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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셨다, 대포!

대포 한잔 마시고 싶다는 포스팅을 보고서 어느 누군가라도 

'내가 한잔 사줄게!'아님, '나랑 한잔 하자!'라는 말을 할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보낸 하루..

 

어쩌면, 이 뜬금없는 상상은 어느새 '기대'로까지 변질되어 버리기 때문에,

될수 있으면 살면서 가장 멀리 해야 하는것으로 못박아 두고 살아야 하는데...

다들 마음은 굴뚝이었을거다, 라는 혼자만의 착각은 여전히 멈출줄을 모르면서

허전한 마음 한켠을 긁어 대고 있었다..

 

그래도 내심으로는 허전한 마음을 기필코 채우고야 말겠다는

다짐이 발동했는지, 별 기대 없이 메세지 한통을 때렸다.

냉큼 답이 오고가고, 드디어 피맛골의 한 대포집에서 접선을 하자는

결과를 얻어 내고야 말았다..앗싸~!

그리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하는 말이,

'네가  어제 대포 마시고 싶다는 포스팅을 보고, 이 자리로 잡았다.'

라는 말을 하는데, 듣는 순간...가슴이 뭉클해져 옴을 숨길수가 없었다.



꼭 그렇게 안해도 다 알고 있는데, 그러면 나도 고맙다는 을 해줘야만

하는 건가? 라는 알수 없는 물음들이 잠시 머릿속을 맴돌기도 했고...

주인 아주머니는 따끈한 정종 주전자를 들고 라이터에 불까지 붙여

가면서 컵에 따라 주는데... 생전 처음이다.

정종에 불 붙여 따라주는 광경은...

호기심 발동한 나는, "왜 불을 붙이는거죠?"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했더니,

아줌마 왈, "정종의 향을 맡으면서 마시라는 거죠." 헉!

정종에도 향이라는게 있었구먼...촌스럽기는~

 

기분이 묘함과 동시에 참.. 나는 모르는게 너무도 많군. 하는 말을 뇌까리기도 했다.

마치 뜨거운 차를 마시는듯한 분위기와 꼬치 안주가 놓인 상차림은

절묘하게도 안어울리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연기는 때마침 화젯거리가 됐던,

80년대 가투의 현장에서 피어 오르는 매캐한 최루가스를 연상하게 했다.

그 절묘한 아이러니 속에서 도란도란 피어 오르는 대화들 까지도

어쩌면 우리들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훈훈하기만 했고...

 

그리고는 계속 자리를 옮겨, 결국 3차까지 간 자리에서는

'연포탕'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비싼 안주까지 먹어 보기도 했는데...

그 맛이 정말 '죽여준다.'로 표현할 만큼 상당히 훌륭했다.

이것 또한 생전 첨 먹어 보는 음식이로다.

뭐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술은 꿀꺽꿀꺽 잘도 넘어 갔으며

분위기는 점점 화기애애해 졌는데, 비로서 '술'이란게 뭔지, 왜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지 까지 어렴풋이 짐작(?) 되는 싯점에 이르렀다.

 

그렇구나,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여리고 따뜻하고 감성의 에네르기가

충분히 넘치는 동물이구나, 까지 연동하게 만든 새삼스런 생각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시간 이었다.

세심한 그네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펐는데

글이 길어졌구나...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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