적으로 마련9)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 및 증시발전을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증권거래법의 정신과 목적에 합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단소송의 경우에 원고에게 개벌적인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집단소송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10)

이러한 증권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증권거래법이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측의 주장처럼 "고의성, 의존성, 거래인과관계, 손해인과관계, 손해액 등"의 모든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전가하고 있지는 않다. 증권거래법의 손해배상체계에서도 피고의 고의성 입증이 원고의 몫이라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보며, 손해액의 주장․입증도 기본적으로 원고의 몫이라는데 대해 크게 이의가 없다.11)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도 손해인과관계와 거래인과관계를 둘러싼 논쟁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손해인관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증권거래법은 손해인과관계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입증책임을 전환시키거나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주고 있다.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발행시장에서의 부실표시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이다.12) 증권거래법이 발행시장의 부실표시의 경우 입증책임을 완화해 주지 않고 피고에게 전환시킨 이유는, 발행시장의 경우에는 최초로 증권이 발행되어 투자자에게 매각되는 시장인 바, 유가증권신고서나 사업설명서상의 정보가 투자자가 투자판단 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이기 때문에, 당해 정보의 정확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책임을 발행자에게 묻기 위한 것이다.13) 이에 반해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규정인 제188조의3 및 제188조의5의 경우는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되, 입증책임의 요건을 완화해 주고 있다. 이는 내부자거래나 주가조작과 같은 불법행위는 고도로 복잡한 증권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원고는 피고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접근할 수 없는 현실등을 고려할 때, 입증책임을 완화해 줄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거래인과관계14)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소 복잡하다. 거래인과관계는 일반 손해배상책임 규정인 민법 제750조의 문언상 명백하게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나라의 손해배상책임의 법리에서도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민법학자들은 보고 있다.15) 그렇다면 증권거래법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증권거래법은 개별 위법행위마다 독자적인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증권거래법은 개별 조항에서 거래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증권거래법의 경우에도 민법과 같이 거래인과관계가 요구된다고 보는 견해와, 증권거래법이 증권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근거에 보다 강하게 서서,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견해로 나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도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거래인과관계의 추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이고 또한 법원의 입장인 만큼, 실질적으로 거래인과관계를 면제해 주는 것과 결과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별 조항과 관련한 거래인과관계의 입증책임에 대해서는 관련된 부분에서 자세하게 기술한다.

미국의 경우도 Rule 10b-5 소송의 초창기에는 보통법상의 사기소송에서 요구되는 일반적인 요건들을 모두 요구하였지만, 증권거래의 특성, 즉 대표적으로 증권거래소와 같이 "복잡한"(complex) 공개시장에서 불특정다수인간에 대규모로 "비개성적"(impersonal)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증권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거래에서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증권소송에서 보통법상 사기소송에서의 경우와 동일한 입증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특히 집단소송의 개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상황을 이해한 미국의 법원은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주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시장사기이론"(Fraud-on-the- Market Theory)의 형태로 1960년대 등장하였고, 이후 많은 논란과 변형을 거치다가 연방대법원이 1988년 Basic 사건에서 이를 인정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3. 증권집단소송의 허가와 입증책임


증권집단소송법은 절차법으로서 집단소송에 의해 다투게 될 실체적 사건들은 집단소송법이 청구적격으로 인정하는 특정한 증권거래법 위반행위들이며16), 따라서 이들 위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규정들이 입증책임과 관련된 근본적인 규정들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집단소송의 손해배상책임 문제는 실체법인 증권거래법이 중심이 되지만, 그러나 절차법인 집단소송법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작동한다. 즉 실체법이 특정한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증책임을 집단소송의 허가단계에서 요구할 지 여부는 절차법인 집단소송법의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고의 입증책임을 어느 시점에서, 어느 수준까지 요구할 것이냐의 문제는 집단소송에서 원고 및 피고 모두에게 결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특히 미국의 경험은 대부분의 집단소송이 소송의 초기 단계에서 화해가 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17) 입증책임의 요구시점은 화해의 결정 여부, 화해액의 규모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입증책임의 요구 시점과 허가단계에서의 요구 수준은 집단소송의 남소를 막으면서 원고의 적절한 소권을 보장해 주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절차법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맥락에서 파트 II에서 미국에 있어 증권소송에서의 입증책임과 관련한 논쟁을 살펴보되, 신뢰요건의 완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 시장사기이론이 미국의 판례를 통해서 어떻게 논쟁되고 발전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시장사기이론의 변형들, 그리고 이러한 변형들이 1988년 연방대법원이 다룬 Basic v. Levinson 사건에서 어떻게 정형화된 형태로 확립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이하 '개혁법')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끝으로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과 개혁법과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본다.

파트 III에서는 법안에서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한 규정들을 살펴보고, 파트 IV에서는 실체법인 증권거래법에서 행위유형별로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의 입증책임 문제를 살펴보고, 이러한 쟁점들이 판례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다루어졌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이러한 입증책임의 요구가 어느 시점에 요구되는 것이 적절한지, 즉 집단소송의 허가문제와 관련하여 살펴본다. 파트 V에서는 결론적으로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 또는 피고에게 전환시킬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현재의 증권거래법상 인과관계 규정의 정당성을 논하고, 마지막으로 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 차원에서도 증권거래법과 증권집단소송법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Ⅱ. 미국에서의 시장사기이론의 발전

1. Rule 10b-5의 등장과 이를 근거로 한 소송의 발전


미국은 1929년 시장대붕괴 이후 연방차원에서 증권시장을 규제하는 연방법을 제정하였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1933년 증권법(이하 ‘33년법’) 및 1934년 증권거래소법(이하 ‘34년법’)이 있다. 이 법들은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각각 개별적인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중 34년법 제10조(b)와 SEC Rule 10b-5는 개별 조항이 커버하지 못하는 위법행위들을 규제하기 위한 "포괄적 사기금지조항"(catch-all anti-fraud provision)으로 제정되었다.18)

그러나 34년법 제10조(b)와 Rule 10b-5은 해석을 위한 특정한 가이드나 소송의 요건에 대해 명시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법원은 보통법상 불법행위(torts)에 대한 원칙들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 법원들은 Rule 10b-5 소송에서 원고에게 (i) 증권의 거래와 관련하여, (ii) 피고의 인식(scienter)하에, (iii) 중요한 사실에 대한 허위표시(misrepresentation) 또는 누락(omission)이 있었고, (iv) 원고는 이를 신뢰하여 거래를 하였으며, (v) 이 거래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의 입증을 요구하였다.19) 따라서 이들 요건들은 기본적으로 보통법상 불법행위에서 요구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20) 그러나 증권시장을 매개로 해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증권거래에 이러한 보통법상의 일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이들 요건 중에서 쟁점이 되었던 것은 인과관계의 문제였다. 즉 법원은 보통법에서 요구되는 거래인과관계(transaction causation) 및 손해인과관계(loss causation)를 Rule 10b-5 소송에서도 동일하게 요구하였는데, 특히 증권거래소와 같은 공개시장에서 비개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발생하는 사기행위의 경우, 신뢰요건을 어느 정도까지 요구하느냐의 문제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은 기본적으로 대면거래라는 전통적인 거래관계를 전제로 적용되던 개념들이 증권의 거래라는 특수한 상황에 접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거래인과관계 즉 신뢰요건이란 원고가 피고의 중요한 사실에 대한 부실표시를 실제로 신뢰하고 거래를 하였을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거래인과관계는 구체적으로 (i) 원고가 피고의 부실표시를 실제로 믿었으며(believe), (ii) 그러한 믿음이 원고가 당해 거래를 하도록 하는 원인(cause)이었다는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질 수 있다.21) 반면 손해인과관계란 원고의 거래행위와 발생한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의미하는데, 즉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사실을 말한다.22)

이처럼 거래인과관계와 손해인과관계는 증권사기소송에서 원고가 부담하는 중요한 입증책임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먼저 거래인과관계는 소송의 각 원고들이 문제가 된 부실표시를 신뢰하여 주식을 매수 또는 매도하였다는 사실의 입증을 ‘개별적으로 요구’(individualized inquiry)하는 것인 반면, 손해인과관계는 부실표시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주가의 변동을 초래하였다는 ‘일반적인 요구’(generalized inquiry)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23)

이처럼 포괄적 사기금지조항인 Rule 10b-5를 해석함에 있어서 법원이 어려움을 겪은 반면, 원고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한 소송수단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첫째로 이 조항은 포괄적 사기금지조항이기 때문에 증권법상 개별적인 금지조항이 없더라도 모든 사기적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고, 둘째로 1960년대 이후에 들어오면서, 뒤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증권법상 개별적인 조항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개별법이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반면, Rule 10b-5에 근거할 경우 거래인과관계가 추정이 되었고, 일부 법원의 경우에는 손해인과관계의 추정까지도 허용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33년법 및 34년법상 개별적인 손해배상책임조항이 원고에게 요구하는 일부 입증책임 요건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24)

예를 들어, 정기공시 문서상에 부실표시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조항인 34년법 제18조(a)는 원고가 (i) 부실표시를 직접 신뢰하였고(현실의 신뢰요건), (ii) 부실표시가 증권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손해인과관계)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가 Rule 10b-5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제18조(a)에서 요구하는 현실의 신뢰요건이 면제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대부분은 Rule 10b-5의 위반만을, 또는 개별조항과 동시에 Rule 10b-5 위반을 주장하였고, 법원도 이러한 중첩적 주장을 인정해 왔다.25)


2. 신뢰요건의 완화와 객관적 접근방법


(1) 객관적 접근방법의 등장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Rule 10b-5가 등장한 초창기에는, 법원은 명백하게 거래인과관계와 손해인과관계를 모두 요구하였다.26) 그러나 특히 거래인과관계와 관련하여 보통법상의 요건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증권거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는 사실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법원은 신뢰요건에 수정을 가하기 시작하였는데, 피고가 적극적으로 부실표시를 행한 경우, 원고가 당해 부실표시를 "실제로 신뢰"(actually rely)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27) 피고의 소극적인 부실표시, 즉 피고가 중요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불공시(non-disclosure)와 누락(omission)의 경우가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는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공시되지 않은 어떤 사실의 존재를 원고가 "신뢰"하고 거래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법원은 불공시나 누락의 경우, 원고가 중요한 모든 사실이 공시되었더라면 다르게 행동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신뢰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였다.28) 이러한 논리는 이하에서 논하는 List 사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다.

가. List v. Fashion Park 사건29)

이 사건은 Rule 10b-5와 관련한 소송에서 원고의 신뢰 문제가 다루어진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인 List는 증권을 매도한 자로서, 피고회사의 이사가 중요한 내부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하였다는, 즉 내부자거래를 하였다는 사실을 이유로 Rule 10b-5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지방법원은 원고가 피고회사의 이사의 침묵에 대해 직접적인 신뢰를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며 원고의 주장을 거부하였다. 제2심은 제1심과 같이 원고의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였지만, 원고의 신뢰여부를 테스트하는 기준으로서 원고가 피고의 침묵을 신뢰하였는지 보다는, 피고가 불공시된 정보를 알았더라면 다르게 행동하였을 것인지 여부가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원고는 어떻게 자신이 당해 불공시된 정보를 알았더라면 다르게 행동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궁극적으로 문제가 된 정보가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을 제기함으로써 다툴 수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제2심 법원의 이러한 해석이 보통법상의 신뢰요건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List 기준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이 당해 정보를 알았더라면 다르게 행동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적인 내용을 입증할 책임을 여전히 부담한다.30)


나. Affiliated Ute Citizens v. United States 사건31)

이 사건에서 은행과 그 직원들(피고)이 아메리칸 원주민들(원고)이 보유한 주식을 공개시장에서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였고, 이들은 자신들이 원고로부터 매입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다른 투자자들에게 당해 주식을 매도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자신들이 매입한 가격보다 더 유리한 가격으로 원고들이 매도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있음을 알리지 않았는데, 원고는 이것은 중요한 사실의 불공시라고 주장하며 Rule 10b-5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0항소법원은 은행과 그 직원들은 매도자에 대해서 신임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당해 주식을 위해 마켓메이커가 활동하고 있다는, 즉 더 유리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원고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신임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중요한 부실표시에 대한 신뢰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거부하면서, 연방증권법률의 제정 목적은 사기적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 엄격하고 기술적으로 해석되기보다는 그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처럼 공시의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시를 하지 않은 경우, 신뢰요건에 대한 적극적인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즉 연방대법원은 (i) 공시의무가 존재하고, (ii) 중요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경우, 공시하지 않은 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피고가 특정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경우, 그 정보에 대한 신뢰입증은 매우 ‘가설적’(hypothetical)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신뢰요건은 중요성 요건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의 추정"은 피고가 원고가 당해 사실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깨어진다.32)

이러한 연방대법원의 논리는 원고에게 신뢰의 추정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원고가 직면해야 할, 부존재(不存在)에 대한 신뢰입증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본질적으로 불공시가 문제가 된 사건의 경우, 공시의무가 존재하고, 문제가 된 불공시가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인 경우, 정보의 중요성은 피고의 투자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중요성 요건은 신뢰요건과 분리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들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원고에게 신뢰의 추정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33) 

이 사건은 대면거래에서 비롯된 사안이었는데, 이후 공개시장에서 발생한 불공시 사안에도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는 경우 신뢰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부실표시의 경우에 있어서 신뢰요건의 완화를 위해서는 "시장사기이론"(Fraud-on-the-Market Theory)의 등장을 기다려야 했다.


(2) Affiliated Ute Citizens 사건의 확장

가. Shlick v. Penn-Dixie Cement Corp. 사건34)

Schlick 사건에서 피고인 Penn-Dixie 사는 Continental 사의 경영권을 장악하였다. 원고인 Continental 사의 소액주주들은 피고가 Penn-Dixie 사의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Continental 사의 자산을 이용했고, Continental 사의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원고는 Penn-Dixie 사는 양 사의 합병시 교환비율을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Continental 사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위임장 진술서에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에서 지방법원은 불리한 교환비율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 Penn-Dixie 사는 Continental 사의 대주주로서 양 사간의 합병을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임장 진술서에 대한 원고의 신뢰여부와 합병의 의사결정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즉 신뢰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제2항소법원은 이러한 지방법원의 인과관계 논리를 뒤집었다. 항소법원은 Affiliated Ute Citizens 논리에 따라, 사안이 단순히 위임장 진술서의 부실표시 또는 누락이 문제였다면, 원고는 거래인과관계와 손해인과관계 모두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지방법원과 의견을 같이 하였다. 그러나 제2항소법원은 이 사건은 단순히 부실표시 또는 누락의 문제만이 아니며, 주가조작 또는 유리한 조건으로의 합병을 포함한, 사기를 위한 의도된 계획이 포함된 사안인 만큼, 원고는 손해배상청구를 위해서 단지 손해인과관계의 입증만 요구된다고 판시하였다.

제2항소법원은 Competitives Associates v. Laventhal 사건35)에서 Schlick 사건의 논리를 재확인하면서, "사기적 행위를 위해 계획적인 음모가 있었던 경우, 누락 및 부실표시 뿐만 아니라 상당한 부수적 행위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신뢰요건은 요구되지 않는다"36)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연차보고서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과관계의 문제와 별 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Schlick 사건과 Affiliated Ute Citizens 사건의 논리에 따라 원고는 거래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으며, 단지 손해인과관계의 입증만이 요구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 Rifkin v. Crow 사건37)

Affiliated Ute Citizens 사건은 불공시가 문제가 된 사건이었는데, 누락(omission)이 포함된 경우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 제5항소법원은 Rifkin v. Crow 사건에서 Affiliated Ute Citizens 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Recognition Equipment 사에 대해 연차 및 임시보고서상에서 회사의 재무상태에 관한 부실표시 및 누락을 이유로 Rule 10b-5에 근거한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부실표시가 회사의 주가를 부풀렸고, 이렇게 부풀려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원고는 회사의 진정한 재무상태가 공시가 되었을 때 발생한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지방법원은 원고가 부실표시와 누락이 있는 연차보고서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 따라서 원고가 신뢰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소송을 기각하였다. 그러나 제5항소법원은 신뢰의 문제와 관련하여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는데, 적극적인 부실표시와 누락의 상황을 분리하여 판단하였다. 즉 이 사안이 "부실표시"가 문제가 된 사안이라면 원심이 피고에게 신뢰의 입증책임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지만, 본 사안은 "누락"을 이용한 사기적 행위임을 고려할 때, 원고는 Affiliated Ute Citizens의 논리에 따라 피고가 반증의 책임을 부담하는 신뢰추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3. 시장사기이론의 등장과 발전


(1) 의의와 배경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증권거래의 경우에 보통법상의 신뢰요건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주기 위해 시도된 방법이 앞에서 살펴본 "객관적 접근방법"(objective approach)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이 더욱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거래가 증권거래소와 같은 공개시장에서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는 불특정다수인간에 이루어지는 "비개성적"(impersonal)인 거래이며, 또한 복잡한 거래 메커니즘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객관적 접근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시장사기이론이다.

