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아프간 인질 석방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말 다행이다. 지난번에 희생된 두 분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머지 생명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아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정부가 진작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움직였더라면 희생된 두 명의 목숨도 살릴 수 있었지 않았나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의 반전운동은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몇 번의 철군촉구 집회를 중동언론들이 관심있게 취재해가긴 했지만 그것이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한국정부의 노력이 이번 사건에서는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일이 있게 만든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합의조건을 보면 그동안 탈레반측이 계속 요구했던 수감자 석방 맞교환이 빠졌다. 한국군 연내철군과 선교중단이 주된 합의내용이다. 사실 한국정부가 연내철군을 합의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탈레반측과 직접협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그동안 계속 훼방만 해 온 것이 분명해보인다. 미국은 협상기간 동안 계속해서 군사작전을 펼쳤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요구를 왜곡하거나 수감자석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만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애초 입장을 철회하고 한국정부와 인질석방을 합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전부터 언론에서는 사우디정부를 통한 탈레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이번 인질사태에  대해 서방언론과 정부는 대체로 무관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중동의 언론과 여론은 인질들에 대해서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이들이 한국인 인질들에 대해 우호적일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인질들이 대부분 봉사단원이라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도라는 것, 어찌되었든 궁극적으로는 선교가 목적이었다는 것은 불리한 요인이다. 그러나 중동사람들에게 한국은 아직은 서방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80년대 한국에서 강력한 반미운동이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비록 지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한  나라이지만, 그래서 어찌보면 교전상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미국이나 영국처럼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이 영국처럼 미국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친미국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순간 지금까지의 우호적인 이미지는 순식간에 바뀌어버릴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그 갈림길에 와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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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23:39 2007/08/28 23:39
고용허가제 3년… 외국인근로자가 털어놓은 '현실'
"때리는 사장님 아직도 무서워요"
"월급 제대로 못받고 야근은 늘 우리 몫"
재계약은 '사장' 뜻에 달려 눈치보기 급급
"성과 거두려면 이직 자유 있어야" 한목소리


고용허가제 시행 3주년을 맞아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외국인노동자 차별 철폐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노동자가 붉은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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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허가제 3년… 외국인근로자가 털어놓은 '현실'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에서 온 A(28)씨는 ‘때리는 사장’이 무서울 정도다. 경기 수원의 한 공장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는 그는 “사장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국인노동자들을 폭행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동료는 맞는 게 너무 무서워 도망쳤다”는 말도 전했다.

1년 전 한국에 와 경기 파주 가구 단지에서 일하는 네팔인 B(33)씨는 “주변에 월급 조차 제대로 못 받는 친구들이 있다”며 “공장에 일이 없으면 외국인노동자들은 일 거리도 주지 않고 월급도 물론 없다”고 억울해 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고용허가제 실시 3년을 앞둔 14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고용허가제도가 우리나라 외국 인력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으며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이 크게 신장됐다는 자화자찬이다. 그러나 정작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현대판 노예제’로 불린 산업연수생제도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권 침해는 제자리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여전한 부당대우

18일 경기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는 다급한 전화 한통이 울렸다. 이날 병원에 입원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전화였다. “회사에서 오후5시30분께 퇴근 카드를 찍게 하고 저녁 밥도 안 주고 계속 일을 시켰다. 회사를 옮기겠다고 항의하자 무자비하게 때렸다.”

한국 생활 2년6개월을 맞은 ‘중고참’ 스리랑카 노동자 C(30)씨도 한국인과 차별하는 부당 대우가 가장 큰 불만이다. 경기 김포시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일과 후 하루 4시간씩 더 하는 야근은 언제나 외국인들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팔인 노동자는 “얼마 전 네팔인 노동자가 휴일도 없이 8개월 동안 매일 밤 늦게 혹사 당하다 자살 기도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가슴을 쳤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에게도 한국인과 똑같이 노동관계법을 적용해 산재보험 최저임금 노동3권 등 기본적 권익을 보장토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권운동사랑방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외국인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10% 정도 떨어졌고, 노동시간은 273시간에서 280.4시간으로 오히려 늘었다.

