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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 컴플렉스..

착한사람... 이 말, 가만히 보면 정말 진부하면서도 재미 없는 말이다.

그리고 애써 외면 하고픈 말이기도 하다.

근데 자꾸 저 말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한숨을 몰아쉬며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남이 나에게 해오는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특히나 '친분'이 더한 사람들에게선...(당연한 일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친분'이란 근거와 기준이 어떤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작년쯤 내가 생각해도 이해 못할일(?)을 저지르곤

하면서 더욱 그 개념들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얼굴도 안보고 무어라 무어라 몇번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형편 어렵다는

얘길 듣고 해오는 부탁은 돈문제였다.  잠깐 망설이기는 했는데 나에게

그만한 금액은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큰일 나는것도 아니고 해서

해결해 주었다.  얼마후에 준다는 말만 미련하게도 철썩같이 믿고서는...

 

철썩같이 믿었던 그 몇일은 이후 1년이 넘도록 흘렀고...나는 시간이 갈수록

그 돈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서는 오히려 더욱 간절히 무언가

유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컸다.  종종 메일을 주고 받으며 상황을 설명하고

약속을 어기게 된 이유를 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지

않고 멍청하게도 안녕만을 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안녕을 비는것

밖에 다른 무엇이 없다는 걸 뼈아프게 낙담하면서...

 

여전히 내 주변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새세상에 대한 꿈을 안고 일선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다 연락이 되거나 해서 만나다 보면

십중 칠팔은 자기 앞가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두어번은 그냥 술자리에서

가볍게 자신의 근황을 얘기 하고 X같은 사회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면서 수다를

떨다가도 몇번 더 만나다 보면 언젠가는 꼭 그놈의 돈얘기를 하고야 만다.

 

내 수중에 있어야 얼마나 있겠냐마는 어려운 말을 꺼냈음직한 그 얘기를 도대체

어떻게 외면하며 지나쳐야 하는건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정말로 통장 잔고에 '0'이라고 되있지 않은 이상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그 상황을 나 뿐만이 아닌, 대부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일까??

맘을 굳게 먹고, 사정이 어려우니 도와주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것 보다는 그냥

해주고 마는게 오히려 마음은 편한데...

 

부탁을 들어주지 못함으로 인해서 오는 상대방의 좌절 보다는 내가 어떤식으로

인식되어질까에 더 비중을 두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당장 오늘 한끼를 고민하는 사람 앞에서 나의 품위를

손상시키는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심각한 부르주아의 입장에 선것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나의 이런 고민을 아는 한 친구가 말하더라. 스스로 무덤을 파는짓은 그만 좀 하라고.

없으면 없다고 하면 그만인것을 뭘 그걸 가지고 죄책감을 가지고 고민을 하느냐..

정말 두터운 관계의 라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만한 것들은 다 이해

하니까 너무 걱정 말아라고 한다.

 

근데 아직도 정리가 잘 안된다. 

부탁의 지점을 어디서 어떻게 잘라야 되고 받아 들여야 되는건지...

무작정 들어주는것도 문제지만, 들어주지 못할때의 찜찜함, 이 모든것이

'착한사람 콤플렉스'에서 시작되는 걸까??

그건 아닌것 같은데....  

 

 

그리고 단호히 말하건데, 이 사회는 도저히 착할래야 착할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독성물질이 언제나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착한 사람 컴플렉스라니

이 무슨 자다 봉창 두드리는 뻘소리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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