이처럼 신뢰요건의 완화가 강력하게 제기된 것은, 첫째로 비개성적 시장인 증권시장에서의 분쟁은 전통적인 사기거래와는 달리 원고는 누가 피고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거래를 하며, 또한 거래가 완성되기 이전에는 피고의 부실표시 또는 불공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 사건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신뢰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분쟁해결 자체를 외면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공개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증권사기분쟁은 대규모의 원고집단이 존재하게 되는데, 전통적인 개념의 신뢰요건을 그러한 집단 전체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증권소송의 많은 경우가 집단소송 형식으로 제기되는데, 개별적인 신뢰요건들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경우 소송의 "공통성"(commonality)을 훼손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집단소송시스템의 작동을 정지시키고, 따라서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 소송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이론들을 검토하였는데, 이하에서 논하는 시장사기이론이 가장 강력한 형태라 할 수 있으나, 아직도 법의 형태로 결론에 도달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2) 시장사기이론의 발전

시장사기이론은 1960년대에 도입되어 많은 변형을 거쳐, 1988년 연방대법원이 Basic 사건에서 다수결로 이 이론을 받아들임으로써 Rule 10b-5 소송에 혁명적인 충격을 가하게 되었다. 이 판결은 집단소송의 원고들에게 신뢰요건의 추정을 허용해주는 반면, 반대로는 피고에게 이를 반증할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이후 미국에서 증권집단소송의 남소 현상을 가져온 중요한 원인을 제공해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등장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38)

가. 초기 단계의 시장사기이론

(a) Blackie v. Barrack 사건39)

이 사건은 피고의 불공시를 쟁점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사건이다. 법원은 공개시장에서의 거래가 개입된 증권집단소송에서 신뢰요건을 입증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론적으로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시장사기이론을 근거로 "신뢰의 추정" (presumption of reliance)을 인정하였다.40) 법원은 중요성 문제를 신뢰요건에 연결시키면서, 증권거래소에서 비개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상황을 고려할 때, 당해 표시행위의 중요성이 입증된다면, 당해 주식을 매수한 사실만으로 거래인과관계는 적절하게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즉 Blackie 법정은 부실표시가 중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상황적으로 시장에서의 거래자들의 신뢰를 확립해 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중요성 입증만으로 신뢰의 추정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원고가 부실표시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한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는 경우에는 신뢰추정이 깨어진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신뢰의 추정은 단순히 당해 정보의 중요성 입증을 통해서 충족되어 질 수 있게 된다. 즉 당해 정보가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 증권시장에서 수많은 거래자들이 진실로 당해 정보를 신뢰하였다는 설득력 있는 상황적 증거가 된다고 학자들은 보았고, 법원들도 이를 수용하여 판결하였다.41) 즉 합리적인 투자자가 당해 부실표시를 중요한 정보로 판단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부실표시가 실질적으로 당해 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상관없이 원고는 신뢰의 추정을 얻게 된다.

(b) Panzirer v. Wolf 사건42)

이 사건에서 원고인 Panzirer는 피고의 연차보고서에 부실표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연차보고서를 읽지 않고 월 스트리트 저널의 낙관적인 기사를 읽고 브로커와 의논하여 투자를 결정하였다. 즉 원고는 학교 교사였는데, 투자를 결정하게 된 주요 동기는 피고가 교육 비디오 시장에 참여한다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컬럼 때문이었으며, 연차보고서의 부실표시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원고는 만일 연차보고서에 부실표시가 없이 정확하였다면 컬럼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컬럼에서 취급되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다면 자신은 피고의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가 부실표시가 된 문건에 대한 직접적인 신뢰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증권시장의 완전성(integrity)에 대한 "간접신뢰"(indirect reliance)43)의 인정 여부였다.

제1심은 원고가 부실표시가 된 문건을 직접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간접신뢰는 Rule 10b-5 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제2항소법원은 제1심의 판결을 뒤집어 간접신뢰를 통한 신뢰의 추정을 인정하였다. 즉 법원은 원고가 부실표시를 신뢰하지 않았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즉 투자판단의 기초가 부실표시와 무관한 경우에도, 부실표시에 관해 시장에 대한 간접신뢰를 인정함으로써 신뢰추정이론의 확립에 있어 획기적인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c) Flamm v. Everstadt 사건44)

1965년의 List 사건 이후, 1960년대 후반에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공개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공개시장에서 기업의 부실표시를 신뢰하고 거래하였다는 신뢰의 요구는 ‘비현실적’(impractical)일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theoretical)도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등장하였음은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이론은 사기적인 부실표시가 증권시장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고, 원고는 이 시장을 신뢰하고 거래를 한 경우 신뢰에 대한 개별적인 입증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앞의 Blakie 사건이나 Wolf 사건의 논리와는 다르게 신뢰요건의 추정을 작동시키는 "촉발제"(trigger)로서 주가의 변동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러한 입장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Daniel Fischel 교수와 Frank Easterbrook 판사를 들 수 있는데,45) 이러한 논리가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진 사건이 Flamm v. Everstadt 사건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투자자가 증권시장의 완전성을 신뢰하고 증권거래를 하였다면, 그리고 피고의 부실표시로 인해 주가가 실제로 영향을 받았다면, 원고는 부실표시를 간접적으로 신뢰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46)

(d) 결  론

결론적으로 초기 단계에서의 시장사기이론은 다음의 3가지 형태의 모습으로 등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i) Blakie 사건에서처럼 단순히 중요성의 입증으로 신뢰요건을 추정하는 입장과, (ii) Wolf 사건에서처럼 간접신뢰를 통해 신뢰요건을 추정하는 입장과, (iii) Flamm 사건에서처럼 주가변동으로부터 신뢰요건을 추정하는 입장 등이다. 이중 주가변동만으로 신뢰의 추정을 인정하는 마지막 이론이 원고를 위해 가장 넓은 그물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효율적 시장가설과 시장사기이론

이후 법원들은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한 신뢰의 추정을 허용하게 되었고, 많은 학자들이 최선의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1982년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이하 ‘EMH’)이 시장사기이론과 결합하면서 시장사기이론의 발전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특정 시점의 주가는 그 주가의 미래가치의 반영이라는 가설을 기본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주가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효율적 시장"(efficient market)에서 피고의 부실표시는 반드시 주가에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발전한다.

원고는 효율적 시장에서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피고의 부실표시는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 결과 법원은 간접적 신뢰에 대한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하여 신뢰를 추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이론의 주장자들은 시장사기이론의 하나의 초점이었던 손해인과관계에 접근하는 방법으로서 효율적 시장가설을 채택한 것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이 시장사기이론에 접목되면서, (i) 증권이 효율적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법원은 시장의 주가는 문제의 부실표시를 반영한다는 것을 추정하여야 하며, (ii) 부실표시가 시장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원은 원고의 신뢰요건의 충족을 인정해야 한다는 보다 명확한 형태의 논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신뢰추정의 논리를 "이중의 추정"(double presumption)이라고 한다.47)

이처럼 효율적 시장가설은 부실표시가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이론적 근거로 사용되었는데, 시장사기이론에 효율적 시장가설이 결합하면서 발전된 논리는 초기 단계의 시장사기이론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론적 분열은 1988년 연방대법원이 Basic 사건에서 정리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EMH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재무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주가는 특정한 재무정보에 대해 과소반응 하기도 하며,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과대반응하기도 한다는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시장의 주가가 반드시 정보에 따라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다수의 비판적 연구들이 발표되었다.48)49) 또한 일부 법학자들도 완전하지 못한 금융이론을 기초로 충격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법리를 세운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다. 발행시장과 시장사기이론

시장사기이론의 적용을 위해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상황은 "효율적 시장" (efficient market), 즉 잘 발달된 공개시장에서의 거래를 전제로 하고 있는 데, 유통시장에 나오기 이전 단계인 발행시장에서 이루어진 거래에도 동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된다.

Shores v. Sklar 사건50)에서 문제가 된 증권은 공개시장에서 거래된 것이 아니라 33년법상 등록이 요구되지 않는 지방채의 발행과 관련된 것이었고, 또한 이 채권은 잘 발달되지 않은 시장에서 매각되었다. 이 사건에서 피고 Sklar는 채권발행의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발행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가지고 채권의 매각을 판촉하기 위해 offering circular를 작성하였고, 이 과정에서 Sklar는 의도적으로 또는 인식 없이 발행회사의 자산의 건전성과 재산에 대해 관련된 일련의 사실들을 누락하였다. 원고는 자신의 증권브로커와 의논한 후 그의 의견에 따라 채권을 매입하였고, 문제가 된 offering circular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였고, 따라서 읽은 적이 없었다.

발행회사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자 원고는 Rule 10b-5에 근거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은 원고가 인정하는 것처럼 그는 offering circular를 읽지도 않았기 때문에 신뢰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결하였지만, 제5항소법원은 시장사기이론을 받아들이면서 제1심의 판결을 번복하였다.

비효율적인 시장에서 최초로 발행된 채권의 거래에 대해 시장사기이론을 적용한 제2심의 논리는 독특한데, 제2심은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하면서도 이 사건의 쟁점을 원고가 열등한 채권을 매입한 것에 둔 것이 아니라, 원고가 매입한 채권이 사기적인 방법을 통해서 시장에 나왔다는데 두었다. 즉 증권법은 투자자에게 증권시장의 완전성을 신뢰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그 완전성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 투자자에게 제공(offer)되는 증권은 시장에 나올만한 가치를 지녔을 것이라는 신뢰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2심은 증권시장에 공급되는 증권이 사기적인 계획을 통해 제공되는 상품이 아니라는, 즉 시장의 완전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거래한 투자자에게 부실표시 또는 누락된 문서에 대한 직접적인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Shores 사건은 시장사기이론의 또 다른 변형을 보여주는데, 즉 이러한 견해는 투자자에게 (i) 시장의 완전성과 (ii) 증권시장은 사기로부터 자유롭다는 기대를 부여하는 "규제절차"(regulatory process) 모두를 신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제5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여러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기본적으로 시장사기이론은 "효율적 시장"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Shores 사건은 이러한 기본적인 흐름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완전성"(integrity)과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으며, 시장의 완전성은 시장의 효율성의 산물에 불과하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Shores 법정이 사용한 이론은 "Fraud-on-the- Market Theory"가 아니라 "Fraud-on-the-Undeveloped-Market Theory"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이후 다수의 연방항소법원들이 Shores 법정의 논리를 받아들였고,51) 이러한 논리는 시장사기이론의 변형으로 "Fraud-Created-the-Market Theory"라고 불려지면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52)

오늘날 대부분의 증권시장이 공시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철학 아래에서 규제절차에 대한 신뢰추정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여야 하는지 논란이 될 수 있으나, 시장사기이론이 반드시 효율적 시장가설 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미국처럼 "Fraud-Created-the-Market Theory"53)의 형태로 인정하든, 아니면 다른 형태의 논리를 구성하던 Shores 법정의 결론은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


(3) 연방대법원의 시장사기이론 채택

시장사기이론은 1960년대에 등장하여 다양한 유형의 사건 속에서 몇 가지 패턴을 보이면서 발전을 하였는데, 1988년 연방대법원은 Basic v. Levinson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시장사기이론과 부딪히게 되었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시장사기이론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Basic 사건은 합병의 협상과 관련한 3번의 사기적인 공시를 문제삼아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건인데, 원고들은 피고가 정확하게 합병협상에 대해 공시를 하였다면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의 소장을 처음으로 접수한 지방법원은 신뢰의 추정을 받아들여 집단소송을 인정하였고, 제6항소법원도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한 신뢰의 추정을 인정하였다. 연방대법원도 신뢰요건은 Rule 10b-5 소송에서 하나의 요건이지만, 현대증권시장의 본질을 고려할 때, 그리고 연방증권법이 지향하는 보다 넓은 목적을 고려할 때,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한 신뢰의 추정은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연방대법원은 공개되고 잘 발달된 증권시장이 관련된 소송에서, 신뢰의 추정은 집단소송의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이론적으로 합리적이며, 또한 실질적으로도 중요하다고 판결한 것이다.54) 이와 함께 대법원은 피고가 신뢰 또는 손해인과관계를 논박함으로써 신뢰추정을 다툴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장사기이론을 통해서 거래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하였고, 광범위한 이중의 추정을 인정하였다.


4. Basic 판결 이후 시장사기이론의 발전


연방대법원이 Basic 사건에서 시장사기이론을 채택하면서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켰지만, 대법원은 하급법원들이 이 이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 이론의 적용에 있어서 다소의 혼란이 발생하였다.


(1) 효율적 시장가설의 전면적 확산

연방대법원이 Basci 사건에서 EMH를 기반으로 시장사기이론을 인정하자 연방 하급법원들은 집단소송의 원고가 신뢰추정을 위해 시장사기이론을 어떻게 '작동‘시킬 수 있는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EMH를 주요 원칙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부분의 하급법원들은 EMH를 절대적인 부분으로 해석하였는데, 즉 원고는 문제가 된 증권이 "효율적" 또는 "공개되고 잘 발달된" 시장에서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시장사기이론을 적용받게 되었다. 즉 원고가 신뢰의 추정을 위한 시장사기이론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원의 효율적 시장의 존재에 대한 인정 여부로 답변된다.55)

이처럼 많은 하급법원들이 시장사기이론을 작동하는 가장 훌륭한 접근방법으로서 EMH에 대한 상당한 합의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EMH의 핵심적인 개념인 "효율적" 또는 "공개되고 발달된 시장"에 대한 개념에 있어서 통일적인 기준으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였다. 즉 어떠한 시장이 "open and developed" 또는 "efficient" 시장인가의 문제는 숙제로 남게 된 것이다.56)

Basic 사건에서 법원은 문제가 된 증권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되었기 때문에 논의할 필요도 없이 이를 인정하였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 또는 주요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증권은 효율적 시장에서 거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한편 뉴욕증권거래소나 아메리칸증권거래소, 그리고 Nasdaq 시장과 같은 거대한 시장이 효율적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러나 문제가 된 증권의 특징도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총 유통주식수에 대비한 거래량이나 거래대금, 애널리스트의 수, 기관투자자의 관여 정도 등이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57)58)

이와 관련하여, 일부 법원들은 어떠한 시장이 효율적 시장인지 여부를 검토하였는데, Cammer v. Bloom 사건59)에서는 (i) 평균 주간 거래량, (ii) 애널리스트 분석보고서의 수, (iii) 마켓메이커 또는 아비트라져(arbitrageur)의 존재, (iv) 유통주식수의 시가총액 및 거래량, (v) 예상치 않았던 기업의 사건 또는 재무상태의 공시에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 여부 등을 들고 있다.60)


(2) 피고의 항변

일부 법원들은 피고가 "truth-on-the-market" 방어를 통해 시장사기이론을 반박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이는 피고가 문제가 된 정보의 진실이 이미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다른 말로 진정한 정보가 이미 시장에 알려졌고, 따라서 문제가 된 허위표시는 신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61) 피고가 이 방어수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허위표시에 의해 오도된 사실을 효과적으로 상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하고 믿을 만한 수준으로 정확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의 입증이 필요하다.62)

이처럼 법원은 피고에게 "상당할 정도의 특별한 사실"(intensely fact- specific)을 갖춘 반증을 요구하는데,63) 이러한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 실제로 피고가 반박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64)

이러한 피고의 반박 논리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이 특별히 어떻게 이를 논박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첫째로 마켓메이커가 허위표시행위와 관련하여 진실을 알고 있었음을 피고가 증명하는 경우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가격이 허위표시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경우 인과관계가 끊어진다. 둘째로 피고가 진실이 이미 시장에 흘러들어 갔고, 허위표시가 주가에 미친 영향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인데, 진실이 공시된 이후에 거래한 투자자는 신뢰추정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째로 피고는 특정한 원고가 실질적으로 시장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면책이 가능하다.