직장도 제대로 못옮겨

방글라데시 출신인 이주노동자 D(25)씨는 3년 전 고국을 떠난 뒤 한 번도 못 본 가족들이 보고 싶다. 비행기 값도 문제지만 매년 계약을 경신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눈치가 보인다. 더 큰 걱정은 한국에서 더 일을 하려면 회사가 시키는 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의 합법 체류 기간이 끝난 뒤 회사가 자신을 원해야 바로 일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6개월 뒤 재입국 할 수 있지만 보장도 없는데다 돈도 많이 든다. 한국 체류 여부는 100% ‘사장’ 뜻에 달려 있다. 그는 “더 돈을 벌고 싶지만 회사를 뛰쳐나간 뒤 단속의 눈길이 두려워 하루도 마음 편히 자지 못하는 친구들이 떠오른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주노동자노조 마숨 사무처장도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후 입국 비용이 700달러 정도라고 하지만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국내 입국 비용을 조사해 보니 실제로는 1만 달러 가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가 겉돌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제도가 직장 이동의 자유를 사실상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예외적으로 3년간 3, 4차례의 이직 기회를 주지만 회사가 망하거나 회사가 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로 한정하고 있어 실제 혜택을 받는 외국인노동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호르헤 부스타만데 유엔 이주민특별보고관도 3월 유엔 인권이사회때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권 제한은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는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등과 얽혀 있어 섣불리 개선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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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3:39 2007/08/27 13:39
두번째 이주노동자 영화제 '무적활극'
오는 31일부터 전국 주요 이주노동자 거주지서 개최
 
두 번째 이주노동자 영화제가 오는 31일 서울 개막전을 시작으로 오는 10월28일까지 전국 주요 이주노동자 거주지에서 열린다.

지난해 처음 열린 이주노동자 영화제는 3천명이 다녀왔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주노동자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인기비결을 ‘지역상영전’이라고 귀뜸한다. 올해도 서울을 비롯해 안산, 제주, 대구, 의정부, 용인, 인천, 마석, 여수, 김해 등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주요지역에서 릴레이로 펼쳐질 예정이다.

올해 이주노동자 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선택한 것은 세르지오 아라우 감독의 2004년작인 ‘멕시코인이 사라진 날’. 이 영화는 만약 캘리포니아의 라티노(미국의 이주 남미노동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들이 하룻밤 만에 갑자기 사라진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미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날카로운 풍자 코메디이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을 ‘무적활극(無籍活劇)’으로 내걸고 있다. 적(籍)이 없이 불안정한 삶을 살지만 활기찬 이주노동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슬로건처럼 이번 영화제는 이주노동자가 처한 부조리한 모순을 담은 진지한 다큐멘터리도 있지만 개막작처럼 유쾌한 영화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들도 상영작에 올랐와있으니 눈여겨 볼 것.

서울에서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주노동자 영화제 홈페이지(www.mwff.or.kr)를 참고하면 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8월 23일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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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3:28 2007/08/27 13:28
+ 종합
"참여정부는 인간사냥 정부... 고용허가제는 실패했다"
[현장] 고용허가제 시행 3년 규탄 단속추방 중단 결의대회
텍스트만보기   선대식(sundaisik) 기자   
▲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의 행진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더르 파코르 본더 꺼로!"
"스톱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 추방 중단하라!"


찜통 같던 19일 오후 2시 서울역 앞에서는 여러 나라의 언어로 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이었다. 앞의 세 외침은 방글라데시어, 영어, 한국어라는 다른 언어로 울려 퍼졌으나, 담고 있는 내용과 절박함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열린 '고용허가제 시행 3년 규탄!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이주노동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의 노동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뜨거운 거리로 내몬 건 2004년 8월 17일 시행돼 3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다. 고용허가제의 주요 내용은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4번 이상 직장을 옮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송출비리 감소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 발생 방지 ▲이주노동자의 권익향상 등이 기대된다고 홍보했다.

실제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14일 고용허가제 시행 3주년 국제세미나에서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외국인 근로자 권익이 향상되고 채용과정이 투명해졌다"며 고용허가제 3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에선 정부의 주장과는 큰 온도차가 느껴졌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는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는 오후 4시 20분부터 5시 반까지 서울역에서 명동성당으로 행진하는 동안 이주노동자 1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

10명 중 9명이 불법체류자... "한국에 들어오려 1000만원 줬다"

