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철강 원하청 구조, 근로조건 양극화 부추긴다

"철강 원·하청구조, 근로조건 양극화 부추긴다"
노동연구원 주최 '하도급 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

 

추연만 기자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INI스틸 등 주요 철강회사가 사내 하도급 구조 확대로 원-하청간 임금, 근로조건 격차를 부추기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8일 여의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주최한 '하도급 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에서 철강업 분야 발제를 맡은 손정순(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강혜영(포스코 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송민수(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연구팀은 "철강 하도급 구조는 일반적인 원·하청 관계의 사외 하도급 구조와 달리 광범위한 사내 하도급 구조를 띤 점이 특징이며 근로의 규모도 다른 업종에 비해 큰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장치산업인 철강업이 24시간 공장가동이 가능한 연속생산 공정이란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주로 자동화된 공정을 감시하는 오퍼레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생산과정의 간접적, 부수적 직무인 원료 운반, 적치, 보전보수, 제품 포장 등 육체적 부담이 큰 간접업무를 맡는 조건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이러한 '직접-주변' 구분을 통한 사내하도급 역사가 매우 오래됐고,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외주 용역화 추진으로 형식적인 하도급을 확대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INI스틸 또한 정규직 업무의 사내 하도급화를 촉진한 결과로, 철강 하도급은 수직적 구조가 더욱 심화돼 중소기업의 고용불안정과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확대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IMF 전후 철강 하도급 확대로 상대적 고용불안 확대

실제 2003년 통계로 본 포스코의 경우, 정규직은 1만9419명인데 비해 사내하청 노동자는 총 55개 업체 소속 1만3114명(정규직 대비 67.5%)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정기적 정비나 보수 등을 원청업체가 요청할 때, 하도급 거래관행으로 포스코 내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69개사 1만49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임금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원·하청간 동일 근속년수를 기준으로 비교분석을 하지는 않았으나 "정규직 임금(성과급 제외)은 연 평균 3981만원인 데 반해 하청 노동자 초임은 55.1% 수준인 2194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근속년수를 감안하지 않은 하도급 근로자 전체임금액 평균으로 하더라도 72.1% 수준"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 INI스틸도 임금격차가 비슷했다.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원청사의 정규직에 비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경우에는 임금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상대적 열악함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차별적 임금격차라 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철강 사내하청, 정규직의 67.5%...차별적 임금격차 여전

이런 근거로 연구팀은 임금격차를 점진적으로 해소할 대안으로 "철강업종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 교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스코와 INI스틸 사용자들도 격차개선 필요성을 공감한다"며 현재 구성된 철강노조협의회(19개 노조 소속. 공동대표 INI스틸 조택상, 동국제강 김재업)서 개선방안과 내용을 논의한 뒤 이를 철강업종 사용자협회(철강협회)를 통해 규범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필요성에 대해 연구팀은 "철강산업의 직무분야와 생산과정이 표준화돼 있어 업체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상당부분 유사해 최저 처우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더불어 철강업종의 지역적 편재성(포항, 당진 등)이 높다는 것도 감안한 것이라 밝혔다.

이에 "사회적 대화 틀의 지역 업종별 협의구조 형성이란 방향에서 추진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 형식적 모임화된 사내하도급 업체협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해 하도급 근로자 처우개선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상호 배제적인 종속관계에서 생산적인 협업관계로 전환해야"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사내하청 구조개선은 기업내부의 생산성 향상과 이해관계 당사자 관점으로 전환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원·하청 관계가 상호 배제적인 종속관계에서 생산적인 협업관계로 전환을 모색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근로조건 격차해소와 관련해 최근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은 외주 파트너사 등 하청업체와 상생차원에서 이미 시행해 온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고 외주업체와 임금격차를 줄일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토록 실무진에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 방침을 지난 5월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회의 때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진행상황을 연말에 다시 보고하기로 알려져 포스코의 최종 보고서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5. 6. 1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