(3) 법원의 신뢰추정 허용시기

시장사기이론의 추정을 허용하는 경우 집단소송 허가단계에서 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법원간에 일치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하급법원은 시장사기이론의 추정이 허가단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 법원들은 소송을 각하하는 경우에 법원들은 원고가 신뢰추정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적인 문제를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소송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소송의 허가단계에서 신뢰의 추정을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행해야 할지, 아니면 summary judgement 때까지 그러한 결정을 유보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 견해가 나뉘어 있다.65)

대다수 법원들은 허가단계에서는 사실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원고의 신뢰의 주장을 단순히 수용하였으며, summary judgement 때까지 문제에 대해 더 깊은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Basic 사건에서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66) 이에 반해 다른 법원들은 Basic 사건에서 시장사기이론의 추정은 집단소송 허가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며, 따라서 집단소송의 허가단계에서 추정 문제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법원이 소송의 어느 단계에서 신뢰의 추정을 결정해야 하는지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집단소송의 흐름을 보면 압도적으로 소송의 초기 단계에서 화해가 이루어지고, 일부는 소송의 허용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1년에서 1999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82%가 초기에 화해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67) 더 나아가, 소송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은 소송에 대한 엄청난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피고로 하여금 소송을 가능한 한 피하게 만든다. 따라서 원고가 시장사기이론에 의한 추정을 어떻게 제기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 하급법원의 이러한 불일치는 증권집단소송의 원만하고도 효율적인 작동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68)


5.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의 제정과 변화


(1) 1995년 개혁법의 배경과 개요

1995년 연방의회는 증권집단소송에서 남소경향이 나타나고, 이러한 불건전한 흐름이 증권시장과 기업의 의사결정에 장애가 된다는 일부 증거가 입증되면서 연방증권소송체계의 개선을 시도하였다. 즉 불필요한 소송은 가능한 억제하고, 소송의 가치가 있는 소송들은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증권민사소송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시도하였다.

개혁법은 우선적으로 증권소송의 총 건수를 줄여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점차 증가하고 있는 "strike suits"를 줄이고자 하였다. 이는 소송을 통하여 쟁점을 다투기보다는, 원고에게 유리한 증권집단소송 시스템을 단순히 이용하여 피고에게 압박을 가하여 화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남소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혁법이 무분별한 남소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혁법의 취지가 기업으로부터 진정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구제해 주는 집단소송의 근본 정신을 퇴색시킨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개혁법은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적 또한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예측공시에 대한 기업의 소송 리스크를 경감시켜 줌으로써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의 촉진을 제고하였다.69)


(2) 시장사기이론에 대한 개혁법의 충격70)

개혁법이 시장사기이론이나 신뢰의 추정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없다. 그러나 하원에서 작성한 법안에서는 34년법 제10조(b)와 관련한 소송에서 명백하게 손해인과관계와 거래인과관계를 모두 요구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Basic의 논리를 뒤엎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원에서 거래인과관계의 요건은 삭제되었지만 손해인과관계의 요건은 살아남아 최종안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의 과정의 논란은 연방의회의 상당수가 시장사기이론 또는 신뢰의 추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71)

개혁법이 시장사기이론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지만, 개혁법의 내용과 세부 조항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정신은 향후 법원들이 시장사기이론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중요한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하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주요 부분에 대해서 살펴본다.72)

가. 손해인과관계의 요구

개혁법은 원고의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Basic 사건 이후 확산되어 왔던 EMH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MH 이전의 시장사기이론은 문제가 된 허위표시가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즉 손해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신뢰의 추정을 인정하였지만, EMH는 허위표시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방법에서 EMH는 신뢰에 대한 시장사기이론적 추정에 필요한 손해인과관계 입증의 대체물로서 활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하에서는 원고는 피고가 주가변동에 실제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함 없이 집단소송의 허가단계에서 신뢰의 추정을 빠르게 얻는 것이 허용된다. 그런데 개혁법이 명백하게 원고에게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요구함으로써 EMH에 기반을 둔 시장사기이론에 상당한 제한을 가하였고, 결과적으로 피고에게 책임도 없는 사유를 근거로 일단 집단소송을 제기해 놓고, 피고를 압박하여 거대한 화해금을 취득하는 행태의 남소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개혁법은 시장의 효율성 여부에 관계없이 34년법 제10조(b)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는 모든 원고들에게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을 명백하게 요구하였지만, 원고가 소송의 초기단계에서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법의 정신을 통해서 볼 때, 소송의 초기단계에서 원고의 손해가 피고의 행위로 말미암아 야기되었다는 사실의 증명을 요구할 것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소송 초기단계에서의 입증을 적극적으로 명령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개혁법이 하급법원이 원고에게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한 신뢰의 추정을 허용하여 인과관계에 대한 어떤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소송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

나. 손해배상액 산정방법에 대한 새로운 사고

개혁법의 손해배상조항은 Baruch Lev 교수 및 Meiring de Villiers 교수에 의해 발전된 시장 움직임에 대한 "충격이론"(crash theory)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정보에 과민반응을 하며, 그리고 후에 올바른 정보가 공시되면 제자리를 찾게 된다는 것인데, 이 이론에 근거하여 의회는 손해배상조항에 올바른 공시가 이루어진 90일간의 개념을 포함시켰다. 개혁법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시장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회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90일 개념, 그리고 이것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충격이론은 기본적으로 Basic 사건에서 기반하고 있는 EMH 버전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개혁법의 손해배상조항은 시장이 즉각적으로 정보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고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한 것이며, 이는 시장에 대한 기술적인 이론인 EMH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다. 증권집단소송의 적절한 통제와 지원

앞에서 언급한 손해인과관계 입증책임의 법령화나 손해배상액 산정방법의 개혁을 논외로 하더라도, 증권집단소송의 수를 줄이기 위한 개혁법의 일반적인 목적은 시장사기이론을 채택하는 하급법원들에게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개혁법의 뒤에 숨어있는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증권집단소송의 남발에 제동을 걸기 위하여 Rule 10b-5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들에게 소장 및 증거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기소송과 관련하여 거대한 비용으로 시달리는 피고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개혁법의 일반적인 목적과, Basic 사건에서 보다 많은 소송을 허용하는 것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최선이라는 판단으로 신뢰추정을 허용하였던 다수의 연방대법관의 철학은 서로 대립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비록 대립적 관계에 놓여있지만 어느 철학이 옳으냐의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며, Basic 사건의 신뢰추정 허용은 증권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주기 위해 논리적으로 명백하게 필요한 것이었지만, 이러한 결론이 남소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자, 이에 대한 보완으로 개혁법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입증책임의 어려움을 가능한 한 제거해 주는 동시에 집단소송의 남소를 방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법원에게 과제로 남아 있다 하겠다.


(3) 개혁법과 사베인스-옥슬리법

미국은 2002년 7월, 연방증권법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사베인스-옥슬리법" (Sarbanes- Oxley Act)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엔론, 월드컴, 아더 앤더슨을 붕괴시킨 회계부정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경영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획기적인 개선을 도모하였다. 이처럼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증권규제의 다양한 부분에 걸쳐 개혁을 시도하였지만 1995년 개혁법에 의해 이루어진 개혁과 관련된 부분은 없으며, 특히 시장사기이론에 대한 개혁법의 생각에 변화를 가하는 시도는 전혀 없다. 즉 사베인스-옥슬리법이 투자자보호와 증권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규제의 범위를 상당할 정도로 확대하였지만, 증권사기의 입증문제와 관련하여 엄격한 요구를 가한 개혁법의 목적과 충돌하는 조항은 없다.

개혁법은 일부 원고와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의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증권사기소송을 조작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여 Rule 10b-5 소송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위해 증권법의 조항들에 상당한 개혁을 가하였지만,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이러한 개혁법의 실체적 조항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으며, 단지 절차적인 징벌적인 부분만에 손을 대었다. 따라서 개혁법이 시장사기이론에 대한 가하려고 했던 일정한 통제의 방향과 투자자보호라고 하는 증권규제의 커다란 이념간의 갈등과 긴장은 사베인스-옥슬리법 제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Ⅲ. 증권집단소송법안의 손해배상책임

1. 집단소송의 허가요건


(1) 객관적 요건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일반 소송과는 달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법안 제7조, 제10조). 이는 집단소송이 가진 위력과 피고에게 미칠 수 있는 커다란 압박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남소를 방지하고 소송의 가치가 있는 사안에만 집단소송을 허용하기 위해 법원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법안이 집단소송의 허가요건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으로는, (i) 구성원이 50인 이상일 것, (ii) 구성원의 각 청구가 제3조에 해당되는 청구로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중요한 쟁점을 공통으로 할 것, (iii) 증권관련집단소송이 총원의 권리실현이나 이익보호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일 것, (iv) 제9조에 따른 허가신청서의 기재사항 및 첨부서류에 흠결이 없을 것 등 4가지이다(법안 제12조). 이러한 허가요건은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2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틀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들 허가요건은 집단소송으로 허가 받기 위한 객관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으며, 법원은 허가결정을 내리기 전에 필요한 경우 대표당사자에게 허가신청의 이유를 소명하도록 할 수 있으며(법안 제13조 1항), 당사자를 심문하여 허부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동조 2항). 또한 법원은 심문과 관련하여 직권으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조 3항). 그리고 허가신청서에는 (i) 당사자, 법정대리인 및 소송대리인, (ii) 총원의 범위, (iii) 대표당사자 및 소송대리인의 경력, (iv) 허가신청의 취지와 원인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법안 제9조 1항).


(2) 허가의 요건으로서 입증책임

 법안 제9조 제1항은 허가신청서에 "허가신청의 취지와 원인"을 기재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허가신청의 취지와 원인을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요구는 허가단계에서 원고에게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미국의 경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혁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집단소송의 허가단계에서 원고에게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도 소송개시 단계에서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소송의 개시에 필요한 수준, 즉 소송의 가치가 있다는 정도의 입증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일반 소송의 경우 입증책임은 소송의 진행과정에서 필요한 단계에서 요구되는 개별 사항마다 입증하면 되는데, 이러한 일반적인 상황이 집단소송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법안에서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허가신청서에 기본적인 청구의 취지와 원인을 기재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러한 요구가 인과관계의 입증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집단소송의 경우도 일반 소송과 마찬가지로, 소송의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마다 필요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


2. 집단소송의 청구원인


우리 법안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청구원인으로 (i) 증권거래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ii) 증권거래법 제186조의5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및 분기보고서에 준용되는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iii) 증권거래법 제188조의3 또는 제188조의5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iv) 증권거래법 제197조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의 4가지로 제한하고 있다(법안 제3조).

이들 조항들은 사업보고서 등 정기공시의 경우 법 제14조의 규정을 준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각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집단소송과 관련한 손해배상문제는 궁극적으로 증권거래법에서 행위별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각 조항이 증권집단소송과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의 실체법이 된다.

집단소송의 청구원인을 이렇게 4가지 사항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정기공시 문건상의 허위기재는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인정하되 수시공시의 경우에는 불허한다는 것은 설명되기가 어렵다고 본다. 법을 도입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집단소송 도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원인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투자자보호와 형평성 차원에서 부적절하다.73)


Ⅳ.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

1. 서   론


(1) 민법상 손해배상책임과의 관계

증권거래법은 현재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청구원인별로 각각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과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은 어떠한 관계로 보아야 하는가? 이들의 관계에 대해 학설은 법조경합으로 보는 소수설과 청구권경합으로 보는 다수설로 나뉘어 있으나, 대법원이 한국강관 사건74)에서 이들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청구권경합으로 판단하면서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를 구하는 자는 양 청구권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는데,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은 원고의 입증책임을 민법에 비해 완화해 주고 있어 원고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실익은 없다고 본다. 다만 증권거래법상 배상청구권의 시효는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보다 짧기 때문에,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경우에 한하여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실익이 있을 것이다. 또한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에 있어 민법의 규정이 유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민법상 청구권을 택할 실익이 있을 것이다.75)


(2) 손해인과관계와 입증책임

가. 민법상 인과관계론

피고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가 필요한가? 민법은 규정상 명백하게 "상당인과관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민법 제763조, 제393조).76) 상당인과관계란 어떠한 사실이 현재에 있어서 결과를 발생하게 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때에 있어서도 역시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켜야만 그 사실을 결과발생의 원인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판례와 통설도 상당인과관계설을 취하고 있다.77) 이 설에 따르면 "우연한 사정" 내지 당해 위반행위에 따르는 "특수한 사정"은 행위의 결과에서 제한하게 되어 인과관계의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온다.78)

그러나 이러한 상당한 인과관계의 요구는 현대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업재해․공해․의료과오 등에 관한 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을 매우 어렵게 한다. 이러한 소송의 경우 때때로 높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요구하고, 공적 조사기관의 불비․가해자의 비협력 등 입증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에 이러한 인과관계의 입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개연성설"이다.79) 즉 원고의 사법적 구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인과관계의 증명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80) 개연성설에 의하면 피고의 원인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도의 것이면 된다는 것이다. 즉 원고의 이러한 입증에 대하여 피고가 거기에는 인과관계가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하려는 것이다.81)

현재 우리나라의 판례들이 이러한 개연성설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일부 판례에서는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규범의 목적, 즉 입법의 목적, 보호법익, 위반행위의 태양이나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서 규범목적설을 포용하고 있어, 원고의 입증책임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82)

나. 증권거래법상 요구되는 인과관계

그렇다면 증권거래법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해인과관계를 요구하는가?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규정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민법의 특칙으로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고 설치되었기 때문에 민법의 논리를 구태여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즉 증권거래법은 개별 위법행위의 특성에 맞게 각각 개별적인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설치하고 있어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도 개별 조항의 문언에 충실하게 독자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증권거래법상 특칙이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민법의 논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증권거래법은 위법행위의 특성과 책임의 정도를 고려하여 일부 경우에는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전환시키고 있으며, 일부 경우에는 그 요건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의 경우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원고 및 피고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누가 입증책임을 지느냐는 소송의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 경우 원고보다는 법이 금지하는 불법행위를 행한 피고에게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법적 정의감에 충실한다고 본다. 개별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한 인과관계와 입증책임의 구체적 논의는 관련된 부분에서 자세히 기술한다.

다. 손해의 발생

원고가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불법행위가 원인이 되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예컨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생겼다는 증명이 없으면 손해배상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손해발생 또는 손해액의 입증책임은 보통 원고에게 있다.

증권거래법상 손해의 발생은 대부분 객관적인 가격이 있는 증권의 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소송의 경우보다 입증에 있어 쉬운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가조작과 같은 일부 사안의 경우, 피고의 특정한 행위가 주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느냐로 논쟁이 발전하면 손해인과관계와 관련되어 손해발생의 입증이 어렵고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될 소지도 크다.83)

원고의 손해가 피고의 불법행위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면, 그 정도만큼 피고의 손해배상액의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3) 거래인과관계

거래인과관계 또는 신뢰요건이란 원고가 피고의 중요한 사실에 대한 부실표시를 실제로 신뢰하고 거래하였을 것을 말한다. 이러한 거래인과관계의 법리는 미국에서 발전하였는데, 이러한 거래인과관계는 구체적으로 (i) 원고가 부실표시를 실제로 믿었으며(believe), (ii) 그러한 믿음이 원고가 당해 거래를 하도록 하는 원인(cause)이었다는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84)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먼저 민법 제750조는 이러한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는가? 민법 제750조의 표현상으로 명확하지는 않지만 민법학자들은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피고의 부실표시 등에 대한 원고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앞에서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증권거래법상 개별 조항들은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는가? 세부적 논의는 개별 조항의 문제로 돌아가야 하는데, 증권거래법상 대부분의 규정은 명백하게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문언상 함축적으로 거래인과관계, 즉 피고의 부실표시를 신뢰하여 원고가 행동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85)86) 판례의 입장도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인과관계의 존재가 요구되는 경우, 그 입증책임은 누가 부담하는가? 일반적으로 증권거래법상 거래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피고가 진다고 보아야 한다. 즉 원고의 거래인과관계의 존재를 추정해 주는 것이다. 많은 법원의 판례가 이러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87) 이는 미국이 시장사기이론을 적용하여 거래인과관계의 추정을 허용해 주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88)


2. 유가증권신고서 등 허위표시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


(1) 현행규정

증권거래법 제14조 제1항은 발행시장에서의 허위기재로 인한 배상책임에 대해 "유가증권신고서와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설명서(예비사업설명서 및 간이사업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조에서 같다)중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유가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유가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시에 그 사실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가증권신고서 등 발행시장에서 사용되는 공시문건에 허위표시를 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는 제14조는 1963년 4월 7일, 법률 제1334호에 의해 당시 제8조의2(허위기재로 인한 손해배상)로 처음 신설되었다. 당시 규정의 내용은 원고를 "선의의 유가증권 취득자"로 표현한 반면, 현재의 규정은 단서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이다.

따라서 1963년 신설 당시나 현재의 제14조 규정은 손해배상책임 요건으로서 (i) 위법성, (ii) 손해인과관계, (iii) 손해의 발생을 들고 있다. 다만, 단서에서 피고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면책을 해 주고 있다.  


(2) 손해인과관계와 손해배상의 범위

가. 입증책임

법 제14조는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유가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때"라고 명시하면서, 피고의 부실표시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분명한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1997년에 추가된 제15조 제2항에서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배상책임을 질 자가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허위로 기재․표시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기재․표시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하여 피고가 원고의 손해가 자신의 행위에서 기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감면을 허용해 주고 있다. 

