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9일) 포항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다녀왔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억수로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비가 와도 집회는 할 것이기에 당에서 마련해준 차를 얻어타고 포항까지 갔다.

 

포항은 94년인가 95년인가 한 번 가 보았다. 그때도 해고자 문제로 포스코(당시는 포항제철) 정문 앞에서 정문경비들과 몸싸움을 했던 기억이다. 그리고 한 협력업체 노조를 방문하여 사내식당에서 밥을 얻어 먹기도 하였다. (식단으로 참치회가 나왔던 게 인상적이었다.)

10여년 만에 다시 가보는 포항인데 이번에도 별로 좋은 인연은 아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3~4천 정도의 대오가 집회를 하고 있었다.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이름에 걸맞지 않은 실망스러운 규모다.

 

본 집회 중간 쯤에 경찰에 폭행당해 아이를 유산한 부인과 조합원인 남편이 연단에 올라왔다. 그 동안 경찰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음을 폭로했다. 결혼 7년만에 시험관 수정으로 얻은 소중한 아기였다고 한다. 갑자기 영화 괴물에서 변희봉의 대사가 생각났다. "...자식 잃은 짐승 입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 본 적 있어? 속이 다 썩어문드러져서 나는 그 냄새는 십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어.."

 

집회를 마치고 포스코 본사 정문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포스코로 연결되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를 흘려야했다. 마음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열이 일사천리로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전경은 커녕 전경버스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느덧 대열이 멈춘 곳을 보니 포스코 정문 앞이었다. 그런데 앗! 세상에 이런 일이...경찰이 이미 포스코 본사 정문 앞을 거대한 구조물로 완벽히 봉쇄해 놓은 상태였다. 너무나 두터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었다. 결국 대열은 몸싸움 한 번 없이 그 자리에서 정리집회를 가졌다. 물론 비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온 몸이 젖고 오래 걸어 피곤한 상태라 포항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였다. 금속연맹 전 부위원장님이 잘 아는 집을 함께 가셔서 맛있는 저녁밥을 사주셨다. 밥을 먹으면서 최근 포항지역의 분위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2시가 넘었다. 유기수 위원장님 면회를 못한 것이 아쉽지만 나름대로 정말 빡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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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23:14 2006/08/21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