▲ 'No one is illegal'이라는 팻말을 든 임다둘씨와 그의 동료 사민 레자씨.
ⓒ 오마이뉴스 선대식

'노동비자 쟁취'라는 붉은 띠를 두른 임다둘(27)씨가 눈에 띄었다. 손에는 'No one is illegal'(불법인 인간은 아무도 없다)이라는 팻말이 들려있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임다둘씨는 2007년 3월 한국에 왔다. 임다둘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동료인 사민 레자(29)씨가 인터뷰를 도왔다. 임다둘씨는 현재 경기도 광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해서 묻자 임다둘씨는 "하루에 12시간씩 일해 월 110만원을 받는다"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임다둘씨에게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임다둘씨는 3개월 비즈니스 비자를 받고 들어왔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불법이었다. 고용허가제로 송출비리가 근절될 거라는 정부의 말과는 달랐다. 임다둘씨는 손가락 10개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1000만원을 (브로커에게) 줬다"고 말했다.

임다둘씨의 사례는 고용허가제의 허실을 보여줬다. 이날 많은 이주노동자를 인터뷰한 결과 송출비리 근절뿐만 아니라 불법 체류자 발생 방지, 이주노동자 권익 향상 등 문제도 정부의 기대와는 어긋났다.

이날 만난 10여명의 이주노동자 중에서 합법 체류자는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가죽공장에서 일하는 있는 네팔 출신의 야덥(40)씨 역시 불법체류자다.

▲ 야덥씨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야덥씨는 "네팔에 14살인 아들과 17, 15살인 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돈을 벌어야 자식들을 학교를 보낼 수 있다"며 "(불법이더라도) 계속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6일 근무해 야덥씨가 받는 월급은 110만원이다.

어제(18)일 저녁 7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야간작업을 하고 나왔다는 야덥씨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행진 대열 속에서 만난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준두다이(45)씨. 2002년 8월에 한국에 온 준두다이씨 역시 불법체류자다.

체류기간이 지났지만 비자가 다시 나오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숨어서 일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갑자기 준두다이씨가 일하는 공장에 들이닥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준두다이씨는 "지난 8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동료 2명을 잡아갔다"고 말한 뒤 팔로 옆에서 행진하던 동료의 목을 조르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질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기자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때리는 모습을 봤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무섭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에 나섰다.

"참여정부는 살인적 단속 및 추방하는 인간 사냥 정부"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는 행진 전 성명서를 통해 ▲고용허가제 규탄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가 인권을 신장시키기는커녕 이주노동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를 줄이겠다며 10만명을 살인적으로 단속 추방해 '인간 사냥 정부'임을 자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차별과 억압을 강화하는 단속 추방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제 2, 제 3의 여수 참사가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단속추방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줄지 않았다"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1550만 임금노동자처럼 보편적 인권이 있다"며 "노동3권을 비롯한 차별 없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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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1 21:26 2007/08/21 21:26

고용허가제 3년의 진실

from migrant 2007/08/17 23:54
사람대접 받으며 살고 있습니까?
[고용허가제 3년의 진실](1) - 이주노동자, 40년 전의 권리와 자유
이상재(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정부에서는 8월부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합동단속에 들어간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8월 17일이면 고용허가제 3년이 된다. 고용허가제 시행 3년이라는 시점과 집중단속이 8월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듯 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고용허가제 3년을 맞아 고용허가제가 과연 이주노동자에게 '약'이 되고 있는지, '독'이 되고 있는지 그 진실을 따져본다.- [편집자 주]


지난 주말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과 함께 동해로 여름캠프를 가는 길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점심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5-60대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우리들 주위에 앉았다.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스텝 명찰을 달고 있는 나를 보더니 대뜸 ‘많이 좋아졌지요?’라고 묻는다. ‘구경도 다니고 한국 온 게 얼마나 행운이야’라며 서로들 우리들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입 안에서 여러 말들이 맴돌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고단한 이주노동을 벗어나 동해바다로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좋아 져야죠.’라고 얼버무리며 그냥 웃다 돌아섰다. 센터 후원회원들을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던지는 질문이다. ‘이제 좀 좋아져 사람대접 받으며 일하는 거죠?’

대한민국의 거짓말

올 1월부터 산업연수제가 폐지되면서 외국인력정책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됐다. 아직까지도 일원화 방침이 명확하지 않아 연수생 신분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업연수생과는 또 다른 규모가 큰 기업의 해외투자법인연수생 제도는 여전히 살아 가장 낮은 자리의 이주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다 제쳐두고 고용허가제로의 일원화에 대해서만 얘기해보자. 사람대접 받으며 노동하고 있는가? 과연 현대판 노예제도는 끝났는가?