먼저 원고는 유가증권신고서상의 부실표시의 존재, 즉 위법행위에 대해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가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며, 보통 증권감독당국의 발표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아무튼 원고가 피고의 위법행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증권감독당국의 발표나 법원의 판결이 있는 경우, 동 사실과 관련한 정보를 법원에 제출하면 입증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실표시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가? 제14조로만은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1997년 제15조 제2항이 신설되면서 피고에게 손해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입증책임을 요구함으로써 명확하게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89)90)

따라서 원고로서는 자신이 당해 부실표시가 이루어진 시점 또는 그 이후의 시기에 거래를 해서 손해를 입었다는 객관적인 사실만의 제시로 충분하다고 본다. 즉 손해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이 아니라 피고의 불법행위의 증명과 함께 자신이 유사한 시기에 거래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책임 정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나. 제15조 제1항의 성격과 손해배상의 산정방법

제15조 제1항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고, 특히 마지막 문언에서 "......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의 성격이 간주규정인지 추정규정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96년 헌법재판소가 영원통신 손해배상청구사건과 관련해서 제15조 제1항(당시 제15조)의 성격에 대해서 결정을 내린바 있는데,91)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증권거래법 제15조92)는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주가의 등락분 중 감사의 부실감사 등으로 인한 하락분을 가려내어 그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반드시 용이한 것이 아님에도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입증을 요구할 경우 투자자보호라는 증권거래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충분하지 아니하므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법정(간주)함으로써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하여 간주규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15조를 문언대로 간주규정으로 볼 때 이를 준용하도록 한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이 헌법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이를 단순위헌으로 선언할 경우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반투자자는 민법상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하면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간주규정과 추정규정은 본질적으로 상이한 규정이라기보다는 간주규정이 배상의무자의 반증을 불허함으로써 추정규정보다 배상권리자를 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는 정도의 질적․양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이고 따라서 증권거래법 제15조를 추정규정으로 해석하더라도 입법권의 침해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를 추정규정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위헌성을 제거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5조를 추정규정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제15조 제1항의 방식에 반드시 구애받을 필요는 없으며,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일부 법원들은 제14조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제15조 제1항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적용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다.


(3) 거래인과관계의 추정 

가. 제14조의 해석

제14조는 문언상 명확하게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함축적으로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은 민법 제750조의 해석의 논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느냐에 있어서는 민법과는 달리 해석해야 할 것이다. 즉 민법의 경우에는 그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제14조의 경우에는 피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항의 누락의 경우는 물론 적극적 부실표시의 경우도 동일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미국의 시장사기이론과 같이 원고가 부실표시를 읽고 직접적인 신뢰를 하지 않았어도, 증권시장의 특성상 시장에 대한 신뢰, 즉 간접신뢰를 인정하여 원고의 거래인과관계를 추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거래인과관계의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데, 즉 원고가 공시사실이 부실표시라는 것을 알았거나,93) 이미 시장에 당해 사실이 알려진 경우, 즉 "ruth-on-the-market" 방어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이러한 추정은 깨어진다.

나. 한국강관 사건과 그 의미

거래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례로는 한국강관 사건을 들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제2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이 거래인과관계 부분에 대한 내용을 분명히 하였다. 한국강관 사건은 청운회계법인의 부실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인데, 제14조에서 쟁점이 되는 부실기재의 문제와 본질이 같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거래인과관계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매우 중요한 판례이다.94)

이 사건에서 원고의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는 증권거래법상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다툼의 실익이 없어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해서 내려진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제2심은 "원고가 .... 분식된 재무제표와 부실한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이를 투자판단의 자료로 삼아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 증거가 없고"95) 라고 판단하면서, 이를 원고 패소의 이유로 삼았다. 즉 제2심은 원고가 거래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소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함에 있어서는 다른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증권거래소를 통하여 공시된 피고 회사의 소외 회사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소외 회사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믿고 그 주가는 당연히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으리라는 생각 아래 소외 회사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96)라고 판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가 분식된 재무제표와 부실한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이를 투자판단의 자료로 삼아 주식을 취득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만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97)이라 하면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미국의 시장사기이론을 반영하여 공개시장에서 원고가 피고의 부실표시를 신뢰하고 거래하였다는, 거래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간접적 신뢰를 인정하여 원고의 신뢰를 추정해 주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시효만료로 인해 증권거래법상 신뢰 여부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고,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논리를 전개하였는데, 민법상 손해배상청구소송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장사기이론을 적극적으로 원용하여 원고의 거래인과관계의 추정을 허용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민법학자들이 제750조의 경우 거래인과관계가 요구된다는 점에 일치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한국강관 사건에서 대법원이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거래의 경우에,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 일반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원고의 거래인과관계를 추정해 줌으로써 원고의 입증책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4) 피고의 항변과 반증

법 제14조 단서는 피고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피고의 면책이 허용된다. 이는 피고의 과실책임을 규정하면서, 피고에게 "주의의무의 항변"(due diligence defense)를 허용하고 있다.

발행시장에서의 부실표시와 관련하여 배상책임을 질 자는 다양하며, 특정 분야의 담당이사나 전문가들의 경우 due diligence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을 허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러한 면책의 범위에 발행자가 포함되는 것은 입법론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우 발행회사는 due diligence의 항변을 주장할 수 없다(33년법 제11조(b)).

또한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시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도 면책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고가 부담한다.

(5) 판례 분석

가. 신정제지 사건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상의 부실표시를 근거로 소송이 제기된 사건으로 1996년 6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제기된 신정제지 손해배상청구 사건을 들 수 있다.98) 이 사건에서 원고는 발행시장에서 당해 주식을 매수한 자, 즉 법 제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가증권의 취득자"가 아니라 거래소에 상장된 이후에 거래소시장에서 매수한 유통시장에서의 매수자이다. 따라서 법원은 증권거래법 제14조를 적용하지 못하고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여 책임을 물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은 위와 같은 주식을 불법으로 상장시키고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여 주식투자자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게 한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인용된 판결문에서 보듯이 법원은 피고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인정하였고, 또한 그로인한 원고의 손해를 인정하면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손해인과관계나 거래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원고의 입증책임 문제를 특별히 거론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원고의 매수시점은 당해 주식이 거래소에 상장된 지 불과 2달 후이고, 이 시점은 상장 이후 첫 번째 반기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의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 시점의 매수자들에게 발생시장에서 공시된 문건인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를 신뢰하고 매수하였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요구라 할 수 있다.

또한 손해인과관계도 원고의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가 명백하고, 원고가 당해 주식을 매수한 이후 그러한 부실표시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하락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데,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만으로도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시장사기이론의 추창기에 피고가 중요한 정보와 관련하여 부실표시가 있었고, 그 부실표시가 시장에 알려진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 피고의 부실표시와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를 추정해 준 판례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판례는 증권거래법이 아니라 민법에 근거한 경우라도 증권시장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 문제는 증권시장의 특수한 상황, 즉 공개시장에서 명백하게 불법행위가 이루어졌고, 그러한 불법행위가 알려진 이후 주가가 하락하여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특별히 원고의 입증책임을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판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 옌트 사건

피고회사 옌트는 1997년, 재무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위하여 등록과정에서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에 자금사정이 어려운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누락시켰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을은 유가증권신고서를 신뢰하였거나 적어도 김 모씨 등을 비롯한 동부증권 직원들과의 상담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위 유가증권신고서의 주요 내용을 파악한 후 이를 투자판단의 기초로 삼아 피고 옌트의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피고 옌트의 주가가 하락하여 위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 할 것이므로 발행인이자 신고인인 피고 옌트, 위 신고자의 이사인 피고 戊, 위 발행인과 당해 주식의 인수계약을 체결한 피고 동부증권은 증권거래법 제14조에 따라 각자 위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99)

이 사건은 발행시장에서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에 중요한 사항이 누락된 사건인데, 법원이 원고가 동 서류의 부실기재를 간접적으로 신뢰하였을 것이라는 신뢰추정을 인정하였다. 이는 미국의 시장사기이론을 발행시장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3. 사업보고서 등 정기공시문서의 부실표시로 인한 손해배상


증권거래법은 제186조의5에서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상의 부실표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발행시장에서 유가증권신고서 등 문건에 부실표시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제14조 및 제15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제14조에 의해 피고가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부담하며, 원고의 거래인과관계는 추정 또는 면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제15조 제1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이 산정될 수 있으며, 제2항에 의해 원고의 손해가 피고의 행위와 관계없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감면된다.


(1) 진흥기업 사건

진흥기업 사건100)은 1989.3.15 증권시장지에 1988년 결산결과 55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결산속보를 게재하였는데, 외부감사를 거쳐 결산을 확정한 결과 오히려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음이 밝혀지자 투자자가 허위표시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된 행위로 인하여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보통 그 결과를 발생케 하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 바, 주식시장에서 매수인이 주식을 매수 또는 매도할 때에는 당해 회사의 자산상태, 사업전망 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시책, 경제계의 제반 상황과 업계의 전망, 물가 등 경제적인 요인은 물론, 노사분규, 학원문제 등 사회적인 여건, 기타 국내외 정치상황, 외교문제, 국제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을 참작하여 이를 결정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위 각 주식을 매입할 때 위 금액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였다는 결산속보만 믿고 이를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101) 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초창기의 판결이기는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102) 먼저 손해인과관계에 대해서 법원은 "상당한 인과관계"를 요구하였는데,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이 경제계 제반상황은 물론 노사분규, 학원문제까지 고려하여 투자하기 때문에 피고가 부실표시 한 결산속보만을 믿고 이를 매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원고의 입증책임의 실패를 논하였다.

이 사건의 근거 규정은 제14조와 제15조인데, 당시에는 피고에게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전환시킨 제15조 제2항이 신설되기 이전이어서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었다. 또한 거래인과관계도 엄격하게 해석하여 "피고가 부실표시 한 결산속보만을 믿고 이를 매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증권시장에서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은 다양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원고는 법원이 지적한 수많은 요소 중에서 결산속보의 부실표시가 주가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원고 패소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제15조 제2항을 신설하여 불법행위를 행한 피고에게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입증책임을 전환시켜 원고의 부담을 덜어준 것은 적절하였다고 생각한다. 증권시장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많으며, 따라서 피고의 불법행위가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가를 입증하는 것은 원고 및 피고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피해자인 원고보다는 불법행위를 행한 피고에게 입증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것이 법적 정의감의 차원에서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피고는 자신이 비록 불법행위를 하였지만, 자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4. 내부자거래와 손해배상책임


(1) 법령의 규정

증권거래법은 내부자거래와 관련하여 제188조의3에서 "제188조의2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당해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를 한 자가 그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103)104) 이 규정은 매우 단순하게 내부자의 민사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내부자거래가 가진 구조적 특성상 내부자거래의 손해배상책임은 매우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2) 내부자거래의 구조적 특성

먼저, 내부자거래란 기업의 내부자가 중요정보가 공시가 되기 이전에 당해 정보를 이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105) 따라서 내부자거래는 전형적으로 불공시(non-disclosure)가 문제가 되는 불법행위이다. 이는 인과관계의 입증책임 분배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내부자거래는 피해자가 없는 증권범죄라는 일부 시각도 있는데, 이러한 인식과 관련하여 다른 증권거래법상 불법행위들은 민법 제750조와 청구권경합의 관계에 있으나, 내부자거래와 관련한 제188조의3은 민법에 근거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가능하다.106) 이러한 견해는 내부자의 거래가 상대 거래자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거래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즉 내부자거래 자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으며, 실질적인 가격변동은 내부자거래가 거래를 종료한 이후에 당해 내부정보가 시장에 공시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자의 거래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사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부자거래를 증권거래법에서 중대한 증권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시효의 만료로 제188조의3에 의한 청구권이 소멸되는 경우라도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 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내부자가 취득한 이득 또는 회피한 손실이 형사처벌을 통해서 환수되지 않는 우리의 일반적인 현실을 고려할 때, 민사소송을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107) 

이러한 특성 이외에도 내부자거래의 상대방은 공개시장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과정에서 우연적으로 매치되어 거래의 상대방이 되게 되는데, 원고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가 어려운 문제가 된다. 즉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거래과정에서 우연적으로 내부자와 매치되어 거래한 자에게만 원고적격을 부여할 것인지, 이것이 부당하다면 원고의 범위를 확장하되 어느 정도까지 확장이 필요한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이는 순수한 법리적 문제라기보다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귀결된다.


(3) 인과관계

내부자거래의 경우 누구에게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이 있는가? 제188조의3은 손해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특정다수인간에 대량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개시장에서 공시되지 않은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하는 내부자거래의 경우, 원고가 자신의 손해발생과 피고의 행위간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법 제188조의3은 원고의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상당히 완화해 주고 있다. 즉 피고가 내부자거래를 행한 이상, 원고는 자신이 내부자거래가 발생한 비슷한 시기에 거래를 하였고, 그러한 거래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의 입증 또는 주장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인과관계가 실질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피고는 반증에 의하여 이러한 인과관계의 추정을 깨뜨릴 수 있다.108)

거래인과관계는 어떠한가? 법 제188조의3은 원고에게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는 앞서 논한 것처럼, 내부자거래의 경우 원고들은 그러한 거래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를 하게 되는데, 그러한 거래에서 피고의 불공시를 신뢰하였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내부자거래의 경우에는 신뢰요건을 추정해 주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법 제188조의3에서 명시적으로 이를 요구하고 있지 않고 있다.109) 결과적으로 내부자거래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 규정인 제188조의3은 원고의 입증책임을 상당히 완화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110)


(4) 집단소송의 제기와 원고의 범위

집단소송에서 원고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내부자거래의 특성상 내부자거래의 상대방은 우연히 결정되는 바, 원고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이 많이 발생한다.

법령에서는 "내부자의 거래와 관련하여 손해를 입은 자"로 되어 있는바, 여기서 "관련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소송에서 쟁점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집단소송의 경우 "집단"(class)의 확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내부자거래의 원고의 범위를 결정하는데 현실적으로 3가지의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즉 (i) 내부자와 반대방향에서 거래하여 매치된, 즉 대응관계에 있는 자, (ii) 내부자거래가 거래한 시점 이후 공시가 있기 전까지의 모든 반대방향의 거래자, (iii) 내부자가 거래한 동 시기의 거래자로 하는 방법 등이다.

먼저, 첫 번째 방법은 기술적으로 매치되는 자에 한정하여 원고의 범위가 우연적으로 결정된다는 단점과 함께 원고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와는 반대로 원고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며, 또한 내부자가 공시의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신의 거래가 끝나고 공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루어진 모든 거래자에 대해서까지 배상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 번째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111) 이는 우리 법이 "관련하여"라는 표현을 통해 원고의 범위를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고, 원고의 범위를 제한하되 기술적으로 매치된 자의 범위보다는 내부자가 거래한 유사한 시기에 반대 방향에서 거래한 자를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기본적인 법의 해석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선택은 피고가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의 한도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112)

미국의 경우, 1974년 Shapiro Lynch, Pierce, Fenner & Smith, Inc. 사건113)에서 내부자거래가 이루어진 "동일기간 중에"(during same period) 공개시장에서 당해 증권을 매수한 모든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는데, 이 사건에서 동일기간의 범위를 내부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동안, 즉 내부자가 거래를 시작하여 동 정보가 공개되는 시점까지로 보았다. 그러나 Shapiro 사건에서 등장한 동일기간의 개념이 지나치게 넓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청구권자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대표적으로 Fridrich v. Bradford 사건114)을 들 수 있다. Fridrich 사건에서는 청구권자의 범위를 내부자가 거래하고 있는 기간 중에 공개시장에서 반대방향으로 거래한 모든 자로 인정하였는데, 이 경우 역시 내부자의 거래가 연속적이지 않고 며칠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그 사이에 이루어진 많은 거래에까지 원고적격을 부여하는 것이 되어 비현실적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논란을 거치다가 1988년 "내부자거래 및 증권사기집행법"(ITSEF : Insider Trading and Securities Fraud Enforcement Act)을 제정하여, 청구권자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내부자와 동시기(contemporaneously)에 거래한 자"로 한정하였다(34년법 제20A조(a)).


