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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후 뒷다마..

김장을 같이 하기로 한 후배는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와 주었다.

이른 아침에..

밤 늦게까지 재료를 준비 하느라 몸은 몸대로 피곤한데도 정신만은

왜 그렇게 멀쩡 하던지..말똥말똥한 머리를 그냥 눕히면 도저히 잠이

올것 같지가 않아, 재료를 대충 준비 해 놓고 집에 있던 산수유술을

세잔이나 마셨더니 갑자기 이 사람 저 사람이 떠오른다..



술 김인지 아닌지 불가한 판단으로 번호를 꾹꾹 눌러 통화를 했다.

요새 왜 뜸하냐고, 무슨일 있는건 아니냐고 물으면서 별일 없다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안심 한다는 듯, 전화를 끊는다.

이어서 몇통의 문자 메세지까지 날리고...잠을 청하는데,

중간에 한번 뒤집어야 할 배추 때문에 잠이 깊이 오지 않았다.(에구..내 팔자야~)

 

배추를 한번 뒤집어 주고, 알람 소리가 나기도 전에 눈을 떴다.

얼른 욕실에 가 배추를 헹구었다. 배추를 헹구고 있으니 약속했던 후배가

헐레벌떡 달려와 주었고...

아이 학교를 보내고, 후배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김장 모드에 돌입 하려는

즈음, 엄마도 도착했다.

 

세여자의 김장 담그기가 시작 되었는데...

조잘조잘 거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입을 떼고 싶었으나 엄마가 있기 때문에

말을 가려야 한다는게 부담 스러워 그닥 수다스럽지는 않았다.

 

엄마의 이러쿵 저러쿵 하는 잔소리와 적당한 양념 배합으로 김치 속은 적당히

맛있게 만들어졌다.  엄마와 후배는 만들어진 속을 집어 넣기에 여념이 없었으나

나는 벌겋게 양념 묻은 손으로 심부름을 할 수 없었기에 잠깐식 장갑을 빼고

이것저것 시중들기에 더 바빴다.(그 와중에 사진도 찍었고..ㅎ)

- 두 여인은 열심히 속을 넣으면서 그녀들의 입속에도 쉴새 없이 집어 넣더라..

그 매운걸...-

 

그런데로 부족한 일손이 아니었던지 예상보다 일찍 김장 담그기는 끝을 냈고...

맛에서나 정성에서나 성공적인 김장 담그기였다고나 할까?

 

대충 정리하고 나줘줄것 담고, 그리고 후배는 농성장으로, 엄마는 집으로

나 또한 거기 뭍혀 재빨리 집을 빠져 나왔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따로 볼일이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집을 나왔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건 영화보기!

뭐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이렇게 후한 댓가를 줘야 하나 싶었지만,

며칠간의 김장 알레르기로 고생한 나의 영혼엔 마땅히 주어야 할 안식이라고 판단.

 

영화는 '헤리포터의 불의 잔'을 보았다.

애들 보는 영화였지만, 어쨌든 영화는 재미있었고 며칠동안의 피로를 풀기에는

안성 맞춤이었다고나 할까?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데, 나도 참....엄청 사치 스럽고, 허영심 많고,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힘든 일 했다고 그냥 집에서 뻗었음직한 상황에서

마치 무슨 지친 영혼이라도 달래 준답시고 영화관을 찾은 것이 꽤 도도하고

우아한 주부인척 하는 꼴사나운 짓인가 싶기도 했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 1년에 한번뿐인 그 일을 해냈고, 스스로가 대견했다.

영화보고 어디가서 맥주라도 한잔 마실까 하다가 차마 거기까지는 혼자 해낼

용기가 없어 망설이고 있을 즈음, 전화벨이 울린다.

아주아주 간만에 걸려온 선배 언니 전화! 내친김에 그 언니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집에 왔다.

 

머프의 김장 일기 끝!

(사진 첨부는 좀 이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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