40년 전에 만들어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8조는 ‘어느 누구도 노예상태에 놓여 지지 아니한다. 모든 형태의 노예제도 및 노예매매는 금지된다. 어느 누구도 강제노동을 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규약 12조에서는 ‘합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 영역 내에서 이동의 자유 및 거주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며 자유이동을 보장한다. 한국은 이 규약에 1990년에 가입 비준했다. 국내법의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스스로 비준한 규약을 지키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니다’이다. 물론 한국정부는 근로기준법 제 6조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기타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잘 지키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호도하고 있다. 거짓말이다.

[출처 : 이정원 기자]

[출처 : 이정원 기자]

고용허가제는 강제노동을 강제하는 제도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 25조 1항은 ‘외국인근로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곤란한 때에는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에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며 외부적 조건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업장 이동을 세 번까지 보장하고 있다’는 말은 왜곡이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없다. 단, 1년 단위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권리는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자유의지에 관한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당한 현실을 가능케 하는 것은 ‘폭력적인 강제단속추방’과 ‘돈’이다.

현대판 노예제도의 연속

고용허가제 시행 2년을 맞아 지난해 이주인권연대에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산업연수생제도에서 만연했던 송출비리가 고용허가제에서도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지 노동자 10년의 월급에 맞먹는 과도한 송출비용은 한국에서의 어지간한 인권침해와 억압을 견딜 것을 강요한다. 정치적 및 시민적 규약 11조는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않는다.’고 권리보호를 규정해놓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금지된 불평등한 계약에 지쳐 쓰러지는 순간 구금의 대상이 된다. 해명의 기회마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구금되어 강제출국 되면 평생 송출비용이 삶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가난한 고향의 가족들이 떠오른다. 노예이기를 감수하고 만다.

구금을 위한 단속은 법보다 폭력적이다. 같은 규약 9조는 ‘어느 누구도 법률로 정한 이유 및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그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대한민국도 영장주의를 따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기서도 예외다. 공장 무단침입은 기본이고, 다만 서로의 감으로 짐작할 뿐 신분을 밝히지도, 알 필요도 없다는 듯이 코앞에 가스총을 겨누며 우선 잡고 본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권리인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권은 안중에 없다. 건물에서 뛰어 내려 내장이 파열되어 죽던, 철창에 갇혀 ‘문을 열라’며 소리치다 죽어가건 폭력적 단속추방은 계속된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강제단속추방은 이주노동자들을 일상적인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부당한 현실에서의 탈출은 추방이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저 뒤로 밀린다. 노예이기를! 감수하고 만다.

홈에버에 가지 마세요!

캠프를 가 있는 동안 공단 근처 홈에버에서 버스 두 대를 대놓고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에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공단 근처 대형마트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는 했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단속 많으니까 홈에버에 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함께 한 사람들과 나눴다. 울지도 웃을 수도 없는 참담한 연대다. 밑바닥 연대로부터 희망의 싹은 틔워진다. 지원단체 한국인 실무자의 목소리가 아닌 주체들의 함성이 폭력적 제도와 공권력에 맞서, 최소한 이 정도의 인권은 지키자며 40년 전에 합의했던 선언들이 현실로 되는 날, 그런 아름다운 밤이 하루라도 어서 오기를.
* 이상재님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홍보교육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08월13일 11: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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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7 23:54 2007/08/17 23:54

퇴직금 등의 건으로 사무실을 찾아왔던 스리랑카 노동자 마힌다씨가 결국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사업주와 사무실에서 만나 합의를 보았다. 사업주는 끝까지 100% 지급을 하려하지 않았는데 액수보다는 감정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았다.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마힌다씨가 비자만료를 앞두고 이탈하였기 때문에 사업체에서는 이탈한 노동자 수 만큼 1년간 연수생을 받을 수 없게된다. 연수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고안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를 이유로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마지막까지 사업주로서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싶어했다. 당연히 줘야할 돈을 주면서 마치 선심쓰는 듯한 온갖 생색을 다 냈다. 마힌다씨가 100% 지급을 요구하자 사업주는 지급해주는 대신 출입국으로 데려가겠다는 협박까지 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사업주 입장도 어느정도는 이해를 했었는데 그런 협박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속내는 이번에 지급하게 되면 다른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들도 지급을 요구할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정부는 연수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체에게 벌칙을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결국 그 댓가는 다시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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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5 00:12 2007/08/15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