5. 시세조종과 관련한 손해배상책임


(1) 법령의 규정과 인과관계

법 제188조의5 제1항은 "제188조의4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 당해 유가증권의 매매거래 또는 위탁을 한 자가 그 매매거래 또는 위탁에 관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인과관계

시세조종도 불특정다수인간에 거래되는 증권시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고의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의 어려움을 배려하여 "위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 당해 유가증권의 매매거래 또는 위탁"을 한 것만 입증하면 충분한 것으로 그 요건을 완화해 주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가 위법행위인 주가조작을 하였고, 그 위반행위로 인해 형성된 가격으로, 즉 피고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종된 가격으로 원고가 거래하였다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제시하면 청구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법이 원고의 입증요건을 완화해 주고 있지만, 원고는 손해의 발생을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시세조종에 의해 형성된 가격에서 원고가 거래를 하였지만, 주가가 하락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나, 피고의 행위가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의 행위가 제188죠의4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다. 즉 현실적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

거래인과관계는 어떠한가? 시세조종은 크게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과 부실표시에 의한 시세조종으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행위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임에는 공통되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거래인과관계 요건을 분리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부실표시에 의한 시세조종의 경우는 구조적으로 제14조 및 제186의5의 경우와 유사하다. 단지 시세조종의 경우에는 "위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은 적극적인 허위표시에 의해 형성된 가격이 될 것이며, 따라서 이 경우 거래인과관계가 요구된다고 본다. 그러나 시장사기이론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거래인과관계의 추정이 허용된다고 본다. 둘째로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약하다고 본다.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의 경우 원고가 매수한 가격은 피고의 현실적인 주가조작 행위로 인해 형성되어 있는 가격인데, 원고는 주가조작이라는 불법행위의 존재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 거래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본다. 아무튼 이 경우에도 원고에게 거래인과관계의 추정이 허용되며, 피고가 이를 반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3) 대한방직 손해배상청구 사건 

이 사건은 현실거래에 의해 이루어진 시세조종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를 논한 사건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1심에서 문제가 된 주식의 가격이 이전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 사실 및 원고들이 이 사건 주식을 매매하기 시작한 이후 이 사건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원고들이 손해를 입은 사실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들에게 증권거래법상의 책임이나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묻기 위하여서는 피고들의 시세조종행위와 원고들의 손해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이러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이 사건의 주식의 가격이 적정주가에 비해 높게 형성되었고, 이렇게 고평가된 주식의 가격이 주식시장의 선순환에 의하여 적정주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가격이 하락하여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 점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원고는 그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115)

이에 제2심에서 간단한 논리로 제1심의 판결을 취소하였는데, 피고들의 행위는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제1호, 제2호 또는 제2항 제1호에서 금하는 시세조종등 불공정거래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법 제188조의5 제1항에 따라 이 사건의 주식의 매매거래를 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116)

이 사건에서 제1심의 논리는 매우 자의적으로 보인다. 즉 피고들의 행위가 위법행위임이 명백하고, 법 제188조의5 제1항은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손해를 입은 자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동 주식도 하락하였다는 등, 당해 주식은 유통물량이 적은 소형주이기 때문에 주가의 하락폭이 컸다는 등 인과관계 성립에 아무런 관계도 없는 논리를 전개하며 손해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제2심의 논리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법 제188조의5가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피고의 위법행위로 인해 주가가 높은 가격에 형성되었고, 원고가 그 가격으로 거래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피고는 배상책임을 진다. 따라서 제188조의5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법행위의 성립이며, 다음은 원고의 손해의 발생이다. 이 사실만 입증되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제2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본다.

(4) 세종 하이테크 사건

이 사건은 시세조종으로 이미 형사판결을 받은 사건으로서 피고의 동일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제1심에서는 원고가 승소를 하였으나, 제2심에서는 원고 패소판결이 내려졌다. 형사사건에서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에서 그 책임을 부정한, 흔치 않은 판례라 할 수 있다.117)

제2심의 논리는, 비록 피고의 행위가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의 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한 입증에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가 없었다면 시세조종 행위기간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가를 정상주가로 볼 수 밖에 없고, 조작주가가 정상주가보다 현저히 높게 형성되었다면 시세조종 행위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제하였다. 그리고 피고의 시세조종 행위로 주가가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감정에 있어서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여러 부분에서 정확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시세조종 행위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가 "소위 회사의 실제 주가에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원고의 손해인과관계의 입증실패를 언급한 대한방직 사건의 제1심과 유사하다. 그러나 대한방직 사건의 제1심은 직접적으로 손해인과관계에 대한 원고의 입증실패를 논한 반면, 이 사건에서 제2심은 피고의 행위가 소외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따라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논할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실제로 피고의 시세조종 행위가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제1심과 제2심의 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제2심이 제시한 "정상주가에 의한 차액 산정방식"에 따라 원고의 손해를 산정하는 경우에조차 구체적인 산정방법에 따라 계산상 커다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118) 향후 증권집단소송이 도입될 경우 이 문제는 중요한 쟁점으로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산된다.


6. 외부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1) 법령의 규정

증권거래법 제197조는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면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인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제17조 제2항 내지 제7항의 규정을 준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즉 외부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은 외감법으로 넘어가는데, 외감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인과관계

이러한 외감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제14조 및 제15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즉 감사인의 부실표시와 제3자의 손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되, 그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입증책임은 감사인에게 전환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하여는 제15조의 규정이 준용되므로 감사인이 원고의 손해와 자신의 부실표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만큼 손해배상액이 감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감법 제17조 제2항이 부실표시를 "믿고 이용"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거래인과관계 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증권시장에 대한 간접신뢰를 통해 원고의 거래인과관계를 추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한국강관 사건에서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주가가 당연히 그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으리라는 생각 아래 대상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가 부실표시된 감사보고서를 직접 읽고 신뢰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서의 가격이 그러한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반영하여 결정된 것으로 믿고 거래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간접신뢰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외감법 제17조 제2항은 원고의 거래인과관계를 추정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의 시장사기이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 한국강관 사건

한국강관 사건은 1997년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으로서 피고의 부실표시와 원고의 손해와의 관계, 원고가 당해 부실표시를 신뢰하였는지 여부의 문제들이 다루어진 매우 중요한 판례라 할 수 있다.119)

이 사건에서 제2심인 서울지방법원 본원합의부는 피고인 청운회계법인의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위법행위로 인하여 허위작성된 위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는 소외회사의 주가를 결정하는 기초가 되었으며, 일반투자자인 원고는 소외회사의 주가를 적정한 재무제표에 의하여 형성된 정당한 가격으로 믿고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 할 것이므로 감사인으로서 중요한 사항인 위 분식결과 사실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한 피고는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 외감법 제1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이를 믿고 이용한 선의의 투자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120)

또한 제2심은 허위표시에 대한 원고의 "신뢰" 문제를 거론하였는데, 법원은 문제의 허위작성된 재무제표가 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고, 그러한 영향으로 형성된 가격을 원고가 "정당한 가격으로 믿고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 할 것이므로"라고 하여 신뢰의 추정을 인정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본질적 문제는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 문제는 시효의 만료로 기각되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민법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상 입증책임이 관건이 되면서, 법원은 민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였다. 즉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한 원고의 신뢰문제와 관련하여 법원은 "원고가 위와 같이 분식된 재무제표와 부실한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이를 투자판단의 자료로 삼아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주식거래에 있어서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는 주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이고,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거쳐 작성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공표되어 그 주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주식투자를 하는 일반투자자로서는 그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주가가 당연히 그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으리라는 생각 아래 대상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문제로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허위작성된 재무제표를 투자자가 실제로 신뢰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허위작성된 재무제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주가가 당연히 그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 정도에서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생각은 미국의 시장사기이론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121) 이는 미국의 경우처럼 추정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피고에게 이를 반박할 권리까지 부정한 것으로 아니라고 할 수 있다. 


(4) 과실상계 문제

감사인의 부실표시가 문제가 되었던 신호스틸 손해배상청구 사건122)에서는 원고가 당시 보유하고 있었던 주식을 빠른 기간 내에 처분하여 손해를 감소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30%의 과실상계를 인정하였다.



V. 결    론

원고와 피고간에 입증책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는 소송의 구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경험을 볼 때, 연방대법원이 Basic 사건에서 시장사기이론을 수용하면서 집단소송의 지형이 원고에게 크게 유리하게 변동되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1995년 개혁법이 등장하였음을 앞에서 살펴보았다. 따라서 증권시장에서의 플레이어(players)간에 공정한 게임을 위하여 원고와 피고간의 균형적인 입증책임의 분배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증권집단소송을 포함하여 증권소송에 있어서 손해배상의 다툼은 전통적으로 사인간에 발생하는 민법상 손해배상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는 증권거래소와 같이 고도로 복잡하고 거대한 거래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용해 발생하는 증권범죄의 경우 일반투자자로서는 피고의 위법성, 그리고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증권범죄의 경우, 위법행위의 입증이나 인과관계의 입증을 위해 요구되는 거래데이터는 증권시장에서 거래한 모든 시장참가자들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소 등 관련기관들이 쉽게 내어줄 수 있는 자료가 아니며, 또한 기업의 부실표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들도 기업의 내부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자체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설혹 이들 자료에 접근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증권시장에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들 중에서 피고의 특정 행위가 주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일반투자자에게 분석과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증권거래법은 이러한 증권시장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시켜 주거나 피고에게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증권거래법의 정신과 입장에 대해 대법원을 비롯한 거의 모든 하급법원들, 그리고 대부분의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세계적으로 금융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증권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증권시장의 구축과 유지는 국가적인 명제가 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증권시장의 공정성 제고는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사인간에 발생하는 불법행위의 책임을 묻는 민법과 자본주의의 핵심을 형성하는 증권시장의 메커니즘을 흔드는 증권범죄를 규율하는 증권거래법의 정신과 목적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이는 증권거래법이나 증권집단소송법이 단지 사인간의 분쟁해결을 위한 차원만의 법이 아니라 한 국가의 금융정책과 기업정책의 미래적 구도와도 연계되어 있는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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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공정공시규정(Regulation FD)에 대한 소고



최 승 진

(변호사, 법무법인 우방)



【초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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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미리 취득한 회사의 내부자 등이 증권거래와 관련해서 이를 공개함이 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부자거래금지원칙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Chiarella 및 Dirks 판결에 따라 (1) 정보를 제공한 자가 그로 인하여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고, (2) 정보를 얻은 자가 회사 또는 그 주주들에게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미공개 정보를 증권분석가 등 소수의 자에게만 미리 제공하는 선별적 공시행위를 규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선별적 공시행위는 공개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정보 획득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케 하므로 내부자거래행위로서 금지되는 미공개 정보의 제공행위와 실질을 같이한다. 따라서 공정공시규정은 (1) 회사나 고위 임원 등 회사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가 (2) 주요한 (3)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4) 증권전문가 등 소수의 자에게 공개하고자 할 때에는 (5) 그 공개가 의도적인 경우에는 동시에, 의도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지체없이 (6) 중요 사항에 대한 수시보고양식인 Form 8-K 또는 언론공표 등 적절한 수단에 의해 일반에게 공시하도록 규정하여 정보의 공개와 관련된 개인적 이익 및 충실의무의 유무는 따지지 않고 선별적 공시행위 자체를 규제한다. 한편, 공정공시규정이 내부자거래행위에서와는 달리 그 위반으로 인한 피해자에게 민사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그 위반행위가 내부자거래행위에 해당할 경우 내부자거래금지원칙도 동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제도적으로 내부자거래금지 법규와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결국 공정공시규정은 미공개 주요 정보들의 선별적 공시행위를 제한하여 정보접근에의 공평성과 동등성을 달성하고자 하므로, 내부자거래금지원칙 등과 함께 일반공중으로부터 증권시장의 공정성 및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고, 증권거래소 등에 대한 일반적인 공시제도만을 두고 있고 증권전문가 등에 의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는 우리 증권계에도 투자자들로부터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서 참고할 만한 적절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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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공정공시 / 공정공시규정 / 선별적 공시 / 주요성 / 미공개 정보 / 증권분석가 / 외          국국적 증권발행회사 / 효율적 자본시장 가설 / 내부자거래




The Korean Journal of Securities Law, Vol. 3, No. 1, 2002



Essay on Regulation FD of SEC in the U.S.



Choe, Seung Jin




ABSTRACT

As a result of the United States Supreme Court’s interpretation of insider trading in the Chiarella v. United States and Dirks v. SEC cases, federal antifraud provisions against insider trading impose liability on corporate officials, if after coming into possession of 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 they fail to publicly disclose that information or trade on that information, but they are not liable in cases involving the selective disclosure of the 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 to securities analysts or selected institutional investors or both, unless the officials obtain personal gain from the disclosure or the receiver is under a fiduciary duty with the company or its shareholders. The selective disclosure, however, bears a close resemblance to ordinary “tipping” and insider trading in that it leads to a loss of investor confidence in the integrity of the capital markets since investors who are excluded access to the 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 cannot help but question whether they are on a level playing field with market insiders. Regulation FD adopted by the United States Securities Exchange Commission requires that (1) whenever an issuer, or persons acting on such company’s behalf, discloses any (2) material (3) nonpublic information (4) to certain enumerated persons such as securities analysts, institutional investors and/or holders of the issuer’s securities who may well trade on the basis of the information, (5) the issuer must make public disclosure of that information (6) simultaneously for intentional disclosure or promptly for non-intentional disclosures to the investing public. Thus, the selective disclosure itself rather than personal gain and/or fiduciary duty relating to the disclosure matters in regards to Regulation FD’s application. Regulation FD, however, unlike antifraud provisions such as Rule 10b-5, does not create a private cause of action. Further, Regulation FD is designed to stand together with Rule 10b-5 in that Regulation FD can also apply together with Rule 10b-5 to the case when it meets the requirement of both Rule 10b-5 and Regulation FD. In harmony with the rule against insider trading, Regulation FD which targets the practice by establishing new requirements for full and fair disclosure by public companies is most likely to function to fortify the integrity of and draw reliance on the capital market from the investing public, and show a guiding example to us for ensuring our market’s integrity and enhancing investor confidence because we do not regulate the selective disclosure of the 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 to securities analysts including institutional investors, even though unfair securities transactions involving the selective disclosure and abuses by securities analysts occasionally occur, other than general reporting or disclosure duty of material information to the Korea Stock Exchange or the Financial Supervisory Commission.





【차  례】


Ⅰ. 머 리 말

Ⅱ. 공정공시규정의 제정 배경―Rule 10b-5하에서의 선별적 공시행위

1. Chiarella v. United States   사건

2. Dirks v. SEC 사건

3. Dirks v. SEC 사건 이후―Stevens 사건

4. 공정공시규정의 제정


Ⅲ. 공정공시규정

1. 개    관

2. 공정공시규정의 적용요건

3. 공정한 공시의 의미


Ⅳ. 공정공시규정에 대한 우려―위축 효과(Chilling Effect) 및 시장의 급격한 변동

(volatility)등


Ⅴ. 공정공시규정의 실제와 기능


Ⅵ. 결론 및 시사점

1. 공정공시규정에 대한 평가

2. 시 사 점

3. 맺 음 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I.  머 리 말


1929년의 증권시장의 붕괴로 비롯된 대공황의 재발방지를 위해 제정된 뉴딜입법 중의 대표작인 1933년 및 1934년 각 증권거래법은 “햇볕이 최고의 살균제이고, 전등이 가장 효과적인 경찰”1)이라는 비유가 의미하듯 투자자 공중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정보공시를 투자자 보호 및 증권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근본 수단으로 삼고 있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통해 수익은 극대화하고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다른 투자자들과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증권제도가 기초하고, 이러한 신뢰가 미국 증권시장의 보증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정직성(integrity)과 공정성(fairness)에서 비롯될 수 있다2)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33년 증권거래법이 증권의 최초 발행시 모든 주요 사실에 대해 충분히 공시할 것을 의무화3)하여 신주의 공모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투자자의 사기피해 등 폐해를 방지하고, 1934년 증권거래법이 이미 발행된 주식의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정직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발행회사로 하여금 회사 및 발행된 증권에 관하여 사기, 부정확 또는 착오유발 표현, 기망 등을 포함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4)도 이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주요 정보공시의무규정 및 반사기행위규정 등이 상당부분 미국 증권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증권거래를 보장하고 나아가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게 하여 증권시장 및 경제발전의 동인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초 법률이나 규정이 상정하지 못한 사례들로 인해 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미공개 정보를 증권시장 전문가나 그 정보에 기초해 거래에 참여할 예견되는 기관투자자 등에게만 미리 알려 그렇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당해 정보를 미리 제공받은 자 또는 그들의 고객들에게 투자상의 불공정한 이점을 주는 반면에 당해 증권뿐만 아니라 증권시장 전체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investors confidence)를 앗아가는 선별적 공시행위(selective disclosure)가 그 일례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이러한 행위가, 당해 정보가 부당하게 제공된 것이 아니거나 회사 또는 그 주주들과의 사이에서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자에 의해 취득된 때에는 후술하는 것처럼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금지규정으로 규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이하 ‘SEC’)는 종래부터 위법한 것으로 제한해 오던 위와 같은 증권발행 회사의 주요 미공개 정보(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에 대한 선별적 공시행위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규제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이를 제한함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2000년 8월 15일 Regulation FD(Fair Disclosure, 이하 ‘공정공시규정’)를 채택하여 같은 해 10월 2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5)

아래에서는 이 규정의 제정 배경과 규정의 의미, 그리고 규정의 기능과 전망, 우리 증권계에 주는 시사점 등에 대해서 차례로 언급하기로 한다.



