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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딱맞았던 번개..

산오리 번개 일정은 2박3일 이었는데 하루 일찍 올라왔다.  속으로는 얼마나 아쉽고 발이 안떼어졌는지 아무도 몰랐을테지만...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먼저 올라 오다 보니 집에와서는 완전 시체놀이로 일관했다. 번개의 감흥이야 온몸에 남아 있고도 충분 했지만, 웬지 후기 쓰기가 귀찮아 지더라..



재미 있게 놀다 오고 나서 후기도 제대로 안쓰면 웬지 주최측에 빚이라도 지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어 어기적 어기적 그날의 여운을 몇자 남긴다.

 

1. 출발

 

출발은 말 그대로 오붓했다. 같이 가기로 한 사람중 한명(행인)이 또 빠지는 바람에...그래도 기죽지 않고 일정을 고대로 소화하기로 하고자..같이 가기로 한 사람중에 내가 그런대로 가장 여유가 있어보여 이것저것 먹을것(삼겹살, 상추, 및 그외)을 준비 하고 들뜬마음으로 만날 장소에 도착하니 곧, 야옹이가 왔다. 뻐꾸기 정시에 와 주었고..차가 막혀 20분가량 지체한 산오리 약간 피곤해 보였다.  드뎌 원주로 출발~!

 

2. 입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먹을것을 풀고, 삼겹살을 굽고, 산오리의 새 카메라는 여기저기 눌러 대느라 바쁘다.  그리곤 술이 돌아 가는데 마음이 급한 나는 상차림을 하면서도 술부터 털어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술이 돌기 시작하니 몇년만에나 만난듯 반가운 화색 드러내며 이바구가 쏟아지는데 그것은 애꿎게도 '쓸쓸한 연애'에 관한 포스팅으로 몰리고 있었다. 안그래도 쪽팔려서 제발 그 얘기만은 하지 말았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뿔싸 그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올줄이야...쩝~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돌릴 수 없는 화제는 꼬리를 물었고, 드디어 취향에 관한 모드로 전환.  간단히 정리 하면, 뻐꾹-냉정, 머프-열정, 오리-온정, 야옹-화끈(??) 뭐, 대략 이런순으로 얘기가 돌면서 정신 번뜩 차린 사람은 나였다.  인생, 어차피 돌고 도는건데 뭐 그리 힘들게 사느냐, 가는 사람 안붙잡고, 오는 사람 안말린다. 의 모토로 살고 있는 뻐꾹, 힘내라며 어깨를 두드린다.  의리 하나 만점인 뻐꾹이다. 

 

2. 고스톱

 

뻐꾹과 내가 열심히 얘기 하고 있는 사이 오리와 야옹이는 어느새 이불깔고 고스톱 모드로 전환했다.(이번 번개에서 고스톱을 치기로 했다는게 계획되어 있었는지 몰랐다.)  식탁에서 홀짝 홀짝 소주 털어 가며 마저 얘기하고 있는 나와 뻐꾹, 내려가서 고스톱 치는 오리와 야옹. 2:2로 패가 갈리려는 즈음, 뻐꾹 은근히 고스톱이 치고 싶은 모양..나보고 같이 치자고 달래더니 드디어 합세 했다.  고스톱하고는 웬지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점수 하나 제대로 못매겨 헤메고 있는데 그럴바엔 광이나 팔라고 하면서 뒷춤으로 물러나고...야옹이, 어디에 그런 실력이 있었는지 야옹이 앞엔 어느새 파란색, 보라색 돈이 즐비하다.  술취해가며 치는 고스톱이라 그런지 판이 조금 어지럽게 돌아 간다 했더니 파장이다. 산오리 드디어 취침모드로 돌입. 뻐꾹, 나, 야옹이 산오리 의리 없음을 토로 하며 다시 끌고 나오자고 합의.  화제는 산오리의 '인기'.  왜 그렇게 인기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에 뻐꾹 흥분하더니 산오리 예찬에 흠뻑 취하고 만다. 

 

3. 합의

 

고스톱 치면서 벌써 그 이전에 술마시면서 그랬지만, 넷의 말투가 거의 반말이다.  그래, 우리 오늘 한번 친한척좀 하자.  일정 끝날때까지 내내 반말하기!  첨엔 어색했지만 리더인 뻐꾹의 분위기 따라가니 어느새 자연스러워 짐. "뻐꾹, 사랑해~! ㅎㅎ"

 

4. 산책

 

자그마치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고 이바구를 떨다 잤더니 과연 산에나 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였다.  떨어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 난건 9시가 넘어서 였는데 벌써 식탁엔 구수한 밥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늙어서 잠이 없다는 산오리, 아픈머리를 뒤로하고 눈떠진(7시에 깼다고 함) 김에 밥을 해놓은거다.  하나둘씩 식탁으로 나오며 탄성을 질러대며 행복해 하는 모습, 아마도 작년에 삼악산 번개 같이 가본 사람들이라면 알거다.  부지런하며 센스 있는 산오리의 모습으로 행복한 아침을 맞는 기분을...

감격스러운 아침을 먹고, 산으로 행한 우리들. 아직 술이 덜깬것은 야옹이를 빼고 모두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번개의 가장 핵심인 산책을 놓칠리는 없고... 차로 거의 1시간 가량 움직여 도착한 치악산 어느자락(기억이 안난다..ㅡㅡ), 꼬불꼬불 산길을 차를 타고 갔다는게 너무 어색했다.  언제나 차는 저 밑, 넓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는데... 우리가 올라간 길은 말 그대로 산책코스나 다름 없는 너무 부담 없는 길이었다.  뭐, 간혹 바위와 돌덩이가 나오기는 했어도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볼 수 있는 풍경과 적당히 땀을 흘리며 걷는 길은 충분한 수다까지 동원 될 만큼 여유 롭고 아기자기 했다.  오르며, 내리며 나누었던 많은 얘기 중, 한가지만 공개 하고 싶은게 있는데...뻐꾹이 어느 조직에 몸담고 있을때 얘기, 베일에 가려 있던 그 조직을 알게 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 흉내내며 훈련까지 받았다는 그 얘기는 고상하게만 보이는 뻐꾹과 잘 매치가 안되기도 했다는, 나만의 생각.^^

 

산책 잘하고 내려와 고픈배를 채울곳을 찾아 몇키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주린배를 채우기에 바쁜 우리, 열심히 먹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 난, 서울로...

 

5. 마무리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먼저 왔으므로.. 하지만, 분명한건 친한척 하느라 까기로 한 말을 여전히 깔수 있느냐, 아니면 그때 뿐이었느냐는 가끔이지만  마주치는 블로거들의 돈독한 우정과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뿌듯한 마음들임이 분명하리라. 

남은 이들, 잘들 들어 갔는가?? 운전해준 산오리, 이모저모로 화끈한 에너지를 준 뻐꾸기, 언니같은 야옹이의 배려에 다시금 고마움을 전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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