II.  공정공시규정의 제정 배경

―Rule 10b-5하에서의 선별적 공시행위


선별적 공시행위의 전형적인 사례는 “주주 및 시장에 알려야 할 중요한―증권의 가격을 변동하게 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정보를 보유하여 언론공표를 준비하고 공표할 시간을 저울질하면서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공개도 막고 있는 어떤 회사가 우호적인 특정의 선택된 증권분석가 등에게만 미리 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6) 이렇듯 선별적 공시는 대부분 회사 내부자와 증권분석가와7) 또는 그 정보의 사용으로 부적절하게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큰 특정의 자들과의 사이에서 중요하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관한 의사소통과정에서 발생한다.

SEC는 상당기간 동안 이러한 선별적 공시행위를 “투자자들과 증권시장 전체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8) 투자자들의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증진을 그 주된 목표로 하는 1943년 증권거래법과는 반대로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정직성을 훼손하여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해 왔다.9) 나아가 SEC는 선별적 공시행위 관행이 증권분석가 등으로 하여금 회사의 주요 미공개 정보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회사에 관한 객관성이 결여된, 오히려 우호적인 분석을 하도록 하게 함으로써 결국 증권분석가의 분석결과에 대한 투자자 공중의 불신까지 함께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였다.10) 아울러 선별적 공시행위가 실상은 연방증권거래법상의 포괄적인 사기금지규정 등에 의해 금지되고 있는 정보제공행위(Tipping) 및 내부자거래행위와 같은 실질을 가지는 것인데도 법원이 이를 어떻게 취급하는지가 명백하지 않아 본질적으로 동일한 행위가 서로 다르게 취급될 수 있는 데서 비롯되는 형평성문제도 고려되고 있었다.11)

따라서 공정공시규정이 제정되기 전에도 SEC는 주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증권거래를 1934년 증권거래법 제10조 b항12) 및 이에 근거하여 1942년 SEC가 채택한 Rule 10b-513) 에 의거해 증권사기행위, 특히 내부자거래행위로서 금지해 왔다.14) 이 규정들은 “어떠한 자라도”(any person) “증권의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하여”(in connection with the purchase or sale of any security) 어떠한 “조작적 또는 사기적 수단”(manipulative or deceptive device)을 사용하는 것, 즉 “누구에 대해서건 이루어지는 사기나 기망으로 인정될 수 있는 어떠한 행위나 관행 또는 영업행위”(any act, practice, or course of business which operates or would operate as a fraud or deceit upon any person) 등을 위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적용대상을 회사 내부자 및 직접적인 사기나 기망행위로 한정하지 않은 것이 SEC로 하여금 그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15) 이러한 사기금지규정은 적어도 1975년까지는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법원의 판결에 힘입어 증권사기소송의 규제장치로 널리 활용되었고, 현재까지도 증권거래법의 사기금지규정 가운데 최고의 사용빈도를 보이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16) 이와 관련하여, Rule 10b-5가 주로 내부자거래를 규제하는 수단이 되고 있지만 회사 내부의 정보제공자(tipper)가 미공개 주요 정보를 회사 외부의 정보수령자(tippee)에게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증권거래를 하게 하는 때에도 적용된다.

SEC가 내부자의 증권분석가나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주요 미공개 정보의 선별적인 공시행위를 내부자거래금지원칙에 의해 규제할 수 있었던 것도 선별적 공시행위를 tipping의 한 형태로 보기 때문이다.17)

미공개 주요 정보가 증권거래에 사용되는 것이 금지됨에도 선별적 공시행위에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미공개 주요 정보가 증권거래에 사용될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증권분석가의 시장과 일반 투자자들 사이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무시될 수 없고, 그들이 보유하는 정보와 그에 대한 분석 등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방식 등을 지도하고 이러한 임무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증권분석가 등에 대한 일체의 정보제공 행위가 무조건적으로 금지될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회사의 내부자들이 증권분석가 등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또는 제공할 수 없는 미공개 정보가 어떤 범위까지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18)

연방대법원은 1975년 이후,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Rule 10b-5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는 SEC의 해석에 대해 위 증권거래법의 형사법규로서의 성격’19) 등까지를 고려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연방대법원은 Chiarella v. United States 사건20)에 이어 Dirks v. SEC 사건21)에서 Rule 10b-5의 적용을 받는 자가 “어떠한 자”(any person)일 수 없고, 일정한 경우에는 취득한 주요 미공개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거래에 사용하도록 하더라도 당해 미공개 정보의 회피 또는 공시의무(duty to abstain or disclose)가 인정되지 않아 Rule 10b-5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결국 Rule 10b-5를 근거로 한 SEC의 선별적 공시행위규제원칙에 제동을 거는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들은 SEC로 하여금 선별적 공시행위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1.  Chiarella v. United States 사건


이는 1975년과 1976년 사이에 통상 피인수회사의 명칭이 공란 또는 허무회사명으로 된 인수입찰서류를 받아 인쇄작업을 하다가 최종 인쇄일 밤에야 피인수회사의 명칭을 통보받고 인쇄를 완료해 출판의뢰인에게 공급하던 Pandick Press에서 활자지정원(markup man)이던 Vincent Chiarella가 서류의 다른 내용들을 통해 피인수회사의 명칭을 알아내고는 그 사실을 묵비한 채 당해 피인수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후 인수사실이 공개된 직후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14개월간 3만달러를 약간 웃도는 이익을 얻은 사실들이 비록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1934년 증권거래법 제10조 b항 및 Rule 10b-5에 의해 금지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형사기소되고 연방항소법원에서까지 패소하자 연방대법원에 상고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Chiarella에 대한 유죄인정사실을 기각하면서, 주요 미공개 정보를 거래에 사용하기 전에 공시해야 할 의무는 주요 미공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정보를 취득한 자가 “그 상대방이 충실의무 또는 이와 유사한 위탁 및 신뢰관계(relationship of trust and confidence)에 기초한 권능에 의해 정보를 취득한 때에만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이 사건의 경우 미공개 정보를 얻게 된 Chiarella가 그 상대방이라 할 수 있는 피인수회사의 내부자이거나 또는 그 회사와 사이에 위탁 및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피인수회사 주주들과의 사이에서도 그들의 대리인이나 수탁자의 지위에 있거나 또는 위탁 및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Chiarella에게 미공개 정보의 공시 또는 회피의무가 인정되지 않고,22) 결국 1934년 증권거래법 제10조 b항 및 Rule 10b-5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선별적 공시행위에 의해 정보를 제공받더라도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당해 정보의 소유회사 및 정보와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 회사 등은 물론 그 주주들과도 무관한 외부자라면 공개된 정보가 추후 거래에 사용되는지에 상관없이 선별적 공시행위가 제한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선별적 공시행위에 의해 정보를 취득한 외부자가 누구와도 위탁 및 신뢰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어 당해 정보를 증권거래에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2.  Dirks v. SEC 사건


뉴욕의 증권브로커 회사에서 보험회사 주식의 분석업무를 담당하던 Raymond Dirks가 1973년 3월 6일 생명보험회사인 Equity Funding의 전직원 Ronald Secrist으로부터 사기성있는 회사의 관행으로 인하여 Equity Funding의 자산이 과대하게 평가되어 있다는 제보와 함께 사기행위를 밝혀 이를 공중에게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Dirks는 개인적으로 Equity Funding 본사를 직접 방문해 여러 임원 및 종업원과 인터뷰를 했으며 그 가운데 몇몇 하위직 종업원들로부터 사기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진술을 얻어냈고, 비록 Dirks 자신과 그의 회사가 Equity Funding의 주식을 취급한 바는 없었지만 그의 여러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이 정보에 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중 Equity Funding의 주식을 가지고 있던 일부 투자자와 5명의 투자자문가들이 1,6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도하였다. Dirks는 개인적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Wall Street Journal의 직원과 접촉하면서 Equity Funding의 사기혐의사실을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Wall Street Journal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혐의사실의 보도로 인한 형사문제의 우려 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Dirks가 조사를 하고 사기혐의사실을 유포하던 2주가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Equity Funding의 주가는 주당 $26에서 $15로 하락했고 같은 달인 3월 27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의해 Equity Funding 주식의 거래가 중지되고 보험감독당국에서도 이 회사의 회계서류 등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곧 SEC가 Equity Funding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4월 2일 Wall Street Journal이 1면에 주로 Dirks에 의해 종합된 정보를 보도함으로써 즉시 Equity Funding은 법원에 법정관리신청을 하게 되었다. SEC는 Equity Funding에 대한 제소와 더불어 사기행위 공개에 관한 Dirks의 역할을 조사한 후 “정보수령자는 비밀사항에 속하며 회사의 내부자들에 의해 제공된 것임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주요 정보를 취득한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려면 이를 거래에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Dirks가 내부 기밀정보인 사기혐의사실을 그의 고객들이 Equity Funding 주식의 거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1934년 증권거래법 제10조 b항과 Rule 10b-5를 위반하였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Dirks가 불복하였고 연방항소법원 역시 Dirks의 주장을 기각하자 Dirks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연방대법원은 내부자의 증권분석가에 대한 정보제공(tipping) 및 그 증권분석가의 고객에 대한 정보제공(disclosure)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회사의 내부정보를 취득한 정보수령자는 오로지 (1) 회사 내부의 정보제공자가 정보를 누설함으로써 주주들에게 부담하는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2) 정보수령자도 정보제공자의 위와 같은 의무위반사실을 알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만 정보수령자의 정보공개행위가 내부자거래행위에 속하는 것”이지 회사 내부자로부터 주요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모든 자의 당해 정보를 사용한 증권거래가 전부 금지되는 것이 아니며, 내부자가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는가도 그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금전적 이득 또는 향후의 수익에 연결되는 유력한 명성을 얻는 등 개인적 이익(personal benefit)을 취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데,23) 이 사건의 경우 정보제공자인 Secrist는 물론이고 종업원들도 어떠한 이익을 취득한 바 없으므로 주주들에 대한 위 의무를 위반한 바 없고 결과적으로 정보제공자의 책임으로부터 파생되는 책임을 부담하는 정보수령자 Dirks에게도 역시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판결에서 증권분석가들이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며, 나아가 당해 정보 및 분석된 결과 등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확보하게 하는 유익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임을 지적하였다. 이 판결은 또한 증권분석가의 상대적 지위에 있는 회사 내부자들도 객관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금전 기타 개인적 이익24)을 취득하지 않는 한 증권분석가들에게 미공개 정보를 선별적으로 공시하여도 내부자거래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다.25) 따라서 이 판결은 증권분석가들에 대한 정보공개의 필요성과 정보공개가 유발하는 시장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를 모두 감안한 적절한 판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26)


3.  Dirks v. SEC 사건 이후―Stevens 사건


연방대법원의 Dirks v. SEC 사건 판결에 의해 회사 내부자의 증권분석가들에 대한 선별적인 공시가 상당부분 허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SEC가 선별적 공시를 이유로 내부자거래금지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1) 내부자가 정보제공으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인 개인적 이익을 취득해야 하고, (2) 내부자로부터 선별적 공시에 의하여 정보를 취득한 자 역시 당해 정보를 거래에 사용함으로써 회사의 주주들에 대한 파생의무(derivative duty)를 위반하였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27)

그러나 SEC는 “개인적 이익”기준을 폭넓게 인정하여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증권분석가들에 대한 특별히 유리한 취급을 제한할 수 있었다.28) 이와 관련, SEC는 Ultrasystems, Inc.의 대표이사로서 3년 전에 예상치 못한 손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권분석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던 Stevens가 1984년 공중에 공개하기 하루 전에 선호하던 몇몇 증권분석가들에게만 회사의 분기별 수익이 예상치를 밑돈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 당해 증권분석가들의 고객들이 회사주식을 매도하여 손실을 면하도록 선별적 공시를 한 사건29)에서 Stevens의 선별적 공시행위가 증권분석가들로부터의 그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 만큼 개인적인 이익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내부자거래에 해당된다며 퇴직한 그를 상대로 1991년 소송을 제기하였고 결국 이 사건은 화해를 통해 Stevens가 증권분석가들의 고객들이 면한 손실 전액을 반환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이러한 SEC의 결정에 대해서는 증권분석가 등에 대한 선별적 공시는 거의 모두가 적어도 그의 명성을 유지 또는 고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다고 해석될 수 있어 결국 연방대법원의 Dirks 판결을 형해화한다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SEC가 후에 같은 논리를 적용한 사례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30) “개인적 이익”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은 연방대법원의 Dirks 판결에 반드시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개인적 이익이라는 요건은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tevens 사건도 법원에 불복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SEC의 개인적 이익의 해석범위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고 선별적 공시행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SEC로서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형해화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4.  공정공시규정의 제정


이러한 SEC의 입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투자자들이나 자본시장 전체의 이익에 반하고 1934년 증권거래법이 자본시장 발전의 토대로서 지향하고 있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이유로31) 선별적 공시행위를 일관되게 제한해 온 태도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SEC는 증권분석가들이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입수할 수 있도록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자제하게 되어 결국 선별적 공시가 증권분석가들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의무를 방기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분석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나아가 증권분석가들이 스스로의 성실한 노력과 직관 대신 선별적 공시에 의한 “결코 반감될 수 없는 정보접근의 이점”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결국 선별적 공시행위는 능력, 명민, 노력보다 회사 내부자에 대한 우월적인 접근성을 통해 투자수익을 얻거나 얻도록 하는 내부자거래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32) 이에 SEC는 특별히 그리고 증권계의 관행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선별적 공시의 불공정성33) 들을 지적하면서 종전의 내부자거래금지규정의 적용에 있어서의 불확실성과 모호성34)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법에 의해 부여받은 자체 권한에 의해 제정할 수 있는 규정(regulation)의 형식을 통해 ‘공정공시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III.  공정공시규정


1.  개    관35)


공정공시규정은 회사가 주요 미공개 정보를 증권분석가, 기관투자가 등에게 미리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따라서 내부자거래의 외형을 지닌 선별적 공시행위를 그 규제대상으로 하지만 내부자거래금지원칙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내에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정공시규정36)의 적용요건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발행인 또는 그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가(an issuer, or any person acting on its behalf), (2) 주요 미공개 정보를 일정 범위의 자(일반적으로, 증권시장의 전문가 또는 당해 정보에 기초에 거래할 것으로 보이는 주식의 보유자 등)에게 제공할 때는 언제나(Whenever... discloses any 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 to certain enumerated persons(in general, securities market professionals or holders of the issuer’s securities who may well trade on the basis of the information)), (3) 그 발행인은 반드시 동일한 정보를 그 공개가 ① 의도적인 경우에는 동시에(simultaneously (for intentional disclosures)), ② 의도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지체없이(promptly (for non-intentional disclosures)) 일반공중에게 공시하여야 한다(the issuer shall make public disclosure of that information).37)


2.  공정공시규정의 적용요건


(1) 정보공시의무의 발생―정보의 주요성(Materiality)


공정공시규정은 오로지 발행회사 또는 그의 주식에 관한 “주요한” 미공개 정보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그 의미가 공정공시규정에는 정의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SEC는 그 명확한 의미를 포함시켜 달라는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후술하는 연방대법원 판결(Basic Inc. v. Levinson, 485 U.S. 224, 236 (1988))을 인용해 공정공시규정에서 다루는 선별적 공시는 다양한 형태의 회사정보에 관한 것이므로 주요성에 대한 기준의 내용을 확정하지 않는 것이 개별사건의 특수한 상황에 적합하도록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인 반면, 이를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개별사건에서 그 적용범위를 너무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개념정의를 하지 않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38) 따라서 주요성 여부는 판례들을 근거로 그 의미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연방대법원은 위임장권유서면(proxy statement)과 관련된 TSC Indus., Inc. v. Northway, Inc. 사건에서 “주요 정보”란, “합리적인 주주일 경우 위임장권유서면에 누락된 사항이 어떠한 표결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고려요소가 될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정보” 또는 “합리적인 투자자의 견지에서 공개가 그 공개 전에 알려진 다른 정보들의 총체적 의미(total mix)를 충분히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정보”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39) 한편 인수합병 문제와 관련된 Basic v. Levinson 사건에서는 합병의 협상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므로 주요 정보인가 여부는 특정의 합리적인 투자자가 문제된 시점에 누락되거나 잘못 표현된 정보를 증권의 매도, 매수 등의 행동기준으로 삼을 만큼 중요하게 여겼는가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40) 구체적인 경우에 비로소 그 주요성 여부가 가늠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SEC도 회계에 관한 고시(Accounting Bulletin)를 통해 “단순히 일정한 수량적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주요성을 갖지 못한다는 예단을 버려야 하”고 “수량적으로 미미한 누락이나 잘못된 표현이라도 그 오류가 주가의 비정상적인 큰 폭의 등락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면 주요성을 가진다”고 밝힘으로써41) 비록 회계자료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주요성 여부는 개별적 사실들을 종합해서 판단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SEC는 공정공시규정의 주요성 문제를 다룸에 있어 주요성 여부의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예들42)을 제시하는 한편 후술하는 공정공시규정의 또 다른 요건인 의도적 행위인가 여부도 주요성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한다.43) 그렇지만 경영진의 시장의 경향 및 그 경향에 비추어 회사가 산업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회사의 능력에 대한 논평 등은 주요한 정보라 할 수 없을 것이다.44)

SEC는 개별 미공개 정보가 주요한 것이 아니면 비록 이를 제공받은 증권분석가가 다른 정보들을 종합해 주요 정보가 된다고 해도 주요성을 갖지 않는 위와 같은 회사의 선별적 공시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45) 문제는 회사가 주요하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증권분석가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거나 하려는 시점에 증권분석가가 종합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다른 정보들의 내용이 주요하지 않은 당해 정보와 합해짐으로써 투자자 공중에게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요성을 취득하게 됨을 알게 되는 때에46) 당해 회사의 주요하지 않은 미공개 정보의 선별적 공시행위를 문제삼을 수 있는가이다. 주요 미공개 정보의 선별적 공시행위가 금지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주요하지 않은 개별 미공개 정보가 증권분석가에 의해 중요한 정보로 종합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회사가 알 경우에는 그 정보가 비록 주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공시규정의 위반문제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다.47)


(2) 공시의무자―증권발행회사 또는 그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


공정공시규정에 의해 선별적 공시행위를 제한받는 자는 증권을 발행한 회사(issuer)나 그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이다. 증권발행회사에는 SEC에 1934년 증권거래법 제12조에 의해 증권을 등록한 회사, 같은 법 제15조 d항에 의해 정기적으로 SEC에 경영성과 등을 보고해야 하는 회사 및 폐쇄형 투자회사는 포함하나 그 외의 다른 투자회사와 외국정부, 외국국적 증권발행회사(foreign private issuers)는 제외된다.48) 따라서 “외국국적 증권발행회사(이하 ‘외국회사’)”는 비록 SEC에 보고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공정공시규정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여기서 외국회사란 (1) 주주명부상 50%를 초과하는 주식을 직접 또는 의결권 신탁증서 또는 주식예탁증서에 의한 간접적 방식으로 미국의 거주자가 소유하고, (2) (a) 이사회 또는 집행임원의 과반수가 미국 국민 또는 거주자이거나 (b) 50%를 초과하는 자산이 미국에 소재하거나 (c) 그 사업이 미국에서 주로 감독되는 회사를 제외한 외국정부가 아닌 증권발행회사를 말한다.49) 따라서 1999년 11월 미국의 나스닥에 직접 주권을 상장한 두루넷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한 한국통신 등50) 미국시장에서 증권을 발행하고 있는 우리의 적지 않은 회사들이 외국회사에 해당하는 한 공정공시규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입장이 궁극적으로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공정공시규정의 초안에서 외국회사를 그 적용대상을 삼았다가 최종안에서 적용의 예외로 정리한 SEC가 스스로, Form 10-Q 및 Form 8-K 등 특정한 보고의무(reporting requirement)에 대해서도 과거에 외국회사들에게 그에 따른 보고의무를 면제했던 것과 같이, 우선은 외국회사들의 공시에 대해서 주요 미공개 정보들이 SRO의 규정 및 그 정책에 따르도록 하는 등 적의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공정공시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증권시장의 세계화에 부응한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에 대비하여 외국회사들에 대한 보고의무에 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51) 향후 외국회사들에게 공정공시규정이 적용되거나 또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보고 내지는 공시 일반에 관한 원칙이 새로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52)

한편 회사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는 회사의 그의 고위 임원(senior official),53) 정기적으로 증권분석가, 기타 시장의 증권전문가, 주주 등과 접촉할 수 있는 기타의 임원, 종업원, 대리인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위탁 및 신뢰관계에 기초한 의무에 위반해서 미공개정보를 공개하는 이사, 임원, 종업원, 대리인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54)


(3) 공정공시를 의무지우는 공시의 수용자―일정한 범위의 자


공정공시규정은 주요 미공개 정보를 회사 외부에 있는 일정범위의 사람들, 즉 (i) 브로커딜러와 그 직원 등 연계된 자, (ii) 투자자문가, 기관투자가 및 그 매니저 및 기타 직원, (iii) 투자회사, 헤지펀드 및 그 직원들 및 (iv) 당해 정보에 기초해서 거래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견되는 주식보유자 등에게 공개할 때에는 동시에 또는 지체없이 일반공중에게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55) 그러나 회사와 위탁 및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자(일시적인 내부자, 즉 변호사, 회계사, 투자은행 등), 제공된 정보에 대해 회사와 명시적으로 비밀을 유지하기로 동의한 자,56) 증권의 등급을 산정하기 위한 평가기관 등에 대한 정보공개, 증권거래법에 의해 등록된 증권에 대해 요구되는 정보의 공시 등에 대해서는 공정공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57)


3.  공정한 공시의 의미


(1) 공시의 시점―동시 또는 지체없이


공정공시규정은 선별적 공시가 의도적인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일반공중에게 공시해야 할 시점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선별적 공시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발행인 등 공시의무자는 그 정보를 동시에, 의도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지체없이 일반에게 공시하도록 요구한다.58) 발행인 등이 공시를 하는 경우 비록 공시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면 의도적인 공시에 해당한다.59) 여기서 ‘지체없는’ 공시는 회사의 경영임원이 공시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합리적으로 판단해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내(또는 그러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 또는 뉴욕증권거래소가 다음날의 거래를 개시하기 전 중 늦은 것보다는 이전)에 이루어지는 공시를 의미한다.60)


(2) 공시의 방식


공정공시규정은 공개적으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방식을 특별히 한정하고 있지 않다. 공시의무자로 하여금 SEC에 Form 8-K61)에 기재하여 제출하거나 그곳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시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중에게 알릴 수 있는 다른 적절한 수단으로 주요 정보를 반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기 때문이다.62) 여기에는 언론공표, 공중이 일반적으로 접속하는 발행회사의 웹사이트상의 게시, 기자회견을 통한 발표 등 일반의 접근에 제한이 없는 공지행위가 포함된다.63)


(3) 공정공시규정의 책임과 연방증권법의 책임과의 관계


공정공시규정은 1934년 증권거래법 제13조 a항 및 제15조 d항, 1940년 투자회사법 제30조에 근거해서 공시의무를 부담시킬 뿐이다. 따라서 연방증권법상의 사기행위금지조항에 따라 공시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며, 공시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에게 발행회사 등을 상대로 한 민사청구권 등도 인정하지 않는다. 공정공시규정도 공시의무 위반이 Rule 10b-5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명시함으로써64) 공정공시규정의 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이 Rule 10b-5의 책임 등과는 별개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65) 따라서 공시의무를 위반한 자는 1934년 증권거래법 제13조 a항 또는 제15조 d항 및 공정공시규정 위반으로 SEC에 의한 강제조치(enforcement action)의 대상이 되나, 형사처벌이나 그 외의 자에 의한 민사적 배상청구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66) 구체적으로는 SEC로부터 행정제재로서 위반행위의 중지명령(cease-desist order)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민사제재로서 SEC에 의한 정지처분(injunction) 및/또는 금전적 제재(money penalties)를 당할 수 있다.67) 일정한 경우에는 회사 내부의 위반자 개인이나 위반행위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제재가 가능하다.68) 이와 관련하여 이미 SEC는 공정공시규정을 위반한 혐의가 포착된 회사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69)

  


 IV.  공정공시규정에 대한 우려―위축효과(ChillingEffect)

및 시장의 급격한 변동(volatility) 등


공정공시규정의 제정에 따른 가장 큰 우려는 발행회사 등이 공정공시규정의 위반을 우려하여 증권분석가나 투자자 기타 언론 등에게 회사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도록 하는 문제, 이른바 위축효과를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70) 구체적인 사안에서 “주요성” 여부가 일의적으로 판단되기 어려운 것처럼 공정공시규정의 적용요건 해석에 있어 불명확한 부분들은 발행회사 등으로 하여금 증권분석가 등과 의사소통을 위해 과도한 주의를 하게 하고, 이는 곧 필요하고 가능한 정보의 제공까지도 삼가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시장에 정보의 부족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방대법원의 Dirks 판결에서 확인된 것처럼 공정공시규정 제정 전에 형성된 자본시장의 효율성확보와 정보공시의 공정성의 사이에서 유지되는 균형을 후자쪽으로 치우치게 한다는 우려와 맥락을 같이한다.71) 더욱이 정보가 증권분석가 및 그들의 고객들을 통하지 않은 채 직접 시장에 제공될 경우 정보가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고 증권분석가들의 선도적인 분석 역시 제공되기 어렵게 하는 것이어서, 정보에 대해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일반 투자자들로 인하여 시장의 증권가격이 과도하게 변동하게 되는 문제도 아울러 제기된다.72)

그러나 SEC는 공정공시규정이 모든 정보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요한’ 정보만을 규율할 뿐이고 정보제공에 제한을 받는 자도 회사의 특별한 지위에 있는 자로 한정하여 인적적용범위에도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점, 주요한 정보를 일반공중에게도 동시에 또는 지체없이 적절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지 그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나아가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장의 정보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점 등에 비추어 공정공시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증권분석가 등의 관계를 위축하는 결과나 회사의 주요 정보들이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 궁극적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73) 나아가 선별적 공시행위의 제한의 반면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권가격의 과도한 변동문제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공정공시규정이 내부자거래금지규정과는 다른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회사 외부자와의 모든 접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의 고위 임원 등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주요한 미공개 정보에만 적용되는 등으로 가능한 한 야기될 수 있는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74) 실제로 공정공시규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의 급격한 변동 등 시장의 불안 등은 시장의 공정성으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75)

공정공시규정이 정보공시의 방법을 유연하게 규정하고 있고 그 규정의 위반에 따른 민사청구 등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비밀유지약정이 체결된 자 또는 신용평가기관 등에의 정보제공은 공정공시규정의 적용예외가 되는 등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도 위축효과를 방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V.  공정공시규정의 실제와 기능


실무적인 관점에서 공정공시규정의 요건에 적합하게 주요 정보의 공시제도를 마련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76) 내부 법률고문이 회사 경영진 등을 교육하고, 회사내부의 정보를 증권전문가나 증권보유자들에게 전달하는 책임자를 특정하여 임명하고, 공시의 방식요건에 적합하게 회사의 주요 정보들의 공표방법이나 증권분석가 등과의 대화시 그들의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정형적인 답변 양식을 제작하고,77) 공정공시제도에 부합하는 공시에 관한 회사정책과 절차 등을 마련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78) 나아가 공정공시규정의 적용예외에 관련하여 주요 미공개 정보를 얻은 자와 체결할 비밀유지약정을 마련하거나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행위79)와 금지되는 행위80)등도 게시하는 등 공정공시규정에 대비하고 있다.81)

공정공시규정이 시행된 이후로 비록 얼마 되지 않아 성급하지만 공정공시규정에 따라 주요 미공개 정보를 일반에게까지 동시에 공시한 회사의 경우 하루에 많게는 20퍼센트에 이르는 주가의 등락을 경험했다고 할 정도로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 사실들이 발견된다고 한다.82) 시장의 정보량도 그 전에 비해 감소하고 증권분석가들의 분석도 정확성이 약화된83)것으로 보인다고 한다.84) 그러나 SEC는 공정공시규정의 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그 시행효과를 더 지켜볼 것이며, 공정공시규정이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등 필요한 경우 필요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85)

1934년 증권거래법상의 강제적 공시제도는 ‘정직하고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시를 통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자본시장의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한 장치이다.86) 연방대법원도 “위법하게 취득된 주요 미공개 정보들이 법에 의해 걸러지지 아니한 채 증권거래에 사용된다면 투자자들은 그들의 자금을 그러한 시장에 투자하길 꺼릴 것”87)이라고 판시하여 공정한 증권시장이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선별적 공시행위에 대한 규제가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닌가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할 사안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단기적인 시행효과의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공정공시규정이 SEC의 책임있고 융통성있는 운용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한편,88) 증권가격의 과다한 등락폭을 제어하고 선별적으로 공시되는 정보를 찾는 데 소요되는 지출을 포함한 자본시장의 주요 정보의 부재나 편중에서 비롯되는 비용도 줄이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89)



VI.  결론 및 시사점


1.  공정공시규정에 대한 평가


미국의 연방증권법은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자본시장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 신뢰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조건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인식한 데서 출발하고 있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증권의 가격은 모든 정보들을 반영하여 형성된다는 효율적 자본시장가설90)이 연방증권법과 SEC의 증권제도 운용의 전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특히 1934년 증권거래법 제10조 b항과 그에 기초한 Rule 10b-5는 공정하고 정직한 시장질서를 해치는 내부자거래를 금지하여 왔고 그 적용범위도 단순한 회사의 내부자를 넘어 외부자이더라도 그와 특별한 인적관계가 있거나 회사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자, 회사의 외부 고문 등의 지위에 있으면서 당해 지위상의 권한에서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정보의 취득 및 이용행위 등에까지 확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의 효율성을 보장하는 다른 한 축인 증권분석가 등의 역할을 중시하여 증권분석가 등에게 회사로부터 일반공중보다 주요 정보를 먼저 제공해 온 선별적 공시행위가 연방대법원의 Dirks 판결로 인해 당해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허용될 수 있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개인적 이익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내부자거래의 적용영역을 확대해 온 SEC는 선별적 공시행위가 그 정보를 취득한 자 및 그의 고객들과 그렇지 못한 일반 투자자 공중과의 관계에서는 정보취득자의 우위를 보장하는 tipper-tippee의 관계와 실질을 같이하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제한할 필요를 느껴 그 규제장치로서 제정한 것이 공정공시규정이다. 공정공시규정은 미공개 정보 등이 주로 증권의 거래에 관해 사용되는 것, 따라서 거래라는 결과가 발생한 후에 이를 문제시하거나 또는 내부자 등의 충실의무 등을 위반한 미공개 정보의 제공행위를 금지하는 내부자거래금지제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이전의 당해 정보의 최초의 공개행위 자체를 문제삼는다. 정보를 사용한 ‘거래’나 선별적 공시행위가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는가는 고려함이 없이 당해 정보가 최초의 원천인 회사로부터 그의 재량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개행위를 규율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보의 주요성은 특정한 사건, 가령 그것이 주요한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라면 인수계약의 체결 또는 그 인수를 위한 이사회 결의 등과 같이 어느 특정한 단계에서 확정적으로 취득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충분한 가능성이 인정되는 때 취득된다. 이 점에서 미국의 증권거래법상 보고의무에 기초하여 수시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때에 SEC에 Form 8-K에 의해 보고해야 하는 의무와는 반드시 같은 성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내부자거래금지원칙에 비해 SEC가 관여할 수 있는 시간적 기준이 공정공시규정에 의해 앞당겨져 내부자거래를 예방하는 기능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공시규정이 내부자거래금지원칙과는 별개의 적용영역을 가지고 있어 두 제도의 적용상의 저촉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아울러 그 위반에 대한 제재도 SEC가 주도적으로 행할 수 있어 선호하고 있는 행정적인 절차(administrative proceeding)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어서 법원을 통한 절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속하다는 특징도 갖는다.91)

따라서 공정공시규정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내부자거래금지원칙과 더불어 투자자들로 하여금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도록 하는 한편, 증권에 대한 편파적이지 않은 분석이 시장에 제공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공시규정이 소수의 증권전문가나 기관투자가 등만을 대상으로 주요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여 시장의 공정성과 정직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하는 선별적 공시행위를 제한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의 그 정보에의 동시적 접근과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증권분석가들로 하여금 선별적 공시행위의 이익을 향유할 목적으로 회사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를 계속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92)


2.  시 사 점


공정경쟁규정이 제한하고자 하는 선별적 공시행위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증권거래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깊지 않고 거래의 규모 역시 크지 않은데다 미국에 비해 직접투자에 의존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현저히 높은 우리 증권시장에서 특히 내부자거래에 의해 걸러지지 않으나 실상은 신고 또는 공시의무가 발생하기 전의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선별적 공시행위는 투자자들 사이의 정보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는 곧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 결국에는 우리 증권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별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공개는 증권의 불공정 거래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증권회사의 직원이 관련되는 내부자거래나 증권회사 직원과 당해 회사가 관련되는 주가조작 등의 사안에서 회사로부터 미리 취득된 미공개 주요 정보가 사후적으로 위와 같은 불공정거래에 사용될 경우에는93) 선별적 공시에 따른 정보의 취득행위가 결국 불공정거래행위의 예비행위에 다름아니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94) 경쟁의 불공정성을 초래하는 공개의 선별성은 공개의 수혜자가 되는 증권분석가의 전문성 및 업무성과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분석가들로 하여금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라도 정보를 얻도록 무리한 노력을 기울이게 하기도 한다. 한편,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은95) 증권시장의 참여자들을 질적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데이트레이딩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개인투자자들도 증권분석가 등을 통하지 않은 채 증권정보에 동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미공개 주요 정보들의 가치를 증권분석가 등과 같이 분석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증권 및 회사에 대한 정보들에 관하여 증권분석가들의 분석에 상대적으로 덜 의존하도록 하는 결과와 함께 회사의 소수의 증권전문가 등 특정인에 대하여만 이루어지는 미공개 정보의 제공행위 등에 의해 그러한 지위에 있지 못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자들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 회사의 정보공시행위도 인터넷 등 통신수단의 발달로 더욱 용이해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의 소수에게만 제공되는 미공개 정보의 선별적 공시행위가 긍정될 이유는 더욱 적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증권거래법령은 이미 상장법인 등에게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 발생한 때에 의무적으로 이를 지체없이 신고 또는 공시하도록 하여96) 주요한 미공개 정보들이 증권거래소 등을 통해 일반에 알려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수의 사항들이 위 법령에 비교적 상세히 열거되어 있어 공시의무자 등에게 초래될 수 있는 판단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있기도 하다. 대법원도, 증권거래법 위반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사건들에서이지만, 공시대상인 ‘사항의 주요성’, 즉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법인의 경영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실로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그 정보의 중대성과 사실이 발생할 개연성을 비교 평가하여 판단할 경우 유가증권의 거래에 관한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정보라고 판시하여 미국의 판례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97) 따라서 위와 같은 신고 또는 공시제도로 인하여 선별적 공시행위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다.98)

그러나 법령의 문언상 상장회사 등에게 주요한 미공개 사항을 증권감독위원회, 증권거래소 등에 신고하거나 요구에 의해 공시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위 증권거래법령의 규정들이 상장회사 등의 증권분석가 등에 대한 중요한 미공개 정보의 선별적 공시행위를 직접 그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공개 주요 정보가 소수의 선택된 증권분석가 등에게만 선별적으로 미리 공개됨으로써 야기되는 정보의 불평등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선별적 공시행위의 규제목적이나 그 적용범위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증권감독당국이나 거래소 등에 대해 신고나 공시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의 위 공시제도의 그것들과 반드시 일치하는지 의문이다. 선별적 공시를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미공개 정보의 ‘주요성’이 취득되는 시점 또한 우리 증권거래법에서 신고 또는 공시의무가 발생하는 시점과 동일한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설령 증권거래소 등에 신고의무를 부담하는 상장회사 등이 신고 이전에 증권분석가 등에게 미리 주요 정보를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증권거래법령에서 정하는 기간 내에 신고를 한다면 위 신고 또는 공시의무에 관한 증권거래법상의 제재규정99)이 신고 전의 선별적 공시행위에 대하여 적절한 제재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아울러 앞서 본 것처럼 미국 역시 1934년 증권거래법 제13조 a항 및 Regulation 13A에 따라 Form 8-K에 의해 수시보고의무 등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공시하도록 하여 우리와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100) 별도로 공정공시규정을 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상장회사 등으로 하여금 중요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우리의 현행 증권거래법령상의 제도가 당해 회사들의 증권분석가 등에 대한 미공개 주요 정보의 선별적 공시행위를 규제하는 장치로 직접 사용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선별적 공시행위를 제한할 경우 정보의 불평등 해소를 통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는 대표적 기능 외에도, 증권분석가들로 하여금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까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 대신 공정하게 공개되는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공개 또는 미공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일에 더욱 매진토록 하여 증권분석가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투자자들과의 경쟁속에서 분석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고, 미공개 정보의 선별적 제공에서 비롯될 수 있는 증권분석가 등과 관련되는 내부거래 또는 시세조종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위법행위도 일정 정도 예방하는 부수적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맺 음 말


미국의 SEC가 앞서 본 것처럼 증권거래의 공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두고 면밀한 준비끝에 법원의 판결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자기 시장에 맞는 공정공시규정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부여받은 강제권을 유효적절하게 행사하면서 신설된 제도가 가져오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그 시행을 계속적으로 제어·관찰·보완하여 시장의 현실과 규범의 원리가 서로 적응해 가도록 지원하는 태도는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의 시장도 적절한 투자처로서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증권시장을 찾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기초 구성원으로서의 그들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증권과 관련된 사기 등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하여 공권력의 개입없이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 수단인 집단소송제도가101) 도입되어 있지 않고, 그에 대한 대응도 사기 등 위법행위와 손실액의 입증곤란 등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적 방법보다는 주로 사법기관을 포함한 감독당국에 의한 형사 및 행정 제재 등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증권과 관련된 사기 등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 투자자들의 능동적인 견제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증권감독당국의 적극적 역할이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고, 필요한 범위내에서 증권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심층적인 경험적 분석까지를 토대로 모두에게 공정하게 공개된 정보의 수집과 그에 대한 평가 등의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미국의 공정공시규정 및 그 제도가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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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증권법학회 - http://www.ksla.org/


▶ 원문 : http://www.ksla.org/text/law3_1_jin.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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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입을 탄압하지 말라

 

 

 

진중권의 입을 탄압하지 말라
[주장]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의 진중권씨 감금 사태를 보고
텍스트만보기   주광재(sbadco) 기자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일부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에게 곤욕을 치른 모양이다. 그가 평소 황 박사와 그 지지자들을 비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진씨가 모 대학에서 언론문제에 대한 강연을 하는 도중에 황 박사 지지자들이 강연을 방해하고, 마친 후에는 진씨를 감금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까지 출동해서야 진씨가 빠져 나왔다니, 황당한 일이다.

진중권씨는 평소 다양한 대상을 놓고 강력한 비판을 해왔으며, 그런 비판이 때로는 독설에 가까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과 대통령, 심지어 자신이 당원으로 있던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눈에 보이는 잘못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에 대해서도 그는 서슴지 않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비판을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체계적인 논리를 갖춘 사람이다. 논리가 없이 무조건적 비판을 가한 일을 본 적이 없다. 일부 언론사의 작위적 왜곡 같은 것을 그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철저히 팩트에 기반하여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비판이 대상자에게 때로는 비수처럼 아프게 다가갔을 테지만, 논리가 결여되고 팩트가 왜곡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사회는 그의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옳다. 그런 건강한 비판조차 수용되지 않는 사회라면 이미 건강한 민주사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등에 관해서도 그는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겨눈 일이 여러 번 있었다. 황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무척이나 아프고 심한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고,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와 그것을 수용하는 체계가 다른 사람들간에 갈등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보와 그것에 대한 분석체계를 거쳐 그의 방법으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의 비판이 거슬리더라도 그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고 폭압적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비판이 거슬리고 부당하다면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비판하면 되는 일이다. 그가 무슨 거대한 권력을 잡고 있는 존재도 아닌데 집단으로 물리력을 동원하여 압박하는 일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다.

또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장을 제기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논문조작의 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에서 그것을 덮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응석을 부리는 것은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 차라리 그렇더라도 국익을 생각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여나가는 수준에 그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조직화되고 체계를 갖춘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집단으로 폭행을 가하고, 기물을 부수고, 자살을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은 상황논리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정당성을 가질 근거가 없다. 소수가 다수에게 맞서는 것은 항상 폭압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주장하는 바가 도덕적 우월성을 상실하지 않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대세는 이미 황 박사의 부도덕성을 널리 인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황 박사에 대한 지지운동을 누구도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이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은 극렬한 탄압이 있는 경우 뿐이다. 누구도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운 발언과 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억지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덕적 우월성도 없고, 누군가 강하게 탄압하지도 않는데, 왜 극렬한 집단행동이 나오는 것일까? 그런 모습이 더욱 황 박사 지지자들을 곤란한 처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지자들의 지지가 자유라면 비판자들의 비판도 자유가 있는 것인데 왜 비판에 대한 입막음이 그렇게 절실한 것일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황 박사의 연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그의 혐의가 없거나 중대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는 규명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조직적으로 기금을 모금하여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는 것이 옳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진실여부를 가려서 정당한 방법으로 사회에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비판자들에 대한 입막음과 극단적인 이벤트로 자극을 준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제발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자신들의 주장이 과연 옳은 지도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정보수집과 그것을 정확히 분석하는 노력도 없이 그저 감성적으로 울컥하는 집단행동은 효과도 없이 더욱 강한 비판에 직면할 뿐이다. 위험수위를 넘은 극단적인 모습에 우려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제발 이성을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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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법률상식 제1호는?

 

 

 

한국인의 법률상식 제1호는?
  재산분쟁 고소사건 남발로 검찰이 '채권추심기관' 될라
  2006-04-21 오후 7:05:59
  '한국인의 법률상식 제1호'는 무엇일까?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형사고소를 하라!" 빚 받으려면 민사소송 걸기 전에 일단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부터 하면 일사천리라는 얘기다.
  
  해마다 늘고 있는 고소사건에 검찰이 신음하고 있다. 고소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한 달에 300건이 넘는 고소사건을 처리하다보니 한 사건에 집중할 수 없고 '검사들이 무성의하다'는 비난을 듣는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사건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빚 받으려면 검찰에 고소부터 하고 보라?
  
  이런 고소사건은 주로 재산 관계에 대한 사건으로 사기 및 횡령·배임 사건이 대부분이다. 돈을 떼이거나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사적(私的) 거래에 의해 이해관계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 민사소송에 앞서 형사고소를 먼저 하기 때문이다.
  
  형사고소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고소를 하면 상대방이 '피의자' 신분이 되기 때문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졸지에 '피의자'가 된 사람은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나 검찰청에 들락거리는 것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도주 우려'에 해당돼 구속이라도 되면 졸지에 '범죄자'로 낙인찍혀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도 구속을 면하기 위해 고리의 사채를 끌어쓰거나 신체의 장기를 팔아 합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고소를 하게 되면 수사 및 증거수집을 모두 수사기관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고소인은 민사소송에서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소송에 임할 수 있다. 민사소송을 걸어놓고 검찰에 수사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 상대방이 '피의자'일 경우 민사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민사형 형사고소 이대로 가다가는 검찰이 채권추심기관 될 판
  
 
대검찰청의 주최로 21일 열린 '민사적 형사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공청회. 주로 개인간에 이뤄진 재산상의 분쟁에 대한 고소 남발로 수사기관이 '채권추심기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  

  이러한 '민사적 형사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가 21일 대검찰청 주최로 열렸다.
  
  주제발표에 나선 송길룡 검사(대검찰청 연구관)는 실무 경험을 통해 설명을 시작했다. 500만 원의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를 해 왔고, 송 검사는 피고소인을 상대로 조사한 끝에 "현재로선 갚을 능력이 없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사기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래서 송 검사는 '고소인과 화해하겠느냐?'고 물었더니 피고소인은 "지금 능력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길래, '그럼 벌금형 받아야 한다'고 통보하고 약식기소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처벌 결과를 고소인에게 통보했더니 고소인이 "벌금은 나라가 받는 것인데, 내 돈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 하더라는 것이다.
  
  검찰은 민사분쟁 해결기관이 아니라 형사소추기관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데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송 검사는 "현재 법원과 검찰, 경찰에서는 이런 사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범죄 사건 80% 이상이 고소취하 등 불기소 처분
  
  게다가 이런 재산상의 민사분쟁으로 인한 형사고소가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송 검사가 제시한 2005년 고소사건 현황을 보면 전체 형사고소 사건 중 재산범죄인 사기, 횡령, 배임이 58.4%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중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사기의 경우 12.2%, 횡령·배임의 경우 16.5%에 그친다.
  
  80% 이상의 사건이 '혐의 없음'이나 '고소취하(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검찰에서 수사를 받다가 피고소인과 고소인이 합의하는 경우 고소를 취하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니 검찰이 개인의 사적 목적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송 검사는 "대부분의 재산범죄의 경우 고소인이 '돈을 받기 위해' 고소를 하는데, 이는 고소인을 피고소인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두는 형사사법 제도와 맞물려 민사적 분쟁의 형사화를 부채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 사인(私人)의 채권추심기관이나 이해 조정기관화 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검찰 인력 중 상당 부분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고소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정작 중대한 범죄나 인지사건 수사 등에 효율적 인력배치를 할 수 없는 문제점까지 발생한다고 검찰은 하소연하고 있다.
  
  송 검사는 △고소요건의 세분화 및 법정(法定) △조정제도 도입 △고소장 접수에 앞서 피고소인의 주장을 듣는 '쟁점진술서' 활용 △수사의 필요성을 우선 판단하는 '수사 불요' 개념의 도입 △허위 고소에 대해 고소인에게 비용을 부담케 하는 '절차이용비용부담제'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너무 관대하다. 고소사건도 골라 받아야"
  
  역시 주제발표를 맡은 신동운 교수(서울대 법대)는 민사분쟁형 고소사건의 급증 원인에 대해 "고소사건의 대부분인 재산상의 분쟁에 있어서 계약 당시부터 법률적 관계를 명시하지 않고 인정에 끌려 적당히 거래를 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고소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이 때문"이라며 "이는 해방 이후 치열했던 재산분쟁을 검찰이 해결해주다보니 생긴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저 고소장 하나만 접수시키면 국가가 상대방을 소환해 필요한 증거서류를 전부 만들어주고, 설사 허위 고소더라도 무고죄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해마다 고소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제 검찰이 법질서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관대하지 않도록, 발상의 전환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대안으로 독일의 '선결문제 소추유예제도'를 소개했다. '선결문제'란 형사소추를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규명돼야 할 민사법 내지 행정법상의 쟁점을 고소인이 규명토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민사형 분쟁은 형사고소에 앞서 민사절차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신 교수는 또한 검사가 고소사건을 '가려서' 받을 수 있게 하는 '고소장 선별수리제도'의 강화를 주장했다. 고소인이 고소를 할 때 피고소인의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무조건 접수받아 수사부터 하고 보는 관행을 바꿔야한다는 뜻이다. 이밖에 '조정 제도'를 둬서 민사나 형사로 가기 전에 조정 기간을 거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카드사나 은행은 부실채권 고려해 장사. 자구노력부터 하라"
  
  신 교수는 민사형 형사분쟁을 많이 일으키는 카드사나 은행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금융기관들은 일정한 범위의 부실채권을 고려해 이자율과 수수료를 책정한다"며 "검찰이나 수사기관을 여기에 개입시킬 이유가 없다. 먼저 자구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리구제를 할 능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는 "법률구조공단을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서민 피해자들을 국가가 나서 구제할 필요는 있지만, 형사소추기관이 아니라, 법률구조공단 기능을 강화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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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상 첫 ‘사용자단체’ 뜬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노동법상 첫 ‘사용자단체’ 뜬다
[한겨레 2006-04-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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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산업별 교섭에 나설 노동법상 첫 사용자단체가 이번 주 출범한다. 노동부는 23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법인 신청에 대한 검토는 이미 마친 상태로 며칠 안에 설립허가증을 발부할 예정”이라며 “노동조합법 기준에 충족하는 사용자단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금속 사용자단체에는 만도, 한진중공업, 위니아 등 84개 사업장(조합원 2만명)이 가입돼 있다.

사용자단체 출범으로 노사관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동안 노동계는 기업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꾸준히 전환하고 있으나 경영계에서 사용자단체를 구성하지 않아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지 못해 갈등을 겪어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금속 사용자단체 출범이 중장기적으로 산업별교섭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노사간 협약이 기업을 뛰어넘어 산업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별교섭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노사관계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변화”라며 “금속 노사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업별로 교섭을 하고 있지만 유럽은 공공, 금속, 서비스 등 산업별교섭이 일반적인 형태다.

한편 본격적인 산업별 교섭 시대를 앞두고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승호 연구위원은 “지금의 노동법은 철저하게 기업별 노조에 맞춰져 있다”면서 “산업별 교섭에 맞는 조정서비스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 사용자단체와 교섭을 벌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올해 △산별 전체 노동자의 통상임금 50%인 최저임금 88만원 보장 △구조조정 대책 강화 △사내하청 처우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별(산별) 교섭 : 개별 기업 노사 교섭체제를 벗어나 금속, 금융, 공공, 보건, 서비스 등 전체 산업 차원의 노사 교섭을 말한다. 산업별 교섭을 통해 맺은 협약은 산별노조에 가입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민주노총 소속 금속, 보건노조(병원)와 한국노총 금융노조(은행)가 대표적인 산별노조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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